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치 2013. 6. 10. 22:45 Posted by 해양장미

 대선이 끝난 지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이 정도 할 줄 알았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도 내 기대보단 잘 하고 있다. 실제 지지율도 60%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어쨌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잠시나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고, 한동안 패배의 이유를 추론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흘러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니 문재인은 그렇게 해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선거를 잘못 치른 것이다.


 만약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문재인이 온전히 흡수하였다면 문재인은 큰 표차이로 이겼을 것이다. 어차피 그사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20대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해외 부재자 투표도 문재인이 승리했다. 여기에 반 MB 정서 등, 여러 유리한 입장에서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문재인의 실수들을 꼽아보자.



1) 대선에 출마하면서 현충원을 찾았을 때,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 대통령 후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수의 이승만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박정희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을 반영구적으로 멀리 밀어버린 사건이었다. 또한 시작부터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를 심음으로 평화적인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도 멀어졌다. 박근혜는 김대중, 노무현 묘소 일부러 참배 안하는 것 같은 밴댕이짓은 안했다.



2) 어이없는 경선 모바일 투표 과반 전승


: 이 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과 손학규 지지자들이 다수 이탈했다. 탐욕스러운 친노세력의 바지사장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 시점부터 분열되었고, 문재인은 이 당 내분을 수습하는 데 실패하였다.



3) 안철수와의 관계


: 문재인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만 찾았다. 그 결과 안철수가 대선의 주역으로 비춰졌고, 문재인은 제 1 야당의 후보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로 혼자 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안철수 쪽이 언제든 독자 출마도 가능하다는 듯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4) 이정희와의 관계


: 토론에서 비록 사실관계가 ‘옳을’지언정 충분히 ‘예의’를 갖추지 않은 이정희에 대해,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문재인이 여기서 이정희와 거리를 두지 못함으로 인해 도매급으로 묶여버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정희는 적잖은 국민들에게 ‘종북’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는데, 문재인까지 여기에 휘말려 버린 셈이다.



5) 친북성향


: 평창 올림픽을 북조선과 같이 치르겠다는 둥, 바로 북조선 요구를 들어주고 남북대화부터 하겠다는 둥 북조선에 적대적으로 변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친북 성향의 태도를 보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북조선에 대해 주도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6) 심각한 경제적 무지 및 좌파성향


: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둥, 각종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바로 폐지해야 한다는 둥의 어이없는 공약과 발언 등으로 주로 40대 이상 중산층, 자산가 및 투자자 계층의 폭발적인 이탈을 초래했다. 소위 기득권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좌파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부동산 소유가구가 소유하지 않은 가구보다 2배는 많으며, 순환출자를 폐지시킬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도 더 어려워진다.



7) 지역적 민심이반


: 평창 올림픽이나 북조선 문제 등 때문에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졌고, 대선의 주요 격전지인 충청권에도 전혀 어필하는 게 없었다. 역대 충청을 잃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은 이회창과 선진당을 흡수한 박근혜에게 충청권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경남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했지만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었다.



8) 명성의 부족


: 대선 2년 전, 박근혜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었지만 정 반대로 문재인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재인은 한명숙이나 안희정 정도의 인지도도 없는 인물이었고, 현직으로 정치를 하던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은 안철수만 불러댔고, 토론에서도 이정희가 더 두드러져 보였으며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이 문재인보다 더 어필될 정도였다.



9) 광적인 친노-노빠-깨시민들


: 몇몇 구역을 제외하면 온라인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이들은 대단히 편파적인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타 후보를 공격했으며, 그 결과 역효과를 냈다고 보인다. 친노세력은 이들을 이용해 민주당을 잠식하고 손학규를 떨어뜨리고 안철수까지 사퇴하게 했지만, 박근혜와의 본선 무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문성근-명계남-탁현민 등은 아예 광화문 유세 때 ‘무대 근처에 민주당 국회의원은 아예 오지도 말라’ 라는 식의 정신 나간 소리를 했고, 재야인사들은 단일화 당시 안철수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했으며 기타 온갖 이중잣대와 만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10)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함


: 박근혜가 국회의원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비장한 모습을 보인 반면, 문재인은 초선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말에도 불구, 권력에 집착하는 듯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친노 인사들이 임명직 불참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문재인은 어차피 친노의 바지사장 또는 얼굴무슈[각주:1]였고, 권력에 대한 친노의 욕심은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48%이나 받았던 건 기본 구도 자체가 워낙 반 MB정서가 강했고, 박근혜 캠프가 말을 중간 중간 바꿔가면서 실수를 한 면이 있었던 데다 안철수의 인기를 흡수한 것도 커서였다. 물론 문재인 후보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문재인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결국 대체로 야권 후보를 찍었을 사람이었다 할 수 있다. 대선 1년 전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이 받은 득표율은 결코 문재인 후보가 가진 지분이었다 하기 어렵다.


 문재인이 선전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과 박근혜의 득표율 차이는 3.6%였다. 이는 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 2.3%이나 김대중과 이회창 사이의 1.6%보다 훨씬 큰 차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대통령감도 아니었고 - 그의 다른 면보다는 그의 정치 경력이나 명성,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던 세월이 그렇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안철수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는 후보도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굉장히 진보적인 편이다. 좌파적이라는 게 아니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대를 항상 추구하려 한다. 박근혜는 5년 전의 실패를 딛고, 박정희의 그늘조차 벗어나며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유신에 대한 사과도 했고,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제안 또한 내세웠다. 그러나 문재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지지하는 자들을 배격하고, 부동산 소유주들도 대기업도 평창도 투자자들도 모두 내치고, 편을 갈랐다. 참여정부 때의 사회혼란과 분열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민들은 그런 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었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위의 문제들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질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너무 많이 했기에 그와 친노세력은 결국 패배하였고, 역사의 뒤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1. 프랑스어에서 마담은 여성대명사, 무슈는 남성대명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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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화요일* ㅍㄹ 2013.06.11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정희 토론은 정말 심했어요;;;
    바른말을 하더라도 예의는 차려야했어요. 당시에 경상도 어르신들 장난아니게 분개하셨어요(..) 대선토론이라는게 바른말하기대회가 아니라 유권자 포섭하려고 하는건데요......

