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8

식이 2022. 4. 10. 03:36 Posted by 해양장미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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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7

 

 

 

 

1)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되어 있습니다. 글리세린은 알콜의 한 종류고, 지방산은 카복실산의 한 종류입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지방은 산성입니다. 물에는 녹지 않습니다. 기름이니까요.

 

 그러니까 지방은 다음 세 가지에 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름, 알콜, . 씻을 때는 알칼리로도 씻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향에 지방과 산은 강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콩피나 저온튀김을 할 때는, 식용유가 지방을 녹인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기름진 식재료를 기름으로 저온에 삶으면, 음식물의 수분보다도 지방질이 기름에 녹아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상기한 내용은 어느 때보다도 식기를 씻거나 할 때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빨래를 할 때도 알고 있어야 하고요.

 

 일반적인 주방세제는 중성입니다. 그리고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있지요. 주방세제는 계면활성제를 통해 기름기를 씻어냅니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지요. 계면활성제에 잡힌 기름은 물에 녹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지방이 충분히 액상인 상태에서는 계면활성제만으로 기름을 씻어낼 수가 있는데요. 고형화된 기름에는 표면에 계면활성제 칠해봐야 그게 섞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주방세제로는 굳어버린 소기름이나 굳어서 폴리머화된 기름을 씻어낼 수가 없습니다.

 

 모든 기름이 그렇지만, 특히 소기름은 싱크대 배수구로 가급적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배수관 막힙니다. 배수관에 들어간 기름은 시간이 지나면 상당히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막히면 전문업체 불러야 합니다. 특히 잘 굳는 소기름은 최대한 키친타올이나 휴지 등으로 닦아내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닦아내고 남은 건 기름이 녹을 만큼 뜨거운 물로 씻어내야 합니다. 녹은 상태에서는 계면활성제가 통합니다.

 

 폴리머화된 기름은 닦아내려면 일단 산으로 녹이는 게 좋습니다. 식초에 적신 키친타올을 붙여두면 천천히 녹습니다. 폴리머가 형성된 건 사실 보기가 안 좋을 뿐, 실사용에는 별 문제가 없는 편이니까 특별한 경우 아니면 그냥 둬도 됩니다. 문제는 폴리머 위에 새콤한 요리를 하는 데는 애로사항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시즈닝이 덮인 무쇠솥으로 새콤한 잼을 끓인다거나, 토마토 소스를 끓이는 건 피해야 합니다.

 

 액상 주방세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설거지형 고체 비누는 사용이 불편한 면은 있지만, 기름기 제거에는 액상세제보다 탁월한 성능입니다. 고체 비누는 액상 주방세제와는 달리 약간 알칼리성인데다가 기본적으로 지방질을 굳힌 것이라 그렇습니다. 중성 액상세제보다 고형비누가 세척력이 강합니다.

 

 여담으로 피부에 장시간 접촉한 빨래감에 노랗게 물이 드는 건 이염이 아닌 이상 피지와 땀이 배서 그런 겁니다. 기름기와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중성세제로 빨면 이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요새 파는 옷이나 이불 등을 보면 뭐든 중성세제로 빨라고 써있는 편입니다만, 중성세제와 알칼리성세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성세제는 굳이 보면 주방세제와 비슷하기 때문에, 세탁용 중성세제 없으면 주방세제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되긴 합니다. 다만 주방세제는 거품이 많이 나는 편이라 잘 헹궈줘야 하고요.

 

 빨래감에 피지와 땀이 뱄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깔끔하게 빨래를 하려면 알칼리성 세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색이 들었으면 표백을 해 줘야 하고요. 다만 다음의 소재는 물빨래를 하려면 중성세제를 사용해줘야 합니다. (), (비단), 거위털, 오리털 등. 그러니까 동물성 소재는 알칼리를 대면 안 됩니다.

 

 동물성 소재는 단백질로 구성되어있고 적잖은 지방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알칼리성세제로 빨게 되면 단백질이 망가지고, 지방질도 잃어버립니다. 거위털이나 오리털이 들어간 패딩이나 이불을 알칼리성 세제로 빨아버리면, 모양도 망가지고 보온능력을 크게 상실해 버립니다.

 

 드라이클리닝은 기름으로 빠는 겁니다. 그러니까 동물성 섬유가 지방질에 오염되었을 경우,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합니다. 계면활성만으로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상태면 중성세제로 빨면 되고요. 그러나 거위털이나 오리털 제품은 드라이를 하면 안 됩니다. 거위털이나 오리털에 포함된 기름기가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2) 손에 어떤 냄새가 뱄을 경우, 주방세제같은 중성세제로 손을 씻어서는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정한 냄새가 나는 것에는 에스테르가 많은데, 에스테르를 닦아내기엔 물과 중성세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기름이나 알콜, 또는 산으로 닦는 게 냄새를 없애는 좋은 방법입니다. 식용유를 약간 손에 바르고, 손톱 밑까지 식용유로 잘 닦고, 식용유를 주방세제로 닦아내면 웬만한 냄새는 지워집니다. 냄새가 그리 강하게 밴 게 아니라면 물티슈로 손을 닦아도 잘 지워지는 편입니다. 물티슈에는 대체로 알콜류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일도 물티슈도 없으면 그나마 주방세제보다는 고체비누로 씻는 게 낫습니다.

