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나의 주관적인, 2025년에 나온 K팝 중 마음에 든 다섯 곡을 이야기합니다. 딱히 분야를 가리지는 않고 2025년에 나온 K팝 중에 꼽았습니다.
나는 신곡을 들어보려는 편입니다만, 들어보는 곡보다는 못들어보는 곡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곡인데 미처 못들어본 게 많을 겁니다.
선정에 전제조건이 하나 있는데, 한 앨범에서는 한곡만 선정합니다. 즉 마음에 드는 앨범 하나에서 여러 곡으로 Top 5줄세우기를 하는 일은 없습니다.
참고로 먼저 2024년의 Top 5부터 기록해 둡니다.
5. TWS – 마지막 축제
4. NMIXX - Break The Wall
3. Red Velvet – Cosmic
2. FIFTY FIFTY – SOS
1. ARTMS - Virtual Angel
그 다음에는 2025년 곡 중 Top 5에 못들어갔지만 좋게 들은 곡부터 한번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ITZY의 Flicker와 Nocturne. 같은 앨범의 타이틀곡은 비록 뭐라 언급할 게 아닌것 같지만, 이 두 수록곡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소미의 EXTRA, Chaotic & Confused, CLOSER. 이 세 곡 다 좋았는데, 같은 계열(?)로 연말에 나온 5위곡이 나에게는 아주 조금 더 좋았습니다.
그 외 이세계아이돌의 STARGAZERS 또한 곡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버츄어아이돌의 곡을 K팝으로 봐야할지 애매한 건 둘째치고 작곡 외 모든 게 너무 좀 아니라서 선정 제외. 그리고 더보이즈의 VVV도 나는 괜찮게 들었어요.
: 레드벨벳 곡은 좋아하는 편이고, 2024년에도 레드벨벳의 Cosmic을 Best 3으로 꼽았었습니다. 그런데 웬디가 탈퇴하면서 실질적으로 레드벨벳이 해체하게 되어서 영 마음이 좋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 나오는 신곡들은 전반적으로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이었지요.
그러다가 가을에 들어 웬디가 낸 앨범, Cerulean Verge는 매우 반가운 것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곡도 많고요. 타이틀인 Sunkiss, 그리고 이어지는 Existential Crisis도 좋고요. 그 다음 트랙인 Hate²는 나에게는 Chapter You와 비슷할 정도로 좋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곡은 이 Chapter You인데, 유감스럽게도 전체가 영어 가사입니다. 무척 로맨틱하고 달달한 가사라 요새 한국 감성으로는 한글로 쓰기 좀 안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듣다보면 곡이 좋은건지 웬디의 초월적인 보컬 실력이 좋게 들리게 만드는건지 혼동되는 면이 있긴 합니다만, 2025년의 가장 인상적인 앨범 중 하나였습니다.
: 엔믹스가 지난 이른 봄에 출시했던 Fe3O4: FORWARD는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매우 좋은 앨범입니다. 후술할 1위 곡이 있는 앨범과 함께 감히 명반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그룹의 Break The Wall을 2024년의 네번째 곡으로 꼽았었긴 합니다만, 2024년까지의 엔믹스 곡들에 아쉬움이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믹스팝이라고 복잡한 음악을 하려다가, 대중에 통하는 정도가 애매해서 어떻게 할지 어려워하고 있다는 인상이었지요.
그러다가 Fe3O4: FORWARD를 들어보니, 믹스도 아니고 심지어 팝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대중음악이긴 한데, 실제로는 어떤 의미로 Fine Art에 가까운 음반이라는 생각입니다.
High Horse는 앨범의 첫번째 곡인데, 처음부터 좋은 곡이라는 감상이긴 했습니다만 처음에는 앨범의 서곡(Overture)같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트랙들을 더 열심히 들었었는데요. 앨범을 한참 반복해 듣다보니 결국 이 곡이 근소한 차이로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되었습니다. 안무가 없을 것 같은 곡이지만 있는데, 안무가 꽤 현대무용 같은 것도 인상적인 점입니다.
앨범의 다른 곡들 중 Papillon과 Ocean도 매우 마음에 드는데, 나에게는 High Horse와 비슷한 정도라 날마다 더 좋게 들리는 곡이 바뀌기도 합니다. 다만 평균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High Horse고요. Papillon같은 경우 꽤 다수의 엔써(엔믹스 팬)들이 엔믹스 최애 곡으로 꼽는 곡이기도 합니다. 엔써 아니라도 2025년 최고의 곡으로 꼽는 사람도 좀 있는 거 같고요. Ocean은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었고, 여전히 2025년 최애 곡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이틀곡인 KNOW ABOUT ME도 나쁘지는 않은데,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이 앨범 곡중에는 엔믹스가 아이돌로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곡이 KNOW ABOUT ME같아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던 것 같고요.
한편으로 이 앨범이 나왔을때부터 즐겨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까지는 2025년 최고의 곡으로 4위로 꼽은 RESCENE의 Glow Up을 꼽고 있었는데, 일단 듣기는 좋은데 이게 곡이 좋은건지 그냥 잘 부른건지 판단이 어려웠던 면이 있었습니다. 곡 스타일들도 워낙 생소했고, 곡 난이도가 심하게 높기도 하고. 그래도 어쨌든 들을수록 좋았어요.
: 엔믹스 첫 청규 앨범의 타이틀곡이 나에게는 2025년의 최고 곡입니다. 이 곡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아서 성적도 잘 나올 거라 기대했었는데, 결국 기대보다 더 성적이 좋았어요.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엔믹스의 첫번째 곡이 되었지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앨범이 전체적으로 좋은데, 그 중에서도 이 Blue Valentine외에 좋아하는 곡으로 PODIUM, ADORE U, Shape of Love를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급하지 못한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꽤 많이 들어서, 아마 살면서 가장 많이 정주행한 앨범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네요.
지난 앨범이었던 Fe3O4: FORWARD의 경우 퀄리티는 좋은 앨범이지만, 대중성 면에서 좋다고 하기는 어려웠는데요. 이 첫 정규 앨범은 다 잡은 것 같습니다.
엔믹스는 노래를 정말 잘하는 그룹인데, 그 능력을 좋은 작곡이 잘 활용할 때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명료하게 들려주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세월동안 민주당계 정당은 보다 도덕적이고 민주적이며, 더 혁신적인 정당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노무현의 죽음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로, 그래봐야 상대적으로 클린한 노무현을 훨씬 부패가 심한 이명박과 한나라당 세력이 핍박해 죽였다는 인식이 있기도 했습니다.
허니 시대에 들어서, 당시의 새누리당에게 남은 건 정치권력밖에 없다시피 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TV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쪽 패널은 헛소리만 한다는 인식이 많았고, 민주당계 헤게모니가 극강이었던 시절이지요. 좌파세력은 문화권력을 완전히 접수하다시피 했었고요.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하자 민주당 및 좌파세력은 자신들을 ‘안전을 추구하는 정의로운 세력’으로 이미지메이킹하고, 다이빙벨 같은 걸로 희망고문을 하다가 국민 전반을 멘붕시킵니다. 그리고는 온갖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허니 정권에 대한 총공세를 가하게 되지요.
또한 10년 전인 2015년, 메갈리아가 출발합니다. 이때도 민주당 세력은 메갈리아를 지원합니다. 이 나라가 디스토피아로 전락하는 첫 걸음이었지요.
더하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가 메이저한 위치에까지 올라갔었습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메이저 정치인 전반이 동의했습니다.
그런 광기 속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허니는 대응을 잘못했고, 불명예스러운 탄핵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후 나라 망치기의 GOAT, 위대한 수령 문재인 동지께서 집권하시게 되었지요.
대깨문들이 소리쳤습니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게 망가지는 걸 봐야했습니다. 그 시절 수령님에게 비판적이었던 목소리는 정말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본 식물의 블로그는 당시 전성기를 맞이했었지요.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는 데는 세월이 좀 걸렸습니다. 세월호가 단순한 교통사고였다는 걸, 다이빙벨이고 뭐고 전복되는 순간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구조할 수 없었다는 걸, 희망고문을 하고 음모론을 제기하던 부류들이야말로 진정한 악당들이라는 걸 사람들이 깨닫는 데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지요.
K-페미니즘 및 남성혐오론의 폭발과 노골적인 법률적/제도적 남성차별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도 세월이 지나면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K-페미니즘 아래 정의, 평등, 공정, 원칙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지요. 워마드는 ‘도덕을 버리자’고 선언했고, 그런 워마드는 혜화역 시위에 나서며 K-페미니즘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만진당을 포함한 좌파 전반에 포용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조국사태는 보다 파급력이 컸던, 민주당이 ‘도덕과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고 판단합니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도덕적 우월성을 지니던’ 집단에서 ‘도덕을 무시하는’ 집단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물론 엄밀히 보면 도덕적인 척을 하던 집단에 불과합니다만, 적어도 그 전에는 그런 척을 하기 위해 챙기던 거라도 있었지만 그 후부터는 아니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성추문들이 계속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별명은 더듬어만진당이 되었지요. 이후 수령 동지는 퇴임하면서 수많은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했습니다. 숨길 게 정말 많은 정권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숨긴 기록물들은 최장 30년간 공개되지 않고, 봉인을 풀려면 세월이 지나거나 국회의 2/3가 동의해야 합니다. 괜히 수령님 정권의 온갖 찜찜한 사건들이 법정만 가면 무죄판결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주돈군 윤석열의 당선은 그렇게 무너진 도덕을 바로세우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모인 것이었다고 판단할 여지가 많습니다. 물론 그 끝은 배드앤딩이었습니다만.
주돈군의 자멸 위에 세워진 건 도덕을 초월하고, 법률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권력.종교화된 정치의 필두라 할 수 있는 리재명 동지 정권입니다. 광신자들을 제외하면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만진당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리재명 두령 동지와 그 정권, 그리고 만진당에 사람들은 도덕성이나 선량함, 정의감이나 정직함 같은 걸 기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회 분위기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자체가 신뢰 불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실제 만진당이 그렇게 만들고 있고요.
소통과 설득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00년대의 한나라당과 그 지지층도 권위주의적이기는 했지만, 현재의 만진당 구성원들과 그 광신도들만큼은 아닙니다. 현재의 만진당은 합리성과 도덕성을 모두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타인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미 종교집단화된지 오래고, 자신들이 옳다는 식의 이야기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청년층이 더 이상 만진당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만진당의 부도덕함과 부조리에 있습니다. 연령대가 있는 만진당 지지층은 관성적으로 만진당이 더 도덕적이라 생각합니다만, 더 이상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내란의힘도 썩었다 같은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국회는 10년째 만진당이 여당이고, 권력의 코어는 이미 그때부터 만진당이 쥐고 있었습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 부도덕한 것이, 권력을 쥐지 못한 쪽이 부도덕한 것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올해부터는 만진당이 아예 절대권력이고요. 그 절대권력이 썩은 겁니다.
