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

정치 2020. 5. 31. 16:2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PBcFZ5HSyZM

 



1)

 

 우한 사스(COVID-19)가 미국이 한국에 부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류해준 일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통화스와프 해준 거 보면 애초에 미국이 우리나라에 많이 관대한 것 같기도 하지만요.



 내 생각엔 이정도면 친인척 대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많이 잘해주는 걸 한국인들이 잘 모른다는 겁니다. 사람이 장성하기 전엔 부모나 친족이 잘해줘도 잘 모르는 걸 보는 기분에 가까워요. 미국인이 아닌 내가 봐도 이런데, 미국인들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은원을 분명히 해야 하는 법입니다. 얻은 게 있으면 기억하고 갚는다. 당한 게 있으면 갚아주거나 유리한 입장을 갖추고 화해한다. 용서하더라도 잊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기본적으로 친미화일반북이 기본이고 중공에 대한 원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산가족 중 다수는 1.4후퇴 때 이산가족이 된 것이었습니다. 은혜도 모르는 사람은 짐승 같은 자고, 원한을 모르는 사람은 긍지가 없는 자입니다.

 



2)



 

 정의연 관련 문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윤미향이나 정의연엔 부정적인데 민주당과 헤븐조선,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에 대한 지지는 역설적으로 높지요. 이성적으로 보면 둘은 다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둘을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믿음에는 대체로 비논리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예수의 부친은 나자렛의 요셉이었으나 현대의 크리스찬들은 요셉은 양부일 뿐이고, 예수는 야훼의 아들이자 또 다른 위격으로, 예수의 모친은 동정녀로 믿지요.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와 정의연을 분리해 보는 것 또한 유사한 신앙 체계에 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난을 만나면 사람들은 약해집니다.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고 싶어 하지요. 나는 지금은 사람들이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동지(哃謘)를 믿음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고 싶어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대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상태인 것입니다.

 




3)


 

 패러다임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35년은 제도적 민주화 이후 진짜 민주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 과정에서 노태우라거나 이명박근혜는 일종의 백래쉬(반동)였고, 특히 독재자의 딸 박근혜의 집권은 민주적으로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데모크라시에 대한 이해들이 낮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긴 한데, 굳이 누구 탓을 하기엔 데모크라시에 대한 이해가 딱히 미통당쪽이라고 나은 게 아니긴 합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단순하게 다음과 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반민주 친일 수구세력을 이겨내고,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하면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라고요. 이 믿음에는 근거도 있었지요. 김대중이 워낙 잘한 것도 있었고, 노무현도 장점 위주로 보면 정말 잘 한 대통령이 되고요.


 

 그런데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김대중은 운동권하고는 세대가 달라요. 그리고 노무현은 대학을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학생운동권에 제대로 물 들어본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학생운동권보다 연배가 조금 더 높기도 했고요. 대조적으로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는 현역 운동권이었던 시절이 있지요.

 



4)

 

 웬만한 유권자한테 무리한 걸 요구하면 안 됩니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진실을 찾기도, 판단하기도 어려운 온갖 정치적 정보들을 유권자들보고 알아서 찾으라고 하면, 그게 될리가 있나요.


 

 물론 미통당 쪽이건 어디건 잘 정리해서 말해봐야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기 쉽지도 않지만, 민주당이 워낙 패러다임을 잘 잡고 있다 보니 어휘 조금만 러프하게 고르면 어감이 영 나빠집니다. 외환위기 이후 패러다임 빼앗긴 한나라당이 한참 득세하면서도 문화적 패러다임을 그냥 내 준 후유증이 박근혜 탄핵 이후 제대로 온 거라서 극복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통당이 앞으로 해야 하는 작업은 좌클릭과 신뢰성 회복입니다. 그리고 패러다임을 새로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계속 주도해나가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차후 누가 대통령이 되건, 현재의 최고존엄(膗辜燇㛪)께서 하시듯 국정을 운영하면 우리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누구건 지속 가능하고 생산적인 방향의 패러다임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는 지극히 불행한 것이 됩니다. 누군가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대중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대중은 주도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대중은 양떼와 같습니다. 평소에는 이끄는 대로 순하게 목자를 따라가는데, 가끔은 닥치는 대로 들이받아 부수는 숫양이 되지요.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라거나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 같은 구호도 외치고요.

 

 

5)


 보수주의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시급히 보수해야 할 게 있다면, 가족과 가정입니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가족과 가정을 급속도로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미 총인구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세대수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도 계속 총세대수가 올라가고 있지요. 분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단 말입니다. 이는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께서 신성권력을 손에 넣으신 후의 부동산값 상승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40대도 고독사합니다. 고독사 성비는 대략 남:8:2 수준입니다. 1인 가구는 10년 사이 2배쯤 늘었습니다. 출산율은 많이 감소했고요. 청년들은 연애하는 비율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조혼인율은 감소하는데 국제결혼은 증가합니다.

 

 

6)


 나는 몇 년 전 이번 거주지를 구할 때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재래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재래시장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없는 곳에 살아보니까 불편했기에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젠 재래시장도 예전과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에서 무언가 잘 해 먹으려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잘 해 먹이던 세대는 고령이 되었고, 자식들은 분가했고, 자식 세대는 그만큼 열심히 해먹지는 않습니다. 식문화가 점차 해먹는 것에서 사먹는 것으로, 외식에서 배달해 먹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가정식의 쇠퇴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역설적이게도 백종원은 집밥 백선생으로 떴지요. 요새는 요식업 사업자 백종원으로 더 유명합니다만.


 

 준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을 대체한 면도 꽤 있습니다. 대형마트규제는 준대형마트의 득세라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은 고객 타켓층이 달랐던 반면 준대형마트는 재래시장에 적극적으로 입점하면서 유통 생태계를 바꿨습니다.



 

 

7)


 나는 사회 분위기를 운전할 때 느끼곤 합니다. 사회윤리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면 도로에서 운전자들도 얌전하게 운전을 합니다. 그런데 사회윤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 도로도 무법천지가 됩니다.


 

 민주당과 헤븐조선,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 최고존엄(膗辜燇㛪),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께서 신성권력을 손에 넣으신 후 나는 도로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더 비싼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민식이법은 나에게 추가적인 운전자보험도 필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전체 교통사고는 통계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웬만한 운전자들은 이 무법천지 도로에서 좀 더 조심하는 것 같긴 합니다. 이륜차들은 답이 없지만요.


 

 오토바이 타지 마세요. 전동킥보드도 위험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오토바이 타면 안 됩니다. 오토바이라는 물건 자체부터가 매우 위헌한데, 우리나라에선 거기에 더해 오토바이에 대한 룰 자체도 완전히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건 부모님이 낳아주고 키워주신 목숨을 도로에 내 던지고, 타인에게 온갖 민폐를 끼치며(어지간히 도덕적인 사람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를 타면 타인에게 민폐를 안 끼칠 방법이 없습니다. 라이더가 법 지키면 죽어요.), 법과 제도의 관리와 보호도 일체 받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민주당이 집권한 후 오토바이 관련해선 온갖 개악만 있을 뿐, 개선이라고는 없기도 합니다.

노무현의 기일에 한명숙이 나서다

정치 2020. 5. 24. 18:3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pZGZjAHlHis

 



 

 5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이었습니다. 나는 그를 많이 비판하기는 했으나 그를 나쁘게 여기는 것은 아니고, 수상한 그의 사망과 이후의 정황을 생각하면 여러 모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나는 노무현의 진정한 정치적 후계자는 안희정과 김병준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들을 생각해도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진노(眞盧)가 아닌 매노의 시대지요.


 

 노무현은 한 개인으로는 매우 유능한 인물이었으나, 지도자로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이 사람 보는 눈이 심각하게 없었습니다. 한명숙은 그가 후계 대통령으로 낙점했던 인물로 총리직까지 시켜 줬었는데, 대표직 할 때의 전능함과 감옥까지 가게 된 허당끼를 생각해보면 노무현의 안목을 비판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노무현은 플레잉 코치인데 플레이어로는 일류고 코치로는 삼류인 타입이었습니다. 노무현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플레이어로의 노무현을 보는 거고,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코치로의 노무현을 보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기일을 맞아 한명숙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미리 불을 지피고 있었지요. 나는 별 이유 없이 한명숙 결백론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조국이나 김경수로 차기가 어려워지니까 한명숙을 띄우는 것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건강이 나빠 보이는 이해찬의 뒤를 이을 사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과 헤븐조선,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 일파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고 인민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긴 합니다만, 마냥 신나는 상황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남국수호와 정경심 석방에 성공하긴 했지만, 조국 전 장관께서 이미지를 깨끗하게 세탁하고 위수문동(僞囚紊)의 뒤를 이어 최고존엄한 자리에 오르는 것은 다소 요원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민주당의 차기대선후보로 유력한 인물은 일순위가 속내를 알 수 없는 호남사람 이낙연, 이순위는 성남의 호랑이, 구역 최고의 크레이지 맨 이재명이라 봐야 할 겁니다. 조국이건 김경수건 저 둘 대비 경쟁력이 낮지요.


