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OVID-19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 전쟁에서 서방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결같습니다. 그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겁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COVID-19가 한창이던 2020년 당시, 우리나라는 KF-94 수준의 마스크를 신속하게 양산하여 몇 개월만에 시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만 가능했어요. 미국과 유럽은 판데믹이 끝날 때까지도 충분히 마스크를 양산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 데 일조했을 겁니다. 서방의 취약성이 드러났거든요. 과거와 달리 제조업 역량을 잃어버린 서구는 이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충분한 군수 물품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총력전이 된다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국 남의 나라 일입니다. 러시아의 형편없는 작전 전개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결국 시원잖은 상황입니다.
한편으로 우크라이나는 초반의 분전과 성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었습니다만, 본래 내부적으로 취약한 국가였을 뿐만 아니라 끝없이 공격해오는 러시아의 전의 및 서방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점차 전황이 좋지 않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근래 날리면 정권이 지원을 재개하자 크게 더 밀리지는 않는 것 같지만, 애초에 지원중단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태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적어도 미국 공화당은 우크라이나를 더 지원할 마음이 없고, 트럼프는 푸틴 편이라 봐야 합니다.
2)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낙선한다고 해서 이 질서가 유지될까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날리면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한 하나의 큰 이유는 민주당 내부에 이스라엘의 편을 들지 말라는 세력이 많다는 겁니다. 민주당 내 좌파들이 팔레스타인 편을 들고 있단 말이지요. 그들이 장악한 UN도 그렇고요.
잘 교육받은 소수의 미국인들은 평화를 사랑하게 되었고,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백인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점령한 역사도, 흑인을 차별하고 괴롭혔던 역사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성격이 변화한 미국의 고학력층이,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데는 더 이상 잘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날리면 대통령은 유연한 캐릭터고, 미국 민주당 주류 및 중도층의 정서를 (미국 민주당은 주류와 좌파가 대립관계입니다.) 대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봐도 날리면은 매우 중도적인 대통령에 속할 겁니다. 그러나 어쩌면 날리면 이후로 한동안 날리면처럼 중도적이면서 균형감이 좋은 대통령이 미국에 안 나올수도 있습니다.
현재 날리면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유력한 미국 민주당 정치인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입니다. 어쩌면 날리면이 재선되고, 재임 중 타계할 경우에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인물입니다. 미셸 오바마가 인기가 좋긴 하지만 그녀는 정치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보이고요. 문제는 해리스의 경쟁력입니다. 올해 날리면이 재선된다고 가정하더라도 2028년에 해리스가 승리할 확률이 그렇게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공화당 후보가 2028년에는 이긴다고 가정한다면, 현재의 공화당 상태를 볼 때 결국 미국의 방향은 고립되는 쪽입니다. 이미 날리면 정권도 좀 그런 식이고요. 미국 자체가 이미 변한 겁니다.
3) 나는 아베 신조의 타계가 일본에 영 좋지 않은 영향을 줬고, 우리나라와의 관계에도 꽤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러 번 이야기했듯 아베는 진짜 극우는 아니었고, 극우를 이용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쇼군 아베가 갑자기 죽어버렸다는 겁니다. 현 총리 기시다는 스가의 실패 이후 아베가 잠시 맡겨둔 임시직이나 다름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갑자기 아베가 죽으면서 지금까지 총리하고 있지요. 그게 현재 일본 정치의 문제입니다.
근래 일본의 행보를 보면 선을 좀 넘고 있습니다. 아베는 국제정세에 밝은 인물이었고, 극우파를 이용해서라도 원하는 판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극우파들이 고삐풀린 괴물이 되어 날뛰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미일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여 소위 블루팀으로 뭉치자는 식의 발상은 완전히 어그러졌다고 봅니다. 아베가 죽고 나니까 안되네요. 이제 일본은 일단 잠재적인 적성국이고, 경계가 필요한 대상이 되었다고 봅니다. 주인을 잃은 꼭두각시라 할 수 있는 기시다 이후를 봐야겠습니다만, 아베가 최소한의 뒷수습도 못한 채 급사하게 된 상황은 정말 안 좋습니다.
4) 양안전쟁 확률이 꽤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에서는 결국 내가 시진핑 입장이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는데, 나라면 합니다. 시진핑의 군재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이 미국의 수비를 물리치고 대만을 편입할 확률이 그리 낮지 않습니다.
우선 나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태도가 애매하다고 봅니다. 양안전쟁이 발생할 경우 사력을 다해 대만을 지킬 의지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고요. 심지어 대만이 스스로를 끝까지 지키려 할지도 의문입니다. 대만에는 미군이 제대로 주둔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만인들은 중국과 경제적/문화적으로 많이 엮여있고, 우리나라처럼 국방을 위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도 않으며, 친중파 비율이 꽤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유사시 중국이 대만을 빠르게 점령하기를 시도할 거라 생각합니다만,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별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서방이 러시아를 규제하듯 중국까지 규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유럽이 중국 없이 못 산다는 건 이미 COVID-19 때 증명되었고요. 소모전을 하게 되면 중국은 보급과 수리가 편한 반면 미국은 아닙니다. 그리고 중국은 체급이 큰 상대라서 맞서 싸울 경우 미국도 꽤 대미지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미 미국은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령도 동맹도 아닌 게 대만이고, 미국 내에도 중국인 많은데 본격적으로 전쟁하려면 생기는 문제가 하나 둘도 아니고. 미국 입장에서는 목숨걸고 대만을 지켜줄 이유가 불충분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적당히 때리면서 대만을 힘들게만 하면, 대만은 스스로 무너질 확률이 높습니다.
5) 이번에 푸틴과 김정은이 만나서 관계 강화를 선언했는데, 그 선언에 사실 우리나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러시아는 우리하고 싸울 생각이 없거든요. 우리나라가 항의하니까 푸틴은 “어차피 너넨 북에 쳐들어갈 생각 없잖아? 그러니까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는데, 그건 그냥 푸틴의 진심이고 진담일 겁니다.
북한은 김주애가 나서는 거 보면 김정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김정은은 마음이 급할 거고, 푸틴을 후사의 뒷배로 봤을 겁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김정은이 진심으로 잠재적 주적이라 생각하는 쪽은 중국이고, 4대 세습의 성공과 북한의 유지를 위해 푸틴과 손을 잡았을 겁니다. 푸틴이야 국제왕따 신세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제 포탄 등을 사용하게 된지 오래 되었지요.
몇개월 후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우리는 러시아와 화해할 필요가 생겨납니다. 어차피 트럼프는 푸틴 편이고, 미국은 아시아 일에 개입을 줄이려 할 것이며, 양안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올라가고, 일본은 더 이상 같은 편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하고는 푸틴을 중재자로 놓고 화해하면 될 겁니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사태는 김정은의 급사 및 김주애가 제대로 북한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만에 하나 그 상태에서 중국이 북에 개입하려 하는데, 북에서 권력을 잡은 쪽이 우리보고 무조건 항복 & 헬프미를 외친다면 그게 최악의 사태가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면 충분히 신뢰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양안전쟁이 일어난 후라면 한반도에 가용할 수 있는 병력도 얼마 없을 겁니다. 물론 우리 K-군대야 12사단 여중대장 같은 인사가 이미 다수라 진짜 유사시가 되면 프래깅 대잔치가 될 거고요.
6) 시나브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다가와 있습니다. 거대한 역사적 변곡을 체감할 수 있어 럭키비키입니다.
: 송도향은 인천광역시의 전통주 주조 농업회사법인입니다. 현재 본사 위치는 송도국제도시 인근의 남동공단에 있고요.
회사의 이름과는 좀 무관하게 이 술을 빚은 강학모 대표의 고향은 현 계양구 서운동이었다고 합니다. 현 계양구 서운동 일대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논이 펼쳐지고 젖소를 키우던 곳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 계양구 일대의 주요 산업 중 하나가 의외로 낙농업이었고요. 자체적으로 우유를 꽤 생산했었지요.
강 대표가 자라던 70년대에는 쌀로 담근 술을 시판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각 집안마다 내려오던 술빚기는 몰래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요. 그리고 강 대표의 모친은 술을 잘 빚어서 동네 잔치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이 삼양춘 청(淸)은 인천, 서울, 경기지역의 소수 양반가에서 빚던 삼양주를 복원한 술이라 하는데, 강 대표의 모친이 빚던 술이 이 타입이었나 봅니다. 서운동 일대의 지명이 아니라 송도라는 이름을 붙인 건 송도가 근래 인천을 대표해서일까요? 수상 경력은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2018년 약주 부문 베스트 오브 2018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제6차 OECD 세계포럼 인천의 밤 공식 만찬주이기도 했고요. 생주입니다.
이 술에는 강화 쌀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천 권역의 강화의 찹쌀과 멥쌀로 빚은 술입니다. 그러니까 이 술을 진정한 인천‘광역시’의 술이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본래 한 도시가 아니었던 부평 지역에서 자란 대표가, 현 시대 인천 대표지역의 브랜드로, 강화 지역의 쌀을 사용해 빚은 술이니까요.
알콜 15%. 마셔본 첫 느낌은 전통 청주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꽤 세련된 타입이라는 것입니다. 균형감이 좋고 소담스럽습니다. 박력이 있다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술이 아니고, 정겨운 술입니다. 니혼슈 같은 세련됨과 잊고 있던 과거의 정겹던 우리나라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송도향에서는 다양한 술을 빚고 있는데, 삼양춘에는 이번에 마시는 삼양춘 청(淸) 외에 삼양춘 스파클링, 삼양춘 탁주, 그리고 ‘삼양춘 청주’가 있습니다. 이 삼양춘 청(淸)은 삼양춘 약주라고 소개하여 팔고 있는데요. 주세법상 삼양춘 청(淸)은 약주고, 삼양춘 청주는 주세법상 청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주세법상 청주에 해당하려면 니혼슈 제조법으로 만든 술이거나 그것에 가까운 술이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일본제국 시절에 근거하기 때문인데요. 이 삼양춘 청(淸)은 주세법상 약주입니다만, 송도향은 주세법상 청주를 만들기도 하는 술도가인 만큼 이 삼양춘 청(淸)또한 어느 정도 니혼슈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삼양춘 청(淸)은 우리나라 전통식 청주 치고는 굉장히 맑고 정갈한 편입니다. 그 정갈함과 세련된 이면의 정겨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담고 있네요. 아마도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그 시절이 이 술에 담겨있어요.
근본적으로 내성적인 술이네요. 와인으로 치면 음성적이에요. 이 정도까지 내성적이고 음성적이면서 소담스러운 술을 언제 마셔봤나 싶습니다.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어요. 나는 이 술이 마음에 들었어요.
인천탁주 – 인천 생 소성주 [★☆]
: 꽤나 오래간만에 마시는 소성주. 특히나 일반 소성주는 오래간만입니다. 소성주 플러스는 지난 여름에 한 병 마셨지만.
알콜 6%. 플러스와 다른 점은 도수가 1% 높고, 쌀이 수입산입니다. 쌀 품질 자체는 플러스가 좋은데, 술 스타일이 아예 달라요.
첫 입 마실 때부터 그래 이거지 싶습니다. 소성주의 특징은 굉장히 강한 버블에 있습니다. 버블이 소성주의 포인트입니다. 소성주 플러스는 버블도 약하고 도수도 낮아서 굉장히 평범한데요. 이 일반 소성주는 탄산이 꽤 강해서 술 자체의 클래스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맛있습니다.
상파뉴의 경우 탄산이 너무 세면 그 탄산 때문에 진짜 맛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가을에 마신 떼땅져 프렐뤼드가 그랬었지요. 그래서 나는 떼땅져 프렐뤼드를 상파뉴 글라스가 아닌 유니버셜 글라스에 마셨고,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아마 본래의 맛을 못 봤을 겁니다.
그런데 이 소성주의 경우 강한 탄산이 단점을 꽤나 가려줍니다. 힘있는 탄산 덕에 소성주는 단순한 저렴이 탁주의 한계를 넘어 즐거운 술이 됩니다. 기본기 자체는 소성주 플러스가 더 좋지만, 플러스는 이런 매력이 없어요.
소성주가 좋은 술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워낙에 저렴한 술이기도 하고, 소성주보다 더 좋은 재료로 더 기본기를 갖춘 탁주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소성주는 매력적입니다. 꼭 노래 잘 하는 가수의 노래가 듣기 좋은 것은 아니듯, 소성주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성주는 생탁주 중에서도 유독 신선할 때 먹을수록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풍미의 깊이를 즐기는 술이 아니라, 신선함과 톡 쏘는 유쾌함을 즐기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Charles Noëllat – Bourgogne Aligoté 2011 [★★]
: 나름대로 꽤 올드빈이 된 부르고뉴 알리고떼. 어떨까 싶어 구매했고, 개봉해 마셔봅니다. 알콜 12.5%. 천연 코르크 마개 위쪽에는 곰팡이가 좀 피어 있었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6도 이하로 매우 차가웠습니다.
샤를 노엘라는 노엘라 가문의 시조격으로, 노엘라 가문 도멘은 알랭 위들로 노엘라, 미셸 노엘라, 조르쥬 노엘라 등 다수가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샤를 노엘라의 가문은 상속 등의 문제로 다툼이 심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엘라가 보유 중이던 좋은 밭들이 리빙 레전드인 랄루 비즈 르루아에게 매매되기도 하였습니다.
알리고떼는 주로 부르고뉴에서 재배 및 양조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산도가 높고 추위에 강합니다만, 유전적으로 자매라 할 수 있는 최고존엄샤르도네에 비하면 그리 맛있는 품종은 못 됩니다. 그래도 일단 산도가 높은 품종이기는 해서 장기숙성하면 어떨까 싶어 이 와인을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보존 상태는 신선하고, 산도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어린 알리고떼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산은 다소 둥글어진 느낌입니다만, 지금도 강한 본체를 유지하고는 있습니다.
와인에는 다소의 환원취가 있고, 숙성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의 어택 뒤에 무미에 가까운,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구간이 있는데 그 뒤에 곧바로 숙성된 부케가 따라오고, 그 후 약간의 잔당감이 있는 게 나름대로 제법 맛있습니다. 좋은 생산자도 아니고 품종도 알리고떼다 보니 좋은 와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나는 그럭저럭 마음에 듭니다.
의외로 과숙된 열대과일이 떠오르는 아로마. 완전히 둥글어졌지만 나름 강한 산미. 미네랄 워터의 노트. 일종의 간장이 떠오르는 부케. 이후 온도가 올라오면서 다소의 미네랄리티가 살아납니다. 여름에 마셨으면 더 좋을 것 같은 맛이네요. 이건 와인 애호가보다는 청주나 바이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마음에 들어할 것 같기도 한데요. 나는 이런 것도 좋아요.
마시면서 점차 환원취가 날아가고 맛이 차오릅니다. 미네랄리티가 주된 맛이 되어갑니다. 크고 둥근 조약돌 느낌이 꽤 있고, 그에 더해 석회석이나 점판암 느낌도 좀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무언가의 잔해라거나 화석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는데요. 약동하는 생명력 같은 건 이 와인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고요함, 죽음, 그 흔적, 생명의 덧없음과 그 이후의. 그런 느낌입니다만 그렇다고 맛없냐 하면 나에게는 아니오.