온갖 가치들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권력을 쥐던 무렵의 수령님은 정의와 공정, 평등을 이야기했었지만 그런 건 이제 온데간데 없습니다. 페미니즘이 성평등이라 믿는 자들은 이제 바보들과 선동가들만이 남았습니다. 중국인들과의 갈등은 많은 시민들에게 이미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만, 집권여당은 중국 욕하면 잡아가겠다고 입법을 합니다. 세월호와 무안공항 참사는 전혀 다른 사회적 대접을 받습니다. 전장연은 시시때때로 사람들의 이동권을 침해합니다만, 서울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합니다. 과거가 없다는 점에서 김현지는 최순실보다 훨씬 수상합니다만, 만진당 지지층은 의혹을 외면합니다. 홈플러스가 망할 지경이고 쿠팡은 급격하게 성장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개 뻣뻣한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는 건 덤입니다.
잘못된 나라의 책임은, 무너진 도덕과 정의에 대한 책임은 집권여당 만진당과 리재명 두령 동지 정권에 있습니다.
만진당의 몰락은 여러 모로 골치아픈 일입니다. 타락하긴 했지만, 그 이전의 만진당은 어쨌든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발전시켜온 여러 가치들을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진당이 타락하면서 이제는 그런 것들을 지킬 수 없게 되었지요.
다수의 사람은 납득 가능한 도덕 또는 당위, 아니면 교리를 추구하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아마 앞으로 점점 청년들은 다른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우리나라의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그리고 현재의 추세를 볼 때 아마도 극우화된 개신교세의 주장들이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아노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도덕적 안정감에서 아늑함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보수적이라 인식되는 가치관에 청년들이 귀를 기울이게 될 겁니다. 다만 그렇게 퍼지는 가치관에 어떤 진짜 가치가 있는 경우는 드물 거라 생각합니다.
더듬어만진당 최고존엄이시며 디스토피아 트루 헤븐조선 총통이시며 손가락빛의혁명군 최고사령관이신 1등 인민들의 위대한 령도자, 친애하는 리재명 두령 동지는 애지중지 만사현통과 폭동덕 호걸들의 수호자이십니다. 그리고 여기에 환단고기의 수호자라는 칭호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칼로도, 법으로도, 펜으로도, 굶주림으로도 죽일 수 없는 ‘존재 자체가 죽음’이신 두령님이 NL의 코어인 경기동부연합과 일정 이상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은 꽤나 전부터 있어왔는데, 이번에 환단고기를 옹호하면서 적어도 꽤나 유사한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감히 단언컨대 환단고기에 대한 두령동지의 태도는 무지하며, 몰상식하고, 교만하며, 스스로에 대해 무비판적이고, 반지성주의적입니다. 물론 환단고기에만 그런 양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전반적으로 그렇고, 그건 만진당 구성원으로는 독특하다거나 이례적인 무언가가 아니지요. 원래 만진당 구성원들과 광신자들 성격이 그렇습니다.
조금 이야기를 풀자면, 그냥 문헌만 서지적으로 분석해봐도 환단고기는 두말할 것도 없는 위서입니다. 심지어 딱히 역사가 있는 신화조차 못됩니다. 환단고기가 출판되고 이슈화된 역사는 꽤 짧아요.
그냥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봐도 환국은 말이 안 됩니다. 기원전 67079년은 말할 가치도 없으니까 넘어가고, 기원전 7197년부터 환국이 있었다는 설을 보면, 그 환국이 수메르까지 영토가 뻗어있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전근대 국가는 대략 각 도시와 도시를 잇는 점과 선의 개념으로 봐야지, 지도에 그리는 면의 개념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리고 기원전 7200년전 경이면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말이 가축화되기 한참 전입니다. 말은 기원전 3500년보다 좀 이전에 중앙아시아에서 가축화되었다는게 통설입니다. 나귀는 그보다 좀 더 오래 전이라 기원전 4000년 정도에 이집트에서 가축화되었고요. 말도 나귀도 없던 시절이란 말이지요. 또한 이 시절에는 철기건 청동기건 없습니다. 신석기 시대입니다. 그러니까 인류가 아직 금속을 쓰기 전입니다.
동쪽으로는 사할린, 북쪽으로는 바이칼 넘어 툰드라 지대, 서쪽으로는 바그다드, 남쪽으로는 베트남까지 환국 영토였다고 환빠들은 주장하는데요. 같은 나라면 최소한 왕래는 있고 세금도 거둬서 전달하고, 문제 해결도 해주고, 여하튼 그런 게 있어야 같은 나라 아니겠습니까.
그 모든 왕래를 이 시대엔 전부 ‘걸어서’ 해야했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서요. 말이 없으니까요. 물론 그 시대에 만들 수 있었던 신발은 원시적인 가죽신이나 짚신 계열밖에 없었고요. 또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중국 서부로 넘어가면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나마 제일 쉬운 길이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대인 타클라마칸 사막 외곽을 지나 해발평균고도 5000m의 파미르 고원을 넘는 겁니다. 이 시기에는 당연히 낙타도 못 씁니다. 낙타는 말보다 늦게 가축화되었습니다. 건조지대와 고산지대를 수천킬로미터 다녀야 하는데, 물도 사람이 지고 다녀야 합니다.
물론 먼 길을 다니면 아주 많은 해프닝이 일어날 겁니다. 고대에 이미 멸종된지 오래인 온갖 거대하고 위험한 동물들이 있을거고, 곳곳에 산적한 다양한 민족들이 창을 들고 덤비게 되어있지요. 설령 백번 양보해서 사할린부터 수메르까지 다 환국 영토라고 가정하더라도, 기원전 7000년경을 가정한다면 절대로 ‘영토로 선언한 지역 내’에서 반기를 드는 온갖 부족들을 정리할 수가 없습니다. 석기가지고 무슨 정복전쟁을 벌여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정복전쟁은 커녕 나무베기도 어렵습니다. 철은 커녕 구리도 없는데, 돌도끼로 무슨 나무를 베겠습니까?
이 시기의 농경은 그리 대규모일 수가 없었고, 소모적이었으며, 효율이 나빴고, 한정적인 지역에서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금속 없이 석기로 지을 수 있는 농사의 인구부양능력은, 대다수의 토지에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그냥 씨만 뿌려둬도 알아서 작물이 잘 자라는 A급 토지가 아닌 이상 수렵채집이 나은 수준이 됩니다.
그래서 만일 한반도에서 누군가가 출발해서, 수메르에 명령을 내리고자 ‘육로로’기원전 7000년경에 간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애초에 도착은 할 수 있을까요? 대략 현 시대의 우주여행에 필적하는 난이도라 봐야 합니다.
고대 문명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강이나 하천을 따라 발달합니다. 이건 상식입니다. 애초에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람이 많이 살 수가 없고, 농사도 불가합니다. 토지가 비옥한 범람원도 강가에 생기고요. 또 육로는 가기 힘들어도 강 따라 배를 모는 건 원시인도 합니다. 그러니까 고대문명은 특정 강 유역의 문명인 겁니다.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이집트는 나일강. 다들 배웠을 겁니다.
고대 중국은 황하 문명입니다. 여기에 본래는 중원이 아니었던 남부의 양쯔강 문명이 합쳐진 게 우리가 아는 중국이고요. 유럽과 달리 중국이 분열을 하더라도 결국 통일되었던 건 중국은 황하, 회수(회하), 양쯔강이라는 물길로 연결된 하나의 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라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소위 4대 문명이니 그런 게 강가에서 시작하는 거고요. 문명이 발달하고 도시국가가 생기고 주변과 다툼을 벌이고 복속하고 그런 게 상식선의 역사입니다.
강이 없고, 금속도, 대규모 농경도 없으면? 그런 문명 있지요. 마야 문명. 유카탄 반도 일대에서 수천년 동안 도시국가가 난립하면서 흑요석 무기로 끝도 없이 싸우다가 정글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마야 문명은 그래도 청동기라도 썼습니다. 환빠들이 말하는 환국 시절 초기는 청동은 물론 황금조차 쓰지 못하던 시절입니다. 참고로 마야 문명이 수천년동안 다투던 지역의 넓이는 한반도보다 좀 넓은 수준입니다. 진정한 제국은 말과 수레바퀴가 등장한 이후에나 가능해진 겁니다.
즉 환단고기는 그저 판타지이며, 신흥종교의 신화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환단고기가 꽤 폭넓게 받아들여진 것에는 단군신화와 천도교, 대종교, 증산계통같은 민족주의 계열 종교, 그리고 내셔널리즘이 큰 역할을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세조 시절 편찬된 사서 동국통감에서 최초로 기원전 2333년의 단군기원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일제시대를 거치며 민족의식이 높아졌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역법으로 ‘단기’를 사용했었는데, 1961년까지 그러하였습니다. 서기 년도에 2333년을 더하면 단기 년도가 됩니다. 박정희가 집권하고 사용하지 않게 된 이후에도 1980년대까지는 단기 년도를 달력이나 졸업앨범 등에 병기하기도 했었습니다. 여담으로 쌍팔년도라는 말은 본래 1988년이 아니라 단기 4288년, 그러니까 서기 1955년을 의미하였습니다.
물론 기원전 2333년에 단군조선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신화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확실히 고조선이 존재했던 시기는 기원전 4세기 정도에는 있었고, 아마 그보다는 더 오래 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정도가 통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원전 2333년을 기준으로 하는 단기 역법을 실제로 썼었고,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반만년이라 표현하는 게 일상적이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최근에도 쓰긴 하지요. 환단고기의 역사는 여기에 과장을 보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성기 고구려나 발해의 영토가 제법 넓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신라의 삼국 통일을 아쉬워하고, 발해가 멸망한 것을 아쉬워하는데 이런 사관은 대략 신채호부터 이어졌습니다. 신채호는 투쟁적인 독립운동가였고 역사에도 열정이 많았지만, 우리나라 역사관에 끼친 악영향도 꽤 큽니다.
신채호는 고구려가 감숙성 서북쪽까지 진출했다고,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주장했었습니다. 감숙성이 어딘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위구르 근처까지 고구려가 정복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삼국지 기준으로는 양주 또는 서량. 코에이 게임 기준 마등 있는 곳이 감숙성입니다.
이런 신채호와 같은 계열의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과장을 보태가면서 만들어낸 게 환빠 세계관입니다. 고구려는 서량까지 진출했고, 고조선은 고구려보다 더 컸고, 고조선보다 앞서 있었던 환국과 배달국도 있었는데 환국은 고조선보다 훨씬 더 컸다. 이런 식으로 확장된거고 그게 대중적으로는 매력있는 이야기다보니 어느 정도 폭넓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환빠는 꽤 득세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고 한동안 치열한 대토론의 시대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환빠들은 패배를 거듭하고 쇠퇴하게 됩니다만... 아직도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남아있고, 유감스럽게도 친애하는 지도자 리재명 두령 동지께서도 환빠 중 하나가 되시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내셔널리즘 망상은 현대의 헤븐조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아프고 어려웠던 우리 역사가 남긴, 낡아서 버려야 할 망집이라 할 수 있지요. 한편으로 최근에는 인근의 모 국가가 발달을 덜해서인지 괴악한 내셔널리즘을 보이고 있기도 한데요. 이제 그 나라 욕하면 잡혀간다 하니 차마 무슨 국가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현재의 우리는 그런 나라와는 수준이 다르지 않습니까? 클래스가 다르면 다르게 놀아야 하는 것입니다.
1) 최근 영포티 밈이 제법 시끄러웠는데, 본래 처음 나왔던 마케팅-사회경제 용어로의 영포티가 아닌, 근래 사용되는 언어 ‘영포티’는 사용자들이 뭐라 이야기하더라도 특정 세대를 차별하고 공격하는 언어가 되어 있습니다.
