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비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인 주류 테이스팅 기록입니다.
별점 부여는 할까 말까 하다가, 하기로 결정했는데 7월 하순부터 부여했습니다. 그 전에 마신 기록은 별점 부여가 없습니다. 별점은 주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정도입니다. ☆은 별 반개, ★은 별 한개. 맛있다 맛없다로 이분하면 맛있어야 별점을 줍니다. 맛없으면 별점을 안 줘요. 경험적으로 제대로 와인 아니면 나에게 별 많이 받기는 어려우니까 감안해주세요.
타이거 포멜로
: 도수 2%. 거의 음료수입니다. 알콜 느낌 조금 나는 포멜로향 음료수. 맛없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종종 마시고 싶네요.
포천이동 생 오곡막걸리
: 요새 탁주 가격 너무 비싸져서 적응이 안 됩니다. 예전엔 싸서 즐겨 마셨는데.
알콜 5.5%. 과거 탁주 히트 이전의, 고전적인 스타일의 탁주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순수한 쌀막걸리 맛이 아니긴 한데, 고전 타입보다는 맑아요. 노무현 시절이나 그보다 이전의 탁주를 즐기던 분은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실 거라 생각하네요,
포천이동막걸리 자체를 굉장히 오래간만에 마셔보는데, 원래 이런 느낌이었지 싶네요. 별 생각없이 맛있게 마실 수 있고요. 아스파탐 맛이 좀 유감스럽긴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구스아일랜드 IPA
: 알콜 5.9%. 첫모금 마셔보고 라거 아니야? 싶었는데 마신 후 뒷맛이나 알콜 올라오는 게 에일은 에일이네요. 호피, 시트러스, 스무스라고 써있는데 나는 ‘스무스’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요. 무척 스무스한 에일. 버블도 섬세하고 촉감이 부드러워서 나쁘지 않아요.
삿포로 – 프리미엄 비어
: 알콜 5%. 진짜 오래간만에 마셔봤는데 시원하고 묽어요. 역시나 라거고, 매우 평범해요. 국산 대형 회사 맥주에 비하면 조금 나은가 모르겠어요.
타이완 비어 클래식
: 알콜 4.5%. 첫 느낌은 굉장히 평범한데, 뭔가 근래 마시던 맥주하고는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있어 성분을 보니 쌀이 들어갔습니다. 쌀이 들어간 맥주는 OB블루 이후 오래간만에 마셔보는 것 같아요. OB블루는 제법 좋아했었기 때문에 이것도 반갑군요. 다만 가격에 비해 맛있는 맥주라 할 수는 없어요.
와인 크루저 블루베리
: 알콜 5%. 굉장히 오래간만에 마셔보는 와인 및 브랜디 베이스의 칵테일.
역시나 색깔이고 맛이고 불량식품 같아요. 아무래도 술이라기보다는 음료수. 타이거 포멜로처럼 주류 느낌이 아니에요. 그런데 알콜 함량은 술이고. 그래서 마시면 취하긴 하네요.
코젤 라거
: 알콜 4.6%. 맛은 있는데 라거 아니랄까봐 묽고 단순해요. 그런데 라거스러움 자체로 승부하기에는 청량감이 모자란 느낌이고요. 체코맥주 특유의 느낌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에 처음 마셔봤던 코젤이 다크였기 때문에 인상이 묘했어요.
스프릿제로 세코 비앙코
: 알콜 5.5%. 좀 오래된 걸 마시게 되었는데 맛은 멀쩡했어요. 제법 멀쩡한 와인 풍미. 성분을 보면 화이트 와인에 포도주스 농축액, 설탕, 이산화탄소, 구연산, 포도향 같은 걸 섞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와인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있어요.
드라이 화이트와인을 조금 묽게 만든 칵테일 느낌? 당을 넣어서 살짝 달콤합니다. 맛없진 않은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류의 대중화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나한테는 좋아요.
하이트진로 – 갓生폭탄맥주
: 품질유지기한이 꽤 지난 걸 입수했어요. 다만 알콜 6%이라 별 문제는 없을 듯. 실제 마셔봐도 문제 없고요.
소맥맛을 구현했다는데 내 느낌에는 전혀? 소맥처럼 이상한 알콜이 튀는 느낌은 없어요. 그저 쓴 맛이 있는 엑스포트 계열의 맥주가 조금 더 알콜이 강해진 정도? 나는 예전에 나오던 카스레드를 좋아하던 편이라 이것도 괜찮네요.
도수나 쓴 느낌 대비 묘하게 부드러운 느낌이 있는데 일부러 그런 느낌을 연출한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스프릿제로 스프리즈 휴고
: 알콜 5.5%. 마찬가지로 좀 오래된 걸 마시게 되었네요.
화이트 와인 베이스에 라임주스와 엘더플라워향이 들어갔는데, 제코 비앙코에 비해서는 살짝 크루저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화이트 와인은 열화되지 않았지만 라임주스와 엘더플라워향이 열화된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제코 비앙코에 비해서는 열화를 느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비앙코가 더 좋은데, 신선할 때 마셨으면 매력이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하이트진로 – 크라운맥주 오리지날에일
: 간만에 크라운맥주를 보니 반가워서 구매했는데, 과거의 크라운맥주가 에일일 리가 없지요. 오래된 브랜드를 에일 브랜드로 이용하다니 묘한 기분입니다.
버블이 풍성하고 부드럽고 크리미합니다. 풍미 자체는 강하지 않아요. 기네스처럼 크리미한 버블 느낌에 집중한 맥주라는 느낌,
웨스트+와일더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 (N/V)
: 알콜 12.5%의 캔 와인. 미국와인이고 이산화탄소를 혼합한 타입입니다. 2021년 패키징.
