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년 겨울 게시판 & 방명록

게시판 & 방명록 2024. 2. 20. 11:37 Posted by 해양장미

 2023년도 어느덧 다 흘러가 연말이 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디스토피아같은 한해였다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끝났고, 우리들은 약 40개월만에 다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살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코로나가 끝나서 행복해!' 와는 거리가 좀 멉니다.

 

 다만 많은 것들이 일단락될 조짐은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올해 연말은 2020년대 들어 가장 뜨거울 거고, 

 

 새해가 되면 모두가 복을 많이 받기를 기원하게 될 것입니다.

 

 겨울입니다.

 

 

(2024.02.20 끌어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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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혼돈

정치/정치(短) 2024. 2. 18. 15:57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Z5nM1mjDLvM?si=2WUD5GUVg7yQz1EX

 

 

 정치판 돌아가는 게 혼돈이네요.

 


 그 중심에는 근래 잘 보이지 않는 리재명 두목이 있습니다. 원래 민주당이 무난하게 대승할 판이었는데, 리재명 두목이 목에 칼을 맞고 헬기런을 하면서부터 배배 꼬였어요.

 국힘의 상태는 기본적으로 매우 나쁘지만, 지지층의 분열은 한동훈으로 통합되는 분위기. 이 정도면 공천제외 4년 전 미통당 이상의 전력은 나옵니다. 공천문제가 꽤 심했던 게 4년전이라 이번에 그보다 더 심하지 않으면 예상되는 전력은 미통당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데요.

 

 민주당계 전력이 4년 전보다 많이 약합니다. 목에 칼맞고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적을 보여준 리재명 두목의 존재, 표를 나눠먹을 수 있는 개혁신당과 조국신당의 존재. 상왕과 두목의 갈등 표출 등등. 개혁신당은 어떻게 정리될지는 몰라도 이대로 가면 민주당 표를 더 잠식할 확률이 있습니다.

  4년 전 글로리 K-180은 양당 지지율의 절대적인 차이로 인해 일어난 게 아니라, 격전지에서 거의 모두 민주당이 이기면서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우파 지지층의 심리는 빨리 한동훈을 차기대통령으로 띄워서 전하를 견제하고 내부적 정권교체를 이룬다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측되는 심리는 그러합니다.

자유대한민국 찬가

정치 2024. 2. 14. 02:07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Tf0Qg2lUZ3I?si=uSWFKrcynWMIOOPa

 

 

 

 

0) 본문의 대등표제는 Homage of Homage to Catalonia입니다.

 

 

 

1) 이준석에게 분개하는 이준석 지지자들의 가장 큰 문제라면 그들이 일종의 정체성 정치를 원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준석은 처음부터 정체성 정치를 지양해왔어요. 활동력은 트페미보다 낮은데 (돈도 트페미보다 안 되고) 시끄럽기는 트페미보다 더 시끄러운 지지자들은 그런 이준석의 이미지를 정체성 정치가처럼 흐리는 문제가 있었지요.

 

 정체성 정치는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의 또 다른 표현형입니다. 올바른 자유민주정은 보편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K-페미니즘을 타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K-페미니즘과 정면으로 맞서 사이다처럼 짜릿하게 상대를 무너뜨리는 걸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은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정치가가 아닙니다. 사회운동과 올바른 정치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고, 극단주의는 운동처럼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닐 겁니다.

 

 민주정에서는 5149정도의 투표결과로 51%의 지지를 얻어낸 쪽이 승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럴 때 승자가 패자를 다독이고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자유민주정입니다. 그러니까 K-페미니즘을 정치가 포용한 시점에서 그것은 망국적이고 대단히 잘못된 극단주의임이 명백합니다만, 그것과 맞서는 극단주의가 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의 옛 지지자들조차 현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는 정체성 정치를 지양하는 이준석이 극단주의적인 지지자들을 품고 다독이면서 희망을 주고 있던 형국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극단주의자들이 극단주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지난 몇 년 동안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만일 홍준표가 경선에서 이겼거나, 전하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인물이었거나, 아니면 이준석의 성격이 조금 둥글둥글했다면 작금의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더 이상 이준석은 극단주의자를 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2) 자유주의자 이준석이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할 때, 허니의 새누리당은 그렇게까지 우익 색깔이 진하지 않았습니다. 당 색깔을 무려 레드로 바꾼 것도 그 때고, 중국과 가까워지려 노력하기도 했고, 비례대표에는 이자스민이 있었지요. 허니의 새누리당은 최저임금도 많이 올렸었습니다. 애초에 이준석도 봉사활동인 배나사 활동을 하다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국민의힘계가 색깔이 변하게 된 건 허니 탄핵 이후입니다. 수령님-트럼프 시대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급격하게 극우화됩니다.

 

 그에 국민의힘 대표가 되었던 이준석은 당의 극우색채를 빼려 시도했었습니다. 수준이하 정치낭인들이 권력에 끼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당원 숫자를 늘려 극단성을 희석하려 했었지요.

 

 그런데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실제 그 결과는 천아용인이 도전했던 전당대회 때 드러납니다. 그 때 이준석의 당원색깔 희석 전략은 실패한 게 드러났어요. 희석은 커녕 당원들 마인드가 평균적으로 더 극단화된 건 아닐까 싶은 결과였지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준석은 처음부터 자유주의자였고, 정체성 정치를 지양하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색은 오히려 극단화되었고, 이미 당원들은 전하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이준석에게 거부감과 혐오감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이준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됩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방향은 일단 물러나서 상황이 변하는 걸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젊은 이준석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정치는 생물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거고, 이준석이 쌓은 명성과 공은 언젠가는 그에게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의 단점이라면 불확실성이 높다는 데 있었지요.

 

 이준석은 다른 한 가지 길을 골랐습니다. 본래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던 이준석이 어쩌다 가지게 된, 보수의 적장자 타이틀을 버리고 보다 어울리는 자유주의자로의 이미지를 세우는 것. 그래서 본래 언젠가는 획득해야 했던 지지층에게 적극적인 어필을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이준석은 대통령이 되려면 언젠가는 리버럴한테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자유주의자인 이준석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지요. 어느 루트로 가건 그 결론은 같았습니다. 이준석이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그 방법밖에 없어요.

 

 

 

 

3) 작금의 K-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대미지를 가했습니다. 이 상황은 필연적인 반발과 그로 인한 파멸적 상황을 초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모범 답안은 간단합니다. 갈등을 줄이고 파멸을 회피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은 헤겔 식으로 보자면 정ㆍ반ㆍ합의 과정을 거치게 되겠지요.

 

 이 문제에서 K-페미니즘은 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소위 안티 페미니스트들과 이준석 전 지지층은 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 전 지지층이 이준석도 이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준석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러니까 이준석은 을 도출하는 정치인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정체성 정치와 올바른 자유주의 정치가 구분되는 것입니다. 정체성 정치는 또는 위치에 섭니다. 그러나 올바르고 훌륭한 정치인은 을 만들어내는 위치에 서야 합니다.

 

 만약 이준석이 의 위치에 설 인물이었다면 나는 처음부터 그를 지지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보기에 이준석은 정치철학의 깊이가 깊어보이지는 않으나, 적어도 무엇이 올바른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트럼피즘과 알트라이트를 필두로, 세계 정치판에서 품격과 배포가 있던 소위 보수정치는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란 본래 정치철학이 아니고 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전통적 미덕을 지키고 있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게 사라졌습니다. 조금 더 명백하게 이야기하자면 우파가 소멸위기에 있는 겁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설명해왔는데, 본래 우파란 프랑스 혁명 시기의 지롱드 파에서 유래한 어휘입니다. 공화파지만 루이16세를 죽이지는 말자고 주장했던 온건파가 우파였습니다. 그 때 루이16세를 죽인 자들이 좌파의 유래입니다. 그러니까 본래 온건파와 급진파를 나누는 어휘였습니다. 그러한 온건함은 보수성과도 닿아있는 면이 있다 보니 보수우파라는 어휘가 생겨나 퍼졌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극우라는 어휘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어휘는 마르크스가 만들었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 자본주의는 마르크스가 창조/제안한 철학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현실 시장경제와 관념적인 자본주의는 일치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과 유사하게, ‘극우라는 단어는 마르크시스트들이 창조한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우파와 거의 유사성이 없습니다. 극우는 오히려 마르크시스트들과 유사합니다. 극우를 극단적으로 오른쪽(우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극단주의적인데 좌파(우리같은 마르크시스트)는 아니니까 너네는 이름짓자면 극우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현 시대는 마르크시스트들이 거의 사멸한 시대니까, 득세하는 극단주의라 하면 거의 극우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름 때문인지 우파를 자신들과 흡사하다고 생각하고, 보수우파를 잠식하는 면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본래 우파의 특징인 온건함이 완전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우파의 어원인 지롱드보다는 좌파의 어원인 자코뱅과 훨씬 가까운 부류입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날리면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민주당 리버럴들이 현대에는 지롱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현재 개혁신당이 그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이준석 전 지지층은 이준석이 변절했다고 여길지 몰라도, 이준석 본인은 변절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나 또한 그러합니다. 이준석은 본래 정체성 정치도, 극단주의도 지양하는 정치인이었으니까요.

 

 

 

 

 

 

5)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극우파의 배경에는 극우화된 교회가 있습니다. 극우화된 교회는 성소수자 문제를 필두로 각종 선동을 거듭하면서 청년남성들을 극우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회가 국민의힘의 배경으로 존재하고, 자금과 사람을 공급하는 이상 국민의힘은 페미니즘을 걷어낼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의 오해와는 달리,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배경에는 운동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교회 세력도 그 배경에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악명높았던 YWCA부터 교회 계열 조직이고, 마찬가지로 악명높은 이화여대도 미션스쿨입니다.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김활란은 K-페미니즘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생물인데, 이승만과 박정희의 지지자를 넘어 군사정변 이후 미국에 박정희 정권을 변호하러 방문까지 했던 인물이며 한국 YWCA의 설립자이자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었습니다.

 

 이준석과 천아용인의 물갈이 시도가 실패하고, 말종 해돈성왕 전하가 여성가족부 폐지의 공약을 엎고 잼버리 문제에서까지 여성가족부의 책임을 면피하는 방향으로 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K-페미니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는 애진작에 접는 게 속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극우 선동의 일례를 들어보자면, 지난 연말에 임신은 여성만 가능 답했더니 오답 처리고교 시험 논란이라는 기사가 올라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하여 나는 당시 사건이 이상하다고 여겨 간단히 조사를 했었는데요. 일단 국내 기사를 링크할거고요.

 

임신은 여성만 가능답했더니 오답 처리고교 시험 논란

 

 위 기사의 미국 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Seattle high schooler marked incorrect on quiz for saying only women can get pregnant: report

 

 

 관련하여 설명을 좀 하자면, 문제가 되었던 failed the true-false quiz의 타이틀은 “Understanding Gender vs. Sex”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Gender vs. Sex가 뜻하는 것은 GenderSex의 불일치, 그러니까 DSM-5에서 Gender dysphoria, ICD-11에서 Gender incongruence라고 부르는 증상입니다. 통칭으로 이야기하면 Transgender에 대한 이야기에요.

 

 Gender dysphoria/incongruence에 대한 의학적 연구는 근래 많이 발전하였고, 과거의 현실에 대한 몰이해 및 넘겨짚기에 비해 현실을 더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에 대해서는 관련 주류 의학계의 연구 및 진척이 있고, 진보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시애틀에서는 그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양 수업같은 그 수업에서 한 학생이 배운 내용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당 학생은 집안부터 공화당 지지층으로 보이는데, 그의 어머니가 폭스 뉴스 계열에 속한 KTTHThe Jason Rantz Show Sunday에 나가 이야기를 해서 이 보도가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KTTH의 소유주는 Bonneville International인데, 이 회사는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통칭 몰몬교회의 소유입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국내에는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고,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원래 선동은 쉬운 법이지요.

 

 

 

 

 

 

6) 이번 합당 과정에서 나의 예측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내가 현 시점에서 예측하자면, 아마 낮지 않은 확률로 이준석 대표는 신당이 잘 풀릴 경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양산에 가서 위대한 동지께 숙이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리 되면 아마 위대한 동지께서는 천하를 얻은 표정을 짓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날이 올 때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분이 줄어들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예측을 하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정치질의 신은 이길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이준석 대표가 위대한 동지께 숙이고, 악수를 하고 같은 편이 되더라도 계속 지지합니다. 그가 탈당한다고 했을 때부터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갑진년 새해, 나는 개혁신당을 지지합니다.

정치 2024. 2. 9. 23:12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TR7Vojd_otA?si=frn6iU0dOp8QPa6D

 

 

 

 

 

 

 

0)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합당 소식 듣고 일단 제 감상은 ????? 였습니다.

 

 합당 자체에 ?????가 아니고요. 사람들이 분개하는 데 대해 ????? 였어요. 합당까지는 당연한 수순으로 봐서. 원래 해야하는 게 잘 안 되고 삐걱거리고 있어서 문제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나한테는 합당 수순이 당연하게 보였거든요. 원래 그런 역학적 구도였어요. 이걸 못 보신 분들은 아마도 정치를 잘 모르시거나, 합당이 너무나도 싫었거나, 초점이 지나치게 개혁신당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어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 쭉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원래 이준석이 전하한테 바이든 당한 이후 정계를 좀 떠나있는 게 좋다고 했어요. 너무 악에 받친 상태 아니냐고도 의심했고요. 신당도 만들지 말고 그냥 노원 나가서 죽는 게 낫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기어코 나오겠다면서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의 영입까지 있을거라고 운을 띄우더라고요. 나는 원래 그 대상이 리락연 동지라 봤어요, 그런데 영 삐걱대는 거 보면서 세부조율이 잘 안되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유승민이 안 오기로 한 것도 애초에 12월에 그리 결정했다고 봤고요. 괜히 12월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겠지요.

 

 

 

 

 

 

 

2) 천아용인의 실패를 나는 전당대회때 인정하고 받아들였었습니다. 이준석은 노원에서도 당선확률이 높다 할 수 없고, 천아용인 뭉쳐봐야 그걸로는 어림도 없고, 새 당원을 모아 국힘을 개혁하자는 이준석의 계획은 그 시점에 근본적으로 실패한 것이었지요.

 

 이후 이준석은 신당을 만드는 방향으로 갔는데, ‘이 바뀐 천아용인과 이준석만으로 뭘 하겠어요. 원래 안 되는 거였어요. 선명한 아이덴티티 자강정당 해봐야 정치 동아리 수준으로 끝납니다. 물주도 없지. 비빌 지역도 없지. 다만 이해관계가 맞는 이들이 있었지요.

 

 

 나는 이준석이 참기를 바랐어요.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꼭 참아야만 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를 응원하기로 했지요. 이준석이 참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 이 상황은 필연에 가까워요.

 

 처음부터 이준석이 전진할 수 있는 길은 정해져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었을 거라 보네요. 유승민, 김용태 등이 그렇게 떨어져 나갔겠고. 일종의 밀실합의같은 형태의 합당이 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당 합치고 깨지는 과정 한두번 봐온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준석은 전하나 기미소견에 대해 인내하는 것보다는 리락연 동지나 금태섭에 대해 인내하는 게 나은 입장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결론에 대해 그의 빌드업이 없었다고 보지 않아요. 그가 이것저것 암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 상황에 대한 예측을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3) 이 과정은 이준석이 언젠가 대통령이 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이준석이 김종인의 후계자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고, 김종인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준석을 설득하지 않았나 싶고, 이준석도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준석은 청년남성의 대표를 자처한 적도 없고, 안티 페미니즘의 선봉에 선 적도 없습니다. 그저 청년남성들이 이준석을 호민관으로 간주하였고,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이준석을 선봉장으로 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극우화되었거나 극우화 위험이 높은 이 집단과 실제의 이준석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고, 이준석은 지지자의 이미지에 오염될 위험이 언제든 있었으며 실제로도 그런 식의 문제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준석은 보편성과 새로운 지지층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준석은 정체성 정치나 순수성을 지향하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고, 본래 그럴 리스크가 낮았습니다. 나는 그렇기에 이준석을 지지하였고 오늘 그 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이준석에게 내심 유감스럽게 생각했던 한 부분, 보수의 적장자를 강조하던 그 모습도 오늘로 해결되었습니다. 그건 언젠가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버리고 싶지 않았던 타이틀이었을 겁니다.

 

 

 

 

 

 

 

4) 이제 이준석은 통합된 개혁신당 내에서 싸워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준석을 응원하던 사람들 중 얼마나 합당의 충격과 실망을 이겨내고 계속 이준석을 지지해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감상은 이렇게까지 충격받고 실망할 일인가?’ 입니다만, 관측되는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다만 나는 본래 이준석을 지지했다면, 계속 이준석을 지지하는 게 최선일 거라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예측했던 나의 제안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래 이준석을 지지하지 않았으나 통합 개혁신당을 지지하게 된 분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주장을 들어주시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이준석을 손에 넣었으니 어쩌면 리락연 동지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될 경우 해돈성왕 전하와는 달리 이준석을 계속 곁에 두고,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나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리락연 해돈성왕 리재명 순으로 지지하였었는데, 이제와서 딱히 다시 한 번 리락연을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락연 동지가 이준석과 함께하고 이준석의 고언에 귀를 기울이는 이상, 나는 리락연 동지를 정치적 동지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리락연 동지 외 합당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5) 그래서 이렇게 합당해서 총선 결과가 좋을 것 같을지를 보자면, 사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완전한 실패 확률은 크게 줄었습니다. 합당 이전의 개혁신당은 잘못하면 바로 공중분해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확률까지는 좀 낮아졌어요.

 

 사실 작금의 목표를 거창하게 잡을 것도 없습니다. 그저 해돈성왕 전하나 리재명 두목처럼 정치하지는 말자정도로 정해도 됩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을 거 아닙니까.

 

 나는 나의 정치적 철학이 있고, 우리 정치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준석은 그러한 나의 챔피언(代戰士)인 것입니다. 그가 비합리적이거나 나의 정치적 철학에 반한 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정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나는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가 승부를 선택한 이상 나는 그를 지지해야 합니다. 승부를 선택했을 때 지지하지 않고, 어려울 때 지지하지 않는다면 지지자라 할 수 없겠지요. 좀처럼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만, 그럴 수도 있지요.

 

 

 그는 설 연휴의 첫날에 승부를 걸었고, 그 방식은 효율적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개혁신당이 아예 언급이 잘 안 되고 있었거든요. 전하의 화려한 어그로 실력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따라가기 힘들기도 했고요. 이준석은 승부에 나섰다면 그냥 무너지는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 이 사건으로 인해 이준석은 잘풀릴 경우 대통령의 꿈에 한발짝 정도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네요.

 

 별개로 청년남성의 극우화는 더 가속화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오세훈의 서울수복 시점부터 몇 년 정도 이준석이 좋은 억제기 역할을 해줘왔는데요. 홍준표가 경선에서 지고 전하가 실망스럽게 굴면서 결국 이준석이 청년남성의 극우화를 억제할 수 없다고 봤고, 언젠가는 이준석과 알트라이트스러운 그의 지지층이 분열하면서 극우세력의 준동이 시작될거라 봤는데 지금이 그 때인가 봅니다.

 

 

 과거 사람들이 극우세력의 준동을 두려워한 나머지 대중들에게는 극우 하면 증오와 혐오를 앞세우는 자들 정도의 이미지가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 극우화되는 사람들은 의외로 겁이 많고 순수한 경향이 있습니다. 겁이 많으니까 결국 잔혹한 언행을 하기 쉬운 건데요. 평범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세상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어떠한 순수성을 추구하고 열광할 때 정치적 극단화가 일어납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어휘로 이 현상을 잘 정리했지요.

 

 

 작금의 합당에 대한 강한 실망에서 나는 강한 열망과 순수성의 추구를 봅니다. 그들이 지금껏 받아온 차별과 겪어온 실망을 모르지 않기에 여러 모로 유감입니다.

 

 

 

 

 

 

 

7) 혹시 모르셨을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개혁은 원래 민주당계 당 네이밍이에요. 부두노인의 통칭 개혁당, 정식 명칭 개혁국민정당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고요. 본래 민주당계 정치인들이 좌파색이 강한 진보와 스스로를 구분해 칭하던 명칭이 개혁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리락연 동지의 개혁미래당이라는 이름도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미래는 미래통합당이 그랬듯 본래 국민의힘계 당 네이밍이거든요. 당명들 자체가 이 상황을 미리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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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 감상 (update, semi-final)

운동 2024. 2. 9. 18:09 Posted by 해양장미

 본 식물은 시간 빈곤층이므로 아마 전 경기를 볼 수는 없겠지만, 시청한 경기는 감상문을 올리겠습니다.

 

 

 

조별리그

 

 

 

브금

 

https://youtu.be/oz0-2-Sr_jY?si=zUzi9ZyZKsL816x1

 

 

대한민국 VS 바레인

 

: 나는 현재의 대표팀이 역대 축구대표팀 중 최강이라 생각합니다. 베스트 주전멤버들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뎊스를 고려할 때는 그래도 2002년 대표팀이 더 낫다는 생각은 합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은 스타일이 변했고, 묘한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동경하던 스타일에 본래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합쳐지면서 현재의 스타일이 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의 스타일을 쉽게 표현하자면 브라질 축구를 닮았는데, 본래의 공격적인 칼치오 같은 모습도 곧잘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브라질같은 축구를 동경했는데,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결국 유사한 팀컬러를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브라질 선수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스타일에 덜 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고, 대신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봅니다.

 

 바레인은 시작부터 칼을 바짝 갈고 나온 모습이었고, 체력을 아낌없이 소진하면서 준비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바레인 같은 중근동 팀이 그렇게 나오면 최근의 우리 스타일 상 상성문제가 생깁니다. 우리가 불리한 상성이란 말이지요.