사용자 각각이야 (사용자의 기준에서) 나이값 못하는 걸로 생각하는 패션에서부터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자한테 들이대는 40대 이상 남성, 40대에 비율이 일정이상 되는 만진당 광신자들을 지칭하는 용어 등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실제로 40대 남성들도 종종 사용하는 걸 보기도 합니다만.
언어 자체는 그냥 ‘젊게 사는 40대’를 뜻하는 어휘고, 사회적인 변화는 특정 세대를 차별하고 공격하는 어휘로 확장되는 방향입니다. 이미 딱히 위의 예에 해당되지 않는 40대도 자신을 공격하는 말로 인지할 확률이 꽤 있고, 극우식 혐오 언어라고 판단하는 게 맞습니다.
한편으로 40대 전반을 공격하고 혐오하는 그 어휘가 묘하게 느껴지는게, 수령님이 집권한 2017년에 30대 청년이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현재 40대입니다. 8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즉 현 40대 대부분은 수령님 집권하던 시기에 30대였고, 청년기에 수령님의 통치를 겪은 사람들이란 이야기입니다.
수령님 집권초에 2030으로 묶이던 30대 대부분은 이제 40대고, 그 때 20대 청년이던 속칭 이대남들은 이제 다수가 30대입니다. 소위 MZ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M세대는 이제 4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입니다.
애초에 영포티라는 단어 자체는 10년 전인 2015년에 40대를 지칭하면서 처음 나왔던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현 40대는 당시의 영포티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요. 심지어 예전에 소위 20대 개X끼론 나왔을 때 20대에 해당하던 사람들이 대략 현재 30대 후반부터 40대 초중반에 해당합니다.
2) 이 와중에 얼마 전 이동형이 꽤나 크게 어그로를 끌었던데, 그런 발언을 옹호하려니 참으로 마음이 사정없이 구겨집니다만 – 사적으로는 가능한 절대 가까이 하지 않는 타잎입니다. -, 기본적으로 나는 성 엄숙주의를 지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그의 발언이 참 없어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죄악이라 판단할 수도 없다는 의견입니다.
조롱거리가 될 만한 발언을 하긴 했지만, 그저 청춘을 다 흘려보내고 장년을 맞이한 남자가 그동안 흘려보낸 세월을 청년에 들이밀며 스스로의 명예를 소멸시켰을 뿐입니다. ‘영포티’같은 특정 세대 혐오성 발언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죄악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단언컨대 현재의 첨예한 세대갈등은 청년들이 먼저 촉발한 문제가 아닙니다. 진영으로 보자면 만진당쪽에 주 책임이 있고요. 어찌보면 빈부갈등이 약화되고 성별갈등이나 세대갈등이 심화된 면도 있습니다.
영포티 밈이 득세하게 된 가장 주요한 배경에 정치적인 갈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050세대에 만진당 지지층 비율이 높고, 그게 갈등을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유형의 세대갈등은 현재의 40대가 20대이던 시절에도 있었습니다만, 과거보다 세대갈등이 첨예화되었습니다.
현재의 20대 남성이 처한 문제를 놓고 이야기하자면,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광풍 속에서 청년기를 보낸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가진 반감은 현재의 40대 남성이 가진 그것보다 꽤 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를 페미니즘 디스토피아로 만든 건 수령님 정권이었지요.
성차별당하는 20대 남성들은(관련하여 역차별이라는 어휘는 이제 부적절합니다. 명백하게 남성이 법률/제도/사회적으로 차별당하는 약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스트에 반감을 가진 만큼 만진당에 반감이 있고, 그런 만진당을 지지하고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생각되는 중장년 세대에도 반감을 가지게 된 것이라 판단합니다. 다만 현실의 40대 남성들 대부분 또한 페미니즘에 일정 이상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청년남성들이 영포티 소리를 하는 한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현실 40대가 납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20대의 생각보다 현재의 40대 초중반은 문화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20대에 가까운 세대입니다.
3) 내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고, 근래 지켜보면서 점점 더 심해진다 싶어지는 부분이 좌파와 극우의 공통점입니다. 특히 근래 우리나라에서 속칭 좌파로 불리는 부류들은 이미 극우에 발을 걸친지 오래되었고, 점점 더 그 성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들은 딱히 진보도 좌파도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보수인데 진짜 보수정당인 만진당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부류들도 꽤 있는데, 이 부류들은 근래 보면 진짜로 꽤 극우스럽습니다.
과거의 더듬어만진당은 어쨌든 추구하는 가치가 있었고, 도덕성과 합리성을 챙기려 노력했습니다. 적어도 그러려는 모습은 보였지요.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가치는 퇴색되었고, 틀린걸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광신과 권력에 대한 집착만이 남았습니다. 이런 걸 극우라고 해야지, 뭘 극우라고 하겠습니까?
안희정이 있었습니다. 오거돈이 있었고, 박원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장경태가 있습니다.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안희정과 장경태에 대한 대응의 차이를 모두 알 것입니다. 그것이 정의롭거나 평등한 영역에 발치라도 걸쳐져 있을까요?
성범죄에 대한 무죄추정은, 적어도 만진당 구성원들과 그 광신도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관련하여 모든 것을 망쳐놓은 주범들이, 업보에서 도피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만진당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여성단체들은 대선에서 이준석이 젓가락을 언급했을 때는 잡아먹으려 들었습니다만, 과거 박원순 때나 이번 장경태 건에서는 언급조차 삼갑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그 실체를 알 수 있지요. 서영교 의원님은 장경태 관련, 2차 가해라는 야당의 지적을 인용할 경우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합니다만, 헤븐조선에서 천룡과 가붕개는 다릅니다.
김남국이 대통령실 비서관에 있다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만진당 광신도들은 김남국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김남국이 아니라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가 다 알지요. 물론 만진당 광신도들은 진짜로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바보이기 때문입니다. 지성이 있다면, 만진당 광신도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진웅이 정의로운 척을 하다 구설수에 올랐고, 은퇴했고, 만진당 구성원들과 광신도들에 의해 옹호받고 있습니다. 적반하장으로 보도한 기자에 대한 고발에 들어갔네요. 나는 생각합니다. 그는 훌륭한 만진당 정치인감이라고요. 나만 이리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쪽에 윤어게인이 있다면, 이쪽에는 웅어게인이 있습니다.
주장하던 가치들을 스스로 말아먹으면서도 광신을 계속하며, 독재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는 집단을 우리는 극단주의자라 불러야 합니다.
계엄을 하는 것만 독재가 아닙니다. 꼭 총을 들어야 독재인 것 또한 아닙니다. 이 와중에 국가보안법 폐지가 진행중인 것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수처에 의해 입건된 것은 덤입니다.
4) 현 시점에서 살아 폭주하는 절대권력은 리재명 두령 동지와 만진당입니다. 3권 분립을 무너뜨리는 그들의 행보를 보면 명백한 독재의 길로 가고 있지요. 정의로운 독재라거나 유능한 독재라도 된다면 어찌 흐린눈이라도 고려해주겠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계엄은 이미 1년 전 일이 되었고, 내란의힘은 매우 제한적인 권력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가의 생존이라는 문제를 제외하면 현재의 절대악은 만진당이며, 민주정과 자유의 유지를 위해서는 사악한 만진당을 어떻게든 견제해야 한다는 게 현 시점의 내 판단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만진당을 그나마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현 시점에서 내란의힘뿐입니다. 만진당이 막나갈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폭주할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란의힘은 해체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나에게는 만진당도 내란의힘보다 그리 나은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돼혁신당이 지선에서 어떤 성과를 낼거라 기대할 수 없고, 양당이 어차피 다 폐급이면 그나마 균형이라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나는 내란의힘의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들에 대해 일단은 흐린눈하기로 잠정 결정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내란의힘은 그 구성원들이나 지지층들이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진당은 본질이 깊이 사악하다고 판단합니다.
내 눈에는 집권 후 벌이는 만진당의 폭주와 독재가, 주돈군의 허접했던 3시간짜리 계엄보다 결코 덜 위험해보이지 않습니다. 주돈군의 독재 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현재 만진당이 벌이고 있는 건 진행형일 뿐만 아니라 가진 권력의 크기나 조직성, 집요함, 실현 가능성 등에서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5) 내란의힘이 쪼그라들고 돼혁신당이 득세하길 바라던 꿈은 끝난 것 같습니다.
리재명 두령 동지와 만진당이 저래서는 내란의힘이 여기서 더 쪼그라들 일이 없습니다. 반년 후 지선에서야 4년 전 대승했던 내란의힘이 자리 좀 내줄지 몰라도, 현 정권하고 만진당 하는 거 보면 바닥민심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각종 의혹과 부정부패 같은 건 둘째치고라도, 현 정권의 경제적인 성적은 영 좋지 못합니다. 코스피 오른 걸로 자화자찬하려는 모습만 보이는데, 진짜 실물경제나 물가, 환율, 부동산 문제 같은 건 완전히 엉망입니다. 역시나 만진당에는 근본적인 정부의 역할과 경제심리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적어도 실물 및 산업 시장에 기대와 신뢰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정의 위기가 87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심각하다는 게 나의 견해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들이 있었지만, 만진당이 민주정을 빙자한 무능한 독재를 일삼는 현 상황이 그 어떤 과거보다 나쁩니다.
6) ‘문빠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격언이 있었지요.
이 격언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시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 처음 이 격언을 만들어 유포한 쪽은 손가혁이었습니다. 17년 대선 경선때 일이었지요.
위대한 수령동지의 정리로는 ‘양념’에 해당하는 밈이었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수령님에 대한 평가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 상황에 대해 우습다거나 당혹스럽다거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만진당과 그 광신자들의 행동이라는 게 떨어져서 보면 희극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결국 손가락 혁명은 실패했지만 빛의 혁명은 성공했고, 두령 동지의 손에 절대권력이 들어가니 수령님의 평가가 하향 조정되고 있지요.
두령 동지와 만진당을 분리해서 보려는 시도가 계속 일어나고 있고, 아마도 빛의 혁명단에 의해 두령 동지는 만진당에 비해 무오하고 진정성있는 존재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령동지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무언가가 있다면, 애지중지 만사현통을 결사옹위해준 만진당 천룡들에게 고마운 줄은 알아야 할 겁니다.
7) 가붕개 제군 여러분. 더듬어만진당 최고존엄이시며 디스토피아 트루 헤븐조선 총통이시며 손가락빛의혁명군 최고사령관이신 1등 인민들의 위대한 령도자, 백만 개딸의 어버이, 망치를 든 남자, 방탄노년단의 리더, 애지중지 만사현통과 폭동덕 호걸들의 수호자, 파기환송 한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자, 칼로도, 법으로도, 펜으로도, 굶주림으로도 죽일 수 없는 ‘존재 자체가 죽음’. 190석의 권능을 가진 Strong Man, 운명을 찢는 주동인물, 친애하는 지도자 리재명 두령 동지께 지배받는 기쁨을 누릴 기간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두령 동지의 지배 아래 가붕개들 사는 실개천은 자본주의만큼이나 차갑습니다만, 두령님의 – 백만 개딸들이 친칠라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 존안을 위안으로 삼고, 두령님의 령도를 받는 것을 기쁨으로 알며, 용궁에 계신 두령 동지를 향해 하루 5번 기도하면 교주님의 은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제품이 대체로 그렇듯 신경써서 가루를 풀어줘야 합니다. 양파 풍미가 꽤 나긴 하는데, 진짜 어니언 수프라기보다는 자장라면의 양파 풍미가 나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니언 수프라기보다는 크림 수프입니다.
