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층은 새누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소득에 고학력인 사람들이 많다. 단 아예 재산수준이 많이 올라가면 새누리당 지지층이 많아지지만, 보통 새누리당을 주로 지지하는 계층은 보다 저소득에 저학력인 서민들이다.


 실제 간편한 예로, 지난 대선 때의 월 소득구간 별 투표율만 봐도 다음과 같다.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이런 현상에 대해 소위 진보좌파들은 ‘기득권이 어리석은 서민을 혹세무민시켜, 계급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한다!’ 라는 식으로 해석하곤 한다. 그런데 그게 진실일까? 왜 소위 계급론으로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이런 현상이 (일부 유난히 감정적이고 말이 많은) 중산층 진보에게 실망감을 줄 경우, 이 자칭타칭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제 난 더 이상 서민을 위하지 않겠다.’라는 식으로 유치한 실망감을 드러내곤 한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이론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계속 서민을 놓친다면, 그것은 민주당과 그 지지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현상에 대한 나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민주당은 노년층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노년층은 평균적으로 재산과 관련 없이 월소득이 현저히 낮다. 대신 상대적으로 한참 돈을 버는 30~40대에서 비교적 민주당의 지지층이 두텁다. 어쩌면 저런 통계를 ‘월소득’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뽑았다면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IMF이후 한국 사회에서 소득이 한참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시기는 30~40대 정도다. 50대가 되면 돈을 쓸 일은 많지만,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안정적으로 계속 돈이 들어올 거라는 보장은 없어진다. 이 시기에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고, 축적재산이 충분한 경우엔 자본가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어느 방향이건 간에 일단 측정되는 월소득은 줄어들기 쉬워지고, 이전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정치를 바라보기 쉬워진다.


 사실 민주당과 진보좌파의 큰 약점이 이 지점에 있다. 좌파는 사회주의적 발상을 바닥에 깔고 있는 이상 사유재산의 축적에 대해 적대적이다. 복지해줄 테니, 젊은 시절 쌓아올린 재산을 달라고 할 때 순순히 내놓을 한국인은 거의 없다. 현실적인 영역으로, 경제라는 면으로 갈수록 민주당은 약점을 드러낸다. 또한 이는 단순하게, 연령대와 관계없이 저소득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상대가 아니다. 이 말이 결코 새누리당이 경제를 다 잘한다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강점을 보이는 경제분야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이 크게 앞선다.


 진보좌파의 흔한 오해와는 달리, 서민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두려운 것도 아니고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 생각엔 민주당이 서민들의 절실함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말을 바꾸고 신뢰를 잃는다. 이런 경향은 현재 민주당의 가장 극렬한 지지층인 깨시민에게서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그들은 굉장히 쉽게 새누리당 찍는 서민들을 우매하고 계몽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물론 깨시민들이 그런 태도를 드러낼 때, 서민들은 깨시민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쌓는다.


 풀뿌리 조직을 만드는 데서도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좀 더 풀뿌리 정치에 깊이 들어가 있다. 간단한 지역 모임이나 친목 모임, 종교활동, 계나 부동산 투자처 같은 사적인 금융 정보가 오고가는 만남 등에서 새누리당은 언제나 어느 정도 이상 우위에 있다. 이것은 깨시민들 같이 화를 잘 내거나 가르치려는 태도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엔 싸워서는 못 얻는 것들도 있다.


 또한 메세지의 명료함도 격차가 있다. 새누리당이 하는 말은 대체로 좀 더 정치적으로 잘 연마된 언어다. 그렇기에 새누리당의 메세지는 일관적이고 단순하다. 말을 복잡하게 할수록 서민 표나 부동층 표는 떨어져 나간다. 사실 박근혜와 문재인은 이 면에서 매우 대조적인 편인데, 박근혜는 굉장히 말을 골라서 일관적으로 꾸준하게 말을 하는 정치인인 반면 문재인은 완전히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비록 영리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신뢰가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반면 - 깨시민은 이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만큼 선거에서 매번 진다. - 문재인은 말을 매번 바꾸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지금껏 새누리당의 강점을 살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강점을 가지는 부분을 보자. 민주당은 거의 언제나 명분과 문화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것이 중산층이, 당장 내일 걱정이 없는 젊고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다.


 나쁘게 말하면 민주당의 강점은 좀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통한다. 정의의 욕구, 문화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욕구 같은 데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훨씬 앞선다. 실제로 민주당이 더 정의로운지 어떤지를 떠나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매번 어떻게든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물론 실제로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그런 빌미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일관적이라 할 만큼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공분을 일으키고, 자신을 정의의 편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라기보다는 사실 선거 전략에 가깝다. 민주당이 권력을 쥐었을 때 정의가 잘 실현되었다는 통계나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한편 문화적인 면에서 민주당이 가지는 장점은 사실 세대적인 지지의 차이 탓도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이 면에서 좀 더 구식이고, 꼰대 같고, 패셔너블하지 못하고, 뒤쳐져 있다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이따금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이야기할 때도 많은데, 사실 민주당에서도 그런 문제는 종종 발견되긴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어느 정도 한번 필터링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막 터져나온다는게 문제. 다만 때때로 민주당도 과격한 이미지로 페널티를 얻기도 한다.


