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 Bichot – Petit Chablis 2021 [★☆]
: 부르고뉴의 대형 네고시앙 중 하나인 알베르 비쇼의 쁘띠 샤블리 2021 입니다. 나는 샤블리를 꽤 좋아하지만 어쩌다보니 정말 오래간만에 마시게 되네요. 쁘띠 샤블리는 일반 샤블리보다는 아랫급의 아펠라시옹입니다만, 레지오날이 아닌 코뮈날 등급입니다. 샤블리 특유의 키메리지안 토양이 아닌, 샤블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확장된 포틀랜디안 토양의 포도밭에서 재배되지요.
알콜 12.5%. 테크니컬 코르크 마개.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했습니다.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7.8도였습니다.
아로마에서부터 북쪽에서 재배한 샤르도네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입에 닿는 순간 미네랄리티가 우선적으로 느껴집니다. 키메리지안에서 키우지 않았더라도 샤블리는 샤블리. 미네랄의 종류가 일반적인 샤블리와 다르긴 합니다만.
응축감이 강하지 않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피니쉬도 별로 없고요. 그렇지만 퀄리티나 완성도와는 무관한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선명한 미네랄리티를 가지고 있는데, 그 느낌이 (키메리지안 토양의) 샤블리나 다른 부르고뉴라기보다는 나에게는 보르도를 연상하게 합니다. 모래에 둥근 돌들이 여럿 있는 그런 느낌의 미네랄리티입니다. 샤블리답게 산도가 꽤 있지만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 합니다.
가격대가 그리 비싸지는 않은 와인이고, 알베르 비쇼가 딱히 와인을 잘 만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딱히 양질의 와인은 아닙니다. 역시 샤블리는 쁘띠 샤블리라도 샤블리구나라는 생각과, 샤블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레몬 제스트를 연상시키는 향과 산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이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산도 자체는 상파뉴 블랑 드 블랑 수준인 것 같습니다. 살짝 오크스러운 느낌이 없지는 않은데, 오크통에서 발효했거나 숙성했다기보다는 앙금 접촉에서 생겨난 풍미일거라 추정. 오일리함을 어느 정도 가지고 꽤나 둥글둥글해서 대중적으로는 괜찮겠지만 나에게는 좀 아쉽고 재미가 덜한 기분입니다.
이 와인은 비릿한 이취가 조금 있는데, 와인 양조 과정에서의 결함이 무언가 약간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능한 차갑게 마시는 쪽이 낫습니다.
Domaine Amélie & Charles Sparr - Riesling ‘Sentiment’ 2018 [★★☆]
: 알자스의 도멘 아멜리 & 샤를 스파의 리슬링 ‘성티멍’ 2018입니다. 알콜 13.5%.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와 가브리엘 골드를 준비했습니다.
알자스는 부르고뉴의 북동쪽, 독일의 경계 부근에 위치한 지역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대략 신성로마제국 –> 오스트리아 –> 프랑스 –> 독일 –> 다시 프랑스가 된 지역입니다. 와인을 기준으로 보자면 키우는 품종이나 스타일이나 독일과 꽤 닮아있습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1.6도로 약간 높게 서빙했습니다.
향긋한 아로마. 페트롤향은 거의 없습니다. 가브리엘 골드에서는 달콤한 아로마가 있는데, 이런 아로마를 느끼려면 잔 크기가 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로 마실 땐 알 수가 없는데 규모가 꽤 있는 타잎. 입 안에 넣으면 강철같은 산도가 느껴집니다. 찌르는 듯한 산이 아니라 이게 산도가 얼마나 높은건지 잘 감지를 못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강한 산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드러나지 않는 미네랄리티를 제법 가지고 있습니다. 얼핏 쓴맛이 꽤 있는데 높은 산도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
뒷맛이 다소 지저분한데, 부서지는 것 같으면서 복합성이 있는 피니쉬입니다. 이 와인은 비오디나미고 내추럴 방식으로 양조되었습니다. 내추럴 방식의 영향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름 단단해서 좀 열어서 마셔야 합니다. 다소의 브리딩이 필요합니다.
기대보다 웅장한 규모를 가진 와인입니다. 의외로 대지의 떼루아를 느끼게 하는 타잎. 정취가 좋다거나 노트가 아름답다거나 완성도가 높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힘과 밀도가 아주 좋습니다. 비오디나미는 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곤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내추럴을 고집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나는 좀 부정적이긴 합니다만.
스월링을 하다보면 잡스러움 속에서 나름대로의 매력적 요소라고 할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긴 합니다. 땅을 파다 반짝이 스티커라도 주운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찮지만 관점에 따라 귀하게 볼 수도 있지요.
Fontella – Chianti 2020 [★★★]
: 폰텔라의 키안티 DOCG 2020. 이 키안티는 James Suckling(제임스 서클링)이 89점을, Tastings라는 곳에서 90점을 준 적 있네요. 라벨에 MADE WITH OGANIC GRAPES라고 적혀있습니다. 품종은 산지오베제 외 카나이올로(Canaiolo)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키안티 클라시코와 달리 키안티는 화이트 품종 블랜딩이 10%까지 가능한데요. 이 키안티는 키안티 클라시코에서도 허용되는 카나이올로만 블렌드되었습니다.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5.7도였고, 지아코모 콘테르노 & 즈비젤 센소리 글라스로 마십니다. 알콜 13%.
아로마는 키안티답게 새콤합니다. 달콤한 향도 납니다. 입에 넣으면 전반적으로 부담없는 느낌입니다. 적당히 가볍고, 과일 뉘앙스를 가지고, 살짝 오크 느낌도 있습니다. 산지오베제 치고는 감칠맛이 강하지 않긴 합니다.
마시다보면 약간의 수박 향도 나는데, 양조 정보를 보면 디스템임에도 이런 향이 나는 게 산지오베제 또는 카나이올로의 가능성인가 싶기도 하네요.
이 키안티는 키안티에 원하는 걸 잘 충족시켜줍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 부담없는 스타일. 유쾌하고 발랄한 향과 맛. 적당한 무게감. 잘 만든 키안티입니다. 특히나 피니쉬의 향이 매력적입니다. 이 바틀은 병숙성도 잘 된 느낌인데, 내 기준 아직 더 숙성이 가능했던 바틀로 판단합니다만 3차 향도 잘 형성되어 있고, 시음적기에 잘 개봉한 것 같습니다. 열리면서 버섯 향이 점점 더 많이 나는데 기대보다 꽤 제법 상당히 맛있습니다. 클라시코도 아닌 키안티가 뭔가 살짝 바르바레스코 마시는 것 같은 만족감을 줍니다.
(조금 첨언하자면 나와 유사한 - 잘 익은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 입맛이라면 토스카나의 2020년 산지오베제 와인을 지금 마신다면 95점짜리보다는 90점짜리 와인을 마시는 쪽이 더 맛있게 느껴질 확률이 높습니다. 보통 와인에서 고득점은 최상의 병숙성 상태를 고려하여 매기는 겁니다. 그건 해석하자면 점수가 높은 와인일수록 오래 숙성할 수 있다는 거고, 장기숙성의 결과 대단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장기숙성형 와인은 그만큼 일찍 개봉했을 때는 맛이 없고, 숙성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대체로 고득점 와인일수록 오래 병숙성하는 게 좋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결코 탄닌이 없지 않고, 2020 빈티지라 그게 다 녹지도 않고 뻑뻑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동시에 바디가 꽤 가볍고 유쾌합니다. 이런 마술같은 부분이 키안티의 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시 센소리 글라스는 이런 비노를 마실 때 완벽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네요.
모처에서 재고 처리 행사같은거 할 때 정말 저렴하게 샀던 바틀로 기억하는데, 대략 구매했던 가격에 비해 너무 맛있어서 최고의 가성비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재미에 와인 마시지요.
열리고 나면 꽃향이 아로마부터 그윽합니다. 산지오베제가 이리 아로마가 좋았던가요? 센소리가 워낙 좋은 글라스다보니 잘 드러내주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맑은내일 – Unam 1945 [☆]
: 맑은내일은 경남 창원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입니다. 같은 계열사에 ‘우포의 아침’과 ‘창원양조’도 속해있습니다. 이 계열사의 주류 중 단감명작은 2024년 가을에 마시고 감상문을 남겼었습니다.
운암 1945는 주세법상 살균약주입니다만, 화이트 와인을 컨셉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병도 와인 병이고, 마개도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글라스는 진짜 화이트 와인 글라스를 쓰는 건 좀 가혹할 수 있으므로 크리슨 MT1301을 사용했습니다. MT1301은 모양이 아름다운 마티니용 쿠페 글라스입니다.