 

 자연적인 향은 보통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유기용매를 사용해 냄새를 지우지 않아도 시간이 좀 지나면 금방 사라집니다. 문제는 합성향을 만졌을 때입니다. 합성향은 냄새의 강도와 지속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방식은 손에 테이프 끈끈이 같은 게 묻었을 때도 유용합니다. 끈끈이도 유기용매에 녹는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쌀 건조 시설

3) 쌀의 건조 상태는 맛과 보존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맛은 건조가 덜 된 게 맛있지만 그렇게 되면 보존성이 떨어지고, 너무 마르거나 건조과정에서 열을 너무 받거나 한 건 맛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사먹어보기전에는 이걸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으로 나뉘는 쌀의 등급은 이런 문제를 전혀 표현해주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쌀을 사서 먹었는데 너무나 기적적으로 맛있는 경우, 그리고 밥을 할 때 물을 충분히 많이 잡지 않아도 촉촉한 경우, 건조가 덜 되었을 확률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경우 지체 없이 쌀을 쌀통에 담고, 냉장보관을 하는 것을 강력 권장합니다. 보존성이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상온에서는 금방 상할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덜 말랐다고 판단될 때는 실리카겔을 쌀통에 넣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상온의 바람으로 쌀을 건조하는 시설

 그리고 쌀을 샀는데 기대보다 너무 맛이 없는 경우, 경험적으로는 건조가 너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쌀의 건조에는 많은 경우 열풍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쌀이 열을 너무 많이 받았을 확률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맛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씻을 때 잘 씻어 먹으면 좀 낫습니다. 많이 건조된 쌀은 상대적으로 표면이 쉽게 부스러지는 편이라, 도정을 마치고 나면 표면에 쌀가루가 좀 많이 붙어있는 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표면에 쌀가루가 많은 상태인 건 밥을 하고 났을 때 매우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쌀알끼리 잘 비벼 씻어 쌀가루를 충분히 제거해주고, 잘 불리고 밥을 하면 그나마 준수해집니다.

 

 나는 쌀을 여러 종류 사놓고 그때그때 해먹고 싶은 걸 해먹는데요. 쌀을 여러 종류 갖춰놓으면 쌀마다 건조도가 제법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쌀 한 종류만 밥하다 보면 물 맞추는 게 감이 적응되서 쉬운데, 여러 종류의 쌀로 밥을 하면 쌀마다 잡아야 하는 물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쌀마다 쌀알 크기가 다르기에 쌀알 사이의 공간이 달라져서 가시적인 물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만, 실제 건조정도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맛있는 밥을 짓는 건 쉬운 일이지만, 이상적인 밥을 짓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4) 시대가 지날수록 우리나라 밥공기는 크기가 줄어드는 중입니다. 최근에 산 공기와 예전부터 쓰던 공기를 비교해보면 들이가 많이 차이납니다. 1970년대에 사용하던 공기는 아예 사이즈가 많이 달라서 현대 기준으로 보면 샐러드용 볼 수준이고, 2000년대 초에 사용하던 공기도 지금 기준이면 국그릇으로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조적으로 최근에 나오는 공기는 아래쪽으로 갈수록 좁아져서 실질적으로 한 컵 정도 들이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밥 말고도 먹을 게 많아져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밥 자체가 변한 것도 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 압력솥이 보급되기 시작한 건 70년대 후반부터고, 80년대엔 아직 압력솥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서는 전자렌지와 압력솥이 일반화되지요. 00년대 이후에는 전기압력솥이 보급되었고요.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밥을 직접 지어먹는 사람들 중 99%는 압력솥에 지은 밥을 먹고 있을 겁니다.

 

찐밥 조리예

 그런데 압력솥에 밥을 지으면 일반적인 솥이나 냄비에 지은 것에 비해 고압으로 밥이 되기 때문에 밥의 밀도가 높습니다. 대조적으로 찐밥은 밀도가 낮고요. 그래서 찐밥과 압력솥밥을 동일 부피로 먹으면, 압력솥에 지은 밥은 배부른데 찐밥은 별로 배도 안부르다가 금방 소화되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압력솥에 지은 밥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소화는 살짝 덜 됩니다.

 

 그리고 예전하고 현대에 먹는 품종은 좀 다릅니다. 그나마 오랜 기간 먹어온 품종은 추청 정도고요. 근래 보급된 품종들은 대체로 20세기에 먹던 품종보다 차지고 부드럽습니다. 차지고 부드러운 쌀은 된 쌀에 비해 더 포만감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을 덜 먹어도 더 배부릅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덜 차진 쌀을 일반 솥에 밥을 지어 먹었기 때문에, 더 많은 부피의 밥을 먹어야 했단 말이지요.

 

 

 

 

 

 

5) 압력솥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밥을 지어먹는 조리도구로 인식됩니다만, 개발 자체는 유럽에서 먼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압력솥은 양식을 위해 나왔습니다.