 사실 명분과 문화는 민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강한 일면이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언제든 불안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자세한 면과 일관성에서 민주당은 언제나 약하기 때문에, 보통은 새누리당이 이긴다. 젊은 중산층과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부자와 서민과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치에 관심이 적은 부동층은 대체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깨시민들의 중산층스러운 모습들은 사실 여러 면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참여’와 ‘소통’을 이야기하는데,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말했지만 사실 이것은 진짜 서민들에게는 가능한 게 아니다. 민주당계 정당에 깨시민이 SNS 등을 통해 압력을 행사할수록, 민주당은 보다 중산층 아이덴티티가 강한 정당이 된다. 90년대의 민주당계는 보다 서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노무현이 집권을 한 후에는 전형적인 중산층 정당이 되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노년층과 서민 및 영세상인의 지지를 잃었고 그 이후 매번 지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민주당은 깨시민의 중산층의 문화적이면서 이념적인 만족감을 위한 정당이 되어 있다. 서민은 그런 민주당을 보고 좀처럼 지지하기 어렵다. 실제 민생입법이라고 민주당, 친노세력, 깨시민들이 내세우는 것들은 서민들이 처한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들이 많다. 서민에게 당장, 진짜로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입법에 민주당이 앞장 서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현실적으로 깨시민들도 왜 민주당을 찍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당선되었을 때 서민에게 어떤 이익이 오는지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토론을 이성적으로 잘 하는 경우도 드물고, 새누리당, 이명박, 박근혜를 욕하고 알바, 일베충, 국정원 직원 등이라고 비아냥거리곤 하는 게 그들의 모습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민주당은 고쳐 쓰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고, 깨시민은 새로운 수구 세력이 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그 동안 민주당에게, 그리고 깨시민에게 지출하고 소모한 온갖 선의와 개혁 의지들을 생각해볼 때 이는 매우 비극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암담하다 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개선은 없다. 사회의 진정한 개선을 원하는 이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근래 정국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역시나 비교적 온건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다수의 새누리당 지지자는 박근혜가 더 강하게 나와 주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은 저 1년 내내 대선불복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인 ‘종북세력[각주:1]’을 확실하게 제압하길 바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만한 빌미를 민주당 세력이 자꾸 주고 있기도 하고.


 사실 지속적인 선거불복은 민주주의 국가의 뿌리를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흔드는 행위다. 물론 불법이 있었고, 그 불법은 수사 중에 있으며 권력자에 대한 수사인 만큼 당연하리만큼 여러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건 원래 그런 것이다. 또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선거 과정에 불법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완전하게 깔끔한 선거는 이상적인 지향점이지만, 그런 건 실제로 불가능하다. 양쪽 모두에서 비리를 저지르기 마련이다.[각주:2]






 87체제 이후 가장 큰 선거 부정은 초원복집 사건과 김대업 사건이었다. 이 둘에 비하면 댓글 좀 달고 트윗질좀 한 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당시 김대중도, 이회창도 본인이 직접 선거불복을 하고 나서지는 - 또는 그렇게 보일 만한 행위를 하지는 -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불복은 엄밀히 말해 현재의 체제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고, 내전이라도 감수할 수 있을 때나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행위다.


 얼마 전 문재인이 본인의 블로그에 ‘박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라는 글을 남겼던 것을 대체로 알고 계실 것이다. (본문 링크)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단언컨대 문재인만큼 찌질한 역대 2위 대선후보를 본 적이 없다[각주:3]. 국회의원 한 번 안 해봐서인지 정치 감각이 전무하고, 자신이 하는 언행이 어떠한 결과물을 가져올지 예측이 전혀 안 되는 타입인 것 같다. 


 지금 같은 식으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은 ‘부정선거 심판’, ‘박근혜 탄핵’ 같은 구호를 들고 나올 거다. 하는 거 보면 통진당하고 점점 오십 보 백 보가 되어가고 있다.


 깨시민들은 개표기 때문에, 댓글 때문에, SNS 때문에 문재인이 졌다고 망상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은 사실 극소수다. 촛불시위 한다고 민주당까지 직접 나와서 시위대 모은 게 한창 때 겨우 시청광장이나 채울 정도였는데. 딱 광장 채울 정도면 그 인원 대략 8000명도 안 된다. 한줌 광신도들이 한국 온라인의 75%이상을 장악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박근혜정부 이후 민주당 당 지지율은 겨우 20%수준이고, 전혀 그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 수치는 쉽게 말해 호남인과 소수의 깨시민을 빼면 아무도 민주당 안 지지한다는 뜻.


 사실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모두가 현실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대선불복을 박근혜가 받아들여서 재선거라도 하게 되면, 문재인이 재선될 가능성은 완전히 0%이다. 박근혜는 대략 70% 이상의 득표율로 재당선될 것이다. 만약 내가 박근혜라면 그렇게 한다. ‘문제를 저지른 자들을 엄중히 수사하겠다.’라는 언론 플레이까지 더해서. 10년 전에 노무현은 인기가 완전 바닥이었는데도 탄핵되고 나니까 갑자기 다들 노무현을 지지했었다. 그런데 과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박근혜에게 대선불복? 사실 생각이 있는 언행인지 의심스럽다.


 박근혜가 이런 식으로 안 하는 이유는 발상이나 성격이 비교적 온건하고, 갈등을 키우는 걸 안 좋아해서라고 본다[각주:4].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마음만 먹으면 박근혜가 깨시민과 친노세력을 지하 깊숙하게 파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용가치가 있으니까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깨시민이 날뛰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20년은 충분히 집권할 테니까.


 또 다른 방식도 있다. 박근혜는 저들의 대선불복을 빌미로 MB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는 지지율이 더 올라가고, 깨시민의 대선불복운동은 한순간에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러고 나면 박근혜는 한동안 영웅시될 것이고. 아마 이렇게 한다면 그건 중요한 선거 전에 할 거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긴 하다.


