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깨시민들의 패턴은 같습니다. 선거에서 지고, 그러고 나면 잠시 멘붕하고, 멘붕을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개론을 소리 높여 외칩니다.

 

 그나마 온건하고 현명함이 남아있는 야권 지지자들은 슬슬 이런 깨시민의 언행 패턴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는 것 같습니다만, 깨시민들을 말리는 건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무의식은 근본적으로 민주정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보지요.

 

 깨시민식 국개론 말마따나 국민(수준)이 다 큰 강아지라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할 능력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논리적인 결론은 간단합니다. 투표권 박탈하고 민주정 그만 해야죠. 제대로 선택 못 할 사람에게 정치적 선택권을 주면 나라가 망할 거 아닙니까? 특히 양당제 현실에서 깨시민들 말대로라면 새누리당은 집권할 자격이 없는 부도덕한 정당이니 당연히 민주당계가 계속 독재해야죠.

 

 깨시민들이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는 명백합니다. 정리해보죠. 그들 기준에 안 맞는 사람들의 투표권은 박탈하고, 그들의 기준에서 올바른선택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적 권한을 가지고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계속 해먹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사고방식입니다. 비아냥이 아니고 그들이 말하는 방식의 논지를 계속 전개시켜나가면 이런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요? 그들은 남들이 민주주의가 옳다고 하니까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민주주의라 써진 간판을 들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선거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도 국개론을 펼칠 수 있는 민주정 지지자는 없습니다. 국개론은 민주정의 전제 조건을 부정하는 독재자나 제국주의 외세의 논리입니다.

 

 게다가 백날 말하듯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은 사상도 빈약하고 도덕적이지도 않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도 않지요. 할 말이 없으니 그저 니네가 더 나쁘고, 나쁜 놈들이 뭘 해도 밀어주는 국민이 강아지고, 운동장은 기울어져있다고 징징댑니다.

 

 그런데 이 징징이 조금 더 가면 뭐가 되는지 아십니까? 민주정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민주정을 파괴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 형태를 내세운 결과는 역사 속에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외눈박이 바보들이 유토피아를 건설한 사례는 없어요. 매번 현세의 지옥을 만들었을 뿐이죠. 제가 괜히 그들을 파시스트라 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로 초기 파시스트들하고 패턴이나 정신세계가 꽤 비슷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깨시민 개개인은 의식적으로 파시즘이 나쁘다고는 생각합니다. 민주정이 뭔지 모르듯 파시즘도 뭔지 잘 모르지만요. 또한 그들은 대체로 권위주의나 독재, 전체주의 등이 나쁘다고도 생각합니다. 실제 무의식은 권위주의에 가득 차있고, 독재를 번번이 지향하기도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이 따로 논다고 봐야죠. 이런 모순이 워낙 심하기에 제가 그들을 철학도 사상도 뭣도 없다고 하는 겁니다. 주워들은 것들을 체계화시키고 자기 스스로를 성찰할 지식과 지혜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충동적이고 반지성주의적이며 도덕주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가끔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말하는데, 제가 말하는 도덕주의는 경직된 사고방식에 세상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떨어지고 근거 없이 자신이 도덕적으로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게 훈장질을 하는 꼰대인 반면 막상 본인은 도덕률을 잘 안 지키는 걸 의미합니다. 도덕주의자들이 넘쳐나는 사회엔 결코 도덕이 없지요. 또한 민주정과 도덕주의는 함께 갈 수가 없습니다.

 

 사실 역사상 수많은 철학자들이 민주정에 반대했습니다. 민주정은 분명 큰 단점이 있고,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상존하는 체제입니다. 그러나 민주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민주정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민주정이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제도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필연적으로 민주정 지지자들은 민주정의 단점과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정당과 관료를 기반으로 한 현대의 민주정 체계는 오랜 시행착오와 보완 과정 속에 형성되었고, 계속 보완과 개량 중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민주정을 반대하는 것 자체를 덮어놓고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비판과 논박은 강도 높게 하겠지만요. 그런데 깨시민들은 자신들이 민주정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고, 더 나아가 자신들을 민주주의자로 규정하다 못해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양 자처합니다. 이러한 일자무식과 뻔뻔함은 진짜 위험한 문제입니다. 양심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민주정 지지자가 아니라는 걸 선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민주정은 너와 나의 입장과 사고방식은 다르고,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며 각각의 시민들은 각자 자신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최대의 이익이 되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전제 및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물론 깨시민들은 이 전제 중 그 무엇도 갖추지 못합니다. ‘내 생각은 옳고, 네 생각은 그르다. 내가 대의다. 니들과는 대화할 것도 타협할 것도 없다. 그리고 니들은 옳은 선택을 하지 못한다.’ 이게 그들이 쭉 보여 온 언행입니다. 전형적인 독재자의 궤변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개론에 마음이 동하는 분들을 위해 첨언합니다. 민주정에서 항상 시민들이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그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때로 민주정 자체를 붕괴시키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박정희 유신 체제는 투표를 통해 결정되었었지요.

 

 그렇기에 민주정 지지자들은 민주정을 보다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고심을 오랜 세월 해왔습니다. 정당을 기반으로 한 민주정, 관료 및 각 분야의 엘리트, 자유로운 언론, 헌법과 3권 분립 등이 이런 고심 끝에 나온 안전장치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새민련은 어떤가요?

 

 일단 새민련은 정당을 기반으로 한 민주정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 정당엔 인력수급이 제대로 안 된지 오래고, 걸핏하면 찢어졌다 합쳤다 선거마다 군소정당과 합세하고, 계파다툼은 눈뜨고 보기 뭐한 수준이며 무엇보다도 한 정당으로서의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또한 관료와 엘리트들은 새민련에 등을 돌린 지 오래고, 노무현은 3권 분립을 침해했었지요.

 

 제대로 돌아가는 민주정 체계는 시민들의 실수를 미연에 줄이고, 실수를 하더라도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민련은 이러한 안전장치를 지나치게 무시합니다. 새민련 구성원과 지지자 중 너무 많은 비율이 사실 민주정 지지자가 아니라서, 민주정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심각하게 부족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월 속에서 과거 민주정을 지지하고 DJ를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선지 오래입니다. 현재의 40~50대의 평균이 처음부터 새누리당을 지지했을까요? 국개론은 민주정을 반대하기 위해 창조된 망언입니다.

 

 현실 속에서 민주정은 민감하고 감정적이거나 또는 무관심하고 단편적인 시민들과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의 상호 관계 속에서 의외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나갑니다. 민주정은 세상사의 복잡성을 극대화하고, 서로간의 피드백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체제입니다. 집단주의적이고 도덕주의적인 단편성으로 이 복잡한 민주정을 쉽사리 재단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도덕주의자의 결론은 언제나 독재가 되고 맙니다. 도덕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독재 권력이 필요하니까요.

민주당계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정치 2014. 8. 4. 21:52 Posted by 해양장미

 이번 보궐선거 이후 이제야 새민련 및 야권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앞이 캄캄해진 여러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글쎄, 그래서 저는 애진작에 야권을 버려야 야권이 산다고 말해왔는데...

 

 제 친구 하나도 그러더군요. ‘나는 민주당에 기대를 계속 가지기에 오판을 하는 것 같다.’라고요. 그래서 저는 원래 사람은 판단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내가 좋아하는 쪽에 좀 더 엄격한 게 바른 판단에 도움이 된다.’ 정도로 답해줬습니다.

 

 사실 민주당계의 몰락과 답 없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서 몇 번에 걸쳐 말해왔습니다만, 민주당계는 인재 수급이 제대로 안 된지 꽤 됩니다. 유시민이 개혁당하고 국민참여당으로 두 번 애들 꼬셔서 말아먹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아니면 창조한국당은 들어가도 민주당엔 잘 안 들어간 게 이미 15년은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새민련 내 운동권 파벌들 소식이나 양상 보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그 사람들 민주정 지지자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 아닙니다. 원래 운동권 이념은 사회주의였고 거의 철저하게 군대식 문화로 투쟁하던 사람들이라, 요 몇 년 기준 유능하고 진보적인 청년들 차라리 새누리당 개혁파로 들어가고 말지 민주당엔 거의 안 들어갑니다. 한총련 패망 후 민주당에 야망 가진 성골 뉴페이스는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미 유시민 국참당 시절부터 민주당은 모이면 죄다 나이 좀 있는 분들 모임이었어요.

 

 솔직히 90년대 생 진보적인 청년들하고 386, 486 운동권 사이의 정서적문화적 거리는 진짜 한 220만 광년 쯤[각주:1] 됩니다. 똑똑하고 진보적인 애들 거기 잡아다 놓는 건 불가능해요. 적어도 의식이 깨있고 권위주의를 싫어하는 청년이라면 며칠 버티기도 힘들죠. 민주당이 진보? 민주주의? 솔직히 김대중의 존재를 빼면 시작부터 그랬던 적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지주의 정당이었고, 박정희 때부터는 김대중의 정당이었고, 김대중 이후엔 민주당은 이미 끝난 것이었습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도 민주당에 김대중의 후계자라 할 만한 인물[각주:2]이 없어서였습니다. 그 땐 노무현 아니면 이인제였거든요. 사실 이인제가 더 유력했고요.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노무현은 민주당을 철저하게 부숴놨습니다. 대안이라고 나왔던 열린우리당이야 객관적으로 망한 정당이고요.