 

 중근동이나 북아프리카 선수들은 순간적인 동작이 무척 빠릅니다. 순간적인 근력과 유연성이 좋은 건지, 순간동작만 보면 세계적으로 빨라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인종적으로 그런 게 느립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선수들은 브라질처럼 적극적으로 기술적인 승부를 걸고, 수비를 하는 방식도 부드럽고 느슨해진 면이 있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순간동작이 무척 빠르고 근력이 강한 편이라 그런 스타일로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만, 우리 선수들은 우리보다 순간동작이 빠른 상대를 만났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우리가 처음 바레인을 만났을 때 겪은 어려움의 주된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그 공략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중근동 및 북아프리카 선수들의 폭발적인 근력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작은 동작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던 어린 시절의 메시도 스태미너만큼은 별로 좋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순간동작도 빠르고 체력도 좋은 선수는 젊을 때의 박지성 같은 사기성 캐릭터 몇 명밖에 없어요. 게다가 바레인은 컨셉 자체가 초반에 작정하고 체력을 소모해서라도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설적인 경기였던 2011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풀경기로 보신 분이라면 그 경기도 초반 15분 정도는 맨유가 전혀 밀리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양 팀의 실력차는 거의 천지차이에 가까웠지만, 초반 15분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요. 맨유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체력을 쏟아부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맨유가 이기려면 그 15분 내에 선제골을 넣었어야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 이후 맨유가 겪은 일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경기에서 바레인이 초반 15분 정도 보인 모습도 그 때 맨유가 보인 방식과 유사합니다.

 

 다만 쉽게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가게 만든 건 주심입니다. 그 중국인 주심은 내가 지금껏 본 주심 중 실력이 제일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편파고 어쩌고를 떠나서 아예 보는 실력 자체가 수준 이하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어처구니없는 판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여러 모로 꼬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했고, 상대를 학습하고 공략법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의 역량과 재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좋은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슬슬 상대를 파악했다고 내가 판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골이 나왔습니다.

 

 후반 이후 실점을 했습니다만, 바레인 같은 타잎의 팀을 만날 때 실점을 전혀 안 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프타임에 쉬고 돌아온 바레인 선수들은 체력이 좀 돌아와서 잠깐이나마 그 빠름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거든요. 그럴 때 중요한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고, 정신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겁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이 좋아진 모습은 정신력에서 증명됩니다. 축구는 정신적인 요소가 크게 좌우하는 스포츠입니다. 과거에 우리 대표팀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정신력이 약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고 압박감을 심하게 받는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도 개선되었습니다. 강한 팀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농락하며 공포와 좌절을 안겨줘야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 대표팀에게서 그런 모습을 좀 볼 수 있어 매우 반갑습니다.

 

 

 결과는 완승이었고 몇 골 더 넣을 수도 있던 매치였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는 상대를 완벽하게 공략했고, 위협적인 장면을 다수 만들었습니다. 팀컬러의 변화를 깊이 실감할 수 있었지요.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상한 주심 때문에 옐로카드를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그나마 조별리그 첫 경기라 어떻게든 털고 가면 되긴 할 것입니다만, 우승하기에 뎊스가 좋지는 못한 팀으로 보여 단점을 잘 이겨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VS 말레이시아

 

 요르단전은 바빠서 못 봤지만 말레이시아전은 초반 5분 정도를 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요르단전을 못 봤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경기 양상이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주십시오.

 

 일단 바레인이 그러하였듯 말레이시아도 처음부터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필드에서 뛰고 있는 우리 멤버들과 그 상태를 보고 좀 의아했었습니다. 너무 베스트 멤버 내보내서 열심히 뛰고 있었거든요.

 

 요르단전 꼬여서 너무 독기 품고 나선거 아닌가 싶었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 축구 스타일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여유롭게 놀듯이, 조금 무성의해보일 정도로 시크하게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경기는 열심히 해서 꼬인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첫 골 근사하게 들어가고 클래스의 차이가 완벽하게 드러나는 경기였어요. 전반은. 말레이시아는 전반에 0슈팅이었고, 우리는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번 만들었지요.

 

 그런데 추가골이 왜 안들어갔느냐를 보자면 내 생각에는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래요. 잘하려고 하니까 템포가 살짝 오버 페이스가 되고,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체력과 유연성, 그리고 창조성이 살짝 부족해지는 겁니다. 골 못 넣고 슬럼프 겪던 공격수들이 한 골 넣으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잘하는 것도 심리적인 문제가 큽니다. 심적으로 위축되면 실제 신체적인 능력도 떨어져요.

 

 전반에 어떻게든 조규성이 한 골 넣었다면 경기 양상이 꽤 달랐을 겁니다. 그런데 못 넣었고, 그건 후반 드라마 (말레이시아가 주인공인) 의 주된 한 이유가 됩니다.

 

 전반 막판에 말레이시아는 체력을 거의 소모해서 발이 느려진 상태였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그런 말레이시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지요. 그런데 하프타임에 말레이시아는 조금 회복을 합니다. 그렇게 회복한 체력으로 후반이 시작된 후 우리에게 일격을 먹이지요. 말레이시아의 첫 슈팅이 첫 골이 되었습니다.

 

 주심이 첫 옐로 이후 판정기준이 완전히 바뀌어서 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실점의 원인이기는 했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기량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 골은 김민재와 조현우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넣은 말레이 선수가 잘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나온 말레이시아의 2번째 PK골은 우리 입장에서는 운이 없는 편이긴 했는데, 좀 더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된 볼란테를 한 명 기용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사기가 올랐고, 세컨드 하이 상태가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심적 여유를 잃은 것으로 보였고요.

 

 한편으로 기세가 오른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가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어서 내심 응원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경기 양상이 전형적으로 K리그에서 약팀이 강팀 잡는 그런 양상이었거든요. 말레이시아 축구 방식이 우리나라 K리그 팀과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특히나 내가 응원하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떠오르는 면이 많아서 내심 어느 정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김판곤 감독이 짜맞춘 것 같은 K-스타일 수비를 우리 선수들이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시간이 잠시 펼쳐졌습니다. 그대로 1:2로 경기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결국 잠시 후 어나더 클래스인 이강인이 이번에도 원더골을 넣었습니다.

 

 이후 경기 양상은 우리 선수들이 클래스가 높아도 너무 높다보니 전술 가위바위보에서 지고 상대 팀이 좋은 조직력으로 맞서도 제압하는 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멤버 개개인의 실력 평균은 우리나라가 이 대회에서 단연 최강입니다. 가위로 바위를 써는 것 같은 경기가 되어버렸고, 약간 운도 따라줘서 결국 추가시간에 PK로 재역전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후 놀라웠던 점은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투혼이었습니다. 이강인이 프리킥 골을 넣은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사기가 떨어졌고, 그에 세컨드 하이가 풀리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그러고 나면 발이 점점 멈추면서 동작이 둔해지게 됩니다. 무리한 대가가 11분 다르게 찾아오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추가시간에 PK로 우리가 앞서나가게 되자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고양되어 반격에 나섭니다. 그때부터는 진짜로 가을 인유 경기 보는 느낌이었어요. 불굴의 투지가 기량과 상관없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는 정말 여러 번 봐왔습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는 팀이 별로 없을 뿐인데요. 김판곤은 대체 뭘 한걸까요? 말레이시아 대표팀에서 왜 K-스피릿이 목격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동점골은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 만들어낸 골입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그런 투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사실 꼭 이겨야 했던 경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냥 말레이시아가 1골 더 넣고 조 2위로 우리가 진출하길 기원하고 있었어요. 그 편이 일정도 좋고, 16강에서 일본도 피하니까요.

 

 투지와 절실함의 차이가 결국 결과를 만들어낸 경기라 생각하고요. 조금 우려되는 점이라면 우리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너무 필사적인 각오로 임할 것 같다는 점이네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우리 선수들은 강하니까, 조금 더 여유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응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좀 더 믿고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공놀이는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16

 

 

 대한민국 VS 사우디아라비아

 

 처음 선발명단과 기본포진을 보고 이건 뭔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후 나의 감상은 다음과 같았지요. ‘누가 범인이지?’

 

 클린스만의 능동적인 선택으로 그런 선발과 포진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보이는 현상은 처참했고, 또한 익숙했어요. 경기를 보면서 물증은 없지만 클린스만 옆에 있는 누군가가 주범일거라는 심증이 점차 확연해졌고,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친구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만치니의 축구도 오래간만에 봤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백3로 나온 우리나라는 꽤나 고전을 하게 됩니다. 아마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하게 되다보니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가장 나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그 동안 만들어온 스타일과 강인함은 내다버리고 가장 나쁜 수를 꺼내들었어요.

 

 백3는 여러 스타일이 있긴 한데, 90년대부터 2002년까지 우리나라가 백3를 사용해도 괜찮았던 이유는 홍명보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홍명보는 리베로라 불리기 적합한 선수였고, 국가대표 센터백으로는 제한적인 수비력을 가졌지만 대신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에는 그런 선수가 없어요. 거기에 피보테나 레지스타라 할 만한 선수도 딱히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백3를 넣어버리면 공격 전개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윙백해줘 축구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 이후 풀백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거기에 상대는 만치니의 사우디이니 경기가 제대로 풀릴 수가 없었지요. 굉장히 수동적인 경기가 되어버렸고, 만치니 또한 그렇게까지 공격적인 감독이 아니다보니 스트라이킹보다는 그래플링에 가까운 경기양상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잠 오는 경기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내용상 전반 내내 우리는 사우디에게 끌려다녔는데, 포진을 그따위로 하고도 어느 정도 경기가 성립한 건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본 레벨이 높아서 그랬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비하는 방식 자체는 원래 하던 것과 차이가 없다보니 위화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척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했는데, 전반에 실점을 하지 않은 건 상대가 골대를 맞추는 행운이 있었던것에 더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클래스가 높아서였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전반의 그 이상한 모습은 클린스만이나 그 동안 전술적 선택에 있어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들의 선택이 아닐 겁니다. 요르단, 말레이시아전의 결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안이 채택된 재앙같은 결과였다고 추정합니다. 2010년대 겪었던 우리나라 축구의 암흑기로 되돌아간 것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그건.

 

 수동적으로 경기하면서 우리 선수들은 전반에 체력도 많이 소비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사우디 선수들의 체력이 더 빨리 방전되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사우디 선수들 체력이 기본적으로 그저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후반 들어서서도 선수 명단이 그대로인거 보고 뭥미 했는데, 그것에 대해 무언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불운한 실점이 있었습니다. 사우디가 득점한 건 내가 보기엔 운이었는데, 플레이 내용이 사우디 실력으로 했다고 보기엔 너무 훌륭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하면 세상에 막을 수 있는 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이후 우리 대표팀은 천천히 본래의 플레이를 회복합니다. 65분 쯤부터는 본래의 플레이가 되었다고 봅니다. 65분동안 정말 쓸데없는 체력소모와 실점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봐오던 강한 클린스만호로 돌아오는데는 실점 이후에도 20분 정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 문제에서 나는 클린스만 탓을 하지 않습니다. 상기하였듯 주범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증거가 없으니까 특정해서 말은 안 합니다만.

 

 한편으로 이 경기 주심은 EPL에서 가끔 보이는 터프가이 주심이었는데, 어지간해서는 카드를 주지 않고 잘 불지도 않습니다. 이런 주심 만나면 계속 싸우듯이 주심 눈 피해서 때리고 차고 걸고 해줘야 하는데요. 우리 선수들은 그런 플레이가 좀 심하게 안됐습니다. 그래서 안해도 되는 고전을 했어요. 몸싸움을 심하게 사리는 양상이 계속되었고, 그런 팀컬러를 만들게 된 주범은 역시나 클린스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상기한 주범 탓을 또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우리 대표팀은 조규성을 포함한 주전 멤버 투입하고, 잠그는 사우디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35분부터는 약 20분동안 끊임없는 맹공격을 펼쳤지요. 문제는 골 운이 정말 없더라고요.

 

 공은 둥글고, 적잖은 축구경기는 운으로 결과가 좌우됩니다. 실력있는 팀이 불운에 패배해서, 토너먼트 대회에서 일찍 집에 가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나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같은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는 운이 크게 좌우하는 대회 방식입니다.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불운 한 번에 짐을 싸야 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냥 집에 가기엔 우리 선수들은 강했습니다. 무수한 기회 끝에 결국 추가시간이 거의 다 흐른 시점에 조규성이 득점에 성공했고, ‘이것도 축구다였던 감상은 이게 축구지!’로 변화하였습니다. 축구가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소리를 듣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비를 계속 하다가 승리 직전에 일격을 당한 사우디는 연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거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지만, 우리 대표팀은 유감스럽게도 좋은 기회들을 바이든하였습니다. 득점자였던 조규성은 두어 번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 그런 것도 축구입니다.

 

 결국 우리는 사우디를 꺾지 못하고 경기를 무승부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아주 잘 찼고, 조현우 키퍼는 잘 막아서 8강에 진출하게 되었지요. 중압감을 이겨내고 첫 단추를 잘 꿴 손흥민과, 두 번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있는 슈팅에 성공했던 조규성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조현우야 인유 응원하면서 맞설 때마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지긋지긋한 상대였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키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쉽게 갈 경기를 어렵게 가긴 했지만, 16강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운명을 이겨낸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제 다음 경기는 2015년의 복수입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던 아픔을 제대로 갚아줄 기회가 왔습니다.

 

 

 

8

 

 

대한민국 VS 오스트레일리아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 했던가요. 2015년 결승의 아픔을 설욕할 기회가 있습니다. 남반구 독립대륙이면서 오세아니아도 아닌 아시아에 꼽사리 끼어 있는 사커루를 두들겨패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여 복수의 달콤함을 즐길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호주는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우리는 강해졌고요.

 

 선발 명단까지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경기를 시작한 후 관측되었지요. 선수들이 얼어 있더라고요? 뭐지? 싶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우리 선수들보다 느린 선수들이거든요. 바레인이나 사우디는 정신나간 스피드를 가진 팀이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순간동작으로 제치고 플레이하기가 힘든 상대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탑스피드는 모자라도 가속도는 빠른 선수들이라 마찬가지로 순간동작으로 제치기는 힘들었고요. 그런데 호주는 오래간만에 만난 정상적으로 느린팀이었어요.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면 본래 우리 클린스만호 스타일대로 1:1 계속 치면 됩니다. 그럼 우리 선수들이 개인기와 순간속도에서 우월하니까 상대가 대응을 못하거든요. 그런데 선수들이 얼어붙어 있고, 뭘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체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선수 선발 명단 문제도 아니었고요. 이 문제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관측되더라고요. ‘전술이 걸려있다였어요.

 

 클린스만은 전술 안 겁니다. 그리고 나는 사우디전에서도 65분까지 문제를 꼬아놓은 인물이 있다고 심정적으로는 확신하고 있었어요. 이 문제에 대해 나는 프랑크푸르트의 저주라는 가칭을 붙이겠습니다. 문제의 주범에게 악의 같은 건 전혀 없겠지만, 그에 대한민국 축구 암흑기가 재림하는 것 같은 경기가 되었습니다.

 

 전술을 건다는 건 기본적으로는 선수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선수들은 행동에 제약을 받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판단이 느려지고 행동이 굳습니다. 클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훈련으로 천천히 체화시켜 나가면서 개선할 수가 있는데요. 소집기간이 대표팀 같은 데서는 이래라저래라 하여 선수들 행동을 굼뜨게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리스키한 행위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해요. 특히 대회 중에는.

 

 그래서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경직된 상태로 움직였는데, 아마 선수를 안 보고 포진과 전술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호주전 전반이 기존 경기들보다 잘 조직된 양상의 경기로 보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축구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더구나 쉰 기간도 다르고 연장혈투까지 치른 상태라 우리 선수들은 체력이 부족했습니다.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경기 초반에 득점을 해서 리드하는 방식이 좋았지요. 선수들 클래스 차이로 보면 두 티어 정도는 아래인 팀을 상대로 처음부터 긴장하고 굳어서 나와가지고는 슈틸리케 시절마냥 답답한 플레이 하는데 암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좋은 득점으로 보였던 건 오프사이드였고, - VAR가 아니었다면 동일선상으로 보고 득점인정을 했을 확률이 높았던 득점 장면이었습니다. - 그 비공식 슈팅이 대단히 한심한 전반전의 유일한 슈팅이었습니다. 얼음땡 언제 풀리나 하면서 봤던 전반 내내 우리 선수들은 굳어있었고,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대를 두려워하면서 매치를 할 정도의 팀이었던가요? 독일도 이기고 포르투갈도 이긴 팀 아닙니까. 지난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었던 사우디도 누르고 올라왔고요. 그런데 왜 예전보다 약해진 호주를 상대로 긴장하고 움츠러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주는 강력했고, 결국 도마 위에서 날뛰는 생선의 가시에 찔려 부상을 입는 것 같은 실점을 허용해 버렸지요.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어찌나 강력했는지 후반 들어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클린스만은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해주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미 걸린 저주를 클린스만이 풀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교체선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다음 들여보낼 수 있을 뿐이지요.

 

 결국 클린스만은 조규성을 빼고 이재성을 넣는 꽤나 모험적인 수를 꺼내듭니다. 높이 승부를 포기하고, 상대를 더 흔드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봐야 하는데요. 이후의 홍현석, 양현준 투입도 동일한 방향이었습니다.

 

 주도권을 잃은 상태로 싸우는 호주는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역동성이 있는 교체 멤버들과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같은 돌격대원들이 점차 끊임없이 상대를 흔들게 되었지요. 정말로 마음이 급해지자 우리 선수들은 걸린 저주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막판에 우리나라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했는데, 일정 상 체력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투혼을 불사른 손흥민의 돌파가 결국 추가시간 마지막에 PK를 만들어냅니다. 이어 황희찬이 그 상황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웅이 되었지요.

 

 연장전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공격적인 멤버를 갖춘 우리에 비해, 호주는 잠가서 승부를 마무리하기 위해 수비적인 멤버들로 교체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기가 올라가 있었고, 저주도 풀려 있었지요. 호주 선수들이 가졌던 체력에서의 우위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 호주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후 손흥민은 그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프리킥 골로 2015년의 복수를 이루어냅니다. 경기 내내 호주 선수들은 손흥민에게 슈팅각을 거의 내주지 않았지만, 프리킥만큼은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직후 호주 선수 하나가 심각한 파울을 범해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완벽하게 기울게 되었고, 우리가 추가득점 기회를 유감스레 바이든하면서 그대로 2:18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란 본래 달콤한 법인데, 드라마틱한 역전승으로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하여 더더욱 달콤한 경기결과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경기에서 클린스만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게 되었습니다만, 동시에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강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 경기도 저주가 기승을 부리겠지요. 그러나 나는 클린스만이 결승의 약속을 지켜줄 거라 믿습니다.

 

 요르단과는 진지하게 재승부를 봐야겠지요. 누가 위인지 확실하게 정해야 합니다.

 

 

 

 

4

 

 

대한민국 VS 요르단

 

 축구를 하다 보면 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 때도 할건 하고 져야 합니다. 자기 플레이를 못 하고 지는 건 최악이지요. 그 면에서 볼 때 이 경기는 최악의 패배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결국 팀을 갉아먹고 패배하게 만들었어요.

 

 이 대회가 시작하기 이전, 우리 선수들은 꽤나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본래 기술과 축구 지능이 좋은 선수들이고,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지요. 첫 경기 바레인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못 본 조별리그 요르단전 이후 저주가 관측되기 시작합니다. 자유롭게 풀려있던 선수들을 누군가 조이기 시작한 것 같아 보였단 말이지요. 다만 이때까지는 그래도 스타일이 바뀐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저주의 시작은 16강부터였지요.

 

 말레이시아전은 여러 모로 불운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비겼고, 하필 우리 축협이 매우 싫어할 김판곤한테 당한 것이었거든요. 그것이 저주를 촉발시켰다고 생각하고요.

 

 일단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축구에서 어떤 전술을 필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 및 계획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현실적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훈련 시간이 짧고 피로가 누적되는 대표팀의 전술은 각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짜여져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감독이 전술적 고집을 부린다거나 해서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클럽팀과 대표팀은 다른 조건입니다. 그리고 클럽팀에서도 전술적 고집을 부리는 감독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성과를 얻다가도 감독이 앞서나가다가 팀을 말아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사상 최고의 전술가인 펲 과르디올라만 해도 이상한 전술을 고집하다가 바르셀로나 11-12시즌엔 전력대비 영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사퇴하거나,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명장병에 걸려 중요한 경기들을 말아먹는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표팀이 조직력을 갖추는 게 어려운 조건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팀 에이스들은 유럽에서 뛰고 있는데, 유럽은 우리나라에서 멀어도 너무 멉니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이 선수들은 K리그 경험도 아예 없거나 별로 없습니다. 과거에는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도 어지간해서는 K리그식 축구를 적용해서 발을 맞추기가 쉬웠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유럽 팀들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서 유리합니다. 대표팀 소집 시 이동거리가 짧은 건 물론이고, 자국 리그에 속했거나 거쳐간 선수도 많은 편이고, 주요 멤버들이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뛰는 이상, 유럽에서 먼 우리나라는 페널티를 안고 뛰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스만 부임 후 우리 대표팀이 찾았던 길은 상기하였듯 브라질 같은 축구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 대표팀이 쌓아온 모든 것들의 결과였다는 게 나의 판단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만, 속칭 티키타카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건 선수 발굴 및 육성 과정에서 각각의 포지셔닝과 주변 선수들의 파악 능력, 볼의 퍼스트 터치부터 탈압박까지의 움직임 같은 게 체화되어있어야 합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선수 발굴과 육성은 그런 식으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표팀 레벨에서 티키타카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팀은 거의 없습니다. 그건 네덜란드나 벨기에도 못합니다.

 

 

 대신 우리 선수들은 볼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을 때의 기술이 좋습니다. 드리블을 하고 양발을 이용해 슈팅이나 패스를 하는 능력이 뛰어나단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런 플레이가 되려면 그에 어울리는 정신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기를 즐기려는 태도, 상대를 승부로 이기려는 의욕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적당히 풀어지고 유연한 분위기, 야성적인 공격성 같은 것 말이지요.