알콜 12%. 어쨌든 이 술은 쌀로 만든 청주고, 명시된 유통기한이 있는데 그걸 지나서 마시고 있습니다. 아로마는 일단 짭짤한 누룩 향이 과도한 게 화이트 와인을 컨셉으로 만들었다기에는 좀 아니다 싶습니다. 화이트와인 글라스를 사용했다면 더 불쾌한 아로마였을 겁니다. 입에 넣으면 물음표가 많이 떠오르는데, 아무리 유통기한을 넘겼다고 해도 이건 꽤 난해한 풍미입니다.
산미가 없는 타잎은 아닌데 그렇다고 병숙성이 될 만큼 강하지도 않습니다. 상당히 풋한 과일 향이 나고, 그에 더해 꼬리꼬리한 계열의 고전적인 약주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척 특이한 풍미입니다.
장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다만 정리가 안 되어 있습니다. 완성도가 낮다는 이야기인데요. 별 생각없이, 맛을 많이 안 보고 마시면 괜찮습니다. 잔은 가능한 작은 걸 쓰는 게 좋겠고요.
롯데칠성음료 – Kloud Krush (Bottle) [-]
: 이 맥주를 여러 번 마시다보니 알콜 4.5%가 들어간 무알콜 맥주처럼 간주하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마시니 마실 만 합니다. 별 맛이 없을 뿐 딱히 나쁜 맛을 가진 맥주는 아니고, 무알콜맥주에 비하면 훌륭한 맛입니다.
Didier Chopin – Cuvée Chopin Grande Réserve 1er Cru Brut [★★☆]
: 알콜 12%. 디디에 쇼팽의 프르미에 크뤼 블랑 드 블랑 None Vintage 상파뉴. 이 퀴베 쇼팽 그랑 리저브 프르미에 크퀴 브뤼는 쉬르 리(앙금 접촉)를 5년동안 하는 퀴베로, 잔당은 8g이고 Côte des Blancs의 포도로 만든다고 합니다.
매우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8.1도입니다. 글라스는 크리슨 PRE06과 가브리엘 골드를 준비했습니다.
크리슨 PRE06로 마시기 시작합니다. 아로마에는 다소의 환원취가 있고, 마이야르된 향이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니 다소 쓰고, 와인보다는 청주나 바이주에서 느낄 수 있는 계열의 향이 나는데요. 정말 독특합니다.
일단 산화가 많이 된 상파뉴입니다. 산은 상파뉴답게 풍부하지만 매우 둥글고 전면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다소 잘못 만든 것 같은, 또는 상태가 좀 애매한 청주나 바이주에서나 날 법한 과일 향이 좀 나는데, 묘하게 그리 불쾌하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풍부하며, 버블은 적당해서 음미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좋은 포도를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규모가 크고, 살집이 좋습니다. 그런데 참 샤르도네로 이런 노트가 나온다는 건 신기한 일입니다. 쉬르 리를 몇년단위로 길게 하고 도사쥬까지 하는 상파뉴는 역시 스틸와인과는 제법 다른 장르가 됩니다.
가브리엘 골드에서는 바이주스러운 향 뒤에 숨은 과일 아로마가 드러납니다. 1, 2, 3차 향이 섞인 매우 복합적인 향이 나고 있습니다. 입에 넣으면 이 상파뉴가 가진 큰 규모가 드러납니다. 규모가 큰 와인은 제대로 된 글라스에 담았을 때 진가를 드러내는데, 소위 상파뉴용 글라스에서는 아마 이 상파뉴의 진가가 전혀 드러나지 않을 겁니다.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서 이건 태생적으로 체급이 높습니다. 사실 그리 잘 만든 상파뉴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포도 품질 자체는 우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파뉴의 프르미에 크뤼는 (공식적으로는 폐지된 제도이기도 하고) 그리 의미있지 않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이건 그 생각을 좀 수정하게 만드네요. 다만 미네랄리티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한편으로 디디에 쇼팽은 가짜 상파뉴 제조로 큰 곤욕을 치르고 현 시점에서는 망한 상파뉴 하우스입니다. 사업주는 구속되었고요. 그래서 이 바틀도 가짜일 수 있었는데, 가짜 마셔본 사람들의 평을 보면 아예 상파뉴 맛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바틀은 퀄리티나 특성을 고려할 때 진품 상파뉴라고 판단합니다.
제주맥주 – 제주 펠롱 에일 [★]
: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가 예전같지는 않습니다만,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맥주 중 이 제주맥주의 펠롱 에일의 퀄리티가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BU34의 페일 에일입니다. 세인트 버나두스 글라스로 마십니다.
알콜 5.5%. 과일을 연상시키는 아로마. 적당히 쌉쌀하고, 적당히 향긋하고, 적당한 무게감과 질감입니다. 좋은 가격에 향긋하고 균형감이 좋은 페일 에일이라 생각합니다.
Brasserie Dupont - Saison Dupont (Full Bottle) [★★]
: 세종 듀퐁은 최초의 세종이자 클래시컬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세종은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이 아니라, 벨기에의 에일 한 종류를 의미합니다.
알콜 6.5%. 크리슨 PRE06으로 마십니다. 스파클링 와인같은 마개로 되어 있는데, 마개가 맨손으로는 잘 안뽑혀서 코크스크류를 이용했습니다.
아주 맛있는 에일입니다. 홒 향, 몰트 향, 플라워리함, 과일 향 같은 게 풍부합니다. 다소 쓴 맛이 있는 편이고 적당한 점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종 듀퐁은 2005년 미국의 맨스 저널이라는 잡지에서 세계 최고의 맥주로 선정한 적이 있다는데, 그런 타이틀이 납득이 될 정도의 퀄리티이긴 합니다.
일반적인 맥주보다야 비싸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비싼 맥주는 아닌데, 가성비가 참 좋습니다.
Val d'Orbieu - La Cuvée Mythique Halloween 2019 [★★☆]
: 할로윈용 패키지로 나온 Vin de Pay’s d’Oc Rouge. 세파쥬는 그르나슈 45%, 시라 35%, 쌩소 20%입니다. 알콜 13.5%.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4도입니다.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과일과일하고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올라옵니다. 잔을 기울여 입에 넣기 전에는 동물적인 3차 향이 있습니다. 입에 넣으면 바디가 제법 가볍다는 첫인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타닌이 없지 않은데, 가볍게 다가온 후 이내 거칠고 무거운 속내를 드러낸 후 입안을 무겁게 누릅니다. 그 후 오크 뉘앙스가 제법 있는 피니쉬를 남깁니다.
1/3 정도밖에 안 들어있음에도 이 와인은 시라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비싸지 않은 와인이고, 완성도가 그리 높다거나 하지 않습니다만 나쁘지 않습니다.
이 와인을 만든 Val d'Orbieu(발도뷰)는 랑그독에서 가장 큰 협동조합으로, 2500명 이상의 포도 재배자가 속해있다 합니다. 그리고 이 라 퀴베 미티크가 그들이 만드는 최고 와인이라고 하네요. 꽤 광범위한 지역에서 가능한 질이 괜찮은 포도를 모아 만들었을 거 같은데, 그 덕인지 다른 건 몰라도 복합성은 나름 괜찮습니다.
기대보다 탄닌이 꽤 강한 느낌인데, 1차 향이 많이 안남아있긴 하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면 이건 더 병숙성을 하는 게 좋았습니다. 기대보다 산도가 꽤 나쁘지 않습니다. 열심히 만든 와인으로 느껴지고, 병숙성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의 이 와인은 복잡다난하며 정돈되지 않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러스틱하고, 우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와인은 아직도 충분한 산과 탄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예 6~10년쯤 더 묵혔다면 내 판단기준으로는 많은 게 더 좋아졌을 겁니다. 다만 이 정도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일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는 규모도 생각보다 커서 레스떼뜨보다 더 큰 잔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이게 레스떼뜨가 어울려지려면 10년은 더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높게 줄 수 있는 와인이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이건 10년 쯤 묵힌 후 센소리 같은 글라스로 마시면 충분히 감동적인 와인이 될 겁니다. 열심히 만든 레드와인에는 그런 잠재력이 있는 법입니다.
열리면서 점차 그르나슈 느낌이 강해지긴 합니다. 그르나슈틱한 달콤함이 드러나고, 맛있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나 그르나슈 좋아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살짝 곶감이 연상되는 맛이 있습니다. 바닐라틱한 달콤함도 있고요. 원래 내가 GSM을 그럭저럭 좋아하긴 하는데, Mourvedre(무드베르드)대신 Cinsault(쌩소)가 들어가도 나쁘지 않네요. 쌩소 존재감이 올라오니 스월링을 하지 않은 상태의, 입에 넣은 첫 팔렡에서 꽃향기가 점차 피어나는게 이래서 랑그독도 나름 프랑스고 프랑스 와인은 특별하다 싶기도 하네요. 무척이나 다면적인데, 중구난방이지만 좋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엿볼 수 있고 그래서 재미있기도 합니다. 부정적이거나 결함이라 할 만한 부분도 없지 않은데, 저렴한 프랑스 와인이니까 그런가보다 합니다.
