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이라는 건 규범적이거나 윤리적이라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고, 그걸 획득할 수 있느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의견을 직관적으로 모아 침묵하는 다수의 숨은 욕구를 실현해주고 배려해줄 수 있느냐의 이야기입니다.

 

 이 면에서 깨시민 파시스트들과 그들이 지지하는 세력은 시끄러운 소수, 대체로 이들은 침묵하는 다수를 무시하는데다 상대적인 선민의식까지 가지다 보니 잘 될 리가 없습니다. 물론 새누리당도 크게 잘 하는 건 아닙니다만, 새민련보다야 낫지요. 최근의 현상을 보면 이런 게 잘 보입니다.

 

 일단 근래 바쁜 벌꿀여왕폐하께서 채 슬퍼할 새도 없이 지지율이 폭락중인데, 새누리당은 역시나 제법 유연하게 거리를 두며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번에 뜨고 있는 사람이 유승민 의원인데, 사실 유승민은 예전부터 굉장히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드러내던 인물이어서 개인적으로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당 공식 컬러가 레드가 되니 유승민이 다 뜨네요. 사실 유승민이 문재인 같은 쪽보다는 백배 진보적인 인물입니다. 새민련 콘크리트들은 이 사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해요.

 

 상대적으로 새민련은 개판 오 분 전도 아니고, 개판 오십년 후쯤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문재인의 격조 높은 비열함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그와 같이 어리석고 후안무치한 인물이 차기 대선후보 1위를 찍을 정도라니 참 안 좋은 시기는 안 좋은 시기 같습니다.

 




 

 문재인은 당대표 선거 토론회에 무려 이런 홍보자료를 게시하는 무쌍함을 과시합니다. 무슨 진짜 패왕색 패기라도 뿜어내는지, 저 역시 이걸 보자마자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 별로 새민련 선거에 큰 관심도 없는데 말입니다. - 물론 손석희는 이런 거 용납한 적 절대 없답니다. 항의 제대로 했다는데, 아마 소송이라도 들어가면 당연히 문재인측이 패소할 테고 만약 이 나라가 영미법을 채택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거액을 물어야 할 겁니다. 이건 진짜 음식물 쓰레기를 넘어 고준위성 방사성 폐기물이나 세슘 소리 들어도 시원찮을 짓이에요. 토론회 홍보자료에 사회자와 콜라보라고 이런 화보를 만들다니. 하긴 지난 대선 때도 그는 그랬죠.

 

 여담입니다만 손석희씨나 JTBC가 중립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이 사안을 그냥 항의정도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요. 딱히 중립적인 적도 없었고요.

 

 덤으로 새민련은 공식 제1야당이면서도 당대표 선거 하루 전에 전준위가 문재인측에 유리하게 (애매한 부분을) 유권해석해버리는기가 막힌 사건이 터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이건 룰변경이다!’ ‘아니다!’ 다툼이 일어났고, 수습 안 되니 법원에까지 가처분신청 들어갔더군요. 역시 날콩가루 클래스 어디 안 가요. 이러니까 제가 새민련은 아예 정당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온 거예요.

 

 아파트 동대표 선거만 해도 이딴 식으로 하면 싸움 납니다. 무슨 제1야당 선거가 이꼴이니, 진짜 이 정도면 주먹다짐은 물론 밤거리 칼부림까지 나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거대권력을 다루는 살벌한 문제를 어린애 장난마냥 싹수 노오랗게 하면 사단이 안 날수가 없는 법이에요. 제가 새민련이 빨리 망해야 한다고 전부터 주장해왔던 건, 이런 정당 자격도 없는 탐욕의 화신들이 온갖 착한 척은 다해대면서 한국의 모든 개혁적 욕구를 아귀마냥 잡아먹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물론 깨시민 파시스트들과 당직자들은 이 와중에도 전성기 박지성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문재인 실드를 치고, 이견 제시자들을 몰아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보다 보면 깨시스트야말로 민주 사회의 진정한 악성 종양덩이들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긴 임성한 작가께서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명언을 남기셨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제 새민련 파멸도 눈앞에 다가온 것 같습니다. 곧 문재인이 당대표가 될 텐데, 아마 금방 분해될 테지요. 이런 식으로 오만 곳에 적대감 만들면서 당권 잡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타 계파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비겁한 수까지 써대는데다 멍청하고 정치력도 낮으니 뭐가 될 리가 없지요. 문재인 말고 새민련에 카드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문재인 쪽이 쉽게 권력을 내려놓을 리도 없으니, 남은 것은 분열과 멸망입니다.

 

 

철도노조의 파업과 그 진압은 정당한가?

사회 2013. 12. 22. 18:36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지난 포스트, ‘코레일과 철도민영화 사이의 간략한 이야기(링크 클릭)’에서 철도노조의 파업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배제하였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노조의 파업은 본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는 법률로 보장받는 것이며, 노동자는 임금이나 근무요건 등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또한 법률적으로 노동자는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 경영에 대한 판단은 주주 및 사용자의 권리이며, 이는 대체적인 대중의 직관에는 위배될지언정 근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주식회사란 소유와 경영, 그리고 노동을 분리하는 체제다.


 그렇기에 원론적으로 철도노조는 ‘임금을 올려 달라!’라고 파업을 할 수는 있지만, ‘민영화 반대!’라고 파업을 할 수는 없다. 합법파업과 불법파업의 경계는 노조의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경찰에 의해 철도노조가 강제진압된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 명분이 민영화 반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들어갔을까?