 

 아시안컵 시작 시점의 문제라면 수비적인 조직력이 나빴다는 건데, 이건 어느 정도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근래에는 좀 약해진 개념이지만 과거에는 남미식(브라질식) 공격축구 vs 유럽식(이탈리아식) 수비축구의 대결 같은 표현도 쓰고 그랬는데요. 선수들이 풀린 상태로 있으면 팀 전반의 수비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조직적으로 진열을 유지하고 압박의 강도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인데요. 관련하여 대회 시작 이전 우리 팀의 문제해결 방식은 상대를 위압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 분위기 자체를 우리 경기로 만들게 되면 비록 우리 수비가 충분히 조직적이지 못하더라도 상대 팀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게 됩니다. 설령 실점하더라도 우리가 만회하면 됩니다. 일단 이 상태로 우리는 이 대회에 임했어요.

 

 그런데 조별리그에서 좀 꼬였지요. 문제가 꼬이게 된 건 첫 경기였던 바레인전부터입니다. 경기는 잘 이겼지만 그 때 주심이 이상해서 옐로를 너무 많이 받는 바람에 꽤나 골치아픈 상황이 됐거든요. 이후 김판곤의 말레이시아전에서 막판에 동점골까지 허용하면서 팀 분위기가 꽤나 다운됩니다. 그리고 본래의(대회 시작 시점의) 팀컬러를 잃어버립니다. 내가 프랑크푸르트의 저주라 부르는 게 등장하게 되지요.

 

 선수들은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게 되면 그 지시를 수행하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그리고 그 지시 수행을 하느라 본래의 기량에 디버프가 생깁니다. 디버프는 다른 요인과 복합될 수 있는데, 팀의 분위기라거나 긴장감, 피로도 같은 게 복합적인 영향을 줍니다. 전술 지시가 복잡할수록, 지시가 엄격할수록, 지시된 내용을 수행하기 어려울수록 디버프의 정도는 강해집니다. 그 현상이 명백할 때 나는 그것을 저주라 부릅니다.

 

 그리고 요르단전에서 펼쳐진 저주는 심각했습니다. 원래는 우리 선수들 기량이 요르단 선수들보다 3티어정도는 높은데요. 이 경기에서는 요르단 선수들이 훨씬 더 잘해 보였어요. 요르단 선수들은 버프를 받고 필드에 섰고, 우리 선수들은 강력한 저주가 걸린 채로 필드에 섰습니다. 그 결과 요르단 선수들의 경기 내 기량이 우리 선수들보다 상위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발생했어요.

 

 감독과 코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을 최고의 상태로 경기에 내보내는 겁니다. 이건 어떤 종목이건 마찬가지에요.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종종 현실에서는 선수들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걸어 경기에 내보내는 인물이 생깁니다. 경기를 볼 때는 선수를 봐야 합니다. (흔히 전술로 포장되곤 하는) 컨셉을 보면 안 됩니다. 팀 스포츠에서는 선수들 각각의 플레이가 종합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건, 클린스만은 저주를 걸지 않아요. 본래 없던 저주입니다.

 

 요르단전에서 이길 기회가 없었느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전반 30분부터 전반이 끝날 때까지, 우리 팀은 저주가 풀려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뛰다 보니까 저주를 잊어버리고 점점 본래의 플레이를 했거든요. 이 때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넣지 못했어요.

 

 

 그리고 하프타임 때 저주가 리필되었고, 요르단은 다시 한 번 버프를 받고 들어왔습니다. 하필 우리 팀에는 김민재가 없었고,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한 골 실점한 이후에는 선수들이 저주에 점점 잡아먹히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기존 경기들과 다른 점이라면 일단 요르단이 잠그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우디나 호주는 잠그는 선택을 해서 우리 선수들이 점차 저주를 풀어내고 본래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요. 요르단은 치명적인 역습을 추가로 가하는 방식으로 우리 선수들의 저주를 깊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연속 연장전으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우리 대표팀의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자체가 좀 안 풀리는 경기였어요.

 

 

 결국 우리팀은 요르단에게 유효슈팅 하나조차 바이든하지 못한 채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영 좋지 못한 경기였어요. 그런데 끌려가는 게임에서 기본전력 자체가 우월한데도 슈팅 자체를 제대로 바이든조차 못했다는 건 전술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멘탈 문제에요. 끌려가는 시점에서 슈팅을 하라는 전술지시를 한다 한들 선수들은 수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것조차 지시이기 때문입니다. 전술 지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아직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누가 위인지 보여줘라. 마음껏 상대를 뽀개버려라라고 하는 쪽이 그나마 슈팅이 더 나오는 게 축구입니다. 그러나 저주는 강력했고, 클린스만은 이번에는 저주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클린스만 경질론이 강한 상황인데요.

 

 저는 카잔의 기적을 일으킨 신태용을 내치는 데 일조한 FC 코리아를 영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그렇게 신태용을 내치고도, 16강에 보낸 벤투도 내친 나라입니다. 그런데 아시안컵 4강에 올린 클린스만도 내쳐요? 위약금이 얼마인데요? 그렇게 위약금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참 좋은 감독 선임할 수 있겠습니다. 독이 든 성배도 아니고 독이 든 종이컵쯤 될텐데, 누가 그걸 받아들고 싶을까요? 누가 FC 코리아의 무책임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FC 코리아는 누군가가 백마탄 초인처럼 등장해 거액을 써서 무리뉴라도 데려오길 바라는 걸까요? 그런데 아마 무리뉴가 와도 빌드업 축구는 안 할 겁니다.

 

(02/0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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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

 

https://youtu.be/8LWcTT__1CI?si=V42VEC_vOXLf27DD

 

 

 

 

 

 

 

 

1) 201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출산율 급락의 원인을 나는 크게 셋으로 꼽습니다. 물론 이 셋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것들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만 문제를 인지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분리하여 정리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페미니즘 넓은 의미의 페미니즘

 둘째. 대한민국의 서울민국화

 셋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이번 본문에서 주로 다룰 것은 셋째입니다.

 

 

 

 

 

2) 출산율 문제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시기는 허니 시기라는 겁니다. 혼인율의 급감은 메갈리아의 등장과 시기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는데, 명백한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악물고 현실을 부정하는 걸 보고있자면 이 디스토피아가 끝나려면 멀었겠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어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킨 또 하나의 사건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필두로 한 허니 정권부터의 노동/임금 정책입니다.

 

 

 위대한 수령동지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이 워낙 강렬했고, 그 당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무척 강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것을 계속 반대하면서 외로운 논쟁을 거듭했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허니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이 대중적으로는 크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허니 정권도 최저임금을 상당히 많이 올렸습니다. 임기 내 연간 최저임금이 올라간 평균 %로 치면 허니 정권이나 수령동지 정권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오히려 허니 정권이 더 많이 올랐어요.

 

 

 그런데 출산율이 완전히 망가지기 이전 시기를 놓고보면 최저임금 인상율과 출산율 사이에는 꽤나 흥미로운 비례관계가 있습니다. DJ, 노짱 시기에는 최저임금이 매우 많이 올라간 편이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졌고요. 2MB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고 최저임금이 별로 안 올라갔습니다. 그 때는 출산율이 반등했어요. 그러다가 허니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서 급락하게 되고, 비교적 근래인 수령동지 정권부터는 모두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3)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최저임금을 받아서는 생계유지가 안됐습니다.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용돈벌이 정도의 의미에 가까웠고, 진짜 생계를 유지하려면 그보다 더 주는 일자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일자리에 따라, 그리고 숙련의 정도와 경력에 따른 임금 차이가 지금보다 컸습니다. 물가대비 현재의 최저임금만큼 벌려면 숙련되고 경력을 쌓거나, 아니면 애초에 돈을 더 주는 직종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이 더 좋은 면도 있습니다만, 예전의 그 낮은 최저임금은 여자들에게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촉진했고, 각 지역의 인구가 유지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돈을 더 많이 주는 일자리에 기꺼이 지원하고, 조건이 나쁘더라도 일을 합니다. 그리고 같은 직장 내에 있어도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많은 돈을 가져가려 하지요. 이는 페미니스트들이 이악물고 무시하는 남녀임금격차의 주된 요인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젊은 여자들은 아무 일자리라도 취업만 하게 되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젊은 여자들의 상경을 부추겼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맨 위에 출산율 급락의 두 번째 이유로 꼽은 대한민국의 서울민국화에 연계됩니다.

 

 

 0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젊은 여성들이 공장에서 제조업에 종사했고, 공장 내부 숙소를 이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면 그래도 돈을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줬고, 내부 숙소를 이용해 생활하면서 절약하면 돈도 모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공장 일자리는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보다 몸이 편한 일을 해도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많은 청년 여성들이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른 최저임금은 서울에서는 잘 지켜졌지만 지방에서는 잘 지켜지기 어려웠습니다.

 

 

 

 

 

 

 4) 상경해서 독립성을 확보한 여성들은 과거의 여성들과는 달리 결혼을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당장 쓸 돈이 있고, 자유롭고, 어차피 남자 만나기는 쉽고, 거기에 페미니즘까지 대유행하면서 그 정신적 전염병에 집단 감염되는 상황이 펼쳐졌지요.

 

 젊은 여자들끼리 어울려다니기에 서울은 최고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00년대 초반. 어쩌면 그로부터 더 이전부터 여성들은 문화적 소비자라는 점에서 남성보다 현격한 얼리어답터가 되었는데, 서울은 그러기에 최고의 도시입니다.

 

 

 그렇게 상경해 독립한 여성들은 눈높이가 하늘까지 달하게 됩니다. 그 조건을 충족시켜줄 남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요. 젊은 여성들이 누리고 있는 아주 많은 것들을, 그녀들은 결혼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결혼을 한다면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문화적 소비가 많고, 사치스러워지기 쉽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여자들의 편인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식사량은 적지만 과자, , 아이스크림, 커피 등에 더 많은 돈을 소비합니다. 화장품은 말할 것도 없고 의복류 전반에 대한 소비도 남자들보다 현저히 많습니다. 도서도 남자들보다 조금 더 구매합니다. 콘서트 감상 등에도 돈을 더 씁니다. 여자들이 돈을 더 벌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경제성장이 눈에 보입니다. 허니와 수령님 정권의 선택은 어리석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시적인 경제성적이 좋아지거든요.

 

 

 그러나 여자들은 서울에서 소비하고 남자들은 지방에서 돈 벌어 모은 후 결혼하는 게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반사회적 페미니즘이라도 대유행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그런 여자들도 세련되고 좋다고 모시고 살려는 남자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만, 여자들 전반이 메갈리아와 워마드에 동조하는 모습과 혜화역 시위, 안희정을 필두로 한 어처구니없는 성인지감수성깃든 판결들, 곰탕집 사건, 김자연 사건 등을 보면서 다수의 청년남성들은 여자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한국 여자는.

 

 

 전체 혼인건수는 급락하는데 국제결혼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계속 증가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상황은 명백한데 많은 사람들이 이악물고 현실을 외면하면서 아몰랑을 시전 중이니 이 디스토피아가 개선될 일이 없는 것입니다.

 

 

 

 

 

 

 

5) 젊은 남자들이 K-강제징용으로 군대에 끌려가거나 강제노역(사회복무요원)을 할 때, 여자들은 젊음과 자유, 법률적이고 제도적인 권력, 그리고 젊은 여성이 가지는 자연적이고도 문화적인 권력을 누립니다.

 

 현재 이것은 단순한 차별로 볼 수 있는 레벨에 있지 않습니다. 확연한 계급의 차이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들이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없습니다. 디스토피아가 깊어지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본문의 관점에서 젊은 여성이 누리는 자유와 권력은 남성과의 격차를 만듭니다. 남자가 군대 때문에 소비하는 시간동안 여자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병역에 수반되는 각종 소모 신체적, 정신적, 시간적 를 더하면 더더욱 그렇게 됩니다.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은 이 격차를 크게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는 고소득을 올리는 성매도와 (거의 모든 성매도자들은 젊은 여성입니다.) 각종 일자리 특혜 등을 더하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기회는 더더욱 많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해오길 원하고, 더 많은 재산을 가졌기를 바라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를 바라는데 그러니까 출산율이 급락추세를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 객관적인 조사로 나와있는 내용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들은 황금만능주의 성향이 강하고 온갖 혜택을 받으면서도 사회에 대한 감사함 같은 건 거의 느끼지 않습니다. 어린 세월부터 과도한 편애를 받으면서 자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페미니즘에 뇌가 감염되어서 그렇다고 잠정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롯된 다수 청년여성의 상경이 이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청년 여성이 상경하여 독립성과 자유를 얻은 비율이 동 연령대 남성은 K-강제징용 피해자로 살고 있거나 그 후유증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일 때 늘어나는 건 복잡한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냅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리를 잘 짓고, 서로간의 생각을 강하게 공유합니다. 여자들끼리 있을 때 여자들은 엉뚱한 결론으로 치닫는 경우가 곧잘 있는데, 서로간에 노골적인 반박을 피하는 경향이 남자보다 훨씬 강하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제외한 사물이라거나 세상의 원리 등에 대해 호기심이 남자보다 낮아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더 감정적이기도 하고요.

 

서울특별시의 여성 가구주 증가 그래프입니다

 

 주변에 가족이 없고, 가족의 간섭을 피하고 싶은 나이에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페미니즘에 감염되는 상황이 일어난단 말이지요. 그리고 주변에 기댈 가족이라거나 어릴 때부터 형성해온 주변 사회 등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에 의존하게 됩니다. 부모 밑에서 살 땐 모르지만, 집 나가 혼자 살면 모든 게 돈이 됩니다. 특히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런 공간입니다.

 

 

 

 

 

6) 유감스럽게도 이 상황에 대한 무난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내릴 수도 없고 전통 사회를 복원할 수도 없어요. 근원적 문화를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단시간에 변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애초에 내가 광의의 페미니즘이라 규정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으로 탄생한 게 아니고, 1세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거라 우리만 예외적이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광의의 페미니즘은 현대 1세계 문화와 제도의 근원에 침투하였고, 출산율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임금을 무턱대고 올리면 좋지 않다고 나는 정말 여러 번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오늘날은 절대다수가 만든 오늘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배경에는 복합적인 압력이 있었고, 그런 판단이 나오게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압력과 이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참 많습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재발을 억제해야 합니다.

 

 

디스토피아 2023을 흘려보내며

정치 2024. 1. 9. 23:3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2023년에 30주년을 맞이한 (주관적으로) 가이낙스 최고의 작품 BGM입니다. 참고로 30주년 기념 리메이크 패키지는 올해 나온다고 합니다.

 

https://youtu.be/-qokwxr0HKQ?si=nu0pWHZC_7IISZoi

 

 

 

 

 

 

 

1) 2024년이 되었습니다. 본문은 본래 2023년 말에 올렸어야 했는데, 근래 본 식물의 시간이 너무나도 빈곤하여 제 때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견으로는 별 다른 변수가 없었던 2023년입니다. 2024년은 다이나믹하게 출발 중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몇 가지 예상과 어긋난 부분들을 정리하자면.

 

 첫째. 리재명 두목이 그럭저럭 무사합니다. 2024년 들어 칼을 맞긴 했지만.

첫째에 더해. 수령께서 리재명 두목 편을 들고 있고, 리락연 동지는 붕 떠버렸습니다.

 둘째. 이준석이 기어이 탈당해서 신당을 차렸습니다.

 셋째. 우크라이나가 기대보다 못 싸웠습니다.

 넷째. 하마스의 기습 침략으로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터졌습니다.

넷째에 더해. 미국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했습니다.

 다섯째. 미국이 우방에 대한 호혜적 태도를 더 이상 딱히 유지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중국이 페미니즘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2) 그 외에는 거의 예상대로입니다. 용궁은 파멸적인 폭주를 계속했고, 경제의 저공비행은 계속되고 있으며, AI는 발전을 계속했고, 디스토피아는 끝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코로나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들 마스크를 내던지고 놀러 나갔습니다. 물론 출산율은 더 떨어졌습니다.

 

 참으로 우스운 것은 사람들이 출산율의 반전을 기대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 디스토피아에서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디스토피아의 종식이 없으면 출산율도 반전되지 않습니다.

 

 

 

 

 

 

3) 국민의힘 비대위는 냄새는 김한길향인데, 포장은 한동훈입니다. 물론 김한길이나 한동훈이나 말종 전하나 별 차이는 없고요. 묻지마 국힘 지지자들은 한동훈이 무슨 거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던데, 검사하다가 전하 측근이라 낙하산으로 장관 달았고, 그러고도 리재명 두목 잡아넣지도 못하는 무능한 인물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 인식이 아닐까 싶어요.

 

 국민의힘쪽이 진짜로 큰일난 건 현재 한동훈 외에는 다른 대선지지율 높은 인물이 없다는 겁니다. 홍준표도 오세훈도 원희룡도 지지율이 높지 않아요. 저 셋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용궁과 여당이 조금이라도 정상이라면 절대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령님 시절의 민주당에는 대선 도전할 만한 인물이 많았습니다. 디스토피아의 역사를 서술할 때 반드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한 때 차기 대통령 자리를 예약했던 것 같은 안희정. 그리고 천국에서는 교사의 꿈을 이루셨을지 모를 시장님. 수십만 수호대를 이끌며 세상의 온갖 진리를 꿰뚫던 ‘Onion of Southriver’ 조국, 왕을 죽이고, 쿼터가디스도 죽이고, 새로운 왕을 만들기까지 한 ‘Slayer, and Mother’ 추미애, 그리고 리락연 동지와 리재명 두목까지.

 

 그랬던 그들의 몰락은 참으로 디스토피아스러웠으나, 그래도 그들에게는 추락할 높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것조차 없지요. 한동훈? 2020년 리락연 포스의 1/4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

 

 

 

 

 

 

 

 

 

 

4) 2023년은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쇠락하고 지연되는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감기처럼, 부상의 지독한 후유증 기간처럼 그렇게. 그리고 그런 기간 내내 우리 말종 전하는 분탕만 쳤지요.

 

 

 위대한 수령동지를 보면서 나는 동지께 어떤 깊은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수없이 의심했습니다. 고의트롤러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확률적으로, 나는 수령께서 대한민국에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수령께는 어떤 이상이 있을 것인데, 그 이상에 대한민국은 잘 맞지 않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그래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선택을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게 나의 추측입니다.

 

 

 대조적으로 나는 해돈성왕 말종 전하께는 그런 악의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전하는 순수하게 탐욕스럽고 철딱서니 없는 부류에 가깝습니다. 아마 많은 순간 전하는 오늘 저녁에 마실 술이라거나 미인 아내와 해외여행(순방을 가장한) 갈 생각을 하고 있을 거고, 귀찮은 건 대체로 갑질과 권력으로 넘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전하는 군주정 시대 암군의 전형인데, 어쩌다보니 대통령제인 대한민국에도 그런 권력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물론 역사가 알려주듯 얼른 폐위하는 게 답입니다.

 

 

 

 

 

 

 5) 어느 새 흔해진 AI그림은 2022년 늦가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상반기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타난 가장 단적인 변화는 수많은 일러레들이 활동을 하지 않거나 사라진 것 같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큰 불안을 느끼게 된 것 같거든요. AI 그림의 발전은 현대 기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2020년대 들어 나는 인류가 본격적인 기술적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세상은 디스토피아스러워졌고, 온갖 문제들을 기존의 방식 및 체제로는 푸는 게 불가능해져서 매우 카오틱한 세계가 펼쳐졌다는 기분입니다.

 

 

 이는 마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를 맞이한 것과 유사합니다. 기존의 면역 체계로는 해결이 잘 안 되는 증상이 생긴 것이지요. 나는 정치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부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고, 기존 툴들이 잘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6) 새해 들어 일어난 리재명 두목에 대한 피습과, 그 이후 리재명측과 민주당이 보인 대응은 단언컨대 이곳이 디스토피아구나 싶습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들을 볼 때 아마 이 사건의 배경에서 극우 유튜브를 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매스미디어는 퇴색하였고, 그에 시민들은 최소한의 연대를 잃고 파편화되었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정치 극단주의는 주로 시간 부유층에게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시간 빌게이츠, 시간 머스크, 시간 워런버핏들은 대체로 금전적으로는 부유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무직, 노인, 주부가 대체로 시간이 부유하지요.

 

 우리나라의 시간 빌게이츠들은 보통 나름대로는 배울 만큼 배웠거나 한 때 잘 나갔던 적이 있다거나, 아니면 꿈이라도 높거나 합니다. 정치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은 정치사회적인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라 봐야 할 거고요.

 

 

 극단주의적인 정치 유튜버들은 시간 빌게이츠들의 결핍된 부분에 도파민을 과도할 정도로 잘 채워줄 것입니다. 그 결과 시간 빌게이츠들은 망상 체계를 습득할 뿐이지만, 모든 종교적 인간들은 자신이 올바른 진실을 알고 있다고믿습니다.

 

 2010년대 이후의 디스토피아의 핵심 구성 요소는 광의의 페미니즘과 공동체 의식의 붕괴, 그리고 정치의 컬트화입니다. 이 셋은 서로 완전히 분리할 수 없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리재명 두목이 살아 남아서 다행입니다. 피습 시 공격이 리재명 두목의 셔츠 카라 밑으로 들어가서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후 헬기타고 서울대병원까지 바이든한 리재명 두목측과 민주당의 대응 및 거짓 변명은 극혐입니다만.

