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커피 이야기

식이 2020. 5. 13. 03:30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srEz0awS--U

 

 

 커피 애호가가 아닌, 만인의 음료인 커피에 대한 대중적(?) 이야기입니다. 커피라는 게 용어가 많은 분야라 쉽게 적으려 해도 가독이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만, 별로 어려운 내용들은 아닙니다. 모르는 단어는 일단 스킵하고 보시면 됩니다.

 

 사견이 듬뿍 들어간 글입니다. 틀린 내용 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자유롭게 의견 및 보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1) 다른 첨가물이 없을 경우 브루잉한 커피(추출을 마친 커피)은 세 가지입니다. 신맛, 쓴맛, 지방맛. (최근의 연구를 참조하면) 사람의 미각은 6가지 맛을 느끼는데, 커피에는 그 중 단맛과 짠맛과 감칠맛은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커피의 바디감을 구성하는 감각은 주로 떫은 느낌의 촉각입니다.

 

 커피의 감각적인 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은 향기, 즉 후각에 해당합니다. 설탕 등을 넣지 않은 커피에서 달콤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후각적인 감각입니다. 생두에는 꽤 많은 당분이 들어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다당류고 단당 또는 이당류는 로스트 과정에서 크게 손실되며, 아무리 약하게 볶더라도 원두에 남아있는 단당/이당은 추출 후에 의미 있는 단맛을 낼 정도의 양이 아닙니다.



 

2)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는 취향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국식 인스턴트 커피믹스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괜찮은 편이고, 입맛은 각자의 개성입니다. 물론 설탕을 넣은 카페라떼나 플랫화이트, 카페오레 등을 인스턴트 커피믹스보다 맛있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아무래도 노동력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3) 커피는 커피나무라는 꼭두서니과 나무의 열매 안에 들어간 씨앗을 말린 다음, 익히고 가루내서 물로 추출(브루잉)한 것입니다. 인스턴트커피는 추출이 끝난 커피를 동결건조한 거고요. 커피나무의 열매를 커피체리라 부르긴 하지만 실제 체리와는 별 관련이 없고, 커피 씨앗을 콩(/Bean)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 콩하고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익히지 않은, 마른 상태의 커피콩을 생두(Green Bean)라 합니다. 생두는 볶기 시작하면 노란 색으로 변하다가 점차 갈색을 띠고, 이후 많이 볶을수록 검어집니다. 다 볶은 커피콩을 원두라 하며, 많이 볶지 않은 원두는 신맛이 강하고 향기 성분이 화사합니다. 이후 더 볶으면 신맛이 줄고 고유의 향기 성분은 감소하지만 달콤한 향과 맛이 더 생겨나고요. 동시에 쓴맛도 강해집니다. 이후 더 많이 볶으면 신맛은 거의 사라지고 쓴맛이 많이 증가합니다.



 

4) 커피의 볶은 정도(배전도)를 표현하는 방식이 일본과 미국이 다릅니다. 이건 커피를 어느 정도 잘 아는 사람한테도 혼동을 줄 있습니다. 정확하고 표준적인 표현법이 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대략 낮은 로스트(볶은) 정도부터

 

 일본식은

라이트 - 시나몬 - 미디엄 - 하이 - 시티 - 풀시티 - 프렌치 - 이탈리안 입니다.


 미국식은

익스트리밀리 라이트 - 베리 라이트 - 라이트 - 미디엄 라이트 - 미디엄 - 미디엄 다크 - 다크 - 베리 다크 - (익스트림 다크) 입니다.

 

 정리하자면

 

라이트() = 익스트리밀리 라이트()

미디엄() = 라이트()

시티() = 미디엄()

 

 가 되는데, 혼동이 안 될 수가 없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일본식 표현을 많이 써 왔고, 일본식 표현이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만, 근래 SCAA같은 미국 협회의 영향을 우리나라도 많이 받다 보니 미국식 표기를 하는 사람/카페/회사도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게다가 저런 SCAA기준 말고 또 다른 기준으로 라이트, 미디엄이니 약배전이니 등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요새는 많습니다. 또한 미국은 그 나라 자체적으로도 로스트 단계를 부르는 기준이 통일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조해야 하는, 그나마 통일된 기준이 아그트론(Agtron) 넘버입니다. 한중일이 같은 한자를 다 다르게는 읽어도, 뜻은 대략 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아그트론 넘버는 커피의 볶은 정도를 판별하는 색도계로 SCAA가 제시하는 가장 표준적인 것입니다.

 

 아그트론은 숫자가 높을수록 밝고(덜 볶은) 거고, 낮을수록 어두운(많이 볶은) 겁니다. 일본식 볶음 정도에 대응하는 아그트론 넘버는(NCS학습모듈 기준) 다음과 같습니다. 라이트(90~95) - 시나몬(80~90) - 미디엄(70~80) - 하이(60~70) - 시티(50~60) - 풀시티(40~50) - 프렌치(30~40) - 이탈리안 (20~30).

 

 그러니까 어떤 원두 판매처에서 아그트론 넘버 55 정도의 미디엄 볶음입니다. 라고 한다면 그건 미국식 표현이고, 일본식으로는 시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 원두를 볶다 보면 라이트나 시나몬로스트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고, 1차팝 절정기 쯤에 배출한 걸 약배전이나 미디엄이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실제 아그트론은 통상 65~60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하이는 1차팝 이후 휴지기로 보기도 하는데, 이러면 아그트론이 55~50 정도가 되지요. 이렇게 치면 시티는 기준점이 43~45 정도. 풀시티는 40+. 그래서 실제로는 미디엄-하이-시티 표현에 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참고로 앞으로 본문에서 쓰는 모든 로스트 기준 표현은 일본식입니다. 나는 일본식 로스팅 표현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5) 커피콩을 볶다 보면 2번 터집니다. (Pop) 또는 크랙(Clack)이라고 하는데, 이 팝이 커피콩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팝은 반드시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만, 웬만하면 일어납니다.

 

 대략 라이트나 시나몬은 1팝을 아직 (거의) 안 시킨 거고, 1팝을 시킨 상태가 미디엄에서 하이, 그리고 대략 시티부터는 2팝을 시키기 시작한 걸로 여겨도 됩니다. 그래서 시나몬과 미디엄, 하이와 시티는 차이가 꽤 있고 시티와 풀시티도 실제로는 차이가 꽤 있습니다. 2차 크랙이 시작되는 정도에서 배출하면(로스팅을 마치면) 대략 시티가 되고, 2차 크랙이 진행되고 배출하면 풀시티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정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정리입니다.)

 

 라이트나 시나몬 로스트 커피는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잘 안 마십니다. 팝이 전혀 안 터진 원두를 실제 핸드밀(손으로 돌려서 원두를 가는 도구)로 갈아보면 잘 안 갈립니다. 힘을 꽉꽉 줘서 돌리면 아예 안 갈리는 건 아닙니다만, 힘이 많이 들어가긴 합니다.

 

 그러니까 근래 한국에서 보통 마시는 원두커피는 4단계 로스트 정도입니다. 1팝을 시킨 미디엄 및 하이, 2팝을 시키기 시작한 시티, 2팝을 충분히 시킨 풀시티. 이렇게요.

 

 미디엄이나 하이로스팅에서는 커피가 신맛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핸드밀로 갈아보면 상대적으로 단단합니다. 대조적으로 풀시티 정도로 볶은 원두는 신맛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고, 핸드밀로 갈면 쉽게 갈립니다. 시티는 그 중간 정도지요.

 

 나는 주관적으로 미디엄은 가볍게/약하게/적당히 약하게 볶았다. 하이는 스페셜티(고급커피) 기준 표준적으로/조금 많이 볶았다. 시티는 많이/충분히 볶았다. 풀시티는 강하게 볶았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커피를 많이 안 드셔보신 분들이 생각하는 블랙커피 풍미는 풀시티 이상 볶음에 가깝습니다. 생두는 조금 볶을수록 고유한 특성을 많이 드러내면서 신맛이 강한 반면, 많이 볶을수록 볶아서 생긴 표준적인 풍미가 나고 신맛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6) 이브리크(터키식 커피)나 커핑 볼을 사용한 커핑을 제외한 브루잉된 커피는 커피가루를 걸러주는 필터를 통과합니다. 그런데 이 필터의 소재에 따라 브루잉된 커피의 특성도 달라집니다.

 

 필터의 소재는 크게 3가지입니다. 종이, , 금속입니다.

 

 종이 필터와 천/금속 필터는 필터링 성능이 다릅니다. 종이 필터 쪽이 여과능력이 더 좋지요. 그래서 종이 필터를 통과한 커피는 커피의 오일 성분이 필터링됩니다. 커피콩도 식물의 종자라 기름기가 꽤 있는데, 종이 필터를 통과한 커피는 기름기가 없는 커피가 된단 말이지요. 그리고 여과력이 좋으니까 미세한 커피분말도 다 걸러줍니다. 결과적으로 깔끔한 커피가 됩니다.

 

 그런데 종이 필터는 종이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필터지가 우러난 맛은 떫은 맛 쪽인데, 취향에 따라서는 이 떫은맛이 커피의 구조감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나는 꽤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 종이 필터맛은 미리 뜨거운 물로 필터지를 헹궈주는 린싱을 하면 많이 줄어들긴 합니다. 그리고 갈색 종이필터보다는 표백된 흰색 종이필터가 종이맛이 덜한데, 흰색 종이필터가 미세하게 비싸기도 하고, 표백을 하면 나쁘다는 오해가 있기도 하고, 커피필터지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시중에는 갈색 필터가 더 많습니다. 실제 커피필터지의 표백은 인체에 무해합니다.

 

 대조적으로 천 필터나 금속 필터는 오일을 걸러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천이나 금속 필터만 통과한 커피는 기름기가 남아있는 커피가 됩니다. 기름기가 있는 커피와 없는 커피는 맛, , 바디가 다 다릅니다. 그리고 여과능력 차이가 있으니까 미세한 커피가루가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촘촘한 천 필터는 미분을 잘 잡아주는데, 금속 필터는 영락없이 미분이 통과합니다. 이 미분도 맛 등에 영향을 꽤 줍니다.

 

 카누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95% 인스턴트커피에 5% 정도의 원두 미분을 넣은 겁니다. 그러니까 카누를 좋아하는 분은 미분이 좀 있는 커피도 좋아할 확률이 높습니다. 미분은 물속에 혼합될 뿐, 절대 용해되지 않습니다.

 

 추출법에 따라 어떤 소재의 필터를 쓰느냐를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 금속

핸드드립 : 주로 종이. ()이나 금속망을 쓰기도 합니다.