 

 그러니까 노무현이 지지했던 여자, 평양 태생 성골 한명숙이 나설 때가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공수처가 출범하고, 윤석열은 짜게 양념하고, 한명숙을 복권하고,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와 조국 전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명숙을 지지하면서 차기대선에 나선다면, 토왜 박근혜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대한독립투사의 상징적 후예, 검찰개혁을 완수할 시대의 여걸 한명숙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페미니즘의 대모인 만큼 그 누구보다도 강한 여성계 푸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낙연은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 출생입니다. 위수문동(僞囚紊)의 부산 파벌이 전남 태생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부산/경남 출신이 아니라면, 평양 출신 페미 대모 한명숙이 출신성분으로 볼 때 최선의 카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전히 새로운 헤븐조선  (47) 2020.06.09
봄을 보내며  (42) 2020.05.31
앞으로 마땅히 추진되어야 할 공공 토목건축사업  (37) 2020.05.21
평온이 없는 봄  (51) 2020.05.14
같은 걸 봐도 다르게 보인다  (36) 2020.05.01

 브금

 

https://youtu.be/YVGvIm97cTM

 



 

 민주당과 헤븐조선, 촛불혁명의 최고령도자,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께서 현직으로 덕치를 지속할 수 있는 공식적 기간이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물론 규칙은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훗날이 어찌 되건 실질적인 위수문동(僞囚紊)의 덕치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나, 혜안을 가진 이라면 마땅히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 대한 인민의 등불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쿠푸를 비롯한 파라오들은 농한기에 일자리가 없는 인민들을 위하여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COVID-19와 간악한 미제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진 인민들을 위하여,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께서도 마땅히 파라오 쿠푸와 같은 공공 토목건축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북측에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옥체를 보존하는 금수산태양궁전이 있습니다.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또한 북측의 동지들에 비해 결코 모자람이 없는 위인(僞人)이시니, 그와 같은 것을 만들어 옥체를 영원불멸히 보존함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음은 물론이고, 우리 헤븐조선이 완전히 새로운 대한인민국으로 거듭났음을 감안한다면 마땅히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거룩한 사업을 추진할 최적의 장소로 나는 인천광역시 부평구와 남동구에 걸친 만월산(萬月山)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월산은 이름부터가 민족의 달님,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를 위한 최적의 위치일 뿐만 아니라, 이미 300만 인천 시민들을 안장하는 인천가족공원으로 적극 활용중인 곳이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시설도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서도 교통이 좋은 곳에 있어 훗날 모든 대한 인민이 방문하여 추모하기 적합하기도 합니다. 물론 만월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강원도에도 있고, 위수문동(僞囚紊)께서는 사후 고향인 거제나 본가가 있는 양산, 또는 연고지인 부산에 모셔지고 싶을 수도 있으나, 이미 봉하에 노오란 그분의 성지가 있는 고로, 숫자가 많은 수도권 인민들에게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성지를 하나 하사하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훗날의 일이겠으나 타계하신 후의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의 옥체는 마땅히 엠바밍되어 보존전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레닌 동지, 마오쩌둥 동지, 호찌민 동지, 김일성 동지, 김정일 동지 모두 엠바밍되어 모셔지고 있습니다. 위수문동(僞囚紊)께서 저들에 비해 모자랄 것이 전혀 없음은 모든 대한 인민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축조되어야 할 시설은 북측의 금수산기념궁전보다 거대하고 화려한 시설이어야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헤븐조선 대한인민국을 건국하신 촛불혁명의 친애하는 지도자,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가 영면하실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위안부 소녀상을 더 설치할 명분이 사라진 것 같으므로, 그런, 대상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동상 말고,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위수문동(僞囚紊)의 동상을 세계 곳곳에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대한 인민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줌으로 그러한 사업들에 간접적인 동의를 한 것이 아니겠습니다. 인민의 뜻을 받들어,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께서는 신성 네오 헤븐조선의 우상으로 본업을 다하셔야 하겠습니다.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보내며  (42) 2020.05.31
노무현의 기일에 한명숙이 나서다  (34) 2020.05.24
평온이 없는 봄  (51) 2020.05.14
같은 걸 봐도 다르게 보인다  (36) 2020.05.01
총선 복기 #2  (45) 2020.04.27

평온이 없는 봄

정치 2020. 5. 14. 14:3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uMNn86KCifM




 총선 이후 대략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N번방 관련 감청/검열 법이나 정의연 사태, 예전부터 지적되었던 클럽발 대량감염 가능성의 현실화 등이 펑펑 터지고 있지요.


 

 각각의 사건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정권의 본질은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이며 독단적이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권력을 늘리고 국민을 억제하며 지배하는 수단을 확보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는 현재의 주류 일당이 그 권력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비가역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문제라면 역시나 과거의 모든 민주적인독재자들이 그러하였듯 - 무솔리니, 히틀러, 페론, 차베스 등등 - 굉장히 많은 대중적 협조자들과 동조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의연 사태는 조국 사태에 이어 저들의 본성을 다시 한 번 투명하게 드러내줍니다. ‘토왜낙인의 본질과 위안부 운동의 진실을 깨닫는 분이 조금은 생겨났을지 모르겠습니다. 본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현재 두드러지는 위안부 할머니 몇 명과 정의연의 갈등은 선과 악의 갈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덜한 악과 더한 악의 갈등입니다. 이 본질을 이해해야만 사건의 진상이 조금 보일 겁니다.


 

 클럽발 대량감염은 다시 한 번 이 정권의 안일과 무능을 증명해 줍니다. 이 정권에 대한 코로나 대응 잘한다.’는 판단이나 발언들은 정서적인 것이지, 이성적인 것은 아닐 겁니다. 한편으로 이번 클럽발 감염은 게이들이 주가 되면서 단단히 꼬였는데, 우리 사회는 게이들에 대해 관용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번 우한 사스(COVID-19) 사태에서 감염자들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받지 못하는 문제까지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리만큼 추적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역병 감염자를 피해자가 아닌 감염원으로 보는 시각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또한 처음부터 지적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게이들에 대한 비호감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일시적인 짜증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겠으나, 부정적 인지로 고착화된다면 이번에 일어났던 문제의 주된 요인이 더 심화되는 것이라는 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토대로 이 정권의 핵심적 문제들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이 정권은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진 권력을 활용하여 윤리도덕 기준 자체를 훼손하고 엎어버리는 데 주저가 없습니다. 그 결과 사회에 관용이나 연대정신, 공동체 의식 같은 게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시민들은 부정적 정서나 충동의 표출이 늘었고, 극단주의자와 광신자들이 전보다 더 보이게 되었습니다.


 

 ‘후대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줘서는 되겠느냐라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후대가 좀 있어야 뭘 해볼 여지가 있지요. 쇼비니즘 자아도취는 하늘을 찌르도록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도 깨닫긴 할 겁니다. 위대(僞大)한 수령(囚囹) 문재인(紊災人) 동지(哃謘)가 모든 것을 망쳤다는 것을요. 그러나 그렇게 현실을 깨달았을 때, 우리에게 미래가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앞날이 긴 어린이와 소년과 청년들이 없는 사회는, 소멸을 기다리는 사회일 뿐입니다.

두서없는 커피 이야기

식이 2020. 5. 13. 03:3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srEz0awS--U

 

 

 커피 애호가가 아닌, 만인의 음료인 커피에 대한 대중적(?) 이야기입니다. 커피라는 게 용어가 많은 분야라 쉽게 적으려 해도 가독이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만, 별로 어려운 내용들은 아닙니다. 모르는 단어는 일단 스킵하고 보시면 됩니다.

 

 사견이 듬뿍 들어간 글입니다. 틀린 내용 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자유롭게 의견 및 보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1) 다른 첨가물이 없을 경우 브루잉한 커피(추출을 마친 커피)은 세 가지입니다. 신맛, 쓴맛, 지방맛. (최근의 연구를 참조하면) 사람의 미각은 6가지 맛을 느끼는데, 커피에는 그 중 단맛과 짠맛과 감칠맛은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커피의 바디감을 구성하는 감각은 주로 떫은 느낌의 촉각입니다.

 

 커피의 감각적인 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은 향기, 즉 후각에 해당합니다. 설탕 등을 넣지 않은 커피에서 달콤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후각적인 감각입니다. 생두에는 꽤 많은 당분이 들어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다당류고 단당 또는 이당류는 로스트 과정에서 크게 손실되며, 아무리 약하게 볶더라도 원두에 남아있는 단당/이당은 추출 후에 의미 있는 단맛을 낼 정도의 양이 아닙니다.



 

2)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는 취향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국식 인스턴트 커피믹스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괜찮은 편이고, 입맛은 각자의 개성입니다. 물론 설탕을 넣은 카페라떼나 플랫화이트, 카페오레 등을 인스턴트 커피믹스보다 맛있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아무래도 노동력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3) 커피는 커피나무라는 꼭두서니과 나무의 열매 안에 들어간 씨앗을 말린 다음, 익히고 가루내서 물로 추출(브루잉)한 것입니다. 인스턴트커피는 추출이 끝난 커피를 동결건조한 거고요. 커피나무의 열매를 커피체리라 부르긴 하지만 실제 체리와는 별 관련이 없고, 커피 씨앗을 콩(/Bean)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 콩하고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익히지 않은, 마른 상태의 커피콩을 생두(Green Bean)라 합니다. 생두는 볶기 시작하면 노란 색으로 변하다가 점차 갈색을 띠고, 이후 많이 볶을수록 검어집니다. 다 볶은 커피콩을 원두라 하며, 많이 볶지 않은 원두는 신맛이 강하고 향기 성분이 화사합니다. 이후 더 볶으면 신맛이 줄고 고유의 향기 성분은 감소하지만 달콤한 향과 맛이 더 생겨나고요. 동시에 쓴맛도 강해집니다. 이후 더 많이 볶으면 신맛은 거의 사라지고 쓴맛이 많이 증가합니다.



 

4) 커피의 볶은 정도(배전도)를 표현하는 방식이 일본과 미국이 다릅니다. 이건 커피를 어느 정도 잘 아는 사람한테도 혼동을 줄 있습니다. 정확하고 표준적인 표현법이 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대략 낮은 로스트(볶은) 정도부터

 

 일본식은

라이트 - 시나몬 - 미디엄 - 하이 - 시티 - 풀시티 - 프렌치 - 이탈리안 입니다.


 미국식은

익스트리밀리 라이트 - 베리 라이트 - 라이트 - 미디엄 라이트 - 미디엄 - 미디엄 다크 - 다크 - 베리 다크 - (익스트림 다크) 입니다.

