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콜 4%. 25일만 시판하는 맥주지만 생산 후 4개월쯤 지난 걸 마셔봤습니다. 애초에 묽고 도수도 좀 낮은 맥주긴 하고, 처음의 신선한 풍미는 감소하였습니다만 당연히 멀쩡합니다. 가볍게 마시기 괜찮습니다.
인산농장 – 월고해 42 [★★☆]
: 경남 함양의 인산농장은 죽염을 만들어 파는 인산가의 자회사로, 한 때 우리나라 생산 술 중 최고가이자 최고 도수였던 적송자 72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그보다 도수가 더 높은 술이 나왔습니다만.
이번에 맛보는 월고해는 오양주를 1회 증류한 42도짜리 증류주입니다. 인간세상 고통의 바다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요. 2018년 병입이라 적힌 50ml짜리 미니어처를 구해 마셔봅니다. 크리슨 TT6203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장향 계열의 향. 고전적인 증류식 소주 향입니다. 맛은 밀도가 높고 감칠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소 부드럽습니다. 숙성이 꽤 되어 나오는 소주입니다.
바디나 전반적인 느낌이 차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찹쌀을 꽤 쓴 쌀소주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제법 달달합니다. 계열 자체는 겨울소주 45와 어느 정도 흡사한 것도 같은데, 이쪽이 훨씬 차지고 밀도가 있으면서 숙성된 느낌이 듭니다. 월고해도 꽤 비싼 소주이긴 해서, 이 정도 비싸면 이정도는 해줘야지 싶긴 합니다.
여하튼 맛있습니다. 도수가 42도밖에 안되는데 물맛도 별로 안 나고, 제법 집중도가 있는 맛입니다. 그리고 꽤 질 좋은 단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우수한 맛과 대조적으로 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가격을 고려하면 그게 좀 아쉽긴 합니다.
Wolf Blass – Red Label Chardonnay 2021 [★☆]
: 울프 블라스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주의 바로사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입니다. 이 와이너리의 와인 중에는 조니 워커처럼 색깔 라벨을 쓰는 라인업이 있는데, 레드 라벨은 가장 리즈너블한 라인업입니다. 레드 라벨 샤르도네 2021을 마셔봅니다.
스크류캡. 알콜 13%. South Eastern Australia의 포도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본사가 있는 바로사 밸리 및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주의 포도가 아니라 동쪽 뉴 사우스 웨일스 주의 포도를 사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
더운 지역의 샤르도네답게 열대과일향을 동반한 기분좋은 샤르도네 품종향이 납니다. 바디는 가볍고, 살짝 크리스피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아직 미미한 기포를 다소 가지고 있는 느낌이고, 상큼하며 적당한 산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둥그스름해졌지만 산도가 좀 있어서 신선한 느낌이 잘 유지된 것 같습니다.
리즈너블 샤르도네로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피니쉬가 길거나 집중도가 높거나 복합성이 있다거나 미네랄리티가 살아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과일 향이 잘 살아있고 4년이 지났음에도 신선하며 마시기 편합니다.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Batch 16 향미주국 [★★]
알콜 13.8%. 한영석 청명주 배치 16입니다. 배치 9와 배치 10은 예전에 감상을 올렸었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이고, 생산된 지 석달하고도 2주 정도 지난 걸 개봉했습니다. 크리슨 MT1301 마티니용 쿠페 글라스를 사용.
아로마에서는 누룩 향도 느껴지지만 동시에 과일과일 합니다. 적당한 바디. 청주치고는 높은 산도. 스월링을 하면 꽃과 과일 같은 향이 피어납니다. 감칠맛과 복합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배치는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지지는 않네요. 누룩 느낌이 좀 두드러지는데 일전에 마셨던 밀란 네스타렉의 모조가 떠오르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참외 같은 풍미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온도가 좀 올라가면 모르겠는데 일단 스월링을 좀 하면서 천천히 마셔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스월링을 안 하면 플라워리가 잘 안 느껴져요. 맛은 있습니다.
첫 잔 마셔보니 브라케토 프리잔떼답게 맛있긴 한데 이취가 살짝 있어서 브리딩을 하면서 마시기로 결정. 브라케토 프리잔떼 같은 건 병입 후 빨리 마실수록 좋은데, 이건 구매하자마자 마신 것도 아니고 아마 아주 신선한 시기는 지났을 거라 환원취가 발생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브라케토 프리잔떼는 어쨌든 맛있습니다. 붉은 장미를 연상시키는 섹시하고 고혹적인 향. 포도 주스를 마시는 것 같은 과일과일한 풍미. 꽤 달콤하기도 하고요.
마시면서 느끼는게 아주 잘 익은 포도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처음 느낀 이취 중 일부는 과숙된 포도에서 기인하였다고 추정합니다. 향긋하고 달콤한 주스같은 와인인데, 마시면 꽤 취합니다. 일상적으로 함께하기에 좋은 게 브라케토 프리잔떼지요.
보해양조 – 몰디브 하이볼 [-]
: 보해양조에서 출시한 RTD 칵테일.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영화 대사에서 비롯된 문구라는 것 같네요. 캔 째 마셔봅니다. 알콜 4.5%.
마셔보니 풍미는 모히또라기엔 치약? 에 가깝습니다. 꽤 달달하고요. 민트초코 같은 것보다 훨씬 치약 느낌입니다. 상쾌하긴 한데... 괴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나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마시기 불편하다거나 하진 않아요.
카브루 비전 브루어리 – 화요 하이요 버블리 [☆]
: 알콜 6%. 아마도 화요에서 만든 증류식 소주 베이스로 만들었을 RTD 칵테일. 레몬 칵테일이고요. 캔째 마셔봅니다.
단맛이 그리 강하지 않고, 막걸리 같습니다. 레몬 향이 나긴 하는데 희석된 화요 향이 막걸리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맑은 탁주 느낌입니다.
Asahi 生 Super Dry [☆]
: 오래간만에 마셔보니 첫향이 향긋하고 매우 청량. 달콤한 느낌이 좀 있고, 이후 뒷맛으로 갈수록 무미가 됩니다. 좋게 표현하면 매우 깔끔한 뒷맛.
한참 핫하던 시절만큼 인기있지는 않지만, 장점이 있는 맥주입니다.
Heineken [★]
: 원래 꽤 물 같은 맥주라 생각해왔지만 크러시나 아사히 생 슈퍼드라이를 마시고 마시니 풍부한 향으로 느껴집니다. 기본적으로 진하거나 한 맥주가 아니고 별로 호피하지도 몰티하지도 않지만 즐겁게 마시기 적정한 정도를 잘 지키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아리랑주조 – 겨울소주 45 [★☆]
: 아리랑주조는 충청남도 청양군 수석리 방죽골에 위치한 양조 농업회사법인입니다. ‘겨울소주’라 명명한 감압식 소주를 주로 생산하는데, 물로는 지하 200미터에서 얻은 지하수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현재 라인업으로는 25, 35, 45도짜리가 있고 오크통 숙성한 35도짜리 ‘겨울지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구기자를 쓴 약주 구기홍주라는 게 있습니다. 그 중 플래그십인 겨울소주 45도를 마십니다. 이 술은 2023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병뚜껑은 일반적인 스크류캡이고, 고급스러움은 없지만 가볍게 잘 따집니다.
감압식답게 도수 대비 아로마가 자극성이 적습니다. 입에 넣었을 때는 더 부드러운데요. 감압식임에도 누룩에서 비롯되었을 법한 다소의 부정적인 향취가 있습니다만, 맛은 맛있습니다. 좀 순하고, 알콜에서 기인한 단맛이 꽤 있는 편입니다. 장향 계열이라 표현할 재래식 발효향과 함께 알콜의 달콤한 면과 온기를 모아놓은 듯한 술입니다.
향보다는 맛에 강점이 있는 소주입니다. 향은 누룩 향이 별로 좋지는 않고, 쌀에서 기인한 향도 그리 좋지는 않은데 대조적이라 할 만큼 맛은 달달하니 맛있습니다. 45도치고는 좀 묽은 느낌도 들지만, 물맛 나는 부분의 물맛 자체가 나쁘진 않고요. 묽은 느낌 덕인지 45도라는 도수대비 순해서 잘 넘어갑니다.
좋은 술이긴 합니다. 이렇게 도수대비 부정적인 튀는 알콜이 없고, 알콜의 달달함만 남긴 화이트 스피릿은 좋은 술이지요. 괜히 대상탄 건 아닌 것 같네요.
그러니까 이 술은 향을 모아줄 수 있는 글라스보다는 청/약주잔이나 소주잔, 아니면 한국/중국식 찻잔 같은 게 어울린다고 봐야 합니다. 도수대비 독하지 않고, 단맛이 좋아서 편하게 즐겨 마실 수 있습니다.
경주법주 – 慶州法酒(경주법주) 超特選(초특선) 純米酒(순미주) [★☆]
: 대구경북지역의 주류회사인 금복주의 계열사, 경주법주는 사명과 같은 ‘경주법주’와 그 윗등급인 ‘화랑’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시는 초특선은 경주법주가 소량 생산하는 고급 술로, 주세법상 청주에 해당하며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만드는 준마이다이긴죠슈(純米大吟釀酒:순미대음양주)입니다.
정미율 21%. 컨셉을 보면 닷사이 23을 꽤 의식한 것 같습니다. 닷사이 23보다 더 높은 도정률. 쌀의 79%를 도정해서 깎아내고 담근 준마이 다이긴죠입니다. 품종은 신동진이고요. 차갑게 마십니다. 잔은 크리슨 PRE03을 사용.
익히 마셔왔던 화랑하고는 아예 다른 종류의 술이고요. 딱히 뭐가 확 좋다기보다는 모자란 데가 없는 술입니다. 어쩌면 양조용 쌀이라 하기 어려운 신동진을 너무 많이 정미하다보니 단점이 없는 방향이 된 것 같기도 한데요. 별 생각없이 마시기 좋습니다. 비싼 가격만 아니라면 다양한 음식과 함께하기 좋다고 느꼈네요. 저에게는 긴죠 계열이 원래 좀 그런 느낌이긴 합니다.
KGB Vodka Lemon (Bottle) [☆]
: 알콜 5%. KGB는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RTD 보드카 칵테일입니다. 우리나라에 RTD 칵테일이 흔하지 않던 00년대 초반에는 꽤 인기있었는데, 요새는 이런 종류가 많아져서인지 예전처럼 인지도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KGB 유리병의 크라운캡은 돌려서 딸 수 있습니다. 크리슨 MT1801 마티니 글라스를 이용해서 마십니다. 꽤 분위기 있는 삼각형 글라스입니다.
KGB는 보드카 칵테일 중에서도 무척 음료수같은 맛입니다. 밀키스가 살짝 연상되는 풍미. 기본적으로는 레몬 보드카 칵테일인데, 사용한 보드카의 특성과 첨가된 설탕, 구연산, 아라비아검 등 때문에 무척이나 음료수같고 살짝 밀키스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여해 약주 [★☆]
: 여해는 한영석의 발효연구소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과하주입니다. ‘여해’는 충무공 이순신 삼도수군통제사의 자였고, 이 술의 이름도 그에서 따왔습니다. 여해라는 이름을 짓기 전의 가칭은 ‘정읍 약주’ 정도였다 합니다. 다만 근래에는 추가 생산에 들어갔는지 시판중에 있고요. 가격이 청명주보다는 조금 저렴한 편이라 계속 생산 시판한다면 한영석의 술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영석의 여해는 두 종류가 있는데 17.8도짜리와 15도짜리가 있습니다. 17.8도 짜리는 ‘여해 과하주’로 시판하고 있고요. 15도짜리는 ‘여해 약주’로 시판 중입니다. 이번에 마시는 건 15도짜리 ‘여해 약주’ 입니다. 마시는 바틀 기준 2024년 7월 초 생산. 과하주라 하는 것 치고는 도수가 낮습니다.
수공 청화백자 소형 찻잔(공부찻잔)으로 마셔봅니다. 한영석 술 다운 향긋함과 정취가 느껴집니다. 첫인상은 그냥 한영석 청명주의 일종이라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인데요. 다만 그동안 마셔온 한영석의 향미주국 및 녹두국 청명주에 비하면 조금 더 드라이합니다. 일반 버전 청명주보다는 도수가 약간 높기도 한 과하주라 그런 것 같은데요. 술의 규모에 비하면 잔이 작은 것 같지만 일단 이 술의 운치를 즐기기엔 이렇게 작은 잔이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청명주에 2회 증류한 증류주를 넣고 1개월 정도 살짝 오크 숙성까지 한 술이라는데 일단 딱히 오크 특성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대략 다소의 산화적 숙성이 이루어진 정도의 효과만 본 것 같고요.
이건 그 동안 마셔온 한영석 청명주들에 비하면 좀 가볍고 깔끔하고, 다소 물러난 정취가 더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다만 이것도 기본적으로는 청명주에서 파생된 술이라 그런지 그리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음식하고 부담없이 마시기엔 이게 청명주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Concha y Toro – Casillero del Diablo Devil’s Brut Luminous [★☆]
: 칠레의 메이저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에서 생산/판매하는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시리즈의 스파클링 와인, ‘데블스 브뤼’ 입니다. Non Vintage고요. 생산지역은 Limarí. 세파쥬는 대략 Chardonnay 65%에 Pinot Noir 35%라고 합니다. 루미너스라 부르는, 병 바닥에 스위치가 있는데, 누르면 라벨에 불이 들어오는 게 특징입니다. 파티 등에서 마시기 좋은 좋은 스파클링인 것 같습니다. Decanter에서 86점을 준 적이 있네요.
마개는 일반적인 상파뉴 및 까바와 같은데, 내가 구매한 버전은 포일이 없습니다. 알콜 12%. 개봉이 이상하게 힘들었는데 병 내부 압력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인 것 같습니다.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플루트) 글라스로 마셔봅니다.
샤르도네 비율이 높아서인지 기분 좋은 아로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입에 닿자 느껴지는 첫인상은 쓴맛입니다. 칠레 와인이 쓴맛이 강조되는 경우가 좀 있는데, 이것도 좀 그런 편입니다. 버블은 생각보다는 꽤 많습니다. 거칠고 강한 버블입니다.
버블의 특성이나 풍미의 특성이나 데고르주망 및 도사쥬해서 마이야르 만드는 상파뉴나 까바와는 다르게 느껴지는데, 뒷레이블을 자세히 보니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와인으로 보입니다. (양조 정보는 공개된 게 별로 없습니다.) 즉 스틸와인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만드는 방식의 스파클링인 것 같은데요. 실제 풍미에서 마이야르 느낌은 딱히 없고 버블도 거친 편에 개봉직후에는 센데 지속성이 없습니다. 개봉이 힘들었던 것도 결국 주입한 탄산으로는 상파뉴나 까바 수준의 내부 압력이 안 나와서겠고요.
그렇다고 맛이 없냐하면 그건 또 아닌데... 나는 스틸 화이트 와인을 원래 좋아합니다. 샤르도네 좋아하고요. 그러니까 이것도 탄산 넣었다고 맛없어질 건 없지요. 여튼 맛 경향은 도사쥬가 된 것과는 꽤 다릅니다. 도사쥬를 하면 저온 마이야르가 일어나거든요. 감칠맛이 많이 생기지요. 이건 그렇지는 않습니다. 품질은 못따라가도 스타일은 상파뉴의 Brut Nature와 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마셔보니 샤르도네에 껍질 벗긴 피노누아를 섞어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식은 꽤 괜찮은 것 같긴 합니다. 피노누아가 구조감을 잘 만들어주거든요. 이 정도 레벨의 칠레 샤르도네는 구조감이 이렇게 잘 나오지가 않는데, 이건 피노누아가 섞여서인지 구조감도 좋고 별로 기대하는 게 많지 않다면 딱히 빠지는 것도 없습니다. 이지드링킹용으로는 이만한 거 만들기도 쉽지 않아요. 나는 까르미네르 같은 걸 논외로 하면 칠레에서 가장 잘 만드는 품종은 샤르도네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한데, 이걸 마셔봐도 그런 느낌입니다.
물론 많은 걸 기대할 만한 와인은 아닙니다. 대량 생산형이고,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잘 만들기는 했습니다. 이 방식을 이해하고 보면, 단점도 딱히 없거든요. 이건 정말로 ‘잘 만든’ 와인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겁니다.
Taiwan Beer Classic [★]
: 알콜 4.5%. 나는 쌀로 만든 술을 좋아하는 편이고, 이 맥주는 쌀이 들어간 맥주입니다. 역시나 입에 잘 맞는 편이고요. 양조된지 좀 된 걸 마시는데도 맛있습니다.
: 리뉴얼했다는 오뚜기 진라면. 진라면은 10년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리뉴얼을 크게 했었다고 생각하고, 그 때도 맛이 많이 바뀌었었다 보는데 이번에는 아예 공식적으로 갈아 엎었습니다. 이름이 같은 라면이라도 완전히 맛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리뉴얼 버전은 물을 500ml 사용하게끔 레시피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구분하면 됩니다. 기존에는 550ml였습니다.
끓일 때 블랙페퍼 향이 많이 납니다. 면은 매끄럽고 무척 부드럽습니다. 쫄깃한 면은 아닙니다. 탄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부드러워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하림이 단단한 면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번 오뚜기 진라면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매운 정도는 제법 매운 맛이 있습니다. 매운 정도가 올라갔고요. 특유의 달콤한 풍미 같은 게 사라졌습니다. 기존 진라면은 뒷맛이 달콤한 편이었는데, 이제 그게 없습니다.
많은 라면들이 그렇지만, 진라면은 봉지면과 용기면의 맛이 많이 다른 편이었습니다. 맛이 전혀 다른 라면이 진라면으로 팔리고 있었지요.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봉지면 맛이 이 정도로 달라져도 제조사가 진라면이라 하면 진라면입니다. 다만 이건 기존 진라면 봉지면과는 전혀 다른 봉지라면이긴 합니다.
맛 자체가 유사한 건 아니지만 삼양식품의 맵탱 시리즈가 조금 생각나는 변화 방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맵탱 시리즈에 대해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게 트렌드라 판단하여 개발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도 어쩌면 트렌드를 반영한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유업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달고나라떼
: 달콤한 냉장 라떼. 캐러멜 계열의 맛입니다. 달달하니 제법 괜찮네요.
에스디푸드 – 하츄핑의 달콤한 별가루젤리
: 큰 설탕 알갱이가 붙어있는 젤리. 하츄핑 머리 모양과 하트 모양의 2종류 모양이 있고, 맛은 레몬, 사과, 납짝복숭아의 3가지 맛이 섞여 있습니다.
적당히 단단한 젤리로 제법 맛있습니다. 겉에 붙은 설탕 대문에 씹어먹어야 합니다. 천천히 설탕을 녹여먹긴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면 구강 조직에 대미지가 옵니다. 설탕을 씹는 저작감이 포인트입니다.
농심 – 김치짜구리 (용기)
: 이름 보고 짜파구리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김치짜글이+너구리인 것 같습니다. 전자렌지 조리 권장. 그냥 뜨거운 물로 익히기에는 굵은 면이라 잘 안익습니다. 뜨거운 물 붓고 전자렌지 돌린 후 스프넣고 비벼먹는 타잎입니다.
먹으면 김치 풍미가 확 강하게 납니다. 면은 제법 쫄깃하고 괜찮습니다. 역시 농심은 용기면을 잘 만듭니다.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김치짜글이 우동 용기면. (너)구리 이름을 붙었지만 해물 맛은 안 나요.
청우 – 오란다
: 봉지과자로 포장된 오란다. 그리 딱딱하지 않고, 먹기 편합니다. 단맛은 뒷맛에 강하고, 먹을수록 단맛이 두드러집니다. 가성비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오란다.
청우 – 밀크슈
: 슈에 분유크림을 넣은 각과자. 홈런볼과는 달리 칸쵸처럼 종이각 내에 봉지포장이 있는 타잎입니다. 맛은 홈런볼에 비해 슈가 단단합니다. 먹으면서 계속 슈가 단단한게 신경쓰입니다. 내 입엔 홈런볼이 더 맛있어요. 이게 싸지만.
서울우유/동서식품 – 스타벅스 카페모카
: 서울우유 제조. 동서식품 유통 냉장커피.
우유 40%입니다. 우유맛 많이 나는 초코음료 느낌. 커피맛은 별로 안나는데 카페인은 의외로 셉니다.
매일유업 – 바리스타룰스 돌체라떼
: 이름 그대로 달달하고 우유맛 많이 납니다. 맛은 괜찮네요.
할리스 카라멜 마끼아또
: 푸르밀 제조 냉장커피. 달달하네요. 카라멜 풍미가 많이 납니다.
매일유업 – 바리스타룰스 벨지엄 쇼콜라 모카
: 커피보다는 초콜릿 풍미가 강합니다. 엘살바도르와 에티오피아 커피가 들어갔다는데 그 특성을 감지할 수 없습니다. 종합적으로는 균형감과 규모가 있고 탄탄합니다. 맛이 괜찮습니다.
CJ 제일제당 – 고메 소바바 치킨 소이허니 순살
: CJ의 냉동 순살치킨. 소바바는 소스 바른 바삭한의 줄임말이라 합니다. 전자렌지에 해동 후 광파오븐으로 윗면이 살짝 타도록 구웠습니다.
가공이 많이 된 순살치킨. 구워진 부분은 양념이 굳으면서 다소 크리스피하고, 속은 매우 부드럽습니다. 맛은 간장치킨 맛 + 가공버터 계열이긴 한데, 그야말로 대기업 냉동 완제품의 맛입니다.
CJ 제일제당 – 비비고 곱창순대전골
: 칼국수가 들어있는 냉동 곱창순대전골. 칼국수가 꽤 양이 있습니다. 가격이 좀 있는데, 맛도 꽤 있습니다. 매콤한 된장 들깨 계열의 맛. 조미료맛 세게 나긴 하는데, 아주 못하는 음식점보다는 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나쁜 냄새도 없고요.
하리보 – 해피 콜라 자우어
: 콜라같은 모양 젤리. 콜라 향이 나고, 새콤합니다. 질감은 무척 단단. 마음에 드는 풍미입니다.
동서식품 – 리츠 스노우
: 눈송이 결정 모양 리츠. 맛은 원래 리츠하고 같은 거 같아서 정보를 찾아보니 진짜로 모양만 다른 리츠였습니다. 리츠답게 맛은 있습니다.
청우 – 참소라형 과자
: 청우에서 만들어 파는 소라과자. 봉지에 들어있습니다.
다소 딱딱한 식감. 단맛은 적당한 정도인데 부드러운 단맛은 아닙니다. 양이 많습니다.
농심 – 빵부장 라즈베리빵
: 이름은 빵이지만 ‘빵부장’은 근래 농심에서 출시한 봉지과자 라인업입니다. 생긴 건 카라멜콘을 약간 변경한 것 같은 크로아상 모양인데, 맛은 크룽지와 다릅니다. 이건 그 중 라즈베리 맛입니다.
라즈베리 크로아상이라 하면 이상하지만, 이건 대략 바나나킥 같은 옥수수과자에 라즈베리 맛입니다. 그래서 무난하게 맛있습니다. 네이밍이 상품의 본질을 잘 담아내지 못한 케이스네요.
농심 – 포테토칩 올디스타코맛
: Oidies Taco 맛. Oidies는 1950~1970년대 팝, 락 같은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라 스펠 보고 뭐지 싶었는데 을지로에 올디스타코라는 유명 타코집이 있고, 이건 그 콜라보 시리즈라고 합니다.
맛이 묘~ 한데, 일단 처음 먹었을 때 타코 맛이 연상되지는 않습니다. 이게 무슨 시즈닝인가 싶은데, 토마토 맛이 나긴 납니다.
오뚜기 – 진짬뽕밥
: 오뚜기 진짬뽕의 컵밥 버전.
맛은 면 대신 밥이 들어있을 뿐 진짬뽕하고 비슷한 느낌입니다. 레시피가 오뚜기밥 및 액상/건더기스프에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돌리게 되어있어서 토렴은 아니지만 국밥으로 치면 토렴한 느낌이 나는 게 특징이네요.
델몬트 – 모아:비 레몬라벤더
: 델몬트의 제로 레모네이드. 500ml에 8kcal입니다. 라벤더 향이 미미하게 있고, 포스트 바이오틱스 사균체 약간과 비타민 B6가 들어있습니다. 레몬향도 강하지 않고, 수크랄로스 맛이 뒷맛에 남습니다.
맛이 강하지 않은 편이고 제로음료라 가볍다보니 살짝 토레타같은 이온음료 느낌입니다. 약간 라벤더향이 나는 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유어스 – 덴마크 드링킹 포스트바이오틱스 피치
: 동원시스템즈 제조. 맑고 가벼운 유산균음료입니다. 2% 부족할때와 유사한 스타일.
실제 복숭아농축액이 들어가서 그런지 복숭아향이 나름 리얼합니다. 백도 계열의 향입니다. 가볍게 마실 수 있습니다.
Saint Clair – Vicar’s Choice Sauvignon Blanc Bubbles 2022 [★☆]
: 알콜 12.5%. Marlborough의 스파클링 소비뇽 블랑입니다. 마개가 독특한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데, 아래쪽에 돌돌 말린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잡아 힘으로 뜯고 나면 개봉 가능합니다. 조르크(Zork)라 불리는 유형의 마개입니다. 그런데 맨손으로 쥐어 뜯기엔 힘들고, 꽤 날카로운데다 뜯는데 시간과 힘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 스파클링 와인병보다 개봉이 어렵고 리스키한 느낌입니다.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를 사용.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다운 풍미에 버블이 추가된 느낌입니다. 탄산을 주입한 타잎의 스파클링으로 잠정. 다소 마이야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앙금접촉으로 이 정도 느낌은 난다고 생각합니다. 뒷맛이 다소 씁쓸하고 미네랄리티가 약한데, 상당히 완숙된 포도를 땄고 말로락틱 발효된 비율이 높다고 추정합니다.
소비뇽 블랑답게 마시면서 점점 선명한 시트러스향이 올라옵니다. 거기에 탄산이 더해져 마시기 즐겁고요. 미네랄리티도 점점 올라와서 긍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아주 좋은 파티용 와인이라는 생각입니다. 개봉만 주의하면 됩니다.
Schöfferhofer – Juicy Pineapple [☆]
: 알콜 3.2%. 독일산 헤페바이스 + 파인애플 주스의 구성입니다. 나는 맥주에 주스를 탄 것들은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아주 맛없지도 않습니다.
파인애플 주스와 헤페바이스 맛 각각은 맛있는데, 둘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장희도가 - 세종대왕어주 약주 [★★]
: 알콜 15%. 몇 개월 전에 탁주를 마셔봤던 세종대왕어주의 약주입니다. 소비기한을 꽤 넘겨서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쭉 냉장보관했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법 강한 누룩 향. 성질이 강한 술입니다. 미네랄 워터 맛이 많이 나고, 술 자체의 느낌이 센 편이라 위스키의 청주 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주류보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느낌입니다. 물론 오크 숙성된 느낌은 없습니다만.
Troll·Brew Hefe – Grapefruit [☆]
: 알콜 2.6%. 트롤브루의 헤페바이스 + 자몽입니다. 헤페바이스와 자몽이 생각보다는 잘 어울리고, 더울 때 마시기 좋습니다.
롯데주류 – Kloud Krush (Bottle) [-]
: 알콜 4.5%. 카리나가 광고하는 롯데의 신상품 맥주, 크러시를 유리병으로 마셔봅니다. 라 트라페 글라스를 이용했습니다. 코로나나 카프리처럼 병이 투명한 게 특이한 점이고, 보석처럼 각이 져있습니다. 병에 신경을 꽤 쓴 느낌. 다만 이런 투명 병은 보존성이 좀 나쁩니다.
순수보리 맥주인것 치고는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떠오를 정도로 풍미가 약하고 드라이합니다. 물맛이 강하고요. 탄산이 매우 세고 홒 향은 거의 없습니다. 카스의 롯데주류 버전... 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한 술 더 뜹니다. 마셔본 맥주중에 맥주맛이 가장 약한 것 같습니다. 이쯤되면 맥주라기보다는 탄산수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4.5도는 되는 맥주라 알콜 느낌이 있긴 합니다. 알콜 느낌과 맛이 좀 있는 걸 빼면 무알콜맥주에 무척이나 가까운 맛입니다.
더울 때 아주 차갑게 마시는 데 적합한 타잎입니다. 그렇게 마셔야 합니다.
카브루 비전브루어리 – 25 Days Beer [★]
: 4%. 생산 후 25일 동안만 판매하는 25일 맥주입니다.
생산한지 얼마 안 된 맥주라 신선하긴 합니다. 다만 별로 특별한 맛은 없습니다. 애초에 도수가 4%라 낮아도 너무 낮고요. 보리만 쓴 맥주임에도 몰트향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물맛 많이 나고 뒷맛이 좀 달달합니다. 홒 향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신선한 게 장점인 맥주.
제로슈거라는 표기도 되어있는데 요새 국산 맥주에 제로슈거 써있는거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설탕 들어가는 맥주는 거의 없어요. 트라피스트 및 애비 에일 정도에나 들어가지요. 그리고 발효되고 나면 어차피 당이 남지 않고 알콜 됩니다. 당이 남으면 단 맛이 나겠지요? 맥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노리는 제로슈거 마케팅은 무시해 주면 됩니다.
Les Fossiles Bourgogne Pinot Noir 2019 [★★]
: 알콜 13%. 리즈너블한 부르고뉴 피노누아입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이름도 ‘화석’이고 레이블에 암모나이트가 그려져 있는데, 이 와인이 나온 포도밭 흙에 암모나이트 화석이 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
피노 누아다운 딸기 아로마. 석회 아로마. 셀러에서 꺼낸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운 상태로 입에 넣으니 부르고뉴다운, 보석같은 우아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적당히 가볍고 단정합니다. 새콤한 뒷맛. 전형적인 리즈너블 부르고뉴 루즈의 특성이 느껴집니다.
석회, 쇄석, 자갈 등 다소의 미네랄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5년은 숙성된 피노누아라 부케를 가지고 있고요. 온도가 올라오면서 곧 제대로 숙성된 향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탄닌이 제법 있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스템이 조금 들어갔거나, 순수한 디스템 대비 탄닌이 많아질 만한 무언가를 한 것 같습니다. 그 방식은 이 와인의 보존성을 높였고, 아마도 그리 이상적인 환경에서 보존된 부르고뉴 루즈가 아님에도 아직 신선하고 짱짱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폭신하게 잘 익은 느낌 이면에 아직 뻣뻣하게 남아있는 탄닌이 있습니다. 대지의 축복을 받았지만, 떼루아가 선명하지는 않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부르고뉴라고 맛있고, 향도 좋습니다. 딸기 향. 가죽 향. 수박 향. 로돌라이트 같은 느낌. 묽긴 하지만, 물을 탄 느낌은 없습니다. 수박 향이 많이 납니다. 비싸지 않은 레지오날임을 부정할 수 없으면서도, 마시면서 맛있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역시 부르고뉴는 특별하며,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및 샤르도네를 마시지 않는 삶은 그 빛이 퇴색되기 마련입니다.
Tripel Karmeliet [★☆]
: 벨기에의 애비 에일 중 하나인 카르멜리엇을 마십니다. 이 카르멜리엇은 트리펠에 한정하여 최고의 트리펠이라는 찬사까지 듣곤 합니다. 알콜 8.4%.
상파뉴같은 병에 들어있습니다. 트라피스트 중 하나인 라 트라페 글라스로 마십니다. 색깔은 짙은 황금색에 가깝고, 버블이 풍부합니다.
풍미는 달콤한 계열입니다. 잘 알려진 맥주 중에는 호가든과 유사합니다. 호가든을 많이 업그레이드한 것 같은 풍미입니다. 실제로 호가든처럼 고수씨앗(코리앤더)이 들어갑니다. 별로 몰티하지는 않은데, 밀과 밀맥아, 귀리가 사용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빛나는 것 같은 향을 가지고 있고, 피트향은 딱히 나지 않네요. 이름은 버진 오크지만 처음부터 새 오크통에 숙성하는 게 아니라, 일단 버번 오크통에 숙성하다가 마지막에 9~12개월 정도 토스트가 강한 버진 오크통 숙성을 한 후 출하한다고 합니다.
꽤 달달하고 맛있습니다. NAS치고는 가볍고 부드럽고,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풍미입니다. 46.3%의 알콜도 만족스럽습니다. 힘이 있고 순수합니다.
이 위스키는 다소 아메리칸 위스키가 떠오릅니다. 다만 몰트 위스키라서 버번 계열과는 풍미가 좀 다른 거 같고요. 아메리칸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위스키도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조사에서는 이 위스키를 ‘왁스 같은 질감’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수긍이 갑니다. 이 위스키는 숙성년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몰트 맛이 살아있고, 그러면서도 버진 오크를 사용해서 바닐라 및 강하게 구워진 오크 향이 선명합니다. 스파이시함과 꿀 같은 느낌, 하이랜드 위스키다운 감귤류의 느낌도 다소 있습니다.
이후 에어레이션이 제법 많이 된 상태에서 크리슨 TT6203 글라스를 이용해 마셔보니 꽤나 플라워리합니다. 가성비가 아주 좋은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라 생각합니다.
Tennessee Distilling Group - Heaven’s Door Double Barrel Whiskey [★★]
: 알콜 50%. 밥 딜런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어메리칸 위스키. 그의 곡,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6년씩 숙성시킨 버번(옥수수)과 라이(호밀) 위스키를 섞어 추가로 토스트 정도가 높은 오크통에 숙성시킨 위스키라고 합니다. 별 기대 안하고, 반쯤 콜렉션용으로 샀었는데 마셔보니 생각보다 많이 맛있습니다. 진짜로 천국의 문을 살짝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일단 꽤 화려합니다. 그리고 귀엽습니다. 빛나는 것 같은 아로마를 가지고 있고, 구운 오크가 굉장히 잘 우러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열적이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온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꽤나 남성스럽습니다. 첫맛은 마냥 달콤하고 부드러운데 맛을 보다보면 밀도가 높고, 뒷맛에 심지가 강하면서 떫고 쓰고 아린 느낌을 줍니다. 버번의 달콤함에 라이의 스파이시함이 함께 있습니다.
매우 맛있는 위스키입니다. 천국에 살짝 걸쳐져 있는 것 같은 맛. 50도의 순수함. 이건 마시기 위한, 애주가를 위한 술입니다. 만약 마시다 죽으면 성 베드로가 열쇠를 들고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Troll·Brew Lemon Radler [☆]
: 그냥 마실 때는 별로 맛이 없는데, 이런 라들러가 크리스피 프라이드 치킨에 매우 어울린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치맥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이 어울리네요.
Paulaner Münchner Hell [☆]
: 통칭 파울라너 라거. 알콜 4.9%
알콜 볼륨대비 상당히 묽습니다. 홒 향은 조금 있고요. 나름대로 평가가 좋은 라거인데, 나에게는 평균 이하의 라거로 느껴졌네요. 테라나 켈리가 더 맛있어요.
원래 축구 보면서 물처럼 마시는 타잎의 뮌헨식 라거라는데 진짜 그렇게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Hacienda de Arínzano – Chardonnay 2020 [★☆]
: 에스파냐 와인의 공식적인 최고 등급은 Vino de PAGO입니다. 그 중 하나인 아린자노의 2020년 ‘아시엔다 드 아린자노’ 샤르도네를 마셔봅니다. 이 샤르도네는 7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30%는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 12개월간 숙성했다고 합니다.
아린자노는 에스파냐 북부 나바라에 위치해 있는데, 나바라의 샤르도네는 처음 접해보는 기분입니다. 알콜 14.5%. 천연 코르크 마개.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했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시기 시작.
아름다운 샤르도네의 품종향. 살짝 버터리한 아로마가 있는게, 아무래도 남부의 샤르도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넣으면 살짝 달콤하고, 생각보다 허브 향이 있고, 오일리합니다. 바틀의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고, 애초에 본래 장기 숙성형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라서 시음적기의 피크는 살짝 지난 상태로 잠정.
미네랄리티가 별로 없고 그리 진한 타입이 아닙니다. 매우 잘 익은 포도를 사용한 느낌이고, 달달합니다. 열대과일 계열. 바닐라. 팔렛이 다소 비어있는데, 좀 더 신선한 상태에서는 좀 더 차있었을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샤르도네는 장기 숙성을 하기에는 충분한 산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산도가 부족한 샤르도네도 신선할 때는 충분히 맛있습니다만, 세월을 이겨내는 건 충분한 산과 미네랄리티를 지닌 샤르도네입니다. 이 와인은 그런 조건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늙었다 쳐도 과도하지 않고, 샤르도네는 샤르도네입니다.
Suntory – The Premium Malt’s [★]
: 알콜 5.5%. 언제 마셔도 실망시키지 않는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츠입니다. 적당한 몰트 향. 고급스러운 홒 향. 괜찮은 균형감. 적절한 진함과 청량감.
Penfolds – Koonunga Hill Shiraz 2021 [★☆]
: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회사인 펜폴즈는 최고급 와인부터 리즈너블한 와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쿠능가 힐 쉬라즈는 그런 펜폴즈의 대표적인 리즈너블 쉬라즈입니다.
알콜 14.5%. 천연 코르크로 막혀있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조세핀 No. 3로 마십니다. 쿠능가 힐 쉬라즈는 물론 펜폴즈 자체를 오래간만에 마시는 기분이네요.
셀러에서 칠링이 많이 되어서인지 첫잔에서는 아로마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잔을 입에 대고 기울이면 쉬라즈라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아로마가 납니다. 입에 넣으면 매끈하게 다듬어졌지만 본질적으로 거친 텍스쳐가 느껴집니다. 다소의 잔당감. 피라진. 여과가 완전히 안 된 느낌. 볼드한 스타일의 쉬라즈로, 대중적인 호주 쉬라즈에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것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온도가 좀 올라오고 난 이후에는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와인의 전반적인 수준에 비해 어택이 강하고, 오크에서 비롯된 향이 꽤 납니다. 바닐라스러움이 입에 넣자마자 꽤 볼드하게 전해져오고, 동시에 피니쉬도 가격대 고려하면 제법 있기 때문에 리즈너블 와인으로는 괜찮다 해야 할 겁니다. 다만 피네스는 전혀 없습니다. 와인에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따라 이 와인에 대한 만족감이 전혀 달라질 겁니다.
Deutz – Brut Classic [★★☆]
: 오래간만의 상파뉴. 가수 마돈나가 좋아한다는 샴페인 하우스, 도츠의 기본급 Non Vintage입니다. 세파쥬는 대략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가 1/3씩 사용되었습니다.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NM 상파뉴.
알콜 12%.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합니다. 개봉이 매우 쉬웠고, 숙녀의 한숨소리가 꽤 컸습니다. 버블이 센 타잎이라는 느낌이네요.
상파뉴다운 우아한 아로마. 입에 넣으니 버블버블하고, 피노 누아/뫼니에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도는 적당하고 마이야르도 적당히 일어나 있습니다. 도사쥬 이후 세월이 그리 오래 지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네요.
일단 버블이 많아서 풍미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잔을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잔을 바꾸고 나니 보다 마이야르가 잘 느껴지고, 다소 오일리한 질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월링을 하니 허브 향이 납니다.
온도가 올라가고 탄산이 줄어들면서 좀 달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잔당과 마이야르의 느낌이 합쳐져서 꽤나 잔당감이 있는 화이트 와인처럼 느껴집니다. 상파뉴로는 그다지 새콤하지 않고, 누아/뫼니에 비율이 높아서인지 살집이 있는 편이면서 다소 과일 느낌(특히 Pear)도 살아있습니다. 어쩌면 이 상파뉴는 브뤼보다는 섹(Sec)처럼 당도가 더 있었으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일정량을 샴페인 스토퍼로 막아 보관해두었다가 사흘 정도 지난 후 마셔보았습니다. 버블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비냐 플루트 글라스로 마셨고요. 다시 마셔 봐도 기본적으로 마시기 편하고 밸런스가 좋은 NM 상파뉴라는 생각입니다.
아. 산도가 적당하다고 상기한 건 산도가 낮다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상파뉴라 꽤 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둥글둥글하고 뒤로 물러나 있는 산이에요. 그래서 마시기 편한데 팔렡에서 시트러스나 핵과는 찾기 어렵고, 우아하지만 너무 조용하게 물러나만 있네요. 그렇다고 쫓아가볼 정도로 아름다운 건 아니고. 다만 그저 즐기기 좋습니다.
좋은술 – 천비향 약주 [★★]
: 평택시 오산면의 좋은술에서 만드는 오양주, 천비향 약주를 가지고 있던 게 소비기한이 조금 지난 걸 발견하여 마십니다. 보존만 제대로 했으면 소비기한이 좀 지난다고 별 문제는 없습니다만.
알콜 15%. 요변이 있는 흑유 찻잔을 사용. 작년에 마신 생주는 정말 힘이 넘쳤는데, 이건 만든 지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부드럽습니다. 의외로 병숙성이 잘 된 느낌입니다. 누룩향이 좀 있긴 한데, 현 시점에서 꽤 우아한 술입니다. 우리나라식 청주(주세법상 약주)를 마시면서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운데, 이건 우아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생생할 땐 아마 조금 다른 느낌의 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술은 포용적이고, 추상적이고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제법 근사한 느낌을 줍니다. 미미한 미네랄리티도 느껴집니다. 회사 이름 그대로 좋은 술입니다. 즐겁게 마셨습니다.