드립식 커피메이커 : 종이, , 금속 모두 사용

프렌치프레스 : 금속

더치(콜드브루) : 종이, , 금속 모두 사용

모카포트 : 금속 (종이 필터 적용 가능)

에어로프레스 : 종이 (금속 필터 적용하는 경우도 많음)

사이폰 : (종이 필터 적용 가능)

파드 : 종이

캡슐 : 원리상 금속

티백 : 종이




7) 커피에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마시는 취향은 존중받아야합니다.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게 표준입니다. 다만 설탕을 데미타세(에스프레소 잔)에 넣기만 하고, 젓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첫맛은 쓰고 끝 맛은 매우 달게 마십니다.

 



8) 커피는 많은 단점을 가진 음료입니다.

 

 큰 단점 중 하나는 커피는 결점두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한 잔의 커피에 상태 많이 나쁜 콩 한두 개만 섞여도 티가 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로 팔리는 원두에 들어가는 에티오피아나 인도네시아 생두, 완벽하게 핸드픽하려고 보면 이걸 대체 어떻게 마실 수 있는 건가 싶은 수준일 때도 꽤 많습니다. 결점두가 너무 많아서 다 골라내면 남는 게 얼마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딱 봐도 심각한 결점두만 골라내고 미미한 결점두는 그냥 마시게 됩니다.

 

 결점두에서 오는 나쁜 향미를 커버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그게 상업적인 커피의 첫 번째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숙련된 커피 로스터는 그저 그런 생두로도 제법 마실만한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나는 단점이 있는 커피는 2차팝을 시킨 후 스팀밀크와 시럽을 쓰는 커피를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이 더 맛있어집니다.

 



9) 커피는 감성이라 하는데요.

 

 핸드드립 감성으로 한다고 동드리퍼나 동드립포트 같은 거 장만하는 건 어지간해서는 커피맛에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습니다. 온도변화가 빠르고 빨리 식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프라이팬 소재로는 좋지만, 드리퍼 소재로는 별로 안 좋습니다. 저렴한 플라스틱 드리퍼 쪽이 어지간해선 맛이 더 좋게 나옵니다. 플라스틱은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감성은 커피 브루잉/제조 끝나고 즐겨도 됩니다. 커피도 요리입니다. 맛있는 음식 만드는 건 다분히 과학적인 영역입니다.



 

10) 커피를 추출할 때는 대략 다음과 같은 순서로 풍미가 추출됩니다. 신맛 - 단맛(실제론 단향) - 쓴맛. 그러니까 커피를 너무 길게 추출하면 쓴맛이 더 많은 커피가 됩니다. 재추출하면 안 되는 것도 그래서고요. 다만 커피추출이 길어지면 묽은 커피가 되기 때문에, 농도 차이로 쓴맛을 덜 느낄 수는 있습니다. 농도를 맞춰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11)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이야기하자면 커피믹스를 드실 때는, 믹스 포장으로 커피를 젓지 않는 게 좋습니다. 믹스 포장에는 이런저런 인쇄가 되어있는데, 그 인쇄에 사용한 성분이 용출될 수 있습니다. 그건 먹을 게 아니지요.

 



12) 베리에이션 커피 트렌드는 라떼아트입니다. 라떼아트는 카페라떼/카푸치노의 전반적인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줬습니다.

 

 라떼아트가 잘 되려면 좀 낮은 온도의 벨벳밀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라떼아트가 잘 되는 우유거품은 거품의 크기가 곱고 미세해서, 표면이 벨벳처럼 윤이 나야합니다. 그리고 온도가 좀 낮아야 해요. 여기에 색이 진한 커피를 써야 라떼아트가 근사해 보입니다.

 

 이렇게 벨벳밀크를 사용한 카페라떼의 텍스춰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만, 모두의 취향에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 크리미하고 풍성한 거품과 더 뜨거운 온도를 좋아합니다. 라떼아트의 유행 이후 카푸치노 위에 시나몬가루를 뿌려주는 케이스도 줄어들었고요. 보통은 말하면 뿌려주긴 합니다만.

 




13)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통상 둘 다 파는 곳은 커피 비율이 더 많으면 카페라떼, 스팀밀크 비율이 더 높으면 카푸치노라 합니다. 그리고 카페라떼보다 커피 비율이 더 높으면 플랫 화이트라 합니다. 카페라떼를 중간으로 보고, 우유가 더 많이 들어간 건 카푸치노, 우유가 덜 들어간 건 플랫 화이트라 생각하면 됩니다.

 



14) 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점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일반 카페라떼는 카페라떼 잔에 에스프레소를 먼저 받은 후, 스팀밀크를 부어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우유와 혼합된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거품이 얹어지게 됩니다.

 

 라떼 마끼아또는 반대입니다. 먼저 스팀밀크를 마끼아또 잔에 받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그러면 우유거품을 뚫고 에스프레소가 안으로 들어간 후, 우유와 우유거품 사이에 자리잡습니다. 그래서 우유거품에는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점이 남습니다. 라떼 마끼아또는 여기서 믹스하지 않고 그냥 층이 있는 걸 마십니다.

 

 잘 알려진 카라멜 마끼아또는 이 변형판입니다. 원조인 스타벅스 카라멜 마끼아또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마끼아또 잔에 바닐라향 시럽을 담습니다. 그 위에 스팀밀크를 담습니다. (우유와 바닐라향 시럽이 혼합됩니다.)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우유와 우유거품 사이에 에스프레소가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카라멜소스를 드리즐합니다. 즉 우유거품 위에 카라멜소스를 모양내 뿌려줘서 완성합니다

 



15) 모카라는 말을 커피에서 많이 쓰는데, 뜻이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본래 모카는 예맨이라는 나라의 서남부에 있는 항구도시 이름입니다. 영어 표기는 Mocha도 쓰고 Moka도 씁니다. 15~18세기에는 홍해에 접한 이 항구가 예맨 최대의 항구였고, 당시엔 세계 최대의 커피 거래장이 이 모카였습니다.

 

 이 모카 항을 통해 당시 거래되던 커피를 모카커피라 불렀는데, 모카가 세계 최대의 커피거래소였던 시간이 길었다 보니 커피를 그냥 모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용례로 사용되는 말이 모카포트(Moka Pot)나 모카빵입니다. 나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의 모카도 이 뜻으로 사용된 걸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예맨의 커피에는 모카라는 이름이 곧잘 붙습니다. 예맨 모카 마타리가 대표적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세계 3대 커피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 가격도 꽤 비싼데... 현대적인 커피 평가 기준으로 보면 일반적인 예맨 모카 마타리를 좋은 원두라 하긴 어렵습니다. 대신 개성적이고, 매력이 있긴 합니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하라(:Harrar)’ 지역 커피나 옛 지명 시다모(:Sidamo)’지역의 커피에도 모카라는 이름이 붙곤 합니다.


 그 외 카페모카라는 베리에이션 커피가 있는데 이건 위의 예맨 모카와는 전혀 상관없는, 카페라떼에 초콜렛 시럽/소스 들어간 베리에이션 커피입니다. 그러니까 모카시럽이니 모카소스니 이런 건 초콜렛 시럽/소스입니다. 어쩌다 이리 되었느냐 하면 예맨 모카커피에서 초콜렛 향이 나는 경향이 있어서 그리 되었다는데... 여하튼 커피에선 초콜렛 시럽/소스를 모카라고 표현을 합니다.

 

 또 모카라는 품종들도 있습니다. 일단 Mocca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건 부르봉(Bourbon:버번)의 변종입니다. 몇 년 전 생두 최고가 기록을 세웠던 엘 인헤르토의 판테레온 마이크로 모카가 그 품종이었지요. 그리고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에서 키우는 Mocha라는 품종이 있다고 합니다.



 

16) 인스턴트커피는 참 좋은 발명품입니다. 그렇지만 인스턴트커피는 어쩔 수 없이 맛이 없습니다. 프림이건 크림이건 우유건 설탕이건 다 뺄 때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커피 원두에 직접 손대면 귀찮아지는 게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는 캡슐 커피가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그 중 네스프레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나온 버츄오 말고 일반 캡슐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네스프레소 머신 용 호환 캡슐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환 캡슐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네스프레소를 접함에 있어 가장 주의하고 싶은 건 룽고는 절대 비추라는 겁니다. 내 생각엔 그건 시음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머신을 구매한 후라면 모를까, 머신을 들이기 전에 룽고 마셔보면 인상이 매우 나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캡슐을 사용할 경우, 네스프레소는 참으로 훌륭한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그럭저럭 맛있게 마실만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줍니다. 머신의 저렴한 가격과 관리/추출의 용이함을 생각해보면 강력추천할 만 한데, 단점은 많이 마시면 캡슐 값이 은근히 제법 들어간다는 겁니다.

 




17) 원두로 직접 집에서 커피를 해 드시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건 집에 핸드밀이건 전동밀이건 자체적으로 밀이 포함된 전자동 기계건, 여하튼 커피를 원두상태로 사서 갈아먹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절구나 믹서로 가는 건 안 됩니다. 일정한 굵기로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 원두는 추출 방식에 맞춰 일정한 굵기로 갈아야 합니다.

 

 갈지 않은 원두의 보존성도 충분히 나쁩니다만, 갈은 원두의 보존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카페 매장에서도 원두를 미리 갈아서 쓰는 건 절대엄금입니다. 편하려고 그렇게 하다간 금방 망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던 카페베네가 순식간에 망한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식으로 무개념하게 하는 매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핸드밀로 커피 가는 건 꽤 귀찮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동밀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커피를 매일 한두잔만 마시는 분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추출 전에 원두의 단단한 정도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도 한 장점이고요.

 

 전동밀은 편한데, 좋은 전동밀로 갈수록 많이 비싸집니다. 단순히 커피를 가는 데 돈을 많이 투자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아주 본격적으로 커피를 드시는 분이 아니면 가성비가 좋다고 하긴 어렵지요.

 

 원두를 넣으면 자동으로 드립커피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가정용 머신들이 있는데, 가정 내 커피소비량이 많으면 나쁘지 않습니다. 커피소비량이 적으면 캡슐이 낫고요. 캡슐이 좋은 게, 갈아놓은 원두지만 캡슐 안에 넣어뒀기 때문에 산패에 어느 정도는 저항력이 있습니다.




18) 커피를 마실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갓 볶은 커피는 맛이 없다는 겁니다. 이건 실제 카페를 차리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차려서 당황하는 경우까지 있다는데, 원리를 이해해야합니다.

 

 볶은 지 얼마 안 되는 커피를 갈아서 핸드드립을 해 보면 거품이 물을 붓는 대로 심하게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볶은 정도가 강한 커피일수록 그렇지요. 이런 상태의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으면 크레마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맛은 없습니다.

