MB구속의 좋은 점

정치 2018. 3. 24. 21:06 Posted by 해양장미

 오늘의 브금은 이겁니다.

 

https://youtu.be/7jjh1tJuVUU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하여 아주 나쁜 시나리오라면 다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1) MB의 죽음

2) MB의 도주

 

 이제 MB가 구속되었기 때문에, 2번은 탈옥을 하지 않는 한 문제가 없고 1번도 위험이 크게 줄었습니다.

 

 만약 MB가 어떤 이유로건 죽으면 앞으로 한국 정치는 장기적으로 심각하게 꼬입니다. 개인적으로 MB 구속에 딱히 찬성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끝까지 열성적인 지지세가 있는 박근혜와는 달리 MB는 측근에 친척들까지 돌아선 외로운 입장이고, 퇴임 후 무탈하게 지낸 세월이 길기 때문에 우울해질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일단 MB의 신변을 보호한다는 면에서는 구속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린 MB가 도주를 선택할 가능성도 매우 낮긴 하지만 아예 0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MB는 현재 맡고 있는 딱히 중요한 직책이 없고, 도주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MB는 덤덤하게 구속되었고, 이에 최악의 가능성들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MB의 구속으로 이제 한국에서 퇴임 후 무탈하게 연금을 받고 여생을 보내고 있는 전직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뿐입니다. 앞 두 명은 전과자고, 뒷 두 명은 구속 중이네요.

 

 현직 문재인 대통령부터라도 잘 해서 퇴임 후 큰 탈 없는 대통령들이 나와 줬으면 합니다.

문재인 정권은 올해 이렇게 할 겁니다.

정치 2018. 1. 4. 18:40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515y2KPcvuk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합리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 최종 목적으로 이명박을 타케팅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게 이명박은 어쨌든 원수인데, 현재 우리나라 분위기가 정권 차원의 복수를 용인하는 쪽이 되어있는데다 이명박을 노리는 게 정치적으로도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선거 이전에 이명박에 대한 수사는 본격화될 것이며, 자유한국당은 적폐로, 안철수는 MB 아바타로 다시 한 번 낙인찍힐 것입니다. 실제로 이명박이 유죄이건 아니건 수사만 들어가더라도 현 정권은 얼마든지 야권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론으로 맞서고 있습니다만, 별로 통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평창올림픽은 성공하기 어렵지만 문재인 정권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진 않을 거고 - 잘못되면 박근혜 탓, 잘 되면 문재인 덕이니까요. - , 우리나라 성적이 좋기라도 하면 플러스 요인이 될 겁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의 북쪽에 대한 열렬한 구애는 어쨌든 가시적인 성과처럼 보이는 걸 만들 것 같은데, 만일 남북정상회담이라도 하게 되면 그것은 구체적인 내용 및 국제정세 및 대외관계와는 무관하게 현 정권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 시점은 지방선거 이전인 게 좋으므로 이 정권은 속도위반처럼 진도를 빼려고 할 겁니다.



 

 한편으로 이번 지선에서 개헌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 현 정권은 야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개헌안을 내밀면서, 야당이 개헌안을 받지 않으면 야당이 개헌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언론 플레이에 들어갈 걸로 예상합니다.

 

 분열된 야권은 문재인 정권의 이러한 공세에 대응할 역량이 없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려면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3인이 기득권과 야심과 고집을 내려놓고 연대해야 할 텐데, 각자의 손익을 생각해볼 때 그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현재 트럼프는 반미감정을 자극하기 쉬운 포지션으로 보이는데, 만일 문재인 정권과 미국의 갈등양상이 가시화될 경우 반문재인 정서가 결집하기보다는 국민적 반미감정이 다시 한 번 대두되는 양상 쪽이 더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트럼프가 정확한 판단을 한다면 한국과 가시적인 갈등을 만들긴 어려울 거고, 불만을 표현하더라도 한국을 무시(패싱)하는 정도로 문재인측의 언론 플레이와 정신승리가 가능한 쪽으로 해줄 것이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이 대승을 거둘 경우, 그들은 그들이 넌지시 제시한 민주사회주의, 민주집중제, 민중민주주의 개헌, 전시작전권 환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청사진을 현실화시키는 쪽으로 더 강경하게 나설 것입니다.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할수록 그리 되겠지요.

 

 이번 정권은 이성적으로 정신을 차리려 노력할수록 스릴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마법의 정권입니다. 다함께 익스트림 다운힐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 어떤 속도로 내려가게 될 지요?

 

 

 2008년은 이명박 취임과 광우병시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해처럼 기억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사실 그 해 가장 큰 국내정치 이슈는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통제와 국제투기세력과의 전투 및 흑역사 그 자체인 KIKO사태, 그리고 전 국민을 어이없게 만들고 정권의 기반을 뒤흔든 한반도 대운하 및 4대강이었습니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 지금 한반도 대운하 안건을 본다면 다들 정신 나간 발상이라 할 겁니다. 물론 그건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우병시위로 알려진 2008년 촛불시위는 실제론 학교자율화 문제로 인한 학생들의 소규모 시위로 시작하였고, 광우병 건으로 확대되긴 했으나, 현재의 통상적 인식보다는 제법 많은 안건이 겹친 시위였습니다. 문제가 단순히 쇠고기에 머물렀다면 그렇게까지 시위 규모가 크고 장기화되긴 어려웠을 걸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는 당시 촛불시위의 최고 주요 안건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 당시 촛불시위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반도 대운하 포기를 선언하는 이명박대통령의 6.19 대국민담화와 함께 거의 끝났고, 적잖은 경우 괴담과 선동으로 인한 시위로 폄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실질적 성과가 꽤 있던 시위였다고 판단합니다. 광우병괴담은 근거가 부족했고 정치적 선동인 면도 많았으나 당시 쇠고기 협상내용엔 어느 정도 문제는 있었고, 한반도 대운하는 정말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후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뀌면서 또 많은 절차적, 실질적 문제를 일으켰고 박근혜정부 때 실시한 2013년 감사에서도 4대강은 대운하 사업이었음이 지적되었지만, 어쨌든 대운하 자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감사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79&aid=0002489708

 

 나는 한반도 대운하가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데 다른 무엇보다도 큰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뻔뻔하게 해대고, 안한다 하면서도 4대강을 심한 절차적 문제를 일으켜가며 강행하는 데 완전히 질려버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거든요. 나도 그랬고요. 애초에 대운하 이야기 때문에 강 주변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거기에 투기했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고 테마주들은 수십 배씩 폭등했었으니 민심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대운하 건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게 남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리프트와 조령터널 및 다른 안건들이었는데... 나 역시 저 정신 나간 정부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발상이었습니다.


 

 화물선을 리프트로 올려서, 산을 뚫은 선박용 터널을 지나게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해운에 대한 기초지식만 있어도 다들 어이없어했습니다. 공사비는 둘째 치고, 리프트와 터널을 통하는 것보다 그냥 바다를 돌아가는 게 더 빠른데다, 리프트와 터널 이용료도 꽤 부담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후 4대강까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이명박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은퇴 후 소탈한 모습을 보이던 노무현의 인기가 반대급부로 좋아졌습니다. 또한 노무현은 민주주의 2.0 같은 정치토론사이트까지 만들고, 노사모가 촛불시위에 자금을 제공했던 정황 등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당시 이명박은 노무현의 인기와 행보에 위협과 배신감을 느꼈던 걸로 알려졌고, 결과적으로 표적수사를 한 끝에 노무현은 자살하게 되지요.

 

 이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끝없는 증오와 적대의 정치가 펼쳐집니다. 정권 내내 MB심판의 목소리가 뜨거웠고, 친이는 이명박정부 인사 다수가 잡혀 들어가고 박근혜가 패권을 쥐면서 몰락합니다만, 이후 친박 VS 친노 구도가 되었고 모두들 알다시피 친박은 삼권분립위반과 국민주권위반, 임기 중 긍정적 평가 및 성과 0으로 완전히 침몰하였고 이젠 친문이 된 친노만이 남아 또 포퓰리즘 독재를 펼치는 중입니다.

 

 2007년에 국민들이 이명박에 원한 건 이런 미래가 아니었습니다. 대운하를 주장하던 이명박정부는 10년 후엔 4가구 중 1가구는 요트를 가지고 놀 거라 이야기했습니다만, 실제로 건설된 유일한 뱃길인 경인아라뱃길엔 자전거와 캠핑만이 존재감이 있을 뿐이고 마리나를 이용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소수입니다. 시민들이 기대하던 이성적이고 유능한 정부는 없었고, 몽상을 밀어붙이던 투기세력이 있었지요.

