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비 식량, 약품 이야기

식이 2016. 9. 20. 00:39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 북조선과의 사이도 험악하고, 지진도 나고 하니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 옛날엔 북쪽이 도발하면 라면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많고 그랬지요. 이번 글에서는 혹시라도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어떤 식량과 약을 준비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지간해선 별 일은 없을 테지만,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 식량 -

 

 일단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비상사태를 대비해 라면을 구매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라면의 유통기한은 결코 길지 않고, 라면의 부피대비 열량은 높지 않으며 여러 모로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유탕면은 건면에 비해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요. 그럼 보다 쓸만한 것들을 이야기해보지요.


 

 일단 구하기 쉽고 먹기 쉬운 것 중에 가장 부피대비 열량과 영양가가 높은 건 견과류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흔한 건 땅콩이지요. 그러니 일단 땅콩을 준비하길 권합니다. 물론 취향대로 다른 견과를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더 부피가 작은 땅콩버터도 좋아요. 같은 원리로 견과나 깨를 쓴 강정도 강력 추천입니다. 실제 견과/깨강정은 조선 시대만 해도 먼 길 떠날 때 챙기던 휴대용 식량이었습니다.


 

 그런데 견과류만 많이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됩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곡물도 같이 챙겨 다니는 게 여러 모로 좋습니다. 비상사태를 대비한다면 다른 곡물보다 찐쌀(올벼쌀)이 좋습니다. 찐쌀은 한 번 쪄서 말린 쌀이라 그냥 먹을 수도 있고, 빠른 시간 내에 죽이나 밥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레토르트 밥도 부피 대비 식량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무겁지만요.


 

 인류가 오랜 기간, 그리고 현대에도 휴대식량으로 이용 중인 비스킷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위에 이야기한 땅콩버터를 비스킷에 발라 먹으면 부피대비 높은 열량 섭취가 가능합니다. 추천할 만한 건 다이제 같은 겁니다. 부피대비 참 아름다운 칼로리라 다이어트의 적입니다만, 비상시엔 그만큼 좋은 것도 없지요. 조리할 시간이 있고 물이 충분할 땐 견과를 넣은 죽을 끓여먹고, 아니면 견과, 강정, 비스킷을 먹는 걸 추천합니다.

 


 찬거리로는 마른김과 캔 햄, 캔참치, 소금과 간장을 추천합니다. 마른김은 먹을 수 있는 양에 비해 부피가 매우 작고, 영양가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좋은 마른김은 굳이 굽지 않고 그냥 먹어도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찐쌀로 죽을 끓여 마른김, 간장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캔 햄도 챙기면 좋은데, 부피대비 먹을 게 많은 편입니다. 캔 햄을 구울 여유가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스팸같이 양질에 짠 캔 햄이 좋습니다. 캔참치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하절기에 많이 움직이면 소금기를 챙기는 게 중요하니 간장 외 소금도 어느 정도 가져다니는 게 좋습니다.

 

 그 외 초콜릿이나 캐러멜을 좀 챙기는 게 좋습니다. 기운을 북돋고 덜 지치게 합니다. 또한 녹차를 챙기는 것도 추천입니다. 물을 끓여 먹어야 할 때가 있을 텐데, 녹차를 끓이면 맛도 괜찮고 비타민C의 섭취도 가능합니다. 같은 차라도 홍차나 오룡차에는 비타민이 파괴되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먹을 게 없으면 우려낸 녹찻잎도 먹을 수 있습니다.


 

- 약품 -

 

 약은 지병이 있는 경우 그 약부터 챙겨야겠지요.

 


 그 다음으로 챙기면 좋다고 생각하는 약품은, 포비돈요오드입니다. 포비돈요오드는 소독에 있어서는 참 훌륭한 약품이거든요. 세균부터 바이러스까지 싹 살균합니다. 상처를 소독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시려 할 때도 소독할 수 있습니다. 식수 소독할 때는 1리터당 10%용액 몇방울 넣고 좀 기다렸다 마시라나요. 이렇게 소독한 물은 맛은 없지만, 위생은 많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포비돈요오드는 가글액으로도 씁니다. 목이 붓거나 하는 데 효과가 있고, 구내 세균을 살균할 수 있습니다. 7.5% 농도를 가글용으로 팔더라고요. 그 외 식기 같은 걸 세척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유사시엔 의외의 쓸모도 있는데... 일단 포비돈요오드는 요오드 성분이라 방사선 내부피복위험시 갑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습니다. 요오드 정제를 먹는 게 좋지만 구할 수 없다면 포비돈요오드를 갑상선, 가슴 부위에 바르면 소량의 요오드를 흡수하여 내부피폭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화학무기인 겨자가스에 노출되었을 때 바로 바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수포가 생기기 전에 바로 발라야 합니다. 여러 모로 쓸만하지요.

 

 포비돈요오드 외에 구하기 쉬운 것 중 식수, 음식물 소독과 겨자가스 노출 대응에 쓸 만한 게 또 있긴 합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 그러니까 락스입니다. 락스로도 식수 소독할 수 있고, 겨자가스 수포작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락스는 포비돈요오드와는 달리 꽤 유독하고 상처 소독 같은 덴 못쓰기 때문에, 유사시 가지고 다니기엔 덜 적합할 걸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챙기길 권장하는 게 지사제입니다. 문명 생활 중엔 어느 정도 설사가 와도 불편한 정도입니다만... 피난같은 거 다닐 때는 그 정도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세균성 설사가 왔을 땐 지사제를 함부로 먹으면 안 되니, 충분히 위생적인 음식을 먹어 세균감염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세균감염이 아니더라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설사가 올 수 있으니, 지사제정도는 챙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밴드와 물파스 정도는 챙기는 게 좋겠지요.


