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리스크가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을 때, 나는 한동훈같은 정치 무경험자로 선거를 치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다만 이후 한동훈은 의외로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고,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어느 정도 반등시켰었고, 말종 해돈성왕 전하와 90도 인사로 끝난 일시적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내가 잘못 판단했던걸까 싶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치판의 법칙은 이번에도 순리대로 회귀하는 것 같습니다. 한동훈이 보여줬던 긍정적 효과는 이제 끝난 것이 아닌가 싶고, 본래 가지고 있던 리스크가 등장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거를 한달도 남기지 않은 진검승부는 역시 정치초보가 이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국민의힘의 대표가 만약 이준석이라면, 아니면 비대위원장이 김종인이라면 판세는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한동훈은 총선에 임한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이라기엔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야당심판만 외치고 있는데, 선거에서 여당이 야당심판하자는 소리 하고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참패합니다.
민주당 두목 리재명은 근래 계양에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귤희룡은 리재명 두목을 계양에 묶어두는 데 실패했고, 계양을에서의 승리를 확신한 리두목은 마음껏 다른 지역에 지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리재명 두목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향후 권력의 흐름이 어느 방향일지를 빠르게 인지합니다. 총선 이후 용궁에 남을 권력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고, 그 제한적인 권력마저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한동안 총선 판세가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각 지역의 후보가 결정되면서 관측되는 판세는 얼마 전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일단 민주당의 경우 영 좋지 못한 후보가 다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나 전국 판세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인천의 경우 어쩌면 국힘 후보군이 전멸할지도 모르는 수준의 상황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국힘이 인천에서 의석을 전혀 얻지 못하는 결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중구ㆍ강화ㆍ옹진의 경우 지난 4년 사이 영종도 인구가 더 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국힘계의 텃밭이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종도는 민주당 지지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화와 옹진에서 국힘계 몰표가 나오긴 할 것입니다만, 강화옹진의 인구수는 4년 전보다 줄었습니다.
그리고 다이묘 윤상현의 동구ㆍ미추홀을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4년 전 안상수 전 시장이 낀 3파전 끝에 아주 적은 표차로 의석을 차지했던 윤상현은, 이번에는 1:1 승부지만 4년 전보다 쉬운 승부가 될 거라 자신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쪽도 다소나마 구성원이 변했고, 그 변화 방향은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구도시에 속하는 서구갑은 현역 김교흥이 갑으로 출마하면서 국힘이 이길 수 없는 판이 되었습니다. 나왔으면 해볼 만 했을 이학재가 공항공사 사장 하느라 출마를 안 하네요. 그리고 연수구의 경우 본래 국힘이 해볼 만한 지역입니다만, 영 좋지 못한 후보가 나온 것으로 보여 승산이 희박해 보입니다.
남동구는 구월아시아드와 서창2지구가 들어선 이후 과거와는 달리 민주당에게 유리한 지역이 되었고요. 계양과 청라, 검단 쪽은 국힘이 절대 못이기는 상황에 가깝고요. 부평도 민주당 후보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민주당이 이길 겁니다.
인천이 이 정도면 경기는 볼 것도 없습니다. 경기에선 국힘이 거의 전멸할 겁니다. 서울은 4년 전보다는 나을 수 있고, 부울경은 4년 전보다 그래도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현재의 느낌은 Again Glory K-180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기적이자 경이인 리재명 두목 덕에 K-180엔 좀 미달할지도 모르겠네요.
국힘이 뭘 해보려 했으면 공천학살을 감수하면서라도 참신하고 파격적인 영입인사들을 앞세웠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별개로 나는 지역구는 국민의힘 후보를, 비례는 개혁신당을 찍을 생각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마음에 드는 건 결코 아니고, 찍어준다고 이길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현 총선 판세는 기본적으로 어리석음이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누가 그나마 덜 어리석은가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요.
우선적으로 민주당계를 보면 수령님의 집권 초기 당시 보여줬던 모든 판타지들이 그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게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났었습니다. 4년 전 글로리 K-180은 레프트 스토리의 절정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참담한 추락이 있었지요.
