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게이트와 디젤 엔진에 대한 이야기

사회 2015. 9. 29. 15:50 Posted by 해양장미

 예전에 작성하다가 미처 완성하지 못했었습니다만...

 

 저는 클린 디젤이라거나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 그리고 전기차 등과 관련하여, 그 업계와 소위 환경보호 기준이 일종의 사기극이나 다름없음을 이야기할 필요를 느꼈었고, 그와 관련하여 포스트를 작성하는 데 한참 시간을 들인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런 포스트를 완성하는 건 힘든 일이었고, 결국 올리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짧게라도 언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결국 폭스바겐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소식이었지요. 이번 일로 폭스바겐을 새삼 나쁘게 보게 되었다거나 그럴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번 폭로는 저에게는 기쁜 소식인데, 이로서 도시 공기가 다시 맑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시 공기는 이명박, 오세훈 시절에는 꽤 개선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박원순 집권기부터는 공기가 도로 나빠지고 있어요.

 

 근래 공기가 나빠지는 건 박원순이 뭘 크게 잘못해서는 아니고, 오세훈 말기쯤부터 서울시에 디젤 엔진 차량이 크게 는 것이 주원인으로 보입니다. SUV가 일상화되고, 세단에도 디젤을 쓴 게 많아졌지요.

 

 디젤 엔진들은 일단 대기 중에 많은 미세먼지를 방출합니다. 또한 질소 산화물도 꽤 많이 방출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소위 클린 디젤이 환경에 좋다는 언론 플레이와 정책적 지원이 있었는데요. 그 가장 큰 근거는 신형 디젤 엔진들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클린 디젤은 이번 사태로 잘 알려진 것처럼 조작과 사기로 점철되어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알고 보면 반쯤 사기나 다름없고요. 덤으로 이 문제에는 다운사이징 같은 추세도 얽혀 있습니다. 이런 사기극으로 인해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보고 있었어요. 대조적으로 이익을 봤던 건 도이치 같은 쪽이었고요.

 

 아직 이 문제를 체감하는 한국인은 적은 것 같습니다만, 프랑스 파리 같은 쪽은 작년 쯤부터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엔 디젤차가 정말 많은데, 디젤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결국 사태가 커진 것입니다. 그래서 근래 파리는 무려 자동차 10부제도 아니고, 2부제를 강행하고 있을 정도고 안 이달고 시장은 2020년까지 파리에서 디젤차를 모두 추방하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황입니다. 사실 포스트를 예전에 작성하다 만 이유 중 하나로, 파리 사태가 매우 심각해진 만큼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 안 해도 디젤 문제가 곧 시끄러워질 거라 예상한 것도 있었습니다.

 

 파리 스모그 대란 이전엔 한국에서도 버스 차량 선택에 있어 CNG보다 클린 디젤이 낫다는 둥,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고, 정책적으로 유로 기준에 맞는 디젤차량을 친환경차량으로 선정해 혜택을 주는 등의 실책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디젤 택시 이야기도 나왔었고요. 그렇지만 상황이 변했지요.

 

 결과적으로 저는 이번 폭스바겐 게이트가 터진 걸 기뻐하고 있습니다. 오랜 사기극 중 일부가 드러났고, 어쨌든 혐오스러운 디젤 배기가스는 덜 흡입하고 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여의도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10명중 3명은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앓고 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언론 플레이와는 달리 한국 도시의 미세먼지들 중 태반은 중국발이 아닙니다.

 

 물론 디젤 사기극이 일단락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사기극은 그것 하나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거 생략하고 간단히 탄소배출 문제부터 살펴보자면,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사실 그 양이 얼마 안 됩니다. 농담이 아니고, 애완 고양이 1마리를 키우면 1년간 문제의 폭스바겐 골프를 1만 킬로미터 타는 정도의 탄소가 지구에 배출됩니다. 고양이 사료 원료를 키우거나 잡아오고, 가공해서 유통하는 데 그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큰 개를 키우면... 1마리당 대략 소형버스 1대 수준의 탄소가 지구상에 배출됩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말자!’ 같은 이야기는 안 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읽어보면 좋을, 환경부 연구관들의 디젤에 대한 인터뷰를 링크합니다. 정부 부처끼리 디젤에 대한 이견이 그 동안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환경부 쪽의 의견이 좀 더 힘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환경부 연구관, "클린디젤은 허구, 사실은 '더티 디젤'"]

 많은 청년들이 좌파에 호의적인 감정을 품곤 합니다. 아무래도 제법 자극적인 말을 하거든요. 이후 많은 사람들은 좌파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대외적 이미지만을 보기 때문에 한동안 그 성향을 유지하다가 점차 인생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돌아서곤 합니다. 그렇지만 좌파의 실체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면 그 돌아서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굉장히 심각하거든요.

 

 마침 이번에 그들의 실체를 알릴 수 있는 사례가 생겨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시민단체가 아니고, ‘민주노총’, ‘참여연대’, ‘전농’, ‘민가협등 주류 중의 주류 단체들입니다.