 

 민주당계가 망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철학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민주당계는 김대중의 제왕적 리더십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고, 경선 과정에서도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야 하며 보다 시민참여형의,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한 정치 체계가 옳다고 생각하게 된 것[각주:3]입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민주정에 대한 무지와 반지성주의, 그리고 운동권 특유의 사회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오판이었습니다. 야권 정치인들 및 지지자들 사이엔 87체제 이후에도 이 체제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달성이 아니고, 더 높은 수위의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면이 광범위하게 있는데[각주:4] 그 흐름이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근현대 민주정의 현실과 논리를 무시한 몽상은 정당의 기반이 흔들리고 비리가 난무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열린우리당 붕괴 이후엔 실제 민주정 지지자가 아닌 이들이 일정한 권력을 쥐고 살벌하게 계파 다툼을 벌이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운동권 출신들 중 다수는 여전히 되도 않는 우월감과 선민의식이 있고, 이런 선민의식은 깨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내심 1당 독재를 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지요. 그저 자신들만이 권력을 쥘 자격이 있다는 종교관을 가지고, 정의의 수호자로 어필하면서 선거 때마다 선택을 못 받으면 국민이 다 큰 강아지라고 소리 높여 망언을 외쳐왔을 뿐입니다. 그런 세월이 반복되니 당연히 DJ 때부터 민주당 지지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지요. 애초에 민주정을 지지하지 않으니, 민주정 체제에 적응하여 무언가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을 돌이키기엔 이제 너무 늦었습니다. 안철수는 실패, 손학규는 떠나. 새민련에 어떤 혁신이나 진보가 남았을까요? 새누리당 반대하는 거 말고, 야권 비판하는 목소리 일베충이니 알바니 정직원이니 낙인찍고 욕하는 거 말고 도대체 무슨 진보적인 아젠다를 내걸고 대안과 희망을 제시한단 말입니까? ‘저녁이 있는 삶말하던 손학규는 끝났으니 이젠 없습니다. 문재인의 지난 대선공약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그저 고개가 가로저어질 뿐입니다. 그런 걸 한국 제1야당 후보 대선공약이라고...

 

 되도 않는 권력추구 집단은 시민들이 나서서 끝내야 합니다. 이미 이번 보궐에서 시민들은 충분히 그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너무나도 어리석었던 안철수가 이용만 당하다 몰락한 사례가 있으니, 이젠 어지간한 명사가 저 쪽 집단에 기웃거리는 확률은 현저하게 낮아질 겁니다. 착한 척 하는 데 속아주는 것도 일이년이죠. 안철수도 워낙 정치초짜에 뭘 모르니까 새민련 만든 겁니다. 정치 좀만 알았어도 절대 안했을 오판이었죠.

 

 아직은 박원순 등이 어찌 차기 대통령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민주당이 제대로 부활할지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발버둥의 일환인지 이번 선거 후에도 역시나 어김없이 국개론이 나오고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나옵니다. 김형식 사건, 기동민권은희 등 납득할 수 없는 공천, 서갑원이나 신정훈 등 비리 전과 후보 등등을 보고 대체 뭐가 이쁘고 잘한다고 새민련을 뽑아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저 지들 안 뽑아줬다고 국민이 수준이 떨어지네 어쩌네 민주주의의 위기네 그러는 인물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게 사이비 종교랑 뭐가 다른 건지.

 

 일단 민주정의 기본에 대해 이해는커녕 거부감을 가진 반민주주의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보편적인 국민들은 민주정을 원하는데, 강성 야권 인사 및 깨시민들은 사실 민주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인정은 못 해도 내심 왕정이나 1당독재를 더 좋아할 겁니다. 자신들이 미는 정치인이 왕이 되면 오체투지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무슨 정치제도를 지지하건 개인의 자유이긴 합니다만, 저런 사람들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양 거짓말을 해 대니 참으로 문제입니다.


 

  1. 안드로메다와의 거리 말입니다. [본문으로]
  2. 사실 김대중의 진짜 후계자는 박근혜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용적인 표현이 아닌 이상 그 근거는 부족해 보입니다. 다만 김대중과 박근혜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본문으로]
  3. 요약하자면 인민주권론입니다. 언젠가 국민주권 VS 인민주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4. 저는 이런 그릇된 인식이 87 민주정체의 정치적 실패 중 많은 부분의 주요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손학규의 은퇴를 보며

정치 2014. 8. 1. 01:55 Posted by 해양장미

 생각할수록 은근히 마음이 쓰라립니다.

 

 손학규는 거의 유일하게 그 동안 민주당에서 가치와 대안을 이야기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동안 저는 그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했었고, 그의 정치적 성공을 여러 모로 바라왔습니다만 결국 그는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손학규에겐 대정치가로의 리더십은 부족했습니다. 더 강한 권력 의지를 가지고 세력을 형성하며, 내 것을 점차 챙기는 인물이어야만 대통령까지 될 수 있습니다. 손학규에겐 이런 모습이 없었고, 마음씀씀이만 좋아가지고는 정치적 오판을 계속했기에 대통령감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정치인이었고 참 안타까운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민주당 및 새민련이 좀 정상적인 정당이었다면 손학규의 모자란 면이 채워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손학규가 민주당에 온 시기는 이미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인해 민주당이 가치와 대안,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권력만을 추구하게 되는 시기였습니다. 손학규는 이 퇴보와 혼란을 수습하기엔 적합하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입은 피해는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망해 마땅할 정당의 몰락으로 편하게만 바라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새민련은 분당까지 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유력하고 그나마 나은 정치인들이 큰 데미지를 입어 향후 쇄신은커녕 더 나쁜 모습을 보이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은 정당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해졌고요.

 

 민주정체 국가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야당이 필요합니다. 야당이 잘나야 여당도 견제를 받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현재의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그리 잘한다고만 하기는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새민련에서 친노가 재부상할 확률이 높기에, 한국 정치는 더 심한 대결양상으로만 치달을 확률이 높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려울 테고요.

 

 저는 이미 지난 4, 야권을 버려야 야권이 산다고 주장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실제 DJ 이후 야권은 정상적으로 돌아간 적이 거의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분당 때부터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붕괴한 거나 다름없고, 열린우리당이 무너진 후엔 손학규 등이 산소호흡기 달아준 상황에 가깝습니다. 거의 과거의 영광만이 남은 정당을 혁통 친노가 철저하게 이용하다 망한 후, 그 다음엔 안철수의 인기가 수혈되어 겨우 명맥을 이었습니다만 이젠 그것도 끝났습니다. 민주당계는 이미 불치병에 걸린 지 오래입니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를 냉정하게 고찰해보지 않고, 기울어진 운동장론만 펼치는 강성 야권 지지자들이 사실 야권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현실적인 진보주의자라면 이제 차라리 새누리당에서 대안을 찾는 게 낫습니다. 경제학에 대해 기초수준의 이해만 있다면, 최경환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진보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대기업에 대한 견제, 실질적인 양적 완화, 통화 및 환율에 대한 통찰 등 좋게 평가할 만한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에 대해 기초지식도 없고, 신자유주의자들의 말에 홀딱 넘어간 자칭 진보이자 실질 파쇼 또는 마르크시스트들은 그저 빈 캔 소리를 내며 욕을 할 뿐입니다. 참 요란해요. 참여정부 같은 신자유주의 정부에 비하면 박근혜정부는 적어도 거시경제에선 비교조차 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진보적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고, 유럽에 가서 대안을 직접 찾던 손학규가 몰락한 이상 어차피 이제 야권에 대안은 없습니다. 안철수는 정치에 재능 없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정의당도 몰락입니다. 천정배도 정동영도 기개가 없어 그릇이 아닙니다. 친노? 문재인?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어부지리로 박원순이 될 것 같지만요. 제가 보기엔 박원순에서 진보를 찾느니 차라리 디자이너 오세훈에서 찾는 게 빠르겠습니다. 오세훈이 비록 센스 없는 디자인으로 욕을 먹어 마땅한 전임시장이긴 했으나, 그의 복지정책은 박원순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었죠.

 

 진짜 서민들에겐,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겐 진짜 아~~~무 관심도 없이, 그저 증오심과 광신만 넘치는 정치병 환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망쳐놓습니다. 깨시민 파시스트와 일베충 소시오패스가 넷상에서 눈뜨고 보기 뭐할 정도로 싸우면서 사회 병폐는 더더욱 곪아 들어갑니다.

 

 혼란스러운 시대가 열릴 거라 예상합니다. 본격적으로 망조가 보이는 새민련은 더욱 몸부림을 칠 것입니다. 물론 이미 언데드 같아진지 오래고, 박원순도 있으니 부활할지도 모르죠. 새누리당 내에도 무능한 야당이 계속 있는 게 좋을 사람이 상당히 되니, 알게 모르게 많은 지원을 해줄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손학규의 은퇴로 새민련에 대해 마지막 남았던 일말의 기대를 완전히 접습니다. 비영남비호남 출신 대통령을 한 번쯤 보고 싶다는 희망도 뒤로 더 미뤄 둡니다. 그는 경기 출신으로 지역 기반 없이 많은 것을 해냈던 좋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재보선, 멋진 결과물

정치 2014. 7. 31. 03:27 Posted by 해양장미

 저는 몇 차례에 걸쳐 본 블로그에 이번 새민련 공천의 문제를 이야기해왔습니다. 권은희에 대해 추가적인 포스트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만, 자료를 보면 볼수록 말할 의욕조차 잃게 되어 바쁜 와중에 제 때 포스트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도무지 공천 받을 위인이 아닙니다. 그녀에 대해 남은 이야기는 김용판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이후에 나올 것 같습니다.