 

 

 

 

 

 

 

7) 나는 국민의힘에서 탈당했고 개혁신당에 가입했습니다. 개혁신당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으나, 이준석 대표가 바이든당한 이후 국민의힘 당원으로 남아있던 기간은 불명예스러웠습니다. 천아인의 패배 이후에는 그 당에 아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적을 유지했던 건 이준석 대표가 당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에 옥석이 가려집니다. 나는 천하람과 허은아, 그리고 이기인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천아인과 대조되는 인물도 있지요. 하태경이야 원래 좀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런가보다 하는데 나는 하태경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 , 언급해주기도 싫은 인물도 있고, 유승민은 이번에도 유승민 하고 있네요. 유승민이 그토록 유승민스럽지 않았다면 이미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정치적 커리어를 쌓고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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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 주류 감상문

식이 2023. 12. 15. 01:52 Posted by 해양장미

2023년 여름

 

 

 

 

구스아일랜드 IPA [-]

 

: 제대로 좀 마셔보고 싶어서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에 마셔봤는데, 엄청나게 씁니다. 5.9%의 알콜도 꽤 강하게 느껴지네요. 캔째 마시면 쓴맛이 다이렉트로 안 느껴지는데, 플루트 글라스를 써서 제대로 마시면 쓴맛이 앞서네요.

 

 구스아일랜드 IPAIBU55라고 합니다. 필스너 우르켈보다 IBU가 높습니다. (IBU가 높을수록 씁니다.) 홒을 충분히 우려내서 향은 괜찮은데 정말 쓰네요. 이건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마셔야 나에게는 마시기 편할 것 같습니다.

 

 

 

 

 

 

금계당 바랑 [★★]

 

: 금계당은 안동의 농업회사법인으로, 2019년부터 17.5%의 청주(주세법상 약주)별바랑15%의 탁주 바랑을 빚고 있습니다. 별바랑과 바랑은 본래 해주라 부르며 대구 서씨가문에서 빚던 삼양주 방식의 가양주였다고 하며, 안동에서 생산한 쌀, 밀가루, 누룩으로 술을 빚어 시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쌀은 직접 재배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별바랑과 바랑을 같이 구매했는데, 일단 바랑을 마셔봅니다. 바랑이라는 이름은 가문이 위치한 안동시 일직면 바랑골이라는 지명에서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동시에 승려들이 등에 지고 다니는 자루 모양의 주머니를 뜻한다고도 합니다. 레이블에는 안동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득담은 술주머니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바랑은 375ml들이로 시판합니다. 들이 대비 가격대가 꽤 있는 탁주입니다만, 알콜 15%의 희석하지 않은 탁주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생탁주로 병입한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유리병에 마개가 수지로 된 마개인데, 위스키 코르크 마개가 떠오릅니다. 따로 따개가 필요하지 않고 꽤 독특하고 좋습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위에 뜬 부분을 마셔보니 처음 느껴지는 건 강렬한 산미와 아름다운 향기입니다. 단 맛이 적당히 있어서 과일 향을 연상시킵니다. 탄산은 강하지 않습니다. 15%의 도수는 적당한 볼륨감과 충만함으로 다가옵니다. 가격이 와인같더니 품질도 와인같은데요. 다만 산도가 꽤 많이 높아서, 신 걸 잘 드시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 한 것 같습니다.

 

 침전물을 섞은 이후에도 느낌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맑은 느낌의 탁주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마셔 본 탁주 중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탁주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건가 싶은데요. 이건 탁주지만 제대로 된 술입니다. 어지간한 비싸기만 한 탁주들하고는 아예 다른 티어에 있습니다.

 

 술이 너무 양질이라 처음에는 백세주 잔으로 마시다가,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를 사용해 마셔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술이 진짜 괜찮지 않으면 제대로 된 와인 글라스로 와인 외의 술을 마셔보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미미한 과실 아로마. 알콜은 살짝 튑니다. 혀에 닿을 때의 느낌이 꽤 음성적입니다. 굉장히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줍니다. 산미는 어지간한 화이트 와인보다 강한데, 산의 종류가 시트르산이 주인것 같고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떼루아 느낌이 살짝 납니다. 희미하게나마 가을의 벼가 잘 익은 황금들판이 떠오릅니다. 피니쉬가 좀 더 있었으면 별 반 개 추가되었을 것 같습니다. 뒷맛에 약간의 누룩 향이 있는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하기 전에는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강하지 않은 편입니다. 맛을 잘 보면 꽤나 단맛이 있고 맛있습니다.

 

 나는 이 탁주를 마시는 데 와인 글라스를 사용하는 선택이 괜찮다고 판단합니다. 유니버셜 글라스나 화이트 와인용 글라스를 사용하는 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제품 편차에 의한 것인지, 본래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술은 어지간한 상파뉴보다 더 십니다. 사과산의 날카롭고 강렬한 신맛과는 다르지만, 단순 산도로 치면 마셔본 술 중 가장 신맛이 강한 것 같습니다. 별바랑이 기대됩니다.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Showdown X 술고래 []

 

: 알콜 4.5%. 충북 증평에서 생산하는 크래프트 밀맥주입니다. 내가 구매한 것은 Showdown X 술고래인데, 일반 술고래와 캔 디자인은 다르지만 내용물은 같다고 하네요. IBU15입니다. Light Ale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제조한지 9개월하고도 2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캔을 따서 마시니 시트러스향 탄산음료 수준으로 과일향이 확 강하게 다가옵니다. 알콜 도수도 높지 않고, IBU도 낮아서 정말 알콜이 든 탄산음료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가 싶어서 성분을 보니 천연향료와 합성향료가 들어가있네요. 가향 맥주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맛없는 정도는 아니네요.

 

 

 

 

 

Trapiche Tesoro Chardonnay 2019 [★★]

 

: 아르헨티나 멘도자의 Uco Valley에서 생산된 트라피체 테소로 샤르도네 2019를 마셔봅니다. 알콜 13.5%.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7.6도로 잡았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와 동사의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이 와인에 93점을 줬다고 하는데, 수입사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까 91점으로 적혀 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려 하니 유료가입을 해야 볼 수 있네요. 다만 93점으로 적혀있는 외국 와인 판매상을 하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93점으로 평가한 적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이후 재평가를 하면서 점수가 낮아졌을수도 있겠지만요.

 

 첫 모금을 마셨을 때 받은 첫인상은 온도가 너무 낮거나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한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보다 약간 큰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맞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양조 정보를 찾아보니 말로락틱 발효가 진행되었고 오크통 숙성도 거친 샤르도네였습니다. 정보를 보기 전에는 가격을 감안해서 언오크드 샤르도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크드 샤르도네였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하자 샤르도네 특유의 품종향과 레몬향같은 느낌, 그리고 미네랄 아로마가 올라옵니다. 언뜻 마셨을 때 코트 샬로네즈나 마콩같은 남부 부르고뉴가 떠오를 정도로 구세계스럽습니다.

 

 곧 온도가 살짝 올라가니 약간의 유질감이 느껴집니다. 말로락틱 발효를 거친 오크 샤르도네의 느낌이 점차 분명해집니다. 별로 복합성은 없고, 단순하고 맛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여리면서도 분명한, 양질의 오크 향이 느껴집니다.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가니까 굉장히 달달합니다. 뫼르소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뫼르소에 밭을 가지고 있는 생산자의 레지오날급 부르고뉴 블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와인은 뫼르소에 비하면 진짜 저렴한 와인인데, 뫼르소를 연상시킵니다.

 

 이 와인은 노트를 적을 것도 없이 마냥 맛있는, 프티 뫼르소 같은 와인입니다. 다만 노트는 매우 단순합니다. 바닐라, 흰 꽃, 크고 모난 자갈 정도를 노트라 할 수 있을까요. 오크향도 제법 나고요. 가성비 좋은 oaked chardonnay라는 인상입니다. 단점이라면 복합성이 없고 떼루아 느낌도 별로 없는데, 아마 단일클론 위주고 꽤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섹시한 와인입니다. 상당히 치고 들어와요. 그런데 정말 신세계 안 같습니다. 트라피체의 와인이 원래 좀 구세계 같긴 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와인은 너무 단순하고 떼루아 느낌이 정말 약하다는 걸 빼면 진짜로 부르고뉴, 그 중에서도 뫼르소 같습니다. 뫼르소만큼 좋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뫼르소스럽게 맛있긴 합니다. 이 가격에서 뫼르소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는 샤르도네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건 가성비가 좋다고 해도 되겠지요. 이 와인 가격은 요즘 뫼르소 빌라쥬급에 비하면 1/5도 안 돼요.

 

 온도가 좀 올라간 상태에서 마지막 잔을 마시면서, 나는 이 와인에 사용한 포도의 질이 충분히 양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와인이 잘 만든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Weihenstephaner Kristall Weissbier [★☆]

 

: 알콜 5.4%. 최고(最高)의 밀맥주를 만드는 최고(最古)의 브루어리, 바이엔슈테판을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이 크리스탈 바이스비어는 오래 전 내가 처음 마셔본 밀맥주였습니다. 마시면서 밀맥주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건가 생각했었지만, 이후 이것저것 마셔보니 바이엔슈테판이 유독 아주 맛있는 밀맥주였던 것이었습니다.

 

 바이엔슈테판 전용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트라피스트 중 하나인 라 트라페의 전용잔을 대신 사용하여 마셔봅니다. 잔에 따르기 전 첫 서빙 온도가 3도로 낮은 상태부터 마셔봅니다.

 

 이 크리스탈바이스는 효모를 거른 바이스비어입니다. 그래서 색깔부터 라거와 흡사하고 맑습니다. 너무 온도가 낮아서 잘 올라오지 않는 아로마는 탁주를 연상시킵니다. 입에 넣으면 그저 맛있습니다. 맛이 제대로 느껴지기 전, 입에 닿는 감촉과 향기는 굉장히 라거스럽습니다. 입에 넣고 온도를 올리면 그제야 바이스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반적인 바이스비어와는 매우 다릅니다.

 

 온도가 올라오니 고소하고 바나나 같은 향이 조금씩 올라옵니다. 적정 서빙 온도가 10도 이상인 맥주로 생각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향이 제대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구조감이나 균형감이 모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바이스임에도 제법 몰티하고 새싹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홒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역시나 아주 좋은 홒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꽃향이 온도가 완전히 올라온 후에야 느껴집니다. 꽤나 생생한 클로버 꽃향이 난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 맥주는 향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편하게, 맛있게, 날카로움이나 씁쓸함 없이 마시기 좋은 맥주라 생각합니다. 차갑게 마실수록 마냥 단순하고 맛있는 맥주일 것입니다.

 

 

 

 

 

 

인천맥주 몽유병 DIPA [★☆]

 

: 개항로 맥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인천맥주의 몽유병을 마셔봅니다. 알콜 8%. IBU 40의 헤이지 더블 IPA입니다. 병입한 지 100일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사용 잔은 라 트라페 전용잔을 사용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측정 6.5도였습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홒 향이 작렬합니다. 이 맥주는 병에 사용 홒도 기술해 뒀습니다. 아이다호세븐, 모자익(핫사이드), 시트라, 아이다호세븐, 모자익(드라이호핑).

 

 일단 아주 맛있습니다. 더블 IPA라 쓰긴 한데, 좀 쓰면 어때요. 농축 과일주스를 믹스해 만든 것 같은 수준의 과일향이 폭발하는 맥주입니다. 자몽과 귤 같은 시트러스 향, 패션플룻과 망고가 연상되는 열대과일 향, 타라곤, 민트, 로즈마리 같은 허브 향에 달콤한 맛까지 감돕니다. 밀맥아도 사용한 맥주인데, 역시나 바이스비어같은 느낌도 좀 있습니다. 점성까지 높아서 진짜 과일 통조림 국물 수준의 과일농축주스가 떠오릅니다.

 

 단점이라면 너무나도 진한 점성과 너무나도 강한 풍미일까요. 점도나 농도가 거의 묽은 시럽수준이라 조금 마실때는 맛있는데 한 병을 마시려니 부담스럽습니다. 나는 품질이 충분히 좋지 못한 비달 아이스와인같은 걸 마실 때 그리 많이 마시게 되지 않는데, 이것도 좀 그런 느낌이에요. 이런 스타일이 요새 유행하는 크래프트 맥주 스타일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 정도 농도면 배럴 에이지드를 하거나 증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배혜정 농업회사법인 우곡 생주 []

 

: 알콜 10%. 배혜정도가의 플래그쉽 제품은 우곡주입니다. 그건 13도의 살균탁주고요. 이번에 마시는 우곡 생주는 우곡주의 보급형 버전 정도 됩니다. 미리 구매해뒀던 걸 유통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우곡은 고 배상면 옹의 호입니다. 우곡주는 배상면의 유작이고요. 잘 알려져있다시피 배상면 옹의 첫째 배중호가 국순당을, 둘째 배혜정이 배혜정도가를, 그리고 셋째 배영호가 배상면주가를 경영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회사는 누룩도 배혜정도가 것을 쓰고, 제법도 일정 이상 공유합니다.

 

 첫인상은 배상면 일가의 술 다운 풍미라는 것, 그리고 달달하다는 겁니다. 더 진하고 누룩향이 억제되어 있지만, 느린마을 막걸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탄산은 거의 없고 굉장히 진합니다. 뻑뻑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 농도와 도수 때문에 동사의 살균탁주인 부자가 생각납니다.

 

 뒷맛이 조금 쓰고, 전반적으로 조금 거친데 애초에 배혜정도가 스타일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시면서 온도가 올라오니까 뒷맛에 누룩 향이 조금 많이 남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제주맥주 아티장 에일 로제 []

 

: 제주맥주가 이번에 아티장 에일 로제라는 사워 에일을 데일리샷 론칭으로 출시했는데, 한 병 구매해서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알콜 6%. 마개고 병이고 스파클링 와인처럼 되어 있는데, 상파뉴나 스푸만테보다 코르크가 너무 작아서 따기 힘들었습니다. 다음에 이런 마개를 만나면 코크스크류를 사용해야 할까봐요.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해 마셨습니다.

 

 로제와인 같은 색깔. 로즈힙이 연상되는 향기. 맛은 포도가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한 와인과 맥주의 중간 정도입니다. 새콤한 첫맛에서는 순간 상파뉴가 연상되는데, 곧 신맛이 약해지면서 에일처럼 마무리됩니다. 새콤하지만 산의 종류는 상파뉴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시트르산이 주요 산인 것 같고, 어쩌면 아세트산도 좀 있을 거 같아요.

 

 나의 느낌에 이 맥주는 맛있다가 마는 느낌입니다. 첫맛이 너무나도 와인 같은데다 가격도 와인이라 와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까바와 비교하면 내 입엔 까바가 명백하게 더 맛있습니다. 알콜대비 가격으로 생각해봐도 도수도 까바가 훨씬 높고요.

 

 이 술의 장점이라면 아마 음식 맞춰서 먹기는 와인보다 쉬울 겁니다. 어쨌든 맥주니까요. 바게뜨나 소금빵 같은 것과 먹으면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페레티프로 소량을 마신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맛이 식욕을 돋구는데다 뒷맛이 별로 없어서, 이어 먹을 디쉬를 해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색깔도 예쁘고요. 다만 나는 식후에 술만 따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고, 이 맥주는 그런 방식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West+Wilder - Cabernet Sauvignon (N/V) []

 

: 알콜 13%. 리즈너블한 캔 와인입니다. 20218월 말일에 생산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5도 정도로 다소 낮았습니다. 캔째 마시면 제맛을 못 볼 게 확실시되어 조세핀 No. 3를 사용해 마셨습니다.

 

 조세핀 글라스에 따라 놓으니 과일 향이 풍부하게 올라옵니다. 색이 진하고, 삼나무향도 느낄 수 있고, 피라진 느낌은 없습니다. 입에 넣으니 긍정적으로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고, 이내 까베르네 소비뇽다운 떫음이 느껴집니다. 약간의 잔당감이 있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맛은 있는 와인인데요. 다만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결국 장점이 숙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와인은 탄닌을 제어해서 비교적 마시기 쉽게 만들어놨지만, 결국 떫고 뻑뻑한 느낌이 없지는 않거든요. 문제는 캔이라는 포장 방식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숙성에 있어 그다지 좋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일단 입에서 느껴지는 구조감으로 볼 때 이 탄닌은 5년은 더 있어야 녹을 거 같은데, 문제는 이건 캔 와인이라는 거지요. 이 캔이 5년 더 지나면 아무도 안 마시려고 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일단 나는 사놓은 게 더 있어서 나중에 천천히 더 마셔볼 생각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내 인상은 어떻게든 맛있게 만든 와인에 가깝습니다. 블렌딩을 잘 하고 양조 테크닉을 살려서, 어쨌든 맛있고 리즈너블한 와인을 만들었다는 느낌인 것인데요. 문제는 어쨌든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겁니다. 이런 타입의 와인이라면 다른 품종을 사용했으면 더 맛있었을 건데요. 물론 이 좀 떫은, 강렬한 구조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내 최애 레드 품종은 피노 누아고, 그 다음으로 신뢰하는 품종은 템프라니요와 그라나슈에요.

 

 떫은 것만 빼면 맛있긴 한 와인이라서, 떫은 거 잘 마시고 잔당감, 과일향을 싫어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미국 까베르네 소비뇽입니다. 다만 내추럴한 느낌과는 거리가 멉니다.

 

 

 

 

 

 

 

Bodegas Olivares - Finca Hoya de Santa Ana Tinto 2020 [★☆]

 

: 알콜 14.5%. 에스파냐 남동쪽에 위치한 Jumilla D.O.P. 입니다. 품종은 2018년의 경우 모나스트렐(무드베르드) 75%, 가르나차(그라나슈) 15%, 시라 10%라고 하는데 2020년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18. 사용 글라스는 조세핀 No. 3.

 

 모나스트렐이 주품종인데 향은 어째 전형적인 GSM 향 아닌가 싶습니다. 주품종이 그라나슈라고 해도 향만 맡으면 믿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입에 넣으면 역시 좀 다릅니다. 사실 모나스트렐이 들어간 와인은 많이 마셨어도 모나스트렐이 주품종인 와인은 마셔본 적이 있었나 싶은 수준인데, (마시면서 잘 생각해보니 있긴 있었네요.)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좀 묘한 시라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나는 에스파냐 틴토(레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도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동물계 향이 꽤 있고, 입에 넣으면 라즈베리 및 체리, 기타 야생 베리들을 연상시키는 과일 향과 가죽, 약간의 미네랄, 그리고 태운 오크의 느낌이 살짝 납니다. 이 와인은 6000리터와 10000리터의 프렌치 오크 통에서 3개월을 숙성시킨 후 출하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도 오크 느낌이 살짝 날 수 있나 봅니다. 그 외 요거트 향과 흑후추 향이 좀 있다고 느끼네요. 탄닌은 살짝 뻑뻑한데 조금 더 병숙성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니쉬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꽤 달달합니다. 스위트 와인이라는 건 아니고요. 고도수에 알콜 및 글리세린의 단맛이 꽤 느껴지네요. 마시면 마실수록 알콜이 굉장히 센 와인입니다.

 

 후미야 와인은 경험해본 기억이 딱히 없었는데, 이 지역의 주품종이 모나스트렐이라고 합니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하고, 실제로 마시면서 생각해봐도 구운 고기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걸로 스튜를 끓여도 좋을 것 같네요. 피노 누아 대신 요리에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열리고 온도가 올라오면서 꽃향이 좀 올라옵니다. 저렴한 와인이지만 병숙성 좀 제대로 했으면 어떤 와인이 되었을까 조금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디캔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일단 조세핀 No. 3를 믿고 그냥 천천히 마시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와인의 시음적기를 나는 2025~2026년부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4.5%의 알콜과 풍부한 글리세린, 모나스트렐의 풍부한 탄닌은 이 와인을 나름대로 장기 숙성 가능하게 해 줄 겁니다. (실제 약간 남은 걸 2주 정도 지나고 마셨는데도 아주 죽지는 않아서, 가격에 비해 어느 정도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리고 나니 좀 남부 론 와인 같아집니다. 동물계의 느낌에 더해 스파이시한 향신료 향이 올라와서 꽃망울처럼 터지고, 그에 달달함이 더해져 꿀을 품은 꽃잎처럼 느껴집니다. 맛은 그저 달달하고요. 부케나 복합성이 너무 없는 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제법 후미야의 모나스트렐은 어떤 건지 보여주는 느낌은 있네요.

 

 노트는 라즈베리, 체리, 멀베리(오디), 가죽, 실트(Silt), 커피, 요거트, 흑후추, 감초, 튤립.

 

 

 

 

 

 

 

배상면주가 느린마을막걸리 방울톡 []

 

 

: 여러 병 사뒀던 느린마을막걸리 방울톡을 소비기간을 넘겨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소비기한을 열흘 정도 넘긴 걸 개봉해 봅니다.

 

 침전물을 섞지 않은 첫 모금은 여전히 달달하고, 다소 누룩 향이 나면서 과일 같은 향이 살아있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좀 적네요. 이 제품은 성분표를 보면 처음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주입하는 것 같은데, PET병 특성상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맛이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병입한지 얼마 안 된 걸 받자마자 마셨을 때보다는 이게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비기한을 조금 남겨뒀을 때가 더 맛있었네요.

 

 마지막 병은 소비기한을 3주 정도 넘겨서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소비기한이 지난 후 아주 차갑게 보관했더니 열흘 정도 넘긴 상태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Duvel The Original Belgian Strong Blond [★★]

 

: 알콜 8.5%. 벨기에의 유명한 스트롱 골든 에일입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듀벨 전용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최고의 애비 에일 메이커인 세인트 버나두스의 전용잔을 대신 사용해서 마셨습니다.

 

 나에게 정말 맛있는 맥주 또는 최고의 맥주를 하나 꼽으라고 이야기한다면 일단 가장 먼저 꼽는 맥주가 이 듀벨 오리지날입니다. 구하기 쉽고, 가격에 비해 맛있습니다. 이것보다 맛있는 맥주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 듀벨보다 비싸고 구하기 훨씬 힘듭니다.

 

 이 맥주는 IPA처럼 엄청난 홒향이 화려하게 만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떠한 부족함도 없이, 충만한 몰트향과 양질의 홒향을 드러냅니다. 또한 동시에 편하고 쉽게 마실 수 있습니다. 8.5%의 알콜은 부족함 없이 풍만합니다. 이 스타일은 트라피스트 중에는 발음이 비슷한 두벨보다는 트리펠에 가깝습니다.