 내가 보기에 철도노조가 진짜로 원하는 건 사실 임금인상 등의 처우개선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객관적으로 이번 수서발 KTX 법인 분리는 기껏해야 민영화 전 단계지, 본격적인 민영화 단계라 보긴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트에서 말했듯 이미 5개 자회사가 있는 코레일 그룹에 법인 하나 더 생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로 민영화가 목전에 닥쳐,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무릅쓰고 초법적인 판단을 해야만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철도노조가 원하는 임금인상 폭은 6.7~8.1% 정도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근래의 경제상황을 생각해볼 때 쉽게 수용할 만한 인상폭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임금인상을 전면에 주장하면서 파업을 하게 되면, 철도의 공공성 때문에 절대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은 파업의 명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결국 오늘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은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고, 이것은 현행법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한 조치라 보기에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철도노조가 충분히 좋은 방식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언젠가는 그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면서 보다 승객에게 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로 철도파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옛~날에 노무현 정부에서도 익히 있었던 일이다. 당시 노무현과 문재인이 뭐라고 했었는지 기사가 남아있으니, 링크를 해 드리겠다. (클릭)  보시다시피 각종 불법파업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정부에 비해 더 강경했고 더 과격하면 과격했지, 결코 덜 과격했던 적은 없었다. 실제 이명박 집권 이후엔 적어도 시위 진압 중 사망자는 없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지 않았다. 깨시민들에 의해 시민들의 태평성대처럼 포장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때의 참상을 기록하고 있는 기사를 하나 링크하려 한다. (클릭) 지금 와서 저랬던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위선적으로 착한 척 하는 것을 보면 연말에 입맛이 떨어질 지경이다. 이건 아마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일 거다.


 한편 지난 포스트에서 넌지시 이야기했지만, 코레일을 공사화시키고 적자를 떠넘긴 이후 철도인력은 계속 감축되어왔고, 그로 인해 철도노동자들의 부담 또한 커진 게 사실이기도 하다. 철도노조가 인력감축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힘들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것을 고임금으로 보상받고 싶어 할 거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이렇게 된 건 노무현 정부 때 근본적으로 잘못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파업이 불법이긴 하고, 정치적 의도성이 있는 발언을 하며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것에는 찬성할 수 없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구조에서 기관사는 한 번 전철을 운행하기 시작하면 긴 시간동안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이 때문에 사망한 기관사도 2007년에 있었다. 부기관사를 태울 인력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공황장애 등으로 지난 1년 반 새 자살한 지하철 기관사도 3명이나 된다.


 개인적으로는 다시금 역사와 객차에서 충분한 인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민영화엔 찬성하지 않는다. 통일호가 달리고, 철도청이 철도를 운영하던 시절엔 역에도 차량에도 충분한 인력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풍족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려면 모두들 약간의 낭비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덴 지혜와 냉정함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게 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를 처음 유발시킨 이들이 무책임하게 그들의 신도를 데리고 위선적인 정치적 발언을 해대는 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되겠는가.



 근래 계속 대선불복 쪽의 정치적인 활동을 해온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이번에도 불법 대선개입 규탄 미사를 가지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심지어 박창신 원로신부는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 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이제야 확실하게 감이 온다. 저들이 뭐하는 친구들인지. 쉽게 보자면 NL, 그것도 심각한 종북성향의 NL이다. 모든 정의구현사제단이 저렇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이 저번에 저 시위에 꼈다. NLL로 계속 시비가 걸리는 와중에서 그랬다. 결과적인 것이지만 그를 한심왕으로 임명해도 되겠다. 세상에 미사에서 한다는 말이 연평도 포격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식이니 자질이 의심된다.


 가톨릭의 명예를 위해 첨언하자면 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를 대표하지 않는다. 대체로 천주교도들은 저렇게 과격하지 않고, 문화적으로 온건하며 보수적인 경향이 짙다. 천주교 내부에서도 저들로 인한 갈등이 있다고 알고 있다.


 연평도 포격은 민간에게 피해를 입힌, 선전 포고 없는 기습 공격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것이 상식이고 세계인이 합의한 정의다. 이건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피해자들과 유가족이 그들을 어떻게 보겠는가? 게다가 가톨릭 사제들이 왜 주체사상 외의 종교가 허락되지 않는 북조선을 좋게 보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문재인이 저들과 커넥션이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대선 때부터 문재인을 지지했고, 임수경 등 공식적인 NL도 문재인 캠프에 가담하였었으며 위에 이야기했듯 문재인 본인이 저들의 첫 시국미사에 참석했었다. 게다가 그 때 문재인은 김한길의 요청을 무시하고, 민주당 집회에는 계속 불참하던 상황이었다.


 문재인의 이런 행보는 근래의 민주당 행보와 따로지만, 둘이 엮이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시민들은 문재인 잘한다, 민주당 잘한다 칭찬 일색이다. 그러니까 광신도 소리를 듣는 거고, 그러니까 선거만 하면 지는 거다. 다행히 국민들은 깨시민들과는 달리 수준이 높아서 저런 걸 잘 지켜보고 기억하고 표에 반영한다.


 민주당이 살고 싶으면 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에게도 나름대로의 조처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안 되는 거다.



 근래 정국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역시나 비교적 온건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다수의 새누리당 지지자는 박근혜가 더 강하게 나와 주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은 저 1년 내내 대선불복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인 ‘종북세력[각주:1]’을 확실하게 제압하길 바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만한 빌미를 민주당 세력이 자꾸 주고 있기도 하고.


 사실 지속적인 선거불복은 민주주의 국가의 뿌리를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흔드는 행위다. 물론 불법이 있었고, 그 불법은 수사 중에 있으며 권력자에 대한 수사인 만큼 당연하리만큼 여러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건 원래 그런 것이다. 또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선거 과정에 불법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완전하게 깔끔한 선거는 이상적인 지향점이지만, 그런 건 실제로 불가능하다. 양쪽 모두에서 비리를 저지르기 마련이다.[각주:2]






 87체제 이후 가장 큰 선거 부정은 초원복집 사건과 김대업 사건이었다. 이 둘에 비하면 댓글 좀 달고 트윗질좀 한 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당시 김대중도, 이회창도 본인이 직접 선거불복을 하고 나서지는 - 또는 그렇게 보일 만한 행위를 하지는 -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불복은 엄밀히 말해 현재의 체제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고, 내전이라도 감수할 수 있을 때나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행위다.


