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 감상 (update, semi-final)

운동 2024. 2. 9. 18:09 Posted by 해양장미

 본 식물은 시간 빈곤층이므로 아마 전 경기를 볼 수는 없겠지만, 시청한 경기는 감상문을 올리겠습니다.

 

 

 

조별리그

 

 

 

브금

 

https://youtu.be/oz0-2-Sr_jY?si=zUzi9ZyZKsL816x1

 

 

대한민국 VS 바레인

 

: 나는 현재의 대표팀이 역대 축구대표팀 중 최강이라 생각합니다. 베스트 주전멤버들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뎊스를 고려할 때는 그래도 2002년 대표팀이 더 낫다는 생각은 합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은 스타일이 변했고, 묘한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동경하던 스타일에 본래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합쳐지면서 현재의 스타일이 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의 스타일을 쉽게 표현하자면 브라질 축구를 닮았는데, 본래의 공격적인 칼치오 같은 모습도 곧잘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브라질같은 축구를 동경했는데,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결국 유사한 팀컬러를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브라질 선수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스타일에 덜 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고, 대신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봅니다.

 

 바레인은 시작부터 칼을 바짝 갈고 나온 모습이었고, 체력을 아낌없이 소진하면서 준비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바레인 같은 중근동 팀이 그렇게 나오면 최근의 우리 스타일 상 상성문제가 생깁니다. 우리가 불리한 상성이란 말이지요.

 

 중근동이나 북아프리카 선수들은 순간적인 동작이 무척 빠릅니다. 순간적인 근력과 유연성이 좋은 건지, 순간동작만 보면 세계적으로 빨라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인종적으로 그런 게 느립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선수들은 브라질처럼 적극적으로 기술적인 승부를 걸고, 수비를 하는 방식도 부드럽고 느슨해진 면이 있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순간동작이 무척 빠르고 근력이 강한 편이라 그런 스타일로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만, 우리 선수들은 우리보다 순간동작이 빠른 상대를 만났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우리가 처음 바레인을 만났을 때 겪은 어려움의 주된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그 공략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중근동 및 북아프리카 선수들의 폭발적인 근력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작은 동작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던 어린 시절의 메시도 스태미너만큼은 별로 좋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순간동작도 빠르고 체력도 좋은 선수는 젊을 때의 박지성 같은 사기성 캐릭터 몇 명밖에 없어요. 게다가 바레인은 컨셉 자체가 초반에 작정하고 체력을 소모해서라도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설적인 경기였던 2011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풀경기로 보신 분이라면 그 경기도 초반 15분 정도는 맨유가 전혀 밀리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양 팀의 실력차는 거의 천지차이에 가까웠지만, 초반 15분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요. 맨유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체력을 쏟아부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맨유가 이기려면 그 15분 내에 선제골을 넣었어야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 이후 맨유가 겪은 일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경기에서 바레인이 초반 15분 정도 보인 모습도 그 때 맨유가 보인 방식과 유사합니다.

 

 다만 쉽게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가게 만든 건 주심입니다. 그 중국인 주심은 내가 지금껏 본 주심 중 실력이 제일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편파고 어쩌고를 떠나서 아예 보는 실력 자체가 수준 이하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어처구니없는 판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여러 모로 꼬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했고, 상대를 학습하고 공략법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의 역량과 재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좋은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슬슬 상대를 파악했다고 내가 판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골이 나왔습니다.

 

 후반 이후 실점을 했습니다만, 바레인 같은 타잎의 팀을 만날 때 실점을 전혀 안 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프타임에 쉬고 돌아온 바레인 선수들은 체력이 좀 돌아와서 잠깐이나마 그 빠름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거든요. 그럴 때 중요한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고, 정신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겁니다.

 

 근래 우리 대표팀이 좋아진 모습은 정신력에서 증명됩니다. 축구는 정신적인 요소가 크게 좌우하는 스포츠입니다. 과거에 우리 대표팀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정신력이 약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고 압박감을 심하게 받는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도 개선되었습니다. 강한 팀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농락하며 공포와 좌절을 안겨줘야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 대표팀에게서 그런 모습을 좀 볼 수 있어 매우 반갑습니다.

 

 

 결과는 완승이었고 몇 골 더 넣을 수도 있던 매치였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는 상대를 완벽하게 공략했고, 위협적인 장면을 다수 만들었습니다. 팀컬러의 변화를 깊이 실감할 수 있었지요.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상한 주심 때문에 옐로카드를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그나마 조별리그 첫 경기라 어떻게든 털고 가면 되긴 할 것입니다만, 우승하기에 뎊스가 좋지는 못한 팀으로 보여 단점을 잘 이겨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VS 말레이시아

 

 요르단전은 바빠서 못 봤지만 말레이시아전은 초반 5분 정도를 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요르단전을 못 봤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경기 양상이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주십시오.