 

 정리하자면

 

라이트() = 익스트리밀리 라이트()

미디엄() = 라이트()

시티() = 미디엄()

 

 가 되는데, 혼동이 안 될 수가 없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일본식 표현을 많이 써 왔고, 일본식 표현이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만, 근래 SCAA같은 미국 협회의 영향을 우리나라도 많이 받다 보니 미국식 표기를 하는 사람/카페/회사도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게다가 저런 SCAA기준 말고 또 다른 기준으로 라이트, 미디엄이니 약배전이니 등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요새는 많습니다. 또한 미국은 그 나라 자체적으로도 로스트 단계를 부르는 기준이 통일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조해야 하는, 그나마 통일된 기준이 아그트론(Agtron) 넘버입니다. 한중일이 같은 한자를 다 다르게는 읽어도, 뜻은 대략 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아그트론 넘버는 커피의 볶은 정도를 판별하는 색도계로 SCAA가 제시하는 가장 표준적인 것입니다.

 

 아그트론은 숫자가 높을수록 밝고(덜 볶은) 거고, 낮을수록 어두운(많이 볶은) 겁니다. 일본식 볶음 정도에 대응하는 아그트론 넘버는(NCS학습모듈 기준) 다음과 같습니다. 라이트(90~95) - 시나몬(80~90) - 미디엄(70~80) - 하이(60~70) - 시티(50~60) - 풀시티(40~50) - 프렌치(30~40) - 이탈리안 (20~30).

 

 그러니까 어떤 원두 판매처에서 아그트론 넘버 55 정도의 미디엄 볶음입니다. 라고 한다면 그건 미국식 표현이고, 일본식으로는 시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 원두를 볶다 보면 라이트나 시나몬로스트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고, 1차팝 절정기 쯤에 배출한 걸 약배전이나 미디엄이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실제 아그트론은 통상 65~60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하이는 1차팝 이후 휴지기로 보기도 하는데, 이러면 아그트론이 55~50 정도가 되지요. 이렇게 치면 시티는 기준점이 43~45 정도. 풀시티는 40+. 그래서 실제로는 미디엄-하이-시티 표현에 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참고로 앞으로 본문에서 쓰는 모든 로스트 기준 표현은 일본식입니다. 나는 일본식 로스팅 표현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5) 커피콩을 볶다 보면 2번 터집니다. (Pop) 또는 크랙(Clack)이라고 하는데, 이 팝이 커피콩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팝은 반드시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만, 웬만하면 일어납니다.

 

 대략 라이트나 시나몬은 1팝을 아직 (거의) 안 시킨 거고, 1팝을 시킨 상태가 미디엄에서 하이, 그리고 대략 시티부터는 2팝을 시키기 시작한 걸로 여겨도 됩니다. 그래서 시나몬과 미디엄, 하이와 시티는 차이가 꽤 있고 시티와 풀시티도 실제로는 차이가 꽤 있습니다. 2차 크랙이 시작되는 정도에서 배출하면(로스팅을 마치면) 대략 시티가 되고, 2차 크랙이 진행되고 배출하면 풀시티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정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정리입니다.)

 

 라이트나 시나몬 로스트 커피는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잘 안 마십니다. 팝이 전혀 안 터진 원두를 실제 핸드밀(손으로 돌려서 원두를 가는 도구)로 갈아보면 잘 안 갈립니다. 힘을 꽉꽉 줘서 돌리면 아예 안 갈리는 건 아닙니다만, 힘이 많이 들어가긴 합니다.

 

 그러니까 근래 한국에서 보통 마시는 원두커피는 4단계 로스트 정도입니다. 1팝을 시킨 미디엄 및 하이, 2팝을 시키기 시작한 시티, 2팝을 충분히 시킨 풀시티. 이렇게요.

 

 미디엄이나 하이로스팅에서는 커피가 신맛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핸드밀로 갈아보면 상대적으로 단단합니다. 대조적으로 풀시티 정도로 볶은 원두는 신맛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고, 핸드밀로 갈면 쉽게 갈립니다. 시티는 그 중간 정도지요.

 

 나는 주관적으로 미디엄은 가볍게/약하게/적당히 약하게 볶았다. 하이는 스페셜티(고급커피) 기준 표준적으로/조금 많이 볶았다. 시티는 많이/충분히 볶았다. 풀시티는 강하게 볶았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커피를 많이 안 드셔보신 분들이 생각하는 블랙커피 풍미는 풀시티 이상 볶음에 가깝습니다. 생두는 조금 볶을수록 고유한 특성을 많이 드러내면서 신맛이 강한 반면, 많이 볶을수록 볶아서 생긴 표준적인 풍미가 나고 신맛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6) 이브리크(터키식 커피)나 커핑 볼을 사용한 커핑을 제외한 브루잉된 커피는 커피가루를 걸러주는 필터를 통과합니다. 그런데 이 필터의 소재에 따라 브루잉된 커피의 특성도 달라집니다.

 

 필터의 소재는 크게 3가지입니다. 종이, , 금속입니다.

 

 종이 필터와 천/금속 필터는 필터링 성능이 다릅니다. 종이 필터 쪽이 여과능력이 더 좋지요. 그래서 종이 필터를 통과한 커피는 커피의 오일 성분이 필터링됩니다. 커피콩도 식물의 종자라 기름기가 꽤 있는데, 종이 필터를 통과한 커피는 기름기가 없는 커피가 된단 말이지요. 그리고 여과력이 좋으니까 미세한 커피분말도 다 걸러줍니다. 결과적으로 깔끔한 커피가 됩니다.

 

 그런데 종이 필터는 종이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필터지가 우러난 맛은 떫은 맛 쪽인데, 취향에 따라서는 이 떫은맛이 커피의 구조감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나는 꽤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 종이 필터맛은 미리 뜨거운 물로 필터지를 헹궈주는 린싱을 하면 많이 줄어들긴 합니다. 그리고 갈색 종이필터보다는 표백된 흰색 종이필터가 종이맛이 덜한데, 흰색 종이필터가 미세하게 비싸기도 하고, 표백을 하면 나쁘다는 오해가 있기도 하고, 커피필터지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시중에는 갈색 필터가 더 많습니다. 실제 커피필터지의 표백은 인체에 무해합니다.

 

 대조적으로 천 필터나 금속 필터는 오일을 걸러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천이나 금속 필터만 통과한 커피는 기름기가 남아있는 커피가 됩니다. 기름기가 있는 커피와 없는 커피는 맛, , 바디가 다 다릅니다. 그리고 여과능력 차이가 있으니까 미세한 커피가루가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촘촘한 천 필터는 미분을 잘 잡아주는데, 금속 필터는 영락없이 미분이 통과합니다. 이 미분도 맛 등에 영향을 꽤 줍니다.

 

 카누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95% 인스턴트커피에 5% 정도의 원두 미분을 넣은 겁니다. 그러니까 카누를 좋아하는 분은 미분이 좀 있는 커피도 좋아할 확률이 높습니다. 미분은 물속에 혼합될 뿐, 절대 용해되지 않습니다.

 

 추출법에 따라 어떤 소재의 필터를 쓰느냐를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 금속

핸드드립 : 주로 종이. ()이나 금속망을 쓰기도 합니다.

드립식 커피메이커 : 종이, , 금속 모두 사용

프렌치프레스 : 금속

더치(콜드브루) : 종이, , 금속 모두 사용

모카포트 : 금속 (종이 필터 적용 가능)

에어로프레스 : 종이 (금속 필터 적용하는 경우도 많음)

사이폰 : (종이 필터 적용 가능)

파드 : 종이

캡슐 : 원리상 금속

티백 : 종이




7) 커피에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마시는 취향은 존중받아야합니다.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게 표준입니다. 다만 설탕을 데미타세(에스프레소 잔)에 넣기만 하고, 젓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첫맛은 쓰고 끝 맛은 매우 달게 마십니다.

 



8) 커피는 많은 단점을 가진 음료입니다.

 

 큰 단점 중 하나는 커피는 결점두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한 잔의 커피에 상태 많이 나쁜 콩 한두 개만 섞여도 티가 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로 팔리는 원두에 들어가는 에티오피아나 인도네시아 생두, 완벽하게 핸드픽하려고 보면 이걸 대체 어떻게 마실 수 있는 건가 싶은 수준일 때도 꽤 많습니다. 결점두가 너무 많아서 다 골라내면 남는 게 얼마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딱 봐도 심각한 결점두만 골라내고 미미한 결점두는 그냥 마시게 됩니다.

 

 결점두에서 오는 나쁜 향미를 커버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그게 상업적인 커피의 첫 번째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숙련된 커피 로스터는 그저 그런 생두로도 제법 마실만한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나는 단점이 있는 커피는 2차팝을 시킨 후 스팀밀크와 시럽을 쓰는 커피를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이 더 맛있어집니다.

 



9) 커피는 감성이라 하는데요.

 

 핸드드립 감성으로 한다고 동드리퍼나 동드립포트 같은 거 장만하는 건 어지간해서는 커피맛에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습니다. 온도변화가 빠르고 빨리 식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프라이팬 소재로는 좋지만, 드리퍼 소재로는 별로 안 좋습니다. 저렴한 플라스틱 드리퍼 쪽이 어지간해선 맛이 더 좋게 나옵니다. 플라스틱은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감성은 커피 브루잉/제조 끝나고 즐겨도 됩니다. 커피도 요리입니다. 맛있는 음식 만드는 건 다분히 과학적인 영역입니다.



 

10) 커피를 추출할 때는 대략 다음과 같은 순서로 풍미가 추출됩니다. 신맛 - 단맛(실제론 단향) - 쓴맛. 그러니까 커피를 너무 길게 추출하면 쓴맛이 더 많은 커피가 됩니다. 재추출하면 안 되는 것도 그래서고요. 다만 커피추출이 길어지면 묽은 커피가 되기 때문에, 농도 차이로 쓴맛을 덜 느낄 수는 있습니다. 농도를 맞춰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11)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이야기하자면 커피믹스를 드실 때는, 믹스 포장으로 커피를 젓지 않는 게 좋습니다. 믹스 포장에는 이런저런 인쇄가 되어있는데, 그 인쇄에 사용한 성분이 용출될 수 있습니다. 그건 먹을 게 아니지요.

 



12) 베리에이션 커피 트렌드는 라떼아트입니다. 라떼아트는 카페라떼/카푸치노의 전반적인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줬습니다.