 

 그래서 서구에서 생산되는 고급 압력솥은 압력의 정도를 조절한다거나, 실시간으로 압력을 표시하는 압력계가 달려있다거나, 우리나라 압력솥보다 높은 압력을 가한다거나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래도 외제를 사려면 국산보다 비싸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가정과 식당에서 압력솥을 쓰다 보니 저렴하게 압력솥을 대량생산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도 아쉬운 대로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압력솥은 크게 스테인리스제(겉은 스테인리스지만 속에는 알루미늄이 들어가 있습니다.)와 알루미늄제가 있고, 드물게 곱돌이 들어간 것도 있습니다. 알루미늄 압력솥은 스테인리스제에 비해 가열과 냉각이 빠르기 때문에 솥이 같은 중량일 때 더 빠르게 밥이 되고, 뜸은 덜 듭니다.

 

 알루미늄제 압력솥은 그냥 금속색인 것과 짙은 회색인 게 있습니다. 짙은 회색인 건 양극산화 경질피막 (하드 아노다이징) 처리를 한 겁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알루미늄은 (다른 코팅이 없는 이상) 산화알루미나(=커런덤=사파이어) 피막이 생긴 상태인데, 경질피막 제품은 두꺼운 피막이 형성되도록 처리를 한 겁니다. 드물게 다른 색의 피막처리를 한 것도 있는데, 알루미늄은 경질피막이 아닌 이상 피막처리를 할 때 원하는 색을 넣을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알루미늄제가 스테인리스제보다 가볍습니다. 그리고 모든 알루미늄 조리도구가 그렇듯, 알루미늄제 압력솥도 조리를 할 때는 산이 들어간 것이나 짠 걸 피해야 합니다.

 

 압력솥은 밀폐구조라 음식물을 넣고 가열하면 수증기를 잘 배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압력이 높아지니까 내부의 끓는점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물이 고온에서 끓게 되는 게 압력솥의 조리원리입니다. 압력을 올릴수록 끓는점이 올라가고요. 압력솥은 제한적으로 수증기를 배출하는데, 너무 압력이 올라가면 폭발하기 때문에 내구한계 이상의 증기는 배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모든 압력솥은 복수의 증기 배출구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하나의 배출구가 막혀도 다른 배출구로 증기를 배출해서 폭발하지 않게끔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배출구가 막히지 않았나 종종 체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압력솥의 밀폐 패킹은 사용하다보면 점점 수축해서 작아집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되면 충분한 탄성을 잃어버립니다. 본래의 사이즈보다 너무 수축되면 압력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압력솥이 이상작동을 하면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건 패킹입니다. 모든 패킹은 소모품입니다. 이상작동을 처음 느끼면 패킹을 쭉 당겨 늘려본 다음 사용하면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있습니다. 수축한 걸 힘으로 늘려주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 패킹은 결국 갈아야 합니다. 패킹 문제는 패킹 분리 및 배출구 관리가 어려운 전기솥에서 문제가 더 생기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으로 실제 요리를 즐겨하시는 분들 중 압력솥으로 밥만 짓는 게 아니라, 본래의 용도에 맞게 다양한 고압조리를 압력솥으로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유분이 많은 요리는 압력솥으로 하다 보면 증기 배출구가 막힐 위험이 높습니다. 또는 솥의 용량 대비 많은 양의 요리를 해도 증기 배출구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용량대비 너무 많지 않은 양의 요리만 해야하고, 증기 배출구가 막히지 않았나 수시로 점검하고 뚫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요리를 하고 싶은 분들은 큰 압력솥을 구매하시는 게 좋습니다. 큰 압력솥은 설거지할 때 좀 더 성가시긴 합니다만. 일부 대형 압력솥은 다양한 음식물의 조리를 전제로 안쪽 증기배출구에 반구형 망이 달려있어 배출구가 막히는 걸 방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압력솥으로 인한 증기화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뜨거운 증기에 손을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데, 실제 압력밥솥으로 인한 부상자 중 태반이 영유아입니다. 전기압력솥을 포함하여, 조리중인 압력솥을 부주의하게 건드려서 화상을 입는 겁니다. 특히 전기솥은 쿡탑보다 더 낮은 곳에 둘 수도 있기 때문에, 아동이 건드리기가 더 쉽습니다. 밥을 지을 때는 영유아가 압력솥을 건드리지 않도록 매우 주의해야 하며, 성인도 압력솥은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합니다.

 

 

 

 

 

6) 개복치가 어째 밈이 되어 있는데, 실제 개복치 살은 회로 먹으면 맛이 없습니다. 맛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진짜로 거의 맛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맹맛입니다. 동부묵하고 비슷한데, 동부묵보다 맛이 더 맹맛입니다. 안드셔본 분들은 거의 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개복치 살이 거의 아무 맛도 없는 이유는 대체로 콜라겐같은 성분으로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돼지 껍데기나 소 스지 같은 것과는 달리 부드럽습니다.

 

 여담인데 콜라겐을 먹거나 바른다고 우리 몸에 콜라겐이 흡수되는 게 아닙니다. 콜라겐을 우리 몸이 그대로 흡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먹으면 소화과정에서 작은 단백질로 쪼개서 흡수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다른 단백질 음식을 먹나, 콜라겐을 먹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7) 어떤 동물이건 맛있게 먹기 위해서건 잡으면 바로 방혈 작업을 해야 합니다. 혈액은 부패가 매우 빠르기 때문입니다. 아주 신선한 피는 먹어도 됩니다만, 그래도 따로 분리해서 취급하는 게 좋고요. 고기가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간과 피가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간은 다릅니다.