 

 일단 바레인이 그러하였듯 말레이시아도 처음부터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필드에서 뛰고 있는 우리 멤버들과 그 상태를 보고 좀 의아했었습니다. 너무 베스트 멤버 내보내서 열심히 뛰고 있었거든요.

 

 요르단전 꼬여서 너무 독기 품고 나선거 아닌가 싶었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 축구 스타일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여유롭게 놀듯이, 조금 무성의해보일 정도로 시크하게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경기는 열심히 해서 꼬인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첫 골 근사하게 들어가고 클래스의 차이가 완벽하게 드러나는 경기였어요. 전반은. 말레이시아는 전반에 0슈팅이었고, 우리는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번 만들었지요.

 

 그런데 추가골이 왜 안들어갔느냐를 보자면 내 생각에는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래요. 잘하려고 하니까 템포가 살짝 오버 페이스가 되고,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체력과 유연성, 그리고 창조성이 살짝 부족해지는 겁니다. 골 못 넣고 슬럼프 겪던 공격수들이 한 골 넣으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잘하는 것도 심리적인 문제가 큽니다. 심적으로 위축되면 실제 신체적인 능력도 떨어져요.

 

 전반에 어떻게든 조규성이 한 골 넣었다면 경기 양상이 꽤 달랐을 겁니다. 그런데 못 넣었고, 그건 후반 드라마 (말레이시아가 주인공인) 의 주된 한 이유가 됩니다.

 

 전반 막판에 말레이시아는 체력을 거의 소모해서 발이 느려진 상태였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그런 말레이시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지요. 그런데 하프타임에 말레이시아는 조금 회복을 합니다. 그렇게 회복한 체력으로 후반이 시작된 후 우리에게 일격을 먹이지요. 말레이시아의 첫 슈팅이 첫 골이 되었습니다.

 

 주심이 첫 옐로 이후 판정기준이 완전히 바뀌어서 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실점의 원인이기는 했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기량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 골은 김민재와 조현우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넣은 말레이 선수가 잘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나온 말레이시아의 2번째 PK골은 우리 입장에서는 운이 없는 편이긴 했는데, 좀 더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된 볼란테를 한 명 기용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사기가 올랐고, 세컨드 하이 상태가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심적 여유를 잃은 것으로 보였고요.

 

 한편으로 기세가 오른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가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어서 내심 응원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경기 양상이 전형적으로 K리그에서 약팀이 강팀 잡는 그런 양상이었거든요. 말레이시아 축구 방식이 우리나라 K리그 팀과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특히나 내가 응원하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떠오르는 면이 많아서 내심 어느 정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김판곤 감독이 짜맞춘 것 같은 K-스타일 수비를 우리 선수들이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시간이 잠시 펼쳐졌습니다. 그대로 1:2로 경기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결국 잠시 후 어나더 클래스인 이강인이 이번에도 원더골을 넣었습니다.

 

 이후 경기 양상은 우리 선수들이 클래스가 높아도 너무 높다보니 전술 가위바위보에서 지고 상대 팀이 좋은 조직력으로 맞서도 제압하는 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멤버 개개인의 실력 평균은 우리나라가 이 대회에서 단연 최강입니다. 가위로 바위를 써는 것 같은 경기가 되어버렸고, 약간 운도 따라줘서 결국 추가시간에 PK로 재역전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후 놀라웠던 점은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투혼이었습니다. 이강인이 프리킥 골을 넣은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사기가 떨어졌고, 그에 세컨드 하이가 풀리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그러고 나면 발이 점점 멈추면서 동작이 둔해지게 됩니다. 무리한 대가가 11분 다르게 찾아오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추가시간에 PK로 우리가 앞서나가게 되자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고양되어 반격에 나섭니다. 그때부터는 진짜로 가을 인유 경기 보는 느낌이었어요. 불굴의 투지가 기량과 상관없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는 정말 여러 번 봐왔습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는 팀이 별로 없을 뿐인데요. 김판곤은 대체 뭘 한걸까요? 말레이시아 대표팀에서 왜 K-스피릿이 목격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동점골은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 만들어낸 골입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그런 투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사실 꼭 이겨야 했던 경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냥 말레이시아가 1골 더 넣고 조 2위로 우리가 진출하길 기원하고 있었어요. 그 편이 일정도 좋고, 16강에서 일본도 피하니까요.

 

 투지와 절실함의 차이가 결국 결과를 만들어낸 경기라 생각하고요. 조금 우려되는 점이라면 우리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너무 필사적인 각오로 임할 것 같다는 점이네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우리 선수들은 강하니까, 조금 더 여유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응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좀 더 믿고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공놀이는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16

 

 

 대한민국 VS 사우디아라비아

 

 처음 선발명단과 기본포진을 보고 이건 뭔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후 나의 감상은 다음과 같았지요. ‘누가 범인이지?’