 얼마 전 문재인이 본인의 블로그에 ‘박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라는 글을 남겼던 것을 대체로 알고 계실 것이다. (본문 링크)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단언컨대 문재인만큼 찌질한 역대 2위 대선후보를 본 적이 없다[각주:3]. 국회의원 한 번 안 해봐서인지 정치 감각이 전무하고, 자신이 하는 언행이 어떠한 결과물을 가져올지 예측이 전혀 안 되는 타입인 것 같다. 


 지금 같은 식으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은 ‘부정선거 심판’, ‘박근혜 탄핵’ 같은 구호를 들고 나올 거다. 하는 거 보면 통진당하고 점점 오십 보 백 보가 되어가고 있다.


 깨시민들은 개표기 때문에, 댓글 때문에, SNS 때문에 문재인이 졌다고 망상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은 사실 극소수다. 촛불시위 한다고 민주당까지 직접 나와서 시위대 모은 게 한창 때 겨우 시청광장이나 채울 정도였는데. 딱 광장 채울 정도면 그 인원 대략 8000명도 안 된다. 한줌 광신도들이 한국 온라인의 75%이상을 장악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박근혜정부 이후 민주당 당 지지율은 겨우 20%수준이고, 전혀 그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 수치는 쉽게 말해 호남인과 소수의 깨시민을 빼면 아무도 민주당 안 지지한다는 뜻.


 사실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모두가 현실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대선불복을 박근혜가 받아들여서 재선거라도 하게 되면, 문재인이 재선될 가능성은 완전히 0%이다. 박근혜는 대략 70% 이상의 득표율로 재당선될 것이다. 만약 내가 박근혜라면 그렇게 한다. ‘문제를 저지른 자들을 엄중히 수사하겠다.’라는 언론 플레이까지 더해서. 10년 전에 노무현은 인기가 완전 바닥이었는데도 탄핵되고 나니까 갑자기 다들 노무현을 지지했었다. 그런데 과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박근혜에게 대선불복? 사실 생각이 있는 언행인지 의심스럽다.


 박근혜가 이런 식으로 안 하는 이유는 발상이나 성격이 비교적 온건하고, 갈등을 키우는 걸 안 좋아해서라고 본다[각주:4].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마음만 먹으면 박근혜가 깨시민과 친노세력을 지하 깊숙하게 파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용가치가 있으니까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깨시민이 날뛰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20년은 충분히 집권할 테니까.


 또 다른 방식도 있다. 박근혜는 저들의 대선불복을 빌미로 MB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는 지지율이 더 올라가고, 깨시민의 대선불복운동은 한순간에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러고 나면 박근혜는 한동안 영웅시될 것이고. 아마 이렇게 한다면 그건 중요한 선거 전에 할 거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긴 하다.


 정치적 수싸움이 개미 눈물만큼도 안 되는 사람이 윗자리에 올라가서, 광신도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잘난척하는 걸 보고 있자니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진다. 정치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무뇌한 깨시민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도무지 하지 않고, 친노세력은 그런 깨시민들의 폭력적인 정서에 맞춰서 립서비스를 해줄 뿐이다.


 물론 친노세력들이 저러는 것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는 있다. 그들이 깨시민들에게 립서비스를 해주는 한, 그들은 언제고 민주당을 장악할 수 있고 떡고물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깨시민들은 온갖 친노세력이 발간하는 졸저뿐 아니라, 노무현 묘소의 어이없이 비싼 기념품도 돈 내주고 사줄 정도로 돈이 많다.


 실제 친노세력의 지지자는 대체로 중산층이다. 부자나 서민은 깨시민이 잘 되지 않는다. 깨시민의 평균적 생활수준은 깨시민이 왜 그런 언행을 저지르는지를 보여주는 한 자료가 될 수 있다.




  1. 그들이 실제로 종북세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본문으로]
  2. 이 면에서 사실 가장 깨끗한 선거과정을 치렀던 정부는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의 ‘우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은 선거과정에서의 깨끗함을 의미한 것이었다. 물론 정부가 꾸려진 후에는 워낙 비리가 많은 정권이 되어버려서 우스갯소리가 되고 말았지만. [본문으로]
  3. 5년 전 이명박을 찍었던 친구들의 기분을 근래에야 이해하고 있다. ‘내가 저런 놈을 찍었다니.’ [본문으로]
  4. 만약 노무현이나 박원순 같은 스타일이라면, 지금 박근혜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본문으로]




 사실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게 맞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비아냥과 악플로 일관하는 깨시민류에게 장악당한지 오래이다 보니,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계속 상회할 정도로 높은지, 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지지를 못받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자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 진짜 문제라면 깨시민들이 ‘불만분자’ 및 ‘국개론자’를 양산한다는 데 있겠다. 깨시민 모인 커뮤티니에서 깨시민들 이야기만 젊을 때부터 보고 크면 국개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깨시민은 국민 다수가 어떻게 생각하건, 그들만이 선이라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그들이 언제든 민주주의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자들임을 우선 명심해야 한다.


 장외투쟁이건 촛불시위건 지지를 못 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게 결국 권력투쟁이기 때문이다.


 권력투쟁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정치는 항상 권력투쟁과 함께 할 수밖에 없긴 하다. 문제는 그것도 때가 있다는 거다. 이미 선거는 작년에 두 번 있었고,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겪었다.


 정치에 있어 최악의 사태는 언제나 ‘정치력의 부재’ 그 자체이다. 정치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인데, 정치가 존재하지 않게 되면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경우 레임덕과 선거철은 정치력의 공백을 가져오게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현실적 문제들이 다뤄지게 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올해 출범했다. 어떤 정부가 출범하건, 망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사는 시민들은 새 정부에 일련의 기대를 가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이후 내놓은 로드맵과 대응들은 깨시민류의 망상과는 달리 객관적으로 괜찮았고, 그 결과 지지율이 더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후안무치한 친노세력에 의해 사분오열되어있는 민주당이 지난 반 년간 한 행동이라고는 오직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발목을 잡은 것뿐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과 법안들은 각각의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것이기에, 빠른 통과와 행정 및 지원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런 정치행보 자체에 계속 태클을 걸어 왔다. 그리고는 결국 국정원과 NLL사태로 국회는 파행을 맞게 되었고, 민주당은 거리로 나왔다.