 

 클래시컬한 벨기에 맥주답게 이 맥주는 좋은 홒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홒 향이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몰트 풍미가 주입니다. 이런 맥주가 마시기 편하고, 마냥 맛있지요. 언제든 함께하고픈 맥주입니다.

 

 

 

 

 

 

Kirin - 一番搾[]

 

: 알콜 5%.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정말 오래간만에 마셔보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사용했습니다.

 

 좀 묽고 단순하긴 한데 역시 맛이 괜찮습니다. 산토리가 더 맛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이것도 좋아요. 라거치고는 몰트향도 세고 홒향도 셉니다. 주관적으로 일본스러운장점이 있는 맥주고, 일본의 좋은 면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는 (맥주 중에는) 에비스와 이걸 꼽고 싶습니다.

 

 

 

 

 

 

세븐브로이 강서 Mild Ale []

 

: 세븐브로이의 강서 맥주는 처음 나왔던 무렵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무려 Clos de Vougeot를 마신 직후 마셨었음에도 꽤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마셔보게 되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잔으로 마셔봅니다.

 

 알콜 4.6%. 색깔은 꽤 진합니다. 마시자마자 굉장히 과일스럽게 선명한 홒 향이 작렬하는데, 스타일이 무척 밝으면서도 진하고, 동시에 알콜 도수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마셨을 때는 이 맥주의 스타일 때문에 클로 드 부조를 마신 직후의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안 등에 미량 남은 클로 드 부조 때문에 버프를 받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거 없이 마시니까 이 맥주도 평범하게 그럭저럭 잘 만든 크래프트 맥주네요.

 

 

 

La Trappe Dubbel [★★☆]

 

: 트라피스트 에일 중 하나인 라 트라페의 두벨을 마셔봅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가톨릭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이 수도원에서 양조한 에일을 의미합니다.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공인된 트라피스트 에일은 현재 11종이 있으나 그 중 메사추세츠의 스펜서 양조장이 문을 닫아 생산되는 건 10종입니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 로슈포르(Rochefort), 라 트라페(La Trappe), 베스트말러(Westmalle), 시메이(Chimay), 오르발(Orval), 준데르트(Zundert), 엥겔스첼(Engelszell), 트레 폰타네(Tre Fontane), 틴트 메도우(Tynt Meodow) 입니다. 한편으로 아헐(Achel)20211월까지 트라피스트였지만, 현재 자격을 박탈당해 맥주는 계속 생산하지만 트라피스트 에일은 아닙니다.

 

 트라피스트 에일과 유사한 방식으로 양조되지만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공인되지 못한 맥주는 애비(Abbey=수도원) 에일이라 부르는데, 애비 에일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레페(Leffe)가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라 트라페는 네덜란드에 양조장이 있습니다. 음용기간이 20252월까지지로 표기된 걸 20239월에 개봉했습니다.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Dubbel은 영어 더블과 같은 뜻으로 일반 맥주보다 몰트를 2배 썼다는 의미입니다. Duvel과 발음이 비슷하니까 구분이 필요합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 애비 에일, 레페 브라운이 Dubble 스타일입니다. 그건 옥수수도 써서 트라피스트-애비 에일 계열로는 맛이 좀 특이합니다만.

 

 알콜 7%. 잔에 따르니 색이 진하고 거품이 풍성합니다. 병숙성이 잘 진행되어 풍미가 살아있고, 거품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마셔보면 우수한 홉 향과 완성도 높은 몰트 풍미가 밀도감이 높습니다. 그리고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쌉쌀함이 없지 않은데, 그보다 달달합니다. 브라운 에일답게 몰티한 달달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홒을 과도할 정도로 넣은 IPA 타입과는 달리 균형감이 좋고 몰트 풍미를 앞세워서 참 맛이 괜찮습니다.

 

 330ml짜리를 마시긴 했지만 한 병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모금을 마시면서 아쉽다고 느꼈는데, 나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맥주가 참 드뭅니다. 아주 맛있는 맥주입니다. 가격이고 품질이고 와인같은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요.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에일의 정석 []

 

: 알콜 5.2%. 아메리칸 스타일 페일 에일이고 IBU 43이라고 합니다.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사용했습니다. 성분을 보니 이산화탄소가 첨가되었고요. 제조된 지 2개월하고도 3주 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잔에 따라놓고 보니 강렬한 기포가 올라옵니다. 색은 어두운 오렌지-갈색. 한 모금 마셔보니 아메리칸 페일 에일답게 끝내주는 어택입니다. 시트러스향이 정말 신선합니다. 입안에 시트러스 으깬 걸 넣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면서도 IBU 높은 IPA 특유의 질감과 쌉쌀함이 있습니다.

 

 바디가 상당히 풀바디입니다. 이런 고 IBU IPA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데, 질감이 다소 미끈덕거릴 정도고 그 질감때문인지 들큰한 감각이 있습니다. 글리세린과는 느낌이 또 다른데, 내 느낌에는 통조림 국물의 그 바디감과 가장 흡사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은 내가 이런 타입의 맥주를 마실 때 너무나도 무거운 이 바디감과 질감에 청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향만으로 보면 이 에일은 꽤 좋습니다. 상세르가 떠오를 정도에요. 다만 나는 이런 타입 맥주의 무거움이 왜 트렌디한 상태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장점이라면 음... 간장을 찍은 만두에도 밀리지 않을 것 같네요. 음식과 페어링할 때.

 

 

 

 

 

 

 

M·A·N Family Wines Cellar Selection Chenin Blanc 2021 [★☆]

 

: 남아공의 슈냉 블랑을 오래간만에 마십니다. M·A·N Family Wines, 또는 M·A·N Vintners는 본래 양조장을 하던 Tyrrel Myburgh와 그의 형제 Philip, 그리고 마찬가지로 양조장을 하던 José Condeeveryday wine을 생산하기 위해 각자의 아내 이름(Marie, Anette and Nicky)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알콜 13%.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5.5도에서 첫 서빙. 잔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와인은 디캔터에서 91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저온이었으나 기분 좋은 향기로 시작합니다. 첫인상은 랑그독의 블랑이 연상되는 향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에 넣으니 다소 묽지만 마시기 편하고 유쾌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남아공 와인은 신세계에 속하긴 하지만, 구세계와 신세계의 중간적인 맛이 나는 편입니다. 이 와인도 역시나 그러한데, 유럽 와인이라 생각하면 프루티하고 응축감이 적은 편이지만 프루티한 유럽 와인이라 해도 납득할 정도의 풍미입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그리고 열리면서 상파뉴스러운 견과류 풍미가 슬슬 올라옵니다. 온도를 조금 올려보니 이 와인은 열대과일의 아로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뉘앙스는 신세계스럽지 않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이 열대과일 아로마를 가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약간의 상파뉴 뉘앙스, 그리고 약간의 오크 뉘앙스(?)가 있는데 언오크드 슈냉 블랑입니다. - 양조 정보를 볼 때는 앙금 접촉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도수는 높지만 전혀 어려운 맛이 아니고, 복합성이 없는 편이고, 과일 향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말 아무 생각없이 술술 마시게 되는 슈냉 블랑입니다.

 

 이 와인이 슈냉 블랑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는가? 라고 생각하면 아니오. 다만 5대 메이저 화이트 품종 치고 슈냉 블랑이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5대 메이저에 속하지 않는 피노 그리나 게뷔르츠트라미너 쪽이 더 접근성이 좋을 정도지요.

 

 어쨌든 슈냉 블랑으로 만든 와인은 맛있는 편입니다. 최고존엄 샤르도네에 비해 그리 성공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맛있냐 맛없냐의 이분법으로 보자면 맛있어요. 원천적으로 어느 정도 제대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맛없기도 힘들다고는 생각합니다.

 

 노트는 레몬, 멜론, 석회암, 점판암, 자갈, 구운 아몬드, ... 정도인데 미네랄리티의 강도가 결코 높은 편이 아니고, 빵 느낌도 상파뉴에 비하면 약합니다. 떼루아는 딱히 떠오르지 않고,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묽은 와인입니다.

 

 

 

 

St. Bernardus Prior 8 [★★]

 

: 트라피스트 에일 중 최고로 꼽히는 건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입니다. 트라피스트를 넘어서 일반적으로 세계 최고의 맥주로 꼽히는 게 베스트플레이터런 12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셔보는 세인트 버나두스는 베스트플레이터런을 한 때 위탁 생산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니까 베스트플레이터런을 1946년부터 1992년까지 실제로 만들던 회사가 세인트 버나두스입니다.

 

 이후 베스트플레이터런과 세인트 버나두스는 결별했습니다만, 세인트 버나두스는 최고의 애비 에일 메이커로 명성을 날리게 됩니다. 세인트 버나두스가 분류상 트라피스트 에일은 아니지만 트라피스트 스타일의 애비 에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프리오르(프라이어) 8은 두벨 스타일입니다. 알콜은 이름 그대로 8%. 전용잔으로 마셔봅니다. 소비기한이 202612월까지로 표기된 걸 20239월에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가 꽤 낮았으나 잘 구운 몰티한 향과 양질의 홒 향이 올라옵니다. 입에 넣으니 밀도높고 충만하면서도 홒 향이 잘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라 트라페의 두벨에 비하면 홒에서 기인한 과일 풍미가 좀 강한 것 같습니다. 효모 맛도 많이 납니다.

 

 얼마 전 마신 라 트라페의 두벨에 비해 병숙성도가 좀 낮은 것 같습니다. 이게 1도 더 높으니까 병숙성을 더 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비기한은 이게 22개월 정도 더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셨으니까 그럴 만 합니다. 조금 더 숙성해서 마셨으면 내 입에는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십니다.

 

 풍미가 꽤 특이합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니까 효모 맛이 많이 나는데, 다크 럼이나 수정과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흑설탕 풍미가 조금 나면서 꽤나 달달합니다. 맛 자체가 달콤한 건 아닌데요. 향이 달콤합니다. 이 정도면 아마 대다수는 달다고 착각할 겁니다.

 

 

 

 

 

 

네오아티잔브루어리 Ark Pale Ale Brown []

 

: 알콜 5%. 세인트 버나두스 잔에 마셔봅니다. IBU34라 홒이 꽤 들어간 타입이라 생각해 봅니다.

 

 맛을 보니 역시나 그냥 페일 에일이라기보다는 IPA라는 생각이 듭니다. 꽤 낮은 온도에서 서빙을 시작했음에도 마시자마자 과일스러운 홒 향이 작렬하는데, IBU 생각하니까 그냥 온도 낮을 때 많이 마셔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 맥주답게 탄산을 넣었고, 그래서 탄산이 셉니다. 맛은 일단 저온에서는 별로 안 쓰고, 과일 향 풍부하고, 맛이 괜찮습니다. IPA 계열은 내 생각에는 얼마나 적당히 하느냐가 마시기 편한 정도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적당합니다.

 

 온도가 좀 올라간 이후에도 별로 쓰지 않습니다. 균형감이 있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마시기 편하고 괜찮았어요.

 

 

 

 

 

주로 골목 막걸리 프리미엄 []

 

: 처음 이 막걸리를 구매할 때 3병을 구매했는데, 거의 구매하자마자 1병을 마셔봤었고 그 때는 너무 달기만 해서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익혀 먹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두 번째 병은 소비기한을 열흘 남겨두고, 세번째 병은 소비기한을 삼일정도 넘겨 마셨습니다.

 

 여전히 개봉이 힘듭니다. 돌려 여는 마개가 아주 강하게 잠겨있는데, 뚜껑은 또 미끄러워서 이번에는 고무밴드를 감아 마찰력을 높여 열었습니다. 내 생각엔 이정도면 제품 하자입니다. 저렴한 막걸리 뚜껑처럼 뚜껑에 세로홈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겁니다. 특히 세번째 병은 너무나도 개봉이 힘들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별점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잠시 사라졌을 정도였습니다.

 

 침전물을 섞지 않고 청주에 가까운 윗부분부터 마셔봅니다. 첫맛은 달고 뒷맛은 누룩향이 작렬합니다. 농도는 높고, 여전히 탄산은 별로 없습니다. 처음 마셔봤을 때는 나아진 것 같은데, 병숙성 과정에서 효모가 잘 활동한 거 같지 않습니다. 첫 병 인상이 생탁주라더니 효모가 죽은거 아냐?’ 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완전히 죽진 않아도 반쯤 잠든 상태쯤은 되는 거 같습니다.

 

 알콜 12%의 도수가 입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침전물을 섞어 맛을 보니 그나마 단맛이 덜 느껴지는데, 누룩향이 세도 너무 셉니다. 좋은 술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맛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백종원이 하는 음식점 가서 딱히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술도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누룩향이 강한 쪽을 전통느낌 난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할 건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괜찮을 겁니다. 단맛이 강하니까 그 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 거 같고요. 가격이 안 높고 마개라도 열기 편했으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막걸리는 저렴하지 않습니다.

 

 

 

 

Hoggy’s Apple Paradise Cider []

 

: 알콜 4.5%. 호기스는 시드르(사과주) 브랜드 중 하나로, 이 애플 파라다이스는 사과주스 48%, 시드르 39.88%, 천연사과향 0.2%에 정제수와 이산화탄소, 보존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셔봅니다.

 

 향은 사과주스 향이고 맛도 사과주스 맛입니다. 다만 그리 달지 않고, 시드르 특유의 담백하고 단정한 피니쉬가 좋습니다. 나는 시드르가 더울 때 마시기 참 좋은 주류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시드르라는 게 포도로 만든 와인처럼 맛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좀 마이너하고 주스 등으로 가미가 된 게 주로 팔리는 게 다소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가미된 시드르라도 언제든 유쾌하게 마실 수 있는 주류라 생각합니다.

 

 

 

 

화양 풍정사계 [★★]

 

: 알콜 12%. 화양은 청주시 청원구에서 풍정사계라는 전통주를 빚는 농업회사법인입니다. 생청주(주세법상 약주) , 과하주 , 생탁주 , 상압식 소주 4종류를 빚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중 탁주인 추를 마셔봅니다. 마침 가을이기도 하고요. 생산된 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것을 마십니다.

 

 마개가 돌려따는 플라스틱 마개인데 유감스럽게도 주로의 골목막걸리 프리미엄과 거의 동일한 마개입니다. 역시나 개봉이 좀 어려운데, 그래도 골목막걸리 프리미엄보다는 훨씬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맑은 부분을 마셔봅니다. 누룩 향이 좀 있고, 입에 넣으니 새콤해서 유쾌해집니다. 이후 아주 구수하고 그윽한 느낌의 누룩 향이 올라오는데, 좋은 술이구나. 라고 납득이 됩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탄산은 거의 없습니다. 마셔봤던 탁주 중 최고는 금계당의 바랑이었는데, 이것도 거의 그에 육박할 만큼 맛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침전물과 섞으니 산미가 줄어듭니다. 침전물이 많은 타입이 아닌데, 술 자체가 바디감이나 규모가 상당합니다. 백세주 잔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 잔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래스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에 따라 놓으니 새콤한 아로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입에 닿을 때의 알콜이 살짝 높습니다. 와인 기준에서 이야기하면 알콜이 좀 튀는 타입인건데, 생탁주나 생청주 같은 경우 대체로 병숙성을 오래 진행하지 않고 신선한 풍미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희석한 타입이 아닌 이상 알콜이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시기 부담스럽거나 불쾌할 정도의 알콜은 아닙니다.

 

 한편으로 이 주류의 규모는 이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지간한 언오크드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살짝 과도하기 쉽다는 걸 감안할 때 화이트 와인 글라스에 비해 유니버셜 글라스는 더 큽니다 이건 탁주로는 정말 좋은 탁주인 겁니다.

 

 누룩 향이 꽤 납니다. 바랑같은 경우 극단적으로 누룩을 적게 사용한 탁주였는데, 그 바랑조차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는 누룩 향이 제법 났습니다. 이 풍정사계 추는 바랑같은 타입도 아니니까 누룩 향이 많이 날 수밖에 없고, 그 누룩 향의 구수함과 그윽함을 활용한 타입의 주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 누룩 향은 비단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결과적으로 이 탁주는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시면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느껴지고 상기하였듯 이 탁주가 가진 바디감에는 데피니션 유니버셜 정도가 어울리긴 합니다만 - , 단점이 과도하게 드러나는 방향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탁주는 청주 잔이 어울린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술을 백세주 잔에 마시는 것도 운치가 없는 것 같아 금칠이 들어간 수공예품 청주 잔을 써보니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 이 술은 맛은 있는데 가격대가 조금 높은 게 단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진짜로 맛있는 술입니다. 값만 비싼 술이 아니에요. 맛만 있는 게 아니라, 이쯤되면 운치도 있다고 해야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술을 보리굴비나 조기찜과 함께해보고 싶습니다.

 

 

 

 

Strongbow Rosè Apple [★☆]

 

: 시드르 브랜드 중 하나인 스트롱보우의 로제 애플 시드르를 마셔봅니다. 알콜 4.5%. Semi-Dry Cider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농축사과주스 함량이 41.6%입니다. 제조국은 벨기에.

 

 로제라고 해서 장미향을 첨가한건가? 라고 생각하고 한 입 마셔보니 그쪽이 아니고요. 이건 굳이 보면 로제와인 향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캔째 그냥 마시다가 색깔이 로제 색일거 같아서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해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잔에 따르니 색깔이 꽤 예쁩니다. 이건 유리잔을 사용해야 하는 시드르네요. 그리고 아로마나 첫맛이 제법 포도로 만든 와인 같습니다. 뒷맛은 명백한 시드르입니다만. 원래 로제와인도 시드르도 좋아하다보니 제법 마음에 드네요. 앞으로도 종종 마시고 싶은데요.

 

 시드르는 기본적으로 포도로 만든 와인수준으로 맛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드르의 장점은 무난함과 뒷맛의 담백함에 있습니다. 시드르의 뒷맛은 어떤 주류보다도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그 깔끔함이 일종의 청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시드르는 맥주의 일종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분류로 보면 시드르는 와인이에요.

 

 

 

 

 

Tsingtao 120 Years Anniversary Limited Edition []

 

: 칭따오 120주년 기념 캔을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마시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알콜은 4.7% 입니다.

 

 칭따오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데, 칭따오는 최고의 쌀맥주입니다. 맥주에 쌀을 쓰면 쓴맛이 적고 보리에 비해 좀 가벼운데요. 나는 쌀로 만든 술은 어지간해선 맛있고, 쌀을 쓴 맥주도 맛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쌀로 만든 술이 원래 그렇듯 아시아 음식에 전반적으로 잘 맞고요. 다만 칭따오처럼 맛있는 쌀맥주가 또 있느냐면 저는 마셔본 게 없네요.

 

 

 

 

 

 

La Trappe Quadrupel [★★]

 

: 알콜 10%. 상미기한이 202510월까지로 표기되어있는 것을 202310월에 마셨습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기본적으로 두벨, 트리펠, 쿼드루펠이 있습니다. 각기 2, 3, 4배의 몰트를 사용했다는 뜻이지요. 쿼드루펠이 트라피스트/애비 에일 스타일에서 가장 진하고 도수가 높은 겁니다. 현존 11종의 트라피스트 중 라 트라페의 쿼드루펠을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잔에 따른 후 측정한 첫 서빙 온도는 11.9도였습니다.

 

 아로마부터 진하고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넣으면 중량감과 규모, 볼륨이 상당합니다. 풍미는 꽤나 진하고 풍부합니다. 강하고 달콤하며 알콜 풍미와 몰트 풍미가 느껴집니다. 알콜이 좀 튄다 싶을 정도로 강합니다. 10도짜리 술 치고는 알콜이 정말 세네요.

 

 알콜 풍미 다음으로 강한 건 흑설탕같은 몰티한 달콤함입니다. 다만 그 달콤함은 알콜에서 기인한 풍미 뒤에 숨어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 이 술은 브리딩을 좀 해서 알콜을 날린 후에 더 진가를 드러낼 것 같고, 서빙온도도 레드와인 수준에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내가 구매한 쿼드루펠은 330ml짜리라 뭘 해볼 틈도 없이 다 마셔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같이 구매한 두벨이 더 맛있었는데, 나는 두벨이 더 충분히 숙성된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쿼드루펠이 도수가 더 높으니까 두벨보다 병숙성이 느리고, 더 숙성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쿼드루펠은 충분히 숙성된 이후에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Domaine Hoffmann-Jayer Bourgogne Hautes-Côtes de Beaune (Blanc) 2019 [★★★]

 

: 도멘 호프만 자이에는 과거 자이에 질(Jayer-Gille)로 알려졌던 도멘의 후예입니다. 질 자이에는 전설적인 앙리 자이에(Henry Jayer)의 친척(오촌)으로도 유명했지요.

 

 그런데 질 자이에는 2017, 건강이 악화되었던 것인지 스위스 사람인 앙드레 호프만(André Hoffmann)에게 도멘을 매각한 후 2018년에 타계했습니다. 이후 도멘 자이에 질은 도멘 호프만 자이에로 이름을 바꿔 와인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Alexandre Vernet라는 사람이 와인 제조 팀의 리더라고 합니다.

 

 알콜 14%. 보통 부르고뉴 블랑은 (부르고뉴 알리고떼를 제외하면) 100% 샤르도네로 만듭니다만, 이 오 코트 드 본은 독특하게도 피노 블랑이 30%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샤르도네 70%, 피노 블랑 30%의 구성입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두 품종 다 55년이라고 하며, 병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Les Vallerots라는 리외디에서 재배된 포도라고 합니다.