 정치적 수싸움이 개미 눈물만큼도 안 되는 사람이 윗자리에 올라가서, 광신도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잘난척하는 걸 보고 있자니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진다. 정치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무뇌한 깨시민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도무지 하지 않고, 친노세력은 그런 깨시민들의 폭력적인 정서에 맞춰서 립서비스를 해줄 뿐이다.


 물론 친노세력들이 저러는 것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는 있다. 그들이 깨시민들에게 립서비스를 해주는 한, 그들은 언제고 민주당을 장악할 수 있고 떡고물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깨시민들은 온갖 친노세력이 발간하는 졸저뿐 아니라, 노무현 묘소의 어이없이 비싼 기념품도 돈 내주고 사줄 정도로 돈이 많다.


 실제 친노세력의 지지자는 대체로 중산층이다. 부자나 서민은 깨시민이 잘 되지 않는다. 깨시민의 평균적 생활수준은 깨시민이 왜 그런 언행을 저지르는지를 보여주는 한 자료가 될 수 있다.




  1. 그들이 실제로 종북세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본문으로]
  2. 이 면에서 사실 가장 깨끗한 선거과정을 치렀던 정부는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의 ‘우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은 선거과정에서의 깨끗함을 의미한 것이었다. 물론 정부가 꾸려진 후에는 워낙 비리가 많은 정권이 되어버려서 우스갯소리가 되고 말았지만. [본문으로]
  3. 5년 전 이명박을 찍었던 친구들의 기분을 근래에야 이해하고 있다. ‘내가 저런 놈을 찍었다니.’ [본문으로]
  4. 만약 노무현이나 박원순 같은 스타일이라면, 지금 박근혜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본문으로]




 사실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게 맞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비아냥과 악플로 일관하는 깨시민류에게 장악당한지 오래이다 보니,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계속 상회할 정도로 높은지, 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지지를 못받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자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 진짜 문제라면 깨시민들이 ‘불만분자’ 및 ‘국개론자’를 양산한다는 데 있겠다. 깨시민 모인 커뮤티니에서 깨시민들 이야기만 젊을 때부터 보고 크면 국개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깨시민은 국민 다수가 어떻게 생각하건, 그들만이 선이라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그들이 언제든 민주주의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자들임을 우선 명심해야 한다.


 장외투쟁이건 촛불시위건 지지를 못 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게 결국 권력투쟁이기 때문이다.


 권력투쟁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정치는 항상 권력투쟁과 함께 할 수밖에 없긴 하다. 문제는 그것도 때가 있다는 거다. 이미 선거는 작년에 두 번 있었고,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겪었다.


 정치에 있어 최악의 사태는 언제나 ‘정치력의 부재’ 그 자체이다. 정치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인데, 정치가 존재하지 않게 되면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경우 레임덕과 선거철은 정치력의 공백을 가져오게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현실적 문제들이 다뤄지게 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올해 출범했다. 어떤 정부가 출범하건, 망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사는 시민들은 새 정부에 일련의 기대를 가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이후 내놓은 로드맵과 대응들은 깨시민류의 망상과는 달리 객관적으로 괜찮았고, 그 결과 지지율이 더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후안무치한 친노세력에 의해 사분오열되어있는 민주당이 지난 반 년간 한 행동이라고는 오직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발목을 잡은 것뿐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과 법안들은 각각의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것이기에, 빠른 통과와 행정 및 지원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런 정치행보 자체에 계속 태클을 걸어 왔다. 그리고는 결국 국정원과 NLL사태로 국회는 파행을 맞게 되었고, 민주당은 거리로 나왔다.


 NLL에 대한 문재인의 끝없는 말 바꾸기 및 이후의 언론 플레이, 당 수뇌부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 등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입장에서 참 실망이 크다. 지난 대선에서 나의 선택은 완전히 틀렸다. 한참 동안 반성하고 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안 되어서 다행이다. 내가 잘못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보완을 해 주니 참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이다.


 특히 깨시민류-진신류-NL계열은 대선 직후부터 로지스틱함수니 국정원이니 별 이유를 다 들어가면서 계속 대선불복운동을 하는 중이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도 쭉 그런 이야기는 나왔고, 시민들은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당연히 직업 시위꾼도 나와 있고 애초에 장외투쟁의 목적이나 지향점도 선명하지 않다.


 뜨뜨미지근하고 어느 정도 비협조적이긴 하지만, 국회에서 계속 협의를 한다면 결국 새누리당도 국정원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반대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축구 경기에서 어떤 팀이 파울을 많이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갈 수는 있지만, 퇴장을 당할 정도로 파울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것과도 같다. 물론 그 결과가 민주당 또는 민주당계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로 귀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고, 적어도 시민들은 민주당이 국회 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정원 문제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당연히 국정원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의 통치행위와 민생해결보다 우선시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일 박근혜 정권이 레임덕이 이미 온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반MB에 지쳐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의미가 없고, 시민들은 오랜 시간 통치력의 부재에 허덕였다. 깨시민류의 망상과 착각과는 달리, 통치력이 부재한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민들은 더욱 강하고 카리스마있으면서도 진중한 지도자를 원하게 된다. 박근혜는 어느 정도 시민들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지도자이다. 현 대통령을 지지하건 지지하지 않건, 그 실패와 반사이익을 바라는 얄팍한 사악함은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첨부한다. 물론 강성 깨시민은 여론조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믿지 않다가 지난 대선에서 처참한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확증편향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http://www.newspim.com/api/portal.jsp?newsId=20130805000220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치 2013. 6. 10. 22:45 Posted by 해양장미

 대선이 끝난 지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이 정도 할 줄 알았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도 내 기대보단 잘 하고 있다. 실제 지지율도 60%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어쨌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잠시나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고, 한동안 패배의 이유를 추론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흘러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니 문재인은 그렇게 해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선거를 잘못 치른 것이다.