Vinos Del Viento - Garnacha Blanca 2021 [★☆]
: 에스파냐 아라곤의 DO, Campo de Borja. Vinos Del Viento라는 와인메이커(영역하면 Wines of the Wind라고 합니다)의 가르나차 블랑카 2021입니다. 가르나차는 그르나슈(Grenache/그르나슈)의 에스파냐어 이름인데, 실제 가르나차 품종의 고향은 (그르나슈 품종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남부 론이 아니라 이 와인의 생산지인 에스파냐 아라곤입니다.
그냥 ‘그르나슈’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적포도인 그르나슈 누아를 뜻하는데 그르나슈 누아도 피노처럼 누아 외에 그리와 블랑이 존재합니다. 이 와인은 청포도인 가르나차 블랑카, 즉 그르나슈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알콜 13.5%.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할 생각이었는데 병목 및 코르크 타잎을 보고 날개형 오프너로 변경했고 무사히 개봉했습니다.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그르나슈 블랑이 들어간 화이트와인 자체는 여러 번 마셔왔지만, 이렇게 그르나슈 블랑이 주품종인 화이트와인은 딱히 마셔본 기억이 없는 기분입니다. (잘 모르고 별 생각없이 마셔봤을수는 있습니다.) 세파쥬는 85% 가르나차 블랑카에 나머지는 마카베오와 모스카텔, 그리고 비오니에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평론가 점수가 검색되는데 제임스 서클링이 90점을, 와인 애드보케이트에서 91점을 줬나보네요.
와인의 아로마 자체는 샤르도네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입에 넣어도 샤르도네와 꽤 비슷합니다. 첫인상은 좀 단순하긴 한데, 이렇게 단순한 샤르도네가 없지는 않습니다. 바디는 다소 오일리합니다.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데 둥글둥글한 가운데 희미한 날카로운 쇄석, 그리고 금속성이나 석영처럼 단단한 광물질이 환영처럼 느껴집니다. 뒷맛은 다소 씁쓸한 편. 셀러에서 그냥 꺼내서 마셨더니 적정서빙 온도보다 조금 높은 온도에서 마시고 있는 기분인데, 더 칠링하면 이 쓴맛이 덜하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약간 온도를 올려가면서 와인을 마시는 걸 좋아해서 이걸 더 칠링해봐야 만족감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열리면서 기대보다 다소의 복합성과 제법 큰 규모의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이건 품종의 특성같기도 한데, 블랑이라도 그르나슈같은 면은 있다 싶기도 합니다. 열대과일 및 미네랄리티가 아로마에서부터 드러난 이후 입에 넣으면 그 어떤 우아함도 발랄함도 없이 쫙 깔리면서 어스름하며 시골틱한 정경을 느끼게 합니다. 보드라운 밭흙과 같은 감촉, 막 해가 진 후 바람이 불어 풀소리가 나는 것 같은 기분. 얼핏 팔렡이 비어있기 때문에 아마 이 와인에 좋은 평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만 JS나 WA에서 점수를 받은 게 괜한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남프랑스의 블랑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릅니다. 가볍게 마실 생각으로 땄는데 생각보다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와인입니다. 더 봐달라고, 신경써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상기한 모든 특성이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별 신경 안쓰고 마시려고 하면 비밀을 숨긴 것 같은, 담백한 것 같기도 한 구세계 화이트와인입니다.
이 와인이 가진 희미한 단맛은 제법 매력적입니다. 전반적인 특성이 은은한 게 취향이 맞으면 즐겁게 즐길 수 있을 와인입니다.
늘샘농원 – 늘샘증류주 [★☆]
: 늘샘농원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포도농원이자 와이너리입니다. 와인뿐 아니라 포도 증류주도 자체 생산하는데, 소량 입수해서 마셔봅니다.
알콜 40%. 일단 향이 모이지 않는 소형 글라스를 사용. 숙성이 되지 않는 화이트 스피릿입니다. 주종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기본적으로 많이 이상하기 때문에 농업회사법인이 국내 생산 재료를 활용하더라도 주종이 브랜디, 위스키, 맥주로 분류될 경우에 한해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증류주는 브랜디가 아닌 그냥 증류주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기한 세 종류가 아닌 와인, 진, 보드카, 럼, 고량주 같은 경우는 문제없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과일증류주도 국내에서 적지않게 생산되는데 브랜디가 아닌 그냥 증류주로 취급하여 전통주로 인정받곤 합니다.)
물 맛이 꽤 납니다. 그리고 혀의 점막을 무척이나 강하게 자극합니다. 맛은 달달한 편인데, 숙성되지 않은 생 알콜이 제법 있습니다. 맛 자체는 별로 안 센데, 향은 생 알콜향이 좀 나고 점막에 대한 자극성이 엄청납니다. 어지간한 50도대 술보다 자극성이 셉니다.
포도 향을 제법 가지고 있는데, 폭시한 계열이고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촉각적 강렬함에 익숙해지고 나니 꽤 맛있고, 강렬함 자체도 재미있긴 합니다.
이후 에어레이션을 몇 주 진행한 후 크리슨 TT6203 글라스로 마셔봤습니다. 자극적이고 아직 숙성이 안 된 아로마. 화이트럼같은 달콤한 아로마. 입에 넣으면 좀 바이주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에어레이션이 진행되어 그런지 자극성이 좀 약해진 인상인데, 처음에 거의 또는 완전 오드비 상태로 병입했구나 싶습니다.
다시 마셔봐도 제법 와일드한 스피릿입니다.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크통 숙성된 브랜디보다는 바이주나 화이트럼에 차라리 가까운 특성입니다. 장향 계열의 바이주같은 풍미가 미미하게 있는데, 바이주처럼 노골적이고 진하고 강하지는 않습니다. 바이주는 맛은 있어도 너무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마시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데 이건 그렇지는 않습니다. 테이스팅 글라스인 TT6203을 사용해도 딱히 좋아지는 건 없는 게, 잔을 딱히 안 가리는 술이라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만약 가격이 화이트럼처럼 저렴하다면 칵테일 재료로 활용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라면 이 술은 가격이 꽤 비싼 술이라는 겁니다.
배상면주가 – 심술 10 [☆]
: 본래 산사춘으로 유명했고, 근래는 느린마을 막걸리로 더 유명한 것 같은 배상면주가의 약주, 심술 시리즈 중 10입니다. 이름 그대로 알콜 10%.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술입니다.
심술 시리즈는 과일이 들어간 약주인데, 이 심술 10은 깔라만시 착즙액과 자몽 농축액, 그리고 자몽 껍질이 들어갔습니다. 약간의 이산화탄소가 첨가된 제품.
요변이 들어간 잔으로 마시기 시작. 풍미가 무척 묘합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 자체가 쌀 외에 옥수수전분과 설탕, 과당, 젖산은 물론이고 주정까지 들어간 혼합주인데요. 거기에 과일에 탄산까지 들어가서 정말 묘~한 맛이 납니다. 제대로 맛을 보면서 마실 술이 아니라고 판단. 그냥 음식하고 먹어야 할 술이었네요. 맛이 아주 없진 않은데 감각을 제대로 쓰면 안 됩니다. 센서를 좀 오프하고 가볍게 마셔야 해요.
태인합동주조장 – 전통술 담그기 무형문화재 송명섭이 직접 빚은 生 막걸리 [☆]
: 예전부터 명성 높던 전북 정읍 송명섭 명인의 막걸리를 드디어 마셔봅니다. 담근지 12일 된 걸 마십니다. 알콜 6%. 요변이 있는 흑유 찻잔을 사용.
담백한 맛입니다. 무첨가인 걸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일 정도로 단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탄산감도 거의 없고, 점도도 매우 낮습니다. 심지어 산미도 별로 없습니다. 입국이 아니라 밀누룩을 쓰긴 했지만, 워낙 깔끔해서 이건 오히려 일반적인 탁주보다는 긴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저렴한 긴조의 탁주 버전.
가격이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습니다. 느린마을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인데요. 그 가격을 생각하면 결함이 없다는 점에서 질이 좋긴 합니다. 다만 딱히 맛있다거나 깊이가 있다거나 재미있는 맛은 아니고요. 아주 슴슴하다못해 무미(無味)에 가깝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맛이 없습니다.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 맛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결함이 없기 때문에 나쁜 술은 절대 아닌데요. 단언컨대 좋은 술도 아닙니다. 음식 페어링 시 아무 맛이 없는 술이 필요할 때 이걸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침햇살에서 단맛을 빼더라도 이것보다는 풍미가 더 있을 겁니다. 이건 진짜로 아무 맛이 없다에 가까워요.
금정산성토산주 – 금정산성 막걸리 [★]
: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셔봅니다. 소비기한이 보름 정도 남은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알콜 8%. 백세주 잔으로 마십니다.
윗물부터 마시는데 산미가 꽤 있습니다. 묽긴 한데, 느린마을 막걸리 수준의 가격대에서 이렇게 새콤한 타잎은 처음 만나봅니다. 아스파탐으로 단맛을 내긴 했는데 그렇게 많이 넣지는 않았습니다. 탄산이 세진 않은데, 흔들면 거품이 많이 올라옵니다.
점도가 높지 않고 침전물도 많지 않습니다. 침전물의 입자는 고운 편. 침전물과 함께 먹으니 새콤한 느낌이 줄어드는데, 내가 마셔봤던 탁주 중 최고였던 금계당 바랑이 조금 연상됩니다. 물론 이건 바랑보다 훨씬 저렴한 탁주고, 스타일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만 그래도 가격대비 퍼포먼스가 좋은 탁주로 느껴집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많이 묽게 느껴진다는 점. 8도짜리라 리즈너블한 탁주 중에는 그리 도수가 낮은 편이 아닌데, 스타일이 제대로 된 고급 탁주 흉내를 내서 그런지 물탄 느낌이 많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맛있다가 마는 느낌입니다.
내가 추천을 아끼지 않는 소성주의 경우, 술 퀄리티 자체는 이 금정산성 막걸리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금정산성이 훨씬 위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성주는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천천히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금정산성보다 명백하게 저렴하고요. 대조적으로 이 금정산성 막걸리는 소성주보다 현저하게 좋은 술입니다만, 맛있다가 맙니다. 맛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맛있다가 마니까 참 유감입니다.
맛을 충분히 보지 않고 빠르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어택이 좋은 술이고, 점도가 높지 않고 산뜻하며 적당한 탄산이 있어 청주잔보다 좀 더 큰 잔을 이용해 빠르게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판단. 마시는 잔을 트라피스트 에일 중 하나인 라 트라페 전용잔 (쿠페 글라스) 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음료수나 라거 마시듯 마시니까 괜찮습니다. 만족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큰 잔으로 원샷하듯 마셔야 하는 막걸리입니다. 그렇게 마시니 그래도 8도짜리라 빠르게 취하게 됩니다.
시원하게 마시고 취하기 좋은 막걸리라는 인상이네요.
Gérard Bertrand – Naturae Chardonnay 2020 [★]
: 제라드 베르트랑의 나뚜라에 샤르도네. Vin de Pays d’Oc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와인 생산지, 랑그독 루시용은 아비뇽 서쪽의 님(Nîmes)부터 지중해를 따라 카탈루냐와의 경계에까지 이어지는 지중해 연안 지역입니다. 프랑스 전체 와인 생산량의 1/3 정도가 이 지역에서 나옵니다.
이 지역에서는 AOC 와인도 나오지만, Vin de Pays 등급 와인이 많이 나오는데요. 랑그독에서 생산하는 Vin de Pays 등급 와인을 Vin de Pays d’Oc로 표기합니다. Oc가 Languedoc의 Oc입니다. 이 등급은 이탈리아의 IGT에 해당하는데, 신세계 와인처럼 특정 포도 품종을 사용하여 포도 품종을 라벨에 표기할 수 있는 등급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프랑스에서 라벨에 품종명을 명시하곤 하는 지역은 알자스, 부르고뉴, 그리고 이 랑그독 루시용을 들 수 있는데 알자스는 문화권이 도이칠란트라 그렇고, 부르고뉴는 단일품종 와인을 주로 만들어서 그렇고, 랑그독 루시용은 Vin de Pays d’Oc를 많이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이 나뚜라에 샤르도네는 럭비 선수였던 랑그독의 큰 손, 제라드 베르트랑이 생산/판매하는 내추럴 샤르도네 와인입니다. 알콜 12.5%.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 칠링이 많이 되어서 병 내 온도가 7.2도까지 떨어져있는 상태라 천천히 온도를 올려가면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색이 꽤 진합니다. 갈변한 사과같은 느낌. 향도 달콤하고, 맛도 드라이 와인치고는 달콤합니다. 꽤 묽고, 산뜻한데 산미가 강하지 않고, 부담없이 들어갑니다. 질감은 오일리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습니다. 중간 정도입니다. 스월링을 하면 약간의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부담없이 가볍게 마시기 좋은 샤르도네라는 생각입니다.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은 내추럴와인이라 그런지 이 바틀은 과숙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꼭 맛없는 상태는 아닙니다. 제법 달달하고 (당도를 따지자면 어디까지나 Brut 수준입니다만) 산도도 살아있고, 마시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비싸디 비싼 퓔리니/사사뉴 몽라셰나 뫼르쏘 크뤼 블랑 같은 게 프리목스되어서 이러면야 안습하겠지만, 이건 저렴이 랑그독 블랑이라 이래도 이것대로 좋습니다. 내추럴와인이라는 게 원래 좀 제멋대로기도 하고요. 나는 원체 리오하 그랑 리제르바 같은 산화된 뉘앙스 강한 와인도 즐겁게 잘 마시기도 합니다. 마시기 쉬운 타잎이라 금방 비웠습니다. 이런 것도 꼭 나쁘지는 않아요.
Tiger Radler Pomelo [☆]
: 알콜 2%. 오래간만에 마시는 포멜로향의 타이거 라들러. 다소의 알콜이 섞인 음료수. 그냥 마시면 맛이 없는데, 치킨 같은 거 먹을 때 음료수 대신 먹으면 맛있습니다.
Fattoria Le Pupille – Poggio Valente 2020 [★★]
: 플래그쉽인 슈퍼투스칸 Saffredi로 유명한 파토리아 르 푸필레의 산지오베제 100% 로쏘, 포지오 발렌테 2020입니다. 토스카나 IGT고요. James Suckling에게 95점, Wine Advocate의 Monica Larner에게 94+점, Vinous의 Antonio Galloni에게 94점을 받는 등 고득점을 받은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 100%라도 슈퍼투스칸으로 분류되는 와인들이 있는데, 이 포지오 발렌테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콜 15%. 천연 코르크 마개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글라스는 일단 조세핀 No. 3레드와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준비했습니다.
아직 온도가 낮은 상태로 조세핀 No. 3부터 사용해 아로마를 맡아보니 달콤한 분유 같은 로쏘 향이 있을 뿐입니다. 산지오베제가 원래 좀 아로마가 약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입에 대고 잔을 기울이면 새콤한 과실 같은 향이 느껴집니다. 혀에 처음 닿는 느낌은 매끄럽고, 이내 복합성이 있는 편입니다. 멋진 텍스쳐. 탄닌은 강하지 않고, 조금 에스파냐 와인 같은 인상입니다. 첫 모금을 넘기니 맛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붉고 검은 베리향이 있긴 한데,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이거 첫인상을 산지오베제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꽤나 템프라니요 같아요. 물론 리오하 템프라기엔 산도도 있고, 맛도 좋고, 좀 고급스럽긴 한데요. 그래도 일단 잘 만든 템프라니요 와인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내 입안에 무두질하는 듯한 탄닌이 천천히 느껴집니다. 산지오베제는 산지오베제구나. 라는 생각이 좀 늦게 따라오는데요. 오크 향이 세서 2020년 테크시트를 보니까 이 빈티지는 무려 50% 뉴오크입니다. 500L 및 600L 토노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했다는데, 바닐라스러운 느낌에서부터 토스트된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까지 느껴집니다. 다소 Reserva스럽고요. 밝은 Tabacco, 참나무 그 자체의 향부터 다소 음습한 숲의 향, 조금은 장미 계열을 연상시키는 플라워리가 있습니다. 접근성이 나쁜 와인은 아닙니다만, 내 판단에는 아직 시음적기가 아닙니다. 일찍 따버렸습니다.
시도니오스 르 셉뗀뜨리오날로 마셔보니 이 와인은 부르고뉴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계 아로마. 농축미 있는 베리. 상당히 진합니다. 적극적으로 스월링을 하면 플라워리합니다. 아마 시간을 두고 익히면 섹시해질 것입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너무 어려요. 알콜도 지금은 좀 과합니다. 그래도 94점 정도 줄 만한 와인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내 입엔 10년쯤 더 익혔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멋진 응축감 때문에 점수를 주자면 낮게 주기가 어려운 와인입니다. 다만 응축감과 그것에서 비롯된 특성을 제외하면 좀 에스파냐 또는 신세계스럽고, 이 적극적인 오크 사용에서 비롯된 특성들이 포도에서 비롯된 특성과 혼연일체를 이루려면 꽤 세월이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디캔팅 에어레이션이나 브리딩 따위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한 방식으로 나는 반 병 정도를 마신 후, 스토퍼로 막고 반 병 정도를 냉장고에 방치했습니다. 그러다가 상온에서 좀 더 숙성한 후, 보름 정도를 에어레이션한 후 시도니오스 레스떼뜨와 지아코모 콘테르노&즈비젤 센소리로 마셔봅니다.
환원취가 약간 생겼고,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습니다. 그래도 바닐라향이 남아있네요. 입에 넣으니 완전히 숙성된,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이 정말 근사합니다. 물론 이건 이 와인이 완전히 병숙성되었을 때를 추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산화시켜서는 포텐셜을 즐길 수는 없습니다. 포텐셜을 어느 정도 검증은 할 수 있지만 맛있게 즐기기 위한 건 아닙니다.
바나나같은 향. 에어레이션의 결과 탄닌이 거의 75~80% 이상 녹았고, 아주 맛있는 것 같은 요소가 생겼는데 완전히 병숙성했으면 아마 천상에서 훔쳐온 것 같은 맛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스월링으로 환원취를 최대한 날리고 본질을 살펴보면, 산지오베제 아니랄까봐 이 본질은 맛있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늙게 만들어서 마셔도 이 와인은 정말 템프라니요 와인같은 느낌이 꽤 납니다. 미각적인 부분에서 이렇게 ‘맛있는’ 템프를 마셔본 적은 없지만, 그 외엔 정말 템프를 닮았습니다.
주용 - 원주술인 19 [★]
: 원주의 ‘주용’에서 생산하는 증류주. 원주산 쌀과 고구마, 다래, 그리고 바닐라 빈과 엘더플라워가 들어간 술입니다. 크리슨 TT6203 글라스로 작은 샘플을 마십니다.
이름 그대로 알콜 19%. 19도짜리 증류주라 상당히 묽습니다. 주니퍼베리 향이 안 나는 크래프트 진을 스틸워터에 희석해 마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맛없지는 않은데 주니퍼베리 향이 안 나서 뭔가 좀 빠진 것 같고, 일반적인 진에 비하면 너무 묽어요.
가격을 고려하면 맛있는 술이긴 합니다. 어쨌든 꽤 괜찮은 크래프트 진에서 주니퍼베리 빼고 물탄 맛이거든요. 살짝 달콤하고 엘더플라워 향도 좋습니다. 좋다 만 술이라 아쉬울 뿐.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18.6 [★★]
: 한영석 청명주의 고도수 버전입니다. 배치 16하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고요. 이후 18.6도 배치 2가 출시되었습니다만, 이건 처음 나왔던 배치로 시판 당시에는 한정판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었습니다. 알콜 18.6%. 녹두국. 일단 요변이 있는 흑유 잔으로 마십니다. 도수를 보면 과하주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과하주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입 마셔보면 꽤 세고, 향이 여립니다. 누룩 향이 먼저 와닿고, 과일 풍미가 좀 늦게 찾아옵니다. 일반 청명주와는 달리 양조주로는 거의 한계에 달한 도수를 가지고 1년간 숙성을 거쳐 출시했다는데, 그래서 생주 느낌이 줄어들고 차분하면서 깊이가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몇 모금 마시고나서 이거 안되겠다고 판단.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로마는 거의 없습니다. 다소 유질감이 있는 바디. 상당히 숙성되었습니다. 와인으로 치면 좀 머츄어드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 와인보다 과일향이 워낙 적어서 그런 인상을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영석 청명주 치고는 산미가 약해져 있는데, 숙성 결과 완전히 순해져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흑유 잔으로 마시면서 좀 묘하다고 생각했던 게 글라스로 마셔보니 확연하게 느껴지는데, 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미네랄리티가 뚜렷하다고 느껴집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미네랄리티가 있다 정도 느낌이 아니고, 몇 개월 전에 마셨던 Domaine J.A. Ferret의 Pouilly-Fuisse 2019가 떠오를 정도로 규모가 커다란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굳이 보자면 이건 와인 올드빈 마시는 느낌이 좀 듭니다.
이후 마시다보니 와인처럼 열리면서 어느 정도의 복합성을 느꼈습니다. 분명 한영석 청명주이긴 한데, 일반 한영석 청명주와는 좀 인상이 다른 술입니다. 도수보다는 1년 숙성이 더 큰 영향을 준 기분이고요. 일반 한영석 청명주와 스타일은 달라도 맛있는 술이긴 합니다. 다만 이건 미네랄리티를 이해해야 맛있을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도수 탓인지 스타일 탓인지 스월링을 해줘야 풍미가 더 살아납니다. 아로마 같은 게 없긴 하지만 화이트 와인 또는 스파클링 와인용 글라스에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시다 보면 묘하게 이런저런 향들을 느낍니다. 생나뭇가지 껍질을 벗겼을 때 나는 향. 아마도 환원취일 것 같은 플라스틱과 같은 향. 부싯돌을 핥는 것 같은 느낌. 아직 익지 않은 로즈힙 또는 핵과의 향. 미미하게 골드 럼이 연상되는 달콤함. 이상 묘사한 것들은 정말정말 약하게 나는 향이라, 감지하기 거의 어렵습니다.
Bridlewood - Pinot Noir Monterey County 2018 [★★★☆]
: 캘리포니아 Monterey 카운티의 리즈너블한 피노 누아. Wine Enthusiast의 Matt Kettmann에게 89점을 받았습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개봉 후 마개를 보니 조금 타고 올라와서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알콜 14.5%. 볼륨이 꽤 높습니다.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는 15.8도 정도로 좀 낮은 상태인데, 미국의 리즈너블한 피노누아는 좀 낮은 온도에서 맛있는 경향이 있어서 일단 낮은 온도로 마시기 시작합니다.
피노 누아다운 품종향. 입에 닿는 첫 감촉이 봄의 튤립 같습니다. 병숙성이 잘 되었네요. 알콜 볼륨이 높은 피노누아라 조금 탄탄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스템의 그것입니다. 홀 클러스터 비율이 있네요.
기대보다 미네랄리티가 잘 느껴지는 피노 누아입니다. 홀 클러스터 피노 누아답게 스파이시하고, 구조감이 튼실하며 복합성과 다소의 풋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명한 떼루아를 느낄 레벨의 피노 누아는 아닙니다만, 몬테레이의 자연을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틀에 가해진 대미지는 크지 않다로 추정. 더 숙성할 수도 있었던 피노 누아 같다는 게 첫인상이었습니다만, 마시면서 시음적기의 피크로 판단. 지금이 이 바틀의 절정기입니다.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미국 피노누아다운 감성이 조금씩 피어납니다. 바닐라틱한 화장기. 화장을 다소 두껍게 한 젊은 여인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을 만한. 그리고 오크통을 토스트한 향도 느껴집니다. 이런 게 미국 감성이지요. 프랑스의 피노누아가 천상의 것을 속세의 병에 담은 것 같다면, 이런 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소위 7의 여자 같은 느낌인 것입니다.
열리고 난 후엔 무척 달달한 느낌이고, 과일 향이 크리미함 뒤에 믹스됩니다. 날카롭게 쪼개졌거나 모난 결정이 생긴 느낌의 미네랄리티 위에 폭신함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어? 말도 안 되게 맛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건 이 바틀의 시음적기다 못해 그 피크라 그렇습니다.
제대로 만든 레드와인이라는 건 진짜 시음적기가 되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것이라도 정말 맛있어지곤 합니다. 접하기가 영 어려운 게 문제인데, 그나마 피노누아나 메를로는 탄닌이 적어서 시음적기가 빨리 오는 편이긴 합니다.
온도가 더 올라가고 더 열리면서 수박향이 피어납니다. 클러스터를 쓴 와인답게 시음적기의 피노누아임에도 제법 떫음이 남아있는데, 적절한 푸드와 함께했다면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금 해봅니다만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주는 바틀과 음식 맞추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긴 합니다. 오크가 좀 적극적인 거 빼면 스타일 자체는 부르고뉴를 연상시키는 타잎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미국 피노누아는 언제나 시음적기일 경우 맛있고, 대단한 가성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짭짤한 향. 동물과도 같은 부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환원취. 바이올렛. 섹시한 살결과도 같은 향, 다소의 대미지에서 기인한 잡내 같은 게 점점 나옵니다. 와인이라는 게 살짝 어려운 게, 이거보다 몇 배 비싼 와인을 사서 딴다고 꼭 이렇게 맛있지가 않습니다. 비싼 와인은 시음적기가 늦게 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거 일찍 잘못 따면 포텐셜을 이성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 감성적인 만족감은 낮습니다.
이 와인이 받은 89점은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고, 심지어 이 와인은 대미지를 전혀 받지 않은 바틀이 아닙니다. 이상적인 보존환경에서 보존된 게 아니고, 비싼 와인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주 맛있습니다. 애초에 저렴한 편에 속하는 와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마시게끔 코스트를 아끼면서도 열심히 만든 와인 같고, 그런 피노누아가 마시기 즐겁게 숙성되었기 때문(바틀에 가해진 대미지는 이 와인의 숙성을 더 빠르게 만들었을 겁니다)입니다.
이 와인은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맛있는 향과 맛없는 향. 빼어남과 결함. 그런 게 섞여 있는데요. 사람이 그러하여도 어울리기에 충분히 즐거울 수 있듯 와인 또한 그러합니다.
워낙 피크에 있던 리즈너블한 와인이라 금방 죽어버리긴 하는데요. 죽은 후에도 아로마가 사그라들 뿐 맛있긴 합니다. 이 바틀은 시음적기의 피크에 개봉한 피노누아가 어느 정도까지 포텐셜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평범한 선수라도 한번쯤은 인생경기 펼치면서 최상위 팀을 상대로 이길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포의아침 – 맑은내일 Winery 단감명작 [★]
: 우포의아침은 경상남도 창녕군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입니다. 다양한 주류를 만들어 시판 중인데, 그 중 단감으로 만든 와인인 단감명작을 마셔봅니다.
알콜 7%. 도수는 낮지만 보당되었습니다. 요변이 있는 작은 흑유 잔으로 마셔봅니다. 일견 약주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고, 생각보다는 단맛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다 발효시킨 와인이네요. 애초에 단감이 브릭스가 그렇게 높지 않긴 하지요. 조금 새콤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주종(酒種)은 와인인데 술 스타일은 약주에 가깝습니다. 물론 쌀로 만든 약주와는 좀 다르긴 하고, 과실주라는 걸 느낄 수는 있는데요. 굉~장히 약주같습니다. 나름대로 맛있긴 한데, 포도로 만든 와인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아로마는 그냥 고전적인 약주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사용한 효모 종류가 약주 만들때 쓰는 쪽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네랄리티는 두드러지지 않고, 바디나 전반적인 촉각적 부분이 묘하게 단감 껍질 같은 느낌입니다. 어쩌면 감껍질에서 기인한 탄닌이 약간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의 감지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도수도 좀 낮고 굉장히 잘 넘어가는 술입니다. 전반적인 풍미는 감보다는 사과에 가깝다는 느낌이고요. 좀 특이하게 이 단감명작은 300ml와 750ml 두가지 버전을 시판하고 있는데, 300ml 들이의 시판가격이 용량대비 더 저렴합니다. 그래서 다른 술인가 찾아봤지만 다른 술이라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기술해두자면 300ml짜리를 마셨습니다.
와인으로 치면 사실 이건 평범한 수준도 못됩니다만, 300ml짜리 술로 널리 유통된다면 이야기가 다를 겁니다. 일반 음식점 같은 데서 파는 술로 치면 이건 최상급이 되거든요. 맛 자체는 있는 술입니다. 마시기 편하고.
Château La Nerthe – Châteauneuf-du-Pape blanc 2019 [★★☆]
: 샤토 라 네르트는 1560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론의 와이너리입니다. 샤토 라 네르트의 샤토네프-뒤-파프 2019년 블랑을 마셔봅니다. 남부 론의 최고 아펠라시옹인 샤토네프-뒤-파프는 주로 루즈를 생산합니다만, 블랑도 소량 생산합니다.
세파쥬는 40% Grenache Blanc, 34% Roussanne, 20% Clairette, 6% Bourboulenc. Jeb Dunnuck에게 93점, Vinous에서 92점, Wine Advocate에서 91점을 받은 와인입니다.
알콜 14%.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와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마개는 길이가 다소 긴 천연 코르크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0.6도 정도였습니다.
첫인상은 열대과일 및 왁시함이 느껴지는 아로마에 과일과일해서 신세계스러웠는데, 입에 넣고 온도를 올리고 스월링을 하니 이내 고급와인다운 중량감을 드러냅니다. 제법 웅장한 와인이네요. 이게 샤토네프-뒤-파프였지. 라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대지의 떼루아가 잘 담겨있습니다.
무척이나 둥글둥글한 미네랄리티. 블랑임에도 입을 다소 조이고, 입에 머금고 있으면 구강 조직을 콕콕 찌르는 것 같은 자극성이 있습니다. 둥근 자갈 느낌이 매우 강하고, 진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과일 풍미는 강합니다.
파인애플, 복숭아, 모과, 둥근 조약돌, 흰 꽃, 아몬드,
양질의 화이트와인입니다만, 단점이라면 하이노트가 별로 없습니다. 리즈너블한 와인이라면 그런 게 별 단점이 되지 않겠습니다만, 이건 저렴한 와인은 아닙니다. 소위 이국적인 매력이 있으나 표준적인 고급 화이트 와인과는 궤를 다소 달리합니다.
G. D. Vajra – Barbera d’Alba Superiore 2020 [★★]
: 피에몬테 알바의 와이너리들은 대체로 다양한 토착품종들을 사용한 와인을 만듭니다. 보통 로쏘 품종으로는 네비올로 및 돌체토와 바르베라 정도는 챙겨 만드는데요. 피에몬테 최고의 품종은 물론 네비올로입니다만, 돌체토와 바르베라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이른 시기에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됩니다.
G. D. 바이라에서 만든 바르베라 달바 슈페리오레 DOC 2020을 마셔봅니다. 이 와인은 Vinous에서 93+점을, Falstaff에서 93점을 받았습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병 입구 부분이 얇아서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레스떼뜨 및 지아코모 콘테르노&즈비젤 센소리를 사용했습니다.
알콜 15%. 병 내 첫 서빙 온도 15.3도. 템프라니요를 연상시키는 아로마. 입에 닿는 첫 감촉은 아름답지만 이내 살짝 거친 텍스춰를 드러냅니다. 매우 가볍고 새콤합니다. 색도 진하고 도수도 높은데 입에 넣으면 바디가 정말 놀랍도록 가볍습니다. 가메 이상으로 가볍습니다. 목으로 아주 잘 넘어가는 로쏘입니다.
탄닌이 많은 편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2020년에 산도 제법 있다보니 아직 숙성 잠재력은 좀 남은 상태인 것 같고, 약간의 떫음도 있습니다. 네비올로와는 달리 진지하게 접근할 스타일이 전혀 아니고, 무척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그야말로 이탈리아다운 와인. 피니쉬가 길다거나, 그윽하다거나, 피네스가 좋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저 플라워리하고 과일과일한게 맛 자체는 꽤 맛있습니다.
오크를 꽤나 섬세하게,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지드링킹이 가능한 와인이지만 참 열심히 만들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탈리아 음식과 같이 마시기엔 이렇게 좋은 와인도 잘 없습니다.
인천탁주 – 1938 소성주 [★☆]
: 소성주의 새로운 시리즈가 보여 구매해서 마셔봅니다. 인천탁주의 전신인 대화주조의 창립년도인 1938년을 기념하여 1938 소성주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生소성주 및 소성주 플러스와는 달리 무감미 탁주고요. 가격은 生소성주보다 2배 정도 됩니다.
알콜 6%의 생탁주. 요변이 있는 흑유 잔으로 마십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마셨는데, 꽤 달달하고, 산미와 누룩 향이 있습니다. 첫인상 자체는 生소성주보다는 소성주 플러스에 가까운데, 많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내가 소성주의 기본 버전인 生소성주의 팬이고 그걸 홍보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좋은 술은 아닙니다. 저렴하고 매력적인 술일 뿐이지요. 소성주 플러스는 生소성주보다 품질 자체는 조금 올라갔지만 매력이 줄어들어서 나로서는 비추천이고요. 그런데 이 1938 소성주는 제법 품질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술까지는 아닌데, 좋은 술 흉내는 냅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 이건 가성비가 좋습니다. 이 가격에 좋은 술 흉내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흉내라도 냅니다. 이런 건 꽤 드뭅니다.
Milan Nestarec – Moje (MayBe 2018&2019) [★★☆]
: 밀란 네스타렉은 체코의 유명 내추럴와인 메이커입니다. 이 Moje는 밀란 네스타렉이 만드는 펫낫(Pet-nat)인데, 두 번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마시는 바틀은 언제건진 정확히 모르겠는데 2018년과 2019년 빈티지가 합쳐진, 2020년 출시된 첫 번째 버전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레이블도 6종류가 있는데 이 바틀은 왼쪽에서 두 번째네요. 이름인 Moje는 원래 체코어로 ‘모예’에 가깝게 읽히지만 ‘모조’로 읽어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알콜 12%. 품종은 리슬링입니다. 펫낫은 내추럴 방식으로 만든 발포성 와인의 일종인데, 버블이 아주 강하지는 않아서 보통 왕관 병뚜껑을 씁니다. 이것도 크라운캡이고요. 쇼트즈비젤 비냐 샴페인 플루트 글라스와 크리슨 PRE06 롱칵테일 글라스로 일단 마셔봅니다.
플루트 글라스에 따라놓으니 미세한 버블이 제법 많이 올라옵니다. 글라스에 따른 이후 온도를 재보니 10.5도 정도입니다. 아로마는 리슬링임에도 페트롤향이 없고 무난하게 사과향 같은 게 많이 납니다.
입에 넣으니 제법 크리스피하고 무난한 인상입니다. 미네랄리티가 살아있는데 부드럽고, 복합성이 있습니다. 내추럴이라 그런지 산화가 많이 진행된 느낌은 있고, 산이 꽤 둥글둥글합니다.
마이야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상파뉴 및 까바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대신 굉장히 복합적인 느낌이 있는데, 내추럴 양조법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룩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전통주처럼 다양한 미생물이 개입한 듯한 복합성인데, 산화가 많이 된데다 쓴맛을 동반한 다소 잡스럽기까지 한 복합성이 뒷맛에 이어져 묘한 개성을 가집니다.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펫낫인데 참 특이한 거 마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의 침전물 또는 부유물이 있고, 과하게 산화된 뉘앙스와 무슨 진짜 누룩이라도 쓴 것 같은 잡스러움, 그리고 제법 괜찮은 리슬링 스파클링 와인의 요소들이 복합되어 진짜 별세계다 싶습니다. 롱칵테일 글라스인 크리슨 PRE06이 잘 어울리는데, 기본적으로 별로 잔을 가리는 느낌은 아닙니다.
거의 초코우유 맛인데 약간 초코맛이 좋고, 뭔가 다른 맛이 살짝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품명이나 성분을 보면 피스타치오인데, 성분을 잊어버리면 미각으로는 감지가 잘 안 되네요. 일단 느낌은 좀 맛있는 초코우유였는데요.
다 마시고 나니까 피스타치오 풍미가 좀 느껴집니다.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를 우유에 섞어 놓은 것 같은데, 그게 입자가 좀 가라앉아있어서 바닥쪽이 피스타치오 맛이 강했던 것 같네요. 드실 때 잘 흔들어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태 – 가루비 감자칩 오리지널
: 호주산 감자를 사용한 플레인 감자칩. 일본 가루비 사 감자칩의 해태 버전이라고 합니다.
점질형 감자를 크리스피하게 튀긴 감자칩입니다. 바삭하고 맛있는 편인데 농심 포테토칩이나 포카칩에 밀려서 그리 잘 팔리는 것 같지는 않네요. 그래도 나는 마음에 들어요.
곰곰 – 콘플레이크 오리지널
: 대용량 콘플레이크를 찾다 보니 발견한 제품. 쿠팡 PB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달지 않은 콘플레이크는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라 켈로그건 포스트건 대용량을 안 팝니다. 그래놀라에 콘플레이크가 밀린 감도 있고요. 제조사는 씨알푸드. 이마트 노브랜드 씨리얼도 이 회사에서 만듭니다.
좀 딱딱한 느낌의 콘플레이크. 우유에 다 불어도 딱딱한 부분이 제법 남아있습니다. 맛은 아주 살짝 달고 짭니다. 옥수수 함량 91%. 현재 구할 수 있는 중량대비 가장 저렴한 콘플레이크입니다. 좋은 인간사료.
유어스 – 마라맛팝콘
: 제이엔이 아산공장 제조. 마라맛이 유행하다보니 팝콘도 마라맛이 나왔습니다.
괴식 아닐까 우려하고 맛보면 생각보다는 맛있습니다. 플레인 팝콘에 마라맛 시즈닝을 입힌 형태인데 나름대로 잘 어울립니다. 나는 마라탕 같은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그래도 이건 맛이 괜찮네요.
네스프레소 - 이스피라치오네 이탈리아나 팔레르모 카자르
: 강도 12. 네스프레소 순정 캡슐 중 나폴리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 강도였습니다. 최근 버전은 인도산+니카라과산 원두. 로부스타가 들어갔고, 대략 풀시티 이상, 프랜치 수준의 로스트로 느껴집니다.
근래에는 2차 팦 이후 원두를 더 볶는 경우가 잘 없다 보니 이런 수준의 로스트를 가진 커피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캡슐은 로부스타가 섞이긴 했지만 우수한 퀄리티입니다. 단종되고 이후 한정판으로만 팔린 다르칸 정도로 훌륭하지는 않지만, 다르칸과 함께 아이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해서 마시면 맛있고, 그냥 이것만 에스프레소나 리스트레토로 추출해 마셔도 양질입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시 크리미한 질감. 풀에 가까운 바디. 스파이시함. 아주 희미하게 살짝은 남아있는 산미가 있습니다. 어지간한 네스프레소 한정판 캡슐보다 훌륭한 캡슐이라 생각하고 즐겨 마시는 캡슐입니다.
: 알콜 4.7%. 처음 마셨을 때는 아무 기대가 없었다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의외라 생각했었습니다. 이후 시간을 좀 두고 이번에 다시 마셔봅니다.
홒이 꽤 들어갔는지 쓴 맛이 좀 납니다. 대신 향은 좋습니다. 꽤나 IPA스러운 라거. 질감은 브루클린 수준으로 미끈덕거릴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청량하고 가볍지도 않습니다. 바디감이 꽤 있는 편. 넷플릭스 라거 육박하게 라거로는 바디가 있고, 점도도 높은 것 같습니다. 의외로 넷플릭스 라거에 가까운 계열이라 느낍니다.
부루구루 – Victim Lime & Mint [☆]
: 알콜 5%. 주정을 사용해 만든 에리스리톨 첨가 라임&민트향 RTD 리큐어. 요새말로 통칭 하이볼... 이지만 그보다는 굳이 보면 츄하이에 가깝습니다. 물론 가장 정확한 명칭은 RTD 칵테일일 겁니다.
재료가 직접 또는 바텐더들이 칵테일 제조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 재료가 좀 들어가서 느낌이 특이한 걸 빼면 (특히 글리세린) 보드카 베이스에 라임을 사용한, 평범하고 기본적인 칵테일 범주로 느껴집니다. 민트향은 제법 나지만 진짜 민트향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고, 어떤 민트향인지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퀄리티에 비해 시판단가가 좀 셉니다.
가격과 퀄리티 생각하면 직접 조주해 마시는 게 낫습니다. 다만 조주라는 게 항상 쉬운 건 아니니까 때때로 이런 게 유용할 수 있겠지요.
: 왕의 와인으로 불리는 피에몬테의 바롤로 와인은 대체로 가격대도 어느 정도 높고 장기 숙성형입니다만, 그나마 그 중에도 가격대가 리즈너블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보시오의 트러플 헌터 레다 바롤로는 그런 리즈너블 바롤로 중 하나입니다. 11개의 바롤로 코뮌 중 Verduno의 바롤로라고 합니다. Kerin O’Keefe가 Wine Enthusiast에 있을 때 90점을 준 적이 있네요.