 NLL에 대한 문재인의 끝없는 말 바꾸기 및 이후의 언론 플레이, 당 수뇌부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 등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입장에서 참 실망이 크다. 지난 대선에서 나의 선택은 완전히 틀렸다. 한참 동안 반성하고 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안 되어서 다행이다. 내가 잘못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완을 해 주니 참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이다.


 특히 깨시민류-진신류-NL계열은 대선 직후부터 로지스틱함수니 국정원이니 별 이유를 다 들어가면서 계속 대선불복운동을 하는 중이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도 쭉 그런 이야기는 나왔고, 시민들은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당연히 직업 시위꾼도 나와 있고 애초에 장외투쟁의 목적이나 지향점도 선명하지 않다.


 뜨뜨미지근하고 어느 정도 비협조적이긴 하지만, 국회에서 계속 협의를 한다면 결국 새누리당도 국정원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반대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축구 경기에서 어떤 팀이 파울을 많이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갈 수는 있지만, 퇴장을 당할 정도로 파울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것과도 같다. 물론 그 결과가 민주당 또는 민주당계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로 귀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고, 적어도 시민들은 민주당이 국회 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정원 문제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당연히 국정원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의 통치행위와 민생해결보다 우선시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일 박근혜 정권이 레임덕이 이미 온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반MB에 지쳐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의미가 없고, 시민들은 오랜 시간 통치력의 부재에 허덕였다. 깨시민류의 망상과 착각과는 달리, 통치력이 부재한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민들은 더욱 강하고 카리스마있으면서도 진중한 지도자를 원하게 된다. 박근혜는 어느 정도 시민들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지도자이다. 현 대통령을 지지하건 지지하지 않건, 그 실패와 반사이익을 바라는 얄팍한 사악함은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첨부한다. 물론 강성 깨시민은 여론조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믿지 않다가 지난 대선에서 처참한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확증편향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http://www.newspim.com/api/portal.jsp?newsId=20130805000220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치 2013. 6. 10. 22:45 Posted by 해양장미

 대선이 끝난 지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이 정도 할 줄 알았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도 내 기대보단 잘 하고 있다. 실제 지지율도 60%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어쨌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잠시나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고, 한동안 패배의 이유를 추론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흘러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니 문재인은 그렇게 해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선거를 잘못 치른 것이다.


 만약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문재인이 온전히 흡수하였다면 문재인은 큰 표차이로 이겼을 것이다. 어차피 그사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20대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해외 부재자 투표도 문재인이 승리했다. 여기에 반 MB 정서 등, 여러 유리한 입장에서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문재인의 실수들을 꼽아보자.



1) 대선에 출마하면서 현충원을 찾았을 때,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 대통령 후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수의 이승만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박정희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을 반영구적으로 멀리 밀어버린 사건이었다. 또한 시작부터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를 심음으로 평화적인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도 멀어졌다. 박근혜는 김대중, 노무현 묘소 일부러 참배 안하는 것 같은 밴댕이짓은 안했다.



2) 어이없는 경선 모바일 투표 과반 전승


: 이 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과 손학규 지지자들이 다수 이탈했다. 탐욕스러운 친노세력의 바지사장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 시점부터 분열되었고, 문재인은 이 당 내분을 수습하는 데 실패하였다.



3) 안철수와의 관계


: 문재인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만 찾았다. 그 결과 안철수가 대선의 주역으로 비춰졌고, 문재인은 제 1 야당의 후보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로 혼자 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안철수 쪽이 언제든 독자 출마도 가능하다는 듯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4) 이정희와의 관계


: 토론에서 비록 사실관계가 ‘옳을’지언정 충분히 ‘예의’를 갖추지 않은 이정희에 대해,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문재인이 여기서 이정희와 거리를 두지 못함으로 인해 도매급으로 묶여버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정희는 적잖은 국민들에게 ‘종북’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는데, 문재인까지 여기에 휘말려 버린 셈이다.



5) 친북성향


: 평창 올림픽을 북조선과 같이 치르겠다는 둥, 바로 북조선 요구를 들어주고 남북대화부터 하겠다는 둥 북조선에 적대적으로 변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친북 성향의 태도를 보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북조선에 대해 주도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6) 심각한 경제적 무지 및 좌파성향


: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둥, 각종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바로 폐지해야 한다는 둥의 어이없는 공약과 발언 등으로 주로 40대 이상 중산층, 자산가 및 투자자 계층의 폭발적인 이탈을 초래했다. 소위 기득권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좌파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부동산 소유가구가 소유하지 않은 가구보다 2배는 많으며, 순환출자를 폐지시킬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도 더 어려워진다.



7) 지역적 민심이반


: 평창 올림픽이나 북조선 문제 등 때문에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졌고, 대선의 주요 격전지인 충청권에도 전혀 어필하는 게 없었다. 역대 충청을 잃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은 이회창과 선진당을 흡수한 박근혜에게 충청권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경남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했지만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었다.



8) 명성의 부족


: 대선 2년 전, 박근혜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었지만 정 반대로 문재인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재인은 한명숙이나 안희정 정도의 인지도도 없는 인물이었고, 현직으로 정치를 하던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은 안철수만 불러댔고, 토론에서도 이정희가 더 두드러져 보였으며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이 문재인보다 더 어필될 정도였다.