 

 클린스만의 능동적인 선택으로 그런 선발과 포진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보이는 현상은 처참했고, 또한 익숙했어요. 경기를 보면서 물증은 없지만 클린스만 옆에 있는 누군가가 주범일거라는 심증이 점차 확연해졌고,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친구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만치니의 축구도 오래간만에 봤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백3로 나온 우리나라는 꽤나 고전을 하게 됩니다. 아마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하게 되다보니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가장 나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그 동안 만들어온 스타일과 강인함은 내다버리고 가장 나쁜 수를 꺼내들었어요.

 

 백3는 여러 스타일이 있긴 한데, 90년대부터 2002년까지 우리나라가 백3를 사용해도 괜찮았던 이유는 홍명보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홍명보는 리베로라 불리기 적합한 선수였고, 국가대표 센터백으로는 제한적인 수비력을 가졌지만 대신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에는 그런 선수가 없어요. 거기에 피보테나 레지스타라 할 만한 선수도 딱히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백3를 넣어버리면 공격 전개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윙백해줘 축구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 이후 풀백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거기에 상대는 만치니의 사우디이니 경기가 제대로 풀릴 수가 없었지요. 굉장히 수동적인 경기가 되어버렸고, 만치니 또한 그렇게까지 공격적인 감독이 아니다보니 스트라이킹보다는 그래플링에 가까운 경기양상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잠 오는 경기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내용상 전반 내내 우리는 사우디에게 끌려다녔는데, 포진을 그따위로 하고도 어느 정도 경기가 성립한 건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본 레벨이 높아서 그랬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비하는 방식 자체는 원래 하던 것과 차이가 없다보니 위화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척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했는데, 전반에 실점을 하지 않은 건 상대가 골대를 맞추는 행운이 있었던것에 더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클래스가 높아서였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전반의 그 이상한 모습은 클린스만이나 그 동안 전술적 선택에 있어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들의 선택이 아닐 겁니다. 요르단, 말레이시아전의 결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안이 채택된 재앙같은 결과였다고 추정합니다. 2010년대 겪었던 우리나라 축구의 암흑기로 되돌아간 것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그건.

 

 수동적으로 경기하면서 우리 선수들은 전반에 체력도 많이 소비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사우디 선수들의 체력이 더 빨리 방전되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사우디 선수들 체력이 기본적으로 그저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후반 들어서서도 선수 명단이 그대로인거 보고 뭥미 했는데, 그것에 대해 무언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불운한 실점이 있었습니다. 사우디가 득점한 건 내가 보기엔 운이었는데, 플레이 내용이 사우디 실력으로 했다고 보기엔 너무 훌륭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하면 세상에 막을 수 있는 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이후 우리 대표팀은 천천히 본래의 플레이를 회복합니다. 65분 쯤부터는 본래의 플레이가 되었다고 봅니다. 65분동안 정말 쓸데없는 체력소모와 실점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봐오던 강한 클린스만호로 돌아오는데는 실점 이후에도 20분 정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 문제에서 나는 클린스만 탓을 하지 않습니다. 상기하였듯 주범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증거가 없으니까 특정해서 말은 안 합니다만.

 

 한편으로 이 경기 주심은 EPL에서 가끔 보이는 터프가이 주심이었는데, 어지간해서는 카드를 주지 않고 잘 불지도 않습니다. 이런 주심 만나면 계속 싸우듯이 주심 눈 피해서 때리고 차고 걸고 해줘야 하는데요. 우리 선수들은 그런 플레이가 좀 심하게 안됐습니다. 그래서 안해도 되는 고전을 했어요. 몸싸움을 심하게 사리는 양상이 계속되었고, 그런 팀컬러를 만들게 된 주범은 역시나 클린스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상기한 주범 탓을 또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우리 대표팀은 조규성을 포함한 주전 멤버 투입하고, 잠그는 사우디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35분부터는 약 20분동안 끊임없는 맹공격을 펼쳤지요. 문제는 골 운이 정말 없더라고요.

 

 공은 둥글고, 적잖은 축구경기는 운으로 결과가 좌우됩니다. 실력있는 팀이 불운에 패배해서, 토너먼트 대회에서 일찍 집에 가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나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같은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는 운이 크게 좌우하는 대회 방식입니다.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불운 한 번에 짐을 싸야 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냥 집에 가기엔 우리 선수들은 강했습니다. 무수한 기회 끝에 결국 추가시간이 거의 다 흐른 시점에 조규성이 득점에 성공했고, ‘이것도 축구다였던 감상은 이게 축구지!’로 변화하였습니다. 축구가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소리를 듣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비를 계속 하다가 승리 직전에 일격을 당한 사우디는 연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거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지만, 우리 대표팀은 유감스럽게도 좋은 기회들을 바이든하였습니다. 득점자였던 조규성은 두어 번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 그런 것도 축구입니다.