알콜 14%. 병 내 첫 서빙 온도 19.4도. 글라스는 지아코모 콘테르노 & 즈비젤 센소리,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 자페라노 울트라라이트 버건디를 준비했습니다. 글라스 비교도 할 겸 해서 개봉했습니다. 비교해서 시음 후 센소리와 르 쎕뗀뜨리오날이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센소리에서는 고혹적이고 어두운 장미 향. 새콤한 과일 향. 우아한 향수. 입에 닿으니 투명감이 있는 색조면서도 아직도 생생하고 뻑뻑한 탄닌이 느껴집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마시는 네비올로는 실망시키지 않네요. 다만 이런 탄닌이 녹으려면 아직도 오랜 세월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리즈너블한 바롤로도 아직 10년 이상 더 숙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탄닌과 산, 알콜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르 쎕뗀뜨리오날에서는 가죽과 같은 부케. 트러플과 사향을 연상시키는 고혹적인 향. 밀도높게 치밀한 구조감이 느껴집니다. 저렴한 바롤로라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그래도 바롤로는 바롤로네요.
센소리에서는 열리면서 감초, 캔디, 바닐라, 분유와 같은 달콤한 향이 나옵니다. 르 쎕뗀뜨리오날에서는 좀 열린 후에야 어두운 장미 향이 본격적으로 느껴집니다. 이후 쇄석과 같은 미네랄 느낌. 새콤한 베리가 느껴집니다. 마시기 힘들지 않으면서도 뻑뻑함을 느끼게 하는 탄닌이 네비올로 특유의 매력인 것도 같습니다.
이 바롤로는 역시 네비올로는 사 모으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Strongbow Rosé Apple [★]
: 알콜 4.5%. 가지고 있던 이 시드르를 마저 마십니다.
언제 마셔도 맛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판 중인 시드르 중 이 스트롱보우와 호기스가 내 입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좀 더워지고 마시니까 더 좋네요.
Hoggy’s – Raspberry Dream Cider [★]
: 알콜 4.5%. 여름이 되어 이 호기스 라즈베리 드림을 마시니까, 역시나 여름의 시드르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이 라즈베리 드림은 주스 같은 맛이 강해서 가볍게 음식에 곁들여 마시기 좋습니다.
제주맥주 – 제주 위트 에일 [★]
: 알콜 5.3%. 밀맥아와 귤피, 오렌지 필이 들어간 제주맥주의 대표작을 리델 퍼포먼스 상파뉴 글라스로 마셔봅니다.
닭강정을 먹으면서 마셨더니 쓴 맛이 꽤 강합니다. 단 맛이 없는 음식과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맛은 쓰지만 향긋한 에일입니다.
Freixenet - Cordon Negro Gran Selección Cava Brut [★☆]
: 여름에 마시기 좋은 까바는 에스파냐에서 만드는, 상파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그 중 이 프레시넷의 코든 네그로 그란 셀렉션은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 아주 잘 팔리는 유명 까바입니다. 까바는 일반적으로 Parellada, Macabeo, Xarel·lo의 3품종을 사용하는데, 이 코든 네그로 역시 그러합니다.
알콜 11.5%. 첫 서빙온도는 병 내 5.7도로 칠링했고요. 리델 퍼포먼스 상파뉴 글라스를 준비했습니다.
상파뉴나 까바의 한 결정적인 특성은 도사주 이후 병숙성 과정에서 마이야르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파클링이 생기는 것을 제외해도 화이트 스틸와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풍미가 생기는데요. 이 프레시넷 코든 네그로 또한 마이야르가 일어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향, 적당히 구운 빵의 껍질을 연상시키는 일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살짝 무언가를 태운 듯한 향과 씁쓸함. 품질을 상파뉴에 비견할 수는 없지만, 특유의 매력은 있습니다. 버블은 다소 크고 거칩니다. 응축감이 없이 묽고, 단순한 편이면서 살짝 크리스피하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이라 느낍니다.
Chateau Ste Michelle - Columbia Valley Riesling 2021 [★☆]
: Chateau Ste Michelle은 미국 워싱턴 주 우딘빌에 위치한, 워싱턴 주에서 가장 오래 된 와이너리입니다. 우딘빌은 시애틀에서 동쪽으로 32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 하네요. 프랑스식 이름이지만 표기가 영어 알파벳으로 ‘Chateau Ste Michelle’ 입니다.
이 콜롬비아 밸리 리슬링은 콜롬비아 밸리 전역의 리슬링을 혼합한 리즈너블한 와인입니다. 이번에 마시는 2021년은 Wine Spectator와 Wine & Spirits에서 88점을 받았습니다. 레이블이 동일하게 생긴 Columbia Valley Dry Riesling이 이것과 별개로 출시되고 있는데, 이건 그냥 Columbia Valley Riesling이고 다른 겁니다.
스크류캡. 알콜 12%.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십니다. (마지막 잔만 며칠 후 마셨는데 이 때는 리델 퍼포먼스 상파뉴 글라스를 썼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1.2도였습니다. 5대 메이저 화이트 품종 중 하나인 리슬링은 도이칠란트, 오스트리아, 프랑스 알자스 등 신성 로마 제국령이었던 지역의 가장 주요한 화이트 품종입니다. 드라이한 와인부터 달콤한 와인까지 최고 품질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고요. 최고존엄샤르도네에 비견 가능할 정도로 아주 맛있는 품종이에요. 휘발유같은 냄새가 곧잘 나지만.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 신세계에서도 생산하는데 이건 상기하였듯 미국 리슬링입니다.
달콤한 아로마. 입에 머금으니 리슬링 특유의 품종향이 느껴지는데, 석유향이라기보다는 살짝 왁스 향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맛도 살짝 달콤합니다. 아주 약간의 탄산. 날카로운 바디. 산도가 살아있고, 맛있습니다. 살짝 카비넷이 연상되는데 그보다는 도수가 높습니다.
맛은 있는데 꽤 묽고 단순합니다. 가격대 착한 신세계 와인이 이런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리슬링이 이러니까 이건 또 생소한 느낌입니다. 리슬링은 떼루아도 잘 드러내고, 추운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이라 보통 달콤한 맛이 날 정도면 도수도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건 미국에서 재배했고,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아 양조해서 그런지 달콤한 맛도 남아있는데 도수가 제법 있고, 그러면서도 묽고 떼루아 느낌은 옅습니다. 콜롬비아 밸리가 미국치고는 추운 지역이지만, 그래도 독일이나 알자스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그렇더라도 리슬링 아니랄까봐 미네랄리티 자체를 가지고는 있는데요. 좀 열리고 난 후엔 아주 묽음에도 불구하고 쇄석과 부싯돌, 잘 자란 수정 원석이 약간 떠오르긴 합니다. 이런 미네랄리티가 있으니까 화이트 와인은 리즈너블한 것이라도 마시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와인은 잡미가 없진 않은데 그런가보다 합니다. 대체로는 못 느낄 정도 레벨이고. 그런 거 있어도 즐겁게 마실 만은 하거든요.
Hoggy’s – Pear Heaven Cider [★]
: 알콜 4.5%. 여름에 어울리는 이 시드르는 서양배 풍미가 꽤 강한 편이고, 단맛도 있습니다.
석전주가 – 雪蓮(설련) [★★]
: 알콜 16%. 대한민국 식품명인 74호 곽우선의 작품으로 제조원인 석전주가는 경북 칠곡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설련은 백련이 들어간 삼양주로 광주 이씨 가문에서 300년 넘게 내려오고 있는 가양주라 합니다. 명인의 성이 이씨가 아니라 곽씨인 이유는 종가집 며느리 되셔서 그런 것 같고요. 병에는 와인처럼 캡실이 씌어져 있는데, 소재가 튼튼한 비닐이고 아래쪽이 잘 안벗겨집니다. 벗기는 손잡이 같은 것도 없고요. 대신 맨 위쪽을 뜯으면 뜯깁니다. 캡실을 벗기고 나면 위스키처럼 손으로 잡아 뽑을 수 있는 코르크로 막혀있습니다.
들어간 백련때문인지 첫향이 꽤 향긋해서, 아로마는 순간 와인이 연상됩니다. 물론 직후 누룩향을 맡을 수 있고요. 입에 넣으면 생각보다는 평범한, 다만 양질이고 고전적인 약주 느낌입니다. 생각보단 연화향이 약하고 살짝 약재가 들어간 듯한 느낌이라 정보를 보니 연화 뿐만 아니라 연잎도 들어갔네요.
이 술은 고전적인 약주로는 꽤나 세련된 술이고, 근래 나오는 현대적인 우리나라 술에 비하면 옛스럽고 투박합니다. 고전 타잎답게 향은 좀 아쉬워도 감칠맛을 꽤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감칠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술은 귀한 편이라 즐길 만 합니다. 잔으로는 요변이 좀 있는 흑유 찻잔 겸 술잔을 사용했는데 양질의 술을 마시니 꽤 운치가 있습니다.
Errazuriz – Max 150 Años Pinot Noir 2019 [★☆]
칠레의 와이너리, 에라주리즈의 150주년 기념 라벨 맥스 피노 누아 2019입니다. D.O. Región de Aconcagua에서 생산. 제임스 서클링이 92점을 줬습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래빗 오프너로 개봉했습니다.
알콜 13%.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6.8도였습니다. 첫인상은 피노 누아다운 품종향이 다소 스파이시합니다. 딸기를 연상시키는 아로마. 읍습한 덤불. 라즈베리. 오크통과 숙성에서 기인한 것 같은 동물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껍질 외 송이 줄기에서 기인한 듯한 탄닌이 있는 상태로 양조된 것 같습니다. 부케가 어느 정도 형성은 되어있는데, 탄닌이 폭신하게 잘 녹은 상태는 아니고 약간 덜 숙성된 탄닌이 느껴집니다. 몇 년은 더 숙성될 수 있었던 와인이라는 인상입니다. 쓴 맛이 나름대로 제법 있는데, 숙성이 다 되고 나면 훨씬 덜했을 겁니다. 산미도 제법 있고, 나름 와일드합니다.
칠레 와인답게 제법 태운 오크통을 사용한건지 토스티드 오크통의 향이 느껴집니다. 프렌치 오크통을 썼다는데, 프렌치 오크통을 쓰더라도 제법 구운 것 같긴 합니다. 열리고 온도가 올라오면서 오크통에서 기인한 분유/바닐라같은 향이 올라옵니다. 역시 아메리카 와인. 나는 예전엔 피노 누아가 이러면 참 이상하다는 인상을 받곤 했었는데, 그래도 이건 나름대로 잘 어울립니다. 아메리칸 피노 누아로는 완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칠레 아니랄까봐 약간 Greenish한데 그린 스템이 들어갔을 거고, 어쩌면 살짝 덜 익은 포도알도 들어갔을지 모릅니다. 이 와인의 경우 그린페퍼나 우거진 숲의 느낌을 연상시키기도 해 그런 그리니쉬함이 꼭 나쁘지는 않습니다.
떼루아 느낌이 딱히 없고 향은 단순한 편입니다. 리즈너블한 신세계 피노 누아고, 생산량도 아마 제법 많을거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익혀 먹었으면 제법 맛있었을 와인.. 인데 생각보다 튼실하고 장기 숙성형입니다. 1병 더 가지고 있는데 5년 이상 더 익혀 마셔야겠습니다.
한 번에 다 마시지 않고, 조금 남겨서 열흘 정도 에어레이션을 진행한 후 마셔봤는데 꽤나 단단한 피노 누아라는 생각이고, 풀린 이후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와인은 비싸지 않은 가격의 피노 누아지만 장기 숙성형으로 만들어졌고, 일찍 개봉해 마시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합니다.
화요 53 [★★]
: 재봄오빠가 원소주 출시하기 이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팔리던 ‘진짜’ 소주는 화요였습니다. 화요는 소주의 소(燒)자를 파자해 붙인 이름(火堯)입니다. 그 중 실질적인 플래그쉽인 화요 53을 마십니다. 이거보다 화요 X.Premium이 더 비싸긴 합니다만, 실물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데다 오크통 숙성한 술이라 위스키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고도수의 쌀소주 치고는 향이 제법 부드럽습니다. 이 소주는 입국을 사용해 양조한 후 감압 증류한 소주로, 상압식 대비 풍부함은 모자랄지언정 잡향이 없고 정제된 느낌의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향이 모이는 타입의 잔을 쓰지 않을 때의 이야기고, 53도의 화이트 스피릿이라는 걸 고려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술은 장기 숙성된 술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잔으로 언뜻 마시기에 제법 귀여운 향에 속아와인 글라스나 그라파 글라스처럼 향이 모이는 잔을 쓰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와인 글라스로 테스트해본 결과는 미숙한 알콜 올라오는 향만 잔뜩 느껴졌고요. 크리슨 TT6203 글라스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단점만 많이 드러나는 게 딱히 어울린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증발량이 많거나 향을 모으는 타입의 글라스를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청주잔이 잘 어울립니다. 나는 이 화요 53을 마실 때 향이 모이지 않는 글라스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맛은 맑고 순수한 편입니다. 입국을 사용해 발효하고 감압 증류한 소주라 기본적으로 순정합니다. 그와 동시에 53도의 도수에서 비롯되는 강렬함은 이 소주가 왜 평가가 좋은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게 진짜 소주입니다. 소위 전통 방식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결과물이 좋아요. 내 생각에는 귀여운 맛입니다. 좀 츤츤거리는 츤데레 미소녀처럼 귀엽습니다.
수줍은데 새침하고, 강한 것 같은데 여리고, 닳은 것 같은 데 순수한. 그런 느낌을 주는 술입니다. 이런 어휘들이 이 술에 대한 과도한 찬사는 아닐 겁니다. 제대로 장기 숙성한 술도 아님에도, 그래서 잔의 종류에 따라 미성숙한 알콜이 마구 튀는 느낌을 줌에도 불구하고 이건 진짜 맛있어요. 이게 이성적으로 최고 품질의 술이냐? 하면 절대 아니오. 그렇지만 감성적으로는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에어레이션이 꽤 진행된 이후에는 제법 부드러워집니다. 츤데레가 츤츤거림을 그만둔 것 같은, 좀 더 데레데레한 맛이 됩니다. 물론 그래도 꽤 세긴 합니다. 53도짜리는 53도짜리입니다.
유감스러운 점은 이 술이 주세법상 전통주로 취급을 못받는다는 겁니다.화요를 만드는 광주요가 본래 도자기 회사고,국내산 쌀을 쓰긴 하지만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쌀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전통주는 주세50%감면이 있는데,그걸 받으려면 농업회사법인이어야 합니다.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화요는 그걸 못받아서 소매가가 비쌉니다.주세법이 문제지요.
San Felice - Ancherona Chardonnay 2018 [★★]
: 비고렐로로 유명한 산 펠리체의 토스카나 IGT 등급, 앙게로나 샤르도네 2018년입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91점을 줬네요. 알콜 12.5%.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래빗 오프너로 개봉하려 했는데 코크스크류가 코르크에 박히지 않고 코르크가 통째로 와인 병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하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매우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8.1도였습니다. 일단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잔에 따르니 샤르도네 품종향이 확 풍깁니다.
입에 넣으니 생각보다 오일리합니다. 말로락틱 발효가 많이 진행된 샤르도네입니다. 빈티지가 2018년이라 그런지 많이 둥글둥글하고, 매우 기름지며 부드럽습니다.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오일리합니다.
오일리함 이면의 응축감은 좀 묽은 편입니다. 어릴 때는 좀 더 과일 향이 도드라졌을것 같은데, 현재 이 와인은 좀 과숙된 상태라 신선한 과일향 같은 건 없고, 미묘한 부케는 살짝 있는데 본래 장기 숙성형으로 만든 건 아닌지 꽤나 조용하고 잔향같은 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약간 차 같은 걸 마시는 느낌이고, 본래 나는 병숙성이 많이 된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것도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차가운 상태여서인지 향기의 강도는 약하지만 스월링을 하면 꽤나 플라워리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향이 강했다면 훨씬 비싼 와인이었겠네 싶은데, 온도를 좀 올려보고 싶긴 합니다. 그리고 잔도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사용해봤습니다만, 일단 잔을 바꾼 걸로는 별 느낌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미네랄리티가 좀 더 잘 느껴진다 정도만 변화했고요.
온도가 좀 올라간 후에 빌스베르거 콜렉션으로 마셔보면 향이 참 달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은 달지 않은데, 향이 달아요. 달콤한 파인애플 같은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도는 그리 높지 않아요. 아마 이는 이 와인의 조숙에 영향을 줬을 겁니다. 토스카나는 제법 남쪽이긴 하지요. 맛있게 마셨지만, 좀 더 산도가 높았다면 더 잘 숙성되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iller – Genuine Draft [☆]
: 알콜 4.7%. 밀러는 예전에 병으로 꽤 마셨었는데, 무척 오래간만에 캔으로 마십니다. 원산지는 체코네요. 별로 풍미가 두드러지지 않고 시원한 느낌으로 먹는 계열의 맥주입니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맛이고,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맥주와 비교하면 버블이 작고 섬세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첨가한 게 아니거든요.
Desperados Original [☆]
: 알콜 5.9%. 별 정보 없이 일단 마셨더니 순수한 맥주 맛이 아닙니다. 과일스러운데 가당이 되어 있고, 데킬라향이 첨가되어 있네요. 데킬라 슬래머가 조금 마시고 싶어지는 맛입니다.
Kono – Sauvignon Blanc 2022 [★☆]
: 뉴질랜드 또는 아오테아로아 Marlborough(말보로우)의 소비뇽 블랑입니다. 마오리족이 만드는 와인이라고 하네요. 알콜 13%. PH 3.12. 마개는 스크류캡이고요. Wine Spectator에서 90점을 받았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5.2도입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답게 첫 아로마는 과일과일 합니다. 기분 좋은 시트러스함이 있습니다. 와인메이커는 레몬 제스트를, Wine Spectator의 평가에서는 유자, 포멜로, 라임을 언급했는데 동의 가능합니다. 특히나 첫인상에서는 유자나 포멜로의 껍질 부분 향이 꽤 납니다.
소비뇽 블랑 아니랄까봐 산도도 제법 있고 미네랄리티도 다소나마 있습니다. 그리고 허브 향 및 다소의 동물계 향도 가지고 있습니다. 비싸지 않은 웰메이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다운 느낌입니다. 역시나 여름에 참 어울리네요. 아직 신선해서 아주 약간의 탄산이 있고, 아주 약간의 달콤함이 있습니다.
마시면서 계속 토스트된 오크 또는 마이야르가 일어난 구워진 향을 감지하는데, Kono에서 제공하는 양조 정보 등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착각인가 생각도 해봤으나 분명 나의 감각에는 상기한 것이 있어 살짝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마이야르는 거의 일어날 수 없지 않나 싶고, (양조방식을 볼 때 스테인리스 양조를 거치는) 소비뇽 블랑을 굳이 오크통에서 숙성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앙금 접촉(sur lie)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다고 잠정합니다.
제주맥주 - 넷플릭스 제주라거 [★]
: 알콜 4.5%. 이 양질의 라거를 리델 퍼포먼스 상파뉴 글라스로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글라스에 따라놓으니 색깔부터 정말 라거가 맞나 싶었는데, 풍미를 좀 더 살려주는 튤립형 글라스를 사용하니 이 맥주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몰트 라거인데, 조금 구운 몰트를 사용하는 타잎이라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에일처럼 구운 몰트를 사용하게 되면 점도와 몰티함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홒도 에일처럼 많이 넣은 것 같고요.
라거와 에일의 근본적인 차이는 효모의 차이고, 라거용 효모로 만들더라도 에일같은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내가 마셔본 것중에는 이 넷플릭스 제주라거와 브루클린 필스너, 그리고 테라 2023년 한정판 태즈매니아 싱글 몰트가 그런 편이라 생각합니다. 정보를 찾아보니 제주맥주는 설립 과정에서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지분이 꽤 있었네요. 브루클린 필스너와 이 넷플릭스 라거 사이의 공통점이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넷플릭스 제주라거는 일반적인 라거와는 달리 높은 점도, 헤페바이스를 살짝 연상시킬 정도의 빛깔과 달콤함, 그리고 풍부함을 가집니다. 처음 아무 정보 없이 이걸 마셨을 때, 나는 이게 당연히 에일이라 생각했었고 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Batch 10 녹두국 [★★★]
: 알콜 13.8%. 병입된 후 9개월 반이 조금 더 지난 걸 마셨습니다. 지난 겨울-봄에 Batch 11을 마셨었는데, 이번에는 Batch 10입니다. 마개가 끼워지는 형태의 마개인데 밀폐가 완벽하지는 않았고, 개봉은 어려웠습니다. 이래서 Batch 11은 마개를 바꿨던건가 싶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나마 이게 좀 더 잘막혔던 것 같네요. 수공 청화백자잔을 이용해 마셨습니다.
녹두국이라 그런지 미량 새어나온 부분에서 꽤 간장향 같은 게 납니다. 그러나 술 자체에는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입에 닿는 첫인상은 아주 잘 익은 (민무늬)멜론에서 참외 정도. 그리고 플라워리한 향이 있고, 간장 같은 향도 약간 스쳐지나간 후 복합성과 순정함, 그리고 잘 숙성된 향과 훌륭한 운치를 남깁니다. 역시나 끝내주는 술입니다.
배치 11 향미주국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의 맛인 것 같습니다. 배치 11처럼 미네랄리티가 느껴지지는 않는데, 대신 과일과 꽃 향이 아주 좋고, 잘 숙성된 복합성적인 향이 있는 게 진짜로 제대로 된 와인 레벨의 술입니다.
맛이 일정 이상 단 술은 아닌데, 향이 굉장히 달달합니다. 멜론 계열의 달콤한 향인데, 향으로 보면 미도리보다 더 달달한 것 같습니다. 맛도 아주 살짝은 달아서 매우 달콤한 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별점은 배치 11보다 반개 높은데 배치 11보다는 그래도 마개의 완성도가 높고, 의외로 숙성으로 인해 풍미가 좋아진 느낌이라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술의 품질은 배치 10과 11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성은 좀 다릅니다만.
정말 맛있는 청명주입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한영석의 청명주가 내가 마셔본 우리나라 술 중 최고라고 감히 이야기하겠습니다.
Château Cap de Mourlin 2012 [★★☆]
: Saint-Emilion Grand Cru Classé에 속하는 Château Cap de Mourlin(깝 드 무를랭)의 2012 빈티지입니다. Bordeaux(보르도)의 Appellation Saint-Emilion(생테밀리옹)은 품질 좋은 Merlot(메를로) 와인으로 유명한데, 이 지역 샤토는 그냥 Grand Cru라는 표기는 거의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만 Grand Cru Classé는 좀 다, 보다 엄격한 등급 기준이 있는 것이라 이해하면 됩니다.
알콜 14%. 세파쥬는 65% Merlot, 25% Cabernet Franc, 10% Cabernet Cauvignon입니다. 조세핀 No. 3를 사용. 래빗 오프너로 개봉하려다가 코크스크류가 제대로 박히지 않고 코르크가 안으로 쉽게 들어가버려서 소믈리에 나이프를 사용하여 개봉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4.7도였고요. 잔에 따라 놓으니 기분 좋은 보르도 와인 향이 납니다.
메를로다운 플럼 아로마. 입에 넣으니 2012 빈티지임에도 아직 신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더 숙성될 수 있는 와인이었다 싶은데요. 그리고 곧 미묘한, 잘 숙성된 보르도 메를로 특유의 기가 막힌 플럼 향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보르도다운 미네랄리티가 잘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곧 열리면서 미묘한 부케가 조금씩 피어오르는데, 역시 좋습니다. 이러니까 숙성된 보르도 와인을 마시는 겁니다.
약간의 Greenish 뉘앙스. 홀 클라스터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그린 스템이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꽤나 숙성되었기 때문에, 그런 게 거슬리는 느낌이 크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미 만 12년 전에 만든 와인이라 최근의 것과는 스타일이 좀 다르지 않나 싶고, 다소 고전적인 보르도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10년 이상 숙성 가능한 와인이었습니다만, 내 판단기준으로는 시음적기의 초반입니다. 약간의 풋향. 아주 약간의 스파이시 및 그리니쉬. 드문드문한 자갈. 고혹적인 숙성향. 형용이 어려운, 천상의 것이 살짝 깃들지 않았나 싶은 부케. 양가죽처럼 아주 보드라운 가죽의 양면을 동시에 접촉하는 느낌.
아마 어릴 때 마셨으면 거의 좋은 느낌을 받기 어려운 와인이었을 겁니다. 태생적인 장기 숙성형 메를로.
일단 반 병을 마시고, 반 병 정도는 꽤 뒀다 마셨는데 에어레이션이 제법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병숙성을 더 진행하고 개봉하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알콜 46%. 스페이사이드의 싱글 몰트 스카치. 색상은 밝은 편입니다. 이 콘트라스트 트리플 디스틸드는 벤로막 증류소의 한정판으로, 삼중 증류를 거쳐 퍼스트필 버번 오크통에 10년을 숙성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10Y 같은 식의 표기 없이 NAS로 출시했습니다.
아로마에 꽃과 스파이스가 섞여있습니다. 그리고 피트 향이 납니다. 마셔보면 피트향이 강렬하고, 복합성을 가진 풍미가 좋습니다. 멋진 위스키네요.
노트를 적자면 계화, 생강, 타르, 이탄(피트), 계곡의 맑은 물, 민트, 담배, 바닐라, 구운 참나무, 쇼트케이크, 바닐라, 포티파이드 와인, 블랙페퍼, 익은 아오리 또는 홍로. 서양배, 멜론.
맛있습니다. 스카치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싱글 몰트입니다. 특히 이렇게 고무가 타서 녹은 것 같은 피트 향이 작렬하는 건 피트 스카치 특유의 기쁨이지요. (피트위스키로는 이게 피트가 강한 타잎은 아니긴 합니다만.)
이 위스키는 다소 높은 도수에 비해 밝고 가볍습니다. 강렬한 피트향을 빼면 밝은 타입의 위스키일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처음에는 피트향 때문에 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에어레이션이 되면서 스타일이 좀 변했습니다. 도수가 떨어졌고, 화려한 꽃향이 생겨났습니다. 붉은 꽃과 흰 꽃이 같이 느껴집니다. 타잎이 밝아졌고, 피트 향은 줄어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가진 위스키라는 느낌입니다.
그렇더라도 피트 향은 이 위스키의 본질이자 아이덴티티입니다. 불타버린 것 같은 풍미, 그 이면의 꽃향과 정취. 이후 에어레이션이 진행될수록 흰 꽃의 뉘앙스가 강해집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계화향이 가장 강합니다.
에어레이션이 많이 된 후에는 피트향이 줄어들고, 한층 마시기 편한 위스키가 되었습니다. 버번 통에서 숙성했다는 느낌이 꽤 드러나게 되는데, 피트향에 가려졌던 토스트된 풍미라거나 바닐라, 케잌 같은 향이 보다 잘 느껴집니다. 마시면서 계속 즐거운 위스키였습니다.
Stella Artois [★☆]
: 알콜 5%. 바뀐 이후의 스텔라 아르투아가 나는 꽤 마음에 듭니다. 산토리, 필스너 우르켈, 칭따오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라거 목록에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아요. (크래프트 제외)
내가 자츠 홒을 좋아하는데 필스너 우르켈과 이 스텔라 아르투아는 자츠 홒을 씁니다. 그래서인지 취향에 참 잘 맞습니다. 자주 함께하고싶은 라거.
부루구루 – 효민사와 레몬 [★]
: 알콜 5.3%. T-ARA의 멤버 효민이 이름을 걸고 부루구루와 협업해 개발, 출시한 RTD 칵테일입니다. 사와는 일본식으로 Sour를 읽은 건데, 과일에서 기인한 신 맛이 나는 칵테일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내가 꽤 좋아하는 칵테일인 미도리 사워도 굳이 보면 사와의 일종입니다.
맛은 레몬소주입니다. 좀 묽은 듯하면서도 RTD인거 감안하면 괜찮게 만든 레몬소주네요. 사실 재료를 보면 완전히 레몬소주 레시피긴 합니다.
Troll·Brew Lemon Radler [-]
: 알콜 2.4%. 라들러는 대략 맥주+레모네이드를 의미합니다. 도수가 일반 맥주의 절반 정도입니다. 무알콜까지는 아니라도 도수가 매우 낮아서 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레몬이 원래 쓴 맛이 조금 있는데, 이 트롤브루 레몬 라들러는 맥주의 쓴 맛과 레몬의 쓴 맛이 교집합을 이루는 느낌을 줍니다.
: 알콜 35%.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호 송절주 기능보유자 이성자 빚음. 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정보를 좀 찾아보니 이 ᄒᆞᆫ주가 송절주인 것 같습니다. 360ml들이를 샀는데 유리병에 스크류캡으로 되어있습니다. 쌀소주.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2013년에 증류식소주부문(현재는 증류주로 통합) 우수상(3위)을, 2015년에 동일 부문 최우수상(2위)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상압식 소주입니다.
아로마는 알콜이 살짝 튀는 가운데 미미한 향긋함이 있습니다. 맛은 달콤합니다. 달달하며 숙성기간에 비해 마시기 편합니다. 35도라 연하다는 느낌인데요. 그래도 35도라는 도수 자체가 약한 건 아니고, 상압식인데다 장기 숙성된 술이 아니므로 제법 강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조금 싸게 산 것 같은데 구매가격을 기준으로 제법 괜찮습니다. 가성비가 괜찮다는 인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시판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뒷맛이 꽤 거칠고, 도수와 맛에 비해 알콜 올라오는 게 셉니다. 스파이시하고요. 좀 거칠고 강하지만 마시기 어렵지는 않고, 도수는 35도 정도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적합도가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잔을 마신 후 잔에는 누룩향이 꽤 남아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마시면서 에어레이션 효과가 드러납니다. 35도짜리 술이라 보존성이 좀 약한 문제도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거친 느낌이 줄어들고 술이 순해집니다. 맛없는 술은 아닌데 도수가 좀 아쉽습니다. 나에게는 5도만 높았어도 한층 좋은 술이라 느꼈을텐데요. 좀 더 높은 도수에서 조금 더 숙성했다면 더 좋은 술이었겠지만, 그랬으면 가격이 더 비쌌을 겁니다.
이후 기간을 두고 한 잔씩 마시다보니 나중에는 에어레이션이 꽤 많이 되었습니다. 물탄 화이트 스피릿 아니랄까봐 물맛 많이 나긴 하는데, 그래도 상압식 소주답게 나름대로 짱짱한 모습을 꽤 보여줍니다. 초기의 거친 느낌은 사라졌고요. 다소 손상된 드라이플라워에 빗댈 수 있는 풍미가 되었습니다. 그게 나쁘냐면 아니오. 드라이플라워를 활용한 포프리. 그리고 상압식답게 드라이플라워 옆에는 말린 꽈리, 조금 떨어진 곳에 말리고 있는 메주. 더하여 묵나물이라거나 여러 가지를 말리고 있던 그런, 어린 시절 보던 시골 집이 떠오릅니다.
에어레이션이 많이 된 이후에는 상당히 순해집니다. (측정해 보면 아니겠지만, 관능적으로는) 거의 20도대로 떨어진 기분인데, 상압식 소주의 느낌 – 누룩 풍미 - 은 유지합니다. 이렇게 된 이후에는 물맛이 많이 나는데 꽤나 리즈너블해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천천히 두고 마시기에는 도수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에어레이션이 더 진행된 이후에는 달달한 느낌의 술이 됩니다. 누룩 풍미도 많이 줄고, 알콜에서 기인한 달콤함이 주된 느낌이 됩니다. 마시기 편한 술이 되네요.
Kona Brewing Co. - Big Wave Golden Ale [★]
: 알콜 4.4%. 캔째 맛을 보니 꽤나 시트러스한 홒향이 느껴집니다. 이후 La Trappe 글라스로 마셨습니다. 도수가 낮은 크래프트 골든 에일이고, 쓴 맛은 별로 없습니다. 유질감이 느껴지는 바디.
전반적으로 묽고 부담없이 넘어가는 편입니다. 향은 좋은데, 차분하고 맑습니다. 쓴맛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 우:주 [★★]
: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에서 만든 아메리칸 스타일 페일 에일. 재료를 보면 밀이 좀 들어갔습니다. 알콜 5.2%에 IBU 43.
개봉하자마자 강력한 호피함이 느껴집니다. 홒의 농도가 높습니다. 금속성 아로마가 있고, 규모가 큽니다. 어째 잘 지은 이름 같은데요. 기대보다 꽤 맛있습니다. IBU에 비해선 그리 쓰지 않은 느낌입니다. 마시기 즐거운 맥주네요.
Kona Brewing Co. - Longboard Island Lager [☆]
: 시트라 같은 홒을 쓴 느낌. 바디가 강합니다. 살짝 구운 몰트? 에일급 향. 라거라 써있지 않았다면 에일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일단 적당한 온도에서 마셨는데, 다음에 마실 기회가 온다면 슬러시가 되도록 적당히 얼려서 마셔봐야 하겠습니다.
유어스 & 웅진 – 바바 아메리카노 루이보스
: 루이보스티 + 에스프레소 구성의 제품. 본래 루이보스가 향이 강한 게 아니다보니 일단 커피향이 두드러집니다. 루이보스티에 커피 탄 느낌인데, 루이보스의 약한 풍미 때문에 커피로는 매우 묽은 느낌입니다. 연한 커피 원하는 분에게 좋을 듯.
매일유업 - 바리스타룰스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 라떼
: 바닐라라떼 맛. 커피 풍미는 강하지 않습니다. 약간 커피우유에 가깝다 느꼈습니다.
하림 – 맑은 닭육수 쌀라면 (봉)
: 출시 후 매우 마음에 들어 즐겨먹고 있는 하림 닭육수 쌀라면의 순한맛 버전. 다른 버전인 매운맛은 최근의 최애 라면인데 순한맛도 맛있습니다. 다만 패키징 실패와 마케팅 부족 탓인지 시장에서는 실패 중으로 보이네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맛과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쌀가루가 첨가된 유탕면은 가는 편이고, 일종의 동남아식 쌀국수 면을 연상시킵니다. (Pho에 쓰는 면과는 다릅니다) 육수는 완전한 닭육수 계열은 아니지만 닭육수맛이 꽤 납니다. 계열로 치면 시오라멘인데 MSG 잔뜩인 꼬꼬면에 비하면 훨씬 순수한 맛입니다. 복합적인 감칠맛을 가지고 있고, 건새우살과 표고후레이크를 등 건더기도 제법 들어았습니다.
나에게는 매우 마음에 드는 맛입니다만 최애인 매운맛 때문에 즐겨 먹지는 않게 됩니다. 그래도 완성도가 높은 맛이라 먹을 때마다 만족스럽습니다. 이것만 먹으면 맛 자체는 이게 매운맛보다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동서식품 – Maxim Espresso T.O.P 미디엄 로스트 로우슈거 블랙
: 미디엄 로스트라고 적혀있는데, 역시나 미국식 로스트 기준으로 이야기한건지 마셔보면 시티 정도의 로스트입니다. (참조 : 두서없는 커피 이야기의 4번)
꽤 묽고 로우슈거라지만 제법 답니다.
풀무원 – 로스팅 꽃게탕면 (봉)
: 풀무원이 리뉴얼해 출시한 건면 라면. 나는 풀무원이 라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 출시한 ‘자연은 맛있다 꽃게짬뽕’을 좋아해서 즐겨 먹었었는데요. 꽃게짬뽕은 이후 2017년에 ‘생면식감 꽃게탕면’으로 바뀝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로스팅 꽃게탕면’으로 리뉴얼됩니다.
근래의 풀무원 라면은 브랜드 특유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풀무원 라면 맛입니다. 기본적인 풀무원 라면맛의 뼈대가 있고, 각 제품마다 그 변형판이 나오는 기분입니다. 옛날 꽃게짬뽕에 비하면 덜 개성적입니다. 무난한 느낌입니다.
유어스 – 오모리 깍두기 설렁탕라면 (용기)
: GS 리테일의 PB. 제조사는 팔도입니다. 깍두기를 넣은 설렁탕이 컨셉인 용기라면.
깍두기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가격대가 좀 있지만 제법 맛있는데요. 면도 잘 만든 편이고 균형감이 좋습니다. 수작. 감칠맛이 충분하면서도 매우 시원한 국물맛입니다. 국물을 버리는 게 아깝고, 그래서 다 먹고 나면 염분 섭취량이 좀 많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네요.
유어스 – 공화춘 삼성짬뽕 (용기)
: 분말스프 외에 블럭형 건더기스프와 향미유 스프가 들어있는 용기면. 제조사는 유어스 공화춘이 모두 그렇듯 팔도입니다.
해물 맛이 꽤 강하게 납니다. 조개껍질이 우러난 풍미. 비릿한 풍미가 어느 정도 강조됩니다. 그런 강조를 제외하면, 웰메이드 짬뽕 용기라면입니다. 맛이 진한 편이고, 팔도 브랜드로 나오는 왕뚜껑 등에 비하면 면이 좀 더 짬뽕스럽습니다.
Baskin Robbins X Coffee Libre 스페셜티 싱글오리진 블랙
: 생두 수입 및 원두 판매로 유명한 리브레의 BR 브랜드 냉장커피. 설명 보면 시다모입니다.
내추럴 시다모의 풍미. 로스트는 2팝을 별로 안시킨 것 같은데, 뒷맛에만 신맛이 남습니다. 시티 이하, 대략 하이로스트로 추정. 어째 애네어로빅(무산소발효) 같은 뉘앙스가 있는데 원체 묽은데다 차갑고 냉장커피다보니 그냥 기분이 그런 것 같은 수준.
냉장커피로는 매우 맛있는데 경향이 대중픽에서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나름 제대로 된 커피에 가까운 걸 냉장커피로 유통하는 것까지는 성공한 것 같지만, 제대로 된 1팝 커피를 즐겨본 사람은 극소수지요.
하림 – The 미식 장인라면 담백한맛 (봉)
: 지난 여름 얼큰한맛 용기면 감상문을 올렸던 하림 장인라면의 담백한맛 봉입니다. 장인라면 용기면은 면을 익히기 어려운 게 주된 단점인데, 봉지면에서는 그 단점이 크게 줄어듭니다. 매끄럽고 꼬들꼬들한 특유의 면이 꽤 독특한데, 이 매끄러운 느낌을 좋아한다면 이 라면이 꽤 맛있게 느껴질 겁니다.
국물이 꽤 담백하고 가볍습니다. 시오라멘 계열입니다. 맛있습니다.
하림 – The 미식 장인라면 얼큰한맛 (봉)
: 담백한맛 봉이 맛있듯이것도 맛있습니다. 얼큰 버전인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는 이쪽이 더 맞을 겁니다.
용기면은 정말 안익어서 문제였는데, 봉지면은 참 맛있습니다. 하림 라면은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의 4사와는 계열이 꽤 다르고, 그나마 풀무원 라면에 가까운 맛을 냅니다.
만족스러운 라면입니다. 최애 하림 라면이 따로 있어서 그쪽을 주로 먹긴 합니다만.
Peacock – 초마짬뽕 (봉)
: 이마트 PB브랜드인 Peacock으로 나오는 짬뽕라면. 이름이 초마라고 해서 마라계열 맛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짬뽕라면이고요. 제조사는 삼양식품입니다.이거 말고 Peacock브랜드로 나오는 초마짬뽕 냉동면도 있는데, 이름은 같습니다만 이건 라면입니다.
맛의 경향은 예전에 삼양에서 만들던 갓짬뽕하고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명백하게 고급형을 표방했던 갓짬뽕에 비해 이 초마짬뽕은 좀 더 평범한 면입니다. 그래도 중화면 느낌이 잘 살아있고요. 양질의 라면입니다.
삼양식품은 이상한 라면도 곧잘 만들지만 봉지면을 만드는 기본 기술 자체는 좋은 회사인데요. 이 제품은 잘 만든 편입니다.
팔도 – 킹뚜껑 (용기)
: 왕뚜껑의 매운맛 버전. 향부터 꽤 맵습니다. 12,000스코빌. 신라면 레드보다 훨씬 더 맵고, 틈새라면보다도 현저하게 더 맵습니다.
국물있는 라면 중엔 꽤 어택까지 있을 정도로 맵긴 합니다. 용기면이다 보니 면에까지 매운 맛이 확 배지는 않는데, 국물은 꽤 본격적으로 맵습니다. 기본적인 맛은 왕뚜껑하고 같습니다. 많이 매운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권장.
레드불 에너지
: 이 에너지음료의 원조를 아주 오래간만에 마셨습니다. 핫식스처럼 풍선껌 풍미에 꽤 많이 새콤합니다. 이 신맛 때문에 예거밤같은 칵테일에 쓰이는걸까 싶네요. 카페인 함량은 수치상으로 그리 높지 않은데, 체감상 에너지 부스트 능력이 좋습니다.
