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징의 시작?

경제 2020. 10. 18. 14:24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xsRVFh6EAYQ 


 

 예견해 온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조짐이 보여 포스트합니다.

 


 

1) 신규취급액 코픽스가 반등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시장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얼마 전부터 관측되었기 때문에 시간문제라 생각했는데, 역사적으로 낮아졌던 주담대 금리도 올라갑니다. 관련 기사는 다음 링크에.

 

 오늘부터 주담대 금리 오른다코픽스 10개월 만에 상승

 

 이러면 점점 기준금리를 올리라는 여당의원들의 압박을 한은도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2) 2금융권 정기예금 금리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공모주 환불금 맡기세요" 저축은행들 정기예금 금리


 아직 1금융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변동이 없는 것 같지만, 시간문제 같습니다.

 




3) 이 와중에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정부가 이런저런 방식으로 틀어막아봐야 물새는 곳에 테플론 테잎질입니다. 관련 기사 링크합니다.

 

 9월 가계대출 9조 원 넘게 증가주담대 67천억 원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사람들이 대출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 전월세 막힘, COVID-19로 인한 경기침체, 정책 불안정성 등등으로 다들 돈을 최대한 끌어 쓰고 있지요.

 

 문제는 금리입니다. 금리가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영혼을 끌어 모으듯 대출을 땡긴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질 겁니다.

 




4) 시중에 유동 가능한 자금이 꽤 많은 상황입니다.

 

 [인더머니] 갈 곳 못찾은 현금 넘친다부동예금 16.6


 가계, 코로나에 소비 줄이고 예금·투자에 '올인'


 돈을 그냥 들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걸로 보이는데요. 경제 상황이 불안할 때 많은 사람들은 현금을 그냥 많이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현재 부동산도 끝물이고 주식도 너무 올랐고 앞날은 알 수 없으니까 현금 가지고 있는 게 낫거든요.

 

 정책 불안정은 사람들이 현금을 더 들고 있게 합니다. 유동성 풀어봐야 정책이 불안정하면 효력이 떨어집니다. 극단적인 저금리에도 현금 쥐고 안 쓰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은 경제정책이 실패할 때의 전형입니다.

 

 



5) 경기선행지수는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바닥 찍고 상승하는 OECD 경기선행지수9월에도 완만한 회복세

 

 세계가 COVID-19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것 같습니다. 요새 미세먼지 수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이 공장을 다시 좀 돌리기 시작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매우나쁨찍혀야 정상화된 걸로 생각할 계획입니다만.

 


 

6) 화이자에서 백신 개발이 완료될 것 같습니다.

 

 , 코로나 백신개발 승기 꽂나···화이자 내달 긴급사용 신청


 나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화이자의 소액주주가 되어있는데 잘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미 대선이 끝난 후 승인될 것 같습니다.

 


 

7) 더불어민주당과 헤븐조선,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 K아이돌 중 단 하나의 정점이었던, 시장님 죽기 전까진 성인지감수성과 래디컬 페미니즘의 든든한 수호자, 이환대군(耳環大君)과 남방공주(南方公主)의 본질적 기원, 누구보다 달과 같은(Lunatic), 화성(火星)보다 붉은, 그믐보다 더 깊은, 드루이드의 왕이 모시는 대군주, 노틀담의 예언 속 대왕 앙골모아, 소스가드(SouceGuard)와 라텔기사단의 숭배와 수호를 받는, 평등(抨蹬)과 공정(恐怔)과 정의(怔偯) 그 자체,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행한 모세보다 더한 기적을 행하시는, 대지를 가르고, 바다를 가르고, 하늘을 가르고, 원하는 모든 것을 가르시는, 북쪽을 바라볼 때는 그냥 천사, 남쪽을 바라볼 때는 나팔과 금대접을 든 천사, 모든 존엄 중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께서 친히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영향 검토를 지시하셨습니다.

 

 ,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영향 검토 지시금리 더 내리나


 앞으로는 가붕개 중에서도 좀 사는 가붕개만 제도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흙바닥에 사는 가붕개들은 불법사채업자들을 만나야 하는 네오 헤븐조선이 될 것 같습니다.

 

 가붕개 여러분, 신장 한 쪽 떼면 안 좋으니까 망할 거 같으면 그냥 망하고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나 교회 같은 곳에 살려 달라 하세요. 묵은 쌀이나 비 피할 장소 정도는 줄 겁니다.

 

 라후 아크바르.

 


 

8) 잘 안 알려진 것 같은데 피치에서 우리나라 상황 주시 중입니다.

 

 "거대 여당 총선 승리, 채무부담 확대는 재정에 리스크"피치의 경고


 우리나라는 이명박근혜 시절 내내 3사 신평이 깎인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꺾일 겁니다. 꺾였을 때 어떤 여파가 있을지 다들 생각 좀 해보셔야 합니다.

 

 한편으로 피치는 올해 25bp 추가금리인하와 2022년 금리인상을 전망했으나, 현재 우리나라 여당이 그렇게 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미 코픽스도 반등했고요. 나는 만일 내년 보궐에 서울에서 야권이 이기기라도 하면, 정부가 한은을 압박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9) 요새 보니까 지난 10년간 가격이 거의 고정되어있던 김포한강신도시까지 한두어달 가격이 급등하더니 매물잠김 및 호가폭등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보통은 완전히 부동산 끝물에 나타나는 현상 같지만 외부 갭투자로 오른 것 같고, 타지역 규제의 풍선효과와 임대차 3법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근미래가 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보기엔 완전히 비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노무현 당시 버블세븐 끝물에는 소위 전문가들도 많이 물렸었는데 비슷한 일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거라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오른 가격에도 삽니다. 그런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 떨어질 거라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안 삽니다. 문제는 부동산을 내놨는데 안 팔리면 경매가 나오면서 그게 시세를 폭락시킨다는 겁니다.

2020년 10월 중순의 정치/경제적 이슈들

정치 2020. 10. 16. 15:4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TJnQTRvcKNc

 

 

 정치와 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인데 편의상 업데이트 카테고리는 정치에 합니다.

 



 

1) 국내 트럼프 지지층 중 우익들 중 다수는 국제정세를 보는 판단능력을 가지지 못한 걸로 추정합니다. 고립주의적인 트럼프와 전통적이고 미국 주류를 따르는 바이든 사이에서, 친 북중러 성향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정권을 가진 우리나라의 자유 시민들이 누굴 지지해야할지는 명백합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 수 있지요.

 

 문제는 자칭 우파들조차 관련하여 아예 기본개념들이 없다는 겁니다. 어느 쪽이 주한미군을 끝까지 지켜줄 것 같습니까. 어느 쪽이 미국의 동맹국 대한민국을 더 오래 지켜줄 생각이겠습니까. 이는 공화당이냐, (미국)민주당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좌파우파의 문제도 아니고요. 개입주의냐 고립주의냐, 주류냐 반지성주의 비주류냐의 문제지요.

 


 

2) 요새 나는 이 양반이 매우 그립습니다. 후진타오는 상대적 정상인이었지요. 중공의 모순은 시진핑 시대 들어와서 극대화되었습니다.

 

 서방 세계의 예측보다 중국은 모순을 견디는 힘이 강합니다. 이는 좌파의 전반적인 특색이라 볼 수도 있겠지요. , ‘그런 모순의 괴로움을 견디면서 하는 게 (페미니즘)운동이다.’ 라는 소문난 격언도 있잖습니까. 그러나 모순을 쌓는 데 대가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시진핑 천하도 영속적이지는 않겠지요.

 

 나는 이미 중국이 일종의 성장한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고, 중진국 함정과 인구구조 문제를 동시에 앞에 둔 상태에서 내부정치건 국제외교건 꼬였다고 보기도 합니다. 올해 중국의 경제발표를 보면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믿으면 안 되는 수준이고요.

 

 우리나라는 중국이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대미지를 입는 나라입니다. 중국이 너무 잘 되면 위험하고, 안 되면 얽힌 게 많으니까 경제적인 타격을 입는 거지요. 나는 앞으로 중국의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보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그에 대한 대비가 매우 부족합니다. 반중감정을 앞세우는 분들도 중국 꺾일 때 우리나라가 같이 꺾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해야 합니다.




 

 

3) 우리나라 앞날의 심각한 불안요소 중 하나인데 많은 분들이 잘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안화 강세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건 향후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저자세로 나가게 될 경우 위안화 강세가 올 수 있는데요. 만일 달러약세와 위안화 강세가 겹쳐질 경우 원화도 같이 강세가 됩니다. 위안과 원은 같이 움직입니다.

 

 원화강세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하면, 플라자합의 이후의 일본과 유사한 영향을 줍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도 그런 현상이 있었지요. 환율로 인한 버블 호황 이후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게 된단 말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것이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있을 수 있는 거의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1인당 GDP $40,000 찍었다가 반토막 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일본의 진짜 버블은 플라자합의 이후에 온 겁니다. 버블 이후 플라자합의로 버블이 꺼진 게 아닙니다. 플라자합의 같은 통화절상이 버블을 만듭니다.

 

 원화강세 시나리오가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부동산값이 폭발적으로 오릅니다. 지금 여기서 더 폭발적으로 오른다는 겁니다.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버블 당시 도쿄 부동산으로 미국 전체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었지요. 그리고 원화로 인한 구매력이 올라가니까 금융위기 이전 같은 호황이 옵니다. 그리고 동시에 환차손으로 인한 무역적자와 고금리가 찾아옵니다. 미국주식, 미국채권 같은 거 투자한 분들도 환차손으로 일단 낭패를 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 버블이 몇 년 못 가고 꺼지게 됩니다. 원화는 약한 통화이기 때문에 돈찍기로 버블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도가 지나치는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루트는 금리의 폭발적인 상승입니다. 호황으로 인한 고금리에서, 금융위기 이후 빠져나가려는 외환을 잡고자 비정상적인 고금리를 감수하게 된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약한 통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위기에 대처하는 게 어렵습니다. 별 일 없이 그냥 위기를 맞으면 그냥 원화가 약해져서 미리 달러, , 귀금속 등으로 재산을 모아두는 쪽이 유리한데, 위안화 강세와 달러약세로 인해 원화강세가 오게 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원화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는 겁니다.

 

 관련하여 그나마 쉬운 대응 방법은 가격변동성이 낮은 부동산을 고정금리 대출 끼고 보유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유사시 처치 곤란한 부채가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4) 트럼프의 집권이 곧 끝날 것을 가정한다면, 나는 트럼프 시대를 테크버블과 실속 없는 미중갈등의 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오바마 시대에 비해 나스닥 기업들이나 학계의 기술 발전 자체는 영 좋은 성적이 아닙니다. 주가만 잔뜩 올랐지요. 트럼프가 반지성주의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연구 지원금 같은 걸 감축하고, 대학까지 세금으로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겉으로만 무식하게 중국을 때렸을 뿐, 실제로는 동맹 전반을 푸대접하여 중국에 양다리를 걸치게 만들고, 미국의 기술 발전을 가로막았지요.

 

 그러나 어쨌든 MAGA를 비롯한 나스닥 용각류 공룡들이 2010년대를 주름잡고 많은 돈을 번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에 바이든 시대를 앞두고 본격적인 견제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는 게 굴뚝산업이 영 상태가 안 좋기 때문입니다.

 

 근래 주식 시작하신 분들은 MAGA가 계속 잘 나갈 것 같을지도 모르지요. 그런 분들은 FAANGMAGA 시대 이전을 기억해야합니다. 10년 전 세계 최고 시총 회사는 석유메이저 중 하나인 엑슨모빌이었습니다. 엔진오일 모빌 원 만드는 그 회사요. 그렇지만 근래 엑슨모빌 주가는 폭망했습니다. 올봄에 대공황보다 더한 단기 주가하락이 있었던 이유가 대략 셋인데, COVID-19와 유가폭락, 그리고 샌더스의 약진이었습니다. 이후 샌더스 리스크가 해소되고 마이너스까지 기록했던 유가가 그나마 물보다는 비싼 수준으로는 올라갔지만, 엑슨모빌 주가는 영 맥을 못 추고 있지요.

 

 그런데 어쨌든 이 상태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계속 이런 유가여서는 세상 돌아가는 게 영 안 풀리게 되거든요. 심지어 친환경 어쩌고 하려고 해도 유가가 너무 싸면 뭐가 되지가 않습니다. 기름이 싼데 그냥 기름 쓰지 왜 신재생 에너지 씁니까.

 

 COVID-19로 인해 극단화된 비대면 트렌드도 손보긴 해야 할 겁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다 죽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비대면 상품들도 COVID-19가 지나가고 나면 규제를 먹이건 세금을 먹이건 제어가 들어가야 합니다.

 

 과거의 영광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공장들과 상가들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5) 간단히 이야기하면 우리나라는 산업은 통칭 우파, 금융은 통칭 좌파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금융 메이저가 될 수 없고요. 금융 전반이 매우 음습하며 비상식적입니다. 그리고 그러니까 좌파가 권력을 잡은 상황에서 산업이 쇠퇴하고, 금융사기사건이 판을 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대략 금융-조폭-연예-유흥은 대략 거의 한 몸입니다. 물론 소위 우파 정치인이라 해도 저 분야들에서 아예 벗어나기는 어렵고, 약점을 잡히기 쉽습니다. 좌파가 주도하는 현 정치 카르텔은 꽤나 터프하고 단단하다고 봐야 합니다.

 

 재벌과 메이저 언론과 교회가 강성하던 시절에는 그 힘이 좌파 카르텔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쇠락이 자연스러운 방향이며, 그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습니다.

 

 신성 네오 헤븐조선은 본질적으로 귀족정 국가입니다. 아직은 많은 분들이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으나, 큰 변화가 없다면 점차 시대가 지날수록 가붕개들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거고, 귀족은 점차 귀족스러워질 것입니다. 현재 헤븐조선의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신진 귀족들이 자신들 스스로 귀족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데, 그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예 망하지 않는 이상 시대가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될 걸로 봅니다. 양천제였던 이씨조선이 반상제로 변해갔듯, 헤븐조선도 같은 변화를 겪게 되겠지요. 헤븐조선은 조선의 르네상스입니다.