진하거나 맛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부담없이 먹기 좋은 느낌입니다.
CJ 제일제당 – 백설 한입쏙 후랑크
: 닭고기 66.78%, 돼지고기 12.14% 함량의 껍질없는 소형 후랑크 4개가 들어있는 포장의 제품. 평범한 계육 후랑크 맛이고, 부드럽습니다. 피자와 함께 먹었는데, 가늘고 크기가 작아서 핫도그 같은 걸 만들어 먹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심 – 올리브 짜파게티 (봉)
: 짜파게티 안 드셔보신 분이야 없겠지만, 조금씩 꽤 자주 맛이 바뀌는 게 짜파게티기도 하여 한번쯤 기록해둡니다.
농심 라면에서 MSG가 빠진 2007년 정도부터 짜파게티는 자장라면 중 그리 맛있는 편이었던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짜파게티 특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짜파게티는 애초에 이름부터 짜장 + 스파게티고, 지향 자체가 짜장면이 아닙니다.
맛은 슴슴하고 볶은 춘장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춘장 풍미가 면에 밀도높게 달라붙어 있는데, 자장면과는 아예 다른 맛이고 볶은 춘장을 동결건조하는 공법을 최대한 활용해 만든 풍미라 생각합니다. 즉 제법의 한계 자체를 인정하고 전면에 내세운 느낌.
짜왕같은 거 먹어보면 농심이 이런 스타일밖에 못 만드는 건 확실히 아닌데, 짜파게티는 이 스타일로 성공했기 때문에 유지 중이라 생각합니다.
농심 – 짜파게티 더 블랙 용기
: 건면 버전 짜파게티의 용기면 버전입니다. 뜨거운 물 붓고 전자렌지에 돌리는 레시피가 권장됩니다.
용기면이라 그럴수도 있는데, 기본적인 풍미가 짜파게티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짜왕 쪽과 가깝다는 인상입니다. 농심답게 건면 잘 만든다는 느낌이고요.
기대보다 꽤 맛있어서 봉지면도 먹어봐야겠다 싶네요.
빙그레 – 자연에서 갓 따옴 천혜향 한라봉 청귤
: 빙그레에서 나온 고급 냉장 주스. 감귤농축액+귤착즙액+배농축액+한라봉퓨레+한라봉착즙액+청귤착즙액+천혜향착즙액 구성입니다.
실제 맛은 귤 착즙 주스에 제법 가까운데, 끝맛에 배맛이 좀 있고 귤 주스 치고는 좀 더 새콤달콤하며 귤과 다른 시트러스의 향이 있습니다. 천혜향과 한라봉, 청귤이 들었다는 걸 정보 없이 감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청정원 – 호밍스 모두의 만두
: 청정원에서 시판하는 호밍스 시리즈 교자의 보급형. 작은 교자로 속이 많이 찬 타잎이 아니고, 시판 가격이 쌉니다. 부추 향이 꽤 강한 편입니다.
하림 – 더 미식 백미밥
: 하림에서 시판하는 레토르트 밥. 입에 잘 맞아서 즐겨 먹고 있습니다. 사각 용기가 특징입니다.
밥은 평범 이하의 품질입니다. 그럭저럭 평범 레벨 아랫단에 걸쳐져있다는 게 이 제품의 좋은 점입니다. 먹을 만 합니다. 밥알들이 만들어내는 촉감은 폭신한 느낌이고, 된밥과는 거리가 있고 아주 살짝 진 타잎입니다. 쌀알은 부드럽고 찰기가 다소 있는 편. 쌀의 품질 자체는 가정집에서 쌀밥 해먹을 정도는 아니고, 식당에서 쓰기엔 나쁘지 않은 정도입니다.
2002 Ceus
: 중국산 무알콜 맥주. 평범하게 별로 맛있지는 않은 무알콜 맥주 맛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
풀무원 – 자연은 맛있다 로스팅 정면
: 풀무원의 건면 라면 중 하나. 분말과 건더기 외 풍미유가 들어있는 구성인데, 대부분의 라면과 달리 풍미유가 후첨이 아닙니다. 같이 끓이는 레시피. 별 의미는 없겠지만 비건라면으로 홍보하는 제품이고요.
건면이라 포만감은 높지 않지만 맛은 좋은 라면입니다. 맵지 않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
농심 – 새우깡 Black
: 블랙 트러플향 새우깡. 모양은 일반 새우깡보다 넓적하고, 합성 블랙 트러플향이 강한데 꽤 잘 어울립니다. 입에 잘 맞네요. 취향은 좀 탈 것 같지만.
몬스터 에너지 - 파피용
: 몬스터가 올해 출시한, 제로가 아닌 신제품. 복숭아맛을 내세운 복합적인 과일맛으로, 좀 가벼운 타잎입니다. 그래도 오지 레모네이드보다는 무겁고요. 파이프라인 펀치보다는 가볍습니다.
레드불 – 핑크 리미티드 에디션
: 레드불의 한정판. 당이 든 타잎에 복숭아향입니다.
레드불답게 풍미가 묘합니다. 바디가 무겁진 않은데 점도는 살짝 있고, 풍선껌같은 향이 강합니다. 새콤함이 꽤 있어요.
호밍스 – 부산식 곱창전골
: 우동면이 들어있는 냉동 돼지곱창전골.
곱창전골인데 맛은 어째 해물탕이나 꽃게탕하고 비슷합니다. 맛은 있는데, 곱창전골 맛은 아니네요. 물론 건더기는 돼지곱창전골이긴 합니다.
해물탕이 간만에 먹고싶어졌습니다.
투썸 레몬 카모마일 티
: 캐모마일 풍미는 뒤에만 조금 느껴지고, 내 입에는 레몬 허니티에 가깝습니다. 다만 실제 꿀이 들어간 건 아닙니다. 글리세린과 아라비아검, 솔비톨이 들어있고 캐모마일이 17%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합쳐져서 꿀같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성기업 – 짬뽕맛 우동
: 예전에 즐겨먹던 인스턴트 우동인데, 주변에서 팔지 않게 되어 한동안 못먹다가 간만에 구입해서 먹게 되었습니다.
제조원은 한일후드입니다. 찾아보니 자체적으로는 우동사리를 자사 브랜드로 파는 회사네요. 구성은 우동 생면에 액상스프와 건더기스프가 들어있습니다. 다 넣고 2분 끊이면 됩니다. 물 양은 우동 제품이 그렇듯 라면보다 적은 400cc.
이 제품도 여느 인스턴트 우동처럼 다소의 산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생우동이 산미가 적은 편이라 일본식 우동으로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지요. 그런데 이건 짬뽕맛이라, 매운 해물맛이 있고 그래서 산미랑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매운 해물 육수는 신맛과도 잘 어울리거든요. 똠양꿍을 예로 들면. 그렇다고 신맛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하림 – 맛나면
: 하림에서 올해 출시한 신상 라면. 하림 라면 치고는 가격이 평범한 편이고, 스프도 액상이 아닌 분말스프가 들어있습니다. 건더기스프 별첨.
처음 먹어보고 매우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꽤 많이 먹었는데, 면은 하림 특유의 가늘고 꼬들꼬들한 면입니다만 국물맛은 거의 90년대 라면 국물맛입니다. 국물 스타일은 하림의 다른 라면과는 많이 다르고, 옛날 라면처럼 MSG가 들어간 복고풍 맛입니다. 옛날 라면이 그리우면 삼양 1963 말고 이걸 드세요.
워낙 오래 전 기억이라 불분명합니다만, 주관적으로는 국물맛으로는 옛날 빙그레 라면이 연상되는 스타일. 나는 빙그레 라면을 꽤 좋아했었기 때문에 이 맛나면도 매우 마음에 들었고, 이 상품이 가능한 오래 생산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면은 전형적인 하림 라면 스타일이고, 하림 라면이나 일본식 라멘에 익숙하지 않다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림 라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하자면, 일본 라멘의 간수 또는 첨가제를 꽤 쓴 단단하고 가는 면에 가까운 편입니다.
다만 단단한 느낌은 조리 후 조금 시간이 지나면 풀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단단한 느낌이 싫은 분은 끓이는 시간을 본래의 레시피보다 조금 더 길게 잡으면 부드럽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뚜기 – 불오징어볶음면 (봉)
: 오뚜기에서 신규 출시한 매운맛 볶음면. 면이 가늘고 조리시간이 3분 30초로 짧습니다. 액상스프 외 건더기스프나 후첨 후레이크 등이 없는 구성. 요새 나오는 오뚜기 볶음면답게 물을 안 버리는 조리법이 나와있는데, 그렇게 하면 기름이 너무 많아집니다. 물을 버리는 쪽이 맛있습니다.
맛은 그리 맵지 않고, 달착지근한 타잎. 조금 매운맛 나는 양념치킨 수준의 매운맛과 단맛이고, 해물맛도 꽤 납니다.
단맛이 꽤 있기 때문에 간식같은 기분으로 먹기 좋습니다. 불닭볶음면하고는 계열이 좀 다르다는 기분이네요.
삼양식품 – 三養 1963
: 출시 전부터 꽤 유명세를 탄, 우지파동 이후 36년만에 부활한 우지라면. 구성은 액상스프와 후첨스프입니다.
나는 우지파동 이전에 삼양라면을 즐겨 먹었었는데, 우지파동 이후 한동안 시중에서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몇년 후 부활했는데, 부활한 삼양라면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지요. 소위 햄맛. 그리고 이후 삼양라면 맛은 여러 번 변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부대찌개맛에 가까운 컨셉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1963은 과연 부활 이전의 우지시절 맛일까 궁금했는데, 일단 후첨스프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 먹으면 어느 정도는 기본적인 삼양라면 맛에 가깝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렇지만 후첨스프를 넣으면 삼양라면과는 계열이 다른 맛이 되고, 최근에 나오는 맵탱에 더 가깝다는 인상이 됩니다.
맵탱은 원래 나에게 좀 아쉬운 라면이었는데, 맵탱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완성도가 올라간 기분. 다만 삼양라면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이질적이긴 합니다. 후첨스프를 처음부터 넣고 끓일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맛이 되긴 하는데, 별로 메리트는 없다고 판단. 그냥 맵탱 가까운 맛이 되는 정식 레시피로 먹고 있습니다.
맛 자체는 우수한 라면입니다. 꽤나 선명한 쇠기름향이 나는데, 사골육수 같은 걸 써서 라면을 끓일 때 나는 향과 유사합니다. 다만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고, 본래 사골육수를 이용해 끓인 삼양라면을 즐겨먹던 입장에서 보면 가성비가 살짝 애매한 기분이긴 합니다. 이게 잘팔려서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모르겠는데, 어째 이벤트성으로 잠시 팔다 말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고요.
1) 2009년 방영하였었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등장인물 미실은 K-사극 역사에 선명하게 기록될 캐릭터였습니다. 명대사를 꽤 남기기도 했는데, 그 중 이런 게 있었지요.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백제인, 고구려인, 신라인. 또 신라 안에서는 공주님을 따르는 자들, 이 미실을 따르는 자들. 하지만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공주와 저는 같은 편입니다. 우리는 지배하는 자입니다.”