복날 개고기 이야기

식이 2016. 7. 17. 17:17 Posted by 해양장미

 복날이라 개고기 이야기가 좀 나오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식재료를 가리진 않는 편입니다.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으려는 편이긴 한데, 육상무척추동물에는 약하기 때문에 그 계열은 달팽이와 번데기를 제외하면 먹지 않습니다. 혐오해서 못 먹는 쪽이지요.

 

 그 외에 개고기도 먹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자라면서 개고기 먹는 걸 꺼려하는 쪽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후 먹으려는 시도를 해본 적은 있는데, 막상 개 도축해 놓은 걸 보니 식욕이 사라졌고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그렇지만 개를 먹어본 적은 있는데, 요리가 아니라 개소주로 먹어봤습니다. 어릴 때 유독 맛있는 한약을 여러 차례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크고 나서 그게 개소주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붕어탕이나 잉어탕 같은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기 때문에, 개고기는 맛있는 고기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잡아먹는 걸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게 멸종위기종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내가 꺼려하는 걸 남에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메뚜기볶음을 못 먹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먹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못 먹게 하진 않습니다. 그게 영양학적으로 훌륭하다는 것도 알고, 맛이 있을 거란 것도 압니다. 그저 근거 없는 혐오감 때문에 못 먹을 뿐이지요. 다른 먹을 게 없고, 배가 매우 고프다면 먹게 될 거란 것도 알고요.

 

 나는 개고기의 도축과 유통을 국가가 관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있는 정부를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한국 사람들은 개를 많이 먹습니다만, 개보다 덜 먹는 다른 동물들보다도 관리가 안 됩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개를 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개는 사실 대량사육하기가 힘든 가축입니다. 대규모로 키워 식육용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개는 모아서 가둬 놓으면 시끄럽게 짖습니다. 개 농장은 이만저만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밤에도 자극을 받으면 짖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살기 어렵습니다. 개들 수십 마리 이상이 짖으면 밤엔 그 소리가 정말 멀리까지 울려 퍼집니다.

 

 옛날처럼 집집마다 마당에 개가 있고, 그 개들이 동네를 뛰어다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던 시절에는 종종 개를 먹을 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는 번식력이 좋고 튼튼하며 성장속도도 빠릅니다. 그렇지만 대량 사육해 유통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는 거랄까요. 쉽게 이야기해 공장식 축산이 어렵습니다. 개의 약한 피부와 활동적이고 예민한 성격은, 가둬 키우는 개를 쉽게 병들게 합니다. 딱히 식육용으로 개가 육종된 적이 없는 것 역시 문제를 일으킵니다.

 

 여기에 더해 생각이 짧은 많은 애견인들과 자문화 혐오자들과 오지라퍼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합니다. 개고기 식육이 제도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개들이 쓸데없이 고통 받고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위생적이지 못한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개고기 먹는 것을 야만적으로 취급하는 서구인들의 오만과 폭력, 그리고 어리석은 망각에 대해 저항하고, 그들의 잘못된 시각을 고쳐 줄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개를 먹는 것보다 서구의 개 육종이 훨씬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입니다. 그리고 자칭 애견인들 중 대부분은 키우던 개를 버리지요. 그러고는 개고기 먹는 것을 반대하는 모순을 저지릅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논쟁거리가 되어야 할 일이 아닙니다. 국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 문제를 개선해야 할 일이지요.


양념치킨 한식 논란에 대하여

식이 2015. 10. 25. 19:20 Posted by 해양장미

 양념치킨이 한식이다, 아니라는 논란이 며칠 전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사실 이건 논란거리도 아닙니다. 양념치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식이고 이를 한식이 아니라고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논란거리가 되는 건 통상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식의 범주 이미지가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기준에서의 한식과, 한국인들이 메뉴 고를 때 생각하는 한식은 다를 수밖에 없단 말이지요.

 