 만약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문재인이 온전히 흡수하였다면 문재인은 큰 표차이로 이겼을 것이다. 어차피 그사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20대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해외 부재자 투표도 문재인이 승리했다. 여기에 반 MB 정서 등, 여러 유리한 입장에서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문재인의 실수들을 꼽아보자.



1) 대선에 출마하면서 현충원을 찾았을 때,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 대통령 후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수의 이승만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박정희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을 반영구적으로 멀리 밀어버린 사건이었다. 또한 시작부터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를 심음으로 평화적인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도 멀어졌다. 박근혜는 김대중, 노무현 묘소 일부러 참배 안하는 것 같은 밴댕이짓은 안했다.



2) 어이없는 경선 모바일 투표 과반 전승


: 이 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과 손학규 지지자들이 다수 이탈했다. 탐욕스러운 친노세력의 바지사장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 시점부터 분열되었고, 문재인은 이 당 내분을 수습하는 데 실패하였다.



3) 안철수와의 관계


: 문재인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만 찾았다. 그 결과 안철수가 대선의 주역으로 비춰졌고, 문재인은 제 1 야당의 후보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로 혼자 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안철수 쪽이 언제든 독자 출마도 가능하다는 듯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4) 이정희와의 관계


: 토론에서 비록 사실관계가 ‘옳을’지언정 충분히 ‘예의’를 갖추지 않은 이정희에 대해,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문재인이 여기서 이정희와 거리를 두지 못함으로 인해 도매급으로 묶여버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정희는 적잖은 국민들에게 ‘종북’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는데, 문재인까지 여기에 휘말려 버린 셈이다.



5) 친북성향


: 평창 올림픽을 북조선과 같이 치르겠다는 둥, 바로 북조선 요구를 들어주고 남북대화부터 하겠다는 둥 북조선에 적대적으로 변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친북 성향의 태도를 보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북조선에 대해 주도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6) 심각한 경제적 무지 및 좌파성향


: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둥, 각종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바로 폐지해야 한다는 둥의 어이없는 공약과 발언 등으로 주로 40대 이상 중산층, 자산가 및 투자자 계층의 폭발적인 이탈을 초래했다. 소위 기득권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좌파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부동산 소유가구가 소유하지 않은 가구보다 2배는 많으며, 순환출자를 폐지시킬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도 더 어려워진다.



7) 지역적 민심이반


: 평창 올림픽이나 북조선 문제 등 때문에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졌고, 대선의 주요 격전지인 충청권에도 전혀 어필하는 게 없었다. 역대 충청을 잃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은 이회창과 선진당을 흡수한 박근혜에게 충청권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경남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했지만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었다.



8) 명성의 부족


: 대선 2년 전, 박근혜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었지만 정 반대로 문재인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재인은 한명숙이나 안희정 정도의 인지도도 없는 인물이었고, 현직으로 정치를 하던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은 안철수만 불러댔고, 토론에서도 이정희가 더 두드러져 보였으며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이 문재인보다 더 어필될 정도였다.



9) 광적인 친노-노빠-깨시민들


: 몇몇 구역을 제외하면 온라인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이들은 대단히 편파적인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타 후보를 공격했으며, 그 결과 역효과를 냈다고 보인다. 친노세력은 이들을 이용해 민주당을 잠식하고 손학규를 떨어뜨리고 안철수까지 사퇴하게 했지만, 박근혜와의 본선 무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문성근-명계남-탁현민 등은 아예 광화문 유세 때 ‘무대 근처에 민주당 국회의원은 아예 오지도 말라’ 라는 식의 정신 나간 소리를 했고, 재야인사들은 단일화 당시 안철수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했으며 기타 온갖 이중잣대와 만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10)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함


: 박근혜가 국회의원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비장한 모습을 보인 반면, 문재인은 초선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말에도 불구, 권력에 집착하는 듯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친노 인사들이 임명직 불참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문재인은 어차피 친노의 바지사장 또는 얼굴무슈[각주:1]였고, 권력에 대한 친노의 욕심은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48%이나 받았던 건 기본 구도 자체가 워낙 반 MB정서가 강했고, 박근혜 캠프가 말을 중간 중간 바꿔가면서 실수를 한 면이 있었던 데다 안철수의 인기를 흡수한 것도 커서였다. 물론 문재인 후보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문재인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결국 대체로 야권 후보를 찍었을 사람이었다 할 수 있다. 대선 1년 전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이 받은 득표율은 결코 문재인 후보가 가진 지분이었다 하기 어렵다.