민주당계에는 잘못에 대한 반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 디스토피아를 불러와 우리나라를 파국에 빠뜨린 반성도, 너무나 급격했던 최저임금 급등에 대한 반성도, 민식이법에 대한 반성도, 임대차 3법에 대한 반성도 없습니다. 그들은 망상으로 가득차 있었으나 반성이 없고, 기회가 될 때마다 망상을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컬트 집단입니다.
민주당계의 아집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리재명 두목입니다. 두목의 모든 문제를 무시하더라도, 민주당계는 리재명으로 대선에서 진 후 지선에서도 졌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리재명 두목의 얼굴로 나서고 있습니다. 반성과 변화가 없는 집단이라는 겁니다. 그게 현 총선 판세의 핵심적인 이유겠지요. 국민이 이미 패배를 선언한 인물을 계속 들이밀고 있는데, 국민들이 참 좋다고 그걸 받아주겠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당계와 그 구성원들이 대선과 지선의 패배를 받아들이고 반성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자신들이 옳고, 국민이 틀렸다는 굳은 믿음이 있으니까 그러는건데요. 기본적인 태도가 글러먹어도 너무 글러먹어서 이번 총선 말아먹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봅니다.
물론 전하 쪽을 봐도 어처구니가 없지요. 말종 해돈성왕 전하와 디올 명신왕후 전하께서 해온 언행들을 보면, 진짜로 수령님의 충신이라 일부러 지려고 저러다가 수령께서 우선적인 몰락의 타켓을 리재명 두목으로 설정하면서 한동훈 내세우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지경입니다. 전하께서 그토록 급하게 청와대를 거부한 이유는, 어쩌면 청와대는 위대한 수령동지의 또 다른 저택이기에 감히 자신이 그곳의 주인행세를 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2022년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세대포위론으로 이겼습니다. 그런데 세대포위론의 핵심이었던 이준석 대표를 선거 끝나자마자 무리수 두면서 팽해버렸고, 그래서 이후엔 국힘이 선거에서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한 구도를 만들어버렸지요. 이후 국힘 베이스 세력은 청년들 극우화를 위한 물밑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긴 했고, 그 작업 결과 근래 이준석과 지지층의 불화라는 (그들 입장에서의) 성과를 냈다고도 생각합니다만, 헬기타는 기적 리재명 두목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이번 총선에서 대패를 면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정치질의 GOAT, 위대한 수령동지께서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리재명 두목께서 대통령이 될 경우 수령동지는 ‘다쉬 출마’ 하시기 어려울 거 아닙니까. 어쩌면 오늘도 수령동지께서는 양산을 떠나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는 그날을 꿈꾸고 계실 겁니다.
래디컬 페미니즘 디스토피아의 문제는 단순히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패악질과 특혜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는 어떤 계층이 특혜를 받게 되면, 모두가 그 계층을 모방하게 됩니다. 즉 이런 디스토피아에서는 전 구성원의 페미화가 일어난단 말이지요.
디스토피아로의 전락 이후 이 사회는 급격하게 모든 구성원이 페미화되었고, 무지성 해줘 빼액 메타가 대세가 되어왔습니다. 디스토피아 2024는 현 시점에서의 그 시간적 결정체입니다.
클린스만 경질을 부르짖던 FC 코리아들은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의대 2000명 증원에 동조하는 것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들은 의사들이 대미지를 입는 것에 기뻐하고, 의사가 좀 더 흔해질거라는 것만 기뻐합니다. 돈만 쫓는 의사가 그만큼 더 많아질 것이라거나 도제식 교육체계일수밖에 없는 의료현장에서 2000명을 더 제대로 교육시킬 방법이 원천적으로 없다거나, 청년수가 줄어들어 가뜩이나 부족한 인재들 중 2000명이나 더 의료계로 빠지는 가운데 R&D까지 망가진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울 것 같은 건 전혀 염두에 없지요.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실패 중인 근본적인 이유는 메타와 안 맞기 때문입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준석이 성공적이던 시기에 이준석은 세대포위론을 이야기했고, 그건 메타에 잘 맞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이준석은 메타 변환의 돌격대장이 되어 있는데, 큰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일개 현실정치인이 앞장서서 메타를 바꾸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건 사회운동가의 몫이고, 이준석은 사회운동가와 ‘합’을 도출해야하는 현실정치인의 경계에서 결정적일 때 현실정치인을 택하면서 어그러지는 모양새로 보입니다.