 

 일단 이번에 정부가 오래간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을 하면서, 경제인 등을 사면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좌파 시민단체들이 비리 재벌 사면 말고 양심수 석방하라!”라고 소리치며 나섰습니다. 본문에서 이야기하려는 건 이 사건입니다.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시민단체들 비리 재벌 사면 말고 양심수 석방하라” (클릭)


 이 기사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지요. 정부가 불공평하게 재벌 같은 기득권이나 사면하고, 양심적으로 노동운동 하던 사람들은 차별하는 것처럼 보이기 딱 좋은 기사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발표하는 공식 보도자료 또한 링크해 드리겠습니다.

 

비리 재벌 사면 반대! 양심수 석방 촉구! 사회단체 기자회견 (클릭)


 그런데 이 기사 및 성명에 나오는 ‘2012년 화물연대 파업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보기엔, 이건 참으로 어이없고 비겁한 언론 플레이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하는 그들의 실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이 기사부터 보세요. 당시 파업 전날 보도되었던 KBS의 기사입니다.

 

화물차 20여 대 방화화물연대 내일 총파업 (클릭)


 이 사건에 대해 당시 화물연대 울산지부장은 다음 기사처럼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만...

 

[화물연대파업] 김정한 울산지부장 "차량 연쇄방화는 우리와 무관"


 수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들의 트럭을 골라 방화한 것이 드러났고 결국 저 오리발을 내밀었던 지부장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구속되고 몇 명은 실형을 살게 됩니다. 해당 기사 링크해드리지요.

 

경찰 "차량 연쇄방화는 화물연대 조직적 범행"

 

 어이없지요? 이번에 좌파 시민단체에서 석방하라는 양희성, 신해건, 김정한 씨가 바로 위의 기사에 나옵니다. 트럭 방화 범죄로 구속 수감 중인 양씨와 신씨 및 당시의 울산지부장 말입니다. 좌파 시민단체식 표현으로는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싸우다 옥고를 치르고 있는 양심수되시지요.

 

 이제 제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조금은 충격 받으신 분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울산 노동계의 전적은 정말 화려합니다. 방화, 절도, 도박, 횡령, 집단 폭행, 성폭력 등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과 지난 달에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었고, 이후 아니나 다를까 2차 가해까지 빚어지면서 해당 사건에 대해 본부 홈페이지에 사과문이 올라오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봐야 조만간 또 비슷한 거 터질 테지만요. 워낙 빈번하거든요.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칭 진보라 하는 좌파 시민단체들은 선량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음흉한 행위나 범죄행위를 곧잘 합니다. 그러고 또 언론 플레이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곤 하지요. 물론 그들이 매사에 나쁜 짓만 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들은 자신을 선으로 & 타 세력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데 능하기에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 트럭에 조직적으로 방화를 해서 징역 사는 중인 테러범죄자들이 과연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싸우다 옥고를 치르고 있는 양심수일까요?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고, 조금이라도 제정신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한 시민단체가 아니고 특정 정치세력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지요.

 

 사실 진짜로 나쁜 사람들은 언뜻 봤을 땐 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나쁜 짓도 그냥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전후사정을 알고 나서 좌파 시민단체들의 성명을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본 블로그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착한 척과 호언장담에 속지 마세요. 정치사회 문제뿐만이 아니고, 어떤 경우라도 당신을 속이려는 사람은 좋은 모습으로 - 심지어 때로는 구세주처럼 -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그러한 위선에 속아 넘어가고, 그 후에는 자신의 인식을 합리화하는 식으로 확증편향을 보이게 됩니다. 그런 걸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어쨌든 시대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회 2015. 7. 2. 11:22 Posted by 해양장미

 별 지각없이 있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지난 주말에 있었던 퀴어 페스티벌에, 미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다면 이것은 변화입니다. 아마 몇 년 내로 한국도 제도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낮지 않은 확률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공개된 동성애자 국회의원도 나오고 지자체장도 나올 겁니다.

 

 사실 퀴어 페스티벌은 매년 초여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다지 보편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었지요. 한국은 성에 대해 굉장히 왜곡되고 기이한 사고구조가 만연한 나라라서, 퀴어뿐만 아니라 성에 관련하여 그 어떠한 진보적인 시도를 하더라도 사회에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게... 그러니까 작년부터일 겁니다. 작년 말에 박원순이 인권선언을 뒤엎어버리고, 이후 퀴어 페스티벌이 금지되네 어쩌네 하면서 이것이 성소수자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에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였고, 때마침 절묘하게 미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보도가 뜨면서 더욱 많은 대중들이 이 문제를 자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장소가 바뀐 것도 한 원인이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저는 극단적인 개신교 단체의 증오와 불안이 아니었다면 이 사안이 이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보이는 비정상적인배타성과 혐오 정서가 수많은 정상적인사람들을 자극한 것이겠지요. 성소수자는 상대적 소수자일 뿐이지만, 광신도는 확실하게 비정상이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지요. 심지어 교회 세력은 동성애 반대 집회를 하면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까지 사용했다고 하니 정말로 정신이 나간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외신에는 그들이 축제의 당사자로 보도가 되었어요.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습니다.