일단 첫 캔은 플루트 글라스 같은 걸 활용하지 않고 캔째 마셔보기로 했는데, 일단 캔와인 특유의 풍미 감쇄가 일어나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품종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일단 듭니다. 살짝 크리스피한데, 유럽 기준이면 남프랑스나 이탈리아, 에스파냐 정도에서 느껴지는 타입같다 생각합니다. 다만 알콜 도수 치고는 묽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품종은 Sauvignon Blanc, Chenin Blanc, Albarino, Gruner Veltliner, Riesling이라고 합니다. 이 중 정보를 찾기 전에 떠올린 품종은 앞의 셋이었습니다. 플레이버에서 소비뇽 블랑의 뉘앙스는 있는데 소비뇽 블랑이라 생각할 수 없는 맛 밸런스고, 슈냉 블랑치고는 플레이버가 묘하고, 맛이나 밸런스는 알바리뇨 와인이라 해도 납득할 만 하지만 플레이버는 소비뇽 블랑이나 슈냉 블랑을 더 떠오르게 합니다. 그뤼너 펠트리너는 내가 특성파악을 못 하고 있는 품종이고, 리슬링은 정보를 보기 전에는 들어갔다는 느낌이 없었지만 떼루아 느낌을 살짝 내주는 정도의 역할이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처음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마시다보니 꽤나 날카롭고 미네랄리티가 있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성이 스파클링 와인 치고는 서빙온도가 조금 높아야 합니다. 스틸와인에 탄산 넣은 거 아닌가 싶은 특성인데, 랑그독 루시용의 소비뇽 블랑 중심의 다품종 스틸와인 정도로 생각하고 온도맞춰 서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마실 때는 서빙온도가 너무 낮았습니다.
그래도 화이트 와인이라고 맛없지는 않은데, 들이가 250cc라 사실 단가가 없는 와인은 아닙니다. 용량대비 동일 가격의 화이트 스틸와인이라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친구는 아무 데서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플레이버&테이스팅 노트는 파파야, 부싯돌, 레몬필, 포멜로, 가죽, 주석산, 오크. 이 미미한 오크 뉘앙스가 오크통에서 기인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닐 확률이 제법 있을 겁니다.
인천 소성주 플러스
: 알콜 5%. 소성주 플러스는 예전에 마셔봤을 때는 인상이 별로였는데, 방문한 마트에서 일반 소성주를 안팔아서 간만에 구매해 봤습니다.
오래간만에 마시니까 나쁘지는 않은데, 좋지도 않습니다. 소성주의 특징인 강렬함과 상쾌함이 소성주 플러스에는 없습니다. 대신 무난해졌습니다. 이쪽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내가 굳이 탁주를 마시는 이유를 충족해주는 쪽은 일반 소성주입니다. 소성주 플러스가 가진 장점은 청주계열이 상위호환으로 만족시킵니다.
이 탁주가 맛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소성주인데요. 다만 나는 그냥 소성주가 좋아요.
카브루 비전 브루어리 - 이지 피나콜라다 하이볼
: 알콜 7%. 피나콜라다를 캔으로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네요.
맛은 피나콜라다 맛인데 직접 만들어 마시거나 바에서 마시는 피나콜라다 계열 칵테일에 비하면 뭔가 빠진 맛입니다. 일단 본래의 피나콜라다가 럼베이스인 것과 달리 이 피나콜라다 하이볼은 럼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럼 향이 나지 않습니다. 하이볼이라 하니 명목상으로는 위스키 베이스인가 싶고, 실제 다소의 오크 향이 나긴 합니다만. 위스키와 피나콜라다 믹스가 어울릴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것도 뭔가 좀 이상합니다. 치치하고도 다르고요.
맛없지는 않아요. 피나콜라다는 버진으로(논알콜로) 만들어도 맛있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만드느니 그냥 골드럼이나 다크럼을 쓰는 쪽이 나을 겁니다. 하이볼 유행 때문에 나온 괴작 같다는 인상입니다. 피나콜라다 만들 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만들어 마실래요.
쿠시마사 – 원모어 하이볼
: 알콜 8.5%. 마시는 순간 오크향이 작렬합니다. 이런 건 제대로 된 오크통 숙성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오크칩이 성분표에 있네요. 오크칩을 잔뜩 우려낸 하이볼인것 같습니다.
하이볼이 유행한다고 해서 RTD 하이볼을 사마셔보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실망스럽습니다. 오크칩 이렇게 잔뜩 우린 술을 마시느니 도토리묵을 먹겠습니다.
하이트진로 – 켈리
: PET를 구매해 마셔봅니다. 맥주를 포함한 모든 음료류는 PET병입품이 품질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에 고려가 필요합니다. 올 4월 출시된 맥스의 후속작.
알콜 4.5%. 올 몰트 비어라는데 기억 속의 하이트 프라임이나 초기 맥스보다는 가볍습니다. 켈리 출시 이후 단종된 최근의 맥스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몰트만 사용한 맥주 특유의 느낌이 없지는 않은데, 동시에 가벼운 이유는 알콜 함량이 낮아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라인업 맥주답게 물같고 버블이 제법 셉니다. 쓴 맛이 별로 없고요.