정치인은 대중보다 반걸음만 앞서가야 합니다. 이는 위대한 현실정치인이었던 DJ의 명언입니다. 그런데 이 무지성 디스토피아에서 대중의 걸음은 느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현실정치인이 더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자 한다면, 대중은 그런 선도(희망)자를 쳐다봐주지도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원천적으로 개혁신당은 그 세력의 협소함으로 인하여 선명한 색깔정당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합당은 불가피하였고, 운동성향의 정당을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개혁신당이 생존하려면 이 무지성 디스토피아 메타를 이해하고 맞춰가야 합니다.
아, 그리고 이준석이 완전히 망하는 경우의 수가 하나 있어요. 이준석이 만약 비례 2번 나왔는데 떨어지면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집니다. 만약 비례를 나올거면 2번에 나와야하고, 당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의 실리라도 챙길 수 있어요.
근래 중립적인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리재명 두목의 민주당을 보고있자면, 전하가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민주당이 대안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이미지 깔끔한 한동훈을 보고, 평소에 마음에 안 들었던 의사들이라도 때려잡고 있는 여당에 표를 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생겨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혁신당은 탈락연의 탈락으로 총선 구도가 힘들어졌다고 봅니다. 김종인 영감이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난 그건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보고요. 이준석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참교육 좀 당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옛말에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했는데 이준석은 이번에 떨어지면 네번이니까 떨어지더라도 아직 세번은 더 도전해야 합니다. 개고기 판 죄는 가볍지 않고, 죄인 이준석에게는 정치를 그만둘 권리가 없습니다.
민주당계를 보면 어니언 조 VS 리재명 두목이라는 웅장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데, 리재명 두목은 경기동부에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고 어니언 조 뒤에는 위대한 수령동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총선이 잊혀질 수 없는 수령동지의 위대한 혁명력사 중 한 페이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이 누아물의 진실이 수령님과 전하께서 한 편이라는 결론이라면, 그동안 전하가 저질렀던 보수멸망의 온갖 단초들과 최근의 급변, 그리고 최근 수령동지의 행보를 이해하는 게 쉬워집니다.
우리는 명신왕후께서 하신 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하께서는 수령님의 진정한 충신이며, 언젠가는 모두가 그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수령동지를 푸틴에, 전하를 메드베데프에 비유하면 명신왕후의 말씀이 이해되긴 하는데요.
통합신당에서 새로운미래가 이탈해 나갔습니다. 본 블로그에 오시는 분 대다수는 이 사건에서 이준석을 생각할 것입니다만, 우선적으로 내가 초점을 두고 보는 쪽은 리락연입니다. 리락연의 정치생명은 이것으로 아마 끝났습니다. 그에게 탈락연이라는 별명을 지어줄까 합니다.
탈락연은 아무리 속이 썩더라도 권력투쟁에서 진 이상 패배를 수용하고, 어떻게든 당에 남아 이준석의 마음을 얻었어야 합니다. 당에 남아있었다면 어쨌든 개혁신당의 차기대선후보는 높은 확률로 탈락연이었을 거고, 그리 되었으면 이준석은 전력으로 탈락연을 서포트했을 겁니다.
