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 감상 (update, semi-final)

운동 2024. 2. 9. 18:09 Posted by 해양장미

 본 식물은 시간 빈곤층이므로 아마 전 경기를 볼 수는 없겠지만, 시청한 경기는 감상문을 올리겠습니다.

 

 

 

조별리그

 

 

 

브금

 

https://youtu.be/oz0-2-Sr_jY?si=zUzi9ZyZKsL816x1

 

 

대한민국 VS 바레인

 

: 나는 현재의 대표팀이 역대 축구대표팀 중 최강이라 생각합니다. 베스트 주전멤버들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뎊스를 고려할 때는 그래도 2002년 대표팀이 더 낫다는 생각은 합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은 스타일이 변했고, 묘한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동경하던 스타일에 본래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합쳐지면서 현재의 스타일이 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의 스타일을 쉽게 표현하자면 브라질 축구를 닮았는데, 본래의 공격적인 칼치오 같은 모습도 곧잘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브라질같은 축구를 동경했는데,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결국 유사한 팀컬러를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브라질 선수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스타일에 덜 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고, 대신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봅니다.

 

 바레인은 시작부터 칼을 바짝 갈고 나온 모습이었고, 체력을 아낌없이 소진하면서 준비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바레인 같은 중근동 팀이 그렇게 나오면 최근의 우리 스타일 상 상성문제가 생깁니다. 우리가 불리한 상성이란 말이지요.

 

 중근동이나 북아프리카 선수들은 순간적인 동작이 무척 빠릅니다. 순간적인 근력과 유연성이 좋은 건지, 순간동작만 보면 세계적으로 빨라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인종적으로 그런 게 느립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선수들은 브라질처럼 적극적으로 기술적인 승부를 걸고, 수비를 하는 방식도 부드럽고 느슨해진 면이 있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순간동작이 무척 빠르고 근력이 강한 편이라 그런 스타일로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만, 우리 선수들은 우리보다 순간동작이 빠른 상대를 만났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우리가 처음 바레인을 만났을 때 겪은 어려움의 주된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그 공략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중근동 및 북아프리카 선수들의 폭발적인 근력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작은 동작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던 어린 시절의 메시도 스태미너만큼은 별로 좋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순간동작도 빠르고 체력도 좋은 선수는 젊을 때의 박지성 같은 사기성 캐릭터 몇 명밖에 없어요. 게다가 바레인은 컨셉 자체가 초반에 작정하고 체력을 소모해서라도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설적인 경기였던 2011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풀경기로 보신 분이라면 그 경기도 초반 15분 정도는 맨유가 전혀 밀리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양 팀의 실력차는 거의 천지차이에 가까웠지만, 초반 15분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요. 맨유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체력을 쏟아부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맨유가 이기려면 그 15분 내에 선제골을 넣었어야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 이후 맨유가 겪은 일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경기에서 바레인이 초반 15분 정도 보인 모습도 그 때 맨유가 보인 방식과 유사합니다.

 

 다만 쉽게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가게 만든 건 주심입니다. 그 중국인 주심은 내가 지금껏 본 주심 중 실력이 제일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편파고 어쩌고를 떠나서 아예 보는 실력 자체가 수준 이하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어처구니없는 판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여러 모로 꼬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했고, 상대를 학습하고 공략법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의 역량과 재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좋은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슬슬 상대를 파악했다고 내가 판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골이 나왔습니다.

 

 후반 이후 실점을 했습니다만, 바레인 같은 타잎의 팀을 만날 때 실점을 전혀 안 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프타임에 쉬고 돌아온 바레인 선수들은 체력이 좀 돌아와서 잠깐이나마 그 빠름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거든요. 그럴 때 중요한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고, 정신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겁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이 좋아진 모습은 정신력에서 증명됩니다. 축구는 정신적인 요소가 크게 좌우하는 스포츠입니다. 과거에 우리 대표팀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정신력이 약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고 압박감을 심하게 받는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도 개선되었습니다. 강한 팀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농락하며 공포와 좌절을 안겨줘야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 대표팀에게서 그런 모습을 좀 볼 수 있어 매우 반갑습니다.

 

 

 결과는 완승이었고 몇 골 더 넣을 수도 있던 매치였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는 상대를 완벽하게 공략했고, 위협적인 장면을 다수 만들었습니다. 팀컬러의 변화를 깊이 실감할 수 있었지요.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상한 주심 때문에 옐로카드를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그나마 조별리그 첫 경기라 어떻게든 털고 가면 되긴 할 것입니다만, 우승하기에 뎊스가 좋지는 못한 팀으로 보여 단점을 잘 이겨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VS 말레이시아

 

 요르단전은 바빠서 못 봤지만 말레이시아전은 초반 5분 정도를 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요르단전을 못 봤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경기 양상이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주십시오.

 

 일단 바레인이 그러하였듯 말레이시아도 처음부터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필드에서 뛰고 있는 우리 멤버들과 그 상태를 보고 좀 의아했었습니다. 너무 베스트 멤버 내보내서 열심히 뛰고 있었거든요.

 

 요르단전 꼬여서 너무 독기 품고 나선거 아닌가 싶었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 축구 스타일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여유롭게 놀듯이, 조금 무성의해보일 정도로 시크하게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경기는 열심히 해서 꼬인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첫 골 근사하게 들어가고 클래스의 차이가 완벽하게 드러나는 경기였어요. 전반은. 말레이시아는 전반에 0슈팅이었고, 우리는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번 만들었지요.

 

 그런데 추가골이 왜 안들어갔느냐를 보자면 내 생각에는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래요. 잘하려고 하니까 템포가 살짝 오버 페이스가 되고,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체력과 유연성, 그리고 창조성이 살짝 부족해지는 겁니다. 골 못 넣고 슬럼프 겪던 공격수들이 한 골 넣으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잘하는 것도 심리적인 문제가 큽니다. 심적으로 위축되면 실제 신체적인 능력도 떨어져요.

 

 전반에 어떻게든 조규성이 한 골 넣었다면 경기 양상이 꽤 달랐을 겁니다. 그런데 못 넣었고, 그건 후반 드라마 (말레이시아가 주인공인) 의 주된 한 이유가 됩니다.

 

 전반 막판에 말레이시아는 체력을 거의 소모해서 발이 느려진 상태였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그런 말레이시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지요. 그런데 하프타임에 말레이시아는 조금 회복을 합니다. 그렇게 회복한 체력으로 후반이 시작된 후 우리에게 일격을 먹이지요. 말레이시아의 첫 슈팅이 첫 골이 되었습니다.

 

 주심이 첫 옐로 이후 판정기준이 완전히 바뀌어서 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실점의 원인이기는 했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기량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 골은 김민재와 조현우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넣은 말레이 선수가 잘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나온 말레이시아의 2번째 PK골은 우리 입장에서는 운이 없는 편이긴 했는데, 좀 더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된 볼란테를 한 명 기용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사기가 올랐고, 세컨드 하이 상태가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심적 여유를 잃은 것으로 보였고요.

 

 한편으로 기세가 오른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가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어서 내심 응원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경기 양상이 전형적으로 K리그에서 약팀이 강팀 잡는 그런 양상이었거든요. 말레이시아 축구 방식이 우리나라 K리그 팀과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특히나 내가 응원하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떠오르는 면이 많아서 내심 어느 정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김판곤 감독이 짜맞춘 것 같은 K-스타일 수비를 우리 선수들이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시간이 잠시 펼쳐졌습니다. 그대로 1:2로 경기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결국 잠시 후 어나더 클래스인 이강인이 이번에도 원더골을 넣었습니다.

 

 이후 경기 양상은 우리 선수들이 클래스가 높아도 너무 높다보니 전술 가위바위보에서 지고 상대 팀이 좋은 조직력으로 맞서도 제압하는 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멤버 개개인의 실력 평균은 우리나라가 이 대회에서 단연 최강입니다. 가위로 바위를 써는 것 같은 경기가 되어버렸고, 약간 운도 따라줘서 결국 추가시간에 PK로 재역전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후 놀라웠던 점은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투혼이었습니다. 이강인이 프리킥 골을 넣은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사기가 떨어졌고, 그에 세컨드 하이가 풀리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그러고 나면 발이 점점 멈추면서 동작이 둔해지게 됩니다. 무리한 대가가 11분 다르게 찾아오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추가시간에 PK로 우리가 앞서나가게 되자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고양되어 반격에 나섭니다. 그때부터는 진짜로 가을 인유 경기 보는 느낌이었어요. 불굴의 투지가 기량과 상관없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는 정말 여러 번 봐왔습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는 팀이 별로 없을 뿐인데요. 김판곤은 대체 뭘 한걸까요? 말레이시아 대표팀에서 왜 K-스피릿이 목격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동점골은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 만들어낸 골입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그런 투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사실 꼭 이겨야 했던 경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냥 말레이시아가 1골 더 넣고 조 2위로 우리가 진출하길 기원하고 있었어요. 그 편이 일정도 좋고, 16강에서 일본도 피하니까요.