완전히 열리고 난 후에야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첫 개봉했을때는 거의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열리고 나서도 미네랄리티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산이 없는 와인이 아니기 때문에 있긴 있을거라 생각했고, 막상 느껴지기 시작해도 좀 미미하긴 합니다. 많이 열린 후에는 아예 노트가 좀 달라집니다. 기대보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모든 면을 보기가 어려운 와인이구나 싶습니다.
Long Shadows - Nine Hats Merlot 2015 [★☆]
: Nine Hats(나인 해츠)는 Chateau Ste. Michelle(샤토 생 미셸)의 President이자 CEO였던 Allen Shoup(알렌 슙)이 2002년에 설립한 Long Shadows Vintners(롱 섀도우 빈트너스)의 리즈너블 레이블입니다. 그들이 만든 이 (Washington State에 있는) Columbia Valley(콜롬비아 밸리)의 메를로는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 와인 Best of 2023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Wine Enthusiast에서 Sean P. Sullivan이 88점을 줬네요.
알콜 15.1%. 천연 코르크 마개.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합니다.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레스떼드, 조세핀 No. 3 레드, 가브리엘 골드를 준비했고요.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6.1도입니다.
이 와인은 표기는 메를로지만 실제로는 메를로 블렌드입니다. 이 빈티지의 정확한 비율인지는 모르겠지만 메를로 81%, 카베르네 프랑 15%, 쁘띠 베르도 4%라는 자료가 보입니다.
아로마는 메를로다운 향기가 납니다. 입에 넣으면 생각보다 가볍고, 생각보다 숙성이 많이 되지 않았고, 신선하고, 산이 많고, 스파이시합니다. 캘리포니아의 메를로에 비하면 훨씬 보르도스럽습니다. 보르도라기엔 좀 달고 과일 향이 많이 나면서 도수가 높고 응축감이 약하지만요. 그래도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북쪽이다보니 캘리포니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되는 것 같습니다. 품종이 보르도 블렌딩인 것도 꽤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알콜 볼륨이 꽤 있습니다. 매혹적인 검은 과실. 타닌은 제법 녹아있지만, 아직 5년 정도는 더 숙성될 여지가 있다 느낍니다. 보르도의 와인처럼 스파이시하며 미국와인답게 도수가 높고 달콤합니다. 아직 강인한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글라스는 레스떼뜨와 가브리엘 골드가 어울립니다. 열리고 나면 아로마에서 미국와인다운 분유/바닐라향이 강해집니다. 시음적기의 초반 정도같은데, 미국 음식과 잘 어울릴 듯한 와인입니다. 다만 내 취향에는 아직 좀 어린 상태입니다.
Wine Cruiser Peach [☆]
: 알콜 5%. 크리슨 MT1801로 마시니 비주얼은 끝내줍니다. 역시나 무척 음료수같은 맛이 납니다.
Sieur d’Arques – Première Bulle Rosé Brut [★★☆]
: 우리나라에서는 버블 넘버원 로제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쉬르 다르크의 프르미에 뷸 로제입니다. 세계 최초의 스파클링으로 알려진 Crémant de Limoux(크레망 드 리무)고요. 품종은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그리고 슈냉 블랑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수상경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및 2024년에 스파클링 와인 부문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Non Vintage고요.
알콜 12%. 크리슨 PRE06으로 마십니다. 아주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잔에 따르니 버블이 많고요. 색은 로제라기엔 상당히 화이트스럽습니다. 올드빈 화이트 느낌에 연어색 약간 더한 기분입니다. 마이야르된 아로마가 있고, 입에 넣으면 막상 버블이 그리 강하지는 않네요. 상당히 빠르게 사라지고 거친 버블입니다. 약간의 잔당감이 있습니다. 볼륨감도 있는 편입니다.
품질 자체는 상당히 상파뉴에 가깝습니다. 다만 포도의 완숙도라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산미 등은 랑그독답다고 해야할까요. 이건 이대로 맛있습니다만, 상파뉴처럼 장기숙성시키긴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슈냉 블랑 덕인지, 떼루아가 워낙 달라서인지 꽤 독특한 즐거움을 제공해 줍니다. 진짜 포도 알갱이 과육을 먹는 듯한 과실미가 있고요. 미네랄리티도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음으로만 치면 저렴한 상파뉴와 견줄 만 합니다. 그리고 브뤼 범주에는 들어가지만 살짝 달콤한게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랑그독-리무라 그런지 크리스피한 레벨의 산도는 안 나옵니다. 상파뉴 대비 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포용적인 달콤함이 좋게 느껴집니다.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이고, 포용적인 편이라 음식 맞추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괜히 주류대상탄 건 아닌 것 같네요.
Palliser Estate – Chardonnay 2021 [★★]
: 뉴질랜드 또는 아오테아로아는 대중적이고 접근성 좋은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합니다만, 그들이 진심으로 만드는 화이트 품종은 샤르도네라 할 수 있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보급형 라인업으로만 만들고, 플래그쉽은 피노 누아 및 샤르도네인 와이너리가 많아요.
펄리셔는 뉴질랜드 북섬의 남쪽 Martinborough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이 샤르도네는 해당 와이너리의 기본급입니다. 다만 이 2021년 빈티지는 상급 빈야드인 Om Santi의 포도가 31%들어갔습니다. 손수확, 통째로 압착, 야생 효모로 프렌치 오크통에서 발효. Wine Orbit에서 95점을, Cam Douglas MS에게 94점을 받았습니다.
스크류캡. 알콜 13.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0.4도입니다.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시기 시작합니다. 첫인상은 기분 좋은 샤르도네 아로마입니다. 입에 넣으니 과일이 풍부하고, 복합성이 있으면서 약간의 미네랄이 느껴집니다. 약간 자극적인 산이 남아있는데, 그 덕에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적당한 무게감과 발랄함이 있습니다. 다만 산도가 있는 편은 아닙니다. 장기적인 병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고요.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도 마셔봤는데, 1리터짜리 글라스를 쓸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진 와인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레스떼뜨가 더 잘 어울립니다.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쉬르 리를 통해 풍부한 스타일입니다만, 미네랄리티가 약한 게 아쉬운 점입니다. 리즈너블 샤르도네 중에는 조금 높은 가격대이긴 한데, 리즈너블 범주에는 들어가는 가격대고 신세계의 리즈너블 가격대인 만큼 접근성 위주, 다만 거기에 상급 포도 조금 섞은 느낌입니다. 좋은 포도가 들어가긴 했고, 거기에 쉬르 리까지 한참 해서 맛은 있습니다. 어쨌든 신세계의 샤르도네라, 기본적으로 좀 시크한 면이 있는 부르고뉴에 비하면 어쨌든 미소지으면서 다가오려는 기분이 듭니다. 캘리포니아의 그것에 비하면 화장이 연하고요.
명백한 레이어를 형성하는 나름대로의 복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와이너리들은 상급 빈야드를 관리할 때 부르고뉴처럼 미세기후에 맞춰 복수의 클론을 사용합니다. 이 와인에 들어간 클론은 41% Clone 548, 50% Clone 95 and 9% Clone 15, 2, and 23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른 클론을 사용하면 퀄리티가 올라가고 복합성이 생기지요. 다만 이 와인 어디까지나 기본급이고, 좋은 면을 가지고는 있지만 적당히 어느 정도만 그런 요소를 느끼게 해주는 정도입니다.
대중을 위한 샤르도네로는 잘 만들었습니다. 실제 평가도 좋고요. 점수 잘 받았지요. 다만 나에게는 보급형 샤르도네에 보급형이 아닌 느낌을 살짝 섞은 것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더 좋은 걸 마시고 싶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아리랑브루어리 – 벚꽃엔딩 (맥주) [-]
: 라즈베리농축액, 사과농축액, 벛꽃잎이 포함된 밀맥주. 알콜 3.0%. 지난 봄에 나온 건데 이번 봄에야 마셔봅니다.
라즈베리 맛이 꽤 두드러집니다. 일종의 라들러같은 느낌.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맛입니다.
Kenwood Vineyards – Zinfandel Sonoma County / San Joaquin County 2019 [★★☆]
: 와인을 생산하는 각 국가 또는 지역은 각자의 대표 품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칠레는 카르미네르(Carmenere), 아르헨티나는 말벡(Malbec)을 꼽을 수 있지요. 그리고 미국은 진판델(Zinfandel)을 꼽아야 할 겁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재배하는 적포도 품종, 진판델은 이탈리아 풀리아(Puglia) 주(Regione)에서도 프리미티보(Primitivo)라는 이름으로 재배하는 주품종이기도 합니다. 따뜻한 지역을 좋아하는 이 품종은 색이 진하고, 중간 이상의 탄닌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송이 내에서도 각각의 알이 익는 속도가 제각각인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알은 아직 덜익었는데 어떤 알은 다 익다못해 과숙되어 마르기 시작하는 현상이 벌어진단 말이지요.