9) 광적인 친노-노빠-깨시민들


: 몇몇 구역을 제외하면 온라인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이들은 대단히 편파적인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타 후보를 공격했으며, 그 결과 역효과를 냈다고 보인다. 친노세력은 이들을 이용해 민주당을 잠식하고 손학규를 떨어뜨리고 안철수까지 사퇴하게 했지만, 박근혜와의 본선 무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문성근-명계남-탁현민 등은 아예 광화문 유세 때 ‘무대 근처에 민주당 국회의원은 아예 오지도 말라’ 라는 식의 정신 나간 소리를 했고, 재야인사들은 단일화 당시 안철수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했으며 기타 온갖 이중잣대와 만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10)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함


: 박근혜가 국회의원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비장한 모습을 보인 반면, 문재인은 초선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말에도 불구, 권력에 집착하는 듯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친노 인사들이 임명직 불참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문재인은 어차피 친노의 바지사장 또는 얼굴무슈[각주:1]였고, 권력에 대한 친노의 욕심은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48%이나 받았던 건 기본 구도 자체가 워낙 반 MB정서가 강했고, 박근혜 캠프가 말을 중간 중간 바꿔가면서 실수를 한 면이 있었던 데다 안철수의 인기를 흡수한 것도 커서였다. 물론 문재인 후보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문재인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결국 대체로 야권 후보를 찍었을 사람이었다 할 수 있다. 대선 1년 전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이 받은 득표율은 결코 문재인 후보가 가진 지분이었다 하기 어렵다.


 문재인이 선전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과 박근혜의 득표율 차이는 3.6%였다. 이는 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 2.3%이나 김대중과 이회창 사이의 1.6%보다 훨씬 큰 차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대통령감도 아니었고 - 그의 다른 면보다는 그의 정치 경력이나 명성,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던 세월이 그렇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안철수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는 후보도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굉장히 진보적인 편이다. 좌파적이라는 게 아니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대를 항상 추구하려 한다. 박근혜는 5년 전의 실패를 딛고, 박정희의 그늘조차 벗어나며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유신에 대한 사과도 했고,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제안 또한 내세웠다. 그러나 문재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지지하는 자들을 배격하고, 부동산 소유주들도 대기업도 평창도 투자자들도 모두 내치고, 편을 갈랐다. 참여정부 때의 사회혼란과 분열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민들은 그런 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었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위의 문제들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질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너무 많이 했기에 그와 친노세력은 결국 패배하였고, 역사의 뒤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1. 프랑스어에서 마담은 여성대명사, 무슈는 남성대명사. [본문으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짧은 이야기

정치 2013. 4. 25. 20:36 Posted by 해양장미


 민주당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 한명숙이 당대표가 되면서부터였다.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당권을 장악한 친노는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말아먹으면서 이명박 정권 내내 미약한 숨을 이어오던 민주당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끝내고 말았다.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죽은 이유는 분명하게 말해 친노세력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내내 아무것도 한 것 없던 이들이 쿠테타를 일으켜 당권을 장악한 후, 총선을 말아먹었음에도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대선까지 접수했음에도 결국 그 대선을 무기력하게 패배함으로 인해 민주당이 끝난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친노세력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을 도와주지 않은 비노 탓을 하는데, 정말 양심도 개념도 없는 짓이다. 친노세력이 친노는 실체가 없다 놀이까지 해가면서 문재인을 최종후보로 만들었고, 그렇게 덕이 없으니 지원을 못 받는 게 당연한 거다. 문재인은 애초에 민주당 당원도 아니었고, 정치를 하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고 나서도 친노의 탐욕은 끝나지 않았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문희상 또한 친노다.


 대선 패배 이후의 민주당 행보도 대단히 나빴기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 군데에서라도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친노가 노무현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이긴 적도 없었고.


 안철수가 상당히 쉽게, 무려 60.46%의 득표로 승리를 했기 때문에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32.78%. 거의 더블스코어. 노회찬의 아내인 김지선은 겨우 5.73% 득표. 이는 소위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 비율을 흡수한 성과다.) 이제 향후 구도는 민주당을 더더욱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 만약 안철수가 패배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 결심은 좋은 선택이었다. 앞으로도 안철수가 좋은 선택을 해나간다면 향후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재인은 이번에도 부산에서 그리 큰 영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는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한 대리인이었을 뿐, 스스로 자기 지분을 충분히 지닌 큰 정치인이 아니다.


 민주당은 안철수의 행보에 따라 크게 붕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 크게 흔들리고 붕괴되었던 정당이기에, 민주당의 결합력은 대단히 약하다. 어쩌면 노무현 정권 때의 민주당처럼 거의 유명무실화된 후, 아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담. 만약 안철수가 이번에 실패했다면 안철수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결국 다른 제 3의 세력이 나오거나 새누리당이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주당은 더 이상 생명력이 있는 정당이 아니다. 의석만 많을 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네거티브 외엔 별로 하는 게 없다. 기껏 내놓은 일부 그럴싸한 법률은 막히고. 애초에 힘을 모으지도 못하고.




문재인 비판

정치 2013. 4. 18. 13:48 Posted by 해양장미

 문재인이 이번 추경 편성 관련, 국회 상임위에서 질타를 했단다. 자료는 이곳을 클릭.  며칠 지난 일이지만, 이 뉴스를 보는 순간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졌었다. 


 솔직히 보자마자 든 생각은 딱 이거였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해? 경제를 몰라도 저렇게 몰라?’ 실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 쪽은 (기대 이상으로) 꽤 현실적이면서도 기민한 경제적 정책을 내고 있는 편인데, 아무리 문재인 후보 및 친노세력이 경제적으로 무지한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국회가서 추경편성하는데 이리 깽을 놓을 줄이야. 게다가 지금 문재인은 저러고 있을 입장도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다.


 우선 현오석을 좀 변호해야겠다. 올해 경제 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전망 및 기대는 비단 기획재정부가 독단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9월 기준에서는 좀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인상은 있지만, 그걸 굳이 저런 상황에서 따질 건 아니다. 다른 곳 전망들도 어땠는지 보면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다.