 여담이지만 중식이건 경양식이건 일식이건 한국에서 먹는 건 글로벌 기준에서 거의 한식입니다. 현지화가 많이 되었고, 특유의 개성을 가지는데다 외국에서는 거의 안 먹는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짜장면, 짬뽕, 한국식 우동, 한국식 돈까스, 한국식 생선/해물회 등은 모두 한식입니다. 편의상, 그리고 마케팅을 위해 각각을 중식이니 양식이니 일식이니 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아함이 있을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일단 우리가 먹는 95%이상의 한식은 조선 말 무렵만 해도 안 먹고 못 먹던 겁니다. 그 땐 먹을 것도 그리 다양하지 않았고, 뭔가 잘 해 먹고 살 만한 부유함도 없었습니다. 그 무렵 왕가나 세도가에서 먹던 것도 현재엔 (일부러 재현하지 않는 한) 형태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닭도리탕이나 너비아니만 해도 옛날 왕가의 레시피와 현대 레시피는 완전히 다릅니다. 현대엔 옛날식 레시피를 쓸 이유가 없어요. 과거 레시피들은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치킨의 조리법이 딮프라잉이라 한식이 아니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튀김은 원래 어느 국가건 현대 이전엔 평범하게 할 만한 조리법이 아니었습니다. 식품화학 공정이 발전하기 이전 전통적 착유법 및 작물 재배법으로는 딮프라잉을 할 만한 충분한 식물유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본래 한반도에서 사용하던 식용유는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동물성 기름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전은 라드로 부쳤었고, 튀김은 참/들기름으로 했었습니다. 현대에도 참기름 부어서 딮프라잉 하긴 힘들지요? 옛날엔 더 힘들었습니다. 유럽에서 그나마 일찍 튀김 요리가 발달한 건 (같은 재배면적에서 상대적으로 기름이 많이 나오는) 올리브가 자라서였다고 할 수 있고요. 그래도 튀김 해먹기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식용유는 대부분 식품화학 공정의 발전으로 출시될 수 있었던 거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현대에 들어 튀김 요리가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식용유만 확보되면 누구나 튀김을 해먹습니다. 튀김은 만인이 좋아하는 맛이고 대량 조리도 쉬우니까요. 닭은 세계적인 가금이기 때문에, 누가 안 가르쳐줘도 식용유만 생기면 사람들은 조만간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인 면에서도 양념치킨은 다른 한식들과 그리 큰 시대적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양념치킨은 맥시칸 또는 페리카나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며 (서로 각자가 개발했다 주장 중입니다. 맥시칸을 멕시칸, 멕시카나와 혼동 금지. 세 브랜드는 모두 실존하는 다른 브랜드입니다.) 페리카나 쪽 썰을 따르자면 개발년도는 1981년입니다. 오래 안 된 것 같지요? 그런데 캔참치김치찌개나 찜닭도 1980년대에 개발되었습니다. 모두가 잘 아실 동원참치 살코기 캔이 처음 나온 게 1982년입니다. 그 전엔 참치김치찌개라는 요리가 없었다는 겁니다. 안동찜닭 역시 1980년대 안동구시장 닭골목에서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춘천닭갈비는? , 채소, 사리와 볶는 현재의 형태는 80년대 후반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양념치킨은 상대적으로 오래 된 한식에 속한다는 겁니다. 원래 음식문화라는 게 자본이 좀 있어야 발달합니다.

 

 사실 양념치킨을 한식으로 인정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면도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나라고, 근래 요리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보면 이제 한식도 본격적으로 발전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한식의 범주를 보다 포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문화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식탁을 만들려면 많은 시도가 필요한 법인데, 보수적이고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문화에서는 창의적인 무언가가 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먹는 민족도 드뭅니다. 그런 만큼 한식의 발전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미 35년 역사를 지닌 양념치킨 정도는 전통한식으로 포용하고 나갈 필요가 있겠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No.


 이런 오해는 옛날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


 현대 사회는 예전에 비해 유통 시스템이 개선되었고, 밀은 보존성이 좋은 곡물이다. 우리가 쌀을 보관할 때 살충제를 쳐서 보관하지 않듯, 밀도 통밀상태로 수입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쌀에 비해 밀의 보존성이 좋다. 더구나 수입밀은 워낙 바짝 마른 상태로 유통하기 때문에 더더욱 안전하다. 절대 농약 값은 공짜가 아니다. 안 쳐도 되는데 굳이 돈 들여 칠 이유가 없다.


 밀가루가 새하얀 이유는 국내 기업들에서 현대 기술을 활용해 가능한 한 아주 곱게 갈기 때문이다. 입자가 워낙 곱다 보니 빛이 난반사되어 새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표백을 하던 건 옛날에 제분기술이 떨어지던 오래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왜 수입 밀가루는 다른 곡물가루랑 달리 벌레도 안 먹고, 한참을 둬도 안 상하는 걸까? 상대적으로 우리 밀은 빨리 상하는 편이고, 벌레도 꼬이기도 한다는 제보들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사실은 수분과 입자 크기 차이가 주된 문제다.


 한국 밀은 상대적으로 덜 마른 상태로, 더 소규모의 제분소에서 빻아진다. 이는 한국 밀 생산량이 적고, 빠르게 소비되는 편이어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공장에서 빻는 수입 밀가루에 비해 입자 크기가 크고, 수분도 많다. 다들 알다시피 수분이 적다는 건 보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밀가루의 극단적인 입자 크기는 곤충에게는 치명적이다. 곤충의 숨구멍 등을 막아버리거나, 체내로 들어가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밀가루 아니라 다른 고운 가루를 뿌려도 곤충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사실 그런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작은 입자 크기는 사람에게도 좋지는 않다. 밀가루를 매일같이 다루는 사람은, 밀가루가 자신의 호흡기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한다. 사실 농약이나 표백제를 걱정하기 보다는, 이런 쪽을 더 걱정해야한다. 밀가루를 평소에 많이 쓰는 사람은 조심해서 다루거나, 아니면 마스크를 쓰길 권장한다.


 국내산 밀의 최대 장점은 상대적으로 신선하다는 것이다. 수입 밀도 햅밀을 수입하기는 하지만, 햅밀가루라고 따로 파는 게 아니고는 대체로 묵은 밀이다. 한국엔 고급 밀의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다.