 문재인이 선전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과 박근혜의 득표율 차이는 3.6%였다. 이는 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 2.3%이나 김대중과 이회창 사이의 1.6%보다 훨씬 큰 차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대통령감도 아니었고 - 그의 다른 면보다는 그의 정치 경력이나 명성,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던 세월이 그렇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안철수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는 후보도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굉장히 진보적인 편이다. 좌파적이라는 게 아니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대를 항상 추구하려 한다. 박근혜는 5년 전의 실패를 딛고, 박정희의 그늘조차 벗어나며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유신에 대한 사과도 했고,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제안 또한 내세웠다. 그러나 문재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지지하는 자들을 배격하고, 부동산 소유주들도 대기업도 평창도 투자자들도 모두 내치고, 편을 갈랐다. 참여정부 때의 사회혼란과 분열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민들은 그런 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었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위의 문제들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질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너무 많이 했기에 그와 친노세력은 결국 패배하였고, 역사의 뒤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1. 프랑스어에서 마담은 여성대명사, 무슈는 남성대명사. [본문으로]

윤창중 사건에 대한 짧은 이야기

정치 2013. 5. 10. 23:32 Posted by 해양장미


 윤창중은 애초에 무리한 인사였고, 그런 자격 미달인 사람을 보란 듯이 요직에 앉힘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빠른 권력 누수를 자초한 셈이다.


 수준 이하의 인간이 권력을 얻었으니 당연히 사건이 터질 만은 했지만 너무나도 나쁜 식으로 터졌다.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 외신에선 ‘독재자의 딸이 당선되었다.’ 같은 식의 보도가 나왔었는데, 반년도 안 되어서 이런 사건이라니 그냥 나라망신.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이번 국회보다는 이번 중앙 정부가 마음에 드는 편인데, 이번 일로 인해 일 추진이 더 안 될 가능성이 높을 테니 그것 또한 안습. 부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제일 좋은 수는, 윤창중을 엄벌하는 것이다.

 



문재인 비판

정치 2013. 4. 18. 13:48 Posted by 해양장미

 문재인이 이번 추경 편성 관련, 국회 상임위에서 질타를 했단다. 자료는 이곳을 클릭.  며칠 지난 일이지만, 이 뉴스를 보는 순간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졌었다. 


 솔직히 보자마자 든 생각은 딱 이거였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해? 경제를 몰라도 저렇게 몰라?’ 실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 쪽은 (기대 이상으로) 꽤 현실적이면서도 기민한 경제적 정책을 내고 있는 편인데, 아무리 문재인 후보 및 친노세력이 경제적으로 무지한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국회가서 추경편성하는데 이리 깽을 놓을 줄이야. 게다가 지금 문재인은 저러고 있을 입장도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다.


 우선 현오석을 좀 변호해야겠다. 올해 경제 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전망 및 기대는 비단 기획재정부가 독단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9월 기준에서는 좀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인상은 있지만, 그걸 굳이 저런 상황에서 따질 건 아니다. 다른 곳 전망들도 어땠는지 보면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다.


 근 몇 년 세계 경제는 기본적으로 불안정 위에 있다. 상황이 계속 급변하고, 시시각각 대응을 해야 한다. 그 타이밍은 정밀기계처럼 잘 맞아야 하고, 오판을 했다면 가급적 빨리 그 오판을 깨닫고 움직여야 한다. 문재인이 멍청하다는 게 이 점이다. 우선 그는 왜 근 몇 달 사이 한국의 경제적 입지가 변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기 유동성이 극대화된 곳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제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일본, 중국, 미합중국, 유럽 할 것 없이 악재가 모두 터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춰 잡을 필요가 있는 건 당연지사.


 더구나 오판을 했으면 빨리 대응을 해야 하는 게 행정인데, 거기에 대고 대선후보 품위도 없이 ‘정치적 술수가 아니었나?’ 라고 다음 아고라에나 루저들이 올릴 법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 어차피 거의 추경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경제에 대해 기초만 알아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니, 애초에 공약부터 경제쪽은 정말 처참하더니 지금도 이런다.


 물론 문재인이 경제는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대선후보로의 무게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 불만분자들이나 가질 법한 음모론적 사고방식을 국회에서 저렇게 드러내는 건 기본적으로 우스워 보이기 딱 알맞은 행위다. 솔직히 저 말 듣고 친노 빼고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나. ‘져가지고는 밴댕이 속알딱지마냥 뿔났나?’ 정도로 생각하면 그나마 새누리쪽 기준, 속 넓은 사람일 거다. 현오석이 뭐라 반박을 못할 상황이니 저 정도로 말했지, 뒤에서는 분명 적잖게 욕했을 거다. 


 애초에 문재인이 지금 저렇게 나설 때도 아니다. 문재인이 해야 할 행동을 이번에는 안철수가 했다. 원래 지면 비행기 타고 나갔다가 한참 후에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게 쇼맨쉽 같아도 거기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반이라도 닮아봐라.) 그런데 문재인의 칩거기간은 정말 토끼꼬리보다 더 짧았고, 국회의원직도 포기 안했고, 나와서 한다는 언행은 저렇다. 솔직히 한심하고, 이런 모양새를 박근혜 대통령이 그냥 보아 넘기는 걸 보고있자니 정말 한국의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것 같다. 박정희였으면 저걸 가만 뒀을까.


 문재인은 지지자들이 너무 띄워주니까 같이 떠준 것 같다. 그러나 당신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말로만 대선 패배는 내 책임이다 하지, 실제 행동은 전혀 책임지는 것 같지가 않다.


 정치적 언행을 할 때 항상 반대쪽을 생각해야 한다. 문재인을 찍지 않은 사람들, 또는 문재인을 마지못해 비판적으로 지지한 사람들이 지금 그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10년 전에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 그리고 15년 전에 김대중을 찍었던 사람들 중 이번에 박근혜 찍은 사람이 꽤 많다. 노무현이 망가지고 유시민이 망가진 건 그들의 자질문제도 있었지만, 광신적인 지지자들의 무차별적인 비호가 단단히 한 몫 했다.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달콤한 말과 무조건적인 변호를 해주는 이들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간신배다.