 



 

6) 내년 서울시장에서 야권이 이기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됩니다. 안철수가 출마해서 3자 구도가 된 상태에서, 안철수와 국민의힘 후보가 경선을 해서 안철수로 단일화를 하면 됩니다. 국민의힘 조직력을 사용하고 지지층을 흡수한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게 되느냐는 것이지요. 이걸 해냈으면 2017년 대선도 안철수가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전성기 지난 안철수가 득표력이 약한 건, 안철수 개인의 득표력이 중도좌파부터 중도우파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만, 우파쪽으로의 확장성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 시 강한 후보가 됩니다.

 

 그런데 김종인이 영 안철수에 대해 좋은 소리를 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종인은 차기보궐에까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종인이 요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오세훈을 출마시키려고 하는 걸까요.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식이 2020. 10. 14. 17:41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8i8ZYp3Vpgw

 

 

1- https://oceanrose.tistory.com/1202

2- https://oceanrose.tistory.com/1205

3- https://oceanrose.tistory.com/1213

 

 

 

 

 

1) 콩국수는 유니크한 한식입니다. 콩국수와 같은 요리는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콩국수에 대한 호불호는 각자 꽤 다른 것 같은데, 나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냉면보다 콩국수를 좋아하고 있고, 여름에는 거의 매일 먹어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콩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는 가는게, 나도 어릴 때는 콩국수 맛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냉면도 그렇지만 콩국수도 꽤 방식이나 기호가 다양합니다.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두드러지는 방식 및 기호의 차이는 얼마나 비지를 거른 맑은 콩물을 쓰는가일 겁니다. 비지를 전혀 거르지 않아 걸죽한 콩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지를 최대한 완전히 걸러 매우 맑은 콩국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 시판하는 걸 보면 중간 정도 형태도 많고요.

 

 콩물은 화합물이 아니라 혼합물입니다. 삶아 갈은 콩 입자의 고형 성분은 물에 용해되지 않습니다. 즉 이 문제는 어느 사이즈의 입자까지 허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비지에 해당하는 큰 입자가 많을 경우, 콩 맛은 진해집니다만 맑은 느낌이 없고, 먹을 때 충분히 씹지 않으면 목에 걸리는, 일종의 텁텁한 느낌을 남기게 됩니다. 대조적으로 맑은 콩물에 가까울수록 맑고 목넘김도 깔끔합니다만 콩 맛이 연해지기 쉽지요. 나는 맑은 콩물을 선호하고, 너무 비지가 많이 들어간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맑은 콩물 쪽이 정석이라 보이는데, 한 때 시판 두유나 두부 간 것 같은 걸 사용한 콩국수가 꽤 팔렸기 때문에 비지가 들어간 쪽이 진짜 갈아 만든 콩국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어떤 면을 사용하느냐도 기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 면이나 사용해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해서 먹을 때는 소면을 사용하는데, 바깥에서 먹으면 손칼국수로 된 걸 주로 먹게 됩니다. 소면보다 중면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건 맛있는 것 같습니다.

 

 콩국수는 대체로 소금간을 해서 먹습니다만, 전라도 쪽에서는 콩국수에 소금이 아닌 설탕을 넣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달콤한 콩국수는 한 번 먹어봤는데,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만 식사가 아닌 디저트로 소량을 먹는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칼국수는 전국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인천 지역은 해안이라 그런지 대략 멸치, 디포리, 바지락 등을 활용한 해물칼국수가 주류입니다. 그렇지만 인천은 지리적으로는 경기권이기 때문에 닭육수나 소 사골육수를 활용한 서울 / 경기식 칼국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해물칼국수 계열을 좋아하는데, 육수맛보다도 면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 차이인 것 같습니다. 해물칼국수는 보통 두꺼운 면을 씁니다. 칼국수는 다른 면 요리와는 달리 면반죽을 육수에 넣고 삶아서 그대로 먹는 요리입니다. 그래서 국물에 전분기가 풀어져서 점도가 생기고, 면은 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리법 때문에 영어로는 Noodle Soup라 부르기도 하지요. 나는 면이 수제비처럼 좀 두꺼워야 그렇게 퍼져도 쫀쫀하고 질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닭 칼국수나 사골 칼국수는 면이 얇은 경향이 있습니다. 아예 생면이 아니라 건면을 쓰는 경우도 많지요. 얇은 면을 육수에 그대로 삶아내니까, 국물의 점도가 많이 올라가는 대신 면이 쉽게 퍼져버립니다. 그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면 반죽끼리 붙지 말라고 사용한 생밀가루 맛이 너무 나게 되기도 하고요.

 

 

 

 

3) 세계적으로 간장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콩간장과 어간장(어장)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어간장을 더 많이 씁니다. 어간장은 지중해 문화권인 로마 제국에서도 많이 먹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콩간장 문화권입니다만, 어간장의 일종인 액젓은 김치 등을 담글 때 씁니다. 콩간장이 주류니까 활용이 다양하지는 않지만요.

 

 콩간장의 주재료인 대두는 만주가 원산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 일본 등지에서 대두를 활용한 요리법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순수하게 대두를 이용한 장이 발달한 편이었는데, 흔히 국간장으로 활용하는 조선간장은 콩만 사용한 장입니다.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밀, 보리를 섞는 방식이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식이 우리가 현대에 주로 먹는 왜간장입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왜간장은 공업화된 방식으로 만들고 있고, 현대 기술 덕에 저렴하게 맛있는 간장을 먹고 있지요.

 

 공업 기술로 만든 간장 중 산분해 간장이 있습니다. 균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염산으로 분해한 후 소다로 중화하는 방식인데요. 화학적 방식이다보니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단백질 분해율 자체는 균을 사용하는 것보다 높습니다. 순수한 산분해간장은 소비자들이 그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아 잘 유통되지 않습니다만, 산분해간장에 양조간장을 혼합한 혼합간장은 여전히 인기가 좋습니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도 나쁠 게 없거든요. 시판하는 간장 중 진간장으로 표기된 건 거의 다 혼합간장입니다. 원래 진간장은 된장 포기하고 5년 이상 장기숙성시켜 만드는 조선간장입니다만, 그런 건 잘 팔지 않으니까요.

 

 사견으로는 쌀을 먹는 동북아시아 문화권은 콩간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콩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이 봤습니다만, 콩간장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4) 된장은 콩간장과 쌍둥이 같은 관계입니다. 물론 간장을 만들지 않고 메주에서 바로 만드는 막장도 된장의 일종으로 보긴 합니다만.

 

 자세히 들어가면 된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공장제 개량식 된장과 재래식 전통 된장으로 구분합니다. 공장제 된장은 종국균이 통제되어 있고, 감칠맛이 강하며, 별다른 재료 없이 된장 위주로도 그럴싸한 맛이 납니다. 그렇지만 풍미가 깊지는 않지요. 나는 개량식 된장을 미소와 재래식 된장의 중간형 정도로 여기고 있고, 둘 중 재래식 된장보다는 미소에 좀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재래식 된장은 감칠맛 자체는 공장제 된장보다 약합니다. 공장제 된장은 미소처럼 국물의 주재료로 쓸 수 있는데, 재래식 된장은 부재료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 특성 때문에 간편하게 끓이는 된장찌개는 개량식이 맛있는데, 재료를 많이 사용할수록 재래식 된장이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믹스를 해도 됩니다. 의외로 서로 역할이 다른 소스이기 때문입니다.

 

 

 

 

 

5) 낫토와 청국장은 매우 유사한 것입니다만, 일본 낫토는 주로 생으로 먹어서 그런지 냄새가 잘 나지 않는 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저온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물론 청국장도 낫토처럼 냄새가 별로 안 나게 만들 수 있고, 이미 그런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청국장 애호가들은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꽤나 보편적인 음식이었던 청국장찌개가 잘 먹지 않는 음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하게 된 2대 냄새로 청국장 냄새와 담배냄새를 꼽아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담배냄새는 매우 싫어합니다만 청국장은 괜찮고, 청국장을 잘 찾아볼 수 없게 된 건 유감스레 생각합니다.

 

 나는 청국장과 재래 된장을 믹스한 레시피를 좋아합니다. 공장제 된장과 재래 된장을 같이 쓰는 레시피에서 공장제 된장을 청국장으로 대신하는 겁니다. 그리 드문 레시피는 아닐 걸로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청국장을 만들려면 볏짚이 필요합니다. 볏짚의 고초균을 이용하는 거지요. 그런데 고초균은 열소독을 해도 잘 죽지 않을 만큼 튼튼한 균이라, 청국장을 만들던 장소에서는 볏짚을 안 써도 청국장이 잘 만들어집니다. 공기 중에 떠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국장 만드는 법 레시피를 찾아보면 볏짚이나 균주 같은 거 전혀 안 쓰는 레시피도 있는데, 그런 레시피는 장소에 따라서는 실패할 수도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청국장 냄새가 싫으면 낫토로 대신 끓여도 됩니다. 일본 거주 한인들이 청국장 먹고 싶을 때 낫토를 많이 쓴다고 압니다. 여담으로 낫토도 (일본 내) 지역에 따라서는 청국장처럼 냄새가 꽤 있다고 합니다.

 

 

 

 

 

5) 계란은 닭의 품종에 따라 알껍질 색이 달라집니다. 오리알도 마찬가지고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계란은 흰색 계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갈색 계란이 주류입니다. 우리나라도 80년대만 해도 시중에 흰색 계란이 많았었는데요. 90년대 들어서면서 신토불이 민족주의 열풍이 불더니 갈색 계란이 토종이 낳은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갈색 계란을 선호하게 되었고, 어느 때서부터인가 시중에서 갈색 계란만 팔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짜 우리나라 토종닭 품종은 멸종한지 오래고, 시중에서 토종닭이라 파는 것은 후대에 만들어진 유사 토종닭 품종이거나 노계입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2016년 계란값이 폭등하면서 1판에 만원을 넘어가는 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외국에서 계란을 수입해왔더니 흰 계란이라 사람들이 매우 생소해하기도 하였습니다. 희니까 계란이 아니라 오리알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습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껍질이 청색인 청란도 있습니다. 청계가 낳은 알인데요. 몸에 더 좋다는 속설이 있어 인기 있고 가격도 비쌉니다만, 건강 쪽으로는 계란 색깔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알 색깔에 따른 맛 차이는 미미하게나마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갈색 달걀도 진한 갈색과 옅은 갈색이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는 시판 달걀은 색이 짙은 편이고, 시골 닭들이 나은 알들은 색이 옅은 편입니다. 내 생각에는 색이 옅은 알이 더 맛있는데, 크기는 색이 진한 알들이 더 큰 경향이 있습니다.

 

 

 

 

 

6) 계란말이와 오믈렛은 유사한 요리인데, 각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은 다릅니다. 우리나라식 계란말이도 특색이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계란말이용 소형 팬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얇은 지단에 가까운 것을 만 형태의 계란말이가 흔합니다. 두꺼운 계란말이를 만들려면 팬이 작거나 계란을 많이 써야 합니다. 종종 대형 계란말이를 만드는 식당을 보면 한식 계란말이인데 꽤나 두꺼운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계란말이는 내 생각엔 식감이 좀 단단한 편입니다. 속까지 잘 익었고요. 그런 스타일이 우리나라 입맛이나 관념에 맞는 것 같습니다.

 

 

 

 

 

7) 오므라이스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볶음밥 + 오믈렛이다보니 잘 만들면 아주 맛있을 수밖에 없는 레시피고, 요리사의 실력이 극단적으로 강조되기 쉬운 요리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데미글라스를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대로 만들려면 조리 난이도도 매우 높고 포텐셜도 높은 레시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오므라이스에 데미글라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믈렛이고 데미글라스고 원래 프랑스 레시피인데, 프랑스에서는 둘을 조합해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내 입에도 둘은 잘 안 어울립니다. 실제 오믈렛에 데미글라스는 서구권에서는 일본식 오믈렛으로 부릅니다. 일식 레시피란 말이지요. 어쩌다가 왜 그렇게 먹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오므라이스에 선호하는 소스는 크림소스와 케챱입니다. 크림소스는 오므라이스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오믈렛은 원래 유제품과 잘 어울리지요. 크림치즈 등 유제품을 사용하는 오믈렛은 서구권에서 꽤 일반적인 레시피이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 중화요리집에서도 오므라이스를 만듭니다. 한국식 중화요리 중 하나 같은데요. 대체로 중식 볶음밥 + 케챱 + 계란지단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많은 경우 볶음밥과 얇은 계란지단 사이에 꽤 많은 양의 케챱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지단 위에 케챱을 조금 뿌리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로 먹으면 케챱 맛이 상당히 강합니다. 계란지단이 얇긴 하지만, 애초에 볶음밥에 계란이 추가로 들어가지요.

 

 이렇게 설명만 하면 경험적으로 괴식이나 사도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잘 만들면 꽤 맛있는 요리입니다. 원체 계란과 케챱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중식 오므라이스는 중식 볶음밥으로 만든 오므라이스입니다. 중식 볶음밥은 잘 만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오므라이스로 만든다고 맛없어지진 않습니다. 계란에 케챱만 좋아한다면 더 맛있지요.

 

 다만 중식 오므라이스는 레시피가 딱히 표준화된 게 아니라서, 계란 위에만 케챱을 뿌리는 경우도 있고 시판하는 오므라이스 소스를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나는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잘 만드는 중식집은 요리를 잘 하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 우리나라에서 파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한국식 로컬라이징 크림소스 스파게티입니다. 본래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는 관찰레라는, 돼지 항정살을 절여 만든 염장육과 페코리노 로마노, 계란 노른자, 후추로 만든 겁니다. 진짜 오리지날 레시피에 가까운 건 드셔 본 분 비율이 높지 않을 텐데, 관찰레는 둘째 치고 페코리노 로마노를 파르미자노 레자노나 그라나 파다노, 또는 가루 치즈 같은 걸로 대체하면 완전히 다른 풍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페코리노 로마노는 양젖 치즈입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 대비 매우 짜고, 양젖 냄새가 납니다. 양젖은 별로 드셔보신 분이 없을테니 산양유 비슷한 냄새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원래의 까르보나라는 새하얗고 단단한 양젖 치즈를 좋아해야 기호에 맞는 음식입니다. 나는 페코리노 로마노는 입에 맞지 않아서 힘듭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로 대체해 만들면 기호에 맞고요.