 

 이제 다음 순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그 집행입니다. 김한길이나 박원순 등 여러 비겁한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를 법제화하거나 선언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왔습니다. 용감하고 정의로운 정치인이 앞장 서야 합니다. 물론 차별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본문의 주된 주제는 이 정도로 마치고, 화제가 화제이니 몇 가지 부록을 곁들이자면...

 

 

1) 그 심리 및 행동 매커니즘에 있어 성소수자 반대에 나서는 정신 나간 개신교 세력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깨시스트 세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 들으면 양쪽 다 펄쩍 뛸 것 같긴 합니다만. 전자는 목사 말 말고 예수 말을 들어야 하고, 후자는 말년의 노무현 말을 들어야죠.

 

2) 정말 흔하게 잘못 쓰는 용어로 성정체성이 있습니다. 성정체성은 이성애/동성애/양성애/범성애/무성애 같은 걸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성정체성은 Gender Identity를 의미하며 (인터섹슈얼을 논외로 하고) 시스젠더냐 그렇지 않느냐에 적용할 수 있는 용어지요. 이성애/동성애/양성애/범성애/무성애 문제에선 성적지향이나 성적취향 같은 말을 쓰는 게 맞습니다.

 

3) 새누리당에는 극단 개신교 세력이 꽤 뿌리박혀 있는 면이 있습니다. 특히 몇몇 인물들이 좀 그렇지요. 저는 이것이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을 분열시킬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4) 물론 퀴어 혐오 및 혐오의사 표출이 개신교도만의 특질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꼰대와 수꼴, 무례한 오지라퍼, 소심한 겁쟁이가 참으로 많은 법이니까요. 대체로 수구성은 미성숙함과 용기 없음에서 비롯됩니다.

 

5) 인권이나 진보 같은 관념과 무관하게 현실적인 이성애자라면 동성혼에 찬성하는 게 좋습니다. 동성혼이 허가되지 않고, 동성애에 배타적인 사회에서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이성과의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양성애나 범성애 성향을 가진 게 아닌 이상) 배우자를 영원히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사실을 평생 또는 매우 장기적으로 숨길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런 결혼은 동성애자에게만 불행한 게 아닙니다. 모든 이성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이런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내 가족과 이웃 또한 그렇습니다.


메르스, 불안에 대하여

사회 2015. 6. 5. 12:24 Posted by 해양장미

 작지는 않게 터지네요.

 

 우선 정부 비판부터 좀 하고 시작하자면... 박근혜정부의 큰 약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1) 굼뜹니다.

2) 정책적 일관성이 모자랍니다.

3) 허둥댑니다.

4) X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고야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인사가 엉망입니다.

6) 강압적이고 고자세입니다.

7) 밴댕이 소갈딱지입니다.

 

 대략 이 정도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메르스 같은 사태는 박근혜정부의 약점이 너무 많이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이 굼뜨고 안일하며 정직하지도 못한 정부는 이런 의외의 전염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 허둥대는 건 메르스라는 질병에 대한 대응 지침을 준비해놓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 해도 대응이 이 수준이면 대단히 곤란합니다. 준비 소홀 또한 문제고요.

 

 일단은 정부가 본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고 그때까지는 정부를 과도하게 흔드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향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생각중입니다. 비록 각종 시스템의 미비가 단지 현 정권만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으나, 이해하고 봐줄 수 있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동시에 당청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고요.

 

 그건 그렇고 메르스 관련해서 좀 이야기하자면, 일단 아직 메르스가 어느 정도 위험한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노악자나 임산부, 또는 본래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즉 건강한 사람 기준에서는 독감 유행 정도로 이해하고 대응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알 만한 분들은 다 알지만 독감은 적잖게 위험한 전염병입니다.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니 인플루엔자보다 전염력이 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도 하고요.

 

 이 사태에 관해서 개인적으로 실행중인 대응은 금주입니다. 음주는 면역을 약하게 하니까요. 그리고 면역에 도움을 주는 식품을 챙겨 먹을까 생각중이기도 합니다. 면역을 높이는 식품은 대략 인삼, 알로에, 버섯이 있습니다. 버섯은 약용버섯이 아닌 일반 식용버섯도 효과가 있습니다.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알로에와 버섯, 새콤한 과일, 감잎차, 녹차가 면역에 도움이 됩니다.

 

 한편으로 저는 이번 사태에서도 한국인들의 만성적인 불안감을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하지만, 그런 것을 잘 의식하지 못하다가 낯선 걸 만나면 크게 경계하며 불안감을 표출합니다. 이는 평소의 불안한 심리와 연관이 있겠지요.

 

 저는 근래 우리 사회의 큰 과제 중 하나가 사회적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의 모토도 심신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다.’고요. 각종 불안감이 높아져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불안한 정서는 불안한 결과를 만듭니다. 심지어 불안한 사람은 병에도 더 잘 걸려요.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이 낮아지거든요. 그렇기에 이 전염병 사태에 대해 각자 최대한 조심하되, 불안감을 너무 가지고 있는 건 좋지 않을 듯합니다.

 

 한편 메르스는 실제로 위험하긴 합니다만, 사실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것에도 우리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광우병, 해산물 내 방사능 및 일제 제품, 일본 여행 등에 대한 방사능 우려 같은 것 말입니다. 제가 본 블로그에 반박해온 적이 있는 우유의 안전성 및 영양에 대한 것 역시 그렇고요.