이준석도 좀 더 열심히 탈락연을 잡으려는 연출을 보여줬어야 합니다. 설령 그게 진심이 아닐지라도 말이지요. 정치질의 신, 위대한 수령동지께서는 기미소견의 집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주석직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셨던 혁명력사가 있습니다. 그걸 좀 벤치마킹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위대한 수령동지께서도 미리 탈락연에게 실망했는지, 조국을 공지영으로 적당히 먹여주시고는 그래도 서포트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수령님의 큰 그림에 탈락연은 충분히 일조하지 못하겠지만, 수령님과 그의 진정한 충신은 ‘다시 출마’라는 야망을 향해 순항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중심에는 근래 잘 보이지 않는 리재명 두목이 있습니다. 원래 민주당이 무난하게 대승할 판이었는데, 리재명 두목이 목에 칼을 맞고 헬기런을 하면서부터 배배 꼬였어요.
국힘의 상태는 기본적으로 매우 나쁘지만, 지지층의 분열은 한동훈으로 통합되는 분위기. 이 정도면 공천제외 4년 전 미통당 이상의 전력은 나옵니다. 공천문제가 꽤 심했던 게 4년전이라 이번에 그보다 더 심하지 않으면 예상되는 전력은 미통당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데요.
민주당계 전력이 4년 전보다 많이 약합니다. 목에 칼맞고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적을 보여준 리재명 두목의 존재, 표를 나눠먹을 수 있는 개혁신당과 조국신당의 존재. 상왕과 두목의 갈등 표출 등등. 개혁신당은 어떻게 정리될지는 몰라도 이대로 가면 민주당 표를 더 잠식할 확률이 있습니다.
4년 전 글로리 K-180은 양당 지지율의 절대적인 차이로 인해 일어난 게 아니라, 격전지에서 거의 모두 민주당이 이기면서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우파 지지층의 심리는 빨리 한동훈을 차기대통령으로 띄워서 전하를 견제하고 내부적 정권교체를 이룬다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측되는 심리는 그러합니다.
1) 이준석에게 분개하는 ‘前’ 이준석 지지자들의 가장 큰 문제라면 그들이 일종의 정체성 정치를 원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준석은 처음부터 정체성 정치를 지양해왔어요. 활동력은 트페미보다 낮은데 (돈도 트페미보다 안 되고) 시끄럽기는 트페미보다 더 시끄러운 前 지지자들은 그런 이준석의 이미지를 정체성 정치가처럼 흐리는 문제가 있었지요.
정체성 정치는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의 또 다른 표현형입니다. 올바른 자유민주정은 보편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K-페미니즘을 타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K-페미니즘과 정면으로 맞서 사이다처럼 짜릿하게 상대를 무너뜨리는 걸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은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정치가가 아닙니다. 사회운동과 올바른 정치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고, 극단주의는 운동처럼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닐 겁니다.
민주정에서는 51대 49정도의 투표결과로 51%의 지지를 얻어낸 쪽이 승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럴 때 승자가 패자를 다독이고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자유민주정입니다. 그러니까 K-페미니즘을 정치가 포용한 시점에서 그것은 망국적이고 대단히 잘못된 극단주의임이 명백합니다만, 그것과 맞서는 극단주의가 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이들은 – 그의 옛 지지자들조차 – 현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는 정체성 정치를 지양하는 이준석이 극단주의적인 지지자들을 품고 다독이면서 희망을 주고 있던 형국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극단주의자들이 극단주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지난 몇 년 동안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만일 홍준표가 경선에서 이겼거나, 전하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인물이었거나, 아니면 이준석의 성격이 조금 둥글둥글했다면 작금의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더 이상 이준석은 극단주의자를 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2) 자유주의자 이준석이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할 때, 허니의 새누리당은 그렇게까지 우익 색깔이 진하지 않았습니다. 당 색깔을 무려 레드로 바꾼 것도 그 때고, 중국과 가까워지려 노력하기도 했고, 비례대표에는 이자스민이 있었지요. 허니의 새누리당은 최저임금도 많이 올렸었습니다. 애초에 이준석도 봉사활동인 배나사 활동을 하다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국민의힘계가 색깔이 변하게 된 건 허니 탄핵 이후입니다. 수령님-트럼프 시대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급격하게 극우화됩니다.