 

 이탈리아 피자가 미국에 가서 미국식 피자가 되었듯, 까르보나라도 미국에서 크게 변이하였습니다. 프랑스 요리처럼 크림이 들어가게 되었지요. 미국 요리는 프랑스 요리에 영향을 많이 받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식 까르보나라에는 계란과 치즈에 라드를 쓰는 오리지날리티는 남아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로 넘어온 까르보나라에서는 아예 계란이 빠집니다. 치즈도 거의 빠지고요. 라드도 빠지고 베이컨에서 나온 기름 정도만 라드 성분이 됩니다. 거의 순수한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되지요. 진한 크림도 대다수의 코리안은 좋아하지 않으니까, 우유를 섞은 묽은 크림이 주류가 되고요. 원래 이탈리아 까르보나라가 꽤 뻑뻑한 걸 생각하면 많이 묽어진 겁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마늘이 들어갑니다. 마늘 먹는 분야에서 코리안이 이탈리안한테 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지난 몇 년 사이 오리지날 까르보나라의 존재가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피자가 우리나라에서 마개조되었듯 까르보나라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 입에 맞춰 마개조되고 있습니다.

 

 

 

 

 

 

9) 요리에 재미 들린 사람들이 많이 해 보는 것 중 하나가 힘줘서 카레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카레는 그다지 힘 줘서 만들 만한 요리가 아닙니다. 카레 만드는 친구들한테 항상 조언하는 게 카레는 적당히 만들어 먹는 요리고, 제대로 요리를 만들 거면 스튜를 끓이라고 합니다.

 

 카레의 기원은 인도의 커리입니다. 인도는 요리에 아주 다양한 스파이스를 많이 쓰는데, 양고기나 닭고기 같은 주재료에 약간의 채소와 다양한 스파이스를 써서 끓여낸 진한 국물 요리 같은 걸 대략 커리라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약간의 채소입니다. 인도식 커리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치킨 커리와 비슷한 한식은 카레가 아니라 닭도리탕입니다.

 

 이후 이 커리가 영국을 거쳐 일본에서 재탄생해 카레가 됩니다. 카레는 커리와는 완전히 다른, 스파이스가 들어간 감자 스튜 같은 요리가 되었지요. 물론 인도에도 감자가 들어간 커리를 먹기도 합니다만, 그건 주재료가 감자인 커리라는 느낌이지 카레같지는 않습니다.

 

 일본 카레는 라멘 같은 일식 국물요리 조리법과 결합해, 본격적으로 육수를 쓰고 스파이스도 고급스러운 시나몬, 정향(클로브), 육두구(넛맥)를 중점적으로 쓰고 거기에 버터 루를 등을 쓰는 등 일본인의 소울푸드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카레가 들어오면서 카레는 대대적인 다운그레이드를 겪게 됩니다. 그야 예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력, 식탁 사정은 차이가 컸으니까요. 그 선두주자는 오뚜기였습니다. 오뚜기는 과감하게 비싼 육두구, 정향, 시나몬 같은 걸 다 빼버립니다. 그리고 강황과 호로파(페누그릭. 파가 아닙니다. 한자로 葫蘆巴. 콩과 식물입니다.) 위주의 한국식 카레가 탄생하지요. 여기에 쿠민 시드(쯔란)와 펜넬(산미나리), 그리고 코리엔더도 기본적인 향료가 됩니다. 로즈마리와 월계수잎이 더 들어가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코리엔더는 고수의 씨앗입니다. 고수 잎인 실란트로와는 매우 다른 풍미입니다. 실란트로는 우리나라 사람 중 잘 못 드시는 분들이 많지만, 코리엔더는 누구나 즐길 만한 스파이스입니다.

 

 한국식 카레가루의 위대함은 카레가루 자체 가격도 싼데, 감자/양파/당근 3대 채소만 썰어서 카레가루와 끓이기만 하면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카레용 고기로 취급하는 건 등심인데, 돼지 등심을 조금 넣는다고 거기서 딱히 맛이 많이 우러나오는 게 아닙니다.

 

 장점이 있는 대신 한국식 카레는 고급화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고급형 카레도 이런저런 조미료가 첨가되는 거지, 일본식 카레처럼 향료가 고급화되는 게 아닙니다. 조미료는 비프분말이니 치킨파우더, 양파분말 같은 거라 사실 원재료로 넣으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식 카레는 적당히 인스턴트로 즐기면 그게 올바른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브랜드의 고급형 카레가루는, 쉽고 적당히 더 맛있는 카레를 만드는 데 적합합니다.

 

 

 

 

 

10) 기호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레시피 자체로 보면 하이라이스가 카레라이스보다 고급음식 레시피입니다. 일본에서는 하야시라이스, 오사카 쪽에서는 하이시라이스라 부른다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하이라이스로 이름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하이라이스는 설명하자면 데미글라스 스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데미글라스 레시피는 비프스튜와 많이 비슷합니다. 소스가 되도록 졸인 비프스튜라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런 데미글라스를 사용해서 만드는 거라, 하이라이스는 졸인 비프스튜를 첨가해 만드는 비프스튜 덮밥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시판하는 하이라이스 블럭/과립이나 데미글라스 소스 안 쓰고 처음부터 만들거면 그냥 비프스튜 만들면 됩니다. 1차로 데미글라스를 만들고 그걸 또 하이라이스로 만들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까 하이라이스는 반제품을 이용한 간단 비프스튜 덮밥에 가깝습니다.

 

 레시피 특성상 하이라이스는 적당히 만들면 당연히 카레라이스보다 맛이 없습니다. 대신 작정하고 만들면 카레라이스보다 맛이 더 올라가는 레시피 구성입니다. 그러니까 카레 힘줘서 만들어보실 계획이면 그보다는 하이라이스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짜로 맛있는 거 만들어보고 싶으시면 제대로 스튜 끓이는 게 좋고요.

 

 

 

 

11) 소는 반추동물입니다. 반추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는, 위가 4개인 동물이지요. 각각의 위는 첫 번째부터 양, 벌집, 천엽, 막창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돼지는 직장을 막창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대장 전반을 막창으로 팝니다. 그러니까 소의 대창이 돼지의 막창입니다. 돼지는 반추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위장이 4개가 있지 않고, 그러니까 소의 막창에 해당하는 기관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돼지의 위는 사람처럼 1개입니다.

 

 소 막창은 상태가 좋은 경우에 한해 소의 각종 부위 중 매우 맛있는 부위에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신선한 막창을 구워 먹으면 버터에 가까운 풍미에 씹는 감촉도 좋습니다. 그리고 열매가 들어간 청주 계열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다만 신선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풍미가 매우 평범해진다는 게 단점입니다. 주관적으로 상태 좋은 막창은 곱창보다 훨씬 맛있습니다만, 평범한 막창은 딱히 곱창보다 별로 맛있지 않습니다.

 

 

 

 

 

12) 곰탕 및 설렁탕 계열 중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소머리국밥입니다. 제대로 삶은 소대가리는 매우 맛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설을 따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소머리국밥을 먹어야 우설을 먹을 수 있기도 합니다. 실제 통 우설은 꽤 큽니다. 소머리를 삶으면 우설수육이 나오는데, 그걸 저며서 국물에 곁들이는 게 정석입니다. 우족에 비해 소머리는 젤라틴은 적지만, 큰 근육인 우설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곰탕같은 고기국물 맛이 섞여 있습니다.

 

 우족도 잘 끓이면 물론 맛있습니다. 우족은 젤라틴이 많기 때문에, 희석을 많이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젤라틴질 국물이 매우 진한 맛을 냅니다. 다만 우족탕은 우리나라 요리에서는 그냥 먹는 국물 요리고, 다른 조리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리에 사용하는 육수로 비슷한 느낌인 건 닭발육수입니다. 닭발도 콜라겐이 꽤 있는데요. 보통 파는 닭발 요리는 매우 맵게 양념해서 뜯어먹는 것이지만, 국물의 점도를 높이기 위한 육수로도 활용됩니다. 대표적으로는 짬뽕을 끓일 때 닭발육수를 쓰곤 합니다. 냉면육수로도 닭발육수를 쓰기도 합니다.

 

 

 

 

 

13) 내가 닭 요리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콕오뱅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닭도리탕입니다. 볶는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닭볶음탕이라고는 부르지 않습니다. 찜닭 레시피를 좀 극단적으로 개량하면 닭도리탕보다 맛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그런 걸 접해보거나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정 이상 잘 만들면 닭도리탕이 찜닭보다 맛있지만, 그저 그럴 때는 찜닭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닭도리탕은 매운 양념인 것 치고는 레시피 포텐셜이 매우 높습니다. 닭이 워낙 스파이스와 매우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요. 실제 프라이드 치킨도 스파이스 안 쓰고 그냥 튀기면 별 맛이 없습니다. 보통은 온갖 양념에 절여서 (염지해서) 튀기는 겁니다. 닭은 고기 자체는 별 맛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 스테이크는 바질이라도 뿌려야 먹을 만한 맛이 되지, 아무 허브 / 스파이스도 안 쓰면 맛이 없습니다.

 

 그리고 닭도리탕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포텐셜도 높지만 어지간해서는 그럭저럭 맛있게 된다는 겁니다. 완전히 실패한 닭도리탕을 만나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맛 없는 프라이드 치킨 만나는 게 더 쉽지요. 닭만 신선하고 정말 이상하게만 안 만들면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물론 잘 만들면 매우 맛있고요.

 

 

 

 

14) 꽤나 맛있는 한식 닭 요리인데 이름이 너무 애매해서 잘 안 알려졌던 요리 중 하나가 닭한마리입니다. 닭한마리는 맛이 강하지 않아서 그런지 일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닭한마리는 서울 음식으로, 거의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만 팝니다. 이게 무슨 요리인지를 굳이 설명하자면 파닭전골 정도 되는데, 닭도리탕이나 찜닭처럼 토막난 닭으로 끓이는 요리고, 파 맛이 나는 맑은 닭국물 요리고, 부추와 함께 전용 간장 양념 같은 걸로 먹고, 떡 같은 게 보통 기본으로 들어있고,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칼국수 사리 같은 걸 넣어서 먹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먹는 방식으로 보면 뭔가 닭갈비의 맑은 국물 요리 버전 같기도 합니다.

 

 요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닭한마리를 좋아한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이 인지도 낮던 음식도 조금 알려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그리 전국적으로 유명한 요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외국인이 매우 좋아하는 음식으로, 대한민국 관광용 음식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15) 영계백숙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이 꽤 있습니다. 왜 그렇게 작은 병아리 같은 걸로 해먹느냐는 건데요. 시판하는 조금 큰 13호 생닭 같은 거 말고, 진짜 시골에서 많이 키운 닭으로 해먹어보면 왜 영계백숙을 만드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방목해 키운 큰 닭은 고기가 진하고 맛있긴 합니다. 대신 질기고, 안 익고,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안 익는 거야 시간을 두고 익히면 되긴 합니다만, 냄새가 문제입니다. 백숙은 말 그대로 백숙에 가까운 레시피일수록 별로 들어가는 부재료가 없어서요. 냄새 잡는 게 힘듭니다. 만들다보면 약재 같은 게 많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백숙하려면 작은 닭으로 만드는 게 효율이 좋고, 큰 닭은 토막 내서 닭도리탕이나 찜닭 같은 걸 만드는 게 더 효율이 좋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맛있는 큰 닭으로 굳이 백숙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16) 감자탕/뼈해장국은 나름대로 꽤 좋아하는 요리인데, 나는 그 요리를 시래기된장국의 베리에이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돼지뼈 육수를 활용한 시래기된장국 계열 요리로 본단 말이지요.

 

 돼지 등뼈에 붙은 고기는 맛있긴 한데, 고기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먹다 보면 뼈는 꽤 쌓이는데 먹은 고기 양은 그리 많지 않은 요리지요. 그렇지만 시래기 국물 요리로는 최고입니다. 감자탕은 시래기가 핵심재료입니다.

 

 여담으로 홈메이드 감자탕과 음식점 감자탕은 꽤 다른 맛이 날 때가 많은데, 음식점 감자탕에는 MSG가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감자탕은 재료 특성상 MSG를 넣은 거랑 안 넣은 게 아예 다른 맛이 납니다. 나는 넣지 않은 쪽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안 넣으려면 재래 된장 쪽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17) 도토리묵도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한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토리 하면 다람쥐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도토리라는 이름은 현대어로 돼지밤이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성체 돼지를 돝으로, 어린 돼지는 돝야지로 불렀는데요. 돝야지 -> 도야지 -> 돼지로 말이 변했고, 어떤 이유에선가 성체 돼지건 어린 돼지건 돼지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소와 송아지, 말과 망아지처럼 돝과 돝야지로 불렀던 겁니다. 도토리에는 돝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요. 돼지가 도토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도토리를 주식으로 먹었습니다. 대략 신석기 시대, 그러니까 1만 년 전 정도부터요. 한반도는 기후대가 원래 자연 산림은 참나무 위주여야 합니다. 지금은 전국토 민둥산 되었다가 빨리 자라는 소나무부터 식재한 다음, 참나무로 천이 중인 거고요. 우리 먼 조상들은 도토리를 먹기 위해 토기를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질그릇이 없으면 도토리를 먹기 힘들어요. 도토리는 타닌 성분이 많아서, 물에 담가서 타닌을 빼야 합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단 말이지요. 고대에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토리 먹는 지역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해 먹기가 힘들어서인지 다른 나라 도토리들이 맛이 없어서인지 거의 우리나라에만 도토리 먹는 문화가 남았습니다.

 

 순수한 도토리 가루 묵은 아주 약간 쫀득하며 풍미가 매우 진합니다. 타닌을 완전히 빼내지 않아야 도토리묵다운 묵이 되고요. 내 생각에는 꽤 맛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호불호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도토리는 참나무 열매는 다 도토리라 부르다 보니, 종류가 여럿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도토리가 나오는 나무 종류 중 기본적인 것은 여섯입니다. 신갈, 떡갈, 굴참, 졸참, 갈참, 상수리. 이 중 흔한 건 상수리고, 제일 맛있는 건 졸참나무 도토리라고 합니다.

 

 

 

 

 

18) 우리나라 식문화 중 좀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버섯의 갓보다는 대를 주로 먹는다는 것입니다. 갓이 펴지지 않은 어린 버섯을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버섯은 갓이 맛있지만 갓은 잘 부서집니다. 그래서 운반이나 유통이 어려운 종류가 많고, 씹는 저작감도 저항이 덜합니다. 대조적으로 대는 갓에 비해 풍미가 약한 대신 운반과 유통이 씹고, 저작감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에는 둔감하고 저작감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대 위주의 버섯 유통이나 어린 버섯을 좋아하는 경향이 정착한 것 같습니다.