미국에서 진판델은 로제와인인 화이트 진판델로 주로 양조됩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고급 버전의 레드와인도 꽤 많이 만듭니다. 이 경우 가능한 잘 익혀서 덜익은 알이 없을 정도로 익힌 다음 와인을 담그게 되는데, 그러면 진판델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슈페트레제(Spätlese:Late Harvest) 상태의 포도알이 일정이상 비율로 포함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조기수확한 느낌의 알갱이도 포함되는 게 진판델의 특성입니다.
한편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진판델은 거의 유일하게 올드바인(老樹)이 남아있는 품종인데,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리 오래 전이 아닌 1980년대에 필록세라가 기승을 부린 적이 있습니다. 하필 그 때 캘리포니아에는 필록세라 내성이 없는 뿌리대목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고요. 예외적으로 진판델만 다른 품종의 대목을 써서 필록세라 내성을 가진 상태였지요. 그래서 그 때 캘리포니아 포도는 거의 진판델만 살아남았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켄우드 진판델은 소노마 카운티의 포도 75%, 산 호아킨 카운티 포도 25%의 비율이라 합니다. 100% 진판델은 아니고 다른 품종이 살짝 들어간 것 같은데, 92% 진판델에 7% 쁘띠 시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정확한 파악은 되지 않습니다.
알콜 14.5%.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는데, 병 입구 모양이 소믈리에 나이프 쓰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리 어렵지 않게 개봉되었고요. 가브리엘 골드와 조세핀 No. 3 레드로 마십니다. 병 내 첫 서빙 온도는 16.7도입니다.
달콤하고 바닐라 풍미가 있는 아로마. 블랙페퍼를 연상시키는 스파이시함이 있습니다. 입에 닿으면 어느 정도의 산미가 느껴지고, 진판델 특유의 알마다 익은 정도가 다름에서 기인하는 복합성을 느끼게 합니다.
슈페트레제가 들어간 와인답게 강한 응축감과 잔당감을 가진 요소가 있고, 동시에 나름대로 산(Acid)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네랄리티도 생각보다 괜찮네요. 진판델은 언제 마셔도 재미있습니다. 팔각이나 육두구를 연상시키는 스파이스, 그린 및 블랙페퍼를 연상시키는 스파이스, 설탕에 절여 졸인 것 같은 베리 향. 바닐라. 탄닌의 총량은 중간 이상으로 느껴지지만 중합이 잘 된 탄닌이라 혀를 무두질하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다소의 비릿함과 잡스러운 향이 존재하고, 피네스나 밸런스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건 진판델입니다. 어지간한 진판델에는 피네스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Remoissenet Père & Fils – Savigny-Les-Beaune Premier Cru Les Rouvrettes 2017 [★★★☆]
: 르모아세네(수입사 표기는 흐무와스네) 페레 에 피스는 본(Beaune)의 메종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집니다. 현재는 루이 자도(Louis Jadot) 산하로 들어갔다고 아는데, Benjamin Lewin MW가 ★한개를 부여한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사비니-레-본은 코르통(Corton) 언덕 서쪽의 페르낭-베르줄레스(Pernand-Vergelesses)와 본 사이에 있는 코뮌입니다. 22개의 프르미에 크뤼 클리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프르미에 크뤼 Les Rouvrettes(레 루브레떼) Rouge(루즈)는 본과의 인접지역에 위치한 프르미에 크뤼로, 사비니-레-본과 본을 나누는 Soleil(쏠레이) 고속도로와 가까이 위치해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졸음쉼터의 경사 아래쪽인데, 구글어스를 참조해보면 농로 건너편의 프르미에 크뤼, Redrescul(르드레퀼)이 급경사인 반면 레 루브레떼는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덕의 북동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햇볕은 받을 수 있으리라 추정합니다.
졸음쉼터에 인접한 농로 왼쪽이 Redrescul, 농로 건너 오른쪽의 밝은 쪽이 Les Rouvrettes.
유감스럽게도 이 르모아세네 사비니 1er 레 루브레떼 2017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나 양조 정보 같은 건 찾을 수 없었습니다. 디스템인지 뉴오크 비율은 어떤지도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시음적기가 되었길 바라고 개봉했습니다.
알콜 13.5%. 천연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5.6도입니다.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준비했습니다.
아로마는 그리 강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면 일단 꽤 거칠고, 이내 복합성이 느껴집니다. 부르고뉴의 경우 레지오날 -> 코뮈날(빌라쥬) -> 크뤼로 올라갈 때 딱히 더 맛있어지는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그렇습니다.
탄닌은 양적인 레벨이 결코 높지 않지만 아직 거의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꽤 강하고 날카로움이 있는 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에 넣으면 단단하고 모서리가 있는 미네랄을 잔뜩 머금은 느낌이 됩니다. 복합성이 꽤 높습니다. 명백하게 코트 도르의 크뤼급 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신경질적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너그러운 느낌이 아닌데, 오전에만 해가 들고 오후에는 해가 잘 들지 않을 밭의 위치 탓이 있을 것 같습니다. 토양은 프르미에 크뤼인데 해가 잘 드는 밭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와인에게는 더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산과 미네랄이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전체적으로 성격이 모난 와인이라 정말 장기숙성형이 아닌가 싶거든요. 지금 마신다고 가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닌데, 지금은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걸 마시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좀 나아지긴 합니다. 수박 향이 점점 드러나면서 조금씩 살짝이나마 너그러워집니다. 복합성, 우아함, 기품 같은 건 그야말로 코트 도르의 프르미에 크뤼답습니다. 부르고뉴가 아닌 건 이 정도까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냐 아니냐로 치면 이 와인 가격대에서 이거보다 맛있는 와인은 많은데요. 이 정도의 우아함과 기품, 그리고 특별함을 가진 와인은 부르고뉴를 벗어나면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날카로움이 완화되면서 점차 이 떼루아가 가진, 다가가기는 어려우나 찬란한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반짝이는 보석 같은 걸 촘촘하게 장식한, 레이스가 많은 드레스가 연상됩니다. 전근대적이고 고전적인, 충분히 정리되지는 못한, 컨템포러리 음악의 불협화음이 연상되는, 그러나 아름답고 품위있는.
내 입맛에는 10년 정도 더 묵혔어야 했을 와인입니다. 다만 개봉 이전 그래야 한다고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어차피 결국 와인은 마셔봐야 아는 것이기도 합니다. 진짜 시음적기를 만나는 건 어느 정도 이상 운이고요.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Batch 17 녹두국 [★★]
: 여러 번 마셔온 한영석 청명주의 배치 17. 이번에는 녹두국입니다. 알콜은 13.8도고요. 스크류캡입니다. 소형 백자 잔과 크리슨 MT1301을 준비.
백자잔으로 마셔보니 역시나 새콤달콤합니다. 과일과일하고요. 참외나 양구멜론이 연상되는 풍미가 납니다. 이전 것들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단맛은 없지만, 향이 워낙 달달하고, 달게 느껴집니다.
MT1301로 마셔보면 이번 배치는 누룩 향이 별로 강하지 않습니다. 원래 누룩 향이 많이 나는 편이 아닌데, 이번 배치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산도는 청주 중에는 꽤 높은 편이고, 와인으로 치면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배치는 어느 정도 정갈하다는 인상입니다.
역시나 맛있습니다. 다만 최근의 한영석 청명주는 과거에 비해 좀 무난해진 인상입니다. 깔끔하게 맛있고 여전히 국내 생산 청주 중 최고 레벨입니다만, 나는 예전 스타일이 더 좋았어요.
Canard-Duchêne - Brut Millésime 2014 [★★★☆]
: 카나-뒤센은 1868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는 상파뉴 메종입니다. 설립자였던 빅터 카나 & 레오니 뒤센 부부의 가문 이름을 붙였다고 하지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에게 사랑받았던 상파뉴 메종이고, 그래서 레이블에 옛 러시아 황실 문양이 들어갑니다. 상파뉴 북쪽 Montagne de Reims(몽타뉴 드 랭스)의 Ludes(뤼데)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그 밀레짐(=Vintage) 2014를 마셔봅니다. 보통 상파뉴는 밀레짐 표기가 없는 Non Vintage(복수의 밀레짐을 블렌딩해 만듬)로 출시됩니다만, 고급 버전은 단일 밀레짐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상파뉴 지역에서는 기후가 좋은 해에만 밀레짐 상파뉴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알콜 12%.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플루트 글라스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준비했습니다. 세파쥬는 Pinot Meunier 70%, Chardonnay 20%, Pinot Noir 10%입니다. 뫼니에 중심의 상파뉴.