 

 결국 우리는 사우디를 꺾지 못하고 경기를 무승부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아주 잘 찼고, 조현우 키퍼는 잘 막아서 8강에 진출하게 되었지요. 중압감을 이겨내고 첫 단추를 잘 꿴 손흥민과, 두 번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있는 슈팅에 성공했던 조규성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조현우야 인유 응원하면서 맞설 때마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지긋지긋한 상대였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키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쉽게 갈 경기를 어렵게 가긴 했지만, 16강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운명을 이겨낸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제 다음 경기는 2015년의 복수입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던 아픔을 제대로 갚아줄 기회가 왔습니다.

 

 

 

8

 

 

대한민국 VS 오스트레일리아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 했던가요. 2015년 결승의 아픔을 설욕할 기회가 있습니다. 남반구 독립대륙이면서 오세아니아도 아닌 아시아에 꼽사리 끼어 있는 사커루를 두들겨패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여 복수의 달콤함을 즐길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호주는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우리는 강해졌고요.

 

 선발 명단까지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경기를 시작한 후 관측되었지요. 선수들이 얼어 있더라고요? 뭐지? 싶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우리 선수들보다 느린 선수들이거든요. 바레인이나 사우디는 정신나간 스피드를 가진 팀이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순간동작으로 제치고 플레이하기가 힘든 상대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탑스피드는 모자라도 가속도는 빠른 선수들이라 마찬가지로 순간동작으로 제치기는 힘들었고요. 그런데 호주는 오래간만에 만난 정상적으로 느린팀이었어요.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면 본래 우리 클린스만호 스타일대로 1:1 계속 치면 됩니다. 그럼 우리 선수들이 개인기와 순간속도에서 우월하니까 상대가 대응을 못하거든요. 그런데 선수들이 얼어붙어 있고, 뭘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체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선수 선발 명단 문제도 아니었고요. 이 문제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관측되더라고요. ‘전술이 걸려있다였어요.

 

 클린스만은 전술 안 겁니다. 그리고 나는 사우디전에서도 65분까지 문제를 꼬아놓은 인물이 있다고 심정적으로는 확신하고 있었어요. 이 문제에 대해 나는 프랑크푸르트의 저주라는 가칭을 붙이겠습니다. 문제의 주범에게 악의 같은 건 전혀 없겠지만, 그에 대한민국 축구 암흑기가 재림하는 것 같은 경기가 되었습니다.

 

 전술을 건다는 건 기본적으로는 선수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선수들은 행동에 제약을 받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판단이 느려지고 행동이 굳습니다. 클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훈련으로 천천히 체화시켜 나가면서 개선할 수가 있는데요. 소집기간이 대표팀 같은 데서는 이래라저래라 하여 선수들 행동을 굼뜨게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리스키한 행위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해요. 특히 대회 중에는.

 

 그래서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경직된 상태로 움직였는데, 아마 선수를 안 보고 포진과 전술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호주전 전반이 기존 경기들보다 잘 조직된 양상의 경기로 보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축구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더구나 쉰 기간도 다르고 연장혈투까지 치른 상태라 우리 선수들은 체력이 부족했습니다.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경기 초반에 득점을 해서 리드하는 방식이 좋았지요. 선수들 클래스 차이로 보면 두 티어 정도는 아래인 팀을 상대로 처음부터 긴장하고 굳어서 나와가지고는 슈틸리케 시절마냥 답답한 플레이 하는데 암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좋은 득점으로 보였던 건 오프사이드였고, - VAR가 아니었다면 동일선상으로 보고 득점인정을 했을 확률이 높았던 득점 장면이었습니다. - 그 비공식 슈팅이 대단히 한심한 전반전의 유일한 슈팅이었습니다. 얼음땡 언제 풀리나 하면서 봤던 전반 내내 우리 선수들은 굳어있었고,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대를 두려워하면서 매치를 할 정도의 팀이었던가요? 독일도 이기고 포르투갈도 이긴 팀 아닙니까. 지난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었던 사우디도 누르고 올라왔고요. 그런데 왜 예전보다 약해진 호주를 상대로 긴장하고 움츠러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주는 강력했고, 결국 도마 위에서 날뛰는 생선의 가시에 찔려 부상을 입는 것 같은 실점을 허용해 버렸지요.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어찌나 강력했는지 후반 들어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클린스만은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해주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미 걸린 저주를 클린스만이 풀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교체선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다음 들여보낼 수 있을 뿐이지요.

 

 결국 클린스만은 조규성을 빼고 이재성을 넣는 꽤나 모험적인 수를 꺼내듭니다. 높이 승부를 포기하고, 상대를 더 흔드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봐야 하는데요. 이후의 홍현석, 양현준 투입도 동일한 방향이었습니다.