 어차피 친노는 실질적으로는 끝난 세력일 테지만, 그들이 곱게 권력의 달콤함을 포기할 리도 없고 그들을 지지하는 신도들이 종교를 포기할 리도 없다. 문재인이 저렇게 나선 이상, 향후 갈등은 첨예화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통치력에 관하여

정치 2013. 3. 12. 20:44 Posted by 해양장미

 며칠 전에 나는 민주당이 밉상이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민주당이 저렇게 나오는 건 상수다. 민주당은 저런 방식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지도력을 발휘해야한다. 그녀가 많이 했던 말대로, ‘잘 협의해서~’ 말이다. 그런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시작도 하지 못하고 많이 삐걱거리는 박근혜 정부다.


 나는 정말 박근혜 정부가 잘 하길 바란다. 비록 기대가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통치력을 발휘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한국 국민이 정치적으로 힘든 주된 이유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긴 하는데 잘 못해서라기보다는 정치 자체를 안해서다. 통치자의 통치력이 약해질 때, 국가는 그 조정기능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공무원스러워지고, 룰의 정신을 지키려는 사람보다는 룰을 이용하려 드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분명 박근혜의 문제 인식이나 발상 중 좋은 부분이 없지 않다. 다만 그런 것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충분한 통치력과 동의를 얻고, 모든 정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꽤 의문이다. 문제를 인지하는 것과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 사이엔 엄청난 난이도의 격차가 있다.


 애초에 박근혜는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당선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여러 비리 의혹에 더해, 절반에 육박하는 국민들에게 강한 반감을 얻으며 당선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상대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시도 없이, 가진 힘으로 정책을 강행하려 하다 보니 통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파를 힘으로 찍어 누르려고 하는 건 그 힘의 격차가 크지 않는 한 잘 되지도 않고, 만일 당장은 된다고 해도 후환을 만드는 악수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애초에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게 아닌 박근혜에게는 나름 127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짓누를 힘이 없다.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데, 과거 박정희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매번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강한 동의를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장기 집권하던 박정희조차 민심을 잃은 후에는 부마항쟁이 일어나며 권력 기반이 흔들렸고, 그 결과 무리한 선택 끝에 김재규의 총에 맞았다. 한국 사람들은 애초에 지배자에 대해 그다지 순종적인 편이 아니다. 한국인은 박정희 집권 전에 이미 이승만도 몰아낸 적이 있었다.


 박근혜는 실질적인 정치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그녀는 공주였고, 그녀를 떠받들어주는 사람들 속에서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발언으로 이미지를 유지시켜나가 결국 대통령까지 되었다. 또한 그녀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실질적인 통치력은 검증된 적이 없고, 국회의원으로의 활동 이력도 솔직히 형편없었다.


 만일 이대로 간다면 그녀는 빠른 레임덕을 피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고, 통치권력 자체의 유명무실화 상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인들은 현실 통치 권력에 대해 굉장히 빨리 등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의 인기가 오래 지속될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막고 있는 밉상 민주당

정치 2013. 3. 5. 19:24 Posted by 해양장미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는 흠이 많은 제도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점을 지적해오며 민주정에 반대해왔다. 그렇기에 사려 깊은 민주주의자라면 민주주의의 단점을 쿨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더라도 아직까지 인류가 만든 제도 중 민주공화정보다 나은 제도는 없다.


 현 한국 민주정의 문제는 어느 정도 이상 87체제 자체가 가진 단점에 기인한다.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진정한 민주화를 이룬 선진국가 중엔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 자체가 많지가 않다. 또한 거기에 더해 한국처럼 연임이 불가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이런 제도적 특수함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필연적으로 매번 미숙한 정부를 출범시키게 한다. 대통령이 정당 위에 있는 존재이다보니 정당의 성장에 문제가 있고, 매 정부는 정권 운영의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는 민주당이 더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한 정부다. 필연적인 시작단계에서의 미숙함이 있더라도, 야당의 바람직한 역할은 박근혜 정부의 잘못하는 점을 바로잡는 정도여야 한다. 정치에선 가장 나쁜 상황이 통치의 부재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통치 자체를 존재하지 않게 하고 있다.


 대략 현재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인선에 대해 강력한 제제를 하면서 정부 출범에 필요한 각종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인선에 문제가 없진 않고, 법안에도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각주:1].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좋은 통치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관용이 필요하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미숙함을 보조해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바람직하고, 그 과정에서 현명한 딜을 통해 야권의 이념에 맞는 각종 좋은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게 본래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은 그런 모습으로 보이질 않는다. 민주당은 작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것 같다. 그 떡고물을 얻으려는 셈으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각주:2].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각종 사안들 또한 제 때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인선도 너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현안을 바라보고 있는 각종 현장에서 적잖은 혼란과 스트레스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행위는 결국 참여정부-열린우리당 시절 한나라당이 하던 행위와 본질적으로 같다. 그 때 박근혜가 열린우리당을 공격했던 방식과 비슷하게 지금 민주당이 그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사태는 박근혜의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권이 그래버리면 고생하는 건 국민이라는 거다.