삿포로 – 에비스
: 알콜 5%. 처음 마셔봤는데, 첫인상은 꽤 부드럽습니다. 라거와 에일의 중간적인 맛이라는 인상입니다. 정통 독일식 맥주를 지향한다는데, 어디서나 마셔본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어디서도 못 마셔본 맥주 같습니다. 버블이 기네스가 살짝 떠오를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에일하고는 달리 깔끔하며 쓴 맛이 적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옛날 OB골든라거나 초기의 클라우드, 최근의 켈리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는데 이런 계열에서는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밥집에서 많이 마신다는데 이해가 갑니다. 맥주 자체가 맛이 괜찮으면서도 음식하고 마시기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제주맥주 – 곰표 밀맥주
: 곰표 밀맥주는 기존에는 세븐브로이에서 만들었었지만, 이제 제주맥주에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세븐브로이에서 만들던 곰표 밀맥주는 이름이 대표 밀맥주로 바뀌어서 나온다고 합니다.
알콜 4.5%. 밀맥주답게 말린 살구 같은 향이 두드러집니다. 꽤 맛있는 밀맥주. 곰표라는 상표 안 보고 마시면 그냥 제주맥주의 밀맥주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산토리 – 프리미엄 몰츠
: 알콜 5.5%. 나의 최애 라거입니다만, 2019년부터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암흑기가 있었지요.
라거치고는 향이 풍부합니다. 페일 에일 같은 것과 비교하면 뒷맛이 묽고, 피니쉬가 없습니다. 대신 쓴맛도 적고 깔끔. 살짝 높은 도수가 무게감을 만들고, 풍부한 향과 합쳐져 첫맛에나마 좋은 무게감을 만들어냅니다.
밸런스가 좋은 주류라고 하기는 어렵다 싶으면서도 나에게는 각 요소들이 적당히 주는 만족감이 좋은 맥주입니다. 취하지만 않으면 일상적으로 많이 마실 수 있어서 좋을 텐데 싶을 정도로 입에 맞습니다.
다만 이 맥주는 아주 차갑게 해서 마실 때는 진가를 느낄 수 없습니다. 온도가 많이 낮으면 굉장히 평범해집니다.
제주맥주 – 제주 위트 에일 [★]
: 알콜 5.3%. 감귤피, 오렌지 필, 코리앤더가 들어있고 밀맥아와 보리맥아가 같이 사용된 에일.
구성부터 호가든이 떠오르는데, 역시 맛있습니다. 호가든보다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동사의 펠롱 에일보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마시기 좋은 맥주 같습니다.
제주맥주 - 제주 펠롱 에일 [★☆]
: 알콜 5.5%의 페일 에일. 첫인상부터 꽤나 본격적인 에일입니다. 어택도 있고, 첫맛부터 뒷맛까지 과일 풍미가 강합니다. 망고와 살구, 말린 자두가 떠오릅니다. 일반적으로 시트러스향 난다는 이야기가 많던데 나는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어떤 시트러스향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차라리 시트러스 ‘맛’에 가까운 부분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러 면에서 꽤 취향에 맞는 에일입니다. 맥주치고는 제법 강한 쓴맛을 가지고 있는데, 그만큼 홒을 풍부하게 넣었고 홒에서 유래한 풍미가 강합니다. 우리나라 맥주답게 탄산이 강한데, 이렇게 강한 탄산도 좋지요.
카브루 비전브루어리 – 남산 에일 [★]
: 알콜 4.5%. 프리미엄 시트라 에일이라고 써 있습니다. 성분에는 진달래꽃이 들어있긴 한데, 딱히 과일 향을 첨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꽤나 선명한 시트러스향이 나고요, 패션 플룻이나 플라워리한 향도 있어요.
에일치고는 가벼워요. 특히 점도가 낮아요. 물론 풍미는 에일입니다만, 도수도 낮은 편이라 라거와 에일의 중간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라거를 좋아하는 분들도 접근하기 쉬운 에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호가든 포멜로 [☆]
: 알콜 3%. 밀맥주에 포멜로 향이 섞여있고, 뒷맛에는 호가든 특유의 그 강한 코리엔더 풍미가 있습니다. 알콜 좀 들어간 포멜로 음료 같았던 타이거 포멜로에 비하면 알콜도 좀 있어서 알콜 느낌이 확연히 느껴지는 편이고, 호가든 자체가 원체 풍미가 개성적이고 강한 맥주다보니 그 느낌도 살아있는 편입니다.
에딩거 바이스비어 [☆]
: 알콜 5.3%. 첫느낌부터 그다지 바이스같지 않아서 성분을 보니 밀맥아와 보리맥아를 같이 썼다고 되어있네요. 밀맥주 느낌이 강하진 않아요.
탁주스러운 맥주. 탁주처럼 꽤나 달달합니다. 탁주 침전물 안 흔들고 위쪽만 마실 때와 유사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마시면 청주하고는 조금 다르지요.) 물론 에일스러운, 바다거품 생각나는 버블도 있습니다.
주로 – 골목막걸리 프리미엄 [☆]
: 알콜 12%. 백종원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제법 비싼 생탁주로 유리병에 들어있습니다. 뚜껑이 좀 미끄러운 편이라 손이 기름지거나 하면 열기 힘들 수 있습니다.
단 맛이 상당히 강합니다. 충분히 당화시킨 쌀을 일부러 12도까지만 양조해서 잔당을 많이 남긴 것 같습니다. 효모는 종류마다 생존 가능한 도수가 있기 때문에, 12도가 되면 죽는 효모를 쓰면 이런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체감상 이 탁주는 아우스레제급 단맛입니다. 과당과 포도당이 엿당보다 달다는 걸 감안하면 아마 잔당 함량 자체는 베렌아우스레제 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룩 향은 좀 남아있긴 한데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희석을 하지 않은 탁주로 보이며, 탄산은 살균탁주 수준으로 매우 약합니다. 생탁주 특성상 너무 일찍 마셔서 이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숙성을 좀 더 시켜서 마셔보려고 합니다.