 

 광주 광산을 유권자들은 비록 권은희를 국회의원으로 만들기는 했으나 현실적인 최선은 다했다고 봅니다. 투표율 22.3%에 득표율 60.6%이니, 권은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나쁜 결과가 나온 셈이겠지요. 실질적으로 광주 시민들은 권은희를 자신들의 의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천정배가 무소속 출마했다면 천정배가 이겼을 거고요. 이랬다면 새민련의 미래도 조금은 달라졌겠지요.

 

 순천곡성은 참으로 고소한 결과물입니다. 이런 게 민주정이지요. 이정현은 어렵게 된 만큼 진짜 잘해야 합니다. 새누리당도 큰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민주당계는 더 이상 호남을 자신들의 안전한 점령지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오만하고 개념 없는 발언[각주:1] 같은 걸 보면 순천 시민들이 정말 좋은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제 순천은 최소한 무시당하지는 않을 거예요.

 

 동작에서 저는 나경원을 지지하였습니다. 전 노회찬이 그 동안 한국 사회의 부정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왔던 세월들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높게 평가합니다. 특히 그가 참여정부를 상대했던 투쟁의 역사는 결코 잊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작을 위해 뭘 할지 별로 말한 게 없고, 그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적합한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그의 공약을 보면, 그의 복지론은 참으로 비현실적이고 문제가 많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그와 같은 정치색을 가진 인물들의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어떤 문제를 고발하고 투쟁하는 데는 좋은 인물이지만, 국가를 매니지먼트하는 입장에서는 단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그가 한 당의 지도부로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음주운전 전과도 무시할 수는 없고요.

 

 한편으로 저는 나경원이 민주정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향후 더 높은 자리에 도전해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러려면 일단 동작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또한 김두관은 끝난 지 오래였지만 확실하게 스스로 관 속에 들어갔습니다. 정동영은 뭐하러 김포까지 김두관 도와주러갔나 몰라요. 차라리 정동영이 직접 나왔으면 훨씬 나았을 겁니다. 김두관은 수도권에서 통할 인물이 전~혀 아니에요. 경선 출마 때부터 멘탈이 출가하신 분이니 그런가보다 합니다.

 

 수원에서 손학규가 패배한 건 참...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안타깝게 느껴지는 면이 많습니다. 손학규의 도전은 이렇게 끝나나 봅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붕괴 후 실질적으로 민주당을 견인해온 핵심 인물이었는데, 민주당계는 그에게 참으로 잔혹하게만 굽니다. 결과적으로는 한나라당을 뛰쳐나온 게 정말 나쁜 선택이었어요.

 

 그나마 새민련은 수원 정 1석을 건졌습니다. 한 열흘 전만 해도 새민련이 다 질 것 같다고 느꼈는데, 이후 유병언 시신이 발견되고 천호선이 사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나저나 새민련은 유병언 시신 음모론까지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선거 앞두고 뒤늦은 유병언 시신 발견이 여야 중 어느 쪽에 좋겠습니까. 당연히 야당에 좋은 일이죠. 저런 음모론은 대한민국 제1야당이 공식적으로 입에 담을만한 것이 아닙니다. 품격 없는 짓이죠. 하긴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해 부정적인 제1야당이니 오죽하겠습니까.

 

 결론적으로 국민의 뜻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새민련은 지난 포스트에서도 이야기했듯 대한민국 제1야당의 자격이 없습니다. 이젠 필연적으로 친노가 재부상할 것인데, 어차피 어떤 정치철학적 가치나 민주성에 주안점을 둔 정당도 아니고 시스템도 붕괴된 지 오래라, 결국 인물중심이다보니 아마도 이제 차기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한 박원순이 서서히 부상하고 노무현의 적통을 그가 이을 수 있을지에 대해 너저분한 패권다툼이 있겠지요.

 

 물론 안철수는 끝났습니다. 합당하던 날 본 블로그에 이야기했지요. 끝났다고. 여기까지 온 모든 과정이 거의 필연적이었습니다. 세월호 아니었으면 이미 지난 달 지방선거에 끝났을 겁니다. ‘새정치는 시작부터 없었고 이제 그 이름도 간판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도로민주당인데요.

 

 

  1. 참조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79&aid=0002620273 [본문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도덕적 문제에 관하여

정치 2014. 7. 22. 18:43 Posted by 해양장미

 오랜 세월동안 도덕적 우위는 민주당계 지지자들의 간판이자 무기였습니다. 능력은 어떨지 몰라도, 신한국-한나라당보단 그래도 민주당이 더 도덕적이지 않느냐는 식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의 젊은 새민련계 지지자들이 그러한 정치적 경향을 가지게 된 데는 이런 세월의 영향이 큽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우위 또한 이젠 옛말이 되었습니다.

 

 이번 새민련 공천의 면면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정말 답답합니다. 이런 정당이 한국의 제1야당이라니요. 이번엔 정말 심합니다. 그럼 한 명 한 명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동작구을의 기동민은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갑작스레 전략 공천되었고, 이 지역에서 오래 준비해왔던 허동준은 배제되었습니다. 본래 기동민과 천정배는 광주 광산을에서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안철수-김한길 지도부는 천정배를 정략적으로 내치고 기동민을 어이없이 동작구에 꽂았습니다. 더구나 이 기동민은 전과 2범으로, 이중 하나는 비교적 흔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공문서위조입니다만, 핵심은 이 전과가 87체제 후인 1992년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2012년의 공무집행방해죄인데, 400만원 벌금형을 받았으나 바로 다음날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되기도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런 공천파행에도 불구하고 나경원한테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지요.

 

 광주의 권은희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계속 터져 나오는 중이고, 지난 포스트에서도 좀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이번 포스트에서는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그녀에 대해 또 한 번의 포스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선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미 광주에 무리한 공천을 했던 안철수는 다음에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해집니다만, 역시나 명불허전입니다.

 

 아무리 봐도 새민련은 호남을 대접해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항상 당연하리만큼 몰표를 주니 그렇겠지만요. 이런 모습은 다른 지역에서도 드러납니다. 순천 곡성군의 새민련 후보 서갑원은 과거 박연차 게이트 때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벌금 12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의 형을 받고 국회의원에서 면직된 적이 있습니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고요.

 

 또 나주 화순군의 새민련 후보 신정훈은 무려 전과 5범으로, 죄명도 아주 화려합니다. 폭행에 상해, 음주운전, 건축법/농지법 위반, 여기에 보조금 예산관리 위반까지 있습니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할까요? 새민련 호남지역 후보 중엔 담양 이개호만이 드러난 전과 등 문제가 없습니다. 이쯤 되면 호남도 좀 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전 대덕구의 박영순도 전과가 둘 있습니다. 그 중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을 150만원 낸 경력이 있지요. 자칭타칭 진보개혁정당 후보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니 좀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무늬만 진보라는 걸 입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충주에 나온 한창희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낸 적 있는 전과 2범입니다. 당시 시장직을 하다가 유죄판결이 나서 물러난 적이 있지요. 서산 태안군에 나온 조한기 역시 음주운전 전과가 있습니다.

 

 비교적 문제없는 공천지역은 그나마 부산과 경기권입니다만, 경기권은 좀 다른 이유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단 김두관이 김포에 나왔더군요. 솔직히 김두관이 무슨 낯으로 김포에 나왔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과거에 그가 김포에 와본 적이나 있었을까요? 경남을 배신하고 권력욕을 쫓았던 인간이 과연 김포는 배신 안할까요? 여론조사도 김두관이 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문제없는 대형후보 손학규도 이런 어이없는 공천파행 덕에 지지율이 밀리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또 백혜련 같은 경우 지난 번 통진당과의 연대 공천에서 졌고, 이번엔 수원을에 공천되었는데 승산이 별로 없기도 합니다. 수원은 3군데나 보선하는데, 새민련이 한 군데도 못 이길 것 같습니다.

 

 새민련은 14명의 재보선 국회의원 후보군 중 권은희를 포함, 최소 8명이 범죄나 낙하산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문제 있는 후보들 중 다수가 호남권에 공천되어 당선은 따놓은 셈이라는 데 있고, 깨끗한 후보들은 이런 공천파행의 여파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다 지게 생겼습니다.

 

 더 이상 저는 도덕성에서도 새민련이 대체 무슨 우위를 지니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누리당에도 문제 있는 후보야 있지만, 대체로 음주운전 정도고 (물론 음주운전도 큰 죄입니다만, 워낙 새민련 후보들 죄목들이 화려해서요.) 좀 예외적인 게 광주에 나온 송환기가 사기전과가 있고 나주의 김종우가 명예훼손 전과가 있는데 어차피 당선 가능성이 전무한 후보들이라 새민련에 비하면 범죄 관련 문제는 훨씬 적은 셈입니다.

 

 안철수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런 게 새정치입니까?