 

 주도권을 잃은 상태로 싸우는 호주는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역동성이 있는 교체 멤버들과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같은 돌격대원들이 점차 끊임없이 상대를 흔들게 되었지요. 정말로 마음이 급해지자 우리 선수들은 걸린 저주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막판에 우리나라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했는데, 일정 상 체력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투혼을 불사른 손흥민의 돌파가 결국 추가시간 마지막에 PK를 만들어냅니다. 이어 황희찬이 그 상황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웅이 되었지요.

 

 연장전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공격적인 멤버를 갖춘 우리에 비해, 호주는 잠가서 승부를 마무리하기 위해 수비적인 멤버들로 교체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기가 올라가 있었고, 저주도 풀려 있었지요. 호주 선수들이 가졌던 체력에서의 우위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 호주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후 손흥민은 그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프리킥 골로 2015년의 복수를 이루어냅니다. 경기 내내 호주 선수들은 손흥민에게 슈팅각을 거의 내주지 않았지만, 프리킥만큼은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직후 호주 선수 하나가 심각한 파울을 범해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완벽하게 기울게 되었고, 우리가 추가득점 기회를 유감스레 바이든하면서 그대로 2:18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란 본래 달콤한 법인데, 드라마틱한 역전승으로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하여 더더욱 달콤한 경기결과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경기에서 클린스만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게 되었습니다만, 동시에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강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 경기도 저주가 기승을 부리겠지요. 그러나 나는 클린스만이 결승의 약속을 지켜줄 거라 믿습니다.

 

 요르단과는 진지하게 재승부를 봐야겠지요. 누가 위인지 확실하게 정해야 합니다.

 

 

 

 

4

 

 

대한민국 VS 요르단

 

 축구를 하다 보면 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 때도 할건 하고 져야 합니다. 자기 플레이를 못 하고 지는 건 최악이지요. 그 면에서 볼 때 이 경기는 최악의 패배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저주가 결국 팀을 갉아먹고 패배하게 만들었어요.

 

 이 대회가 시작하기 이전, 우리 선수들은 꽤나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본래 기술과 축구 지능이 좋은 선수들이고,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지요. 첫 경기 바레인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못 본 조별리그 요르단전 이후 저주가 관측되기 시작합니다. 자유롭게 풀려있던 선수들을 누군가 조이기 시작한 것 같아 보였단 말이지요. 다만 이때까지는 그래도 스타일이 바뀐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저주의 시작은 16강부터였지요.

 

 말레이시아전은 여러 모로 불운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비겼고, 하필 우리 축협이 매우 싫어할 김판곤한테 당한 것이었거든요. 그것이 저주를 촉발시켰다고 생각하고요.

 

 일단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축구에서 어떤 전술을 필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 및 계획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현실적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훈련 시간이 짧고 피로가 누적되는 대표팀의 전술은 각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짜여져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감독이 전술적 고집을 부린다거나 해서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클럽팀과 대표팀은 다른 조건입니다. 그리고 클럽팀에서도 전술적 고집을 부리는 감독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성과를 얻다가도 감독이 앞서나가다가 팀을 말아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사상 최고의 전술가인 펲 과르디올라만 해도 이상한 전술을 고집하다가 바르셀로나 11-12시즌엔 전력대비 영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사퇴하거나,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명장병에 걸려 중요한 경기들을 말아먹는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표팀이 조직력을 갖추는 게 어려운 조건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팀 에이스들은 유럽에서 뛰고 있는데, 유럽은 우리나라에서 멀어도 너무 멉니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이 선수들은 K리그 경험도 아예 없거나 별로 없습니다. 과거에는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도 어지간해서는 K리그식 축구를 적용해서 발을 맞추기가 쉬웠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유럽 팀들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서 유리합니다. 대표팀 소집 시 이동거리가 짧은 건 물론이고, 자국 리그에 속했거나 거쳐간 선수도 많은 편이고, 주요 멤버들이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뛰는 이상, 유럽에서 먼 우리나라는 페널티를 안고 뛰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스만 부임 후 우리 대표팀이 찾았던 길은 상기하였듯 브라질 같은 축구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 대표팀이 쌓아온 모든 것들의 결과였다는 게 나의 판단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만, 속칭 티키타카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건 선수 발굴 및 육성 과정에서 각각의 포지셔닝과 주변 선수들의 파악 능력, 볼의 퍼스트 터치부터 탈압박까지의 움직임 같은 게 체화되어있어야 합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선수 발굴과 육성은 그런 식으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표팀 레벨에서 티키타카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팀은 거의 없습니다. 그건 네덜란드나 벨기에도 못합니다.

 

 

 대신 우리 선수들은 볼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을 때의 기술이 좋습니다. 드리블을 하고 양발을 이용해 슈팅이나 패스를 하는 능력이 뛰어나단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런 플레이가 되려면 그에 어울리는 정신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기를 즐기려는 태도, 상대를 승부로 이기려는 의욕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적당히 풀어지고 유연한 분위기, 야성적인 공격성 같은 것 말이지요.