드라마를 당시에 실제 봤던 분들이라면 거의 기억하는 대사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월을 두고 생각하건데, 세상의 진리를 잘 담은 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2)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현실적으로 지배 계층이 있고, 피지배 계층이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주요 지배 계층이지요. 그 다음으로는 법조인들이 지배 계층이라 해야 할 거고요. 우리는 그들을 천룡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대다수는 피지배 계층입니다. 천룡 조국께서는 그러한 다수에게 가재, 붕어, 개구리. 약어로 가붕개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명목상으로는 피지배 계층, 가붕개한테도 동등한 권리가 있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명목상입니다만, 헤븐조선은 ‘민주국가’ 니까요. 그렇지만 그건 명목일 뿐 진실은 아닙니다.
이 시대의 주류 권력집단이라 할 수 있는 더듬어만진당의 천룡들은 절대 가붕개와 겸상할 마음이 없습니다. 세상을 횡으로 선명하게 나누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물론 아닌 척을 하지요.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세상은 일관적입니다. 천룡은 천룡답고 가붕개는 가붕개다운 파란나라. 그것이 지상락원 헤븐조선입니다.
물론 내란의힘도 적극성이 덜하다 뿐이지 별로 나을 게 없습니다. 더듬어만진당이건 내란의힘이건 지배 계층이고, 천룡이고, 적대적으로 공존합니다.
3) 유감스럽게도 가붕개 제군 여러분들 중 꽤나 다수는 이솝 우화 중 ‘왕을 보내달라고 탄원한 개구리들’에 나오는 개구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정신이 박힌 가붕개라면, 천룡들이 세상을 횡으로 나누는 것에 반대하고 그러한 수작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정치 고관심자 가붕개들은 천룡들을 숭배하고, 그 입장에 빙의해서 종적으로 다른 쪽에 있는 상대편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우상을 비호하는 데 전력을 다할 뿐입니다.
천룡들이 과도한 권력을 탐하거나, 책임못질 규칙을 만들거나, 가붕개를 가붕개답게 만들거나 하는 일들에는 눈을 감곤 하지요. 특히 만진당 광신도들은 이런 문제가 대단히 심각합니다.
폐주 주돈군이야 말할 가치도 없는 생물이고, 윤어게인은 미친 소리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의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독재를 합리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진정한 민주 시민이라면 언제나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권력을 쥔 쪽이어야 합니다.
4) 더듬어만진당 최고존엄이시며 디스토피아 트루 헤븐조선 총통이시며 손가락빛의혁명군 최고사령관이신 1등 인민들의 위대한 령도자, 백만 개딸의 어버이, 망치를 든 남자, 방탄노년단의 리더, 폭동덕 호걸들의 수호귀, 파기환송 한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자, 칼로도, 법으로도, 펜으로도, 굶주림으로도 죽일 수 없는 ‘존재 자체가 죽음’. 190석의 권능을 가진 Strong Man, 운명을 찢는 주동인물, 친애하는 지도자 리재명 두령께서 핵잠수함의 건조와 핵연료 재처리까지 얻어내셨다고 합니다.
트럼프 시대에 리재명 두령과 만진당의 집권이 잘 맞아들어가는 면이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나는 꽤 오래 전부터 했었습니다. 주돈군이 임기를 지키지 못할 거고, 제 때 리두령으로 교체되어서 이렇게 될거라는 전망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지요.
지금까지는 대략 예견했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습니다. 만진당 지지층은 이런 변화에 과도하게 기뻐하고, 현 정권이 저지르는 많은 잘못들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려 듭니다만, 군사외교적 성과에 기뻐하고 독재를 용인하는 건 파시스트나 다름없는 마인드입니다.
5) 작년부터 발생한 3대 혁명이 있습니다. 꼽자면 뉴진스, 동덕여대, 그리고 주돈군의 계엄이 그것입니다. 셋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셋 다 망했습니다. 물론 폭동덕의 호걸들은 찐페미정당 만진당이 뒤를 봐줘서 인생을 말아먹을 위기에서 구원받긴 하였고, 혁명을 포기한 자들 중 두 명은 일단 어도어와 어느 정도 합의를 보긴 한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체 게바라, 존 레논, 김택용의 뒤를 이어 혁명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 같았던 자들 또한 결국 혁명을 포기하였는데 막상 성공한 혁명군처럼 굴고 있는 건 우리 손가락, 아니 빛의 혁명군 최고사령관이신 리재명 두령 일당과 혁명 포기자들을 국감에 불러 핫이슈를 불태웠던 더듬어만진당입니다.
그들은 로베스피에르의 고결함은 닮지 않았지만 공격성은 닮았고, 쿠데타를 저지른 건 주돈군인데 막상 성공한 건 자신들인 것처럼 굴고 있습니다. 나라를 쥐락펴락하고 있지요.
좌파들은 본래 혁명을 좋아합니다. 위대한 수령 문재인 동지께서는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셨고, 리재명 두령 동지께서는 손가락혁명을 하려다 실패한 후 빛의 혁명에 성공하셨지요.
만진당은 3대 혁명 중 혁명 포기자들과 동덕을 지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에게는 아일릿과 르세라핌이 겪은 고통, 그리고 하니가 국감에 갑작스레 참석하면서 국감에서 소외되었던 자들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령님 집권기에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다가 이미 정권을 잃어봤음에도 그들은 반성이 없습니다. ‘우리들은 틀리지 않았다.’가 그들의 기본 마인드입니다. 자신들은 무오하다는 스스로에 대한 광신이 그들의 핵심 아이덴티티입니다.
6)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은 극우를 향해있다고 느낍니다. 헤븐조선에서 현재 권력을 쥔 자들이 극우 키우기의 귀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나마 리재명 두령께서 잘한다고 평가받는 군사외교 부분은 극우 억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리재명 두령과 더듬어만진당, 그 외의 좌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습니다만, 외부에서 보면 그들은 사이비 종교 광신도 집단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배척하고, 배제하고, 무시하고, 피해를 입히고, 적으로 만듭니다. 그런 문제들은 일종의 신앙으로 합리화되곤 합니다.
극우를 포함한 속칭 우파들이 만진당과 좌파 세력에 비해 나은 점이 있다면, 일단 적어도 금세기 들어서는 그들이 일반적인 시민들에게 끼친 직접적 피해가 실질적으로건 체감상으로건 덜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대조적으로 좌파들은 망상으로 일을 벌이고,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훨씬 잦았지요.
더구나 좌파와 만진당은 위선적이고 내로남불인 게 더 심합니다. 가붕개들은 원래 천룡의 기만을 싫어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좌파가 천룡지향적인 만큼 극우들은 가붕개의 마음을 얻고 있는 면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금세기의 극우는 과거의 극우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이 시대의 청년극우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괴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좌파들이 오랜 세월동안 키워온 무언가의 변종에 가깝지요.
만진당을 포함한 좌파들은 68혁명 이후 많은 가치를 버려왔습니다. 휴머니즘, 정의, 공리 같은 것들 말입니다. 환경주의자들이 등장했고, 페미니즘과 결합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좌파들은 멸종에 지극히 가까웠던 곰을 복원해 풀었고, 그 곰들은 이제 사람을 습격하기 직전으로 보입니다. 수령님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했지만, 수령님의 눈에 가붕개는 사람이 아닌 거라 해석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평균연령대가 더 낮은 극우 청년들은 앞선 세대가 주도한 그런 가르침들을 잘 학습하였습니다. 철저히 휴머니즘, 정의, 공리 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요. 잘 배운 청년들입니다.
현재의 기성세대도 젊은 시절에는 낡은 기존 사회를 불태우고자 했습니다. 시대가 흘러도 청년의 특성은 비슷한 법이고, 현 청년세대도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앞선 세대는 마르크스의 낡은 망상이나 주체사상 같은 사이비 교리를 들여다봤었고, 현 세대는 다른 해로운 것들을 보고 21세기 버전 극우의 망상을 학습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제 휴머니즘이나 정의 등을 추구하는 사람은 드물어졌습니다. 적어도 정치판에서는 말입니다. 대다수의 휴머니스트들은 정치에 관심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할거고, 세상은 점차 극우화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펜폴즈의 수석 와인메이커였던 Max Schubert를 기념해 나온 라인업, 맥스 시리즈의 샤르도네 2018년입니다. South Australia에 위치한 Adelaide Hills의 와인. Wine Enthusiast의 Christina Pickard가 93점을 준 적이 있네요.
병이 비닐로 한 겹 포장되어있는 게 펜폴즈 맥스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벗기면 일반 와인병이 나옵니다. 알콜 13%. 스크류캡입니다.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8.4도입니다.
유쾌한 아로마. 신세계 샤르도네다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마셔보면 산도가 제법 있고, 심플하게 맛있습니다. 강하지 않은, 둥근 조약돌같은 미네랄리티. 생산량이 좀 되는 와인인지 특정 떼루아를 살린 느낌은 아닙니다. 적당한 오크 느낌. 프렌치 오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신세계 샤르도네치고는 산도가 상당히 높고, 스타일도 이만하면 어느 정도 부르고뉴스럽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적어도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를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부르고뉴 블랑으로 생각하면 퀄리티는 좀 아쉽고, 너무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아 만든 느낌입니다만, 남호주에서도 이런 걸 만드는구나 싶긴 합니다.
: 바인굿 포어스트마이스터 겔츠-질리켄은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모젤 협회의 창립 멤버로, 174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현재는 Dorothee Zilliken(도로테 질리켄)이 바인굿을 이끌고 있는데, 2017년에 Gault & Millau(고 미요)가 도로테를 독일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이 리슬링은 자르 지역 Saarburg(자르부르그) 마을의 라우쉬(Rausch) 그로세스 라게(Großes Lage)에서 생산한 Großes Gewächs(그로세스 게벡스) 2018 빈티지입니다. 그로세스 라게는 Grand Cru(그랑 크뤼:특급밭)을 의미하고, 그로세스 라게에서 VDP 규정에 맞춰 생산한 Trocken(트로켄=Dry) 와인을 Großes Gewächs(그로세스 게벡스, 약어로 GG)라 부릅니다. 라우쉬는 데본기 슬레이트(점판암)와 휘록암(diabase)으로 구성된 토양이라고 하는데, 이 2018 GG는 휘록암 토양에서 자란 포도가 많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 와인에 Lobenberg는 무한히 아름답고 섬세하다(unendlich schön und fein ist)는 평가와 함께 100점을 줬습니다. 그리고 Pirmin Bilger라는 평론가도 20점 만점에 20점을 줬습니다. 그 외 Weinwisser 18/20점, John Gilman 95+점, Wine Advocate 94점, Falstaff 93점, Vinous 93점, Eichelmann 92점, Vinum 91점, Gault & Millau 90점입니다.
코르크 마개. 알콜 12%.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3.6도입니다.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칠링을 제대로 했었는데 날이 더워서 온도가 빨리 올라가네요.
매우 순수하고 하얀 암반이 떠오르는 아로마. 리슬링 특유의 페트롤향이 미약하게 감지됩니다. 혀에 닿는 감촉은 그리 무겁지 않고, 매끈하지만 유질감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입안에서는 흰 꽃과 같은 향이 감돕니다. 모젤 리슬링 GG답게 산이 풍부하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스월링을 하면 꽃과 같은 향기가 보다 풍부해집니다.