이 와인에는 생명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죽음을 겪고 자연으로 돌아가, 무생물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시음적기가 끝난 상태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맛없지는 않고, 이러한 무생물스러움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Mark West – Chardonnay, Appellation California 2018 [★☆]
: 리즈너블한 캘리포니아 샤르도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8.8도로 차가웠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해 마십니다. 마지막 잔만 다음날에 마시면서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향이 어째 캘리포니아스럽지가 않습니다. 오크 향이 별로 안 나고, 과일 향이.. 특히 샤르도네의 품종향이 많이 납니다. 내가 워낙 샤르도네의 품종향을 좋아해서 반갑긴 한데, 조금은 의외네요. 온도가 낮은 게 영향을 주긴 할 겁니다.
입에 넣어보면 묽고 응축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맛은 있네요. 과일과일한 아로마와 어울리는, 생포도알을 입에 넣은 것 같은 과일 뉘앙스가 있다가 이내 곧 캘리포니아스러운 오크드 샤르도네 특유의 분유, 바닐라 향으로 마무리짓습니다. 역시나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를 마시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샤르도네는 진리고요.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서 한 순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 – 잘 태운 어메리칸 오크통의 향이 확 드러납니다. 토스티드 어메리칸 오크 향은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이후에도 종종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아마 뉴오크 사용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와인은 미네랄리티나 떼루아 느낌이 두드러지지 않는데, 아마 배수가 그다지 좋지 않은 – 실트나 점토가 많이 섞인 – 토양의, 그리고 꽤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았을 거라 추정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파티용 캘리포니아 샤르도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인은 마시는 데 심각해질 게 없습니다. 마시고 즐기면 됩니다.
이 와인은 아주 약간의 탄산이 남아있습니다. 잔당감은 나름대로 있고요. 아마 신선할 때 개봉했으면 탄산이 더 있었을거고, 그게 약간은 다른 인상을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오크드 샤르도네라 보존성이 아주 나쁘지는 않고, 시음적기를 지난 느낌은 아닙니다.
아주 약간의 백악질. 약간의 모난 자갈. 여름의 열기. 그리고 열릴수록 더 많은 자갈... 느낌이 조금은 있습니다. 그리고 목넘김에서 버번이나 라이 위스키의 느낌이 조금 스쳐지나갑니다. 토스트가 강한 어메리칸 오크를 쓰면서도 그 뉘앙스가 강하지 않고, 적당한 느낌으로 사용되어서 좋습니다.
마지막 잔을 마시면서 꽤 산도가 있는 와인이라 생각했는데, 첫인상이 과일스러움이 강했던 것도 그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포도를 수확할 때 충분한 산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수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경 호산춘 [★]
: 문경 호산춘은 황희 정승으로 유명한 장수 황씨 가문의 가양주입니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솔잎이 들어간 약주입니다. 한편으로 전라북도 익산에도 여산 호산춘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데, 두 술이 역사적으로 계보가 같은 술이라는 주장과 다른 술이라는 주장이 있는 상황입니다.
알콜 18%. 아로마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입에 넣으면 쿰쿰한 향이 있고, 점도가 높습니다. 무척이나 옛스러운 술입니다. 간장과 누룩 풍미. 감칠맛이 꽤 강합니다. 지난 여름에 마셨던 아황주가 떠오릅니다. 가격이 아황주보다 더 비싼 술인데, 특성이 비슷한 게 요리술로 쓰고 싶어집니다. 요리에 쓰면 아주 근사한 술이 될 겁니다.
18도라는 알콜이 입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습니다. 향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게 아쉬운 점입니다. 감칠맛이 좋아서 맛은 괜찮고, 부드러운 것도 양질의 술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향이 너무 옛날 술 느낌으로 쿰쿰해서 아쉽습니다. 저렴한 술도 아닌데요.
아마 후각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 한국인 중 다수는 식사 중 후각을 많이 안 씁니다 – 좋은 술로 느껴질 겁니다. 한편으로 쿰쿰한 향과 강한 감칠맛 때문인지, 며칠 동안 마시면서 에어레이션이 좀 진행된 후 마지막 남은 분량을 마실 때는 콩테나 그뤼에르 치즈가 연상되는 풍미였습니다.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 청명주 Batch 11 향미주국 [★★☆]
: 한영석의 발효연구소는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입니다. 한영석 대표는 대한민국 누룩 명인 1호로 지정된 인물로, 누룩을 직접 시판하기도 해왔으나 근래엔 주로 청명주를 시판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청명주는 중원당의 것이 유명한데, 중원당 청명주는 지난 2023년 여름에 마신 시음기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11배치는 한영석 대표가 개발한 향미주국이라는 누룩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찹쌀 8에 녹두 2 비율로 만든 누룩이라고 합니다.
11배치는 2023년에 마지막으로 출시하는 한영석 청명주라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흔히 유통되는 생탁처럼 부실한 마개를 가지고 있어서 (금속 스크류캡이기는 한데 마개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마개와 병의 결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일단 빨리 마셔봐야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알콜 13.8%. 병입된 지 한달하고도 3일 정도 지난 걸 마셨습니다. 생주고요.
개봉해 따라보니 다소의 쿰쿰함이 느껴집니다. 녹두 누룩의 영향일지 모르겠는데, 입에 넣어보면 발랄한 산미와 더불어 복합적인 레이어와 함께 다양한 풍미가 펼쳐집니다. 순간 어이가 없어져서 이게 진짜 쌀로 만든 술이 맞나 의심했습니다. 한영석의 술은 이번에 처음 마셔보는데... 이게 지금까지 내가 마셔본 국산 술 중 최고고, 동시에 포도로 만든 와인을 제외한 술 중 최고입니다.
일단 느껴지는 건 이게 쌀로 만든 술이 맞나 싶을 정도의 미네랄리티, 그리고 복합성입니다. 화강암 암반에서 나온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복합성 있는 레이어는 보르도 와인을 연상시키고요. 입에 넣는 순간 개봉 시 아로마의 쿰쿰함은 대체 뭐였던가 싶을 정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과일 향이 풍부한데 특정한 과일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오미자? 그리고 보리수? 풋대추? 까마중..(?) 뱀딸기...(?) 풋한 야생 과일들이 떠오르는데, 특정한 과일 향을 연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쿰함. 아주 오래 전의 시골집이 연상되는 면이 있습니다. 외양간이 있고, 매일 아침 소 여물을 끓이던.
부정적인 풍미가 섞여있는데,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술 품질이 미쳤어요.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고서는 닿을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던 레벨을 쌀로 만든 술이 뚫고 올라가네요.
술 품질이 비슷하다면 쌀로 만든 술이 확연한 장점을 가지는 면이 있습니다. 음식하고 같이 먹으면 맞추기가 쌀로 만든 술 쪽이 훨씬 쉽습니다. 와인의 음식 맞추기는 꽤 어려운 영역이에요. 소믈리에가 괜히 있는 게 아니고요. 대조적으로 쌀로 만든 술은 음식 잘 안 가립니다.
이 술 정도 되면 세계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레벨입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만듭니다. 매 배치마다 소량 생산하는 술이라 한국 오셔도 드셔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생생한 생주 특유의 발랄함은 이 산도 및 복합성과 어우러져 참으로 즐거운 감각을 제공합니다. 어떤 샐러드보다도 이게 더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역대 한영석의 술 중에는 이 11배치 청명주가 산미가 좀 낮은 편이라고 하는데, 일단 이것만 보면 그리 산미가 없는 술은 아닙니다.
이 술은 와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열리네요. 온도도 상관이 있는 것 같고요. 조금 열리고 온도도 살짝 올라오고 나니까 점차 복숭아 풍미가 납니다. 향만 나는 게 아니고요. 맛도 달달한 게 복숭아 맛처럼 느껴집니다.
별점 주는 걸 좀 고민했는데, 부실한 마개를 생각해서 반개 깎아서 결국 별 두개 반. 마개가 정상이었으면 두개 반에 가까운 세개였을 겁니다. 가격은 절대 저렴하지는 않은데 술 품질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주법주 – 화랑 [★]
: 내가 일반적으로 추천해온 리즈너블한 술은 소성주와 화랑, 그리고 브라케토 다퀴입니다. 하나 더 꼽자면 산사춘이고요. 그 중 화랑을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소성주와 화랑은 좋은 술은 아니고, 브라케토 다퀴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대체로) 좋은 와인이지만 그다지 와인같거나 술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 종류들은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성주는 인천 및 그 주변 외에는 구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인천에서는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이에요.)
화랑은 주세법상 약주로 알콜 13%이며, 찹쌀과 누룩을 사용하는 한국식 살균청주입니다. 다만 성분에 포도당, 구연산, 젖산(유산), 효소제가 들어갑니다. 쌀과 물과 누룩으로만 빚는 진짜 고급이 청주들하고 비교할 만한 레벨은 못 되고요. 그렇지만 주정이 들어가는 것들에 비하면 훨씬 맛있고, 가성비도 괜찮습니다.
화랑은 일단 살균청주라 생주 특유의 생생한 느낌은 없습니다. 대신 그렇다고 활기가 없는 느낌도 아닌데, 구연산과 젖산으로 보산을 한 청주라 산도가 살짝 있고, 또 찹쌀로 만든 청주 특유의 달콤함도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이 꽉 찬 느낌은 아니지만 좋은 술 흉내는 냅니다. 아쉬운 대로 마실 만한 술이에요.
: 진판델(Zinfandel)은 미국과 이탈리아 남부의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는 프리미티보(Primitivo)라 불리지요. 시라처럼 풀바디에 묵직하고 진한 와인이 나오는 레드 품종인데요. 화이트 진판델은 그런 진판델로 만드는 로제와인입니다.
와인에는 보통 레드와 화이트가 있다고 하지만, 그 외에도 로제, 오렌지, 그리고 옐로우(Vin Jaune)의 다섯 종류가 있다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렌지 와인과 뱅 존은 화이트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로제와인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레드와 화이트 사이의 중간적인 와인인데, 대략 레드라기에는 색이 옅으면 로제와인이라 봐도 됩니다. 화이트 진판델의 경우 처음에는 실수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고, 1975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미국의 매우 대중적인 와인이 되었습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스타일이 매우 특이해서 다른 와인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걸 찾기 힘듭니다.
이번에 마시는 코퍼 릿지는 세계 최대의 와인 회사인 E.&J. Gallo Winery 산하의 브랜드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빈티지가 없는데, 아주 오래된 걸 팔지는 않았으려니 생각합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드라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스위트 와인도 아닙니다. 살짝 저발효시키는 와인으로 카비넷보다 조금 더 단데요. 브라케토 프리잔떼에 비하면 확실히 도수가 높고, 그만큼 덜 달고, 좀 더 와인 같습니다. 그렇지만 카비넷과 비교하면 좀 더 주스 같아요.
이 와인의 빛깔은 나에게는 지르콘(보석의 일종)을 떠오르게 합니다. 미가열 지르콘 중에 이런 색깔을 가진 게 있어요. 내가 가진 것중에도 있고. 미가열 지르콘은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분산이 참 아름다운 보석이에요. 복굴절인 게 좀 아쉽지만.
아로마는 조금 새콤할 뿐인데, 좀 차갑게 마시는 탓도 있지만 이런 와인은 도수가 낮아서 아로마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잔도 크게는 안 가립니다. 그래도 와인이니까 다른 술보다는 더 가립니다만.
이 와인은 입에 넣었을 때부터가 진짜입니다. 살짝 저발효 와인이라 굉장히 과일과일한데, 무척 묘하게 맛있습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대체로 와인 애호가들은 싫어하고 대중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식으로 유명한데요. 이 와인은 와인과 주스의 경계에 있고, 어찌 보면 브라케토 다퀴보다도 더 주스같습니다.
이 와인의 과일 풍미는 포도보다는 잘 익은 물백도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로제 특유의 단순함과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니쉬를 가지고 있고, 또한 동시에 묘하게 잔당감이 강해서 다소 초현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아주 미미한 탄산감이 있는데, 아주 신선한 상태에서는 탄산감이 더 강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와인은 아주 신선한 상태는 아닐 겁니다. 언제나 가볍게 즐기기 좋은 타잎의 와인입니다.
탁브루 – natural Taak 100 [★☆]
: 탁브루는 인천광역시의 신생 전통주 양조장입니다. 본사 주소지로 표기된 곳은 부개동과 일신동의 경계 부근으로 그런 곳에도 양조장이 있나 싶긴 한데, 어쨌든 나는 부평 지역 양조장이라면 응원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에 마시는 내추럴 탁 100은 2023년 우리술 품평회 탁주 부분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들이 및 도수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쌀로 만드는 진짜 술은 저렴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자의 표현을 빌려 ‘인간이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싶은 게 우리나라 진짜 술이에요.
알콜 10.5%. 강화 찹쌀을 100% 사용했다고 합니다. 누룩도 강화쌀로 만든 입국을 사용했다고 하고요. 제조된지 3주 정도 된 걸 마셨어요. 탁주인데 위에 뜬 맑은 부분부터 마시다가 별 생각없이 맛있어서 (작은 청자잔으로) 몇 잔을 그렇게 마셨습니다. 첫인상은 새콤함, 순정함. 그리고 뒤쪽에 적당히 남는 누룩 향입니다.
명목상 탁주이긴 한데 침전물이 별로 없습니다. 섞어보니 좀 탁해지긴 하는데, 일반 탁주에 비하면 부유물에 별로 없어서 맑지만은 않은 수준입니다. 침전물 섞어 놓으니 누룩 향이 강해지는데, 이런 느낌이라면 아예 침전물 다 빼고 청주로 파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탄산기도 별로 없고 침전물 안 섞었을 때가 더 맛있습니다.
맛 자체는 새콤하니 맛있는 술입니다. 기본기가 일정 이상 좋고요. 마찬가지로 강화 쌀을 사용한 인천 술인 송도향이 떠오르는 면이 있는데, 금계당의 바랑 정도는 아니지만 새콤함이 좀 강한 편이고 (희석하지 않은 탁주 치고) 알콜은 높은 편이 아니어서 쉽게 마시기 편한 느낌입니다. 다만 정말 탁주로의 장점은 거의 없다시피 한 느낌이라 맑은 부분만 청주로 파는 게 더 좋을 것 같고, 마실 때도 침전물 침전시켜서 맑은 부분을 마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 술은 양조 난이도 높은 단양주이며 채주 시 촘촘한 거름망을 사용했고, 건조효모 0에 개량누룩조차 절반으로 줄여 만든, 이름 그대로 내추럴에 가까운 방식의 전통주라고 합니다. 느낌이 조금 funky한 면이 있는 게 재미있는 술이긴 하고요, 내 생각에 이 술은 현재 375ml 와인 하프바틀 들이로 시판 중인데 도수가 별로 높지 않고, 개성을 충분히 느끼기엔 너무 들이가 작아서 풀바틀 750ml가 좋을 것 같고, 나는 다음에 다시 마셔볼 기회가 있다면 디캔터를 써서 침전물을 없애서 마시게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코리아 전통주계의 라이스 내추럴와인입니다.