 

 아시안컵 시작 시점의 문제라면 수비적인 조직력이 나빴다는 건데, 이건 어느 정도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근래에는 좀 약해진 개념이지만 과거에는 남미식(브라질식) 공격축구 vs 유럽식(이탈리아식) 수비축구의 대결 같은 표현도 쓰고 그랬는데요. 선수들이 풀린 상태로 있으면 팀 전반의 수비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조직적으로 진열을 유지하고 압박의 강도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인데요. 관련하여 대회 시작 이전 우리 팀의 문제해결 방식은 상대를 위압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 분위기 자체를 우리 경기로 만들게 되면 비록 우리 수비가 충분히 조직적이지 못하더라도 상대 팀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게 됩니다. 설령 실점하더라도 우리가 만회하면 됩니다. 일단 이 상태로 우리는 이 대회에 임했어요.

 

 그런데 조별리그에서 좀 꼬였지요. 문제가 꼬이게 된 건 첫 경기였던 바레인전부터입니다. 경기는 잘 이겼지만 그 때 주심이 이상해서 옐로를 너무 많이 받는 바람에 꽤나 골치아픈 상황이 됐거든요. 이후 김판곤의 말레이시아전에서 막판에 동점골까지 허용하면서 팀 분위기가 꽤나 다운됩니다. 그리고 본래의(대회 시작 시점의) 팀컬러를 잃어버립니다. 내가 프랑크푸르트의 저주라 부르는 게 등장하게 되지요.

 

 선수들은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게 되면 그 지시를 수행하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그리고 그 지시 수행을 하느라 본래의 기량에 디버프가 생깁니다. 디버프는 다른 요인과 복합될 수 있는데, 팀의 분위기라거나 긴장감, 피로도 같은 게 복합적인 영향을 줍니다. 전술 지시가 복잡할수록, 지시가 엄격할수록, 지시된 내용을 수행하기 어려울수록 디버프의 정도는 강해집니다. 그 현상이 명백할 때 나는 그것을 저주라 부릅니다.

 

 그리고 요르단전에서 펼쳐진 저주는 심각했습니다. 원래는 우리 선수들 기량이 요르단 선수들보다 3티어정도는 높은데요. 이 경기에서는 요르단 선수들이 훨씬 더 잘해 보였어요. 요르단 선수들은 버프를 받고 필드에 섰고, 우리 선수들은 강력한 저주가 걸린 채로 필드에 섰습니다. 그 결과 요르단 선수들의 경기 내 기량이 우리 선수들보다 상위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발생했어요.

 

 감독과 코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을 최고의 상태로 경기에 내보내는 겁니다. 이건 어떤 종목이건 마찬가지에요.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종종 현실에서는 선수들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걸어 경기에 내보내는 인물이 생깁니다. 경기를 볼 때는 선수를 봐야 합니다. (흔히 전술로 포장되곤 하는) 컨셉을 보면 안 됩니다. 팀 스포츠에서는 선수들 각각의 플레이가 종합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건, 클린스만은 저주를 걸지 않아요. 본래 없던 저주입니다.

 

 요르단전에서 이길 기회가 없었느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전반 30분부터 전반이 끝날 때까지, 우리 팀은 저주가 풀려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뛰다 보니까 저주를 잊어버리고 점점 본래의 플레이를 했거든요. 이 때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넣지 못했어요.

 

 

 그리고 하프타임 때 저주가 리필되었고, 요르단은 다시 한 번 버프를 받고 들어왔습니다. 하필 우리 팀에는 김민재가 없었고,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한 골 실점한 이후에는 선수들이 저주에 점점 잡아먹히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기존 경기들과 다른 점이라면 일단 요르단이 잠그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우디나 호주는 잠그는 선택을 해서 우리 선수들이 점차 저주를 풀어내고 본래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요. 요르단은 치명적인 역습을 추가로 가하는 방식으로 우리 선수들의 저주를 깊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연속 연장전으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우리 대표팀의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자체가 좀 안 풀리는 경기였어요.

 

 

 결국 우리팀은 요르단에게 유효슈팅 하나조차 바이든하지 못한 채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영 좋지 못한 경기였어요. 그런데 끌려가는 게임에서 기본전력 자체가 우월한데도 슈팅 자체를 제대로 바이든조차 못했다는 건 전술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멘탈 문제에요. 끌려가는 시점에서 슈팅을 하라는 전술지시를 한다 한들 선수들은 수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것조차 지시이기 때문입니다. 전술 지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아직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누가 위인지 보여줘라. 마음껏 상대를 뽀개버려라라고 하는 쪽이 그나마 슈팅이 더 나오는 게 축구입니다. 그러나 저주는 강력했고, 클린스만은 이번에는 저주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클린스만 경질론이 강한 상황인데요.