 

 현재 문재인정부의 각종 몽상도 한반도 대운하 레벨까진 아닙니다만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운하급 망상과 최순실 게이트에 항체가 생긴 시민들이다보니 문재인의 독단정도는 귀여운 건지,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의 어이없는 만행에 내성이 너무 강해진 게 아닐까요. 이토록 둔감한 정치 감수성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박근혜 시대도 절반정도가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 보궐선거 이후 새민련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시대의 큰 의의를 하나 짚어보자면, 민주정 공고화의 증명을 들고 싶습니다. 이건 쉽게 말하면 이명박, 박근혜가 집권해도 별 문제 없더라.’ 라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처음 이명박이 집권했을 때 큰일 날 것처럼 소리 높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땐 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관심을 기울였지요. 18대 총선 이재오의 낙선과 광우병 촛불시위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흔들렸고, 곧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대운하-4대강이 이슈화되고 이듬해 노무현이 자살하고 연달아 김대중까지 타계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 꽤 흔들렸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명박 정부의 위기대응은 나쁘지 않았고, 여러 비리가 터지긴 했습니다만 결국 이재오의 복귀를 반환점으로 정국은 안정화됩니다. 이후 이명박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여당에 계속 남았고, 박근혜로 배턴을 넘기는 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 반칙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정도는 과거에 비하면 미미하였습니다.

 

 그리고 박근혜대통령은 집권 후 쭉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여러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나 이명박 때처럼 흔들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저는 다수의 시민들이 현 체제에 좀 더 정치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보통 사람들은 정치에 큰 관심도 없고 현 체제가 아주 살기 나쁘지 않은 이상 안정화되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안정화된 체제 위에서 각종 사회문제들을 개선해주길 원하지요.

 

 더 나아가 저는 시민들이 민주정의 공고화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비리나 박근혜의 집권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역설적 안도감을 주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무섭던 국정원이 이젠 반칙이라고 하는 게 기껏 댓글 다는 거고, 독재자의 딸은 독재를 못 하고 있으니까요.

 

 이에 결과적으로 새민련 및 그 지지자들은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그다지 없고, 여러 문제는 있지만 나라는 그래도 잘만 돌아갑니다. 오히려 노무현 때보다 안정적으로요.

 

 각자 인식이나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민련 세력의 미래는 이제 지극히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친노, 486등이 그렇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새누리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민주정에 위기가 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민주주의의 위기’, ‘정권 심판’ 같은 소리 말고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비전이나 현실개선방안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원천적으로 그런 게 없습니다.

 

 현재 새민련이 위기를 겪는 근원적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철학/이념/비전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친노세력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이후, 그것을 되짚어보고 그 이후의 추진방향 및 그에 어울리는 철학을 높은 수준으로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이명박 나빠요만 외쳤고, 박근혜는 안 된다만 외쳤지요. 그러다보니 그들은 매번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말을 바꾸는데, 이건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있지만 이들이 정권을 못 잡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꾸 말을 바꾸는 정치인은 대중에 어떤 이미지를 각인시키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현실 정치인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 이미지와 몇 가지 공약, 의제에 근거하여 투표를 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중도적이며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약한데, 사실 선거는 이런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결과가 나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일관적인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새민련은 이걸 못하기 때문에 선거만 하면 지는 거고요.

 

 물론 뜻이 없으니 새민련은 정당 시스템이고 인물이고 다 엉망이긴 합니다. 이건 말할 가치도 없으니 넘어가지요. 여러 번 정당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왔기도 하고요. 착한 척 하는 돝들의 소굴일 따름이니까요.

 

 민주화는 공고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던 이명박과 박근혜의 집권은 그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이젠 민주화 다음을,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이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다면 새민련 세력의 몰락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87체제 이후의 다섯 대통령 중 가장 존재감이 없는 대통령으로 이명박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반쯤 잊혀진 인물이 되었고, 어느 정도는 본인이 그것을 원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본래 약점도 많고 지지자들도 열성적이지 않던 이명박이 어떻게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을까요? 이명박의 위상은 3김보다는 분명 아래이고, 강경한 지지세력이 있는 노무현같지도 않고, 박정희의 딸이자 한나라당을 몇 번에 걸쳐 구원해냈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와 비교하여도 모자란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는 87체제에서 가장 압도적인 격차로 당선되었고, 87체제 이후 집권 시기 같은 당적을 유지한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선거에서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 정치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요인은 그 무엇보다도 입니다. 그리고 그의 앞에 큰 행운을 내린 인물은 노무현과 박근혜, 두 대통령입니다. 특히 노무현이 없었다면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과거를 되짚어보겠습니다. 노무현 당선 시점에서, 당시의 한나라당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2002년 이회창의 패배는 2012년 문재인의 패배에 비해 당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회창이 줄곧 유리한 고지 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무현은 당선되자마자 민주당부터 갈아엎으려 들었고, 이 과정에서 김대중의 동교동계 등과 첨예한 다툼이 발생합니다. 그 수위는 당이 유지될 만한 정도가 아니었고, 노무현은 취임 이후 대북송금특검 드라이브를 걸고 정몽준 및 현대그룹을 다방면으로 공격하는 등 민주당계 분열의 불씨를 폭발시킵니다.

 

 만일 이런 과정이 없었고 그가 포용의 덕을 보였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은 없었을 것이고, 민주당계는 계속 집권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지에 비해 사실 사람됨이 매우 좁은 노무현은 복수의 달콤함에 젖어 취임한 해 바로 민주당을 깨부수고 온갖 깽판을 칩니다. 그에게 죽거나 다친 인물이 꽤 있는데,  노빠 깨시민들에 의해 반쯤 은폐된 이 역사는 꽤나 잔혹한 면이 있습니다. 그의 통치 스타일은 이미지와는 달리 독재와 폭정에 가까운 면이 많았습니다.

 

 현 대통령 박근혜가 선거의 여왕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탄핵정국입니다. 사실 박근혜는 그 이전 한나라당색이 크게 강한 인물도 아니었고, 이름값은 있었지만 그리 높은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도 아니었습니다. 실제 김대중이 박근혜를 후계자로 키우려고 했었다는 증언도 여럿 있으며, 노무현도 당선 직후에는 박근혜를 장관으로 쓰려는 검토를 해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 2002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는 따로 정당을 세웠다가 실패를 맛보고 한나라당으로 들어갔으며, 이후에도 한동안 주류에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위기에서 영웅이 나올 수 있는 법이지요.

 

 2004년 탄핵정국은 한나라당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안겼습니다. 당시 탄핵에 참가했던 의원 중 태반이 재기불능이 될 정도로 강한 역풍을 받은 상태에서 총선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근혜가 당대표로 나서 기적적인 선방을 해냅니다. 비교적 보수적이고 여성을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인정하게 된 건 이 때부터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이후 민주당계가 위기일 때 누가 나서는지, 나서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저 때 나서서 사과하고 다녔던 박근혜가 그래도 영웅적이었었다는 게 떠오르고 새삼스레 비교가 되곤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새민련은 어떤가요? 위기 시에 숨어 있는 겁쟁이들이 영웅이 되고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후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당권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당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가운데 차기 대통령을 향한 걸음도 시작합니다. 야권 지지자들은 쉬이 박근혜를 폄하하고 업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만, 그러한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은 DJ이후 한국 정치계 전체를 통틀어 박근혜가 유일합니다. 물론 야권 지지자들의 오만함은 박근혜의 리더십이 박정희의 후광과 한나라당의 전근대성에서 나온다고 우깁니다만, 그건 한나라당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오만한 말이고 진짜 전직 대통령의 후광만 이용하려 하는 인물은 지금 새민련에 따로 있지요.

 

 대통령을 목표로 한 박근혜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일시적으로 박정희를 그 대립항에 놓습니다. 이 워딩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는데,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무능했고 실패를 거듭했기에 이를 박정희의 딸이 나서 박정희의 업적과 대비시키는 건 강력한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에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박정희의 업적을 기리긴 합니다만, 박정희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사실 시민들은 반기지 않을 거거든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박정희처럼 잘 하지만, 박정희처럼 독재는 안 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간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의 워딩은 엉뚱한 인물을 띄웠습니다. 서울시장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의 리더십을 보여준 이명박이 차기 대통령감으로 부상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명박의 지지도는 박근혜를 넘어설 정도가 되었고, 박근혜는 자신을 유일한 대안으로 인지시키는 데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더 지지했지만, 대중적인 표의 확장성은 이명박이 높았던 것입니다.