 

 볶은 커피는 조직이 부풀어 오르면서 안에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 성분이 많이 찬 형태가 됩니다. 이 가스가 커피빵이나 과한 크레마를 만드는 주 원인인데요. 가스가 빠지지 않은 상태로 커피를 추출하면, 가스 때문에 커피 알갱이에서 물이 커피 성분을 잘 용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기체가 있는 곳엔 물이 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갓볶은 원두를 봉투 안에 밀봉해두면 원두에서 가스가 빠지면서 부풀어 오릅니다. 이렇게 가스를 빼는 과정을 디개싱이라 하고요. 디개싱에 걸리는 시간은 원두마다 다르고 각자 의견도 다릅니다만, 보통 3~7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19) 고급 커피의 트렌드는 하리오 V60같은 드리퍼로 추출한 약배전 새콤 커피입니다. 내가 주로 마시는 커피도 이 쪽이고요. 그러나 나는 남들에게 어지간해선 내가 즐겨 마시는 타입의 커피를 권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신 커피를 싫어합니다. 커피 좀 드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과테말라 안티구아 시티를 에스프레소 추출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든 정도도 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요.

 

 한국인들은 원래 신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합니다. 평균적인 입맛이 그렇습니다. 김치가 피크를 지나 시어지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신 것 = 나쁜 것으로 관념이 생긴 것일지, 평소 음식에 향기가 풍부하거나 섬세한 경향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신 커피(약볶음 스페셜티)와 안 신 커피(보다 커머셜한, 베리에이션 위주의 커피)의 이분화가 어느 정도 되어 있고, 시장 내 점유 비율은 안 신 커피가 우월합니다. 문제는 스페셜티 애호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신 커피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건 스테이크 애호가들이 남들 다 웰던으로 소고기 구워먹던 시절에도 레어-미디엄레어 먹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신 커피를 보급하려는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대중화와 함께 평균적인 원두의 볶은 정도는 내려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프렌치나 이탈리안 정도로 볶은 원두도 흔했지만, 요새는 많이 볶아봐야 풀시티 정도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시티 정도로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평소에 마시는 건 미디엄 수준으로 볶은 원두가 좋지만, 이탈리안 수준으로 볶은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요샌 진짜 강배전 원두는 잘 없습니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생두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세계 시장 전반의 생두 품질이 올라간 덕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좋은 생두 수입에 힘쓴 덕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프렌치 이상으로 볶으면 생두의 특성이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생두에 적용하기 쉬운 게 아주 강한 볶음입니다.

 

 또한 로스터 입장에서는 강배전을 잘 하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일단 강배전을 하면 일부분만 타버리는 티핑이나 치핑이 잘 발생합니다. 볶는 실력이 좋으면 줄일 수는 있지만, 많이 볶을수록 결점두가 잘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결점두 중 쉘빈도 나쁜 맛을 내게 됩니다. 티핑을 다 골라낼 필요는 없지만, 저렴한 생두에 주로 적용하는 게 강배전인데 인건비도 비싸진 시대에 핸드픽이 늘어나는 건 효율이 안 나오는 행위입니다.


 많이 볶은 원두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간도 짧습니다. 약배전과 강배전 원두를 비교해보면, 강배전 원두가 좀 더 빨리 상하는 감이 있습니다.

 

 그 외 사견으로는 담배가 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요새는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예 금지되어있지요. 나는 흡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흡연자들은 강하게 볶은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걸 즐기는 경향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젠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또한 커피의 약볶음 추세의 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1) 더치커피(Dutch Coffee)와 콜드브루(Coldbrew)는 유의어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구분을 할 때는 콜드브루는 찬 물에 원두가루를 장시간 우려낸 것, 더치커피는 더치커피 기구로 장시간 소량의 찬물을 드립해 만든 것을 의미하긴 합니다. 그런데 더치커피는 일본식 조어에 가까워서, 영어로는 워터드립(Water Drip) 정도로 표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콜드브루가 더 넓은 범주의 표현이며, 더치커피 또는 워터드립은 콜드브루의 한 종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콜드브루는 특유의 맛이 있는데, 찬물의 특성 상 커피 원두의 성분을 충분히 용출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가지는 최대 장점이, 상태가 좀 나쁜 원두를 사용하기 쉽다는 겁니다. 핸드드립을 해 마시기엔 신선도가 좀 떨어지는 올드크롭 생두나, 로스팅한지 조금 지나서 맛있게 마실 시기는 지난, 그러나 산패되었다고 하기엔 애매한 원두, 또는 로스팅이 좀 실패한 원두를 비교적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식입니다. 비유하자면 스테이크용 고기 샀는데 조금 오래 되서 스테이크 해먹기 뭐하면 양념 재우거나 국 끓여먹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한동안 콜드브루는 카페인이 없다는 오해나 홍보가 있었습니다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콜드브루도 카페인이 꽤 많습니다. 카페인이 없길 기대하면서 콜드브루를 마시면 안 됩니다. 카페인을 피하고 싶으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콜드브루 커피의 최대 문제는 오염입니다. 일반적인 커피는 뜨거운 물에 추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살균됩니다. 그렇지만 콜드브루 커피는 추출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되기 비교적 쉽습니다. 그리고 차게 장시간 보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찬 온도에서도 세균은 번식합니다. 그러니까 콜드브루 커피는 철저하게 관리/보관되어야 합니다.

 



22) 커피는 카페인을 가진 대표적인 식물/음료입니다. 카페인에 대한 내성은 각자 다릅니다만, 커피를 좋아하면서 카페인에 약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루에 마시는 카페인 양을 신중히 계산하면서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페인을 가진 식물은 대략 커피, , 카카오, 콜라, 과라나, 마테 정도입니다. 이 중 차는 차나무(Camelia Sinensis)Camelia Taliensis라는 (중국어로는 大理茶) 차나무의 친족으로 만든 본래의 (:)’만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녹차, 백차, 황차, 오룡차(:우롱차/청차), 홍차, 흑차 및 보이차만이 해당됩니다. 흔한 오해 중 하나로 장기간 숙성된 보이차/흑차/백차는 카페인이 줄어든다는 통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카페인은 그냥 둔다고 분해되지 않습니다.

 

 초콜렛은 카페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거기 카페인이 있다는 걸 망각하곤 합니다. 물론 카페인 성분은 카카오매스 같은 것에 들어있기 때문에, 카카오매스 함량이 낮은 밀크초콜렛 계열은 카페인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무시할 정도는 아니며, 다크초콜렛은 카페인이 꽤 많습니다. 초콜렛이 들어간 모든 음식물은 카페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콜라는 본래 목본성 식물 이름입니다. 코카콜라는 처음엔 코카 잎과 콜라 열매로 만드는 음료라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고요. 그런데 코카 잎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건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요. 콜라 열매는 계속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어서요. 여하튼 콜라 열매에는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데, 근래 출시되는 콜라에 콜라열매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카페인은 들어가 있습니다.

 

 과라나는 브라질 원산의 식물로 씨앗에 카페인이 많습니다. 과라나 음료는 주로 브라질과 홋카이도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라나에서 비롯된 카페인은 많이 섭취합니다. 핫식스, 레드불, 몬스터 같은 에너지음료에 과라나 추출 카페인을 쓰거든요.

 

 마테는 차처럼 잎을 우려마시는 식물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 많이 마시는데, 카페인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돕니다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마테라고는 잘 안 부르고, 마테차라고 주로 부릅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건 갈아놓은 잎도 있고, 티백도 있고, 인스턴트도 있고, PET음료도 있습니다. 맛은 담배 맛 비슷한데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마테는 그럭저럭 맛있는 음료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턴트 마테는 찬 물에도 잘 녹습니다.

 

 의약품에도 카페인은 많이 쓰입니다. 카페인 정제도 있고, 펜잘이나 게보린 같은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23)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는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음료입니다. 다만 카페인 또는 커피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지장이 있다고들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에 비해 풍미가 뒤떨어지고, 가격은 더 비쌉니다. 카페인을 빼는 공정은 어떻게 해도 커피의 풍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공정이 추가되니까 가격도 올라가고요. 심지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옛날 방식의 공정이라면 모를까 요새 공정은 건강에 해롭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가지는 장점도 있긴 합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가공 과정에서 카페인 외에 오일 성분도 일부 잃어버립니다. 그러니까 그 결과 일반 커피보다 오일이 적은 커피가 됩니다. 프렌치프레스 같은 간편한 툴로 브루잉해도 그다지 오일리하지 않은 커피가 나온단 말이지요. 또한 산패에도 일반 원두보다 강한 편입니다.

 


 

24) 커피에 넣을 수 있는 밀크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일단 예전부터 많이 쓰던 프림(크리머)은 팜유를 주성분으로 한 식물성 크림입니다. 과거에 비해 요새는 프리마를 직접 사서 먹는 사람은 꽤 줄어들었지만, 나름대로 맛있고 싸고 보존성이 좋습니다. 사실 여전히 사람들은 프림을 많이 먹고 있는데, 일단 맥심이나 맥스웰 하우스 커피믹스에 프리마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냥 우유를 넣는 건 간편하면서도 좋은 선택입니다. 인스턴트 다방커피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뜨거운 커피엔 적당히 데운 우유가 어울립니다. 물론 우유 대신 가당한 연유를 사용하는 것도 일반적인 레시피입니다.

 

 커피 대비 우유의 양이 너무 많으면 밀크커피가 아닌 커피우유가 됩니다. 커피우유도 맛있는 음료지요. 나는 커피 마시자고 누군가와 편의점에 갈 때면 커피우유를 곧잘 마십니다. 어지간한 PET병 커피나 캔커피보다는 커피우유가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에서는 주로 스팀밀크를 씁니다. 스팀밀크는 증기가 나오는 스팀완드를 이용해 우유를 데우면서 거품 낸 것입니다. 우유를 스티밍하면 단백질이 데워지면서 주입된 공기를 감싸게 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으면 거기 있는 스팀완드를 쓰면 되지만, 스팀완드가 없어도 스팀밀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어쨌든 데운 우유에 공기를 넣으면서 믹싱하면 우유거품은 생기거든요. 머랭 만들 때 쓰는 거품기로도 만들 수 있단 말이지요.

 

 휘핑크림을 얹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휘핑크림에도 식물성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생크림을 쓰는 게 몸에도 입에도 낫습니다만, 식물성 크림이 더 싸지요.

 

 두유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주로 비건들이 먹긴 합니다.