 여담. 밀이 사람 몸에 안 좋다는 이유는 그것이 수입밀이라서가 아니고, 밀 자체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곡물이어서 그렇다. 밀은 중독성이 강하고, 유전적으로도 6배채로 대단히 복잡한데다 (밀의 DNA는 무려 170억쌍의 염기쌍을 가짐. 사람은 30.8억쌍 정도.) 개량이 워낙 많이 되면서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먹었을 때 면역이상(알레르기 등)을 일으키기도 쉽다. 밀을 즐겨 먹는 사람은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채식주의자들 중 적잖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하고 다닌다. ‘인체엔 본래 별로 그리 많은 단백질이 필요 없다. 단백질 부족보다는 단백질 과잉이 문제다.’ 같은. 이번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우선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 사실 단백질 필요량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시기에 따라 좀 다르다. 이는 단백질이 탄수화물과는 달리 주된 신체 ‘에너지원’은 아니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단백질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보다는 몸의 조직을 이룬다. 우리 몸은 쉽게 생각하면 단백질로 만든 아주 작은 물주머니(세포)들이 수없이 많이 붙어 있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단백질은 귀하고 중요한 영양소다.


 그런데 우리 몸은 체조직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항상 부수고 새로 만든다. 다행히 단백질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있는 일종의 연결체이고, 알뜰한 우리 몸은 체조직을 부술 때 나오는 아미노산을 최대한 재활용한다. 체외로 배출되는 단백질의 양은 평소엔 그리 많지가 않다. 그렇기에 채식주의자들이 그리 부실하게 단백질을 먹어도 어느 정도 이상 기간 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채식을 했더니 건강이 좋아졌다는 증언들은,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물론 성장기이거나, 근육 성장이 필요하거나, 월경을 하거나, 기타 질병이나 부상이 있거나 하면 더욱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별일 없어도 우리 몸은 단백질을 끊임없이 배출하긴 한다.. 우리 몸이 배설하고 분비하는 모든 것에 단백질이 포함되어있다.


 그렇다면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성인의 경우 FDA의 기본 권장량은 체중 1kg당 하루에 1g의 단백질을 먹으라는 것이다. 단 성장기이거나, 운동을 하거나, 월경을 하거나, 부상을 입은 후 회복중이거나 헌혈을 했거나 하면 단백질을 더 먹어줘야 한다. 이러면 1kg당 2g은 먹어주는 게 좋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보자. 요즘 흥행하는 듯한 현미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미만 먹어도 충분히 단백질이 충족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제 그럴까? 현미는 100g당 단백질을 6.4g정도 가지고 있다. (현미도 현미 나름이긴 한데, 사실 쌀은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맛이 없긴 하다. 고급 쌀일수록 단백질 함량이 낮다.) 100g으로 밥을 지으면 대략 1인분 식사량이다. 그걸 하루 세 끼 열심히 챙긴다고 치자. 그리고 본래 채식을 하면 단백질 흡수를 방해하는 다량의 여러 항영양소들과 맞닥뜨리기 마련이고, 본래 사람은 먹은 영양소를 100% 흡수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어째 그런 위험들을 잘 넘기고 대부분의 단백질을 흡수했다고 치자. 이 경우 최대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은? 19.2g 정도다. 충분해 보이시는가? 물론 체중이 19.2kg라면 충분할 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는 이 19.2g를 다 잘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쌀의 필수아미노산 조성은 좋은 편이긴 하지만, 완벽하진 않아서 다른 단백질 식품을 먹어주는 게 좋다.)


 이런 식사를 오래 하면 몸의 선택은 필연적인 한 가지로 귀결된다. 일종의 영양실조 상태니 몸속의 체조직을 서서히 줄여나간다. 근데 이게 체지방 줄어드는 게 아니다. 우리 몸이 잉여칼로리를 체지방으로 저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물을 잡아두지 않아 - 즉 단백질로 만든 물주머니가 아니라서 -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단백질 부족은 체지방이 아닌 체조직을 효율적으로 줄어들게 한다. - 쉽게 말하면 근육이 줄어든다. - 당연히 이렇게 하면 체중은 금방 줄어든다. 물이 차 있는 체조직은 체지방보다 무겁다. 혈압도 빨리 낮아질 수 있다. 체지방이 아닌 체근육을 줄이는 쪽이 혈관이 훨씬 더 빨리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이 좋아진다 하긴 어렵다.


 한번 체근육이 손실되기 시작하면 그것도 이자 붙듯 점점 더 줄어들기 쉬운 몸이 된다.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힘을 더 안 쓰고, 그럼 더 근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현대인이 별로 근력이 없어도 살만하다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현대인에게 흔한 자세불량으로 인한 각종 증후군(예: 척추측만)과 디스크, 퇴행성관절염, 각종 부상 위험 증가, 면역의 저하, 골다공증 등등은 모두 다 근손실로 인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럼 운동을 하거나 생리를 해서 체중 1kg당 2g의 단백질을 먹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라 치자. 그럼 체중이 만약 60kg면 하루에 120g이나 되는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이 정도의 단백질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인 쇠고기는 부위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100g당 20g정도의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럼 이걸 다른 식품 없이 쇠고기로 충당하려면, 대략 쇠고기 한 근을 하루에 먹어야 한다. 당연히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근육 붙인다는 사람들이 역겨움을 느끼면서까지 닭가슴살, 계란흰자 먹는 게 아니다.