 

 한국 사회엔 안전불감과 만성 불안이 공존합니다. 어쩌면 만연한 안전불감이 불안을 불러오는 면이 있을지도 모르고, 불안감이 매사에 적지 않다 보니 심리적으로 어떤 부분에는 안전을 도외시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르스 사태는 많은 부분 안전불감에 의해 촉발되었고, 사회적인 불안을 크게 늘렸습니다. 불안은 불신을 부르고, 신뢰가 없는 사회는 각자도생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메르스는 가라앉겠지만, 이래서야 누가 불안을 제거하고 신뢰의 싹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안이 되어야 할 사람들은 불안을 조장하고 불안을 이용하는 데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능수능란합니다. 국민들은 그런 모습을 오래도록 봐 왔기에 그 누구도 믿지 않는 경향이 있지요.

 

세월호 시위대의 태극기 소각에 대하여

사회 2015. 4. 21. 21:28 Posted by 해양장미

 세월호 시위대가 지난 주말, 태극기를 소각하였습니다.




 

 저는 내국인이 (아마도 한국인이겠지요?) 퍼포먼스로 태극기를 태우는 광경을 처음 보았으며, 그와 동시에 본 행위를 옹호하는 온갖 광적인 언어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전 그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며칠간 정리하였고, 결과적인 소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태극기에 대해 그다지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것이 표현하는 상징 - 건곤과 팔괘 - 역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던 선조들의 감성과 제 감성 사이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모국의 국명과 국기 및 국가, 그리고 지폐 디자인과 모델을 좀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다른 나라와 국기와 태극기에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태극기를 단순한 천조각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 다소나마 공동체 의식과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애증을 가지고 있으며 태극기가 우리나라를 상징한다는 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태극기 소각은 정신 나간 얼간이의 분별없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그 행위 자체는 제가 속한 국가 공동체에 대한 공격행위라 느끼긴 합니다만, 중대한 위협은 아니기에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딱히 애국자도 아니고요. 국가주의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다지 믿어주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본인은 국가에 대한 공격의도로 태운 건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저는 유가족들이 소각행위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 처음 이 글을 올릴 때는 그것을 몰랐었기 때문에, 본문은 수정되었습니다. - 저는 그것이 좀 더 잘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광신적인 깨시스트들은 그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소각 자체가 별것 아니라는 식의 옹호를 앞세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본 사건에 대한 맹목적 옹호에 다소의 우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옹호꾼들 중 대다수는 만약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 대체로 노무현이나 문재인 등 - 의 치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태도를 180도 바꿔 소각한 사람을 이미 죽일 놈으로 만들었겠지만, 한편으로 저는 깨시즘의 밑바탕에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에 그런 옹호가 나타난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를 조금 풀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깨시스트들이 보기에 한국은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고, 정통성도 부족한 국가로 아직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고, 부도덕하고 부패한 자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규범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가 권력을 차지해야 하며, 그래야만 한국은 정통성이 있고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 그들의 인식 속에서 현재 박근혜가 통치하고 있는 한국은 정통성이 없기에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며, 존중받을 필요도 없기에 국가에 대한 모욕은 별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난감하긴 하지만 사실 그들이 그런 부류인 건 어쩔 수 없습니. 다만 전 우리 사회가 그들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그들의 과격한 폭력성에 좀 좌지우지되는 면이 있지 않나 우려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과격함과 극단성에 대해 좀 더 잘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런 행위를 거부한다는 것 역시 좀 더 잘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행위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클릭)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면 중간은 갑니다.

사회 2015. 3. 1. 12:58 Posted by 해양장미

 31일은 봄맞이하는 좋은 날이지만, 이 날에 보이는 극우들의 준동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3.1절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되기보다는 한국인들을 극우적으로 만드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

 

 극우 민족주의는 사람들의 증오심을 부추기고, 분노를 일으키고, 공격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런 증오와 분노와 공격성은 대체로 특정 집단의 정치적 권익을 위해 이용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권익을 위해 역사를 날조하고, 상징을 왜곡하며 폭력을 합리화시킵니다.

 

 역사왜곡의 한 사례를 살펴보지요. 우리는 소양 없는 언론인들이나 네티즌, 심지어는 공무원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신채호같은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한심한 일이지요. 신채호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조선상고사에서 신채호가 그런 말을 했다고 사람들은 그러지만, 대체로 그 사람들은 조선상고사 한 페이지도 안 봤을 겁니다.

 

 신채호는 그저 독사신론의 첫문단에서

 

國家(국가)歷史(역사)民族(민족) 消長盛衰(소장성쇠)狀態(상태)閱敍(열서)(). 民族(민족)()하면 歷史(역사)()할지며, 歷史(역사)()하면 民族(민족)其 國家(기 국가)()觀念(관념)不大(부대)할지니, 嗚呼(오호), 歷史家(역사가)責任(책임)其亦 重矣哉(기역 중의재)인저.’