 

25) 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피 브루잉 방식은 에스프레소입니다. 여담인데 Brew(ing)라는 영단어는 에스프레소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만, 편의상의 문제인지 한국에서 브루잉 커피라고 하면 에스프레소가 아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Espresso는 이탈리아어로, 영어 Express와 같은 뜻입니다. 그러니까 에스프레소 커피는 신속하게 추출한 커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라틴어 Presso, 영어 Press는 누르거나 압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는 압력을 가해 눌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중의적인 어감입니다.

 

 카페 매장에서 커피를 주로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는 이유는 내 생각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빨라서. 다른 하나는 진해서 베리에이션 커피를 만들기 좋으므로. 마지막 하나는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실 때의 퍼포먼스가 좋아서입니다.

 

 좋은 생두를 최적의 풍미가 나게 볶아서 추출한다고 가정하면, 핸드드립으로 추출해 따스할 때 마시는 게 가장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어지간하면 그렇게 마시는 게 최고의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립은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베리에이션 커피에 약점을 보이며, 차갑게 마실 때의 퍼포먼스도 애매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일반적인 품질의 생두는 굳이 핸드드립으로 마실 만큼 충분히 좋은 맛이 나지 않거나, 맛은 좋더라도 뚜렷한 개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에스프레소 추출 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26)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에서 커피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은 마일드입니다. 내가 보기에 모카는 그냥 가져다 붙인 말이고, 실제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의 특성은 마일드 쪽입니다. ‘마일드와 노란색은 예맨이나 에티오피아 모카커피의 특색이 아닌 브라질 커피의 특색입니다. 브라질 커피는 아라비카가 많은 반면 맥심 모카골드는 메이비 로부스타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마일드 커피는 대략 높이가 낮은 플레이버, 차분함, 좋은 밸런스, 낮은 개성, 신맛과 쓴맛이 동시에 약함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화려함이나 밝음이 없는 수수한 커피라는 뜻도 됩니다.

 

 인스턴트 커피라도 마일드보다는 오리지날쪽이 덜 마일드합니다. 그러니까 맥심 커피도 노란 모카골드보다는 붉은 오리지날이 좀 더 커피스러운 맛이 난다는 건데요.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카골드를 선호하게 된 건, 그다지 커피그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커피 그 자체보다는 커피가 들어간 음료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들조차 순수한 커피 그 자체를 좋아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드립커피보다 카페모카나 카라멜마끼아또를 좋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전업 바리스타가 아닌 자격 취득자가 대상입니다.



 

27) 현재 우리나라에 카페는 정말 많습니다. 카페가 나름 블루오션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카페 수가 너무 늘어나서 심각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지요.

 

 2018년 기준 카페의 폐업률은 14.1%입니다. 치킨집은 10%니까, 치킨집보다 폐업률이 높은 겁니다. 게다가 2018년에 폐업한 카페 중 52.6%는 영업기간이 3년 미만이었습니다. 오래 하던 카페보다도 새로운 카페들이 문을 더 닫는다는 것입니다.

 

 카페가 많이 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 대비 카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만, 그 다음의 주된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커피에 대한 이해와 애호가 부족한 채 카페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페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얼음 관리입니다. 대체로 카페에서는 제빙기 및 얼음보관통을 쓰는데, 이 세트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온이니까 위생문제가 덜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카페에서 가장 오염되기 쉬운 게 얼음입니다.

 

 얼음을 제대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비용은 가벼운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핫 아메리카노의 원가는 절대 같지 않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비싸다 해도 의문을 가질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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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57 2020.05.13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박한 지식이 놀랍군요. 어디가서 교양있는 척 하기 위해 글을 외우려고 최대한 노력중입니다.

    한국인으로써 가장 접하기 쉬운 커피는 아무래도 커피믹스와 자판기 커피가 될 텐데, 사람들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걸 보면 그건 그것대로 나름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심한 멋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취미가 생활을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니까요. 각 나라 고유의 커피 문화도 생활 속에서 자연히 생겨난 것인데 달고 간편하게 마시는 게 한국의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집에서 커피포트를 쓸 일이 있으면 무염버터를 넣는 편입니다. 끈적하고 기름이 뜨고 향이 죽고 등등... 맞는 말인데 제 입맛엔 라떼보다 낫더라고요. 다이어트니 뭐니 되도 않는 소리가 떠돌아다닐땐 약간 한심해보였는데 어쩌다 넣어보니 그냥 맛이 있었습니다.

    • 해양장미 2020.05.13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두커피를 마실 때,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한국인이나 일본인보다 꽤나 대충 편하게 추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두커피 마시는 게 유럽인한테는 보다 일상적인 것이라면, 한국인이나 일본인한테는 좀 더 취미에 가까운 것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버터 커피를 드시는군요. 프리마 같은 경우도 팜유가 주성분입니다. 경화유를 넣는다는 점에서는 유사성이 있는 레시피라고 생각합니다.

  2. 하늘바다불꽃 2020.05.13 08: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피 지식이라곤 허영만 작가의 커피 만화를 읽어 본 것이 전부였는데 유익한 정보글 감사합니다.

    저는 비염 때문에 후각이 약한 편이라 딱히 구별 없이 아무 카페에서나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편입니다. 믹스커피도 다이어트 시작하기 전엔 좋아했구요. 요즘은 너무 많이 마셨더니 마실 땐 잠이 깨는 효과가 덜하고 밤엔 불면증에 시달려서 오전에 하루 한잔만 먹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는 커피나 원두맛을 잘 알 지 못 해 달고 쓴 맛 뜨겁고 차가움 정도로 구별했는데 유일하게 커피를 먹고 놀랐던 것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더치커피로 먹었을 때, 처음엔 진한 초콜릿 향이 풍겨오고(보통은 꽃향기라 하더군요) 맛 또한 약간의 신 맛과 씁쓸한 맛이 어우러져 감탄을 하며 한동안 꽃혀 살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고구마 맛이 난다고도 하는 데 그건 딱히 느끼지 못 했지만요.

    워스트는 원래 편의점 원두머신 커피도 잘 먹는데, 딱 한 번 세븐일레븐 아메리카노에 안 넣던 시럽을 넣었다가 갑자기 역하고 비린 맛이 나서 결국 몇 모금 먹지 못했습니다. 시럽이 변질된 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손님들은 또 잘 먹더라구요...

    • 해양장미 2020.05.13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후의 커피로는 디카페인을 추천합니다. 풍미는 좀 떨어져도 잠걱정은 현저히 덜합니다.

      커피의 컵노트에서 꽃향과 초콜릿향은 다소 대척점에 있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예가체프라도 초콜릿향이 두드러지려면 로스팅 포인트가 조금 높아야 잘 납니다. 이 경우엔 본래 꽃향을 가진 생두라도 원두상태에서는 감소하여 잘 안 날수 있습니다. 둘 다 있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는 않습니다만, 초콜릿 향이 두드러지면 꽃향은 약해지기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역하고 비린 걸 느끼셨다면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확률적으로는 시럽보다는 드신 커피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3. 늦깍이대학생 2020.05.13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4. 복서겸파이터 2020.05.13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년 전에 에티오피아에 약 2년 반 정도 살았습니다. 역시 커피의 원산지답게 커피 많이 마셨습니다. 한국에서도 커피 안마신다는 사람들도 에티오피아오면 다 마시게 됩니다. 맛있으니까요. 에티오피아는 특등급 1등급 원두는 다 수술하고 국내 내수용은 그것보다 낮은 품질의 커피콩을 쓰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커피콩의 신선도가 그정도로 중요한 모양입니다.

    에티오피아 전통커피를 '분나'라고 하는데, 커피를 전통식으로 달라고 하면, 초록색 커피콩을 프라이팬에 볶는 것부터 시작해서, 절구로 찧은 다음, '자바나'라는 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팝콘과 같이 줍니다. 정말 진하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커피가 유럽으로 갈 때 터키, 비엔나를 거쳐 유럽에 대중화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터키 전통커피도 에티오피아 전통커피와 비슷하게 가루가 둥둥 뜨는 커피더군요. 비엔나도 아시다시피, 다양한 커피가 있구요.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에 의해 점령당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음식도 자기네 나라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 에스프레소도 많이 먹더군요. 설탕 왕창넣고 별로 젓지 않고 마시는게 특징적입니다. 그렇게 먹으면, 위에 떠있는 크레마의 고소함을 먼저 느끼고 중간의 쓴맛, 마지막에 녹아있는 설탕과 함께 단맛을 느낄 수 있어서 커피 한잔에서 '고진감래'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하라르나 시다모 지역의 커피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예가체프, 현지인 발음으로는 '일가짜페'지역의 커피는 발효를 많이해서 신맛이 많이 나더라구요.

    요새는 나이가 들어서 오후에 커피마시면 새벽까지 잠을 못잡니다. T.T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 해양장미 2020.05.13 14: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에티오피아에 거주하셨었군요. 10년 전이면 에티오피아가 꽤 어려웠던 시절일 것 같습니다.

      생두는 잘 포장해서 제대로 관리유통하면 신선도를 제법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도 신선하고 맛있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생두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않는 곳이 많을 뿐입니다.

      저는 분나를 마셔본 적은 없습니다만, 만들고 마시는 법에 대해서는 저도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위 본문에 잠시 이야기한 이브리크가 터키식 커피 추출 도구인데, 분나는 절구로 빻는 걸 빼면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 추출법 발전사는 미분을 잘 걸러서 깔끔한 커피를 마시려는 시도에서 생겨나 이후 풍미의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다만 원두를 단시간에 평가하는 커핑을 할 때는 여전히 가루가 둥둥 뜨는 커피를 맛보게 됩니다.

      저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설탕을 넣지는 않습니다만, 커피믹스를 마시게 될 경우 일부러 젓지 않고 마실 때는 있습니다. 저을 게 마땅치 않아서 처음 시도했던 것 같은데, 설탕 넣고 안 저은 에스프레소처럼 끝맛만 달아집니다.

      하라나 옛 시다모 지역 커피를 선호하셨군요. 어쩌면 워시드보다는 내추럴 가공한 커피를 좋아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근래 옛 시다모 지역에 해당하는 구지 지역의 좋은 내추럴 커피를 만나 한동안 즐겁게 마시고 있습니다.

      오후에 커피드시면 잠들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디카페인 커피를 추천합니다. 전 디카페인 많이 마십니다.

  5. 초록빛나래 2020.05.13 14: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양장미님 블로그에서 오랜만에 식이주제로 글을 보는것같습니다. 저는 카페인에 워낙 예민한 체질이라 커피를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주변에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이런 글들도 종종보게되는데 재밌더군요 정치말고도 요런 주제들로도 종종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s)사족으로 돼지 뼈등심은 근래도 잘먹고있습니다 지인들에게도 뼈등심 부위를 소개시켜 줬더니 좋아하네요

    • 해양장미 2020.05.13 14: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생각에 저는 정치를 그다지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시대가 이렇기도 해서 정치블로거가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정치 관련 멘탈관리는 다른 분들보다 좀 쉬운 것 같기도 합니다만.