 

 투지와 절실함의 차이가 결국 결과를 만들어낸 경기라 생각하고요. 조금 우려되는 점이라면 우리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너무 필사적인 각오로 임할 것 같다는 점이네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우리 선수들은 강하니까, 조금 더 여유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응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좀 더 믿고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공놀이는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16

 

 

 대한민국 VS 사우디아라비아

 

 처음 선발명단과 기본포진을 보고 이건 뭔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후 나의 감상은 다음과 같았지요. ‘누가 범인이지?’

 

 클린스만의 능동적인 선택으로 그런 선발과 포진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보이는 현상은 처참했고, 또한 익숙했어요. 경기를 보면서 물증은 없지만 클린스만 옆에 있는 누군가가 주범일거라는 심증이 점차 확연해졌고,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친구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만치니의 축구도 오래간만에 봤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백3로 나온 우리나라는 꽤나 고전을 하게 됩니다. 아마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하게 되다보니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가장 나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그 동안 만들어온 스타일과 강인함은 내다버리고 가장 나쁜 수를 꺼내들었어요.

 

 백3는 여러 스타일이 있긴 한데, 90년대부터 2002년까지 우리나라가 백3를 사용해도 괜찮았던 이유는 홍명보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홍명보는 리베로라 불리기 적합한 선수였고, 국가대표 센터백으로는 제한적인 수비력을 가졌지만 대신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에는 그런 선수가 없어요. 거기에 피보테나 레지스타라 할 만한 선수도 딱히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백3를 넣어버리면 공격 전개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윙백해줘 축구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 이후 풀백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거기에 상대는 만치니의 사우디이니 경기가 제대로 풀릴 수가 없었지요. 굉장히 수동적인 경기가 되어버렸고, 만치니 또한 그렇게까지 공격적인 감독이 아니다보니 스트라이킹보다는 그래플링에 가까운 경기양상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잠 오는 경기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내용상 전반 내내 우리는 사우디에게 끌려다녔는데, 포진을 그따위로 하고도 어느 정도 경기가 성립한 건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본 레벨이 높아서 그랬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비하는 방식 자체는 원래 하던 것과 차이가 없다보니 위화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척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했는데, 전반에 실점을 하지 않은 건 상대가 골대를 맞추는 행운이 있었던것에 더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클래스가 높아서였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전반의 그 이상한 모습은 클린스만이나 그 동안 전술적 선택에 있어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들의 선택이 아닐 겁니다. 요르단, 말레이시아전의 결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안이 채택된 재앙같은 결과였다고 추정합니다. 2010년대 겪었던 우리나라 축구의 암흑기로 되돌아간 것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그건.

 

 수동적으로 경기하면서 우리 선수들은 전반에 체력도 많이 소비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사우디 선수들의 체력이 더 빨리 방전되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사우디 선수들 체력이 기본적으로 그저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후반 들어서서도 선수 명단이 그대로인거 보고 뭥미 했는데, 그것에 대해 무언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불운한 실점이 있었습니다. 사우디가 득점한 건 내가 보기엔 운이었는데, 플레이 내용이 사우디 실력으로 했다고 보기엔 너무 훌륭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하면 세상에 막을 수 있는 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이후 우리 대표팀은 천천히 본래의 플레이를 회복합니다. 65분 쯤부터는 본래의 플레이가 되었다고 봅니다. 65분동안 정말 쓸데없는 체력소모와 실점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봐오던 강한 클린스만호로 돌아오는데는 실점 이후에도 20분 정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 문제에서 나는 클린스만 탓을 하지 않습니다. 상기하였듯 주범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증거가 없으니까 특정해서 말은 안 합니다만.

 

 한편으로 이 경기 주심은 EPL에서 가끔 보이는 터프가이 주심이었는데, 어지간해서는 카드를 주지 않고 잘 불지도 않습니다. 이런 주심 만나면 계속 싸우듯이 주심 눈 피해서 때리고 차고 걸고 해줘야 하는데요. 우리 선수들은 그런 플레이가 좀 심하게 안됐습니다. 그래서 안해도 되는 고전을 했어요. 몸싸움을 심하게 사리는 양상이 계속되었고, 그런 팀컬러를 만들게 된 주범은 역시나 클린스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상기한 주범 탓을 또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우리 대표팀은 조규성을 포함한 주전 멤버 투입하고, 잠그는 사우디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35분부터는 약 20분동안 끊임없는 맹공격을 펼쳤지요. 문제는 골 운이 정말 없더라고요.

 

 공은 둥글고, 적잖은 축구경기는 운으로 결과가 좌우됩니다. 실력있는 팀이 불운에 패배해서, 토너먼트 대회에서 일찍 집에 가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나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같은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는 운이 크게 좌우하는 대회 방식입니다.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불운 한 번에 짐을 싸야 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냥 집에 가기엔 우리 선수들은 강했습니다. 무수한 기회 끝에 결국 추가시간이 거의 다 흐른 시점에 조규성이 득점에 성공했고, ‘이것도 축구다였던 감상은 이게 축구지!’로 변화하였습니다. 축구가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소리를 듣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비를 계속 하다가 승리 직전에 일격을 당한 사우디는 연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거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지만, 우리 대표팀은 유감스럽게도 좋은 기회들을 바이든하였습니다. 득점자였던 조규성은 두어 번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 그런 것도 축구입니다.

 

 결국 우리는 사우디를 꺾지 못하고 경기를 무승부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아주 잘 찼고, 조현우 키퍼는 잘 막아서 8강에 진출하게 되었지요. 중압감을 이겨내고 첫 단추를 잘 꿴 손흥민과, 두 번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있는 슈팅에 성공했던 조규성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조현우야 인유 응원하면서 맞설 때마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지긋지긋한 상대였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키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쉽게 갈 경기를 어렵게 가긴 했지만, 16강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운명을 이겨낸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제 다음 경기는 2015년의 복수입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던 아픔을 제대로 갚아줄 기회가 왔습니다.

 

 

 

8

 

 

대한민국 VS 오스트레일리아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 했던가요. 2015년 결승의 아픔을 설욕할 기회가 있습니다. 남반구 독립대륙이면서 오세아니아도 아닌 아시아에 꼽사리 끼어 있는 사커루를 두들겨패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여 복수의 달콤함을 즐길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호주는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우리는 강해졌고요.

 

 선발 명단까지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경기를 시작한 후 관측되었지요. 선수들이 얼어 있더라고요? 뭐지? 싶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우리 선수들보다 느린 선수들이거든요. 바레인이나 사우디는 정신나간 스피드를 가진 팀이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순간동작으로 제치고 플레이하기가 힘든 상대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탑스피드는 모자라도 가속도는 빠른 선수들이라 마찬가지로 순간동작으로 제치기는 힘들었고요. 그런데 호주는 오래간만에 만난 정상적으로 느린팀이었어요.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면 본래 우리 클린스만호 스타일대로 1:1 계속 치면 됩니다. 그럼 우리 선수들이 개인기와 순간속도에서 우월하니까 상대가 대응을 못하거든요. 그런데 선수들이 얼어붙어 있고, 뭘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체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선수 선발 명단 문제도 아니었고요. 이 문제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관측되더라고요. ‘전술이 걸려있다였어요.

 

 클린스만은 전술 안 겁니다. 그리고 나는 사우디전에서도 65분까지 문제를 꼬아놓은 인물이 있다고 심정적으로는 확신하고 있었어요. 이 문제에 대해 나는 프랑크푸르트의 저주라는 가칭을 붙이겠습니다. 문제의 주범에게 악의 같은 건 전혀 없겠지만, 그에 대한민국 축구 암흑기가 재림하는 것 같은 경기가 되었습니다.

 

 전술을 건다는 건 기본적으로는 선수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선수들은 행동에 제약을 받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판단이 느려지고 행동이 굳습니다. 클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훈련으로 천천히 체화시켜 나가면서 개선할 수가 있는데요. 소집기간이 대표팀 같은 데서는 이래라저래라 하여 선수들 행동을 굼뜨게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리스키한 행위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해요. 특히 대회 중에는.