그에 국민의힘 대표가 되었던 이준석은 당의 극우색채를 빼려 시도했었습니다. 수준이하 정치낭인들이 권력에 끼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당원 숫자를 늘려 극단성을 희석하려 했었지요.
그런데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실제 그 결과는 천아용인이 도전했던 전당대회 때 드러납니다. 그 때 이준석의 당원색깔 희석 전략은 실패한 게 드러났어요. 희석은 커녕 당원들 마인드가 평균적으로 더 극단화된 건 아닐까 싶은 결과였지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준석은 처음부터 자유주의자였고, 정체성 정치를 지양하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색은 오히려 극단화되었고, 이미 당원들은 전하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이준석에게 거부감과 혐오감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이준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됩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방향은 일단 물러나서 상황이 변하는 걸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젊은 이준석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정치는 생물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거고, 이준석이 쌓은 명성과 공은 언젠가는 그에게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의 단점이라면 불확실성이 높다는 데 있었지요.
이준석은 다른 한 가지 길을 골랐습니다. 본래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던 이준석이 어쩌다 가지게 된, 보수의 적장자 타이틀을 버리고 보다 어울리는 자유주의자로의 이미지를 세우는 것. 그래서 본래 언젠가는 획득해야 했던 지지층에게 적극적인 어필을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이준석은 대통령이 되려면 언젠가는 ‘리버럴’한테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자유주의자인 이준석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지요. 어느 루트로 가건 그 결론은 같았습니다. 이준석이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그 방법밖에 없어요.
3) 작금의 K-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대미지를 가했습니다. 이 상황은 필연적인 반발과 그로 인한 파멸적 상황을 초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모범 답안은 간단합니다. 갈등을 줄이고 파멸을 회피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은 헤겔 식으로 보자면 정ㆍ반ㆍ합의 과정을 거치게 되겠지요.
이 문제에서 K-페미니즘은 ‘정’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소위 안티 페미니스트들과 이준석 전 지지층은 ‘반’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 전 지지층이 이준석도 ‘반’이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준석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러니까 이준석은 ‘합’을 도출하는 정치인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정체성 정치와 올바른 자유주의 정치가 구분되는 것입니다. 정체성 정치는 ‘정’또는 ‘반’위치에 섭니다. 그러나 올바르고 훌륭한 정치인은 ‘합’을 만들어내는 위치에 서야 합니다.
만약 이준석이 ‘반’의 위치에 설 인물이었다면 나는 처음부터 그를 지지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보기에 이준석은 정치철학의 깊이가 깊어보이지는 않으나, 적어도 무엇이 올바른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트럼피즘과 알트라이트를 필두로, 세계 정치판에서 품격과 배포가 있던 소위 보수정치는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란 본래 정치철학이 아니고 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전통적 미덕을 지키고 있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게 사라졌습니다. 조금 더 명백하게 이야기하자면 우파가 소멸위기에 있는 겁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설명해왔는데, 본래 우파란 프랑스 혁명 시기의 지롱드 파에서 유래한 어휘입니다. 공화파지만 루이16세를 죽이지는 말자고 주장했던 온건파가 우파였습니다. 그 때 루이16세를 죽인 자들이 좌파의 유래입니다. 그러니까 본래 온건파와 급진파를 나누는 어휘였습니다. 그러한 온건함은 보수성과도 닿아있는 면이 있다 보니 보수우파라는 어휘가 생겨나 퍼졌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극우’라는 어휘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어휘는 마르크스가 만들었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 ‘자본주의’는 마르크스가 창조/제안한 철학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현실 시장경제와 관념적인 ‘자본주의’는 일치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과 유사하게, ‘극우’라는 단어는 마르크시스트들이 창조한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우파’와 거의 유사성이 없습니다. 극우는 오히려 마르크시스트들과 유사합니다. 극우를 ‘극단적으로 오른쪽(우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극단주의적인데 좌파(우리같은 마르크시스트)는 아니니까 너네는 이름짓자면 극우’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현 시대는 마르크시스트들이 거의 사멸한 시대니까, 득세하는 극단주의라 하면 거의 극우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름 때문인지 ‘우파’를 자신들과 흡사하다고 생각하고, 보수우파를 잠식하는 면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본래 우파의 특징인 ‘온건함’이 완전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우파의 어원인 지롱드보다는 좌파의 어원인 자코뱅과 훨씬 가까운 부류입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날리면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민주당 리버럴들이 현대에는 지롱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현재 개혁신당이 그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이준석 전 지지층은 이준석이 변절했다고 여길지 몰라도, 이준석 본인은 변절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나 또한 그러합니다. 이준석은 본래 정체성 정치도, 극단주의도 지양하는 정치인이었으니까요.
