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계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정치 2014. 8. 4. 21:52 Posted by 해양장미

 이번 보궐선거 이후 이제야 새민련 및 야권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앞이 캄캄해진 여러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글쎄, 그래서 저는 애진작에 야권을 버려야 야권이 산다고 말해왔는데...

 

 제 친구 하나도 그러더군요. ‘나는 민주당에 기대를 계속 가지기에 오판을 하는 것 같다.’라고요. 그래서 저는 원래 사람은 판단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내가 좋아하는 쪽에 좀 더 엄격한 게 바른 판단에 도움이 된다.’ 정도로 답해줬습니다.

 

 사실 민주당계의 몰락과 답 없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서 몇 번에 걸쳐 말해왔습니다만, 민주당계는 인재 수급이 제대로 안 된지 꽤 됩니다. 유시민이 개혁당하고 국민참여당으로 두 번 애들 꼬셔서 말아먹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아니면 창조한국당은 들어가도 민주당엔 잘 안 들어간 게 이미 15년은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새민련 내 운동권 파벌들 소식이나 양상 보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그 사람들 민주정 지지자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 아닙니다. 원래 운동권 이념은 사회주의였고 거의 철저하게 군대식 문화로 투쟁하던 사람들이라, 요 몇 년 기준 유능하고 진보적인 청년들 차라리 새누리당 개혁파로 들어가고 말지 민주당엔 거의 안 들어갑니다. 한총련 패망 후 민주당에 야망 가진 성골 뉴페이스는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미 유시민 국참당 시절부터 민주당은 모이면 죄다 나이 좀 있는 분들 모임이었어요.

 

 솔직히 90년대 생 진보적인 청년들하고 386, 486 운동권 사이의 정서적문화적 거리는 진짜 한 220만 광년 쯤[각주:1] 됩니다. 똑똑하고 진보적인 애들 거기 잡아다 놓는 건 불가능해요. 적어도 의식이 깨있고 권위주의를 싫어하는 청년이라면 며칠 버티기도 힘들죠. 민주당이 진보? 민주주의? 솔직히 김대중의 존재를 빼면 시작부터 그랬던 적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지주의 정당이었고, 박정희 때부터는 김대중의 정당이었고, 김대중 이후엔 민주당은 이미 끝난 것이었습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도 민주당에 김대중의 후계자라 할 만한 인물[각주:2]이 없어서였습니다. 그 땐 노무현 아니면 이인제였거든요. 사실 이인제가 더 유력했고요.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노무현은 민주당을 철저하게 부숴놨습니다. 대안이라고 나왔던 열린우리당이야 객관적으로 망한 정당이고요.

 

 민주당계가 망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철학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민주당계는 김대중의 제왕적 리더십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고, 경선 과정에서도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야 하며 보다 시민참여형의,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한 정치 체계가 옳다고 생각하게 된 것[각주:3]입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민주정에 대한 무지와 반지성주의, 그리고 운동권 특유의 사회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오판이었습니다. 야권 정치인들 및 지지자들 사이엔 87체제 이후에도 이 체제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달성이 아니고, 더 높은 수위의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면이 광범위하게 있는데[각주:4] 그 흐름이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근현대 민주정의 현실과 논리를 무시한 몽상은 정당의 기반이 흔들리고 비리가 난무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열린우리당 붕괴 이후엔 실제 민주정 지지자가 아닌 이들이 일정한 권력을 쥐고 살벌하게 계파 다툼을 벌이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운동권 출신들 중 다수는 여전히 되도 않는 우월감과 선민의식이 있고, 이런 선민의식은 깨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내심 1당 독재를 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지요. 그저 자신들만이 권력을 쥘 자격이 있다는 종교관을 가지고, 정의의 수호자로 어필하면서 선거 때마다 선택을 못 받으면 국민이 다 큰 강아지라고 소리 높여 망언을 외쳐왔을 뿐입니다. 그런 세월이 반복되니 당연히 DJ 때부터 민주당 지지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지요. 애초에 민주정을 지지하지 않으니, 민주정 체제에 적응하여 무언가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을 돌이키기엔 이제 너무 늦었습니다. 안철수는 실패, 손학규는 떠나. 새민련에 어떤 혁신이나 진보가 남았을까요? 새누리당 반대하는 거 말고, 야권 비판하는 목소리 일베충이니 알바니 정직원이니 낙인찍고 욕하는 거 말고 도대체 무슨 진보적인 아젠다를 내걸고 대안과 희망을 제시한단 말입니까? ‘저녁이 있는 삶말하던 손학규는 끝났으니 이젠 없습니다. 문재인의 지난 대선공약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그저 고개가 가로저어질 뿐입니다. 그런 걸 한국 제1야당 후보 대선공약이라고...

 

 되도 않는 권력추구 집단은 시민들이 나서서 끝내야 합니다. 이미 이번 보궐에서 시민들은 충분히 그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너무나도 어리석었던 안철수가 이용만 당하다 몰락한 사례가 있으니, 이젠 어지간한 명사가 저 쪽 집단에 기웃거리는 확률은 현저하게 낮아질 겁니다. 착한 척 하는 데 속아주는 것도 일이년이죠. 안철수도 워낙 정치초짜에 뭘 모르니까 새민련 만든 겁니다. 정치 좀만 알았어도 절대 안했을 오판이었죠.

 

 아직은 박원순 등이 어찌 차기 대통령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민주당이 제대로 부활할지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발버둥의 일환인지 이번 선거 후에도 역시나 어김없이 국개론이 나오고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나옵니다. 김형식 사건, 기동민권은희 등 납득할 수 없는 공천, 서갑원이나 신정훈 등 비리 전과 후보 등등을 보고 대체 뭐가 이쁘고 잘한다고 새민련을 뽑아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저 지들 안 뽑아줬다고 국민이 수준이 떨어지네 어쩌네 민주주의의 위기네 그러는 인물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게 사이비 종교랑 뭐가 다른 건지.

 

 일단 민주정의 기본에 대해 이해는커녕 거부감을 가진 반민주주의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보편적인 국민들은 민주정을 원하는데, 강성 야권 인사 및 깨시민들은 사실 민주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인정은 못 해도 내심 왕정이나 1당독재를 더 좋아할 겁니다. 자신들이 미는 정치인이 왕이 되면 오체투지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무슨 정치제도를 지지하건 개인의 자유이긴 합니다만, 저런 사람들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양 거짓말을 해 대니 참으로 문제입니다.


 

  1. 안드로메다와의 거리 말입니다. [본문으로]
  2. 사실 김대중의 진짜 후계자는 박근혜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용적인 표현이 아닌 이상 그 근거는 부족해 보입니다. 다만 김대중과 박근혜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본문으로]
  3. 요약하자면 인민주권론입니다. 언젠가 국민주권 VS 인민주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4. 저는 이런 그릇된 인식이 87 민주정체의 정치적 실패 중 많은 부분의 주요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