일단 비냐 플루트 글라스에 따라보니 세찬 거품이 올라옵니다. 향을 맡아보니 발랄한 타잎으로 마음에 듭니다. 입에 넣으니 견과류 느낌이 강하고, 산도는 상파뉴 치고는 높지 않습니다. 마이야르가 잘 일어나있고, 마시기 쉬운 타잎입니다. 감칠맛이 살아있고 ‘맛있습’니다. 순도가 높고 직선적이면서 귀여운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버블이 많은데도 플루트 글라스로 마시면서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뉘앙스가 그리 섬세하고 복합적이지는 않아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가격 및 품질 대비 가볍게 마시기 쉬운 상파뉴의 특성상 이런 것도 미덕이구나 싶습니다.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향을 맡아보니 시트러스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마도 쉬르 리를 포함한 오랜 숙성에서 기인하였을 다소의 묵은 향이 있는데, 조금은 바이주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만 불쾌하지는 않습니다. 효모 맛이 많이 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잔당은 브뤼 범주 내에서 어느정도 있고, 미네랄리티는 나름 제법 있다고 해야겠지만 뒤로 물러나서 숨어있습니다. 무른 석회를 연상시키는 미네랄입니다.
감칠맛이 최고 장점이고, 의외로 플루트 글라스가 잘 어울립니다.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할 때 이 와인의 장점인 귀여움이 배가되는 기분입니다. 마시기 편하고 맛있는 스타일로 상파뉴다운 상퍄뉴라는 인상입니다.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 – Kiwi Wine 7004S [★]
: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는 경남 사천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으로 국내산 키위(참다래)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4년에 ‘스위트 레귤러’로 우리술품평회 과실주 부문 대상을 받았던 적이 있고요. 생각보다 맛있다는 말도 많아서 한번쯤 마셔보고 싶었는데 이제 마셔보네요.
7004S는 750ml 풀바틀의 스위트 와인입니다. 2023년 7월 병입된 걸 마십니다. 예전에 상을 받았던 스위트 레귤러가 이름을 바꾼 것 같은데, 풀바틀은 7004S고 하프바틀은 3004S라 하는 것 같습니다. 삼천포의 3004와 사천의 4000을 더해 7004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를 준비했습니다. 알콜 도수는 8%밖에 안됩니다. 이것도 보당한 겁니다. 키위는 브릭스가 그렇게 높게 나오는 과일이 아닙니다. 레스떼뜨에 따라서 향을 맡으니 아로마부터 달콤합니다.
입에 넣으면 일단 이게 여과나 청징을 많이 한 와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키위 껍질을 연상시키는 바디감. (사실 키위는 껍질때 먹어도 됩니다. 보기보다 안 뻣뻣해요.) 생각보다 맛있다고 들었는데 진짜 생각보다는 맛있습니다. 레스떼뜨 쓰면서 좀 걱정했는데, (포도로 만든 제대로 된 와인이 아닌 어지간한 술은 레스떼뜨같은 글라스로 마시면 단점들이 다 분해되어 세세하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망가집니다.) 레스떼뜨로 마시는 게 적합한 정도는 아니라도 동시에 못마실 정도도 아닙니다.
달콤한 정도는 스위트라는 표기가 무색할 정도로 일반적인 카비넷 이하입니다. 카비넷 범주에는 들어올 것 같지만 카비넷중에는 안 단 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린키위를 써서 만든 와인답게 제법 새콤하고, 달콤한 맛도 있고, 도수도 좀 낮아서 정말 마시기는 쉽습니다. 잘 넘어갑니다. 하긴 키위로 와인 만들면서 진짜 달게 만들려면 키위와인이라기보다는 설탕주에 가까워지긴 할 겁니다.
풍미는 아무래도 키위와는 꽤 다릅니다. 키위 느낌이 안남아있는 건 아닌데, 아무 정보없이 이 와인을 마셨을 때 키위로 만든 거라고 판단할 자신은 없는 수준입니다. 제대로 된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성이나 우아함, 미네랄리티, 다양한 노트 같은 건 없습니다. 전반적인 특성은 시드르 쪽에 더 견줄 만 합니다.
마시면서 산미에 아세트산 느낌이 좀 있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좀 합니다. 과일의 산이 아니라 식초의 산 느낌이 조금 있는 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 느낌이 강했습니다.
Descendientes de José Palacios - Pétalos 2019 [★★☆]
: 이 Bierzo(비에르조) DO Tinto(틴토≒Red)는 국내에는 Alvaro Palacios(알바로 팔라시오스)의 Vino(비노=Wine)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와인은 레이블에 표기되어있듯 Descendientes de J. Palacios(데센디엔테스 데 J. 팔라시오스)의 와인으로, 소유주는 알바로 팔라시오스의 조카인 Ricardo Perez Palacios(리카르도 페레즈 팔라시오스)입니다. Rioja(리오하)의 가문에서 태어나 Château Pétrus(샤토 페트뤼스)에서 경력을 쌓은 알바로 팔라시오스는 Priorat(프리오랏)에서 큰 명성을 얻은 인물입니다만, 이 와인은 카탈루냐의 프리오랏과는 멀리 떨어진 Castile y León(카스티야 이 레온)의 비에르조에서 나왔습니다. 알바로 팔라시오스와 리카르도 팔라시오스가 비에르조에 세운 와이너리지요. 이름 뜻은 ‘호세 팔라시오스의 후손들’이라는데, 호세 팔라시오스는 알바로 팔라시오스의 부친이라 합니다.
세파쥬는 Mencia(멘시아)가 97%이고 나머지 3%라고 합니다. 포도 수령이 50~90년에 이르는 비에유 비뉴(Vieilles Vignes)라고 하는데, 20%만 자체 재배 포도고 나머지는 사온 포도를 썼다고 합니다. 비에유 비뉴 포도만 사모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Wine Advocate와 James Suckling에서 93점을 받았습니다.
와인의 이름인 페탈로스는 꽃잎이라는 뜻입니다. 레이블에도 유화풍의 꽃 그림이 그려져 있고요. 멘시아는 나에게 낯선 품종이지만 기대를 가지고 개봉해 봅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알콜 13.5%. 가브리엘 골드로 마십니다.
개봉하자마자 에스파냐 비노다운 향이 확 올라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6.5도입니다. 아로마가 꽤 예쁩니다. 카베르네 프랑 또는 카베르네 소비뇽 위주의 와인이 연상되는데, 좀 예쁜 타잎입니다.
한 입 머금으니 포도알에서 기인한 탄닌이 적고 산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포도알에서 비롯된 탄닌의 양으로만 보면 바르베라나 가메 수준입니다. 다만 색은 짙어요. 멘시아가 탄닌은 적어도 안토시아닌은 많이 가지고 있는 품종인가 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DNA 분석을 해보기 이전 멘시아는 카베르네 프랑의 고대 클론으로 여겨졌었다고 합니다. 실제 아로마가 카베르네 프랑과 비슷한 면이 꽤 있긴 합니다. 다만 실제 DNA는 꽤 다르다고 하네요.
아로마가 카베르네스럽고 뒷맛이 쓴 바르베라 마시는 기분입니다. 포도가 아닌 오크에서 기인한 듯한 탄닌과 풍미를 제법 가지고 있습니다. 신맛이 강하지는 않은데 산은 꽤 많고(pH가 그리 낮지 않은데 산의 총량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산이 날카로움도 꽤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산이 품고 있는 미네랄리티의 공격성과 화려함은 얼마 전 마신 Remoissenet(르모아세네)의 Savigny 1er Les Rouvrettes(사비니 1er 레 루브레떼)를 다분히 연상시킵니다.
이 와인은 가격이 그리 비싸지는 않은데 가진 특성이, 대체로 와인 초심자들이 마셔서 좋아할 타잎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를거고, 품질 자체는 제법 괜찮습니다. 바르베라나 보졸레에 매력을 느낀다면 이 비에르조의 멘시아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개봉 시기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은데, 애매한 시기(닫힌 시기)에 개봉했다는 느낌입니다. 이 와인은 산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숙성시킬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일찍 개봉했다면 조금 더 1차향이 풍부해서 그 나름대로 좋았을 겁니다.
모던 바르베라처럼 오크를 제법 강하게 썼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이고 중합되지 못한 탄닌은 나름 있고, 그건 혀를 무두질하는 감각을 제공하며 어느 정도의 쓴 맛을 내고 있습니다. 아마 이 와인은 앞으로 10년 정도는 숙성시킬 수 있을거고, 그렇게 한다면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바틀을 기준으로 나오자마자 일찍 마시거나, 아니면 아예 장기 숙성하는 게 좋을 와인으로 판단합니다.