      돼지 뼈등심은 좋은 정형방식인데, 일정이상의 수요를 확보해서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안 팔리면 사라질 테니까요. 제 생각엔 아예 소 티본처럼 안심까지 같이 정형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6. 만신전 2020.05.13 15: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어렵고 재미없을 수 있는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재밌게 쓰시는지요 ㅎㅎ

  7. 스스로학습 2020.05.14 0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피나 술을 전혀 안 좋아하지만 흥미롭게 읽었어요 다만 믹스커피는 커피라기보다는 설탕물에 가까우므로 공복에 섭취는(사실 섭취 그 자체를)가급적 안 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장미님 지식의 깊이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감이 안 잡히네요 혹시 장미님은 술을 즐겨 드시나요?ㅇ.ㅇ뭔가 소주나 맥주 드시는 모습은 좀...깨는! 느낌이지만 ㅋㅋ장미님이 술에 대한 글을 쓰시면 그거대로 재밌을거 같다는 느낌이

    • 해양장미 2020.05.14 0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떤 커피건 디카페인이 아닌 이상 공복에 마시는 건 좋지는 않아요. 카페인은 위장에 자극을 많이 줍니다. 소화기가 튼튼하신 분들은 괜찮을테지만, 좀 약한 분들은 탈나기 좋습니다.

      제가 주류에 대해 작성한 글은

      https://oceanrose.tistory.com/624

      이게 있습니다.

  8. roo ney 2020.05.14 0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룽고 싫은게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여.

    • 해양장미 2020.05.14 0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통상적인 룽고 도피오 레시피는, 16~23g 정도의 원두를 30초 이상, 35~60cc 정도 추출한 걸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도 저온장시간 로스트한 원두가 아닌 이상 좋은 레시피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네스프레소 룽고는 5~6g의 수준의 원두로 무려 110cc를 추출하는 거라 제대로 된 맛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저는 네스프레소 룽고 추출기능과 캡슐을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9. minddiver 2020.05.14 0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커피를 맛보다는 잠깨려는 용도로 먹고 뭔가 그 쓴맛이 강하면 정신이 잘 드는것같은 자기최면이 들더군요.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마셔도 별로 저는 맛의 차이를 못느끼겠더라구요. 딱 하나 구별하는게 아메리카노와 더치커피의 차이입니다. 뭔가 더치커피가 저한테는 향이 더 좋은 느낌이더라구요 맛도 더 있고.

    그래서 카페에 가서 더치커피가 있으면 별 고민없이 그걸로 시키는 편입니다. 믹스커피도 좋아합니다...솔직히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나 믹스커피나 믹스커피가 달다는거 말고는 커피향이나 맛에 별 차이를 못느끼겠더라구요 ㅠㅠ. 다양한 커피맛을 즐기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 해양장미 2020.05.14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카페인은 쓴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로부스타종을 쓴 커피도 쓴맛이 강한 편입니다. 그 외 강한 쓴 맛 자체의 자극성이 잠을 깨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치커피는 특유의 풍미가 있습니다. 그 풍미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더치는 원두 고유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닙니다. 제 생각엔 추출법 자체의 특징적인 풍미가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사견으로는 사이폰도 사이폰 추출법 고유의 풍미가 강한 편입니다.

  10. 오골오글 2020.05.15 0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양장미님은 커피에도 식견이 엄청나시군요..

    저도 커피를 매우 좋아합니다. 집에 캡슐커피, 에스프레소머신, 드립, 그라인더, 인스턴트,더치팩.. 다 구비해두고있죠..

    개인적으로 인스턴트는 루카스나인이 제일 괜찮은것 같습니다. 볶은커피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스벅 비아보다도 훨씬 좋더군요.

    아 본문에 콜드브루 카페인 이야기가있는데 정확하십니다. 추출시 물과 닿는 시간이 길수록 카페인도 많아집니다. 콜드브루>드립>에스프레소 순서로..

    오늘도 해양장미님의 좋은글로 배워갑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 해양장미 2020.05.15 0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커피미분 비율은 카누 > 루카스나인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냥 인스턴트커피 맛이 전 프렌치카페 > 맥심이라서 루카스나인도 카누보다 맛있겠거니 생각은 합니다. 루카스나인을 제가 마셔보진 못했습니다.

      브루잉된 커피의 카페인 양은 추출시간과 추출온도 양쪽에 영향을 받습니다. 콜드브루의 카페인 양이 드립이나 에스프레소보다 많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출하느냐, 얼마나 볶은 어떤 원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야 할 겁니다.

    • 오골오글 2020.05.17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카페인이 또 그렇군요.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11. 玄狼 2020.05.16 0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피는 마시고는 싶은데 과민증 때문에 못 마시지만, 부모님이 드셔서 집에 원두와 핸드그립 세트는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대신 로스팅 집에서 살 때는 보통 콜롬비아 나리뇨/ 파라이소를 추천받았습니다만. 아직도 어떤 커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버터 향 같은 향은 나더군요. 무겁고 짙은 향,

    • 玄狼 2020.05.16 0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레쓰비 작은 한 잔도 겨우 마시는 수준이라 카페에서는 스무디같은 걸 시키는데, 디저트는 커피한테 맞추어져 있어 같이 마시면 너무 답니다. 그렇다고 캐모마일이나 홍차 종류를 마시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추천해주실 게 혹시 있으신가요?

    • 해양장미 2020.05.16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야기하시는 조건에서는 디카페인 커피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12. minddiver 2020.05.16 0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피에 대해 약간 궁금한 것이, 같은 양의 커피(또는 카페인 음료)를 마셔도 잠깨는 효과 등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인것 같은데,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술이 미치는 영향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사람 몸에도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서 그 양이 사람마다 다른걸까요?

  13. 27남 2020.06.05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핸드드립을 해볼까해서 이리저리 알아보던 차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27남 2020.06.05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주가는 개인카페 사장님도 제가 신걸 자주먹다보니 하리오를 추천하시던데, 커피밀은 전동으로 써도 별 차이는 없나요?

    • 해양장미 2020.06.05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볶음 정도가 낮은 커피를 뜨거운 채로 즐겨 드신다면 하리오가 최고입니다. 다만 아이스를 즐겨드신다면 금속메쉬 계열의 드리퍼나 에어로프레스같은 가압추출도구도 추천해 보겠습니다.

      그라인더는 가성비에서는 당연히 핸드밀 >>> 전동밀입니다. 다만 핸드밀은 거의 코니컬버라 플랫버를 원하신다면 전동밀을 선택해야합니다. 저는 핸드드립을 한다면, 특히 하리오에는 코니컬버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각자 견해가 다를 겁니다. 제가 코니컬버를 좋아합니다.

      다만 핸드밀은 어쨌든 귀찮기 때문에 성격이 안 맞으면 못 씁니다. 볶음 정도가 낮은 원두일수록 핸드밀로 갈 때 힘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인천 지역 소개 - 4. 서구 - 1) 옛 서구 지역

사회 2020. 5. 5. 20:1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이 지역에서 뮤비를 찍은 2NE1 Ugly

 

https://youtu.be/NGe0hHvAGkc

 


 이전 화


1. 계양구 - 1) 계산, 작전동 일대

1. 계양구 - 2) 외곽 및 산악지대

2. 부평구

3. 남동구 - 1) 구월, 간석, 만수동 일대

3. 남동구 - 2) 남촌도림동, 장수서창동, 논현동 및 고잔동





 원래는 남동구 다음에 연수구를 다루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연수구는 인천 동부라기보다는 서부에 가깝다고 판단하여 나중 차례로 돌리려고 합니다.


(인천광역시 서구 행정동 지도입니다. 오류동 가운데의 흰 부분은 쓰레기매립지 일대.)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서구는 섬 지역을 제외한 인천 본토에서는 가장 넓은 지역입니다. 좀 과하게 넓어서 총면적이 현재 무려 137.12인데요. (서구 공식 면적) 인천이 워낙 넓은 광역시라 인천광역시의 10개 자치단체 중에선 총면적이 4위고 순위로는 중간 정도밖엔 못 하긴 합니다. 섬지역이 많이 넓거든요. 그래도 서구 면적도 상당히 넓은 거라 수원시 전체보다 넓고 성남시 전체와 비슷한 면적입니다. 이 큰 넓이 때문에 향후 분구가 거의 확정적입니다.


 

 조선시대에 서구는 검단 지역을 제외하면 부평도호부에 속했고, 인천 편입 직후엔 북구의 서쪽 일부였습니다. 옛날엔 산 넘어 바닷가 마을 정도인 곳이었지요.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현재의 주안산단 및 청라국제도시 지역이 매립되고, 김포 검단면이 인천으로 넘어오면서 현재의 광활한 면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넓어진 후에도 한동안 광활한 지역이 시골이었지만, 느리게나마 점차 개발이 되면서 이젠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자치구가 되었고요. 개발과 인구유입이 계속되는 지역이다 보니 2020년 현재는 남동구보다 인구가 많아져서, 인천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자치구가 되어 있습니다. 이 넓은 지역이 아직도 국회 의석수는 겨우 2개여서 문제가 많기도 합니다. 인천광역시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정치력과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는 겁니다.


 

 현재의 서구는 본래 육지였던 옛 서구지역과 매립지인 인천 북항 및 공장지대, 청라국제도시. 그리고 검단의 4지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 검단은 하나의 자치구만큼이나 넓은 지역이라 향후 분구될 가능성이 높고요. 본래 김포였던데다 아라뱃길로도 나뉘기 때문에 생활권이 좀 다른 지역입니다.


 

 서구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옛 부평도호부의 지리부터 이해해야합니다. 김포-부평평야 서쪽엔 가현산-계양산-천마산-원적산-철마산-법성산-만월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이 있는데요. 1960년대만 해도 이 산맥이 바닷가 산맥이었습니다. 물론 산맥 넘어 바닷가에도 마을들이 있었는데요. 이 지역이 현재의 연희동 일대 및 가정동, 신현동, 석남동, 가좌동 등의 지역으로 예전부터 있었던 서구 일대입니다. 그리고 가좌동 남쪽으로는 만조 시 바다, 간조 시 갯벌인 만(bay)이 있었고, 이 곳에 주안염전이 있었지요. 주안염전은 조선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한 지역이었고, 광복 이후에도 한동안 전국적인 천일염 생산지였습니다. 근래의 신안군 천일염 같은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주안이 가지고 있었다고 할까요.