 

 또 모두들 잘 알다시피 새민련의 도덕성 검증 문제를 드러내주는 사태가 근래 하나 크게 터지기도 했습니다. 유력한 살인교사 용의자 김형식 사건 말입니다. 물론 이런 인물을 미리 검증하는 건 어려울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새민련은 아~무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평소에 그리도 도덕적인 척하기 좋아하던 깨시민들이 김형식 사태는 쉬쉬하는 걸 보고 있자면 쓴웃음이 나올 따름입니다

 

 깨시민을 포함한 새민련의 광적인 지지세력은 이런 각종 사태들에도 불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선 천지가 뒤집혀도 새민련이 새누리보다는 나은 당이기 때문에, 아무리 범죄자가 판을 쳐도 그저 새누리당은 나쁜 당이고, 새민련은 그래도 선한 당일 겁니다. 물론 이런 건 광신적인 종교라 할 수 있겠지요.

 

 도덕성도 없고 무능한 이런 정당은 없어지는 게 낫다고, 저는 이전부터 이야기해왔습니다. 근래 새누리당이 그래도 새민련보다는 도덕적이고 능력도 있습니다만, 국민들을 만족시키기엔 분명 모자라고 실수도 많이 합니다. 그러니 민주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안이 될 수 있고, 협력도 비판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야당이 있어야겠지요. 새민련은 대한민국의 제1야당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무너지면 또 다시 일어날 친노세력 역시 대안이 못 된다는 건 이미 오랜 세월동안 증명되었습니다. 그나마 다른 세력인 손학규도 이번 선거에서 무너질 것 같고, 천정배나 정동영도 이번 사태에서 강단과 패기가 없는 인물임이 드러났습니다.

 

 사태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되었는가에 대해 저는 다방면으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일차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래도 어느 정도 내부 견제도 있고, 역동적이며 국민 눈치도 많이 봅니다. 현재 새누리당의 주 지지층은 과거 민주화 운동에 호의적이었던 세대고, 이들은 새누리당의 각종 행태에 대해 다분히 비판적인 가운데 느슨한 지지를 보내게 된지 오래입니다. 물론 새민련 지지자들은 이걸 인정하지 않고, 앞뒤 못 가리고 콘크리트 소리만 하다가 매번 참담하게 패배하지만요.

 

 대조적으로 새민련계 지지자들의 경우 비교적 코어 지지층이 많다고 파악합니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 시점부터 중도적인 사람들이 비교적 한나라-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되고, 새민련은 골수들이 주로 지지하는 정당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지지층의 이탈 문제는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에서 작성한 연구 보고서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코어 지지자들은 민주당계가 뭘 잘못하건 상관없이 찍고 무한정 변호를 합니다. 인터넷의 황위병들은 악명이 높기도 하지요. 그리고 민주당계는 오랜 세월동안 이런 코어 지지자들을 끼고 그들만의 기준에 맞춰 권력다툼을 해 왔습니다. 이런 세월은 민주당계를 한없이 무능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의 초점은 더 이상 민주당계에 있지 않습니다.

 

 새누리를 찍는 사람들은 그나마 새누리가 현실적으로 낫다고 생각해서 찍곤 합니다. 그리고 새민련을 찍는 사람들은 그래도 새누리는 못 찍겠어서 새민련을 찍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에서나 중심축은 새누리입니다. 새민련이 주도적으로 잘 해서 뭘 어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세월이 쌓이다보니 결국 이 정도로 비도덕적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수준의 공천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에서는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본래 광역버스의 입석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입니다만, 그 법은 법규를 준수하는 방식의 노조 투쟁 상황을 제외하면 모두가 눈을 감아주는 죽은 법이었습니다. 실제 출퇴근 시간에 3일 정도만 광역버스를 타 보면 그 법이 말도 안 되는, 평생 버스라고는 탈 일 없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사 이후에 무능하고 어리석은 정치권은 이 사문화된 법을 다시 꺼내들었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위에 말했듯 단 3일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광역버스를 타봤다면 나올 수 없는 조처입니다. 수도권 광역버스 문제는 배차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해당 버스를 타본 사람은 다 아는데, 안 타본 사람만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이지요. 탁상행정은 이렇게나 바보 같은 결과물을 냅니다.

 

 결국 사태는 또 하나의 웃픔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광역버스 입석 금지를 시행했지만, 상황은 단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될 리가 없거든요. 오죽하면 기사들이 승객에게 신문지를 줬다고 합니다. 깔고 바닥에 앉으라고요. 바닥에 앉으면 입석 태웠는지 밖에선 모르잖아요. 물론 공무원도 눈을 감아줬다고 합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은 현실을 다 압니다. 인간인 이상 어지간해선 눈감아줄 수밖에 없어요.

 

 광역버스 입석이 불가피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광역버스는 태생적으로 기점 부근에서 모든 승객이 자리를 다 채웁니다. 이 기점 승객들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자리가 다 차면 다음 차를 타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점에서 먼 쪽의 승객들은 자리는 기대도 안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입석으로 탑니다. 만일 입석이 제한된다면, 기점에서 먼 쪽의 승객들은 아예 버스를 탈 수가 없습니다. 증차를 꽤 해도 이 상황은 유지됩니다.

 

 입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 기점 근방에서 승객수를 제한하는 방식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안도 출퇴근 전쟁 상황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승객을 세고 숫자를 맞추는 데 시간 등이 소모되는데다, 혼란스러운 정류장에서 필사적으로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현실적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합니다. 물론 광역버스만 이런 난리는 아닙니다. 전철은 광역버스보다 더하지요. 일례로 동인천-용산 1호선 급행열차 같은 경우 출근시간에 타 보면 심히 극단적인 인구밀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지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서울과 근교 도시들은 각자 산업의 영역을 분담하였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제조업은 근교 도시에 남고, 디지털, 문화, 기타 첨단 산업 등은 서울에 집중되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은 서울시민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매일 15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출근하거나 통학하고, 최소 60만 명 이상이 출근을 위해 서울 밖으로 빠져 나갑니다. 이것은 엄청난 숫자입니다. 서울로 출근하거나 통학하는 인구가 스위스 전체 인구보다 많습니다. 물론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엄청난 숫자고요.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광역버스 증차와 연관, 터무니없는 방안을 발표하여 또 한 번 제 탄식과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바닥인지 오래입니다만, 바닥 밑에는 지하가 또 있는 법입니다. 다음 링크를 한 번씩 봐주십시오.

 

<박원순 "서울진입차량 감소 위해 요금부과까지 검토하라" (링크)>

 

<서울시, 광역버스 도심 진입 제한 추진경기·인천 반발 (링크)>

 

 

 원래 그런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위 기사를 보자마자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참 양심도 없다.’였습니다. 물론 박원순에게 양심을 기대하면 안 되지만, 확실히 이 사람은 이명박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이라는 느낌입니다.

 

 이명박 역시 서울시장 재임 당시 일방적인 교통체계 개편으로 수도권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었습니다. 당시 환승할인은 서울시내 교통에만 적용되었지만, 그로 인해 수도권 지하철 전체 기본요금이 상승하였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명박도 저 정도로 개념과 양심이 없는 발상을 발표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서울시민만의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서울은 어쩔 수 없이 국내의 다른 많은 지자체에 적잖은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런 거대도시는 고립되면 바로 붕괴되는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급자족이 그 무엇도 안 되니까요. 서울을 위해 다른 지자체가 기여 또는 희생하는 부분도 많고, 서울을 오고가는 노동인구는 서울에 도움도 주고 있으며 서울 상권 역시 그 덕을 적잖게 봅니다. 애초에 서울 근교 신도시들이 서울 인구가 무한정 늘어나는 걸 분산시키고, 서울로 출퇴근하라고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서울이라는 범주 자체가 행정구역상의 분류일 뿐입니다.

 

 일례로 서울특별시는 근래에도 쓰레기 배출 문제로 인접한 인천광역시와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인천광역시는 서울특별시가 떠넘기는 쓰레기를 더는 받고 싶지 않아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와중에 박원순은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이기적이고 양심도 철학도 개념도 없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 정도면 감탄이 나올 지경입니다. 게다가 이 사람은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입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물류나 건축 등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수도권을 오고가는데, 이런 각종 산업들의 특색이 그의 머릿속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심히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작년에 박원순은 서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차로 폭을 줄이겠다는 발상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바보 멍청이 같은 발상이지요. 차로가 좁아지면 교통사고가 반드시 늘어납니다. 차선 먹고 들이미는 버스나 대형트럭 옆에서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또는 대형차를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어지간해선 할 수 없는 발상입니다. 게다가 특정 지역에 진입했을 때 갑자기 차로 폭이 좁아지면 더더욱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되고요. 이에 대해서도 해당 기사 하나를 링크하겠습니다. (클릭) 


 서울은 도로를 더 짓고, 오래된 지역은 재개발을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원래 대도시란 이런 공사를 끊임없이 해야만 발전하고 현상유지 이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원순은 문제를 바른 방향에서 해결하려하지 않습니다. 토목은 나쁜 것이라는 식의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쓸데없이 서울 채무 줄인다고 온갖 생색은 다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차 안타고 걸어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서울 재정이 위험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바보들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차를 몰고 특정 구간을 지나가다 보면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체 어떤 멍청이가 이런 식으로 길을 만들었지?’ 아마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어떤 구간은 잘못된 도로 설계로 인해 필연적으로 정체가 일어나고, 사고가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약간만 돈을 더 들였다면 안전과 효율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구간이 적잖습니다. 돈을 들여야 문제가 해결되는 곳에도 아끼려고 하니 문제입니다. 이런 건 부실공사와 비슷한 겁니다.