굉장히 예쁩니다. 규모도 제법 큰데, 레스떼뜨가 모자란 거 아닌가 싶은 수준. 복합성이 좋다거나 하지는 않은데, 시음적기의 초반에 개봉한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평론가마다 점수차이가 큰 이유로 생각되는 게, 내가 느끼기에 이 와인은 힘이 좋은 타잎이 아닙니다. 복합성도 코트 도르 크뤼에 비하면 단순하다고 해야겠고요. 그런데 진짜 많이 예쁩니다. 사과같은 풍미를 가지고 있고, 많은 요소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얼핏 마시기에 덤덤하며 부담없는 맛입니다. 미묘하면서 무척이나 내성적입니다. 웨딩드레스의 흰 베일을 쓴 것처럼. 다만 잡미가 좀 있고 완벽한 완성도를 지닌 와인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12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터당 8.4g의 상파뉴 Brut급 잔당을 가지고 있는데, 입에서는 달게 느껴지지 않지만 질감과 풍미에서 다소의 잔당이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마실수록 달콤한 뉘앙스가 있고요. 그리고 제법 솔티하고 다면적입니다. 나는 이러한 다면성을 복합성이나 복잡성과는 좀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이는데, 이 와인은 합일되지 않는 다면성이 있으면서 굉장히 예뻐서 어쩌면 그것을 일종의 인간미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Gérard Bertrand – Château L’Hospitalet La Reserve 2019 [★☆]
: 제라드 베르트랑의 대표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샤토 로스피탈레 라 리저브 2019를 마십니다. Appellation La Clape Contrôlée인데, La Clape(라 클라프)라는 아펠라시옹이 생소해서 좀 보니까 2015년에 신설된 AOC로, 그 이전에 이 와인은 Appellation Coteaux du Languedoc(코토 뒤 랑그독)으로 출시되었던 것 같습니다.
라 클라프는 랑그독 루시용의 Narbonne(나르본) 인근 해안가에 위치한 아펠라시옹입니다. 아펠라시옹 생산량의 80%가 루즈라고 하는데, GSM이 주품종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카리냥과 생소를 약간 사용할 수 있고요. 이 샤토 로스피탈레도 GSM인데, 그 비율은 Syrah 40%, Mourvedre 30%, Grenache 30%입니다.
코르크 마개.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9.8도입니다. 가브리엘 골드와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알콜 15.5%.
프랑스 GSM 특유의 아로마. 입에 넣으면 첫 느낌은 부드럽고 달콤한데, 이내 거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칠링이 살짝 덜 된 느낌이 있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꽤 달달한 느낌이고 맛있습니다. 잔당이 있다기보다는 높은 알콜 볼륨에서 기인한 달콤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날카로우면서도 동글동글한 느낌이 드는 미네랄리티가 있고, 잘 익은 마른 과일부터 녹색 채소와 허브 느낌까지 나는 풍미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그린페퍼의 느낌이 있고, 블라인드로 마셨어도 프랑스 와인이라고 답했을 만한 명백한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품종과 무관하게 스타일은 론보다는 보르도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대체로 랑그독 와인이 그렇듯 이 와인도 소박하고, 가볍게 마시기 좋습니다. 나는 처음 와인을 마시던 어린 시절부터 보르도와 랑그독 AOC 와인을 즐겨왔고, 다른 나라의 것들보다 프랑스 와인이 입에 잘 맞았습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특성과 장점을 드러내는 게 이런 와인의 좋은 점이라 생각합니다.
이 와인은 마시면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오니차(Onycha:Operculum:Shecheleth:나감향) 생각이 많이 납니다. (출애굽기의 오니차가 Operculum이라는 건 통설입니다만, 반론도 많긴 합니다. Operculum은 특정 복족류의 덮개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소라 뚜껑.) 그렇게 동글동글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묘한 미네랄리티가 주요한 개성입니다. 향이 나감향같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탄닌은 강하지 않고, 아마도 포도 수확단계에서부터 잘 중합된 탄닌입니다. 알콜은 이 와인의 본체에 가깝습니다. 아주 잘 농익은 포도가 만들어낸 높은 도수와 부드러운 탄닌이 오니차를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와 함께 와인의 개성을 만들어냅니다. 달콤하고 짭짤한게 와인이면서 단짠 느낌이 납니다. 다만 이게 혀끝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나, 실제 짠 맛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
오크를 우아하게 사용함으로 천천히 드러나는 미묘함이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 거친 느낌이 줄어들고, 보다 우아하고 매끄러운 와인이 됩니다. 그리고 점차 요거트같은 느낌이 나는데, GSM에서 드물지 않게 느낄 수 있는 특징이라 생각합니다.
: 알콜 4.6% 오래간만에 마시는 브루클린 필스너입니다. 언제 마셔도 향은 좋고, 뭉근한 바디는 묘한 느낌입니다.
Monmarthe – Secret de Famille Premier Cru Brut [★★★]
: 몽마르뜨(Monmarthe)는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의 1er Cru 코뮌 뤼데(Ludes)에 위치한, 1737년부터 6대째 이어가고 있는 RM 상파뉴 도멘입니다.
이 시크레 드 파미유(Secret de Famille)는 1930년부터 출시되어 온 도멘의 간판격 퀴베로 Non Vintage이며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 각각 40%, 그리고 샤르도네 20%의 세파쥬입니다. 셀러에서 2년 숙성 후 출시. 말로락틱이 진행되었고, 도사쥬는 8g이라고 합니다.
알콜 12%.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글라스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준비했습니다. 쉽게 개봉되었고, 개봉되자마자 피노 계열이 많이 들어간 상파뉴 향이 폭발적으로 나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9.5도.
첫 입 마시자마자 마시기 즐거운 상파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티나 즐거운 이벤트를 위한 상파뉴로 아주 잘 만들어졌네요. 도사쥬 이후 시일이 조금 흐른 상파뉴임에도 버블은 힘차고, 그러면서도 버블이 맛을 보는 걸 방해하지 않습니다. 바디가 가볍고, 잔당감이 꽤 있고, 마이야르도 잘 일어나 있습니다. 달콤하고 마이야르가 참 잘 되어있으면서 사과같은 과일 향이 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싫어할 수 없는 풍미입니다. 나는 쇼송 오 뽐므같은 걸 좋아하는 취향이라 이런 걸 싫어할 수 없지요.
뒷맛이 좀 씁쓸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한 게, 향과 무관하게 맛만 묘사하자면 살짝 태운 춘장같은 느낌의 감칠맛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효모에서 기인한 것 같은 감칠맛이 꽤 있습니다.
플루트 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타잎입니다. 굳이 화이트와인 글라스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근래 이런 스타일의 상파뉴에 제법 높은 만족감을 느끼곤 합니다.
Blue Moon Belgian White [★]
: 알콜 5.4%. 이 오렌지 필과 고수가 들어간 에일은 역시나 풍부합니다.
미음넷증류소 – 소주다움 50 Rose Gold [★★☆]
: 미음넷증류소는 파주의 증류주 전문 전통주 기업입니다. 쌀소주 라인업을 생산해서 판매 중이고요. ‘비움’, ‘채움’, ‘내림’, ‘기다림’의 미음 4개를 뜻하는 이름의 미음넷증류소가 회사명이라 합니다. 대표이사가 삼해소주를 만들던 고 김택상 명인의 제자라고도 하네요.
소주다움은 미음넷증류소의 고급 라인업으로 상압단식증류방식으로 생산됩니다. 이 소주다움 50 Rose Gold는 소주다움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데, 가격적으로는 위에서 두 번째에 해당합니다. 도수도 두 번째로 높고요. 상압단식으로 2회 증류하여 만들었다 합니다. Rosd Gold는 컨셉 삼아 붙인 이름 같은데, 실제 제품의 종이 패키지나 캡씰의 색이나 레이블에 그려진 꽃이나 로즈골드보다는 벚꽃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꽤 화려한 유리병. 비닐 캡씰을 뜯으면 너도밤나무 + 합성수지로 된 당겨 뽑고 다시 끼울 수 있는 마개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알콜 50%. 아로마는 상압식 쌀소주 아로마입니다. 잘 만든 술인 듯 살짝 향긋한데 알콜이 좀 튀고 쌀소주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누룩 향도 있고요.
처음에 입에 넣어보니 순간 ? 싶었습니다. 좀 많이 순합니다. 어째 도수대비 물맛도 많이 나는 거 같고요. 그래서 이 도수가 맞아? 싶은 첫인상이 있는데, 결국 정말 좋은 스피리츠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혀에 약간 머금고 스월링을 해보면 증발되는 속도와 그에 의한 발향으로 50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팔렡이 의외로 꽤 향긋해서 살짝 바이주를 떠오르게 합니다. 청향. 다소의 과일. 미묘한 꽃 같은 향기. 맑고 운치가 있습니다. 첫인상이 꽤 충격적으로 좋습니다.
맛은 가볍고 청량하며 질 좋은 달콤함이 있고, 감칠맛도 살짝 있습니다. 라이트 바디인데 규모는 큽니다. 청량감과 규모의 조화가 환상적인 스피리츠. 숙성 기간은 6개월 정도라고 하는데 어려서 그런지 발랄한 면이 있는 술입니다. 다만 표현하는 세계관이나 정서는 정겹고 운치있으며 관조적인 쪽입니다.
마시다보면 입안이 화끈화끈합니다. 50도짜리 증류주가 가져오는 온기가 있습니다. 크리슨 TT6203을 사용하면 다소 왁시한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시면서 계속 만족도가 높았고, 어린 스피릿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좋은 소주입니다.
Domaine du Colombier – Chablis Premier Cru Fourchaume 2020 [★★☆]
: 도멘 뒤 콜롱비에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직접 병입해 와인을 판매하고 있는, 샤블리의 가족 경영 도멘입니다. (론에도 같은 이름의 도멘이 있지만 별 관련은 없는 거 같고요.) 양조 정보를 보면 거의 오크를 사용하지 않는 도멘이고요. 그랑 크뤼조차 최소한의 오크만 씁니다. 그들의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푸르숌 2020을 마셔봅니다. Tim Atkin MW가 93점, Falstaff가 91점을 줬다고 하네요.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푸르숌(Fourchaume)은 세렌(쓰항)강 우안 북쪽에 위치한 클리마로 샤블리에서 가장 넓은 프르미에 크뤼입니다. 그랑 크뤼에서 북서쪽으로 제법 넓게 이어지는데, 이 콜롱비에의 푸르숌은 남향에서 남동향 밭이라 하네요.
알콜 13.5%.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고, 가브리엘 골드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7.9도입니다. 꽤 더운 환경에서 마셔서 버티고(Vertigo) 와인 인슐레이터를 사용했습니다.
무척 오래간만에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를 마십니다. 샤르도네의 순수하고 향긋한 아로마. 석회 향이 섞여 있습니다. 림에 입을 대고 잔을 기울이면서 향을 맡으면 샤블리다운 향이 느껴집니다.
첫인상은 아주 강한 미네랄리티. 매끈하게 다듬은 굴껍질 같은 걸 입안에 잔뜩 머금는 듯한 감각입니다. 질감은 다소 오일리한데, 스테인리스에서 발효 및 숙성을 한 논오크 샤르도네치고는 텍스쳐나 캐릭터가 부드럽습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가 강한 편이 아니고, 덤덤한 맛입니다. 자몽 뉘앙스와 부싯돌 및 화약같은 풍미가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다소의 잡미를 느낄 수 있지만, 강하지 않습니다.