 

 라떼아트가 잘 되려면 좀 낮은 온도의 벨벳밀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라떼아트가 잘 되는 우유거품은 거품의 크기가 곱고 미세해서, 표면이 벨벳처럼 윤이 나야합니다. 그리고 온도가 좀 낮아야 해요. 여기에 색이 진한 커피를 써야 라떼아트가 근사해 보입니다.

 

 이렇게 벨벳밀크를 사용한 카페라떼의 텍스춰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만, 모두의 취향에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 크리미하고 풍성한 거품과 더 뜨거운 온도를 좋아합니다. 라떼아트의 유행 이후 카푸치노 위에 시나몬가루를 뿌려주는 케이스도 줄어들었고요. 보통은 말하면 뿌려주긴 합니다만.

 




13)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통상 둘 다 파는 곳은 커피 비율이 더 많으면 카페라떼, 스팀밀크 비율이 더 높으면 카푸치노라 합니다. 그리고 카페라떼보다 커피 비율이 더 높으면 플랫 화이트라 합니다. 카페라떼를 중간으로 보고, 우유가 더 많이 들어간 건 카푸치노, 우유가 덜 들어간 건 플랫 화이트라 생각하면 됩니다.

 



14) 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점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일반 카페라떼는 카페라떼 잔에 에스프레소를 먼저 받은 후, 스팀밀크를 부어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우유와 혼합된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거품이 얹어지게 됩니다.

 

 라떼 마끼아또는 반대입니다. 먼저 스팀밀크를 마끼아또 잔에 받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그러면 우유거품을 뚫고 에스프레소가 안으로 들어간 후, 우유와 우유거품 사이에 자리잡습니다. 그래서 우유거품에는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점이 남습니다. 라떼 마끼아또는 여기서 믹스하지 않고 그냥 층이 있는 걸 마십니다.

 

 잘 알려진 카라멜 마끼아또는 이 변형판입니다. 원조인 스타벅스 카라멜 마끼아또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마끼아또 잔에 바닐라향 시럽을 담습니다. 그 위에 스팀밀크를 담습니다. (우유와 바닐라향 시럽이 혼합됩니다.)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우유와 우유거품 사이에 에스프레소가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카라멜소스를 드리즐합니다. 즉 우유거품 위에 카라멜소스를 모양내 뿌려줘서 완성합니다

 



15) 모카라는 말을 커피에서 많이 쓰는데, 뜻이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본래 모카는 예맨이라는 나라의 서남부에 있는 항구도시 이름입니다. 영어 표기는 Mocha도 쓰고 Moka도 씁니다. 15~18세기에는 홍해에 접한 이 항구가 예맨 최대의 항구였고, 당시엔 세계 최대의 커피 거래장이 이 모카였습니다.

 

 이 모카 항을 통해 당시 거래되던 커피를 모카커피라 불렀는데, 모카가 세계 최대의 커피거래소였던 시간이 길었다 보니 커피를 그냥 모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용례로 사용되는 말이 모카포트(Moka Pot)나 모카빵입니다. 나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의 모카도 이 뜻으로 사용된 걸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예맨의 커피에는 모카라는 이름이 곧잘 붙습니다. 예맨 모카 마타리가 대표적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세계 3대 커피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 가격도 꽤 비싼데... 현대적인 커피 평가 기준으로 보면 일반적인 예맨 모카 마타리를 좋은 원두라 하긴 어렵습니다. 대신 개성적이고, 매력이 있긴 합니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하라(:Harrar)’ 지역 커피나 옛 지명 시다모(:Sidamo)’지역의 커피에도 모카라는 이름이 붙곤 합니다.


 그 외 카페모카라는 베리에이션 커피가 있는데 이건 위의 예맨 모카와는 전혀 상관없는, 카페라떼에 초콜렛 시럽/소스 들어간 베리에이션 커피입니다. 그러니까 모카시럽이니 모카소스니 이런 건 초콜렛 시럽/소스입니다. 어쩌다 이리 되었느냐 하면 예맨 모카커피에서 초콜렛 향이 나는 경향이 있어서 그리 되었다는데... 여하튼 커피에선 초콜렛 시럽/소스를 모카라고 표현을 합니다.

 

 또 모카라는 품종들도 있습니다. 일단 Mocca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건 부르봉(Bourbon:버번)의 변종입니다. 몇 년 전 생두 최고가 기록을 세웠던 엘 인헤르토의 판테레온 마이크로 모카가 그 품종이었지요. 그리고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에서 키우는 Mocha라는 품종이 있다고 합니다.



 

16) 인스턴트커피는 참 좋은 발명품입니다. 그렇지만 인스턴트커피는 어쩔 수 없이 맛이 없습니다. 프림이건 크림이건 우유건 설탕이건 다 뺄 때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커피 원두에 직접 손대면 귀찮아지는 게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는 캡슐 커피가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그 중 네스프레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나온 버츄오 말고 일반 캡슐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네스프레소 머신 용 호환 캡슐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환 캡슐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네스프레소를 접함에 있어 가장 주의하고 싶은 건 룽고는 절대 비추라는 겁니다. 내 생각엔 그건 시음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머신을 구매한 후라면 모를까, 머신을 들이기 전에 룽고 마셔보면 인상이 매우 나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캡슐을 사용할 경우, 네스프레소는 참으로 훌륭한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그럭저럭 맛있게 마실만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줍니다. 머신의 저렴한 가격과 관리/추출의 용이함을 생각해보면 강력추천할 만 한데, 단점은 많이 마시면 캡슐 값이 은근히 제법 들어간다는 겁니다.

 




17) 원두로 직접 집에서 커피를 해 드시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건 집에 핸드밀이건 전동밀이건 자체적으로 밀이 포함된 전자동 기계건, 여하튼 커피를 원두상태로 사서 갈아먹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절구나 믹서로 가는 건 안 됩니다. 일정한 굵기로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 원두는 추출 방식에 맞춰 일정한 굵기로 갈아야 합니다.

 

 갈지 않은 원두의 보존성도 충분히 나쁩니다만, 갈은 원두의 보존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카페 매장에서도 원두를 미리 갈아서 쓰는 건 절대엄금입니다. 편하려고 그렇게 하다간 금방 망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던 카페베네가 순식간에 망한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식으로 무개념하게 하는 매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핸드밀로 커피 가는 건 꽤 귀찮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동밀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커피를 매일 한두잔만 마시는 분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추출 전에 원두의 단단한 정도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도 한 장점이고요.

 

 전동밀은 편한데, 좋은 전동밀로 갈수록 많이 비싸집니다. 단순히 커피를 가는 데 돈을 많이 투자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아주 본격적으로 커피를 드시는 분이 아니면 가성비가 좋다고 하긴 어렵지요.

 

 원두를 넣으면 자동으로 드립커피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가정용 머신들이 있는데, 가정 내 커피소비량이 많으면 나쁘지 않습니다. 커피소비량이 적으면 캡슐이 낫고요. 캡슐이 좋은 게, 갈아놓은 원두지만 캡슐 안에 넣어뒀기 때문에 산패에 어느 정도는 저항력이 있습니다.




18) 커피를 마실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갓 볶은 커피는 맛이 없다는 겁니다. 이건 실제 카페를 차리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차려서 당황하는 경우까지 있다는데, 원리를 이해해야합니다.

 

 볶은 지 얼마 안 되는 커피를 갈아서 핸드드립을 해 보면 거품이 물을 붓는 대로 심하게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볶은 정도가 강한 커피일수록 그렇지요. 이런 상태의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으면 크레마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맛은 없습니다.

 

 볶은 커피는 조직이 부풀어 오르면서 안에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 성분이 많이 찬 형태가 됩니다. 이 가스가 커피빵이나 과한 크레마를 만드는 주 원인인데요. 가스가 빠지지 않은 상태로 커피를 추출하면, 가스 때문에 커피 알갱이에서 물이 커피 성분을 잘 용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기체가 있는 곳엔 물이 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갓볶은 원두를 봉투 안에 밀봉해두면 원두에서 가스가 빠지면서 부풀어 오릅니다. 이렇게 가스를 빼는 과정을 디개싱이라 하고요. 디개싱에 걸리는 시간은 원두마다 다르고 각자 의견도 다릅니다만, 보통 3~7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19) 고급 커피의 트렌드는 하리오 V60같은 드리퍼로 추출한 약배전 새콤 커피입니다. 내가 주로 마시는 커피도 이 쪽이고요. 그러나 나는 남들에게 어지간해선 내가 즐겨 마시는 타입의 커피를 권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신 커피를 싫어합니다. 커피 좀 드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과테말라 안티구아 시티를 에스프레소 추출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든 정도도 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요.

 

 한국인들은 원래 신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합니다. 평균적인 입맛이 그렇습니다. 김치가 피크를 지나 시어지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신 것 = 나쁜 것으로 관념이 생긴 것일지, 평소 음식에 향기가 풍부하거나 섬세한 경향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신 커피(약볶음 스페셜티)와 안 신 커피(보다 커머셜한, 베리에이션 위주의 커피)의 이분화가 어느 정도 되어 있고, 시장 내 점유 비율은 안 신 커피가 우월합니다. 문제는 스페셜티 애호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신 커피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건 스테이크 애호가들이 남들 다 웰던으로 소고기 구워먹던 시절에도 레어-미디엄레어 먹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신 커피를 보급하려는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대중화와 함께 평균적인 원두의 볶은 정도는 내려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프렌치나 이탈리안 정도로 볶은 원두도 흔했지만, 요새는 많이 볶아봐야 풀시티 정도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시티 정도로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평소에 마시는 건 미디엄 수준으로 볶은 원두가 좋지만, 이탈리안 수준으로 볶은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요샌 진짜 강배전 원두는 잘 없습니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생두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세계 시장 전반의 생두 품질이 올라간 덕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좋은 생두 수입에 힘쓴 덕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프렌치 이상으로 볶으면 생두의 특성이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생두에 적용하기 쉬운 게 아주 강한 볶음입니다.