 

 라고 기술했을 뿐이지요. 이게 어딜 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가 됩니까?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저 말에 가장 가까운 말을 남긴 사람은 처칠입니다.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라고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nation을 민족이라고 해석하면 꽤 곤란합니다. 브리튼 특성 상 민족 운운할 수가 없어요. 굳이 해석하자면 저 말은 과거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 정도입니다. 어감이 완전히 다르지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당신들을 조종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낸 문구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저 말을 따라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역사를 정말 모릅니다. 편향적으로 추린 사실들과 거짓들에 의존하여 조작된 상징을 받아들이고, 폭력성을 발휘하기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역사를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면 중간은 갑니다. 이용당하고, 나쁜 사람이 되지 마세요.

 

 역시나 오늘도 폭력적인 말들이 3.1절 기사 베플마다 달려 있습니다.

 

친일파를 처단하자

아베 정수리에 태극기를 팍 꽂고 싶다.’

‘3.1절에 동반자라니 ..미쳤내’ - [대통령 "한일, 미래 50년 동반자로 새역사 써나가야"] 기사

덮고가긴 복수해야할 상대데’ - ['과거사는 덮고가자'..··일에 작심하고 촉구] 기사

 

 이 사람들은 이런 걸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당장 수천 명이 동의하고 있고요. 저런 게 나쁘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인 겁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극우성과 폭력성을 주의해야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를 진짜로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3.1절마다 사람들이 증오와 분노를 불태운다면, 그런 날은 없는 게 차라리 낫겠지요. 96년 전에 이러라고 독립운동 한 게 아닐 텐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근래의 4대 악제(나쁜 제도)로 도서정가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대형마트 의무휴업, 그리고 도로명주소제를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나쁜 한 가지를 꼽자면, 저는 도서정가제를 꼽겠습니다.

 

 도서정가제가 큰 문제가 되는 건, 이 제도가 결과적으로 독서율과 도서구매율을 떨어뜨리고 영세출판사와 서점을 줄이는 가운데, 도서관 장서수도 줄이고 출판되는 도서 총량의 양과 질까지 줄임으로 결국 국민의 평균적 지적수준 및 정서함양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도서정가제에 찬성하는 일부 출판사나 서점을 보면, 그 통찰력 없음과 어리석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됩니다. 단기적으로 이익 보는 사람이 개중 없진 않겠으나, 아닐 쪽이 훨씬 많은데 장사하는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멍청하면 사실 이익 보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물론 법안을 만들고 제정한 사람들의 대책 없는 어리석음과 불통, 고집스러움은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제도인 가장 큰 이유는 이게 재고처리를 불가능하게 하는’, 도무지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악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땡처리 없는 장사는 없는 법이고, 현실적으로 장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재고처리인데 이걸 못하게 하는 악법을 다 보다니 참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 가능한 게 인생사라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진 것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장사할 때 재고처리는 그냥 중요한 정도가 아닙니다. 상품이라는 게 원래 시장에 내놓기 전에는 잘 팔릴지 안 팔릴지 분명하게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상인은 안 팔리는 제품을 할인해서 처리합니다. 제 때 재고를 정리하지 않으면 새 상품을 생산할 수도, 들여올 수도 없습니다. 책을 좀 사시는 분들은 좀 사기만 해도 그게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진열할 때 구간 도서가 너무 많으면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의류, 신발 등이 괜히 아울렛이 있는 게 아닙니다. 책도 옷이나 신발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게 은근히 유행이나 시대를 많이 타고, 시일이 지나면 악성재고가 쌓이는 상품입니다. 잘 팔리는 책은 여러 쇄를 찍지만, 안 팔리게 되면 초판도 소화 안 되는 게 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도대체 망상을 해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이런 법을 만들 수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갑니다. 이 어이없는 제도 아래에서는 소매상이 실질적으로 모든 재고부담을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떠안아야 합니다. 심지어 새 책은 중고책으로도 못 팔게 해놨던데, 진짜 이런 악법을 만들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면 나랏일을 하면 안 됩니다. (사실 어디서건 중요한 일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 어떤 국가도 구간 서적에 대해 정가제를 적용하지는 않는데, 그게 괜한 게 아닙니다.

 

 이 제도가 지속될 경우, 소매상은 거의 확실하게 팔 수 있을 정도로만책을 납품받아야 합니다. 소매상은 손님 반응이 어떻건 앞으로도 계속 가격을 결정할 수 없으니까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산자나 납품업자 또는 본사가 소매상 및 대리점에 가격통제를 하는 경우 자체는 사실 흔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새 상품에 한하지 재고에 그럴 수는 없는 겁니다. 제도가 이모양이어선 소매상이 반품 협의라도 거치고 납품을 받아야 할 텐데, 그럴 힘이 있는 업체는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대형서점 뿐이고 이런 게 관례화될 경우 영세 출판사 및 영세 서점은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규제는 그 규제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경우, 철저한 약육강식에 의해 규제의 피해를 약자가 덮어쓰게 되어버리는 결과가 나옵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비상식적이고 권위적인 규제가 있을 경우 사태는 매우 나쁘게 흐르기 쉽습니다. 실제 이미 도서정가제 직후부터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도서 공급가액이 바로 인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기사를 하나 링크합니다.