 

 시골에서 잡은 닭같은 경우, 유감스럽게도 방혈 처리가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바로 먹으면 상관없지만 냉장보관 좀 했다가 요리해 먹으려고 하면 목이 잘린 부분의 피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부패되어 있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그런 닭을 생각없이 그냥 끓여먹거나 하면 비린내가 나게 됩니다. 잡자마자 먹는 거 아니면 피가 고여있는 부분을 잘라내고, 배쪽에서도 최대한 핏덩이를 제거해 줘야 합니다.

 

 곰탕이나 닭백숙 등을 끓일 때 초반에 거품을 계속 건져주는 가장 큰 이유도 피와 육즙의 부패에 있습니다. 미처 제거되지 못한 피나 표면의 육즙이 가장 먼저 익어서 거품으로 떠오릅니다. 식재료가 완전히 신선하지 않을 경우 이게 악취를 내기 때문에, 빨리 건져줘야 악취가 음식 전체에 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만일 오늘 잡은 닭을 바로 끓이거나, 육회로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의 고기로 곰탕을 끓이는 경우엔 굳이 거품을 안 건져줘도 됩니다.

 

 생선이나 해산물의 부패가 매우 빠른 이유 중 하나도 방혈에 있습니다. 생선은 어지간해서는 방혈 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죽은 걸 유통하니까 부패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산 생선은 지방산 조성도 오메가3가 많아 부패가 더 빠르고요. 물론 제대로 유통하는 생선은 피빼기를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유통하는 대부분의 생선은 피를 빼놓지 않았기에 금방 상합니다.

 

 게의 경우 피빼기는 더 문제가 됩니다. 게의 피는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을 사용하기 때문에 붉은색이 아니고, 그래서 잘 안보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선도가 떨어져도 게 피는 악취가 납니다. 피를 제거하고 요리하는 게 정석인데, 잘 모르고 그냥 조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사람은 단맛을 단위체의 수가 작은 당, 일부 아미노산, 일부 알콜, 기타 일부 유기화합물에서 감지합니다.

 

 당의 단위체의 수가 많아지면 단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타액에 포함된 아밀라아제(아밀레이스)는 단위체 결합을 이당류인 엿당으로 분해합니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입에 넣고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납니다.

 

 당이 아닌 것 중 단맛을 내는 건 데아닌(테아닌), 글리신, 글리시리진, 필로둘신, 글리세린, 사카린, 아스파탐, 자일리톨, 소르비톨, 수크랄로스, 스테비오사이드, 에리스리톨 등이 있습니다.

 

 데아닌은 녹차에서 단맛을 냅니다. 다만 일정 레벨 이상의 녹차가 아니면 데아닌 맛을 거의 느낄 수 없으므로, 녹차에 돈 좀 써보신 분이 아니면 데아닌 맛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하셨을 겁니다.

 

 글리신은 게를 먹으면 느낄 수 있는 단맛입니다. 감초에도 들어있습니다. 신선하고 물이 좋은 꽃게는 꽤 단맛이 나는데, 아미노산에서 기원한 단맛입니다.

 

 감초가 내는 단맛의 주성분은 글리시리진이라는 성분입니다. 요새는 단맛을 내는 게 많아서 감초를 많이 쓰지 않지만, 단맛 음식이 귀하던 시절에는 감초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내가 어릴 때는 간식거리가 없으면 감초를 씹기도 했는데, 요새는 예전에 비해 감초가 잘 안보입니다.

 

 필로둘신은 이슬차(수국차)의 단맛 성분입니다. 예전에 이슬차가 유행했던 시절에는 수정과도 이슬차로 단맛을 내곤 했었는데, 나는 수정과에는 설탕이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글리세린은 지방에 포함되어있기에 누구나 많이 먹고 삽니다만, 글리세린 맛 자체가 두드러지는 걸 맛본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글리세린은 알콜의 일종이라서, 와인을 마시다 보면 글리세린 맛이 두드러지는 와인이 가끔 있습니다. 내가 마셔본 와인 중 글리세린 맛이 가장 두드러지는 와인은 브랜드를 잊은 부르고뉴 루즈(피노 누아)였는데, 저렴하게 몇 병 샀었는데 글리세린 맛이 많이 나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냥 마시면 딸기향 보습비누를 마시는 기분이 조금 있었는데, 그걸로 콕오뱅을 해먹으면 맛이 참 괜찮게 나왔었지요.

 

 스테비오사이드는 스테비아라는 허브에 들어있습니다. 스테비아는 그냥 차로 끓여마셔도 단맛이 강하게 납니다. 맛있는 단맛은 아닙니다만. 여하튼 감미료로 쓸 수는 있습니다.