 

 또한 로스터 입장에서는 강배전을 잘 하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일단 강배전을 하면 일부분만 타버리는 티핑이나 치핑이 잘 발생합니다. 볶는 실력이 좋으면 줄일 수는 있지만, 많이 볶을수록 결점두가 잘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결점두 중 쉘빈도 나쁜 맛을 내게 됩니다. 티핑을 다 골라낼 필요는 없지만, 저렴한 생두에 주로 적용하는 게 강배전인데 인건비도 비싸진 시대에 핸드픽이 늘어나는 건 효율이 안 나오는 행위입니다.


 많이 볶은 원두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간도 짧습니다. 약배전과 강배전 원두를 비교해보면, 강배전 원두가 좀 더 빨리 상하는 감이 있습니다.

 

 그 외 사견으로는 담배가 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요새는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예 금지되어있지요. 나는 흡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흡연자들은 강하게 볶은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걸 즐기는 경향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젠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또한 커피의 약볶음 추세의 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1) 더치커피(Dutch Coffee)와 콜드브루(Coldbrew)는 유의어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구분을 할 때는 콜드브루는 찬 물에 원두가루를 장시간 우려낸 것, 더치커피는 더치커피 기구로 장시간 소량의 찬물을 드립해 만든 것을 의미하긴 합니다. 그런데 더치커피는 일본식 조어에 가까워서, 영어로는 워터드립(Water Drip) 정도로 표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콜드브루가 더 넓은 범주의 표현이며, 더치커피 또는 워터드립은 콜드브루의 한 종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콜드브루는 특유의 맛이 있는데, 찬물의 특성 상 커피 원두의 성분을 충분히 용출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가지는 최대 장점이, 상태가 좀 나쁜 원두를 사용하기 쉽다는 겁니다. 핸드드립을 해 마시기엔 신선도가 좀 떨어지는 올드크롭 생두나, 로스팅한지 조금 지나서 맛있게 마실 시기는 지난, 그러나 산패되었다고 하기엔 애매한 원두, 또는 로스팅이 좀 실패한 원두를 비교적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식입니다. 비유하자면 스테이크용 고기 샀는데 조금 오래 되서 스테이크 해먹기 뭐하면 양념 재우거나 국 끓여먹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한동안 콜드브루는 카페인이 없다는 오해나 홍보가 있었습니다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콜드브루도 카페인이 꽤 많습니다. 카페인이 없길 기대하면서 콜드브루를 마시면 안 됩니다. 카페인을 피하고 싶으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콜드브루 커피의 최대 문제는 오염입니다. 일반적인 커피는 뜨거운 물에 추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살균됩니다. 그렇지만 콜드브루 커피는 추출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되기 비교적 쉽습니다. 그리고 차게 장시간 보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찬 온도에서도 세균은 번식합니다. 그러니까 콜드브루 커피는 철저하게 관리/보관되어야 합니다.

 



22) 커피는 카페인을 가진 대표적인 식물/음료입니다. 카페인에 대한 내성은 각자 다릅니다만, 커피를 좋아하면서 카페인에 약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루에 마시는 카페인 양을 신중히 계산하면서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페인을 가진 식물은 대략 커피, , 카카오, 콜라, 과라나, 마테 정도입니다. 이 중 차는 차나무(Camelia Sinensis)Camelia Taliensis라는 (중국어로는 大理茶) 차나무의 친족으로 만든 본래의 (:)’만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녹차, 백차, 황차, 오룡차(:우롱차/청차), 홍차, 흑차 및 보이차만이 해당됩니다. 흔한 오해 중 하나로 장기간 숙성된 보이차/흑차/백차는 카페인이 줄어든다는 통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카페인은 그냥 둔다고 분해되지 않습니다.

 

 초콜렛은 카페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거기 카페인이 있다는 걸 망각하곤 합니다. 물론 카페인 성분은 카카오매스 같은 것에 들어있기 때문에, 카카오매스 함량이 낮은 밀크초콜렛 계열은 카페인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무시할 정도는 아니며, 다크초콜렛은 카페인이 꽤 많습니다. 초콜렛이 들어간 모든 음식물은 카페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콜라는 본래 목본성 식물 이름입니다. 코카콜라는 처음엔 코카 잎과 콜라 열매로 만드는 음료라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고요. 그런데 코카 잎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건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요. 콜라 열매는 계속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어서요. 여하튼 콜라 열매에는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데, 근래 출시되는 콜라에 콜라열매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카페인은 들어가 있습니다.

 

 과라나는 브라질 원산의 식물로 씨앗에 카페인이 많습니다. 과라나 음료는 주로 브라질과 홋카이도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라나에서 비롯된 카페인은 많이 섭취합니다. 핫식스, 레드불, 몬스터 같은 에너지음료에 과라나 추출 카페인을 쓰거든요.

 

 마테는 차처럼 잎을 우려마시는 식물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 많이 마시는데, 카페인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돕니다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마테라고는 잘 안 부르고, 마테차라고 주로 부릅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건 갈아놓은 잎도 있고, 티백도 있고, 인스턴트도 있고, PET음료도 있습니다. 맛은 담배 맛 비슷한데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마테는 그럭저럭 맛있는 음료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턴트 마테는 찬 물에도 잘 녹습니다.

 

 의약품에도 카페인은 많이 쓰입니다. 카페인 정제도 있고, 펜잘이나 게보린 같은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23)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는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음료입니다. 다만 카페인 또는 커피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지장이 있다고들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에 비해 풍미가 뒤떨어지고, 가격은 더 비쌉니다. 카페인을 빼는 공정은 어떻게 해도 커피의 풍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공정이 추가되니까 가격도 올라가고요. 심지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옛날 방식의 공정이라면 모를까 요새 공정은 건강에 해롭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가지는 장점도 있긴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가공 과정에서 카페인 외에 오일 성분도 일부 잃어버립니다. 그러니까 그 결과 일반 커피보다 오일이 적은 커피가 됩니다. 프렌치프레스 같은 간편한 툴로 브루잉해도 그다지 오일리하지 않은 커피가 나온단 말이지요. 또한 산패에도 일반 원두보다 강한 편입니다.

 


 

24) 커피에 넣을 수 있는 밀크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일단 예전부터 많이 쓰던 프림(크리머)은 팜유를 주성분으로 한 식물성 크림입니다. 과거에 비해 요새는 프리마를 직접 사서 먹는 사람은 꽤 줄어들었지만, 나름대로 맛있고 싸고 보존성이 좋습니다. 사실 여전히 사람들은 프림을 많이 먹고 있는데, 일단 맥심이나 맥스웰 하우스 커피믹스에 프리마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냥 우유를 넣는 건 간편하면서도 좋은 선택입니다. 인스턴트 다방커피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뜨거운 커피엔 적당히 데운 우유가 어울립니다. 물론 우유 대신 가당한 연유를 사용하는 것도 일반적인 레시피입니다.

 

 커피 대비 우유의 양이 너무 많으면 밀크커피가 아닌 커피우유가 됩니다. 커피우유도 맛있는 음료지요. 나는 커피 마시자고 누군가와 편의점에 갈 때면 커피우유를 곧잘 마십니다. 어지간한 PET병 커피나 캔커피보다는 커피우유가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에서는 주로 스팀밀크를 씁니다. 스팀밀크는 증기가 나오는 스팀완드를 이용해 우유를 데우면서 거품 낸 것입니다. 우유를 스티밍하면 단백질이 데워지면서 주입된 공기를 감싸게 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으면 거기 있는 스팀완드를 쓰면 되지만, 스팀완드가 없어도 스팀밀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어쨌든 데운 우유에 공기를 넣으면서 믹싱하면 우유거품은 생기거든요. 머랭 만들 때 쓰는 거품기로도 만들 수 있단 말이지요.

 

 휘핑크림을 얹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휘핑크림에도 식물성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생크림을 쓰는 게 몸에도 입에도 낫습니다만, 식물성 크림이 더 싸지요.

 

 두유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주로 비건들이 먹긴 합니다.



 

25) 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피 브루잉 방식은 에스프레소입니다. 여담인데 Brew(ing)라는 영단어는 에스프레소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만, 편의상의 문제인지 한국에서 브루잉 커피라고 하면 에스프레소가 아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Espresso는 이탈리아어로, 영어 Express와 같은 뜻입니다. 그러니까 에스프레소 커피는 신속하게 추출한 커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라틴어 Presso, 영어 Press는 누르거나 압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는 압력을 가해 눌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중의적인 어감입니다.

 

 카페 매장에서 커피를 주로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는 이유는 내 생각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빨라서. 다른 하나는 진해서 베리에이션 커피를 만들기 좋으므로. 마지막 하나는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실 때의 퍼포먼스가 좋아서입니다.

 

 좋은 생두를 최적의 풍미가 나게 볶아서 추출한다고 가정하면, 핸드드립으로 추출해 따스할 때 마시는 게 가장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어지간하면 그렇게 마시는 게 최고의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립은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베리에이션 커피에 약점을 보이며, 차갑게 마실 때의 퍼포먼스도 애매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일반적인 품질의 생두는 굳이 핸드드립으로 마실 만큼 충분히 좋은 맛이 나지 않거나, 맛은 좋더라도 뚜렷한 개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에스프레소 추출 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26)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에서 커피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은 마일드입니다. 내가 보기에 모카는 그냥 가져다 붙인 말이고, 실제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의 특성은 마일드 쪽입니다. ‘마일드와 노란색은 예맨이나 에티오피아 모카커피의 특색이 아닌 브라질 커피의 특색입니다. 브라질 커피는 아라비카가 많은 반면 맥심 모카골드는 메이비 로부스타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마일드 커피는 대략 높이가 낮은 플레이버, 차분함, 좋은 밸런스, 낮은 개성, 신맛과 쓴맛이 동시에 약함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화려함이나 밝음이 없는 수수한 커피라는 뜻도 됩니다.

