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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매수나 임차 등을 판단할 때 보는 기준 중 ‘X세권’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역세권을 이야기합니다만, 그 외의 다른 세권들도 고려해보는 게 좋습니다. 본문은 6종류의 세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물론 X세권은 주택의 가치를 판단하는 한 척도일 뿐이고, 이외에도 중요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1) 역세권
: 가장 기본적인 세권. 도시철도 역이 근처에 있느냐를 의미합니다.
대중교통 중 도시철도의 효용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압도적이기 때문에 역세권은 차별화됩니다. BRT 같은 걸로 가스라이팅을 하려는 부류들도 있습니다만 실제 BRT와 도시철도는 천지차이입니다.
역이 가까운 것은 일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만, 도시철도가 지하철이 아니고 선로가 주거지에 가까운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지상철이나 고가철의 경우에는 일단 소음을 무시할 수 없고, 지상철도는 지역을 분리해버리기 때문에 권역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진짜’ 역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은 생각보다 좁은데, 역이라는 게 역 출입구에서 실제 플랫폼까지 들어가서 탑승을 하는 거리도 꽤 되기 때문에 역세권으로 충분한 효용이 있으려면 역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택이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단지와 역 출입구가 인접해있더라도 단지 자체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동은 진짜 역세권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떤 동은 애매한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진짜로 ‘역세권’이라 할 수 있는 범주는 역 출입구에서 집까지의 실제 거리(직선거리가 아닌 보도 기준의 거리)가 500M정도 이내일 때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가 되어야 신발을 신고 걸어서 역 출입구까지 도착하는 데 10분 이내의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각자의 걸음 속력 차이도 있고, 주택의 층수에 따라서도 시간 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넓은 범주에서 보면 실제 거리 1km 정도까지는 역세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실제 전철에 탑승하기까지 20분 안에 가능하다면 역세권이라 생각합니다.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이 2개인 경우는 더블 역세권, 3개인 경우는 트리플 역세권이라 부릅니다. 하나의 역이 환승역일 수도 있고, 그냥 집 근처에 2개 이상의 노선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 소위 듀얼 역세권이라 불리는 경우도 있는데, 노선은 하나지만 두 역이 동시에 가까운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역과 역 사이가 그리 멀지 않으면서 집이 바로 그 중간정도에 위치할 때 그러한데, 이 경우 목적지의 방향에 따라 다른 역을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역사 두 곳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 학세권
: 학세권은 학교가 가깝느냐, 그리고 좋은 학군에 속해있느냐는 의미입니다.
학세권은 일단 초등학교가 가까울 수록 좋고, 아예 아파트 단지 내부에 초등학교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 초등학교가 단지 내부에 있을 경우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 해서 초품아라 합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가 가까운 건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같이 등교도 하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만 중학생 쯤 되면 어느정도 먼 거리도 통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역시 가깝다 해도 크게 중요하게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다니는 대학생 외에는.
과거와 달리 이 시대의 초등학교 저학년생 엄마들은 아이들을 혼자 학교에 보내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가까울 수록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학세권은 정말 협소한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동에 따라 학세권이 다릅니다. 아동을 동반한 엄마들은 도보 기동성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학세권은 만일 아이가 없더라도 주택의 매매를 고려한다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학세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청년 부부들의 수요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수요 거리는 짧습니다. 역의 경우 500미터쯤 떨어져 있어도 역세권입니다만, 초등학교에서 500미터 떨어져 있으면 학세권 아닙니다.
만일 다가구나 상가주택 등을 매수할 계획이라면 대학 학세권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됩니다. 대학생들이 방을 구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근처에서 원룸 등을 임대하는 건 알아야 할 것도, 신경쓸 일도 많은 사업이니까 신중하게 접근해야합니다.
그리고 학세권 개념은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교의 거리보다도 좋은 학원가가 근처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원에 다니면 늦게까지 학원에 있게 되고, 야간에 다녀야 하는데 도보로 학원에서 집까지 귀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라도 명문교가 근처에 있는 경우 일반적인 중고등학교와 다르게 취급될 수 있습니다.