 

 저는 카잔의 기적을 일으킨 신태용을 내치는 데 일조한 FC 코리아를 영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그렇게 신태용을 내치고도, 16강에 보낸 벤투도 내친 나라입니다. 그런데 아시안컵 4강에 올린 클린스만도 내쳐요? 위약금이 얼마인데요? 그렇게 위약금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참 좋은 감독 선임할 수 있겠습니다. 독이 든 성배도 아니고 독이 든 종이컵쯤 될텐데, 누가 그걸 받아들고 싶을까요? 누가 FC 코리아의 무책임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FC 코리아는 누군가가 백마탄 초인처럼 등장해 거액을 써서 무리뉴라도 데려오길 바라는 걸까요? 그런데 아마 무리뉴가 와도 빌드업 축구는 안 할 겁니다.

 

(02/0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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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

 

https://youtu.be/8LWcTT__1CI?si=V42VEC_vOXLf27DD

 

 

 

 

 

 

 

 

1) 201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출산율 급락의 원인을 나는 크게 셋으로 꼽습니다. 물론 이 셋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것들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만 문제를 인지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분리하여 정리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페미니즘 넓은 의미의 페미니즘

 둘째. 대한민국의 서울민국화

 셋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이번 본문에서 주로 다룰 것은 셋째입니다.

 

 

 

 

 

2) 출산율 문제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시기는 허니 시기라는 겁니다. 혼인율의 급감은 메갈리아의 등장과 시기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는데, 명백한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악물고 현실을 부정하는 걸 보고있자면 이 디스토피아가 끝나려면 멀었겠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어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킨 또 하나의 사건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필두로 한 허니 정권부터의 노동/임금 정책입니다.

 

 

 위대한 수령동지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이 워낙 강렬했고, 그 당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무척 강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것을 계속 반대하면서 외로운 논쟁을 거듭했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허니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이 대중적으로는 크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허니 정권도 최저임금을 상당히 많이 올렸습니다. 임기 내 연간 최저임금이 올라간 평균 %로 치면 허니 정권이나 수령동지 정권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오히려 허니 정권이 더 많이 올랐어요.

 

 

 그런데 출산율이 완전히 망가지기 이전 시기를 놓고보면 최저임금 인상율과 출산율 사이에는 꽤나 흥미로운 비례관계가 있습니다. DJ, 노짱 시기에는 최저임금이 매우 많이 올라간 편이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졌고요. 2MB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고 최저임금이 별로 안 올라갔습니다. 그 때는 출산율이 반등했어요. 그러다가 허니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서 급락하게 되고, 비교적 근래인 수령동지 정권부터는 모두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3)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최저임금을 받아서는 생계유지가 안됐습니다.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는 용돈벌이 정도의 의미에 가까웠고, 진짜 생계를 유지하려면 그보다 더 주는 일자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일자리에 따라, 그리고 숙련의 정도와 경력에 따른 임금 차이가 지금보다 컸습니다. 물가대비 현재의 최저임금만큼 벌려면 숙련되고 경력을 쌓거나, 아니면 애초에 돈을 더 주는 직종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이 더 좋은 면도 있습니다만, 예전의 그 낮은 최저임금은 여자들에게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촉진했고, 각 지역의 인구가 유지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돈을 더 많이 주는 일자리에 기꺼이 지원하고, 조건이 나쁘더라도 일을 합니다. 그리고 같은 직장 내에 있어도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많은 돈을 가져가려 하지요. 이는 페미니스트들이 이악물고 무시하는 남녀임금격차의 주된 요인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젊은 여자들은 아무 일자리라도 취업만 하게 되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젊은 여자들의 상경을 부추겼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맨 위에 출산율 급락의 두 번째 이유로 꼽은 대한민국의 서울민국화에 연계됩니다.

 

 

 0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젊은 여성들이 공장에서 제조업에 종사했고, 공장 내부 숙소를 이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면 그래도 돈을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줬고, 내부 숙소를 이용해 생활하면서 절약하면 돈도 모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공장 일자리는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보다 몸이 편한 일을 해도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많은 청년 여성들이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른 최저임금은 서울에서는 잘 지켜졌지만 지방에서는 잘 지켜지기 어려웠습니다.

 

 

 

 

 

 

 4) 상경해서 독립성을 확보한 여성들은 과거의 여성들과는 달리 결혼을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당장 쓸 돈이 있고, 자유롭고, 어차피 남자 만나기는 쉽고, 거기에 페미니즘까지 대유행하면서 그 정신적 전염병에 집단 감염되는 상황이 펼쳐졌지요.

 

 젊은 여자들끼리 어울려다니기에 서울은 최고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00년대 초반. 어쩌면 그로부터 더 이전부터 여성들은 문화적 소비자라는 점에서 남성보다 현격한 얼리어답터가 되었는데, 서울은 그러기에 최고의 도시입니다.