    근데 전부터 쭈욱 궁금했던건데 이정희는 진짜 종북이에요?
    통진당폭력사태 생각하면 맞는것 같은데, 변희재가 이정희한테종북드립치다 돈물어주게 된거 보고는 뭥미싶어서요.

    • 해양장미 2013.06.11 16: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재인이 이정희를 적당히 저지시키면서 거리를 두고 그랬으면 이야기가 완전 달랐겠죠. 사람들이 그래도 예의가 있는 남자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느꼈을거에요. 토론 주도 분위기를 이정희한테 완전히 빼앗긴 것도 문제였고요. 문재인이 잘 안보였죠.

      이정희는 NL은 맞아요. 성골 NL쯤 된다고 보면 될 것 같고요. 변희재 판결은 NL을 종북 주사파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결이었다고 봐야 할거에요. 판결이 주체사상파라 하기엔 변희재가 제시하는 근거가 모자라다는 내용이더군요.

  2. ㅇ..ㅇ 2013.06.11 1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와중에 진중권 종편행 소식이!!!

    좀 놀랐는데 가족들 먹여살리기 힘들다던 푸념이 떠오르니....T^T

    • 해양장미 2013.06.11 1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앙쪽으로 간거군요. 손석희가 먼저 갔죠.

      시대가 변하면 언론의 스팩트럼이나 진영도 변화가 생기는데, 결국 조선과 중앙도 좀 더 거리가 생길 것 같긴 해요. 지난 5년이 MB당선과 리먼사태 이후, (DJ-무현 정권 아래서 힘을 키우다) 득세한 사회주의 세력의 르네상스였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친다면, 이제 승리자인 보수세력과 자유세력이 자웅을 가려볼 필요가 있을테니까요.

      일단 지난 달 5.18과 일베에 대해 조선과 중앙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죠. 중앙은 근래 한겨례랑 공동 프로젝트 하고 있고, 손석희가 가더니 진중권도 가는군요.

  3. 행인3 2014.04.27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 문재인은 정권잡기용으로 경제공약 걸은것같은데
    그렇게 경제에대해 무지하지않은이상 저런 경제 공약을 내놓을수있을까요??

    • 해양장미 2014.04.27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재인 혼자 모르는 거면 그나마 괜찮지요... 그런데 공약이 저렇게 나올 정도면 저 쪽 집단 전체가 진짜 기초도 모른다는겁니다.

      사실 좀 제대로 돌아가는 집단이면 저 정도까지는 불가능해요. 정상에서 거리가 먼거죠.

  4. 시닉스 2014.05.11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문재인 첫 홍보 영상 주제가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우리를 위해 고난의 길로 나서신 분'이었죠. 그거 보는 순간 진다고 예측했어요. 구세주 납신거죠. 대한민국 유권자가 신민이 되어야할 의무가 있습니까?

    2. 문재인의 존재감은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문재인이 내건 공약중에 국공립대 평준화가 있었죠. 간단히 말해 서울대고 뭐고 다 없애고 제 1대학 2대학 이런 식으로 하고 공동 졸업장 주겠다고 한 거였는데.... 공약 자체의 문제점은 일단 차치하죠. 그냥 화제 자체가 안됐습니다. 심지어 제 주변 열혈 깨시에게 그 공약 이야기하니까 '그런 공약도 있었어요?'하더군요. 사람들에게 문재인의 이미지가 뭐냐. '밑에 사람이 써준 대로 읽은거'죠.

    • 해양장미 2014.05.13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의 면에서 저는 소위 깨시민 노빠들이 구시대적, 반민주적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군 밑의 신민이 되고싶어하지요. 물론 문재인이 성군의 자질을 가지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은 그런 걸 판단할 줄 모릅니다.

      2.의 면에서 말이 말같아야 화제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의 공약은 정말 뭐라 말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깨시민들이 언급도 안하고 다닌 것 같아요. 언급하면 할 수록 지지율이 떨어질 거 아닙니까...

  5. 비로그인a 2014.10.29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담 : 제가 대선에서 찍은사람 = 문재인

    각설하고....

    제 보기에 박근혜에겐 뭔가 "아버지를 따라잡고 싶다."심리가 보이는데... 올해의 경우는 그게 부정적인 쪽으로 작용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게 긍정적인 쪽으로 작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건만...
    (예전에 말씀드렸지만... 이명박에 비하면 박근혜는 "지도자"라는 자각은 있기 때문에 이 편이 낫다고 생각.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사실 올해 문재인씨가 한 제일 큰 실수는 이거죠. 다른 건 모르고 이것만 생각나네요. 아실 지도 모르지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42&aid=0001957825

    • 해양장미 2014.10.29 1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보기에 올해 박근혜는 너무 다 잘하려고 드니까 생각대로 안되는 면도 많아보여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할말이 너무 많아서, 막상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잘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하고 비슷한 격.

      문재인 저 사건은 몰랐었는데, 저 정도면 낚일 수도 있긴 하겠네요. 저한테는 박영선-이상돈 사건에 비하면 별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