3) 병세권
병원이 가까이에 있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병원은 의원급이 아니고 대형병원을 의미합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병세권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가족 중 입원환자가 생기고 간병을 하게 되면 병세권이 중요해집니다. 만일 집 근처에서 가족이 입원하게 되면 간병을 하는 게 매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응급실로 달리는 도로 루트가 집 근처에 있을 경우 야간에 사이렌 소리가 자주 울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러니까 병세권은 좋습니다만, 병원 근처의 대로변 주택은 피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안쪽 동을 고르면 됩니다.
4) 공세권
공원이 인접해 있느냐는 의미입니다. 팍(Park)세권이라고도 합니다.
단순히 공원이 집근처에 있느냐보다 공원의 질이 어떠한가, 사람들이 충분히 즐기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공원은 주거지역에서 아주 복합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나들이를 즐깁니다. 그러니까 공원은 주변의 분위기를 활기차고 건강하며 단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공원은 주거지역의 공기 질과 열섬현상에 제법 큰 영향을 주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공세권이 발달한 지역일수록 공기 질이 좋고 여름에 덜 덥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생태계가 충분히 발달한 공세권에는 모기가 적다는 겁니다. 모기는 아주 작은 웅덩이에서도 발생합니다만, 그런 모기를 잡아먹는 개구리, 잠자리, 새는 보다 큰 규모의 자연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모기는 공원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많고, 습지와 녹지가 발달한 곳에서는 적은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충분한 규모의 저지대 공세권은 습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하천이나 강을 활용한 공원이거나, 호수가 있거나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이 있어야 개구리와 잠자리가 번식하고 새가 찾아옵니다.
한편으로 숲세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대체로 산을 끼고 있는 주택들입니다. 이 경우도 일종의 공세권으로 볼 수 있는데, 많은 경우 산자락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근처 산이 공원화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구도시와 신도시에서, 그리고 구축과 신축 아파트에서 가장 단적으로 차이나는 부분이 공세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도시의 경우 녹지를 확보하는 개념이 불충분하던 시절에 도시화되었고, 사실 그때까지는 녹지가 전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세기 들어 구도시 한복판은 아스팔트 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구도시에서는 산에 가까운 쪽에 공세권이 형성되지만, 다니기가 힘든 게 문제가 됩니다. 대조적으로 신도시로 갈수록 공세권이 발달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세워진 신축아파트단지들은 대체로 단지 내부도 꽤 공원화해놓은 편이기도 합니다.
5) 직세권
직주근접성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다수의 오피스와 큰 상권이 형성된 지역의 주택들이 직세권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단 근처의 주택들도 직세권은 좋을 수 있습니다만, 공단 근처에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딱히 가치 있는 직세권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각자의 일터는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직세권은 다릅니다. 다만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는 일자리가 많은 지역의 주택이 직세권이 좋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한편 일반적으로 역세권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세권과 직세권이 어느 정도 유사한 개념이라 그러합니다.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할 때는 버스를 신뢰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 버스는 근거리 또는 아예 장거리에서만 선호되는 편이고, 평균적인 거리에서는 어느 정도 정시성이 있고 평균속도가 빠른 도시철도가 선호됩니다.
우리나라는 직세권 거주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대체로 역세권이 선호된다고 생각합니다. 직세권은 대체로 싱글에게 선호되고 가정을 이룬 경우 덜 선호되는 경향도 있는데, 오피스가 많은 동네는 대체로 아이를 키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6) 상세권
주거의 관점에서는 상권과의 근접성을 의미합니다. 상가건물의 관점에서는 이용하는 소비자의 범위를 의미하고요.
상세권에는 꼽히는 종류가 많습니다. 많이 언급되는 것들을 이야기하자면, 일단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 경우 별세권이나 스세권이라 불립니다. 맥도날드가 있는 경우 맥세권, 코스트코가 있는 경우 코세권, 버거킹이 있는 경우에는 킹세권, KFC가 있으면 켑세권 같은 식으로 불립니다.
그 외 쇼핑몰이 가까이 있는 경우 몰세권, 붕어빵을 파는 곳이 가까운 경우엔 붕세권 같은 표현도 쓰입니다. 백화점이 가까우면 백세권. 또한 슬리퍼를 신고 나가도 될 경우에 편의점, 카페 등이 있는 경우를 표현하는 언어로 슬세권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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