 

 

 그렇게 상경해 독립한 여성들은 눈높이가 하늘까지 달하게 됩니다. 그 조건을 충족시켜줄 남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요. 젊은 여성들이 누리고 있는 아주 많은 것들을, 그녀들은 결혼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결혼을 한다면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문화적 소비가 많고, 사치스러워지기 쉽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여자들의 편인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식사량은 적지만 과자, , 아이스크림, 커피 등에 더 많은 돈을 소비합니다. 화장품은 말할 것도 없고 의복류 전반에 대한 소비도 남자들보다 현저히 많습니다. 도서도 남자들보다 조금 더 구매합니다. 콘서트 감상 등에도 돈을 더 씁니다. 여자들이 돈을 더 벌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경제성장이 눈에 보입니다. 허니와 수령님 정권의 선택은 어리석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시적인 경제성적이 좋아지거든요.

 

 

 그러나 여자들은 서울에서 소비하고 남자들은 지방에서 돈 벌어 모은 후 결혼하는 게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반사회적 페미니즘이라도 대유행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그런 여자들도 세련되고 좋다고 모시고 살려는 남자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만, 여자들 전반이 메갈리아와 워마드에 동조하는 모습과 혜화역 시위, 안희정을 필두로 한 어처구니없는 성인지감수성깃든 판결들, 곰탕집 사건, 김자연 사건 등을 보면서 다수의 청년남성들은 여자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한국 여자는.

 

 

 전체 혼인건수는 급락하는데 국제결혼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계속 증가하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상황은 명백한데 많은 사람들이 이악물고 현실을 외면하면서 아몰랑을 시전 중이니 이 디스토피아가 개선될 일이 없는 것입니다.

 

 

 

 

 

 

 

5) 젊은 남자들이 K-강제징용으로 군대에 끌려가거나 강제노역(사회복무요원)을 할 때, 여자들은 젊음과 자유, 법률적이고 제도적인 권력, 그리고 젊은 여성이 가지는 자연적이고도 문화적인 권력을 누립니다.

 

 현재 이것은 단순한 차별로 볼 수 있는 레벨에 있지 않습니다. 확연한 계급의 차이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들이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없습니다. 디스토피아가 깊어지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본문의 관점에서 젊은 여성이 누리는 자유와 권력은 남성과의 격차를 만듭니다. 남자가 군대 때문에 소비하는 시간동안 여자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병역에 수반되는 각종 소모 신체적, 정신적, 시간적 를 더하면 더더욱 그렇게 됩니다.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은 이 격차를 크게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는 고소득을 올리는 성매도와 (거의 모든 성매도자들은 젊은 여성입니다.) 각종 일자리 특혜 등을 더하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기회는 더더욱 많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해오길 원하고, 더 많은 재산을 가졌기를 바라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를 바라는데 그러니까 출산율이 급락추세를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 객관적인 조사로 나와있는 내용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들은 황금만능주의 성향이 강하고 온갖 혜택을 받으면서도 사회에 대한 감사함 같은 건 거의 느끼지 않습니다. 어린 세월부터 과도한 편애를 받으면서 자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페미니즘에 뇌가 감염되어서 그렇다고 잠정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롯된 다수 청년여성의 상경이 이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청년 여성이 상경하여 독립성과 자유를 얻은 비율이 동 연령대 남성은 K-강제징용 피해자로 살고 있거나 그 후유증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일 때 늘어나는 건 복잡한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냅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리를 잘 짓고, 서로간의 생각을 강하게 공유합니다. 여자들끼리 있을 때 여자들은 엉뚱한 결론으로 치닫는 경우가 곧잘 있는데, 서로간에 노골적인 반박을 피하는 경향이 남자보다 훨씬 강하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제외한 사물이라거나 세상의 원리 등에 대해 호기심이 남자보다 낮아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더 감정적이기도 하고요.

 

서울특별시의 여성 가구주 증가 그래프입니다

 

 주변에 가족이 없고, 가족의 간섭을 피하고 싶은 나이에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페미니즘에 감염되는 상황이 일어난단 말이지요. 그리고 주변에 기댈 가족이라거나 어릴 때부터 형성해온 주변 사회 등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에 의존하게 됩니다. 부모 밑에서 살 땐 모르지만, 집 나가 혼자 살면 모든 게 돈이 됩니다. 특히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런 공간입니다.

 

 

 

 

 

6) 유감스럽게도 이 상황에 대한 무난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내릴 수도 없고 전통 사회를 복원할 수도 없어요. 근원적 문화를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단시간에 변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애초에 내가 광의의 페미니즘이라 규정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으로 탄생한 게 아니고, 1세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거라 우리만 예외적이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광의의 페미니즘은 현대 1세계 문화와 제도의 근원에 침투하였고, 출산율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임금을 무턱대고 올리면 좋지 않다고 나는 정말 여러 번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오늘날은 절대다수가 만든 오늘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배경에는 복합적인 압력이 있었고, 그런 판단이 나오게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압력과 이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참 많습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재발을 억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