5)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극우파의 배경에는 극우화된 교회가 있습니다. 극우화된 교회는 성소수자 문제를 필두로 각종 선동을 거듭하면서 청년남성들을 극우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교회가 국민의힘의 배경으로 존재하고, 자금과 사람을 공급하는 이상 국민의힘은 페미니즘을 걷어낼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의 오해와는 달리,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배경에는 운동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교회 세력도 그 배경에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악명높았던 YWCA부터 교회 계열 조직이고, 마찬가지로 악명높은 이화여대도 미션스쿨입니다.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김활란은 K-페미니즘의 대모라 할 수 있는 前 생물인데, 이승만과 박정희의 지지자를 넘어 군사정변 이후 미국에 박정희 정권을 변호하러 방문까지 했던 인물이며 한국 YWCA의 설립자이자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었습니다.
이준석과 천아용인의 물갈이 시도가 실패하고, 말종 해돈성왕 전하가 여성가족부 폐지의 공약을 엎고 잼버리 문제에서까지 여성가족부의 책임을 면피하는 방향으로 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K-페미니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는 애진작에 접는 게 속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극우 선동의 일례를 들어보자면, 지난 연말에 ‘임신은 여성만 가능 답했더니 오답 처리…美고교 시험 논란’ 이라는 기사가 올라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하여 나는 당시 사건이 이상하다고 여겨 간단히 조사를 했었는데요. 일단 국내 기사를 링크할거고요.
관련하여 설명을 좀 하자면, 문제가 되었던 failed the true-false quiz의 타이틀은 “Understanding Gender vs. Sex”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Gender vs. Sex가 뜻하는 것은 Gender와 Sex의 불일치, 그러니까 DSM-5에서 Gender dysphoria, ICD-11에서 Gender incongruence라고 부르는 증상입니다. 통칭으로 이야기하면 Transgender에 대한 이야기에요.
Gender dysphoria/incongruence에 대한 의학적 연구는 근래 많이 발전하였고, 과거의 현실에 대한 몰이해 및 넘겨짚기에 비해 현실을 더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에 대해서는 관련 주류 의학계의 연구 및 진척이 있고, 진보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시애틀에서는 그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양 수업같은 그 수업에서 한 학생이 배운 내용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당 학생은 집안부터 공화당 지지층으로 보이는데, 그의 어머니가 폭스 뉴스 계열에 속한 KTTH의 The Jason Rantz Show Sunday에 나가 이야기를 해서 이 보도가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KTTH의 소유주는 Bonneville International인데, 이 회사는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통칭 몰몬교회의 소유입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국내에는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고,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원래 선동은 쉬운 법이지요.