 

 송이버섯이나 표고버섯의 등급 기준이 영향을 줬을지도 모릅니다. 송이버섯은 갓이 펴지지 않은 어린 버섯일수록 등급이 높고 비쌉니다. 갓이 펴진 건 등급이 낮고 싸지요. 표고버섯도 그렇고요. 그런데 등급 높은 송이가 딱히 맛있는 건 아닙니다. 갓이 펴지지 않은 송이가 보기 좋다고 생각해서 비싼 것 같은데, 모양이 남근을 닮아서 그렇다는 썰이 제일 그럴싸합니다. 정력에 좋다고 생각되는 음식이 비싸지는 경우는 흔하니까요.

 

 

 

 

 

19) 느타리버섯은 원목 재배로 갓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란 게 제대로 된 상품이며 맛이 매우 좋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갓이 펴진 느타리가 유통되었지요. 그런데 21세기 들어 보다 저렴하게 병에서 키우는 기술이 등장하였고, 병 재배한 느타리를 갓이 다 펴지기 전에 어린 것을 저렴하게 맛타리라는 상품 이름으로 유통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키운 느타리 쪽이 풍미가 훨씬 좋긴 합니다만 사람들은 어린 맛타리의 단단한 식감과 저렴한 가격에 호의적이었고,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맛타리가 아예 느타리를 거의 대체해 버리게 됩니다. 이젠 제대로 키운 느타리를 파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저작감과 향을 빼고 맛만으로 판단한다면, 제대로 키운 느타리는 가장 맛있는 버섯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더 비싼 버섯들은 약용버섯이거나 향이 좋은 거지 맛이 느타리보다 좋은 게 아닙니다. 계란과 섞어 전을 부쳐 먹는 게 느타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20) 표고버섯은 말린 것과 생표고가 있습니다. 말린 표고버섯은 말리는 과정에서 갓이 거북이 등딱지 모양으로 갈라지는 화고가 최상품이고, 화고 중에서도 많이 갈라져 흰 속살이 크게 보이는 백화고가 상급품입니다. 표고의 겉면이 많이 보이는 건 흑화고라고 하며 백화고보다는 아랫등급으로 칩니다. 그리고 갈라지지 않은 어린 표고를 말린 건 동고, 갓이 벌어지도록 자란 표고를 말린 건 향고, 그보다 더 갓이 많이 벌어진 하급품은 향신입니다. 등급을 정리하자면 백화고 > 흑화고 > 동고 > 향고 > 향신 이고요. 표고버섯 슬라이스나 후레이크는 대략 향신이 많고 향고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맛은 딱히 별 차이 없습니다. 특성 자체는 조금씩 다르긴 한데, 백화고가 향고보다 맛있느냐 하면 내 생각에는 아닙니다. 내가 실사용에 선호하는 건 동고나 향고인데, 딱히 비싸지도 않으면서 맛도 충분히 있고 먹기도 좋기 때문입니다. 백화고는 사실 향고에 비하면 어린 버섯이라 향이 꽤 약하기도 하고요.

 

 굳이 보자면 표고의 품질 차이는 건표고보다도 생표고에서 쉽게 느낄 수 있고, 표고가 나온 계절이나 품종 등에 따른 차이가 큰 편입니다. 표고가 겉보기 좋은 쪽이 가격이 높다 보니, 맛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쪽으로 품종개량이 되고 있는 것 같고, 딱 봐도 화고스러운 건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에 생표고가 많이 풀려서 저렴할 때가 있는데, 경험적으로는 그 때의 표고버섯이 맛있습니다. 표고를 말릴 환경이 된다면, 그 때 표고를 많이 사서 말려 두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1) 내가 먹어 본 버섯 중 주관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건 큰갓버섯입니다. 문제는 큰갓버섯은 야생버섯이고, 흔하지도 않은데 나는 야생버섯을 채취할 줄 모릅니다. 그러니까 운 좋아야 먹어볼 일이 있는 버섯입니다.

 

 송이버섯은 처음 먹었을 때는 매우 놀라웠고 한동안 선호했는데, 이후 여러 번 먹다 보니 어택이 강한 풍미이긴 한데 원체 개성이 강한데다 본래 가진 풍미에서 뭘 하건 더 좋아지는 경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싸다보니 이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잘 한 상태에서 정말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었던 버섯은 표고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음식점에서 먹어봤던 전가복인지 잡탕인지에 들어있었는데, 볶는 요리 하나만큼은 초일류인 주방장이 만든 거였고 표고를 잘 볶았을 때 얼마나 맛있는지 그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화요리 중 볶음을 그리 선호하지도 않고, 정말 잘 볶아봐야 그만큼 인정도 못 받다 보니 버섯 같은 걸 잘 볶아주는 요리사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중식화구가 있어야 그런 볶음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 보니 직접 그런 볶음에 도전하는 건 어렵고요.

 

 일반적인 조건에서 구하기 쉬운 버섯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섯은 양송이입니다. 여담인데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양송이건 새송이건 송이버섯하고는 별 상관이 없고요. 상품명 참송이, 해송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22) 양송이는 귀여운 외형과 부담 없는 풍미를 가진 버섯입니다만, 실제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양송이의 특성은 대다수의 한식 레시피에 잘 안 어울리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양송이 먹는 방식은 대를 떼어내고 갓만 물이 생기도록 구워 먹는 것 같은데, 양송이 물은 속설만큼 몸에 좋을 건 없습니다만 버섯 자체는 몸에 꽤 좋은 편이고, 칼로리도 별로 없는데다 물이 생기도록 구운 양송이는 맛있으니까 많이 드셔도 좋습니다.

 

 양송이는 음식에 사용했을 때 완성된 음식의 풍미를 잘 담아내고, 스스로 가진 버섯향과 조합되어 매우 맛있게 먹을 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버섯 자체만 구워 먹어도 꽤 맛있는 버섯이긴 하지만, 양송이와 어울리는 풍미가 좋은 요리에 사용했을 때 더 맛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요리는 대체로 향이 중시되지 않거나, 양송이에 잘 어울리지 않는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섯볶음을 하기에는 수분이 많은데다 비싸고요. 재래된장찌개에 양송이를 넣으면 의외로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버섯을 양송이만 넣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표고는 기본적으로 넣고 양송이를 부재료로 넣거나 해야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요리 중 예외적으로 양송이를 넣었을 때 잘 어울리는 건 카레입니다. 이는 카레가 태생적으로 서양 요리에 가까운 것이라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넣어보면 꽤 잘 어울립니다. 원래 수프나 스튜 등에서 활약하는 버섯입니다.

 

 

 

 

 

23) 흔히 고급재료로 취급되지만 사견으로 맛이 꽤 애매하고 과대평가가 많다고 생각하는 식재료 중 하나가 전복입니다. 특히 전복죽은 꽤 고평가입니다. 전복죽이라고 파는 것 중 소라죽이나 골뱅이죽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전복죽보다 소라죽이 더 맛있습니다. 전복은 맛이 진하고 강한 식재료가 아니라서, 죽 같은 데 넣어서는 맛이 나지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소라는 진한 맛을 가지고 있지요.

 

 신선한 전복으로 죽을 끓이면 조개 맛보다는 내장 맛이 더 나는데, 전복 내장 맛은 일종의 해초가 소화되다 만 맛입니다. 전복의 주식이 다시마 같은 해초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전복내장죽보다는 매생이죽이 낫습니다.

 

 전복회는 특유의 씹는 느낌을 좋아할 수는 있는데, 맛 자체는 별게 없습니다. 초장 맛에 드시는 분들이 많을 걸로 생각합니다.

 

 사견으로 전복을 맛있게 먹는 방식은 전복장입니다. 익힌 전복을 양념간장에 담근 건데요. 간장 양념이 전복 특유의 맛과 잘 어울리는데다 워낙 전복 살은 단단하다보니 흐물해지지도 않아서 맛있습니다. 다만 비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내 생각엔 전복장은 해산물의 일반적인 비림이 아니고, 해초가 좀 비릿해진 느낌입니다. 주관적으로 전복장은 꽃게 간장게장만큼 맛있고, 새우장 같은 것보다는 훨씬 맛있습니다.

 

 

 

 

 

24) 명태는 우리나라에서만 인기 있는 생선입니다. 사실 살 자체가 맛있는 생선이라 볼 수는 없지만, 크고 저렴한데다 뼈를 우려내면 국물은 맛있는데다 한식 양념이 명태살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인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명태는 가공법에 따라 이름이 다양합니다. 생물은 생태, 얼린 건 동태, 완전히 말리면 북어, 반만 말리면 코다리, 얼었다 녹았다 하는 조건에서 말린 건 황태, 황태 만들다가 색이 검어지면 먹태(흑태), 어린 건 노가리입니다. 여담인데 노가리를 너무 잡아서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명태가 씨가 거의 말랐습니다. 생태는 워낙 보존성이 나쁘고, 회로도 거의 못 먹기 때문에 말리거나 얼리는 방식이 발달했습니다.

 

 명란젓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한식으로 참기름을 곁들이면 맛이 좋고, 인기도 좋은 젓갈입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습니다. 노리마키가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것처럼, 명란젓은 일본에 가서 일본인의 소울푸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란젓을 안 먹더라도 알이 포함된 동태탕을 많이 먹는데, 일본인은 명란젓만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일본인들이 적어도 예전에는 명란젓이 명태의 알인 걸 잘 몰랐습니다. 명태를 잘 모르기도 하고, 그다지 먹을 게 아닌 잡어로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좀 알려졌을지 모르겠네요.

 

 한편으로 명태의 고니(곤이)는 사실 이리입니다. 곤이는 난소고, 이리는 정소입니다. 그러니까 알이 있는 개체는 이리가 없습니다.

 

 

 

 

 

25) 말리지 않은 아구(표준명 아귀)찜은 인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구찜은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이라 인천 사람들도 아구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아구 살은 사실 별로 먹을 게 없습니다. 양이 많지 않은 아구 살의 맛은 우아합니다만 동시에 밍밍해서, 살을 먹을 거면 차라리 가자미를 쪄먹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아구의 장점은 그 물컹거리는 부분에 있습니다. 생선이라기보다는 낙지나 주꾸미를 먹는 기분으로 먹으면 맛있습니다. 커다란 아구일수록 먹을 게 많습니다. 아구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구찜은 콩나물밖에 먹을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만...

 

 서양 요리에도 아구 요리가 있는데, 프랑스 요리 같은 데 아구살에 소금과 허브를 쓴 스테이크 같은 게 있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튀겨 먹기도 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나는 아구살 스테이크는 별로 좋은 조리법이라 느끼지 못했습니다. 박대 구워 먹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26) 와사비나 가루 와사비(호스래디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스시에 들어간 와사비 외에는 와사비를 잘 먹지 않는 편입니다. 나는 생선회를 먹을 때는 간장이건, 와사비를 곁들인 간장이건, 초고추장이건 거의 먹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호스래디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호스래디쉬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잘 먹고요. 가루 와사비를 푼 간장은 구운 가자미나 해물탕/해물찜에 들어간 낙지를 먹을 때 주로 먹습니다. 특히 탕에 들어간 낙지에 호스래디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소고기에도 와사비를 곁들여먹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소고기에는 와사비보다는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7)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작감을 매우 중시합니다. ‘치감이라는 신조어도 쓰는 것 같은데, 굳이 어휘를 해석해보자면 치감은 치아 내의 신경과 치주인대쪽에서 느끼는 감각일 것이고 저작감은 씹을 때 사용하는 턱관절과 구강 내의 촉각 전반을 포함한 감각일 것이라 저작감이라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감이라는 어휘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대체로 사용하게 된 신조어휘가 치감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 저작감의 최대 만족을 위해 발달한 요리로 산낙지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잘라서 참기름이라도 뿌려 놓으면 그나마 요리지만, 요리를 아예 안 하고 낙지를 통째로 드시려 시도하다 돌아가시는 분들도 종종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복어 먹다 죽는 사람보다 산낙지 먹다 죽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압니다. 가장 위험한 요리입니다. 잘 씹어 먹으면 100% 안전하다는 면에서 참 웃프기도 합니다만.

 

 산낙지가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음식이 된 건, 낙지가 세계적으로 흔한 생물이 아닌 것도 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낙지는 거의 동아시아에만 있다고 하고, 뻘에서 삽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해안 같은 조건이어야 낙지가 있단 말이지요. 일본에서조차 낙지는 많이 먹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28) 벚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봄 감성을 사로잡은 지 오래입니다만, 이것은 일제 이후의 유행입니다. 조선 시대 때는 벚꽃보다도 복사꽃과 매화를 좋아했지요. 위의 사진은 복사꽃입니다.

 

 꽃은 벚꽃도 복사꽃도 매화도 예쁩니다만, 열매의 활용도로 보면 벚나무는 복사나무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서양 체리와 달리 버찌나 앵두는 그다지 먹을 만한 게 아닙니다. 열매가 작고 씨앗이 커서 먹을 게 없습니다. 별로 인기 있을 만한 맛도 아니고요.

 

 대조적으로 관상용 복사나무에서 열리는 복숭아는 대체로 품종개량이 되지 않은 개복숭아이긴 합니다만, 개복숭아는 매실청처럼 설탕에 절여 청으로 담그면 꽤 맛있는 시럽이 됩니다. 맛이야 설탕 맛이지만 복숭아향이 나거든요.

 

 

 가끔 변이로 인해 개복숭아 중에서도 크고 맛이 괜찮은 게 있긴 한데요. 과수용 복사나무도 꽃은 예쁘고요. 문제는 그런 건 관리가 어렵다는 겁니다. 복숭아는 맛있고 워낙 즙도 많아서 그런지 벌레들이 정말 작정하고 달려드는 과일입니다. 벌레와 전쟁을 벌이고 제 때 봉지라도 씌워주지 않으면 벌레천지가 됩니다. 사람 입에 맛있는 건 야생에 경쟁자가 많기 마련입니다.

 

 여담인데 매실청이나 개복숭아청 등을 효소라고 부르는 건 이상한 이름입니다. 청은 효소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과일 청은 그냥 과일 성분이 당에 추출되어 나온 시럽입니다. 맛으로 먹는 거란 말이지요.