어쨌든 맛있는, 그리고 제대로 만든 ‘진짜’ 인천 술이니까 많이들 사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다 마시고 난 후에 묘하게 까망베르나 유사한 연성 흰곰팡이 치즈가 떠오르는 면이 있네요. 공장제보다는 좀 더 내추럴한 타잎의. 풍미가 치즈하고 비슷한 건 아닌데요.
맛에 비해 별점이 좀 낮아졌는데, 사실 양이 아쉬워요. 한 병만 샀는데, 좀 마시려고 했더니 사라졌어요. 나중에 다시 마셔봐야겠어요. 송도향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적어도 인천에서는 구매하기 쉬워졌으면 좋겠네요.
벗드림 – 볼빨간막걸리 10 [★☆]
: 벗드림은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양조 농업회사법인입니다. 라이스퐁당이라는 약주를 메인으로 볼빨간막걸리라는 10도짜리 탁주와 감천막걸리라는 6도짜리 탁주를 시판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볼빨간막걸리를 마셔봅니다.
알콜 10%. 국산 찹쌀에 밀누룩을 사용한 이양주입니다. 일단 맑은 부분부터 세 잔 정도 마셨는데, 적당히 평범하게 쓴 맛도 있으면서 제대로 만든 술답게 맛있습니다. 쌀로 만든 우리나라 술을 둘로 나누자면 제대로 만든 술과 그보다 낮은 레벨의 시판용 술이 있는데요. 바로 위에 기술한 탁브루 탁100이나 이 볼빨간막걸리 10은 제대로 만든 술입니다.
침전물을 섞어 마시니까 꽤나 와일드한 성질을 드러냅니다. 무려 알콜이 좀 튀는데, 탄산이 강하지도 않고 침전물도 농도가 높지가 않아서 꽤나 자극적입니다. 상기한 탁브루에 이어 연속으로 마시고 있는데, 탁브루가 은근히 놀 줄도 아는 도련님이라면 이건 아예 말괄량이입니다. 어째 여성적인 술이긴 한데요.
요거트향에 더해 약간 꽃향이 나는데 일반적인 익숙한 꽃향은 아니고, 내 생각에 이건 연화(蓮花)에 가까우면서 연근 향도 은근슬쩍 좀 납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지역색 좀 살아있다는 느낌입니다.
제대로 만든 술 치고는 저렴한데, 고급이 전통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갈함이 없습니다. 평범한 탁주들하고 기본 체급은 아예 다른데, 특성은 평범한 탁주 비슷하게 알콜이 튀고 제멋대로라 마실수록 묘합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Voliero – Rosso di Montalcino 2018 [★★]
: 볼리에로는 우첼리에라(Uccelliera)의 생산자인 Andrea Cortonesi가 생산하는 세컨드 레이블입니다. 처음에는 안드레아 코르토네시가 운영하는 시에나의 리스토란떼에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 내수용으로만 유통하다가 Vinous의 안토니오 갈로니가 볼리에로를 맛본 후 평가를 좋게 하여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로쏘 디 몬탈치노 2018을 마셔봅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대표 품종인 제우스의 피, 산지오베제로 만드는 와인은 여러 규격이 있습니다. 일단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이면서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키안티/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cio)가 있고요. 고급 와인으로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슈퍼투스칸 중에도 주품종이 산지오베제인 게 있고요. 그 외 조금 덜 알려진 것으로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여기서 몬테풀치아노는 지역명으로, 품종명이 아닙니다.)가 있고요. 마지막으로 상기한 규격에 속하지 않으면서 슈퍼투스칸도 아닌 산지오베제 디 토스카나(Sangiovese di Toscana)라는 IGT규격이 있습니다.
이 중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약어로 BDM)는 피에몬테의 바롤로, 그리고 프랑스 품종이나 양조방식을 도입한 슈퍼투스칸과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고급 와인입니다. (슈퍼투스칸 대신 아마로네를 꼽기도 합니다.)
몬탈치노의 생산자들은 BDM의 생산을 통제하고, 그보다 낮은 등급으로 이번에 마시는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 약어로 RDM. DOC등급.)를 같이 생산합니다. 즉 몬탈치노의 생산자들은 고급 와인으로 BDM 및 BDM 리제르바를 생산하고, 보급형으로는 RDM을 생산하여 시판합니다.
이번에 마시는 볼리에로 RDM 2018은 Vinous의 Ian D'Agata에게 91점으로 평가받았고, Wine Enthusiast의 Kerin O’Keefe는(현재는 독립) 좀 낮은 86점을 줬는데, 점수는 짜게 줬지만 테이스팅 노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알콜 14%.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일단 조세핀 No. 3으로 마십니다. 서빙 온도는 18.6도였습니다. 컨디션 문제로 후각이 정상이 아닌 상태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일단 글라스에 따라놓은 상태에서 향이 꽤 고혹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발향의 강도는 매우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첫인상은 좀 진한 피노 누아 같은데? 였습니다. 그래도 산지오베제라 피노 누아라기에는 탄닌이 좀 센데, 섬세하고 여리여리한 게 피노 누아를 떠오르게 합니다. 양질의 응축감. 잘 반영된 떼루아 느낌. 탄닌을 많이 포함해 장기 숙성형으로 만든 산지오베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음적기보다는 좀 일찍 개봉한 것 같습니다. 2년 정도는 더 숙성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완전히 숙성되고 나면 더 피노 누아에 가깝다고 느껴질 것도 같습니다.
아직 좀 뻑뻑하고 내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서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마셨습니다만, 그래도 꽤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케린 오키프가 점수를 좀 낮게 준 거나 이안 다가타가 91점을 준 것 모두 납득이 되는데, 나는 부르고뉴나 알자스의 리즈너블한 가격대 피노 누아를 마실 때 점수를 높게 줄 와인은 아니라도 꽤 맛있게 마실 때가 있거든요. 이것도 그런 느낌입니다.
컨디션 문제가 있겠지만 일단 향이 약하고 맛은 좋은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는 어지간해서는 ‘맛’에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품종이라 생각하고요. 묘하게 감칠맛(?)이 좋은 게 역시 산지오베제다 싶었습니다. 코막혔을 때 와인 마시면, 스위트와인 빼면 내가 아는 것들 중 산지오베제가 최강입니다. 부드럽지만 높은 산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세 잔 째부터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로 바꿨습니다. 스타일이 워낙 피노 누아처럼 느껴졌거든요. 발향도 약하고. 마신 장소의 실내 온도가 20도가 안 되었는데, 이 또한 발향이 약한 한 원인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는 현존하는 글라스 중 집향이 가장 강한 글라스 중 하나일 겁니다.
데피니션 부르고뉴 글라스에서 이 RDM은 보다 풍부힌 과실 향과 동물계 향을 선사합니다. 처음부터 이 글라스로 마셔야 하는 와인이었네요. 입에 넣으면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데, 탄닌이 좀 센 것과 품종향이 좀 다른 거 아니면 코트 드 본이나 코트 샬로네즈의 피노 누아를 연상했을 것 같습니다. 산지오베제 아니랄까봐 섹시한 동물계 향도 조금 느껴지는데, 그런 액센트가 괜찮습니다. 이후 열리면서 점점 더 섹시해집니다.
의외로 미미한 잔당감이 있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브리딩이 되면서 탄닌이 조금씩 풀어져서 점점 더 맛있어집니다. 복잡하지는 않은데, 이 심플한 맛있음이 산지오베제의 매력이겠지요. 아주 잘 익은 라즈베리, 석회,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 기본적으로 굉장히 섬세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탄닌이 다 안풀려서 이질감이 좀 있습니다만 2년쯤 후에 다 풀리고 나면 끝내주는 텍스춰였을 겁니다.
마시면서 음식을 페어링하고 있지 않은데, 맞추자면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은 한우 또는 말(馬) 육사시미와 어울릴 것 같습니다. 타다키 정도는 해도 괜찮을거 같고요. 스테이크로는 한우안심 1등급 이하로 소금간만 해서 블루로. 무척 섬세한데다 성향이 섹시한 캐릭터라 이탈리아 와인 치고는 음식 페어링이 어려운 편일 겁니다.
아직 온전한 상태는 아닙니다만, 이 와인은 하늘하늘하고 크리미하며 솜사탕 같은 구조감을 형성하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안 풀린 부분이 많은데(30% 정도만 풀린 것 같습니다), 다 풀린 상태가 되면 아주 멋진 로쏘였을 겁니다.
금계당 – 별바랑 [★★]
: 지난 가을에 금계당의 생탁주, 바랑을 마셨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구매했었던 생청주(주세법상 약주) 별바랑을 마셔봅니다. 명기된 유통기한을 일주일 정도 넘긴 상태에서 마시게 되었지만,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개봉했습니다.
벼가 잘 익은 논의 풍경이 떠오르는 정취. 우수한 복합성. 샘물이 떠오르는 느낌. 차분한 가운데 활력이 느껴지고, 수줍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기 주장이 있습니다. 맛과 향은 다르지만 이 느낌은 부르고뉴의 와인을 연상시킵니다.
이 술이 가진 산도는 새콤함에 대한 욕구가 있을 때 최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술이 가진 특성은 우수하며 사랑스럽습니다. 다만 아직 생생할때 마셨던 바랑에 비해 이 별바랑은 생주치고는 생기가 쇠락한 후에 마셨다는 기분입니다. 그렇다고 숙성으로 인한 이익을 보기에는 보존기간이 짧아 애매한 시기에 마셨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생주는 병숙성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Bilancia – Tiratore Hawke’s Bay Chardonnay 2020 [★★★★☆]
: 알콜 13.5%. 뉴질랜드 북섬의 Hawke’s Bay에서 생산된, Bilancia 와이너리의 플래그쉽 샤르도네입니다. Vinous의 Antonio Galloni에게 96점, Cameron Douglas 96점, Bob Campbell 96점. 트리플 96점을 획득했고요. Wine Advocate에서는 96+점을, Falstaff에서는 94점을 줬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Tiratore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사냥꾼이나 사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와인의 빈야드가 포도원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총알이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포도를 2001년에 심었다는 것 같은데, 와인 그레이드에 비해 아직 포도 수령이 좀 어리긴 합니다.
이 샤르도네는 사용 클론을 표기하고 있는데, 548, 809, Mendoza, B95, UCD15라는 클론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핸드픽하여 프렌치 오크통에서 토착 효모로 발효하고 숙성하여 여과 없이 병입한 샤르도네. 이산화황을 약간은 썼다고 하네요. 그래서 내추럴와인은 아닙니다.
중량급 샤르도네를 조금 일찍 마시게 된 감이 있지만 다양한 글라스 테스트 겸 해서 마셨습니다. 사용 잔은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데피니션 버건디, 자페라노 울트라라이트 버건디,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입니다. 병 내 첫 서빙 온도는 8.8도로 시작했습니다.
유니버셜로 처음을 시작합니다. 아로마에서 느껴지는 건 아름다운 품종향. 미네랄리티. 순정하고 밀도높은 향기가 첫인상입니다. 입에 넣자 잔당감을 느꼈고,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일단은 더 마시게 됩니다. 아직 좀 어려서 포텐셜을 다 드러낸 상태는 아니고, 개봉직후의 단점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평론가들이 고득점을 줄 만한 와인이네요.
풍부하지만 부드럽게 다듬어진 산은 둥글둥글합니다. 과실 향이 풍부하고 응축감이 부르고뉴 대비 약한 것 같으면서도 또한 동시에 높은 집중도와 밀도를 보여줍니다. 이내 열리면서는 아주 강렬한 미네랄리티를 드러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유니버셜에 담아낼 수 없는 와인으로 판단. 버건디 글라스 비교용으로 적합한 샤르도네입니다.
집향력이 약한 울트라라이트 버건디에서, 이 와인은 일단 별다른 아로마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입에 넣으면 달달합니다. 묵직한 가운데 요소요소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향은 약한데 맛은 좋은 와인으로 느껴지고요.
가장 거대한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에서는 이 와인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면 강렬한 응축감과 집중된 맛이 느껴지고요.
최고의 집향력을 가진 데피니션 버건디에서 이 와인의 아로마는 빛납니다. 향을 맡으며 잔을 기울여 입에 넣기 전, 나는 이 와인이 헬리오도르같다고 느낍니다. 입에 넣으면 느껴지는 건 대리석입니다. 굉장히 매끈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러다가 온도가 올라간 후엔 진짜로 보석을 입에 머금는 느낌이 됩니다. 이건 액체가 된 헬리오도르에요.
(헬리오도르는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텐데, 노란색을 띠는 아쿠아마린 또는 에메랄드라 생각하면 됩니다. 베릴은 녹색이면 에메랄드, 바다색이면 아쿠아마린, 핑크색이면 모거나이트, 적색이면 대체로 빅스바이트, 무색 투명하면 고셰나이트, 노란색이면 헬리오도르라 부릅니다.)
르 쎕뗀뜨리오날과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 이 와인은 흥미롭게도 미네랄 자체가 좀 다른 뉘앙스가 됩니다. 르 쎕뗀뜨리오날에서 이 와인의 미네랄은 좀 더 뾰족뾰족합니다. 그리고 르 쎕뗀뜨리오날은 좀 더 떼루아를 살려줍니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샤르도네입니다.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결과물은 부르고뉴의 프리미에 크뤼 정도 또는 그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신세계스러운 스타일은 아닌데, 샤블리, 본, 마코네 중 아무 것도 닮지 않았습니다. 서늘한 느낌은 코트 드 뉘 와인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긴 합니다.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고 열리면서 조금씩 플로랄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굉장히 묽은 느낌과 높은 응축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느낌이 무척 특이합니다. 부르고뉴로 치면 그랑 크뤼와 레지오날 리외디의 것을 믹스한 것 같을 정도입니다. 아마 이 빈야드는 좀 더 세분하면 더 위대한 샤르도네와, 보다 대중적인 샤르도네를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와인은 처음부터 빈야드의 떼루아를 그대로 담아내려 의도했다고 합니다.
좀 열리고 나니까 르 쎕뗀뜨리오날에서도 헬리오도르같은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모난 자갈과 대리석이 깔린 정원에서, 과일과 꽃이 담긴 바구니를 앞에 놓고 햇볕이 좋은 날에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와인입니다. 손에는 헬리오도르가 중심석인 반지 하나 정도는 끼고요.