 

 그래서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경직된 상태로 움직였는데, 아마 선수를 안 보고 포진과 전술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호주전 전반이 기존 경기들보다 잘 조직된 양상의 경기로 보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축구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더구나 쉰 기간도 다르고 연장혈투까지 치른 상태라 우리 선수들은 체력이 부족했습니다.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경기 초반에 득점을 해서 리드하는 방식이 좋았지요. 선수들 클래스 차이로 보면 두 티어 정도는 아래인 팀을 상대로 처음부터 긴장하고 굳어서 나와가지고는 슈틸리케 시절마냥 답답한 플레이 하는데 암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좋은 득점으로 보였던 건 오프사이드였고, - VAR가 아니었다면 동일선상으로 보고 득점인정을 했을 확률이 높았던 득점 장면이었습니다. - 그 비공식 슈팅이 대단히 한심한 전반전의 유일한 슈팅이었습니다. 얼음땡 언제 풀리나 하면서 봤던 전반 내내 우리 선수들은 굳어있었고,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대를 두려워하면서 매치를 할 정도의 팀이었던가요? 독일도 이기고 포르투갈도 이긴 팀 아닙니까. 지난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었던 사우디도 누르고 올라왔고요. 그런데 왜 예전보다 약해진 호주를 상대로 긴장하고 움츠러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주는 강력했고, 결국 도마 위에서 날뛰는 생선의 가시에 찔려 부상을 입는 것 같은 실점을 허용해 버렸지요.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어찌나 강력했는지 후반 들어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클린스만은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해주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미 걸린 저주를 클린스만이 풀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교체선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다음 들여보낼 수 있을 뿐이지요.

 

 결국 클린스만은 조규성을 빼고 이재성을 넣는 꽤나 모험적인 수를 꺼내듭니다. 높이 승부를 포기하고, 상대를 더 흔드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봐야 하는데요. 이후의 홍현석, 양현준 투입도 동일한 방향이었습니다.

 

 주도권을 잃은 상태로 싸우는 호주는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역동성이 있는 교체 멤버들과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같은 돌격대원들이 점차 끊임없이 상대를 흔들게 되었지요. 정말로 마음이 급해지자 우리 선수들은 걸린 저주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막판에 우리나라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했는데, 일정 상 체력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투혼을 불사른 손흥민의 돌파가 결국 추가시간 마지막에 PK를 만들어냅니다. 이어 황희찬이 그 상황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웅이 되었지요.

 

 연장전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공격적인 멤버를 갖춘 우리에 비해, 호주는 잠가서 승부를 마무리하기 위해 수비적인 멤버들로 교체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기가 올라가 있었고, 저주도 풀려 있었지요. 호주 선수들이 가졌던 체력에서의 우위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 호주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후 손흥민은 그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프리킥 골로 2015년의 복수를 이루어냅니다. 경기 내내 호주 선수들은 손흥민에게 슈팅각을 거의 내주지 않았지만, 프리킥만큼은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직후 호주 선수 하나가 심각한 파울을 범해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완벽하게 기울게 되었고, 우리가 추가득점 기회를 유감스레 바이든하면서 그대로 2:18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란 본래 달콤한 법인데, 드라마틱한 역전승으로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하여 더더욱 달콤한 경기결과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경기에서 클린스만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게 되었습니다만, 동시에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강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 경기도 저주가 기승을 부리겠지요. 그러나 나는 클린스만이 결승의 약속을 지켜줄 거라 믿습니다.

 

 요르단과는 진지하게 재승부를 봐야겠지요. 누가 위인지 확실하게 정해야 합니다.

 

 

 

 

4

 

 

대한민국 VS 요르단

 

 축구를 하다 보면 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 때도 할건 하고 져야 합니다. 자기 플레이를 못 하고 지는 건 최악이지요. 그 면에서 볼 때 이 경기는 최악의 패배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결국 팀을 갉아먹고 패배하게 만들었어요.

 

 이 대회가 시작하기 이전, 우리 선수들은 꽤나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본래 기술과 축구 지능이 좋은 선수들이고,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지요. 첫 경기 바레인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못 본 조별리그 요르단전 이후 저주가 관측되기 시작합니다. 자유롭게 풀려있던 선수들을 누군가 조이기 시작한 것 같아 보였단 말이지요. 다만 이때까지는 그래도 스타일이 바뀐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저주의 시작은 16강부터였지요.

 

 말레이시아전은 여러 모로 불운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비겼고, 하필 우리 축협이 매우 싫어할 김판곤한테 당한 것이었거든요. 그것이 저주를 촉발시켰다고 생각하고요.

 

 일단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축구에서 어떤 전술을 필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 및 계획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현실적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훈련 시간이 짧고 피로가 누적되는 대표팀의 전술은 각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짜여져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감독이 전술적 고집을 부린다거나 해서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클럽팀과 대표팀은 다른 조건입니다. 그리고 클럽팀에서도 전술적 고집을 부리는 감독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성과를 얻다가도 감독이 앞서나가다가 팀을 말아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사상 최고의 전술가인 펲 과르디올라만 해도 이상한 전술을 고집하다가 바르셀로나 11-12시즌엔 전력대비 영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사퇴하거나,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명장병에 걸려 중요한 경기들을 말아먹는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표팀이 조직력을 갖추는 게 어려운 조건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팀 에이스들은 유럽에서 뛰고 있는데, 유럽은 우리나라에서 멀어도 너무 멉니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이 선수들은 K리그 경험도 아예 없거나 별로 없습니다. 과거에는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도 어지간해서는 K리그식 축구를 적용해서 발을 맞추기가 쉬웠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유럽 팀들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서 유리합니다. 대표팀 소집 시 이동거리가 짧은 건 물론이고, 자국 리그에 속했거나 거쳐간 선수도 많은 편이고, 주요 멤버들이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뛰는 이상, 유럽에서 먼 우리나라는 페널티를 안고 뛰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스만 부임 후 우리 대표팀이 찾았던 길은 상기하였듯 브라질 같은 축구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 대표팀이 쌓아온 모든 것들의 결과였다는 게 나의 판단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만, 속칭 티키타카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건 선수 발굴 및 육성 과정에서 각각의 포지셔닝과 주변 선수들의 파악 능력, 볼의 퍼스트 터치부터 탈압박까지의 움직임 같은 게 체화되어있어야 합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선수 발굴과 육성은 그런 식으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표팀 레벨에서 티키타카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팀은 거의 없습니다. 그건 네덜란드나 벨기에도 못합니다.

 

 

 대신 우리 선수들은 볼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을 때의 기술이 좋습니다. 드리블을 하고 양발을 이용해 슈팅이나 패스를 하는 능력이 뛰어나단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런 플레이가 되려면 그에 어울리는 정신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기를 즐기려는 태도, 상대를 승부로 이기려는 의욕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적당히 풀어지고 유연한 분위기, 야성적인 공격성 같은 것 말이지요.

 

 아시안컵 시작 시점의 문제라면 수비적인 조직력이 나빴다는 건데, 이건 어느 정도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근래에는 좀 약해진 개념이지만 과거에는 남미식(브라질식) 공격축구 vs 유럽식(이탈리아식) 수비축구의 대결 같은 표현도 쓰고 그랬는데요. 선수들이 풀린 상태로 있으면 팀 전반의 수비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조직적으로 진열을 유지하고 압박의 강도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인데요. 관련하여 대회 시작 이전 우리 팀의 문제해결 방식은 상대를 위압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 분위기 자체를 우리 경기로 만들게 되면 비록 우리 수비가 충분히 조직적이지 못하더라도 상대 팀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게 됩니다. 설령 실점하더라도 우리가 만회하면 됩니다. 일단 이 상태로 우리는 이 대회에 임했어요.

 

 그런데 조별리그에서 좀 꼬였지요. 문제가 꼬이게 된 건 첫 경기였던 바레인전부터입니다. 경기는 잘 이겼지만 그 때 주심이 이상해서 옐로를 너무 많이 받는 바람에 꽤나 골치아픈 상황이 됐거든요. 이후 김판곤의 말레이시아전에서 막판에 동점골까지 허용하면서 팀 분위기가 꽤나 다운됩니다. 그리고 본래의(대회 시작 시점의) 팀컬러를 잃어버립니다. 내가 프랑크푸르트의 저주라 부르는 게 등장하게 되지요.

 

 선수들은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게 되면 그 지시를 수행하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그리고 그 지시 수행을 하느라 본래의 기량에 디버프가 생깁니다. 디버프는 다른 요인과 복합될 수 있는데, 팀의 분위기라거나 긴장감, 피로도 같은 게 복합적인 영향을 줍니다. 전술 지시가 복잡할수록, 지시가 엄격할수록, 지시된 내용을 수행하기 어려울수록 디버프의 정도는 강해집니다. 그 현상이 명백할 때 나는 그것을 저주라 부릅니다.

 

 그리고 요르단전에서 펼쳐진 저주는 심각했습니다. 원래는 우리 선수들 기량이 요르단 선수들보다 3티어정도는 높은데요. 이 경기에서는 요르단 선수들이 훨씬 더 잘해 보였어요. 요르단 선수들은 버프를 받고 필드에 섰고, 우리 선수들은 강력한 저주가 걸린 채로 필드에 섰습니다. 그 결과 요르단 선수들의 경기 내 기량이 우리 선수들보다 상위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발생했어요.

 

 감독과 코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을 최고의 상태로 경기에 내보내는 겁니다. 이건 어떤 종목이건 마찬가지에요.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종종 현실에서는 선수들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걸어 경기에 내보내는 인물이 생깁니다. 경기를 볼 때는 선수를 봐야 합니다. (흔히 전술로 포장되곤 하는) 컨셉을 보면 안 됩니다. 팀 스포츠에서는 선수들 각각의 플레이가 종합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건, 클린스만은 저주를 걸지 않아요. 본래 없던 저주입니다.