잘 익은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감안해 볼 때, 이 바틀은 현재 풋풋함은 잃고 주로 잠재력만 가진 상태입니다. 바닐라향 분유를 살짝 과립화시킨 걸 연상시키는-혀를 시나브로 무두질하는- 탄닌과 스타크래프트의 미네랄 덩이를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를 가지고 있는데, 이 미네랄리티의 도도함과 날카로움이 깨지고 탄닌이 대부분 중합된 이후에는 이름 그대로 꽤 Pétalos같을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긋나긋하지도 고분고분하지도 않습니다. 도도하다고 해야 할까요.
허브 향이 꽤 있습니다만 나서지 않습니다. 튀지 않고 불쾌하지 않은 내성적인 허브 향을 지녔습니다. 피노 누아나 가메처럼 라즈베리를 연상시키는 향이 남아있는데, 아마 처음 릴리즈되었을 때는 더 강했을 겁니다.
la fea Cava Brut [★☆]
: 이름 표기가 소문자로 된 까바. 레이블이 제법 예쁘고 Organic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Non Vintage고 알콜은 11.5%입니다. 세파쥬는 30% Xarello, 45% Macabeu(=Macabeo), 5% Chardonnay, 20% Parellada라고 합니다. 살짝이나마 샤르도네가 들어간 게 특징이네요. 잔당 8g/l.
첫 서빙온도 병 내 10.2도. 쇼트즈비젤 비냐 상퍄뉴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까바답게 마이야르가 잘 된 느낌이고, 까바다운 (상파뉴에 비하면 낮은) 산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견과류 향이 꽤 나는 계열이고, 빵 껍질과 시트러스 껍질 향을 가지고 있으며 미네랄리티는 약합니다. 그리 복합성을 가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버블은 꽤 풍부하고 세찹니다.
까바를 마실 때는 별 생각을 이것저것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마시고 즐기면 됩니다. 까바의 가격대와 매력은 고급 맥주와 겹칩니다. 나의 판단기준으로 평범한 까바보다 맛있는 맥주는 흔하지 않습니다. 맥주가 까바보다 나은 점이라면 주로 음식과 함께하기 더 쉽다는 겁니다.
나름 운치도 있고 우아한 느낌도 없지 않은 까바. Ballade Pour Adeline를 들으면서 마셨습니다. 그런 곡이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Bodegas Muga – Blanco 2020 [★☆]
: 에스파냐 리오하의 유명 보데가, 무가의 블랑코 2020입니다. James Suckling 93, Vinous 92점을 받았습니다. 서클링의 설명으로 세파쥬는 ‘Mostly viura with some malvasia and white garnacha’라는데, 비우라라는 품종명이 생소해서 찾아보니까 Macabeo(마카베오)의 이명이라고 하네요. 한편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사용한 말바지아를 ‘Malvasía de Rioja’로 표기하고 있는데, 그냥 리오하에서 키우는 말바지아 비앙카의 클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천연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알콜 12.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8.5도입니다. 가브리엘 골드로 마십니다.
아로마에서 풍기는 과일 향이 좋습니다. 다소 달콤한 향. 입에 닿는 감촉이 꽤나 초크같습니다. 젖은 초크가루 페이스트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미네랄. 높지 않은 산도. 다소 가벼운 바디. 약간의 달콤함. 병숙성이 많이 진행되었고, 복합성이 느껴집니다. 마카베오는 그 동안 주로 까바로 마셔와서 스틸와인으로 마시니 약간 낯선 기분이 드네요. 스파이시함이 있고, 오크에서 기인한 풍미가 다소 있습니다.
병입 후 과숙된 뉘앙스가 있고, 코르크를 보면 대미지를 받은 적 없는 바틀은 아니라고 판단. 다만 애초에 마카베오가 장기숙성에 적합한 품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이 바틀은 시음적기의 피크는 지난, 시음적기의 막바지에 해당하거나 시음적기가 살짝 지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봉직후 환원취가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환원취가 날아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조금 버터리해집니다. 산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자극성과 날카로움이 있습니다.
연천브루 – 청룡화주 [★★]
: 연천브루는 경기도 연천에서 국산 보드카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청룡화주는 연천브루가 생산 판매하던 제품인데, 지금도 시판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라인업을 바꾼 것 같아 보이고요. 청룡화주의 미니어처를 가지고 있는 게 있어 마셔봅니다.
알콜 40%. 크리슨 TT6203 글라스를 사용. 주종이 보드카라 희석식 소주와 흡사한 향입니다. 그래도 제대로 만든 스피릿인지 혀에 닿는 느낌이 달콤합니다. 그리고 입 안에서 계속 달달합니다. 꽤 잘 만든 맛있는 보드카네요? 기대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보드카인 만큼 별 특징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허브가 들어갔다지만 별로 두드러지지 않고요. 그저 알콜의 단맛을 아주 잘 모아둔 느낌입니다. 매력있습니다. 연천브루의 다른 보드카들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Nicolas Maillet – Mâcon Verzé 2020 [★★☆]
: 도멘 니콜라 마이예(Nicolas Maillet)는 부르고뉴 남부 Mâconnais(마코네)의 Verzé(베르제) 마을에 위치한,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족 도멘입니다. 협동조합에 와인을 납품해오다가 1999년부터는 자체 병입을 시작했다 하네요. 소유한 밭에는 거의 다 비에유 비뉴(Vieilles Vignes)가 있다고 합니다.
Mâconnais(마코네)는 부르고뉴 남쪽의 와인 생산 지역입니다. 그 남쪽은 보졸레로 이어지는데, 보졸레는 북부가 행정구역상 부르고뉴에 속하지만 어느 정도 독립적인 와인 생산지로 취급되기 때문에 마코네가 부르고뉴 최남단 와인 생산지로 취급될 때가 많습니다. 마코네는 꽤 넓은 지역이고 주로 레지오날 샤르도네를 생산하는데, 코뮈날급 클리마를 보유한 코뮌은 제한적입니다. (심지어 2020년 이전 마코네에는 크뤼 클리마가 없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프르미에 크뤼들이 생겼고요.)
마코네의 샤르도네는 부르고뉴 블랑으로 라벨을 붙이고 시판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Mâcon XXX(마을 이름)의 레지오날 라벨로 팔립니다. 마코네의 코뮈날급은 Mâcon이라는 문구가 빠지고, 코뮌 이름만 적히니까 혼동하면 안 됩니다. Mâcon-Villages는 빌라쥬(코뮈날)급이 아니라 레지오날입니다. 샤르도네만 사용 가능한 레지오날 아펠라시옹이지요.
Verzé(베르제)는 유명한 Pouilly-Fuissé(푸이-퓌세)의 북쪽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이번에 마시는 니콜라 마이예의 마콩 베르제 2020은 천연 효모를 이용해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발효 후 10개월 숙성(아마도 Sur Lie)했다고 하네요. 비오디나미고 RVF Guide에서 2023년에 92점을 받았다고도 하고요.
천연 코르크 마개. 병 입구가 얇아서 소믈리에 나이프로 뽑으려다 날개형 코르크를 사용했는데 코르크가 그만 중간에서 부러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마시는 바틀은 코르크가 좀 약하네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처음 사용한 것과 다른 종류의 소믈리에 나이프를 추가 사용해서 무사히 개봉했습니다.
알콜 13%.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1.1도고요.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일단 아로마가 참 좋습니다. 입에 넣으니 언오크드 샤르도네 특유의 맑은 질감과 산뜻함이 느껴집니다. 상당히 담백하고 차분하고요. 묽은 듯하고 산도가 그리 튀지도 않으면서 산의 총량이 꽤 있고, 안이 꽤 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아하고 마시기 편합니다. 미네랄리티가 꽤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깊은 미네랄리티가 있습니다. 동글동글한 조약돌의 느낌이 있는, 조용한 야산 속에서 암반수를 마시는 것 같은 미네랄리티. 둥그스름하면서도 미네랄의 밀도가 옹골찹니다.
온기도 차가움도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좋은 기후에 최적의 수확을 한 느낌이 있습니다. 담백하고 포용적입니다. 우아하지만 도도하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하지도 않습니다. 매우 여성적인 와인이며, 권위적이지 않지만 당당한 느낌을 줍니다. 로맨스 판타지나 순정만화에서 라이벌이 더 화려한 미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수한 여주인공이 내성적이면서도 당당한 아름다움을 가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와인이 꼭 그런 느낌입니다.