 사실 박근혜가 머리가 나쁘고 속이 좁은 거야 세상이 다 알지요. 이명박도 탐욕스럽고 막무가내긴 하지만 그나마 머리는 덜 나빠 보이니 여론은 이명박에게 쏠리게 되어있었습니다. 이명박은 청계천까지 성공시키면서 포스트 박정희로 이름을 드높이며 서울시장 퇴임 후엔 지지율 1위를 달리게 됩니다. 노무현 정권이 워낙 아무것도 못하고 깽판만 쳐놔서 이명박 같은 시원시원한 스타일이 더 인기 있어지기도 했었지요.

 

 그래도 2006년만 해도 이 둘 중에 차기 대통령이 정해질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고건이 당시만 해도 지지를 많이 받고 있었고, 이명박과 양자대결을 하더라도 승산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세 인물이 3강으로 꼽히던 상황이었지요.

 

 고건은 이명박이나 박근혜에 비해 개성적인 무언가는 부족했지만, 반대로 욕먹는 것도 덜한 유형이었습니다. 노무현이 탄핵 소추로 집무를 못 볼 때 대리로 국정운영을 잘 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도 했고요. 게다가 좌우중도적인 인물이라 표의 확장성도 넓었습니다.

 

 그런데 고건은 정말 어이없게도 같은 당인 노무현 대통령의 저격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해 버립니다. 그리고 고건을 지지하던 사람들 중 2/3 정도는 이명박을 지지하게 됩니다.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이었냐하면, 2012년에 이명박이 박근혜에게 몽니를 부려서 박근혜가 대선 나가는 걸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좀 비슷합니다. 어린 깨시민들은 이 무렵 노무현이 얼마나 맛이 간 언행을 많이 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노무현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나 지금이나 악명 높은 노빠들의 악플이 고건에게 집중되었었기도 하지요.

 

 이후 시간이 지나 열린우리당도 파탄나고 대통합민주신당인가가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출신이던 손학규가 합류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노무현은 몽니를 부려 손학규를 끌어내립니다. 물론 노무현이 공격하면 노빠도 공격하는 건 당연한 순서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무현은 결국 대선후보가 된 정동영도 공격합니다. 이 때 어처구니의 완전 소멸을 겪고 영원히 민주당계 지지를 접은 사람도 좀 됩니다. 이에 노빠들은 결국 정동영 지지 안 하고 문국현이나 이명박을 찍고 그랬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노무현이 아무리 정치를 못했어도 당시 대통령은 노무현이었고 여당도 열린우리당이었습니다. 대선과 총선을 모두 이긴 정당이 그렇게 무력하게 정권을 내주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후보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이명박을 정말 좋아했던 것도 아닙니다.

 

 노무현의 본심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의 진상을 아시는 분은 원래 알 테고, 눈치가 빠르신 분들도 금방 깨달았을 겁니다. . 노무현은 이명박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혹자는 노무현이 친노그룹인 이해찬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해서 그랬다는 추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랬다면 노무현은 아예 완전히 맛이 갔던 겁니다. 이해찬이 무슨 깜으로 대통령이 되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다른 정황도 있습니다. 노무현의 친형인 노건평과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득 간의 커넥션이 있었던 것입니다.

 

 2007년 대선 직전 노건평과 이상득이 수차례 만난 건 모 언론에 의해 이미 보도가 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거래되었던 것이 노무현 가문의 비자금과 이명박의 BBK라는 의혹도 함께 합니다. BBK에 대한 이명박 측의 요구는 ‘BBK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정도였다고 하지만, 당시 이미 이명박 측은 노무현 가문의 비자금에 대해 정황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언론에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으나, 이게 아니라면 당시 노무현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한편 노무현에게는 또 다른 동기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김대중 정권에 한 게 있다 보니 보복을 당할 여지가 많았고 퇴임 후 원로로 존중과 애정을 얻고 싶었던 것이라 추정합니다. 실제 그는 퇴임 후 봉하에 내려가 민주주의 2.0이라는 정치토론 홈페이지를 열고 인기를 끌게 되지요.

 

 결국 이명박은 노무현과 박근혜, 두 대통령에 의해 비교적 손쉽게 로열로드를 걸은 것입니다. 그의 자질이나 여러 가지가 대통령에 그리 어울리지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사실 그는 연예인의 자질이 더 뛰어났어요. 먹방이라거나...

 

 다만 노무현의 계산은 이명박 집권 이후 뜻밖의 촛불시위 사태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애초에 커넥션이 있던 인물들이 잘려 나가고, 이명박 정권은 촛불시위대의 자금흐름을 추적한 끝에 노사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노무현 본인은 그 와중에 눈치 없이 민주주의 2.0 같은 토론 홈페이지를 열어서 배신감에 분노를 느끼는 이명박을 더 자극하고, 결국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을 탈탈 털게 됩니다.

 

 노무현은 본인이 예전에 행했던 것과 유사한 표적수사를 받고는 정몽헌, 안상영, 남상국, 박태영, 이준원, 이수일, 강희도의 뒤를 따르게 되지요. 이들 모두가 노무현 정권의 수사로 자살한 경제인/정치인/관료들입니다. 표적수사는 아니지만 노무현 정권의 강압적인 이중곡가제 폐지 정책으로 인해 시위 중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전용철과 이 정책으로 인해 분신자살한 진성규의 이름도 같이 이야기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노무현 때의 시위진압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만약 한나라-새누리당 10년 집권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일단 노무현부터 강도 높게 비판해야합니다. 대한민국의 진보적인 흐름을 다 흡수해서는, 제대로 해 놓은 건 없고 이명박한테 정권을 통째로 가져다 바친 인물이 노무현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노무현이 민주당 깨고 열린우리당까지 깨고 이사람 저사람 다 저격하고 광신도들만 남겨둔 탓에 민주당계는 아직도 엉망이고 솔직히 사망 일보 직전입니다.

 

 이런 과거를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깨시민들이 자꾸 역사왜곡과 조작을 일삼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DJ뽑았던 40, 50대가 왜 저번 대선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박근혜를 뽑았을까요? 조중동에 세뇌되어서? 뭘 잘 몰라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요. 하물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노무현과 굉장히 친했는데요. 막상 노무현때는 조중동에서 중앙 빼고 조동이라는 말도 썼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에서는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본래 광역버스의 입석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입니다만, 그 법은 법규를 준수하는 방식의 노조 투쟁 상황을 제외하면 모두가 눈을 감아주는 죽은 법이었습니다. 실제 출퇴근 시간에 3일 정도만 광역버스를 타 보면 그 법이 말도 안 되는, 평생 버스라고는 탈 일 없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사 이후에 무능하고 어리석은 정치권은 이 사문화된 법을 다시 꺼내들었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위에 말했듯 단 3일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광역버스를 타봤다면 나올 수 없는 조처입니다. 수도권 광역버스 문제는 배차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해당 버스를 타본 사람은 다 아는데, 안 타본 사람만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이지요. 탁상행정은 이렇게나 바보 같은 결과물을 냅니다.

 

 결국 사태는 또 하나의 웃픔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광역버스 입석 금지를 시행했지만, 상황은 단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될 리가 없거든요. 오죽하면 기사들이 승객에게 신문지를 줬다고 합니다. 깔고 바닥에 앉으라고요. 바닥에 앉으면 입석 태웠는지 밖에선 모르잖아요. 물론 공무원도 눈을 감아줬다고 합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은 현실을 다 압니다. 인간인 이상 어지간해선 눈감아줄 수밖에 없어요.

 

 광역버스 입석이 불가피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광역버스는 태생적으로 기점 부근에서 모든 승객이 자리를 다 채웁니다. 이 기점 승객들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자리가 다 차면 다음 차를 타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점에서 먼 쪽의 승객들은 자리는 기대도 안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입석으로 탑니다. 만일 입석이 제한된다면, 기점에서 먼 쪽의 승객들은 아예 버스를 탈 수가 없습니다. 증차를 꽤 해도 이 상황은 유지됩니다.