 참여정부 땐 사실 국제적으로 경기가 워낙 좋았기에 정치권 대응이 좀 나빠도 사회는 어떻게든 어느 정도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좀 더 섬세하고 전문적인 각종 대응들이 시시각각 필요한 시기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는데, 이 또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번 시도하던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현재의 친노에게서 나는 10년 전 참으로 밉상이었던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들이 지금처럼 하면 한줌밖에 안 되는 노빠 깨시민들은 환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노가 또 그런 걸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면, 또 한 번 크게 망할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는 결코 현재의 민주당을 좋게 바라보지 않는다. 적어도 새누리당은 그런 실수는 덜 한다. 그들은 지만원, 일베충 등의 세력을 이용은 하지만 결코 거기에 휩쓸리지는 않는다.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지만, 한번이라도 포지티브한 위치의 친노세력을 보고 싶다. 그들에겐 언제나 네거티브만 있다. 지금껏 친노가 스스로 해낸 건 없지만, 남이 뭘 하려는 걸 막는 데는 빼어난 재능이 있다. 으쌰으쌰하면서 새누리당이 하는 걸 사력을 다해 태클걸 힘이 있다면, 그럴 힘으로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도 한 번 돌아봐줬으면 한다. 물론 그들은 지금껏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친노에 의해 이미지가 완전히 버려진 정동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 좀 돌아봐줬지...



  1. 개인적으로는 원안엔 약간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현재의 타협안은 통과시키는 게 좋은 상황이라 본다. [본문으로]
  2. 여기엔 지난 5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의라는 기묘한 악법도 한몫 하고 있다. 이 기묘한 법안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점점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LTV 규제완화 방안에 찬성한다.

경제 2013. 2. 26. 10:51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용감하다는 것이다. 용기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질 중 하나다. 이명박은 이 용감함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통령 입장에서 LTV[각주:1]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감정적인 자칭 진보들은 대체로 저 조치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박근혜에 대한 반대 담론을 키워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는 그런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칭 진보들의 경제적 인지 수준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LTV 반대를 외치는 자칭 진보들이 입에 담는 말들을 보면 미국 공화당이 하는 말이랑 별로 다를 게 없다. 차이라면 좀 더 비현실적이라는 것 정도다. 문재인이 선거에서 괜히 진 게 아니다.


 LTV 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대표적인 진보 경제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LTV 완화와 같은 조치가 가계부채 문제를 폭발시킬 방아쇠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경실련이 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을 떠올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통상적으로 큰 기업의 경영상태가 위험에 처하면 조건부로 구제 금융을 지원해준다. 그것이 전반적인 사회의 손익을 계산할 때 대체로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그 어떤 큰 기업의 경영 문제보다도 심각한 문제다. 당연히 사회적인 구제금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도와주느냐, 그냥 망하게 두지?’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감정적인 판단일 뿐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대우그룹이다. 대우그룹을 그대로 망하게 한 결과가 어떤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대우를 그대로 죽인 것은 대한민국의 큰 손실이었다.[각주:2] 부동산 시장에 구제금융이 필요한 것도 이와 같다.


 통상적으로 LTV가 거의 꽉 찬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의 거래를 통해 상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노동을 통해 그 거액을 갚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묶인 개개인들은 높은 비율로 적잖은 이자만을 갚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시장에 자금이 흘러갈 리가 없다.


 이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지도 4년 이상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고통을 겪은 것은 소위 하우스푸어뿐만이 아니다. 하우스푸어는 대체로 막대한 자산[각주:3]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산의 양에 부채에 대한 이자를 더한 만큼 시장에서 유동성이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금융 그룹[각주:4]은 외국계 자본이 과반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들에 의해 금융에 흘러가는 이자 소득들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곤 한다. 지난번에 쓴 ‘한국은 잘나가는데 왜 한국인은 가난할까?’에서 이런 국부유출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이렇게 사라지는 유동성과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감은 2차, 3차 피해자를 양산한다. 전세는 사라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자영업자들은 시장에 돈이 돌지 않다 보니 큰 고통을 겪는다.[각주:5] 이로 인해 가시적인 피해를 보는 인구 비율만 해도 대한민국 인구 중 과반은 훌쩍 넘는다.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치자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예외는 없다.


 부동산 종말론자들[각주:6]은 2000년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도 지가는 상승하였고, 주택은 필수재이기에 전월세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올랐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아니다. 그저 다소 가파르게 올랐기에 현재는 긴 조정단계를 겪고 있을 뿐이다.[각주:7] 일단 이런 식으로 오른 가격은 긴 경제사를 돌아볼 때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각주:8] 무엇보다도 2000년대 초반 부동산 이상으로 귀금속 가격과 석유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것도 조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그 또한 가격이 이전처럼 꺼지지는 않는 걸 봐야 한다. 부동산은 귀금속, 석유와 크게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이 아니다. 실제로 근래 보이는 가격 움직임은 꽤 비슷하다. 만약 현재의 부동산 가격을 거품이라 생각한다면, 귀금속이나 석유 가격도 거품이라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노무현 정권 때의 법률은 사실 여건이 크게 변한 만큼 빨리 수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실에 대응하는 힘과 결단력, 그리고 판단력이 부족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어쨌든 가시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힘과 강단이 있어 보여서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줄 만큼 잘 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잘했으면 한다. 그녀가 과하게 보수적인 경제 정책을 펴고 리스크를 축소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이번 발언은 기대 이상이다.


 한편으로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오바마 정부와 오바마를 돕고 있는 폴 크루그먼, 버냉키 등이 어떠한 조처로 미합중국의 망가졌던 경제를 부활시키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게 진짜 진보적인 방안이다. 불황에선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불황을 구경하라는 건 아직 충분한 경험이 없던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각주:9] 그 땐 결국 대공황이 왔었다. 그리고 그 때랑 지금은 아예 화폐의 개념이 달라졌다. 진보진영이 착각 속에서 부동산 종말론을 포교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길고도 큰 고통을 겪었다.