 근 몇 년 세계 경제는 기본적으로 불안정 위에 있다. 상황이 계속 급변하고, 시시각각 대응을 해야 한다. 그 타이밍은 정밀기계처럼 잘 맞아야 하고, 오판을 했다면 가급적 빨리 그 오판을 깨닫고 움직여야 한다. 문재인이 멍청하다는 게 이 점이다. 우선 그는 왜 근 몇 달 사이 한국의 경제적 입지가 변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기 유동성이 극대화된 곳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제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일본, 중국, 미합중국, 유럽 할 것 없이 악재가 모두 터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춰 잡을 필요가 있는 건 당연지사.


 더구나 오판을 했으면 빨리 대응을 해야 하는 게 행정인데, 거기에 대고 대선후보 품위도 없이 ‘정치적 술수가 아니었나?’ 라고 다음 아고라에나 루저들이 올릴 법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 어차피 거의 추경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경제에 대해 기초만 알아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니, 애초에 공약부터 경제쪽은 정말 처참하더니 지금도 이런다.


 물론 문재인이 경제는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대선후보로의 무게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 불만분자들이나 가질 법한 음모론적 사고방식을 국회에서 저렇게 드러내는 건 기본적으로 우스워 보이기 딱 알맞은 행위다. 솔직히 저 말 듣고 친노 빼고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나. ‘져가지고는 밴댕이 속알딱지마냥 뿔났나?’ 정도로 생각하면 그나마 새누리쪽 기준, 속 넓은 사람일 거다. 현오석이 뭐라 반박을 못할 상황이니 저 정도로 말했지, 뒤에서는 분명 적잖게 욕했을 거다. 


 애초에 문재인이 지금 저렇게 나설 때도 아니다. 문재인이 해야 할 행동을 이번에는 안철수가 했다. 원래 지면 비행기 타고 나갔다가 한참 후에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게 쇼맨쉽 같아도 거기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반이라도 닮아봐라.) 그런데 문재인의 칩거기간은 정말 토끼꼬리보다 더 짧았고, 국회의원직도 포기 안했고, 나와서 한다는 언행은 저렇다. 솔직히 한심하고, 이런 모양새를 박근혜 대통령이 그냥 보아 넘기는 걸 보고있자니 정말 한국의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것 같다. 박정희였으면 저걸 가만 뒀을까.


 문재인은 지지자들이 너무 띄워주니까 같이 떠준 것 같다. 그러나 당신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말로만 대선 패배는 내 책임이다 하지, 실제 행동은 전혀 책임지는 것 같지가 않다.


 정치적 언행을 할 때 항상 반대쪽을 생각해야 한다. 문재인을 찍지 않은 사람들, 또는 문재인을 마지못해 비판적으로 지지한 사람들이 지금 그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10년 전에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 그리고 15년 전에 김대중을 찍었던 사람들 중 이번에 박근혜 찍은 사람이 꽤 많다. 노무현이 망가지고 유시민이 망가진 건 그들의 자질문제도 있었지만, 광신적인 지지자들의 무차별적인 비호가 단단히 한 몫 했다.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달콤한 말과 무조건적인 변호를 해주는 이들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간신배다.


 어차피 친노는 실질적으로는 끝난 세력일 테지만, 그들이 곱게 권력의 달콤함을 포기할 리도 없고 그들을 지지하는 신도들이 종교를 포기할 리도 없다. 문재인이 저렇게 나선 이상, 향후 갈등은 첨예화될 것이다.






 암만 봐도 친노-노빠-깨시민들의 세일즈 화법에는 ‘국민’이라는 말이 참으로 많이 쓰인다. 이 화법은 성공적일 때가 별로 없지만, 어쨌든 이들은 이 화법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노빠 깨시민만 국민은 아닐 텐데.


 어쨌든 지난 대선 이후 대안언론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를 만든다고 하는 말이 들리기에, 처음에는 잘 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사진 명단을 보고는 살짝 어처구니를 상실했다. 이름을 바꿔야한다. 노빠TV정도로.


 안철수 등 새로운 개혁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이 시기에, 민주당 친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그들은 더 이상 개혁세력이라는 느낌이 아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수구세력이며 아직 많은 홍위병을 거느리고 있을 뿐이다. 전체적인 면에서 이들만큼 악질인 집단이 없다.


 나중에야 대선 복기를 하면서 알게 된 거였는데,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를 향한 친노의 은근한 공격과 언론 플레이는 좀 도가 지나쳤었다. 친노는 각종 언론과 인터넷 담론을 장악하고 안철수의 지분을 착실하게 잠식해나갔다. 심지어 일부 친노 세력은 안철수가 이명박의 커넥션이라는 의혹을 퍼뜨리기도 했다. 결국 안철수는 기습적으로 사퇴해버렸고, 지난 대선의 최고 스타는 안철수가 되었다. 그리고 문재인은 이후 필연적인 패배를 하고야 말았다. 애초에 안철수 쪽이 박근혜를 상대로 승산이 훨씬 더 높았다. 그러나 친노는 반성하지 않는다. 양심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애초에 친노는 2011년 말부터 소위 혁통 들고 나와서 민주당을 착실하게 잠식했었다. 그 전의 민주당엔 친노색깔이 그리 짙지가 않았다. 정세균계가 범친노이긴 했지만, 김두관 식으로 말하면 그도 6두품 친노다. 성ㆍ진골 친노들은 민주당 내에서 별 세력이 없었고, 그나마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범친노 계열들은 노무현 정부 동안의 실정에 책임이 덜한 사람들이었다. 안희정이라거나, 김두관이라거나. 예외적으로 삼성의 푸른 피를 지닌 이광재는 강원도지사가 되었다가 비리연루로 낙마했고.


 그러나 혁통으로 인해 민주통합당이 된 후 한명숙, 문성근, 이해찬 등은 민주당을 장악했고, 총선을 말아먹은 후에도 각종 무리수를 둬가면서 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었다. 그리고 안철수까지 비겁한 수단을 동원해가면서 낙마시켰다. 그리고는 박근혜한테 패배했다.