 

 

 

 

 

 

29)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밥을 먹습니다만, 밥을 먹는 방식은 사람마다 꽤 다릅니다. 국물이 없으면 밥 먹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국물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국물에 밥을 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로 먹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레 같은 걸 먹을 때 덮어서 먹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잘 비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밥과 반찬을 한 입에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고, 따로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도 각자 매우 다릅니다. 군대 다녀온 경험들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특히 남자들 중에는 매우 빠르게 식사를 마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맛을 잘 보기에는 좋지 않은 문화지요.

 

 나는 맛있는 식사를 위해서는 쌀 품종을 각자의 식사 방식이나 기호에 따라 고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국물을 챙기는 빈도가 낮다거나, 잘 말아 먹지 않는다거나, 치아가 충분히 좋지 못하다거나 하면 부드럽고 차진 쌀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국물에 말아 먹는 걸 즐긴다면 좀 단단한 쌀로 지은 된밥이 잘 어울리지요.

 

 보통 맛있는 품종으로 불리는 쌀들은 차지고 부드러운 게 많습니다. 고시히카리도 그렇고, 삼광도 그렇고, 반찰계들은 더하고요. 그렇지만 단단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좀 더 단단한 쌀을 구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래 보급되는 품종중에 참드림이 단단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풍미도 매우 좋은데다 웬만한 한식에는 다 어울릴 맛이라 널리 추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참드림이 차지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차진데 단단합니다. 찰기와 단단하고 부드러움은 다른 겁니다. 차진 쌀이기 때문에 참드림을 볶음밥용으로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30) 우리나라는 두부를 맛있게 잘 만드는 나라입니다만, 두부를 가공하는 방식은 발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유부는 많이들 먹지만 아직도 일식 느낌이고, 건두부 같은 건 한식화되지 않은 중화요리 분야로 취급되고 있지요.

 

 두부는 튀겨 먹으면 꽤 맛있습니다. 부침과 튀김은 좀 다릅니다. 두부를 튀기려면 부치는 것 대비 기름을 꽤 써야지요. 수분을 뺀 두부를 2번 튀기면 유부가 되는데, 유부를 만들 게 아니면 굳이 수분을 많이 뺄 것 없이 적당히만 빼준 후 한 번만 잘 튀기면 됩니다. 물론 딮프라잉을 할 때는 적어도 겉면의 수분 정도는 잘 닦아줘야 폭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튀긴 두부는 맛있지만 기름이 너무 많습니다. 기름지지 않게 튀긴 두부 비슷한 걸 간편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한데요. 전자렌지에 돌리는 겁니다. 전자렌지는 음식의 수분을 날려서 맛없게 만드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두부는 원체 수분이 많은데다 수분이 날아가도 맛있기 때문에 전자렌지에 팍팍 돌려버리면 제법 맛있어집니다.

 

 한편으로 요새는 에어프라이어가 많이 보급되고 오븐을 가진 집도 많이들 있다 보니 오븐을 사용한 두부 레시피도 알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오븐의 일종입니다. 역시나 원리상 튀기지 않고도 수분을 많이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

정치 2020. 10. 8. 13:2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DctuQ0sStWM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라는 질의에 대한 사견을 정리해 봤습니다. 좋은 경우, 중간, 나쁜 경우 세 가지 정도로 나눠서 정리하였습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이쯤 되지 않을까? 싶은 정도라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우 -

 

: 아마도 더불어민주당 전반이 원하고 있는 시나리오로 추정. 유동성을 탄 급속도의 빈부격차 확대 이후,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하층민의 붕괴. 계층분화가 커진 이후의 복지국가 전환. 북유럽 모델로 계층의 사다리가 치워진, 가붕개는 가붕개답고 천룡은 천룡다운 나라로 굳어짐. 안정화가 되면 디스인플레이션을 통해 물가를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연금 지출을 줄이고 고령사회가 자연사할 때까지 체제를 유지. 인구는 중국인을 대규모 이민받음으로 장기적으로 개선. 두 세대 정도 후 전 인구의 1/2~1/4 정도가 중국계(조선족 포함).

 


 

 경우 -

 

: 신냉전 시대에서 친중행보를 보이며 박쥐짓을 하는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를 미국이 견제. 민주당 정권은 기다렸다는 듯 반미행보. 상황이 악화되면서 추가 제재로 심각한 대미지를 입어 경제위기 발생. 산업 전반이 쇠퇴하고 사회복지 시스템 등도 일부 붕괴. 사회 전반이 심한 갈등과 혼란에 빠지고 좀처럼 회복되지 못함.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 전반이 민주정체에 회의를 가지는 가운데 어떠한 계기로 민주정 붕괴. 이후 전체주의 사회가 되고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신뢰 불가능한 박쥐국가로 찍혀 장기적인 난항.

 

 



 경우 -

 

: 점차 미국과의 갈등이 극단화되어 동맹에 균열이 가고, 결국 미국의 우방에서 이탈하게 됨. 북중러와 한 편이 되어 신냉전의 한 축을 담당하여 수십 년간 서방과 싸우지만 역부족으로 패배. 그 와중에 국민 전반의 삶은 피폐해지고, 체제경쟁에서의 패배 이후에는 극단적인 피폐함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됨.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가 붕괴하고 미국 / 중국 / 일본 등 주변국에 편입되거나 새로 건국을 함. 선진국 출신이라 경쟁력은 있지만 워낙 많은 게 붕괴하고 회복이 대단히 어려운 인구구조가 된 상태여서 티어가 하락, 동유럽 국가 정도의 위상을 가진 국가로 격하됨. 수십 년이 지나 혼란 회복 후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정도의 위치를 지닌 국가가 됨.

 

 

 이상입니다. 나는 위와 같이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3

식이 2020. 10. 5. 16:27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LHJtoA5pFCY

 

1- https://oceanrose.tistory.com/1202

2- https://oceanrose.tistory.com/1205

 

 

 

 

 

1)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 중 뭐가 맛있느냐는 이야기가 가끔 나옵니다. 별로 맛 차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에 관한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는 먹는 음식도 다르고, 운동량도 다르기 때문에 맛이 다릅니다. 자연산 광어가 복합적인 맛이라면, 양식 광어는 상대적으로 잘 조절된 맛입니다. 비유하자면 자연산 광어 맛은 구세계 와인에 가깝고, 양식 광어는 신세계 와인에 가깝습니다.

 

 나한테는 평균적으로는 자연산 광어가 더 맛있습니다. 그런데 광어가 맛없는 하절기에는 양식 광어가 낫습니다. 그리고 내가 먹어본 광어 중 가장 맛있던 1, 2위는 양식 광어였습니다. 광어는 개체마다 맛 차이가 큰 편인데, 나는 양식 광어 쪽을 자연산보다 훨씬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2) 외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즐겨 먹는 대표적인 생선 중 하나가 참조기입니다. 참조기는 매우 맛있는 생선인데, 왜 일본이나 중국에서 잘 안 먹는지는 모를 일입니다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부세를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참조기가 분명 예전에는 흔한 서민생선이었는데 요샌 귀해져서 무언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게 되었습니다

 

 참조기는 황강달이(황석어/황새기)와 외모가 매우 흡사합니다. 상인들도 참조기 새끼를 황새기라고 팔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맛을 보면 참조기와 황새기는 맛이 다릅니다. 구분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어서, 황석어젓이라고 담근 걸 보면 참조기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는 참조기 쪽을 좋아하는데 어린 참조기 젓갈이 적당히 삭았을 때는 매우 맛있습니다만, 나는 생선뼈를 먹지 않기 때문에 발라 먹는 게 일입니다. 그리고 너무 삭으면 나에게는 먹기 힘든 냄새가 되어서 잘 먹지 못합니다.

 

 

 

 

3) 인천 지역 어시장에 가면 갯가재를 많이 팝니다. 어느 지역에서나 쏙과 갯가재를 구분 안 하고 부를 때가 많은데, 쏙과 갯가재는 다릅니다. 쏙은 갯가재처럼 생겼지만 새우의 일종(또는 매우 가까운 친족)이고요. 갯가재는 그냥 가재라고 팔 때가 많습니다.

 

 갯가재는 저렴하고 잘 까져서 먹기 편합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봐서 별 감각이 없는데, 안 보던 분들은 무슨 벌레나 외계생물체처럼 생겼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쪄 먹으면 맛은 평범하고 슴슴하게 맛있고, 갑각류가 원래 좀 그렇지만 껍데기에 비해 살이 별로 없어서 한참 먹다보면 배는 별로 안 부른데 껍데기는 엄청나게 쌓이는 먹거리입니다.

 

 주관적으로는 동일하게 바닷가재로 불리는 랍스타보다는 갯가재가 훨씬 맛있습니다. 랍스타는 비싸기만 하지 진짜로 맛이 없어요. 괜히 옛날에 미국 노예나 하인들이 랍스타를 계속 식사로 주면 어찌 사람에게 그런 걸 줄 수 있느냐고 싸웠던 게 아닙니다.

 

 갑각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갯가재를 사서 해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가성비가 좋은 갑각류입니다. 문제는 직접 사서 해 먹지 않는 한 별로 먹어볼 일이 없는 식재료라는 겁니다. 어시장에는 매우 흔한데요.

 

 

 

 

 

4) 병어는 세꼬시로 많이 먹습니다만, 주관적으로는 조림을 할 때 맛있는 생선입니다. 조려 먹을 때는 내가 아는 생선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삼치를 꼽겠습니다.

 

 생선조림은 좋아하는데 병어조림은 안 드셔보신 분들은, 병어조림을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조림을 위해 태어난 생선인 것처럼 맛있습니다.

 

 물론 병어는 뫼니에르를 해 먹어도 맛있습니다. 프랑스식 레시피지만 별로 어려울 건 없고, 레몬즙을 바른 다음에 밀가루를 잘 묻혀서, 버터에 구우면 됩니다. 생선 요리를 할 때 레몬즙을 쓰면 비린내를 잡아줍니다.

 

 여담인데 예전에는 인천 앞바다에 병어가 제법 흔했습니다. 그런데 매립을 하다 보니 귀해졌고, 큰 병어(:덕자병어)는 이제 비싼 고급생선이 되어버렸지요. 간척사업이 병어 같은 어종을 죽이는 건, 매립을 하는 데 필요한 흙을 바로 옆의 바다에서 조달하기 때문입니다. 간척사업에는 어마어마한 흙이 필요한데, 인근 바다 모래나 개흙 같은 걸 이용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그걸 조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위험하게 오염 위험 있는 물질 함부로 쓸 수도 없고요. 그러니까 병어 같은 생선의 산란장이 광범위하게 파괴되는 겁니다. 사실 대도시에 국제공항 건설한 인천 앞바다는 둘째 치고 새만금이나 조력발전소 같은 게 진짜 문제입니다. 특히 조력발전소는 말이 친환경이지 바다에 말도 안 되는 대미지를 줍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방식입니다. 친환경 이름 붙은 것 치고 제대로 된 거 거의 없습니다. 지열발전은 포항지진의 주원인이라는 설이 유력해서 공식적으로 중단되었고, 풍력은 보긴 좋지만 소음이 크고 철새 대량 학살 중이며, 문제의 태양광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농담이 아니고 원전이 제일 친환경 같습니다.

 

 

 

 

 

5)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다른 문화권보다 다양한 생선을 곧잘 먹는 편입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젓가락인 것 같습니다. 젓가락은 생선살을 바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금속 젓가락은 정교한 살 바르기를 용이하게 합니다.

 

 대조적으로 서구 사람들은 포크를 쓰니까, 생선살을 발라먹을 방법이 없습니다. 손으로 잡고 뜯거나, 미리 조리할 때 살을 발라내야 합니다.

 

 여담인데 흔히 젓가락질 방식으로 II(또는 V자로 묘사)를 정석이라 합니다. 그런데 II자는 원래 일본식입니다. 일제 이전 조선 시대에는 X자를 많이 썼습니다. 양반은 겸상을 안 하는 문화였는데 남의 젓가락질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요. 중국도 X자 젓가락질을 많이 합니다.

 

 사담으로 나는 II자와 X자를 모두 할 수 있습니다만, 꽤 오래 전부터 나무젓가락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일회용은 안 씁니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다 보니 X자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X자 젓가락질은 젓가락끼리 미끄러지며 움직이다 보니 마찰이 적은 금속 젓가락을 사용할 때 더 용이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나무젓가락이 주류인데, 그래서 II자 젓가락질이 정석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II자 젓가락질이 생선을 먹는 데 더 유리해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나는 X자로도 생선을 먹는 데 별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X자 사용자들은 대체로 불편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6) 요새는 꽤 줄어들었습니다만, 아직도 좌식 테이블인 음식점들이 꽤 있습니다. 집에서도 좌식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좌식생활은 발목, 무릎, 고관절, 골반, 허리 등에 모두 좋지 않습니다.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신발을 벗는 음식점은 냄새 문제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초기까지는 입식 생활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온돌이 보급되면서 바닥에 몸을 지질 수 있는 좌식 생활이 일반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현대 들어 다시 입식으로 변하는 중이지요. 몸에는 입식이 좋습니다.

 

 가끔 오래 된 음식점을 보면 처음에는 좌식으로 인테리어를 했다가 입식으로 개조를 하거나, 일부만 입식으로 바꾼 경우를 봅니다. 좌식 인테리어가 전통 한식답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으나, 나는 무조건 입식이 좋습니다.

 

 요새는 각 지자체에서도 좌식 식당을 입식 식당화하는 걸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세금을 그런 데 써도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식당들이 입식화되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7) 식당 공기밥의 기원은 박정희 유신 시절입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기준으로는 조리용 bowl이나 면기 정도에 해당하는 사이즈의 그릇에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밥을 많이 먹다 보니 쌀이 부족해서, 박정희 시절에 스테인리스 밥공기의 규격화를 강제합니다. 그래서 블루컬러 성인남성 기준, 11공기로는 어림도 없는 미니 밥공기가 표준 규격이 되었지요. 스뎅 밥공기는 작기도 한데 더운밥을 담으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사용하기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한국도자기나 행남자기 같은 국내 도자기 브랜드에서 스뎅 밥공기 사이즈에 맞춰 밥공기를 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2년에 한 번 정도는 새 공기를 구매하고 있는데, 밥그릇 구매는 가심비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사견으로 한식당은 가격대가 조금 있는 정식을 제외하면 식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한데, 플레이팅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식기와 수저 정도에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척의 어려움이나 파손, 도둑질 등의 위험이 높은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양식당, 일식당에 비해 한식 이미지가 낮은 요인 중 하나로 봅니다.