열릴수록 섬세한 허브 향이 나는데, 섬세하고 여려서 향이 강한 어떤 특정 허브를 예시로 들 수 없습니다. 감성적인 만족감 이상으로 이성적인 점수가 높은 느낌의 샤르도네인데, 섬세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참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미미한 탄산이 남아있고, 즐겁게 마시고 있지만 이 미미하고 아주 작은 탄산 버블은 이 와인의 가장 깊은 곳에 접근하는 걸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와인은 맛있음을 즐기게 되는 타잎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더 알고 싶어지는 와인입니다. 스월링을 아주 많이 해보면 굉장히 복합적인 석회질 풍미가 납니다. 화석 더미를 입에 넣으면 이런 느낌일까요. 화약을 입에 머금는 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고요. 다수의 평론가에게 일관적으로 고득점을 받은 샤르도네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렌치 오크를 썼음에도 신세계 아니랄까봐 바닐라틱한 향이 점점 올라오는데, 잔당감이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아르헨티나보다는 더 신세계같지만, 미국에 비하면 한참 구세계 같습니다. 대체로 뉴질랜드는 이 정도 포지션인 것 같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더 신세계스럽게 맛있어지는데요. 이거 음식하고 페어링이 안 됩니다. 와인만 마시고 있는데, 세상엔 이 정도 복합성을 지닌 와인과 페어링할 수 있는 음식이 존재하지 않아요. 이건 와인만 마셔도 너무 복잡해서 파악이 힘듭니다.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하려면 혼자 와인만 자작해야 하는 그런 와인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맛있는 와인이라 적당히 마셔도 안나쁠 것 같긴 한데, 진짜로 위대하다고까지 할 만한 요소를 숨기고 있는 와인이라 추천은 와인만 혼자 마시는 겁니다. 진짜 많이 비싼 와인에 평범한 와인을 믹스한 것 같은 샤르도네에요. 내가 이 와이너리의 오너라면 빈야드를 나눌 겁니다. 이 와인엔 100점짜리 와인이 섞여 있어요.
그리고 이건 무척이나 미묘한 와인이라 글라스에 따른 차이가 커도 너무 큽니다. 글라스가 달라지면 느껴지는 느낌이 아예 다르고, 온도에 따라서도 아예 다릅니다. 다양한 글라스를 가진 분이라면 다양한 글라스를 이용해보시기를 권장하고요. 나는 하나만 고르자면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시는 게 마음에 듭니다.
보다 열리고, 온도가 더 올라가면서 이 와인은 숨겨뒀던 스파이시함을 드러냅니다. 스타아니스, 클로브 향, 황밀랍 향 같은 게 섬세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내가 이걸 아무 정보 없이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누군가가 장난친 와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 평범한 샤르도네에서부터 꽤 좋은 샤르도네, 그리고 지상 최고의 샤르도네를 섞어놓은 것 같거든요. 이런 게 단일 빈야드 고득점 뉴질랜드 샤르도네라니 재미있지요. 정말 좋은 샤르도네 와인입니다.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Kronenbourg 1664 Rosé [☆]
: 알콜 4.5%. 라즈베리 향과 시트러스 향이 들어간 밀맥주입니다.
제법 차가운 상태에서 마셨는데, 라즈베리 향이 꽤 두드러집니다. 거기에 더해 시트러스향과 밀맥주 특유의 과일향이 있어서 과일 풍미가 많이 느껴집니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과일스러운 맥주입니다.
Fizz Cider Strawberry Taste [-]
: 알콜 4.0%. 딸기향이 첨가된 시드르 기반 알콜음료입니다. 실제 시드르 외에 꽤 다양한 향료와 시럽, 이산화탄소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거의 술이라기보다는 딸기맛 나는 알콜음료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시드르 기반이라 특유의 덤덤하고 시원한 느낌은 있는데, 하절기에 마셨으면 좀 더 긍정적인 인상을 얻었을 것 같긴 합니다.
장희도가 – 세종대왕 어주 탁주 [★☆]
: 알콜 13%. 생산한지 2개월하고도 1주 정도 지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장희도가는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으로 세종대왕 어주라는 술을 빚고 있습니다. 재료로는 초정리에서 재배된 유기농 쌀(찹쌀 33.3%, 멥쌀 8.3% 비율)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정리 술이니까 초정리 물로 담그는 것도 한 포인트일 겁니다.
약주와 탁주, 두 제품이 출시중인데 약주는 2019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단 탁주를 마셔봅니다.
맑은 부분을 마셔본 첫인상은 힘 있는 술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침전물을 섞어 마셔보니 달콤한 가운데 심이 있습니다. 긴죠가 아닌데 이런 느낌인가 생각하면서 마셔보니 아마 이 느낌 중 일정 부분은 물에서 기원한 것 같습니다. 초정수로 술을 담그면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시면서 계속 생각하는데 이 술은 물이 정말 역할을 크게 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나는 경험적으로 스카치 위스키에서는 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청주/탁주 계열에서는 이게 처음으로 큰 인상을 줍니다.
Ricasoli – Albia Bianco di Toscana IGT 2021 [★☆]
: 꽤 볼륨감 있는 병에 들어있는 리카솔리의 토스카나 비앙코. 품종은 샤르도네, 말바지아 비앙카, 소비뇽 블랑이라고 하는데 비율은 공개되어있지 않습니다. 언오크드 비앙코. 마개는 천연 코르크를 닮은 합성수지 마개입니다. 병에 표기된 알콜 13.5%인데 홈페이지 테크시트에는 13%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아로마가 상큼합니다. 원래 내가 언오크드 샤르도네의 향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거기에 소비뇽 블랑과 말바지아 비앙카까지 사용해서 그런지 아주 향이 좋습니다. 마셔보면 응축감이 별로 없고, 물같은 바디감에 과일 향. 그리고 아주 풍부한 미네랄 느낌이 쫙 깔립니다.
식후에 와인만 마시고 있는데 조금 실수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비앙코 답게 이탈리아 음식과 같이 마셔야 하는 와인이었다 싶습니다. 이런 건 담백한 느낌의 파스타나 피자와 잘 어울립니다. 향은 좋은데 워낙 느낌이 물처럼 묽고 잘 넘어가는 타잎이라 지향하는 방향이 식사용 음료에 가깝습니다.
말바지아 비앙카 때문인지 향에는 조금 독특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꽤나 구세계스러운 향을 내고 있고요. 산도는 제법 있지만 입에 넣었을 때 과실 향이 두드러진다거나 발랄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로마는 상큼한 반면, 입에 넣었을 때까지 그런 편은 아닙니다. 종합적으로 가볍게 이탈리아식에 곁들여 마시기 좋을 법한 비앙코네요.
St. Michael-Eppan – Sanct Valentin Gewürztraminer 2021 [★★]
: 이탈리아 Trentino-Alto Adige 자치주의 Südtirol/Alto Adige Provincia(프로빈차) DOC 와인입니다. 이 지역은 이탈리아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사용자가 더 많은데, 독일어로는 Südtirol(쥐트티롤/남부 티롤)이라 부르고 이탈리아어로는 Alto Adige(알토 아디제)또는 Bolzano(볼차노)라 부릅니다. 알토 아디제는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령이었는데, 1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가 승전하면서 이탈리아로 넘어왔습니다.
현재 알토 아디제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화이트 와인 생산지입니다. 지리적으로 알프스 권역인데다 위도도 이탈리아치고는 꽤 높은데요. 의외로 볼차노 시 기준 마콩보다 살짝 북쪽입니다. 그리고 St. Michael-Eppan은 이 지역의 유명한 협동조합 와이너리입니다. 독일어 이름이지만 나는 피렌체식으로 산 미카엘-에빤으로 읽습니다. 산 발렌틴은 산 미카엘-에빤의 상급 라인업에 해당하며, 이 2021년 게뷔르츠트라미너는 James Suckling에게 93점을 받았습니다.
마개는 천연 코르크 마개인데, 처음에 전동 오프너로 개봉하려다 실패하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처음부터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하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콜은 14.5%고,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해 마십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꽤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이 Gris품종(껍질은 붉거나 핑크빛이지만 백포도주를 만드는 품종)은 아로마틱한 품종으로 유명합니다. 품종 자체에 향기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다른 아로마틱한 품종으로는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모스카토)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게뷔르츠트라미너도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과 어느 정도 유사한 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저발효와인으로 만드는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과 달리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도수 높은 와인을 만들기에 화이트와인으로는 아주 강한 향기를 가집니다.
리치를 연상케 하는 풍부한 과일 아로마. 그리고 살짝 빛나는 듯한 미네랄 향. 입에 넣으면 바디는 무겁지 않고, 어딘가 장미를 살짝 떠오르게 합니다. 향기부터 뉘앙스에 약간의 달콤함이 있습니다. 알콜이 꽤 있지만 입에 넣자마자는 그다지 티나지 않습니다. 천천히 맛을 보면 차츰 강렬한 알콜의 맛과 스파이시함이 느껴집니다. 아직 신선한 맛이 살아있고, 아주 약간의 탄산감이 남아있다고 판단합니다. 시음적기에 개봉한 것 같습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답게 역시나 다른 품종에서 느끼기 힘든 향이 납니다. 리치 80%에 장미 20% 정도의 향이라고 하면 될까요. 그리고 그 이면에는 블랙페퍼와 그린페퍼의 중간 정도가 아닐까 싶은 스파이시함이 있고요.
이후 온도가 올라가면서 꽃향기가 조금씩 더 노골적이 됩니다. 장미를 중심으로 한 꽃다발. 재스민. 굉장히 화려합니다. 아로마에서는 그런 꽃향기가 강하지 않은데, 잎에 넣고 스월링을 해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로마는 리치 외에 패션플뤁의 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종의 시트러스. 미네랄리티는 날카롭지 않지만 살아있습니다.
향기의 화려함이나 요소요소의 장점 대비 떼루아 느낌이 강하다거나 하지는 않은데, 아마 이게 협동조합 와인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좋은 포도를 모아서 만든 쪽에 가까울 거라, 떼루아 느낌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대신 괜찮은 게뷔르츠트라미너답게 화이트 와인으로는 꽤나 상급의 화려함입니다.
Hoggy’s – Apple Paradise Cider [★]
: 호기스의 시드르. 사과주스 48%, 시드르 39.88%, 천연사과향 0.2%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알콜 4.5%로 이 정도면 우리나라 기준, 어느 정도 표준적인 시드르 풍미라 생각합니다. 사과함량이 좀 더 적으면 좀 더 드라이하고 쿨한 맛이 되겠지만, 이것도 사과주스 풍미가 그리 강하지는 않습니다. 단 맛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고요. 살짝 더울 때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Georges Duboeuf - Beaujolais-Villages Nouveau 2023 [★☆]
: 보졸레 누보의 선구자, 조르쥬 뒤뵈프의 빌라쥬급 보졸레 누보입니다. 연말에 마시려고 했는데 못 마시고 봄이 된 후에야 마시네요. 알콜 13%.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품종은 당연히 가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로 마십니다. 서빙온도는 20도 정도로 잡았는데 보졸레 누보는 보통 이것보다 차게 서빙합니다. 서빙온도의 차이는 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색은 포도주스에 가깝고 향은 가메 품종향이 꽤 납니다. 피노 누아와 유사하면서도 역시 나름대로 개성이 있네요. 향기부터 적당히 새콤하고 입에 넣어도 마찬가지로 살짝 새콤합니다. 입에 닿는 순간 석회 맛이 나고, 가볍지만 적당히 맛있습니다. 꽤 프루티한데, 발랄하지는 않습니다. 색에 비해 탄닌은 매우 약합니다. 호벤급 템프라니요가 떠오르는 면도 있습니다.
보졸레 누보는 의도적으로 포도에서 탄닌을 적게 뽑아냅니다만, 그렇다고 로제와인 수준은 아닙니다. 풍부한 프루티함은 딸기와 체리의 중간적인 향이고, 많지 않은 탄닌이 있는 게 부르고뉴 루즈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엄연히 보졸레도 부르고뉴입니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입니다. 본래 그런 용도로 만든 와인이고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가격인데, 근래 부르고뉴 와인의 전반적인 가격이 제정신이 아니다보니 이것도 허용범주라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행주산성주가 – 냥이탁주 9 [★☆]
: 고양시의 탁주. 작은 샘플을 구해서 마셔봅니다. 양이 얼마 없어서 침전물을 바로 섞어서 마십니다. 알콜 9%.
산도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달콤하고 구수합니다. 맛의 특성에서 쌀 외의 다른 곡물이 들어간 건가? 싶어 정보를 보니까 쌀 외에 찰보리, 찰수수, 벌꿀, 오미자, 송순, 밀을 사용했습니다. 쌀은 고양시 특산의 가와지 쌀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재료가 다양한 만큼 풍미가 꽤 복잡합니다. 꽤 맛은 있는데, 샘플밖에 없어서 그야말로 맛만 볼 수 있는 게 아쉬운 점이네요.
두루미양조장 – 대관람차 [★]
: 철원의 탁주. 작은 샘플을 구해 마셔봅니다. 양이 얼마 없어서 침전물을 바로 섞어서 마십니다. 알콜 12%. 철원오대쌀로 만든 탁주라고 합니다.
첫인상은 꽤 자극성이 있습니다. 미세탄산이 꽤 거세게 남아있고, 알콜이 튀고, 풀바디입니다. 다만 탄산은 미세한 것만 남아있을 뿐이라 와인으로 치면 스틸와인에 해당합니다. 순수하게 멥쌀만 이용한 술 답게 단맛이 적고 쓴맛이 있습니다. 누룩 향도 좀 있고요. 역시나 조금 맛을 보려니까 사라지네요.
Hoggy’s – Pear Heaven Cider [★☆]
: 알콜 4.5%. 사과주스가 섞인 시드르에 배주스가 추가적으로 섞인 구성입니다. 사과주스가 섞이기도 했고, 사용한 배도 한국 배가 아니고 서양배이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배 풍미와는 좀 다릅니다. 오히려 이런 과일 풍미는 찹쌀을 쓴 전통주가 떠오르는 면이 있습니다. 서양배는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향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시드르고 배 주스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쿨하고 시원한 느낌입니다. 꽤 맛있습니다. 주스 섞인 시드르계의 수작.
Brooklyn Pilsner Crisp Lager [★]
: 계절이 바뀐 이후에도 이 브루클린 필스너를 마십니다. 알콜 4.6%.
참 마실 때마다 느끼는데, 향은 좋은데 IPA처럼 끈적거리고 청량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목이 마르지 않을때 마시면 괜찮은데, 목이 마를 때 이 맥주를 마시면 정말 별로입니다.
그래도 갈증이 풀리고 나면 맛은 좋습니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같은 타입과는 꽤 다른 의미로 드라이한 느낌을 주는 맥주인데, 풍미로만 치면 괜찮은 에일급인 그런 특이한 라거입니다.
완벽한인생브루어리 – 칼퇴근필수너 [★☆]
: 알콜 4.7%. 독일산 홒을 사용한 크래프트 필스너입니다. 한 모금 마시니까 살짝 필스너 우르켈이 연상됩니다. 스타일이 꽤 비슷합니다. 맛은 쌉쌀하고, 어딘가 흰 꽃이 연상되는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치고는 꽤나 클래시컬한 풍미인데, 좀 의외다 싶으면서도 괜찮습니다.
질감은 좀 점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 맥주답게 이산화탄소를 첨가한 맥주인데, 그렇게 추가한 이산화탄소에도 불구하고 점도가 높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브루클린 필스너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 더 밝고 가벼우면서 화사한 맥주입니다. 기대보다 꽤 좋은 맥주.