 그러나 친노-노빠-깨시민은 결코 반성하지 않는다.


 친노는 범친노계에 속하는 문희상을 비대위원장으로 부임시켰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미뤄두고, 그 역시 참으로 친노다운 짓을 하고 있긴 하다.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301/h2013012902370821000.htm


 이런 안철수 견제라거나, 모바일 양보 안하기라거나... 아, 그리고 당대표 임기 가지고도 다퉜다. 대략 일단 당대표 임기를 짧게 가자는 게 친노들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지방 선거 이전에 당대표를 다시 뽑자는 게 핵심. 쉽게 말해 내년 지방 선거에서 또 친노가 한 번 해먹어야 하니깐. 예나 지금이나 민주당은 친노가 망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의 지난 2월 초 열렸던 대선평가 워크숍엔 거의 모든 의원(127명중 122명)이 참석했음에도 불구,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문재인, 한명숙, 이해찬, 문성근이 빠지는 기행을 보였다. 이들은 왜 빠졌을까? 빠진 것과 관련한 레퍼런스 기사를 링크한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30204000194&md=20130207005101_AN


 물론 당 내 뿐만 아니고 소위 노빠 깨시민들의 전횡도 만만치 않다. 나꼼수로 대변되는 친노주의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부정을 고발하고 예방하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볼 만한 면이 있었으나,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여성문제에 있어 과하게 마초적인 관점을 드러내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새누리당 진영이 더 앞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 이제 여기서 국민 TV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분명 KBS와 MBC, 종편 등 방송 미디어를 새누리 계열이 부정하게 장악한 것은 맞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 TV를 만든다면, 그 국민 TV는 한겨례가 이미 걸어왔던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는 방향이 되는 동시에 정치적 파벌에서의 중립성을 가져야 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만든다는 국민 TV는 공중파는커녕 케이블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나꼼수 팬들만 몰려가도 수가 좀 될 건데 이사진이 참 골치 아프더라. 관련 기사를 링크하겠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6&aid=0000061803


 여튼 큰 기대 안할 테니 제발 이름이라도 좀 바꿔라. 국민을 자처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 자칭 국민TV에서 앞으로 안철수 등 새로운 개혁세력 발목을 얼마나 잡을지를 생각하면 절로 머리가 아프다.


 물론 국민TV를 출범시킨 개개인의 정치적 혁신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폄하할 생각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11억이나 모아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단다. 그러나 좋은 열망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 빨대 꼽고 단물을 빨아먹으려 드는 사람이 없는지도 항상 감시해야 한다. 내 보기엔 시작부터 문제가 있다. 제발 새로운 개혁세력이나 비노들 발목만 너무 잡지 말았으면 한다. 친노주의를 버리라는 말은 애초에 하지도 않으련다. 그건 불가능할 테니까.

 


 

경기는 언제 풀릴 것인가

경제 2013. 2. 13. 00:31 Posted by 해양장미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언제가 좋은 시기였는지 기억이 아득하다. 아마 한국 경제의 상대적 황금기는 1990년대 중반기였을 것이다. 그 땐 대체로 모두가 적당히 잘살았다. 지금보단 객관적으로 가진 게 없었지만, 체감 상으로는 잘 살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인들은 항상 불경기라 느끼고 있다. 큰 불경기냐 작은 불경기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군사정권 당시의 성장에 대한 향수가 또 한 번 발휘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실제 경제 공약에 있어서도 객관적으로 문재인 후보보다 많이 낫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는 한국에 호황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과연 경기는 언제 풀릴까?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나는 지난 포스트, ‘한국은 잘나가는데 왜 한국인은 가난할까? 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국부 유출을 주된 문제로 든 적이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2010년을 돌아보면, 당시엔 한국의 무역이 잘 되어서 예상을 상회한 최대 흑자를 기록하였다. 흑자 금액은 $417억 정도. 당시 환율로 대략 47.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흑자였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해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익본 돈이 대략 62조원이라는 것이다.


 이건 간단히 말해 한국 안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밤새서 일해 번 외화, 약 47조원보다 15조원 많은 62조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빨아먹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 계산엔 한국인 투자자들이 외국 증권에서 번 손익이 집계되지 않긴 한다. 그런데 그런 소득이 얼마나 있겠는가. 정보력에서 앞서는 홈그라운드에서도 탈탈 털리는데. 한편으로 채권 투자액에 관한 건 아예 언급도 안했다.) 당연한 건데, 이래서야 무역해서 이익을 얻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한국 기업이 번 무역 흑자가 한국에서 좀 돌아야 내수 시장도 돌아갈 텐데 외국으로 죄다 빠져나가는 걸 넘어, 개미 투자자들이 그나마 있는 돈까지 더 가져다 바치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한국의 경제가 진정으로 개선되려면 주식시장을 통한 국부의 유출을 제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막으라는 게 아니다. 매년 수십조씩 털려서는 곤란하다는 거다. 밤새서 폰만들고 차만들고 이것저것 만들어봐야 수익이라는 면에서는 사모, 헤지펀드들 클릭 좀 해대는 것만도 못한 현실이다. 그러나 소위 민주화 세력이건 자칭 보수세력이건 (이름들이 아깝게도) 아예 이런 문제 인식 자체를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여기엔 당장은 별 기대가 없다. 얼른 시민 사회에서라도 사태 파악을 하는 게 먼저다.


(한편 근본적으로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결함들이 개선되어야 금융에서 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은 걸고는 맨날 잃는다. 그저 안습. 한국인 평균 성격을 보면 금융에서 절대로 절대로 죽었다 깨어나도 돈을 딸 수가 없다. 여하튼 깨시민부터 좀 재우자. 그들은 너무 오래 깨어있었다.)