 

도서정가제, 동네 서점 쥐어짜기신호 되나’ (링크)

 

 기사의 사진과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불광문고는 오프라인 서점으로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동네서점이라기엔 제법 큰 규모임에도 저런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결코 영세출판사도, 영세서점도 구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아 있는 것마저 모두 몰살시킬 확률이 대단히 높은, 더할 나위 없이 멍청하고 사악한 제도입니다.

 

 물론 가격 자체의 평균적 인상이 주는 문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 중요한 건 책을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파는 게 아니라, 초판을 다 팔고 재판을 찍어서 많이 파는 겁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점점 출판시장이 작아지는 현실에서, 이런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게 되면 전체 도서시장의 규모 자체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덜 팔리는 책을 주로 사보는 사람들이 이번 도서정가제의 주 피해 소비자가 될 텐데, 재고부담을 늘리고 도서구매율을 떨어뜨릴 이번 정가제는 보다 더 도전적인 책을 내는 데 악재로 작용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도서시장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한편으로 도서 정가를 재책정하는 것으로 도서할인을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터무니없습니다. 유통 구조상 소매상이 아닌 공급자가 가격을 계속 결정하게 하는 건 어리석음을 넘어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일단 시장에 풀려나간 책, 초판도 다 안 팔린 책을 공급자가 뭐 하러 일부러 가격을 내려 다시 책정하겠습니까. 되지도 않을 소리입니다. 현실적으로 재인쇄 할때나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새 ISBN 받아서 가격 조정할 수 있는데, 이미 2쇄 들어간다는 건 안 실패한 책입니다. 악성재고는 어쩔 도리가 없는 거죠.

 

 실제 각국의 책값 비교를 보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나라의 책값이 도서정가제를 안하는 나라보다 무조건적으로 높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경쟁은 어쨌든 가격을 떨어뜨리긴 하거든요.

 

 더구나 이번 도서정가제는 이북에도 적용되며, 도서관에도 적용됩니다. 이것은 정말 영세서점, 영세출판사 구한다는 명분도 전무하고, 그저 도서관의 장서수와 이북 판매량을 줄일 뿐입니다. 아마 제본업, 중고서점 하시는 분들만 요즘 싱글벙글 할 겁니다. 혹시 아직도 웃고 있는 출판업자들이 있다면, 아마 금방 아, 내가 바보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확률이 높겠고요. 결국 이 악제는 우민화 정책이자 문화말살정책이 될 겁니다. 발의하고 변호하는 사람들이야 꽉막혀가지고는 절대 인정 안 하겠지만요.

 

 중요한 건 이런 악제가 선의와 정의로 포장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치와 정치, 규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결과입니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결과에 대한 통찰력이 없는 바보 멍청이들은 절대 정치나 큰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본인이 선의가 있다고 본인의 행동 또한 선한 결과를 낼 것이라 믿는 바보들이 권력을 쥐면 정말 큰 사고를 치는 법이지요.

 

 마지막으로 이 사태의 주범 인터뷰를 링크합니다. 책이 유효기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 사람의 망상이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든 것 같습니다.

 

‘[단독]도서정가제 만든 최재천 의원 "책은 생선과 다르다"’ (링크)

비정상회담 폐지론과 대한민국 파시즘

사회 2014. 11. 2. 17:20 Posted by 해양장미

 신해철의 느닷없는 타계로 인해 조금 덜 회자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지난 월요일 방영되었던 JTBC프로 비정상회담BGM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틀은 것으로 인해 일련의 사회적인 파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파시스트들이 궐기한 또 한 번의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 파시즘이 그 세를 잃지 않고 유지되는 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대한민국 파시즘의 개성적인 특징이 드러난 경우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비정상회담의 본 편은 보지 못했으나, 기미가요 BGM에 대한 사견을 밝히자면 큰 문제 없다입니다. 한국에서 기미가요를 트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90년대에는 모든 일본 음악을 트는 것이 불법이었으나, 그러한 반민주적인악법은 김대중 대통령의 치세에 사라졌고 이제 기미가요를 트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인이 기미가요를 싫어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각국의 국가를 정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권리입니다.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 또한 해당 국가의 몫이고요. 한국은 일본 국가가 기미가요인 것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자국에서 그것을 공식적으로 방송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수 있으나, 그런 규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국가(national anthem)는 대체로 폭력적이고 국가주의적인 내용이 많고 (우리 한국 애국가 같이 평화로운 가사는 좀 드뭅니다), 나라끼리 역사적으로 악연을 쌓기 쉬운 만큼 특정 나라의 국가(national anthem)에 악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타국에 대한 악감정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미 한국은 기미가요의 방영 등을 금지하지 않기로 정한 상황입니다. 이것에 대해 각자가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현 시점에서 이는 세계적 표준에 부합하는 우리 사회의 규칙이며 사적으로 이 규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규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규칙을 갈아엎고자 하더라도 일단은 규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또한 '비정상회담'은 모토 자체 중 하나가 세계인의 화합이기도 하고요.