 

 사용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과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버건디 글라스를 사용해보는 이유는 도멘에서 권장하는 게 의외로 버건디 글라스라서 과연 어울리나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개봉 전부터 보존상태가 살짝 의심스러웠는데, 캡실을 벗겨보니 유감스럽게도 와인이 살짝 끓어넘친 것 같은 흔적이 있습니다.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가장 먼저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셔봤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1.8도로 약간 높았습니다. 칠링을 더 하면서 첫 잔을 마셔보니 약간의 탄산감이 있습니다. 충분한 앙금 접촉이 있었던 것 같은 풍미. 그리고 한 입 마시자마자 순수한 샤르도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꼭 보존이 심각하게 잘못되어서 끓었다기보다는 병입 이후에도 약간의 발효가 더 진행되어 끓어올라온 면이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스타일이 무척 특이합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상파뉴의 스틸와인 또는 도사쥬를 아직 하지 않은 상파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버건디 글라스에 마시라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에서 이 블랑은 풍부한 과일 및 미네랄 아로마를 느끼게 합니다. 입에 넣어보니 의외로 도멘의 추천대로 - 버건디 글라스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락틱 발효가 된 건지 사과산을 느끼기 어렵고, 질감은 오일리한데 탄산감이 있어서 무겁거나 느끼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레이어와 복합성을 가지고 있고, (어쨌든 레지오날 급이지만) 제법 체급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블랑은 발효단계에서부터 50~70%정도는 350L의 새 배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작비를 들여서 작정하고 만든 오크드 샤르도네+피노블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용법은 부르고뉴답게 우아한스타일입니다.

 

 나는 이 와인을 다소 일찍 개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병숙성을 시키면 더 맛있었을 겁니다. 다만 코르크가 살짝 올라온 게 보존상태가 의심스러워서 일찍 개봉했습니다. 나는 이 와인이 몇 년의 병숙성을 더 거치면 근사한 블랑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맛있습니다만, 내가 생각하기엔 4~5년 정도 더 숙성시켰으면 제법 환상적이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부르고뉴 와인을 최고라 느끼고, 최고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르고뉴 와인을 그렇게 자주 마시지도 않고, 부르고뉴 와인만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너무 비싸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의 관심은 더 넓은 범위를 향해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인은 그런 나에게 결국 최고는 부르고뉴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잘 알고 있는 건데요.

 

 조금 열린 상태에서 평가합니다. 이 와인의 아로마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느껴지는 건 부르고뉴 아니랄까봐 미네랄입니다. 쿼츠 원석이 연상되는 아로마가 나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쿼츠 원석에서는 아무 향도 나지 않습니다. 왜 내가 이 아로마를 맡고 쿼츠 원석을 떠올리는지는 나도 모르겠고요. 나는 와인의 미네랄리티 자체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잔을 기울여 입에 넣기 직전 느껴지는 감각은 열대과일 향에 가까운데, 어떤 열대과일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입에 넣으면 바로 특정되는 건 파인애플입니다. 이는 이 와인이 가진, 미세하고 강렬한 탄산이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와인은 명징한 견과류 향기와 오크-코르크향을 남깁니다. 새 오크통에서 발효시킨 와인이다보니 아마도 발효단계부터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견과류 향기는 상파뉴처럼 앙금 접촉에서 기인한 것 같고, 이후 고도주에서 느껴지는 묘한 과일향도 느껴지는데 알콜이 14%나 되는 와인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개봉할 때는 조금 마시고 말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습니다. 이 와인은 너무 맛있는데다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에 계속 마시게 됩니다. 잠시 이 와인으로 커다란 홍합을 찌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러기엔 와인이 너무 비쌉니다.

 

 아펠라시옹 오 코트 드 본에 대한 인상은 이 와인으로 역시나 꽤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본래 오 코트 드 뉘에 대해 좋게 생각해왔는데, 본도 역시나입니다. 분류상 레지오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빌라쥬급에 육박하는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은근슬쩍 가격도 빌라쥬급에 육박하는 게 문제긴 합니다만.

 

 아마 지구온난화는 이 와인에 양면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오 코트 드 뉘와 본은 본래 과히 고지대라 조생종인 피노누아조차 충분히 익는 게 보장이 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오 코트 드 뉘와 본을 어지간한 코트 도르 빌라쥬에 육박하는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더구나 오 코트 드 뉘 및 본은 단일 크뤼라도 레지오날급으로밖에 출시가 안 되지요. 이 블랑도 그렇고.

 

 다만 미미하게나마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그 결과 생겨나는, 아주 잘 익은 포도에서 기인하는 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4% 짜리 이 블랑은 알콜이 살짝이나마 튀긴 합니다. 나야 스피릿이 40도면 물타서 너무 묽다고 내심 불만 가지는 취향이라 14%짜리 와인도 좋게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부르고뉴잖아요. 14%에 알콜이 미미하게라도 튀면 덜 우아해져요. 부르고뉴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이상적인 정도보다는 조금 덜 우아해요. 알콜이 너무 높아서. 그게 맛없는 건 아닌데, 귀족 영애가 너무 들이대면 살짝이나마 당황스러울 수 있지요.

 

 그리고 와인을 좀 남겼다가 며칠 후에 마셔봤는데, 별점을 반 개 정도 더 올릴까 고민했습니다. 역시나 이 와인은 몇 년 더 숙성하고 개봉하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으면 별 네개도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와인이 처음에 가졌던 미세한 기포는 거의 사라져서 그 매력이 감퇴했지만, 며칠동안 진행된 빠른 산화가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어느 정도 드러내줬습니다. 다소 과한 듯했던 알콜은 아마 몇 년 병숙성을 거쳤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더 높은 숙성 포텐셜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열린 상태에서 이 와인은 아마도 피노 블랑이 꽤나 활약해준 것 같은, 커다란 흰 꽃과 같은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모금 한모금이 아주 맛있고, 사라지는 게 아쉬운, 그렇지만 매우 쉽게 넘어가서 계속 마시게 되는 와인입니다.

 

 필터링을 약하게 한 건지 마지막 잔에는 약간의 침전물이 있었습니다. 이 와인의 바닥은 화이트 와인임에도 안쪽으로 좀 들어가 있는데, 아주 마지막 부분은 따르지 않고 버리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미미한 침전물이 섞인 부분도 맛없지는 않네요.

 

 

 

 

 

좋은술 천비향 생주 [★★]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좋은술은 평택시 오성면에 위치해 있으며, 천비향이라는 오양주로 유명합니다. 술을 빚을 때 덧술을 밑술에 한 번 덧치면 이양주라고 하고, 덧술이 두 번 들어가면 삼양주라 하는데요. 천비향은 덧술을 네 번 덧치는 오양주입니다. 오양주는 현재 천비향 외에도 몇 종이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천비향이 가장 유명합니다. 천비향 약주는 2019년에 청와대 식전 만찬주로 선정된 적도 있습니다.

 

 천비향은 생청주(주세법상 약주)약주와 생탁주인 생주’, 상압식 소주인 화주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 중 이번에 생탁주인 생주를 마셔봅니다. 제조된 후 1개월하고도 보름정도 지난 걸 마십니다.

 

 알콜 14%. 침전물을 섞지 않고 일단 위에 뜬 부분부터 한 잔 마시려 하니 누룩향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입에 넣으니 느낌이 상당히 셉니다. 오양주라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농밀한 술입니다.

 

 침전물과 섞어 마셔봐도 느낌이 크게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술에 약간 이물질같은 게 떠다니는데, 보기에는 누룩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술의 강도가 강한데, 이게 알콜이 튀거나 해서 센 게 아니고... 우롱차가 맛이 강렬하고 무거울 때와 유사한 느낌으로 센데, 철관음이나 대홍포 같은 게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그 느낌이 셉니다. 입에 넣는 순간 묵직한 게 느껴집니다.

 

 풍미 자체가 엄청나게 좋은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살짝 새콤하고 꽤 맛있긴 한데요. 이건 기본적으로 저렴한 술도 아니고, 저렴할 수도 없는 술이고, 이 가격대면 이 정도 맛있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맛이 평범하다는 게 아니고요. 이건 최상급 청주의 탁주 버전입니다. 애초에 최상급 청주(약주)의 탁주 버전은 처음부터 탁주로 만들어 시판하는 것들과는 레벨 자체가 아예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탁주로 만드는 것들은 좀 비싸더라도 적당한 시판용 술이지만, 최상급 청주의 탁주 라인업은 최고급 한국형 미주(米酒)의 보급형 버전이라고 할까요. 태생적으로 티어가 다릅니다.

 

 이 술은 중량감이 본질입니다. 바디감이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싶습니다. 풀바디 같은 걸로 표현할 수 있는 바디감이 아니에요. 고전 타입의 철관음을 몇 배로 농축한 것 같은 그런 바디감입니다. 다만 압각 자체를 크게 자극하는 게 아니라서, 이건 존재감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쏘테른 와인이 연상되는 면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 술은 존재감이 꽤 강한 한식과 함께해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조피볼락(우럭) 튀김이고요.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부세(조기)찜이네요. 사적으로 종종 즐기는 참돔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흰살생선 요리와 함께 마셔보고 싶은 좋은술입니다.

 

 다만 나는 안주없이 술만 마시는 게 습관이고, 이 탁주도 그냥 금방 다 마셔버렸습니다. 꽤 맛있어서 비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이렇게 맛있는 술들이 나오는 우리나라도 꽤 좋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Suntory The Premium Malt’s []

 

: 이번 가을도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함께 합니다. 알콜 5.5%의 이 맥주를 한 번 세인트 버나두스 잔으로 마셔 봤습니다.

 

 유리잔에 따라놓고 보니 굉장히 섬세한 기포가 올라옵니다. 새삼스럽게 느끼는데 꽤나 차분하고 조용한 맥주입니다. 라거임에도 몰티하고 규모가 있는 풍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세인트 버나두스 잔은 이 맥주에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닙니다. 어쨌든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라거라서 별로 안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캔째 다시 마셔보면서 나는 이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홒의 풍미가 꽤 강한 편에 속하는 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프리미엄 몰츠지만 라거로는 무척이나 호피한 라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IPA 계열처럼 홒이 강하지는 않지만, 벨기에나 독일의 에일에 비하면 더 호피합니다.

 

 

 

 

Tsingtao Pure Draft []

 

: 알콜 4.3%.

 

 특이한 맥주입니다. 본래의 칭따오와는 맛이 전혀 다릅니다. 이름을 순수 생맥주라 붙이고 비열처리 맥주라고 파는데, 어차피 대부분의 시중 맥주는 비열처리입니다. 하이트가 처음 나올 때도 비열처리 맥주라고 광고했었지요.

 

 이 맥주의 맛 계열은 뭐라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보면 우리나라 맥주 스타일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맥주는 보통 고도수의 맥주를 만든 후에 인공탄산수를 섞는 형태라 이것과는 또 꽤 달라집니다.

 

 칭따오답게 쌀이 들어가서 다소 가벼운 느낌도 있는데, 일반 칭따오에 비하면 캐릭터가 셉니다. 일반 칭따오를 마시면 마냥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그렇지는 않아요. 묘하게 아사히가 떠오르는 면도 있네요.

 

 

 

 

 

 

Strongbow Gold Apple []

 

: 알콜 4.5%. 로제 애플에 비해 스위트한 타입이라 표기되어 있고, 실제 마셔보면 꽤나 사과 주스에 가까운 맛입니다.

 

 꽤 맛있네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사과주스같지만 사과주스보다 맛있습니다. 얼마든지, 사과 주스처럼 마실 수 있는 시드르라는 생각입니다.

 

 

 

 

 

제주맥주 넷플릭스 제주라거 []

 

: 이 맥주는 페스티벌에서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맛있었고 제주맥주의 다른 맥주들이 대체로 에일이다보니 이것도 에일인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라거더라고요. 조금 제대로 마셔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알콜 4.5%. 마시자마자 첫느낌부터 이게 라거라고?’ 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전에 마셨을 때 에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적혀있는 문구는 라거인데 입에서는 이게 에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달달한 느낌이라, 레페나 스텔라 아르투아처럼 옥수수를 쓴 맥주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성분을 보면 보리만 쓴 맥주네요.

 

 마셔도 마셔도 에일같습니다. 다만 탄산이 세고 (제주맥주 맥주들은 우리나라 맥주답게 대체로 탄산을 추가로 주입해서 탄산이 셉니다.) 도수가 낮아 묽긴 한데요.

 

 캔째 마시다가 보다 더 제대로 맛보고 싶어서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동원했습니다. 따라보니까 색깔부터 일반적인 라거 색깔이 아닙니다. 거의 헤페바이스 색깔입니다. 색깔 보자마자 생각한 게 에일을 라거라고 적어놓은거 아니야? 였습니다. 맛을 봐도 밀 비율이 낮은 헤페바이스에 탄산수를 조금 탔다고 해도 바로 믿을 정도입니다.

 

 이게 라거라면 떠올릴 수 있는 방식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구운 맥아를 사용하는 방식이요. 그리고 홒은 에일처럼 넣고요. 여하튼 묽은 정도만 라거고, 나머지는 완전히 에일인 맥주입니다. 블라인드로 마셨다면 100% 에일이라고 했을 맥주입니다.

 

 

 

 

 

 

 

 

 

 

 

Grove Mill Sauvignon Blanc 2022 [★☆]

 

: 알콜 12%. 말보로우(Marlborough)의 와이라우(Wairau) 밸리에 위치한, 유명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중 하나인 그로브 밀의 소비뇽 블랑을 마셔봅니다. 평론 점수는 이 2022년의 경우 제임스 서클링(JS) 91, 와인 스펙테이터(WS) 90인 것 같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이고,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6.7도로 낮았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로마는 일반적인 화이트와인 아로마였고, 입에 넣으니 선명한 시트러스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미네랄 맛도 느껴져서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피니쉬는 길지 않고 복합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신세계 소비뇽 블랑답게 가볍게 마시기 좋은 느낌입니다.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보다는 루아르의 소비뇽 블랑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이런 타입의 소비뇽 블랑은 진짜로 시트러스를 짜넣은 것 같은 풍부한 과실 풍미를 느끼게 합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인데 포도보다는 라임이나 자몽이 떠오르는 게 신기한 점이지요. 온도가 올라가면 구아바나 구즈베리의 향도 조금 나고, 미네랄리티도 더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상큼하고 과일향이 두드러지는 소비뇽 블랑입니다. 입에 넣을 때 약간의 자극성이 있는데, 탄산감이라기보다는 산의 자극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니까 의외로 유()질감이 조금 있습니다. 산도가 꽤 있음에도 그다지 크리스피하지 않은데, 높은 산도에 비해 사과산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비율상?) 어느 정도는 말로락틱 발효를 진행한건가 싶습니다. 그리고 다소의 앙금 접촉 뉘앙스가 있습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견과류와 토스트된 풍미가 살짝 납니다. 저온일 때와 온도가 올라간 이후의 인상이 꽤 달라지는 와인입니다.

 

 단순한 상큼함을 원하신다면 이 와인을 아주 차갑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시트러스향이 아주 강한 와인이 됩니다. 다만 나에게는 온도를 조금 올려 마시는 쪽이 이 와인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온도가 꽤 올라온 상태에서는 신세계다운 잔당감이 좀 느껴집니다. 이런 단맛은 온도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만, 아마 이 와인을 덜 크리스피하게느끼게 만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와인을 얼마 안 드신 분들이 감지할 만한 당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이 와인의 미미한 달콤함이 다소의 매력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달콤한 게 아니라, 드라이한 가운데 일부분이 엣지있게 달콤합니다.

 

 앙금 접촉으로 생겨난 풍미 가운데 미네랄리티가 죽지 않습니다. 미네랄이 두드러지는 와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미네랄이 계속 자기 주장은 합니다.

 

 산도는 이 와인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온도가 올라가도 산도가 있는 이상, 그리고 신선한 시트러스를 짜넣은 것 같은 향이 있는 이상 이 와인은 상큼합니다. 이 와인의 산은 다소의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다고 느껴지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와인으로 판단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지드링킹을 위한 와인이고,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이런 와인을 마실 때마다 진토닉을 대신하기 좋은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나는 진토닉을 만들 때 라임 및 레몬 주스를 잔뜩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와인과 살짝 유사한 타입이 되어버리거든요.

 

 

 

 

 

 

Nine North Wine Company Chasing Lions California Pinot Noir 2019 [★☆]

 

: 알콜 13.5%.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를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글라스 비교 겸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 쇼트즈위젤 비냐 버건디, 조세핀 No. 3를 사용해서 마셔봅니다. 15.3도에서 첫 서빙했습니다.

 

 조세핀 No. 3에서 첫 시음을 시작했습니다. 잘토가 독립해서 만들고 있는 조세핀은 No. 3레드와인 잔으로, 다른 브랜드와 달리 보르도와 부르고뉴 잔이 따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이 잔은 아래쪽이 꽤 와이드해서 공기에 접촉되는 면이 비냐 버건디만큼 넓습니다.

 

 피노 누아답게 딸기향이 나고, 새콤한 향기가 납니다. 입에 넣어보면 피노 누아 특유의 글리세린 느낌과 가벼움이 살아있고, 다소의 오크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산미도 살아있습니다. 응축감은 없다시피 하고, 약간의 잔당감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살짝 수줍어하는, 음성적인 와인입니다. 알콜이 살짝 세고 잔당감도 살짝 있고, 좀 태운 오크통 뉘앙스가 있는 점은 신세계 와인같고, 특히나 이 태운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이 프랑스 부르고뉴와는 다른 개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탄닌은 거의 없습니다. 로제와인과 레드와인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탄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약간의 부케가 형성되어 있는데,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부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쇼트즈위젤 비냐 버건디 글라스에서 이 와인은 보다 피노 누아스러운 개성적인 향을 드러냅니다. 역시나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비냐 버건디로 마실 때는 조세핀 No. 3에 비해 더 단순한 와인으로 느껴집니다.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있는 건가? 싶고요.

 

 온도가 올라가고 열릴수록 오크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 묽고 여리디여린 피노누아에 구운 오크 뉘앙스가 더해져서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와인은 오크드 샤르도네처럼 오일리하지도 않거든요.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에서, 온도가 올라가고 열린 이 와인은 비교적 진한 과일향을 드러냅니다. 혀에 닿을 때부터 달게 느껴지는데, 온도가 올라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데피니션 글라스에 따른 후 온도 측정을 해보니 19.7도였습니다. 나는 이 와인에 이 정도 온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요소가 분석적이지 않고 잘 융화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후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오크와 과일 뉘앙스가 강해져서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로 느껴졌습니다. 첫인상에서 느꼈던 음성적인 느낌은, 낮은 온도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인 것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소녀가 화장을 짙게 하고 자신감을 얻어서 적극적이 된 것 같은 와인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 오크드 샤르도네의 피노 누아 버전이라 하고 싶네요. 온도가 올라갈수록 아로마부터 오크 바닐라 향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이후 좀 더 테스트를 해보니 온도가 꽤 낮은 상태에서 가볍게 마시기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판단입니다. 온도가 올라간 상태에서도 가볍게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피노 누아라고 많은 것을 바라지만 않으면 됩니다. 피노 누아 품종의 가벼움과 낮은 탄닌은, 이 와인의 경우 오크의 바닐라스러움을 최대한 살려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르고뉴처럼 진지하게 접근하기엔 부적합하지만,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칠링해서 즐겁게 맥주나 시드르처럼 마시기에는 괜찮은 와인입니다.

 

 

 

 

Carlsberg Brooklin Pilsner Crisp Lager []

 

: 알콜 4.6%. 생산된지 좀 된 걸 여러 캔 입수했습니다. 신선한 상태는 아니라도 보관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봉해 마셔보니 홒향이 꽤 강한 라거입니다. ‘Crisp’ 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홒향이 강한 걸 그리 표현하는 기분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보다도 홒향이 강하고, 이게 라거가 맞나 싶은 제주맥주의 넷플릭스 라거가 생각날 정도의 호피함입니다. IPA의 라거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IBU가 높은 IPA를 마시면 향은 좋지만 즐겁게 마시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건 그래도 라거라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도 점성이 높습니다. 라거 특유의 청량함을 기대하고 마실 만한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IPA의 라거 버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분을 보면 순수한 보리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호피함과 높은 점성 이면에 달콤함이 있는데, 보리만 사용한 라거가 이렇게 달콤한 건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맛이 달콤하다기보다는 향이 달콤한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Font Salem Let’s Fresh Today []

 

: 알콜 4.5%. 제조국은 스페인이고, 신세계에서 수입한 맥주 계열의 발포주입니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로 취급되는데,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라 그렇습니다.

 

 이 발포주의 맛은 맥주지만 일반적인 맥주하고는 조금 다른데, 내가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원래 무알콜 맥주도 맛있게 잘 마시거든요. 무알콜 맥주에 비하면 훨씬 맥주같습니다.

 

 

 

 

 

 

화양 풍정사계 [★★☆]

 

: 풍정사계 를 구매할 때 생청주인(주세법상 약주) 도 같이 구매했었습니다. 어느 날 보유한 주류들의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다가 이 풍정사계의 명시 유통기한이 2달밖에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틀 지났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잘 만든 생주의 경우 유통기한과 무관하게 낮은 온도에서 보다 장기숙성을 한 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만, 나는 바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알콜 15%. 본래 찻잔으로 나온, 입수 후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던 조금 크기가 있는 수공 청자잔에 마셔봅니다. 가 그러하였듯 개봉에 힘이 좀 들어갔습니다.

 

 잔에 따라 향을 맡으니 청주 특유의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니 순정하게 맑고 아름답습니다. 역시 탁주()와는 또 다른 레벨을 보여줍니다. 아마 이 술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술 중 최고 수준에 이른 하나일 겁니다. 실제 수상 이력 등도 화려해서 2017년 우리술 품평회 약주ㆍ청주 부분 대상, 2021년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고요. 2017년 한미정상회담 청와대 만찬주, 2019년 한-벨기에 정상회담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이 술은 꽤 전통적인느낌을 줍니다. 봄꽃이 떠오르는 아름다움 이면에 전통 누룩에서 기인한 것 같은 잡스러움이 있습니다. 단정하고 세련되기보다는 풋풋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예쁜 술입니다. 자신을 꾸밀 수 있게 된 20대보다는 피부트러블도 생기고 꾸밀 줄도 모르는, 그렇지만 예쁜 10대 소녀를 연상시키는 그런 술입니다.