 그보다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보자면, 그리고 실제 박근혜가 손 댈 수 있는 문제를 보자면 소위 ‘돈맥경화’를 들 수 있겠다. 경기가 시원찮다는 건 쉽게 말해 화폐라는 경제의 혈액이 빠르게, 많이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은 재화의 매개수단이고 돈이 타인의 손으로 빠르게 오고갈수록 경제는 활성화된다.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돈을 많이 쓸수록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 물론 분배가 공평할 때의 이야기다. 물론 사회가 가진 총생산력 이상의 생산은 불가능하고, 화폐가 아무리 잘 흘러도 이 이상 부유해질 수는 없지만, 잠재 생산력 자체가 현실에서 최대한으로 돌아갈 때는 거의 없다. 전시에 군수품 만드는 거라면 모를까.


 문제는 이 흐름의 방향 제어와 심리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재화 흐름 중 많은 부분이 외부로 유출되게 되었다. 그나마 극심한 고통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느꼈던 것은 재화 자체의 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한계에 부딪친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고통이 가중되었다. 재화의 증식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소위 진보좌파들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부동산에 대한 인지이다. 부동산은 재화의 주된 척도 중 하나이며, 부동산 가격 상승은 추가적인 화폐 흐름을 만들어낸다. 소비는 현재의 소득보다도 미래의 기대소득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강하다. 다만 노무현 정권 때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너무나 가팔랐기에, 늘어난 재화가 부동산으로 재투자되는 경향을 가져와 실물경기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있었다.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이 실물 경제에 가장 좋다. 안전한 채권보다는 높은 수익률에, 투기용 채권보다는 덜한 리스크 정도면 이상적이다. 오늘날 적잖은 자칭 진보좌파들은 부동산이 투자자산이어서는 안 된다고 헛소리를 해대지만, 사유지는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언제나 투자자산이었고, 투자자산이 아닌 이상 비유동자산을 구매할 바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근래 5년간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 가격이 실질적으로 떨어졌고 그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마비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낮은 가격으로라도 거래가 되면 그나마 괜찮은데, 주택은 좀 특수한 시장이어서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세를 주고 대출을 돌려 막으면서 버틸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주택을 가진 수많은 중산층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한국 수도권 중산층의 자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부동산, 즉 자가 소유의 공동 주택에 들어가 있다. 이 막대한 자산이 지닌 유동성이 사라진데다 단기적으로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소비의 감소는 곧 생산의 감소 및 시장의 불황으로 이어진다. 화폐의 흐름이 마비된 것이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응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 부동산 시장이 풀릴 때까지는 무한한 불황과 고통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도 그랬다. 당연히 헛소리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럴싸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거래가 안 되는 이상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의 주머니로 돈이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돈이 돌아야 누군가가 창업을 하고, 창업을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좀 있어야 노동자도 돈을 좀 쓰지 않겠는가. 이런 불경기에 창업을 하는 사람은 위인이거나 바보다.


 한편으로 도전적인 창업이 어려울수록 프랜차이즈가 흥하고, 프랜차이즈의 점주 등쳐먹기도 그만큼 심해진다. 상황이 이래서는 일자리가 생길 턱이 없다. 일자리가 없으니 영세 자영업이 늘어나고, 영세 자영업이 늘어나도 소비해줄 지갑 두꺼운 소비자가 없는데다 경쟁이 더 심해지니 다 같이 망한다. 부동산에 고여 있는 막대한 자금이 풀리고, 새로운 창업 붐이 일어날 정도가 되어야 이 극심한 불경기가 해결된다.


 전세값 오른다고 다들 난리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가끔 재산에 여유가 있어서, 여기에 더해 자비로운 마음으로 전세를 계속 싼 가격에 주는 집주인들도 있긴 있다. 그러나 전체 인구 중 돈에 여유있는 생불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통 집주인들도 그리 꼭 부자는 아니다. 또한 부자는 대체로 부자일 만 하니까 부자다. 돈 버는 센스가 없는 갑부는 거의 없다는 거다. 게다가 집주인이 있어야 세입자도 있는 게 아니겠는가.


 냉정하게 말해 부동산 가격이 안 오르면 전세는커녕 월세도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른다. 그나마 지금은 아직 전세도 남아 있고, 미분양 아파트들도 있고, 부동산 시장 회복의 기대도 남아있기에 월세금액의 상승이 가파르지 않은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어 부동산 소유 모델이 본격적으로 수익형으로 변하게 되면, 월세는 크게 오르고 불경기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임대인 입장에서 주택 임대차 수익은 채권 수익만도 못하다. (임대용 원룸형 주택 제외) 또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 주택 소유 중산층 가정이 늘어날수록, 다가구를 소유한 부동산 부자 수도 늘어나게 되어 있다. 어차피 서민은 본인 자본으로 집을 못산다. 그나마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빚이라도 내서 사는 거다.


 박근혜가 취임 후 갑작스레 엄청난 세금을 거둬,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경기를 살릴 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브라질이 하는 것처럼 기본소득이라도 줘야 할 거다. (한편으로 나는 소액 기본소득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박근혜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박근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개선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경기가 언제 풀릴까? 답은 간단하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끝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현재의 극단적인 돈맥경화는 해결된다. 물론 너무 가파르게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비유동자산인 부동산으로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서 경기가 죽는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모든 경기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동산에 모든 통화가 고여 있는 한, 불경기가 나아질 일은 없다. 아예 사회주의 정권이라도 들어서면 모를까. 여하튼 부동산 종말론자들에게 속지 말자.



 뱀발.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상승 외에도 사교육에 엄청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정확히 말해 둘은 연합하여 통화를 빨아들였다. 그로 인해 총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실질적 통화 흐름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노무현 때와는 달리 인구수의 감소로 총 학생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교육이 신분의 상승을 가져오는 효과 또한 가시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앞으로 사교육과 부동산의 가격 흐름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한국 부동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애초에 왜 노무현 때 부동산이 폭등했는지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알고 보면 정말 많은 게 IMF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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