 

 그렇지만 인천은 타 지역보다 빠르게 산업화되었습니다. 60년대부터 주안염전 일대 및 서구 서쪽이 매립됩니다. 그리고 거대한 공단과 항구(인천 북항)가 생기지요. 바다를 접한 큰 공단이 있으니 서구의 주거지역은 동서로는 좁게, 남북으로는 길게 들어서게 됩니다. 시대적 특성이 있고 지리적 특성이 있으니 재래시장이 여럿 들어섰고, 옛 부평도호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생활권이나 문화는 남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옛 인천도호부쪽에, 그러니까 십정동/간석동/주안동에 훨씬 더 가깝게 발달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 지역과 부평 지역을 오고가려면 언덕을 넘거나 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남쪽 길부터 언급하자면 산곡동 한양아파트 옆으로, 지역 명문고인 명신여고를 끼고 철마산을 넘는 원적로가 일단 있고요. 그 바로 북쪽에는 인천의 세 자동차전용 유료터널 중 하나인 길주로의 원적산터널이 있습니다. 이 세 터널들은 하이패스가 안 되고 거리대비 비싼 걸로 악명 높습니다. 다른 두 터널은 부평과 구월동을 잇는 만월산터널, 그리고 미추홀구 학익동과 연수구 청학동을 잇는, 문학산을 관통하는 문학터널입니다.


 

 원적산터널 북쪽으로는 장수산과 천마산의 골짜기에 경인고속도로가 지나는, 계양구와 부평구와 서구 세 구의 경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경인고속도로의 현 시작점 서인천IC가 있고, 그 남북으로 일반도로가 지나가는데 남쪽 일반도로는 장수산 자락을 지나가는 서달로고, 북쪽 일반도로는 동쪽으로 부천을 횡단해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까지 이어져 화곡로에 직결되는 봉오대로입니다. 봉오대로의 옛 이름은 봉화로이며, 이 도로는 부천에서는 오정대로였는데 이름이 합쳐져서 봉오대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구청 북쪽에는 계양산과 천마산 사이의 징매이고개를 넘는 경명대로가 지나갑니다. 이 징매이고개는 고려 충렬왕 시대에 이 곳에 사냥용 매를 징집하는 국영 매방을 이전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후 양녕대군도 이 지역에서 매사냥을 즐기다 결국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줬다고도 전해집니다.


 

 옛 서구의 거주지는 바닷가이면서 산자락이었기 때문에, 낮은 고개가 많은 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석남동이나 가좌동 일대의 고갯마루에 서서 남쪽이나 서쪽으로 길이 뚫린 쪽을 바라보면, 지평선 가까운 저 멀리까지 시야가 트입니다. 물론 그 끝에 있는 것은 어디에서 봐도 공장 지대입니다. 인천 어느 지역보다도 연희동 쪽을 제외한 옛 서구지역이 오래된 항만 공업도시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선 산업 지역 특유의 지저분함과 활기와 난개발과 오래 되고 낡은 지역을 동시에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단이 있는 부평구나 남동구 쪽과 비교하면 옛 서구 지역은 좀 더 오래된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 지역이 인천 밖에서 인천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미지에 꽤나 근접한 지역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천에서 이런 지역은 옛 서구뿐입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오래 된 항만공업도시의 모습을 체험하고 싶으면 옛 서구 지역을 다녀보시길 권장합니다.


 

 북쪽에서부터 가정동, 신현원창동, 석남동, 가좌동은 남북으로 쭉 이어지는 연담화된 도시지역입니다. 가좌동은 한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할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았던 동이라고 하는데요. 실제 옛 서구 거주지역은 반듯하게 길이 뚫려있는 곳이 많고,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이 아주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동네 생긴 걸 보면 한 때는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네였을 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지요.


 

 이 옛 서구 주거지역 동쪽으로 ()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갑니다. 지금은 규정상 일반도로가 되었지만, 아직 생긴 거나 차량 달리는 모습은 그냥 지상에 깔린 고속도로입니다. 이 때문에 원적산 서쪽 자락, 경인고속도로 동쪽에는 동서로 아주 좁고 남북으로는 긴 주거지역이 있는데, 고립지형이고 산 근처라 그런지 고속도로 서쪽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고 공기 괜찮은 분위기의 동네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경인고속도로 서쪽은 난개발이 끊임없고 유동인구도 꽤 되고, 공기는 나쁩니다.


 

 서구청이 위치한 연희동은 중간에 산이 있어 남쪽의 가정동과는 떨어져 있습니다. 연희동 일대는 옛날엔 곶(cape)이었고, 계양산과 천마산 사이의 고개를 넘으면 부평도호부의 중심이었던 계산동과 바로 이어지는 지역입니다.


 

 고종 때 곶이었던 현재의 연희동에 진지와 포대를 설치하고 연희진지라 불렀습니다. 이후 연희진지는 개항되면서 쓸모가 없어졌고 진지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지형이 곶이었던 만큼 현 서구 지역의 중심지가 되었지요. 여담입니다만 원인천 쪽도 본래는 곶이었고, 연희진과 함께 그 쪽에도 진지를 설치했었는데 그게 화도진입니다. 이건 중구, 동구 이야기할 때 더 해보지요.


(인천광역시 서구 법정동 지도입니다.)

 

 연희동 일대는 지금도 서구의 행정 중심지입니다. 거대한 면적을 가진 서구에서 마침 지리적으로 가운데 쪽이기도 하거든요. 인천 아시안게임에 사용했던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이 있고, 서구에서 가장 큰 병원인 가톨릭관동대학교국제성모병원도 이 곳에 있습니다.


 

 서울 논현동도 그렇지만 서울 연희동도 동 이름이 꽤 유명하다 보니, 인천 사람들도 연희동이라고 하면 서울 연희동을 먼저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 인천 서구 행정동 연희동은 법정동으로는 심곡동 + 공촌동 + 연희동 일부인데, 심곡동이라고 하면 또 부천 심곡동이 더 유명합니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도 구분해서 굳이 인천 연희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명이 그래서인지 서구청 쪽이라고 부를 때가 가장 많습니다. 현재 아시아드경기장역이 있는 공촌사거리가 유명해서 공촌사거리 쪽이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연희동에 있는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인천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경기장입니다만, 현재 거의 방치나 다름없는 상태의 문젯거리입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문제는 좀 스토리가 복잡한데요.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상수 시장 재임 당시 인천은 꽤 잘 성장 중이었습니다. 빚더미라는 이야기는 민주당의 언론 플레이였고, 실질적으로 재정 문제가 그 때는 없었습니다. 민주당의 부채 관련 언론 플레이는 너무나도 지저분했고 인천광역시의 이미지 및 미래에 큰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결코 이 문제에서 민주당을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부망천 같은 소리는 그것에 비하면 완전히 애교지요. 여하튼 안상수의 인천은 2007년에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데요. 여기서 7만석 규모의 주경기장 신축 계획이 생깁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신규인프라 건설에 부정적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안상수는 역시 행정에 있어서는 뛰어난 인물이라 20091, 포스코건설이 4,460억 원의 건축 비용 중 70%를 부담하고 나머지 30%는 인천시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주경기장을 신축하기로 비공식 합의를 했었습니다. 혹자는 포스코건설이 인천아시아드를 지으려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포기했다고 주장합니다만, 포스코건설과 인천시가 합의한 시점은 2009년이라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입니다. 대신 포스코건설이 경기장을 30년간 운영하고, 인근에 주상복합도 지어서 투자금+이익을 회수하려고 했었지요.


 

 그래서 안상수의 인천시는 개발제한구역이던 현 인천아시아드 부지의 개발제한을 해제하고, 토지보상까지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착공 직전까지 간 게 2010년 지방선거 무렵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뜻밖에도 안상수가 져버립니다. 안상수가 모든 걸 잘한 건 당연히 아닙니다만, 그래도 나는 아무리 복기를 해도 안상수가 최고의 인천시장이었다 생각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안상수는 이미지가 너무 많이 부당하게 더럽혀져버려서, 나는 종종 안상수가 왜 좋은 시장이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잘못된 공천으로 정치생명이 허무하게 다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지요.


 

 송영길은 처음부터 인천아시아드경기장 신축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당선된 후 시장 취임식도 하기 전에 쿠웨이트로 떠났지요. 그리고는 아흐마드 알사바 OCA 회장을 만나 인천은 7만석짜리 신축경기장을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5만석 규모의 문학경기장을 증축하여 5천석을 추가하고 이런저런 인프라로 지원하겠다고 협의합니다. 그에 아흐마드 알바사 회장의 동의를 얻어내고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난리가 납니다. 서구 주민들이 이걸 그냥 받아들일 리가 있습니까.



 이 때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이 그 때도 서구 국회의원이었고 (이번에 낙선은 했지만) 지금도 국회의원 신분인 이학재 의원입니다. 송영길은 취임도 하기 전부터 국회의원과 구의원이 낀 강경한 시위대를 마주하게 되었지요. 취임식까지 엉망이 될 뻔한 걸 이번에 12년 만에 총선에서 이겨 국회의원이 된 김교흥이 중재하여 겨우 수습하기도 했었습니다.


 

 송영길은 처음부터 불리한 입장이었는데, 애초에 안상수를 꺾기 위해 송영길과 민주당측에서 펼친 인천 부채 언플이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프로파간다와 프레임으로 선거판을 뛸 때는 몰라도, 취임 후 팩트와 숫자로 싸우면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안상수의 인천아시아드건립계획은 인천시가 큰 비용지출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난리가 났으니 포스코건설도 발을 뺍니다. 70% 건축비를 분담해 직접 짓겠다던 포스코건설이 발을 뺐으니, 당연히 정치적으로 더 난리가 났고 송영길은 크게 지탄 받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바보짓이 된 겁니다. 송영길의 정치적 거점이 서구였으면 그런 행동을 못 했을 것입니다만, 송영길은 동쪽 계양을이 본거지고 거긴 서구아시아드 경기장 같은 덴 아예 별 관심이 없었지요.


 

 어쨌든 이 상황에선 당시 긴축 중이던 인천은 문학경기장을 증축할 수밖에 없게 되었었습니다만... 그렇게 안됐습니다. 갈등이 심해지니 결국 55,000석짜리 주경기장을 서구에 짓는 것으로 중재안이 나왔고, 인천시는 그 부담을 할 수 없었으니 중앙정부에 징징을 시전했고, 서구 주민들의 필사적인 징징에 이명박 중앙정부는 어쩔 수 없이 건설비의 27%. 1,326억원의 지원을 해줍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거지같은 사건이었지요. 송영길은 위대합니다.