 

 인스턴트 커피라도 마일드보다는 오리지날쪽이 덜 마일드합니다. 그러니까 맥심 커피도 노란 모카골드보다는 붉은 오리지날이 좀 더 커피스러운 맛이 난다는 건데요.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카골드를 선호하게 된 건, 그다지 커피그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그 자체보다는 커피가 들어간 음료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들조차 순수한 커피 그 자체를 좋아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드립커피보다 카페모카나 카라멜마끼아또를 좋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전업 바리스타가 아닌 자격 취득자가 대상입니다.



 

27) 현재 우리나라에 카페는 정말 많습니다. 카페가 나름 블루오션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카페 수가 너무 늘어나서 심각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지요.

 

 2018년 기준 카페의 폐업률은 14.1%입니다. 치킨집은 10%니까, 치킨집보다 폐업률이 높은 겁니다. 게다가 2018년에 폐업한 카페 중 52.6%는 영업기간이 3년 미만이었습니다. 오래 하던 카페보다도 새로운 카페들이 문을 더 닫는다는 것입니다.

 

 카페가 많이 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 대비 카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만, 그 다음의 주된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커피에 대한 이해와 애호가 부족한 채 카페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페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얼음 관리입니다. 대체로 카페에서는 제빙기 및 얼음보관통을 쓰는데, 이 세트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온이니까 위생문제가 덜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카페에서 가장 오염되기 쉬운 게 얼음입니다.

 

 얼음을 제대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비용은 가벼운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핫 아메리카노의 원가는 절대 같지 않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비싸다 해도 의문을 가질 것은 없습니다.

'식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식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83) 2020.08.28
커피 생두 가공법  (27) 2020.07.05
호흡기 질환 예방/관리에는 이것도 괜찮습니다.  (13) 2020.01.27
돼지고기 뼈등심 소개  (22) 2019.11.30
런천미트 세균 검출 사건  (4) 2018.10.24

인천 지역 소개 - 4. 서구 - 1) 옛 서구 지역

사회 2020. 5. 5. 20:1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이 지역에서 뮤비를 찍은 2NE1 Ugly

 

https://youtu.be/NGe0hHvAGkc

 


 이전 화


1. 계양구 - 1) 계산, 작전동 일대

1. 계양구 - 2) 외곽 및 산악지대

2. 부평구

3. 남동구 - 1) 구월, 간석, 만수동 일대

3. 남동구 - 2) 남촌도림동, 장수서창동, 논현동 및 고잔동





 원래는 남동구 다음에 연수구를 다루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연수구는 인천 동부라기보다는 서부에 가깝다고 판단하여 나중 차례로 돌리려고 합니다.


(인천광역시 서구 행정동 지도입니다. 오류동 가운데의 흰 부분은 쓰레기매립지 일대.)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서구는 섬 지역을 제외한 인천 본토에서는 가장 넓은 지역입니다. 좀 과하게 넓어서 총면적이 현재 무려 137.12인데요. (서구 공식 면적) 인천이 워낙 넓은 광역시라 인천광역시의 10개 자치단체 중에선 총면적이 4위고 순위로는 중간 정도밖엔 못 하긴 합니다. 섬지역이 많이 넓거든요. 그래도 서구 면적도 상당히 넓은 거라 수원시 전체보다 넓고 성남시 전체와 비슷한 면적입니다. 이 큰 넓이 때문에 향후 분구가 거의 확정적입니다.


 

 조선시대에 서구는 검단 지역을 제외하면 부평도호부에 속했고, 인천 편입 직후엔 북구의 서쪽 일부였습니다. 옛날엔 산 넘어 바닷가 마을 정도인 곳이었지요.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현재의 주안산단 및 청라국제도시 지역이 매립되고, 김포 검단면이 인천으로 넘어오면서 현재의 광활한 면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넓어진 후에도 한동안 광활한 지역이 시골이었지만, 느리게나마 점차 개발이 되면서 이젠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자치구가 되었고요. 개발과 인구유입이 계속되는 지역이다 보니 2020년 현재는 남동구보다 인구가 많아져서, 인천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자치구가 되어 있습니다. 이 넓은 지역이 아직도 국회 의석수는 겨우 2개여서 문제가 많기도 합니다. 인천광역시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정치력과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는 겁니다.


 

 현재의 서구는 본래 육지였던 옛 서구지역과 매립지인 인천 북항 및 공장지대, 청라국제도시. 그리고 검단의 4지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 검단은 하나의 자치구만큼이나 넓은 지역이라 향후 분구될 가능성이 높고요. 본래 김포였던데다 아라뱃길로도 나뉘기 때문에 생활권이 좀 다른 지역입니다.


 

 서구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옛 부평도호부의 지리부터 이해해야합니다. 김포-부평평야 서쪽엔 가현산-계양산-천마산-원적산-철마산-법성산-만월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이 있는데요. 1960년대만 해도 이 산맥이 바닷가 산맥이었습니다. 물론 산맥 넘어 바닷가에도 마을들이 있었는데요. 이 지역이 현재의 연희동 일대 및 가정동, 신현동, 석남동, 가좌동 등의 지역으로 예전부터 있었던 서구 일대입니다. 그리고 가좌동 남쪽으로는 만조 시 바다, 간조 시 갯벌인 만(bay)이 있었고, 이 곳에 주안염전이 있었지요. 주안염전은 조선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한 지역이었고, 광복 이후에도 한동안 전국적인 천일염 생산지였습니다. 근래의 신안군 천일염 같은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주안이 가지고 있었다고 할까요.


 

 그렇지만 인천은 타 지역보다 빠르게 산업화되었습니다. 60년대부터 주안염전 일대 및 서구 서쪽이 매립됩니다. 그리고 거대한 공단과 항구(인천 북항)가 생기지요. 바다를 접한 큰 공단이 있으니 서구의 주거지역은 동서로는 좁게, 남북으로는 길게 들어서게 됩니다. 시대적 특성이 있고 지리적 특성이 있으니 재래시장이 여럿 들어섰고, 옛 부평도호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생활권이나 문화는 남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옛 인천도호부쪽에, 그러니까 십정동/간석동/주안동에 훨씬 더 가깝게 발달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 지역과 부평 지역을 오고가려면 언덕을 넘거나 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남쪽 길부터 언급하자면 산곡동 한양아파트 옆으로, 지역 명문고인 명신여고를 끼고 철마산을 넘는 원적로가 일단 있고요. 그 바로 북쪽에는 인천의 세 자동차전용 유료터널 중 하나인 길주로의 원적산터널이 있습니다. 이 세 터널들은 하이패스가 안 되고 거리대비 비싼 걸로 악명 높습니다. 다른 두 터널은 부평과 구월동을 잇는 만월산터널, 그리고 미추홀구 학익동과 연수구 청학동을 잇는, 문학산을 관통하는 문학터널입니다.


 

 원적산터널 북쪽으로는 장수산과 천마산의 골짜기에 경인고속도로가 지나는, 계양구와 부평구와 서구 세 구의 경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경인고속도로의 현 시작점 서인천IC가 있고, 그 남북으로 일반도로가 지나가는데 남쪽 일반도로는 장수산 자락을 지나가는 서달로고, 북쪽 일반도로는 동쪽으로 부천을 횡단해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까지 이어져 화곡로에 직결되는 봉오대로입니다. 봉오대로의 옛 이름은 봉화로이며, 이 도로는 부천에서는 오정대로였는데 이름이 합쳐져서 봉오대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구청 북쪽에는 계양산과 천마산 사이의 징매이고개를 넘는 경명대로가 지나갑니다. 이 징매이고개는 고려 충렬왕 시대에 이 곳에 사냥용 매를 징집하는 국영 매방을 이전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후 양녕대군도 이 지역에서 매사냥을 즐기다 결국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줬다고도 전해집니다.


 

 옛 서구의 거주지는 바닷가이면서 산자락이었기 때문에, 낮은 고개가 많은 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석남동이나 가좌동 일대의 고갯마루에 서서 남쪽이나 서쪽으로 길이 뚫린 쪽을 바라보면, 지평선 가까운 저 멀리까지 시야가 트입니다. 물론 그 끝에 있는 것은 어디에서 봐도 공장 지대입니다. 인천 어느 지역보다도 연희동 쪽을 제외한 옛 서구지역이 오래된 항만 공업도시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선 산업 지역 특유의 지저분함과 활기와 난개발과 오래 되고 낡은 지역을 동시에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단이 있는 부평구나 남동구 쪽과 비교하면 옛 서구 지역은 좀 더 오래된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 지역이 인천 밖에서 인천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미지에 꽤나 근접한 지역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천에서 이런 지역은 옛 서구뿐입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오래 된 항만공업도시의 모습을 체험하고 싶으면 옛 서구 지역을 다녀보시길 권장합니다.


 

 북쪽에서부터 가정동, 신현원창동, 석남동, 가좌동은 남북으로 쭉 이어지는 연담화된 도시지역입니다. 가좌동은 한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할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았던 동이라고 하는데요. 실제 옛 서구 거주지역은 반듯하게 길이 뚫려있는 곳이 많고,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이 아주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동네 생긴 걸 보면 한 때는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네였을 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지요.


 

 이 옛 서구 주거지역 동쪽으로 ()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갑니다. 지금은 규정상 일반도로가 되었지만, 아직 생긴 거나 차량 달리는 모습은 그냥 지상에 깔린 고속도로입니다. 이 때문에 원적산 서쪽 자락, 경인고속도로 동쪽에는 동서로 아주 좁고 남북으로는 긴 주거지역이 있는데, 고립지형이고 산 근처라 그런지 고속도로 서쪽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고 공기 괜찮은 분위기의 동네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경인고속도로 서쪽은 난개발이 끊임없고 유동인구도 꽤 되고, 공기는 나쁩니다.


 

 서구청이 위치한 연희동은 중간에 산이 있어 남쪽의 가정동과는 떨어져 있습니다. 연희동 일대는 옛날엔 곶(cape)이었고, 계양산과 천마산 사이의 고개를 넘으면 부평도호부의 중심이었던 계산동과 바로 이어지는 지역입니다.