6) 이번 합당 과정에서 나의 예측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내가 현 시점에서 예측하자면, 아마 낮지 않은 확률로 이준석 대표는 신당이 잘 풀릴 경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양산에 가서 위대한 동지께 숙이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리 되면 아마 위대한 동지께서는 천하를 얻은 표정을 짓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날이 올 때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분이 줄어들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예측을 하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정치질의 신은 이길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이준석 대표가 위대한 동지께 숙이고, 악수를 하고 같은 편이 되더라도 계속 지지합니다. 그가 탈당한다고 했을 때부터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합당 자체에 ?????가 아니고요. 사람들이 분개하는 데 대해 ????? 였어요. 합당까지는 당연한 수순으로 봐서. 원래 해야하는 게 잘 안 되고 삐걱거리고 있어서 문제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나한테는 합당 수순이 당연하게 보였거든요. 원래 그런 역학적 구도였어요. 이걸 못 보신 분들은 아마도 정치를 잘 모르시거나, 합당이 너무나도 싫었거나, 초점이 지나치게 개혁신당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어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 쭉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원래 이준석이 전하한테 바이든 당한 이후 정계를 좀 떠나있는 게 좋다고 했어요. 너무 악에 받친 상태 아니냐고도 의심했고요. 신당도 만들지 말고 그냥 노원 나가서 죽는 게 낫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기어코 나오겠다면서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의 영입까지 있을거라고 운을 띄우더라고요. 나는 원래 그 대상이 리락연 동지라 봤어요, 그런데 영 삐걱대는 거 보면서 세부조율이 잘 안되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유승민이 안 오기로 한 것도 애초에 12월에 그리 결정했다고 봤고요. 괜히 12월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겠지요.
2) 천아용인의 실패를 나는 전당대회때 인정하고 받아들였었습니다. 이준석은 노원에서도 당선확률이 높다 할 수 없고, 천아용인 뭉쳐봐야 그걸로는 어림도 없고, 새 당원을 모아 국힘을 개혁하자는 이준석의 계획은 그 시점에 근본적으로 실패한 것이었지요.
이후 이준석은 신당을 만드는 방향으로 갔는데, ‘용’이 바뀐 천아용인과 이준석만으로 뭘 하겠어요. 원래 안 되는 거였어요. 선명한 아이덴티티 자강정당 해봐야 정치 동아리 수준으로 끝납니다. 물주도 없지. 비빌 지역도 없지. 다만 이해관계가 맞는 이들이 있었지요.
나는 이준석이 참기를 바랐어요.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꼭 참아야만 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를 응원하기로 했지요. 이준석이 참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 이 상황은 필연에 가까워요.
처음부터 이준석이 전진할 수 있는 길은 정해져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었을 거라 보네요. 유승민, 김용태 등이 그렇게 떨어져 나갔겠고. 일종의 밀실합의같은 형태의 합당이 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당 합치고 깨지는 과정 한두번 봐온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준석은 전하나 기미소견에 대해 인내하는 것보다는 리락연 동지나 금태섭에 대해 인내하는 게 나은 입장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결론에 대해 그의 빌드업이 없었다고 보지 않아요. 그가 이것저것 암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 상황에 대한 예측을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3) 이 과정은 이준석이 언젠가 대통령이 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이준석이 김종인의 후계자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고, 김종인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준석을 설득하지 않았나 싶고, 이준석도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준석은 청년남성의 대표를 자처한 적도 없고, 안티 페미니즘의 선봉에 선 적도 없습니다. 그저 청년남성들이 이준석을 호민관으로 간주하였고,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이준석을 선봉장으로 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극우화되었거나 극우화 위험이 높은 이 집단과 실제의 이준석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고, 이준석은 지지자의 이미지에 오염될 위험이 언제든 있었으며 실제로도 그런 식의 문제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준석은 보편성과 새로운 지지층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준석은 정체성 정치나 순수성을 지향하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고, 본래 그럴 리스크가 낮았습니다. 나는 그렇기에 이준석을 지지하였고 오늘 그 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이준석에게 내심 유감스럽게 생각했던 한 부분, 보수의 적장자를 강조하던 그 모습도 오늘로 해결되었습니다. 그건 언젠가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버리고 싶지 않았던 타이틀이었을 겁니다.