Remi Seguin – Gevrey-Chambertin 2017 [★★★☆]
: 레미 세갱의 코뮈날 등급 쥬브레 샹베르탱. 부르고뉴의 굳 빈티지였던 2017입니다. 알콜 13%. 품종은 당연히 피노 누아입니다.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사용했습니다. 마개는 표면이 코팅된 천연 코르크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이 도멘의 본 주인이었던 Remi Seguin은 2010년에 은퇴하고 도멘을 Frederic Magnien에게 매각하였습니다. 그래서 2010년 이후의 레미 세갱은 프레드릭 마니앙의 다른 레이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쥬브레 샹베르탱은 (부조를 논외로, 프라게 에세조를 본 로마네로 간주한다면) 부르고뉴의 루즈(Rouge) 생산 코뮌으로는 인지도나 평가 등으로 볼 때 Top 3 정도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다만 코뮈날 등급이 나오는 리외디가 좀 넓어서 실제 희소성이나 가격으로 보면 본 로마네나 상볼 뮈지니에 비할 정도는 아니고, 모레 생 드니나 뉘 생 조르쥬와 비교해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을 모르는 분에게는 이 모든 이야기가 생소하겠지만, 부르고뉴는 와인 입문을 하고 어느 정도 드신 분들한테도 처음 접근할 때는 복잡할 수 있으니 그런가보다 해 주세요.
잔에 따라 아로마를 맡으니 피노 누아다운 새콤한 과일향 이면에 깊이가 느껴집니다. 다소의 플로랄함이 있고, 입에 넣자 보다 구체적인 플로랄함이 전면에 나섭니다. 꽃과 과일의 느낌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다소의 철분 맛이 있습니다.
직후 일차적으로 열리면서 강렬한 휘발성 향이 올라오는데, 알콜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와인 온도가 좀 높은가 싶어 측정해보니 21.8도로 조금 높습니다.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나는 온도가 약간 높은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냥 마시기에는 괜찮은데, 조금 더 차가운 온도로 시작해서 온도를 높였을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를 겁니다.
튤립이나 백합을 연상시키는 플로랄함은 섬세한 감촉과 함께 합니다. 살며시 가진 과일 뉘앙스는 열대과일 계열로 느껴집니다. 약간의 바닐라 향. 그리고 피처럼 진한 철분 맛. 아주 약간의 토스트된 향. 스월링을 하면 약간의 동물계 향이 올라옵니다.
2017 쥬브레 샹베르탱인데 아직 숙성이 모자란가? 라고 생각하면서 열리는 걸 기다려보니 곧 동물적인 부케가 피어오릅니다. 섹시한 타잎이었네요. 바닐라 향까지 강해져서 굉장히 고혹적입니다. 에로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리고 난 후의 아로마는 코트 드 뉘의 코뮈날급 부르고뉴 루즈 아니랄까봐 아찔하게 좋습니다. 단점이라면 좀 피니쉬가 짧긴 한데, 대신 향이 좋고 매우 맛있습니다. 그리고 쥬브레 샹베르탱 치고는 쌉니다. 그리고 어쨌든 쥬브레 샹베르탱 아니랄까봐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파야나 아보카도 같은 향과 동시에 의외로 체리 향이나 라즈베리 향 같은 것도 가지고 있네요. 그리고 양구멜론이나 참외 같은 향도 있고요. 플로럴한 쪽에서는 마른 장미의 아로마를 느끼게 됩니다.
매우 맛있고 매력적인 와인이라 금세 다 마셨습니다. 오래간만에 코트 드 뉘의 루즈를 마시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Tsingtao – 120 Years Anniversary Limited Edition [★☆]
: 사둔 칭타오 120주년 기념 캔을 오래간만에 마셨습니다. 알콜 4.7%. 오래간만에 마셔봐도 참 좋은 라거입니다. 약간 가벼운 느낌을 원할 때 이만한 라거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홒과 몰트의 밸런스가 좋고, 섞인 쌀이 적당히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Napa by N.A.P.A. Michael’s Red 2017 [★★☆]
: Napa by N.A.P.A.는 Scotto Family에서 만드는 와인으로, 5세대 형제자매인 Natalie, Anthony, Paul, Anne의 이름을 따서 이름지었다고 합니다. 본 와인의 이름인 Michael도 마찬가지로 막내 동생의 이름이라고 하고요. 이름처럼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인입니다.
알콜 13.9%. 품종은 40% 카베르네 프랑, 40% 메를로, 5% 말벡, 5% 프티 시라, 5% 시라, 5% 프티 베르도입니다. 85%는 보르도 우안이 연상되는 품종인데, 말벡과 시라, 그리고 프티 시라가 섞여 독특한 기분입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로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조세핀 No. 3으로 마십니다.
첫 병 내 서빙 온도는 12.2도로 꽤 낮았습니다. 칠링이 너무 되었네요. 온도를 올려가면서 마셔야 합니다. 일단 아로마를 맡으니 고혹적입니다. 보르도 스타일이지만 보르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향이고요. 입에 머금어보니 좀 차갑긴 한데, 스월링을 해 보니 스파이시한게 제법 보르도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곧 달콤한 느낌이 따라오는 게 캘리포니아는 캘리포니아다 싶기도 하네요.
카베르네 프랑을 40%나 넣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카베르네 소비뇽하고 향은 비슷하고 대신 탄닌이 적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텍스춰가 꽤 매끄러운데 애초에 탄닌이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은 와인이었다 싶고요. 여과하지 않은 와인이라 그런지 미세한 건더기(?)들이 좀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굉장히 맛있어집니다. 분명 드라이 와인인데 아주 달달해요. 탄닌은 완전히 녹아있고, 폭신하고 달콤한게 끝내줍니다. 완전하게 숙성된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위주의 와인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주 잘 알려줍니다.
다만 이 와인은 폭신하고 맛있는 게 거의 다입니다. 그 이상은 없습니다. 보르도같은 복합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아주 맛있습니다. 본래 리즈너블한 와인이고, 숙성 잠재력이 크지 않은 와인이지만 최상으로 숙성된 상태에서 마셨기에 무척 맛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합니다.
Hoggy’s – Raspberry Dream Cider [★]
: 라즈베리 주스가 함유된 호기스의 시드르. 라즈베리 주스 외에 사과주스, 배주스, 블랙당근주스, 레몬향, 산딸기향이 들어가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 시드르는 풍선껌같은 향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시드르 특유의 시원함이 좀 있습니다. 다소 더워진 후에 마시니까 좋네요. 작년 여름에 페스티벌에서 처음 마셨었는데, 그 때 느낌도 꽤 좋았습니다.
Domaine J.A. Ferret – Pouilly-Fuisse 2019 [★★☆]
: 도멘 페레의 푸이 퓌세 2019. 도멘 페레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유명한 네고시앙 중 하나인 루이 자도(Louis Jadot)가 보유하고 있는 도멘으로, 푸이 퓌세 지역의 대표적인 도멘 중 하나입니다.
부르고뉴에 속한 유명 코뮈날 등급 블랑 아펠라시옹 중 하나인 푸이 퓌세는 부르고뉴 남쪽의 마코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부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샤르도네 와인을 만듭니다. 이 도멘 페레의 푸이 퓌세 2019는 Wine Spectator에서 92점을, Wine Advocate에서 90점을, Jasper Morris MW에게 88-90점을 받았습니다.
알콜 13.5% 테크니컬 코르크 마개를 개봉하자 부르고뉴 블랑 특유의 향이 선명하게 납니다. 병 내 첫 서빙 온도는 8.8도였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시음 후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이용해 마셨습니다.
선명하며 부르고뉴 블랑다운 유쾌함이 있는 아로마. 꽃 향과 과일 향이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니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집니다. 부르고뉴다운 도도함과 푸이 퓌세다운 온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쓴맛이 꽤 있는 편입니다. 맛과 향에서 자몽과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차츰 열립니다. 그러자 쓴맛이 줄어들고 균형감이 좋아집니다. 이 푸이 퓌세의 미네랄리티는 균열이 있는, 커다란 석회암 바위를 연상시킵니다. 석회 암반을 입에 머금는 듯한 맛입니다. 그리고 이 샤르도네 와인은 소비뇽 블랑이 연상될 정도의 시트러스향을 품고 있는데, 자몽 같은 과일 향 뿐만 아니라 오렌지 블라썸 같은 꽃도 연상시킵니다.
향과 균형미가 좋은 샤르도네입니다. 소비뇽 블랑이 연상될 정도의 상큼한 시트러스향부터 플라워리함, 그리고 온도가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바닐라 향 등의 요소를 균형 있게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떼루아를 반영한 복합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떼루아 자체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르고뉴 샤르도네답게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만.
열리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마지막 잔에서야 충분히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세한 허브 향이 있네요. 마시면서 좀 소비뇽 블랑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소비뇽 블랑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와인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조금 일찍 개봉하지 않았나라는 기분이긴 합니다. 좀 더 병숙성을 하고 마시는 게 입에 맞았을 것 같아요.
Villa M Some (N/V) [★☆]
: 알콜 3%. 품종은 브라케토입니다. 일반적인 브라케토 다퀴보다도 꽤나 저발효한 와인으로 추정. 스크류캡이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셨습니다.
마개가 쉽게 따지지는 않습니다. 스크류캡 오프너를 동원해서 땄습니다. 프리잔떼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탄산감이 거의 없습니다. 프리잔떼와 스틸와인의 중간 정도 탄산이고, 사실 와인이라 하기도 애매합니다. 거의 되다 만 와인 또는 의도하지 않게 살짝 와인이 된 포도주스에 가깝습니다.
한 잔 마시고 나니 이름이 재미있게 느껴지는데요. 제대로 된 브라케토 다퀴같은 프리잔떼가 연애라면 이건 말 그대로 썸입니다. 아직 와인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주스도 아니고. 와인같지는 않아도 꽤 맛은 있습니다. 약간 알콜 기운이 도는 맛있는 포도주스 정도의 느낌입니다.
M. Chapoutier – Crozes-Hermitage 2018 [★★]
: M. 샤푸티에의 2018년 크로즈-에르미타쥬. 밭이나 퀴베 이름이 붙지 않은 크로스-에르미타쥬 지역 와인입니다. 알콜 13.5%.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품종은 크로즈-에르미타쥬답게 시라고요. 조세핀 No. 3로 마십니다. 병 내 서빙온도 17.5도로 시작.
나는 시라/쉬라즈를 꽤 좋아하고, 크로즈-에르미타쥬도 좋아합니다. 조세핀 글라스에 따라진 와인은 기분 좋은 품종향을 풍깁니다. 과일 향이 가득하고 스파이시해요. 그린페퍼나 허브가 연상되는 이 스파이시함은 북부 론 특유의 그것입니다. 입에 넣으면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까칠하고, 산도가 있고, 적당히 달콤합니다. 그리고 댄디(dandy)해요. 북부 론은 언제 마셔도 댄디합니다. 그게 신세계 쉬라즈하고 달라요.
밸런스는 어느 정도 좋은 편이고, 복합성도 약간 가지고 있는데 개봉 직후라 그런지 복합미 및 떼루아 느낌이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북부 론치고는 저렴한 와인이라서 감안해야 하겠고요. 그래도 열리면서 개선됩니다.
열린 이후 아로마에서 동물계 향이 감지됩니다. 입에 넣으면 제법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고, 과일, 허브, 스파이스 향과 함께 버섯 같은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기가 끌리는 맛입니다. 이 버섯 향은 부케인 것 같은데, 적당히 숙성된 상태의 와인입니다. 그래도 타닌이 완전히 녹아내린 상태는 아니라서, 적당히 굴려도 5년 이상은 더 숙성될 것 같습니다. 5년 후에 마셨으면 더 맛있었겠네요. 좀 열리고 난 후엔 시라 특유의 요거트같은 맛이 났습니다.
Asahi – Wine Cruiser Raspberry [☆]
: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와인 크루저 3종 중 라즈베리입니다. 알콜 5%. 마시는 김에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를 이용했습니다. 크루저의 마개는 왕관 병뚜껑이지만 돌려딸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병따개가 없어도 됩니다.
크루저는 다른 건 몰라도 색은 정말 근사한데요.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같은 튤립 형태의 글라스에 따라놓으면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맛은 라즈베리 캔디를 탄산 들어간 칵테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맛입니다. 와인 베이스긴 하지만 와인 맛은 없다시피하고, 알콜기가 있는 음료수에 가깝습니다. 그야말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마시기 좋은 알콜음료입니다.
Compañia Vinicola del Note de España – Cune Gran Reserva 2014 [★★]
: Rioja(리오하)의 유명한 보데가 중 하나인 C.V.N.E.(Compañia Vinicola del Note de España)의 그랑 리제르바 2014입니다. Cune이라는 표기는 C.V.N.E.의 오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알콜 13.5%. 세파쥬는 85% Tempranillo, 10% Graciano, 5% Mazuelo(Carignan).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마시기 위해 조세핀 No. 3 및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준비했습니다. 며칠 텀을 두고 마신 마지막 잔은 자페라노 울트라라이트 버건디를 사용했고요.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4.4도였습니다.
리오하의 와인은 보통 템프라니요 품종을 사용하고, 숙성 등급에 따라 숙성을 하고 표기합니다. 호벤(Joven)은 오크통에서 3개월 미만을 숙성합니다. 신 크리안사(Sin Crianza)는 1년 동안 탱크 등에서 숙성한 뒤 6개월 정도 병에 담아 보관, 6개월 미만을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크리안사(Crianza)는 합계 최소 2년, 그중 오크통에서 최소 1년, 병에서 최소 6개월을 숙성합니다. 그리고 리제르바(Reserva)는 오크통에서 1년, 병에서 2년 이상 숙성을 해야 표기 가능한 등급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숙성도가 높은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는 틴토(Tinto:Red)의 경우 오크통에서 2년을 기본으로 숙성한 후 병에서 3년 숙성을 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다만 블랑코(Blanco:White)는 병숙성 2년으로도 됩니다. 굉장히 긴 숙성기간을 거친 후에 출시하는 게 리오하 그랑 리제르바의 특성입니다.
이 쿠네 그랑 리제르바 2014는 다음과 같은 평론가 점수를 받았습니다. James Suckling 93, Wine Advocate 92, Wine Enthusiast 92, Decanter 91.
개봉 직후의 느낌은 의외로 탄닌이 살아있습니다. 첫 잔은 코르크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 같은 코르크 가루가 조금 방해되어서 충분히 즐기지 못했고, 두번째 잔부터는 오래간만의 그랑 리제르바를 즐겼습니다.
의외로 탄닌에 뻑뻑한 감이 남아있습니다. 제법 혀를 조입니다. 장기적인 산화로 인해 본래의 품종향이나 떼루아의 느낌은 남아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탄닌은 의외로 남아있습니다. 와인의 향이나 요소요소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덜 열리고 온도가 너무 낮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온도가 20.5도 정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환원취가 날아간 후, 조금 더 긍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리오하의 와인은 역시나 가볍게 즐기기 좋은 타잎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축구 보면서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이나 요소요소는 딱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맛 자체는 제법 맛있습니다.