 

 요르단전에서 이길 기회가 없었느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전반 30분부터 전반이 끝날 때까지, 우리 팀은 저주가 풀려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뛰다 보니까 저주를 잊어버리고 점점 본래의 플레이를 했거든요. 이 때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넣지 못했어요.

 

 

 그리고 하프타임 때 저주가 리필되었고, 요르단은 다시 한 번 버프를 받고 들어왔습니다. 하필 우리 팀에는 김민재가 없었고,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한 골 실점한 이후에는 선수들이 저주에 점점 잡아먹히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기존 경기들과 다른 점이라면 일단 요르단이 잠그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우디나 호주는 잠그는 선택을 해서 우리 선수들이 점차 저주를 풀어내고 본래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요. 요르단은 치명적인 역습을 추가로 가하는 방식으로 우리 선수들의 저주를 깊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연속 연장전으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우리 대표팀의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자체가 좀 안 풀리는 경기였어요.

 

 

 결국 우리팀은 요르단에게 유효슈팅 하나조차 바이든하지 못한 채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영 좋지 못한 경기였어요. 그런데 끌려가는 게임에서 기본전력 자체가 우월한데도 슈팅 자체를 제대로 바이든조차 못했다는 건 전술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멘탈 문제에요. 끌려가는 시점에서 슈팅을 하라는 전술지시를 한다 한들 선수들은 수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것조차 지시이기 때문입니다. 전술 지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아직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누가 위인지 보여줘라. 마음껏 상대를 뽀개버려라라고 하는 쪽이 그나마 슈팅이 더 나오는 게 축구입니다. 그러나 저주는 강력했고, 클린스만은 이번에는 저주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클린스만 경질론이 강한 상황인데요.

 

 저는 카잔의 기적을 일으킨 신태용을 내치는 데 일조한 FC 코리아를 영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그렇게 신태용을 내치고도, 16강에 보낸 벤투도 내친 나라입니다. 그런데 아시안컵 4강에 올린 클린스만도 내쳐요? 위약금이 얼마인데요? 그렇게 위약금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참 좋은 감독 선임할 수 있겠습니다. 독이 든 성배도 아니고 독이 든 종이컵쯤 될텐데, 누가 그걸 받아들고 싶을까요? 누가 FC 코리아의 무책임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FC 코리아는 누군가가 백마탄 초인처럼 등장해 거액을 써서 무리뉴라도 데려오길 바라는 걸까요? 그런데 아마 무리뉴가 와도 빌드업 축구는 안 할 겁니다.

 

(02/0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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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모델

운동 2022. 12. 25. 00:4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lONcHpO2MEw

 

 

 

 

 

 

 

1) 2014년에 메시가 눈앞에서 월드컵을 놓치는 걸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8년은 긴 세월이었고, 여느 신화가 그러하듯 운명이 메시에게 과도한 시련을 부여한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최고의 경기를 통해 이 신화가 완결되었습니다.

 

 축구실력 자체로 보면 이미 10년도 더 전에 메시는 역대 다른 그 어떤 선수와도 다른 레벨에 있었습니다. 대표팀을 제외하면 이미 10년쯤 전에 모든 걸 이룬 선수였고요.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잘 풀리지 않았었지요.

 

 바르셀로나에서 최고가 되었던 메시는 꽤나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에게 마라도나같은 플레이를 요구했지만, 메시는 마라도나와는 많이 다른 유형의 플레이어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마라도나와 같은 플레이를 해줄 필요가 있었고, 아르헨티나에서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는 메시였기에 메시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어야 했지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메시는 어릴 때 가지고 있던 초현실적인 속도를 잃어버렸고, 대신 킥력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팀동료들의 성향 및 소속 클럽팀의 상황이 변하면서 점차 더 아래로 내려오는 플레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위치는 대표팀에서 본래 메시가 뛰었던 위치와 같았기에 점차 그 플레이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량 자체가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내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는 메시고, 그것은 메시 외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2) 축구팬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16강에서 만났었습니다. 그 때도 4:3의 치열한 난타전 끝에 프랑스가 올라갔고, 결국 프랑스가 우승하지요. 프랑스가 우승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상대가 아르헨티나였습니다.

 

 그렇기에 아르헨티나의 이번 우승은 더더욱 특별했습니다. 결승이 4년 전의 리벤지 매치이기도 했거든요. 준결승 상대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였고요.

 

 음바페는 결승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인 활약을 했습니다.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긴 했지만 어쨌든 해트트릭이고, 필드골 득점이 레벨이 높았지요. 월드컵 결승임에도 두려움이 없는 것 같은 투지가 인상깊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결승이 메시의 대관식이 아니라 음바페의 대관식이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시는 이제 승천했잖아요? 다만 나는 음바페가 아직 왕관을 쓸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루니가 지금의 음바페보다 더 잘했어요. 음바페가 루니보다 성실해 보이긴 합니다만. 재능은 루니가 더 뛰어났습니다.

 

 

 

 

 

 

 

3) 이번 월드컵 이전 나는 본 블로그에서 우리나라 성적은 별로 좋지 못할 것 같다. 우승팀은 잘 모르겠지만, 메시가 월드컵을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성적이 좋았고, 메시가 월드컵을 들었으니까 기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가 예상보다 성적이 좋았던 건, 전술적인 면은 물론이고 선수 기용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고집스럽던 벤투가 마지막에 고집을 좀 꺾어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호날두의 노쇼 손해배상이 있었고요. 2010년엔 야쿠부의 자비로 우리나라가 16강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호날두의 배상으로 16강에 갔습니다.

 

 다만 나는 우리나라가 16강과 이 스타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에게 대패한 것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크로아티아는 브라질을 승부차기로 꺾고 올라가 3위를 했는데, 일본도 크로아티아와 비겼고 승부차기에서 떨어졌습니다. 일본이 브라질과 경기했다면 우리처럼 대패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월드컵에서도 멋진 팀이었지만, 이번에도 그러하였습니다. 크로아티아 대 모로코의 34위전은 마치 그 스타일이 과거의 이탈리아 대 브라질과 같았는데, 그러한 경기 양상은 약간 변형된 형태로 결승에서도 전개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스타일상의 공통점이 있었지요. 프랑스는 모로코와 유사성이 있었고요.

 

 나를 감탄하게 만든 건 크로아티아와 아르헨티나 쪽이었습니다. 결승전의 아르헨티나는 일방적인 경기를 하다가 한순간의 실수와 음바페의 대활약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뻔하긴 했습니다만. 우리가 본받아야 할 쪽이 어딘지는 명백합니다.

 

 

 

 

 

 

4) 나는 축구 전략전술을 지공이냐 속공이냐, 경기장을 넓게 쓰느냐 좁게 쓰느냐를 관건으로 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이 핵심을 잘 모르면 엉뚱한 전략전술이 채택되고 축구 팀이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됩니다. 문제는 이에 대해 개념을 잘못 잡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아스날에서 뛰던 시절, 벵거의 아스날과 펩의 바르셀로나가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만, 두 팀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 팀이었습니다. 벵스날은 이상적인 속공을 추구하는 팀이었고 펩바르싸는 극단적인 지공을 하는 팀이었지요. 특히 역대 최강팀으로 꼽히는 2010-2011시즌의 펩바르싸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후 속공에 특화된 세스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바르셀로나의 팀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지요. 세스크한테도 영 좋지 못한 이적이 되었고요.

 

 어떤 팀에 지공이 어울리느냐, 속공이 어울리느냐는 일차적으로는 팀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단신 선수는 정지상태에서부터 가속이 빠르고 장신 선수는 상대적으로 가속은 느리지만 탑스피드가 빠릅니다. 몸을 돌리는 선회력이나 기술을 컴팩트하게 쓰는 것도 단신 선수가 유리합니다. 대조적으로 장신 선수는 당연히 제공권이 좋고요.