 그나마 현실적으로는 쌀 등에 어느 정도의 단백질은 들어있고, 운동을 굳이 안 하고, 월경이나 부상, 질병 등의 상황도 아니라면 (체중이 보통일 때) 하루에 40~50g정도의 단백질만 단백질 식품으로 먹어주면 모자라지 않다. 그런데 이걸 감안해도 육식을 안 하면 좀 난감해진다. 이게 닭고기로 치면 대략 250~300g. 그러니까 반 근 정도는 먹어야 채워지는 양이다. 더구나 실제로는 근 손실이 안 되려면 어느 정도의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좋다는 걸 감안할 때 - 나이 좀만 들면 근손실은 아주 쉽게 일어난다. - , 바람직한 식단을 위해서는 체중 60kg 기준, 밥을 세 끼 챙겨먹는다 쳐도 하루에 대략 60~70g 이상의 단백질은 더 챙겨 먹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체중이 더 나가시는 분이면 더 먹어야 하고.


 그렇다면 이쯤에서 대표적인 고단백 식물성 식품인 콩을 보자. 콩은 우수한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 사실 콩도 콩 나름인데, 우리가 콩이라 부르는 것들은 콩과식물의 일정 크기 이상의 씨앗을 의미한다. 완두, 강낭콩, 동부, 대두는 근연종일 뿐 조금씩 다른 종류의 식물이다. 이 중 가장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질도 좋은 건 대두인데, 한국에서는 대두를 구하기 쉽고 많이 먹기 때문에 대두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겠다.


 마른 대두는 100g당 단백질을 34.4g이나 가지고 있다. (콩이 무게당 고기보다 단백질이 높게 측정되는 이유는, 실제 유통되는 고기는 촉촉한데 콩은 말라있어서 그렇다.) 그러니까 그냥 단백질 양만 보면, 하루에 대두 200g 먹으면 운동해도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채울 수 있다. 그런데 대두 200g이 얼마나 엄청난 양인지 아실려나... 쉽게 이야기해서 보통 소매점에서 파는 콩 한 봉이 500g이고, 하루에 밥 세 공기 먹는다면, 그 밥을 한 공기로 줄이고 콩으로 두 공기 채워서 먹으면 채식해도 단백질 문제가 크게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콩밥으로 먹으려면, 쌀보다 콩을 더 많이 넣어서 지어먹으면 된다. 사실 이렇게 지으면 ‘콩밥’이 아니라 ‘밥콩’이라 불러야 하겠지만. 게다가 이건 단백질 양만 볼 때의 이야기이지, 사실 흡수율이나 기타 등등을 보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그나마도 이건 대두 이야기다. 완두나 강낭콩을 먹으면 단백질 충당은 더 어렵다.


 그럼 콩으로 먹기 버거우니 두부로 먹으면? 두부의 단백질은 100g당 8.4g이다. 두부가 알고 보면 콩덩어리라기보다는 물덩어리라서 그렇다. 그래서 두부로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싶다면, 정말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두부로 50g의 단백질을 먹고 싶으면? 두부 600g은 먹어야한다. 모수로 치면 작은 모로 4모다. 하루에 두부 4모?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렇게 먹고 살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두부 애호가가 아닐까.


 더구나 단백질 양을 충족한다 해도 다른 문제가 남는다. 일단 콩은 꽤 칼로리가 높고, 살이 잘 찌는 식품에 속한다. 지방질이 적은 부위의 고기가 거의 순수한 단백질인데 반해, 콩은 어쩔 수 없이 탄-단-지가 다 따라온다. 자연식 하는 채식주의자가 말랐다면 그건 체근육이 적은 거고, 그게 아니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또한 콩의 각종 항영양소들 - 쉽게 말해 독이다. - 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연 상태에서 크고 맛있고 영양가 많은 콩은 수많은 포식자가 눈독 들일만한 대상이고, 그렇기에 콩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항영양소들을 만들어냈다. 그나마 우리들은 콩을 익혀 먹기 때문에 (날콩은 먹으면 안 된다.) 어느 정도까지는 콩을 먹어도 별 문제가 없고, 모든 약은 독이라는 말처럼 이로운 면이 두드러질 수 있지만 콩으로 본격 단백질 보충하겠다고 들면 이야기가 좀 많이 달라진다.


 농담이 아니고 애초에 육식해도 충분히 단백질 섭취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매 끼니 신경 써야 좀 제대로 보충이 된다. 대충 식사하면 단백질이 부족하기 쉽다. 그렇다고 고구마에 닭가슴살, 계란흰자 같은 맛없는 동네 헬스클럽 식사를 하라는 건 아니다. 찾아보면 한식에도 정말 많은 단백질 보충식이 있다. 콩이 들어간 잡곡밥에 계란프라이나 계란말이, 그리고 어묵볶음이나 멸치 및 건새우볶음, 여기에 고기국이나 북어국 안 짜게 약간, 식후 우유 한 잔 및 과일 정도의 식단만 갖춰도 단백질을 꽤 먹게 된다. 이렇게 먹으면서 드물지 않게 통닭 뜯고 생선뼈 바르고 스테이크 써는 것으로도 나름 충분하다. 다만 비건 식사로 충분히 단백질을 자연식 하는 건? 결론적으로 말하면 거의 미션 임파서블.