샤블리 및 부르고뉴치고 산도가 좀 많이 낮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포도를 꽤나 완숙상태에서 수확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와인에서 느껴지는 떼루아 자체는 1er가 맞는 거 같긴 한데 산이 적어서인지 좀 밋밋합니다. 더구나 논오크에 품종도 샤르도네라 담백하기까지 하니 미네랄 느낌 빼고 좀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이맛도 저맛도 아닌 편.
하절기보다 동절기에, 음식과 곁들여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은 샤블리라는 생각입니다. 전반적으로 무척 담백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맛을 많이 안 보고 마시는 쪽이 더 만족감이 높습니다.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지만 적당히 그냥 마시면 맛있고... 의외로 목넘김(...)이 많이 좋습니다. 음미하기보다는 좀 맥주처럼 그냥 마시는 쪽이 만족도가 더 높은 타잎입니다.
Freixenet - Premium Cava Rosé [★☆]
: 프레시넷의 로제 까바입니다. 알콜 11.5%. 주품종은 가르나차(Garnacha:그르나슈) 라고 하네요.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글라스로 마십니다. 버티고 사용.
병 전체가 핑크색 포일로 덮여있는데, 안쪽 병은 투명합니다. 칠링이 좀 애매하게 되어서 병 내 13.2도로 서빙.
살구와 핑크의 중간 색. 꽤 맛있습니다. 버블도 많고요. 입에 넣기 전엔 별 향이 없는데, 입에 넣으면 베리 향에 플로럴함도 있고, 감칠맛도 단맛도 있고 맛있습니다. 까바치곤 매우 우수. 달다고는 해도 브뤼치고는 단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상파뉴하고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로제 특유의 장점은 잘 갖춘 것 같습니다.
Suntory – The Premium Malt’s [★]
: 기본적으로 나의 최애 라거고 좋은 맥주지만, 아주 더울 때 어울리는 타잎은 아닙니다.
오비맥주 – OMG So Good [☆]
: 오비맥주에서 출시했던 발포주. 알콜 4.5%.
제 때 안마셔서 좀 오래된 상태로 남아있었는데, 그래도 죠리퐁같은 곡물과자 향은 제법 남아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무미. 즉 맹맛. 알콜 느낌은 있는데 무알콜맥주스러운 맛입니다. 이미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더울 때 가볍게 마시기엔 괜찮아요. 이런 건 역시 여름에 마셔야 어울립니다. 무알콜 맥주 대신 마시기 적합한 느낌입니다. 알콜이 OK일 때에 한해.
Te Mata – Estate Vineyards Chardonnay 2020 [★★]
: 뉴질랜드 Hawke’s Bay의 샤르도네입니다. 스크류캡. 알콜 13.5%.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십니다.
차갑게 칠링해서 마시니 뉴질랜드 샤르도네다운 장점이 드러납니다. 과일 향. 적당한 우아함. 무난한 스타일. 가볍게 마시기 참 좋은 샤르도네입니다. 적당한 무게감, 적당한 오크 향. 역시 믿고 마시는 호크스 베이 샤르도네.
Bichat - Cuvée Spéciale Brut [★★]
: 알콜 12%. 1898년 설립된 상파뉴 하우스, 비샤의 퀴베 스페셜 브뤼입니다. 리저브 상파뉴가 20% 들어가는 N/V 퀴베라고 하네요.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글라스를 준비.
개봉이 이상하게 힘들어서 코크스크류를 박아 땄는데 일반 상파뉴 마개와 다르게 아래쪽이 상당히 깁니다. 개봉에 코크스크류를 쓰는 걸 추천하네요.
세찬 버블. 맛이 제법 가볍습니다. 세파쥬 정보 없이 마시기 시작했는데, 뫼니에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산도가 높지 않고요. 견과류 같은 마이야르 느낌이 있는 편. 쓴맛이 있는 편이지만, 마시기 별 부담이 없습니다.
여러 모로 평범한 상파뉴. 여름에 마시기 좋습니다.
Golden Gobi The Mongolian Premium Beer [☆]
: 오래간만에 마시는 골든 고비. 알콜 5.1%의 평범한 라거입니다. 평범성이 이 맥주의 특징인 것 같은데요. 더우니까 어쨌든 마실 만 합니다.
Domaine Vincent Legou – Vosne-Romanée 2021 [★★★☆]
: 도멘 뱅상 르구는 뉘-생-조르주에 위치한 도멘으로 DRC에서 일하다 자신의 도멘을 차렸습니다. 그의 플래그십(...)인 코뮈날급 본 로마네 2021을 마셔봅니다.
알콜 13%. 보관 온도가 높을 때 누주가 된 이력이 있는 와인인데, 끓은 후에도 율러지가 높은 게 애초에 좀 오버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옆에 있는 다른 와인들은 다 멀쩡한데 유독 끓어오르는 와인 중 하나였는데, 병입 때부터 와인을 애초에 율러지 높게 가득 담아놔서 그런 경우로 보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9도입니다.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사용. 글라스에 담아 향을 맡으니 섹시한 향입니다. 본 로마네의 와인을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역시나 본 로마네는 본 로마네. 처음에는 좀 노즈가 닫혀있고 내성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넣어보면 딸기향이 확 느껴집니다. 굳이 보면 딸기잼 향에 가깝고요. 이내 꽃 같은 향이 따라옵니다. 미네랄리티 같은 게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진하고, 치밀함과 응축감이 있습니다. 약간의 탄닌이 있지만 일정 이상 녹아있고, 오크에서 기인한 향이 좀 있습니다. 고답적이지 않고 마시기 편한 스타일입니다.
2021년은 좋은 빈티지가 아니었고, 이 와인은 충분히 잘 보존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결과 모든 면에서 조금씩 아쉬운 와인이긴 한데, 그래도 본 로마네는 본 로마네여서 그런지 특유의 화려함과 품위를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코트 드 뉘 코뮈날급 마실 때마다 느끼는건데 대체로 애매한 포지션이긴 합니다. 코뮌 특유의 개성은 있지만 사견으로는 딱히 레지오날보다 그렇게 맛있지도 않으면서 가격은 현저히 비싸고, 그렇다고 크뤼급처럼 복합적이고 개성이 선명하지도 않거든요. 맛있냐 맛없냐로 물으면야 당연히 맛있습니다만, 이것도 최고의 와인 코뮌 본 로마네라 가격이 어느 정도 이상은 되는 와인입니다.
그래도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서 차츰 포텐셜이 피어납니다. 와인이 살짝 대미지를 입었을 때의 느낌은 개봉하자마자가 선명한 편이고, 점점 희미해지는데요. 이것도 그렇습니다.
열린 후에는 본 로마네답게 꽃다발을 입에 머금는 것 같은 화려함이 있습니다. 바닐라와 같은 달콤함과 딸기향도 있고요. 본 로마네다운 장점은 충분히 느끼게 해 주는 한 병입니다.
Delamotte Rosé [★★★★☆]
: 델라모뜨는 가장 오래된 상파뉴 하우스 중 하나로, 현재는 Laurent-Perrier(로랑 페리에) 휘하의 상파뉴 브랜드 중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고가의 상파뉴인 Salon(살롱)과 자매격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실질적으로 살롱과 같은 생산자들이 만들기도 하고, 살롱을 생산하지 않는 밀레짐의 포도를 델라모뜨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델라모뜨 로제는 두 가지 포도를 한 번에 압착하는 방식인 Saignée(사니에)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세파쥬는 공홈 기준 Pinot Noir 12%, Chardonnay 88%. 비공식 분류체계가 되었습니다만, 그랑 크뤼 포도를 사용합니다. (Chardonnay : Le Mesnil-sur-Oger, Avize, Oger / Pinot Noir : Ambonnay, Bouzy and Tours-sur-Marne)
알콜 12%. 당도는 Brut입니다. 쇼트즈비젤 비냐 상파뉴 글라스를 사용. 쉽게 개봉되었고, 개봉 즉시 느껴지는 향이 좋습니다. 거품이 풍성하고 강렬합니다.
입에 닿자마자 명료한 장미 향이 느껴집니다. 상파뉴로는 꽤나 명백하게 로제와인같다는 인상인데요. 와인 자체의 규모도 크고 체급이 높아서 가볍게 마실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인상부터 최근에 마셔본 모든 것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어메이징한데, 기본적으로 상파뉴는 ‘잘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지 포도 자체의 품질이 부르고뉴 레벨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상파뉴는 그랑 크뤼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체급이 아예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건 ‘잘 양조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포도 자체가 수준이 달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복합성이 코트도르 크뤼 레벨은 아닌데, 기본 체급이 많이 높습니다. 풍미는 마이야르가 많이 진행되어있고, 견과류 향과 효모 향이 나고, 쓴 맛이 있고, 감칠맛이 꽤 있습니다. 노트 자체가 특별하다거나 아주 많이 맛있다거나 하진 않고요. 어떤 절묘함을 일정 레벨 이상으로 가진 것도 아닙니다. 괜찮은 로제 스틸와인 마실 때 곧잘 느껴지는 덤덤한 매력은 있고요. 미네랄리티가 매우 강합니다.
상파뉴 글라스로는 답이 안 나올 타잎이라 첫 잔 이후부터는 쇼트즈비젤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이걸로도 규모가 다 안 담깁니다. 꽤나 거대하고 심원한 세계관을 가진 와인.
N/V치고는 가격대가 좀 있는 상파뉴고, 그 돈값을 합니다. (자매격인 살롱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평범한 가격입니다만.) 굉장히 도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압도적인 유형의 상파뉴. 로제와인 특유의 매력을 많이, 강하게 가진 바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맛있냐 맛없냐를 따져서는 이 상파뉴의 가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더구나 상파뉴다운 가벼움과 발랄함도 이 로제 상파뉴에는 없습니다. 비범한 고급감과 규모, 그에 어울리는 도도함 같은 게 이 상파뉴의 특징입니다. 누구나 마셔도 맛있다고 느낄 만한 타잎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Batch 11 향미주국 [★★]
: 배치 11을 2병 사뒀었는데 1병 남은 게 있어서 마십니다. 다완이라기엔 작은, 큰 찻잔을 사용.
한영석 청명주는 산도가 좋은 편이라 냉장을 해줄 경우 생약주 치고는 보존성이 괜찮은 편입니다. 그래서 이것도 병입 후 1년 9개월쯤 지난 생주입니다만, 여전히 괜찮습니다. 청명주 특유의 달콤함이 있고,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씁쓸함과 숙성에서 진화한 듯한 복합성이 있습니다. 과일 향은 처음보다 줄어든 것 같은데, 아직 괜찮지만 일찍 마시는 쪽이 더 좋은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잘 마셨습니다.
Pounamu Special Selection Sauvignon Blanc 2022 [★☆]
: 뉴질랜드 Marlborough의 유명 리즈너블 소비뇽 블랑, 푸나무입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 잘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스크류캡. 알콜 12.5%. 가브리엘 골드로 마십니다. 유쾌한 아로마. 입에 넣으니 시트러스 느낌이 있고, 병숙성이 제법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콤하긴 꽤 새콤한데 맛의 새콤함에 비해 산의 총량이 많은 느낌은 아니고, 미네랄리티가 강하지 않아서 장기숙성이 되는 타잎의 와인은 아닌 것 같아요.