 

 그래서 팀에 키가 작은 선수가 많을수록 공격을 루즈하게, 길게 끌면서 볼소유시간을 늘리고 최대한 서로 정지된 상태에서 플레이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단신 선수가 장신 선수보다 가속이 빠르기 때문에, 서로 정지한 상태에서 달리기 시작하면 단신 선수가 유리합니다. 방향전환이 많아도 단신 선수가 유리합니다. 이 원리를 극단적으로 잘 살렸던 게 10-11 시즌의 펩바르싸였습니다. 어렸던 메시가 걷는 수준의 속도에서 볼을 소유하고, 가속을 붙일 때 그 속도를 잡을 수 있는 선수는 세상에 아무도 없기도 했지요. 어린 시절의 메시는 탑클래스 단거리 육상선수 수준의 가속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축구선수가 따라갈 수준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양팀이 경기장을 종적으로 넓게 쓰면서 서로 치고받는 경기가 되면 장신 팀이 단신 팀보다 매우 유리해집니다. 탑스피드는 장신 선수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계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경기장에서 직관을 하면 장신의 수비수들이 달리기가 매우 빠른 걸 볼 수 있기도 하고, 볼을 치고달리는 유형의 엄청나게 빠른 선수들은 대체로 180cm이상의 장신입니다. 음바페 같은 경우 예외적으로 180cm가 안되는데도 이 시대에 가장 탑스피드가 빠른 선수 중 한 명인데, 그래서 현재의 음바페는 가속과 탑스피드가 모두 빠른 선수지만 롱런은 상대적으로 어려울 거라 봅니다. 근력이 좋아서 빠른 거라서요. 그런 선수는 나이 들면 확 느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펩바르싸가 일으켰던 속칭 티키타카의 유행이었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본인도 주장하는 거지만, 티키타카는 전술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지공을 하다 보면 경기 모양새가 그렇게 되는 거지요. 전성기의 챠비, 이니에스타, 메시가 뛸 때는 자연스럽게 그런 경기 모양새가 되는 거였고요. 일본 대표팀이 소위 스시타카를 곧잘 하는 이유도 일본 대표팀의 신체조건과 사용하는 기술 스타일이 그에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2018년 월드컵 참가팀의 평균신장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우리나라는 지공을 하면 할수록 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키가 제법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자체가 키가 크기보다는 20세기에 우리나라 스포츠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키가 큰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기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신체조건이 작으면 상대적으로 신체조건이 우월한 다른 나라 선수들을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이 뒤늦게 된 나라라서,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키가 그렇게 크지가 않습니다. 경제력이 올라오고 잘 먹게 된 86세대 정도부터 키가 커졌지요.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종이 아시안이라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근력이 약합니다. 그러니까 평균적인 가속도가 극단적으로 떨어집니다. 대신 키가 큰 편이라 탑스피드는 괜찮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지공하려고 하면 망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쓰는 평균적인 기술 체계도 지공에 전혀 안맞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대체로 속공에 익숙합니다.

 

 

 

 

 

 

5) 그래서 기성용이 뛰던 시대에 우리나라 대표팀 성적이 계속 안 좋았습니다. 기성용은 수비력도 제공권도 나쁜데 공격시에도 지공밖에 못하는 선수거든요. 실력 자체는 대표팀 승선에 어울리는 선수였지만, 기성용을 써서는 성적이 나올 수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용이 최강희 감독 당시 파벌을 만들고 대표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은 넘어가더라도, 카잔의 기적은 기성용이 빠진 가운데 일어났었지요.

 

 이번 대표팀은 그 면에서는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였습니다. 정우영, 황인범, 이재성은 기성용보다 훨씬 동적이고 속공 전개가 되는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벤투는 속공을 선호하는 감독이 전혀 아니고, 지공에 집착하는 면이 있는 감독이기에 우리나라 성적이 영 좋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보다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속공 능력이 좋아진 상태였고, 이강인이 들어간 경우 확실히 더더욱 그렇게 되어 (+호날두가 활약하여)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볼을 길게 소유하고 지공을 하는 방식의 축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선수 구성을 보다 단신 위주로 바꿔야 그나마 어울립니다. (이번 대표팀 멤버들의 평균신장은 지난 대회보다 살짝 작아졌고 2010년부터 쳐도 가장 평균시장이 작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인종적인 문제로 인해 브라질리언이나 프랑스, 북아프리카계 선수들처럼 폭발적인 가속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체의 근력이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프랑스, 모로코같은 팀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하체의 강한 근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 중 그렇게 폭발적인 가속과 좁은 공간에서의 테크니컬한 플레이가 가능하던 선수는 박지성 정도입니다.

 

 나는 우리가 이번 월드컵의 크로아티아와 (최근의 월드컵 성적은 영 좋지 못하지만) 이탈리아를 롤모델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메시의 존재를 논외로 한다면 근래의 아르헨티나도 좋은 참조 대상이고요.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플레이는 참으로 예술적이었는데,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신체적인 강인함이나 기술적인 완성도는 3위를 할 정도의 구성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축구 지능이 돋보이는 축구를 했습니다. 매 순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위험을 줄이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축구를 했단 이야기지요.

 

 축구는 머리로 하는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월드컵 4회 우승을 했던 건 머리를 잘 썼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선수들에게는 북유럽 선수들 같은 신체조건도, 브라질리언같은 기술도, 메시도 마라도나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막고) 더 생각하고 상상하고 창조해내면서 4회 우승을 할 수 있었지요. 사실 우리나라도 인종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어울립니다. 아시안의 강점은 추위에 강하다는 거랑 머리가 좋다는 거지요.

 

 문제는 축구 플레이에서 생각하는 플레이가 구현되더라도 그걸 알아볼 수 있는 관중은 소수라는 겁니다. 인기가 별로 좋은 타입이 아니라는 거지요. 예를 들어 라울이 축구를 얼마나 잘하는건지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기술 축구에 대한 판타지가 강해도 너무 강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축구를 브라질처럼 하고 싶어하지요. 그게 문제의 근원입니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지공하는 팀인데, 역사에 남은 브라질 선수들이 대체로 얼마나 초인적인 발목힘을 가졌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안은 어지간해서는 그렇게 폭발적인 가속을 할 수 없어요.

 

 

 

 

 

 

 

 

6) 우리나라 선수들은 생각하는 축구를 할 때, 그리고 동적인 플레이일 때 좋은 성적을 냅니다. 그리고 전진해 있을 때보다는 경기장을 종적으로 넓게 쓸 때 강합니다. 내가 벤투 감독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던 이유입니다.

 

 물론 벤투는 좋은 선수 관리와 존중을 보여줬습니다. 결과적으로도 16강에 갔으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습니다. 그러나 16강에 만족해버리면 안 됩니다. 브라질에 대패한 걸 분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본은 16강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리그와 달리 토너먼트 컵 대회는 전력이 높은 팀이 우승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매번 본선에 나가고, 16강 이상도 종종 가고 4강도 가본 나라가 우승을 노리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갈길은 멀지만. 꿈꾸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체로 누구나 입고 싶은 옷과 실제 어울리는 옷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게 꽤 큰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지요. 우리나라 축구도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7) 최고의 월드컵은 막을 내렸습니다. 실질적으로 미국 월드컵인 다음 월드컵은 4년이 아니고, 3년 반 남았습니다. 

 

 날리면 대통령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를 바랍니다.

 

숭의아레나 다녀왔습니다.

운동 2019. 11. 24. 18:34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경기 끝나고 다같이 불렀던 곡

 

https://youtu.be/M15SI00umn4

 



 아마도 유상철과 같은 구장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우천에 숭의 다녀왔습니다. 운 없게(?) 플옾가면 또 숭의 경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경남 원정 참여는 나는 어렵습니다.


 

 직관하기 최악의 날씨에 가까웠음에도 유상철 감독의 췌장암 소식과 승강을 결정짓는 홈 마지막 경기라 관중이 많았습니다.


 

 경기는... 인유 선수들이 의욕은 높은데 빌드업이 좋지 않은 팀이 계속 속공을 시도하니까 영 안 풀렸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종반에 유상철 감독이 교체로 투입한 문창진과 케힌데가 연속골을 넣으면서 유상철 감독은 홈경기 첫 승을 거뒀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승일겁니다.


 

 식물이 축구장에 가는 기적이 일어나니 유상철 감독도 홈경기 첫 승을 거둡니다.


 

 설마 이런 경기도 조작하진 않겠지만, 조작에 가까울 정도로 유상철 감독에게는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유상철이 교체로 투입한 선수 두 명이 한 골씩 넣었고, 그게 홈 경기 첫 승이었으며, 승강을 결정짓는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으니까요.


 

 다음주 경기에서 인유가 꼭 잔류해서 유상철이 아쉬움 없이 암투병에 전력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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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장미 선정 2000~2020 축구 국가대표팀 Best 11

운동 2019. 6. 1. 13:52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nVm8NGeRgm4

 

 

황선홍

손흥민

박지성       이천수

유상철

이영표  김민재   김영권  차두리

홍명보

 

조현우

 

 

 2020년까지 메이저 대회가 이제 없기 때문에 20년 단위의 베스트 11을 한 번 꼽아봤습니다. 재미 삼아 가볍게 봐주세요. 애초에 각 선수들의 전성기가 10년 이상 차이가 나다 보니, 이런 팀은 현실적으로 구성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멤버 선택과 본문의 기본적인 작성은 지난 아시안게임 끝나고 해봤었는데, 이 블로그가 축구 블로그 같은 게 아니다보니 업데이트를 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세상 돌아가는 양상도 많이 안 좋고 어째 축구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분위기 환기 삼아 올려봅니다. 각 선수들이 각 분야에서 세운 업적보다는 팀 구성을 신경 써서 작성했습니다.