과일 향이 강하지 않고 노트를 특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의 담백 그 자체의 와인이면서 꽤 맛있고, 조약돌같은 미네랄리티가 가장 두드러지는 특색 같습니다. 규모가 크거나 하진 않습니다. (지아모노 콘테르노&즈비젤 센소리를 사용해봤는데 그렇게 큰 글라스가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녀리지도 않고, 또한 풍만하지도 않습니다. 밸런스가 참 좋은데, 딱히 균형감이 절묘하다기보다는 중용을 잘 지킨다는 느낌입니다.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내성적인 복합성을 드러냅니다. 약간의 단맛이 있고, 코르크 마개에서 기인한 듯한, 콜키드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코르크 향이 올라오는데 원체 언오크드다 보니 다소의 코르크 향도 감지되는 것 같습니다. 코르크 조직에서 미미한 바닐린 성분과 풍미가 용출된 것 같은데, 워낙 섬세하고 담백한 와인이라 이런 미미한 요소까지 글라스에 담긴 와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취향저격까지는 아니라도 무척 인상적인 바틀. 마코네의 도멘들이 (코트도르나 샤블리 대비 명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굳은 자부심을 가지고 와인을 만든다는 인상은 받아왔는데, 이 정도면 그런 자부심을 납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와인 마시려고 와인 마시지요. 기억에 오래 남을 와인입니다.
Grongnet – Carpe Diem Extra Brut [★★☆]
: 2022년 1월 20일 병입으로 표기된 RM N/V 상파뉴. 노끈과 밀랍으로 마무리된 마개가 독특합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노끈을 자르고 개봉했습니다. 세파쥬는 샤르도네 (Chardonnay) 60%, 피노 누아 (Pinot Noir) 20%, 피노 뫼니에 (Pinot Meunier) 20% 입니다.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플루트) 글라스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준비했습니다. 아로마가 꽤 청순합니다. 말로락틱 발효를 거치지 않은 상파뉴라 사과산이 살아있고, 엑스트라 브뤼답게 잔당감이 거의 없으면서 산화된 뉘앙스가 꽤 있습니다. 블랑 드 블랑이 아닌데 스타일이 좀 블랑 드 블랑스럽습니다.
마시는 바틀 기준, 엑스트라 브뤼라 그런지 버블은 강한 타잎이 아닙니다. 프리잔떼보다 버블이 좀 더 많은 정도의 느낌. 마이야르도 강하지 않고, 산화 스타일로 장기 숙성된 사과산이 살아있는 상파뉴입니다.
À Vue de Nez, by Jeff Carrel 2018 [☆]
: 루시용에서 제프 카렐이라는 생산자가 만든 내추럴와인, 아뷔드네 2018입니다. 세파쥬는 85% Cabernet franc, 15% Syrah입니다. 알콜 14.5%. Wine Advocate에서 90점을, Jeb Dunnuck에게 89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테크니컬 코르크. 입구가 얇은 편이지만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이산화황을 안 넣은 타잎이라 살아있을까 걱정했지만 개봉 후 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5.5도입니다.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향에서는 의외로 괜찮은 생명력을 느낍니다. 입에 넣으면 풍부한 과일 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생각보다 잘 보존되었고, 생생합니다. 산도는 꽤 높습니다. 내추럴와인답게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는데, 아세트산이 어느 정도 생겨있다고 추정.
꽤 단단하고 각진 결정을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 카베르네 프랑의 좋은 품종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 및 시라에서 이런 향도 나나 싶은 좀 폭시(Foxy)한 것 같은 향도 있습니다. 이런 향 때문에 내추럴와인이 인기를 누렸던 부분도 있었으려나 모르겠는데요. 과일 향이 꽤 두드러지긴 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와인은 좀 지저분한 이취를 가지고 있는데, 저발효와인이 아닌 완전히 발효시킨 와인이 이런 건 내추럴와인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보존성이 문제가 아니고, 수확-양조 과정에서 제대로 품질 관리가 안됐습니다. 아마도 수확 후 양조까지의 과정에 이산화황을 안써서 이런 겁니다.
이론적으로 이산화황을 안 쓴다고 완성도 있는 와인을 양조할 수 없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야생 효모의 사용을 포기하는 게 좋고, 그것도 싫으면 다른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비용을 꽤나 더 들여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와인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 야생 효모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드니까 결함이 명백한 와인이 되네요.
그래서 첫날 반 병 정도를 마시고, 나머지는 며칠 후에 차갑게 해서 크리슨 PRE06으로 마셨습니다. 그렇게 차갑게 마셔도 결함이 충분히 감지되었습니다만, 그나마 이런 식으로 마시는 게 나은 거 같다고 느낍니다. 차갑게 마시니까 이 와인의 이취도 내추럴와인 특유의 이취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탄닌은 다 안 녹았습니다. 마시다보면 제법 뻑뻑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인을 더 충분히 병숙성시키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나는 이런 방식의 와인 메이킹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Suntory – The Premium Malt’s [★]
: 나의 최애 라거 산토리. 생산된지 좀 된 걸 마셨는데, 그래도 맛있습니다. 좋은 무게감, 밸런스, 양질의 홒 풍미.
Château de Rayne Vigneau 2001 [★★★]
: 11개의 소테른 1등급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드 레인 비뇨 2001년 Harf Bottle을 마십니다. 2001년은 소테른의 그레이트 빈티지였습니다. 이제 햇수로 25년이 지나서 충분히 익었으리라 기대합니다. 세파쥬는 Semillon 80%, Sauvignon Blanc 20%.
이 와인은 Neal Martin이 2014년에 Wine Advocate에서 90점을 줬다가 2021년에는 Vinous에서 92+점을 줬습니다. 그리고 Jancis Robinson MW이 2014년에 1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20점 만점) 줬습니다. 그 외 Lobenberg 94-95점, Wine Cellar Insider 90점입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올드빈이라 아소(Ahso)를 써야 하나 좀 고민했는데 캡실을 벗겨보니 소믈리에 나이프로도 될 것 같아 소믈리에 나이프를 사용. 병 입구가 얇은 편이라 애먹긴 했는데 무사히 개봉했습니다. 외견상 바틀 상태가 상당히 좋습니다. 색은 올드빈이라 붉은 색이 감돕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7.2도입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와 크리슨 TT6203으로 마십니다.
숙성이 많이 된 느낌. 소테른 특유의 맛이 있지만 영빈 소테른의 그것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우아하며 품위있으면서 풍부한 미네랄리티가 있습니다. 달콤한 정도는 슈페트레제와 아우스레제 사이 또는 아우스레제 중 그리 달지 않은 편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노트가 좀 독특한데 사프란(Safran)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서 올드빈 특유의 나무 풍미와 풍부한 미네랄리티가 복합성을 가지고 일종의 축조물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선명하게 솔티(Salty)한 뉘앙스와 후추같은 매운 느낌(단, 후추 향은 없습니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말린 살구, 석회 페이스트의 느낌도 있습니다. 또한 소테른다운 응축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도 꽤 올드빈이지만 숙성 자체는 꽤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Lobenberg에서는 시음적기를 2011-2070년으로 잡아놓기도 했고요. 다만 추가적인 병숙성이 이 와인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적절한 시기에 개봉해 마신 것 같습니다.
San Felice – Campogiovanni Brunello di Montalcino 2017 [★★]
: 이탈리아 와인 중 대표적인 고급 와인을 둘 꼽자면 피에몬테(Piemonte)의 바롤로(Barolo)와 토스카나(Toscana)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각각 네비올로(Nebbiolo)와 산지오베제(Sangiovese)라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두 품종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DOCG지요. 여기에 베네토(Veneto)의 아마로네(Amarone)까지 해서 이탈리아의 3대 와인 같은 식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몬탈치노의 브루넬로(와인)’라는 뜻입니다. 몬탈치노는 지역 이름이고 브루넬로는 몬탈치노에서 키우는 산지오베제의 특정 클론(들)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산 펠리체는 토스카나에서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와이너리로, 자사 소유의 밭에서 키운 포도로만 양조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캄포지오바니(Campogiovann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이하 BDM)를 마셔봅니다. 산 펠리체의 와인은 2024년 여름에 Ancherona(앙게로나) Chardonnay(샤르도네) 2018을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알콜 볼륨은 병에는 14.5%로 표기되어 있는데 공홈에서는 15%라 합니다. 2017년 빈티지는 95000병 생산. 글라스는 가브리엘 골드와 지아코모 콘테르노 & 즈비젤 센소리를 준비. 평론가 점수는 James Suckling 92, Wine Advocate 92, Vinous 90, Wine Enthusiast 90입니다. 조금 이른 개봉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Kerin O’Keefe가 2025-2029를 시음적기로 잡아놔서 개봉해봅니다. 천연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는데, 병 입구가 얇은 타잎이라 개봉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풍부하고 달콤한 아로마. 바닐라 향이 꽤 납니다. 산지오베제치고는 아로마가 강합니다. 입에 넣으면 생각보다는 꽤 가볍고 발랄합니다. 그러나 이내 곧 가지고 있던 체급과 중량감을 느끼게 합니다. BDM다운 체급. 잘 익은 축에 속하는 산지오베제에 오크도 꽤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느낌입니다.