롯데칠성음료 - 핫식스 더 킹 퍼플 그레이프
: 포도 풍미의 핫식스. 꽤나 폭시하고 달콤한 풍미입니다. 블루 컬러와 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느낌의 부스트 감각을 제공합니다.
동서식품 – 카누 스모키 다크 로스트 (for Nespresso)
: 인텐스 13. 룽고용이라 출시하였지만 나는 네스프레소의 룽고 기능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네스프레소가 아닌 머신을 쓰더라도 가능한 룽고 추출은 하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로 추출해서 마셨습니다.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케냐 원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곡물 향 계열. 풀시티 후반 정도의 로스트로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면 스파이시합니다. 전형적인 안티구아 느낌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그게 강하지도 않습니다. 우디 – 스파이시 계열의 강하게 볶은 커피. 아마 로부스타도 들어갔을 것 같네요.
카누치고는 맛있습니다. 마실 만은 합니다.
하림 – 삼계탕면 (봉)
: 초복쯤 출시한 하림의 신제품. 기본적인 면은 미식라면같은 꼬들면이고, 삼계탕면이라는 이름 그대로 맑은 닭육수 액상스프가 들어있습니다.
특이점이라면 수삼오일이 들어있어 강렬한 인삼향을 낸다는 겁니다. 홍삼도 아닌 수삼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수삼오일을 안 넣으면 슴슴한 닭육수 라면인데, 수삼오일을 넣는 순간 인삼라면이라 부를 만한 게 됩니다.
기본적인 맛 자체는 하림 봉지라면들이 대체로 그렇듯 맛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맛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앞으로 하림이 계속 좋은 라면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데, 그것을 위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몬스터 에너지 망고로코
: 첫맛은 시트러스에 가깝고, 이름은 망고로코지만 복합적인 과일맛이 납니다. 매우 다양한 과일이 들어가있고, 아주 잘 익은 천도같은 향이 두드러집니다고 느낍니다. 사용된 과일 종류는 망고, 구아바, 사과, 파인애플, 오렌지, 살구, 복숭아, 패션플루트, 포도, 레몬입니다.
꽤 달달하고 바디가 농염합니다. 진한 단맛. 버진피나콜라다나 골드메달리스트같은 무알콜 칵테일 계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에너지음료라는 계열을 넘어 꽤 맛있는 음료. 처음 맛본 이후 종종 즐겨 마시고 있습니다.
몬스터 에너지 파이프라인 펀치
: 최애 에너지음료. 시트러스를 선두로 패션플루트 등의 과일이 선명합니다. 공통점이 있는 망고로코는 달달한 풍미가 강조되는데, 이건 좀 더 새콤하고 바디가 가벼우면서 톡 쏩니다. 복합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몬스터답게 꽤 에너지 공급이 좋습니다. 블루 컬러 노동자 및 운동을 즐기는 이에게 최적.
몬스터 에너지 오리지날
: 통칭 그린에너지. 강한 청량감, 높은 산도. 레드불이나 핫식스 등에 비하면 박카스나 구론산이 약간 생각나는 풍미입니다. 풍선껌같은 향이 약간 있긴 한데, 레드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너지드링크 오렌지망고
: 삼각에스엠씨웰빙랜드 제조. 당 함량이 거의 없는 에너지음료입니다. 카페인 200mg에 용량 500ml. 카페인 섭취량이 꽤 많습니다.
망고향이 꽤 셉니다. 오렌지향은 두드러지지 않고, 당이 없는 것 치고는 질감이 좀 미끈덕하는 기분이네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너지드링크 레몬라임
: 카페인 200mg에 용량 500ml의 드링크. 20kcal라 제로음료에 가깝습니다.
묽은 바디. 스포츠음료가 생각나는 가벼움과 농도입니다. 탄산이 제법 있긴 한데 청량감은 별로 없습니다.
: 송도향은 인천광역시의 전통주 주조 농업회사법인입니다. 현재 본사 위치는 송도국제도시 인근의 남동공단에 있고요.
회사의 이름과는 좀 무관하게 이 술을 빚은 강학모 대표의 고향은 현 계양구 서운동이었다고 합니다. 현 계양구 서운동 일대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논이 펼쳐지고 젖소를 키우던 곳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 계양구 일대의 주요 산업 중 하나가 의외로 낙농업이었고요. 자체적으로 우유를 꽤 생산했었지요.
강 대표가 자라던 70년대에는 쌀로 담근 술을 시판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각 집안마다 내려오던 술빚기는 몰래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요. 그리고 강 대표의 모친은 술을 잘 빚어서 동네 잔치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이 삼양춘 청(淸)은 인천, 서울, 경기지역의 소수 양반가에서 빚던 삼양주를 복원한 술이라 하는데, 강 대표의 모친이 빚던 술이 이 타입이었나 봅니다. 서운동 일대의 지명이 아니라 송도라는 이름을 붙인 건 송도가 근래 인천을 대표해서일까요? 수상 경력은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2018년 약주 부문 베스트 오브 2018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제6차 OECD 세계포럼 인천의 밤 공식 만찬주이기도 했고요. 생주입니다.
이 술에는 강화 쌀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천 권역의 강화의 찹쌀과 멥쌀로 빚은 술입니다. 그러니까 이 술을 진정한 인천‘광역시’의 술이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본래 한 도시가 아니었던 부평 지역에서 자란 대표가, 현 시대 인천 대표지역의 브랜드로, 강화 지역의 쌀을 사용해 빚은 술이니까요.
알콜 15%. 마셔본 첫 느낌은 전통 청주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꽤 세련된 타입이라는 것입니다. 균형감이 좋고 소담스럽습니다. 박력이 있다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술이 아니고, 정겨운 술입니다. 니혼슈 같은 세련됨과 잊고 있던 과거의 정겹던 우리나라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송도향에서는 다양한 술을 빚고 있는데, 삼양춘에는 이번에 마시는 삼양춘 청(淸) 외에 삼양춘 스파클링, 삼양춘 탁주, 그리고 ‘삼양춘 청주’가 있습니다. 이 삼양춘 청(淸)은 삼양춘 약주라고 소개하여 팔고 있는데요. 주세법상 삼양춘 청(淸)은 약주고, 삼양춘 청주는 주세법상 청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주세법상 청주에 해당하려면 니혼슈 제조법으로 만든 술이거나 그것에 가까운 술이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일본제국 시절에 근거하기 때문인데요. 이 삼양춘 청(淸)은 주세법상 약주입니다만, 송도향은 주세법상 청주를 만들기도 하는 술도가인 만큼 이 삼양춘 청(淸)또한 어느 정도 니혼슈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삼양춘 청(淸)은 우리나라 전통식 청주 치고는 굉장히 맑고 정갈한 편입니다. 그 정갈함과 세련된 이면의 정겨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담고 있네요. 아마도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그 시절이 이 술에 담겨있어요.
근본적으로 내성적인 술이네요. 와인으로 치면 음성적이에요. 이 정도까지 내성적이고 음성적이면서 소담스러운 술을 언제 마셔봤나 싶습니다.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어요. 나는 이 술이 마음에 들었어요.
인천탁주 – 인천 생 소성주 [★☆]
: 꽤나 오래간만에 마시는 소성주. 특히나 일반 소성주는 오래간만입니다. 소성주 플러스는 지난 여름에 한 병 마셨지만.
알콜 6%. 플러스와 다른 점은 도수가 1% 높고, 쌀이 수입산입니다. 쌀 품질 자체는 플러스가 좋은데, 술 스타일이 아예 달라요.
첫 입 마실 때부터 그래 이거지 싶습니다. 소성주의 특징은 굉장히 강한 버블에 있습니다. 버블이 소성주의 포인트입니다. 소성주 플러스는 버블도 약하고 도수도 낮아서 굉장히 평범한데요. 이 일반 소성주는 탄산이 꽤 강해서 술 자체의 클래스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맛있습니다.
상파뉴의 경우 탄산이 너무 세면 그 탄산 때문에 진짜 맛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가을에 마신 떼땅져 프렐뤼드가 그랬었지요. 그래서 나는 떼땅져 프렐뤼드를 상파뉴 글라스가 아닌 유니버셜 글라스에 마셨고,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아마 본래의 맛을 못 봤을 겁니다.
그런데 이 소성주의 경우 강한 탄산이 단점을 꽤나 가려줍니다. 힘있는 탄산 덕에 소성주는 단순한 저렴이 탁주의 한계를 넘어 즐거운 술이 됩니다. 기본기 자체는 소성주 플러스가 더 좋지만, 플러스는 이런 매력이 없어요.
소성주가 좋은 술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워낙에 저렴한 술이기도 하고, 소성주보다 더 좋은 재료로 더 기본기를 갖춘 탁주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소성주는 매력적입니다. 꼭 노래 잘 하는 가수의 노래가 듣기 좋은 것은 아니듯, 소성주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성주는 생탁주 중에서도 유독 신선할 때 먹을수록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풍미의 깊이를 즐기는 술이 아니라, 신선함과 톡 쏘는 유쾌함을 즐기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Charles Noëllat – Bourgogne Aligoté 2011 [★★]
: 나름대로 꽤 올드빈이 된 부르고뉴 알리고떼. 어떨까 싶어 구매했고, 개봉해 마셔봅니다. 알콜 12.5%. 천연 코르크 마개 위쪽에는 곰팡이가 좀 피어 있었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6도 이하로 매우 차가웠습니다.
샤를 노엘라는 노엘라 가문의 시조격으로, 노엘라 가문 도멘은 알랭 위들로 노엘라, 미셸 노엘라, 조르쥬 노엘라 등 다수가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샤를 노엘라의 가문은 상속 등의 문제로 다툼이 심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엘라가 보유 중이던 좋은 밭들이 리빙 레전드인 랄루 비즈 르루아에게 매매되기도 하였습니다.
알리고떼는 주로 부르고뉴에서 재배 및 양조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산도가 높고 추위에 강합니다만, 유전적으로 자매라 할 수 있는 최고존엄샤르도네에 비하면 그리 맛있는 품종은 못 됩니다. 그래도 일단 산도가 높은 품종이기는 해서 장기숙성하면 어떨까 싶어 이 와인을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보존 상태는 신선하고, 산도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어린 알리고떼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산은 다소 둥글어진 느낌입니다만, 지금도 강한 본체를 유지하고는 있습니다.
와인에는 다소의 환원취가 있고, 숙성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의 어택 뒤에 무미에 가까운,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구간이 있는데 그 뒤에 곧바로 숙성된 부케가 따라오고, 그 후 약간의 잔당감이 있는 게 나름대로 제법 맛있습니다. 좋은 생산자도 아니고 품종도 알리고떼다 보니 좋은 와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나는 그럭저럭 마음에 듭니다.
의외로 과숙된 열대과일이 떠오르는 아로마. 완전히 둥글어졌지만 나름 강한 산미. 미네랄 워터의 노트. 일종의 간장이 떠오르는 부케. 이후 온도가 올라오면서 다소의 미네랄리티가 살아납니다. 여름에 마셨으면 더 좋을 것 같은 맛이네요. 이건 와인 애호가보다는 청주나 바이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마음에 들어할 것 같기도 한데요. 나는 이런 것도 좋아요.
마시면서 점차 환원취가 날아가고 맛이 차오릅니다. 미네랄리티가 주된 맛이 되어갑니다. 크고 둥근 조약돌 느낌이 꽤 있고, 그에 더해 석회석이나 점판암 느낌도 좀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무언가의 잔해라거나 화석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는데요. 약동하는 생명력 같은 건 이 와인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고요함, 죽음, 그 흔적, 생명의 덧없음과 그 이후의. 그런 느낌입니다만 그렇다고 맛없냐 하면 나에게는 아니오.
이 와인에는 생명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죽음을 겪고 자연으로 돌아가, 무생물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시음적기가 끝난 상태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맛없지는 않고, 이러한 무생물스러움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Mark West – Chardonnay, Appellation California 2018 [★☆]
: 리즈너블한 캘리포니아 샤르도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8.8도로 차가웠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해 마십니다. 마지막 잔만 다음날에 마시면서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향이 어째 캘리포니아스럽지가 않습니다. 오크 향이 별로 안 나고, 과일 향이.. 특히 샤르도네의 품종향이 많이 납니다. 내가 워낙 샤르도네의 품종향을 좋아해서 반갑긴 한데, 조금은 의외네요. 온도가 낮은 게 영향을 주긴 할 겁니다.
입에 넣어보면 묽고 응축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맛은 있네요. 과일과일한 아로마와 어울리는, 생포도알을 입에 넣은 것 같은 과일 뉘앙스가 있다가 이내 곧 캘리포니아스러운 오크드 샤르도네 특유의 분유, 바닐라 향으로 마무리짓습니다. 역시나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를 마시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샤르도네는 진리고요.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서 한 순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 – 잘 태운 어메리칸 오크통의 향이 확 드러납니다. 토스티드 어메리칸 오크 향은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이후에도 종종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아마 뉴오크 사용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와인은 미네랄리티나 떼루아 느낌이 두드러지지 않는데, 아마 배수가 그다지 좋지 않은 – 실트나 점토가 많이 섞인 – 토양의, 그리고 꽤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았을 거라 추정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파티용 캘리포니아 샤르도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인은 마시는 데 심각해질 게 없습니다. 마시고 즐기면 됩니다.
이 와인은 아주 약간의 탄산이 남아있습니다. 잔당감은 나름대로 있고요. 아마 신선할 때 개봉했으면 탄산이 더 있었을거고, 그게 약간은 다른 인상을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오크드 샤르도네라 보존성이 아주 나쁘지는 않고, 시음적기를 지난 느낌은 아닙니다.
아주 약간의 백악질. 약간의 모난 자갈. 여름의 열기. 그리고 열릴수록 더 많은 자갈... 느낌이 조금은 있습니다. 그리고 목넘김에서 버번이나 라이 위스키의 느낌이 조금 스쳐지나갑니다. 토스트가 강한 어메리칸 오크를 쓰면서도 그 뉘앙스가 강하지 않고, 적당한 느낌으로 사용되어서 좋습니다.
마지막 잔을 마시면서 꽤 산도가 있는 와인이라 생각했는데, 첫인상이 과일스러움이 강했던 것도 그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포도를 수확할 때 충분한 산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수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경 호산춘 [★]
: 문경 호산춘은 황희 정승으로 유명한 장수 황씨 가문의 가양주입니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솔잎이 들어간 약주입니다. 한편으로 전라북도 익산에도 여산 호산춘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데, 두 술이 역사적으로 계보가 같은 술이라는 주장과 다른 술이라는 주장이 있는 상황입니다.
알콜 18%. 아로마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입에 넣으면 쿰쿰한 향이 있고, 점도가 높습니다. 무척이나 옛스러운 술입니다. 간장과 누룩 풍미. 감칠맛이 꽤 강합니다. 지난 여름에 마셨던 아황주가 떠오릅니다. 가격이 아황주보다 더 비싼 술인데, 특성이 비슷한 게 요리술로 쓰고 싶어집니다. 요리에 쓰면 아주 근사한 술이 될 겁니다.
18도라는 알콜이 입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습니다. 향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게 아쉬운 점입니다. 감칠맛이 좋아서 맛은 괜찮고, 부드러운 것도 양질의 술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향이 너무 옛날 술 느낌으로 쿰쿰해서 아쉽습니다. 저렴한 술도 아닌데요.
아마 후각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 한국인 중 다수는 식사 중 후각을 많이 안 씁니다 – 좋은 술로 느껴질 겁니다. 한편으로 쿰쿰한 향과 강한 감칠맛 때문인지, 며칠 동안 마시면서 에어레이션이 좀 진행된 후 마지막 남은 분량을 마실 때는 콩테나 그뤼에르 치즈가 연상되는 풍미였습니다.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Batch 11 향미주국 [★★☆]
: 한영석의 발효연구소는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입니다. 한영석 대표는 대한민국 누룩 명인 1호로 지정된 인물로, 누룩을 직접 시판하기도 해왔으나 근래엔 주로 청명주를 시판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청명주는 중원당의 것이 유명한데, 중원당 청명주는 지난 2023년 여름에 마신 시음기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11배치는 한영석 대표가 개발한 향미주국이라는 누룩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찹쌀 8에 녹두 2 비율로 만든 누룩이라고 합니다.
11배치는 2023년에 마지막으로 출시하는 한영석 청명주라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흔히 유통되는 생탁처럼 부실한 마개를 가지고 있어서 (금속 스크류캡이기는 한데 마개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마개와 병의 결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일단 빨리 마셔봐야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알콜 13.8%. 병입된 지 한달하고도 3일 정도 지난 걸 마셨습니다. 생주고요.
개봉해 따라보니 다소의 쿰쿰함이 느껴집니다. 녹두 누룩의 영향일지 모르겠는데, 입에 넣어보면 발랄한 산미와 더불어 복합적인 레이어와 함께 다양한 풍미가 펼쳐집니다. 순간 어이가 없어져서 이게 진짜 쌀로 만든 술이 맞나 의심했습니다. 한영석의 술은 이번에 처음 마셔보는데... 이게 지금까지 내가 마셔본 국산 술 중 최고고, 동시에 포도로 만든 와인을 제외한 술 중 최고입니다.
일단 느껴지는 건 이게 쌀로 만든 술이 맞나 싶을 정도의 미네랄리티, 그리고 복합성입니다. 화강암 암반에서 나온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복합성 있는 레이어는 보르도 와인을 연상시키고요. 입에 넣는 순간 개봉 시 아로마의 쿰쿰함은 대체 뭐였던가 싶을 정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과일 향이 풍부한데 특정한 과일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오미자? 그리고 보리수? 풋대추? 까마중..(?) 뱀딸기...(?) 풋한 야생 과일들이 떠오르는데, 특정한 과일 향을 연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쿰함. 아주 오래 전의 시골집이 연상되는 면이 있습니다. 외양간이 있고, 매일 아침 소 여물을 끓이던.
부정적인 풍미가 섞여있는데,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술 품질이 미쳤어요.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고서는 닿을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던 레벨을 쌀로 만든 술이 뚫고 올라가네요.
술 품질이 비슷하다면 쌀로 만든 술이 확연한 장점을 가지는 면이 있습니다. 음식하고 같이 먹으면 맞추기가 쌀로 만든 술 쪽이 훨씬 쉽습니다. 와인의 음식 맞추기는 꽤 어려운 영역이에요. 소믈리에가 괜히 있는 게 아니고요. 대조적으로 쌀로 만든 술은 음식 잘 안 가립니다.
이 술 정도 되면 세계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레벨입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만듭니다. 매 배치마다 소량 생산하는 술이라 한국 오셔도 드셔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생생한 생주 특유의 발랄함은 이 산도 및 복합성과 어우러져 참으로 즐거운 감각을 제공합니다. 어떤 샐러드보다도 이게 더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역대 한영석의 술 중에는 이 11배치 청명주가 산미가 좀 낮은 편이라고 하는데, 일단 이것만 보면 그리 산미가 없는 술은 아닙니다.
이 술은 와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열리네요. 온도도 상관이 있는 것 같고요. 조금 열리고 온도도 살짝 올라오고 나니까 점차 복숭아 풍미가 납니다. 향만 나는 게 아니고요. 맛도 달달한 게 복숭아 맛처럼 느껴집니다.
별점 주는 걸 좀 고민했는데, 부실한 마개를 생각해서 반개 깎아서 결국 별 두개 반. 마개가 정상이었으면 두개 반에 가까운 세개였을 겁니다. 가격은 절대 저렴하지는 않은데 술 품질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주법주 – 화랑 [★]
: 내가 일반적으로 추천해온 리즈너블한 술은 소성주와 화랑, 그리고 브라케토 다퀴입니다. 하나 더 꼽자면 산사춘이고요. 그 중 화랑을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소성주와 화랑은 좋은 술은 아니고, 브라케토 다퀴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대체로) 좋은 와인이지만 그다지 와인같거나 술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 종류들은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성주는 인천 및 그 주변 외에는 구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인천에서는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이에요.)
화랑은 주세법상 약주로 알콜 13%이며, 찹쌀과 누룩을 사용하는 한국식 살균청주입니다. 다만 성분에 포도당, 구연산, 젖산(유산), 효소제가 들어갑니다. 쌀과 물과 누룩으로만 빚는 진짜 고급이 청주들하고 비교할 만한 레벨은 못 되고요. 그렇지만 주정이 들어가는 것들에 비하면 훨씬 맛있고, 가성비도 괜찮습니다.
화랑은 일단 살균청주라 생주 특유의 생생한 느낌은 없습니다. 대신 그렇다고 활기가 없는 느낌도 아닌데, 구연산과 젖산으로 보산을 한 청주라 산도가 살짝 있고, 또 찹쌀로 만든 청주 특유의 달콤함도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이 꽉 찬 느낌은 아니지만 좋은 술 흉내는 냅니다. 아쉬운 대로 마실 만한 술이에요.
: 진판델(Zinfandel)은 미국과 이탈리아 남부의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는 프리미티보(Primitivo)라 불리지요. 시라처럼 풀바디에 묵직하고 진한 와인이 나오는 레드 품종인데요. 화이트 진판델은 그런 진판델로 만드는 로제와인입니다.
와인에는 보통 레드와 화이트가 있다고 하지만, 그 외에도 로제, 오렌지, 그리고 옐로우(Vin Jaune)의 다섯 종류가 있다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렌지 와인과 뱅 존은 화이트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로제와인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레드와 화이트 사이의 중간적인 와인인데, 대략 레드라기에는 색이 옅으면 로제와인이라 봐도 됩니다. 화이트 진판델의 경우 처음에는 실수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고, 1975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미국의 매우 대중적인 와인이 되었습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스타일이 매우 특이해서 다른 와인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걸 찾기 힘듭니다.
이번에 마시는 코퍼 릿지는 세계 최대의 와인 회사인 E.&J. Gallo Winery 산하의 브랜드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빈티지가 없는데, 아주 오래된 걸 팔지는 않았으려니 생각합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드라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스위트 와인도 아닙니다. 살짝 저발효시키는 와인으로 카비넷보다 조금 더 단데요. 브라케토 프리잔떼에 비하면 확실히 도수가 높고, 그만큼 덜 달고, 좀 더 와인 같습니다. 그렇지만 카비넷과 비교하면 좀 더 주스 같아요.
이 와인의 빛깔은 나에게는 지르콘(보석의 일종)을 떠오르게 합니다. 미가열 지르콘 중에 이런 색깔을 가진 게 있어요. 내가 가진 것중에도 있고. 미가열 지르콘은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분산이 참 아름다운 보석이에요. 복굴절인 게 좀 아쉽지만.
아로마는 조금 새콤할 뿐인데, 좀 차갑게 마시는 탓도 있지만 이런 와인은 도수가 낮아서 아로마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잔도 크게는 안 가립니다. 그래도 와인이니까 다른 술보다는 더 가립니다만.
이 와인은 입에 넣었을 때부터가 진짜입니다. 살짝 저발효 와인이라 굉장히 과일과일한데, 무척 묘하게 맛있습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대체로 와인 애호가들은 싫어하고 대중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식으로 유명한데요. 이 와인은 와인과 주스의 경계에 있고, 어찌 보면 브라케토 다퀴보다도 더 주스같습니다.
이 와인의 과일 풍미는 포도보다는 잘 익은 물백도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로제 특유의 단순함과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니쉬를 가지고 있고, 또한 동시에 묘하게 잔당감이 강해서 다소 초현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아주 미미한 탄산감이 있는데, 아주 신선한 상태에서는 탄산감이 더 강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와인은 아주 신선한 상태는 아닐 겁니다. 언제나 가볍게 즐기기 좋은 타잎의 와인입니다.
탁브루 – natural Taak 100 [★☆]
: 탁브루는 인천광역시의 신생 전통주 양조장입니다. 본사 주소지로 표기된 곳은 부개동과 일신동의 경계 부근으로 그런 곳에도 양조장이 있나 싶긴 한데, 어쨌든 나는 부평 지역 양조장이라면 응원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에 마시는 내추럴 탁 100은 2023년 우리술 품평회 탁주 부분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들이 및 도수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쌀로 만드는 진짜 술은 저렴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자의 표현을 빌려 ‘인간이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싶은 게 우리나라 진짜 술이에요.
알콜 10.5%. 강화 찹쌀을 100% 사용했다고 합니다. 누룩도 강화쌀로 만든 입국을 사용했다고 하고요. 제조된지 3주 정도 된 걸 마셨어요. 탁주인데 위에 뜬 맑은 부분부터 마시다가 별 생각없이 맛있어서 (작은 청자잔으로) 몇 잔을 그렇게 마셨습니다. 첫인상은 새콤함, 순정함. 그리고 뒤쪽에 적당히 남는 누룩 향입니다.
명목상 탁주이긴 한데 침전물이 별로 없습니다. 섞어보니 좀 탁해지긴 하는데, 일반 탁주에 비하면 부유물에 별로 없어서 맑지만은 않은 수준입니다. 침전물 섞어 놓으니 누룩 향이 강해지는데, 이런 느낌이라면 아예 침전물 다 빼고 청주로 파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탄산기도 별로 없고 침전물 안 섞었을 때가 더 맛있습니다.
맛 자체는 새콤하니 맛있는 술입니다. 기본기가 일정 이상 좋고요. 마찬가지로 강화 쌀을 사용한 인천 술인 송도향이 떠오르는 면이 있는데, 금계당의 바랑 정도는 아니지만 새콤함이 좀 강한 편이고 (희석하지 않은 탁주 치고) 알콜은 높은 편이 아니어서 쉽게 마시기 편한 느낌입니다. 다만 정말 탁주로의 장점은 거의 없다시피 한 느낌이라 맑은 부분만 청주로 파는 게 더 좋을 것 같고, 마실 때도 침전물 침전시켜서 맑은 부분을 마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 술은 양조 난이도 높은 단양주이며 채주 시 촘촘한 거름망을 사용했고, 건조효모 0에 개량누룩조차 절반으로 줄여 만든, 이름 그대로 내추럴에 가까운 방식의 전통주라고 합니다. 느낌이 조금 funky한 면이 있는 게 재미있는 술이긴 하고요, 내 생각에 이 술은 현재 375ml 와인 하프바틀 들이로 시판 중인데 도수가 별로 높지 않고, 개성을 충분히 느끼기엔 너무 들이가 작아서 풀바틀 750ml가 좋을 것 같고, 나는 다음에 다시 마셔볼 기회가 있다면 디캔터를 써서 침전물을 없애서 마시게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코리아 전통주계의 라이스 내추럴와인입니다.
어쨌든 맛있는, 그리고 제대로 만든 ‘진짜’ 인천 술이니까 많이들 사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다 마시고 난 후에 묘하게 까망베르나 유사한 연성 흰곰팡이 치즈가 떠오르는 면이 있네요. 공장제보다는 좀 더 내추럴한 타잎의. 풍미가 치즈하고 비슷한 건 아닌데요.
맛에 비해 별점이 좀 낮아졌는데, 사실 양이 아쉬워요. 한 병만 샀는데, 좀 마시려고 했더니 사라졌어요. 나중에 다시 마셔봐야겠어요. 송도향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적어도 인천에서는 구매하기 쉬워졌으면 좋겠네요.
벗드림 – 볼빨간막걸리 10 [★☆]
: 벗드림은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양조 농업회사법인입니다. 라이스퐁당이라는 약주를 메인으로 볼빨간막걸리라는 10도짜리 탁주와 감천막걸리라는 6도짜리 탁주를 시판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볼빨간막걸리를 마셔봅니다.
알콜 10%. 국산 찹쌀에 밀누룩을 사용한 이양주입니다. 일단 맑은 부분부터 세 잔 정도 마셨는데, 적당히 평범하게 쓴 맛도 있으면서 제대로 만든 술답게 맛있습니다. 쌀로 만든 우리나라 술을 둘로 나누자면 제대로 만든 술과 그보다 낮은 레벨의 시판용 술이 있는데요. 바로 위에 기술한 탁브루 탁100이나 이 볼빨간막걸리 10은 제대로 만든 술입니다.
침전물을 섞어 마시니까 꽤나 와일드한 성질을 드러냅니다. 무려 알콜이 좀 튀는데, 탄산이 강하지도 않고 침전물도 농도가 높지가 않아서 꽤나 자극적입니다. 상기한 탁브루에 이어 연속으로 마시고 있는데, 탁브루가 은근히 놀 줄도 아는 도련님이라면 이건 아예 말괄량이입니다. 어째 여성적인 술이긴 한데요.
요거트향에 더해 약간 꽃향이 나는데 일반적인 익숙한 꽃향은 아니고, 내 생각에 이건 연화(蓮花)에 가까우면서 연근 향도 은근슬쩍 좀 납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지역색 좀 살아있다는 느낌입니다.
제대로 만든 술 치고는 저렴한데, 고급이 전통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갈함이 없습니다. 평범한 탁주들하고 기본 체급은 아예 다른데, 특성은 평범한 탁주 비슷하게 알콜이 튀고 제멋대로라 마실수록 묘합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Voliero – Rosso di Montalcino 2018 [★★]
: 볼리에로는 우첼리에라(Uccelliera)의 생산자인 Andrea Cortonesi가 생산하는 세컨드 레이블입니다. 처음에는 안드레아 코르토네시가 운영하는 시에나의 리스토란떼에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 내수용으로만 유통하다가 Vinous의 안토니오 갈로니가 볼리에로를 맛본 후 평가를 좋게 하여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로쏘 디 몬탈치노 2018을 마셔봅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대표 품종인 제우스의 피, 산지오베제로 만드는 와인은 여러 규격이 있습니다. 일단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이면서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키안티/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cio)가 있고요. 고급 와인으로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슈퍼투스칸 중에도 주품종이 산지오베제인 게 있고요. 그 외 조금 덜 알려진 것으로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여기서 몬테풀치아노는 지역명으로, 품종명이 아닙니다.)가 있고요. 마지막으로 상기한 규격에 속하지 않으면서 슈퍼투스칸도 아닌 산지오베제 디 토스카나(Sangiovese di Toscana)라는 IGT규격이 있습니다.
이 중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약어로 BDM)는 피에몬테의 바롤로, 그리고 프랑스 품종이나 양조방식을 도입한 슈퍼투스칸과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고급 와인입니다. (슈퍼투스칸 대신 아마로네를 꼽기도 합니다.)
몬탈치노의 생산자들은 BDM의 생산을 통제하고, 그보다 낮은 등급으로 이번에 마시는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 약어로 RDM. DOC등급.)를 같이 생산합니다. 즉 몬탈치노의 생산자들은 고급 와인으로 BDM 및 BDM 리제르바를 생산하고, 보급형으로는 RDM을 생산하여 시판합니다.
이번에 마시는 볼리에로 RDM 2018은 Vinous의 Ian D'Agata에게 91점으로 평가받았고, Wine Enthusiast의 Kerin O’Keefe는(현재는 독립) 좀 낮은 86점을 줬는데, 점수는 짜게 줬지만 테이스팅 노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알콜 14%.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일단 조세핀 No. 3으로 마십니다. 서빙 온도는 18.6도였습니다. 컨디션 문제로 후각이 정상이 아닌 상태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일단 글라스에 따라놓은 상태에서 향이 꽤 고혹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발향의 강도는 매우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첫인상은 좀 진한 피노 누아 같은데? 였습니다. 그래도 산지오베제라 피노 누아라기에는 탄닌이 좀 센데, 섬세하고 여리여리한 게 피노 누아를 떠오르게 합니다. 양질의 응축감. 잘 반영된 떼루아 느낌. 탄닌을 많이 포함해 장기 숙성형으로 만든 산지오베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음적기보다는 좀 일찍 개봉한 것 같습니다. 2년 정도는 더 숙성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완전히 숙성되고 나면 더 피노 누아에 가깝다고 느껴질 것도 같습니다.
아직 좀 뻑뻑하고 내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서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마셨습니다만, 그래도 꽤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케린 오키프가 점수를 좀 낮게 준 거나 이안 다가타가 91점을 준 것 모두 납득이 되는데, 나는 부르고뉴나 알자스의 리즈너블한 가격대 피노 누아를 마실 때 점수를 높게 줄 와인은 아니라도 꽤 맛있게 마실 때가 있거든요. 이것도 그런 느낌입니다.
컨디션 문제가 있겠지만 일단 향이 약하고 맛은 좋은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는 어지간해서는 ‘맛’에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품종이라 생각하고요. 묘하게 감칠맛(?)이 좋은 게 역시 산지오베제다 싶었습니다. 코막혔을 때 와인 마시면, 스위트와인 빼면 내가 아는 것들 중 산지오베제가 최강입니다. 부드럽지만 높은 산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세 잔 째부터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로 바꿨습니다. 스타일이 워낙 피노 누아처럼 느껴졌거든요. 발향도 약하고. 마신 장소의 실내 온도가 20도가 안 되었는데, 이 또한 발향이 약한 한 원인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는 현존하는 글라스 중 집향이 가장 강한 글라스 중 하나일 겁니다.
데피니션 부르고뉴 글라스에서 이 RDM은 보다 풍부힌 과실 향과 동물계 향을 선사합니다. 처음부터 이 글라스로 마셔야 하는 와인이었네요. 입에 넣으면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데, 탄닌이 좀 센 것과 품종향이 좀 다른 거 아니면 코트 드 본이나 코트 샬로네즈의 피노 누아를 연상했을 것 같습니다. 산지오베제 아니랄까봐 섹시한 동물계 향도 조금 느껴지는데, 그런 액센트가 괜찮습니다. 이후 열리면서 점점 더 섹시해집니다.
의외로 미미한 잔당감이 있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브리딩이 되면서 탄닌이 조금씩 풀어져서 점점 더 맛있어집니다. 복잡하지는 않은데, 이 심플한 맛있음이 산지오베제의 매력이겠지요. 아주 잘 익은 라즈베리, 석회,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 기본적으로 굉장히 섬세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탄닌이 다 안풀려서 이질감이 좀 있습니다만 2년쯤 후에 다 풀리고 나면 끝내주는 텍스춰였을 겁니다.
마시면서 음식을 페어링하고 있지 않은데, 맞추자면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은 한우 또는 말(馬) 육사시미와 어울릴 것 같습니다. 타다키 정도는 해도 괜찮을거 같고요. 스테이크로는 한우안심 1등급 이하로 소금간만 해서 블루로. 무척 섬세한데다 성향이 섹시한 캐릭터라 이탈리아 와인 치고는 음식 페어링이 어려운 편일 겁니다.
아직 온전한 상태는 아닙니다만, 이 와인은 하늘하늘하고 크리미하며 솜사탕 같은 구조감을 형성하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안 풀린 부분이 많은데(30% 정도만 풀린 것 같습니다), 다 풀린 상태가 되면 아주 멋진 로쏘였을 겁니다.
금계당 – 별바랑 [★★]
: 지난 가을에 금계당의 생탁주, 바랑을 마셨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구매했었던 생청주(주세법상 약주) 별바랑을 마셔봅니다. 명기된 유통기한을 일주일 정도 넘긴 상태에서 마시게 되었지만,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개봉했습니다.
벼가 잘 익은 논의 풍경이 떠오르는 정취. 우수한 복합성. 샘물이 떠오르는 느낌. 차분한 가운데 활력이 느껴지고, 수줍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기 주장이 있습니다. 맛과 향은 다르지만 이 느낌은 부르고뉴의 와인을 연상시킵니다.
이 술이 가진 산도는 새콤함에 대한 욕구가 있을 때 최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술이 가진 특성은 우수하며 사랑스럽습니다. 다만 아직 생생할때 마셨던 바랑에 비해 이 별바랑은 생주치고는 생기가 쇠락한 후에 마셨다는 기분입니다. 그렇다고 숙성으로 인한 이익을 보기에는 보존기간이 짧아 애매한 시기에 마셨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생주는 병숙성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Bilancia – Tiratore Hawke’s Bay Chardonnay 2020 [★★★★☆]
: 알콜 13.5%. 뉴질랜드 북섬의 Hawke’s Bay에서 생산된, Bilancia 와이너리의 플래그쉽 샤르도네입니다. Vinous의 Antonio Galloni에게 96점, Cameron Douglas 96점, Bob Campbell 96점. 트리플 96점을 획득했고요. Wine Advocate에서는 96+점을, Falstaff에서는 94점을 줬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Tiratore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사냥꾼이나 사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와인의 빈야드가 포도원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총알이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포도를 2001년에 심었다는 것 같은데, 와인 그레이드에 비해 아직 포도 수령이 좀 어리긴 합니다.
이 샤르도네는 사용 클론을 표기하고 있는데, 548, 809, Mendoza, B95, UCD15라는 클론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핸드픽하여 프렌치 오크통에서 토착 효모로 발효하고 숙성하여 여과 없이 병입한 샤르도네. 이산화황을 약간은 썼다고 하네요. 그래서 내추럴와인은 아닙니다.
중량급 샤르도네를 조금 일찍 마시게 된 감이 있지만 다양한 글라스 테스트 겸 해서 마셨습니다. 사용 잔은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데피니션 버건디, 자페라노 울트라라이트 버건디,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입니다. 병 내 첫 서빙 온도는 8.8도로 시작했습니다.
유니버셜로 처음을 시작합니다. 아로마에서 느껴지는 건 아름다운 품종향. 미네랄리티. 순정하고 밀도높은 향기가 첫인상입니다. 입에 넣자 잔당감을 느꼈고,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일단은 더 마시게 됩니다. 아직 좀 어려서 포텐셜을 다 드러낸 상태는 아니고, 개봉직후의 단점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평론가들이 고득점을 줄 만한 와인이네요.
풍부하지만 부드럽게 다듬어진 산은 둥글둥글합니다. 과실 향이 풍부하고 응축감이 부르고뉴 대비 약한 것 같으면서도 또한 동시에 높은 집중도와 밀도를 보여줍니다. 이내 열리면서는 아주 강렬한 미네랄리티를 드러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유니버셜에 담아낼 수 없는 와인으로 판단. 버건디 글라스 비교용으로 적합한 샤르도네입니다.
집향력이 약한 울트라라이트 버건디에서, 이 와인은 일단 별다른 아로마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입에 넣으면 달달합니다. 묵직한 가운데 요소요소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향은 약한데 맛은 좋은 와인으로 느껴지고요.
가장 거대한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에서는 이 와인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면 강렬한 응축감과 집중된 맛이 느껴지고요.
최고의 집향력을 가진 데피니션 버건디에서 이 와인의 아로마는 빛납니다. 향을 맡으며 잔을 기울여 입에 넣기 전, 나는 이 와인이 헬리오도르같다고 느낍니다. 입에 넣으면 느껴지는 건 대리석입니다. 굉장히 매끈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러다가 온도가 올라간 후엔 진짜로 보석을 입에 머금는 느낌이 됩니다. 이건 액체가 된 헬리오도르에요.
(헬리오도르는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텐데, 노란색을 띠는 아쿠아마린 또는 에메랄드라 생각하면 됩니다. 베릴은 녹색이면 에메랄드, 바다색이면 아쿠아마린, 핑크색이면 모거나이트, 적색이면 대체로 빅스바이트, 무색 투명하면 고셰나이트, 노란색이면 헬리오도르라 부릅니다.)
르 쎕뗀뜨리오날과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 이 와인은 흥미롭게도 미네랄 자체가 좀 다른 뉘앙스가 됩니다. 르 쎕뗀뜨리오날에서 이 와인의 미네랄은 좀 더 뾰족뾰족합니다. 그리고 르 쎕뗀뜨리오날은 좀 더 떼루아를 살려줍니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샤르도네입니다.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결과물은 부르고뉴의 프리미에 크뤼 정도 또는 그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신세계스러운 스타일은 아닌데, 샤블리, 본, 마코네 중 아무 것도 닮지 않았습니다. 서늘한 느낌은 코트 드 뉘 와인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긴 합니다.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서 조금씩 플로랄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굉장히 묽은 느낌과 높은 응축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느낌이 무척 특이합니다. 부르고뉴로 치면 그랑 크뤼와 레지오날 리외디의 것을 믹스한 것 같을 정도입니다. 아마 이 빈야드는 좀 더 세분하면 더 위대한 샤르도네와, 보다 대중적인 샤르도네를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와인은 처음부터 빈야드의 떼루아를 그대로 담아내려 의도했다고 합니다.
좀 열리고 나니까 르 쎕뗀뜨리오날에서도 헬리오도르같은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모난 자갈과 대리석이 깔린 정원에서, 과일과 꽃이 담긴 바구니를 앞에 놓고 햇볕이 좋은 날에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와인입니다. 손에는 헬리오도르가 중심석인 반지 하나 정도는 끼고요.