 

 일단 뺄 수 없이 일단 넣고 시작한 선수들은 박지성, 손흥민, 이영표,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입니다. 이 선수들은 클래스가 특별해서 일단 넣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천수와 김민재의 초이스도 거의 고민이 없었습니다. 고민이 있던 포지션은 라이트백과 골키퍼였고, 김영권도 조금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것보다 홍명보가 들어가는 게 골치 아픈 부분입니다. 홍명보는 현역 시절엔 정말로 쓰기 어려운데 안 쓰기도 힘든 유형의 선수였습니다. 감독으로는 말 할 가치도 없는 인물입니다만.


 

 홍명보는 3백 스위퍼로밖에 못 씁니다. 그러니까 미들에서 한 명을 빼야 하고, 기용 가능한 미드필더의 성향이 제한됩니다. 홍명보를 쓰는데 미드필더가 활동량이 적고 다재다능하지 않으면 팀이 망가집니다.


 

 박지성이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포지션은 레프트윙입니다. 이영표와 호흡이 좋고, 박지성이 뛰면 상대의 오른쪽 라인은 거의 봉쇄되곤 합니다. 이런 구성이면 그가 팀의 성격을 가장 많은 부분 결정하고 책임지게 되겠지요.


 

 손흥민은 요새 플레이만 보면 월드 클래스입니다만, 아무렇게나 써도 잘 활약하는 유형은 아닙니다. 그를 왼쪽에 배치하면 오른쪽에서 흔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팀이 속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멤버 구성은 조현우의 답 없는 공격 전개문제를 제외하면 속공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상 가운데에 적어놓긴 했지만 실제 뛰게 되면 좌우로 크게 움직일 겁니다.

 


 유상철의 클래스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상철은 나의 선택에서는 일단 넣고 시작하는 선수입니다. 유상철은 골키퍼 외 모든 포지션을 높은 수준으로 소화 가능하며, 수비수와 미드필더와 공격수 모든 분야에서 K리그 베스트 11에 꼽힌 시즌이 있는 선수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득점왕도 해본 위인이라 일단 쓰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3백에서는 유상철과 같은 미드필더가 꼭 필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레프트백은 고민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영표가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최고의 레프트백입니다.



 그렇지만 라이트백은 고민의 여지가 많은 영역이지요. 아마 2002년의 송종국이 우리나라 최고의 라이트백일 겁니다. 그런데 송종국은 그게 커리어 하이였고 좋은 실력을 가졌던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제외. 그럼 차두리와 이용 정도가 남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공격력, 체력, 속도는 차두리가 좋고 수비력이나 밸런스는 이용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3백에서는 차두리가 무조건 좋지요.



 황선홍은 우리나라 축구선수 중 역대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선수일 겁니다. 2위는 이동국일 거고요. 그렇지만 능력은 황선홍이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국을 뽑고 싶기도 한데, 기량은 이동국이 딱히 밀릴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멘탈이 섬세한 분이고 팀이 좀 맞춰줘야 하는 유형이라, 조금 더 강철심장이고 툴이 많은 황선홍을 베스트 11로 꼽겠습니다. 박주영은 전성기 기준으로만 보면 좋은 포스트 플레이어였고 결정력도 좋았지만, 속공해야 하는 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유형이라 생각하고 많이 맞춰줘야 합니다.



 라이트윙으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졌던 선수는 이천수라고 생각합니다. 울산 시절의 이천수는 1기나 2기나 사기유닛 소리를 들었지요. 상대 팀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좋았기 때문에, 손흥민과 전성기가 겹쳤다면 대표팀에서 양쪽 윙으로 같이 기용하기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3백의 스토퍼 2자리는 김영권과 김민재를 뽑았습니다. 김영권은 잘 할 때와 못 할 때의 격차가 너무 크긴 한데, 잘 할 때는 정말 많이 잘 하는 선수고 중국화 모드만 아니면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할 때는 중앙수비조무사 소리 들을 정도로 못 하는 게 문제지만... 넘어가고요. 그리고 김민재는 내가 봐 온 우리나라 센터백 중에 제일 잘 하는 거 같습니다.


 

 키퍼는 고르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조현우는 수비력만 보면 내가 봐 온 우리나라 키퍼 중 제일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공격 전개가 나빠도 너무 나쁩니다. 정성룡과는 완전히 반대 유형이라고 할까요. 정성룡은 못 믿을 수비력이지만 공격 전개는 최상입니다.

 

 그런데 국가대표팀은 토너먼트에 강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수비력이 좋아야 더 위로 올라가기 유리합니다. 리그를 장기간 치른다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이운재가 올바른 선택이겠지만, 이운재는 순발력이 좋은 편은 못 됩니다. 순발력이 좋고 실점이 적을 조현우를 우선 선택해 봅니다. 다만 조현우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키퍼는 아니고,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이운재가 훨씬 좋은 키퍼입니다. 홍명보를 꼽는다면 조현우의 나쁜 후방 빌드업은 어느 정도 만회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홍명보가 없다면 조현우를 우선순위로 꼽지는 못했을 겁니다. 총체적인 기량은 이운재가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베스트 11이고요. 뽑히지 않은 선수들 중 위에서 언급이 없던 선수를 이야기 해보자면요.


 

 뽑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못 넣은 1순위 선수는 김상식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상식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실제 대표팀 뛸 때는 본 포지션이 아닌 센터백으로 기용되면서 헤맬 때가 많았지만요. 그렇지만 홍명보를 쓰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따로 쓸 수가 없습니다.


 

 2순위 선수는 이근호입니다. 이근호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최전성기 때는 아시아 레벨에서는 메시 놀이를 꽤 하기도 했었지요. 다만 이천수와 이근호를 비교한다면 그래도 이천수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프리킥 기회까지 생각해야하고요.


 

 센터백으로 최진철도 선택 가능한 대상이었는데, 최진철의 제공권이나 태클 능력은 아주 훌륭합니다만 현대적인 유형의 센터백은 아니고, 홍명보와 함께 스피드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성용을 뽑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성용은 홍명보가 있으면 굳이 같이 기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축구 시대가 다르니까 포지션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홍명보가 기성용의 상위호환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기성용이 가진 단점들이 꽤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는 롱패스 능력이 좋음에도 속공을 잘 전개하는 편이 못 되고, 키와 체격이 커서 민첩성이 부족함에도 키를 활용한 헤더 실력은 불충분합니다. 수비력도 불충분해서 컨디션이 좋을 때 BTB로 뛰는 게 아니라면 단점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유상철이 신체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플레이어인 반면 기성용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가 가장 잘 해온 플레이는 점유율을 높이 끌어올리면서 경기장을 넓게 쓰는 유형의 축구인데, 우리나라 선수들로 그런 유형의 축구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현 대표팀 감독 벤투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만. 기성용은 팀 구성이 스타일에 맞아야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실력은 있지만 우리나라 축구에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좀 더 공격적인 선수로 성장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에서의 활약만 치면 베스트 멤버를 노려볼 만 합니다. 그런데 안정환은 선발로 쓰기엔 쉽지 않은 타입의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제로톱 유형의 선수인데 토티나 메시하고는 다르게 몸싸움이 좋지가 않아요. 제로톱은 몸싸움이 강해야 유리합니다. 같이 호흡 맞추기 쉬운 유형도 아니었습니다. 실제 2002년에도 안정환은 베스트 11 멤버가 아니었고요. 교체로 나와 골을 많이 넣었던 것이지요. 황선홍이 부상을 입은 후에는 우선적으로 기용되기도 했었지만요.

 

 팀을 짜고 나서 약점을 생각해보니 전반적인 크로스의 질이 좋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크로스가 좋은 선수를 베스트 멤버로 꼽을 수가 없었습니다. 상대 팀을 측면에서 크게 흔들기 힘들고, 수비를 하는 가운데 많이 달리고 역습을 주로 해야 하는 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축구가 원래 좀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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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소감

운동 2019. 1. 26. 00:55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1CTced9CMMk

 


 

 바빠서 벤투 취임 이후 국대 축구팀 경기 못 보다가 최근 3경기만 봤습니다. 아시안컵 중국전, 바레인전, 카타르전.

 

 나에게 벤투는 무능해보이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그는 포르투갈식 축구를 하는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좋은 사이드 자원이 나왔다는 점에서 포르투갈식 축구가 아주 안 맞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잘 맞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지능적인 플레이에 강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강점을 축구 선수들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체능력이나 테크니컬한 면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밀리는 건 당연한 겁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래서 외국인 감독을 쓸 때 나오기 쉬운 문제가 있습니다. 벤투는 무능해보이지는 않지만 벤투의 상식과 우리나라 축구의 상식 사이엔 좀 차이가 있고, 국가대표 토너먼트같은 조건에서 그러한 어긋남은 좋은 결과를 내는 데는 꽤 방해요소라 보는 게 옳겠습니다.