 

 고종 때 곶이었던 현재의 연희동에 진지와 포대를 설치하고 연희진지라 불렀습니다. 이후 연희진지는 개항되면서 쓸모가 없어졌고 진지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지형이 곶이었던 만큼 현 서구 지역의 중심지가 되었지요. 여담입니다만 원인천 쪽도 본래는 곶이었고, 연희진과 함께 그 쪽에도 진지를 설치했었는데 그게 화도진입니다. 이건 중구, 동구 이야기할 때 더 해보지요.


(인천광역시 서구 법정동 지도입니다.)

 

 연희동 일대는 지금도 서구의 행정 중심지입니다. 거대한 면적을 가진 서구에서 마침 지리적으로 가운데 쪽이기도 하거든요. 인천 아시안게임에 사용했던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이 있고, 서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가톨릭관동대학교국제성모병원도 이 곳에 있습니다.


 

 서울 논현동도 그렇지만 서울 연희동도 동 이름이 꽤 유명하다 보니, 인천 사람들도 연희동이라고 하면 서울 연희동을 먼저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 인천 서구 행정동 연희동은 법정동으로는 심곡동 + 공촌동 + 연희동 일부인데, 심곡동이라고 하면 또 부천 심곡동이 더 유명합니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도 구분해서 굳이 인천 연희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명이 그래서인지 서구청 쪽이라고 부를 때가 가장 많습니다. 현재 아시아드경기장역이 있는 공촌사거리가 유명해서 공촌사거리 쪽이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연희동에 있는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인천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경기장입니다만, 현재 거의 방치나 다름없는 상태의 문젯거리입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문제는 좀 스토리가 복잡한데요.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상수 시장 재임 당시 인천은 꽤 잘 성장 중이었습니다. 빚더미라는 이야기는 민주당의 언론 플레이였고, 실질적으로 재정 문제가 그 때는 없었습니다. 민주당의 부채 관련 언론 플레이는 너무나도 지저분했고 인천광역시의 이미지 및 미래에 큰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결코 이 문제에서 민주당을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부망천 같은 소리는 그것에 비하면 완전히 애교지요. 여하튼 안상수의 인천은 2007년에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데요. 여기서 7만석 규모의 주경기장 신축 계획이 생깁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신규인프라 건설에 부정적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안상수는 역시 행정에 있어서는 뛰어난 인물이라 20091, 포스코건설이 4,460억 원의 건축 비용 중 70%를 부담하고 나머지 30%는 인천시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주경기장을 신축하기로 비공식 합의를 했었습니다. 혹자는 포스코건설이 인천아시아드를 지으려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포기했다고 주장합니다만, 포스코건설과 인천시가 합의한 시점은 2009년이라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입니다. 대신 포스코건설이 경기장을 30년간 운영하고, 인근에 주상복합도 지어서 투자금+이익을 회수하려고 했었지요.


 

 그래서 안상수의 인천시는 개발제한구역이던 현 인천아시아드 부지의 개발제한을 해제하고, 토지보상까지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착공 직전까지 간 게 2010년 지방선거 무렵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뜻밖에도 안상수가 져버립니다. 안상수가 모든 걸 잘한 건 당연히 아닙니다만, 그래도 나는 아무리 복기를 해도 안상수가 최고의 인천시장이었다 생각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안상수는 이미지가 너무 많이 부당하게 더럽혀져버려서, 나는 종종 안상수가 왜 좋은 시장이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잘못된 공천으로 정치생명이 허무하게 다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지요.


 

 송영길은 처음부터 인천아시아드경기장 신축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당선된 후 시장 취임식도 하기 전에 쿠웨이트로 떠났지요. 그리고는 아흐마드 알사바 OCA 회장을 만나 인천은 7만석짜리 신축경기장을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5만석 규모의 문학경기장을 증축하여 5천석을 추가하고 이런저런 인프라로 지원하겠다고 협의합니다. 그에 아흐마드 알바사 회장의 동의를 얻어내고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난리가 납니다. 서구 주민들이 이걸 그냥 받아들일 리가 있습니까.



 이 때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이 그 때도 서구 국회의원이었고 (이번에 낙선은 했지만) 지금도 국회의원 신분인 이학재 의원입니다. 송영길은 취임도 하기 전부터 국회의원과 구의원이 낀 강경한 시위대를 마주하게 되었지요. 취임식까지 엉망이 될 뻔한 걸 이번에 12년 만에 총선에서 이겨 국회의원이 된 김교흥이 중재하여 겨우 수습하기도 했었습니다.


 

 송영길은 처음부터 불리한 입장이었는데, 애초에 안상수를 꺾기 위해 송영길과 민주당측에서 펼친 인천 부채 언플이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프로파간다와 프레임으로 선거판을 뛸 때는 몰라도, 취임 후 팩트와 숫자로 싸우면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안상수의 인천아시아드건립계획은 인천시가 큰 비용지출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난리가 났으니 포스코건설도 발을 뺍니다. 70% 건축비를 분담해 직접 짓겠다던 포스코건설이 발을 뺐으니, 당연히 정치적으로 더 난리가 났고 송영길은 크게 지탄 받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바보짓이 된 겁니다. 송영길의 정치적 거점이 서구였으면 그런 행동을 못 했을 것입니다만, 송영길은 동쪽 계양을이 본거지고 거긴 서구아시아드 경기장 같은 덴 아예 별 관심이 없었지요.


 

 어쨌든 이 상황에선 당시 긴축 중이던 인천은 문학경기장을 증축할 수밖에 없게 되었었습니다만... 그렇게 안됐습니다. 갈등이 심해지니 결국 55,000석짜리 주경기장을 서구에 짓는 것으로 중재안이 나왔고, 인천시는 그 부담을 할 수 없었으니 중앙정부에 징징을 시전했고, 서구 주민들의 필사적인 징징에 이명박 중앙정부는 어쩔 수 없이 건설비의 27%. 1,326억원의 지원을 해줍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거지같은 사건이었지요. 송영길은 위대합니다.


 

 이후의 전개도 참 씁쓸했는데요. 당초 계획이 4,460억으로 7만석이었던 반면 실제 지은 건 55,000석인데도 어째 같은 예산이 들어간 걸로 보입니다. 이건 뭔가 내가 본 자료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포스코건설이 직접 주도해 짓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이해는 안 갑니다. 그리고 주변 개발이 늦어지고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완공도 늦어져,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너무 외지에 경기장만 있는 셈이 되었고 그나마도 육상 경기밖에 치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6년이 지나도록 이 경기장은 지금도 거의 버려져 있다시피 합니다. 외형은 참 멋진데 막상 가 보면 휑합니다. 당초 계획대로 포스코가 운영을 담당하고 근처에 주상복합을 지었다면, 어쩌면 달랐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유지비로 세금만 1년에 수십억씩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물론 송영길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질 수가 없지요. 시장 재선 실패 이후 서구 의원도 아니고 계양구 의원인데.


 

 나는 이런 거액을 들인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좋은 인프라가 활용되지 못하는 데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거리마다 번화하고 도시 인프라마다 사람이 몰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가끔 그 때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습니다.


 

 서구청 일대의 주거 및 상업지역은 서구의 중심이라기엔 그다지 넓지 않고, 모든 방향으로 다소 고립되어 있으며, 언덕 지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구의 중심지가 이렇게 고립지형에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북쪽과 서쪽으로 부지가 없는 게 아님에도 개발제한이 장기간 걸려있던 탓이 큽니다. 그나마 서구청 일대 자체도 90년대 이전에는 지금보다 개발이 훨씬 덜 되어있던 지역이고, 서구는 서구청 일대보다 더 남쪽에서 우선적으로 발달하였었습니다.


 

 서구청 일대는 90년대 중후반에 개발된 곳이 많습니다. 아파트들이 꽤 있는 동네인데, 아파트들 준공년이 대체로 94~98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예전부터 서구의 중심지이긴 했지만, 동네는 아주 오래 된 동네는 아닙니다. 90년대 후반까지도 연희동 일대는 한참 개발 중에 있었습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서쪽에는 현재 제법 조성을 해둔 연희공원이 있습니다. 이 연희공원이 본래 연희진이 있던 곳이라, 지금도 가 보면 포대의 흔적이 있습니다.


 

 양질로 조성 중인 공원임에도 인접한 아시아드와 마찬가지로 연희공원은 적어도 평일 기준으로는 사람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청라국제도시의 바로 인근에 있지만, 실제 청라 거주지에서 도보 접근성이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지만, 아직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공원인데요. 서구가 워낙 넓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보니, 인프라는 갖춰가는데 아직 그걸로 뭔가 꾸려 나갈 행정력 등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연희공원은 바닷가에 나름 제법 격지라 그런지 계절 잘 맞추면 철새를 보기 쉽습니다. 나는 2019년에 이 곳에서 대형 조류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정확한 형태를 본 것은 아니라 확신은 못합니다만, 어쩌면 두루미를 봤던 것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예전에 연희동경서동 일대는 두루미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되었다가 간척사업으로 지정해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1977년 지정, 1984년 지정해제)


 