 

 저라고 일본이 기미가요를 국가로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내에도 류큐인, 자이니치 등이 있는 만큼 기미가요를 국가로 삼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으로는 기미가요를 국가로 제정하는 일본이 대단히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 내 문제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항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내정간섭을 하긴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처한 진짜 문제는 우리 국가 내부의 파시즘입니다. 일본이 기미가요를 국가로 쓰건 어쩌건, 그건 기분이 나쁜 정도지 한국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의 파시즘은 그런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공격성과 무관용으로 대표되는 이런 반민주성 및 극우성은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진짜로 어둡게 만듭니다.

 

 저 역시 어떤 사람들이 기미가요를 방송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할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비록 그런 행위가 극우적인 행위라는 것은 이야기 해야겠지만요. 그러나 사과를 넘어 폐지를 요구하며 맹렬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파시즘입니다.

 

 한국의 이런 파시즘은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닙니다. 황우석 줄기세포와 심형래 디워사태는 한국 파시즘의 대표적인 사례들이었습니다. 이젠 대다수의 사람들이 황우석 사태를 흑역사로 받아들입니다만,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문화 및 대중심리 구조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한국 파시즘의 현장에는 언제나 깨시민들이 있었는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번 본 블로그에서 이야기해왔듯, 파시스트들이 자칭타칭 진보로 불리는 게 21세기 한국의 너무나도 불행한 자화상입니다.

 

 비정상회담 제작진이 기미가요를 튼 것에 일본제국주의 찬양이나 식민통치에 대한 찬양의도가 있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 기미가요가 뭔지,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모두가 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알아봐야 기분 나쁘기만 한 일이고, 딱히 그 이상의 현실적인 문제는 없는 사안이니까요. 또한 심지어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제작진에게 설령 일제를 찬앙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과격하고 공격적인 인민재판은 자유민주정체국가의 국민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적어도 바람직하지는 않지요.

 

 만약 TV에서 기미가요 트는 게 보고 듣기 싫으면, 그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행동에 나서면 됩니다. 물론 그것은 다분히 극우적인 사고방식이고 조처라는 건 미리 이야기해야겠고, 저는 그러한 자유민주정의 적들에게 관대한 태도를 가질 생각이 없기도 합니다. 자유민주정의 핵심 사상인 관용은 오직 불관용만을 적대합니다.

 

 또 이야기해야 할게, 관용 없이 공격적으로 구는 파시스트들이 과연 특별히 애국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걸까요? 전 그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그보다는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공격할 만한 대상을 찾은 것에 가까울 테지요. 세금 조금 더 걷는다고 투덜거리고, 조금만 나라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민 가겠다고 하던 그 사람들이 가장 파시스트같이 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국과는 거리가 먼 불만분자들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저는 이 깨시민 파시스트들이 TV에 탈북자가 나올 때 북조선 애국가 (제목은 한국 국가와 동일하게 애국가입니다만, 다른 곡입니다.) BGM으로 나온다면 결코 기미가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실제 북조선 애국가를 트는 건 기미가요와는 달리 불법이 될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야 북조선 애국가를 틀건, 기미가요를 틀건, 한국 전쟁 당시 한국군과 연합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던 중국의 국가 의용군 행진곡을 틀건 그것이 우리의 이 사회와 자유민주정체에 대한 명백하거나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각자의 자유로 일단은 존중한 후, 그 뒤에 제 판단과 주장을 펼칠 것이지만 말입니다.

 

 파시스트들이 유독 기미가요에 심각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파시즘 심리에는 극우적 민족주의가 반드시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한국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우익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고, 문화 또한 집단주의적이기에 파시즘에 물들기 쉽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중용의 미덕을 지킬 필요가 있으며, 대화와 타협을 우선해야 한다는 교육도 같이 받았습니다. 이 사회가 잘 돌아가려면 무엇이 우선일까요?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기미가요가 방송에서 가끔 나온다 해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파시즘이 한국에 매번 넘실대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뭐가 진짜 문제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일제시대에 대한 역사교육도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좀 더 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일제시대는 단순한 독립운동의 시대도, 일본이 단순히 미쳐서 한국을 수탈하던 시대도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각자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고 그런 각각의 삶들이 모여서 역사가 되었습니다. 전체주의집단주의민족주의국가주의적 사관과 교육 체계는 그 시대의 실상을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실제 파시스틱하게 구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매우 편향적인 정보만을 취합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저는 이번 사건에서 한국 파시즘에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결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매우 계승되기 쉬운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여러 요건이 파시즘이 발달하기에 제법 좋은 토양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강화되었습니다. 실제 파시즘은 여러 국가에서 융성했었는데, 각 국가마다 개성적인 모습으로 전개되곤 합니다.

 

 다행히 한국 파시즘은 아직은 초기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화될 수 있는 여지는 있고, 심화되고 결국 집권을 해낸다면 매우 나쁜 결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미리 무엇이 파시즘인지를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파시즘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관용의 적이 관용을 압도하게 되면, 그 사회는 매우 쉽게 집단화되고 결국 파시즘이 꽃피기 쉬운 조건이 됩니다. 관용과 이해가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애국의 탈을 쓰고 완장을 차고 극우적 관점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게 파시즘임을, 그리고 파시즘이 얼마나 위험하고 왜 나쁜지를 보다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에 대한 짧은 이야기

사회 2014. 10. 17. 23:17 Posted by 해양장미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거의 전적으로 본인들의 책임입니다.