 

 입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 기점 근방에서 승객수를 제한하는 방식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안도 출퇴근 전쟁 상황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승객을 세고 숫자를 맞추는 데 시간 등이 소모되는데다, 혼란스러운 정류장에서 필사적으로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현실적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합니다. 물론 광역버스만 이런 난리는 아닙니다. 전철은 광역버스보다 더하지요. 일례로 동인천-용산 1호선 급행열차 같은 경우 출근시간에 타 보면 심히 극단적인 인구밀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지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서울과 근교 도시들은 각자 산업의 영역을 분담하였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제조업은 근교 도시에 남고, 디지털, 문화, 기타 첨단 산업 등은 서울에 집중되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은 서울시민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매일 15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출근하거나 통학하고, 최소 60만 명 이상이 출근을 위해 서울 밖으로 빠져 나갑니다. 이것은 엄청난 숫자입니다. 서울로 출근하거나 통학하는 인구가 스위스 전체 인구보다 많습니다. 물론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엄청난 숫자고요.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광역버스 증차와 연관, 터무니없는 방안을 발표하여 또 한 번 제 탄식과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바닥인지 오래입니다만, 바닥 밑에는 지하가 또 있는 법입니다. 다음 링크를 한 번씩 봐주십시오.

 

<박원순 "서울진입차량 감소 위해 요금부과까지 검토하라" (링크)>

 

<서울시, 광역버스 도심 진입 제한 추진경기·인천 반발 (링크)>

 

 

 원래 그런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위 기사를 보자마자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참 양심도 없다.’였습니다. 물론 박원순에게 양심을 기대하면 안 되지만, 확실히 이 사람은 이명박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이라는 느낌입니다.

 

 이명박 역시 서울시장 재임 당시 일방적인 교통체계 개편으로 수도권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었습니다. 당시 환승할인은 서울시내 교통에만 적용되었지만, 그로 인해 수도권 지하철 전체 기본요금이 상승하였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명박도 저 정도로 개념과 양심이 없는 발상을 발표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서울시민만의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서울은 어쩔 수 없이 국내의 다른 많은 지자체에 적잖은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런 거대도시는 고립되면 바로 붕괴되는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급자족이 그 무엇도 안 되니까요. 서울을 위해 다른 지자체가 기여 또는 희생하는 부분도 많고, 서울을 오고가는 노동인구는 서울에 도움도 주고 있으며 서울 상권 역시 그 덕을 적잖게 봅니다. 애초에 서울 근교 신도시들이 서울 인구가 무한정 늘어나는 걸 분산시키고, 서울로 출퇴근하라고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서울이라는 범주 자체가 행정구역상의 분류일 뿐입니다.

 

 일례로 서울특별시는 근래에도 쓰레기 배출 문제로 인접한 인천광역시와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인천광역시는 서울특별시가 떠넘기는 쓰레기를 더는 받고 싶지 않아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와중에 박원순은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이기적이고 양심도 철학도 개념도 없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 정도면 감탄이 나올 지경입니다. 게다가 이 사람은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입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물류나 건축 등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수도권을 오고가는데, 이런 각종 산업들의 특색이 그의 머릿속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심히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작년에 박원순은 서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차로 폭을 줄이겠다는 발상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바보 멍청이 같은 발상이지요. 차로가 좁아지면 교통사고가 반드시 늘어납니다. 차선 먹고 들이미는 버스나 대형트럭 옆에서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또는 대형차를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어지간해선 할 수 없는 발상입니다. 게다가 특정 지역에 진입했을 때 갑자기 차로 폭이 좁아지면 더더욱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되고요. 이에 대해서도 해당 기사 하나를 링크하겠습니다. (클릭) 


 서울은 도로를 더 짓고, 오래된 지역은 재개발을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원래 대도시란 이런 공사를 끊임없이 해야만 발전하고 현상유지 이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원순은 문제를 바른 방향에서 해결하려하지 않습니다. 토목은 나쁜 것이라는 식의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쓸데없이 서울 채무 줄인다고 온갖 생색은 다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차 안타고 걸어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서울 재정이 위험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바보들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차를 몰고 특정 구간을 지나가다 보면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체 어떤 멍청이가 이런 식으로 길을 만들었지?’ 아마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어떤 구간은 잘못된 도로 설계로 인해 필연적으로 정체가 일어나고, 사고가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약간만 돈을 더 들였다면 안전과 효율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구간이 적잖습니다. 돈을 들여야 문제가 해결되는 곳에도 아끼려고 하니 문제입니다. 이런 건 부실공사와 비슷한 겁니다.

 

 박원순 시장은 정말 어리석고 양심이 없는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이 현재 차기대선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니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나름 막가파였던 이명박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오세훈 때 사대문 쪽 통행세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습니다만, 역시나 실행하지 못했지요. 저는 과거 이명박 시장시절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어떤 사태가 빚어질지 우려했었는데, 그 때와 같은 방식으로 근래엔 박원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우려의 정도는 이명박보다 몇 배 더 심하고요.

 

 그리고 저런 박원순을 비호하는 자칭타칭 진보성향 커뮤니티 인간들을 보면 정말 명불허전이다 싶습니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니 일관성 있는 건 그나마 좋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에 광역단체장들끼리 만나 논의를 한다는데, 유정복과 남경필이 과연 이 막무가내인 인물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의문입니다.

 

 그나저나 가뜩이나 붐비는 환승거점들을 더 붐비게 할 생각을 했다니 정말 다른 의미로 대단하기도 합니다. 박원순은 출근시간에 과연 각종 환승거점에 가본 적이나 있는 걸까요? 그 곳들 사정을 안다면 저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서류만 책상에 1미터 가량 쌓아놓지 하는 건 참 한심할 따름이지요.



 근래 들어 저는 차기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까지만 해도 야당의 무능은 심각하게만 보였고[각주:1], 헤어 나오기 힘들어 보일 지경이었지만 세월호와 정부의 어리석은 부동산 임대차 과세방안[각주:2]이 큰 변수가 되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양호한 성적을 거뒀고, 새누리당내 갈등은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후계자가 없습니다.

 

 근래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정권이 바뀔 것이라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 통치능력이 가장 문제가 됩니다. 김대중 이후 한국 정치의 지형은 친 한나라-새누리냐, 이에 반대하느냐로 나뉩니다. 노무현은 상징성[각주:3]은 있었지만 내용이나 철학[각주:4]이 현저하게 부족했고, 이후 민주당계가 뚜렷한 철학과 대안을 제시하고, 지지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주도적으로 앞에 나선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도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거진 MB안티질에만 매달렸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보편적 무상급식 논란[각주:5] 정도입니다. 충분한 대안을 조리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안티질만 거듭한 끝에 야권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패배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계는 근본적인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치공학과 탐욕 외엔 그 무엇도 없는 정치 자영업자 길드화된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몇 괜찮은 정치인도 있다는 걸 강조해 둡니다.

 

 이대로 야권이 집권할 경우, 좋은 통치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일례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후보의 공약은 냉정하게 말해 아예 수준 이하라서, 거의 군소후보에나 어울리는 완성도였다고 평할 만 합니다. 그런 공약이 나올 정도로 새민련의 전체적인 지적 수준이 너무 떨어집니다.[각주:6] 더 나아가 새로운 야권 정부가 탄생한다면 그 선출직과 임명직들은 높은 확률로 기존 관료들에게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그 무엇보다도 야권 및 야권 지지자들의 평균적인 경제에 대한 이해는 절망적입니다. 애초에 경제학에 대한 이해[각주:7] 자체가 전반적으로 없고, 더 나아가 오해만 잔뜩 가진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국가의 재화를 다루고, 중대한 선택을 빈번하게 해야 할 사람들, 누구보다도 목소리를 높일 사람들이 이래서야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오랜 세월 동안 전개된 여러 이유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 근본을 민주당계의 반지성주의에서 찾습니다. 좋게 말하면 민주당계는 김대중 이후 감각적이고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그 감성을 보완해야 할 지성은 부족하였습니다.

 

 이런 구도가 된 걸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얼핏 보기에 정말 오랜 세월동안 민주당계가 한나라당계보다 더 지적으로 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청년층에게 새누리당이 나쁜 이미지가 된 건 단순히 민주당계가 더 감성적인 접근에서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김영삼 집권 이후 한나라당 계열은 사악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는 이미지까지 쌓았고, 적잖은 청년들 및 오래 된 민주당계 지지자들은 아예 그들이 인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저는 민주당계를 지지하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새누리당이 왜 계속 인기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각주:8], 한국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라는 식의 말을 남기곤 합니다.