Dalva – 40 Years Old Porto [★★★]
: Dalva의 40년 숙성 Tawny Port입니다. 알콜 20%. 병입은 2023년. 크리슨 TT6203글라스로 마셔봅니다. 리델 베리타스 샴페인 글라스로도 테이스팅했지만, 그라파 및 위스키용인 TT6203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칠링이 다소 많이 되어서 병 내 첫 서빙 온도가 9.2도입니다. 그래도 잔에 따르고 나면 금방 13도 이상이 됩니다. 글라스 서빙 기준으로는 시음적정온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오래 숙성된 냄새. 입에 처음 넣고 나니 오래 전에 한 병 마셨던 Hennessy Paradise Extra가 살짝 떠올랐습니다. 도수에 비해 아주 순하고, 약재를 넣어 만든 묽은 시럽 같습니다. 두드러지는 건 리코라이스의 향입니다. 맛도 포트와인이다보니 살짝 달콤한게, 진짜 감초 느낌이 꽤 납니다. Hennessy Paradise보다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40년 숙성 토니 포트가 에네시 파라디보다 맛없으면 그것도 문제긴 하겠지요.
향은 별거없는데 맛은 꽤 맛있습니다. 1급 소테른보다 맛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복합미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40년이나 숙성된 와인이니까 없지도 않고요. 그보다도 심플하게 많이 맛있습니다. 파라디같은 엑스트라급(VSOP < XO < Extra) 코냑이 떠오르는데, 그것보다는 맛있습니다.
문제는 비싼 것과 보존성. 40년 토니포트쯤 되면 가격이 저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토니포트는 보존성이 의외로 나쁘고요. 일반적인 와인이나 빈티지포트와는 달리 추가로 병숙성이 되지도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엑스트라급 코냑이 이거보다 맛없고 더 비싸지만, 보존성이 좋기 때문에 두고두고 조금씩 마실 수 있긴 하지요.
어렵지 않고 맛있는 술이다보니 순식간에 다 마셨습니다. 그저 40년 묵은 토니포트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비싼 게 유감스러운 점입니다.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Umani Ronchi – Cúmaro 2019 [★★☆]
: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Jorio(요리오)로 유명한 Umani Ronchi(우마니 론끼)의 Conero Riserva DOCG, Cúnaro(꾸마로)의 2019년을 마셔봅니다. 우마니 론끼는 이탈리아 Abruzzo(아부르초) 및 그 북쪽의 Marche(마르케) Regione(레조네≒주)에서 와인을 만드는데, 이 꾸마로는 마르케 레조네의 Conero Riserva DOCG입니다. 품종은 요리오와 동일한 Montepulciano(몬테풀치아노). 내가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 매우 좋아하는 품종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생산지역이 다르긴 하지만 요리오보다는 꾸마로가 상급 와인입니다. 꾸마로 2019에 대한 평론가 평점은 James Suckling 91이 있네요.
알콜 14%.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칠링은 첫 서빙시 병 내 17.6도로 되었습니다. 조세핀 No. 3로 마십니다. 잔에 따르니 일단 몬테풀치아노 품종향이 근사합니다. 이 품종은 다소 와일드하고 거칠면서도 꽃과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을 냅니다. 그리고 입에 넣으니 몬테풀치아노임에도 질감이 부드럽고, 오크 향이 근사하게 배어있으며 성숙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쉬운 맛이고, 꽤 단순하게 맛있습니다. 참 이탈리아다운 와인이라는 느낌인데 복합성이 있다거나 우아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어느 정도는 되는 와인이기 때문에 니즈에 따라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맞춰서 골라야 합니다.
열리면서 조금 시라 느낌이 납니다. 다소 스파이시해지고 요거트 같은 느낌이 나는데, 시라정도로 강하진 않아서 적당히 마시기 편합니다. 어찌 보면 이건 다소 와일드하면서도 순화된 시라 같습니다. 시라에 비하면 거칠고 야생적이지만, 시라처럼 강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몬테풀치아노(품종)는 향이 좋고 마시기 편하면서도 거칠고 시골틱한 와인이라는 느낌이 있는 게 매력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깜빠뉴같은 빵과 곁들여 마시면 좋습니다. 세상 뭐 그렇게 어렵게 살 필요 있느냐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여담인데 Montepulciano는 품종명이기도 하지만 지역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Montepulciano품종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Sangiovese(품종)입니다. Montepulciano d’Abruzzo는 품종이 Montepulciano인 거고요. 해석하면 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몬테풀치아노(지역)의 고귀한 와인’ 이고 Montepulciano d’Abruzzo는 ‘아부르초 주의 몬테풀치아노(품종)’입니다.
Domaine de la Janasse – Châteauneuf-du-Pape Vieilles Vignes 2012 [★★★]
: 남부 론을 대표하는 Appellation Châteauneuf-du-Pape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아비뇽(Avignon) 인근에 있습니다. 아비뇽 유수 당시 교황이 아비뇽에 거주했던 게 이 아펠라시옹 이름의 기원입니다.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이지요.
지리적으로 부르고뉴 보졸레의 남쪽으로 이어지는 위치에 있는 론은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구분됩니다. 북부 론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많지 않고, 론 강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부르고뉴처럼 좁은 지역에 포도원이 있는데요. 루즈는 시라가, 블랑은 비오니에가 주 품종입니다.
남부 론은 그에 비해 론 강의 하류고 비교적 넓은 지역입니다. 주 품종도 달라지는데, 남부 론에서 가장 주요한 루즈 품종은 그르나슈(Grenache) 입니다. 그냥 Cote de Rhone으로 표기된 와인은 대체로 남부 론이고요. 남부 론에서 가장 고급 와인이 나오는 지역이자 고급 그르나슈 품종 와인의 대표적인 생산지가 샤토네프-뒤-파프입니다.
도멘 드 라 자나스는 샤토네프-뒤-파프의 유명 생산자 중 하나로, 샤토네프-뒤-파프 루즈는 (지금까지 3번 만든 특별 퀴베인 XXL을 논외로 하면) Tradition < Chaupin < Vieilles Vignes의 세 등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고급 퀴베인 Vieilles Vignes 2012년을 마셔봅니다. Vieilles Vignes는 오래된 포도나무라는 뜻으로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이 도멘 드 자나스의 샤토네프-뒤-파프 비에이 비뉴는 수령 100년 이상의 고목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세파쥬는 85% Grenache, 10% Mourvèdre, 5% Syrah. 평론가 점수는 Jeb Dunnuck이 Wine Advocate에서 2014년에 96점을 준 이후 독립해서 2018년에도 96점을 줬고요. Wine Spectator 96, Decanter 94, Vinous 94입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병입구가 얇아 힘들긴 했지만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14.8도. 알콜 15%. 조세핀 No. 3로 마셨고, 중간중간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도 이용했습니다.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는 아름다운 아로마 및 부케가 느껴집니다. 입에 닿는 첫 느낌은 고급 와인답게 제법 많은 탄닌이 있다는 느낌인데, 곧 다층적인 레이어와 잘 숙성된 폭신한 감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스월링을 하면 과일 향부터 시작해서 복합적인 미네랄, 그리고 가죽 같은 잘 숙성된 향이 느껴집니다. 아직도 젊습니다. 그리고 곧 달콤한 향기가 피어나려 합니다. 알콜이 꽤 높아서인지 첫맛은 좀 쓴 편입니다.
일단 와인이 닫혀있다는 느낌인데, 조금 놔두면서 온도를 올리면 열릴 것 같습니다. 다만 이후 생각보다는 쉽게 열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굉장히 강한 알콜이 잘 진정되지 않는 것 같고, 조금 일찍 개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이었네요.
잠재되어 있는 맛은 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정리가 되지 않고 튀어요. 그리고 알콜이 많이 셉니다. 일단 즐겁게 마시기는 하는데, 충분히 진가를 맛본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적어도 5년은 더 병숙성을 해야 했습니다. 가급적 10년. 15도짜리 고급 샤토네프-뒤-파프는 그 도수 때문에라도 20년 이상의 숙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르나슈가 탄닌이 그렇게 많은 품종은 아닙니다만 이건 아직도 탄닌이 다소 뻑뻑합니다. 요소요소가 튀고, 거칠게 부서진 미네랄 느낌도 꽤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개봉했다면 좀 다른 느낌이었을 겁니다.
: 후첨스프가 있는 타입입니다. 혹자는 이것에서 옛날 신라면 맛을 떠올린다고도 하는데, 전혀 다른 맛입니다. 이건 일반 신라면보다 훨씬 매워요. 7500스코빌입니다.
사견으로 신라면은 퀄리티 관리가 안 되는 라면 중 하나입니다. 원체 잘팔리니까 때때로 원가절감의 극한을 느낄 수 있거든요. 2010년대 초반에는 아예 먹기가 힘든 수준으로 전락했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사람들은 라면 맛 잘 모르고, 어차피 대충 만들어도 제법 잘팔리니까 막 만들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MSG가 빠진 것도 맛이 떨어진 한 원인이긴 했는데, MSG 빠진다고 그렇게까지 맛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그렇게 몇 년 암흑기 보낸 후에는 매출이 떨어졌고, 위기를 느꼈는지 다시 맛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데요. 신라면 뿐 아니라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가 다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여전히 맛 없고요.
면은 신라면이 본래 그렇듯 이것도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 타입입니다. 소다 풍미가 꽤 강하기 때문에, 나는 불호쪽에 가깝습니다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데 별로 민감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런 타잎 면의 식감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국물은 표고가 좀 더 들어갔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습니다. 일반 버전보다는 표고가 좀 더 들어갔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맛의 요소가 풍부하지 않은데, 그 덕에 매운 느낌이 상당히 강조됩니다.
이것과 옛날 신라면을 비교하면 이게 옛날 신라면만 못하다고 봅니다. 옛날 신라면은 잘 만든 라면이었습니다. 이건 그 정도는 못 됩니다. 그렇다고 맛없지는 않습니다. 괜찮은 정도는 됩니다. 이것에 표고버섯과 MSG를 좀 추가해 넣으면 예전 신라면이 매워진 맛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삼립 – 하이면 인천식 옛날짜장 (용기)
: 하이면 브랜드의 용기면. 면은 중화 생면이 들어있습니다. 용기에 면과 건조 고명을 넣고 뜨거운 물을 표시선까지(소량입니다) 부은 후 전자렌지에 돌려 익히고, 액상소스와 요리유를 비벼 먹는 형태입니다.
면이 자장면으로는 꽤 가는 면입니다. 다소의 비린내가 있는데, 성분표 중 돈골 베이스에서 기원하였나 싶습니다. 감칠맛이 강하고 꽤나 달고 짠데, 실제의 인천식 옛날 짜장면보다 훨씬 감칠맛과 짠맛이 강합니다.
다 먹고 나서 이게 왜 옛날짜장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짜장의 특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키니나 감자라도 들어가면 확 옛날짜장 같을텐데요.
사조산업 – 사조야채참치 안심따개
: 열리는 부분이 캔에 호일을 붙여놓은 타입의 야채참치. 이런 타입의 캔은 일반적인 원터치 캔에 비해 열기 쉽고 안전합니다만, 보존성은 좀 떨어집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5년 정도는 유통기한 내니까 그 안에 먹으면 됩니다.
맛은 토마토맛이 강하고 조금 달콤합니다. 새콤한 맛도 있고요. 완두, 스위트콘, 감자, 양파가 제법 많이 들어있고, 주로 저작감에 영향을 줍니다.
농심 – 파스타랑 알리오 올리오
: 페투치니 타잎의 건면과 새우살이 들어간 건더기스프, 그리고 후첨후레이크와 소스가 들어있습니다. 제품의 포장은 종이 박스인데, 단가가 다소 높은 인스턴트 면류라 나쁘지 않은 포장이라 봅니다. 독특한 점이라면 건면인데 3분 30초만 삶으면 됩니다. 성분을 보면 면에 감자전분이 들어가있는데, 그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성이나 맛이나 절대로 ‘알리오 올리오’는 아닙니다. ‘오일 파스타 계열로 볼 수 있는 그 무언가’에 더 가까울텐데, 파스타긴 파스타지만 내 생각에는 이탈리아식 파스타라고 하긴 어려운 맛입니다.
후첨후레이크는 과자처럼 씹히는 편이고, 페투치니 타잎 면은 실제의 페투치니에 비하면 질감 등이 좀 다릅니다. 맛은 짠 맛과 감칠맛이 꽤 있고, 꽤 진한 맛이고 올리브유 향이나 허브 향 같은 건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맛없지는 않은데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알리오 올리오는 아니에요.
하겐다즈 – X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 더블 초콜렛 가나슈
: 파인트로 먹었습니다.
내가 먹은 것이 유별나게 그런 건지, 이 제품이 원래 그런건지 상당히 감촉이 거칩니다. 그리고 씹히는 것들이 있는데, 조금씩 씹어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역시 하겐다즈라는 생각이 들고, 무척 독특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듭니다.
순수한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셔벗과 아이스크림이 믹스된 것 같은 느낌이고, 거기에 초콜렛 꼬끄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초콜렛 향은 적당히 강하고, 적당히 고급스러운 유럽식 캐릭터입니다. 동절기에 먹었지만, 하절기에 먹어도 맛있을 초콜렛 아이스크림이네요.
동원 – 양반 야채죽
: 참깨 7 김 3 성분의 가루 스프와 참기름 유성스프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는 당근 함량이 높은데, 당근 풍미는 딱히 많이 느껴지지 않고요. 레토르트 식품이 대체로 그렇듯 매우 부드럽습니다. 실제 야채죽을 끓이면 이 정도로 부드럽게 끓이기는 매우 어려워요.
베이스는 역시나 야채죽 맛은 아닙니다. 대기업의 공업적인 감칠맛 베이스가 깔려 있는데, 글루탐산과 호박산 맛이 꽤 느껴집니다. 베이스 맛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 만든 야채죽 맛을 기대하고 먹으면 안 됩니다. 식품대기업스러운 감칠맛이 꽤 있습니다.
롯데 – 쉐푸드 2분 컵스파게티 생크림로제 용기
: 용기 안에 조리가 완료된 면과 소스가 있고, 그냥 면 위에 소스를 부어서 전자렌지에 돌리기만 하는 형태의 용기 스파게티 면입니다.
면은 의외로 알덴테에 가깝습니다. 소스의 향이 묘한데, 입에 넣으면 생각외로 감칠맛이 강하고 달아서 뭐지 싶습니다. 소스맛이 너무 강하다고 느낍니다.
양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면이 1.5배 이상 많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맛이 너무 진하고 감칠맛도 강해서 나는 잡채를 좀 떠올렸습니다.
농심 – 빵부장 소금빵 스낵
: 크로아상을 닮은 모양의 봉지 과자. 과자는 모양과 달리 적당히 딱딱+바삭하고 짭짤한 타잎입니다. 이름처럼 크로아상보다는 소금빵 + 약간의 캐러멜 정도 맛입니다. 실제의 소금빵에 비하면 더 기름지고 단맛이 꽤 있습니다. 지방맛+짠맛에 약간의 단맛으로, 사람의 본능에 호소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원 – 양반 쇠고기죽
: 기본적으로는 야채죽과 같은 경향입니다. 베이스 육수를 따로 넣고 끓인 쇠고기죽 느낌입니다. 다만 이질감이 강하지는 않은데, 아예 쇠고기죽 맛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Weeny Beeny – 스파이시 망고향 구미
: 제조사는 스페인의 Vidal Golosinas, S. A. 소분업소는 다원에프엔디, 수입업소명은 씨믹스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합성망고향 젤리. 한쪽은 납짝하지만 망고 모양에 애플망고살 색이고, 겉은 살짝 단단한데 안쪽은 저항감 없이 씹힙니다.