 

 벤투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기에는 우리나라 선수 자원이 부족합니다. 벤투가 원하는 플레이에 잘 어울리는 선수가 얼마 없어서 그렇습니다. 다만 벤투호 승률이나 성적이 좋았던 건 우리나라 선수들이 육성되는 스타일이 기존과 좀 달라져서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선수 인선은 당연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축구 하려는 스타일이 그러니까 그런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전의 패배는 불운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전력은 비슷했고, 우리는 상대를 제압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컨디셔닝이 좋지 않았는데, 현 대표팀의 의료 체계에는 큰 문제가 있고 이는 벤투 체제보다는 축협이 많은 욕을 먹어야 마땅한 문제입니다.


 

 다만 앞날은 결정해야합니다. 벤투는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감독은 아닙니다. 좋은 성적을 원했다면, 처음부터 벤투를 뽑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만약 처음부터 벤투에게 기대한 게 우리나라 축구 스타일 변화였다면 벤투에게 쭉 맡기는 게 옳다고 봅니다.

 

 나에게 결정권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벤투를 감독으로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욕을 먹더라도 한국인 감독으로 갔을 거고요. 그렇지만 그렇게 가지 않았기 때문에, 벤투에게 원한 게 무엇이었고 벤투가 감독이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볼 때 같습니다.


월드컵 도이칠란트전 감상

운동 2018. 6. 28. 02:01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공식 월드컵 송입니다.

 

https://youtu.be/kFMZUxX6K6o




 

 선발이 누군지 안 보고 있다가 킥오프 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악 후부터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축구를 못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선수들의 전력만으로 보면 적어도 대표팀 레벨이라면, 세계 그 어떤 팀을 상대로건 승리를 노릴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어차피 대표팀은 어느 나라건 그리 수준이 완벽하지 않고요. 우리나라에도 축구를 잘 하는 선수는 많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제대로 된 팀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는 데 있지요. 이에 대해서는 하고픈 말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만, 프로 스포츠 이야기 같은 건 웬만하면 안 하려는 블로그라 안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선발은 아주 좋았는데, 일단 기성용을 쓸 수 없게 된 것과 아마도 신태용이 고집을 꺾은 게 이유라 생각합니다. 일단 나는 기성용 개인의 기량과는 무관하게, 대표팀에서 기성용을 주전으로 쓰는 데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입니다. 기성용을 쓸 때 발생하는 단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인데, 이번 경기는 기성용을 안 쓸 때 어떤 식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가 증명된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황희찬을 기용하지 않은 것도 좋은 선발이었습니다. 나는 황희찬이 대표팀의 주전이 될 만한 기량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자철을 살리려면 황희찬이나 기성용을 같이 쓰면 안 됩니다.

 

 장현수를 미드필드에 둔 것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나는 그는 수비수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볼을 잘 다루는 선수인데, 수비력이 너무 나쁘거든요. 롱킥도 못 차고요.

 

 또한 이러한 선발에선 풀백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용과 홍철 두 풀백이 본래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풀백은 얼마나 부하를 주느냐에 따라 카메라에서 보이는 기량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직관을 하면 풀백의 부하를 쉽게 볼 수 있지만, TV로 보면 잘 보이지 않아서 전술적인, 그리고 선수들 특성을 조합할 때 나오는 결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집니다.

 

 충분히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경기를 방해한 건 주심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의 주심은 최악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비리 그 자체였는데 피파랭킹 1위인 도이칠란트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피파 묵인 하에 조작질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기 충분했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더러운 면은 익히 보아왔지만, 이번의 더러운 정도는 무척 심각했습니다. 내가 월드컵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지요.

 

 위기가 여러 번 찾아왔습니다. 좀 심각해질 수 있었던 건 전반에 이재성의 다리 근육이 경련한 순간이었습니다. 그가 쓰러졌다면 경기가 아주 어려웠겠지요. 다행히 그는 이겨냈고요.

 

 과부하가 걸린 구자철이 55분에 아웃된 건 분명히 좋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황희찬이 들어왔을 때, 정말 좋지 못한 교체라고 생각했지요. 신태용의 부족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잘못된 교체는 재교체로 확실하게 증명됩니다. 구자철이 쓰러진 순간 고요한을 넣었어야지요. 신태용의 역량을 생각할 때, 선발이건 전술이건 그의 주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치가 해낸 것이겠지요.

 

 조현우 키퍼는 막은 건 전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훌륭한 선방을 이어나갔지요. 다만 골킥은 좀 심하게 문제였는데, 킥할 때 정성룡이 여러 번 그리워지다가도 선방 볼 때마다 정성룡이라면 먹혔겠다 싶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 국가대표엔 조현우 같은 타입이 좋습니다.

 

 김영권은... 그가 어렸을 때 나는 그에게 큰 기대를 했었습니다. 참 좋은 재능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서울을 꺾고 광저우를 우승시킬 때만 해도 유럽에도 통할 선수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이후 중국화 되더니 중앙수비조무사 소리 들을 정도로 형편없어졌었습니다. 그랬다가 갑자기 월드컵 시작하면서 장점을 되찾았고, 이번 경기에선 걸렸던 저주라도 풀린 것처럼 본래의 기량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럽으로 이적하고 싶어진 걸까요. 여하튼 그가 이번 경기 MOM이라 생각합니다.

 

 장현수는 여전히 심각하게 부족한 수비능력에 더해, 그가 피보테나 BTB로는 꽤 쓸 만한 선수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의 수비력으로도 중국리그나 J리그에서는 통하니까 수비수를 하고 있긴 할 건데,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그 자리는 아닐 겁니다. 차두리도 처음부터 풀백으로 뛰었다면 더 높은 수준의 선수가 될 수 있었을건데요.

 

 그 외 전반적인 선수들이 다 잘하는 가운데,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나 이런 경기에서 잘 활약할 법한 이승기, 김승대 같은 선수들을 뽑지 않은 걸 떠올렸습니다. 이겼으니 됐습니다만. 황희찬 투입 후 재교체는 백번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만약 도이치 선수들이 제 기량이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고메즈건 뮐러건 내가 예전에 봤던 그 선수들은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골을 넣었을 때도 주심은 편파판정했지만, VAR가 살렸습니다. 거기서 경기는 실질적으로 끝났고, 추가 쐐기골은 더 잃을 게 없는 노이어가 자리를 이탈하면서 발생했지요. 다이렉트 골이 되나 싶었는데 좀 어긋나서 손흥민이 마무리했고, 손흥민은 94년 홍명보, 2002년 안정환 이후 오래간만에 한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한국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16강은 못 갔지만요. 스웨덴이고 메히꼬고 못 이길 팀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에, 아쉽긴 합니다만, 국가대표팀이 좀 제대로 하는 경기 본 건 최강희 감독의 데뷔 경기 이후 처음이라 기쁘네요. 지난 아시안컵은 준우승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별로 좋지 못했거든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 축구 못하지 않습니다. 제대로만 짜 맞춰 돌리면 본선 진출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실력들입니다. 히딩크 이후 그걸 해낸 감독이 없을 뿐입니다. 허정무 때도 감독이 잘 해서 16강 간 건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선수들 잘했습니다. 그렇지만 신태용 유임은 반대입니다. 그는 적당히 박수 받으며 떠나면 됩니다. 물론 암울 그 자체였던 홍명보와 슈틸리케보다는, 그는 명백히 나은 감독이었습니다.

월드컵 대 스웨덴전 패배 감상

운동 2018. 6. 18. 23:58 Posted by 해양장미


 4년 전 브라질에서 답 없는 졸전을 벌인 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같은 감독이었던 슈틸리케로 허송세월한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이 정책은 엉망이라도 인기는 좋듯, 슈틸리케도 감독으로는 바닥 수준의 능력이었지만 초반 승률은 좋았고 언론 플레이에 능했지요.

 

 신태용은 홍명보나 슈틸리케보다는 명백하게 나은 감독입니다만, 우리나라 대표팀을 맡기에 적합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그 의문이 이번 경기에서 결과로 드러났는데, 역시나 최악은 아니지만 약간만 기준을 높이고 봐도 미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스웨덴전의 기본적인 포진은 일단 신태용이 하던 게 아닙니다. 전북 현대 모터스의 축구 비슷한 걸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사이드가 부실했고, 황희찬과 구자철을 동시기용하는 건 내 생각엔 어떻게 봐도 균형이 좋지 않으며, 이런 방식의 축구를 할 거면 이동국을 뽑지 않은 걸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신태용이 한 축구는 이동국이 아주 활약하기 좋은 축구입니다.

