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워낙 정부건 국회건 많은 잘못을 저질러서,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걸 뭐라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문재인까지 나서서 워낙 애먼 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일단은 문재인부터 좀 뭐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문재인이 경솔한 발언을 하고 다닌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문재인은 아직까지 차기 대선후보로 일정 이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인터넷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입니다. 그렇기에 문재인의 발언은 파급효과가 꽤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어째 하고 다니는 발언마다 솔직히 수준 이하인 게 큰 문제지만요.

 

 여담입니다만 다른 대권후보 김무성이야 누가 봐도 막말을 하고 다니니 사람들이 혼동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문재인은 정말 아닌 이야기를 얼핏 보기엔 그럴싸하게 하니 더더욱 큰 문제입니다.

 

 그럼 이번 문제의 발언을 살펴봅시다.

 

 문재인 "대통령, 다음 정부로 폭탄 넘기지 말라" (링크)


  아마 경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제 블로그라도 쭉 보시고 내용에 어느 정도 동의해 오신 분이라면 저 발언이 얼마나 한심한지, 그리고 위험한지 금방 아실 겁니다.

 

 저건 사실 발언 수준 자체가 시작부터 답이 안 나옵니다. 현 정부가 시장만능주의라고 비판하고는, 연이어 빚을 권장하고 폭탄 돌리기 하고 있다는 말부터 시작하니까요. 심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도대체 이게 이미 48%이나 득표한 대선후보였고 차기 경쟁력도 유지중인 인물이 할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다뤘습니다만, 간략하게 다시 한 번 설명해보지요. 시장을 방임하지 않는 정부는 경기가 위기라고 판단할 때, 그 개선을 위해 전통적인 방책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 정책을 시행하게 됩니다. 이것은 쉽게 이야기해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그 지출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통화 유동성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돈의 본질을 이해해야합니다. 돈은 실물이 아닙니다. 돈은 거래 과정에서 흘러 다니는 신용 그 자체에 가깝고, 우리가 쓰는 현금은 일종의 신용증서입니다. 만약 전쟁이나 소요사태 등으로 화폐의 뒤를 받쳐주는 신용이 붕괴한다면 당연히 현금도 단순한 종잇조각이나 금속 덩어리가 되고 맙니다.

 

 한편으로 경기가 나쁘다는 건 돈이 돌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돈은 흘러 다닐수록 불어나고, 시장을 뜨겁게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돈을 안 쓰게 되면, 그것은 유동성이 없어지는 것이라 시장은 마비되고 경기는 후퇴합니다. 모두가 절약하면 모두가 망하는 게 자본주의입니다. 반대로 모두가 돈을 쓰면 모두가 돈을 법니다. 그래서 거시경제에선 통화량과 레버리지가 중요합니다.

 

 정부가 이율을 낮추고 대출한도도 낮추는 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사회주의자들이 소위 수정자본주의로 불러왔던 케인즈주의식 접근법입니다. 반대로 문재인 말마냥 불경기에 정부가 빚을 두려워하고 긴축을 하는 것은 방임주의식 접근법이지요. 문재인이야말로 워낙 경제에 대해 무식하다보니, 정부가 시장만능주의라고 비난하고는 본인이야말로 미 공화당 도덕주의 꼰대 같은 태도로 시장만능주의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짜 이 정도로 멍청하면 정치인 하면 안 됩니다. 지도자는 더더욱 절대 안 되고요.

 

 연이어 나오는 문재인의 발상 역시 도무지 대한민국 차기 지도자 후보가 발언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그는 근본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하면 진짜로 개선할 수 잇는지에 대한 아무런 성찰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설명해보겠습니다.

 

 문재인은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복지를 늘리자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말인지 아십니까? 세상에 이미 중산층이면 평균 수준의 소득은 얻고 있는 것인데, 사실 복지를 늘리려면 중산층의 세금은 증세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한국 중산층은 PPP는 비슷하지만 세율은 높은 독일, 프랑스 중산층보다 실 구매력이 높은 게 현실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문재인은 부자감세만 철회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정치 지도자가 인터넷 깨시민들마냥 사실관계조차 왜곡하고 있으니 참 곤혹스럽습니다. 부자증세는 이미 2012년에 했습니다. 감세는 무슨. 사실 이번 정부는 부자증세했지만 문재인이 속했던 노무현 정부만 해도 부자를 포함해 전면적인 감세를 했었죠. 사실 증세를 하려면 경기가 과열되었던 노무현 정부 때 했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또한 단통법 찬성해놓고 통신비 인하 운운하는 건 솔직히 좋은 말 절대 안 나옵니다만 일단 그렇다 치고,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망상수준의 집착은 도무지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거 하면 망한다고 그리 현장 전문가들이 소리쳐도 저들은 오만하고 소통이 전혀 안되다 보니 지들이 다 맞는 줄 아나봅니다. 하긴 아무리 친서민 코스프레를 해도 원체 특권층이니 전월세로 고심해본 적이 없으실 테지요.

 

 더구나 환율문제에 대해 시작부터 언급해놓고, 그 환율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환율 경쟁에 나서려면 원화가치를 절하해야한다는 기본적인 건 어쩌나요? 그걸 위해 뭐부터 해야 하나요? 제발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이라도 가야죠.

 

 사실 문재인이 저 정도로 문제 있는 발언을 하는 건 문재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새민련 전체, 더 나아가 새민련을 지지하는 세력 전체가 저런 엉터리 지적수준을 공유하고 있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싱크탱크도 제대로 없고, 새민련 편드는 인물들은 각 분야의 비주류들이 대다수고, 잘 모르는 자기 분야 외에까지 아는 척 심하게 하면서 꼰대기질, 운동권 기질, 파시스트 기질 발휘해가면서 답정너짓하고 반지성주의적으로 구는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문재인의 발언 수준이 야권의 수준입니다. 지적 기본조차 무시하는 저런 태도를 가진, 반지성주의적이고 깨시민 파시스트들을 등에 업은 지도자가 권력을 쥐어서는 안 됩니다.

 

 야권은 타락하고 부패한지 오래입니다. 그들은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존을 이뤄가며 사회의 개혁적인 에너지를 좀먹고 있습니다. 이 면에서 야권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나쁩니다. 혁신을 원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문제는 실제로 수구화된 야권이 한국 사회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야권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합니다. 비전 없이, 수준 이하의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과 비호를 이겨내야 합니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어떤 게 더 나은 대안인지를 찾고, 그것을 이뤄줄 수 있는 정치인을 시민 사회가 발굴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야권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도덕함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