 

 

 

 

8) 우리나라는 거의 유일하게 조리용 가위를 식탁 위에서도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커다란 고기를 잘라가면서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거나, 냉면같이 질긴 면을 자르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하는데, 쓰다 보니 응용의 폭이 넓어져서 식사용 나이프보다 조리용 가위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게가위 외 일반 식사용 가위를 보기 좋게 따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미개발 상품인 것 같습니다.

 

 

 

 

 

9) 돈까스는 흔히 경양식 돈까스라 부르는 건 뭔가 이젠 본격 한식이 된 기분입니다만, 사실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방식이 경양식 돈까스입니다. 한국에서는 원조 스타일이 잘 유지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고기가 두꺼워지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지요.

 

 나는 일본식 돈까스를 (있으면 잘 먹긴 합니다만) 그리 선호하지 않고, 그게 좋은 조리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싸면 모르겠는데 요즘 잘 나간다는 일식 돈까스집 보면 가격도 비싼 게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먹어서 좀 어이가 없습니다. 조리원리로 보면 규카츠가 더 나은 요리일 겁니다. 양감 있는 돼지고기를 적절하게 익힌 걸 즐기고 싶다면, 뼈등심 스테이크가 더 나은 조리법이라 생각합니다.

 

 경양식 돈까스 소스의 기본형은 데미글라스+우스터인데, 데미글라스는 제대로 만들면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대로 힘줘서 만든 경양식 돈까스는 고급요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양식 돈까스의 현 위상을 생각하면 제대로 만든 경양식 돈까스를 만들어 파는 곳이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만.

 

 

 

 한편으로 경양식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입맛을 유행에 뒤진 옛날 취향이라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화 맛의 달인작가 카리야 테츠도 돈까스는 얇은 게 맛있다고 주장합니다. 참고로 일본에서 덴푸라에 쓰는 참기름은 튀김용 냉압착 참기름이라 우리나라에서 먹는 조미용 열압착 참기름과는 다릅니다.

 

 

 

 

 

10) 당면은 음식 가공 기술이 발달한 후에 등장한 식재료입니다. 등장 이후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기를 끌어 뭔가 제법 전통적인 느낌입니다만, 당면은 공업기술 없으면 만들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당면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은 전통방식이 아닙니다. 만두, 순대는 전통방식은 당면 안 넣습니다. 잡채도 원래는 고추잡채처럼 채썬 채소와 고기를 볶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당면을 넣기 시작하면서 아예 당면 요리가 되어버렸지요.

 

 조선시대 고급 요리의 맥을 이으려던 분들은 당면이 들어간 양 늘린 요리들을 영 나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만, 현실 대한민국은 당면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당면은 별 맛이 없는 대신 소스를 잘 흡수하고 특유의 식감이 있는 재료인데, 생각해보면 샥스핀도 별 맛이 없고 특유의 식감으로 먹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긴 합니다.

 

 당면 그 자체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요리는 김말이튀김일 겁니다. 내 기억으로 김말이튀김은 90년대 초중반의 어느 날에 등장한 것 같은데, 워낙 매력적인 맛이었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고전이 되었습니다. 이젠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야끼만두(납짝당면만두튀김)를 대체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야끼만두가 더 좋습니다만.

 

 그리고 근래에는 납작하고 두꺼운 당면이 나와 찜닭의 2대 주재료로 활약 중입니다. 물론 다른 주재료는 닭입니다. 찜닭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태반은 그 납작 당면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찜닭을 매우 좋아합니다만 납작 당면에 대한 선호는 애매한데, 노골적으로 납작당면을 많이 넣어 양을 불리는 곳을 몇 번 접한 악영향인 것 같습니다.

 

 

 

 

  

 

11) 우리나라는 일제 이전에는 밀 음식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는데, 보리와 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환경에서 보리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보리와 밀은 근연종이고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둘 다 동절기에 키울 수 있는데, 보리 쪽이 수확이 빠릅니다. 모내기해서 벼 - 보리 2모작 돌리는 게 생산성이 좋았고, 밀을 키우게 되면 벼를 키우기가 보리보다 어려웠기 때문에 밀이 귀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때는 밀 요리가 고급품이었습니다. 유밀과(약과)는 거의 최고급 요리였지요. 잔치국수도 말 그대로 잔칫날이나 먹을 수 있는 요리라 잔치국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에 밀을 많이 원조해줘서 본격적으로 밀 요리가 발달하게 됩니다. 사실 밀도 완전히 분도하지 않고 살짝 속껍질을 남긴 상태에서는 현미처럼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긴 한데, 그렇게 해 먹으면 맛이 꽤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밀가루를 원조 받았다 보니 그런 방식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밀은 속껍질을 다 벗기면 바스라져서 그냥 적당히 벗기고 가루를 내는 게 가공하기 편합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유럽 서민들은 밀을 통밀가루 형태로 주로 먹었지요. 백밀가루는 귀족이나 부자가 먹던 겁니다.

 

 우리나라는 빵을 주식으로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원조받은 밀가루로 면을 주로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면 요리는 대단히 성공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밥보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지요.

 

 

 

 

 

12) 가래떡은 굳이 분류해보자면 면입니다. 떡볶이는 양식으로 치면 일종의 숏파스타 요리에 해당합니다. 밀떡을 쓰면 기분상 뭔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떡볶이에도 푸실리나 펜네 같은 모양 성형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기능미보다는 조형미를 중심으로 모양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긴 떡이 유행하는 걸 보면 뭔가 다른 방향으로 모양 변화 트렌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주관적으로 대다수의 떡볶이는 씹는 감각에 의존적인 요리입니다. 떡볶이의 매끄러운 표면과 떡볶이의 표준적인 소스로는 떡볶이의 떡에 충분한 소스 맛을 배게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스 맛을 충분히 배게 하려면 떡을 많이 익혀야 하는데, 그러면 떡이 좀 퍼져버리기 쉽습니다.

 

 표준적인 선택은 소스의 점도를 올리는 겁니다. 떡이 퍼지도록 익히면 사실 떡의 전분이 소스의 점도를 올리기도 합니다만, 그건 아주 고전적인 스타일이고 요새 인기 있을 타입은 아닙니다. 중화요리처럼 따로 전분물을 넣거나 프랑스 음식처럼 루를 넣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어떤 방식이건 표준적인 떡볶이 소스에 잘 어울린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젤라틴을 넣는 방식은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사견으로 조리원리를 보자면 떡꼬치가 더 좋은 조리법이고, 나는 그 쪽을 선호합니다. 가래떡은 삶는 것보다는 굽거나 튀기는 게 더 맛있고, 소스는 충분한 점도를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마진율을 자랑하게 된 떡볶이와는 달리, 떡꼬치는 만드는 데 손도 많이 가고 조리난이도도 있어서 그런지 거의 사라졌고, 마이너한 음식으로 전락하였습니다. 대신 떡볶이는 엄청나게 매워졌는데, 무식하게 매우면 소스맛이 떡에 덜 붙는 현상 같은 건 그냥 무시할 수 있긴 합니다.

 

 여담인데 떡꼬치 해먹고 싶다고 떡볶이용 떡 그냥 튀기면 폭발합니다. 떡꼬치가 괜히 그런 모양인 게 아니고, 괜히 사라진 게 아닙니다.

 

 

 

 

 

13) 면에 대한 취향은 각자 좀 다를 텐데, 나는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단단하지 않은 면을 좋아합니다. 건파스타도 알덴테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고요.

 

 그래서 나는 소다를 넣은 중화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화면은 간수를 넣거나 베이킹 소다 등의 첨가제를 넣습니다. 그런 알칼리를 넣으면 색이 노랗게 되고, 단단해지고, 주관적으로는 풍미가 나빠집니다. 그리고 소화가 잘 안 됩니다. 알칼리성이라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중화요리 먹으면 소화 잘 안 된다는 사람이 괜히 많은 게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중화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크게 실감할 때는 중화냉면을 먹을 때입니다. 특히 중화냉면을 먹을 때는, 이게 면만 중화면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꽤 자주 있습니다. 내가 중화냉면은 좋아하는데 중화면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간짜장 애호가들 중에도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면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일단 배달을 하면 첨가제 써야 합니다. 홀에서만 파는 집이 첨가제를 안 쓸 수 있는데, 문제는 그게 유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탕수육 찍먹이 유행하다가 홀에서 파는 중화요리집에도 영향을 줬는데, 면에도 유사한 트렌드 변화가 있는 것인지 요즘은 고급 중화요리집도 대체로 면에 첨가제를 씁니다. 첨가제 쓴 중화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트렌드입니다.

 

 

 

 

  

 

14) 탕수육은 기본형이 부먹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찍먹파들이 불만을 가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클래시컬은 부먹입니다. 원래 고전적인 탕수육은 소스를 붓는 요리기 때문입니다.

 

 

 

 고전적인 옛날 스타일 원조 탕수육은 2020년 현재 거의 먹기가 힘듭니다. 아직 하는 곳은 한 군데 알고 있네요. 고전 탕수육은 내 생각엔 튀김옷이 바삭하거나 아삭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폭신하다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탕수육 소스도 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슴슴하고 고기튀김 맛을 보조하는 정도지요. 기본 탕수육 소스의 주재료는 식초와 간장인데, 식초와 간장은 농도가 높아지면 다분히 불쾌하기 쉬운 맛이 납니다. 그러니까 별로 짜지도 시지도 않게 소스를 만드는 게 고전 스타일의 정석입니다. 그래서 고전 탕수육은 부먹입니다만, 간이 강하지 않고 간장을 추가로 찍어 먹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는 부드러운 고기튀김입니다. 고전 탕수육은 소스가 큰 역할을 하지 않다 보니 옛날엔 그냥 고기튀김만도 많이 팔았는데, 덴뿌라라 불렀습니다. 덴뿌라는 소스로 맛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중식당의 실력과 퀄리티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요리입니다. 굳이 보자면 현대에는 일식 돈까스가 덴뿌라의 후계음식 같기도 합니다. 덴뿌라라는 말이 애초에 일본 요리 이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고전 스타일은 홀에서는 좋은데, 배달로는 구현이 어려웠습니다. 배달 탕수육이 일반화되고, 중화요리가 서민음식화되면서 점차 고기튀김은 바삭하다 못해 딱딱한 게 많아졌고, 소스도 맛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찍먹이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스가 간이 강해지고, 탕수육 고기는 바삭한 느낌이 주가 되다보니 찍어 먹는 게 좋아졌단 말이지요. 나도 배달 탕수육을 먹을 때는 부먹파보다는 찍먹파에 좀 가깝긴 합니다. 요새는 찍먹파가 많다 보니 홀에서도 찍먹용 탕수육을 내놓는 곳이 생기고 있습니다. 홀에서도 소스를 따로 주는 곳은 소스의 간과 농도를 체크하고 부을지 찍을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볶먹은 정석이나 고전은 아니고 응용편입니다. 볶는 탕수육 잘 해주는 집은 맛있다고 생각하고, 선호합니다. 보통은 일반 탕수육은 잘 안 볶아주는 것 같고, 사천탕수육이 볶먹이 많은 것 같습니다.

 

 

 

 

 

 

15) 자장면은 맛있게 만들기 힘든 음식입니다. 맛있게 만들려면 재료비가 꽤 들어가며, 품도 많이 들어가고, 심지어 손맛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짬뽕은 어느 정도 맛을 내기가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21세기 들어 짬뽕의 시대가 열리게 된 두 가지 요인을 매운맛 유행과 일정 이상의 맛을 내기 쉬운 레시피라는 특성으로 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중식당에서 짬뽕보다 우동을 많이 먹었고, 기스면이나 울면도 제법 많이 팔렸습니다.

 

 사견으로 짬뽕은 레시피 자체가 크게 실패하기가 힘든 레시피입니다. 양념이 강한 국물 요리니까요. 심지어 짬뽕은 인스턴스화된 액상 농축액에 해물을 어느 정도 넣고 끓이기만 해도 그럭저럭 짬뽕같은 게 나옵니다. 중식당이 아닌 호프집 같은 데서도 맛이 좀 어설프긴 하지만 짬뽕 계열 메뉴가 있을 수 있는 이유지요. 베리에이션을 늘리기도 쉽습니다. 낙지 짬뽕, 갈비 짬뽕, 전복 짬뽕 등 고급 재료를 올리면 됩니다.

 

 그러나 짬뽕은 어쩔 수 없이 맛의 상향 한계치가 낮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일정 이상 맛있기는 쉽지만, 딱히 엄청나게 맛있기도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예 고급화시키려면 일반 짬뽕보다는 백짬뽕 쪽이 더 맛있어질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이는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고, 짜장면 쪽이 더 아무 데서나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내 생각엔 그다지 맛이 별로 없는 짜장면도 남들이 곧잘 맛있다고 먹는 걸 여러 번 경험하긴 했는데, 내가 짜장면을 별로 안 좋아하거나 까탈스러운 건지 남들이 짜장면을 너무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16) 간짜장의 (=dry)'입니다. 짜장은 작장(灼醬), 즉 장을 볶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간짜장은 뻑뻑하도록 건조하며, 장을 많이 썼기에 춘장 맛이 많이 납니다.

 

 춘장은 첨면장이라는 중국식 된장의 변형판입니다. 색이 검도록 캐러멜색소와 약간의 조미료를 넣은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만든 간짜장은 된장 비슷한 풍미가 많이 나고, 별로 달지 않고, 꽤나 짭니다. 보다 대중적인 달달하고 농도가 연한 짜장에 비하면, 반드시 맛있다고 하긴 어려운 맛입니다. 면하고 먹을 때는요.

 

 경험적으로는 춘장향이 강하고 별로 달지 않은 간짜장은 면보다 밥하고 먹을 때 시너지가 좋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중식당에서 간짜장밥 같은 메뉴를 거의 팔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담으로 자장을 밥과 먹을 때 쌀 품종은 신동진이 좋습니다.

 

 

 

 

 

17) 내가 먹어본 쌀 중 가장 맛있었던 건 품종은 고시히카리였고, 생산지는 인천 강화군 교동면이었습니다. 완전히 햅쌀이었는데, 생산 과정의 실수였는지 좀 덜 마른 쌀이었던 걸로 추정합니다. 처음 샀을 때는 심히 비상식적으로 맛있었는데, 밥 자체의 풍미가 너무 강하고 달아서 별로 어울리는 찬이 없었던 게 단점이었습니다. 구운 쇠고기 같은 게 아니면 거의 어울리는 게 없었습니다. 구운 스팸하고 먹어도 스팸이 밀리고 밥맛이 스팸하고 따로 놀았습니다. 원래 고시히카리의 풍미가 많이 강하긴 합니다.