 

 

 

 

 

9) 사람의 미각은 기본적으로 나트륨 이온을 짜게 느낍니다. 나트륨은 알칼리 금속이기 때문에, 다른 알칼리 금속이온이나 알칼리 토금속족 이온도 짜게는 느낀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물질들 목록을 보면 전혀 먹고싶지 않다는 건데, 사실 염화나트륨은 익숙하니까 먹는거지, 염소하고 나트륨으로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웬만해선 근처에도 가기 싫은 물질들이긴 합니다. 염화나트륨은 짭짤한데, 염소는 독성이 강해서 소독제 아니면 화학무기로 쓰고요. 나트륨은 물에 넣으면 폭발합니다.

 

 인류는 사바나에서 진화했습니다. 사바나는 열대초원으로 소금이 흔하지 않은 조건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진화 과정 동안 소금이 많아서 문제인 경우는 별로 없었고, 부족할 때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동물은 소금을 못 먹으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의 경우 염소로 위산을 만들고, 나트륨으로 체액의 삼투압을 조절하며 각종 소화액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까 소금을 오래 못 먹으면 사람은 뭘 먹어도 소화를 못시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짠걸 좋아합니다. 문제는 소금이 흔해졌다는거고요.

 

 음식 간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로 너무 뜨거운 국물맛을 보거나 급하게 삼켜서 그렇습니다. 음식이 너무 뜨겁거나 빨리 삼키면 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식혀가면서 입안 전체로 제대로 천천히 맛을 봐야 합니다.

 

 소금의 함수율이나 소금 알갱이의 크기는 나트륨 섭취량 대비 짠맛에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소금이 직접 입안에 닿는 조건에서는 그러합니다. 소금은 천일염 사이즈의 큰 덩어리일땐 그다지 물에 잘 녹는 편이 아닙니다. 천일염 물에 넣고 그냥 두면 소금 알갱이 한참 남아있습니다. 소금 알갱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잘 녹아서 짠맛이 강해지지요.

 

 고기에 소금을 찍거나 할 땐 특히 신경써야 합니다. 고운 가루처럼 분쇄한 소금은 엄청나게 짭니다. 같은 양을 천일염 수준의 알갱이로 입에 넣으면 그다지 짜지 않고요. 결과적으로 소금을 덜 먹고 싶으면, 고운 소금을 먹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10) 쓴맛은 기본적으로는 독극물에 가까운 맛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진화과정에서 쓴맛을 덜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습니다. 화식(火食)을 하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로 추정하는데, 그래서 인류는 영장목 중 쓴맛에 둔한 편이고, 점차 일부 쓴맛 성분은 수용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쓴맛 성분은 기호식품에 해당하는 맛을 냅니다. 예를 들면 카페인. 약도 독이기 때문에 대체로 약은 씁니다.

 

 사람은 어릴 땐 쓴맛을 민감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은 채소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커피나 술도 잘 못 마십니다. 그러다가 성장하면서 쓴맛에 강해집니다. 평균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쓴맛에 더 둔감해지는데, 그래서 남성들이 여성보다는 보통 쓴 걸 잘 먹습니다. 대조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단맛에 둔감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단 걸 잘 먹습니다. 똑같은 수준으로 단 걸 먹으면 남자들이 더 달게 느낀단 말이지요.

 

 나이가 들면 사람은 단맛과 짠맛에 점점 둔감해집니다. 그에 비해 쓴맛을 느끼는 감각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은 입맛을 쉽게 잃고, 음식을 하면 달고 짜게 간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쓴 야생 나물들을 먹는 편이라, 제법 다수가 쓴맛에 강한 입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세기 들어 설탕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가 널리 퍼진 건 원래 한국인들이 쓴 걸 잘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11) 신맛은 산의 맛이고, 산은 냄새와 많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쓴맛이 학습과 기호의 영역이듯 신맛도 어느 정도 그러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극적인 신맛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덜익은 과일이나 부패가 시작된 음식에서 신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위액이 역류해도 신맛을 느끼고요. 다만 어느 정도의 신맛은 대체로 좋아합니다. 잘 익은 열매도 많은 경우 신맛은 나거든요.

 

한국인이 애정하는 열매, 참외가 20.7브릭스를 기록하는 순간

 우리나라사람들은 신맛에는 부정적인 편이고, 음식의 향에도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닙니다. 새콤한 감귤류의 즙이나 풋과일즙을 음식에 활용하지 않는 편이고, 다양한 허브의 사용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과일도 새콤하거나 신맛이 나는 계열보다는 단맛이 강한 과일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쌀식초는 서양에서 많이 사용하는 사과나 포도식초에 비해 산미도 향도 부드러운 편입니다.

 

 

 

 

 

12) 감칠맛은 단맛과 유사성이 있는 감각입니다. 실제 단맛과 감칠맛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음식들도 있지요. 녹차라거나, 꽃게라거나. MSG의 맛도 사람에 따라 달게느낄 수 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나 육류, 어패류 등의 숙성 과정은 감칠맛을 끌어올립니다. 그러니까 삶은 고기보다 잘 구운 고기는 감칠맛이 강합니다. 선어회가 활어회보다 감칠맛이 강하고요. 쇠고기 육회보다는 쇠고기 레어 스테이크가 감칠맛이 강하고요. 같은 돼지 뒷다리도 절여서 햄으로 만들면 그냥 삶아먹는 것보다 감칠맛이 강합니다. 그냥 삶은 콩은 감칠맛이 거의 없지만 된장이나 간장은 감칠맛이 강하고요.