향은 망고향, 그것도 애플망고향에 가까운데 매콤합니다. 성인 취향 젤리.
팔도 – 김치 도시락 (용기)
: 지금은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지난 세기에 팔도 도시락 용기면은 농심 육개장 사발면과 라이벌리를 형성하고 있었고, 지금보다 품질도 훨씬 좋았습니다. 그런데 동사의 왕뚜껑한테 밀리고 러시아에서 이상하게 대히트치면서 품질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그러한 도시락의 김치 버전입니다.
면은 농심 육개장 및 김치사발면 수준으로 잘 익고 잘 풀어지지는 않지만, 삼양이나 오뚜기의 그것에 비하면 농심 육개장에 가깝습니다. 농심 김치사발면에 비하면 김치 풍미가 강하지 않고, 팔도 특유의 MSG로 인해 맛이 입에 꽤나 달라붙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짝 매콤하면서 짭짤함이 두드러지는 게 닛신의 컵라면들이 떠오르는 면도 있습니다.
건더기의 부실함은 아쉬운 점입니다. 과거의 도시락 용기면은 보다 개성적인 건더기와 풍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심이 보글보글이라는 도시락같은 네모 용기면을 만들어 경쟁을 시도했을 정도로 괜찮았던 게 과거의 도시락입니다. 이것은 김치 버전이기는 하지만, 보급형 용기면으로의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한 상태인 게 아닌가 싶어 유감스럽습니다.
하겐다즈 – 체스트넛 타르트
: 하겐다즈에서 최근에 나온 제품. 파인트로 먹었습니다.
일단 하겐다즈의 제품이 대체로 그렇듯 매우 맛있습니다. 밤맛 제과에 가까운 것들이 들어있고, 부드럽게 씹힙니다. ‘Chestnet’ 아이스크림이 아닌 ‘Chestnut Tart’인 만큼 밤 느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밤맛 제과의 느낌이 강조됩니다.
워낙 맛있어서 처음에 개봉했을 때 한 번에 다 먹어버릴 뻔 했고, 자제력을 발휘해서 남겨뒀었는데 그것도 마저 먹으니까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하겐다즈는 하프갤런 같은 거 안 나오나 몰라요.
서주 - 페코 아이스 모나카 우유
: 작년 여름편에 올렸던 딸기맛과 같은 시리즈의 제품. 딸기맛도 괜찮긴 했는데 이쪽이 더 맛있습니다. 서주가 유제품 아이스크림 회사라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은 퀄리티입니다. 바닐라향조차 두드러지지 않는 우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맛있다고 느낄 겁니다. 좀 비싸긴 합니다만.
델토리 – 먹태리아 나초칩 청양마요맛
: 먹태깡의 대히트 이후 쏟아져 나오는 먹태 시리즈 중 하나.
이름은 나초인데 재료가 쌀입니다. 생긴게 좀 나초스럽긴 하지만 실제로는 식감도 맛도 나초가 아닙니다. 그리 딱딱하지 않고 저항감 없이 씹힙니다.
맛 자체는 먹태깡보다 내 마음에는 드는데, 좀 무난한 맛입니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것 같습니다.
삼양식품 – 맵탱 소고기 흑후추 (봉)
: 최근에 출시된 삼양식품의 매운 라면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스코빌이 높은 라면이라는 게 느껴지고, 단순한듯 단순하지 않은 맛이지만 인상은 단순하게 정리됩니다. 파 향이 꽤 나고, 소고기맛 베이스라는 게 느껴집니다. 면은 삼양식품 봉지면답게 양질입니다만, 특별히 좋다는 인상은 없습니다.
맛의 경향은 인스턴트 라면 안 같은 핸드메이드 한국식 라면을 인스턴트화했다는 인상 쪽입니다. 그러니까 완제품 라면스프를 안 쓰고 한국식 라면맛 육수를 만들 수 있는데요. 그런 식으로 만들 때 사용될 법한 레시피를 적용했다는 인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타잎을 역으로 인스턴트화해서 만들다보니 포텐셜에 비해 결과물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내 생각에 이 라면은 그냥 끓여먹으면 그냥 그렇지만, 진짜 곰탕을 베이스로 끓이고 생파를 첨가하면 맛있을 겁니다. 곰탕이 있는데 그냥 먹기는 심심할 때 시도해볼만 할 것 같고요. 비슷한 계열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골 계열하고는 안어울릴 확률이 있어보이니 하실거면 맑은 살코기 곰탕으로 시도해보시는 쪽을 권장합니다.
삼양식품 – 쿠티크 투움바파스타 (용기)
: 건면 파스타 용기면.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돌리면 됩니다.
면은 페투치니처럼 납짝 면이고, 어느 정도 이상의 매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기면으로는 제법 맛있습니다. 단가가 조금 비싼 편이지만, 편의점 기준 1+1 행사가 잘 걸리는 상품이고 1+1 가격으로는 가성비도 괜찮다고 느낍니다.
롯데칠성음료 - 레쓰비 카페타임 헤이즐넛라떼
: 금속 맛이 앞서는 걸로 느껴집니다. 마시는 시점의 신체적&캔 컨디션 문제가 있겠지만, 금속 맛은 보통 마시는 음료가 별 맛이 없을 때(무미에 가까울 때) 느껴집니다.
헤이즐넛 향이 좀 있고 뒷맛이 달지만 기본적으로 커피 풍미나 우유 풍미가 강하지 않습니다. ‘묽은’ 느낌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레쓰비는 블루 컬러 노동자가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농도가 낮은 음료라 마시기 쉽고 갈증이 가시는 느낌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삼립 – 넛츠 갈레뜨
: 형태나 성분이나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 타르트인데 어째 이름이 갈레뜨입니다.
마가린 풍미가 강한 타르트지 위에 후렌치파이 향이 나는 잼, 그리고 견과류가 올려져 있습니다. 갈레뜨 맛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건 타르트입니다.
양산과자인거 감안할 때 맛은 나쁘지 않습니다. 단맛이 나름 강한 편입니다.
지니푸드 – 지니크룽지
: 크로아상을 눌러 만든 크룽지 상품. 버터 함량이 26.43%입니다.
꽤 딱딱하고 버터향 및 유지향이 일단 별로 없습니다. 충분히 씹어야 풍미가 느껴지는데, 의외로 담백합니다. 크로아상 느낌은 거의 없네요.
매일유업 – 바리스타룰스 카라멜 딥 프레소
: 안티구아 SHB로 만든 카라멜 커피라고 하는데, 성분표를 보면 코스타리카 커피가 더 많이 쓰였습니다. 코스타리카 커피가 딱히 과테말라 커피보다 싼것도 아니고 품질도 코스타리카 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 대중적으로는 안티구아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에 콜롬비아 커피추출액도 들어갔어요.
맛을 보면 스모키한 커피향이 좀 느껴지는데, 안티구아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스모키함은 주로 로스팅에서 나옵니다. 안티구아 커피는 로스트로 스모키함을 만들었을 때 그게 특징인거고, 다른 커피들도 스모크하게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이래서 안티구아를 썼다고 적어놨구나 싶긴 하네요. 일단 대중적(?)으로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스모키한 풍미의 커피로 유명하고, 화산재 토양 때문에 그런 풍미가 나는 거 아니냐고 소문나 있긴 합니다.
: 풀사이즈 웨하스에 초코를 입힌 타잎. 건포도가 들어가 있는데, 마냥 달기보단 짠맛이 좀 있는 단짠 타잎입니다.
맛이나 저작감이 좀 묘한데 나쁘지는 않습니다. 풍부한데 언밸런스하고, 그 불균형이 나쁘지 않고, 생소하고 친근한 저렴이 맛이 나는 타잎.
씨알푸드 – 와사삭 오(곡)초(코)땅(콩)바
: 크리스피하면서도 꾸덕한 식감. 식감이 참 개성적이고 좋습니다. 다만 풍미가 살짝 아쉬운데, 임팩트가 있는 맛이 아니고 무난하다 못해 밋밋합니다. 당도가 그렇게 높지가 않은데, 초콜렛 품질 또한 좋게 봐도 평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프리젤 민트향 캔디
: 멘톨 계열의 캔디. 매운 자극성이 있고 청량감이 제법 강합니다. 고전 사탕 중에서는 ‘허브큐’가 떠오릅니다. 심플한 맛이고요.
녹으면서도 매끈한 형태를 잘 유지하는 편이고, 빨리 안 녹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딱딱하지는 않습니다. 씹으면 곧잘 부서집니다. 단맛이 제법 있지만 입가심에 좋은 느낌입니다.
단점이라면 포장이 깔끔하게 잘 안벗겨질때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살짝 덜 굳은 상태에서 포장한 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허쉬 쿠키앤크림 타르트
: 타르트 모양의 제품. 타르트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삭하며 가볍게 부서집니다. 내용물로는 좀 더 촉촉한 쿠키가 들어있고, 그 위를 화이트 초콜릿이 덮고 있는데, 종합적으로는 화이트초콜릿 쿠키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네슬레 - 킷캣 청키 쿠키앤크림
: 초콜릿 웨이퍼 안에 단단하게 씹히는 청키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단단한 쿠키처럼 느껴집니다. 단단한 저작감이 꽤 강조되는 제품. 크리미하진 않다고 느낍니다. 꽤 달콤하고 일종의 가공유제품스러운 풍미는 있는데, 뭔지 특정이 안 되고요. 나름 맛은 있는데 고급스럽거나 자연적이지는 않아요.
삼양식품 – 맵탱 소고기 흑후추 (용기)
: 삼양식품의 용기면은 대체로 그다지 매력적인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제품도 그렇습니다. 봉지면의 경우 면을 근사하게 뽑는 회사인데, 용기면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레시피를 보면 전자렌지 조리 레시피도 있는데, 해보진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조리해서 충분히 익히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삼양식품 용기면 특유의 그저그런 면의 특성 – 물론 취향에 따라 이 쪽을 좋아할 수는 있겠습니다. - 외에 스프 맛이나 국물맛은 봉지면과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맛의 경향을 직접 만들면 맛있는 라면이 될 텐데, 인스턴트로 만들다보니 그저그런 결과물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국물맛 자체는 좋습니다만, 봉지면의 경우 재료 추가로 좀 넣어주고 밥말아먹는 용도로는 좋다고 보는데 용기면은 용도 상 그것도 애매하긴 합니다.
동서식품 – 카누 볼드 다크 로스트 (for Nespresso)
: 동서식품에서 출시한 네스프레소용 카누 브랜드 캡슐 중 하나입니다. Intensity 12로 표기되어 있는데, 네스프레소 오리지날 12인 카자르에 비하면 가볍고 10인 리스트레토 정도 느낌입니다. 꽤 무난하게 마실 만 했습니다.
Montblanc - Camembert Processed Cheese Cube
: 프로세스 까망베르 치즈 큐브. 부드러운 반경성에 가까운 질감이고, 체다 슬라이스(프로세스)치즈를 덩어리지게 뭉쳐놓은 것과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까망베르 특유의 풍미나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풍미가 일반 프로세스 치즈보다는 깊고 좀 숙성이 잘 된 느낌인데다 부드러운 반경성 느낌이다보니 오히려 나에게는 하우다(고다)가 떠오릅니다.
천천히 먹다보니 숙성이 강하게 된 까망베르의 표면 풍미가 조금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까망베르의 풍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낍니다. 맛없지는 않습니다.
풀무원 – 로스팅 서울라면
: 서울시와 공동 개발했다는 풀무원의 라면. 풀무원답게 면은 유탕면이 아닌 건면입니다. 면과 분말스프 하나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장 색이 핫핑크라 눈에 잘 들어옵니다.
맛은 깔끔하고 감칠맛이 강합니다. 내 입에는 제법 맛있는데, 무슨 맛이라고 특정은 잘 못하겠습니다. 풀무원스러운 맛인데, 풀무원에서 나온 제품 중 괜찮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종종 먹을 것 같습니다.
풀무원 – 짜글면 고깃집 된장찌개
: 풀무원에서 나온 된장라면. 스프가 분말 대신 진한 액상이 들어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미소라면 계열이겠지만 한국식 된장 맛입니다. 매운 맛도 나고요. 면은 풀무원답게 건면입니다.
라면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된장 맛이 제법 강한데, 된장찌개나 짜글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된장찌개 맛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풀무원 라면답게 맛은 괜찮고요. 건면답게 좀 가벼운 구성이라 이것만 먹기는 좀 아쉽지만 밥 같은 것과 같이 먹을 때 괜찮은 느낌입니다.
유어스 – 면왕 (용기)
: GS 리테일 PB인 유어스 브랜드의 용기면. 제작사는 팔도입니다.
이름은 면왕입니다만 실질적으로 농심 육개장 사발면의 팔도 버전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농심 육개장보다 양이 살짝 많고, 맛 스타일은 제법 비슷한데 전반적인 맛이 현재의 농심 육개장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전성기 농심 육개장 정도는 아니지만, 전성기 농심 육개장이 조금 떠오를 정도는 됩니다. 면은 그래도 농심쪽이 낫기는 합니다만.
기대보다 꽤 맛있어서 한동안 즐겨 먹었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요. 팔도에서 만든 것이다 보니 전성기의 도시락 용기면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는데, 최근 나오는 도시락보다는 이쪽이 확연히 맛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네이밍과 패키징. 도저히 잘 팔릴 만한 네이밍과 패키징이 아닙니다. 실제 그리 잘 팔리는 것 같지 않고, GS25에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아보이는데 언제까지 만들어 팔지 잘 모르겠네요.
배트맨 콜라
: 일화에서 만들어서 GS리테일에 공급하는 콜라. 탄산음료 잘 만드는 일화의 제품답게 탄산음료로는 좋습니다. 다만 콜라로는 좀 애매한데요. ‘콜라’ 라기보다는 ‘콜라맛 탄산음료’ 정도의 느낌입니다. 콜라맛 탄산음료로는 괜찮고요. 쉽게 이야기해서 콜라맛이 약합니다. 콜라에 사이다 섞은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요. 그래도 맛 자체는 좋습니다.
Be-Kind Minis 다크초콜릿 씨솔트 견과류바
: 아몬드 땅콩 다크초콜릿 견과류바. 꾸덕하게 뭉쳐져 있고, 단맛이 강하지 않고 짠 맛이 제법 납니다. 먹기편하고 염분보충이 되기 때문에 운동 후 또는 아웃도어 활동 중 먹기 좋을 것 같습니다.
Ediya Triple 바닐라라떼
: 달달하고 부드럽습니다. 톤은 낮지 않고, 커피우유에서 우유맛을 줄인 것 같은 맛입니다.
Ediya Triple 스위트 아메리카노
: 핫브루 + 콜드브루 + 에스프레소 추출법 모두를 사용했다는 제품. 맛은 평범하게 단맛 살짝 나는 아메리카노 병커피입니다. 한약재향 좀 나는데 이 향 감지할 정도면 커피 좀 드시는 분일겁니다.