 

 우선 이것을 이해하려면 한나라-새누리당이 적어도 노무현보다는 더 나은 통치를 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개인의 매력과 문화적 융성 및 각종 분위기를 제외한다면, 시대상을 감안할 때 거의 모든 면에서 이명박 및 박근혜정부가 노무현 정부보다 나았습니다[각주:9]. 경제 정책은 물론이고 각종 시위 등에서의 인권 문제나 정부의 폭압성[각주:10], 3권 분립 같은 문제들에서도 그렇습니다. 이 말이 무슨 소리냐고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터넷 세상은 노빠들이 장악한지 오래라서 편향된 정보를 습득하신 분들이 워낙 많은 게 문제입니다. 이미 본 블로그에서 이에 대한 몇 가지는 이야기한 적이 있고요. 새민련이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기초적인 것도 어렵기에[각주:11] 앞으로 문제가 커질 확률이 높습니다. 한편으로 새누리당 계열은 너무 이미지 관리와 언론 플레이를 못 해서, 본인들이 잘 한 것도 제대로 홍보를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내용을 보면 인재 영입에서 양당은 격차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어쨌든 비교적 인재가 많이 모이는 구조 위에 서있습니다. 세대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운동권이 대접받는 분위기가 이어진지 오래고, 여러 사건들을 계기로 지적인 인재들이 모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 문제가 시작되고 심화되는 주된 지점이 세 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첫 번째는 김대중의 국민회의 창당, 두 번째는 유시민의 개혁당 창당에서부터 열린우리당 입당까지, 세 번째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창당을 꼽고 싶습니다.

 

 이 사건들은 민주당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영향력은 소규모 보수정당들이 신한국-한나라-새누리당에 별로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특히 유시민이 끼친 영향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컸는데, 그가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던 데다 세력도 작았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끼친 데는 인사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가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철저히 이용하고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일차적으로는 정치인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정당이 좀 제대로 돌아가려면 계속 정치인 지망자들이 들어가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계는 저 세 사건을 계기로 이런 신규유입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민련에 입당하여 자신의 큰 정치적 뜻을 펼치려는 청년은 너무 소수입니다. 앞으로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더 젊은 정당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대신 민주당에겐 강력한 문화 권력이 있습니다. 감성적인 면에서 민주당은 큰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새누리당계의 경우 앞에 나서는 사람들이 말을 잘 못하고 타인들과 공감대 형성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다 실제 문화적 낙후성도 있다 보니 이 문제는 더욱 더 커졌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워낙 이 방면에서는 무능하다보니 당장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중입니다.

 

 민주당의 감성적 우위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통치는 이런 감성만으로는 안 됩니다. 오래 전부터 민주당계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지적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한나라당계의 단점을 잘 알리면 자신들이 승리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민주당계에 호의를 가지게 된 65% 정도의 청년층에만 통했습니다. 심지어 이 안티질에 온갖 사실 왜곡을 동원했음에도 말입니다.

 

 민주당계의 정책과 사상 중 많은 부분은 실제 민주당 밖에 있는 진보좌파계열 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 나오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마이너한 입장의 주장을 주로 이야기하다 보니, 실제 검증이 잘 되지 못하거나 수준이 낮은 주장을 할 때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대안을 이야기하는 건 좋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계는 한국 제2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걸 충분히 검토하고 정책, 행정으로 만들어낼 만한 능력 및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들은 권력을 위해 한나라-새누리계 안티질에 집중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당 바깥의 진보좌파들을 다분히 착취해 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새민련의 경우 정강만 봐도 심각하게 수준 이하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트, ‘말할 가치도 없는 정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 살피기 (링크)’  를 참조해 주십시오. 저는 이런 정당이 집권을 할 경우 좋은 정치를 하기 어려울 거라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민련계 지지자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숙고하고 더 나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전 그들에게서 충분히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노력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닙니다만, 너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새민련은 특정 이념이 없습니다. 모든 그럴싸한 걸 다 끌어안으려고 하지만, 사실 모든 메인스트림에 반대합니다. 각각의 사상과 학문에 대한 이해도 평균적으로 너무 낮습니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권력 그 자체에 집중되어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국민을 위하기에 자신들은 선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 및 사고방식은 과거의 사례들로 볼 때 지극히 위험합니다. 여기에 더해 그들이 종종 보이는 과격함과 폭력성, 그리고 민족주의를 더하면 참 도출하고 싶지 않은 미래상이 전망되기도 합니다. 외부 변수에 의해 조건은 얼마든지 악화될 수 있고, 나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역시나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좀 진중하게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누가 집권하건 성공적인 통치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나 향후 빚어질 수 있는 정권교체 이후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면 비극적일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노무현때의 각종 사건들만 생각해봐도 다분히 비극적이었는데, 시민들이 이런 얼마 전의 일을 참조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노무현 때의 각종 비극적 사건들은 친노세력의 탐욕과 깨시민들의 광신 뒤에 묻혀있습니다.

 

 제 생각엔 우선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새민련이 못한다면 시민 사회에서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동시에 진보세력은 집권할 수 있는 실력을 치열하게 갖춰나가야 합니다. 지금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로 집권하고 싶다면, 그리고 집권 후 성공하고 계속 정권을 이어나가고 싶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새민련은 지나치게 시민단체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권과 시민은 상호 교류하면서 변할 수 있는데, 정보가 오고 가는 SNS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지나치게 정치적 편향성이 높습니다. 대다수의 커뮤니티들에 광신적인 친노세력이 강성하여 각종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지극히 공격적입니다. 도저히 보다 더 이성적인 의견이 오고갈 만한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습니다. 정치적 공격성 자체가 인터넷 전반에 너무 높다 보니, 의견 자체를 표출하길 꺼려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게 현실입니다.

 

 또 한편으로 독서량이나 서적 판매량, 각종 책이 출판되는 빈도 등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신문사 등 언론 또한 쇠퇴일로에 있습니다. 더 나은 정치를 위한 시민사회 개선에 희망을 가지기엔 전체적인 환경이 나쁘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안언론 등은 늘어났습니다만, 대안언론들의 편향성과 반지성주의는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반지성주의를 지양하고 집권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자제하고, 자신의 편이 아닌 - 그러나 적으로 돌리지 않을 수 있는 - 많은 이들에게 지혜를 얻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집권기에 이렇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성공적으로 대통령이 되고, 현재까지도 비교적 성공적인 통치를 하고 있는 것[각주:12]입니다.

 

 물론 저는 한국의 자칭 진보주의자들 및 민주당계에 거의 별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신뢰하기 어려우며, 너무 어리석고 오만하기에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뭘 해야 하는지 시민들 중 일부라도 이야기해줄 필요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이는 사실 상수고 해결된 건 전혀 아닙니다. [본문으로]
  2. 이 과세방안 자체에 민감한 사람은 비교적 소수였습니다만, 이로 인해 경기의 회복속도가 느려졌고 이후 세월호 문제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혼동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상징이라는 건 그 본질과 상관없는 것입니다. 비둘기와 평화가 본래 아무 상관없듯 말이지요. [본문으로]
  4. 노무현 본인이 이런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의 정치철학 등에 대한 이해가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면에서 그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나빴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지만, 그의 경우 어설프게 지적이라서 더 문제가 커지는 사례였던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5. 야권은 근 몇 년간 이 논란이 커졌을 때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만 선전하였습니다. [본문으로]
  6. 오죽하면 경제학 석사 추미애가 기업유보금에 대한 과세법안을 발의하려 할 정도입니다. 그녀는 법학 전공에 법조인 출신이지만 정치인이 된 후 2004년에 경제학 석사학위를 땄고, 근래엔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다소 걱정스러운 면도 여러 모로 있습니다. [본문으로]
  7. 마르크스 경제학은 경제학이 아니기에 논외입니다. 이것이 경제학이 아닌 이유는, 본래 경제학은 철학 아래 속해있던 학문이다가 발전하면서 분리된 후 성장한 것인데, 마르크스 경제학은 예나 지금이나 철학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8. 이걸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오만하게 국민들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려는 태도를 가진 깨시민들이 참 많습니다. 사람이 원래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타인을 이해한 후 평가하는 것과 아예 이해 자체를 못하는 것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9.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그걸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10. 전 민주당계 지지자들이 노무현 정권의 폭압성에 대해 너무 느슨한 인식을 가진 걸 종종 발견합니다. [본문으로]
  11. 너무 많은 깨시민들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같은 이야기를 되뇌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겨우 10년 전 역사도 잘 모릅니다. [본문으로]
  12. 박근혜는 못한다고 미리 답을 정해놓고 보는 사람에게는 그녀가 잘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테지만요. [본문으로]

87년 체제 각 정부 평가

정치 2014. 1. 22. 17:48 Posted by 해양장미

87년 체제 각 정부 평가



 본문에서는 2014년 1월 현재, 87년 체제 이후 각각의 대통령과 그들의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견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87년 체제의 역사는 결코 오래 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와 포장에 의해 왜곡이 발생해있다. 여기에 더해 각자 가진 사고방식 및 철학에 의한 평가의 차이도 크다.