 

 문제는 쌀이 덜 말라서 보존성이 최악이었고, 그 엄청난 맛은 며칠 가지도 않았으며, 반쯤 먹고 나니 썩어버렸다는 겁니다. 콩도 완전히 말리면 맛이 없고, 덜 마른 걸 냉동하는 게 맛있는데 쌀도 그렇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습니다. 덜 마른 쌀을 냉동 유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는 덜 마른 쌀을 사게 되면 바로 냉동, 최소한 냉장하기로 했습니다.

 

 

 

 

 

18) 쌀 품종 중 반찰계 품종이 있습니다. 멥쌀과 찹쌀의 중간 특성을 가지는 품종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밀키 퀸, 백진주, 진상 등이 반찰계입니다. 찰기 있는 밥을 선호해 찹쌀을 섞어 밥을 짓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냥 반찰계 쌀로 밥을 지으면 찹쌀 섞은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찹쌀을 대체해 사용도 가능하고요.

 

 반찰계 품종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 어떤 멥쌀 품종보다도 반찰계를 선호합니다. 특유의 찹쌀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멥쌀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찹쌀밥 같지도 않고요.

 

 

 

 

19) 흔히 맛있는 쌀을 고르려면 혼합이 아니라 품종이 명시된 쌀을 사라고 합니다만, 나는 경험적으로 혼합쌀 중 어지간한 품종 명시 쌀보다 맛있는 걸 여러 번 먹어봤습니다. 혼합쌀은 품종 관리가 안 된 쌀이지, 키울 때부터 품종이 없는 쌀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맛있는 품종이 꽤 들어있을 수 있단 말이지요. 혼합쌀의 품질은 꽤나 랜덤합니다. 운이 좋으면 제법 맛있는 혼합쌀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20) 우리나라 사람들은 옥수수를 매우 좋아합니다. 옥수수 재배량에 비해 소비량이 많아서, 세계 2위 옥수수 수입국입니다. 식빵에도 옥수수 가루를 넣어 옥수수 식빵을 해먹을 정도지요. 옥수수 식빵은 우리나라에서만 해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찰옥수수도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찰옥수수를 좋아해서 외국에서도 코리아 수출용으로 재배해서 파는 것 같습니다.

 

 100% 한식임이 틀림없는데 거의 아무도 한식이라 생각 안 하는 요리 중 하나로 속칭 콘치즈가 있습니다. 그 횟집 가면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거 말입니다. 원래는 캔 스위트콘에 마요네즈 레시피인데, 사람들이 콘치즈라고 부르다 보니 진짜로 치즈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통칭 콘치즈, 실체는 콘마요는 전혀 한식 같아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다고 합니다. 오래 된 노포 횟집에 가면 여전히 치즈를 쓰지 않은 클래시컬 콘마요를 주기도 합니다.

 

 

 

 

 

21) 아시아에서만 주로 먹는 과일인 감은 장년 이상 연령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감각이 감퇴하고, 상대적으로 신맛과 쓴맛을 잘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대체로 신 과일을 더 좋아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단 과일을 더 좋아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음식 간을 잘못 하면 과하게 짜지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입니다.

 

 

 

 감 중에서도 홍시(연시)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거의 먹습니다. 일본에선 떫은 감 품종은 주로 곶감으로 소비됩니다. 감은 크게 단감 품종과 떫은 감 품종이 있고, 떫은 감은 형태에 따라 대략 반시와 둥시, 봉시로 구분합니다. 반시는 밑쪽이 넓적하고 단감 닮은, 작은 감입니다. 둥시는 반시보다 둥근 감으로 주로 곶감으로 만듭니다. 봉시는 아래쪽이 뾰족하고 위아래로 큰 대형 감이고요. 당도가 높게 올라갑니다.

 

 단감은 녹색에서 색이 변하고 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감입니다. 대조적으로 떫은 감은 익어서 홍시가 되기 전엔 떫어서 못 먹습니다. 단감도 오래 두면 연시화되긴 하는데, 연시화되고 나면 떫은 감 품종 대비 맛이 없습니다.

 

 홍시는 나무에서 홍시가 되도록 다 익히는 게 맛있긴 합니다만, 수확할 때는 익혀서 수확하지는 않습니다. 홍시는 얼리지 않는 한 보존성도 없고 운반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시가 되기 전에 수확하는데, 감 수확철에 시장에 가면 아직 못 먹는 상태의 떫은 감들을 땡감이라고 좀 싸게 팝니다. 땡감은 별 거 안 해도 그냥 두면 저절로 홍시화되기 때문에, 사서 두고 홍시가 되는 대로 먹으면 싼 가격에 맛있는 홍시를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 때 먹어야 합니다. 과숙되면 홍시는 워낙 단 과일이라 금방 알콜 생성이 되면서 즙이 와인화됩니다. 먹으면 알콜이 생긴 만큼 당도가 떨어져 있고, 과일주 맛이 나고, 살짝 취기가 올라오게 되지요. 더 두면 썩거나 감식초가 되고요.

 

 곶감은 떫은 감이 아직 홍시가 되기 전에 껍질을 벗겨 말린 겁니다. 반쯤 말린 건 반건시고요. 조각을 내서 말리면 감말랭이라 부릅니다. 유행을 타고 인기가 좋은 건 반건시 쪽이지만 곶감은 잘 마를수록 맛있습니다. 보존성도 올라가고요.

 

 

 

 

 

22) 계피와 시나몬이 같은 거라는 이야기가 많이 퍼져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수정과 끓일 때 쓰는 계피와 카푸치노 위에 뿌리는 시나몬은 다릅니다.

 

 커피나 애플파이에 쓰는 시나몬은 실론 시나몬입니다. 바닐라를 연상시킬 만큼 부드럽고 달달한 향이지요. 시나몬 조직 자체도 더 부드럽고 크기가 작습니다. 그냥 시나몬이라고 부르면 보통 실론 시나몬을 의미합니다.

 

 대조적으로 수정과에 쓰는 계피는 카시아 시나몬입니다. 통칭 카시아라고 합니다. 중국 시나몬이라고도 부르고요. 실제 통계피를 보면 실론 시나몬에 비해 훨씬 크고, 거칠고, 향도 강하고 맵습니다. 애들은 먹기 힘든 계피맛 사탕은 이 카시아 맛입니다. 실론 시나몬 맛이었으면 애들도 잘 먹을 겁니다.

 

 커피 테이스팅 등을 할 때는 카시아와 시나몬을 분명히 구분합니다. 확연히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시나몬이 비쌉니다.

 

 

 

 물론 수정과를 끓일 때는 카시아 계피를 써야 제맛입니다. 시나몬 같은 걸 넣어서는 수정과의 강렬한 맛을 낼 수 없지요. 한편으로 나는 수정과에 백후추와 육두구(넛맥) 가루를 더 넣는 걸 좋아합니다. 육두구 대신 시나몬 가루를 넣어도 나쁘진 않을 테지만, 내가 육두구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시나몬 넣어봐야 카시아와 풍미가 겹치는 면도 많습니다.

 

 

 

 

 

23)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산물은 다양하게 먹지만, 다른 고기는 그다지 다양하게 먹지 않는 편입니다. , 돼지, 닭만 거의 먹지요. 양은 그나마 근래 어느 정도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직 집에서 해 먹는 정도는 아니고요. 토끼나 사슴은 거의 찾아 먹기도 힘듭니다. 여담인데 우리나라에 그 많은 고라니가 멀쩡한 이유는 고기가 맛이 없어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와중에 그나마 90년대 이후 대중화된 고기가 오리고기입니다. 오리기름이 몸에 좋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데 성공해서 퍼졌지요. 사실 딱히 몸에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느 정도 대중화된 것에 비해 오리고기 조리법이 발달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익히 드셔 보셔서 알겠지만 집오리고기는 기름기가 많고, 껍질이 두껍고, 특유의 냄새가 있고, 육질이 단단한 편입니다. 철판 등에 그냥 로스구이를 하는 방식으로 오리를 즐겨 먹는 사람이 소수다보니 훈제요리가 발달했고, 오리훈제의 대중화와 함께 00년대만 해도 흔하던 칠면조 훈제육이 잘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만, 훈제육은 뭘 해도 맛이 비슷해지기 마련이며 해당 분야 최고존엄 훈제연어를 따라가기는 무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입맛에 따라 훈제연어보다 훈제오리를 좋아할 수는 있습니다만.

 

 

 

 오리는 닭과 특성이 꽤 다르기 때문에, 오리만의 조리법이 필요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오리 조리법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오리 요리는 오리기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달하는 게 좋을 텐데,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동물기름을 잘 활용했으나 근래 들어서는 동물기름을 안 쓰는 추세라 오리요리가 잘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은 오리기름을 활용하는 프랑스 요리인 오리 콩피입니다.

 

 

 

 한편으로 신선한 오리고기는 생고기 맛이 괜찮은 편이라, 미디움 레어같이 속을 덜 익히는 방식으로 익혔을 때 특유의 풍미가 좋습니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일반적인데요. 그 풍미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4) 파르미자노 레자노나 그라나 파다노를 가는 치즈강판은 한식 요리를 할 때도 유용합니다. 옛날에는 치즈 강판처럼 생긴 강판을 곧잘 팔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라졌습니다. 주관적으로 동그란 구멍에 구멍 주변에 뾰족한 돌기가 올라와있는 플라스틱 강판은, 갈았을 때 곱게 갈린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무언가를 갈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치즈 강판은 다소 단단한 파르미자노를 갈게 만들어진 거라, 뭐든 잘 갈리는 편입니다.

 

 물론 치즈 강판은 동그란 구멍 강판에 비하면 완전히 갈리는 게 아니고, 잘게 채 썰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아예 완전히 갈아버리는 건 믹서로도 할 수 있으니까, 강판을 사용한다는 목적에는 대체로 괜찮습니다. 무채칼에 비하면 구멍이 작습니다.

 

 

 

 

 

25)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마다 주로 먹는 오이가 다릅니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백다다기오이(조선오이), 전라도는 취청오이, 경상도는 가시오이를 먹습니다. 가시오이 같은 경우 백다다기오이에 비해 오이향이 강한 느낌인데, 영남권이 더워서 가시오이처럼 맛이 강한 오이가 인기가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수도권에서는 오이지를 많이 먹는데, 오이지는 대체로 백다다기오이로 담급니다. 영남권에서는 가시오이로도 오이지를 담그는 것 같습니다만.

 

 

 

 나는 풋오이보다는 노각을 좋아하는데, 노각은 대체로 노각용 품종이 따로 있습니다만 백다다기오이같은 일반 오이도 수확을 안 하고 키우다보면 노각화됩니다. 노각품종 노각보다 일반품종 노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각품종보다 더 아삭하거든요.

 

 

 

 

 

26) 참외는 멜론의 일종으로 기원을 보면 외래종입니다만, 근래엔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키우고 먹습니다. 그래서 국제표준명이 코리안 멜론입니다. 끊임없는 품종개량과 애호가들의 무시무시한 충성심, 그리고 봄 과일 공백기(금귤과 만감류가 들어가고 살구가 나오기 이전 늦여름~초봄)에 대한 성공적 공략 등에 힘입어 매년 단 맛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참외 맛이 너무 좋기 때문인지 다른 민무늬 멜론들은 우리나라에서 힘을 별로 못 쓰고 있습니다.

 

 

 

 참외는 주로 생과일처럼 먹습니다만, 엄연히 박과식물이기 때문에 절여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씨앗 부분은 빼고 과육 부분만 장아찌로 만들면 됩니다. 내가 먹었던 건 좀 말려서 만들었는데, 참외향이 나고 달기도 해서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뭔가 일식 계열 맛이고 쌀품종을 좀 가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주관적으로는 일식 계열 또는 일식스러운 맛이 나는 밥반찬에는 히토메보레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참외장아찌는 일식스타일 맛이 날 뿐, 완벽한 한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참외를 거의 키우지도 먹지도 않는걸요.

 

 

 

 

 

27) 울외라는 박과식물이 있습니다. 근래엔 잘 안 먹는 열매입니다만, 조선 시대 때는 월과 등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제법 일반적이었던 작물인 것 같은데요. 요새는 큰 참외나 오이참외 같은 식으로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일본 나라 지방에서는 울외를 술지게미에 절여서 많이 먹는데, 나라즈케라 부릅니다. 이 나라즈케는 우리나라에서는 군산에서 여전히 주로 생산하고 먹고 있는데요. 맛이 꽤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나스끼나 나나쓰께라고 부를 때가 많습니다.

 

 

 

 군산에서 주로 생산하게 된 건 일제시대 때 일본인이 군산에서 많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지나면서 군산 사람들이 인천에 꽤 이주해 왔기 때문인지 1990년대쯤만 해도 인천에서도 나라즈케를 볼 수 있었는데요. 어느 때서부터인가 인천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경쟁자 격인(?) 무 간장절임에 밀린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나라즈케가 더 맛있습니다.

 

 

 

 

 

28) 한국식 피자를 사람들은 잘 한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엄연히 한식입니다. 특히 불고기피자는 이름부터 한식이고, 한국 피자헛에서 시작한 리치골드같은 고구마무스 피자도 한국식입니다. 사람들이 왜 김치 피자는 한식스럽다 느끼는데 불고기피자는 그만큼 한식스럽다 잘 못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옥수수 토핑도 한국식입니다. 옥수수를 전천후로 어떤 요리에나 다 쓰는 건 코리안 스타일입니다.

 

 

 

 저렴한 피자 브랜드들 중 59쌀피자나 피자마루 같은 경우 무척 많이 한식화된 피자입니다도우가 그야말로 한국인 입맛에 맞춰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59쌀피자는 쌀, 보리, , , 검은깨를 섞은 도우고 피자마루는 녹차가루와 깨를 섞은 도우지요. 두 브랜드 다 깨맛이 많이 나고, 도우 질감도 아시아인 취향입니다.