열릴수록 섬세한 허브 향이 나는데, 섬세하고 여려서 향이 강한 어떤 특정 허브를 예시로 들 수 없습니다. 감성적인 만족감 이상으로 이성적인 점수가 높은 느낌의 샤르도네인데, 섬세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참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미미한 탄산이 남아있고, 즐겁게 마시고 있지만 이 미미하고 아주 작은 탄산 버블은 이 와인의 가장 깊은 곳에 접근하는 걸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와인은 맛있음을 즐기게 되는 타잎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더 알고 싶어지는 와인입니다. 스월링을 아주 많이 해보면 굉장히 복합적인 석회질 풍미가 납니다. 화석 더미를 입에 넣으면 이런 느낌일까요. 화약을 입에 머금는 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고요. 다수의 평론가에게 일관적으로 고득점을 받은 샤르도네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렌치 오크를 썼음에도 신세계 아니랄까봐 바닐라틱한 향이 점점 올라오는데, 잔당감이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아르헨티나보다는 더 신세계같지만, 미국에 비하면 한참 구세계 같습니다. 대체로 뉴질랜드는 이 정도 포지션인 것 같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더 신세계스럽게 맛있어지는데요. 이거 음식하고 페어링이 안 됩니다. 와인만 마시고 있는데, 세상엔 이 정도 복합성을 지닌 와인과 페어링할 수 있는 음식이 존재하지 않아요. 이건 와인만 마셔도 너무 복잡해서 파악이 힘듭니다.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하려면 혼자 와인만 자작해야 하는 그런 와인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맛있는 와인이라 적당히 마셔도 안나쁠 것 같긴 한데, 진짜로 위대하다고까지 할 만한 요소를 숨기고 있는 와인이라 추천은 와인만 혼자 마시는 겁니다. 진짜 많이 비싼 와인에 평범한 와인을 믹스한 것 같은 샤르도네에요. 내가 이 와이너리의 오너라면 빈야드를 나눌 겁니다. 이 와인엔 100점짜리 와인이 섞여 있어요.
그리고 이건 무척이나 미묘한 와인이라 글라스에 따른 차이가 커도 너무 큽니다. 글라스가 달라지면 느껴지는 느낌이 아예 다르고, 온도에 따라서도 아예 다릅니다. 다양한 글라스를 가진 분이라면 다양한 글라스를 이용해보시기를 권장하고요. 나는 하나만 고르자면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시는 게 마음에 듭니다.
보다 열리고, 온도가 더 올라가면서 이 와인은 숨겨뒀던 스파이시함을 드러냅니다. 스타아니스, 클로브 향, 황밀랍 향 같은 게 섬세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내가 이걸 아무 정보 없이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누군가가 장난친 와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 평범한 샤르도네에서부터 꽤 좋은 샤르도네, 그리고 지상 최고의 샤르도네를 섞어놓은 것 같거든요. 이런 게 단일 빈야드 고득점 뉴질랜드 샤르도네라니 재미있지요. 정말 좋은 샤르도네 와인입니다.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Kronenbourg 1664 Rosé [☆]
: 알콜 4.5%. 라즈베리 향과 시트러스 향이 들어간 밀맥주입니다.
제법 차가운 상태에서 마셨는데, 라즈베리 향이 꽤 두드러집니다. 거기에 더해 시트러스향과 밀맥주 특유의 과일향이 있어서 과일 풍미가 많이 느껴집니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과일스러운 맥주입니다.
Fizz Cider Strawberry Taste [-]
: 알콜 4.0%. 딸기향이 첨가된 시드르 기반 알콜음료입니다. 실제 시드르 외에 꽤 다양한 향료와 시럽, 이산화탄소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거의 술이라기보다는 딸기맛 나는 알콜음료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시드르 기반이라 특유의 덤덤하고 시원한 느낌은 있는데, 하절기에 마셨으면 좀 더 긍정적인 인상을 얻었을 것 같긴 합니다.
장희도가 – 세종대왕 어주 탁주 [★☆]
: 알콜 13%. 생산한지 2개월하고도 1주 정도 지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장희도가는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으로 세종대왕 어주라는 술을 빚고 있습니다. 재료로는 초정리에서 재배된 유기농 쌀(찹쌀 33.3%, 멥쌀 8.3% 비율)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정리 술이니까 초정리 물로 담그는 것도 한 포인트일 겁니다.
약주와 탁주, 두 제품이 출시중인데 약주는 2019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단 탁주를 마셔봅니다.
맑은 부분을 마셔본 첫인상은 힘 있는 술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침전물을 섞어 마셔보니 달콤한 가운데 심이 있습니다. 긴죠가 아닌데 이런 느낌인가 생각하면서 마셔보니 아마 이 느낌 중 일정 부분은 물에서 기원한 것 같습니다. 초정수로 술을 담그면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시면서 계속 생각하는데 이 술은 물이 정말 역할을 크게 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나는 경험적으로 스카치 위스키에서는 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청주/탁주 계열에서는 이게 처음으로 큰 인상을 줍니다.
Ricasoli – Albia Bianco di Toscana IGT 2021 [★☆]
: 꽤 볼륨감 있는 병에 들어있는 리카솔리의 토스카나 비앙코. 품종은 샤르도네, 말바지아 비앙카, 소비뇽 블랑이라고 하는데 비율은 공개되어있지 않습니다. 언오크드 비앙코. 마개는 천연 코르크를 닮은 합성수지 마개입니다. 병에 표기된 알콜 13.5%인데 홈페이지 테크시트에는 13%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아로마가 상큼합니다. 원래 내가 언오크드 샤르도네의 향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거기에 소비뇽 블랑과 말바지아 비앙카까지 사용해서 그런지 아주 향이 좋습니다. 마셔보면 응축감이 별로 없고, 물같은 바디감에 과일 향. 그리고 아주 풍부한 미네랄 느낌이 쫙 깔립니다.
식후에 와인만 마시고 있는데 조금 실수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비앙코 답게 이탈리아 음식과 같이 마셔야 하는 와인이었다 싶습니다. 이런 건 담백한 느낌의 파스타나 피자와 잘 어울립니다. 향은 좋은데 워낙 느낌이 물처럼 묽고 잘 넘어가는 타잎이라 지향하는 방향이 식사용 음료에 가깝습니다.
말바지아 비앙카 때문인지 향에는 조금 독특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꽤나 구세계스러운 향을 내고 있고요. 산도는 제법 있지만 입에 넣었을 때 과실 향이 두드러진다거나 발랄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로마는 상큼한 반면, 입에 넣었을 때까지 그런 편은 아닙니다. 종합적으로 가볍게 이탈리아식에 곁들여 마시기 좋을 법한 비앙코네요.
St. Michael-Eppan – Sanct Valentin Gewürztraminer 2021 [★★]
: 이탈리아 Trentino-Alto Adige 자치주의 Südtirol/Alto Adige Provincia(프로빈차) DOC 와인입니다. 이 지역은 이탈리아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사용자가 더 많은데, 독일어로는 Südtirol(쥐트티롤/남부 티롤)이라 부르고 이탈리아어로는 Alto Adige(알토 아디제)또는 Bolzano(볼차노)라 부릅니다. 알토 아디제는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령이었는데, 1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가 승전하면서 이탈리아로 넘어왔습니다.
현재 알토 아디제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화이트 와인 생산지입니다. 지리적으로 알프스 기슭인데다 위도도 이탈리아치고는 꽤 높은데요. 의외로 볼차노 시 기준 마콩보다 살짝 북쪽입니다. 그리고 St. Michael-Eppan은 이 지역의 유명한 협동조합 와이너리입니다. 독일어 이름이지만 나는 피렌체식으로 산 미카엘-에빤으로 읽습니다. 산 발렌틴은 산 미카엘-에빤의 상급 라인업에 해당하며, 이 2021년 게뷔르츠트라미너는 James Suckling에게 93점을 받았습니다.
마개는 천연 코르크 마개인데, 처음에 전동 오프너로 개봉하려다 실패하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처음부터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하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콜은 14.5%고,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해 마십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꽤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이 Gris품종(껍질은 붉거나 핑크빛이지만 백포도주를 만드는 품종)은 아로마틱한 품종으로 유명합니다. 품종 자체에 향기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다른 아로마틱한 품종으로는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모스카토)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게뷔르츠트라미너도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과 어느 정도 유사한 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저발효와인으로 만드는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과 달리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도수 높은 와인을 만들기에 화이트와인으로는 아주 강한 향기를 가집니다.
리치를 연상케 하는 풍부한 과일 아로마. 그리고 살짝 빛나는 듯한 미네랄 향. 입에 넣으면 바디는 무겁지 않고, 어딘가 장미를 살짝 떠오르게 합니다. 향기부터 뉘앙스에 약간의 달콤함이 있습니다. 알콜이 꽤 있지만 입에 넣자마자는 그다지 티나지 않습니다. 천천히 맛을 보면 차츰 강렬한 알콜의 맛과 스파이시함이 느껴집니다. 아직 신선한 맛이 살아있고, 아주 약간의 탄산감이 남아있다고 판단합니다. 시음적기에 개봉한 것 같습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답게 역시나 다른 품종에서 느끼기 힘든 향이 납니다. 리치 80%에 장미 20% 정도의 향이라고 하면 될까요. 그리고 그 이면에는 블랙페퍼와 그린페퍼의 중간 정도가 아닐까 싶은 스파이시함이 있고요.
이후 온도가 올라가면서 꽃향기가 조금씩 더 노골적이 됩니다. 장미를 중심으로 한 꽃다발. 재스민. 굉장히 화려합니다. 아로마에서는 그런 꽃향기가 강하지 않은데, 잎에 넣고 스월링을 해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로마는 리치 외에 패션플뤁의 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종의 시트러스. 미네랄리티는 날카롭지 않지만 살아있습니다.
향기의 화려함이나 요소요소의 장점 대비 떼루아 느낌이 강하다거나 하지는 않은데, 아마 이게 협동조합 와인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좋은 포도를 모아서 만든 쪽에 가까울 거라, 떼루아 느낌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대신 괜찮은 게뷔르츠트라미너답게 화이트 와인으로는 꽤나 상급의 화려함입니다.
Hoggy’s – Apple Paradise Cider [★]
: 호기스의 시드르. 사과주스 48%, 시드르 39.88%, 천연사과향 0.2%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알콜 4.5%로 이 정도면 우리나라 기준, 어느 정도 표준적인 시드르 풍미라 생각합니다. 사과함량이 좀 더 적으면 좀 더 드라이하고 쿨한 맛이 되겠지만, 이것도 사과주스 풍미가 그리 강하지는 않습니다. 단 맛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고요. 살짝 더울 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Georges Duboeuf - Beaujolais-Villages Nouveau 2023 [★☆]
: 보졸레 누보의 선구자, 조르쥬 뒤뵈프의 빌라쥬급 보졸레 누보입니다. 연말에 마시려고 했는데 못 마시고 봄이 된 후에야 마시네요. 알콜 13%.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품종은 당연히 가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로 마십니다. 서빙온도는 20도 정도로 잡았는데 보졸레 누보는 보통 이것보다 차게 서빙합니다. 서빙온도의 차이는 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색은 포도주스에 가깝고 향은 가메 품종향이 꽤 납니다. 피노 누아와 유사하면서도 역시 나름대로 개성이 있네요. 향기부터 적당히 새콤하고 입에 넣어도 마찬가지로 살짝 새콤합니다. 입에 닿는 순간 석회 맛이 나고, 가볍지만 적당히 맛있습니다. 꽤 프루티한데, 발랄하지는 않습니다. 색에 비해 탄닌은 매우 약합니다. 호벤급 템프라니요가 떠오르는 면도 있습니다.
보졸레 누보는 의도적으로 포도에서 탄닌을 적게 뽑아냅니다만, 그렇다고 로제와인 수준은 아닙니다. 풍부한 프루티함은 딸기와 체리의 중간적인 향이고, 많지 않은 탄닌이 있는 게 부르고뉴 루즈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엄연히 보졸레도 부르고뉴입니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입니다. 본래 그런 용도로 만든 와인이고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가격인데, 근래 부르고뉴 와인의 전반적인 가격이 제정신이 아니다보니 이것도 허용범주라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행주산성주가 – 냥이탁주 9 [★☆]
: 고양시의 탁주. 작은 샘플을 구해서 마셔봅니다. 양이 얼마 없어서 침전물을 바로 섞어서 마십니다. 알콜 9%.
산도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달콤하고 구수합니다. 맛의 특성에서 쌀 외의 다른 곡물이 들어간 건가? 싶어 정보를 보니까 쌀 외에 찰보리, 찰수수, 벌꿀, 오미자, 송순, 밀을 사용했습니다. 쌀은 고양시 특산의 가와지 쌀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재료가 다양한 만큼 풍미가 꽤 복잡합니다. 꽤 맛은 있는데, 샘플밖에 없어서 그야말로 맛만 볼 수 있는 게 아쉬운 점이네요.
두루미양조장 – 대관람차 [★]
: 철원의 탁주. 작은 샘플을 구해 마셔봅니다. 양이 얼마 없어서 침전물을 바로 섞어서 마십니다. 알콜 12%. 철원오대쌀로 만든 탁주라고 합니다.
첫인상은 꽤 자극성이 있습니다. 미세탄산이 꽤 거세게 남아있고, 알콜이 튀고, 풀바디입니다. 다만 탄산은 미세한 것만 남아있을 뿐이라 와인으로 치면 스틸와인에 해당합니다. 순수하게 멥쌀만 이용한 술 답게 단맛이 적고 쓴맛이 있습니다. 누룩 향도 좀 있고요. 역시나 조금 맛을 보려니까 사라지네요.
Hoggy’s – Pear Heaven Cider [★☆]
: 알콜 4.5%. 사과주스가 섞인 시드르에 배주스가 추가적으로 섞인 구성입니다. 사과주스가 섞이기도 했고, 사용한 배도 한국 배가 아니고 서양배이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배 풍미와는 좀 다릅니다. 오히려 이런 과일 풍미는 찹쌀을 쓴 전통주가 떠오르는 면이 있습니다. 서양배는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향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시드르고 배 주스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쿨하고 시원한 느낌입니다. 꽤 맛있습니다. 주스 섞인 시드르계의 수작.
Brooklyn Pilsner Crisp Lager [★]
: 계절이 바뀐 이후에도 이 브루클린 필스너를 마십니다. 알콜 4.6%.
참 마실 때마다 느끼는데, 향은 좋은데 IPA처럼 끈적거리고 청량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목이 마르지 않을때 마시면 괜찮은데, 목이 마를 때 이 맥주를 마시면 정말 별로입니다.
그래도 갈증이 풀리고 나면 맛은 좋습니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같은 타입과는 꽤 다른 의미로 드라이한 느낌을 주는 맥주인데, 풍미로만 치면 괜찮은 에일급인 그런 특이한 라거입니다.
완벽한인생브루어리 – 칼퇴근필수너 [★☆]
: 알콜 4.7%. 독일산 홒을 사용한 크래프트 필스너입니다. 한 모금 마시니까 살짝 필스너 우르켈이 연상됩니다. 스타일이 꽤 비슷합니다. 맛은 쌉쌀하고, 어딘가 흰 꽃이 연상되는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치고는 꽤나 클래시컬한 풍미인데, 좀 의외다 싶으면서도 괜찮습니다.
질감은 좀 점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 맥주답게 이산화탄소를 첨가한 맥주인데, 그렇게 추가한 이산화탄소에도 불구하고 점도가 높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브루클린 필스너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 더 밝고 가벼우면서 화사한 맥주입니다. 기대보다 꽤 좋은 맥주.
Remi Seguin – Gevrey-Chambertin 2017 [★★★☆]
: 레미 세갱의 코뮈날 등급 쥬브레 샹베르탱. 부르고뉴의 굳 빈티지였던 2017입니다. 알콜 13%. 품종은 당연히 피노 누아입니다.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사용했습니다. 마개는 표면이 코팅된 천연 코르크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이 도멘의 본 주인이었던 Remi Seguin은 2010년에 은퇴하고 도멘을 Frederic Magnien에게 매각하였습니다. 그래서 2010년 이후의 레미 세갱은 프레드릭 마니앙의 다른 레이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쥬브레 샹베르탱은 (부조를 논외로, 프라게 에세조를 본 로마네로 간주한다면) 부르고뉴의 루즈(Rouge) 생산 코뮌으로는 인지도나 평가 등으로 볼 때 Top 3 정도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다만 코뮈날 등급이 나오는 리외디가 좀 넓어서 실제 희소성이나 가격으로 보면 본 로마네나 상볼 뮈지니에 비할 정도는 아니고, 모레 생 드니나 뉘 생 조르쥬와 비교해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을 모르는 분에게는 이 모든 이야기가 생소하겠지만, 부르고뉴는 와인 입문을 하고 어느 정도 드신 분들한테도 처음 접근할 때는 복잡할 수 있으니 그런가보다 해 주세요.
잔에 따라 아로마를 맡으니 피노 누아다운 새콤한 과일향 이면에 깊이가 느껴집니다. 다소의 플로랄함이 있고, 입에 넣자 보다 구체적인 플로랄함이 전면에 나섭니다. 꽃과 과일의 느낌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다소의 철분 맛이 있습니다.
직후 일차적으로 열리면서 강렬한 휘발성 향이 올라오는데, 알콜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와인 온도가 좀 높은가 싶어 측정해보니 21.8도로 조금 높습니다.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나는 온도가 약간 높은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냥 마시기에는 괜찮은데, 조금 더 차가운 온도로 시작해서 온도를 높였을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를 겁니다.
튤립이나 백합을 연상시키는 플로랄함은 섬세한 감촉과 함께 합니다. 살며시 가진 과일 뉘앙스는 열대과일 계열로 느껴집니다. 약간의 바닐라 향. 그리고 피처럼 진한 철분 맛. 아주 약간의 토스트된 향. 스월링을 하면 약간의 동물계 향이 올라옵니다.
2017 쥬브레 샹베르탱인데 아직 숙성이 모자란가? 라고 생각하면서 열리는 걸 기다려보니 곧 동물적인 부케가 피어오릅니다. 섹시한 타잎이었네요. 바닐라 향까지 강해져서 굉장히 고혹적입니다. 에로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리고 난 후의 아로마는 코트 드 뉘의 코뮈날급 부르고뉴 루즈 아니랄까봐 아찔하게 좋습니다. 단점이라면 좀 피니쉬가 짧긴 한데, 대신 향이 좋고 매우 맛있습니다. 그리고 쥬브레 샹베르탱 치고는 쌉니다. 그리고 어쨌든 쥬브레 샹베르탱 아니랄까봐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파야나 아보카도 같은 향과 동시에 의외로 체리 향이나 라즈베리 향 같은 것도 가지고 있네요. 그리고 양구멜론이나 참외 같은 향도 있고요. 플로럴한 쪽에서는 마른 장미의 아로마를 느끼게 됩니다.
매우 맛있고 매력적인 와인이라 금세 다 마셨습니다. 오래간만에 코트 드 뉘의 루즈를 마시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Tsingtao – 120 Years Anniversary Limited Edition [★☆]
: 사둔 칭타오 120주년 기념 캔을 오래간만에 마셨습니다. 알콜 4.7%. 오래간만에 마셔봐도 참 좋은 라거입니다. 약간 가벼운 느낌을 원할 때 이만한 라거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홒과 몰트의 밸런스가 좋고, 섞인 쌀이 적당히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Napa by N.A.P.A. Michael’s Red 2017 [★★☆]
: Napa by N.A.P.A.는 Scotto Family에서 만드는 와인으로, 5세대 형제자매인 Natalie, Anthony, Paul, Anne의 이름을 따서 이름지었다고 합니다. 본 와인의 이름인 Michael도 마찬가지로 막내 동생의 이름이라고 하고요. 이름처럼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인입니다.
알콜 13.9%. 품종은 40% 카베르네 프랑, 40% 메를로, 5% 말벡, 5% 프티 시라, 5% 시라, 5% 프티 베르도입니다. 85%는 보르도 우안이 연상되는 품종인데, 말벡과 시라, 그리고 프티 시라가 섞여 독특한 기분입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로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조세핀 No. 3으로 마십니다.
첫 병 내 서빙 온도는 12.2도로 꽤 낮았습니다. 칠링이 너무 되었네요. 온도를 올려가면서 마셔야 합니다. 일단 아로마를 맡으니 고혹적입니다. 보르도 스타일이지만 보르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향이고요. 입에 머금어보니 좀 차갑긴 한데, 스월링을 해 보니 스파이시한게 제법 보르도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곧 달콤한 느낌이 따라오는 게 캘리포니아는 캘리포니아다 싶기도 하네요.
카베르네 프랑을 40%나 넣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카베르네 소비뇽하고 향은 비슷하고 대신 탄닌이 적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텍스춰가 꽤 매끄러운데 애초에 탄닌이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은 와인이었다 싶고요. 여과하지 않은 와인이라 그런지 미세한 건더기(?)들이 좀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굉장히 맛있어집니다. 분명 드라이 와인인데 아주 달달해요. 탄닌은 완전히 녹아있고, 폭신하고 달콤한게 끝내줍니다. 완전하게 숙성된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위주의 와인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주 잘 알려줍니다.
다만 이 와인은 폭신하고 맛있는 게 거의 다입니다. 그 이상은 없습니다. 보르도같은 복합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아주 맛있습니다. 본래 리즈너블한 와인이고, 숙성 잠재력이 크지 않은 와인이지만 최상으로 숙성된 상태에서 마셨기에 무척 맛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합니다.
Hoggy’s – Raspberry Dream Cider [★]
: 라즈베리 주스가 함유된 호기스의 시드르. 라즈베리 주스 외에 사과주스, 배주스, 블랙당근주스, 레몬향, 산딸기향이 들어가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 시드르는 풍선껌같은 향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시드르 특유의 시원함이 좀 있습니다. 다소 더워진 후에 마시니까 좋네요. 작년 여름에 페스티벌에서 처음 마셨었는데, 그 때 느낌도 꽤 좋았습니다.
Domaine J.A. Ferret – Pouilly-Fuisse 2019 [★★☆]
: 도멘 페레의 푸이 퓌세 2019. 도멘 페레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유명한 네고시앙 중 하나인 루이 자도(Louis Jadot)가 보유하고 있는 도멘으로, 푸이 퓌세 지역의 대표적인 도멘 중 하나입니다.
부르고뉴에 속한 유명 코뮈날 등급 블랑 아펠라시옹 중 하나인 푸이 퓌세는 부르고뉴 남쪽의 마코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부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샤르도네 와인을 만듭니다. 이 도멘 페레의 푸이 퓌세 2019는 Wine Spectator에서 92점을, Wine Advocate에서 90점을, Jasper Morris MW에게 88-90점을 받았습니다.
알콜 13.5% 테크니컬 코르크 마개를 개봉하자 부르고뉴 블랑 특유의 향이 선명하게 납니다. 병 내 첫 서빙 온도는 8.8도였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시음 후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이용해 마셨습니다.
선명하며 부르고뉴 블랑다운 유쾌함이 있는 아로마. 꽃 향과 과일 향이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니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집니다. 부르고뉴다운 도도함과 푸이 퓌세다운 온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쓴맛이 꽤 있는 편입니다. 맛과 향에서 자몽과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차츰 열립니다. 그러자 쓴맛이 줄어들고 균형감이 좋아집니다. 이 푸이 퓌세의 미네랄리티는 균열이 있는, 커다란 석회암 바위를 연상시킵니다. 석회 암반을 입에 머금는 듯한 맛입니다. 그리고 이 샤르도네 와인은 소비뇽 블랑이 연상될 정도의 시트러스향을 품고 있는데, 자몽 같은 과일 향 뿐만 아니라 오렌지 블라썸 같은 꽃도 연상시킵니다.
향과 균형미가 좋은 샤르도네입니다. 소비뇽 블랑이 연상될 정도의 상큼한 시트러스향부터 플라워리함, 그리고 온도가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바닐라 향 등의 요소를 균형 있게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떼루아를 반영한 복합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떼루아 자체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르고뉴 샤르도네답게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만.
열리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마지막 잔에서야 충분히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세한 허브 향이 있네요. 마시면서 좀 소비뇽 블랑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소비뇽 블랑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와인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조금 일찍 개봉하지 않았나라는 기분이긴 합니다. 좀 더 병숙성을 하고 마시는 게 입에 맞았을 것 같아요.
Villa M Some (N/V) [★☆]
: 알콜 3%. 품종은 브라케토입니다. 일반적인 브라케토 다퀴보다도 꽤나 저발효한 와인으로 추정. 스크류캡이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셨습니다.
마개가 쉽게 따지지는 않습니다. 스크류캡 오프너를 동원해서 땄습니다. 프리잔떼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탄산감이 거의 없습니다. 프리잔떼와 스틸와인의 중간 정도 탄산이고, 사실 와인이라 하기도 애매합니다. 거의 되다 만 와인 또는 의도하지 않게 살짝 와인이 된 포도주스에 가깝습니다.
한 잔 마시고 나니 이름이 재미있게 느껴지는데요. 제대로 된 브라케토 다퀴같은 프리잔떼가 연애라면 이건 말 그대로 썸입니다. 아직 와인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주스도 아니고. 와인같지는 않아도 꽤 맛은 있습니다. 약간 알콜 기운이 도는 맛있는 포도주스 정도의 느낌입니다.
M. Chapoutier – Crozes-Hermitage 2018 [★★]
: M. 샤푸티에의 2018년 크로즈-에르미타쥬. 밭이나 퀴베 이름이 붙지 않은 크로스-에르미타쥬 지역 와인입니다. 알콜 13.5%.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품종은 크로즈-에르미타쥬답게 시라고요. 조세핀 No. 3로 마십니다. 병 내 서빙온도 17.5도로 시작.
나는 시라/쉬라즈를 꽤 좋아하고, 크로즈-에르미타쥬도 좋아합니다. 조세핀 글라스에 따라진 와인은 기분 좋은 품종향을 풍깁니다. 과일 향이 가득하고 스파이시해요. 그린페퍼나 허브가 연상되는 이 스파이시함은 북부 론 특유의 그것입니다. 입에 넣으면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까칠하고, 산도가 있고, 적당히 달콤합니다. 그리고 댄디(dandy)해요. 북부 론은 언제 마셔도 댄디합니다. 그게 신세계 쉬라즈하고 달라요.
밸런스는 어느 정도 좋은 편이고, 복합성도 약간 가지고 있는데 개봉 직후라 그런지 복합미 및 떼루아 느낌이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북부 론치고는 저렴한 와인이라서 감안해야 하겠고요. 그래도 열리면서 개선됩니다.
열린 이후 아로마에서 동물계 향이 감지됩니다. 입에 넣으면 제법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고, 과일, 허브, 스파이스 향과 함께 버섯 같은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기가 끌리는 맛입니다. 이 버섯 향은 부케인 것 같은데, 적당히 숙성된 상태의 와인입니다. 그래도 타닌이 완전히 녹아내린 상태는 아니라서, 적당히 굴려도 5년 이상은 더 숙성될 것 같습니다. 5년 후에 마셨으면 더 맛있었겠네요. 좀 열리고 난 후엔 시라 특유의 요거트같은 맛이 났습니다.
Asahi – Wine Cruiser Raspberry [☆]
: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와인 크루저 3종 중 라즈베리입니다. 알콜 5%. 마시는 김에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를 이용했습니다. 크루저의 마개는 왕관 병뚜껑이지만 돌려딸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병따개가 없어도 됩니다.
크루저는 다른 건 몰라도 색은 정말 근사한데요.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같은 튤립 형태의 글라스에 따라놓으면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맛은 라즈베리 캔디를 탄산 들어간 칵테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맛입니다. 와인 베이스긴 하지만 와인 맛은 없다시피하고, 알콜기가 있는 음료수에 가깝습니다. 그야말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마시기 좋은 알콜음료입니다.
Compañia Vinicola del Note de España – Cune Gran Reserva 2014 [★★]
: Rioja(리오하)의 유명한 보데가 중 하나인 C.V.N.E.(Compañia Vinicola del Note de España)의 그랑 리제르바 2014입니다. Cune이라는 표기는 C.V.N.E.의 오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알콜 13.5%. 세파쥬는 85% Tempranillo, 10% Graciano, 5% Mazuelo(Carignan).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마시기 위해 조세핀 No. 3 및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준비했습니다. 며칠 텀을 두고 마신 마지막 잔은 자페라노 울트라라이트 버건디를 사용했고요.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4.4도였습니다.
리오하의 와인은 보통 템프라니요 품종을 사용하고, 숙성 등급에 따라 숙성을 하고 표기합니다. 호벤(Joven)은 오크통에서 3개월 미만을 숙성합니다. 신 크리안사(Sin Crianza)는 1년 동안 탱크 등에서 숙성한 뒤 6개월 정도 병에 담아 보관, 6개월 미만을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크리안사(Crianza)는 합계 최소 2년, 그중 오크통에서 최소 1년, 병에서 최소 6개월을 숙성합니다. 그리고 리제르바(Reserva)는 오크통에서 1년, 병에서 2년 이상 숙성을 해야 표기 가능한 등급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숙성도가 높은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는 틴토(Tinto:Red)의 경우 오크통에서 2년을 기본으로 숙성한 후 병에서 3년 숙성을 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다만 블랑코(Blanco:White)는 병숙성 2년으로도 됩니다. 굉장히 긴 숙성기간을 거친 후에 출시하는 게 리오하 그랑 리제르바의 특성입니다.
이 쿠네 그랑 리제르바 2014는 다음과 같은 평론가 점수를 받았습니다. James Suckling 93, Wine Advocate 92, Wine Enthusiast 92, Decanter 91.
개봉 직후의 느낌은 의외로 탄닌이 살아있습니다. 첫 잔은 코르크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 같은 코르크 가루가 조금 방해되어서 충분히 즐기지 못했고, 두번째 잔부터는 오래간만의 그랑 리제르바를 즐겼습니다.
의외로 탄닌에 뻑뻑한 감이 남아있습니다. 제법 혀를 조입니다. 장기적인 산화로 인해 본래의 품종향이나 떼루아의 느낌은 남아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탄닌은 의외로 남아있습니다. 와인의 향이나 요소요소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덜 열리고 온도가 너무 낮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온도가 20.5도 정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환원취가 날아간 후, 조금 더 긍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리오하의 와인은 역시나 가볍게 즐기기 좋은 타잎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축구 보면서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이나 요소요소는 딱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맛 자체는 제법 맛있습니다.
Dalva – 40 Years Old Porto [★★★]
: Dalva의 40년 숙성 Tawny Port입니다. 알콜 20%. 병입은 2023년. 크리슨 TT6203글라스로 마셔봅니다. 리델 베리타스 샴페인 글라스로도 테이스팅했지만, 그라파 및 위스키용인 TT6203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칠링이 다소 많이 되어서 병 내 첫 서빙 온도가 9.2도입니다. 그래도 잔에 따르고 나면 금방 13도 이상이 됩니다. 글라스 서빙 기준으로는 시음적정온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오래 숙성된 냄새. 입에 처음 넣고 나니 오래 전에 한 병 마셨던 Hennessy Paradise Extra가 살짝 떠올랐습니다. 도수에 비해 아주 순하고, 약재를 넣어 만든 묽은 시럽 같습니다. 두드러지는 건 리코라이스의 향입니다. 맛도 포트와인이다보니 살짝 달콤한게, 진짜 감초 느낌이 꽤 납니다. Hennessy Paradise보다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40년 숙성 토니 포트가 에네시 파라디보다 맛없으면 그것도 문제긴 하겠지요.
향은 별거없는데 맛은 꽤 맛있습니다. 1급 소테른보다 맛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복합미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40년이나 숙성된 와인이니까 없지도 않고요. 그보다도 심플하게 많이 맛있습니다. 파라디같은 엑스트라급(VSOP < XO < Extra) 코냑이 떠오르는데, 그것보다는 맛있습니다.
문제는 비싼 것과 보존성. 40년 토니포트쯤 되면 가격이 저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토니포트는 보존성이 의외로 나쁘고요. 일반적인 와인이나 빈티지포트와는 달리 추가로 병숙성이 되지도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엑스트라급 코냑이 이거보다 맛없고 더 비싸지만, 보존성이 좋기 때문에 두고두고 조금씩 마실 수 있긴 하지요.
어렵지 않고 맛있는 술이다보니 순식간에 다 마셨습니다. 그저 40년 묵은 토니포트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비싼 게 유감스러운 점입니다.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Umani Ronchi – Cúmaro 2019 [★★☆]
: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Jorio(요리오)로 유명한 Umani Ronchi(우마니 론끼)의 Conero Riserva DOCG, Cúnaro(꾸마로)의 2019년을 마셔봅니다. 우마니 론끼는 이탈리아 Abruzzo(아부르초) 및 그 북쪽의 Marche(마르케) Regione(레조네≒주)에서 와인을 만드는데, 이 꾸마로는 마르케 레조네의 Conero Riserva DOCG입니다. 품종은 요리오와 동일한 Montepulciano(몬테풀치아노). 내가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 매우 좋아하는 품종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생산지역이 다르긴 하지만 요리오보다는 꾸마로가 상급 와인입니다. 꾸마로 2019에 대한 평론가 평점은 James Suckling 91이 있네요.
알콜 14%.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칠링은 첫 서빙시 병 내 17.6도로 되었습니다. 조세핀 No. 3로 마십니다. 잔에 따르니 일단 몬테풀치아노 품종향이 근사합니다. 이 품종은 다소 와일드하고 거칠면서도 꽃과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을 냅니다. 그리고 입에 넣으니 몬테풀치아노임에도 질감이 부드럽고, 오크 향이 근사하게 배어있으며 성숙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쉬운 맛이고, 꽤 단순하게 맛있습니다. 참 이탈리아다운 와인이라는 느낌인데 복합성이 있다거나 우아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어느 정도는 되는 와인이기 때문에 니즈에 따라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맞춰서 골라야 합니다.
열리면서 조금 시라 느낌이 납니다. 다소 스파이시해지고 요거트 같은 느낌이 나는데, 시라정도로 강하진 않아서 적당히 마시기 편합니다. 어찌 보면 이건 다소 와일드하면서도 순화된 시라 같습니다. 시라에 비하면 거칠고 야생적이지만, 시라처럼 강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몬테풀치아노(품종)는 향이 좋고 마시기 편하면서도 거칠고 시골틱한 와인이라는 느낌이 있는 게 매력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깜빠뉴같은 빵과 곁들여 마시면 좋습니다. 세상 뭐 그렇게 어렵게 살 필요 있느냐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여담인데 Montepulciano는 품종명이기도 하지만 지역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Montepulciano품종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Sangiovese(품종)입니다. Montepulciano d’Abruzzo는 품종이 Montepulciano인 거고요. 해석하면 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몬테풀치아노(지역)의 고귀한 와인’ 이고 Montepulciano d’Abruzzo는 ‘아부르초 주의 몬테풀치아노(품종)’입니다.
Domaine de la Janasse – Châteauneuf-du-Pape Vieilles Vignes 2012 [★★★]
: 남부 론을 대표하는 Appellation Châteauneuf-du-Pape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아비뇽(Avignon) 인근에 있습니다. 아비뇽 유수 당시 교황이 아비뇽에 거주했던 게 이 아펠라시옹 이름의 기원입니다.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이지요.
지리적으로 부르고뉴 보졸레의 남쪽으로 이어지는 위치에 있는 론은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구분됩니다. 북부 론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많지 않고, 론 강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부르고뉴처럼 좁은 지역에 포도원이 있는데요. 루즈는 시라가, 블랑은 비오니에가 주 품종입니다.
남부 론은 그에 비해 론 강의 하류고 비교적 넓은 지역입니다. 주 품종도 달라지는데, 남부 론에서 가장 주요한 루즈 품종은 그르나슈(Grenache) 입니다. 그냥 Cote de Rhone으로 표기된 와인은 대체로 남부 론이고요. 남부 론에서 가장 고급 와인이 나오는 지역이자 고급 그르나슈 품종 와인의 대표적인 생산지가 샤토네프-뒤-파프입니다.
도멘 드 라 자나스는 샤토네프-뒤-파프의 유명 생산자 중 하나로, 샤토네프-뒤-파프 루즈는 (지금까지 3번 만든 특별 퀴베인 XXL을 논외로 하면) Tradition < Chaupin < Vieilles Vignes의 세 등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고급 퀴베인 Vieilles Vignes 2012년을 마셔봅니다. Vieilles Vignes는 오래된 포도나무라는 뜻으로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이 도멘 드 자나스의 샤토네프-뒤-파프 비에이 비뉴는 수령 100년 이상의 고목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세파쥬는 85% Grenache, 10% Mourvèdre, 5% Syrah. 평론가 점수는 Jeb Dunnuck이 Wine Advocate에서 2014년에 96점을 준 이후 독립해서 2018년에도 96점을 줬고요. Wine Spectator 96, Decanter 94, Vinous 94입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병입구가 얇아 힘들긴 했지만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4.8도. 알콜 15%. 조세핀 No. 3로 마셨고, 중간중간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도 이용했습니다.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는 아름다운 아로마 및 부케가 느껴집니다. 입에 닿는 첫 느낌은 고급 와인답게 제법 많은 탄닌이 있다는 느낌인데, 곧 다층적인 레이어와 잘 숙성된 폭신한 감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스월링을 하면 과일 향부터 시작해서 복합적인 미네랄, 그리고 가죽 같은 잘 숙성된 향이 느껴집니다. 아직도 젊습니다. 그리고 곧 달콤한 향기가 피어나려 합니다. 알콜이 꽤 높아서인지 첫맛은 좀 쓴 편입니다.
일단 와인이 닫혀있다는 느낌인데, 조금 놔두면서 온도를 올리면 열릴 것 같습니다. 다만 이후 생각보다는 쉽게 열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굉장히 강한 알콜이 잘 진정되지 않는 것 같고, 조금 일찍 개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이었네요.
잠재되어 있는 맛은 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정리가 되지 않고 튀어요. 그리고 알콜이 많이 셉니다. 일단 즐겁게 마시기는 하는데, 충분히 진가를 맛본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적어도 5년은 더 병숙성을 해야 했습니다. 가급적 10년. 15도짜리 고급 샤토네프-뒤-파프는 그 도수 때문에라도 20년 이상의 숙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르나슈가 탄닌이 그렇게 많은 품종은 아닙니다만 이건 아직도 탄닌이 다소 뻑뻑합니다. 요소요소가 튀고, 거칠게 부서진 미네랄 느낌도 꽤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개봉했다면 좀 다른 느낌이었을 겁니다.
: 후첨스프가 있는 타입입니다. 혹자는 이것에서 옛날 신라면 맛을 떠올린다고도 하는데, 전혀 다른 맛입니다. 이건 일반 신라면보다 훨씬 매워요. 7500스코빌입니다.
사견으로 신라면은 퀄리티 관리가 안 되는 라면 중 하나입니다. 원체 잘팔리니까 때때로 원가절감의 극한을 느낄 수 있거든요. 2010년대 초반에는 아예 먹기가 힘든 수준으로 전락했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사람들은 라면 맛 잘 모르고, 어차피 대충 만들어도 제법 잘팔리니까 막 만들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MSG가 빠진 것도 맛이 떨어진 한 원인이긴 했는데, MSG 빠진다고 그렇게까지 맛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그렇게 몇 년 암흑기 보낸 후에는 매출이 떨어졌고, 위기를 느꼈는지 다시 맛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데요. 신라면 뿐 아니라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가 다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여전히 맛 없고요.
면은 신라면이 본래 그렇듯 이것도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 타입입니다. 소다 풍미가 꽤 강하기 때문에, 나는 불호쪽에 가깝습니다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데 별로 민감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런 타잎 면의 식감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국물은 표고가 좀 더 들어갔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습니다. 일반 버전보다는 표고가 좀 더 들어갔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맛의 요소가 풍부하지 않은데, 그 덕에 매운 느낌이 상당히 강조됩니다.
이것과 옛날 신라면을 비교하면 이게 옛날 신라면만 못하다고 봅니다. 옛날 신라면은 잘 만든 라면이었습니다. 이건 그 정도는 못 됩니다. 그렇다고 맛없지는 않습니다. 괜찮은 정도는 됩니다. 이것에 표고버섯과 MSG를 좀 추가해 넣으면 예전 신라면이 매워진 맛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삼립 – 하이면 인천식 옛날짜장 (용기)
: 하이면 브랜드의 용기면. 면은 중화 생면이 들어있습니다. 용기에 면과 건조 고명을 넣고 뜨거운 물을 표시선까지(소량입니다) 부은 후 전자렌지에 돌려 익히고, 액상소스와 요리유를 비벼 먹는 형태입니다.
면이 자장면으로는 꽤 가는 면입니다. 다소의 비린내가 있는데, 성분표 중 돈골 베이스에서 기원하였나 싶습니다. 감칠맛이 강하고 꽤나 달고 짠데, 실제의 인천식 옛날 짜장면보다 훨씬 감칠맛과 짠맛이 강합니다.
다 먹고 나서 이게 왜 옛날짜장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짜장의 특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키니나 감자라도 들어가면 확 옛날짜장 같을텐데요.
사조산업 – 사조야채참치 안심따개
: 열리는 부분이 캔에 호일을 붙여놓은 타입의 야채참치. 이런 타입의 캔은 일반적인 원터치 캔에 비해 열기 쉽고 안전합니다만, 보존성은 좀 떨어집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5년 정도는 유통기한 내니까 그 안에 먹으면 됩니다.
맛은 토마토맛이 강하고 조금 달콤합니다. 새콤한 맛도 있고요. 완두, 스위트콘, 감자, 양파가 제법 많이 들어있고, 주로 저작감에 영향을 줍니다.
