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때 안철수에게 일련의 기대를 품었으나, 그는 나를 철저하게 실망시켰다. 그리고는 민주당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 정당을 만들어 버렸다.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강령/정강 정책을 보자면 그들에게 기대라는 걸 품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강령을 보면 뭉뚱그려서 좋은 말만 적어놓은 것 같지만, 수준 이하인 것만 몇 가지 인용하면서 비판을 해보겠다. 인용 부분은 파란 글씨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결합>

 

 정치인들만의 정치로 전락하는 위험성을 노정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가미할 수 있도록 시민과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개방을 통한 협의제 민주주의를 보완적으로 추구한다.

 

: 여전히 야권은 직접민주주의 운운하는 뻘짓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안철수를 한 때 지지해볼까 했던 주된 이유는 최장집의 합세였는데, 결국 내치더니 역시나 최장집의 이론과는 완벽하게 반대로 가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노무현 정권과 개혁당-국참당이 망했던 길을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싶은가. 겪고도 배우는 게 없으니 바보다.

 

 

2. 경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혁신과 함께하는 경제로 번영하는 국가를 만든다. 정부 주도의 양적 성장이라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저출산고령화 및 경제의 세계화에 적극 대응하고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혁신적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구축한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방지하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여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극대화함으로써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뒷받침하며,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튼튼하게 하여 정의롭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사람이 중심인 경제를 만든다.

 

 

<공정한 시장경제>

 

 경제주체들간의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시정한다.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부당내부거래 해소 등 재벌개혁을 추진하며, 불법적 경제행위에 대한 징벌을 강화한다. 약탈적 금융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독립적인 소비자보호기구 설치 등 금융감독체계를 보완한다. 소비자 존중의 경제운영과 소비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을 활성화한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세금탈루를 막고, 공평과세 정의를 구현하며, 계층세대 간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확립한다.

 

: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약 이 정강이 좋아 보인다면, 당신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거나 신자유주의자다. 위와 같은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미화시키며 표현하는 전형이며 심각할 정도의 신자유주의적 발상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포스트를 따로 작성한 적이 있으니, 지난 포스트 허울 좋은 경제민주화 사기극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경제의 안정적 운영 및 위기관리>

 

 나라 곳간이 국민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명심하여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한다. 불안정한 국제금융질서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한다. 또한 가계부채의 급증에 대해 체계적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신자유주의자다. 다른 나라들이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빚을 늘리면서 지출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은 한국은 국가재정의 건전성부터 챙길 입장이 아니다.

 

  

 이 외에도 지적하자면 지적할 게 많지만 정말 한심한 것만 찾아서 비판하였다. 이게 진짜 심각한 문제인 게, 도저히 강령의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새민련의 강령은 과정과 목표를 같이 언급하고 있는데, 도저히 그 과정으로는 그 목표를 이루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위에 언급한 <공정한 시장경제> 바로 다음에

 

<혁신적 성장 경제>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지식, 정보,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자율적, 분권적으로 경제주체와 부문을 새롭게 연결하고 융합함으로써 생동하는 경제를 만들고, 창의적 인재양성과 정보기술 강화로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벤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하는 성장사다리를 만들어 기업가와 기업이 생동하는 혁신경제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향상시켜 내수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고용친화적 성장을 이룬다.

 

 이런 내용이 들어가는데,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좋아 보이는 말만 써 놓으면 단가 싶다. 바로 위에서는 정부가 개입 안함같은 식으로 말해놓고, 밑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정부가 시장에 참 많이 개입해야 겨우 될까 말까 할 만한 걸 적어놓으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야권은 철학이 없다는 거다. 정권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면, 정부가 어디에 얼마만큼 개입할 건지 계획을 세워놔야 한다. 그런데 새민련은 도대체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것 같다.

 

 복지 부분을 보면 더 가관이다. 온갖 좋은 말만 가져다 써놓긴 했는데, 위에는 정부 재정은 건전하게 만든다고 하고 복지 부분을 보면 돈 엄청나게 들 것 같고, 정부 재정확충은 어떻게 할 지 말도 없고 또 위에 보면 자영업자는 살리겠다고 하고 밑에 보면 최저임금은 올리겠다고 하고. 도무지 책임감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다. 거기에 내수 활성화같은 목표까지 적어놨으니, 참 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너무 많이 써 놨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이 정도 정강이면 사기를 치는 것에 가깝다. 무슨 만병통치약 광고 보는 기분이다. 사실 안철수가 옛날부터 이래오긴 했는데, 강령까지 이런 식으로 만들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이 집권하면 어쩔 건지는 대략 감이 온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고, 중간 중간 엄청나게 신자유주의적인 언급이 있는 거 보면 안 봐도 뻔하다.

 

 야권은 노무현 때 이미 엄청난 신자유주의 굴착을 해댔다. 그런데 그런 오류들에서 도무지 배우는 게 없다. 애초에 남탓만 할 줄 알지 자기반성이 없고, 공부도 안 하는 족속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안철수는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새정치 하겠다는 족속이, 지들이 정의라는 족속이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만약 이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시민들은 더욱 큰 정치적 실망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철학과 개념이라도 있다면 이 모양 이 꼴로 정강을 만들지는 않는다.

 

 본문을 마무리하면서 식견 있는 진보주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새누리당 싫다고 이런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요즘 야권이 솔직히 어딜 봐서 진보인가? 그리고 새누리당보다 딱히 실질적으로 나을 건 뭔가? 미련하고 광신적인 파시스트들이 야권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광신적으로 실드를 쳐대면서부터 야권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고쳐서도 못 쓸 지경이 된지 오래니, 사실 쳐다도 안 봐주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철수는 한 술 더 뜨는 인물이었다.

 

 정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철학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직시해야 하며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야권이나 광신적인 야권 지지자들은 이 중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새누리당보다 더 신자유주의적이고, 진정성 또한 모자라며 더 반민주주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