블루문 벨지안 화이트 [☆]
: 알콜 5.4%. 첫맛은 라거같다가 뒷맛에서 강렬한 과일 향이 나면서, 밀맥주 특유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이후 느껴지는 피니쉬는 순수한 맥주의 그것은 아닌데, 성분을 보면 호가든이나 제주 위트 에일처럼 오렌지껍질과 고수가 들어있습니다. 고수라고 표기되어있지만 풍미를 볼 때 (미국식 표현으로) 실란트로가 아니라 코리엔더일 겁니다. (고수 잎과 줄기가 아니라 고수 씨일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호가든하고 비슷한 구성인데 밀맥 뉘앙스가 상당히 강합니다. 꽤나 개성적인 맥주.
중원당 – 청명주 [★★]
: 알콜 17%. 2022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문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우리술 품평회는 탁주, 약ㆍ청주, 과실주, 증류주, 기타주류에서 대상(1위), 최우수상(2위), 우수상(3위)을 선정한 다음 대상 중 하나만 그 해 최고의 술로 대통령상을 선정합니다.
이 술은 2021년 청와대 추석선물로 선정되었던 술이라고도 하고요. 충북 무형문화재 2호, 찹쌀로 빚은 약주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합니다.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생주인데, 유통기한이 12개월로 길게 잡혀있습니다. 병입한 지 45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375ml 들이를 샀는데 병 디자인은 네모낳고 좋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준마이다이긴죠에 육박하는 수준인 청주인데, 첫 잔은 상당히 낮은 온도로 서빙했음에도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첫 맛은 굉장히 달콤합니다. 그리고 생주 특유의 활기가 있습니다. 이건 맛있네요.
상당히 달달하고, 산미가 있으며, 살짝 새콤한 과일 향이 감돕니다. 매실 향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바디는 볼륨감이 꽤 있고, 전반적으로 쥬시합니다. 뒷맛에는 역시나 누룩 향이 어느 정도 있고, 피니쉬는 깔끔한 편이면서도 누룩 향으로 끝나는 변화가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체감 단 정도는 슈페트레제 중에 좀 안 단 편인 정도로 느낍니다. 프랑스식으로 적으면 Demi Sec으로 적겠습니다. 단맛과 신맛이 같이 있다는 점에서 이 술은 좋습니다. 달콤함이 거북스럽지 않고, 맛있습니다.
일단은 음식 없이 술만 마셨는데, 다음에 마실 때는 곁들일 적절한 음식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초대리를 좀 달게 만든 스시하고 어울릴거 같기도 한데, 그런 타입 만나본지 좀 됐어요. 술 마시겠다고 직접 스시 만들기는 번거로운데요. 향료를 적게 넣은 새우 샤오마이와도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부루구루 – Beurre Bière AAA+ [-]
: 알콜 4.5%.
블랑제리 뵈르 브랜드의 맥주. 4종류 중 AAA+는 바닐라향과 버터향이 들어간 맥주입니다. 뵈르 감자칩과 디자인을 공유합니다.
일단 느낌은 합성향료가 들어간 걸 제외하면 평범한 맥주입니다. 바닐린은 잘 모르겠고 버터향은 제법 납니다. 버터맥주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허니버터칩이나 뵈르 트러플 버터칩하고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알콜이 강하지 않고, 버터향을 제외하면 진짜로 평범한 묽은 맥주맛이라 굉장히 묘합니다. 어째 맥주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할 거 같아요.
필스너 우르켈 [★]
: 알콜 4.4%. 오래간만에 마십니다. 이름 뜻은 ‘오리지날 필스너’. 이게 최초의 필스 맥주입니다.
도수가 낮으면서도 노블 홒 중 하나로 꼽히는 양질의 자츠 홒을 충분히 사용한 특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처음 마실 때의 인상은 묽은 라거인데, 마시면서 점차 쓴맛과 홒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맥주의 향은 흰 꽃이 떠오르는, 플라워리함을 여리게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몰트의 풍미도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첫맛은 가벼운데 이후 느껴지는 쓴맛과 풍미가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맥주입니다. 쓴맛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홒을 많이 사용한 맥주는 도수가 낮을수록 쓴맛이 두드러집니다.
필스너 우르켈의 쓴맛은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평을 받곤 합니다. 다만 필스너 우르켈의 향은 강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그 향을 온전히 즐기려면 음식 맞추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맥주이면서도 섬세한 향이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와인 마시는 느낌으로 스월링까지 하면서 마셔보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것보다 맛있는 라거는 산토리 뿐입니다.
칭따오 120주년 스페셜 에디션 캔 [★]
: 알콜 4.7%. 칭따오답게 성분을 보면 보리에 더해 쌀이 사용되었습니다.
(무알콜 제외하고) 칭따오 마신지 워낙 오래되어서 본래의 칭따오와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근사한 맥주입니다. 쌀이 적절하게 사용되어 부드러우면서도 보리맥주의 심지는 살아있고, 홒의 향이 우아하면서도 마시기 편합니다.
음식과도 잘 어울릴 느낌이라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어울릴 만한 음식과 함께하고 싶기도 하네요.
배상면주가 – 느린마을 막걸리 [☆]
: 알콜 6%. 최근에는 배상면주가의 대표 술이 이게 된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산사춘이었고, ‘대포’와 ‘민들레대포’라는 술을 마케팅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나는 배상면주가의 술 중 천대홍주를 가장 좋아했었습니다. 지금은 천대홍주, 흑미주 나오던 시절은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네요.
가라앉은 걸 흔들지 않고 비교적 맑은 윗부분만 마셔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나 단맛이 꽤 있는데, 아스파탐 맛이 안 나는 건 장점입니다. 누룩 향이 강하고 탁주답게 거칩니다.