 

 바닷가 음식은 내륙 음식보다 감칠맛이 강한 경향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보다는 호남 음식의 감칠맛이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해산물을 절이고 말리고 삭히면 감칠맛이 강해지는데, 전라도 바닷가쪽 음식이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감칠맛이 매우 강조되는 우리나라 음식 중 하나로 갈치속젓을 꼽겠습니다. 갈치 내장으로 담근 젓갈인데, 갈치 내장의 소화효소때문에 자체적으로 단백질 분해가 많이 일어납니다. 좀 비릿하고 잡스러운 맛이지만 감칠맛이 강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합니다.

 

 

 

 

 

13) 사람은 지방의 맛도 느낍니다. 지방맛이라고 하지요. 지방산 맛 자체를 혀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겁니다. 지방은 향이나 음식의 질감과도 관련이 깊습니다만, 미각적으로도 영향을 줍니다.

 

 지방맛에 대한 기호는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지방맛을 어느 정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지방맛이 너무 강하면 느끼하다고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고기의 지방질만 먹으라고 하면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구운 건 그나마 잘 먹는 사람이 많지만, 삶은 고기의 비계나 삼계탕의 닭껍질은 안먹는 사람이 많지요.

 

 지방맛에 대한 수용은 어느 정도 이상 학습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크림소스 파스타가 일반화되었지만, 아직 크림소스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크림소스 파스타를 못 먹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 안 먹다가 성인이 되고 처음 먹어서 입에도 못 대는 사람이 많았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일반화되어 다수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14) 나는 일화의 천연사이다를 좋아합니다. 강한 탄산에 라무네 맛이지요. 게다가 쌉니다.

 

 일본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라무네소다로 표현하는 게 어떤 맛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천연사이다를 드셔보시면 감이 올 겁니다.

 

 라무네는 원래 레모네이드의 일어 발음이 변형된 걸로 알려져있는데, 레모네이드와는 다른 풍미라 라무네라는 일본식 탄산음료로 자리잡혔습니다. 그 맛을 빙과류에도 많이 쓰면서 우리나라 빙과류에도 소다맛이라는 네임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는데요. (: 캔디바의 푸른 표면) 막상 우리나라 탄산음료중에는 그런 맛을 내는 게 천연사이다가 유일합니다.

 

 다만 진짜 일제 라무네는 입구가 구슬로 막혀있습니다. 뚜껑의 부품으로 구슬을 눌러 내리면 병목쪽에 구슬이 걸리고, 개봉되어 마실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완구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에 애들은 좋아할 수 있는데, 덕분에 쓸데없이 비싸고 개봉에 힘이 들어가는 음료입니다. 원래 현대식 왕관병뚜껑이나 스크류캡이 개발보급되기 전에 나온 방식이라는데, 일본에선 그 방식이 라무네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려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와인이 쓸데없이 지금도 코르크 쓰는 것처럼 말이지요.

 

 

 

 

 

 

15) 유리병에 든 탄산음료를 좋아합니다. 어릴 땐 많이 마셨는데요. 요샌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전멸했습니다. 탄산음료용 유리병 취급하고 재활용하는 인력이 사라진 게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병입당시 들어가는 음료가 같더라도 유리병과 캔, PET병은 보존성이 다릅니다. 유리병이 음료의 맛을 가장 잘 보존해줍니다. 캔과 PET는 음료의 풍미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합니다.

 

 음료 캔은 보통 알루미늄으로 만드는데, 산에 약한 알루미늄은 산성을 띠는 탄산음료와 직접 접촉시키면 안 됩니다. 그래서 알루미늄 캔 안쪽은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폴리머가 음료의 풍미를 떨어뜨립니다. 가격이나 보존성을 생각하면 다른 소재는 적합한 게 없고요.

 

 아예 소재 자체가 플라스틱인 PET병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PET병은 조직 자체가 치밀하지 못해서 탄산 자체를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합니다. 고무풍선 잘 묶어놔도 바람 빠지듯 그렇게 병 표면 자체에서 탄산이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풍미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요.

 

 왕관병뚜껑 안쪽도 플라스틱으로 코팅되긴 합니다만, 그건 접촉면적이라도 좁지요. 세워 놓으면 흔들지 않는 이상 음료와 뚜껑의 접촉이 없기도 하고요.

 

 그나마 유리병 맥주는 아직 흔하긴 한데, 유리 맥주병을 자세히 보면 하이트 맥주인데 병에는 CASS가 각인되어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맥주병을 재활용할 때 섞여서 그런데요. 국내 회사에서 쓰는 640ml 또는 500ml 맥주병은 각인을 빼면 규격이 똑같아서 호환이 가능합니다.

 

 

 

 

 

 

16) 누구나 냄비 바닥을 태워 보셨을 겁니다. 태우고 나면 어지간해선 지워지지 않지요.

 

 탄 냄비도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런저런 음식물을 넣고 끓이다가 태운 거고, 다른 하나는 물을 끓이다가 물이 다 증발하고 더 가열해서 태운 겁니다.

