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브금
돼지는 스테이크로 먹기에 그리 나쁜 고기가 아닙니다만,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정형해 파는 방식은 스테이크를 해 먹기에 좋지 못했습니다. 돼지등심 같은 경우 (스테이크용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로스구이용 정형을 한동안 몇몇 브랜드/업장에서 시도하기도 했었으나, 자리 잡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로스구이용 등심 정형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것의 상업적인 실패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돼지 뼈등심이라는 게 살짝 보급되고 유행도 타게 되었는데요.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진 정형은 아닙니다만, 나는 이것이 매우 마음에 들고, 대중화되길 바라기 때문에 소개해 보겠습니다.
사진은 모처의 상품용 사진을 일단 빌려오겠습니다. 대략 이렇게 만화에 나오는 고기처럼 생겼고요. 여름엔 캠핑용 고기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등갈비에 등심이 붙은 형태로 정형하는데요. 많은 경우 등심덧살(가브리살)과 삼겹살의 일부, 그리고 쇠고기의 새우살에 해당하는 부위 같은 게 추가로 붙어있게 됩니다.
돼지 뼈등심을 드실 때는 돼지고기는 다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레어에서 미디움정도로 구워 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돼지고기는 다 익혀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옛날에 생긴 거고, 현재 사육되는 돼지고기는 레어로 구워 먹어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돼지 뼈등심 같은 고기는 웰던으로 다 익혀버리면 맛이 없습니다. 쇠고기에 비해 근내지방이 적고, 기본적으로 맛이 여리기 때문에 촉촉하고 부드럽게 익히는 게 조리 포인트입니다. 웰던으로 먹고 싶으면 소스를 사용해서 소스 맛으로 먹는 게 낫습니다.
사견으로 마블링이 과도하지 않은 소의 아랫등심이나 채끝 또는 안심은 마이야르(표면 굽기. 고기 표면에 최대한 수분이 없어야 잘 일어납니다.)보다는 오버쿡을 시키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마이야르를 충분히 일으키려다 조금이라도 오버쿡을 시키면(속까지 너무 익히면)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근내지방의 함유정도에 따라 다릅니다만, 마블링이 적은 타입이라면 기본적으로 블루레어(레어보다 덜익힘)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도 마이야르에 조금이라도 욕심내는 순간 팬프라잉 기준 레어이상으로 완성됩니다. 물론 이는 본 육식성 식물의 취향이고, 마블링이 있는 고기는 더 익혀야 하고 마이야르도 더 만들어주는 게 낫습니다.
돼지 뼈등심은 돼지고기라 그런지 기름지지 않은 쇠고기보다는 오버쿡에 강하다는 인상입니다만, 그래도 오버쿡을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돼지는 소보다 기본적인 맛이 약하고, 돼지냄새가 있는데다 나는 돼지고기의 마이야르는 쇠고기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마이야르와 동시에 최대한 적은 익힘이 좋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돼지 뼈등심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는 지나치게 삼겹과 목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선호되는 등심, 안심, 뒷다리살은 비인기 부위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뼈등심은 질 좋은 고기라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좀 남아도는 등심을 소비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기도 합니다.
뼈등심은 돼지고기 스테이크의 장점을 한껏 즐길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소에 비해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먹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연합니다. 또한 다양한 부위 여럿이 붙어있기 때문에, 한 덩이에서 좀 복합적인 특성이 나오기도 합니다. 모양이 그럴싸한 건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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