1) 말종 해돈성왕 전하는 탄핵 특급열차를 탄 상태라는 느낌입니다. 이준석 대표의 표현으로는 T-Express를 탔지요. 전하는 이 질주를 멈추기 어렵습니다. 전하가 한동훈과 갈등을 빚으면서 전하를 지지하던 자들 중 다수도 한동훈 지지로 넘어갔습니다.
이준석이 국힘을 이끌고 탄핵의 강을 어렵게 건넜으나, 기습입당 쿠데타를 저지른 해돈성왕 전하와 그 추종자들은 체리따봉으로 이준석 대표를 바이든하고 탄핵의 망망대해로 나아갔습니다. 해돈성왕 전하는 청와대를 버리고 용궁에 들어앉았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멀리하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이 정권과 국힘의 미래가 괜찮다고 믿은 사람들은 정치의 ㅈ자도 모르는 자들입니다. 모두가 정치를 잘 알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면서 목소리가 컸던 자들을 믿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애초에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해돈성왕 전하를 지지했던 자들은 정치적 판단과 예측능력이 심히 없다고 봐야 합니다.
총선 후에도 전하께서는 직구금지처럼 국민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골라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국민의힘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습니다. 부두노인 유시민이 못 이룬 사명, 말종 해돈성왕 전하께서 이루시는 중입니다.
2) 나는 이준석 (전) 대표의 역사적인 연설, ‘탄핵은 정당했습니다’ 대구연설에서 이야기했던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으십니까?” 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나는 이 문장이 이준석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문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준석 대표가 4당합당을 했을때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는 이번 개혁신당 경선에서 허은아 대표를 찍었고, 이기인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성균 최고위원에게 한 표를 줬습니다.
그리고 전당대회 이후 이기인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판단은 탁월하였고 올바랐다고 생각 중입니다. 내가 보기에 이기인 수석최고위원의 언행은 선을 넘었고, 그 추종자들의 언행은 그보다 더합니다. 이기인 수석최고의 언행은 사람들이 대외적으로 오해했거나 아직도 오해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이미지 그 자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이기인 수석최고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기인을 따르는 일군이 생겨나고 강성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동시에 당 내의 큰 불안요소라고 판단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보는 이준석 대표는 이기인 수석최고보다는 허은아 대표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준석은 허은아가 아니라 이기인같다는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 오해는 이준석 대표의 반대자들 뿐만 아니라 지지자들 또한 꽤 가지고 있습니다. 개혁신당 4당 합당 때 이 오해가 한 번 폭발했었다고 생각하고, 이준석 대표의 총선 당선으로 일단 봉합은 됐지만 그 여파가 이어진 게 이번 경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선이 끝나고도 이기인은 미처 봉합되지 않은 부분을 이용해 당을 뒤흔들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이준석에게 기대했던 부분을 현 시점에서 채워주는 인물은 이준석이 아니라 이기인일 겁니다. 이준석에 내심 다소 실망한 사람들이 이기인을 대신 지지하고 있을수도 있습니다. 이준석 및 허은아와 이기인의 스펙트럼 차이 자체는 크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기인과 그 추종자들은 이준석 & 허은아와는 다른 선명성과 공격성, 그리고 배타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현재의 노선대로라면 대통령에 가까운 건 이준석 이상으로 이기인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나는 이기인을 최대한 막아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3) 때때로 너무나도 파격적인 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게 역사적으로 종종 등장하는 그런 것 중 하나였습니다.
이 글이 퍼졌을때, 나를 포함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카카오 여성시대 여시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략 10년 정도가 지난 후 나는 생각합니다. 사실 알고보니까 여시가 대한민국 맞는 거 같다고.
여시 = 민주주의 = 대한민국
이 등식은 유감스럽게도 거짓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저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이 대한민국에서 구현되고 있는 실제의 민주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 글이 작성되었던 2015년에는 저 글이 참이 아니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혜화역 시위 이후에는 저 글이 진실입니다.
혜화역 시위가 그랬듯, 여성시대 N번방 사건 또한 이 나라가 계급사회임을 투명하게 드러냅니다. 여성이 귀족이고 남성은 천민입니다. 여성시대 N번방 사건이 그나마 이 정도라도 회자된 건 어디까지나 주한미군이 얽혔기 때문입니다. 여성시대 귀족들이 한국남자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면 절대 이렇게 회자 안됐습니다. 어떻게 아느냐면, 저거 적어도 2014년부터는 그렇게 했습니다. 이 진실을 탑씨사건 아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마음 속으로는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탑씨사건이 메르스갤러리로, 메갈리아와 워마드로, 그리고 혜화역으로 이어진 것 또한 아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강형욱 사건 또한 이 디스토피아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이젠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겠지요. 이 나라가 디스토피아라는 걸.
4) 이 디스토피아는 절대로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오래 갈 거고, 계절로 치면 벚꽃이 피는 봄 정도로 무르익었다고 봅니다. 현재의 갈등 수준은 아직 쌀쌀한 벚꽃철 날씨 수준일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아마 삼복 불볕더위처럼 무르익어 불타오를 겁니다.
그러니까 아직 지금은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한 말종 해돈성왕 전하의 치세입니다. 그저 오늘을 즐기면 됩니다. 진짜는 아직 멀었고, 다가오는 여름을 피할 수 없듯 디스토피아의 절정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비행기를 탄다 해도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멸은 기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미래에 올 죽음을 두려워하며 부정적으로 우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 원영적 사고가 디스토피아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일 겁니다.
1) 선거의 여왕이었던 허니에게는 공식적인 정치적 후계자도 존재하지 않고, 피를 이은 자녀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정치적 노하우를 학습하고 그 뒤를 이은 유능한 정치인은 존재합니다. 개혁신당의 대표, 이준석입니다. 나는 정치적 스킬이라는 면에서 이준석을 허니와 김종인의 후계자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전성기의 허니가 가지고 있던 정치적 강인함과 근성을 이준석도 가지고 있지요.
물론 정치인으로의 자질과 지적 레벨을 보자면 이준석 대표가 허니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허니는 신성한 피를 가지고 있었고, 그건 이준석이 따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준석은 종합적으로는 허니에 미치지 못했었지요.
그러나 오세훈의 서울수복, 말종 해돈성왕 전하의 승리, 그리고 압도적이었던 지선을 거치면서 본인의 전당대회 포함 4연승을 거뒀던 이준석은 허니 이후 존재하지 않았던 선거의 제왕위에 가까이 다가갔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직후 체리따봉이 있었고, 이준석에게는 힘든 시간이 이어집니다. 그 본인에게는 물론 나를 포함한 지지자들에게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2)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이준석은 고향을 떠납니다. 노원에서 성공한다는 꿈을 접은 이준석은 동탄에서 도전을 선택했고, 그의 운명은 참으로 잔혹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상계동 소년은 신화가 되었네요.
신성한 피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이준석이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선거의 신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개혁신당에서의 지난 시간은, 이준석이 왕위를 계승하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그가 선거의 제왕임을 감히 단언하겠습니다. 그가 해낸 것들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입니다. 진정한 왕은 손바닥에 王자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주변에 고압적으로 굴 필요도 없습니다. 진짜 카리스마는 태양처럼 스스로 뜨겁게 빛나는 것입니다.
3) 여론조사와 선거는 다릅니다. 그러니까 말종 해돈성왕 전하의 앞날은 심각하게 어두울 겁니다. 집권한 대통령이 집권 후 만 2년만에 이렇게까지 깨진 사례가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은 190석을 넘었습니다. 탄핵 프리패스까지 약간만 남겨둔 상황인데요. 만일 국회에서 탄핵을 하고, 국민들이 그것에 납득하거나 찬성할 경우 헌재는 탄핵을 막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막혔다고 착각을 하는데요. 형식적으로만 헌재에서 막힌 겁니다. 실제로는 민심과 선거에서 막힌 거예요. 헌재는 그걸 확인했을 뿐입니다. 20년 전인 2004년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어리석게도 총선거를 앞두고 탄핵소추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그에 강한 역풍이 불었는데요.
그게... 그런 참극이 빚어진 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여론조사를 잘못 해석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게 나의 견해입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지지율이 바닥이었는데요. 그 내용을 잘 봐야 합니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라는 건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잘 하고 있는가?’ 를 묻는 겁니다. 당시 민심은 노무현이 잘 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끌어내려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민심은 ‘노무현이 우리 대통령이긴 한데, 잘 하지는 못하는 거 같다. 잘 좀 했으면 좋겠다’ 정도에 가까웠던 겁니다. 그런데 그걸 총선 앞두고 국회에서 끌어내렸으니 난리가 났던 거고, 총선 결과 받아든 헌재는 ‘탄핵하려면 명백한 죄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변명을 앞세워 탄핵에 반대했던 것이지요.
형식적인 문제와 실질적인 문제는 다른 겁니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의 형식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만일 명분을 갖추고 국회가 전하를 탄핵하고 국민들이 그에 동의하는 양상이 되면 헌재는 전하의 탄핵을 막을 수 없습니다.
4) 이번 국회에서 사황(四皇)이 당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이준석, 조국, 나경원. 전하의 술맛을 떨어뜨리게 하는 사황입니다. 어쩌면 술을 못 마시게 만들 사황일 수도 있습니다.
필두인 ‘슬레이어’ 추미애는 과연 세 번째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전하의 술맛을 떨어뜨릴 ‘제왕’ 이준석은 양두구육의 AS를 위해 노력하리라 믿습니다.
‘현자’ 조국은 자신이 빠져든 불행의 무저갱에 전하 내외를 끌어들이려 합니다. 나락으로 떨어졌다 기어올라온 이 남자를 전하는 두려워할 것입니다. 그리고 ‘크로우바’ 나경원은 한 때 전하와 매우 친했으나, 전하에게 배신당한 또 한 명입니다. 그녀 또한 복수를 할 이유가 있고, 본인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이외 기미소견 또한 전하의 술맛을 떨어뜨릴 수 있겠으나, 나는 기미소견은 인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황의 자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5) 국민의힘은 이번에 멘탈이 깨져 마땅할 성적표를 받았지만, 굳건한 정신승리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큰 패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망한 겁니다.
이준석이 선거의 신이 될 수 있었던 건, 어떻게든 모든 걸 불살라서라도 이기려는 불굴의 투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게 이준석이지요.
그러나 더 이상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인구구조가 변해서 이제 국민의힘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준 게 이준석이었고, 국민의힘이 가진 최후의 레거시가 이준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하는 그런 이준석을 내쳤고, 국민의힘을 추종하는 늙은 바보들은 이준석을 버렸습니다.
늙어서 가임기가 끝난 국민의힘은 제2의 이준석을 낳지도 못할 겁니다. 이제 미래가 없는 국민의힘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이준석이 반역자들을 몰아내고 유혈입성을 해주는 것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6) 한편으로 ‘Wonder’ 리재명 두목도 본인이 얼마나 기적적인지를 증명했습니다. 민주당의 당대표이자 간판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인물이었다면, 헬기런을 시전한 리재명 두목이 아니었다면 이번에 범야권은 가볍게 200석을 넘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번 총선의 아쉬움을 빌미로 리재명 두목보다 나은 대안을 찾는 시도를 하기 어려울 겁니다. 당원들 전반이 심각한 인지 및 판단문제를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종교화된지 오래고, 합리적 판단능력을 상실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은 그런 문제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목사가 객관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흐린눈을 하고 교회에 계속 다니는 개신교도들처럼, 현재의 민주당 구성원들도 그런 상태입니다. 민주당 지지층 중 극우화된 교회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싫어하면서도 참 닮아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권력 휘두르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던 전하는 머잖아 자신의 권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전하가 지키기에 3년은 너무 길고, 사실 아무도 전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려놓는 게 원만한, 최선의 마무리 방식일 겁니다. 임기 다 채울 생각 하지 말고요.
‘Helicopter Wonder’ 리재명 두목. 그리고 ‘h’an동훈의 나쁘지 않았던 행보 등으로 올해초 국민의힘에게 괜찮아 보이던 선거 양상은 결국 지역 후보 경쟁력의 차이, 그리고 ‘헤엄치는 종말’ 말종 해돈성왕 전하의 대마법에 의해 완벽하게 기울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옥불반도로 불리던 이 반도의 이름을 당분간 윤카탄 반도로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대멸종이 있을 겁니다. K-Do(Dolphin kingdom) 대멸종이라 부를 겁니다.
오늘 나는 만연한 봄꽃을 보며 사전투표를 하였습니다. 내가 투표를 하고 나오자 적잖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민주당 후보가 우세합니다. 나는 8년만에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를 하였습니다. 폐급이라 하기에도 표현이 모자란 후보입니다만, 이 왕국을 끝내기 위해 얼룩 끈이라도 이용해야겠다 싶습니다.
비례표는 당연히 개혁신당에 투표하였습니다. 개혁신당에 대해 이런저런 말은 많지만, 국민의힘에 투표하던 시절에 비하면 개혁신당에 투표하는 쪽이 훨씬 깔끔한 느낌입니다. 결과적으로 나의 이번 선택은 지민비개입니다.
다음 주에 운석이 떨어지고, 지각이 뒤집히고,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오올블루가 펼쳐질 거라 생각합니다. 인생이여 만세.
그러니까 개혁신당 당원인 나는 한동훈이 국민의힘에서 탈당해서 개혁신당에 온다면 환영합니다. 개혁신당은 한동훈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한동훈에게 비례 4번을 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한동훈이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면 정치를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이준석과 김종인이 있는 개혁신당에 와서, 정치를 제대로 배우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에 있어봐야 거긴 정치를 아는 인물이 없습니다. 선거의 여왕이었던 허니의 정치 노하우와 스킬은 이준석에게 승계되었습니다.
전하 및 용궁과 당당하게 맞선 자, 개혁신당원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현재 전해지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동훈은 자격이 됩니다.
한동훈 리스크가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을 때, 나는 한동훈같은 정치 무경험자로 선거를 치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다만 이후 한동훈은 의외로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고,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어느 정도 반등시켰었고, 말종 해돈성왕 전하와 90도 인사로 끝난 일시적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내가 잘못 판단했던걸까 싶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치판의 법칙은 이번에도 순리대로 회귀하는 것 같습니다. 한동훈이 보여줬던 긍정적 효과는 이제 끝난 것이 아닌가 싶고, 본래 가지고 있던 리스크가 등장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거를 한달도 남기지 않은 진검승부는 역시 정치초보가 이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국민의힘의 대표가 만약 이준석이라면, 아니면 비대위원장이 김종인이라면 판세는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한동훈은 총선에 임한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이라기엔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야당심판만 외치고 있는데, 선거에서 여당이 야당심판하자는 소리 하고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참패합니다.
민주당 두목 리재명은 근래 계양에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귤희룡은 리재명 두목을 계양에 묶어두는 데 실패했고, 계양을에서의 승리를 확신한 리두목은 마음껏 다른 지역에 지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리재명 두목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향후 권력의 흐름이 어느 방향일지를 빠르게 인지합니다. 총선 이후 용궁에 남을 권력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고, 그 제한적인 권력마저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