침전물을 섞어 마시면 탁주 특유의 진한 입자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반 탁주보다는 비싸지만 고급 탁주에 비하면 저렴한 탁주인 걸 감안하면, 조금 거칠긴 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탁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맛없지는 않아요.
제주맥주 – 제주백록담 에일 [★]
: 알콜 4.3%. White Ale이라 써 있어서 큰 기대 없이, 그렇지만 맛이 궁금해서 구매해봤는데 첫 모금부터 맛있습니다.
성분을 보면 역시나 밀맥주입니다. 그리고 오렌지 제스트와 코리엔더, 한라봉이 들어갔습니다. 제주 위트 에일과 유사한 구성인데, 성분이 약간 다릅니다. 내 입엔 이게 위트 에일보다 더 맛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밀맥주다운 높은 점도와 구조감에 플라워리한 홒향, 마른 살구와 망고의 느낌. 오렌지와 한라봉과 코리엔더의 느낌이 잘 어우러져있습니다. 낮은 도수에, 높은 점도에도 불구하고 바디가 무겁지 않습니다. 밀맥주 베이스의 괜찮은 RTD 칵테일이라 해도 될 것 같은 완성도입니다.
단점이라면 ‘맛있다’는 느낌이 이성적으로는 확 와닿는데, 여러 캔을 계속 마시고 싶은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이는 코리엔더가 들어간 밀맥주에 대한 내 선호도 문제 때문 같습니다.
술샘 – 서설 [☆]
: 알콜 13%. 가격대가 좀 되는 살균청주인데 성분을 자세히 보니 주정, 설탕, 구연산이 들어있습니다. 레이블 사진을 자세히 안 보고 주문했었는데 실물을 받아보고 레이블이 잘못된 줄 알았었습니다. 매우 개성적인 레이블을 가진 청주입니다. 제조한지 반 년 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주정의 영향인지 모르겠는데 첫 입 마셨을 때 꽤나 골격이 튼튼한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연산 맛이 약간 나는 건 화랑 떠오르는데, 멥쌀로(아마도 추청) 만든 술이다보니 그렇게까지 달지는 않습니다. 볼륨감이 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사케가 떠오릅니다. 주정이 좀 들어간 사케 말이지요.
어지간한 저렴이 사케보다는 맛있고, 그렇다고 용량대비 같은 가격대로 살 수 있는 긴죠나 다이긴죠와 비교할 정도는 아닙니다. 제조사에서는 사과향이 난다고 기술해뒀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살짝 아오리나 홍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풋매실의 향이 연상됩니다.
조금 차갑게 해서 마시고 있는데, 이런 타입의 술일 줄 알았으면 동절기까지 뒀다가 데워 마실 걸 그랬습니다. 나는 이런 타입의 술은 데운 게 입에 더 맞습니다.
골든 고비 라거 [-]
: 알콜 5.1%.
첫 느낌이 부드럽습니다. 생산된지 1년쯤 된 걸 마시게 되었고, 그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높은 알콜이 호프의 쓴 맛을 억제하고 있습니다만, 알콜 자체의 쓴맛이 뒤에 올라옵니다. 이게 5.1%이 맞나 싶은 수준의, 6%대 맥주가 생각나는 풍미 밸런스 및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보니 캔 윗부분에 Export Edition이라 적혀있습니다. 엑스포트 맥주였던 것입니다.
버블은 매우 작으면서도 강합니다. 생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버블이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맥주 – 성산일출봉 에일 [☆]
: 알콜 5.1%. Jeju Golden Ale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바디감이 강한 느낌입니다. 점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단맛이 천천히 느껴집니다. 홒의 향은 살짝 억제되어있고, 몰트 향이 더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첨가한 맥주라 버블은 꽤 강한데, 아마 이산화탄소 첨가를 안 했으면 꽤 다른 느낌의 맥주였을 것 같습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니까 홒 향이 살아납니다. 서빙온도가 꽤 높아야 할 것 같은 맥주입니다. 10도를 살짝 넘는 정도로 서빙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계절보다는 조금 날이 풀린 후 다시 마셔보는 게 좋겠다는 느낌입니다.
Moët & Chandon Impérial (N/V) [★★]
: 알콜 12%. 제법 오래 묵혔다는 모엣 샹동을 하나 입수하여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병입 후 10년은 넘었을 겁니다. 모엣 샹동은 예전에 박람회나 파티 같은 곳에서는 마셔본 것 같은데, 제대로 병을 따서 찬찬히 마셔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용 품종은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약 100종류의 블렌딩이 이루어졌다고 하고, 상기된 품종 순서대로 높은 비율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사용 글라스는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진한 색. 살짝 코르크 향이 나고, 기포가 강하지 않습니다. 과일 향이 있고, 처음 개봉한 상태에서는 좀 환원취가 있나 싶은 상태입니다. 탄산이 별로 없어서 보존상태가 그저 그랬고 마실 시기가 지나긴 했구나 싶은데, 그래도 상파뉴인데 맛없지는 않습니다.
개봉 후 환원취는 금방 날아갑니다. 많이 숙성된 화이트와인 특유의 부케가 느껴집니다.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가 많이 사용된 만큼 스틸 화이트와인 기준으로 접근하면 느낌이 특이합니다. 견과류 풍미가 꽤 강하게 납니다.
환원취가 줄어들고 에어레이션이 진행되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복합성을 드러냅니다. NM(네고시앙) 상파뉴는 다른 건 좀 애매해도 복합성은 꽤 굉장하게 숨기고 있습니다. 아주 많은 밭의 포도를 섞어서 양조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포이약 그랑크뤼 클라세처럼 전면에 드러내놓는 그런 복합성은 아닙니다.