 

 김신욱은 좋은 포워드지만, 원톱으로는 좋지 않습니다. 김신욱은 활용하기 쉬운 선수가 아닌데, 신태용도 김신욱을 잘 활용하지 못합니다. 김신욱이 오늘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건, 그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성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구자철은 제주 시절에는 아주 좋은 선수였습니다. 박경훈 감독은 구자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었고,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했지요. 그렇지만 그가 유럽에 간 이후에는 공을 끌고 다니는 돌격대장 같은 스타일이 되어버렸고, 볼을 간결하게 처리하는 법을 잊어버렸지요. 그의 성향을 이해하고 잘 사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신태용은 구자철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황희찬은 그런 유형의 포워드를 우리나라 축구인들이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나는 그의 탁월한 저돌성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저돌성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좀 더 스마트하게 뛸 필요가 있고, 슈팅을 개선해야 합니다.


 역시나 내 생각에 이번 선발의 문제는 구자철, 황희찬, 손흥민 세 명이 모두 돌격하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스마트하게 패스를 하면서 잘라 들어가는 타입이 아니라, 에이스 놀이를 하려는 스타일들이기도 한데, 자꾸 이 셋을 동시에 출전시키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는 0유효슈팅이었지요.

 

 수비는, 김영권이 모처럼 수비수답게 수비하면서 중앙수비조무사 같은 오명을 벗은 데다 조현우 키퍼가 최고의 활약을 펼쳐 1골밖에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키퍼가 4년 전 퐈이야~~~~였다면 더 실점했을 것 같긴 한데, 정성룡이 나쁜 키퍼는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수비가 습자지마냥 약한 한국 대표팀 특성을 고려하면 조현우 같은 키퍼가 어울리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러나 장현수의 대활약은 이번 경기의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는데,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남발했지요. 박주호를 부상 입혀 월드컵에서 퇴출시키고, 실점 장면에서도 어이없이 공격권을 헌납하여 박주호와 교체되어 들어온 김민우가 PK를 허용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장현수가 가장 심각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빌드업이 너무 나빴습니다. 내 생각엔 선수 구성이 빌드업을 하기에 좋지 않습니다. 신태용이 의도하는 걸 잘 모르겠습니다. 패스 & 무브를 잘 할 줄 아는 선수가 이재성과 기성용뿐입니다. 돌격대장이 셋 있으니, 어느 쪽 돌격대장으로 볼이 가건 거기서 끝납니다. 기본 포메이션상 풀백 부하가 너무 커서 풀백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무난하게 졌습니다. 그래도 4년 전보단 좀 나았네요. 4년 전엔 훨씬 더 못했던 것 같거든요.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에 대하여

운동 2016. 10. 23. 01:55 Posted by 해양장미

 본 블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는 잘 안 합니다만, 경질 찬성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역대 축구 국대 감독 중 가장 승률이 좋습니다. 그것도 살짝 좋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승률을 보면 이런 감독을 경질하자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대표팀 문제가 개선되는 게 아니라 악화된다는 겁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감독으로선 해선 안 될 발언까지 합니다.

 

 이런 경우 대체로 경질은 시간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역량에 대해 좋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장점과 K리그의 유니크한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이해하고 잘 활용해서 팀을 만들고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게 대표팀 감독의 임무입니다. 그런데 슈틸리케는 이런 과정에서 꽤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질을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낫습니다. 본선까지 남은 경기는 한정적이고, 시간도 충분하지 못합니다. 아니라면 슈틸리케에게 본선까지 맡겨야 하는데, 근래 슈틸리케호 경기력은 홍명보호에 버금갈 정도로 엉망입니다. 결국 이란전 1슈팅 하프코트 게임 참사로 슈팅일개라는 별명까지 생겨버렸지요.

 

 승률 높던 슈틸리케호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제 추측은, 슈틸리케의 입김이 본격적으로 작용하게 되면서 팀이 약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케이스는 종종 있습니다. 운이 좋은 감독들은 취임하자마자 빅이어를 들기도 합니다만, 금방 본 실력이 드러나거든요.

 

 실제 슈틸리케는 전술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좋은 감독이 전술적으로 훌륭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만, 근래의 인터뷰나 보도기사 등을 보면 어떤 면에서도 좋은 감독이라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초적인 것도 못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코치진부터 엉망입니다.

 

 슈틸리케 대안으로 추천하고 싶은 감독은 김호곤입니다. 철퇴왕 김호곤은 김신욱에 대한 이해가 가장 뛰어난 감독이며, 아시아 내에선 K리그 팀 외 적수가 없을 정도의 강력한 팀을 일군 적이 있습니다. 그는 조광래가 감독 맡던 시기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도 있습니다. 

 유정복이 박태환한테 올림픽 기회주자는 말 꺼내서 구설수에 올랐군요.

 

 일단 먼저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안상수와 송영길, 두 전임 시장보다 못한 인물입니다. 그는 많은 기대와 함께 박근혜 중앙정부와의 커넥션과 송영길에 대한 실망 등으로 인천시장에 올랐지만, 차라리 안상수가 나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망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오늘 그가 나서서 박태환 편을 드는군요. 이유는 있습니다. 박태환의 소속이 인천광역시청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실업리그가 없는 종목 선수들은 대체로 특정 지자체 행정기관 아래 소속되어 있거든요.

 

 스포츠에 일정 이상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만한 이야기지만, 박태환이 잘 모르고 약물을 썼을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박태환정도 되는 선수라면 약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온갖 가능성에 대해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도핑을 했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실력이 있다고 용서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력 있는 선수일수록 약물에 대해 엄격해야합니다. 세계적인 선수 중 누군가가 약물을 쓴다면, 그 종목 전체가 약물에 오염됩니다. 약물로 인해 망가진 종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신과 같은 업적을 세웠으나 약쟁이로 밝혀져 명예를 잃은 선수들도 있고, 한낱 조롱거리로 전락한 챔피언도 있습니다. 모두가 약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적발할 수 없었는데 이상하게 요절한, 깨지지 않는 대기록을 남긴 선수도 있습니다. 천재가 약을 쓰면 불멸의 기록이 남습니다만, 그런 기록은 말소되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박태환에 대해 온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그가 실수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런 실력 있는 사람에겐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관념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포츠를 좀 아는 사람이 보면 그의 행동은 실수가 아닙니다. 그런 걸 쉽게 용서해줘선 안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 약물이 얼마나 스포츠를 오염시켜왔는지 안다면, 양심적인 선수들이 약물을 피한 대신 승리하질 못해 얼마나 많이 눈물을 흘리고 사라져갔는지를 안다면 말입니다.

 

 약쟁이는 약쟁이입니다. 박태환보다 위대한 약쟁이는 정말 많았습니다. 모두 약을 빨았죠.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할 2014 브라질 월드컵

운동 2014. 6. 10. 23:26 Posted by 해양장미

(본문은 표준적으로 통칭되는 각 감독의 애칭을 사용합니다. 혹시 모르실 분들을 위해 미리 설명하자면, 조봉래 = 조 본프레레, 아동복 = 아드보카트, 곰가방 = 베어벡, 허카우터 = 허정무, 광래디올라 = 조광래, 봉동이장 = 최강희, MB = 홍명보 입니다.)

 

 

 월드컵 특집 글. 많은 이들의 정신적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 작성한다.

 

 사실 이번 월드컵을 보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자세는 한국의 상대팀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권고하고 싶다. 특히 고혈압인 분, 다혈질인 분들 중 평소에 축구를 잘 안본다거나, 축구에 대한 이해가 남들보다 유난히 높지 않은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축구팬들이야 이미 다 포기했으니 별 문제가 아니고.

 

 어쨌든 간단하게 왜 이번 팀이 안되는지부터 보자. 히딩크 이후 역대 감독별 A매치 성적을 살펴보면... [ ] 안은 경기당 평균 승점, ( ) 안은 승률이다.

 

 

코엘류 18경기 837[1.5] (44.4%)

조봉래 25경기 1186[1.64] (44.0%)

아동복 20경기 1055[1.75] (50.0%)

곰가방 17경기 665[1.41] (35.3%)

허카우터 43경기 21157[1.81] (48.8%)

광래디올라 21경기 1263[2.0] (57.1%)

봉동이장 12경기 624[1.67] (50.0%)

MB 16경기 538[1.13] (31.6%)

 

 

 히동구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감독은 과도하게 욕먹고 잘린 광래디올라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원정 16강의 주인공, 무재배의 달인 허카우터였다. 승률로 보면 아동복, 봉동이장님이 좀 더 낫긴 하지만. (축구에선 승점이 승률보다 훨씬 중요하다.) 물론 이장님은 처했던 입장에 비해서는 매우 좋은 성적을 거뒀다.

 

 홍MB는 위의 정리를 보면 알겠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못한 게 아니라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아니면 그냥 경기 안 보고 자는 게 훨씬 이득을 볼 확률이 높다. 괜히 거리응원 나가서 좌절감을 맛볼 분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안타깝다.

 

 아마도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적잖은 비토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축구장을 찾지 않는 한, 그리고 평소에 돈을 쓰면서 국내 축구를 보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독단적이고 일상적으로 월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나마 돈을 쓰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계속 좋은 축구선수가 나오고 있고, 리그도 수준이 높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