 

 박원순 시장은 정말 어리석고 양심이 없는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이 현재 차기대선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니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나름 막가파였던 이명박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오세훈 때 사대문 쪽 통행세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습니다만, 역시나 실행하지 못했지요. 저는 과거 이명박 시장시절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어떤 사태가 빚어질지 우려했었는데, 그 때와 같은 방식으로 근래엔 박원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우려의 정도는 이명박보다 몇 배 더 심하고요.

 

 그리고 저런 박원순을 비호하는 자칭타칭 진보성향 커뮤니티 인간들을 보면 정말 명불허전이다 싶습니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니 일관성 있는 건 그나마 좋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에 광역단체장들끼리 만나 논의를 한다는데, 유정복과 남경필이 과연 이 막무가내인 인물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의문입니다.

 

 그나저나 가뜩이나 붐비는 환승거점들을 더 붐비게 할 생각을 했다니 정말 다른 의미로 대단하기도 합니다. 박원순은 출근시간에 과연 각종 환승거점에 가본 적이나 있는 걸까요? 그 곳들 사정을 안다면 저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서류만 책상에 1미터 가량 쌓아놓지 하는 건 참 한심할 따름이지요.



 새민련은 참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복고정치공학연합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 싶을 정도입니다. 보궐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막장정치 대결에서 그들은 승자가 되었습니다. 과연 누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이번 공천의 이슈로 동작과 광주를 들겠습니다. 다른 데가 문제없다는 건 아닙니다. 동작은 한마디로 생난리를 쳤는데[각주:1], 결과적으로 나경원에게 국회의 한 자리를 헌정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나경원은 차후 김한길안철수에게 감사의 화환정도는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광주광역시쪽 퍼포먼스는 동작을 상회합니다. 천정배를 찍어내고 권은희를 공천하는 걸 보고 있자면, 매우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이 지나간 후 결국 광주 시민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권은희 공천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는 대단히 정치적인 공천이며, 현 새민련의 철학이 어떠하냐를 엿볼 수 있는 중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할 텐데, 제가 개인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능한 한 축약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권은희 - 김용판 사건[각주:2]에 있어, 김용판은 현재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상황입니다. 이 판결들에 강한 외압이 들어가 결과를 바꿨다고 하기엔 일단 1심 판사가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며, 2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 데다 근래 사법부의 독립성은 어느 정도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권은희는 앞뒤와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증언을 여럿 하였고, 증언의 이런 문제를 뒤집을 만한 증거도 확보한 게 없습니다. 그녀가 변호사 출신이라는 걸 감안해볼 때, 그녀의 언행은 어딘가 신뢰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결국 권은희의 공천은 거의 순수하게 정치적인 문제가 됩니다.

 

 제 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용판의 언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권은희 공천은 그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내부고발 자체는 사회정의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만, 권은희는 그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했고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그 무엇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오기만 하면 거의 당선되는 광주 공천을 받았습니다. 수사과장이 갑자기 국회의원이 된다면 대단한 출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권은희가 그저 증거만 확보하지 못했을 뿐이고, 권은희의 이상한 증언들은 모두 그녀의 단순한 착각 및 모자람에서 기인한 것이며 다른 많은 사람 모두가 미리 모의하고 일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각주:3] 그리고 그녀가 순수하게 사회정의를 위하고 있다고도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이렇다 해도 권은희의 전략공천은 여러 모로 문제가 됩니다.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야권의 평균적인 인사들은 민주정에 대한 이해가 너무 모자랍니다. 이는 지지자들 또한 대체로 마찬가지로, 민주정에 대한 이들의 반지성주의는 사실 민주정이 가진 구조적 불안요소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자연스레 민주정이 탄생한 나라라 하긴 어렵기에 이 불안요소는 그 크기가 더욱 큽니다.

 

 야권 인사 및 지지자들에게 민주주의란 아직 달성하지 못한 어떤 이상향 같은 것입니다. 이들의 의식 속에 민주주의란 하나의 어떤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며, 더욱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절차적 순수성을 강력하게 추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통치 및 사회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면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이들은 너무 많은 경우 과격하고, 너무 거칠면서 심하게 비과학적비합리적입니다. 사실 이들의 언행을 보면 이데올로기도 철학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이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란 거의 위험한 망상이나 다름없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민주정은 현상이자 결과물일 뿐, 어떠한 이데올로기 또는 이데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정치를 대하는 마인드는 도덕주의 그 자체에 가깝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민주정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현실 정치의 특성 상 어느 정도의 잡음이나 부정은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통치와 사회문제 해결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누누이 말해왔듯 야권은 언젠가부터 통치 및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정치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의의 달성에 진지한 관심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들이 민주정을 거부한다고 느끼기까지 합니다. 민주정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굳은 의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정이 아닌 다른 것입니다.

 

 그들은 실제 민주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딴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각주:4] 87체제를 내심 인정하지 않습니다. 권은희를 공천했다는 건 3권 분립의 현실 또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본 공천은 권은희는 옳으나, 외압이 있어서 바른 판결이 나오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현 정부는 정당성이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작년에 그 난리를 쳤던 시위 및 국회파행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하겠지요.

 

 사실 현 정부가 저지르는 각종 실책들에 대해 새민련은 아무런 보완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잘하건 못하건 박근혜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된지 오래입니다. 새민련은 반대 말곤 거의 아무 것도 안하니까요. 이번 공천 역시 너무나도 정치공학만을 우선하는 선택입니다. 권은희가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뭘 해줄까요?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새민련 지도부의 머릿속에는 민주정의 작동방식 및 성공적인 통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광주 시민들은 또 한 번 희생을 강요받는 것입니다. 저는 광주광역시에는 가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저라면 그런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 지역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호남에 대한 정치적 편견만 늘릴 것이니까요. 이런 건 정상적인 민주정이 아닙니다. 민주정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줄 대표자를 뽑을 권리가 있고요. 쉽게 이야기해 이는 새민련 지도부가 광주를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천정배 편은 아닙니다만, 어떻게 어딜 봐도 천정배가 광주 국회의원에 훨씬 더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공천의 결과가 현 새민련 지도부에 좋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선거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결과가 나쁘다면 비노가 물러나고 친노가 다시 부상할 텐데요.

 

  1.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참조용 기사 하나를 링크합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709500066 [본문으로]
  2. 사건을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한 간략한 참조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057089 [본문으로]
  3. 당연한 말이지만 이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권은희 본인의 증언들만 봐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권은희가 무식하고 법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권은희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개업 변호사 출신입니다. [본문으로]
  4. 그들은 이 딴 마음을 참여 민주주의니 직접 민주주의니 같은 식으로 포장하고 실제 생각도 그리 합니다만... 그런 건 민주정을 파괴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본문으로]

 근래 들어 저는 차기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까지만 해도 야당의 무능은 심각하게만 보였고[각주:1], 헤어 나오기 힘들어 보일 지경이었지만 세월호와 정부의 어리석은 부동산 임대차 과세방안[각주:2]이 큰 변수가 되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양호한 성적을 거뒀고, 새누리당내 갈등은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후계자가 없습니다.

 

 근래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정권이 바뀔 것이라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 통치능력이 가장 문제가 됩니다. 김대중 이후 한국 정치의 지형은 친 한나라-새누리냐, 이에 반대하느냐로 나뉩니다. 노무현은 상징성[각주:3]은 있었지만 내용이나 철학[각주:4]이 현저하게 부족했고, 이후 민주당계가 뚜렷한 철학과 대안을 제시하고, 지지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주도적으로 앞에 나선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도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거진 MB안티질에만 매달렸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보편적 무상급식 논란[각주:5] 정도입니다. 충분한 대안을 조리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안티질만 거듭한 끝에 야권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패배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계는 근본적인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치공학과 탐욕 외엔 그 무엇도 없는 정치 자영업자 길드화된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몇 괜찮은 정치인도 있다는 걸 강조해 둡니다.

 

 이대로 야권이 집권할 경우, 좋은 통치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일례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후보의 공약은 냉정하게 말해 아예 수준 이하라서, 거의 군소후보에나 어울리는 완성도였다고 평할 만 합니다. 그런 공약이 나올 정도로 새민련의 전체적인 지적 수준이 너무 떨어집니다.[각주:6] 더 나아가 새로운 야권 정부가 탄생한다면 그 선출직과 임명직들은 높은 확률로 기존 관료들에게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그 무엇보다도 야권 및 야권 지지자들의 평균적인 경제에 대한 이해는 절망적입니다. 애초에 경제학에 대한 이해[각주:7] 자체가 전반적으로 없고, 더 나아가 오해만 잔뜩 가진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국가의 재화를 다루고, 중대한 선택을 빈번하게 해야 할 사람들, 누구보다도 목소리를 높일 사람들이 이래서야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오랜 세월 동안 전개된 여러 이유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 근본을 민주당계의 반지성주의에서 찾습니다. 좋게 말하면 민주당계는 김대중 이후 감각적이고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그 감성을 보완해야 할 지성은 부족하였습니다.