 그래도 난 죽어도 채식만 해야겠다면 그나마 권장할만한 게 단백질 파우더, 그러니까 보충제다. 사실 자연식을 충분히 잘 한다면 바디빌드 대회 나갈 거 아닌 이상 - 또는 한 번쯤 데피니션이라도 만들어서 사진 촬영해놓을 게 아닌 이상 - 먹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보충제지만, 채식하겠다면야 이야기가 다르다. 채식은 애초에 자연적인 행위가 아니라서, 채식을 하면서 별 문제가 없으려면 각종 기술의 힘을 빌려야 한다. 채식하는 분들, 보충제랑 영양제 꼭 챙기시라.


 마지막으로 채식주의자들이 걸핏하면 주장하는 ‘단백질 과잉’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채식주의자들의 흔한 사기 중 하나, ‘현대인은 단백질 과다’ 라는 이야기는 사실 단백질 섭취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다.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체중 1kg당 2g정도의 단백질은 그리 과잉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단백질 과다가 문제일까? 일단 FDA 권장량의 3배에 해당하는 체중 1kg당 3g정도의 단백질을 매일같이, 일정 시간 이상 먹는다 쳐 보자. 그런데 이게 얼마나 엄청난 양일까?


 체중 60kg인 사람일 경우 저런 식으로 치면 180g이다. 쇠고기로 치면 대략 900g. 닭으로 치면 살로만 1kg 이상. 마른 콩으로 쳐도 하루에 550g은 먹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 일반인 중 누가 이렇게 먹나? (...) 바디빌드 하는 사람들이나 저렇게 먹는다. 눈물을 머금고, 돈을 적잖게 써 가며, 역겨움을 참아 가면서 말이다. 근데 사실 저렇게 먹어도 딱히 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면 말이다.


 일단 우리 몸은 잉여아미노산을 어느 정도까지는 잘 저장한다. 단백질은 귀한데, 우리 몸은 별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런 걸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또한 체조직을 합성하려면 20종류의 아미노산을 해당 체조직에 맞는 비율만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상대적으로 남아도는 아미노산이 꼭 생기기 마련이고 우리 몸은 그런 걸 잘 저장해둬야 나중에 모자란 아미노산이 보충되었을 때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래도 단백질이 너무 남아돈다면 우리 몸은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바꿔버린다. 효율이 모자란 에너지 충당 방식이지만, 사실 다이어트식에서는 권장되는 방식 중 하나다. 효율이 낮다는 건 섭취 칼로리에 비해 살이 빠지기 쉽다는 의미다.


 다만 간이나 신장에는 단백질 과다 시 부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보충제를 먹는 거라면 모를까, 자연식으로 단백질 과다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론 매 끼니 스테이크 썰어도 될까 말까한 일이다. 한편으로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는 쾌락을 위한 희생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해대지만, 실제 바디빌드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소리 하면 XX도 풍년이라는 식의 소리 듣기 딱 알맞을 거다. 궁금하면 매 끼니 밥 조금 먹고 고기 많이 먹어보시라. 좋은가... 바디빌드 하는 사람들을 괜히 도시의 수도승이라 하는 게 아니다. 항상 말하지만 우리는 보편적으로 탄수화물 중독이다.

 

 참조. 고기를 많이 먹을 때는 과일과 채소를 같이 많이 먹어야 문제가 없다. 또한 이미 신장이나 간 등에 이상이 있다면, 단백질 식이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한편으로 아마 만인이 콩으로 단백질을 충당하려 든다면, 전 세계 초지는 콩으로 뒤덮여야 할 거고 그럼 참 복잡한 재앙이 일어날 거다. 콩은 사실 그리 수확량이 많지가 않고, 종류에 따라선 의외로 연작장해도 있다. 특히 완두는 대표적인 연작 금지 작물이다. 또한 콩을 저해하는 해충도 많아 유기농으로 키우자면 더 난감하다. 괜히 콩이 비싼 게 아니다. 그러니까 채식주의 해봐야 지구에 별로 도움 될 것 없다.



채식주의자들의 아동학대

식이 2013. 4. 23. 17:59 Posted by 해양장미

 개인적으로 비건으로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비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비건은 흔히 생각하는 완벽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우유, 벌꿀도 먹지 않는다.


 비건 식사는 결코 인간에게 필요한 각종 영양소와 무기질 및 비타민을 온전히 공급할 수 없으며, 그나마 피해를 줄이려면 반드시 영양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 물론 비건들은 이런 과학적인 상식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곤 한다. 진화를 부정하는 근본주의 크리스찬과 똑같은 식으로.[각주:1]


 사실 성인이 굳이 본인의 심신을 학대하겠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근래 한국에 비건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자녀에게도 비건 생활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 영유아에게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것은 아동학대다. 모유를 수유한다 해도 비건 엄마는 결코 온전한 모유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보충제라도 먹으면 모를까) 그러나 비건들은 대체로 광신적인 경향이 짙기 때문에, 아동에게 채식을 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분유도 우유 분유가 아닌 식물성 분유를 먹이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식물성 아기분유의 시판 자체를 국가가 통제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실제 프랑스 등지에서는 채식주의자 부모에 의해 영유아가 심각한 건강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으며, 심지어 사망한 경우까지 있다. 성인은 육식을 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정도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영유아는 완전히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나 비건들은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다. 시부모 등 친척들에게 어떤 말을 듣건, 심지어 남편하고 의견이 갈리건 간에 영유아에게 채식을 강요하려 들곤 한다. 이런 건 비극적인 일이다. 부모가 막무가내로 아동을 채식을 시키려 들면, 현재의 사회 체제에선 아무도 아동을 보호할 수 없다. 그러나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애완동물도 아니다. 부모는 아동을 건강하게 키워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과정은 부모의 주관적인 믿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동이 아플 때 병원에 보내지 않고 푸닥거리를 하다 아동이 죽기라도 하면, 부모는 그 비합리적 선택에 대해 일련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정말로 푸닥거리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다만 그것이 충분히 과학적인 개연성이 없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아동에게 비건 식사를 시키는 것 또한 아픈 아이에게 병원 진료 대신 푸닥거리를 하는 수준의 학대다.