보존상태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 상파뉴의 풍미는 좀 애매합니다. 전반적으로는 견과류 풍미가 앞서고, 상파뉴다운 미네랄리티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특성이 선명하지 않아요. 대형 하우스 기본급 상파뉴가 원래 좀 이렇지 싶기도 합니다. 노트를 적자면 사과, 아몬드, 녹후추, 토스트, 붉고 각지고 큰 자갈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그리고 아마도 보존상태 문제로 인한 코르크와 젖은 마분지 느낌. 젖은 마분지 느낌은 그래도 반 병 정도 마셨을 때 사라졌네요. 부쇼네가 살짝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와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관만 잘 했다면 10년 정도의 세월로 이렇게 대미지를 입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보관이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체급이 있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맛있게 마시긴 했습니다. 또한 바틀 컨디션이 좋았다 해도 딱히 압도적으로 맛있었을 거 같지는 않아요. 이런 리즈너블한 NM 상파뉴는 (나름 비싸지만) 파티용이지요. 그래도 상파뉴이기는 해서 체급 자체는 높고.
한편으로 분류는 Brut인데 잔당감 꽤 느껴집니다. 브뤼치고는 좀 달아요. 도사쥬가 살짝 많이 된 기분인데, 모엣 샹동 임페리얼을 주로 마시는 자리가 파티 같은 자리라는 걸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브루 비전 브루어리 – 경복궁 에일 [★]
: 알콜 4.5%. 따자 마자 IPA 다운 향이 납니다. 시트러스향이 무척이나 강하고, 뒷맛이 깔끔합니다. 성분을 보니 연잎 가루가 들어갔네요.
시트러스향 외에도 말린 살구를 연상시키는 향이 있고, 보리의 향과 홒 향이 살아있습니다. 제법 맛있습니다. 편안하게 마실 수 있고, 향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만나고 싶은 맥주입니다.
배상면주가 – 느린마을막걸리 방울톡 生 [★]
: 알콜 6%. 느린마을막걸리의 또다른 시리즈입니다.
방울톡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주 강한 탄산을 기대했는데, 처음 마셨을 때는 이게 생탁주가 맞나 싶은 수준으로 탄산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마시다보니 탄산이 강해졌습니다. 소비기간을 열흘 남긴 시점에서는 소성주에 비하면 탄산이 약하지만, 그래도 느린마을막걸리 일반 버전이나 다수의 생탁주에 비하면 탄산이 더 있는, 탄산을 충분히 즐길 만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맛은 달콤한 편인데, 여러 병을 구매해서 처음 마셨을 때는 탄산이 매우 적었고 매우 진득하게 달콤했습니다. 잘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처음부터 여러 병을 동시에 샀었고, 그것들을 시간을 두고 마시면서 탄산이 점점 강해지고, 단 맛은 줄어드는 걸 경험했습니다. 술 안에 미생물이 아직 살아있어서, 그게 당을 먹고 탄산을(그리고 원리상 알콜을) 더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생각에 소비기한에 임박할수록 이 제품은 탄산이 강해지고 산도가 올라가면서 당도가 적당해집니다. 처음에는 아주 달콤한, 이화주를 희석하고 물엿을 탄 걸 마시는 기분이었는데 소비기간을 열흘 남긴 상태에서는 많이 소성주스러워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맛이 좋아졌고, 취향이 제법 맞는 탁주가 되었습니다. 도수대비 많이 취하는 술이 되기도 했고요.
나는 이 술을 구매하신 분이 아주 달고 진득한 느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익혀서 먹는 쪽을 권장합니다. 마개를 잘 만든 생탁주라 눕혀놔도 상관없고요. 냉장보관만 하면 됩니다. 충분히 익혔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이 탁주는 맛있는 탁주입니다. 그런데 처음 구매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아예 별점을 못 받을 수준이었습니다.
아사히 – 슈퍼드라이 생 [☆]
: 근래 귀하신 몸인 아사히 생맥주 캔. 윗면이 참치캔 생각날 정도로 크게 따이는 구조인데, 딸 때 잘 잡고 따야 합니다. 일반 맥주캔처럼 따면 잘못하면 살짝 넘쳐버립니다.
맛은 역시나 아사히 슈퍼드라이 맛입니다. 별 맛이 없어요. 거의 무미(無味)라 할 정도로 아예 별 맛이 없는 게 아사히 드라이 특징이지요. 다만 조금 더 거품이 셉니다. 온도가 좀 올라오면 거품이 더 생기기는 하는데, 몇 캔 마셔보니 나는 이 맥주는 아주 차가운 게 좋았습니다.
이건 기본적으로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맛과 다르지 않은 맥주입니다. 그냥 용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다만 구해서 사마시면 맛은 있을 겁니다. 이거 요새 회전율이 좋거든요.
생맥주를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오. 생맥주 애호가들은 이것에 만족하지 못할 겁니다. 다만 생맥주 애호가들은 다른 캔맥주보다는 이걸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행숙전통주가 – 아황주 [★]
: 알콜 17%. 찹쌀과 멥쌀을 같이 사용한 생 청주(주세법상 및 제품 표기상 약주)입니다. 색은 진한 녹황색에 가깝습니다. 양조한지 한달 정도 지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아황주는 고려 왕실에서 마시던 이양주라고 합니다. 고문헌을 재현하여, 농촌진흥청에서 기술을 이전하여 최행숙전통주가에서 빚고 있다고 합니다. 한자로는 鴉黃酒. 鴉는 갈까마귀를 뜻합니다만, 아황주가 닮은 색깔은 거위 새끼라고 하네요.