 

 음식물이 완전히 타버려서 냄비에 붙은 경우, 그건 탄화물입니다. 지방질이 완전히 타버리는 경우 중합되어 폴리머, 즉 일종의 플라스틱이 됩니다. 플라스틱이 생겨서 냄비에 붙어버렸으니까 잘 사라지지 않지요.

 

 지방 중합체는 산이나 염기에 약합니다. 그러니까 식초, 초산, 탄산소다(워싱소다) 같은 걸로 제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작업도 필요한데, 냄비가 어떤 소재냐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합니다. 세라믹 등으로 코팅된 냄비는 긁어내면 안 됩니다. 코팅막이 같이 긁히기 때문입니다. 코팅재 위의 탄화물은 철저하게 화학적인 방식으로 제거를 시도해야합니다. 물리적인 방식의 제거는 스테인리스처럼 표면을 긁어내도 상관없는 소재에만 시도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그냥 물이 다 증발한 후 더 가열해도 냄비가 타버리곤 합니다. 탄 음식물을 다 제거해도 스테인리스 냄비가 타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고요. 이건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금속 냄비가 탄 겁니다. 철도 탑니다.

 

 강철을 열간단조하는 영상을 보면, 달군 철을 두들기면 표면에서 무언가가 계속 이탈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게 타서 산화된 철인데요. 검은 녹의 일종인 산화제삼철(Fe3O4)이 표면에 생겨나고 두들길 때마다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철은 가느다란 섬유나 분말 상태가 아니면 잘 타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시간을 두고 가열하면 일단은 그다지 격렬하지 않은 연소가 천천히 일어나서 산화제삼철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는 보다 일반적인 녹인 산화제이철(Fe2O3), 즉 붉은 녹이 어느 정도 고온에서 곧잘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검게 탄 자국과 함께 붉으스름하게 녹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예 더 많이 가열하면 열간단조할때처럼 붉게 달아오고요. 이렇게 된 후 식으면 전체가 검게 변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 표면에 검은 녹이 형성된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게 타버린 냄비는? 사실 그냥 써도 별 문제될 건 없습니다. 스테인리스가 아예 타버린 부분은 경도가 낮아져서 부스러질 수 있고, 녹슨 쇠냄새가 날 수 있으니까 단단한 부분이 나올 때까지 철수세미로 문질러주는 정도는 해야 하고요. 사실 철가루는 좀 먹어도 되고, 녹슨 철도 별 문제는 아닙니다. 녹슬어서 못쓰게 되면 그게 문제인데 검은 철은 별로 문제될 게 없고요. 어차피 보통 주방에서 쓰는 건 스테인리스라 안보이는 두께의 크롬피막 생겨날거고요.

 

 녹슨 못에 찔리거나 녹슨 철조망에 다치거나 하면 파상풍 위험이 있기 때문에 흔히 녹슨 철에는 독이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녹슨 철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파상풍균은 흙에 있습니다. 야외에서 녹슨 철은 보통 흙이 묻어있고,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잘 부서지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청결한 실내에서 쓰는 철은 그냥 녹을 벗겨내면 그만입니다.

 

 음식물이 타서 눌러붙은 경우에도, 뭘해도 잘 안벗겨지는 정도고 별 냄새도 안 나면 그냥 써도 됩니다. 지방질 같은 게 완전히 중합되어 폴리머가 되어버린거라, 무쇠솥 위에 만드는 시즈닝하고 별 다를 게 없는 상태입니다. 보기가 좀 안 좋을 뿐이지요. 요새 사람들이 대체로 무쇠나 철제 솥, 냄비, 팬 같은 거 안 쓰니까 시즈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필요이상 부정적으로 보는 겁니다.

 

 

 

 

 

17) 예전에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었던 (링크) 돼지고기 뼈등심은, 이후 돈마호크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되어 퍼졌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던 건지, 돼지고기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처음 내가 소개할 때에 비해 가격이 올랐고, 가격에 비해 맛이 없다거나 조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돈마호크는 거의 등심이기 때문에, 따로 정형한 돼지 등심보다 딱히 크게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돈마호크에는 비싼 가브리살이 포함되긴 합니다만, 동시에 뼈와 피하지방층이 포함되기 때문에 등심보다 너무 비싸면 구매가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쇠고기 토마호크도 거의 립아이(아랫등심)이기 때문에, 립아이보다 일정 이상 비쌀 경우는 구매가치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돈마호크를 지나치게 비싸게 파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굳이 그런 걸 사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제(22/04/08) 트레이더스의 한 점포에 가서 확인해본 결과, 아직 합리적인 가격으로 돈마호크 부위를 파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소매용으로 정형한 돈마호크는 시판하지 않고 있었고, 크게 포장해서 파는 부위육 팩(원육)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아직 100g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고, 잘라서 돈마호크를 해도 좋고, 아니면 보다 큰 덩이로 바베큐나 수비드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돈마호크는 스테이크용 정형이기 때문에, 스테이크 조리법으로 조리해야 합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줄 아는 사람에게는 돈마호크를 굽는 게 딱히 별 문제가 아닙니다만, 스테이크를 구워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한테는 돈마호크의 조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18) 닭갈비는 처음에는 양념한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던 요리라 소 양념갈비와 비슷하다 하여 닭갈비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닭의 갈비쪽 살을 사용했다는 말도 있는데, 어디 먹을 게 있어야지요. 닭이 흔해진 이후에는 주로 다리살로 만듭니다.