 더구나 비건 부모는 의도치 않더라도 아동에게 육류 요리를 해주는 게 어렵다. 본인이 고기를 먹지 않는데다, 적잖은 경우 고기 요리 자체를 하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식의 영양 문제 외에, 비건 식사를 요구받는 아동들은 향후 대인 관계 형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이 먹는 걸 같이 어울려 못 먹기 때문이다. 성인이 스스로 식사를 선택하는 것과, 아동이 인간관계 맺는 법을 익히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과정 속에서 식사를 통제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실제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유난을 떠는 채식주의자 부모는 많다.


 한편으로 이미 아동에게 채식을 시켰다가 발육이 나쁘다는 이야기들은 종종 보이고 있다. 물론 반대로 아무 문제없다는 이야기들도 있으나, 아동의 신체적 발달은 단순히 짧은 시기에 외형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이러한 아동학대가 적잖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사회의 채식주의자 부모들에 대한 무관심은 여러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인 관심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률적인 대응 방안을 만드는 것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 좀 심각한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 사료도 고기가 안들어간걸 고르기까지 한다. 내 보기엔 동물학대다. [본문으로]

채식주의자 비판

식이 2013. 4. 15. 19:30 Posted by 해양장미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 채식주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고, 사회적인 힘을 발휘하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인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채식주의자들은 충분히 검증된, 과학적인 주장을 배척하는 경향이 짙으며 맹신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온갖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굳이 채식을 선택하겠다면 그것은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그것을 자녀에게 강요하거나, 타인에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미 채식주의자들은 다양한 문제를 저지르고 있다.


 이런 문제가 근래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사건은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되었던 조경규 작가의 ‘돼지고기 동동’이라는 만화에 대한 채식주의자들의 공격이었다. 그 사건은 채식주의자들의 무지함과 광신성, 그리고 공격성을 투명하게 드러내주었다 할 수 있다. 그 외 고기를 많이 먹는 게 몸에 나쁘다는 막연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인지들은 식품과 농축산에 관련된 각종 산업과 의료보건 등등에 폭넓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한국에서는 철학적 이유보다도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인구가 많다는 주장이 있는데, 쉽게 말해 어리석은 짓이다. 인간은 본래 육식동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조난을 당했다고 가정하자. 문명과는 거리가 멀고, 맨손이다. 어떻게든 스스로 자연 상태에서 먹을 걸 찾고 버티면서 구조대가 오길 기다리거나, 아니면 직접 다른 사람이 사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치자. 그럴 때 당신은 뭘 찾아 먹어야 할까?


 채식주의를 이런 상황에서도 고집한다 가정하자면 당신은 아마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에서 인류가 먹을 만한 식물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나마 이른 봄이나 가을의 짧은 기간동안에는 먹을 게 많지만, 그것도 그야말로 한철이다. 나무 열매 같은 건 라즈베리 한줌이라도 야생에서 찾으면 나름 성공한 거다. 인간은 장기적으로 볼 땐 최소한 하루에 1500~2000kcal은 먹어야한다. 여기에 질병에라도 걸리면 더 잘 먹어야 하고, 먹을 거 찾는다고 종일 돌아다니려면 훨씬 더 먹어야 한다.


 모든 조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권장하는 건 당연하게도 육식이다. (베어그릴스의 시범을 보시라.) 원래 인간은 그렇게 살았고, 그런 만큼 생각보다 사람은 사냥을 잘한다. 조개를 캐고, 게를 잡고, 물고기를 낚고, 덫 등으로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런 동물성 음식은 훨씬 집약적인 에너지, 특히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한다. 인간은 굉장히 발달한 두뇌와 섬세한 신경 전달 체계 및 근육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와 단백질이 필요하다. 애초에 충분한 육식이 제공하는 에너지와 단백질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물론 당연하게도 성장기때는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채식주의자들은 엄청나게 많은 콩을 먹음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런데 숙고할 필요가 있는 게, 콩단백만으로 인간은 충분히 균형 있는 단백질을 섭취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애초에 그런 막대한 양의 콩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매우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일인 동시에 그리 자연적이지는 않은 일이기도 하다.


 절대로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그렇게 엄청난 양의 콩을 확보할 수 없다. 콩을 그렇게 확보할 수 있게 된 건 인류사 전체로 보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좀 다른 말이지만 채식주의 하시는 분들, 혹시 콩을 키우는 과정이 어떤지 아실까?


 콩은 종자만 먹는 작물이 아니다. 콩잎은 꽤 맛이 좋은 잎 중 하나다. 그리고 맛이 좋다는 건 사람 입에만 맛이 좋다는 게 아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벌레가 꼬인다. 그럼 콩을 잘, 많이 수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벌레를 죽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거의 모든 작물이 마찬가지다.