뱀발.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여야가 폐지에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국회통과만 남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잘하긴 했는데, 민주당은 지난 대선기간 내내 분양가상한제를 사수하겠다는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리 신뢰가 없어서는 곤란한데. 한편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김대중도 노무현도 다 하던 건데, 이걸 분양원가를 공개하며 발목 잡은 건 의외로 오세훈이었다.


 깨시민들은 아니나 다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노무현의 공인 양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오세훈의 공이었고 노무현 임기 중에 일어났을 뿐이다. 당시엔 부동산 폭등이 심했기 때문에 그런 제도도 필요했다. 그러나 미분양 주택이 쌓인 현재는 적합하지 않다.

 


  1. 주택담보대출비율. 예를 들어 집값이 1억이고 LTV가 60%이면, 주택담보대출을 6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본문으로]
  2. 당시의 대우그룹 경제팀 출신이 현재 박근혜 근처에 많다. 이런 인적 자원 구성은 향후 지속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것이다. [본문으로]
  3. 회계에서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다. [본문으로]
  4. 쉽게 말해 은행 그룹. [본문으로]
  5.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의 사업 자본은 주택담보대출로 충당된다. 이율이 낮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6. 부동산 종말론은 보편적인 종말론과 많은 맥락에서 유사하다. 물론 종말론자들의 예언은 매번 어긋난다. [본문으로]
  7. 자본주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격 폭등 현상을 거품이라 부르는 건 사실 대체로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지 소로스의 표현처럼 'Boom'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본문으로]
  8. 일본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다. 한국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본문으로]
  9. 신자유주의자들도 비슷한 말을 하긴 한다. 그래서 깨시민들이 사실 알고 보면 수꼴이라는 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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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정치 2013. 2. 22. 14:12 Posted by 해양장미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도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집권기간은 체감 상 참 길게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도저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고, 그의 정책에 의한 개인적인 손해도 여러 번 입었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진보시킨 면이 있다. 문득 그 점을 느껴서 놀랍다고 느끼고 있다.


 퇴임을 4일 앞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부덕하여 많은 욕을 먹은 대통령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박근혜가 당의 패권을 쥐면서 당 이름도 바꾸고, 로고 색깔도 바꿨지만 그 과정에서도 이명박은 당적을 유지하였다. 이는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충분히 기여했으리라 생각하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 또 한 번의 발전이 이루어진 거라 볼 수 있다.


 이걸 보면서 친노 노빠 깨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권은 임기 중 여당을 두 번이나 깨먹었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으로,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깨고 통합민주당으로. 그것도 모자라 노무현의 후계자(취급을 받았던) 유시민은 이명박 당선 이후 통합민주당에서도 탈당하더니, 지역도 옮기고 국민참여당도 만들고는 민주당에 몽니를 부리다가 유력 대선 후보에서 낙마하고는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으로 옮겨가는 희대의 철새짓을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해 무지하고 자기반성능력이 없는 소아적 행태를 보이는 깨시민들은 그런 유시민에 대해 바른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시민의 낙마 이후 정치할 생각도 없던 문재인을 소환하여 지난 4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사람들을 물리치고, 부활의 조짐이 보였던 민주당의 생명줄을 끊어놓고 말았다.


 민주당은 지금도 친노 문희상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고, 친노가 문제가 아니라는 둥, 친노는 실체가 없다는 둥의 물타기를 넘어선 은폐조작까지 저지르고 있다. 새누리당 세력이 법치와 공화를 파괴한다면, 노빠 깨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인 동시에 새누리당이 저지르는 모든 범죄적 행위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시대 내내 깨시민들은 반MB만 외쳐댔다. 딱하나 자기 목소리 낸 게, 무상급식이다. 그 어줍잖은 이슈가 나름 잘나가던 오세훈을 반영구적으로 정계에서 퇴출시켰고, 박원순을 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도취해서 깨시민들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박근혜 여왕폐하께 헌납했다.


 퇴임을 앞둔 현재, 이명박은 거의 지지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5년 전의 노무현에 대한 지지보다는 통계 조사 결과 낫다. 이명박이 잘한 게 있다면 정책이 꽤 일관적이었다는 데 있다. 일관성이 있다는 건 예측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작정하고 나라 곳간 한번 털어먹자는 식으로 정치한 면이 있지만, 그 착취가 대한민국의 기둥뿌리를 뽑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정책이 갈팡질팡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살아남기 쉬웠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비록 그지같더라도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민중은 혼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명박은 남탓을 하지도, 자기연민을 보이지도 않았다.






 이 시대의 나쁜 남자, MB. 그는 털어먹어도 일관성 있게 당당하게 털어먹으면 사람들이 그나마 덜 싫어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인 대통령이었다.

 

 이제 들어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더 나을지는 잘 모르겠다. 인수위를 보면 물론 기대가 별로 안 되긴 한다. 그런데 박근혜건 친박이건 원래 그런 사람들이고,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이 가득했던 작년 분위기를 감안해볼 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 누가 뭐래도 노빠 깨시민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 내내 노빠 깨시민들은 한국 사회의 진보적인 열망을 잠식하고, 새로운 개혁세력의 등장을 찍어 눌렀다. MB를 방패삼아 새로운 수구세력이 자라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