 

 이런 구도가 된 걸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얼핏 보기에 정말 오랜 세월동안 민주당계가 한나라당계보다 더 지적으로 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청년층에게 새누리당이 나쁜 이미지가 된 건 단순히 민주당계가 더 감성적인 접근에서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김영삼 집권 이후 한나라당 계열은 사악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는 이미지까지 쌓았고, 적잖은 청년들 및 오래 된 민주당계 지지자들은 아예 그들이 인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저는 민주당계를 지지하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새누리당이 왜 계속 인기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각주:8], 한국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라는 식의 말을 남기곤 합니다.

 

 우선 이것을 이해하려면 한나라-새누리당이 적어도 노무현보다는 더 나은 통치를 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개인의 매력과 문화적 융성 및 각종 분위기를 제외한다면, 시대상을 감안할 때 거의 모든 면에서 이명박 및 박근혜정부가 노무현 정부보다 나았습니다[각주:9]. 경제 정책은 물론이고 각종 시위 등에서의 인권 문제나 정부의 폭압성[각주:10], 3권 분립 같은 문제들에서도 그렇습니다. 이 말이 무슨 소리냐고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터넷 세상은 노빠들이 장악한지 오래라서 편향된 정보를 습득하신 분들이 워낙 많은 게 문제입니다. 이미 본 블로그에서 이에 대한 몇 가지는 이야기한 적이 있고요. 새민련이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기초적인 것도 어렵기에[각주:11] 앞으로 문제가 커질 확률이 높습니다. 한편으로 새누리당 계열은 너무 이미지 관리와 언론 플레이를 못 해서, 본인들이 잘 한 것도 제대로 홍보를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내용을 보면 인재 영입에서 양당은 격차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어쨌든 비교적 인재가 많이 모이는 구조 위에 서있습니다. 세대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운동권이 대접받는 분위기가 이어진지 오래고, 여러 사건들을 계기로 지적인 인재들이 모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 문제가 시작되고 심화되는 주된 지점이 세 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첫 번째는 김대중의 국민회의 창당, 두 번째는 유시민의 개혁당 창당에서부터 열린우리당 입당까지, 세 번째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창당을 꼽고 싶습니다.

 

 이 사건들은 민주당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영향력은 소규모 보수정당들이 신한국-한나라-새누리당에 별로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특히 유시민이 끼친 영향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컸는데, 그가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던 데다 세력도 작았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끼친 데는 인사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가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철저히 이용하고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일차적으로는 정치인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정당이 좀 제대로 돌아가려면 계속 정치인 지망자들이 들어가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계는 저 세 사건을 계기로 이런 신규유입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민련에 입당하여 자신의 큰 정치적 뜻을 펼치려는 청년은 너무 소수입니다. 앞으로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더 젊은 정당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대신 민주당에겐 강력한 문화 권력이 있습니다. 감성적인 면에서 민주당은 큰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새누리당계의 경우 앞에 나서는 사람들이 말을 잘 못하고 타인들과 공감대 형성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다 실제 문화적 낙후성도 있다 보니 이 문제는 더욱 더 커졌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워낙 이 방면에서는 무능하다보니 당장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중입니다.

 

 민주당의 감성적 우위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통치는 이런 감성만으로는 안 됩니다. 오래 전부터 민주당계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지적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한나라당계의 단점을 잘 알리면 자신들이 승리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민주당계에 호의를 가지게 된 65% 정도의 청년층에만 통했습니다. 심지어 이 안티질에 온갖 사실 왜곡을 동원했음에도 말입니다.

 

 민주당계의 정책과 사상 중 많은 부분은 실제 민주당 밖에 있는 진보좌파계열 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 나오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마이너한 입장의 주장을 주로 이야기하다 보니, 실제 검증이 잘 되지 못하거나 수준이 낮은 주장을 할 때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대안을 이야기하는 건 좋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계는 한국 제2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걸 충분히 검토하고 정책, 행정으로 만들어낼 만한 능력 및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들은 권력을 위해 한나라-새누리계 안티질에 집중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당 바깥의 진보좌파들을 다분히 착취해 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새민련의 경우 정강만 봐도 심각하게 수준 이하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트, ‘말할 가치도 없는 정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 살피기 (링크)’  를 참조해 주십시오. 저는 이런 정당이 집권을 할 경우 좋은 정치를 하기 어려울 거라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민련계 지지자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숙고하고 더 나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전 그들에게서 충분히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노력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닙니다만, 너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새민련은 특정 이념이 없습니다. 모든 그럴싸한 걸 다 끌어안으려고 하지만, 사실 모든 메인스트림에 반대합니다. 각각의 사상과 학문에 대한 이해도 평균적으로 너무 낮습니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권력 그 자체에 집중되어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국민을 위하기에 자신들은 선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 및 사고방식은 과거의 사례들로 볼 때 지극히 위험합니다. 여기에 더해 그들이 종종 보이는 과격함과 폭력성, 그리고 민족주의를 더하면 참 도출하고 싶지 않은 미래상이 전망되기도 합니다. 외부 변수에 의해 조건은 얼마든지 악화될 수 있고, 나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역시나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좀 진중하게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누가 집권하건 성공적인 통치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나 향후 빚어질 수 있는 정권교체 이후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면 비극적일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노무현때의 각종 사건들만 생각해봐도 다분히 비극적이었는데, 시민들이 이런 얼마 전의 일을 참조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노무현 때의 각종 비극적 사건들은 친노세력의 탐욕과 깨시민들의 광신 뒤에 묻혀있습니다.

 

 제 생각엔 우선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새민련이 못한다면 시민 사회에서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동시에 진보세력은 집권할 수 있는 실력을 치열하게 갖춰나가야 합니다. 지금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로 집권하고 싶다면, 그리고 집권 후 성공하고 계속 정권을 이어나가고 싶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새민련은 지나치게 시민단체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권과 시민은 상호 교류하면서 변할 수 있는데, 정보가 오고 가는 SNS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지나치게 정치적 편향성이 높습니다. 대다수의 커뮤니티들에 광신적인 친노세력이 강성하여 각종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지극히 공격적입니다. 도저히 보다 더 이성적인 의견이 오고갈 만한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습니다. 정치적 공격성 자체가 인터넷 전반에 너무 높다 보니, 의견 자체를 표출하길 꺼려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게 현실입니다.

 

 또 한편으로 독서량이나 서적 판매량, 각종 책이 출판되는 빈도 등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신문사 등 언론 또한 쇠퇴일로에 있습니다. 더 나은 정치를 위한 시민사회 개선에 희망을 가지기엔 전체적인 환경이 나쁘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안언론 등은 늘어났습니다만, 대안언론들의 편향성과 반지성주의는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진보좌파들은 반지성주의를 지양하고 집권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자제하고, 자신의 편이 아닌 - 그러나 적으로 돌리지 않을 수 있는 - 많은 이들에게 지혜를 얻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집권기에 이렇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성공적으로 대통령이 되고, 현재까지도 비교적 성공적인 통치를 하고 있는 것[각주:12]입니다.

 

 물론 저는 한국의 자칭 진보주의자들 및 민주당계에 거의 별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신뢰하기 어려우며, 너무 어리석고 오만하기에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뭘 해야 하는지 시민들 중 일부라도 이야기해줄 필요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이는 사실 상수고 해결된 건 전혀 아닙니다. [본문으로]
  2. 이 과세방안 자체에 민감한 사람은 비교적 소수였습니다만, 이로 인해 경기의 회복속도가 느려졌고 이후 세월호 문제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혼동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상징이라는 건 그 본질과 상관없는 것입니다. 비둘기와 평화가 본래 아무 상관없듯 말이지요. [본문으로]
  4. 노무현 본인이 이런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의 정치철학 등에 대한 이해가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면에서 그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나빴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지만, 그의 경우 어설프게 지적이라서 더 문제가 커지는 사례였던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5. 야권은 근 몇 년간 이 논란이 커졌을 때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만 선전하였습니다. [본문으로]
  6. 오죽하면 경제학 석사 추미애가 기업유보금에 대한 과세법안을 발의하려 할 정도입니다. 그녀는 법학 전공에 법조인 출신이지만 정치인이 된 후 2004년에 경제학 석사학위를 땄고, 근래엔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다소 걱정스러운 면도 여러 모로 있습니다. [본문으로]
  7. 마르크스 경제학은 경제학이 아니기에 논외입니다. 이것이 경제학이 아닌 이유는, 본래 경제학은 철학 아래 속해있던 학문이다가 발전하면서 분리된 후 성장한 것인데, 마르크스 경제학은 예나 지금이나 철학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8. 이걸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오만하게 국민들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려는 태도를 가진 깨시민들이 참 많습니다. 사람이 원래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타인을 이해한 후 평가하는 것과 아예 이해 자체를 못하는 것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9.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그걸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10. 전 민주당계 지지자들이 노무현 정권의 폭압성에 대해 너무 느슨한 인식을 가진 걸 종종 발견합니다. [본문으로]
  11. 너무 많은 깨시민들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같은 이야기를 되뇌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겨우 10년 전 역사도 잘 모릅니다. [본문으로]
  12. 박근혜는 못한다고 미리 답을 정해놓고 보는 사람에게는 그녀가 잘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테지만요. [본문으로]

2014. 6. 4 지방선거 감상

정치 2014. 6. 6. 15:13 Posted by 해양장미

 야권은 비노 지도부를 가지면 언제나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이 법칙은 이번에도 계속되었고, 친노 지도부가 패배의 아이콘이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다.