 

 중량감은 없지만 점도가 제법 있고, 다소의 거친 느낌도 남아있지만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순합니다. 준마이다이긴죠 같은 것과는 만들어진 방향이 아예 다릅니다. 좋은 면만 보여주려는 준마이다이긴죠와는 달리, 쌀과 누룩으로 만든 술의 모든 면을 보여주려는 느낌입니다.

 

 부드럽기 때문에 도수가 센 느낌이 입에는 별로 없는데, 마시다보면 취기가 강하게 올라옵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취하는 술이라, 어지간하면 1병을 2인 이상이 나눠 마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이건 술이 사람을 마시는 그런 술입니다. 여러 말이 필요없고, 일단 마시기 위한 술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이트진로 Kelly [-]

 

: 가을에 들어서도 켈리를 마십니다. 유리병에 든 켈리는 나름대로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한 번 PET 병에 담긴 것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병입 후 시간이 다소 지난 것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알콜 4.5%. 마침 얼마 전에 메종 루이 자도(Louis Jadot) 브랜드의 (아마도 증정용으로 만든) 버건디 글라스가 하나 생겼는데, 진짜 부르고뉴를 마시기에는 좀 부족한 퀄리티로 보이지만 맥주 등을 마시기엔 어떨까 싶어 이 켈리를 그것에 마셔보기로 하였습니다.

 

 PET 병에 담겨 한동안 보관된 이 켈리는 유감스럽게도 다소의 풍미와 탄산을 손실하였습니다. 캔에 담긴 것에 비해도 상당히 품질 손실이 심합니다. 그것이 부르고뉴 글라스에 마시니까 꽤 티가 많이 납니다. 이런 건 제대로 맛을 보면 안 됩니다. 부르고뉴 글라스에 마시면 맛이 너무 잘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글라스를 사용하는 건 바로 포기. (마셔보고 깨달은 건데, 트라피스트 에일 수준이 아닌 이상 부르고뉴 글라스에 맥주를 마시는 건 맥주한테 너무 가혹한 행위였습니다.)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잔을 찾다가 찬장 속에서 뚜껑 없는 텀블러처럼 생긴, 300cc짜리 시드르 서머스비(Somersby) 유리잔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바꿨습니다.

 

 서머스비 잔에서 이 켈리는 좀 더 마시기 편했습니다. 열화된 풍미의 부정적인 부분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고, 단순하고 별 맛이 없지만 이 상태에서는 그게 낫네요.

 

 

 

 

 

Stella Artois [★☆]

 

: 알콜 5%. 스텔라 아르투아를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그 사이 꽤 다른 맥주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원재료에 옥수수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일반 보리 맥주가 되었고요. 내가 이번에 마시는 캔은 오비맥주에서 국내 생산한 것입니다.

 

 일단 캔째 마셔봅니다. 무척 맛있습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필스너 우르켈처럼 노블 홒 중 하나인 자츠 홒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필스너 우르켈처럼 쓰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균형감과 풍미 모두가 좋네요.

 

 옥수수를 사용하던 기존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좀 더 개성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현재의 이것은 그냥 그저 맛있는, 그것도 라거로는 최고 레벨로 맛있는 라거입니다.

 

 오비에서 만든 게 유럽에서 만든 것과 살짝 다르긴 한 것 같고, 원재료에도 이산화탄소가 표기되어있는 게 탄산을 약간 강화한 것 같은데요. 나쁘지 않습니다. 결과물이 맛있네요.

 

 

 

 

 

Tempt 1 Pêche [-]

 

: 알콜 4.0%. 시드르에 복숭아주스를 포함해 이것저것 들어간 시드르입니다. 나에게 템트는 약 10년 전에 즐겨 마시던 시드르 브랜드인데, 그 때 잠시 살았던 동네에서 템트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눈에 띠어 오래간만에 구매해보게 되었습니다.

 

 캔째 마시는데 첫맛은 거의 시드르라기보다는 복숭아 주스를 잔뜩 넣은 일종의 칵테일입니다. 끝맛에서 기주가 시드르라는 걸 알 수 있긴 한데, 복숭아 풍미가 워낙 강합니다. 마시면 취하는 주스나 다름없네요.

 

 

 

 

 

오비맥주 OMG OB MUlTI GRAIN [-]

 

: 알콜 4.5%. OMG는 현미, 보리, 호밀 등을 사용한 상급 발포주라고 합니다.

 

한 입 마시면 맥주와는 명백하게 다른 풍미입니다. 뻥튀기나 죠리퐁 같은 곡물 과자의 향이 납니다. 일종의 곡물 음료수 같은데 알콜을 가지고 있습니다.

 

 

 

 

 

 

Tiger Lager Beer []

 

: 알콜 5%. 타이거는 하이네켄이 만드는 싱가포르 맥주인데, 내가 이번에 마시는 캔은 원산지가 네덜란드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경향은 본래의 하이네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쓴맛이 있는 타입이라 느낍니다. 차갑게,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라거. 아시아의 더운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맥주입니다.

 

 

 

 

Asahi Super ‘Dry’ ヅョッキ[]

 

: 여름에 이어 꽤 많이 사뒀던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을 마십니다. 한동안 일상적으로 마셔도 될 만큼 사뒀는데, 마실 것도 많고 매일 술을 마시면서 살 수도 없다 보니 앞으로도 당분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마셔도 정말 놀라울 만큼 아무 맛도 없습니다. 이 무미에 가까운 게 아사히의 핵심이겠지요. 별 맛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과 마셔도 딱히 안 어울리지 않고, 그냥 탄산수 대신 마셔도 됩니다.

 

 

 

 

 

Carlsberg Brooklyn Pilsner Crisp Lager []

 

: 알콜 4.6%. 생산된지 좀 된 걸 여러 캔 입수했습니다. 신선한 상태는 아니라도 보관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봉해 마셔보니 홒향이 꽤 강한 라거입니다. ‘Crisp’ 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홒향이 강한 걸 그리 표현하는 기분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보다도 홒향이 강하고, 이게 라거가 맞나 싶은 제주맥주의 넷플릭스 라거가 생각날 정도의 호피함입니다. IPA의 라거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IBU가 높은 IPA를 마시면 향은 좋지만 즐겁게 마시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건 그래도 라거라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도 점성이 높습니다. 라거 특유의 청량함을 기대하고 마실 만한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IPA의 라거 버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분을 보면 순수한 보리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호피함과 높은 점성 이면에 달콤함이 있는데, 보리만 사용한 라거가 이렇게 달콤한 건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맛이 달콤하다기보다는 향이 달콤한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후 다시 마셔봐도 맛이 풍부하고 맛있는 맥주입니다. 다만 역시나 라거같지는 않습니다. 라거와 에일의 중간적인 맥주... 라기보다도 에일에 가깝고, 넷플릭스 라거와 유사한 포지션이라 생각합니다.

 

 

 

 

 

 

Edelweiss Premium Wheat Beer []

 

: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들던 밀맥주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 하이네켄이 에델바이스를 인수했고, 네덜란드에서 맥주를 만들게 되었으며 제조법도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알콜 4.9%. 라 트라페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바이스비어치고는 색이 꽤 맑습니다. 본래 헤페바이스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이랬었나 싶습니다. 이 맥주는 성분을 보면 허브향과 시트러스향이 추가로 들어갔는데, 그래서인지 밀맥주치고는 좀 IPA 같은 아로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변화는 하이네켄 인수 이후에 일어났다고 압니다.

 

 입에 넣으면 역시나 밀맥주다운 풍미가 있는데, 동시에 순수한 맥주의 풍미도 아닙니다. 성분에 사과추출물도 들어가 있는데, 덕분에 좀 묘한 느낌의 밀맥주라고 느낍니다. 호가든이나 위트 에일처럼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에일의 느낌인데, 스파이스를 사용한 호가든에 비하면 이건 좀 더 허브 느낌이 강한 쪽이라 느낍니다.

 

 

 

 

 

하이트진로  폭탄맥주 [★]

 

: 알콜 6%. 지난 여름에 이어 가지고 있는게 좀 더 있어 가을에도 마십니다.

 

 역시나 맛은 하이트 라거 맛인데, 알콜이 좀 더 셉니다. 예전 카스레드가 생각나는 맛이고, 라거를 조금 천천히 마시는 걸 좋아한다면 즐길 만 합니다.

 

 여러 번 마시면서 나는 내가 이 맥주를 나름 마음에 들어한다고 깨달았는데, 도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Arion Moscato d’Asti 2022 [★☆]

 

: 알콜 5%.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로 마셔봅니다.

 

 마개는 프리잔떼답게 아래쪽이 넓은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는데, 원래 모스카토 다스티가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하기 어렵긴 하지만, 이 와인은 병 입구가 평평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얇아지는 타입이라 더 힘들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이 와인은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하시길 권장합니다. 나는 이 와인을 개봉하면서 저렴한 소믈리에 나이프 하나를 망가뜨렸습니다.

 

 모스카토 프리잔떼(약발포성)는 와인계의 사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 같은 와인의 대표격이지요. 그 중에서도 모스카토 다스티는 모스카토(=머스캣=모스카텔)로 만드는 프리잔떼 중 최고의 규격입니다. 대중적으로 매우(특히 여성들에게) 선호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은 매우 맛있습니다. 맛있는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특히 모스카토 특유의 머스캣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산도도 괜찮고요. 피니쉬가 긴 건 아니지만 뒷맛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역시나 매우 맛있는 포도 주스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알콜이 조금 섞인. 다만 별로 와인같지는 않아요.

 

 

 

 

 

 

Mazzei, Castello di Fonterutoli Ser Lapo Chianti Classico Riserva 2019 [★★]

 

: 산지오베제나 몬테풀치아노 와인이 마시고 싶어져서 조금 이른 것 같지만 개봉했습니다. 알콜 14%. 마개는 꽤 부드러운 느낌의 천연 코르크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측정 10.3도로 상당히 차가웠고, 조세핀 No. 3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마쩨이는 1435년에 시작된, 굉장히 오래 된 와이너리입니다. 이 비노(와인)의 이름인 Ser Lapo는 처음 키안티 비노를 문서로 기록한 (1398) 마쩨이 가문의 선조 이름입니다. 세르 라포 마쩨이의 손녀, 마돈나 스메랄라 마쩨이의 대에 마쩨이 와이너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르 라포는 90% 산지오베제, 10% 메를로를 사용했으며 2019년산의 평론가 점수는 제임스 서클링(JS) 94, 와인 스펙테이터(WS) 93, 와인 아드보케이트(WA=RP) 92, 팔스타프(Falstaff) 92입니다.

 

 개봉 후 따르면서 입구에 남은 한 방울을 입에 넣어보니 역시나 좀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라스에서 느껴지는 아로마는 고혹적이며 과실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입에 넣으면 너무 어린 걸 땄다는 생각이 바로 듭니다. 최소한 10년은 더 숙성시킬 수 있었던 와인입니다. 혀를 무두질하는 것 같은 뻑뻑한 탄닌이 느껴집니다. 탄닌 컨트롤이 안 된 와인은 아니라서 떫은 느낌을 무시하면 마시기 힘들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모습을 어느 정도나 엿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단 탄닌 뒤로 이 세르 라포는 강렬한 붉은 과일향과 계속 마시게 되는 유쾌한 산도, 그리고 장기적인 프랑스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바닐라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혀를 무두질하고 조이는 듯한 탄닌만 아니면 맛있는와인에 속합니다. 아주 맛있다는 감각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와인이라, 일단 계속 마시게 되는 타입입니다. 복합성이 있거나 우아한 타입은 아닙니다. 강렬하고 맛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와인의 진가를 알 기회가 없었습니다. 금방 꽤나 마셔버리게 되었거든요. 겨우 조금 알게 된 건 이 와인이 풍부한 동물계 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마 숙성이 다 되고 나면 무척 섹시한 와인이 될 겁니다. 그런데 성숙하기 전에, 아직 어린 소녀일 때 마셔버리게 되었어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와인을 마시다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와인의 30% 정도는 개봉 후 일주일 정도 지나 마셨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 와인은 본래의 포텐셜을 꽤 잃어버리긴 했지만, 뻑뻑하던 탄닌이 나름 부드러워져 어느 정도 마시기 편하게 되었습니다. 시음적기에 이 와인을 개봉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탄닌이 좀 풀어졌다고 해도 풍미와 구조에는 아직 미숙함이 많이 있어 브리딩으로 진짜 숙성을 흉내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좀 마시다보니 혀를 무두질하는 감각이 올라옵니다. 제우스의 피, 산지오베제는 역시 꽤나 강건하다는 생각입니다.

 

 

 

 

 

 

 

Somersby Apple Sparkling Cider []

 

: 서머스비는 칼스버그에서 만드는 시드르 브랜드입니다. 이 서머스비 애플 스파클링 시드르는 사과 주스 + 시드르이며 알콜은 4.5%입니다.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맛은 사과주스 느낌이 강합니다. 시드르 특유의 깔끔한 느낌이 없는 건 아닌데, 맛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사과주스로 구성되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과 주스 같은 느낌으로 맛있게 마셨습니다.

 

 

 

 

 

 

 

Taittinger Prélude Brut Grands Crus (N/V) [★★★★]

 

: 떼땅져 프렐뤼드는 떼땅져의 그랑 크뤼 퀴베 N/V(nonvintage) 상파뉴입니다. 동사의 밀레짐 상파뉴와 거의 동급으로 취급되며, nonvintage 상파뉴로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입니다. 2000년에 처음 출시되었는데, 본래는 밀레니엄 기념 한정판으로(그래서 이름이 프렐뤼드=전주곡) 매그넘만 한 번 출시하고 말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너무 잘 만드는 바람에 정규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알콜 12.5%. 세파쥬는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입니다. nonvintage라 병입일을 알 수 없습니다만, 이번에 마시는 이 병은 출고 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와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해 마셔보기로 하고 마시기 시작합니다.

 

 일단 퍼포먼스에 따라놓으니 아로마가 근사하고 매력적입니다. 입에 넣으니 상파뉴답게 앙금 접촉이 많이 된 느낌입니다. 버블은 상당히 센 편. 샤르도네가 50% 들어갔는데도 강렬한 상파뉴입니다. 그리고 무척 맛있습니다. 버블이 세도 너무 세서 일단 따자 마자 마시려니 탄산 때문에 풍미가 좀 가려지는 느낌이 있는데, 탄산이 좀 날아가고 나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건 샴페인 글라스나 플루트 글라스가 안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에서 이 상파뉴는 보다 선명한 느낌입니다만, 여전히 너무나도 강하고 많은 버블이 맛을 가리고 있습니다. 참 맛있는데 버블이 너무 강하고 많아서 맛을 보기 힘든 것도 신기한 경험입니다. 버블보블버블보블 합니다.

 

 결국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로 마셔보기로 결정. 이런 상파뉴 때문에 이 시대에도 쿠페 글라스도 쓰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잔 중 쿠페 글라스에 가까운 건 라 트라페 전용잔과 세인트 버나두스 전용잔 뿐이고, 그것들은 이 떼땅져 프렐뤼드를 마시기 적합한 정도의 퀄리티가 아닙니다. 그래서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에서 이 와인이 다소의 환원취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니버셜 글라스에서 환원취는 단시간에 날아갔고, 이내 풍부한 과일 아로마를 풍깁니다. 그리고 이제야 진가를 드러내네요.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네랄리티. 경이적인 피네스. 충분한 앙금 접촉과 숙성에서 기인한 팔렡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리기 전에는 복합성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가 섞여있어서 그럴까요. 양립된 순수함이 완성된 균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복합성과 야성을 드러냅니다.

 

 이산화탄소의 베일을 벗은 이 상파뉴는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특히나 이런 미네랄리티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걸까 싶을 정도입니다. 열리기 전에는 단정했는데, 열리고 나서는 자갈 같은 미네랄리티에 더해 깊은 복합성을 느끼게 합니다.

 

 한편으로 이 상파뉴는 부정적인 향들을 품고 있습니다. 환원취, 과숙된 포도의 향, 퇴비와 같은 냄새 같은게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갑니다. 그러나 그런 향들이 결과적으로는 복합성과 생동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세계 와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요.

 

 이 상파뉴를 표현하자면 제우스와 헤라의 대리석상이 있는, 자갈이 깔린 정원에서 아몬드를 얹은 빵과 생포도를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역시나 부르고뉴와 상파뉴는 가산을 탕진하게 만듭니다.

 

 

 

 

 

롯데주류 백화 월화정인 []

 

: 백화 월하정인은 롯데주류에서 202210월에 출시한 청주입니다. 라벨에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이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청하의 상급 청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청하와는 달리 주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구연산,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은 들어갑니다. 백화수복과는 다른 술입니다.

 

 알콜 14%. 마셔보면 볼륨감이 조금 있는 타입입니다. 맛 계열은 롯데주류 청주가 어느 정도 유사한 것 같은데, 상급품인 설화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긴 하지만 가격 이상으로 품질차가 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건 좀 맛이 잡스럽고 향기가 부족해요. 문제는 설화는 이제 단종인지 구할 수 없다는 거네요.

 

 제대로 된 청주는 물론이고 리즈너블한 화랑에 비해도 좀 그저 그렇지 않나 싶지만, 이건 풍미 계열이 사케에 가까워서 데워마시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미 차게 마시고 있다는 거고요. 언제 데워먹는 걸 시도해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이트진로 Terra []

 

: 테라 일반 버전 PET를 마셔봅니다. 알콜 4.6%.

 

 테라는 켈리나 테라 한정판 싱글몰트와 달리 전분이 좀 들어갑니다. 그래서 살짝 가벼운데, 제법 좋은 홒을 사용해서 그런지 향이 좋고 잘 어울립니다. 맥스에 비하면 더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나는 테라가 켈리보다 맛있습니다.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너무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하이트진로 Terra Special Editon Single Malt from Tasmania 2023 []

 

: 하이트진로의 2023년 테라 한정판을 넉넉히 구매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실 생각입니다. 2023 테라 한정판은 올 몰트 비어로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의 몰트와 홒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용한 홒의 품종은 엘라(Ella)라고 하는데, 내가 익히 아는 품종은 아닙니다. 싱글 몰트라는 표현은 싱글 몰트 스카치의 인기를 빌려온 것 같습니다.

 

 알콜 4.6%. 일단 캔째 마셔봅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버블이 상당히 부드럽고 점도가 높습니다. 높은 점도 때문에 IPA나 브루클린 필스너가 떠오릅니다. 다만 홒 풍미가 브루클린처럼 강하지는 않습니다.

 

 첫인상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째 바다거품같은 거품 잔뜩에 점도만 높은 느낌이었거든요. 이정도면 맥스 한정판은 물론이고 초창기 맥스 프라임 일반판만도 못한거 아닌가 싶은데요. 제조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날이 추워진 이후에 유통된 맥주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납득이 잘 안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맛이 살아나는데, 포인트가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매우 낮았는데, 이건 그렇게 마시면 안 되는 맥주 같습니다.

 

 그래서 라 트라펠 전용잔에 마시기로 했는데, 전에 이 잔에 라 트라페 쿼트라펠을 마시고 제대로 세척을 안 해뒀더니 쿼트라펠의 달달한 초콜렛 같은 향이 살짝 배어있는 상태가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나쁜 향은 아니기도 하고요.

 

 라 트라펠 전용잔에서 이 맥주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캔째 마시지 않는 게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이후 향이 두드러지지 않는 서머스비 전용잔에 마셨더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맛을 상세히 보려고 할 때 좋은 레벨은 아니고, 가볍게 마시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Indigo Eyes Chardonnay California 2020 [★☆]

 

: 인디고 아이즈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입니다. 다양한 품종의 리즈너블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중 2020년 샤르도네(미국식 발음으로는 샤도네이)를 마셔봅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6.9도였습니다. 마개는 길이가 짧은 테크니컬 코르크인데, 코르크에 아무런 인쇄도 없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셨습니다.

 

 마시자마자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트 와인다운 산도와 신선함이 살아있는 선에서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바닐라, 시럽, 크림, 분유 같은 느낌이 꽤 있습니다. 맛 자체도 살짝 달달한 것 같은게 잔당감이 있다고 봐야겠고요. 오키드한 쓴맛도 살짝 가지고 있습니다. 온도가 워낙 낮은 영향도 있겠지만 미네랄리티나 복합성이 별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 정도만 되어도 꽤 맛있습니다. 어지간히 무능한 생산자가 아니고서는 샤르도네로 맛없는 와인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맛없는 샤르도네를 딱 한 번밖에 못 마셔봤습니다.)

 

 이렇게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달콤한 뉘앙스를 가진 미국식 오크드 샤르도네는 언제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그렇듯, 캘리포니아의 샤도네이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부르고뉴를 지향하지 않아요. 와인도 술일 뿐인데 부어라 마셔라 즐겨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느낌의 샤르도네를 만듭니다. 특히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는 더더욱 그런 느낌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예외적인 것도 나오긴 합니다.) 여담인데 마시기엔 언제나 적합하지만 요리에 쓰기엔 난이도가 높은 타입입니다. 요리용으로는 쓰기 매우 힘들어요.

 

 마시다보니 조금 열리면서 다소의 미네랄리티가 드러납니다. 입에 넣으면 순간 맑은 시냇물을 마시는 것 같은 청명함이 있다가, 이내 곧 분유-바닐라-오크 계열의 맛이 지배합니다. 역시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화장을 짙게 한 여자 같은 느낌이에요. 함께 파티를 즐기기에 즐거운. 실제 스탠딩 파티에서도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상파뉴 못지 않게 날아다닙니다.

 

 이후 열리면서 부케가르니 같은 허브 및 스파이스 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린페퍼, 세이지나 타라곤 같은.