 농업은 그 자체로 다른 종족과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다른 동물을 죽이기 싫어서 채식을 하겠다는 꿈이 있다면, 직접 밭을 갈고 작물을 심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농업 또한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온갖 해충뿐 아니라 새들이 날아와서 낱알을 노리고, 때로는 고라니나 멧돼지, 그리고 두더지가 당신의 작물을 노릴 것이다. 귀여운 토끼 한마리만 밭에 침입해도 그 나름대로의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식물들과의 전쟁은 적잖은 경우 더 첨예한 갈등이다. 채식주의자가 식물에게까지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냥 돈을 내고 패셔너블하게 ‘난 평화주의자야!’ 라고 달콤한 꿈을 꾸며 채식을 하면 이런 건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밭에서 나온 거의 모든 작물은 위에 말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동물을 죽이지 않는 농업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다. 도시의 시민들은 가시적인 먹이 그물에서는 빗겨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모든 동물은 먹고 먹히고, 빼앗고 지키는 관계 위에 서 있다.


 물론 잔혹함을 눈앞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채소가 거기서 예외가 되어있는 건 아니다. 모든 농업은 수많은 동식물을 죽이면서 결과물을 낸다. 밭에서 자라는 거의 모든 것들은 식물계의 가축들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그렇게 연하고, 크고, 환상적인 맛을 내는 식물이 대량으로 절대 존속할 수가 없다. 인간이 다른 종족들의 손에서 그들을 보호해주기에 그들은 대량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F1이라고, 우리가 먹는 농작물의 반 이상은 불임 작물로 유전 변이된 것들이다. 그 인공성은 동물보다 훨씬 더하다. F1 작물들은 씨가 맺히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고기를 먹기 힘들다는 것과 채식주의를 바람직한 것으로 포장하는 것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채식주의는 근래 유행하는 신흥 종교로, 과학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들은 자신을 선량하다고 생각하고, 채식주의를 전도하려 애쓰며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을 공격하곤 한다. 이런 행동 패턴은 사이비성이 있는 종교 활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러한 어리석음의 예시는 이젠 더 이상 찾기 어렵지 않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377&contents_id=24836&leafId=1377


 예를 들자면 이런 것. 이 글은 고고학적 사실마저도 의심하는 맹신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이없는 거짓말도 하고 있는데, 우선 힌두교도가 고기를 안 먹는다는 주장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힌두교 지역 인도음식에 고기요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나? 힌두교도도 고기를 많이 먹는다. 소고기를 안 먹긴 하는데 (이 또한 모든 힌두교도가 아예 안 먹는 건 아니다.) 대신 양고기나 닭고기를 많이 먹는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사람들은? 그들은 눈에 보이는 고기의 물리적인 부분은 먹지 않는다. 그러나 육수는 먹고 있다. 그것이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 거라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사실 별 의미 없는 행위다. 불교의 승려? 또한 보편적인 오해와는 달리 승려들도 육식을 한다. 불교엔 그런 계율이 없다.


 또한 채식주의가 건강에 나쁘다는 근거는 정말 많이 밝혀져 있다. 이는 영양학계 및 의학계의 메인스트림에 해당한다. 물론 그 반대의 주장도 있지만, 이는 채식주의자들의 진영에서 나오는 소수의 의견이다. 마치 생물학에서의 지적설계론이나 창조주의가 가지는 비과학성과 유사하다. 맹종이 학술을 침해하는 것이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인류는 채식주의를 실행한 적이 없다.


 현대의 육류가 옛날보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 또한 어느 정도 오해가 있다. 일단 그 무엇보다도 현대식 도축 과정이 훨씬 더 인도적이다. 재래식 도축 방식은 동물에게 적잖은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좀처럼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급적 고통 없는 도축을 해야 고기질이 좋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오직 이슬람교도와 유태교도만이 이러한 합리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이 채식주의자들보다는 현명하다. 사육방식 또한 옛날이라고 꼭 현대보다 인도적이었던 게 아니다.


 또한 비건이 아닌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포유류와 조류, 그리고 어패류를 차별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대체 그러한 구분에 어떠한 합리성이 있는지 심각하게 의심스럽다. 감정적으로 포유류를 먹기 싫다면 그런 거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각자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권장사항은 못된다. 비합리적 이유를 들어 그것을 합리화시키려 하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패류를 먹는 게 포유류나 조류를 먹는 것보다 윤리적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무지와 망상, 그리고 감정적 편향에서 비롯된다. 아마 팔딱이는 생선을 잡아본 적이 없으니까 마음이 편한 거겠지.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을 우월한 것으로 규정하려는 망상을 그만둘 필요가 있다. 물론 당신들이 채식을 하건 어쩌건 그건 자유다. 다만 그것을 당신의 가족과 이웃에게 무리하게 권장하거나 강요하지 말라. 당신들의 합리화와 무지, 그리고 공격적 전도는 이 땅의 프로테스탄트가 하는 그것과 정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물론 단백질 섭취의 부족이 그러한 망상과 공격성을 만들어내기 쉽기는 하다. 어쩌겠는가. 영양 실조로 신경 전달 물질이 충분하지 못한 것을.


 글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은 조용히 채식을 실천하는 분들에 대한 글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 또는 개인적 철학이나 종교로 인해 채식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자유이고, 각자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만큼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에도 정당한 기준이 필요하다. 채식을 실천함으로 심신의 건강을 잃을 수 있으며, 그것이 꼭 평화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미리 감안해야 한다. 채식주의자들이 공격적으로 잘못된 지식을 퍼뜨림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