 내가 생각하는 관점은 다음과 같다. 정치는 결과로 말해야 하며,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과 현실적 이익을 줘야 한다. 아집과 불통으로 국민들의 삶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잘 한 정부부터 서술해볼까 한다.




1위) 노태우 정부


: 노태우 정부는 많은 이들이 군사정권의 연장선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노태우 정부가 87체제 최고의 정부였다고 본다. 또한 그는 실질적인 한국 민주정치사의 초대 대통령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피상적인 인식보다 노태우 정부는 훨씬 눈부신 업적을 쌓았다. NLL논란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고,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었으며 (당시 주한미군은 핵을 가지고 있었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가운데 온갖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를 맺었다. 공산권이었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수교도 이 때 이루어진 것이다. 대북정책은 북조선을 고립시키는 동시에 관계개선에도 성공하였다. 평시 작전 통제권의 환수도 추진하여 김영삼 때 완료되었다.


 민주주의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일차적인 책무는 외교와 국방에 있다. 원칙적으로 볼 때,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사회를 개선시켜나가는 것은 의회의 몫이 더 크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노태우는 좋은 대통령이었다. 엄청나게 정세가 급변하던 시대에 그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 또한 이 시기에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수준 또한 크게 발전하였다. 노태우의 시대에 한국은 최초로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발돋움한다. 장준하의 명예회복과 지방자치제의 부활도 그 때 이루어졌다. 여성 권익도 신장되었다.


 여러 시대적 불행 위에 있었지만, 노태우는 인품이 훌륭한 편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유순하고 어른스러워 화도 잘 내지 않고, 친구들의 싸움도 중재했다고 한다. 이런 성격은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유지되었던 것 같은데, 그의 그런 성품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87년의 민주화를 결단한 것 또한 그의 공이 크다.

 

 이른 80년대 초에도 그는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이긴 했지만, 김종필 등 구 군부 세력 등에게 예의를 갖춤으로 추가적인 갈등을 무마하였다. 또한 안하무인인 전두환의 하대와 핍박에도 불구, 인내와 웃음으로 위기를 이기고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장관시절엔 상사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못 하는 관례를 없애도록 한 개혁적 인물이기도 했다.


 비록 불법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불명예스레 무기징역까지 선고받고 지금은 병상에 누워있지만, 사실 금융실명상태가 아니었던 그 시대에 불법정치자금은 당연시되었던 관례였고, 실제 후임인 김영삼에 의해 정치적으로 제거된 면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법정치자금에서는 김대중도 노무현도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또한 노태우는 전두환과는 달리 추징금을 꾸준히 납부해오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완납상태다.

 

 개인적으로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역사적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는 인물이라 본다. 보안사 사찰 사건 등은 분명한 과오이지만, 그로부터 한참 지난 시대에도 그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 시대를 감안하면 꼭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한편으로 인천공항과 1기 신도시 또한 그의 계획이다.


 여담인데 두 명의 노씨 대통령 중 실제 많은 업적을 세운 노태우는 인기가 가장 낮고, 온갖 과오를 저지른 끝에 자살한 노무현은 최고의 인기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노태우가 아니었다면 민주화에 얼마나 더 많은 피가 필요했을지 모르고, 어쩌면 신군부와 기존 군부의 투쟁으로 나라꼴이 엉망이 되었을 수도 있었으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히기 전에 붕괴할 수도 있었고, 기존 공산권 국가 및 북조선과의 관계도 훨씬 나쁘게 자리 잡을 수도 있었다. 이룬 업적과 행동으로 보면 노태우야 말로 민주화 이후 가장 현실 속에서 진보적이고 상식적인 대통령이었다.




2위) 김대중 정부


: 굉장히 좋지 못한 상황에서 출발하였지만, 나는 김대중 정부가 노태우 정부에 비하면 여러 번 오판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대중은 분명 대정치인이고 국민에 대한 애정을 가졌으며 여러 방향으로 최선은 아닐지언정 차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쉬운 말로 김대중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진정성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전통적 제도주의에 양다리를 걸쳤다고 평하고 싶다. 내가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제도주의의 면, 즉 IT인프라를 깔고 벤쳐를 육성하며 나름대로 유동성을 강하게 공급한 면 등을 들고프다. 그는 IMF에 대해 충분히 패기 있는 선택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호박씨 정도는 깠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신자유주의적인 사상과는 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망조와 오판 속에서 그나마 국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일조하였다. 스스로 강경한 신자유주의의 길을 걸었던 김영삼이나 노무현과는 달랐다.


 김대중의 시대 때, 소기업들은 마지막 꿈을 꿔볼 수 있었다. 현재 큰 기업이 된 신생 기업들이 그 때 탄생하였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와는 분명히 대조되는 점이다. 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세트로 묶는 게 그릇된 인식이라 본다. 둘은 공통점이 별로 없다.


 그의 한계는 그의 사고방식에 있다. 그는 노벨 평화상을 받기에 적합한 인물일 것이다. 여성 권리도 크게 신장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그는 다소 통찰력과 과감성이 떨어졌다. 그는 IMF의 요구를 묵살하고,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 같은 카드라도 활용하여 좀 더 배짱 있게 재협상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IMF의 강경한 요구들을 수용하면서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으로 나라를 이끌고 만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노력은 충분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내가 보기엔 신자유주의에 대한 오판이 많이 섞인 탓이 크다. 또한 햇볕정책도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충분한 인물도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잘 못 받아들인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한편으로 그의 정권을 미화하는 부류들도 많지만, 그 또한 왜곡이 많다. 일례로 그의 정권 때 국정원 불법도청 사태가 터진다거나, 아들인 김홍업이 ‘최규선 게이트’라는 사건에 걸려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는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이들의 말을 귀담아들어서는 안 된다.





3위) 이명박 정부


: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손해를 안겨준 면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나 김영삼 정부보다는 낫다. 나름대로의 현명한 선택으로 국난을 넘기기도 했고, 어려운 시대에 최선은 아닐지언정 차선을 다한 면도 있다. 비록 좀 어설픈 면이 있었지만, 잘 해보려고 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욕먹는 측면도 분명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 중 가장 큰 것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비록 이명박은 뉴라이트에게 지지를 받아 신자유주의를 말로 앞세우기는 했지만, 그는 사실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고 본다. 또한 극우파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명박은 나름대로 꽤 평화주의적이고 겁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그의 그런 성정은 대북관계에 좋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집권 내내 이명박은 자신의 사고방식과 주변 인물들의 사고방식 사이에서 갈등을 빚었던 것 같고, 인사문제에 시달렸다고 본다. 그는 평균적인 정치인보다 꽤 험한 인생을 살아왔고, 현장에서 단련된 감각이 있었다. 그런데 말을 잘 못하고 덕이 부족한 데가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과도한 충성경쟁과 미숙함도 더더욱 문제를 야기했다고 본다.


 사실 그나마 그의 현실 감각 덕에 리먼 위기는 최소화되었다. 그는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중소기업을 지원했고, 그 나름대로 진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위해 노력했다. 비록 다 잘 된 건 아니고, 일부 오판으로 영생토록 욕먹을 짓도 하긴 했지만 그나마 이명박이 좋은 결단을 내린 탓에 한국은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잘 넘길 수 있었다. 깨시민들은 노무현 정권이 돈을 많이 쌓아놔서 잘 넘겼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명박이 좋은 선택을 해서 잘 넘긴 거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같은 뻘짓에 더해, 친형인 이상득계를 전혀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면서 (여기엔 이재오의 낙선이 큰 영향을 줬다. 괜히 중간에 이재오가 돌아온 후 잡음이 줄어든 게 아니다. 이상득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이재오였기 때문이다.) 측근비리가 심해졌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정국이 꼬인 상태로 5년을 보내는 비극을 겪었다. 그래도 한국은 이명박 집권 시기에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며, 비교적 금융위기를 잘 넘겼다는 면에서 차선이나마 다한 정부라 평할 수 있겠다.


 


4위) 노무현 정부


: 깨시민들에 의해 태평성대였던 것처럼 포장되는 면이 있지만, 노무현 정부는 최악의 정부였다. 그나마 내가 김영삼 정부보다 나은 평을 하고 있는 건 IMF는 안 불러와서다. 그거 빼면 노무현 정부가 87체제 최악의 정부다.