 본격적인 옛 서구지역은 서구청 쪽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현재의 루원시티에서 시작됩니다. 루원시티는 본래 가정오거리로 불리던 곳이었고, 한 때는 재개발이 지체되면서 인천 최악의 슬럼으로 전락했었습니다. 루원시티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재개발의 지체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재개발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 지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샘플이지요. 다만 이름이 루원이라 처음 들으면 중국 지명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루원시티라는 이름은 본래의 동 이름인 佳停’, 아름다울 에 머무를 과 연관이 있는 이름입니다. 루원이 한자로 樓苑인데 다락 루에 (누각이나 망루에 쓰는 한자) 나라동산 원입니다. 나라동산 은 우리나라에서 잘 쓰는 한자는 아닌데, 왕족이나 귀족이 울타리를 치고 짐승과 식물을 키우며 종종 사냥을 하는 곳을 이라 합니다. 역사와 문화의 차이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많이 쓰는 한자고, 우리나라에서는 궁궐에나 써왔습니다. 가정동 루원시티라 하면 즉 아름다움이 머무는, 누각이 있는 나라동산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 루원시티는 청라와 연담된 신도시 지역이니 나중에 따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북단의 옛 가정오거리부터 시작되어 남쪽으로는 가좌동까지 이어지는 옛 서구 주택지는, 바다에 인접한 지역임에도 주민들이 바다를 보고 살거나 하진 못합니다. 인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인천 시민들이 바다와 가까이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대다수의 인천 사람들은 거의 바다를 잘 보지 못하고 삽니다. 인천 바닷가는 월미도나 정서진, 그리고 항구와 포구 같은 극히 일부의 지역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공장지대라서 일반 시민들이 굳이 갈 일이 없습니다. 막상 가도 대체로 볼만하지가 않고, 바닷가는 철조망 같은 걸로 막혀 있기 일쑤입니다. 부두에 가도 거의 컨테이너선 같은 게 많고, 관계자 외 출입제한지역도 많고, 군사시설도 곳곳에 있고, 유람선 같은 건 별로 없으며 여객선이 다니는 항구도 제한적입니다. 인천 시민들의 수상 레저는 공업이 발달한 바닷가보다는 어째 아라뱃길과 한강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옛 서구지역 바닷가의 산업 단지는 규모도 크고 항구까지 있는데도, 별로 인천 내에서 존재감이 있는 편은 아닙니다. 이 지역은 본래 육지가 아닌 바다라 할 수 있었고, 염전이나 수산업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관련 직업을 가지거나 한 게 아니라면, 그냥 일반적인 길로 다니면 굳이 가볼 일이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운전을 하다 잘못해서 들어가도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곳으로 왔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역이지요. 주안산업단지와 쭉 이어져 있는데, 넓이로 보면 이 주안산단이 인천 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임에도 인천시민들에게는 남동공단이나 부평공단 등에 비해 존재감이 없는 편입니다. 현대제철, 한진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GS칼텍스 같은 대기업 공장들과 듀오백 같은 유명 브랜드가 이 지역에 있지만 굳이 찾아가지 않는 이상 들어갈 일이 없거든요. 그나마 송림동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생긴 후에는 공단을 통과할 일이 좀 늘긴 했지만요.


 

 이렇게 해안 산업단지와 산지 사이에 있다 보니, 옛 서구지역은 공기 질이 그리 좋은 편은 못 됩니다. 물론 이것도 세부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아예 산지에 가깝거나 지대가 높은 쪽은 교통이 조금 나쁜 대신 공기 질은 그래도 괜찮은 편인 것 같습니다. 경험적으로는 공단이나 대로 근처라도 지대가 높으면 공기 질은 괜찮아집니다.


 

 옛 서구 지역의 산업단지와 주거지대가 완전히 대책 없이 붙어 있는 건 아닙니다. 서구 주거지역과 산업단지 사이에는 완충녹지가 있긴 합니다. 신현동 주거지역 서쪽은 구릉지이고, 석남동 쪽부터는 동서로 100m 정도 되는 공원 및 녹지가 남북으로 1.5km 정도 이어지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재울역에도 완충녹지공원이 있고요. 사실 이런 완충 녹지가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공장 지대에 가볼 일이 더 없기도 합니다.


 


 다만 남부의 가좌동 쪽은 가재울역 근처를 제외하면 주거지역과 산업단지가 별다른 경계 없이 이어집니다. 가좌동은 80년대엔 거주인구수가 전국적으로 많았던 동네고, 당시엔 딱히 공장지대와 주거지대를 나눌 여유가 없던 시대였고, 사람들도 신경을 많이 안 썼는데 그 시대 모습 그대로 세월이 지나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 공단에 인접한 가좌동에 가 보면 정말 옛날 중공업도시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주거지역보다는 공단이 훨씬 넓은 동이지요.


 

 현대 도시에서 공장을 뺄 수는 없습니다. 제조업은 산업의 근간이고, 중공업 없는 세련된도시를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어렵습니다. 굴뚝이 없는 도시는 전국에서 서울과 세종시 뿐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많이 키웠습니다. 서구 옛 지역들에는 그런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고, 청년들 중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공장들도 노동자를 꾸준히 고용하기 어렵게 되었고요. 인천은 일자리 자체는 널렸음에도 실업률이 높은 도시가 되었지요.


 

 앞으로 인천에 있는 공장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20년 현재 공업 도시로의 인천이 가진 경쟁력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될 것입니다. 옛 서구지역의 과거와 현재는 공업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옛 서구지역에서 꽤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주안산단은 동구 및 미추홀구와도 밀접한 관계이므로, 차후 미추홀구를 다룰 때쯤에 다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현 시점에서 옛 서구 지역은 인천의 대표 할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인천에 이런 곳이 좀 더 많았지만 시대가 지나고 현대화되다 보니 줄어들어서, 이젠 옛 서구지역만 좀 특별해진 상황입니다. 특히 석남동 일대가 유명합니다. 좀 시끄러운 거 좋아하고 밤을 사랑하는 분들이 지내기 좋은 동네라고 할까요.


 

 한편으로 최근 옛 서구지역엔 인천 2호선을 따라 역세권에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옛 경인고속도로 길을 따라 함께하는 인천 2호선은, 옛 서구지역에서는 역 입구들이 꽤나 외진 데 있다는 느낌인데요. 그래서 독특한 모습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낡은 동네 외각, 고속도로 인근에 신축 오피스텔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지요. 인천에는 아직 서울 수준으로 역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역세권은 꽤 가치가 있는 편입니다.


 

 외부에서 인천을 보는 이미지와 실제 인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인천은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그나마 비슷한 지역은 있지요. 항구도시 인천의 역사적 이미지가 남은 곳이 원인천이라면, 항만공업도시 인천의 이미지에 제일 부합하는 지역은 이 옛 서구지역일 겁니다. 그런데 옛 서구 지역도 근 몇 년 사이 빠른 개 중에 있고, 꽤나 생기가 있는 지역이라 몇 년 후의 이 지역은 좀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시게시판 - 2020. 05

게시판 & 방명록 2020. 5. 2. 16:14 Posted by 해양장미

 임시게시판을 지속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5월 게시판을 엽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답글/댓글 기능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이 게시판처럼 이용하시면 됩니다. 커뮤니티 같은 거니까 전 기본적으로 답글 안 답니다. 달고 싶은 것만 달 겁니다. 제 의견이 궁금하신 건은 방명록에.


 룰은 기존 블로그 룰대로 빡빡합니다. 막말금지. 비속어사용 금지. 공공연한 멸칭/비하표현 금지. PC룰 기본적인 건 다 적용하고요. 주의경고 처리 기준 다른 포스트 댓글란/방명록과 동일적용입니다. 이용하시는 분들은 오프라인에서처럼 매너 지켜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가능한 다양한 분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시판 & 방명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명록 - 2022년 3월  (389) 2022.03.01
방명록 - 2022년 2월  (284) 2022.02.01
방명록 - 2022년 1월  (356) 2022.01.01
방명록 - 2021년 12월  (381) 2021.12.17
임시게시판 만듭니다. - 2020. 04  (176) 2020.04.18

같은 걸 봐도 다르게 보인다

정치 2020. 5. 1. 14:11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둘리 OST 최고 명곡

 

https://youtu.be/jTl0Lbocsxc

 



 

 어릴 때 아기공룡둘리를 보면, 둘리 일당은 요리보고 저리봐도 알 수 없는, 귀여운 내 친구같고, 고길동은 못되고 나쁜 어른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후 아기공룡둘리를 보면 둘리 일당은 무슨 악마가 따로 없고, 고길동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달라지지요. 우스갯소리로 5대성인이니, 생불 고길동이니 같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를 아느냐 모르느냐, 어디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같은 걸 봐도 판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에게 둘리 일당이 사실은 나쁜 거라고 설명해 봐야 소용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알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자각 없이 돌봐주는 어른들을 힘들게 하기 마련이지요.


 

 마냥 위수문동 정권을, 민주당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아기공룡둘리를 보며 둘리 일당을 친구처럼 여기는 어린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그들은 미통당이나 안철수는 물론 민주당 내 비문이건, 민생당이건 정의당이건 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아이들이 고길동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나 별 다를 게 없습니다. (물론 비문세력이 고길동만큼 성인군자라는 건 아니고, 미통당 지지층이 딱히 평균적인 정치적 이해수준이 높은 것 또한 절대 아닙니다만.)



 둘리 일당을 좋아하고 고길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딱히 나쁜 아이들이라 그런 것은 아닌 것처럼, 민주당 지지층도 딱히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와 다양한 현실인식이 깊지 못해 그런 경우가 많단 말이지요. 사람은 각자 잘 아는 것도 다르고, 잘 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문제라면 대다수의 사람은 나이가 들면 고길동이 불쌍하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지만, 위수문동 일당의 나쁨은 저절로 알게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그냥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알아보거나 학습을 해야 알게 되는 것도 많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반문 세력은 고길동처럼 굴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고길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고길동이 윽박을 지르고 혼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아이들은 그런 걸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이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아이들은 상냥한 어른을 좋아하고, 유권자는 착하고 인싸스러워 보이는 정당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둘리 일당의 나쁨을 이야기하는 게 별 의미가 없듯, 보통 유권자들에게 위수문동 일당의 나쁨을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의 효과도 제한적입니다. 대체로 각자는 각자가 잘 이해할 수 있고, 관심이 있는 것을 기반으로 정치적 이해도 생깁니다. 그러니까 각자가 잘 아는 분야에서 민주당이 잘못하고 미통당이 잘하는 게 있을 겁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그런 것부터 알게 되어야 정치를 다르게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미통당은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민식이법이나 도서정가제 개악 같은 데 적극적으로 반대를 했어야지요. 차별화가 충분히 안 되니까 지금은 어필이 잘 안 되는 면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왜 미통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선거제 민주정을 하고 있는 이상, 정치권은 결국 유권자를 끊임없이 학습시키고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략 지난 10~15년간 정치권은 - 특히 현 집권세력이- 명백한 우민화 정책을 강행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통칭 보수계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이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리 밝은 방향이 되기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