 

 현대의 닭갈비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양념한 닭고기와 채소를 볶고, 사리나 치즈를 곁들여 먹는 요리입니다. 먹고 난 후 밥을 볶아먹기도 하고요. 사견으로는 볶음밥이 본체인데, 닭갈비를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만들고 볶음밥만 만들려고 하면 경험적으로 잘 안됩니다.

 

 닭갈비가 흔하고 성공적인 요리다보니 업소용 조리도구 중 닭갈비 팬이라 불리는 게 있습니다. 지름이 큰 원형 양수팬으로, 무코팅 경질피막 대형 알루미늄 팬을 사용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 만 합니다.

 

 숯불에 굽는 양념 닭갈비도 사라진 건 아닙니다. 먹으면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다만 소나 돼지고기가 흔해진 시대에 경쟁력이 높은 메뉴는 아닌 것 같습니다.

 

 

 

 

 

 

19) 시중에 대략 3종류의 고구마가 있습니다. , , 호박고구마가 있는데요. 대략 품종 차이입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환경에 따라 밤고구마스러워지기도 하고 물고구마스러워지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품종차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호박고구마가 색깔도 호박색이고, 단호박 비슷한 맛도 나고 해서 호박에 접붙인 고구마라는 설이 한동안 나돌았으나, 실제로는 그냥 고구마 품종이 그런 겁니다. 요샌 호박고구마 쪽이 워낙 일반화되어서 그냥 고구마 하면 호박고구마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익혔을 때 안쪽 색이 노란 고구마고, 수분이 많은 타입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호박고구마 색인데 밤고구마처럼 분질형인 품종도 있긴 합니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려면 물고구마처럼 수분이 많고 점질형인 게 좋습니다.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쿠킹호일에 싸거나 꼬꼬떼(더치오븐)를 이용해 오븐에 구우면 됩니다. 맛있지만 커다란 전기오븐으로 구우면 전기를 많이 쓰게 되는 게 단점입니다. 바스켓형 에어프라이어나 직화형 더치오븐을 쓰면 좀 더 저렴하게 구울 수 있습니다.

 

 수분이 적은 밤고구마는 찌거나 튀겨 먹기에 적합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고구마 튀김에도 타입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채를 썰어 튀긴 게 있고, 튀김옷을 입혀 튀긴 게 있고, 깍두기처럼 썰어 튀긴 후 녹인 설탕이나 꿀, 물엿 등을 입힌 고구마탕(맛탕)이 있습니다. 나는 튀김옷을 입혀 튀긴 고구마를 떡볶이와 함께 먹는 걸 좋아합니다.

 

 

 

 

 

 

20) 대체로 가정에서는 조리 용도라도 나무젓가락을 씁니다. 일회용이 아닌, 지속 사용가능하게 나오는 나무젓가락은 대체로 다음 중 하나의 처리는 되어 있습니다. 드물게 처리가 안 된 것도 있는데, 그런 건 그냥 쓰면 정말 수명이 짧습니다.

 

) 옻칠

) 플라스틱 수지 도포

) 오일 먹임

) 식용 가능한 왁스 도포

 

 ㄷ과 ㄹ은 같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ㄱ이나 ㄴ처리 이전에 ㄷ처리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는 잘 안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처리를 하건 나무젓가락은 수명이 있는 편입니다. 수명을 길게 쓰려면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요. 일단 ㄱ이나 ㄴ의 경우 오래 쓰려면 마모가 잘 되는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ㄷ이나 ㄹ의 경우 오래 적신 상태로 두면 안 됩니다. ㄱ이나 ㄴ수준의 방수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한 수세미는 옻칠이나 플라스틱 수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조금씩 벗겨버립니다. 추천하는 건 펄프 수세미입니다. 펄프 수세미로만 설거지를 하면 옻칠 젓가락을 비교적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심스레 사용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옻칠 젓가락은 끝쪽부터 조금씩 벗겨집니다. 그렇게 되서 물기가 들어가고, 젖은 상태가 유지되면 나무가 썩습니다. 나무가 썩으면 더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식용 등급의 미네랄 오일을 먹이는 걸 추천합니다. 컵에 도마 오일을 담고 옻칠이 벗겨진 끝쪽을 담가두고, 안쪽으로 오일이 완전히 먹도록 며칠 두면 됩니다. 그 다음 겉면의 오일을 닦아내고 설거지하고 쓰면 됩니다. 종종 오일을 먹여주면 부패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ㄷ에 해당하는 나무젓가락이나, 종종 보이는 아예 처리가 안 된 나무젓가락도 오일을 먹여가면서 사용하면 어느 정도 오래 사용 가능합니다. 반드시 도마용 미네랄 오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식용유를 포함한 동식물성 오일은 산패됩니다. 산패되면 답이 안나옵니다.

 

 ㄹ에 해당하는 식용 가능 왁스는, 나는 실제 도마나 나무젓가락에 사용하는 건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류에 따라 식물유가 포함되어 약간의 자극성이나 맛, 향 등을 가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대조적으로 도마오일로 시판하는 정제된 미네랄 오일은 무미에 무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