 

 한국식 피자가 토핑 위주로 발달한 건, 처음에 피자가 매우 비싼 요리로 들어와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생물 오징어나 뱅어포, 또는 알배기 조기가 피자보다 더 고급스러운 기분입니다만, 90년대 초만 해도 오징어나 뱅어포는 흔한 서민음식이었고 피자는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비싸니까 비싼 만큼 만족감을 줘야 했고, 토핑이 점점 늘어나다가 리치골드같은 것도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인데 피자를 시키면 오는 1회용 핫소스는 진정한 타바스코 소스가 아닙니다. 타바스코 소스를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병에 든 정품 매킬러니 사의 타바스코 소스와 1회용 번들 타바스코 소스의 맛은 매우 다릅니다. 피자에 핫소스를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정품 병소스를 사서 드시길.

 

 물론 치즈 가루도 번들이나 저렴한 플라스틱 병에 들은 걸 사용하기보다는 파르지마노 레자노를 사서 강판으로 갈아 뿌려 먹는 쪽이 맛있습니다.

 

 

 

 

 

29) 국물 요리를 만들 때 감자를 넣으면 전분물을 푼 것과 유사한 효과가 가볍게 발생합니다. 국물이 걸쭉해진다는 겁니다. 쌀뜨물로 국물 요리를 만들어도 비슷한 효과입니다. 국물이 살짝 젤리화되면서 먹었을 때 더 달라붙는 느낌이 난단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국물 요리에 감자를 넣는 것과 감자를 넣지 않는 건 꽤 다른 맛이 납니다. 집된장찌개 같은 경우는 감자를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잔치국수 국물을 끓일 때도 괜히 감자를 넣는 게 아닙니다. 감자 자체는 별다른 맛이 아닙니다만, 감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점도가 지나치게 맑아집니다. 물론 맑은 국물을 내는 요리에는 감자를 넣으면 안 됩니다.

 

 한국식 카레에도 거의 감자가 들어가는데, 감자를 충분히 넣고 잘 익히면 감자 때문에 점도가 생깁니다. 굳이 루를 만들어 넣지 않더라도 감자가 점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익히 드셔보셔서 알겠지만 인도 커리에는 거의 감자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커리가 따로 있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한국식 카레와 비슷한 맛을 내는 요리는 인도식 만두인 사모사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30)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 맛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신 맛은 향기와 상관이 있는데, 그래서 향기에도 좀 둔감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소득이 올라가도 와인이나 에일이 대중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요.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요리는 달고 매콤하며 차진 방향으로 줄곧 진화중이라 생각합니다. 달고 매콤하고 차진 대표적인 요리를 둘 꼽으라면 떡볶이와 매운 닭강정이겠지요.

 

 과일 선호에서도 우리나라 과일은 매우 단 맛 위주입니다. 향기는 별로 중시되지 않는 편이고요. 사과 품종 중에 우리나라에 남은 신 맛 품종은 아오리와 홍옥 정도인데, 아오리야 계절과일이라 그렇다 치고 홍옥생산은 매년 쇠퇴하는 중입니다. 홍옥을 대체할 만한 신품종들은 거의 보급도 안 되고 있고요. 홍옥은 대표적인 조리용 사과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과를 사용한 요리가 별로 발달하지 않고 있기도 하지요. 사과를 사용한 요리라 하면 감을 잘 못 잡을 수도 있으실 텐데, 버몬트(바몬드) 카레만 해도 사과를 사용한 요리입니다.

 

 

 

 노리마키(김초밥)가 김밥으로 진화하는 과정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김밥은 노리마키에서 변화하여 한식이 된 것인데, 노리마키는 초밥의 일종이라 밥에 식초가 들어갑니다. 김밥도 예전에는 식초를 넣는 경향이 있었지요. 그러나 시대가 지날수록 식초를 넣는 레시피는 사라졌고, 21세기 들어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젠 김밥과 노리마키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어버렸지요. 위의 사진은 김밥이 아니라 노리마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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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

 

https://youtu.be/VWpu826HA6E

 




 

 일단 현 시점의 현실부터 보지요. 이게 우리 신성 네오 헤븐조선 인구 피라미드입니다.


 

 출산율은 지금도 한 해 한 해 곤두박질 치고 있고, 앞으로 인구피라미드의 밑쪽은 점점 가늘어질 겁니다. 인구피라미드는 실제의 건물과 비슷한 거라서, 위에 비해 밑이 가늘면 부러지기 쉽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구피라미드가 부러진다는 건 나라가 망한다는 겁니다.


 

 평균수명은 증가중이기 때문에 현재 50~60세 정도에 해당하는 인구수 많은 베이비붐 세대는 장수할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피라미드는, 역삼각형 위에 모스크 첨탑이 올라간 것 같은 형태가 될 겁니다.


 

 그런데 적어도 앞으로 일정 기간은 - 아마도 꽤 오랜 세월 - 출산율의 추세적인 반등이 불가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10년 사이에 충분한 숫자의 이민자를 받지 못하면, 그 이후엔 이민도 받기 힘들어질 겁니다. 우리나라 이민자는 주로 제조업 종사자들인데, 우리나라 제조업이 급속도로 몰락중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민자도 받기 힘들어집니다. 문제는 향후 10년 사이에 획기적으로 많은 이민자가 들어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신성 네오 헤븐조선의 출산율이 세계에 유례없는 수준으로 낮아진 건, 극단적이고 기형적인 페미니즘이 주원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페미니즘이 원래 꽤 그렇지만, 헤븐조선의 페미니즘은 절대 남녀평등이 아닙니다. 여성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이익과 그로 인한 반사이익을 위한, 반사회적 사이비 무한이기주의 및 피해망상이 현실적인 헤븐조선의 페미니즘이고, 그 역사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인정은 하지 않는 출산율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결혼을 하려면 남자 쪽에서 집을 해 가거나 최소한 전세라도 해 가는 게 통념이 되었습니다. 대조적으로 여성은 혼수와 예단을 하는데, 집값과의 비용 차이는 좀 많이 큽니다. 그래서 혼인적령기 여성이 시집갈 때 남자가 2억짜리 집을 해 오길 원하면서 본인은 2~3천만원 정도의 혼수를 해 가려고 하는 게 통념의 범주 안에 들어가게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실제로 결혼할 때 남녀가 들이는 돈이 통계적으로 10배 차이가 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남성만 군대를 의무적으로 다녀온다는 것과 여성의 평균취업연령이 현저히 더 낮다는 걸 고려해볼 때, 혼인적령기에는 여성 쪽의 그 동안 번 돈의 평균적 총액이 현저하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억대의 돈을 지출해야만 현실적으로 혼인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혼인적령기 여성은 남자의 높은 월수익을 기대하는데, 평균 월수익과는 거리가 먼, 상위 20% 수준의 수익을 당연한 것처럼 기대하는 게 21세기 헤븐조선 혼인적령기 여성의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남성은 집안의 도움을 몰아 받지 않으면 적령기에 혼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져왔고, 여성은 현실을 외면하고 비현실적 눈높이를 유지하는 가운데 해외여행 등을 남성보다 적극적으로 다니다가 나이가 좀 차면 결혼하는 게 대략 외환위기 이후 ~ 2015년 정도까지의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합계출산율이 1.2~1.5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 정도만 해도 세계 최하위권 수준입니다.



 그런데 세상엔 공짜가 없는 거라서, 남자 집안에서 이것저것을 해 주고 장가를 보내면 당연히 며느리나 아내에게 원하는 것도 많아집니다. 대략 82년생 김지영 세대 여성들은 이전 세대보다, 또는 남성보다 현저하게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이상을 줄곧 추구하였으나, 대다수는 혼인 이후 혼전에 꿈꾸던 황금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획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이런 상황부터 페미니즘의 악영향입니다. 나는 이전 시대의 페미니즘이 장남에게 시집간여성조차 시부모를 모시지 않는 것을, 장자조차 혼인 시 분가하는 걸 당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인 페미니즘은 근래의 짹짹 쿵쾅 래디컬로 시작된 게 아닙니다. 62년생 김영희는 장남한테 시집가면 남편 집에 들어가서 시부모 모시며 사는 게 당연했는데, 82년생 김지영은 장남한테 시집가면서 2억짜리 아파트 남편 집에서 해줘서 신혼부터 분가한 후 시부모는 1년에 몇 번 보는 게 헤븐조선 페미니즘의 시작입니다. 전자에서 후자로 사회 양상이 페미니스틱하게 변화하면서 출산율이 급락하게 된 것입니다. 초창기에 국제 결혼한 남자들 중 다수는 부모님 모시려고 국제 결혼했지요. 한국 여성들은 시부모와 살고 싶지 않아했으니까요.


 

 남자가 집 해오고 여자가 혼수 해오는 게 처음에는 아주 큰 격차는 아니었을 겁니다. 옛날에도 소득 대비 집값은 비싸긴 했습니다만, 집값은 평당가가 기준입니다. 그런데 옛날 집은 지금 기준에서는 많이 작았습니다. 90년대만 해도 10평정도 되는 집에서 3~4인 가족이 사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옛날에 남자가 해 가던 집은 10평 미만이 많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주택 단가는 상대적으로 쌌지요. 대조적으로 가전제품은 옛날에는 소득 대비 비쌌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싸졌지요. 그러다가 90년대 이후 큰 집이 많이 보급되었고, 신혼부부도 예전보다 넓은 집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화되었고, 혼수는 싸졌고, 신부의 평균 연령대는 현저히 높아졌기에 남자들 입장에서는 견적 안 나오는 방향으로 사회상이 변이한 겁니다.


 

 2000년대 들어 여성의 초혼 연령대가 현저하게 높아지게 된 건 출산율에 꽤나 치명적이었다고 봅니다. IMF이후 우리나라 청년 여성 문화는 미드 등이 유행하면서 급속도로 변화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20대 미혼 시절을 즐기는 게 일반화됩니다. 20대에 결혼하면 인생이 아깝다는 게 통념이 되었지요.


 

 1990년대만 해도 20대 중반인데 결혼을 안 한 여자는 노처녀라 했습니다. 외환위기가 터지던 1997년의 여성 초혼 연령 평균은 25.71세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27.72세였지요. 불과 10~15년 정도 전인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30세 여성이 시집을 안 간 상태면 노처녀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2015년이 되자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0세가 넘어버립니다. 2019년 기준 30.6세지요.



 

 20세기 한국인에 비해 2020년의 헤븐조선인의 외모는 잘 늙지 않습니다만, 생식능력의 감퇴는 결코 이전 세대보다 느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류 여성의 생물학적 초산 적령기는 1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이며, 20대에 출산하는 건 결코 빠르지 않습니다.



 여자가 나이 들면 임신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노산은 아동의 유전적 결함 확률을 현저하게 높입니다. 산모가 만 15세일 때 아이가 다운증후군일 확률은 1/1578입니다. 그렇지만 30세일 때는 1/940, 35세일 때는 1/353, 40세일 때는 1/85, 50세일 때는 1/25입니다. 그리고 육아는 신체적으로 꽤 힘들기 때문에, 노산은 여러 모로 힘듭니다. 그러니까 여성의 바람직한 초산 연령대는 늦게까지 잡아도 20대까지입니다. 30대에 초산하는 건 정말 권장할 만한 게 못 됩니다.


 

 페미니즘은 혼인적령기 여성에게 시집가라는 사회적 압박과 싸워왔고, 혼인에 있어 어린 여자를 우대하는 인류 수천 년 전통과 싸워왔습니다. 대페미니즘 시대임에도 지구촌 대다수 구역에서 이 분야에서만큼은 페미들이 패배해 왔지만, 헤븐조선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승리하였습니다. 이젠 우리 헤븐조선은 20대 여성이 시집을 가지 않아도 압박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렸지요.



 그리고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대가 30세를 초과함과 동시에 메갈리아가 폭발하여 위아더 대메갈시대가 되었고, 출산율은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젊은 여성은 일하기 쉽습니다. 페이는 둘째 치고 일자리만 보면 여성 일자리가 더 많지요. 서비스업에서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년이 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만 합니다. 모아둔 돈으로 개인 사업을 해서 계속 살아가기 용이한 사회면 좋을 텐데, 비혼주의 청년 여성들이 마치 자살행위라도 하듯 개인 사업자에게 대단히 적대적인 정권에 계속 표를 던지고 있지요. 헤븐조선에 널린 비혼주의 청년 여성이 40대 중후반에 퇴직한 후 가게 차렸다가 모아둔 재산을 다 날리고 나면, 그 후의 여생은 어째야 할까요? 그 때가 되면 세금 내 줄 후대도 없을 텐데요. 평균 수명 길어져서 대략 100살까지는 살 텐데요.


 페미에 오염된 문화가 문제의 핵심이자 본질입니다. 원래 대다수의 청년은 나이 든 이후를 예상하지 못합니다. 계속 젊을 줄 아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니까 추석 명절에 일가친척 모여서 아직 시집 안 간 20대 여성한테 얼른 시집가라 쪼는 게 당연한 겁니다. 쪼이는 사람이야 듣기 싫겠지만, 비혼주의 여성 중 중년 이후에도 골드미스로 살 수 있는 건 정말 일부뿐입니다.


 

 메갈시대를 지나 신성 네오 헤븐조선이 건국되면서 이 나라의 청년 남성들은 진지하게 헤븐조선 여성을 혐오하기 시작했고, - 메갈 이전에는 성차별은 해도 진짜 여성혐오는 거의 없었습니다. - 혼인을 포기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국제결혼은 현저하게 증가하여 혼인건수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조선남성의 국제결혼건수는 증가했지요. 이젠 너무 많이 와서 못 돌이킵니다.


 

 이 문화적 오염이 개선되려면 한 세대는 지나야 합니다. 비혼주의 여성들이 늙어서 고생하는 걸 모두가 똑똑히 봐야 개선의 여지가 있단 말입니다. 사이비 짹짹 쿵쾅교에 빠진 멍청한 여자들이 스스로 제 때 개선될 확률은 0%입니다. 물론 그걸 이용하고 박수치는 늙은 남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만, 어차피 그 늙은이들은 페미 응원한다고 인생을 망칠 일은 없습니다. 인생 망쳐도 멍청한 비혼주의 어린 여자들이 망치는 거지요.



 우리는 이제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해야합니다. 출산율은 곧 미래의 GDP성장률입니다. 향후의 헤븐조선은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을 거고, 준기축통화 지위를 확보 불가능한 원화는 위험한 통화가 될 것이며, 국가재정은 단계적으로 파토와 위기를 맞을 겁니다. 아마 어느 시점이 되면 체제(Democracy)가 무너지거나 국체(ROK)가 무너질 텐데, 그러한 위기를 각자 어찌 헤치고 커다란 불행을 피하고 중국화 또는 영속적 지상락원화를 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