 

 사고자들을 두고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남탓쟁이들 때문이에요. 세상에 환풍구 위에 수십 명이 올라가서 방방 뛰다니, 무슨 일부러 호러쇼 찍는 겁니까. 아예 올라갈 수 없게 지었어야 한다느니, 더 튼튼하게 만들었었어야 한다느니... 저기, 세상은 당신들 안전을 백퍼센트 책임질 의무가 없습니다. 안전은 각자 조심하는 거고, 사회는 위험요인을 줄여줄 의무정도만 있는 거죠.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산다면 충분히 확률적으로 안전할 정도로요.

 

 이런 사고에서 남탓을 하는 건, 저에게는 이런 말 비슷하게 들립니다. 요즘 중형차들은 대체로 악셀 끝까지 밟으면 시속 200km/h는 충분히 나올 텐데, 사실 시속 200km/h에서는 충분히 차세제어가 안 되는 차가 대다수고 만약 어딘가 들이받기라도 한다면 그 어떤 상용차도 그 속력에서는 찌그러진 쿠킹호일 됩니다. 그러니까 시속 200km/h로 다니지 말라는 거고요. 근데 누가 시속 200km/h로 달려놓고 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치면, 그 책임을 자동차 회사에 돌릴 수 있습니까? 시속 200km/h로 달릴 수 있는 차는 그 속도에서도 안전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이게 이번 사고에서 남탓하는 사람들 매커니즘하고 똑같아요.

 

 세상 모든 건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짓해서 사고 터지면 그 피해는 나 하나의 사망 또는 부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환풍구 위에 수십 명이 올라가면 안 된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3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거예요. 자동차 사고 정도의 충격이 있으면, 일반 철판 아니라 고강도 특수강판도 쿠킹호일처럼 찌그러집니다. 사람 한 30명이 좁은 장소에서 일제히 뛰다 보면 경우에 따라 건물도 무너뜨릴 수 있고요. 각자의 안전불감증이 그 무엇보다 문제입니다. 안전 신경 쓰는 사람들은 환풍구 위로는 어지간하면 지나다니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사고 난 환풍구는 지나다니라고 만든 환풍구도 아닙니다. 높이가 성인 남성 허리 정도 높이라서, 어지간한 탁자보다 더 높아 일부러 올라가지 않는 한 올라갈 일이 없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수십 명이 서서 뛰었으니 사단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남탓할 게 아닙니다. 본인들 탓이죠.

 

 저는 이런 데서 남탓 하는 분위기는 문화적으로 문제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각자는 자유로운 사람이고, 각자는 그러한 자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가는 평생 국민을 도와주는 보모와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이는 보호해야겠지만, 저기 올라가서 뛴 사람들은 본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들입니다. 자유란 그런 것입니다. 이 사고의 주책임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있습니다.

 


2014. 09. 25 이수역 사고에 대하여

사회 2014. 9. 26. 19:32 Posted by 해양장미

 평소에 저는 무리하게 몸이나 물건을 닫히는 문에 들이밀어 전동차에 승차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좋은 감정을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대략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저리 호러쇼를 보여주려 하나?’ 같은 심정이었지요.

 

 그러다 결국 어제 4호선 이수역에서 사단이 났습니다. 사고 소식을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 사건을 링크합니다. (클릭)

 

 개인적으로 이 사고의 주책임은 사망자인 노인에게 있으며, 이 노인이 정말 많은 이들에게 광범위한 민폐를 끼친 사건이라 봅니다. 기관사가 다소 부주의했고,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못했다지만 모든 안전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각자가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안전을 도외시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주저하지 않은 노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기관사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그걸 평생 기억에서 잊기 힘들 목격자들입니다. 그들이 나쁜 경험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평범하게 융통성 있게 일했을 기관사가 이 사건으로 인해 큰 불이익을 보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스크린도어가 열린 상태에서 원칙적으로는 전동차가 출발하면 안 되지만, 스크린도어가 고장 나는 경우는 사실 흔하다보니 현실적으로 규정을 다 지키면서 운행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규정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다소의 거리가 있고, 현실적으로 모든 규정을 지키면 필연적인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철 시스템은 그런 비효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를 기관사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또 애초에 열차의 출발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상당한 민폐입니다. 철도의 특성상 그런 행위는 뒷 열차들에게도 지연을 초래합니다. 게다가 위험성도 상당합니다. 또 만약 이번 사고와 같은 사단이 날 경우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심한 정신적 피해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본인 안전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사실 닫히는 문에 몸이나 물건을 들이미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무인 카메라 같은 걸로는 당장 하기 어려운 행위일 테니 당분간 사람을 고용해서 강력하게 단속하면 많이 개선될 거라 생각합니다. 인건비는 과태료로 채우고도 남을 겁니다.

 

 사실 다니다보면 안전을 심각하게 도외시한 행위는 온 주변에 만연합니다. 안전불감증은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사고 시 안전을 준수할 의무를 도외시한 자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강화하고, 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행법은 보행자의 안전준수에 대한 법률적 책임이 너무 약합니다. 문제를 개선하려면 제도를 고치는 게 가장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