 노무현 정부는 총체적인 좌충우돌을 저질렀다. 기존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고,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의 정적들도 너무 처절하게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여당을 파괴하고 삼권분립을 침해하여 탄핵소추를 의도한다거나, 심지어 그렇게 새로 만든 여당도 임기 중 파당으로 치닫게 하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그를 지지했던 세력을 배신하고 소위 ‘좌측 깜빡이를 키고 우회전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주었다. 87체제 아래 아마도 유일하게 군부대까지 투입한 과격한 시위진압이 있었고, 폭력진압으로 사망자까지 나왔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시민 노빠들은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덮고, 그를 국민을 위했던 성군으로 역사왜곡을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과정부터 뒷돈 부정을 저질렀던 정부로,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큰 정부이기도 하다.


 그의 집권 시기 동안 서민들의 삶은 크게 붕괴하였고, 국제적인 활황과 부동산 폭등에 맞물려 GDP는 크게 올랐지만 경기가 가라앉고 잠재성장률이 크게 저하되었으며 기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또한 그는 의도적으로 정적이 속해있던 현대그룹을 제거하고 노골적으로 삼성의 편을 들었으며, 온갖 민영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친재벌,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으며, 통찰력과 소통이 부족했고 오만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의 일화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성품이 바르거나 개념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어릴 때 잘 사는 친구의 가방을 몰래 칼로 찢어발긴다거나, 20대엔 지나가는 아낙네에게 성희롱을 한다거나, 노출을 한다거나 하는 문제행동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의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성품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나 공격적으로 행동해서 온갖 적들을 만들 걸 보면. 적어도 정치인은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


 결국 그는 마지막까지 고건의 발목을 잡으면서 자신의 편을 거의 모두 잃고 만다. 결과적으로 그는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후 친노-깨시민-노빠 세력은 근본주의적 종교집단의 행태를 보이며 역사왜곡을 강행하고 있다. 영화 ‘변호인’이 너무 흥행하는 걸 보면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5위) 김영삼 정부


 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이어지는 세 대통령에 대한 별명은 각기 ‘돌, 물, 깡’ 이라고 한다. 셋 다 그들의 언행과 품성을 잘 나타내는 단어다. 깡03은 집안의 재력과 패기와 깡으로 민주화를 이룩하고 그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는 머리가 나쁘기로 소문나 있기도 하다.


 3당 합당 이후 땡깡으로 민자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평생의 라이벌인 김대중을 꺾은 그는 이후 노태우에게 처절한 칼날을 휘두른다. 이런 뒤통수치기는 이후 한 때 그의 적자 격이었던 노무현이 그대로 반복하기도 하는데, 손을 잡을 때는 미리 상대의 성품을 봐야 하는 법이다.


 흔히들 김영삼의 업적 중 하나회 척결을 높이 평가하는데, 그 속사정은 나름 복잡하다고 알고 있다. 굳이 보자면 경북 기반의 하나회를 제거한 대신 경남 기반의 모 조직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식으로 들었다. 물론 그 조직의 문제 정도가 하나회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한국 군대도 문제 많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김영삼이 기존 군부를 제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좋은 군대를 만든 것도 결코 아니다.


 그는 박정희가 한 건 다 문제가 있다는 듯 행동했다. 그래서 매우 강력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걸었다. 개방, 개방, 개방... 그의 신자유주의 행보에 견줄 수 있는 정부는 노무현 정부뿐이다.


 그의 무리한 금융경제개방과 치적을 쌓으려는 태도는 결국 IMF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비극을 가져온다. 전후 45년간 한국인들이 피땀으로 일군 자본과 기득권의 정말 많은 부분이 그에 의해 무너졌다.


 IMF는 한국 경제에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기에 왔던 비극이 아니다. 그저 정부가 관리를 잘못하고, 섣부른 금융개방을 추진하면서 위기에 안일할 때 어느 정도의 비극이 찾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세계적인 사례일 뿐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IMF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던 한국 경제에 대한 필연적인 심판’ 정도로 포장하려 들고, 이런 경향은 역시나 신자유주의적인 친노 깨시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IMF가 오기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 경제는 성공신화 속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시절의 호황기를 한국은 아직도 되찾지 못했다. 한국 브랜드나 기업은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김영삼 이후 한국이 이룬 성과는 한국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덤) 박근혜정부


 항상 ‘박근혜정부’라고 붙여 쓰려니 힘들다.


 현재까지 박근혜정부에 대한 개인 평가는 김대중 정부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보다는 확실히 낫다고 느끼고 있고, 그렇다고 노태우 정부 수준은 아니다.


 나는 박근혜정부가 다소 과감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에 안전주의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이곤 한다. 그러나 정치력이 모자라지는 않고,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행동하는 편이다. 이런 면에서도 김대중 정부와 유사하다. 선거 후 1년이 지나도록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유사성이 있다.


 다만 나는 박근혜정부가 힘을 많이 쓸 수 있는 초반에 이룬 게 좀 적지 않나 우려하는 면이 있다. 정부는 대선 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아직까지는 별 가시적인 문제가 없지만, 5년 단임제의 한국에서 성공적인 통치를 하려면 빠른 각종 조처들이 불가피하다.


 아직 박근혜정부는 만 4년 1개월 정도에 해당하는 임기가 남았다.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지,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올해에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한다. 선거의 여왕이 통치의 여왕이 될 수 있을지는 거의 올해 결정될 것이다.





- 마무리하며


 사실 안타깝게도 민주화 이후 87년 체제에서, 각각의 정부들은 대체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 출신 인사들의 정치가 훨씬 성공적이었다. 물론 군바리 정치가 수많은 문제점과 단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성적표를 놓고 보면 군인들이 더 잘한 면이 너무 많다. 박정희 이전의 이승만과 윤보선은 최악의 대통령들이었고.


 정말 좋아할 수는 없지만, 일베충들이 ‘민주화’를 부정어로 사용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하위 중 하위문화에서 말하는 것들은 대체로 현실을 반영하는 면이 있다. 그것이 바람직하다거나 옳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인 기본 현상 중 하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익보다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유교 선비스타일 수꼴들이 너무 많은 것을 망쳐 놨다. 민주주의는 그런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자기 맘대로 전용하면서 생겨난 문제가 정말 크다. 민주주의는 밥을 먹여주고 돈을 벌게 해줘야, 그리고 재미있게 해줘야만 하는 제도다.


 각 정부들의 실패엔 미국 유학파들이 앞뒤 분간을 못한 탓도 크다. 뭐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배운 대로 하다 보니 너무 많은 것을 망쳐 놨다. 그들은 미국에서 배운 걸 한국에서 또 그대로 가르치고 발언하면서 문제를 엄청나게 키워 놨다. 어디에나 공부만 잘 하는 돌대가리 멍청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이지만, 반드시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역사상 수많은 민주주의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곳도 있다. 나는 모든 정치체계는 근본적으로 각자의 권익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 여긴다. 그것이 잘 지켜지는 체계가 좋은 체계다. 각각의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를 냉정하고 바르게 평가할수록, 정치는 더 성공적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와 아집과 각종 관념의 울타리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87체제의 각종 실패들은 시민들의 삶, 특히 젊은 사람들의 희망을 너무 많이 빼앗아갔다. 그 결과 한국은 눈부신 성장을 하는 동시에 큰 잠재성장률 하락을 겪고 낮은 출산율을 가진 국가가 되었으며, 너무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크게 위협받기 마련이다. 깨시민과 일베충이라는, 서로 적대적이지만 너무나 많은 부분이 닮은 파시스트들이 온라인 세계를 온통 잠식한 것도 정치의 실패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정치의 성공이란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LTV 규제완화 방안에 찬성한다.

경제 2013. 2. 26. 10:51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용감하다는 것이다. 용기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질 중 하나다. 이명박은 이 용감함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통령 입장에서 LTV[각주:1]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감정적인 자칭 진보들은 대체로 저 조치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박근혜에 대한 반대 담론을 키워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는 그런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칭 진보들의 경제적 인지 수준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LTV 반대를 외치는 자칭 진보들이 입에 담는 말들을 보면 미국 공화당이 하는 말이랑 별로 다를 게 없다. 차이라면 좀 더 비현실적이라는 것 정도다. 문재인이 선거에서 괜히 진 게 아니다.