농심 – 파스타랑 알리오 올리오
: 페투치니 타잎의 건면과 새우살이 들어간 건더기스프, 그리고 후첨후레이크와 소스가 들어있습니다. 제품의 포장은 종이 박스인데, 단가가 다소 높은 인스턴트 면류라 나쁘지 않은 포장이라 봅니다. 독특한 점이라면 건면인데 3분 30초만 삶으면 됩니다. 성분을 보면 면에 감자전분이 들어가있는데, 그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성이나 맛이나 절대로 ‘알리오 올리오’는 아닙니다. ‘오일 파스타 계열로 볼 수 있는 그 무언가’에 더 가까울텐데, 파스타긴 파스타지만 내 생각에는 이탈리아식 파스타라고 하긴 어려운 맛입니다.
후첨후레이크는 과자처럼 씹히는 편이고, 페투치니 타잎 면은 실제의 페투치니에 비하면 질감 등이 좀 다릅니다. 맛은 짠 맛과 감칠맛이 꽤 있고, 꽤 진한 맛이고 올리브유 향이나 허브 향 같은 건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맛없지는 않은데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알리오 올리오는 아니에요.
하겐다즈 – X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 더블 초콜렛 가나슈
: 파인트로 먹었습니다.
내가 먹은 것이 유별나게 그런 건지, 이 제품이 원래 그런건지 상당히 감촉이 거칩니다. 그리고 씹히는 것들이 있는데, 조금씩 씹어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역시 하겐다즈라는 생각이 들고, 무척 독특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듭니다.
순수한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셔벗과 아이스크림이 믹스된 것 같은 느낌이고, 거기에 초콜렛 꼬끄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초콜렛 향은 적당히 강하고, 적당히 고급스러운 유럽식 캐릭터입니다. 동절기에 먹었지만, 하절기에 먹어도 맛있을 초콜렛 아이스크림이네요.
동원 – 양반 야채죽
: 참깨 7 김 3 성분의 가루 스프와 참기름 유성스프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는 당근 함량이 높은데, 당근 풍미는 딱히 많이 느껴지지 않고요. 레토르트 식품이 대체로 그렇듯 매우 부드럽습니다. 실제 야채죽을 끓이면 이 정도로 부드럽게 끓이기는 매우 어려워요.
베이스는 역시나 야채죽 맛은 아닙니다. 대기업의 공업적인 감칠맛 베이스가 깔려 있는데, 글루탐산과 호박산 맛이 꽤 느껴집니다. 베이스 맛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 만든 야채죽 맛을 기대하고 먹으면 안 됩니다. 식품대기업스러운 감칠맛이 꽤 있습니다.
롯데 – 쉐푸드 2분 컵스파게티 생크림로제 용기
: 용기 안에 조리가 완료된 면과 소스가 있고, 그냥 면 위에 소스를 부어서 전자렌지에 돌리기만 하는 형태의 용기 스파게티 면입니다.
면은 의외로 알덴테에 가깝습니다. 소스의 향이 묘한데, 입에 넣으면 생각외로 감칠맛이 강하고 달아서 뭐지 싶습니다. 소스맛이 너무 강하다고 느낍니다.
양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면이 1.5배 이상 많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맛이 너무 진하고 감칠맛도 강해서 나는 잡채를 좀 떠올렸습니다.
농심 – 빵부장 소금빵 스낵
: 크로아상을 닮은 모양의 봉지 과자. 과자는 모양과 달리 적당히 딱딱+바삭하고 짭짤한 타잎입니다. 이름처럼 크로아상보다는 소금빵 + 약간의 캐러멜 정도 맛입니다. 실제의 소금빵에 비하면 더 기름지고 단맛이 꽤 있습니다. 지방맛+짠맛에 약간의 단맛으로, 사람의 본능에 호소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원 – 양반 쇠고기죽
: 기본적으로는 야채죽과 같은 경향입니다. 베이스 육수를 따로 넣고 끓인 쇠고기죽 느낌입니다. 다만 이질감이 강하지는 않은데, 아예 쇠고기죽 맛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Weeny Beeny – 스파이시 망고향 구미
: 제조사는 스페인의 Vidal Golosinas, S. A. 소분업소는 다원에프엔디, 수입업소명은 씨믹스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합성망고향 젤리. 한쪽은 납짝하지만 망고 모양에 애플망고살 색이고, 겉은 살짝 단단한데 안쪽은 저항감 없이 씹힙니다.
향은 망고향, 그것도 애플망고향에 가까운데 매콤합니다. 성인 취향 젤리.
팔도 – 김치 도시락 (용기)
: 지금은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지난 세기에 팔도 도시락 용기면은 농심 육개장 사발면과 라이벌리를 형성하고 있었고, 지금보다 품질도 훨씬 좋았습니다. 그런데 동사의 왕뚜껑한테 밀리고 러시아에서 이상하게 대히트치면서 품질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그러한 도시락의 김치 버전입니다.
면은 농심 육개장 및 김치사발면 수준으로 잘 익고 잘 풀어지지는 않지만, 삼양이나 오뚜기의 그것에 비하면 농심 육개장에 가깝습니다. 농심 김치사발면에 비하면 김치 풍미가 강하지 않고, 팔도 특유의 MSG로 인해 맛이 입에 꽤나 달라붙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짝 매콤하면서 짭짤함이 두드러지는 게 닛신의 컵라면들이 떠오르는 면도 있습니다.
건더기의 부실함은 아쉬운 점입니다. 과거의 도시락 용기면은 보다 개성적인 건더기와 풍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심이 보글보글이라는 도시락같은 네모 용기면을 만들어 경쟁을 시도했을 정도로 괜찮았던 게 과거의 도시락입니다. 이것은 김치 버전이기는 하지만, 보급형 용기면으로의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한 상태인 게 아닌가 싶어 유감스럽습니다.
하겐다즈 – 체스트넛 타르트
: 하겐다즈에서 최근에 나온 제품. 파인트로 먹었습니다.
일단 하겐다즈의 제품이 대체로 그렇듯 매우 맛있습니다. 밤맛 제과에 가까운 것들이 들어있고, 부드럽게 씹힙니다. ‘Chestnet’ 아이스크림이 아닌 ‘Chestnut Tart’인 만큼 밤 느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밤맛 제과의 느낌이 강조됩니다.
워낙 맛있어서 처음에 개봉했을 때 한 번에 다 먹어버릴 뻔 했고, 자제력을 발휘해서 남겨뒀었는데 그것도 마저 먹으니까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하겐다즈는 하프갤런 같은 거 안 나오나 몰라요.
서주 - 페코 아이스 모나카 우유
: 작년 여름편에 올렸던 딸기맛과 같은 시리즈의 제품. 딸기맛도 괜찮긴 했는데 이쪽이 더 맛있습니다. 서주가 유제품 아이스크림 회사라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은 퀄리티입니다. 바닐라향조차 두드러지지 않는 우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맛있다고 느낄 겁니다. 좀 비싸긴 합니다만.
델토리 – 먹태리아 나초칩 청양마요맛
: 먹태깡의 대히트 이후 쏟아져 나오는 먹태 시리즈 중 하나.
이름은 나초인데 재료가 쌀입니다. 생긴게 좀 나초스럽긴 하지만 실제로는 식감도 맛도 나초가 아닙니다. 그리 딱딱하지 않고 저항감 없이 씹힙니다.
맛 자체는 먹태깡보다 내 마음에는 드는데, 좀 무난한 맛입니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것 같습니다.
삼양식품 – 맵탱 소고기 흑후추 (봉)
: 최근에 출시된 삼양식품의 매운 라면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스코빌이 높은 라면이라는 게 느껴지고, 단순한듯 단순하지 않은 맛이지만 인상은 단순하게 정리됩니다. 파 향이 꽤 나고, 소고기맛 베이스라는 게 느껴집니다. 면은 삼양식품 봉지면답게 양질입니다만, 특별히 좋다는 인상은 없습니다.
맛의 경향은 인스턴트 라면 안 같은 핸드메이드 한국식 라면을 인스턴트화했다는 인상 쪽입니다. 그러니까 완제품 라면스프를 안 쓰고 한국식 라면맛 육수를 만들 수 있는데요. 그런 식으로 만들 때 사용될 법한 레시피를 적용했다는 인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타잎을 역으로 인스턴트화해서 만들다보니 포텐셜에 비해 결과물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내 생각에 이 라면은 그냥 끓여먹으면 그냥 그렇지만, 진짜 곰탕을 베이스로 끓이고 생파를 첨가하면 맛있을 겁니다. 곰탕이 있는데 그냥 먹기는 심심할 때 시도해볼만 할 것 같고요. 비슷한 계열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골 계열하고는 안어울릴 확률이 있어보이니 하실거면 맑은 살코기 곰탕으로 시도해보시는 쪽을 권장합니다.
삼양식품 – 쿠티크 투움바파스타 (용기)
: 건면 파스타 용기면.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돌리면 됩니다.
면은 페투치니처럼 납짝 면이고, 어느 정도 이상의 매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기면으로는 제법 맛있습니다. 단가가 조금 비싼 편이지만, 편의점 기준 1+1 행사가 잘 걸리는 상품이고 1+1 가격으로는 가성비도 괜찮다고 느낍니다.
롯데칠성음료 - 레쓰비 카페타임 헤이즐넛라떼
: 금속 맛이 앞서는 걸로 느껴집니다. 마시는 시점의 신체적&캔 컨디션 문제가 있겠지만, 금속 맛은 보통 마시는 음료가 별 맛이 없을 때(무미에 가까울 때) 느껴집니다.
헤이즐넛 향이 좀 있고 뒷맛이 달지만 기본적으로 커피 풍미나 우유 풍미가 강하지 않습니다. ‘묽은’ 느낌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레쓰비는 블루 컬러 노동자가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농도가 낮은 음료라 마시기 쉽고 갈증이 가시는 느낌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삼립 – 넛츠 갈레뜨
: 형태나 성분이나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 타르트인데 어째 이름이 갈레뜨입니다.
마가린 풍미가 강한 타르트지 위에 후렌치파이 향이 나는 잼, 그리고 견과류가 올려져 있습니다. 갈레뜨 맛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건 타르트입니다.
양산과자인거 감안할 때 맛은 나쁘지 않습니다. 단맛이 나름 강한 편입니다.
지니푸드 – 지니크룽지
: 크로아상을 눌러 만든 크룽지 상품. 버터 함량이 26.43%입니다.
꽤 딱딱하고 버터향 및 유지향이 일단 별로 없습니다. 충분히 씹어야 풍미가 느껴지는데, 의외로 담백합니다. 크로아상 느낌은 거의 없네요.
매일유업 – 바리스타룰스 카라멜 딥 프레소
: 안티구아 SHB로 만든 카라멜 커피라고 하는데, 성분표를 보면 코스타리카 커피가 더 많이 쓰였습니다. 코스타리카 커피가 딱히 과테말라 커피보다 싼것도 아니고 품질도 코스타리카 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 대중적으로는 안티구아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에 콜롬비아 커피추출액도 들어갔어요.
맛을 보면 스모키한 커피향이 좀 느껴지는데, 안티구아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스모키함은 주로 로스팅에서 나옵니다. 안티구아 커피는 로스트로 스모키함을 만들었을 때 그게 특징인거고, 다른 커피들도 스모크하게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이래서 안티구아를 썼다고 적어놨구나 싶긴 하네요. 일단 대중적(?)으로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스모키한 풍미의 커피로 유명하고, 화산재 토양 때문에 그런 풍미가 나는 거 아니냐고 소문나 있긴 합니다.
: 풀사이즈 웨하스에 초코를 입힌 타잎. 건포도가 들어가 있는데, 마냥 달기보단 짠맛이 좀 있는 단짠 타잎입니다.
맛이나 저작감이 좀 묘한데 나쁘지는 않습니다. 풍부한데 언밸런스하고, 그 불균형이 나쁘지 않고, 생소하고 친근한 저렴이 맛이 나는 타잎.
씨알푸드 – 와사삭 오(곡)초(코)땅(콩)바
: 크리스피하면서도 꾸덕한 식감. 식감이 참 개성적이고 좋습니다. 다만 풍미가 살짝 아쉬운데, 임팩트가 있는 맛이 아니고 무난하다 못해 밋밋합니다. 당도가 그렇게 높지가 않은데, 초콜렛 품질 또한 좋게 봐도 평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프리젤 민트향 캔디
: 멘톨 계열의 캔디. 매운 자극성이 있고 청량감이 제법 강합니다. 고전 사탕 중에서는 ‘허브큐’가 떠오릅니다. 심플한 맛이고요.
녹으면서도 매끈한 형태를 잘 유지하는 편이고, 빨리 안 녹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딱딱하지는 않습니다. 씹으면 곧잘 부서집니다. 단맛이 제법 있지만 입가심에 좋은 느낌입니다.
단점이라면 포장이 깔끔하게 잘 안벗겨질때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살짝 덜 굳은 상태에서 포장한 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허쉬 쿠키앤크림 타르트
: 타르트 모양의 제품. 타르트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삭하며 가볍게 부서집니다. 내용물로는 좀 더 촉촉한 쿠키가 들어있고, 그 위를 화이트 초콜릿이 덮고 있는데, 종합적으로는 화이트초콜릿 쿠키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네슬레 - 킷캣 청키 쿠키앤크림
: 초콜릿 웨이퍼 안에 단단하게 씹히는 청키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단단한 쿠키처럼 느껴집니다. 단단한 저작감이 꽤 강조되는 제품. 크리미하진 않다고 느낍니다. 꽤 달콤하고 일종의 가공유제품스러운 풍미는 있는데, 뭔지 특정이 안 되고요. 나름 맛은 있는데 고급스럽거나 자연적이지는 않아요.
삼양식품 – 맵탱 소고기 흑후추 (용기)
: 삼양식품의 용기면은 대체로 그다지 매력적인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제품도 그렇습니다. 봉지면의 경우 면을 근사하게 뽑는 회사인데, 용기면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레시피를 보면 전자렌지 조리 레시피도 있는데, 해보진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조리해서 충분히 익히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삼양식품 용기면 특유의 그저그런 면의 특성 – 물론 취향에 따라 이 쪽을 좋아할 수는 있겠습니다. - 외에 스프 맛이나 국물맛은 봉지면과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맛의 경향을 직접 만들면 맛있는 라면이 될 텐데, 인스턴트로 만들다보니 그저그런 결과물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국물맛 자체는 좋습니다만, 봉지면의 경우 재료 추가로 좀 넣어주고 밥말아먹는 용도로는 좋다고 보는데 용기면은 용도 상 그것도 애매하긴 합니다.
동서식품 – 카누 볼드 다크 로스트 (for Nespresso)
: 동서식품에서 출시한 네스프레소용 카누 브랜드 캡슐 중 하나입니다. Intensity 12로 표기되어 있는데, 네스프레소 오리지날 12인 카자르에 비하면 가볍고 10인 리스트레토 정도 느낌입니다. 꽤 무난하게 마실 만 했습니다.
Montblanc - Camembert Processed Cheese Cube
: 프로세스 까망베르 치즈 큐브. 부드러운 반경성에 가까운 질감이고, 체다 슬라이스(프로세스)치즈를 덩어리지게 뭉쳐놓은 것과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까망베르 특유의 풍미나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풍미가 일반 프로세스 치즈보다는 깊고 좀 숙성이 잘 된 느낌인데다 부드러운 반경성 느낌이다보니 오히려 나에게는 하우다(고다)가 떠오릅니다.
천천히 먹다보니 숙성이 강하게 된 까망베르의 표면 풍미가 조금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까망베르의 풍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낍니다. 맛없지는 않습니다.
풀무원 – 로스팅 서울라면
: 서울시와 공동 개발했다는 풀무원의 라면. 풀무원답게 면은 유탕면이 아닌 건면입니다. 면과 분말스프 하나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장 색이 핫핑크라 눈에 잘 들어옵니다.
맛은 깔끔하고 감칠맛이 강합니다. 내 입에는 제법 맛있는데, 무슨 맛이라고 특정은 잘 못하겠습니다. 풀무원스러운 맛인데, 풀무원에서 나온 제품 중 괜찮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종종 먹을 것 같습니다.
풀무원 – 짜글면 고깃집 된장찌개
: 풀무원에서 나온 된장라면. 스프가 분말 대신 진한 액상이 들어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미소라면 계열이겠지만 한국식 된장 맛입니다. 매운 맛도 나고요. 면은 풀무원답게 건면입니다.
라면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된장 맛이 제법 강한데, 된장찌개나 짜글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된장찌개 맛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풀무원 라면답게 맛은 괜찮고요. 건면답게 좀 가벼운 구성이라 이것만 먹기는 좀 아쉽지만 밥 같은 것과 같이 먹을 때 괜찮은 느낌입니다.
유어스 – 면왕 (용기)
: GS 리테일 PB인 유어스 브랜드의 용기면. 제작사는 팔도입니다.
이름은 면왕입니다만 실질적으로 농심 육개장 사발면의 팔도 버전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농심 육개장보다 양이 살짝 많고, 맛 스타일은 제법 비슷한데 전반적인 맛이 현재의 농심 육개장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전성기 농심 육개장 정도는 아니지만, 전성기 농심 육개장이 조금 떠오를 정도는 됩니다. 면은 그래도 농심쪽이 낫기는 합니다만.
기대보다 꽤 맛있어서 한동안 즐겨 먹었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요. 팔도에서 만든 것이다 보니 전성기의 도시락 용기면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는데, 최근 나오는 도시락보다는 이쪽이 확연히 맛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네이밍과 패키징. 도저히 잘 팔릴 만한 네이밍과 패키징이 아닙니다. 실제 그리 잘 팔리는 것 같지 않고, GS25에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아보이는데 언제까지 만들어 팔지 잘 모르겠네요.
배트맨 콜라
: 일화에서 만들어서 GS리테일에 공급하는 콜라. 탄산음료 잘 만드는 일화의 제품답게 탄산음료로는 좋습니다. 다만 콜라로는 좀 애매한데요. ‘콜라’ 라기보다는 ‘콜라맛 탄산음료’ 정도의 느낌입니다. 콜라맛 탄산음료로는 괜찮고요. 쉽게 이야기해서 콜라맛이 약합니다. 콜라에 사이다 섞은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요. 그래도 맛 자체는 좋습니다.
Be-Kind Minis 다크초콜릿 씨솔트 견과류바
: 아몬드 땅콩 다크초콜릿 견과류바. 꾸덕하게 뭉쳐져 있고, 단맛이 강하지 않고 짠 맛이 제법 납니다. 먹기편하고 염분보충이 되기 때문에 운동 후 또는 아웃도어 활동 중 먹기 좋을 것 같습니다.
Ediya Triple 바닐라라떼
: 달달하고 부드럽습니다. 톤은 낮지 않고, 커피우유에서 우유맛을 줄인 것 같은 맛입니다.
Ediya Triple 스위트 아메리카노
: 핫브루 + 콜드브루 + 에스프레소 추출법 모두를 사용했다는 제품. 맛은 평범하게 단맛 살짝 나는 아메리카노 병커피입니다. 한약재향 좀 나는데 이 향 감지할 정도면 커피 좀 드시는 분일겁니다.
: 제대로 좀 마셔보고 싶어서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에 마셔봤는데, 엄청나게 씁니다. 5.9%의 알콜도 꽤 강하게 느껴지네요. 캔째 마시면 쓴맛이 다이렉트로 안 느껴지는데, 플루트 글라스를 써서 제대로 마시면 쓴맛이 앞서네요.
구스아일랜드 IPA의 IBU는 55라고 합니다. 필스너 우르켈보다 IBU가 높습니다. (IBU가 높을수록 씁니다.) 홒을 충분히 우려내서 향은 괜찮은데 정말 쓰네요. 이건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마셔야 나에게는 마시기 편할 것 같습니다.
금계당 – 바랑 [★★]
: 금계당은 안동의 농업회사법인으로, 2019년부터 17.5%의 청주(주세법상 약주)인 ‘별바랑’과 15%의 탁주 ‘바랑’을 빚고 있습니다. 별바랑과 바랑은 본래 ‘해주’라 부르며 대구 서씨가문에서 빚던 삼양주 방식의 가양주였다고 하며, 안동에서 생산한 쌀, 밀가루, 누룩으로 술을 빚어 시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쌀은 직접 재배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별바랑과 바랑을 같이 구매했는데, 일단 바랑을 마셔봅니다. 바랑이라는 이름은 가문이 위치한 안동시 일직면 바랑골이라는 지명에서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동시에 승려들이 등에 지고 다니는 자루 모양의 주머니를 뜻한다고도 합니다. 레이블에는 ‘안동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득담은 술주머니’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바랑은 375ml들이로 시판합니다. 들이 대비 가격대가 꽤 있는 탁주입니다만, 알콜 15%의 희석하지 않은 탁주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생탁주로 병입한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유리병에 마개가 수지로 된 마개인데, 위스키 코르크 마개가 떠오릅니다. 따로 따개가 필요하지 않고 꽤 독특하고 좋습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위에 뜬 부분을 마셔보니 처음 느껴지는 건 강렬한 산미와 아름다운 향기입니다. 단 맛이 적당히 있어서 과일 향을 연상시킵니다. 탄산은 강하지 않습니다. 15%의 도수는 적당한 볼륨감과 충만함으로 다가옵니다. 가격이 와인같더니 품질도 와인같은데요. 다만 산도가 꽤 많이 높아서, 신 걸 잘 드시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 한 것 같습니다.
침전물을 섞은 이후에도 느낌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맑은 느낌의 탁주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마셔 본 탁주 중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탁주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건가 싶은데요. 이건 탁주지만 제대로 된 술입니다. 어지간한 비싸기만 한 탁주들하고는 아예 다른 티어에 있습니다.
술이 너무 양질이라 처음에는 백세주 잔으로 마시다가,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를 사용해 마셔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술이 진짜 괜찮지 않으면 제대로 된 와인 글라스로 와인 외의 술을 마셔보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미미한 과실 아로마. 알콜은 살짝 튑니다. 혀에 닿을 때의 느낌이 꽤 음성적입니다. 굉장히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줍니다. 산미는 어지간한 화이트 와인보다 강한데, 산의 종류가 시트르산이 주인것 같고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떼루아 느낌이 살짝 납니다. 희미하게나마 가을의 벼가 잘 익은 황금들판이 떠오릅니다. 피니쉬가 좀 더 있었으면 별 반 개 추가되었을 것 같습니다. 뒷맛에 약간의 누룩 향이 있는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하기 전에는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강하지 않은 편입니다. 맛을 잘 보면 꽤나 단맛이 있고 맛있습니다.
나는 이 탁주를 마시는 데 와인 글라스를 사용하는 선택이 괜찮다고 판단합니다. 유니버셜 글라스나 화이트 와인용 글라스를 사용하는 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제품 편차에 의한 것인지, 본래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술은 어지간한 상파뉴보다 더 십니다. 사과산의 날카롭고 강렬한 신맛과는 다르지만, 단순 산도로 치면 마셔본 술 중 가장 신맛이 강한 것 같습니다. 별바랑이 기대됩니다.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 Showdown X 술고래 [☆]
: 알콜 4.5%. 충북 증평에서 생산하는 크래프트 밀맥주입니다. 내가 구매한 것은 Showdown X 술고래인데, 일반 술고래와 캔 디자인은 다르지만 내용물은 같다고 하네요. IBU는 15입니다. Light Ale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제조한지 9개월하고도 2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캔을 따서 마시니 시트러스향 탄산음료 수준으로 과일향이 확 강하게 다가옵니다. 알콜 도수도 높지 않고, IBU도 낮아서 정말 알콜이 든 탄산음료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가 싶어서 성분을 보니 천연향료와 합성향료가 들어가있네요. 가향 맥주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맛없는 정도는 아니네요.
Trapiche – Tesoro Chardonnay 2019 [★★]
: 아르헨티나 멘도자의 Uco Valley에서 생산된 트라피체 테소로 샤르도네 2019를 마셔봅니다. 알콜 13.5%.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7.6도로 잡았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와 동사의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이 와인에 93점을 줬다고 하는데, 수입사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까 91점으로 적혀 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려 하니 유료가입을 해야 볼 수 있네요. 다만 93점으로 적혀있는 외국 와인 판매상을 하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93점으로 평가한 적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이후 재평가를 하면서 점수가 낮아졌을수도 있겠지만요.
첫 모금을 마셨을 때 받은 첫인상은 온도가 너무 낮거나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한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보다 약간 큰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맞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양조 정보를 찾아보니 말로락틱 발효가 진행되었고 오크통 숙성도 거친 샤르도네였습니다. 정보를 보기 전에는 가격을 감안해서 언오크드 샤르도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크드 샤르도네였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하자 샤르도네 특유의 품종향과 레몬향같은 느낌, 그리고 미네랄 아로마가 올라옵니다. 언뜻 마셨을 때 코트 샬로네즈나 마콩같은 남부 부르고뉴가 떠오를 정도로 구세계스럽습니다.
곧 온도가 살짝 올라가니 약간의 유질감이 느껴집니다. 말로락틱 발효를 거친 오크 샤르도네의 느낌이 점차 분명해집니다. 별로 복합성은 없고, 단순하고 맛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여리면서도 분명한, 양질의 오크 향이 느껴집니다.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가니까 굉장히 달달합니다. 뫼르소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뫼르소에 밭을 가지고 있는 생산자의 레지오날급 부르고뉴 블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와인은 뫼르소에 비하면 진짜 저렴한 와인인데, 뫼르소를 연상시킵니다.
이 와인은 노트를 적을 것도 없이 마냥 맛있는, 프티 뫼르소 같은 와인입니다. 다만 노트는 매우 단순합니다. 바닐라, 흰 꽃, 크고 모난 자갈 정도를 노트라 할 수 있을까요. 오크향도 제법 나고요. 가성비 좋은 oaked chardonnay라는 인상입니다. 단점이라면 복합성이 없고 떼루아 느낌도 별로 없는데, 아마 단일클론 위주고 꽤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섹시한 와인입니다. 상당히 치고 들어와요. 그런데 정말 신세계 안 같습니다. 트라피체의 와인이 원래 좀 구세계 같긴 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와인은 너무 단순하고 떼루아 느낌이 정말 약하다는 걸 빼면 진짜로 부르고뉴, 그 중에서도 뫼르소 같습니다. 뫼르소만큼 좋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뫼르소스럽게 맛있긴 합니다. 이 가격에서 뫼르소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는 샤르도네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건 가성비가 좋다고 해도 되겠지요. 이 와인 가격은 요즘 뫼르소 빌라쥬급에 비하면 1/5도 안 돼요.
온도가 좀 올라간 상태에서 마지막 잔을 마시면서, 나는 이 와인에 사용한 포도의 질이 충분히 양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와인이 잘 만든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Weihenstephaner – Kristall Weissbier [★☆]
: 알콜 5.4%. 최고(最高)의 밀맥주를 만드는 최고(最古)의 브루어리, 바이엔슈테판을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이 크리스탈 바이스비어는 오래 전 내가 처음 마셔본 밀맥주였습니다. 마시면서 밀맥주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건가 생각했었지만, 이후 이것저것 마셔보니 바이엔슈테판이 유독 아주 맛있는 밀맥주였던 것이었습니다.
바이엔슈테판 전용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트라피스트 중 하나인 라 트라페의 전용잔을 대신 사용하여 마셔봅니다. 잔에 따르기 전 첫 서빙 온도가 3도로 낮은 상태부터 마셔봅니다.
이 크리스탈바이스는 효모를 거른 바이스비어입니다. 그래서 색깔부터 라거와 흡사하고 맑습니다. 너무 온도가 낮아서 잘 올라오지 않는 아로마는 탁주를 연상시킵니다. 입에 넣으면 그저 맛있습니다. 맛이 제대로 느껴지기 전, 입에 닿는 감촉과 향기는 굉장히 라거스럽습니다. 입에 넣고 온도를 올리면 그제야 바이스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반적인 바이스비어와는 매우 다릅니다.
온도가 올라오니 고소하고 바나나 같은 향이 조금씩 올라옵니다. 적정 서빙 온도가 10도 이상인 맥주로 생각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향이 제대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구조감이나 균형감이 모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바이스임에도 제법 몰티하고 새싹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홒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역시나 아주 좋은 홒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꽃향이 온도가 완전히 올라온 후에야 느껴집니다. 꽤나 생생한 클로버 꽃향이 난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 맥주는 향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편하게, 맛있게, 날카로움이나 씁쓸함 없이 마시기 좋은 맥주라 생각합니다. 차갑게 마실수록 마냥 단순하고 맛있는 맥주일 것입니다.
인천맥주 – 몽유병 DIPA [★☆]
: 개항로 맥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인천맥주의 ‘몽유병’을 마셔봅니다. 알콜 8%. IBU 40의 헤이지 더블 IPA입니다. 병입한 지 100일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사용 잔은 라 트라페 전용잔을 사용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측정 6.5도였습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홒 향이 작렬합니다. 이 맥주는 병에 사용 홒도 기술해 뒀습니다. 아이다호세븐, 모자익(핫사이드), 시트라, 아이다호세븐, 모자익(드라이호핑).
일단 아주 맛있습니다. 더블 IPA라 쓰긴 한데, 좀 쓰면 어때요. 농축 과일주스를 믹스해 만든 것 같은 수준의 과일향이 폭발하는 맥주입니다. 자몽과 귤 같은 시트러스 향, 패션플룻과 망고가 연상되는 열대과일 향, 타라곤, 민트, 로즈마리 같은 허브 향에 달콤한 맛까지 감돕니다. 밀맥아도 사용한 맥주인데, 역시나 바이스비어같은 느낌도 좀 있습니다. 점성까지 높아서 진짜 과일 통조림 국물 수준의 과일농축주스가 떠오릅니다.
단점이라면 너무나도 진한 점성과 너무나도 강한 풍미일까요. 점도나 농도가 거의 묽은 시럽수준이라 조금 마실때는 맛있는데 한 병을 마시려니 부담스럽습니다. 나는 품질이 충분히 좋지 못한 비달 아이스와인같은 걸 마실 때 그리 많이 마시게 되지 않는데, 이것도 좀 그런 느낌이에요. 이런 스타일이 요새 유행하는 크래프트 맥주 스타일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 정도 농도면 배럴 에이지드를 하거나 증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배혜정 농업회사법인 – 우곡 생주 [★]
: 알콜 10%. 배혜정도가의 플래그쉽 제품은 ‘우곡주’ 입니다. 그건 13도의 살균탁주고요. 이번에 마시는 우곡 생주는 우곡주의 보급형 버전 정도 됩니다. 미리 구매해뒀던 걸 유통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우곡은 고 배상면 옹의 호입니다. 우곡주는 배상면의 유작이고요. 잘 알려져있다시피 배상면 옹의 첫째 배중호가 국순당을, 둘째 배혜정이 배혜정도가를, 그리고 셋째 배영호가 배상면주가를 경영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회사는 누룩도 배혜정도가 것을 쓰고, 제법도 일정 이상 공유합니다.
첫인상은 배상면 일가의 술 다운 풍미라는 것, 그리고 달달하다는 겁니다. 더 진하고 누룩향이 억제되어 있지만, 느린마을 막걸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탄산은 거의 없고 굉장히 진합니다. 뻑뻑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 농도와 도수 때문에 동사의 살균탁주인 부자가 생각납니다.
뒷맛이 조금 쓰고, 전반적으로 조금 거친데 애초에 배혜정도가 스타일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시면서 온도가 올라오니까 뒷맛에 누룩 향이 조금 많이 남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알콜 6%. 마개고 병이고 스파클링 와인처럼 되어 있는데, 상파뉴나 스푸만테보다 코르크가 너무 작아서 따기 힘들었습니다. 다음에 이런 마개를 만나면 코크스크류를 사용해야 할까봐요.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해 마셨습니다.
로제와인 같은 색깔. 로즈힙이 연상되는 향기. 맛은 포도가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한 와인과 맥주의 중간 정도입니다. 새콤한 첫맛에서는 순간 상파뉴가 연상되는데, 곧 신맛이 약해지면서 에일처럼 마무리됩니다. 새콤하지만 산의 종류는 상파뉴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시트르산이 주요 산인 것 같고, 어쩌면 아세트산도 좀 있을 거 같아요.
나의 느낌에 이 맥주는 맛있다가 마는 느낌입니다. 첫맛이 너무나도 와인 같은데다 가격도 와인이라 와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까바와 비교하면 내 입엔 까바가 명백하게 더 맛있습니다. 알콜대비 가격으로 생각해봐도 도수도 까바가 훨씬 높고요.
이 술의 장점이라면 아마 음식 맞춰서 먹기는 와인보다 쉬울 겁니다. 어쨌든 맥주니까요. 바게뜨나 소금빵 같은 것과 먹으면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페레티프로 소량을 마신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맛이 식욕을 돋구는데다 뒷맛이 별로 없어서, 이어 먹을 디쉬를 해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색깔도 예쁘고요. 다만 나는 식후에 술만 따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고, 이 맥주는 그런 방식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West+Wilder - Cabernet Sauvignon (N/V) [★]
: 알콜 13%. 리즈너블한 캔 와인입니다. 2021년 8월 말일에 생산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5도 정도로 다소 낮았습니다. 캔째 마시면 제맛을 못 볼 게 확실시되어 조세핀 No. 3를 사용해 마셨습니다.
조세핀 글라스에 따라 놓으니 과일 향이 풍부하게 올라옵니다. 색이 진하고, 삼나무향도 느낄 수 있고, 피라진 느낌은 없습니다. 입에 넣으니 긍정적으로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고, 이내 까베르네 소비뇽다운 떫음이 느껴집니다. 약간의 잔당감이 있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맛은 있는 와인인데요. 다만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결국 장점이 숙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와인은 탄닌을 제어해서 비교적 마시기 쉽게 만들어놨지만, 결국 떫고 뻑뻑한 느낌이 없지는 않거든요. 문제는 캔이라는 포장 방식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숙성에 있어 그다지 좋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일단 입에서 느껴지는 구조감으로 볼 때 이 탄닌은 5년은 더 있어야 녹을 거 같은데, 문제는 이건 캔 와인이라는 거지요. 이 캔이 5년 더 지나면 아무도 안 마시려고 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일단 나는 사놓은 게 더 있어서 나중에 천천히 더 마셔볼 생각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내 인상은 어떻게든 맛있게 만든 와인에 가깝습니다. 블렌딩을 잘 하고 양조 테크닉을 살려서, 어쨌든 맛있고 리즈너블한 와인을 만들었다는 느낌인 것인데요. 문제는 어쨌든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겁니다. 이런 타입의 와인이라면 다른 품종을 사용했으면 더 맛있었을 건데요. 물론 이 좀 떫은, 강렬한 구조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내 최애 레드 품종은 피노 누아고, 그 다음으로 신뢰하는 품종은 템프라니요와 그르나슈에요.
떫은 것만 빼면 맛있긴 한 와인이라서, 떫은 거 잘 마시고 잔당감, 과일향을 싫어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미국 까베르네 소비뇽입니다. 다만 내추럴한 느낌과는 거리가 멉니다.
Bodegas Olivares - Finca Hoya de Santa Ana Tinto 2020 [★☆]
: 알콜 14.5%. 에스파냐 남동쪽에 위치한 Jumilla D.O.P. 입니다. 품종은 2018년의 경우 모나스트렐(무드베르드) 75%, 가르나차(그르나슈) 15%, 시라 10%라고 하는데 2020년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18도. 사용 글라스는 조세핀 No. 3.
모나스트렐이 주품종인데 향은 어째 전형적인 GSM 향 아닌가 싶습니다. 주품종이 그르나슈라고 해도 향만 맡으면 믿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입에 넣으면 역시 좀 다릅니다. 사실 모나스트렐이 들어간 와인은 많이 마셨어도 모나스트렐이 주품종인 와인은 마셔본 적이 있었나 싶은 수준인데, (마시면서 잘 생각해보니 있긴 있었네요.)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좀 묘한 시라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나는 에스파냐 틴토(레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도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동물계 향이 꽤 있고, 입에 넣으면 라즈베리 및 체리, 기타 야생 베리들을 연상시키는 과일 향과 가죽, 약간의 미네랄, 그리고 태운 오크의 느낌이 살짝 납니다. 이 와인은 6000리터와 10000리터의 프렌치 오크 통에서 3개월을 숙성시킨 후 출하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도 오크 느낌이 살짝 날 수 있나 봅니다. 그 외 요거트 향과 흑후추 향이 좀 있다고 느끼네요. 탄닌은 살짝 뻑뻑한데 조금 더 병숙성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니쉬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꽤 달달합니다. 스위트 와인이라는 건 아니고요. 고도수에 알콜 및 글리세린의 단맛이 꽤 느껴지네요. 마시면 마실수록 알콜이 굉장히 센 와인입니다.
후미야 와인은 경험해본 기억이 딱히 없었는데, 이 지역의 주품종이 모나스트렐이라고 합니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하고, 실제로 마시면서 생각해봐도 구운 고기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걸로 스튜를 끓여도 좋을 것 같네요. 피노 누아 대신 요리에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열리고 온도가 올라오면서 꽃향이 좀 올라옵니다. 저렴한 와인이지만 병숙성 좀 제대로 했으면 어떤 와인이 되었을까 조금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디캔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일단 조세핀 No. 3를 믿고 그냥 천천히 마시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와인의 시음적기를 나는 2025~2026년부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4.5%의 알콜과 풍부한 글리세린, 모나스트렐의 풍부한 탄닌은 이 와인을 나름대로 장기 숙성 가능하게 해 줄 겁니다. (실제 약간 남은 걸 2주 정도 지나고 마셨는데도 아주 죽지는 않아서, 가격에 비해 어느 정도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리고 나니 좀 남부 론 와인 같아집니다. 동물계의 느낌에 더해 스파이시한 향신료 향이 올라와서 꽃망울처럼 터지고, 그에 달달함이 더해져 꿀을 품은 꽃잎처럼 느껴집니다. 맛은 그저 달달하고요. 부케나 복합성이 너무 없는 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제법 후미야의 모나스트렐은 어떤 건지 보여주는 느낌은 있네요.
: 여러 병 사뒀던 느린마을막걸리 방울톡을 소비기간을 넘겨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소비기한을 열흘 정도 넘긴 걸 개봉해 봅니다.
침전물을 섞지 않은 첫 모금은 여전히 달달하고, 다소 누룩 향이 나면서 과일 같은 향이 살아있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좀 적네요. 이 제품은 성분표를 보면 처음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주입하는 것 같은데, PET병 특성상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맛이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병입한지 얼마 안 된 걸 받자마자 마셨을 때보다는 이게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비기한을 조금 남겨뒀을 때가 더 맛있었네요.
마지막 병은 소비기한을 3주 정도 넘겨서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소비기한이 지난 후 아주 차갑게 보관했더니 열흘 정도 넘긴 상태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Duvel – The Original Belgian Strong Blond [★★]
: 알콜 8.5%. 벨기에의 유명한 스트롱 골든 에일입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듀벨 전용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최고의 애비 에일 메이커인 세인트 버나두스의 전용잔을 대신 사용해서 마셨습니다.
나에게 정말 맛있는 맥주 또는 최고의 맥주를 하나 꼽으라고 이야기한다면 일단 가장 먼저 꼽는 맥주가 이 듀벨 오리지날입니다. 구하기 쉽고, 가격에 비해 맛있습니다. 이것보다 맛있는 맥주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 듀벨보다 비싸고 구하기 훨씬 힘듭니다.
이 맥주는 IPA처럼 엄청난 홒향이 화려하게 만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떠한 부족함도 없이, 충만한 몰트향과 양질의 홒향을 드러냅니다. 또한 동시에 편하고 쉽게 마실 수 있습니다. 8.5%의 알콜은 부족함 없이 풍만합니다. 이 스타일은 트라피스트 중에는 발음이 비슷한 두벨보다는 트리펠에 가깝습니다.
클래시컬한 벨기에 맥주답게 이 맥주는 좋은 홒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홒 향이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몰트 풍미가 주입니다. 이런 맥주가 마시기 편하고, 마냥 맛있지요. 언제든 함께하고픈 맥주입니다.
Kirin - 一番搾リ [★]
: 알콜 5%.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정말 오래간만에 마셔보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사용했습니다.
좀 묽고 단순하긴 한데 역시 맛이 괜찮습니다. 산토리가 더 맛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이것도 좋아요. 라거치고는 몰트향도 세고 홒향도 셉니다. 주관적으로 ‘일본스러운’ 장점이 있는 맥주고, 일본의 좋은 면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는 (맥주 중에는) 에비스와 이걸 꼽고 싶습니다.
세븐브로이 – 강서 Mild Ale [★]
: 세븐브로이의 강서 맥주는 처음 나왔던 무렵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무려 Clos de Vougeot를 마신 직후 마셨었음에도 꽤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마셔보게 되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잔으로 마셔봅니다.
알콜 4.6%. 색깔은 꽤 진합니다. 마시자마자 굉장히 과일스럽게 선명한 홒 향이 작렬하는데, 스타일이 무척 밝으면서도 진하고, 동시에 알콜 도수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마셨을 때는 이 맥주의 스타일 때문에 클로 드 부조를 마신 직후의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안 등에 미량 남은 클로 드 부조 때문에 버프를 받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거 없이 마시니까 이 맥주도 평범하게 그럭저럭 잘 만든 크래프트 맥주네요.