맛이 꽤나 묘합니다. 누룩향이 굉장히 강하고, 매우 강한 바디에 과실향도 있고, 복합적인 레이어가 있습니다. 누룩향 덕에 약간은 쿰쿰하고 약간은 구수한 향을 가지고 있고, 다소의 장향도 느껴집니다. 꽤나 강한 감칠맛을 가진 술이라 요리술로 쓰면 괜찮을 것 같은 맛인데 그러기에는 좀 비싼 술이에요. 빚는 난이도 낮은 술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술로 마시려면 이건 한달 반은 더 숙성해서 마시는 게 더 맛있을 뻔 했습니다. 두달 가까이 숙성시켰으면 좀 더 맛있어졌을 겁니다.
음식과 매칭시키지 않고 술만 마시고 있는데, 맛 스타일이 음식하고 먹어야 할 술입니다. 그런데 이거 음식하고 매칭시키려면 아황주의 강력한 감칠맛에 밀리지 않는 음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칠맛이 어찌나 강한지 보리굴비나 어란하고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시면서 요리술로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 Mouton Cadet (Blanc) 2020 [★★☆]
: 알콜 12%. Appellation Bordeaux Contrôlée. 세파쥬는 소비뇽 블랑 76%, 세미용 22%, 뮈스카델 2%입니다. 마개는 어글로머레이트(조각을 뭉친) 코르크.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애니버서리 아닙니다)를 사용했습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땄는데 마개는 짧은 어글로머레이트 코르크고 병 입구 부분이 얇은 편이라 따기 다소 쉽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다른 형식의 오프너가 있으면 그쪽을 쓰는 게 쉬울 것 같습니다.
개봉 직후 아로마를 맡아보니 순수한 소비뇽 블랑이었으면 마실 시기가 좀 지났을지도 모르지만, 세미용이 섞인 보르도 블랑이라 아직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개봉해 보니 휘발성과 자극성이 있는 소비뇽 블랑 특유의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입에 머금으려 하니 숲의 향이 났습니다. 입에 넣자 마자 광물질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어쨌든 바롱 필립 드 로칠드는 와인 잘 만듭니다. 아무리 리즈너블하게 만들어도 무통 로칠드의 소유주라서 그런지 실력은 있어요. 이건 아주 평범한 보르도 블랑입니다. 이렇게까지 평범하게 만드는 것도 능력입니다.
마시면서 받은 느낌은 역시 난 순수한 소비뇽 블랑보다는 세미용 섞인 걸, 그리고 프랑스 와인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노트는 고양이 오줌, 풀, 도토리, 고양이 털뭉치, 점판암, 아삭한 사과. 마시다 보니 열리면서 자몽, 흰 꽃, 그리고 구아바, 파파야, 아보카도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긴 합니다. 짧은 피니쉬. 노트 적어놓고 보니까 별로 맛없는거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맛있습니다. 세미용을 섞어서 그런지 바디감도 볼륨감도 좀 있고 미네랄리티도 좋아서 화이트 와인 마시는 만족감을 제대로 줍니다. 보르도 와인답게 산도는 그리 높지 않고, 미네랄리티 살아있고요. 좋은 프랑스 (스타일) 와인이 그렇듯 자연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살짝 있습니다. 잔당감 별로 없고요.
서빙온도 잡기가 좀 애매한데, 온도가 좀 올라가니까 향은 좋아지는데 마시는 느낌은 그보다 조금 더 차가운 게 좋은 것 같아요. 바롱 필립 드 로칠드에서 권장하는 서빙온도는 8~10도인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10도 이하가 좋은 것 같습니다.
마시면서 에어레이션이 진행되고 나니 처음보다 세미용 느낌이 좀 강해집니다. 미네랄 느낌도 처음하고는 달라지고요. 원체 꽤 다양한 밭의 포도를 모았을 와인이라 그런지 떼루아 느낌이 없지는 않은데, 분명하지도 않습니다. 달지 않은 보르도 블랑으로는 조금 오래 됐고, 보존상태가 우수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긴 합니다.
아. 가끔 무통 카테가 샤토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는데요. 현재 무통 카테는 샤토 무통 로칠드와 같은 생산자(바롱 필립 드 로칠드)라는 것 외에는 전혀 다른 와인이에요. 실제 무통 카데는 처음에는 (처음 나온 1930년에는)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1993년부터 나오는, 소위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은 르 프티 무통 드 무통 로칠드 (Le Petit Mouton de Mouton Rothchild) 입니다. 그건 샤토 무통 로칠드(밭)에서 만들고요. 현재 무통 카테는 그냥 바롱 필립 드 로칠드에서 만드는, 무통 이름붙인 대량 생산 보르도 와인이에요.
배혜정 농업회사법인 – 호랑이 생 막걸리 [☆]
: 알콜 6%. 배혜정 농업회사법인은 이름이 배혜정 누룩도가 –> 배혜정도가 –> 배혜정 농업회사법인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나는 배혜정 누룩도가 시절부터 이 회사의 술을 마셨었기 때문에, 아직도 배혜정 누룩도가라는 이름이 익숙합니다. 통칭은 배혜정도가인 것 같습니다. 남매 회사인 국순당이나 배상면주가와는 달리, 배혜정도가는 처음부터 탁주가 주력 제품이었습니다.
양조한 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성분을 보면 에리스리톨이 꽤 들어갑니다. 먼저 침전물을 섞지 않고 마셔봤습니다. 탄산이 꽤 있고, 달달한 술입니다. 에리스리톨이 내는 단맛이 아스파탐하고는 좀 다르다보니 살짝 생소한 느낌입니다. 다만 이 제품은 에리스리톨 넣어놓고 무아스파탐 막걸리라고 홍보하고 있네요. 무아스파탐이긴 한데... 에리스리톨이 아스파탐보다 비싸긴 합니다만.