 

 별점 결정은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감성적으로는 별 반 개 올리고 싶은데 이성적으로는 아니네요. 어쩔 수 없이 샤르도네는 나의 최애이자 진리입니다.

 

 

 

 

 

Pilsner Urquell [★☆]

 

: 이번 가을에도 필스너 우르켈을 마십니다. 알콜 4.4%. 언제 마셔도 고상한 맥주입니다. 좀 쓰긴 하지만. 실망시키지 않네요.

 

 

 

 

 

264청포도와인 절정 Medium Dry 2021 [★★]

 

: 264청포도와인은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의 고향인 안동시 도산면의 와이너리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하고, 청포도인 청수 품종으로 양조를 하고 있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의 그 곳에서 키운 청포도로 와인을 빚는 곳이지요. 안동시에서 지역특화사업으로 조성한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에 사용된 청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와인 양조용 품종으로,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품종입니다. 본래는 식용 포도로 육종했는데 맛이나 향은 좋았지만 수확기가 되면 알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실패한 품종으로 인식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조용으로 써보니까 좋아서 양조용 품종으로 보급에 성공했습니다.

 

 264청포도와인은 현재 이육사의 시 제목에서 따온 광야’, ‘절정’, ‘세 종류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광야는 Dry, 절정은 Medium Dry, 꽃은 Sweet라고 합니다. 그 중 이번에는 2021년산 절정을 마셔봅니다. 병에는 절정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부분이 적혀 있습니다.

 

 수상 경력이 꽤 있는 와인입니다. 2019 한국와인대상 실버상, 2020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1 한국와인베스트트로피 골드상, 2021 대한민국주류대상 우리술(한국와인 부문) 대상, 2021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1 아시아와인트로피 실버상, 2022 대한민국주류대상 우리술(한국와인 부문) 대상, 2022 베를린와인트로피 골드상, 2022 아시아와인트로피 골드상, 2022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3 한국와인베스트트로피 그랑골드상 을 수상했습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 병 내 6.5.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코르크에 남은 흔적을 볼 때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와인에 대한 이해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있을 정도로 대미지 입지는 않았고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십니다.

 

 이 와인은 유감스럽게도 보당이 좀 된 와인인데, 성분 중 포도가 92%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아마 보당 없이 양조했으면 과거의 카비넷처럼 도수가 좀 더 낮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대체로 보당이 된 게 많은데, 유감스럽지만 이해는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도 그렇고, 우리나라 기후도 포도 키우기엔 진짜 안 좋거든요.

 

 굉장히 달달한 아로마. 먹어본 적 없는 품종의 생포도나 포도향 풍선껌같은 향. (이 와인에는 폭시-foxy-하다고 표현하는 향이 있는데, 와인 평가할 때는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향입니다.) 입에 넣어보니 일단 응축감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네요. 일단 와인으로는 좋은 평을 주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하게 맛있습니다. 살짝 달달한 걸 맛있게 느끼는 건가 의심하면서도, 그러기에는 이 술이 (저온에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단맛을 가진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향보다는 맛이 좋은 와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온도가 좀 올라가고 나니까 나름대로 미미한 달콤함을 가진 와인이긴 합니다.)

 

 설탕을 넣은 영향인지 다른 무언가가 영향인지 알콜 성분이 꽤나 자극성이 있습니다. 목 상태가 완전히 정상은 아닌 상태에서 마셨는데, 마실 때 목에 꽤 자극이 느껴집니다. 맛이 새콤하지는 않은데 산은 꽤 있고, 그렇다고 산도가 앞서지는 않네요.

 

 과일과일한 정도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같은데, 그 과일 뉘앙스가 굉장히 포도스럽습니다. 풍미가 좀 다르긴 하지만 샤인머스캣이나 어텀크리스피같은 식용 청포도를 액체화시켜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좀 듭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달지는 않고요.

 

 생각보다 떼루아 느낌이 제법 있습니다. 응축감은 미국 저렴이 메를로보다 더 나쁜데 맛은 묘하게 좋다보니 진짜 이건 본투더 작업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팝핑캔디마냥 튀는 알콜이 꽤 자극성이 있는데도 잘 넘어가는 편이고, 우리나라 사람 입맛을 고려할 때 어지간해서는 이 와인 맛있다고 할 것 같네요.

 

 마시면서 조금씩 깨닫는데 이거 아주 미세한 탄산이 좀 있습니다. 버블 크기가 작아도 너무 나노스럽게 작아서 감지하기 힘든데, 그 강도는 약하지 않습니다. 눈으로는 전혀 안보이는데 제법 있어서... 디캔팅해서 최대한 날려버리면 팔렡이 좀 변할 것도 같은데 디캔터 쓰기 번거로워서 포기. 온도가 올라오면서 미네랄리티가 조금씩 올라오는데 괜찮네요. 우리나라 기반암이 화강암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거 서빙 온도가 좀 높아야 해요. 10도 이상 추천. 그리고 디캔팅 추천입니다. 병숙성 잠재력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일단 병입 후 너무 오래되기 전에 마셔야 할 타입으로 추정합니다.

 

 열린 후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묵직해지면서 미네랄 느낌이 강해집니다. 열리기 전에는 액체화시킨 식용 포도를 입에 넣는 느낌이었는데요. 열리고 나니까 액체로 만든 화강암을 입에 넣는 기분입니다. 이건 비유하자면 석가여래상주설법탑... 통칭 석가탑입니다. 다만 그 위에 진흙을 한 겹 덮은.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변해서 생각해보니까 탄산이 문제였습니다. 탄산 날아가고 나니까(+온도가 올라가니까) 진가를 한순간에 보여줍니다.

 

 와인 자체의 포텐셜 감안 레벨은 (의외로) 별 두개 반입니다. 열리고 난 후 드러난 미네랄리티의 퀄리티가 기대보다 너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거 잠재 레벨에 비해 완성도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이 와인이 가진 폭시한 아로마는 전통주 애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테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다수가 고개를 가로저을 겁니다. (나는 와인 애호가 기준으로는 폭시함을 그리 싫어하는 편이 아니긴 할 겁니다.) 그래서 별 한개반에 가까운 두개로 평가하겠습니다. 아마 이 와이너리는 앞으로 점점 좋아질테지만, 지금은 아직 포텐셜이 다 발휘된 상태가 아닐 겁니다. 이번에 마신 바틀 병숙성 시킨다고 확 좋아진다는 게 아니고요. 264청포도와인에서 앞으로 점점 더 좋은 와인을 만들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일단 열심히 만든 건 알겠습니다. 이런 잠재 레벨은 무성의한 와인에서는 나올 수 없지요. 보당 안하면 더 좋을 거 같고요. 청수 자체도 아직 완성된 품종에서는 거리가 먼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감히 말하건데 이 와인은 이육사의 이름을 사용하는데 적어도 부끄러운 와인은 아닙니다. 강철로 된 무지개의 편린 정도는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다만 추천은 시음온도 11도 이상, 디캔팅, 그리고 부르고뉴 글라스입니다. 조건을 갖춘다면, 마시면 됩니다.

2023년 가을 공산품 음식 감상문

식이 2023. 12. 9. 16:14 Posted by 해양장미

※ 지난 글

 

2023년 여름

 

 

 

 

광동제약/건강한사람들 광동 온 더 게임

 

: 건강한사람들() 에서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유통하는 에너지 음료. 포장만 봐서는 무슨 음료일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리치나 람부탄 같은 열대과일 맛이 나는 에너지 드링크라 생각하면 됩니다. 프로게임단 광동 프릭스 선수들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약한 탄산이 있고, 열대과일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부스트 효과가 좋습니다. 괜찮은 에너지 음료인데, 네이밍과 패키징 때문에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 많이 팔리는 느낌이 아니거든요. 그나마 캔 패키징은 괜찮은 것 같은데 PET 패키징은 얼핏 봐서는 에너지음료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건 차라리 비타 500같은 패킷으로 유통했으면 더 잘 팔렸을 것 같아요.

 

 

 

 

 

세븐브로이 , 강서 Non Alcoholic

 

: 강서 맥주의 논알콜 버전입니다. 1%미만의 에탄올을 함유하고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무알콜 맥주답게 본래의 맥주에서 무언가 빠진 느낌이 나고, 신맛이 꽤 느껴집니다만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무알콜 맥주 치고는 알콜이 조금 들어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 정도 도수면 잘 익은 김치나 과일을 먹었을 때 섭취하는 알콜 양과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진짜 맥주처럼 거품이 상당히 많이 생깁니다. 무알콜 맥주 중에는 입수가격이 조금 높은 편인 게 아쉽습니다

 

 

 

 

 

 

롯데웰푸드 파스퇴르 설레임 밀크쉐이크

 

: 밀크쉐이크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달콤한 우유로 만든 슬러쉬 같은 거고, 다른 하나는 아이스크림을 녹인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유통되는 건 후자고요. 이 제품은 진짜 설레임을 녹인 느낌에 가깝네요.

 

 맛은 괜찮습니다. 실제 설레임이 그렇듯.

 

 

 

 

 

유어스 감동란 계란쿠키

 

: GS리테일 유어스 브랜드의 계란쿠키입니다. 제조사는 제주내먹이라는 서귀포 회사네요.

 

 꽤 맛있습니다. 파삭한 느낌으로 잘 만든 계란과자입니다. 밀은 국내산 밀을, 계란은 유정란을 썼는데, 결과물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노른자맛이 강합니다. 먹으면서 묘하게 진짜 감동란이 떠오르는 면이 있네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케루 롱 구미 그레이프

 

: Mikakuto Co. 라는 곳에서 만든 일본산 젤리입니다. 길고 얇은 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개봉해보면 고무 파이프의 일부 같은 올록볼록한 젤리가 들어있는데, 입에 넣기 전에는 껌 같습니다. 그렇지만 입에 넣고 씹으면 껌이 아니라 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맛은 좀 불량식품 같습니다. 술냄새 같은 것도 살짝 나는게 맛없지는 않은데 쓸데없이 긴 포장으로 먹기가 좀 피곤해서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습니다.

 

 

 

 

 

서주 페코 아이스 모나카 딸기

 

: 제법 비싼 신제품 모나카 아이스크림. 페코가 포장에 그려져 있습니다.

 

 맛이 가볍습니다. 유지방 함량이 없지 않은데 무겁지 않은 게, 꽤 좋은 걸 사용했구나라는 느낌이고, 딸기향도 질이 괜찮게 느껴집니다만 그 외에 특별히 맛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평범하면 참 좋게 생각했을 아이스크림인데, 가격이 너무 사악합니다.

 

 

 

 

 

농심 먹태깡 청양마요

 

: 핫한 신상품을 입수해서 먹어봅니다. 봉지를 개봉해보니 냄새가 꽤나 인상적입니다. 좋다고 하긴 힘든 냄새인데요.

 

 과자를 입에 넣으니 북어 향이 확 풍기는 시즈닝이 잔뜩 묻어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운 맛이 꽤 납니다. 꽤 바삭바삭한 식감이고요. 시즈닝에 북어가루 좀 섞어놓은 건가 싶네요.

 

 이게 왜 그리 인기있는걸까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북어포 먹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하림 The 미식 장인라면 얼큰한맛 (용기)

 

: 험로라 할 수 있는 라면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질주 중인 하림의 The 미식 장인라면 얼큰한맛 용기면을 먹어봅니다. 챔라면이 그렇듯 이 라면도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조리하는 레시피입니다.

 

 향이 꽤 묘합니다. 처음에는 특이한 스파이스를 사용한 건가 의심했지만, 자세히 먹어보니 사용한 건야채들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면은 역시나 특유의 꼬들면이고, 전자렌지에 돌린 후에도 생생합니다.

 

 나름 맛있네요. 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편의점 기준 1+1 가격으로 사야 먹을 만한 가격이라고 느낍니다.

 

 

 

 

 

뚠뚠푸드 얼큰 돈코츠 라멘

 

: 용기에 생면과 건더기스프, 진공 포장 차슈가 들어간 돈코츠 라멘입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로 익혀 먹는 조리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입 먹어보니 라멘이라기보다는 짬뽕이 떠오릅니다. 돈코츠 라멘 맛이 아니고, 고기짬뽕 맛이에요. 특히 면만 먹을 때는 완전히 짬뽕이고요. 국물은 그나마 뼈를 우린 느낌이 강해서 돈코츠 느낌도 나긴 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스타일 좀 특이한 짬뽕으로 인식됩니다.

 

 라멘이라는 게 원체 범주가 넓다보니 이것도 라멘이라고 한다면 라멘이겠습니다만.

 

 

 

 

 

 

HBAF 청양마요아몬드

 

: 허니버터아몬드로 유명한 바프의 청양마요아몬드입니다. 개봉하면 느껴지는 향은 그냥 청양고추가 아니라, 고추를 넣은 간장조림 향입니다. 그렇게 맵지는 않아서 사실 청양고추보다도 꽈리고추가 더 떠오릅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 것이, 어째 고추찜닭 같은 데 아몬드를 넣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제는 마요맛이 안 나는 것 같아요.

 

 

 

 

 

남양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R 슈크림 라떼

 

: 커스터드크림 맛에 우유맛, 그리고 그 가운데 쓴 커피의 맛이 있습니다. 생크림에 가까운 커스터드크림에 로부스타 커피를 더한 것 같은 맛입니다.

 

 나에게는 결과적으로 커스터드크림 맛도 강하지 않고, 커피도 너무 쓴맛으로 액센트 넣으려고 했다는 느낌이긴 한데요. 아무래도 이런 건 가볍게 마시는 음료로 접근해야겠지요.

 

 

 

 

 

 

푸드올로지 가벼움을 위한 히비스커스맛 콜레티 워터

 

: 최근에 나온 신상품인데 잘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히비스커스 차 같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달달하고 옥수수팝콘향과 자몽향이 있습니다. 제로칼로리 감미료계열 맛이 살짝 나고요.

 

 히비스커스는 진짜 색깔 날 정도로만 우린 것 같아요. 히비스커스 풍미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농도가 워낙 옅어서 차라기보다는 물입니다. ‘워터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히비스커스자몽향 제로칼로리감미워터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스 칸타타 카라멜 마키아토 팩

 

: 이런 타입의 카라멜 커피는 맛이 묘합니다. 본래 카라멜 마키아토를 만들때는 커피와 카라멜소스를 믹싱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런 팩 음료는 완전히 믹싱이 되어 있지요. 그래서 맛에 레이어가 없고, 본래의 카라멜 마키아토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이 팩커피는 탄맛이 나는 커피에 카라멜소스를 섞은 것 같은데, 양쪽 다 주장이 강합니다. 조화롭게 섞여있지 않아요. 이 이질감이 어쩌면 궁여지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카라멜맛이 강하다보니 순식간에 다 마시긴 했습니다.

 

 

 

 

 

말표산업/한국생활건강/금강B&F - 마력 Darkhorse

 

: 연구개발은 한국생활건강, 제조원은 금강B&F, 유통은 말표산업이 하는 말표 마력입니다. 24캔 사서 근래 즐겨마신 에너지 드링크인데요.

 

 다소 자극성이 있는 에너지음료 맛이고, 신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살짝 단 편이라고 생각하네요. 설탕 + 스테비아 + 수크랄로스 구성으로 캔당 100kcal고요. 카페인은 250ml100mg로 강합니다. 마시기 쉬운 맛이고 괜찮은 부스트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 입에는 노멀 핫식스에 비하면 이쪽이 맛있고, 구매했던 가격도 저렴해서 좋았네요.

 

 

 

 

오뚜기 열떡볶이면 오리지널 (용기)

 

: 오뚜기에서 나온 용기면. 실제 작은 크기의 떡볶이용 떡이 들어있습니다. , , 건더기스프를 물에 데친 다음에 액상스프와 분말스프를 비벼 먹는 라볶이 타입인데, 떡이 잘 안 익기 때문에 전자렌지를 활용해서 더 데치는 쪽이 좋습니다. 특히 가정이나 탕비실에서 100도로 끓인 물에 해먹으면 모를까, 편의점에서 공급하는 90~93도 정도의 온수로는 더 안익습니다.

 

 이 용기면은 분말스프가 완전히 용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추장처럼 꾸덕한 액상과 버무려지는데, 그래서 분말스프의 맛이 꽤 선명하게 납니다. 분말이 섞인 소스맛의 농도가 꽤 진하고요. 떡볶이답게 맵고 달달한 맛입니다. 분말스프 때문인지 맛의 포인트와 양감이 꽤 전향적인데, 어쨌든 어택이 있는 맛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롯데칠성음료 레쓰비 카페타임 라떼

 

: 기본적으로 레쓰비 맛입니다. 커피라고 하긴 어렵고 커피맛 음료.

 

 분유맛이 꽤 납니다. 인스턴트 커피믹스의 캔커피 버전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덜 커피같고. 커피우유가 커피가 아니듯 이것도 커피는 아닌 것 같아요.

 

 

 

 

 

 

롯데칠성음료 칸타타 스위트 아메리카노 ()

 

: 이쪽은 예전부터 어째 여러 번 마셔보게 되고 있는데, 마실 때마다 느끼지만 아메리카노 맛이 아닙니다. 본래 아메리카노는 보존성이 없는데요. 이 캔은 성분에 농축액과 합성향료, 보존재가 들어가있어서 보존이 되는 거 같고, 그래서 내가 마시기에는 아메리카노 맛이 아닙니다.

 

 본래의 아메리카노와는 맛이 다르다보니 이런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아메리카노와 이런 캔 아메리카노 가격이 같아도 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삼양식품 콩나물김치라면 ()

 

: 김치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콩나물 건더기가 딱히 보이지는 않지만, 콩나물 맛도 꽤 납니다. 이름 그대로 콩나물김치라면의 맛을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면은 탄력이 좋고 맛있습니다. 삼양식품은 면을 잘 만드는 회사입니다. 봉지면용 유탕면에 한정한다면 삼양식품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우지쓰던 시절에 비하면 팜유에 튀기게 된 이후의 품질은 조금 아쉽습니다만. 지금은 그나마 이게 최고지요.

 

 잘 만든 라면인데 나에게는 콩나물 건더기나 두부 및 유부 건더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라면을 베이스로 콩나물, 두부 등을 더 넣고 끓여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남양유업 테이크핏 맥스 초코맛

 

: 근래 대유행 중인 단백질음료 중 하나. 맛은 초코맛인데 굉장히 진득합니다. 점도가 엄청나게 높아요. 용해되지 않는 가루가 느껴지고, 그런 가루가 섞인 묽은 점액질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더해 제로음료같은 단맛이 있어서 성분표를 보니까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이 들어가있네요. 거기에 자극적인 향이 약간 있고, 그 향이 제로감미료외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꽤나 괴악한 맛인데, 즐겨 마시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은 음료라 각자 입맛은 참 다르구나 싶습니다.

 

 

 

 

 

 

 

오뚜기 마열라면 ()

 

: 오뚜기의 신제품 라면입니다. 열라면의 변형판 또는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데, 근래 마라탕이 메이저하다보니 마라 계열인가 생각했지만 포장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마늘의 마입니다. 건더기스프와 분말스프 외에 마늘후추 블럭이 추가로 들어있는데, 조리 후에 블럭을 넣어 풀어 먹으면 됩니다.

 

 이 라면은 계열로 치면 팔도의 남자라면과 흡사합니다. 나는 남자라면도 좋아하는데, 이 마열라면도 입에 맞아서 여러 봉 먹고 있습니다. 오뚜기다운 양질의 면과 맛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제법 매운 편에 속하는 라면입니다.

 

 면이 매우 훌륭합니다. 근래 나오는 라면 면 중 거의 최고 레벨의 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견으로 봉지면은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용기면은 농심과 팔도가 면을 잘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웅진식품 자연은 더 말린 제로 자몽

 

: 향은 제법 자몽 향이 납니다. 맛은 자몽 맛이 아니지만요.

 

 기분나쁜 수크랄로스와 에리스리톨, 아세설팜칼륨 맛을 제외하면 다양한 과일 풍미가 들어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제로음료만 아니라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맛일텐데요.

 

 

 

 

 

 

동서식품 Maxim T.O.P 마스터 라떼

 

: 커피우유와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커피우유보다는 좀 더 진한 커피맛 + 좀 약한 우유맛이라고 하면 될까요? 들어있는 커피의 맛은 꽤 거친 경향입니다. 그 거친 느낌이 존재감을 살리고 있긴 합니다. 카페라떼라기에는 커피우유같지만, 커피우유라기엔 커피가 그래도 나 커피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정도의 그런 위치에 있습니다.

 

 

 

 

 

 

 

하겐다즈 피스타치오 & 크림 파인트

 

: 하겐다즈의 신제품. 하겐다즈의 제품이 대체로 그렇듯 매우 맛있습니다. 피스타치오 알갱이도 많이 들어있고, 피스타치오 맛도 많이 납니다. 나는 원래 피스타치오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아이스크림이 입에 잘 맞았습니다.

 

 나에게는 하겐다즈의 모든 제품군 가운데서도 손꼽히게 마음에 듭니다. 압도적인 칼로리 생각만 안 하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먹기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농심 - 라면왕 김통깨 (용기)

 

: 전자렌지 조리 레시피를 따랐습니다. 00년대 중후반 출시되었었던 농심의 건면세대라는 용기면을 좋아했었는데, 단종되어서 아쉽게 여겨 왔습니다.

 

 첫맛이 영 좋지 않습니다. 면의 풍미가 안 좋습니다. 첨가제 너무 넣은 거 같고, 제대로 믹스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감상문을 쓰는 걸 포기했습니다. 가능하면 언젠가 한 번 더 먹어볼 생각입니다.

2023년 가을 게시판 & 방명록

게시판 & 방명록 2023. 11. 22. 10:51 Posted by 해양장미

 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습니다.

 

 2023년도 이렇게 가을로 접어듭니다. 가을이 지나면 연말입니다.

 

 8월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것 같은데, 가을이라고 평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고, 2016년의 겨울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끌어올립니다.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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