La Trappe – Dubbel [★★☆]
: 트라피스트 에일 중 하나인 라 트라페의 두벨을 마셔봅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가톨릭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이 수도원에서 양조한 에일을 의미합니다.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공인된 트라피스트 에일은 현재 11종이 있으나 그 중 메사추세츠의 스펜서 양조장이 문을 닫아 생산되는 건 10종입니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 로슈포르(Rochefort), 라 트라페(La Trappe), 베스트말러(Westmalle), 시메이(Chimay), 오르발(Orval), 준데르트(Zundert), 엥겔스첼(Engelszell), 트레 폰타네(Tre Fontane), 틴트 메도우(Tynt Meodow) 입니다. 한편으로 아헐(Achel)은 2021년 1월까지 트라피스트였지만, 현재 자격을 박탈당해 맥주는 계속 생산하지만 트라피스트 에일은 아닙니다.
트라피스트 에일과 유사한 방식으로 양조되지만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공인되지 못한 맥주는 애비(Abbey=수도원) 에일이라 부르는데, 애비 에일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레페(Leffe)가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라 트라페는 네덜란드에 양조장이 있습니다. 음용기간이 2025년 2월까지지로 표기된 걸 2023년 9월에 개봉했습니다.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Dubbel은 영어 더블과 같은 뜻으로 일반 맥주보다 몰트를 2배 썼다는 의미입니다. Duvel과 발음이 비슷하니까 구분이 필요합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 애비 에일, 레페 브라운이 Dubble 스타일입니다. 그건 옥수수도 써서 트라피스트-애비 에일 계열로는 맛이 좀 특이합니다만.
알콜 7%. 잔에 따르니 색이 진하고 거품이 풍성합니다. 병숙성이 잘 진행되어 풍미가 살아있고, 거품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마셔보면 우수한 홉 향과 완성도 높은 몰트 풍미가 밀도감이 높습니다. 그리고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쌉쌀함이 없지 않은데, 그보다 달달합니다. 브라운 에일답게 몰티한 달달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홒을 과도할 정도로 넣은 IPA 타입과는 달리 균형감이 좋고 몰트 풍미를 앞세워서 참 맛이 괜찮습니다.
330ml짜리를 마시긴 했지만 한 병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모금을 마시면서 아쉽다고 느꼈는데, 나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맥주가 참 드뭅니다. 아주 맛있는 맥주입니다. 가격이고 품질이고 와인같은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요.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 에일의 정석 [★]
: 알콜 5.2%. 아메리칸 스타일 페일 에일이고 IBU 43이라고 합니다.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사용했습니다. 성분을 보니 이산화탄소가 첨가되었고요. 제조된 지 2개월하고도 3주 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잔에 따라놓고 보니 강렬한 기포가 올라옵니다. 색은 어두운 오렌지-갈색. 한 모금 마셔보니 아메리칸 페일 에일답게 끝내주는 어택입니다. 시트러스향이 정말 신선합니다. 입안에 시트러스 으깬 걸 넣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면서도 IBU 높은 IPA 특유의 질감과 쌉쌀함이 있습니다.
바디가 상당히 풀바디입니다. 이런 고 IBU IPA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데, 질감이 다소 미끈덕거릴 정도고 그 질감때문인지 들큰한 감각이 있습니다. 글리세린과는 느낌이 또 다른데, 내 느낌에는 통조림 국물의 그 바디감과 가장 흡사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은 내가 이런 타입의 맥주를 마실 때 너무나도 무거운 이 바디감과 질감에 청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향만으로 보면 이 에일은 꽤 좋습니다. 상세르가 떠오를 정도에요. 다만 나는 이런 타입 맥주의 무거움이 왜 트렌디한 상태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장점이라면 음... 간장을 찍은 만두에도 밀리지 않을 것 같네요. 음식과 페어링할 때.
M·A·N Family Wines – Cellar Selection Chenin Blanc 2021 [★☆]
: 남아공의 슈냉 블랑을 오래간만에 마십니다. M·A·N Family Wines, 또는 M·A·N Vintners는 본래 양조장을 하던 Tyrrel Myburgh와 그의 형제 Philip, 그리고 마찬가지로 양조장을 하던 José Conde가 everyday wine을 생산하기 위해 각자의 아내 이름(Marie, Anette and Nicky)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알콜 13%.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5.5도에서 첫 서빙. 잔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와인은 디캔터에서 91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저온이었으나 기분 좋은 향기로 시작합니다. 첫인상은 랑그독의 블랑이 연상되는 향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에 넣으니 다소 묽지만 마시기 편하고 유쾌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남아공 와인은 신세계에 속하긴 하지만, 구세계와 신세계의 중간적인 맛이 나는 편입니다. 이 와인도 역시나 그러한데, 유럽 와인이라 생각하면 프루티하고 응축감이 적은 편이지만 프루티한 유럽 와인이라 해도 납득할 정도의 풍미입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그리고 열리면서 상파뉴스러운 견과류 풍미가 슬슬 올라옵니다. 온도를 조금 올려보니 이 와인은 열대과일의 아로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뉘앙스는 신세계스럽지 않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이 열대과일 아로마를 가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약간의 상파뉴 뉘앙스, 그리고 약간의 오크 뉘앙스(?)가 있는데 – 언오크드 슈냉 블랑입니다. - 양조 정보를 볼 때는 앙금 접촉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도수는 높지만 전혀 어려운 맛이 아니고, 복합성이 없는 편이고, 과일 향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말 아무 생각없이 술술 마시게 되는 슈냉 블랑입니다.
이 와인이 슈냉 블랑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는가? 라고 생각하면 아니오. 다만 5대 메이저 화이트 품종 치고 슈냉 블랑이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5대 메이저에 속하지 않는 피노 그리나 게뷔르츠트라미너 쪽이 더 접근성이 좋을 정도지요.
어쨌든 슈냉 블랑으로 만든 와인은 맛있는 편입니다. 최고존엄 샤르도네에 비해 그리 성공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맛있냐 맛없냐의 이분법으로 보자면 맛있어요. 원천적으로 어느 정도 제대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맛없기도 힘들다고는 생각합니다.
노트는 레몬, 멜론, 석회암, 점판암, 자갈, 구운 아몬드, 빵... 정도인데 미네랄리티의 강도가 결코 높은 편이 아니고, 빵 느낌도 상파뉴에 비하면 약합니다. 떼루아는 딱히 떠오르지 않고,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묽은 와인입니다.
St. Bernardus – Prior 8 [★★]
: 트라피스트 에일 중 최고로 꼽히는 건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입니다. 트라피스트를 넘어서 일반적으로 세계 최고의 맥주로 꼽히는 게 베스트플레이터런 12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셔보는 세인트 버나두스는 베스트플레이터런을 한 때 위탁 생산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니까 베스트플레이터런을 1946년부터 1992년까지 실제로 만들던 회사가 세인트 버나두스입니다.
이후 베스트플레이터런과 세인트 버나두스는 결별했습니다만, 세인트 버나두스는 최고의 애비 에일 메이커로 명성을 날리게 됩니다. 세인트 버나두스가 분류상 트라피스트 에일은 아니지만 트라피스트 스타일의 애비 에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프리오르(프라이어) 8은 두벨 스타일입니다. 알콜은 이름 그대로 8%. 전용잔으로 마셔봅니다. 소비기한이 2026년 12월까지로 표기된 걸 2023년 9월에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가 꽤 낮았으나 잘 구운 몰티한 향과 양질의 홒 향이 올라옵니다. 입에 넣으니 밀도높고 충만하면서도 홒 향이 잘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라 트라페의 두벨에 비하면 홒에서 기인한 과일 풍미가 좀 강한 것 같습니다. 효모 맛도 많이 납니다.
얼마 전 마신 라 트라페의 두벨에 비해 병숙성도가 좀 낮은 것 같습니다. 이게 1도 더 높으니까 병숙성을 더 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비기한은 이게 22개월 정도 더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셨으니까 그럴 만 합니다. 조금 더 숙성해서 마셨으면 내 입에는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십니다.
풍미가 꽤 특이합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니까 효모 맛이 많이 나는데, 다크 럼이나 수정과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흑설탕 풍미가 조금 나면서 꽤나 달달합니다. 맛 자체가 달콤한 건 아닌데요. 향이 달콤합니다. 이 정도면 아마 대다수는 ‘달다’고 착각할 겁니다.
네오아티잔브루어리 – Ark Pale Ale Brown [★]
: 알콜 5%. 세인트 버나두스 잔에 마셔봅니다. IBU가 34라 홒이 꽤 들어간 타입이라 생각해 봅니다.
맛을 보니 역시나 그냥 페일 에일이라기보다는 IPA라는 생각이 듭니다. 꽤 낮은 온도에서 서빙을 시작했음에도 마시자마자 과일스러운 홒 향이 작렬하는데, IBU 생각하니까 그냥 온도 낮을 때 많이 마셔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 맥주답게 탄산을 넣었고, 그래서 탄산이 셉니다. 맛은 일단 저온에서는 별로 안 쓰고, 과일 향 풍부하고, 맛이 괜찮습니다. IPA 계열은 내 생각에는 얼마나 ‘적당히 하느냐’가 마시기 편한 정도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적당합니다.
온도가 좀 올라간 이후에도 별로 쓰지 않습니다. 균형감이 있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마시기 편하고 괜찮았어요.
주로 – 골목 막걸리 프리미엄 [☆]
: 처음 이 막걸리를 구매할 때 3병을 구매했는데, 거의 구매하자마자 1병을 마셔봤었고 그 때는 너무 달기만 해서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익혀 먹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두 번째 병은 소비기한을 열흘 남겨두고, 세번째 병은 소비기한을 삼일정도 넘겨 마셨습니다.
여전히 개봉이 힘듭니다. 돌려 여는 마개가 아주 강하게 잠겨있는데, 뚜껑은 또 미끄러워서 이번에는 고무밴드를 감아 마찰력을 높여 열었습니다. 내 생각엔 이정도면 제품 하자입니다. 저렴한 막걸리 뚜껑처럼 뚜껑에 세로홈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겁니다. 특히 세번째 병은 너무나도 개봉이 힘들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별점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잠시 사라졌을 정도였습니다.
침전물을 섞지 않고 청주에 가까운 윗부분부터 마셔봅니다. 첫맛은 달고 뒷맛은 누룩향이 작렬합니다. 농도는 높고, 여전히 탄산은 별로 없습니다. 처음 마셔봤을 때는 나아진 것 같은데, 병숙성 과정에서 효모가 잘 활동한 거 같지 않습니다. 첫 병 인상이 ‘생탁주라더니 효모가 죽은거 아냐?’ 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완전히 죽진 않아도 반쯤 잠든 상태쯤은 되는 거 같습니다.
알콜 12%의 도수가 입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침전물을 섞어 맛을 보니 그나마 단맛이 덜 느껴지는데, 누룩향이 세도 너무 셉니다. 좋은 술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맛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백종원이 하는 음식점 가서 딱히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술도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누룩향이 강한 쪽을 ‘전통’ 느낌 난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할 건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괜찮을 겁니다. 단맛이 강하니까 그 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 거 같고요. 가격이 안 높고 마개라도 열기 편했으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막걸리는 저렴하지 않습니다.
Hoggy’s Apple Paradise Cider [★]
: 알콜 4.5%. 호기스는 시드르(사과주) 브랜드 중 하나로, 이 애플 파라다이스는 사과주스 48%, 시드르 39.88%, 천연사과향 0.2%에 정제수와 이산화탄소, 보존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셔봅니다.
향은 사과주스 향이고 맛도 사과주스 맛입니다. 다만 그리 달지 않고, 시드르 특유의 담백하고 단정한 피니쉬가 좋습니다. 나는 시드르가 더울 때 마시기 참 좋은 주류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시드르라는 게 포도로 만든 와인처럼 맛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좀 마이너하고 주스 등으로 가미가 된 게 주로 팔리는 게 다소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가미된 시드르라도 언제든 유쾌하게 마실 수 있는 주류라 생각합니다.
화양 – 풍정사계 秋 [★★]
: 알콜 12%. 화양은 청주시 청원구에서 풍정사계라는 전통주를 빚는 농업회사법인입니다. 생청주(주세법상 약주) 春, 과하주 夏, 생탁주 秋, 상압식 소주 冬의 4종류를 빚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중 탁주인 추를 마셔봅니다. 마침 가을이기도 하고요. 생산된 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것을 마십니다.
마개가 돌려따는 플라스틱 마개인데 유감스럽게도 주로의 골목막걸리 프리미엄과 거의 동일한 마개입니다. 역시나 개봉이 좀 어려운데, 그래도 골목막걸리 프리미엄보다는 훨씬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맑은 부분을 마셔봅니다. 누룩 향이 좀 있고, 입에 넣으니 새콤해서 유쾌해집니다. 이후 아주 구수하고 그윽한 느낌의 누룩 향이 올라오는데, 좋은 술이구나. 라고 납득이 됩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탄산은 거의 없습니다. 마셔봤던 탁주 중 최고는 금계당의 바랑이었는데, 이것도 거의 그에 육박할 만큼 맛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침전물과 섞으니 산미가 줄어듭니다. 침전물이 많은 타입이 아닌데, 술 자체가 바디감이나 규모가 상당합니다. 백세주 잔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 잔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래스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에 따라 놓으니 새콤한 아로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입에 닿을 때의 알콜이 살짝 높습니다. 와인 기준에서 이야기하면 알콜이 좀 튀는 타입인건데, 생탁주나 생청주 같은 경우 대체로 병숙성을 오래 진행하지 않고 신선한 풍미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희석한 타입이 아닌 이상 알콜이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시기 부담스럽거나 불쾌할 정도의 알콜은 아닙니다.
한편으로 이 주류의 규모는 이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지간한 언오크드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살짝 과도하기 쉽다는 걸 감안할 때 – 화이트 와인 글라스에 비해 유니버셜 글라스는 더 큽니다 – 이건 탁주로는 정말 좋은 탁주인 겁니다.
누룩 향이 꽤 납니다. 바랑같은 경우 극단적으로 누룩을 적게 사용한 탁주였는데, 그 바랑조차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는 누룩 향이 제법 났습니다. 이 풍정사계 추는 바랑같은 타입도 아니니까 누룩 향이 많이 날 수밖에 없고, 그 누룩 향의 구수함과 그윽함을 활용한 타입의 주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 누룩 향은 비단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결과적으로 이 탁주는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시면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느껴지고 – 상기하였듯 이 탁주가 가진 바디감에는 데피니션 유니버셜 정도가 어울리긴 합니다만 - , 단점이 과도하게 드러나는 방향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탁주는 청주 잔이 어울린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술을 백세주 잔에 마시는 것도 운치가 없는 것 같아 금칠이 들어간 수공예품 청주 잔을 써보니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 이 술은 맛은 있는데 가격대가 조금 높은 게 단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진짜로 맛있는 술입니다. 값만 비싼 술이 아니에요. 맛만 있는 게 아니라, 이쯤되면 운치도 있다고 해야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술을 보리굴비나 조기찜과 함께해보고 싶습니다.
Strongbow – Rosè Apple [★☆]
: 시드르 브랜드 중 하나인 스트롱보우의 로제 애플 시드르를 마셔봅니다. 알콜 4.5%. Semi-Dry Cider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농축사과주스 함량이 41.6%입니다. 제조국은 벨기에.
로제라고 해서 장미향을 첨가한건가? 라고 생각하고 한 입 마셔보니 그쪽이 아니고요. 이건 굳이 보면 로제와인 향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캔째 그냥 마시다가 색깔이 로제 색일거 같아서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해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잔에 따르니 색깔이 꽤 예쁩니다. 이건 유리잔을 사용해야 하는 시드르네요. 그리고 아로마나 첫맛이 제법 포도로 만든 와인 같습니다. 뒷맛은 명백한 시드르입니다만. 원래 로제와인도 시드르도 좋아하다보니 제법 마음에 드네요. 앞으로도 종종 마시고 싶은데요.
시드르는 기본적으로 포도로 만든 와인수준으로 맛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드르의 장점은 무난함과 뒷맛의 담백함에 있습니다. 시드르의 뒷맛은 어떤 주류보다도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그 깔끔함이 일종의 청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시드르는 맥주의 일종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분류로 보면 시드르는 와인이에요.
Tsingtao – 120 Years Anniversary Limited Edition [★]
: 칭따오 120주년 기념 캔을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마시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알콜은 4.7% 입니다.
칭따오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데, 칭따오는 최고의 쌀맥주입니다. 맥주에 쌀을 쓰면 쓴맛이 적고 보리에 비해 좀 가벼운데요. 나는 쌀로 만든 술은 어지간해선 맛있고, 쌀을 쓴 맥주도 맛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쌀로 만든 술이 원래 그렇듯 아시아 음식에 전반적으로 잘 맞고요. 다만 칭따오처럼 맛있는 쌀맥주가 또 있느냐면 저는 마셔본 게 없네요.
La Trappe – Quadrupel [★★]
: 알콜 10%. 상미기한이 2025년 10월까지로 표기되어있는 것을 2023년 10월에 마셨습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기본적으로 두벨, 트리펠, 쿼드루펠이 있습니다. 각기 2배, 3배, 4배의 몰트를 사용했다는 뜻이지요. 쿼드루펠이 트라피스트/애비 에일 스타일에서 가장 진하고 도수가 높은 겁니다. 현존 11종의 트라피스트 중 라 트라페의 쿼드루펠을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잔에 따른 후 측정한 첫 서빙 온도는 11.9도였습니다.
아로마부터 진하고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넣으면 중량감과 규모, 볼륨이 상당합니다. 풍미는 꽤나 진하고 풍부합니다. 강하고 달콤하며 알콜 풍미와 몰트 풍미가 느껴집니다. 알콜이 좀 튄다 싶을 정도로 강합니다. 10도짜리 술 치고는 알콜이 정말 세네요.
알콜 풍미 다음으로 강한 건 흑설탕같은 몰티한 달콤함입니다. 다만 그 달콤함은 알콜에서 기인한 풍미 뒤에 숨어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 이 술은 브리딩을 좀 해서 알콜을 날린 후에 더 진가를 드러낼 것 같고, 서빙온도도 레드와인 수준에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내가 구매한 쿼드루펠은 330ml짜리라 뭘 해볼 틈도 없이 다 마셔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같이 구매한 두벨이 더 맛있었는데, 나는 두벨이 더 충분히 숙성된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쿼드루펠이 도수가 더 높으니까 두벨보다 병숙성이 느리고, 더 숙성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쿼드루펠은 충분히 숙성된 이후에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Domaine Hoffmann-Jayer – Bourgogne Hautes-Côtes de Beaune (Blanc) 2019 [★★★]
: 도멘 호프만 자이에는 과거 자이에 질(Jayer-Gille)로 알려졌던 도멘의 후예입니다. 질 자이에는 전설적인 앙리 자이에(Henry Jayer)의 친척(오촌)으로도 유명했지요.
그런데 질 자이에는 2017년, 건강이 악화되었던 것인지 스위스 사람인 앙드레 호프만(André Hoffmann)에게 도멘을 매각한 후 2018년에 타계했습니다. 이후 도멘 자이에 질은 도멘 호프만 자이에로 이름을 바꿔 와인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Alexandre Vernet라는 사람이 와인 제조 팀의 리더라고 합니다.
알콜 14%. 보통 부르고뉴 블랑은 (부르고뉴 알리고떼를 제외하면) 100% 샤르도네로 만듭니다만, 이 오 코트 드 본은 독특하게도 피노 블랑이 30%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샤르도네 70%, 피노 블랑 30%의 구성입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두 품종 다 55년이라고 하며, 병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Les Vallerots라는 리외디에서 재배된 포도라고 합니다.
사용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과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버건디 글라스를 사용해보는 이유는 도멘에서 권장하는 게 의외로 버건디 글라스라서 과연 어울리나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개봉 전부터 보존상태가 살짝 의심스러웠는데, 캡실을 벗겨보니 유감스럽게도 와인이 살짝 끓어넘친 것 같은 흔적이 있습니다.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가장 먼저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셔봤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1.8도로 약간 높았습니다. 칠링을 더 하면서 첫 잔을 마셔보니 약간의 탄산감이 있습니다. 충분한 앙금 접촉이 있었던 것 같은 풍미. 그리고 한 입 마시자마자 순수한 샤르도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꼭 보존이 심각하게 잘못되어서 끓었다기보다는 병입 이후에도 약간의 발효가 더 진행되어 끓어올라온 면이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스타일이 무척 특이합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상파뉴의 스틸와인 또는 도사쥬를 아직 하지 않은 상파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버건디 글라스에 마시라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에서 이 블랑은 풍부한 과일 및 미네랄 아로마를 느끼게 합니다. 입에 넣어보니 의외로 – 도멘의 추천대로 - 버건디 글라스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락틱 발효가 된 건지 사과산을 느끼기 어렵고, 질감은 오일리한데 탄산감이 있어서 무겁거나 느끼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레이어와 복합성을 가지고 있고, (어쨌든 레지오날 급이지만) 제법 체급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블랑은 발효단계에서부터 50~70%정도는 350L의 새 배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작비를 들여서 작정하고 만든 오크드 샤르도네+피노블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용법은 부르고뉴답게 ‘우아한’ 스타일입니다.
나는 이 와인을 다소 일찍 개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병숙성을 시키면 더 맛있었을 겁니다. 다만 코르크가 살짝 올라온 게 보존상태가 의심스러워서 일찍 개봉했습니다. 나는 이 와인이 몇 년의 병숙성을 더 거치면 근사한 블랑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맛있습니다만, 내가 생각하기엔 4~5년 정도 더 숙성시켰으면 제법 환상적이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부르고뉴 와인을 최고라 느끼고, 최고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르고뉴 와인을 그렇게 자주 마시지도 않고, 부르고뉴 와인만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너무 비싸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의 관심은 더 넓은 범위를 향해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인은 그런 나에게 결국 최고는 부르고뉴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잘 알고 있는 건데요.
조금 열린 상태에서 평가합니다. 이 와인의 아로마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느껴지는 건 부르고뉴 아니랄까봐 미네랄입니다. 쿼츠 원석이 연상되는 아로마가 나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쿼츠 원석에서는 아무 향도 나지 않습니다. 왜 내가 이 아로마를 맡고 쿼츠 원석을 떠올리는지는 나도 모르겠고요. 나는 와인의 미네랄리티 자체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잔을 기울여 입에 넣기 직전 느껴지는 감각은 열대과일 향에 가까운데, 어떤 열대과일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입에 넣으면 바로 특정되는 건 파인애플입니다. 이는 이 와인이 가진, 미세하고 강렬한 탄산이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와인은 명징한 견과류 향기와 오크-코르크향을 남깁니다. 새 오크통에서 발효시킨 와인이다보니 아마도 발효단계부터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견과류 향기는 상파뉴처럼 앙금 접촉에서 기인한 것 같고, 이후 고도주에서 느껴지는 묘한 과일향도 느껴지는데 알콜이 14%나 되는 와인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개봉할 때는 조금 마시고 말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습니다. 이 와인은 너무 맛있는데다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에 계속 마시게 됩니다. 잠시 이 와인으로 커다란 홍합을 찌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러기엔 와인이 너무 비쌉니다.
아펠라시옹 오 코트 드 본에 대한 인상은 이 와인으로 역시나 꽤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본래 오 코트 드 뉘에 대해 좋게 생각해왔는데, 본도 역시나입니다. 분류상 레지오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빌라쥬급에 육박하는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은근슬쩍 가격도 빌라쥬급에 육박하는 게 문제긴 합니다만.
아마 지구온난화는 이 와인에 양면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오 코트 드 뉘와 본은 본래 과히 고지대라 조생종인 피노누아조차 충분히 익는 게 보장이 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오 코트 드 뉘와 본을 어지간한 코트 도르 빌라쥬에 육박하는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더구나 오 코트 드 뉘 및 본은 단일 크뤼라도 레지오날급으로밖에 출시가 안 되지요. 이 블랑도 그렇고.
다만 미미하게나마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그 결과 생겨나는, 아주 잘 익은 포도에서 기인하는 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4% 짜리 이 블랑은 알콜이 살짝이나마 튀긴 합니다. 나야 스피릿이 40도면 물타서 너무 묽다고 내심 불만 가지는 취향이라 14%짜리 와인도 좋게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부르고뉴잖아요. 14%에 알콜이 미미하게라도 튀면 덜 우아해져요. 부르고뉴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이상적인 정도보다는 조금 덜 우아해요. 알콜이 너무 높아서. 그게 맛없는 건 아닌데, 귀족 영애가 너무 들이대면 살짝이나마 당황스러울 수 있지요.
그리고 와인을 좀 남겼다가 며칠 후에 마셔봤는데, 별점을 반 개 정도 더 올릴까 고민했습니다. 역시나 이 와인은 몇 년 더 숙성하고 개봉하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으면 별 네개도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와인이 처음에 가졌던 미세한 기포는 거의 사라져서 그 매력이 감퇴했지만, 며칠동안 진행된 빠른 산화가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어느 정도 드러내줬습니다. 다소 과한 듯했던 알콜은 아마 몇 년 병숙성을 거쳤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더 높은 숙성 포텐셜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열린 상태에서 이 와인은 아마도 피노 블랑이 꽤나 활약해준 것 같은, 커다란 흰 꽃과 같은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모금 한모금이 아주 맛있고, 사라지는 게 아쉬운, 그렇지만 매우 쉽게 넘어가서 계속 마시게 되는 와인입니다.
필터링을 약하게 한 건지 마지막 잔에는 약간의 침전물이 있었습니다. 이 와인의 바닥은 화이트 와인임에도 안쪽으로 좀 들어가 있는데, 아주 마지막 부분은 따르지 않고 버리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미미한 침전물이 섞인 부분도 맛없지는 않네요.
좋은술 – 천비향 생주 [★★]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좋은술은 평택시 오성면에 위치해 있으며, 천비향이라는 오양주로 유명합니다. 술을 빚을 때 덧술을 밑술에 한 번 덧치면 이양주라고 하고, 덧술이 두 번 들어가면 삼양주라 하는데요. 천비향은 덧술을 네 번 덧치는 오양주입니다. 오양주는 현재 천비향 외에도 몇 종이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천비향이 가장 유명합니다. 천비향 약주는 2019년에 청와대 식전 만찬주로 선정된 적도 있습니다.
천비향은 생청주(주세법상 약주)인 ‘약주’와 생탁주인 ‘생주’, 상압식 소주인 ‘화주’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 중 이번에 생탁주인 생주를 마셔봅니다. 제조된 후 1개월하고도 보름정도 지난 걸 마십니다.
알콜 14%. 침전물을 섞지 않고 일단 위에 뜬 부분부터 한 잔 마시려 하니 누룩향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입에 넣으니 느낌이 상당히 셉니다. 오양주라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농밀한 술입니다.
침전물과 섞어 마셔봐도 느낌이 크게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술에 약간 이물질같은 게 떠다니는데, 보기에는 누룩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술의 강도가 강한데, 이게 알콜이 튀거나 해서 센 게 아니고... 우롱차가 맛이 강렬하고 무거울 때와 유사한 느낌으로 센데, 철관음이나 대홍포 같은 게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그 느낌이 셉니다. 입에 넣는 순간 묵직한 게 느껴집니다.
풍미 자체가 엄청나게 좋은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살짝 새콤하고 꽤 맛있긴 한데요. 이건 기본적으로 저렴한 술도 아니고, 저렴할 수도 없는 술이고, 이 가격대면 이 정도 맛있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맛이 평범하다는 게 아니고요. 이건 최상급 청주의 탁주 버전입니다.애초에 최상급 청주(약주)의 탁주 버전은 처음부터 탁주로 만들어 시판하는 것들과는 레벨 자체가 아예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탁주로 만드는 것들은 좀 비싸더라도 적당한 시판용 술이지만, 최상급 청주의 탁주 라인업은 최고급 한국형 미주(米酒)의 보급형 버전이라고 할까요. 태생적으로 티어가 다릅니다.
이 술은 중량감이 본질입니다. 바디감이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싶습니다. 풀바디 같은 걸로 표현할 수 있는 바디감이 아니에요. 고전 타입의 철관음을 몇 배로 농축한 것 같은 그런 바디감입니다. 다만 압각 자체를 크게 자극하는 게 아니라서, 이건 존재감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쏘테른 와인이 연상되는 면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 술은 존재감이 꽤 강한 한식과 함께해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조피볼락(우럭) 튀김이고요.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부세(조기)찜이네요. 사적으로 종종 즐기는 참돔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흰살생선 요리와 함께 마셔보고 싶은 ‘좋은’술입니다.
다만 나는 안주없이 술만 마시는 게 습관이고, 이 탁주도 그냥 금방 다 마셔버렸습니다. 꽤 맛있어서 비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이렇게 맛있는 술들이 나오는 우리나라도 꽤 좋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Suntory – The Premium Malt’s [★]
: 이번 가을도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함께 합니다. 알콜 5.5%의 이 맥주를 한 번 세인트 버나두스 잔으로 마셔 봤습니다.
유리잔에 따라놓고 보니 굉장히 섬세한 기포가 올라옵니다. 새삼스럽게 느끼는데 꽤나 차분하고 조용한 맥주입니다. 라거임에도 몰티하고 규모가 있는 풍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세인트 버나두스 잔은 이 맥주에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닙니다. 어쨌든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라거라서 별로 안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캔째 다시 마셔보면서 나는 이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홒의 풍미가 꽤 강한 편에 속하는 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프리미엄 몰츠지만 라거로는 무척이나 호피한 라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IPA 계열처럼 홒이 강하지는 않지만, 벨기에나 독일의 에일에 비하면 더 호피합니다.
Tsingtao – Pure Draft [☆]
: 알콜 4.3%.
특이한 맥주입니다. 본래의 칭따오와는 맛이 전혀 다릅니다. 이름을 순수 생맥주라 붙이고 비열처리 맥주라고 파는데, 어차피 대부분의 시중 맥주는 비열처리입니다. 하이트가 처음 나올 때도 비열처리 맥주라고 광고했었지요.
이 맥주의 맛 계열은 뭐라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보면 우리나라 맥주 스타일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맥주는 보통 고도수의 맥주를 만든 후에 인공탄산수를 섞는 형태라 이것과는 또 꽤 달라집니다.
칭따오답게 쌀이 들어가서 다소 가벼운 느낌도 있는데, 일반 칭따오에 비하면 캐릭터가 셉니다. 일반 칭따오를 마시면 마냥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그렇지는 않아요. 묘하게 아사히가 떠오르는 면도 있네요.
Strongbow – Gold Apple [★]
: 알콜 4.5%. 로제 애플에 비해 스위트한 타입이라 표기되어 있고, 실제 마셔보면 꽤나 사과 주스에 가까운 맛입니다.
꽤 맛있네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사과주스같지만 사과주스보다 맛있습니다. 얼마든지, 사과 주스처럼 마실 수 있는 시드르라는 생각입니다.
제주맥주 – 넷플릭스 제주라거 [★]
: 이 맥주는 페스티벌에서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맛있었고 제주맥주의 다른 맥주들이 대체로 에일이다보니 이것도 에일인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라거더라고요. 조금 제대로 마셔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알콜 4.5%. 마시자마자 첫느낌부터 ‘이게 라거라고?’ 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전에 마셨을 때 에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적혀있는 문구는 라거인데 입에서는 이게 에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달달한 느낌이라, 레페나 스텔라 아르투아처럼 옥수수를 쓴 맥주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성분을 보면 보리만 쓴 맥주네요.
마셔도 마셔도 에일같습니다. 다만 탄산이 세고 (제주맥주 맥주들은 우리나라 맥주답게 대체로 탄산을 추가로 주입해서 탄산이 셉니다.) 도수가 낮아 묽긴 한데요.
캔째 마시다가 보다 더 제대로 맛보고 싶어서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동원했습니다. 따라보니까 색깔부터 일반적인 라거 색깔이 아닙니다. 거의 헤페바이스 색깔입니다. 색깔 보자마자 생각한 게 에일을 라거라고 적어놓은거 아니야? 였습니다. 맛을 봐도 밀 비율이 낮은 헤페바이스에 탄산수를 조금 탔다고 해도 바로 믿을 정도입니다.
이게 라거라면 떠올릴 수 있는 방식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구운 맥아를 사용하는 방식이요. 그리고 홒은 에일처럼 넣고요. 여하튼 묽은 정도만 라거고, 나머지는 완전히 에일인 맥주입니다. 블라인드로 마셨다면 100% 에일이라고 했을 맥주입니다.
Grove Mill – Sauvignon Blanc 2022 [★☆]
: 알콜 12%. 말보로우(Marlborough)의 와이라우(Wairau) 밸리에 위치한, 유명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중 하나인 그로브 밀의 소비뇽 블랑을 마셔봅니다. 평론 점수는 이 2022년의 경우 제임스 서클링(JS) 91, 와인 스펙테이터(WS) 90인 것 같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이고,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6.7도로 낮았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로마는 일반적인 화이트와인 아로마였고, 입에 넣으니 선명한 시트러스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미네랄 맛도 느껴져서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피니쉬는 길지 않고 복합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신세계 소비뇽 블랑답게 가볍게 마시기 좋은 느낌입니다.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보다는 루아르의 소비뇽 블랑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이런 타입의 소비뇽 블랑은 진짜로 시트러스를 짜넣은 것 같은 풍부한 과실 풍미를 느끼게 합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인데 포도보다는 라임이나 자몽이 떠오르는 게 신기한 점이지요. 온도가 올라가면 구아바나 구즈베리의 향도 조금 나고, 미네랄리티도 더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상큼하고 과일향이 두드러지는 소비뇽 블랑입니다. 입에 넣을 때 약간의 자극성이 있는데, 탄산감이라기보다는 산의 자극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니까 의외로 유(油)질감이 조금 있습니다. 산도가 꽤 있음에도 그다지 크리스피하지 않은데, 높은 산도에 비해 사과산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비율상?) 어느 정도는 말로락틱 발효를 진행한건가 싶습니다. 그리고 다소의 앙금 접촉 뉘앙스가 있습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견과류와 토스트된 풍미가 살짝 납니다. 저온일 때와 온도가 올라간 이후의 인상이 꽤 달라지는 와인입니다.
단순한 상큼함을 원하신다면 이 와인을 아주 차갑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시트러스향이 아주 강한 와인이 됩니다. 다만 나에게는 온도를 조금 올려 마시는 쪽이 이 와인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온도가 꽤 올라온 상태에서는 신세계다운 잔당감이 좀 느껴집니다. 이런 단맛은 온도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만, 아마 이 와인을 ‘덜 크리스피하게’ 느끼게 만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와인을 얼마 안 드신 분들이 감지할 만한 당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이 와인의 미미한 달콤함이 다소의 매력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달콤한 게 아니라, 드라이한 가운데 일부분이 엣지있게 달콤합니다.
앙금 접촉으로 생겨난 풍미 가운데 미네랄리티가 죽지 않습니다. 미네랄이 두드러지는 와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미네랄이 계속 자기 주장은 합니다.
산도는 이 와인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온도가 올라가도 산도가 있는 이상, 그리고 신선한 시트러스를 짜넣은 것 같은 향이 있는 이상 이 와인은 상큼합니다. 이 와인의 산은 다소의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다고 느껴지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와인으로 판단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지드링킹을 위한 와인이고,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이런 와인을 마실 때마다 진토닉을 대신하기 좋은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나는 진토닉을 만들 때 라임 및 레몬 주스를 잔뜩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와인과 살짝 유사한 타입이 되어버리거든요.
Nine North Wine Company – Chasing Lions California Pinot Noir 2019 [★☆]
: 알콜 13.5%.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를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글라스 비교 겸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 쇼트즈위젤 비냐 버건디, 조세핀 No. 3를 사용해서 마셔봅니다. 15.3도에서 첫 서빙했습니다.
조세핀 No. 3에서 첫 시음을 시작했습니다. 잘토가 독립해서 만들고 있는 조세핀은 No. 3가 ‘레드’ 와인 잔으로, 다른 브랜드와 달리 보르도와 부르고뉴 잔이 따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이 잔은 아래쪽이 꽤 와이드해서 공기에 접촉되는 면이 비냐 버건디만큼 넓습니다.
피노 누아답게 딸기향이 나고, 새콤한 향기가 납니다. 입에 넣어보면 피노 누아 특유의 글리세린 느낌과 가벼움이 살아있고, 다소의 오크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산미도 살아있습니다. 응축감은 없다시피 하고, 약간의 잔당감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살짝 수줍어하는, 음성적인 와인입니다. 알콜이 살짝 세고 잔당감도 살짝 있고, 좀 태운 오크통 뉘앙스가 있는 점은 신세계 와인같고, 특히나 이 태운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이 프랑스 부르고뉴와는 다른 개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탄닌은 거의 없습니다. 로제와인과 레드와인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탄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약간의 부케가 형성되어 있는데,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부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쇼트즈위젤 비냐 버건디 글라스에서 이 와인은 보다 피노 누아스러운 개성적인 향을 드러냅니다. 역시나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비냐 버건디로 마실 때는 조세핀 No. 3에 비해 더 단순한 와인으로 느껴집니다.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있는 건가? 싶고요.
온도가 올라가고 열릴수록 오크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 묽고 여리디여린 피노누아에 구운 오크 뉘앙스가 더해져서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와인은 오크드 샤르도네처럼 오일리하지도 않거든요.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에서, 온도가 올라가고 열린 이 와인은 비교적 진한 과일향을 드러냅니다. 혀에 닿을 때부터 달게 느껴지는데, 온도가 올라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데피니션 글라스에 따른 후 온도 측정을 해보니 19.7도였습니다. 나는 이 와인에 이 정도 온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요소가 분석적이지 않고 잘 융화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후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오크와 과일 뉘앙스가 강해져서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로 느껴졌습니다. 첫인상에서 느꼈던 음성적인 느낌은, 낮은 온도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인 것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소녀가 화장을 짙게 하고 자신감을 얻어서 적극적이 된 것 같은 와인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 오크드 샤르도네의 피노 누아 버전이라 하고 싶네요. 온도가 올라갈수록 아로마부터 오크 바닐라 향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이후 좀 더 테스트를 해보니 온도가 꽤 낮은 상태에서 가볍게 마시기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판단입니다. 온도가 올라간 상태에서도 가볍게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피노 누아라고 많은 것을 바라지만 않으면 됩니다. 피노 누아 품종의 가벼움과 낮은 탄닌은, 이 와인의 경우 오크의 바닐라스러움을 최대한 살려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르고뉴처럼 진지하게 접근하기엔 부적합하지만,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칠링해서 즐겁게 맥주나 시드르처럼 마시기에는 괜찮은 와인입니다.
Carlsberg – Brooklin Pilsner Crisp Lager [★]
: 알콜 4.6%. 생산된지 좀 된 걸 여러 캔 입수했습니다. 신선한 상태는 아니라도 보관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봉해 마셔보니 홒향이 꽤 강한 라거입니다. 왜 ‘Crisp’ 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홒향이 강한 걸 그리 표현하는 기분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보다도 홒향이 강하고, 이게 라거가 맞나 싶은 제주맥주의 넷플릭스 라거가 생각날 정도의 호피함입니다. IPA의 라거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IBU가 높은 IPA를 마시면 향은 좋지만 즐겁게 마시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건 그래도 라거라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도 점성이 높습니다. 라거 특유의 청량함을 기대하고 마실 만한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IPA의 라거 버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분을 보면 순수한 보리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호피함과 높은 점성 이면에 달콤함이 있는데, 보리만 사용한 라거가 이렇게 달콤한 건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맛이 달콤하다기보다는 향이 달콤한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Font Salem – Let’s Fresh Today [☆]
: 알콜 4.5%. 제조국은 스페인이고, 신세계에서 수입한 맥주 계열의 발포주입니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로 취급되는데,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라 그렇습니다.
이 발포주의 맛은 맥주지만 일반적인 맥주하고는 조금 다른데, 내가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원래 무알콜 맥주도 맛있게 잘 마시거든요. 무알콜 맥주에 비하면 훨씬 맥주같습니다.
화양 – 풍정사계 春 [★★☆]
: 풍정사계 秋를 구매할 때 생청주인(주세법상 약주) 春도 같이 구매했었습니다. 어느 날 보유한 주류들의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다가 이 풍정사계의 명시 유통기한이 2달밖에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틀 지났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잘 만든 생주의 경우 유통기한과 무관하게 낮은 온도에서 보다 장기숙성을 한 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만, 나는 바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알콜 15%. 본래 찻잔으로 나온, 입수 후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던 조금 크기가 있는 수공 청자잔에 마셔봅니다. 秋가 그러하였듯 개봉에 힘이 좀 들어갔습니다.
잔에 따라 향을 맡으니 청주 특유의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니 순정하게 맑고 아름답습니다. 역시 탁주(秋)와는 또 다른 레벨을 보여줍니다. 아마 이 술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술 중 최고 수준에 이른 하나일 겁니다. 실제 수상 이력 등도 화려해서 2017년 우리술 품평회 약주ㆍ청주 부분 대상, 2021년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고요. 2017년 한미정상회담 청와대 만찬주, 2019년 한-벨기에 정상회담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이 술은 꽤 ‘전통적인’ 느낌을 줍니다. 봄꽃이 떠오르는 아름다움 이면에 전통 누룩에서 기인한 것 같은 잡스러움이 있습니다. 단정하고 세련되기보다는 풋풋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예쁜 술입니다. 자신을 꾸밀 수 있게 된 20대보다는 피부트러블도 생기고 꾸밀 줄도 모르는, 그렇지만 예쁜 10대 소녀를 연상시키는 그런 술입니다.