침전물과 섞어 맛보니 굉장히 진득한 느낌입니다. 탄산이 많은 것에 비해 산미는 별로 없고, 진득하면서 단맛이 강합니다.
맛이 꽤 애매합니다. 배혜정도가에서 출시한 탁주 중 부자 16(근래 파는 데를 못 봐서 단종인줄 알았는데 아직 공식 단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과 송산포도생막걸리는 맛있었고, 특히 송산포도생막걸리는 즐겨 마셨었습니다. 임박상품을 사면 숙성도 잘 된 게 저렴하기까지 해서 최고의 가성비였는데, 단종되었을 때는 안타까웠지요. (지금은 부자 송산포도 막걸리라고 살균 버전이 나옵니다. 도수는 올라갔지만 병단가는 훨씬 비싸졌고 구하기는 훨씬 힘들어요.) 그에 비하면 이건 아쉽습니다.
맛없냐 하면 아주 맛없지는 않습니다. 나는 탁주를 보통 청주잔에 마시는데요. 이 막걸리는 그런 잔으로 맛을 꼼꼼하게 보면서 마시면 맛없습니다. 그래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탁주용 잔 (리델 O 글라스나 온더락 잔을 닮은 느린마을 유리잔)을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결론적으로 이 술은 맛을 잘 보면서 마시는 데 부적합한 술입니다. ‘탁주’라기보다는 ‘막걸리’에 가깝습니다. 생각없이 목넘김을 느끼면서 마시는 게 낫습니다. 다만 그렇게 마시려면 역시나 좀 쓰고, 거칠고, 알콜이 튀는 느낌이 납니다. 그래도 그나마 그렇게 마시는 게 낫습니다. 느낌이 부추전, 파전, 김치전 같은 것하고 먹으면 그래도 맛있을 거 같은데, 그냥 술만 마시기에는 아쉽네요.
하이네켄 오리지널 [☆]
: 알콜 5%. 대용량 캔이 저렴하게 나와 몇 캔 구매했습니다.
하이네켄은 참 굉장히 아무 맛도 없고 맹물 같은 맥주 중 하나입니다. 사용한 홒의 향 자체는 좋은데, 그 향의 강도는 매우 낮습니다.
물같다고 말은 하지만 이 맥주는 피니쉬 부분에서는 어지간한 물보다 맛이 깔끔합니다. 보통 물도 이 정도로 무미(無味)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 맥주에 비해 탄산이 매우 약해서, 여름철에 땀을 흘린 후 목이 마를 때 마시기에는 최적입니다. 나는 아사히 슈퍼드라이와 유사한 계열의 맥주라고 느끼네요.
대신 이 맥주는 맛을 제대로 보면서 마시기에는 부적합합니다. 별로 풍미라고 할 만한 게 그렇게 강하지가 않아요.
크래프트네이션 - Spicy & Fruity Session IPA [☆]
: 알콜 4.9%의 다소 저렴하게 판매하는 인디아 페일 에일. IPA답게 향은 어느 정도 화사함이 있는데, 묽습니다. 뒷맛이 물같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꽤 화려한 캔에는 4점 만점에 몰티 2, 플로랄 1, 비터 2, 사우어 2, 프루티 2, 스파이시2로 적혀있는데 그런 것치고는 살짝 플로랄합니다. 제조한 지 좀 된 걸 마시게 되어서 그럴수도 있는데, 조금 더 신선할 때 마셨다면 사우어와 프루티 느낌이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별점도 좀 더 올라갔을 것 같습니다.
ExclusuveInclusive Beers 라고 적혀 있는데, 꽤 대중적인 지향의 IPA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하튼 향이 풍부해서 좋네요.
해창주조장 – 해창 9도 찹쌀생막걸리 [☆]
: 터무니없는 고가 마케팅제품군으로 유명한 해창주조장의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하는 9도 막걸리를 마셔봅니다. 병입 이후 한달하고도 일주일 지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 술은 찹쌀이 10.2% 사용되었고 누룩과 입국, 효모를 같이 썼습니다. 사용한 찹쌀과 멥쌀은 모두 국내산이라 합니다. 그 외의 감미료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침전물을 흔들지 않고 마셔보니 먼저 강한 누룩향이 나고, 그 이후 곧바로 화이트 와인을 연상시킬 정도의 과일 향이 치고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후 정제되지 않게 튀어오르는 알콜 느낌이 있고, 제법 당도가 느껴집니다.
침전물과 함께 마시니 과일 향이 확 줄어듭니다. 효모가 계속 활동하고 있는 술이라 거품이 상당히 생기는데, 막상 마셔보면 탄산은 강하지 않습니다. 산도는 꽤 있고, 도수에 비해 알콜이 마구 튀고, 쓴 맛도 제법 있습니다. 스타일이 상당히 와일드합니다. 꽤 개성적이긴 합니다.
좋은 술이냐 하면 내 생각에는 아니오. 알콜이 심하게 튀고 전혀 정제된 느낌이 아니고, 겨우 9도짜리 술이 너무 씁니다. 그러면서 가격도 비싸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체급 자체는 있는 느낌입니다. 가격이 납득될 정도는 아니라도, 일반적인 저렴한 탁주보다는 기본적인 체급이 높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 술을 청주로 만들어서 숙성을 좀 제대로 시켰으면 훨씬 괜찮은 술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그랬으면 이렇게 와일드한,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술은 아니었겠지요.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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