 LTV 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대표적인 진보 경제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LTV 완화와 같은 조치가 가계부채 문제를 폭발시킬 방아쇠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경실련이 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을 떠올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통상적으로 큰 기업의 경영상태가 위험에 처하면 조건부로 구제 금융을 지원해준다. 그것이 전반적인 사회의 손익을 계산할 때 대체로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그 어떤 큰 기업의 경영 문제보다도 심각한 문제다. 당연히 사회적인 구제금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도와주느냐, 그냥 망하게 두지?’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감정적인 판단일 뿐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대우그룹이다. 대우그룹을 그대로 망하게 한 결과가 어떤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대우를 그대로 죽인 것은 대한민국의 큰 손실이었다.[각주:2] 부동산 시장에 구제금융이 필요한 것도 이와 같다.


 통상적으로 LTV가 거의 꽉 찬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의 거래를 통해 상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노동을 통해 그 거액을 갚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묶인 개개인들은 높은 비율로 적잖은 이자만을 갚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시장에 자금이 흘러갈 리가 없다.


 이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지도 4년 이상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고통을 겪은 것은 소위 하우스푸어뿐만이 아니다. 하우스푸어는 대체로 막대한 자산[각주:3]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산의 양에 부채에 대한 이자를 더한 만큼 시장에서 유동성이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금융 그룹[각주:4]은 외국계 자본이 과반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들에 의해 금융에 흘러가는 이자 소득들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곤 한다. 지난번에 쓴 ‘한국은 잘나가는데 왜 한국인은 가난할까?’에서 이런 국부유출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이렇게 사라지는 유동성과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감은 2차, 3차 피해자를 양산한다. 전세는 사라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자영업자들은 시장에 돈이 돌지 않다 보니 큰 고통을 겪는다.[각주:5] 이로 인해 가시적인 피해를 보는 인구 비율만 해도 대한민국 인구 중 과반은 훌쩍 넘는다.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치자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예외는 없다.


 부동산 종말론자들[각주:6]은 2000년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도 지가는 상승하였고, 주택은 필수재이기에 전월세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올랐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아니다. 그저 다소 가파르게 올랐기에 현재는 긴 조정단계를 겪고 있을 뿐이다.[각주:7] 일단 이런 식으로 오른 가격은 긴 경제사를 돌아볼 때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각주:8] 무엇보다도 2000년대 초반 부동산 이상으로 귀금속 가격과 석유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것도 조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그 또한 가격이 이전처럼 꺼지지는 않는 걸 봐야 한다. 부동산은 귀금속, 석유와 크게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이 아니다. 실제로 근래 보이는 가격 움직임은 꽤 비슷하다. 만약 현재의 부동산 가격을 거품이라 생각한다면, 귀금속이나 석유 가격도 거품이라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노무현 정권 때의 법률은 사실 여건이 크게 변한 만큼 빨리 수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실에 대응하는 힘과 결단력, 그리고 판단력이 부족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어쨌든 가시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힘과 강단이 있어 보여서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줄 만큼 잘 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잘했으면 한다. 그녀가 과하게 보수적인 경제 정책을 펴고 리스크를 축소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이번 발언은 기대 이상이다.


 한편으로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오바마 정부와 오바마를 돕고 있는 폴 크루그먼, 버냉키 등이 어떠한 조처로 미합중국의 망가졌던 경제를 부활시키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게 진짜 진보적인 방안이다. 불황에선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불황을 구경하라는 건 아직 충분한 경험이 없던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각주:9] 그 땐 결국 대공황이 왔었다. 그리고 그 때랑 지금은 아예 화폐의 개념이 달라졌다. 진보진영이 착각 속에서 부동산 종말론을 포교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길고도 큰 고통을 겪었다.



뱀발.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여야가 폐지에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국회통과만 남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잘하긴 했는데, 민주당은 지난 대선기간 내내 분양가상한제를 사수하겠다는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리 신뢰가 없어서는 곤란한데. 한편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김대중도 노무현도 다 하던 건데, 이걸 분양원가를 공개하며 발목 잡은 건 의외로 오세훈이었다.


 깨시민들은 아니나 다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노무현의 공인 양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오세훈의 공이었고 노무현 임기 중에 일어났을 뿐이다. 당시엔 부동산 폭등이 심했기 때문에 그런 제도도 필요했다. 그러나 미분양 주택이 쌓인 현재는 적합하지 않다.

 


  1. 주택담보대출비율. 예를 들어 집값이 1억이고 LTV가 60%이면, 주택담보대출을 6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본문으로]
  2. 당시의 대우그룹 경제팀 출신이 현재 박근혜 근처에 많다. 이런 인적 자원 구성은 향후 지속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것이다. [본문으로]
  3. 회계에서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다. [본문으로]
  4. 쉽게 말해 은행 그룹. [본문으로]
  5.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의 사업 자본은 주택담보대출로 충당된다. 이율이 낮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6. 부동산 종말론은 보편적인 종말론과 많은 맥락에서 유사하다. 물론 종말론자들의 예언은 매번 어긋난다. [본문으로]
  7. 자본주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격 폭등 현상을 거품이라 부르는 건 사실 대체로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지 소로스의 표현처럼 'Boom'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본문으로]
  8. 일본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다. 한국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본문으로]
  9. 신자유주의자들도 비슷한 말을 하긴 한다. 그래서 깨시민들이 사실 알고 보면 수꼴이라는 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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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정치 2013. 2. 22. 14:12 Posted by 해양장미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도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집권기간은 체감 상 참 길게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도저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고, 그의 정책에 의한 개인적인 손해도 여러 번 입었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진보시킨 면이 있다. 문득 그 점을 느껴서 놀랍다고 느끼고 있다.


 퇴임을 4일 앞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부덕하여 많은 욕을 먹은 대통령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박근혜가 당의 패권을 쥐면서 당 이름도 바꾸고, 로고 색깔도 바꿨지만 그 과정에서도 이명박은 당적을 유지하였다. 이는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충분히 기여했으리라 생각하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또 한 번의 발전이 이루어진 거라 볼 수 있다.


 이걸 보면서 친노 노빠 깨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권은 임기 중 여당을 두 번이나 깨먹었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으로,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깨고 통합민주당으로. 그것도 모자라 노무현의 후계자(취급을 받았던) 유시민은 이명박 당선 이후 통합민주당에서도 탈당하더니, 지역도 옮기고 국민참여당도 만들고는 민주당에 몽니를 부리다가 유력 대선 후보에서 낙마하고는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으로 옮겨가는 희대의 철새짓을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해 무지하고 자기반성능력이 없는 소아적 행태를 보이는 깨시민들은 그런 유시민에 대해 바른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시민의 낙마 이후 정치할 생각도 없던 문재인을 소환하여 지난 4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사람들을 물리치고, 부활의 조짐이 보였던 민주당의 생명줄을 끊어놓고 말았다.


 민주당은 지금도 친노 문희상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고, 친노가 문제가 아니라는 둥, 친노는 실체가 없다는 둥의 물타기를 넘어선 은폐조작까지 저지르고 있다. 새누리당 세력이 법치와 공화를 파괴한다면, 노빠 깨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인 동시에 새누리당이 저지르는 모든 범죄적 행위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시대 내내 깨시민들은 반MB만 외쳐댔다. 딱하나 자기 목소리 낸 게, 무상급식이다. 그 어줍잖은 이슈가 나름 잘나가던 오세훈을 반영구적으로 정계에서 퇴출시켰고, 박원순을 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도취해서 깨시민들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박근혜 여왕폐하께 헌납했다.


 퇴임을 앞둔 현재, 이명박은 거의 지지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5년 전의 노무현에 대한 지지보다는 통계 조사 결과 낫다. 이명박이 잘한 게 있다면 정책이 꽤 일관적이었다는 데 있다. 일관성이 있다는 건 예측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작정하고 나라 곳간 한번 털어먹자는 식으로 정치한 면이 있지만, 그 착취가 대한민국의 기둥뿌리를 뽑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정책이 갈팡질팡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살아남기 쉬웠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비록 그지같더라도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민중은 혼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명박은 남탓을 하지도, 자기연민을 보이지도 않았다.






 이 시대의 나쁜 남자, MB. 그는 털어먹어도 일관성 있게 당당하게 털어먹으면 사람들이 그나마 덜 싫어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인 대통령이었다.

 

 이제 들어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더 나을지는 잘 모르겠다. 인수위를 보면 물론 기대가 별로 안 되긴 한다. 그런데 박근혜건 친박이건 원래 그런 사람들이고,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이 가득했던 작년 분위기를 감안해볼 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 누가 뭐래도 노빠 깨시민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 내내 노빠 깨시민들은 한국 사회의 진보적인 열망을 잠식하고, 새로운 개혁세력의 등장을 찍어 눌렀다. MB를 방패삼아 새로운 수구세력이 자라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