중량감은 없지만 점도가 제법 있고, 다소의 거친 느낌도 남아있지만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순합니다. 준마이다이긴죠 같은 것과는 만들어진 방향이 아예 다릅니다. 좋은 면만 보여주려는 준마이다이긴죠와는 달리, 쌀과 누룩으로 만든 술의 모든 면을 보여주려는 느낌입니다.
부드럽기 때문에 도수가 센 느낌이 입에는 별로 없는데, 마시다보면 취기가 강하게 올라옵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취하는 술이라, 어지간하면 1병을 2인 이상이 나눠 마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이건 술이 사람을 마시는 그런 술입니다. 여러 말이 필요없고, 일단 마시기 위한 술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이트진로 – Kelly [-]
: 가을에 들어서도 켈리를 마십니다. 유리병에 든 켈리는 나름대로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한 번 PET 병에 담긴 것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병입 후 시간이 다소 지난 것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알콜 4.5%. 마침 얼마 전에 메종 루이 자도(Louis Jadot) 브랜드의 (아마도 증정용으로 만든) 버건디 글라스가 하나 생겼는데, 진짜 부르고뉴를 마시기에는 좀 부족한 퀄리티로 보이지만 맥주 등을 마시기엔 어떨까 싶어 이 켈리를 그것에 마셔보기로 하였습니다.
PET 병에 담겨 한동안 보관된 이 켈리는 유감스럽게도 다소의 풍미와 탄산을 손실하였습니다. 캔에 담긴 것에 비해도 상당히 품질 손실이 심합니다. 그것이 부르고뉴 글라스에 마시니까 꽤 티가 많이 납니다. 이런 건 제대로 맛을 보면 안 됩니다. 부르고뉴 글라스에 마시면 맛이 너무 잘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글라스를 사용하는 건 바로 포기. (마셔보고 깨달은 건데, 트라피스트 에일 수준이 아닌 이상 부르고뉴 글라스에 맥주를 마시는 건 맥주한테 너무 가혹한 행위였습니다.)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잔을 찾다가 찬장 속에서 뚜껑 없는 텀블러처럼 생긴, 300cc짜리 시드르 서머스비(Somersby) 유리잔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바꿨습니다.
서머스비 잔에서 이 켈리는 좀 더 마시기 편했습니다. 열화된 풍미의 부정적인 부분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고, 단순하고 별 맛이 없지만 이 상태에서는 그게 낫네요.
Stella Artois [★☆]
: 알콜 5%. 스텔라 아르투아를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그 사이 꽤 다른 맥주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원재료에 옥수수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일반 보리 맥주가 되었고요. 내가 이번에 마시는 캔은 오비맥주에서 국내 생산한 것입니다.
일단 캔째 마셔봅니다. 무척 맛있습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필스너 우르켈처럼 노블 홒 중 하나인 자츠 홒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필스너 우르켈처럼 쓰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균형감과 풍미 모두가 좋네요.
옥수수를 사용하던 기존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좀 더 개성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현재의 이것은 그냥 그저 맛있는, 그것도 라거로는 최고 레벨로 맛있는 라거입니다.
오비에서 만든 게 유럽에서 만든 것과 살짝 다르긴 한 것 같고, 원재료에도 이산화탄소가 표기되어있는 게 탄산을 약간 강화한 것 같은데요. 나쁘지 않습니다. 결과물이 맛있네요.
Tempt 1 Pêche [-]
: 알콜 4.0%. 시드르에 복숭아주스를 포함해 이것저것 들어간 시드르입니다. 나에게 템트는 약 10년 전에 즐겨 마시던 시드르 브랜드인데, 그 때 잠시 살았던 동네에서 템트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눈에 띠어 오래간만에 구매해보게 되었습니다.
캔째 마시는데 첫맛은 거의 시드르라기보다는 복숭아 주스를 잔뜩 넣은 일종의 칵테일입니다. 끝맛에서 기주가 시드르라는 걸 알 수 있긴 한데, 복숭아 풍미가 워낙 강합니다. 마시면 취하는 주스나 다름없네요.
오비맥주 – OMG OB MUlTI GRAIN [-]
: 알콜 4.5%. OMG는 현미, 보리, 호밀 등을 사용한 상급 발포주라고 합니다.
한 입 마시면 맥주와는 명백하게 다른 풍미입니다. 뻥튀기나 죠리퐁 같은 곡물 과자의 향이 납니다. 일종의 곡물 음료수 같은데 알콜을 가지고 있습니다.
Tiger Lager Beer [☆]
: 알콜 5%. 타이거는 하이네켄이 만드는 싱가포르 맥주인데, 내가 이번에 마시는 캔은 원산지가 네덜란드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경향은 본래의 하이네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쓴맛이 있는 타입이라 느낍니다. 차갑게,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라거. 아시아의 더운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맥주입니다.
Asahi – Super ‘Dry’ 生ヅョッキ缶 [☆]
: 여름에 이어 꽤 많이 사뒀던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을 마십니다. 한동안 일상적으로 마셔도 될 만큼 사뒀는데, 마실 것도 많고 매일 술을 마시면서 살 수도 없다 보니 앞으로도 당분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마셔도 정말 놀라울 만큼 아무 맛도 없습니다. 이 무미에 가까운 게 아사히의 핵심이겠지요. 별 맛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과 마셔도 딱히 안 어울리지 않고, 그냥 탄산수 대신 마셔도 됩니다.
Brooklyn Pilsner Crisp Lager [★]
: 알콜 4.6%. 생산된지 좀 된 걸 여러 캔 입수했습니다. 신선한 상태는 아니라도 보관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봉해 마셔보니 홒향이 꽤 강한 라거입니다. 왜 ‘Crisp’ 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홒향이 강한 걸 그리 표현하는 기분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보다도 홒향이 강하고, 이게 라거가 맞나 싶은 제주맥주의 넷플릭스 라거가 생각날 정도의 호피함입니다. IPA의 라거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IBU가 높은 IPA를 마시면 향은 좋지만 즐겁게 마시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건 그래도 라거라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도 점성이 높습니다. 라거 특유의 청량함을 기대하고 마실 만한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IPA의 라거 버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분을 보면 순수한 보리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호피함과 높은 점성 이면에 달콤함이 있는데, 보리만 사용한 라거가 이렇게 달콤한 건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맛이 달콤하다기보다는 향이 달콤한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후 다시 마셔봐도 맛이 풍부하고 맛있는 맥주입니다. 다만 역시나 라거같지는 않습니다. 라거와 에일의 중간적인 맥주... 라기보다도 에일에 가깝고, 넷플릭스 라거와 유사한 포지션이라 생각합니다.
Edelweiss Premium Wheat Beer [☆]
: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들던 밀맥주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 하이네켄이 에델바이스를 인수했고, 네덜란드에서 맥주를 만들게 되었으며 제조법도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알콜 4.9%. 라 트라페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바이스비어치고는 색이 꽤 맑습니다. 본래 헤페바이스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이랬었나 싶습니다. 이 맥주는 성분을 보면 허브향과 시트러스향이 추가로 들어갔는데, 그래서인지 밀맥주치고는 좀 IPA 같은 아로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변화는 하이네켄 인수 이후에 일어났다고 압니다.
입에 넣으면 역시나 밀맥주다운 풍미가 있는데, 동시에 순수한 맥주의 풍미도 아닙니다. 성분에 사과추출물도 들어가 있는데, 덕분에 좀 묘한 느낌의 밀맥주라고 느낍니다. 호가든이나 위트 에일처럼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에일의 느낌인데, 스파이스를 사용한 호가든에 비하면 이건 좀 더 허브 느낌이 강한 쪽이라 느낍니다.
하이트진로–갓生폭탄맥주[★]
:알콜6%.지난 여름에 이어 가지고 있는게 좀 더 있어 가을에도 마십니다.
역시나 맛은 하이트 라거 맛인데, 알콜이 좀 더 셉니다. 예전 카스레드가 생각나는 맛이고, 라거를 조금 천천히 마시는 걸 좋아한다면 즐길 만 합니다.
여러 번 마시면서 나는 내가 이 맥주를 나름 마음에 들어한다고 깨달았는데, 도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Arion – Moscato d’Asti 2022 [★☆]
: 알콜 5%.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로 마셔봅니다.
마개는 프리잔떼답게 아래쪽이 넓은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는데, 원래 모스카토 다스티가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하기 어렵긴 하지만, 이 와인은 병 입구가 평평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얇아지는 타입이라 더 힘들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이 와인은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하시길 권장합니다. 나는 이 와인을 개봉하면서 저렴한 소믈리에 나이프 하나를 망가뜨렸습니다.
모스카토 프리잔떼(약발포성)는 와인계의 사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 같은 와인의 대표격이지요. 그 중에서도 모스카토 다스티는 모스카토(=머스캣=모스카텔)로 만드는 프리잔떼 중 최고의 규격입니다. 대중적으로 매우(특히 여성들에게) 선호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은 매우 맛있습니다. 맛있는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특히 모스카토 특유의 머스캣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산도도 괜찮고요. 피니쉬가 긴 건 아니지만 뒷맛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역시나 매우 맛있는 포도 주스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알콜이 조금 섞인. 다만 별로 와인같지는 않아요.
Mazzei, Castello di Fonterutoli – Ser Lapo Chianti Classico Riserva 2019 [★★]
: 산지오베제나 몬테풀치아노 와인이 마시고 싶어져서 조금 이른 것 같지만 개봉했습니다. 알콜 14%. 마개는 꽤 부드러운 느낌의 천연 코르크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측정 10.3도로 상당히 차가웠고, 조세핀 No. 3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마쩨이는 1435년에 시작된, 굉장히 오래 된 와이너리입니다. 이 비노(와인)의 이름인 Ser Lapo는 처음 키안티 비노를 문서로 기록한 (1398년) 마쩨이 가문의 선조 이름입니다. 세르 라포 마쩨이의 손녀, 마돈나 스메랄라 마쩨이의 대에 마쩨이 와이너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개봉 후 따르면서 입구에 남은 한 방울을 입에 넣어보니 역시나 좀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라스에서 느껴지는 아로마는 고혹적이며 과실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입에 넣으면 너무 어린 걸 땄다는 생각이 바로 듭니다. 최소한 10년은 더 숙성시킬 수 있었던 와인입니다. 혀를 무두질하는 것 같은 뻑뻑한 탄닌이 느껴집니다. 탄닌 컨트롤이 안 된 와인은 아니라서 떫은 느낌을 무시하면 마시기 힘들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모습을 어느 정도나 엿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단 탄닌 뒤로 이 세르 라포는 강렬한 붉은 과일향과 계속 마시게 되는 유쾌한 산도, 그리고 장기적인 프랑스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바닐라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혀를 무두질하고 조이는 듯한 탄닌만 아니면 ‘맛있는’ 와인에 속합니다. 아주 ‘맛있다’는 감각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와인이라, 일단 계속 마시게 되는 타입입니다. 복합성이 있거나 우아한 타입은 아닙니다. 강렬하고 맛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와인의 진가를 알 기회가 없었습니다. 금방 꽤나 마셔버리게 되었거든요. 겨우 조금 알게 된 건 이 와인이 풍부한 동물계 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마 숙성이 다 되고 나면 무척 섹시한 와인이 될 겁니다. 그런데 성숙하기 전에, 아직 어린 소녀일 때 마셔버리게 되었어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와인을 마시다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와인의 30% 정도는 개봉 후 일주일 정도 지나 마셨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 와인은 본래의 포텐셜을 꽤 잃어버리긴 했지만, 뻑뻑하던 탄닌이 나름 부드러워져 어느 정도 마시기 편하게 되었습니다. 시음적기에 이 와인을 개봉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탄닌이 좀 풀어졌다고 해도 풍미와 구조에는 아직 미숙함이 많이 있어 브리딩으로 진짜 숙성을 흉내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좀 마시다보니 혀를 무두질하는 감각이 올라옵니다. 제우스의 피, 산지오베제는 역시 꽤나 강건하다는 생각입니다.
Somersby Apple Sparkling Cider [☆]
: 서머스비는 칼스버그에서 만드는 시드르 브랜드입니다. 이 서머스비 애플 스파클링 시드르는 사과 주스 + 시드르이며 알콜은 4.5%입니다.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맛은 사과주스 느낌이 강합니다. 시드르 특유의 깔끔한 느낌이 없는 건 아닌데, 맛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사과주스로 구성되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과 주스 같은 느낌으로 맛있게 마셨습니다.
Taittinger – Prélude Brut Grands Crus (N/V) [★★★★]
: 떼땅져 프렐뤼드는 떼땅져의 그랑 크뤼 퀴베 N/V(nonvintage) 상파뉴입니다. 동사의 밀레짐 상파뉴와 거의 동급으로 취급되며, nonvintage 상파뉴로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입니다. 2000년에 처음 출시되었는데, 본래는 밀레니엄 기념 한정판으로(그래서 이름이 프렐뤼드=전주곡) 매그넘만 한 번 출시하고 말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너무 잘 만드는 바람에 정규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알콜 12.5%. 세파쥬는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입니다. nonvintage라 병입일을 알 수 없습니다만, 이번에 마시는 이 병은 출고 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와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해 마셔보기로 하고 마시기 시작합니다.
일단 퍼포먼스에 따라놓으니 아로마가 근사하고 매력적입니다. 입에 넣으니 상파뉴답게 앙금 접촉이 많이 된 느낌입니다. 버블은 상당히 센 편. 샤르도네가 50% 들어갔는데도 강렬한 상파뉴입니다. 그리고 무척 맛있습니다. 버블이 세도 너무 세서 일단 따자 마자 마시려니 탄산 때문에 풍미가 좀 가려지는 느낌이 있는데, 탄산이 좀 날아가고 나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건 샴페인 글라스나 플루트 글라스가 안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에서 이 상파뉴는 보다 선명한 느낌입니다만, 여전히 너무나도 강하고 많은 버블이 맛을 가리고 있습니다. 참 맛있는데 버블이 너무 강하고 많아서 맛을 보기 힘든 것도 신기한 경험입니다. 버블보블버블보블 합니다.
결국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로 마셔보기로 결정. 이런 상파뉴 때문에 이 시대에도 쿠페 글라스도 쓰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잔 중 쿠페 글라스에 가까운 건 라 트라페 전용잔과 세인트 버나두스 전용잔 뿐이고, 그것들은 이 떼땅져 프렐뤼드를 마시기 적합한 정도의 퀄리티가 아닙니다. 그래서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에서 이 와인이 다소의 환원취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니버셜 글라스에서 환원취는 단시간에 날아갔고, 이내 풍부한 과일 아로마를 풍깁니다. 그리고 이제야 진가를 드러내네요.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네랄리티. 경이적인 피네스. 충분한 앙금 접촉과 숙성에서 기인한 팔렡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리기 전에는 복합성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가 섞여있어서 그럴까요. 양립된 순수함이 완성된 균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복합성과 야성을 드러냅니다.
이산화탄소의 베일을 벗은 이 상파뉴는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특히나 이런 미네랄리티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걸까 싶을 정도입니다. 열리기 전에는 단정했는데, 열리고 나서는 자갈 같은 미네랄리티에 더해 깊은 복합성을 느끼게 합니다.
한편으로 이 상파뉴는 부정적인 향들을 품고 있습니다. 환원취, 과숙된 포도의 향, 퇴비와 같은 냄새 같은게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갑니다. 그러나 그런 향들이 결과적으로는 복합성과 생동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세계 와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요.
이 상파뉴를 표현하자면 제우스와 헤라의 대리석상이 있는, 자갈이 깔린 정원에서 아몬드를 얹은 빵과 생포도를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역시나 부르고뉴와 상파뉴는 가산을 탕진하게 만듭니다.
롯데주류 – 백화 월화정인 [☆]
: 백화 월하정인은 롯데주류에서 2022년 10월에 출시한 청주입니다. 라벨에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이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청하의 상급 청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청하와는 달리 주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구연산,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은 들어갑니다. 백화수복과는 다른 술입니다.
알콜 14%. 마셔보면 볼륨감이 조금 있는 타입입니다. 맛 계열은 롯데주류 청주가 어느 정도 유사한 것 같은데, 상급품인 설화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긴 하지만 가격 이상으로 품질차가 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건 좀 맛이 잡스럽고 향기가 부족해요. 문제는 설화는 이제 단종인지 구할 수 없다는 거네요.
제대로 된 청주는 물론이고 리즈너블한 화랑에 비해도 좀 그저 그렇지 않나 싶지만, 이건 풍미 계열이 사케에 가까워서 데워마시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미 차게 마시고 있다는 거고요. 언제 데워먹는 걸 시도해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이트진로 – Terra [☆]
: 테라 일반 버전 PET를 마셔봅니다. 알콜 4.6%.
테라는 켈리나 테라 한정판 싱글몰트와 달리 전분이 좀 들어갑니다. 그래서 살짝 가벼운데, 제법 좋은 홒을 사용해서 그런지 향이 좋고 잘 어울립니다. 맥스에 비하면 더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나는 테라가 켈리보다 맛있습니다.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너무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하이트진로 – Terra Special Editon Single Malt from Tasmania 2023 [☆]
: 하이트진로의 2023년 테라 한정판을 넉넉히 구매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실 생각입니다. 2023 테라 한정판은 올 몰트 비어로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의 몰트와 홒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용한 홒의 품종은 엘라(Ella)라고 하는데, 내가 익히 아는 품종은 아닙니다. 싱글 몰트라는 표현은 싱글 몰트 스카치의 인기를 빌려온 것 같습니다.
알콜 4.6%. 일단 캔째 마셔봅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버블이 상당히 부드럽고 점도가 높습니다. 높은 점도 때문에 IPA나 브루클린 필스너가 떠오릅니다. 다만 홒 풍미가 브루클린처럼 강하지는 않습니다.
첫인상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째 바다거품같은 거품 잔뜩에 점도만 높은 느낌이었거든요. 이정도면 맥스 한정판은 물론이고 초창기 맥스 프라임 일반판만도 못한거 아닌가 싶은데요. 제조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날이 추워진 이후에 유통된 맥주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납득이 잘 안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맛이 살아나는데, 포인트가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매우 낮았는데, 이건 그렇게 마시면 안 되는 맥주 같습니다.
그래서 라 트라펠 전용잔에 마시기로 했는데, 전에 이 잔에 라 트라페 쿼트라펠을 마시고 제대로 세척을 안 해뒀더니 쿼트라펠의 달달한 초콜렛 같은 향이 살짝 배어있는 상태가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나쁜 향은 아니기도 하고요.
라 트라펠 전용잔에서 이 맥주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캔째 마시지 않는 게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이후 향이 두드러지지 않는 서머스비 전용잔에 마셨더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맛을 상세히 보려고 할 때 좋은 레벨은 아니고, 가볍게 마시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Indigo Eyes – Chardonnay California 2020 [★☆]
: 인디고 아이즈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입니다. 다양한 품종의 리즈너블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중 2020년 샤르도네(미국식 발음으로는 샤도네이)를 마셔봅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6.9도였습니다. 마개는 길이가 짧은 테크니컬 코르크인데, 코르크에 아무런 인쇄도 없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셨습니다.
마시자마자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트 와인다운 산도와 신선함이 살아있는 선에서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바닐라, 시럽, 크림, 분유 같은 느낌이 꽤 있습니다. 맛 자체도 살짝 달달한 것 같은게 잔당감이 있다고 봐야겠고요. 오키드한 쓴맛도 살짝 가지고 있습니다. 온도가 워낙 낮은 영향도 있겠지만 미네랄리티나 복합성이 별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 정도만 되어도 꽤 맛있습니다. 어지간히 무능한 생산자가 아니고서는 샤르도네로 맛없는 와인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맛없는 샤르도네를 딱 한 번밖에 못 마셔봤습니다.)
이렇게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달콤한 뉘앙스를 가진 미국식 오크드 샤르도네는 언제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그렇듯, 캘리포니아의 ‘샤도네이’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부르고뉴를 지향하지 않아요. 와인도 술일 뿐인데 부어라 마셔라 즐겨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느낌의 샤르도네를 만듭니다. 특히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는 더더욱 그런 느낌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예외적인 것도 나오긴 합니다.) 여담인데 마시기엔 언제나 적합하지만 요리에 쓰기엔 난이도가 높은 타입입니다. 요리용으로는 쓰기 매우 힘들어요.
마시다보니 조금 열리면서 다소의 미네랄리티가 드러납니다. 입에 넣으면 순간 맑은 시냇물을 마시는 것 같은 청명함이 있다가, 이내 곧 분유-바닐라-오크 계열의 맛이 지배합니다. 역시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화장을 짙게 한 여자 같은 느낌이에요. 함께 파티를 즐기기에 즐거운. 실제 스탠딩 파티에서도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상파뉴 못지 않게 날아다닙니다.
이후 열리면서 부케가르니 같은 허브 및 스파이스 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린페퍼, 세이지나 타라곤 같은.
별점 결정은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감성적으로는 별 반 개 올리고 싶은데 이성적으로는 아니네요. 어쩔 수 없이 샤르도네는 나의 최애이자 진리입니다.
Pilsner Urquell [★☆]
: 이번 가을에도 필스너 우르켈을 마십니다. 알콜 4.4%. 언제 마셔도 고상한 맥주입니다. 좀 쓰긴 하지만. 실망시키지 않네요.
264청포도와인 – 절정 Medium Dry 2021 [★★]
: 264청포도와인은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의 고향인 안동시 도산면의 와이너리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하고, 청포도인 청수 품종으로 양조를 하고 있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의 그 곳에서 키운 청포도로 와인을 빚는 곳이지요. 안동시에서 지역특화사업으로 조성한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에 사용된 ‘청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와인 양조용 품종으로,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품종입니다. 본래는 식용 포도로 육종했는데 맛이나 향은 좋았지만 수확기가 되면 알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실패한 품종으로 인식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조용으로 써보니까 좋아서 양조용 품종으로 보급에 성공했습니다.
264청포도와인은 현재 이육사의 시 제목에서 따온 ‘광야’, ‘절정’, ‘꽃’ 세 종류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광야는 Dry, 절정은 Medium Dry, 꽃은 Sweet라고 합니다. 그 중 이번에는 2021년산 절정을 마셔봅니다. 병에는 ‘절정’ 중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부분이 적혀 있습니다.
수상 경력이 꽤 있는 와인입니다. 2019 한국와인대상 실버상, 2020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1 한국와인베스트트로피 골드상, 2021 대한민국주류대상 우리술(한국와인 부문) 대상, 2021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1 아시아와인트로피 실버상, 2022 대한민국주류대상 우리술(한국와인 부문) 대상, 2022 베를린와인트로피 골드상, 2022 아시아와인트로피 골드상, 2022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3 한국와인베스트트로피 그랑골드상 을 수상했습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 병 내 6.5도.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코르크에 남은 흔적을 볼 때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와인에 대한 이해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있을 정도로 대미지 입지는 않았고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십니다.
이 와인은 유감스럽게도 보당이 좀 된 와인인데, 성분 중 포도가 92%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아마 보당 없이 양조했으면 과거의 카비넷처럼 도수가 좀 더 낮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대체로 보당이 된 게 많은데, 유감스럽지만 이해는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도 그렇고, 우리나라 기후도 포도 키우기엔 진짜 안 좋거든요.
굉장히 달달한 아로마. 먹어본 적 없는 품종의 생포도나 포도향 풍선껌같은 향. (이 와인에는 폭시-foxy-하다고 표현하는 향이 있는데, 와인 평가할 때는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향입니다.) 입에 넣어보니 일단 응축감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네요. 일단 와인으로는 좋은 평을 주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하게 맛있습니다. 살짝 달달한 걸 맛있게 느끼는 건가 의심하면서도, 그러기에는 이 술이 (저온에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단맛을 가진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향보다는 맛이 좋은 와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온도가 좀 올라가고 나니까 나름대로 미미한 달콤함을 가진 와인이긴 합니다.)
설탕을 넣은 영향인지 다른 무언가가 영향인지 알콜 성분이 꽤나 자극성이 있습니다. 목 상태가 완전히 정상은 아닌 상태에서 마셨는데, 마실 때 목에 꽤 자극이 느껴집니다. 맛이 새콤하지는 않은데 산은 꽤 있고, 그렇다고 산도가 앞서지는 않네요.
과일과일한 정도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같은데, 그 과일 뉘앙스가 굉장히 포도스럽습니다. 풍미가 좀 다르긴 하지만 샤인머스캣이나 어텀크리스피같은 식용 청포도를 액체화시켜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좀 듭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달지는 않고요.
생각보다 떼루아 느낌이 제법 있습니다. 응축감은 미국 저렴이 메를로보다 더 나쁜데 맛은 묘하게 좋다보니 진짜 이건 본투더 작업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팝핑캔디마냥 튀는 알콜이 꽤 자극성이 있는데도 잘 넘어가는 편이고, 우리나라 사람 입맛을 고려할 때 어지간해서는 이 와인 맛있다고 할 것 같네요.
마시면서 조금씩 깨닫는데 이거 아주 미세한 탄산이 좀 있습니다. 버블 크기가 작아도 너무 나노스럽게 작아서 감지하기 힘든데, 그 강도는 약하지 않습니다. 눈으로는 전혀 안보이는데 제법 있어서... 디캔팅해서 최대한 날려버리면 팔렡이 좀 변할 것도 같은데 디캔터 쓰기 번거로워서 포기. 온도가 올라오면서 미네랄리티가 조금씩 올라오는데 괜찮네요. 우리나라 기반암이 화강암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거 서빙 온도가 좀 높아야 해요. 10도 이상 추천. 그리고 디캔팅 추천입니다. 병숙성 잠재력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일단 병입 후 너무 오래되기 전에 마셔야 할 타입으로 추정합니다.
열린 후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묵직해지면서 미네랄 느낌이 강해집니다. 열리기 전에는 액체화시킨 식용 포도를 입에 넣는 느낌이었는데요. 열리고 나니까 액체로 만든 화강암을 입에 넣는 기분입니다. 이건 비유하자면 석가여래상주설법탑... 통칭 석가탑입니다. 다만 그 위에 진흙을 한 겹 덮은.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변해서 생각해보니까 탄산이 문제였습니다. 탄산 날아가고 나니까(+온도가 올라가니까) 진가를 한순간에 보여줍니다.
와인 자체의 포텐셜 감안 레벨은 (의외로) 별 두개 반입니다. 열리고 난 후 드러난 미네랄리티의 퀄리티가 기대보다 너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거 잠재 레벨에 비해 완성도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이 와인이 가진 폭시한 아로마는 전통주 애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테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다수가 고개를 가로저을 겁니다. (나는 와인 애호가 기준으로는 폭시함을 그리 싫어하는 편이 아니긴 할 겁니다.) 그래서 별 한개반에 가까운 두개로 평가하겠습니다. 아마 이 와이너리는 앞으로 점점 좋아질테지만, 지금은 아직 포텐셜이 다 발휘된 상태가 아닐 겁니다. 이번에 마신 바틀 병숙성 시킨다고 확 좋아진다는 게 아니고요. 264청포도와인에서 앞으로 점점 더 좋은 와인을 만들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일단 열심히 만든 건 알겠습니다. 이런 잠재 레벨은 무성의한 와인에서는 나올 수 없지요. 보당 안하면 더 좋을 거 같고요. 청수 자체도 아직 완성된 품종에서는 거리가 먼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감히 말하건데 이 와인은 이육사의 이름을 사용하는데 적어도 부끄러운 와인은 아닙니다. 강철로 된 무지개의 편린 정도는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다만 추천은 시음온도 11도 이상, 디캔팅, 그리고 부르고뉴 글라스입니다. 조건을 갖춘다면, 마시면 됩니다.
: 건강한사람들(주) 에서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유통하는 에너지 음료. 포장만 봐서는 무슨 음료일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리치나 람부탄 같은 열대과일 맛이 나는 에너지 드링크라 생각하면 됩니다. 프로게임단 광동 프릭스 선수들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약한 탄산이 있고, 열대과일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부스트 효과가 좋습니다. 괜찮은 에너지 음료인데, 네이밍과 패키징 때문에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 많이 팔리는 느낌이 아니거든요. 그나마 캔 패키징은 괜찮은 것 같은데 PET 패키징은 얼핏 봐서는 에너지음료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건 차라리 비타 500같은 패킷으로 유통했으면 더 잘 팔렸을 것 같아요.
세븐브로이 – 넌, 강서 Non Alcoholic
: 강서 맥주의 논알콜 버전입니다. 1%미만의 에탄올을 함유하고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무알콜 맥주답게 본래의 맥주에서 무언가 빠진 느낌이 나고, 신맛이 꽤 느껴집니다만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무알콜 맥주 치고는 알콜이 조금 들어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 정도 도수면 잘 익은 김치나 과일을 먹었을 때 섭취하는 알콜 양과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진짜 맥주처럼 거품이 상당히 많이 생깁니다. 무알콜 맥주 중에는 입수가격이 조금 높은 편인 게 아쉽습니다.
롯데웰푸드 – 파스퇴르 설레임 밀크쉐이크
: 밀크쉐이크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달콤한 우유로 만든 슬러쉬 같은 거고, 다른 하나는 아이스크림을 녹인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유통되는 건 후자고요. 이 제품은 진짜 설레임을 녹인 느낌에 가깝네요.
맛은 괜찮습니다. 실제 설레임이 그렇듯.
유어스 – 감동란 계란쿠키
: GS리테일 유어스 브랜드의 계란쿠키입니다. 제조사는 제주내먹이라는 서귀포 회사네요.
꽤 맛있습니다. 파삭한 느낌으로 잘 만든 계란과자입니다. 밀은 국내산 밀을, 계란은 유정란을 썼는데, 결과물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노른자맛이 강합니다. 먹으면서 묘하게 진짜 감동란이 떠오르는 면이 있네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케루 롱 구미 그레이프
: Mikakuto Co. 라는 곳에서 만든 일본산 젤리입니다. 길고 얇은 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개봉해보면 고무 파이프의 일부 같은 올록볼록한 젤리가 들어있는데, 입에 넣기 전에는 껌 같습니다. 그렇지만 입에 넣고 씹으면 껌이 아니라 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맛은 좀 불량식품 같습니다. 술냄새 같은 것도 살짝 나는게 맛없지는 않은데 쓸데없이 긴 포장으로 먹기가 좀 피곤해서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습니다.
서주 – 페코 아이스 모나카 딸기
: 제법 비싼 신제품 모나카 아이스크림. 페코가 포장에 그려져 있습니다.
맛이 가볍습니다. 유지방 함량이 없지 않은데 무겁지 않은 게, 꽤 좋은 걸 사용했구나라는 느낌이고, 딸기향도 질이 괜찮게 느껴집니다만 그 외에 특별히 맛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평범하면 참 좋게 생각했을 아이스크림인데, 가격이 너무 사악합니다.
과자를 입에 넣으니 북어 향이 확 풍기는 시즈닝이 잔뜩 묻어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운 맛이 꽤 납니다. 꽤 바삭바삭한 식감이고요. 시즈닝에 북어가루 좀 섞어놓은 건가 싶네요.
이게 왜 그리 인기있는걸까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북어포 먹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하림 – The 미식 장인라면 얼큰한맛 (용기)
: 험로라 할 수 있는 라면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질주 중인 하림의 The 미식 장인라면 얼큰한맛 용기면을 먹어봅니다. 챔라면이 그렇듯 이 라면도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조리하는 레시피입니다.
향이 꽤 묘합니다. 처음에는 특이한 스파이스를 사용한 건가 의심했지만, 자세히 먹어보니 사용한 건야채들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면은 역시나 특유의 꼬들면이고, 전자렌지에 돌린 후에도 생생합니다.
나름 맛있네요. 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편의점 기준 1+1 가격으로 사야 먹을 만한 가격이라고 느낍니다.
뚠뚠푸드 – 얼큰 돈코츠 라멘
: 용기에 생면과 건더기스프, 진공 포장 차슈가 들어간 돈코츠 라멘입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로 익혀 먹는 조리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입 먹어보니 라멘이라기보다는 짬뽕이 떠오릅니다. 돈코츠 라멘 맛이 아니고, 고기짬뽕 맛이에요. 특히 면만 먹을 때는 완전히 짬뽕이고요. 국물은 그나마 뼈를 우린 느낌이 강해서 돈코츠 느낌도 나긴 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스타일 좀 특이한 짬뽕으로 인식됩니다.
라멘이라는 게 원체 범주가 넓다보니 이것도 라멘이라고 한다면 라멘이겠습니다만.
HBAF – 청양마요아몬드
: 허니버터아몬드로 유명한 바프의 청양마요아몬드입니다. 개봉하면 느껴지는 향은 그냥 청양고추가 아니라, 고추를 넣은 간장조림 향입니다. 그렇게 맵지는 않아서 사실 청양고추보다도 꽈리고추가 더 떠오릅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 것이, 어째 고추찜닭 같은 데 아몬드를 넣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제는 ‘마요’ 맛이 안 나는 것 같아요.
남양 –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R 슈크림 라떼
: 커스터드크림 맛에 우유맛, 그리고 그 가운데 쓴 커피의 맛이 있습니다. 생크림에 가까운 커스터드크림에 로부스타 커피를 더한 것 같은 맛입니다.
나에게는 결과적으로 커스터드크림 맛도 강하지 않고, 커피도 너무 쓴맛으로 액센트 넣으려고 했다는 느낌이긴 한데요. 아무래도 이런 건 가볍게 마시는 음료로 접근해야겠지요.
푸드올로지 – 가벼움을 위한 히비스커스맛 콜레티 워터
: 최근에 나온 신상품인데 잘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히비스커스 차 같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달달하고 옥수수팝콘향과 자몽향이 있습니다. 제로칼로리 감미료계열 맛이 살짝 나고요.
히비스커스는 진짜 색깔 날 정도로만 우린 것 같아요. 히비스커스 풍미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농도가 워낙 옅어서 차라기보다는 물입니다. ‘워터’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히비스커스‘색’ 자몽향 제로칼로리감미워터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롯데칠성음료 – 아이스 칸타타 카라멜 마키아토 팩
: 이런 타입의 카라멜 커피는 맛이 묘합니다. 본래 카라멜 마키아토를 만들때는 커피와 카라멜소스를 믹싱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런 팩 음료는 완전히 믹싱이 되어 있지요. 그래서 맛에 레이어가 없고, 본래의 카라멜 마키아토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이 팩커피는 탄맛이 나는 커피에 카라멜소스를 섞은 것 같은데, 양쪽 다 주장이 강합니다. 조화롭게 섞여있지 않아요. 이 이질감이 어쩌면 궁여지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카라멜맛이 강하다보니 순식간에 다 마시긴 했습니다.
말표산업/한국생활건강/금강B&F - 마력 Darkhorse
: 연구개발은 한국생활건강, 제조원은 금강B&F, 유통은 말표산업이 하는 말표 마력입니다. 24캔 사서 근래 즐겨마신 에너지 드링크인데요.
다소 자극성이 있는 에너지음료 맛이고, 신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살짝 단 편이라고 생각하네요. 설탕 + 스테비아 + 수크랄로스 구성으로 캔당 100kcal고요. 카페인은 250ml에 100mg로 강합니다. 마시기 쉬운 맛이고 괜찮은 부스트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 입에는 노멀 핫식스에 비하면 이쪽이 맛있고, 구매했던 가격도 저렴해서 좋았네요.
오뚜기 – 열떡볶이면 오리지널 (용기)
: 오뚜기에서 나온 용기면. 실제 작은 크기의 떡볶이용 떡이 들어있습니다. 면, 떡, 건더기스프를 물에 데친 다음에 액상스프와 분말스프를 비벼 먹는 라볶이 타입인데, 떡이 잘 안 익기 때문에 전자렌지를 활용해서 더 데치는 쪽이 좋습니다. 특히 가정이나 탕비실에서 100도로 끓인 물에 해먹으면 모를까, 편의점에서 공급하는 90~93도 정도의 온수로는 더 안익습니다.
이 용기면은 분말스프가 완전히 용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추장처럼 꾸덕한 액상과 버무려지는데, 그래서 분말스프의 맛이 꽤 선명하게 납니다. 분말이 섞인 소스맛의 농도가 꽤 진하고요. 떡볶이답게 맵고 달달한 맛입니다. 분말스프 때문인지 맛의 포인트와 양감이 꽤 전향적인데, 어쨌든 어택이 있는 맛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롯데칠성음료 – 레쓰비 카페타임 라떼
: 기본적으로 레쓰비 맛입니다. 커피라고 하긴 어렵고 커피맛 음료.
분유맛이 꽤 납니다. 인스턴트 커피믹스의 캔커피 버전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덜 커피같고. 커피우유가 커피가 아니듯 이것도 커피는 아닌 것 같아요.
롯데칠성음료 – 칸타타 스위트 아메리카노 (캔)
: 이쪽은 예전부터 어째 여러 번 마셔보게 되고 있는데, 마실 때마다 느끼지만 아메리카노 맛이 아닙니다. 본래 아메리카노는 보존성이 없는데요. 이 캔은 성분에 농축액과 합성향료, 보존재가 들어가있어서 보존이 되는 거 같고, 그래서 내가 마시기에는 아메리카노 맛이 아닙니다.
본래의 아메리카노와는 맛이 다르다보니 이런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아메리카노와 이런 캔 아메리카노 가격이 같아도 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삼양식품 – 콩나물김치라면 (봉)
: 김치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콩나물 건더기가 딱히 보이지는 않지만, 콩나물 맛도 꽤 납니다. 이름 그대로 콩나물김치라면의 맛을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면은 탄력이 좋고 맛있습니다. 삼양식품은 면을 잘 만드는 회사입니다. 봉지면용 유탕면에 한정한다면 삼양식품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우지쓰던 시절에 비하면 팜유에 튀기게 된 이후의 품질은 조금 아쉽습니다만. 지금은 그나마 이게 최고지요.
잘 만든 라면인데 나에게는 콩나물 건더기나 두부 및 유부 건더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라면을 베이스로 콩나물, 두부 등을 더 넣고 끓여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남양유업 – 테이크핏 맥스 초코맛
: 근래 대유행 중인 단백질음료 중 하나. 맛은 초코맛인데 굉장히 진득합니다. 점도가 엄청나게 높아요. 용해되지 않는 가루가 느껴지고, 그런 가루가 섞인 묽은 점액질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더해 제로음료같은 단맛이 있어서 성분표를 보니까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이 들어가있네요. 거기에 자극적인 향이 약간 있고, 그 향이 제로감미료외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꽤나 괴악한 맛인데, 즐겨 마시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은 음료라 각자 입맛은 참 다르구나 싶습니다.
오뚜기 – 마열라면 (봉)
: 오뚜기의 신제품 라면입니다. 열라면의 변형판 또는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데, 근래 마라탕이 메이저하다보니 마라 계열인가 생각했지만 포장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마늘의 마입니다. 건더기스프와 분말스프 외에 마늘후추 블럭이 추가로 들어있는데, 조리 후에 블럭을 넣어 풀어 먹으면 됩니다.
이 라면은 계열로 치면 팔도의 남자라면과 흡사합니다. 나는 남자라면도 좋아하는데, 이 마열라면도 입에 맞아서 여러 봉 먹고 있습니다. 오뚜기다운 양질의 면과 맛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제법 매운 편에 속하는 라면입니다.
면이 매우 훌륭합니다. 근래 나오는 라면 면 중 거의 최고 레벨의 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견으로 봉지면은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용기면은 농심과 팔도가 면을 잘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웅진식품 – 자연은 더 말린 제로 자몽
: 향은 제법 자몽 향이 납니다. 맛은 자몽 맛이 아니지만요.
기분나쁜 수크랄로스와 에리스리톨, 아세설팜칼륨 맛을 제외하면 다양한 과일 풍미가 들어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제로음료만 아니라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맛일텐데요.
동서식품 – Maxim T.O.P 마스터 라떼
: 커피우유와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커피우유보다는 좀 더 진한 커피맛 + 좀 약한 우유맛이라고 하면 될까요? 들어있는 커피의 맛은 꽤 거친 경향입니다. 그 거친 느낌이 존재감을 살리고 있긴 합니다. 카페라떼라기에는 커피우유같지만, 커피우유라기엔 커피가 그래도 나 커피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정도의 그런 위치에 있습니다.
하겐다즈 – 피스타치오 & 크림 파인트
: 하겐다즈의 신제품. 하겐다즈의 제품이 대체로 그렇듯 매우 맛있습니다. 피스타치오 알갱이도 많이 들어있고, 피스타치오 맛도 많이 납니다. 나는 원래 피스타치오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아이스크림이 입에 잘 맞았습니다.
나에게는 하겐다즈의 모든 제품군 가운데서도 손꼽히게 마음에 듭니다. 압도적인 칼로리 생각만 안 하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먹기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