 

 역으로 새누리당은 역대 가장 나쁜 모습을 보였다. 선거의 여왕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첨예화된 상황에서 그들은 많이 약해졌다. 세월호 사건이 야권에게 기회를 준 것도 맞지만, 더 이상 과거의 새누리당같은 조직적이고 강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광역단체장을 기준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패배했다. 무엇보다도 충청권을 모두 내줬다. 인천과 제주를 가져오긴 했고, 경기를 지키면서 대통령이 체면치례는 한 격이 되었으나 서울을 너무 무기력하게 내준 것도, 교육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계열이 거의 일방적으로 패배한 것도 뼈아플 수밖에 없다. 흐르는 세월과 이 시대는 새누리당의 편이 아니다.

 

 그러나 야권이 너무 좋아할 것도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세월호가, 그리고 정몽준의 아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광역단체장이 아닌 광역의회 비례대표를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더 높다. 그리고 야권은 여전히 많은 갈등의 씨앗을 안고 있고, 안철수는 합당과 지선 과정에서 많은 이미지를 소모하였다.

 

 대조적으로 박원순은 시대의 흐름을 탔다. 이제 그는 (적어도 내가 보기엔)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원하지 않는 미래상이지만,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는 상황을 나는 꽤 높은 확률로 감안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는 많은 검증을 통과했어야 옳았지만, 정몽준이 그를 도와 자책골을 넣은 셈이다. 박원순은 대통령이 된다면 정주영의 묘소를 찾아 큰절을 올려 마땅할 것이다.

 

 한편 이번에도 세대 투표 양상이 드러났는데, ‘부채를 감축한다,’는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층의 모습에서 나는 이 나라의 미래 전망을 조금 비관적으로 느낀다. 저러한 안전 지향적 신자유주의는 청년에게 어울리는 태도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청년이 느끼는 불안감을 공감할 수 없는 건 결코 아니지만, 쉽게 이야기해 한국 젊은이들의 정서는 과도하게 수비적이다. 이러한 소위 초식성과 불안감을 자극하여, 안전지향적인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결코 이 사회의 미래에 좋지 않다. 언제나 역사는 도전자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부자들만을 더 배부르게 한다.

 

 전체적인 정치권의 역학 구도는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등 몇몇 정치인들을 제외하면 누구 하나 확고한 승리를 거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그나마 경인을 잡아 조기 레임덕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차후 빚어질 정치적인 갈등을 봉합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결과이기도 하다. 선거의 여왕이 통치의 여왕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담. 나는 고승덕을 오래 전부터 싫어하였고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캔디고의 스나이핑은 현재까지 내가 본 자료로는 크게 부당했던 것 같다. 캔디고는 그 철강왕 박태준의 손녀다. 그리고 아마도 이 사건에 관련이 있을 법한 문용린은 포스코청암재단 이사 출신이다. 한편으로 이 사건에 별 관련은 없을 것 같기도 한 박원순도 포스코의 사외이사 출신이라 조금 기묘하게 보이는 사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내 생각엔 깨시민이라는 용어는 꽤 괜찮게 잘 만든 것 같다. ‘깨시민노빠와 유의어이지만, 약간의 어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1) 노빠라는 말의 기원을 찾자면 노사모부터 이야기해야 할 텐데, 근래 깨시민 짓하고 넷을 돌아다니는 아가들 중 태반은 노사모 전성기 시절에는 꼬꼬맹이였음.

 

2) 노무현 사망도 이미 5년 전의 사건이 되어서, 현재 친노’, ‘노빠라고 할만한 세력은 노무현 생전의 친노’, ‘노빠와는 100% 일치한다고 하기는 어려움.

 

3)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깨시민들의 탄생과 언행이 노무현 사후 그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정함.

 

 정도를 꼽고 싶다.

 

 이런 깨시민들은 마이너리티를 지향하는 일베충에 비해 상당히 메이져한 정치집단이고, 그 활동량과 파괴성은 숫자대비 기존 한국에 있었던 그 어떤 정치집단보다도 강력하다.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성향은 학술적으로 파시즘과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언제든 굉장히 문제될 수 있는 집단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깨시민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근본적인 이유는 누가 봐도 유별나게 깨어있다고 보기 불가능한 뇌내 청순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 깨어있다고 자처하였으며, 더 나아가 참으로 멍멍이같은 국민 멍멍이론을 웅변하면서 우리들이야말로 깨어있는 시민으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같은 되도 않고 기가 막힌 선민의식을 노출증 환자처럼 노출해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어휘는 탄생 시점부터 깨지 못한 시민의 존재를 상정하고 차별화시키기에 반민주주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위험한 것은 깨시민 교리의 파급성에 있다. 깨시민은 깨시민 교리를 받아들인 대체로 평범한 사람들이며, 깨시민들은 본인 언행의 문제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는 이 사회의 여러 근본적인 문제들이 젊은 깨시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파시즘의 확산을 막고 민주주의 체제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깨시민이 왜 탄생하고 그들이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단 깨시민의 등장과정을 이해하려면 대선 무렵부터의 노무현 지지자들이 어떤 갈등을 겪고, 어떻게 분열되고 어떻게 지지세력이 줄어들고 종교화되어갔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본문에서 상세한 기록을 남길 생각까지는 없고, 정말 간단하게 뭉뚱그려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노무현은 어린 깨시민들의 그릇된 신앙과는 달리 취임과정부터 엄청난 실정을 반복하였고, 그 실정의 총량은 감히 그 2MB각하를 상회한다고 평할 만 하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수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지지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이탈을 반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언제나 노무현은 옳다는 식으로 광신적인 비호를 해대며, 노무현과 적대하는 모든 이들을 무차별로 공격해댄 세력이 있었으니 이들을 사람들은 노빠라 불렀다.

 

 ‘노빠들은 그들이 처음 등장한 이래 인터넷 세상에서 엄청난 화력과 단결력을 자랑했다. 물론 그들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듯이 한나라당을 절대적인 악으로 취급하고 - 그땐 한나라당도 정말 엄청나게 밉상으로 굴어서 노빠들이 큰 힘을 얻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한나라당이 하던 짓을 근래는 야권이 하고 있다. - 한나라당이 아닌 모든 정치세력을 노빠 밑에 복속시키고자 하였다. 그 노빠의 필두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유시민이었고,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거의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사실 30~40명 정도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아무리 큰 인터넷 커뮤니티라도 장악될 수밖에 없다. 이 당시 이들의 힘은 정말 컸기에,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조차 이들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파국적 결과를 낳았다.

 

 본문은 노빠의 사악함과 광기를 지적하려는 게 주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치 친위대의 인터넷 버전이라 할 만 했다. 노무현이 정치적으로 워낙 실정을 거듭했고 인기를 금방 잃었기에 이 문제는 현실 속에서 크게 심각해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실정으로 인한 다른 문제들이 축적되었고, 그들과 친노 정치인들의 패악질 속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현재의 야권은 반영구적으로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깨시민들은 온갖 망상과 궤변으로 무시하는 분야이지만, 현재 30대 후반~50대 초반 정도의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 다수는 과거 노무현 지지자였다. 그들은 노무현의 실정과 야권의 철학 없음, 그리고 노빠-깨시민들의 패악질에 실망하여 현 여권 지지로 돌아섰다.

 

 본 주제로 돌아가 노무현이 아직 집권하면서 실정을 거듭하고 있을 때, 이미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노빠들이 파시스트 종교집단이라는 지적은 적잖게 있었으나 그 현상이 이런 식으로 진화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보편적으로 특정 정치인 추종집단의 생명은 그 정치인의 권력이 사그라짐과 함께 같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이명박으로의 권력승계는 여러 정보로 추론해볼 때 노무현 정권의 의도였지만 - 고건과 박근혜, 이명박 중 이명박을 작정하고 골랐다는 의미 - , 두 정권의 거래는 2008년 촛불정국으로 인해 파토나고 만다. 이명박 정권은 시위 자금의 출처 등을 조사하다 촛불의 주체를 노사모라 판단하게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에게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내가 판단하기에 당시 친노-노빠 집단은 촛불정국으로 이명박 정권을 뒤흔들어 바닥까지 떨어졌던 권력을 탈환하는 데 주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는 결코 당시의 모든 촛불 시위대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본인은 아무 생각이 없던 건지, 다른 노빠들처럼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언행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촛불정국으로 인한 이명박 정권의 인사 물갈이는 노무현 정권 인맥과의 핫라인이 끊기는 것을 의미했다. 당신의 혼란 속, 이명박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은 엄청나게 치열했다. 적잖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자살하지 않았다면 노무현은 아마도 감옥에 갔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가 포괄적 뇌물죄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깨시민이 등장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살했고, 사회 분위기는 급변하였다.