4) 이제 이준석은 통합된 개혁신당 내에서 싸워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준석을 응원하던 사람들 중 얼마나 합당의 충격과 실망을 이겨내고 계속 이준석을 지지해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감상은 ‘이렇게까지 충격받고 실망할 일인가?’ 입니다만, 관측되는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다만 나는 본래 이준석을 지지했다면, 계속 이준석을 지지하는 게 최선일 거라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예측했던 나의 제안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래 이준석을 지지하지 않았으나 통합 개혁신당을 지지하게 된 분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주장을 들어주시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이준석을 손에 넣었으니 어쩌면 리락연 동지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될 경우 해돈성왕 전하와는 달리 이준석을 계속 곁에 두고,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나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 리락연 – 해돈성왕 – 리재명 순으로 지지하였었는데, 이제와서 딱히 다시 한 번 리락연을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락연 동지가 이준석과 함께하고 이준석의 고언에 귀를 기울이는 이상, 나는 리락연 동지를 정치적 동지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리락연 동지 외 합당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5) 그래서 이렇게 합당해서 총선 결과가 좋을 것 같을지를 보자면, 사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완전한 실패 확률은 크게 줄었습니다. 합당 이전의 개혁신당은 잘못하면 바로 공중분해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확률까지는 좀 낮아졌어요.
사실 작금의 목표를 거창하게 잡을 것도 없습니다. 그저 ‘해돈성왕 전하나 리재명 두목처럼 정치하지는 말자’ 정도로 정해도 됩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을 거 아닙니까.
나는 나의 정치적 철학이 있고, 우리 정치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준석은 그러한 나의 챔피언(代戰士)인 것입니다. 그가 비합리적이거나 나의 정치적 철학에 반한 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정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나는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가 승부를 선택한 이상 나는 그를 지지해야 합니다. 승부를 선택했을 때 지지하지 않고, 어려울 때 지지하지 않는다면 지지자라 할 수 없겠지요. 좀처럼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만, 그럴 수도 있지요.
그는 설 연휴의 첫날에 승부를 걸었고, 그 방식은 효율적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개혁신당이 아예 언급이 잘 안 되고 있었거든요. 전하의 화려한 어그로 실력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따라가기 힘들기도 했고요. 이준석은 승부에 나섰다면 그냥 무너지는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 이 사건으로 인해 이준석은 잘풀릴 경우 대통령의 꿈에 한발짝 정도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네요.
별개로 청년남성의 극우화는 더 가속화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오세훈의 서울수복 시점부터 몇 년 정도 이준석이 좋은 억제기 역할을 해줘왔는데요. 홍준표가 경선에서 지고 전하가 실망스럽게 굴면서 결국 이준석이 청년남성의 극우화를 억제할 수 없다고 봤고, 언젠가는 이준석과 알트라이트스러운 그의 지지층이 분열하면서 극우세력의 준동이 시작될거라 봤는데 지금이 그 때인가 봅니다.
과거 사람들이 극우세력의 준동을 두려워한 나머지 대중들에게는 극우 하면 증오와 혐오를 앞세우는 자들 정도의 이미지가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 극우화되는 사람들은 의외로 겁이 많고 순수한 경향이 있습니다. 겁이 많으니까 결국 잔혹한 언행을 하기 쉬운 건데요. 평범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세상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어떠한 순수성을 추구하고 열광할 때 정치적 극단화가 일어납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어휘로 이 현상을 잘 정리했지요.
작금의 합당에 대한 강한 실망에서 나는 강한 열망과 순수성의 추구를 봅니다. 그들이 지금껏 받아온 차별과 겪어온 실망을 모르지 않기에 여러 모로 유감입니다.
7) 혹시 모르셨을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개혁’은 원래 민주당계 당 네이밍이에요. 부두노인의 통칭 개혁당, 정식 명칭 개혁국민정당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고요. 본래 민주당계 정치인들이 좌파색이 강한 ‘진보’와 스스로를 구분해 칭하던 명칭이 ‘개혁’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리락연 동지의 ‘개혁미래당’이라는 이름도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미래’는 미래통합당이 그랬듯 본래 국민의힘계 당 네이밍이거든요. 당명들 자체가 이 상황을 미리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