딱히 복합성이 있다거나 번득임이 있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부담없이 맛있습니다. 생각 없이 마시기 좋은 화이트와인. 여름에 어울립니다.
St. Bernardus – Tripel [★★]
: 오래간만에 마시는 생 베르나르(세인트 버나두스)입니다. 알콜 8%의 트리펠이고요. 330ml 병을 전용잔에 마십니다.
풍미가 근사합니다. 아주 멋진 애비 에일. 병숙성도 잘 되어서 참 근사합니다. 쓴맛이 꽤 있긴 하지만, 향이 좋고 맛있어서 어지간한 와인보다 낫네요. 역시나 생 베르나르는 최고의 맥주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West+Wilder Sparkling White Wine [★]
: 오래간만에 마시는 캔 와인. 알콜 12.5%. 이산화탄소를 혼합한 미국 스파클링 와인이고, 품종은 Sauvignon Blanc, Chenin Blanc, Albarino, Gruner Veltliner, Riesling입니다. 캔째 그냥 마시는 대신 크리슨 PRE06을 사용.
별 맛은 없고 담백합니다. 이 캔이 생산된 지 좀 되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용기가 캔이라 풍미를 잃은 면도 있어보입니다.
Domaine Guy & Yvan DufouleuR – Bourgogne Hautes-Côtes de Nuits “16éme Génération” Blanc 2021 [★★☆]
: 도멘 기 에 이방 뒤플레르(Domaine Guy & Yvan Dufouleur)는 뉘-생-조르주 코뮌을 기반으로 1596년부터 이어져오는 가족경영 도멘이라고 합니다. 도멘의 이름인 Guy는 13대손, Yvan은 그의 아들로 14대손이라고 하네요.
이 “16éme Génération”이라는 네임이 붙은 오-코트 드 뉘 퀴베는 Chaux, Meuilley, Concoeur 코뮌에서 생산된 포도를 사용했고, 스테인리스 발효 샤르도네라고 합니다. 포도나무의 펑균 수령은 30년. 각각의 코뮌 위치가 생소하실 텐데, Chaux(쇼)는 Nuits-Saint-Georges(뉘-생-조르주) 서쪽의 언덕 위에 위치해있고 Meuilley(뫼이예)는 Chaux(쇼) 서쪽의 계곡 및 서쪽으로 이어지는 구릉 쪽입니다. 그리고 Concoeur(콩케허)는 Vosne-Romanée(본-로마네)의 서쪽 언덕 위쪽입니다.
알콜 13%. 시도니오스 레스떼뜨로 마십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네요.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Falstaff에서 91점을 준 적이 있네요.
일단 느껴지는 건 순수한 샤르도네 향. 스테인리스 발효 특유의 아로마입니다. 입에 넣으면 살짝 열대스러운 과일 향이 있고, 강하지 않지만 흥미로운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복합미가 있습니다. 오크를 사용하지 않은 퀴베인데도 오크를 사용한 것 같은 풍미가 다소 있네요.
나는 오-코트 드 뉘와 오-코트 드 본을 좋아합니다. 부르고뉴는 레지오날도 충분히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마실 때마다 좋다고 느끼는 게 오-코트 드 뉘와 오-코트 드 본입니다.
코트 도르의 클리마 등급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크뤼가 남북으로 이어지는 지대가 있습니다. 쭉 이어지는 언덕의 중간 사면에 해당하는데, 그 중에도 가운데쪽이 그랑 크뤼고 그 그랑 크뤼의 위쪽과 아래쪽으로 프르미에 크뤼가 감싸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프르미에 크뤼 바깥으로 코뮈날(빌라쥬)급 클리마가 있지요.
그리고 코뮈날급보다 더 아래쪽 저지대와 더 위쪽 고지대에 레지오날급 밭들이 있는데요. 이 레지오날급 밭들 중 언덕 고지대와 아예 언덕 넘어 서쪽 골짜기 밑 구릉지대에 펼쳐진 밭들이 오-코트 드 뉘입니다.
크뤼급 밭들이 언덕 중앙쪽에 있는 건, 그쪽이 토양성분이 복잡하고 햇빛도 잘 받고 기후가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대조적으로 언덕 위쪽이나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토양성분이 단순하고, 기후도 덜 적당하지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오-코트 드 뉘나 오-코트 드 본이 맛없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지구온난화는 오-코트 드 뉘나 오-코트 드 본에 웃어주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너무 고지대라 추워서 포도가 잘 안 익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잘 익는단 말이지요. 그리고 주관적으로는 굳이 크뤼급 밭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오-코트 드 뉘나 오-코트 드 본의 토양도 그리 단순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오-코트 드 뉘나 오-코트 드 본에도 골짜기쪽에 위치한 밭들이 있는데, 그쪽 밭들은 토양성분이 레지오날 치고는 좀 복잡할 수 있습니다. 실제 마셔보다보면 그리 단순한 풍미도 아니고요.
특별한 번득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부르고뉴 블랑 및 논오크 샤르도네에 기대할만한 걸 제대로 충족해주는 바틀입니다.
아리랑브루어리 – 벚꽃엔딩 맥주 [☆]
: 라즈베리 농축액이 섞인 이 맥주를 지난 봄에 이어 여름에도 마십니다. 도수가 3%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음료수 대신 마시기 좋습니다.
Jaume Serra - Castell Llord Cava Brut Traditional Method [★☆]
1) 더듬어만진당 최고존엄(?)이시며 디스토피아 트루 헤븐조선 총통(?)이시며 손가락빛의혁명군 최고사령관이신 1등 인민들의 위대한 령도자, 백만 개딸의 어버이, 망치를 든 남자, 방탄노년단의 리더, 폭동덕 호걸들의 수호귀, 파기환송 한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자, 칼로도, 법으로도, 펜으로도, 굶주림으로도 죽일 수 없는 ‘존재 자체가 죽음’. 190석의 권능을 가진 존재, 운명을 찢는 주동인물, 친애하는 지도자 리재명 두령께서 즉위하시고 이제 1/3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을 장마 속에서, 나는 헤븐조선이 돌아왔다는 걸 깊이 실감합니다. 익숙한 그 향기입니다. 천룡은 천룡답고 가붕개는 가붕개다운 나라.
2) 역시나 두령님 정권이 출범하고 기다렸다는 듯 만진당과 함께 폭주하는 좌파짓은 답이 없는 수준입니다. 대표적으로 노란봉투법이라거나 포스코 이앤씨 공사전면중단사태, 금감원 엎어버리기 같은 것 말이지요. 덤으로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다시 급등시킬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이복현을 보면서 정말 최악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넘어서는 금감원장이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민생지원금이라고 돈을 뿌리면 뭐합니까. 민생경제 근간이 무너지는데.
또한 검찰이 무너지고, 사법도 무너지는 중입니다. 사실 그들은 숨기지도 않습니다. 언제나 독재를 추구하지요. 선거는 하지만 언제나 만진당계가 당선되는 그런 나라가 그들이 꿈꾸는 나라입니다.
이런 게 지상락원 헤븐조선의 참맛입니다. 만진당이 집권한다는 건 이런 겁니다.
3) 이 나라의 진정한 자유민주정체는 주돈군이 계엄을 저지르는 그 날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진정한 자유 시민들은 그 날 그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걸 지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사할 방법 따위는 없으니 팔을 내줄지 목을 내줄지를 골라야 했던 것입니다.
상황을 망친 건 세기의 로맨티스트, 주돈군입니다. 그러니까 주돈군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처벌은 가혹해야 합니다. 만진당과 리재명 두령에게 정권을 떠넘겨준 건 주돈군입니다. 계엄을 터뜨린 그 시점에 그렇게 되는 게 필연이었습니다.
3권 분립을 망가뜨리고 연성 독재(Soft Dictatorship)를 강행하는 만진당의 행태는 굳이 계엄이 필요하지 않기에 하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3권 분립은 이미 망가졌고, 자유민주정을 보호하는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지요. 그러나 자유민주정을 지지한다면 주돈군을 심판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그나마 더 나은 민주정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이 지상락원에 서식하는 진정한 자유 시민의 처지입니다.
자유민주정은 이미 붕괴하였고 이젠 ‘지킬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복원은 모르겠습니다. 그건 미래의 일이고,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계엄을 막고 내란수괴를 감옥에 가뒀으니 민주정 자체는 지켰습니다. 그렇지만 지킨 건 반쪽짜리입니다. 팔 하나 정도는 잘린 거나 다름없다고 봐야 합니다.
4) 이렇게 장애를 안게 되었습니다만, 어쨌든 헤븐조선 국민들은 헤븐조선을 지키고 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 나라를 떠나더라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리재명 두령이 헤븐조선의 정당한 지도자라는 것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 현실적으로 헤븐조선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리재명 두령과 만진당 정권이 잘못하면 비판을 해야 합니다만, 잘못하기를 바라거나 조롱만 하면서 우리에게 적대적인 쪽을 응원하는 것은 심하게 잘못된 행위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극우세력은 우리나라보다는 트럼프의 미국에 더 친밀감을 가지고, 트럼프와 공화당을 응원하는 것 같은 모습까지 보이곤 합니다. 그것들이 제정신이 아니게 된 건 오랜 일입니다만, 정신줄 놓고 행동하는 꼴이 과히 추잡합니다.
5) 만진당 구성원들과 그 광신도들의 문제 또한 극심합니다. 올바름과 합리성을 추구할 수 없게 된지 오래인 것은 물론이고, 권력을 최우선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여기는 극단주의적 모순이 있습니다.
그들은 온갖 잘못을 숨쉬듯 저지르면서도 스스로 잘못했다는 인지를 하지 않습니다. 메타인지, 그러니까 자기객관화가 심각하게 부족한데 더해 자아도취가 비정상적인 레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모순은 아직까지는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주돈군은 계엄을 저질렀지만, 리재명 두령은 상황이 불리해지더라도 계엄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만진당의 아이덴티티에 반(反)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근거없는 믿음. 그리고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여기는 망상은 그들에게서 언제고 권력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언젠가 그들 또한 연성 독재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독재의 길로 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그들 스스로 내란의힘보다는 낫다고 믿고 있는 만큼, 아직은 그들의 집권이 지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6) 지난 추석에 이준석과 김재섭은 만진당의 모 의원과 민속놀이(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이벤트를 기획했었습니다. 그러나 만진당의 모 의원은 극단주의적인 만진당 광신도들의 타박에 밀려 이벤트에 불참하게 되었지요.
이 사건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민주정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드러내주는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만진당이 보기에 내란의힘은 빨리 해산시켜야 할 반역 집단이요, 이준석은 감히 Chopstick을 언급한 대역죄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진당 구성원과 광신도의 세계관에서 살아남아도 좋은 정당은 만진당과 위성정당 뿐입니다. 사실 그 세계관에서는 만진당도 수박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미 세계관이 완전한 독재를 지향하고 있고,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
만일 향후 내란의힘의 후신이 계엄을 공개적으로 반성하더라도 그들은 일본에게 요구하듯 지속적인 사과와 반성, 보상을 요구하면서 야당을 제대로 된 정당취급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요.
일단은 나라의 생존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내란의힘에게 무슨 할말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정치보다 통치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국익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것을 홍보할 수 있다면 야권에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