 

 이후의 전개도 참 씁쓸했는데요. 당초 계획이 4,460억으로 7만석이었던 반면 실제 지은 건 55,000석인데도 어째 같은 예산이 들어간 걸로 보입니다. 이건 뭔가 내가 본 자료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포스코건설이 직접 주도해 짓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이해는 안 갑니다. 그리고 주변 개발이 늦어지고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완공도 늦어져,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너무 외지에 경기장만 있는 셈이 되었고 그나마도 육상 경기밖에 치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6년이 지나도록 이 경기장은 지금도 거의 버려져 있다시피 합니다. 외형은 참 멋진데 막상 가 보면 휑합니다. 당초 계획대로 포스코가 운영을 담당하고 근처에 주상복합을 지었다면, 어쩌면 달랐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유지비로 세금만 1년에 수십억씩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물론 송영길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질 수가 없지요. 시장 재선 실패 이후 서구 의원도 아니고 계양구 의원인데.


 

 나는 이런 거액을 들인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좋은 인프라가 활용되지 못하는 데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거리마다 번화하고 도시 인프라마다 사람이 몰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가끔 그 때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너무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습니다.


 

 서구청 일대의 주거 및 상업지역은 서구의 중심이라기엔 그다지 넓지 않고, 모든 방향으로 다소 고립되어 있으며, 언덕 지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구의 중심지가 이렇게 고립지형에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북쪽과 서쪽으로 부지가 없는 게 아님에도 개발제한이 장기간 걸려있던 탓이 큽니다. 그나마 서구청 일대 자체도 90년대 이전에는 지금보다 개발이 훨씬 덜 되어있던 지역이고, 서구는 서구청 일대보다 더 남쪽에서 우선적으로 발달하였었습니다.


 

 서구청 일대는 90년대 중후반에 개발된 곳이 많습니다. 아파트들이 꽤 있는 동네인데, 아파트들 준공년이 대체로 94~98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예전부터 서구의 중심지이긴 했지만, 동네는 아주 오래 된 동네는 아닙니다. 90년대 후반까지도 연희동 일대는 한참 개발 중에 있었습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서쪽에는 현재 제법 조성을 해둔 연희공원이 있습니다. 이 연희공원이 본래 연희진이 있던 곳이라, 지금도 가 보면 포대의 흔적이 있습니다.


 

 양질로 조성 중인 공원임에도 인접한 아시아드와 마찬가지로 연희공원은 적어도 평일 기준으로는 사람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청라국제도시의 바로 인근에 있지만, 실제 청라 거주지에서 도보 접근성이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지만, 아직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좋은 공원인데요. 서구가 워낙 넓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보니, 인프라는 갖춰가는데 아직 그걸로 뭔가 꾸려 나갈 행정력 등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연희공원은 바닷가에 나름 제법 격지라 그런지 계절 잘 맞추면 철새를 보기 쉽습니다. 나는 2019년에 이 곳에서 대형 조류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정확한 형태를 본 것은 아니라 확신은 못합니다만, 어쩌면 두루미를 봤던 것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예전에 연희동경서동 일대는 두루미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되었다가 간척사업으로 지정해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1977년 지정, 1984년 지정해제)


 

 본격적인 옛 서구지역은 서구청 쪽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현재의 루원시티에서 시작됩니다. 루원시티는 본래 가정오거리로 불리던 곳이었고, 한 때는 재개발이 지체되면서 인천 최악의 슬럼으로 전락했었습니다. 루원시티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재개발의 지체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재개발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 지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샘플이지요. 다만 이름이 루원이라 처음 들으면 중국 지명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루원시티라는 이름은 본래의 동 이름인 佳停’, 아름다울 에 머무를 과 연관이 있는 이름입니다. 루원이 한자로 樓苑인데 다락 루에 (누각이나 망루에 쓰는 한자) 나라동산 원입니다. 나라동산 은 우리나라에서 잘 쓰는 한자는 아닌데, 왕족이나 귀족이 울타리를 치고 짐승과 식물을 키우며 종종 사냥을 하는 곳을 이라 합니다. 역사와 문화의 차이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많이 쓰는 한자고, 우리나라에서는 궁궐에나 써왔습니다. 가정동 루원시티라 하면 즉 아름다움이 머무는, 누각이 있는 나라동산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 루원시티는 청라와 연담된 신도시 지역이니 나중에 따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북단의 옛 가정오거리부터 시작되어 남쪽으로는 가좌동까지 이어지는 옛 서구 주택지는, 바다에 인접한 지역임에도 주민들이 바다를 보고 살거나 하진 못합니다. 인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인천 시민들이 바다와 가까이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대다수의 인천 사람들은 거의 바다를 잘 보지 못하고 삽니다. 인천 바닷가는 월미도나 정서진, 그리고 항구와 포구 같은 극히 일부의 지역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공장지대라서 일반 시민들이 굳이 갈 일이 없습니다. 막상 가도 대체로 볼만하지가 않고, 바닷가는 철조망 같은 걸로 막혀 있기 일쑤입니다. 부두에 가도 거의 컨테이너선 같은 게 많고, 관계자 외 출입제한지역도 많고, 군사시설도 곳곳에 있고, 유람선 같은 건 별로 없으며 여객선이 다니는 항구도 제한적입니다. 인천 시민들의 수상 레저는 공업이 발달한 바닷가보다는 어째 아라뱃길과 한강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옛 서구지역 바닷가의 산업 단지는 규모도 크고 항구까지 있는데도, 별로 인천 내에서 존재감이 있는 편은 아닙니다. 이 지역은 본래 육지가 아닌 바다라 할 수 있었고, 염전이나 수산업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관련 직업을 가지거나 한 게 아니라면, 그냥 일반적인 길로 다니면 굳이 가볼 일이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운전을 하다 잘못해서 들어가도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곳으로 왔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역이지요. 주안산업단지와 쭉 이어져 있는데, 넓이로 보면 이 주안산단이 인천 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임에도 인천시민들에게는 남동공단이나 부평공단 등에 비해 존재감이 없는 편입니다. 현대제철, 한진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GS칼텍스 같은 대기업 공장들과 듀오백 같은 유명 브랜드가 이 지역에 있지만 굳이 찾아가지 않는 이상 들어갈 일이 없거든요. 그나마 송림동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생긴 후에는 공단을 통과할 일이 좀 늘긴 했지만요.


 

 이렇게 해안 산업단지와 산지 사이에 있다 보니, 옛 서구지역은 공기 질이 그리 좋은 편은 못 됩니다. 물론 이것도 세부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아예 산지에 가깝거나 지대가 높은 쪽은 교통이 조금 나쁜 대신 공기 질은 그래도 괜찮은 편인 것 같습니다. 경험적으로는 공단이나 대로 근처라도 지대가 높으면 공기 질은 괜찮아집니다.


 

 옛 서구 지역의 산업단지와 주거지대가 완전히 대책 없이 붙어 있는 건 아닙니다. 서구 주거지역과 산업단지 사이에는 완충녹지가 있긴 합니다. 신현동 주거지역 서쪽은 구릉지이고, 석남동 쪽부터는 동서로 100m 정도 되는 공원 및 녹지가 남북으로 1.5km 정도 이어지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재울역에도 완충녹지공원이 있고요. 사실 이런 완충 녹지가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공장 지대에 가볼 일이 더 없기도 합니다.


 


 다만 남부의 가좌동 쪽은 가재울역 근처를 제외하면 주거지역과 산업단지가 별다른 경계 없이 이어집니다. 가좌동은 80년대엔 거주인구수가 전국적으로 많았던 동네고, 당시엔 딱히 공장지대와 주거지대를 나눌 여유가 없던 시대였고, 사람들도 신경을 많이 안 썼는데 그 시대 모습 그대로 세월이 지나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 공단에 인접한 가좌동에 가 보면 정말 옛날 중공업도시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주거지역보다는 공단이 훨씬 넓은 동이지요.


 

 현대 도시에서 공장을 뺄 수는 없습니다. 제조업은 산업의 근간이고, 중공업 없는 세련된도시를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어렵습니다. 굴뚝이 없는 도시는 전국에서 서울과 세종시 뿐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많이 키웠습니다. 서구 옛 지역들에는 그런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고, 청년들 중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공장들도 노동자를 꾸준히 고용하기 어렵게 되었고요. 인천은 일자리 자체는 널렸음에도 실업률이 높은 도시가 되었지요.


 

 앞으로 인천에 있는 공장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20년 현재 공업 도시로의 인천이 가진 경쟁력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될 것입니다. 옛 서구지역의 과거와 현재는 공업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옛 서구지역에서 꽤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주안산단은 동구 및 미추홀구와도 밀접한 관계이므로, 차후 미추홀구를 다룰 때쯤에 다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현 시점에서 옛 서구 지역은 인천의 대표 할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인천에 이런 곳이 좀 더 많았지만 시대가 지나고 현대화되다 보니 줄어들어서, 이젠 옛 서구지역만 좀 특별해진 상황입니다. 특히 석남동 일대가 유명합니다. 좀 시끄러운 거 좋아하고 밤을 사랑하는 분들이 지내기 좋은 동네라고 할까요.


 

 한편으로 최근 옛 서구지역엔 인천 2호선을 따라 역세권에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옛 경인고속도로 길을 따라 함께하는 인천 2호선은, 옛 서구지역에서는 역 입구들이 꽤나 외진 데 있다는 느낌인데요. 그래서 독특한 모습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낡은 동네 외각, 고속도로 인근에 신축 오피스텔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지요. 인천에는 아직 서울 수준으로 역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역세권은 꽤 가치가 있는 편입니다.


 

 외부에서 인천을 보는 이미지와 실제 인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인천은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그나마 비슷한 지역은 있지요. 항구도시 인천의 역사적 이미지가 남은 곳이 원인천이라면, 항만공업도시 인천의 이미지에 제일 부합하는 지역은 이 옛 서구지역일 겁니다. 그런데 옛 서구 지역도 근 몇 년 사이 빠른 개 중에 있고, 꽤나 생기가 있는 지역이라 몇 년 후의 이 지역은 좀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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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바람 2020.05.05 2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천하면 원도심 일부와 부평역일대 소래포구, 소래포구, 송도국제도시, 인천박물관, 옛송도유원지, 영종~용유도, 장봉도, 신시모도, 무의도를 다녀왔고

    서구쪽은 막역하게 월미도유람선이나 공항철도나 인천지하철2호선으로만 구경했는데 이렇게 넓은곳인줄 몰랐습니다. 외지인으로써는 갈일이 없어서인지 더 그런것 같습니다.

    지나가면서 보면 서구쪽도 뭔가 개발이 활발한것 같은데 안상수시장 이후로는 신도시개발말고는 더이상의 발전이 더딘것 같습니다. 그건 서구 바다건너 영종~용유도도 그런것 같습니다.