 

 사실 그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노무현에 대해 막연한 호감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것은 대부분 그의 단순하고 직설적인 모습 및 이미지 메이킹에서 기인한 것이었지만, 대통령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고 노무현의 그러한 일면은 다른 정치인들이 가지지 못한 대중적 장점이었다. 고 노무현에 대한 추모열기는 탄핵 때 이상으로 폭발하였고, 촛불시위와 노무현 자살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람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위에 이야기했듯 노빠들이 만들어내는 종교적 컨텐츠를 주로 학습하게 된다. 깨시민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깨시민의 교리는 수많은 사이비 종교들처럼 기존 세상의 상식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면서도 깨시민 교리가 강력한 건 그것이 이 사회의 문화적 약점들을 더할 나위 없이 잘 공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신흥 종교의 교리는 매우 잘 만들어졌기에, 평범한 한국 젊은이라면 누구나 깨시민이 될 수 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선과 악을 구분하고, 내 편과 적을 흑백논리로 나눈다. 물론 당연하게도 내 편이 선이고, ‘진정성을 가진 노무현과 그의 후계자들이 그들의 선한 대표자가 된다. 그들의 종교관 속에서 교주는 노무현-유시민-문재인-(박원순)으로 이어진다. 교주에 대한 그들의 신앙은 대체로 종교인들이 그렇듯 굳건하기 때문에, 양떼들처럼 그들을 따라다니며 교리를 전파하게 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의공정’, 그리고 민주주의는 개신교의 믿음’, ‘소망’, ‘사랑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러한 행동패턴은 사실 그리 특이할 건 없다. 인류의 원시적 특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행동패턴이 저런 식으로 정치 집단화될 때는 그것이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더 나아가 대단히 위험하다는 데 있다.

 

 쉽게 이야기해보자. 민주주의는 시민이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고 판단하는 체제다. 즉 이 과정에서는 회의와 계산, 그리고 재고가 필연적이다. 그리고 시민과 정치인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동등하며, 이 사회 구성원들끼리는 서로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지더라도 이해와 대화와 타협,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거나 잊어버린 기본적 윤리다.

 

 그런데 깨시민들은 이 윤리 자체를 전복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정치 지도자를 내심 시민보다 한 단계 더 높이고, 그들을 의심하거나 견제하는 것을 거부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자신들이 적대하는 집단을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적대집단에 끼워 맞추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들의 적대감과 공격성은 상식을 초월한 지 오래다.

 

 그들에게 있어 다른 야권 세력은 굴복시키고 지배해야 할 대상이며, 여권 세력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제거의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화신인 것처럼 포장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개념 자체에 엄청난 오해를 하게 되기 쉽다. 물론 깨시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사람들이기에, 그런 오해를 확산시키는 데 쉽게 앞장설 수 있다.

 

 한국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자연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구의 경우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 되었거나, 민주주의가 자연 발생했기에 그에 어울리는 문화가 체화되어있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주의가 이식된 후 그것이 규범화되었고, 규범화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는 다른 여러 가지 기존 윤리적 관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깨시민 현상은 이런 아노미가 어떤 식으로 폭발할 수 있는지를 매우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충분히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문화에서, 충분히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다. 여전히 한국 문화는 다분히 군대식이고, 대화와 타협에 익숙하지 않으며 권위적이고 성급하다. 또한 쉽게 집단적 불안감을 느끼며, 무언가 근본적인 잘못됨을 곧잘 체감하지만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없다. 이에는 한국 특유의 반지성적이고 파괴적인 집단주의가 큰 역할을 한다.

 

 깨시민의 비극은 그들이 문화적 진보를 추구하는 것에 비해 실질적인 진화의 노력은 전무하다는 데 많은 것을 기원한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인데, 사람은 본래 자연 상태에서는 감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성을 활용하려면 훈련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깨시민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거의 되어있지 않고, 그렇기에 종교적이며 타인 또한 종교적으로 만든다.

 

 깨시민 교리는 대부분의 종교 교리가 그렇듯 마음속의 불안감과 문제의식을 자극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는 무언가 잘못되었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 자체는 사실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고 싶어 한다. 그리고 깨시민들은 이 지점에서 그럴싸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 대안은 받아들이는 사람한테는 매우 편하다. 딱히 어려운 지식을 학습할 필요도 없고, 역대 교주들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 하나면 반쯤 끝나기 때문이다.

 

 이들이 언제나 안티질에 집중하는 이유 또한 교리 구조가 그래서이다. 이들은 기존 체제의 잘못된 점에 불안감을 느끼는 자들에게 매국노 수꼴들이 문제야!’ 라고 포교를 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늘려나갔다. 물론 실제 친일 출신은 야권도 만만치 않은 정도를 넘어 더 많을 지경이고, 알고 보면 수꼴스러운 건 깨시민이 챔피언 먹을 지경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렇다보니 이들은 새누리당 안티질 자체에 온 능력을 집중할 뿐, 자신들이 어떠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성찰이 거의 없다.

 

 그저 종교인들답게 그들은 이상적인 공공선을 러프 스케치처럼 대~충 상상하며, ‘깨어 있는자신들이 그 공공선을 수호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들의 교리에서 그들의 주적인 새누리당 세력은 언제나 그 공공선을 침해하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권력을 빼앗아 와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민주주의 체제에 어울릴 리가 없다.

 

 철학적 빈곤과 반지성주의는 깨시민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이성의 등불이 밝혀진 곳에 광신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공공선은 결코 철학적 완성도가 있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그들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모든 것을 제멋대로 상상하고 재단한다. 그리고 그들이 창조해낸 종교 교리 가치관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각자의 갈등을 조율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통해 사익을 지키려는 역사적 기원에서 출발하였다. 민주주의의 성공사는 그 현실성의 승리라 할 수 있다. 한 사회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갈등을 평화적으로 조율하는 가운데 가급적 모두의 이익을 챙기는 체제가 다른 체제보다 우월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성찰이 높은 수준이었기에,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줄이고 마침 다가왔던 국가적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애썼다. 비록 모든 판단을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는 어느 정도 진정한 민주주의적 대통령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후임인 노무현의 행보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불필요한 갈등을 키웠고, 사회분열을 끊임없이 야기했다.

 

 깨시민들은 김대중의 이름을 항상 팔아먹고 다니지만, 김대중의 가치관이나 정신은 손톱만큼도 이어받지 않은 거짓된 자들이다. 그들은 취임하자마자 김대중 정권을 무차별로 공격했던 노무현 정권의 종교적 추종자이며, 그렇다고 노무현 말은 잘 듣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은 근본주의 종교집단답게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화합과 타협 자체를 근본적으로 거부한다. 노무현이 사악한 세력을 너무 봐줘서죽었다는 망상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면 종교적 착각에 근거해 피해의식을 키우고, 앞뒤 안가리는 공격성을 가진 정치적 집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철학의 빈곤 문제는 노무현 정권 자체부터 따져 봐야한다. 노무현은 민주 정치 뿐만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했다. 일례로 노무현 캠프는 경제공약 자체가 없었는데, 훗날 대선캠프 공약팀장 이병완이 이야기하기를

 

권력을 왜 잡느냐. 지속적으로 권력을 잡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죠. 예전의 박정희라면 권력은 수단이거든요. 최종적인 가장 큰 수단이 대통령입니다. 꿈을 잡기 위해 꿈을 이야기 하고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 중에 유일하게 꿈과 비전을 애기하지 않은 분이 딱 한 분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후보였습니다.”

 

원칙과 상식, (노무현 후보는) 이 가치만 이야기 했습니다. 가치를 내세워 대통령이 된 유일한 분입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 자체와 싸움을 벌였습니다. 대통령은 정치와 싸우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후략)”

 

 이 모양 이 꼴로 이야기하는 수준의 형편없는, 정말 순화해서 이야기해 어린 소년 같은 수준의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니 정치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정치를 해야 할 대통령이 정치와 싸우기 위해 분노를 품고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는 정치를 하지 않고, 정치와 싸웠다. 그것은 종교적인, 그리고 정치를 혐오하는 행위이고 그의 파괴성에 한국 정치는 많은 부분이 부서졌다. 초대 교황이 이랬으니 깨시민들도 그를 이을 법 하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건 노무현이나 깨시민, 아니면 더 나아가 어떤 야권 지지자들의 착각과는 달리 현 한국 정치 시스템은 완벽한 민주주의고, 그들이 적대하는 정치민주 정치그 자체라는 데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적이며, 민주주의의 파괴자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는 집단주의와 타자에 대한 심각한 배타성, 일상적인 낙인찍기, 종종 보이는 강력한 민족주의, 도덕주의와 이중잣대, 무한한 피해의식과 선민의식 등등은 종합하여 학술적으로 보면 영락없는 파시즘이기에 참으로 우려스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첨언하고 싶은 이야기. 사실 극단적인 깨시민 자체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인터넷 사회 전반을 잠식하고, 더 나아가 소위 진보언론의 대부분을 잠식하여 광신적이고 위험한 정보조작을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그에 정말 많은 이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폐해는 너무 광범위해서 어디에서나 악령처럼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심지어 여초에서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더라도, 간단한 유머글을 보더라도 뜬금없는 문재인찬양, 박원순찬양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어떤 친구는 광신 노빠는 실제 야권에서 진짜 일부일 뿐이라고도 한다. 야권 지지하는 사람들 중 노빠 싫어하는 사람들 정말 많다고 한다. 그러나 깨시민과 그들이 지지하는 친노들은 현실 속에서 야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뜬금없이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에 나선 후, 거기서 어이없이 실패한 후에도 손학규를 물리치고 안철수까지 꺾고 국민들 사이에서 듣보에 가깝던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앉히는 만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 위인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들의 위험성을 보다 더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