개봉 전 우려하던 것처럼 숙성 잠재력에 비해 너무 일찍 개봉했습니다. 꽤나 뻑뻑한데, 인정사정없는 장기 숙성형인걸 일찍 개봉해 버렸네요. 이건 내 입에는 적어도 10년 후에 개봉했었어야 합니다. 탄닌 파우더를 탄 것 같은 수준의 탄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저히 마실 만한 상태가 아니라서 반 병 정도밖에 못 마시고 나머지 반 병은 스토퍼로 막아둔 후 열흘 정도 후에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셨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둬도 탄닌이 아직 짱짱합니다. 대체 어떻게 녹여냈나 싶을 정도로 경이적인 탄닌입니다. 이 탄닌만으로 보면 앞으로도 정말 오래 숙성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파우더리한 탄닌이 너무 센 문제를 빼면 와인 자체는 괜찮습니다. 크리스탈과 초크를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 가죽과 구운 고기와 자두, 담배, 흙, 정향, 바닐라, 육두구, 감초, 홍삼, 로즈마리. 탄닌이 상당히 세지만 입자는 고운데, 평론가들에게 이 캄포지오바니의 탄닌은 윤기가 난다거나 매끄럽다거나 촘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Domaine Marc Colin et ses Fils – Chardonnay 2021 [★★★]
: 도멘 마크 콜랭 에 세스 필스는 부르고뉴 코트 드 본의 명가로, 장남인 Pierre Yves Colin(피에르 이브 콜랭)이 아내인 Caroline Morey(카롤린 모레)와 함께 운영하는 Domaine Pierre Yves Colin Morey(통칭 PYCM)와 같은 집안인 도멘입니다. Benjamin Lewin MW이 별 두개(★★)로 평가한 도멘이기도 합니다.
도멘은 Saint-Aubin(생-또방)에 위치해 있고, 주로 Saint-Aubin 및 Chassagne-Montrachet(샤샤뉴-몽라셰), Puligny-Montrachet(퓔리니-몽라셰), Santenay(상트네) 등지에서 블랑을 생산합니다.
이 마크 콜랭의 샤르도네 2021은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인 퓔리니 몽라셰 코뮌에 위치한 저지대 레지오날 구획의, 1972년과 1998년에 식재한 포도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르고뉴의 등급 체계는 특정 코뮌(마을)의 밭에서 나온 포도를 사용했다고 코뮈날(빌라쥬) 등급이 되는 게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코뮈날은 2nd cru같은 개념으로 봐야 해요.
공기 주입식 압착(pneumatic press),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양조 및 숙성. Jasper Morris MW이 87-89점을 준 기록이 있네요. Vinous의 Neal Martin과 Burghound의 Allen Meadows도 평가를 한 기록이 있는데, 점수는 유료 회원이 아니라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알콜 13%. 꽤 긴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1.1도입니다. 가브리엘 골드로 마십니다.
무척 향기로운 아로마. 차분하고 맑으면서도 말로락틱 발효가 잘 된 향입니다. 입에 넣으면 다소 오일리하고 풍만하며, 매끄럽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플라워리하고 과일과일하고, 아주 좋은 밸런스. 레지오날이라도 퓔리니는 퓔리니구나 싶네요.
미네랄리티가 부드럽고 복합성은 딱 레지오날 정도. 힘이 있지도 않고 진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흰 꽃을 연상시키는 청순함, 포근함이 느껴질 정도의 풍만함, 그리고 우아함과 기품을 가지고 있고요. 나쁜 맛이 거의 없어요.
산도는 꽤 있긴 한데 상당히 순화되어 있습니다. 저지대 레지오날이다보니 번뜩임은 없지만, 그래도 좋은 생산자의 퓔리니다운 균형감과 우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르고뉴 특유의 등급 체계가 아니라면, 보졸레나 론 같은 방식의 크뤼 시스템이었다면 이 와인도 퓔리니 몽라셰 크뤼 등급을 받았을 겁니다.
Somersby Mango & Lime Flavoured Sparkling Cider [-]
: 알콜 4.5%. 망고와 라임향이 첨가된 시드르. 분명 시드르인데, 사과 풍미가 별로 없어서 풍미가 묘하게 느껴집니다.
Vincent & Jean-Pierre Charton – Mercurey 1er Cru Clos du Roy Blanc 2021 [★★]
뱅상 에 장-피에르 샤르통은 부르고뉴 Cote Chalonnaise(코트 샬로네즈)의 Mercurey(메르퀴레) 코뮌을 기반으로 한 생산자입니다. 코트 드 본의 Puligny-Montrachet(퓔리니-몽라셰) 및 Chassagne-Montrachet(샤샤뉴-몽라셰) 코뮌의 남쪽으로 이어지는 코트 샬로네즈는 코뮈날 등급 클리마가 있는 마을 기준으로 Bouzeron(부즈롱), Rully(륄리), Mercurey(메르퀴리)까지 대략 이어집니다. 여기까지는 지형 및 토질을 고려할 때 코트 드 본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메르퀴리에서 남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Givry(지브리)가 있고, 지브리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곳에 Montagny(몽타니)가 있습니다. 코트 샬로네즈에서는 이렇게 다섯 코뮌이 코뮈날 등급 클리마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레지오날입니다. 그리고 이 다섯 코뮌 중 부즈롱을 제외하면 모두 프르미에 크뤼 클리마를 가지고 있는데, 프르미에 크뤼의 숫자 자체는 꽤 있는 편입니다.
Mercurey 1er Cru Clos du Roy(클로 뒤 루아)는 완만한 경사를 가진 남향의 프르미에 크뤼로, 이번에 마시는 Chardonnay(샤르도네) 블랑은 석회석과 점토 토양의 구획에서 나오는 퀴베로 연 생산량은 1700병이라고 합니다.
알콜 13%.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는데, 병 입구가 얇아서 개봉이 좀 어려웠습니다. 율러지가 높은 타잎이네요.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2.7도입니다. 가브리엘 골드로 마십니다.
이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해 양조한 후 프렌치 오크 배럴(25~30% 뉴오크)에서 10개월 숙성해 출시했다고 합니다.
아로마는 맑고 스테인리스 발효 특유의 느낌이 납니다. 입에 넣어보면 매끈하면서도 덤덤하며 무척 내성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뜻 마시면 묽고 별 풍미가 없는 와인입니다. 뉴오크를 쓰긴 해서 약간의 오크 향이 있는데, 스테인리스 통 발효라 언오크드 샤르도네 타잎으로 양조된 다음 뉴오크를 포함한 프렌치 오크에 숙성한거라 실제로는 꽤나 언오크드스러운 스타일입니다.
수수한 와인. 산골짝 샘물이 떠오르는 풍미입니다. 정갈하며 고요합니다. 분명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마치 일종의 근사한 녹차 같은 걸 마시는 기분이 됩니다.
메르퀴레는 본래 루즈가 유명하고 블랑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생산량의 약 84%가 루즈) 이 블랑은 가격은 좀 되는 편이었는데, 이게 프르미에 크뤼라니 좀 묘하다는 인상이긴 합니다. 부르고뉴 크뤼스러운 무언가가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애매한 정도고 이 정도면 코트 도르에서는 코뮈날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은 정도. 다만 캐릭터가 특이하긴 합니다. 이게 만일 진짜 녹차라면 살면서 몇 번 못 마셔본 환상적인 품질의 녹차입니다. 좀 와인 안 같아서 그렇지.
단점이라면 묽고, 부르고뉴 블랑치고는 산도가 낮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식물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특성이 아니지만 이게 묘하게 그리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산화도가 높은(탄방/위조를 길게 많이 한) 녹차를 연상시키는 뉘앙스입니다.
미네랄리티가 마코네를 연상시키는 면이 약간 있습니다. 둥근 차돌같은 미네랄리티가 약간 있어요. 마시기 편하고, 둥글둥글한게 가격만 잊으면 괜찮습니다. 가성비가 나쁠 뿐.
Troll·Brew Lemon Radler [★]
: 알콜 2.4%. 이런 게 마시기 좋을 때가 있습니다. 알콜이 약해서 별 부담이 없고요.
Troll·Brew Lemon Hefe–Grapefruit [☆]
: 알콜 2.6%. 과일 맛 자체는 레몬보다 자몽이 더 맛있긴 한데, 헤페바이스 느낌이 있는 게 조금 덜 어울리긴 합니다. 그래도 빠르게 마시면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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