    서구가 인천의 중심산업단지 중 하나인것 같은데 최저임금이나 52시간제에 더이상 버티지를 못하는것 같습니다.

    국뽕튜브방송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제조업의 미래는 암울하겠지요. 심지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인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마저도 미래가 어두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서구 산업단지의 쇠퇴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무관심한것 같습니다. 심지어 미통당마져도요. 이런식이면 인천서구도 결국엔 서울의 배후신도시로만 마물것 같습니다

    • 해양장미 2020.05.05 2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안산단은 좀 러프하게 말하면 인천 본토 바닷가에서 항구를 뺀 거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몇 개 구에 걸쳐 있습니다. 서구는 넓은 지역이라 주안산단에 걸친 영역도 넓은 거고요. 근래 돌아다녀 보면 이 쪽이 남동공단이나 부평공단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보이긴 합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최저임금/52시간 안했어도 주안산단은 꽤 힘들었을거 같은데, 그것까지 하니깐 아주 죽을 지경이 된 거지요.

      인천광역시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서울의 권역에 있을 생각이 없습니다. 실제 직할시 시절에는 서울보다 경제력이 좋았기도 하고요.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날개가 꺾인 인천을 되살려 서울을 뛰어넘는 도시로 만들고자 진지하게 노력했던 건 안상수 뿐이었고, 송영길과 민주당은 집권을 위해 인천의 이미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옛 서구지역 말고 청라국제도시나 경인아라뱃길 쪽은 관광과 레저를 즐기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은 다음 차례에 다뤄보려고 합니다.

    • 새로운 바람 2020.05.05 2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타지인으로써 솔직히 인천이 서울을 넘어설 잠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천국제공항, 청라, 송도국제도시 이후로는 확실히 인천의 발전은 없는것 같습니다.

      기존의 송도국제도시나 청라지구 영종도하늘도시가 송영길 이후로 발전을 하느냐 그렇지도 않지만요.

      오히려 서울 강남권인 경기도 분당, 판교, 수원 광교, 영통, 동탄신도시가 몇년동안 발전을 했고 그에 반해서 서울의 핵심업무지구인 강남의 테헤란로가 다른 동네보다야 낫지만 몇년동안 어느정도 쇠퇴를 했습니다.

      인천 중구 개항장거리니 동구배다리 역사거리 같은 도시재생이 인천이라는 대도시를 먹여살릴일은 더더욱 없고요.

      인천 공업단지는 전체적으로 쇠퇴를 하고 그렇다고 뭔가 새로운 먹거리발굴에는 앞으로도 막막할것 같습니다. 인천 서구의 현재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 해양장미 2020.05.05 2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항만과 공항이 있고 더 평야가 넓은 인천이 지리적으로는 서울보다 발전하기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들은 계속 발전 중이긴 합니다. 느려서 문제지요. 개발 끝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언급하신 강남권은 경부선 라인입니다. 근 몇 년 동안 경부선 라인이 주로 발달했습니다.

      인천이 근래 쉽지 않은 원인 중 하나는 영남권이 어려운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영남권보다야 인천 상황이 낫지만, 분명 난항 중이긴 합니다.

      다만 다른 지역 상황이 더 좋은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서울은 전체 인프라투자 추세가 꺾이고 인구 순유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집값만 올라가는 기현상이 지난 3년 정도 이어지고 있지요. 절대 정상적인 상태 아닙니다.

    • 새로운 바람 2020.05.05 2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울 강북 용산업무지구개발계획은 없고 그나마 강남의 현대GBC개발이나 영동역개발 잠실운동장리모델링이 되면 어느정도 서울은 좀 나아질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서울 강남북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쇠퇴의 징후에 대해서 무신경합니다. 마치 번영의 정점에 달한시기에 서서히 안쪽부터 썩어들어가는 그런 시기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번영의 시기가 저물어가면 그때부터 위기가 닥치는 그런 모습 같습니다.

    • 해양장미 2020.05.05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현대차 GBC개발이 얼마나 힘들게 추진되었는지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차씩이나 되는 기업이 그렇게나 투자해서 서울에서 뭔가를 하려 해도 그렇게 힘든 게 이 시대입니다.

  2. 국민좀팔지마라 2020.05.05 2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인천 사는 지인은 빚상수라면서 부채나 월미도은하레일 사례를 들면서 까더군요. 민선 3기까지는 괜찮았는데, 4기부터 평이 많이 깎였다고요. 거기서 송영길이 막타를 친거라면서 유정복은 무슨 죄냐 식으로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안상수의 부채는 별로 심각한 게 아니었나요?

    • 해양장미 2020.05.05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월미은하레일은 문제긴 했는데, 그건 금액 자체가 인천시 총부채에 비하면 별로 크지 않았고, 2010년 당시 인천 부채의 대부분은 검단개발(+영종개발)에 들어간 거라 질적인 문제가 없었습니다. 부동산 분양만 잘 되면 회수되는거였지요. 장담할 수 있는데 빚상수 소리 하는 사람들 중 99% 이상은 당시 인천광역시의 부채가 왜 발생했는지, 부채의 질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는 게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후 송영길과 유정복이 그걸 갚는다고 뭘 했는지도 거의 모를 겁니다.

    • 국민좀팔지마라 2020.05.05 2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다면 저런 노골적인 프레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빚상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는지 의문이네요. 인천이랑 완전 정반대인 pk에서도 안상수=빚상수 같거든요. 이미지 관리를 소홀히 한 건가요? 아니면 네거티브가 너무 잘 먹힌건가요?

    • 해양장미 2020.05.05 2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채 네거티브 프로파간다가 잘 통한거지요. 인천만 그런 게 아니고, 서울도 빚더미라고 언플해서 이명박-오세훈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박원순이 장기집권중이잖습니까. 이재명도 성남시 모라토리엄으로 어그로 끌어서 유명해진 후 도지사까지 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2010년쯤부터 이미 언론권력은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고, 민주진보좌파계 프로파간다도 굉장히 강하게 통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박근혜는 그런 상황에서도 어찌 집권했던 건데... 그렇게 했으니 지금 이 정치지형이 된 거지요.

  3. 스스로학습 2020.05.06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가장 의외였던건 인천시민들은 바다와 친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군요? 다음은 연수구 기대하겠습니다!

    인천의 가장 부촌은 연수구라는데 맞나요?ㅎㅎ지인이 연수구 사는데 이거 부심...있던데ㅋㅋㅋ

    인천 맛집은 혹시 포스팅하실 생각 없나용? 아 너무 상업적인 정보라 좀 그런가..

    • 해양장미 2020.05.06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대다수의 인천 시민들은 바다 잘 못 보고 삽니다. 바다에 간다 해도 기대처럼 밀물이 들어와서 바다같아 보이는 바다를 볼 확률은 1/2이고요. 인천앞바다는 썰물 빠지면 거의 갯벌이거든요.

      연수구는 후순위로 밀려서 꽤 나중에야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서구와 동구 미추홀구 쪽을 먼저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연수구에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가 많긴 합니다. 지역자부심 가진 사람들도 꽤 있고요. 그래서 연수구에서 촌동네 발언 한 건 정말 어이가 없었지요.

      맛집포스팅은 계획이 없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면 불만스러운 점도 이야기하게 될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4. 새로운 바람 2020.05.06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천 연수구에서 잘사는 동네는 송도국제도시말고 다른 동네가 있나요? 궁금합니다

    • 해양장미 2020.05.06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송도국제도시 생기기 전에는 연수지구도 꽤 잘 사는 동네였습니다. 지금도 연수지구에서 잘 사는 지역은 생활수준은 높습니다. 건물이 평범할 뿐.

      그리고 인천에서 가장 잘사는 동네로 원래는 옛 송도를 꼽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예전같진 않지만, 여전히 인천에서 가장 비싼 주택들은 그 쪽에 있습니다.

    • 새로운 바람 2020.05.06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천은 송도국제도시와 연수구 옛 송도일대말고 잘사는 동네가 어디에 있나요?

    • 해양장미 2020.05.06 1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질의를 조금 다듬어주셔야 답하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 새로운 바람 2020.05.06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궁금한점이 있다면 그때 물어보겠습니다. 그게 더 나을것 같습니다.

  5. 개보수탕 2020.05.08 0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금 벗어난 주제이긴하지만 이번통합당 선거를보면서 참 답없다..를느낀게 대부분후보들이 정권심판만을 1로내세우고 워딩도 시대에 맞지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같은경우에도 지역이 양천갑이지만 유세차량에서는 지역에맞는 이슈보다는 전국적인 문재인비방이 주가됬고 공약이 부실하다는 느낌을받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드리는데

    1. 이번총선 미통당 공보물들이 예전 (한냐라,새누리)에비해 상당히 디자인적으로나 공약적으로 부실하다고 느껴졌는데 그이유는 무엇일지

    2. 오세훈,황교안(의외),김현아의원 등 과같은경우를보면 매우 공약이 좋고 디자인도 디테일하고 같은 지방에서도 상당히 공보물의 질의 편차가 크던데 공보물이나 포스터는 그냥 후보자가 알아서 만드는건가요??

    3. 모든공보물을 보며놀란게 예전에 민주통합당이나 통민당이나 정권심판이들어가도 2순위로되고 처음은 자기 PR이나 정책으로 채웠는데 이번에 통합당후보들은 공보물이나 포스터나 모두 문재인심판만을 외치고있던데 그냥 반문만 외친다고 진정 승리한다고 생각했던걸까요? 예전에 야당시절 보수는 그렇진않았는데요

  6. Palaiologos 2020.05.08 1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시민인 저는 씨X아저씨 10년 집권을 봐야하는 입장이라 인천이야기가 남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안상수에 대해 인천을 빚더미에 올린 역대급 무능력자라고 생각 했으니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더 하겠죠. 제가 안상수라면 억울해서 홧병나 죽을거 같네요. 인간적 동정심이 생깁니다.

    해양장미님은 인천이 폭발적 인구감소와 이민자유입의 시대에서 쇠락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 하시나요? 장기적으로 거주하고 젊은 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유망한 동네는 있을까요?

    • 해양장미 2020.05.10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박근혜가 권력을 잡은 새누리당은 당시 부채 프로파간다에 대항하기는 커녕, 친이계와 안상수를 찍어내기 바빴습니다. 오히려 거기에 동조했지요. 안상수의 14년 시장직 재도전은 친박세력을 앞세운 유정복 공천에 밀렸고, 이후 안상수는 보궐선거와 16년 총선을 무소속으로 승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도 공천에 당했으니 참 험난한 정치라이프였던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인천은 쇠락에 대항은 가능합니다. 인구가 유입되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율도 서울보다는 분명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