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No.
이런 오해는 옛날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
현대 사회는 예전에 비해 유통 시스템이 개선되었고, 밀은 보존성이 좋은 곡물이다. 우리가 쌀을 보관할 때 살충제를 쳐서 보관하지 않듯, 밀도 통밀상태로 수입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쌀에 비해 밀의 보존성이 좋다. 더구나 수입밀은 워낙 바짝 마른 상태로 유통하기 때문에 더더욱 안전하다. 절대 농약 값은 공짜가 아니다. 안 쳐도 되는데 굳이 돈 들여 칠 이유가 없다.
밀가루가 새하얀 이유는 국내 기업들에서 현대 기술을 활용해 가능한 한 아주 곱게 갈기 때문이다. 입자가 워낙 곱다 보니 빛이 난반사되어 새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표백을 하던 건 옛날에 제분기술이 떨어지던 오래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왜 수입 밀가루는 다른 곡물가루랑 달리 벌레도 안 먹고, 한참을 둬도 안 상하는 걸까? 상대적으로 우리 밀은 빨리 상하는 편이고, 벌레도 꼬이기도 한다는 제보들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사실은 수분과 입자 크기 차이가 주된 문제다.
한국 밀은 상대적으로 덜 마른 상태로, 더 소규모의 제분소에서 빻아진다. 이는 한국 밀 생산량이 적고, 빠르게 소비되는 편이어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공장에서 빻는 수입 밀가루에 비해 입자 크기가 크고, 수분도 많다. 다들 알다시피 수분이 적다는 건 보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밀가루의 극단적인 입자 크기는 곤충에게는 치명적이다. 곤충의 숨구멍 등을 막아버리거나, 체내로 들어가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밀가루 아니라 다른 고운 가루를 뿌려도 곤충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사실 그런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작은 입자 크기는 사람에게도 좋지는 않다. 밀가루를 매일같이 다루는 사람은, 밀가루가 자신의 호흡기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한다. 사실 농약이나 표백제를 걱정하기 보다는, 이런 쪽을 더 걱정해야한다. 밀가루를 평소에 많이 쓰는 사람은 조심해서 다루거나, 아니면 마스크를 쓰길 권장한다.
국내산 밀의 최대 장점은 상대적으로 신선하다는 것이다. 수입 밀도 햅밀을 수입하기는 하지만, 햅밀가루라고 따로 파는 게 아니고는 대체로 묵은 밀이다. 한국엔 고급 밀의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다.
여담. 밀이 사람 몸에 안 좋다는 이유는 그것이 수입밀이라서가 아니고, 밀 자체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곡물이어서 그렇다. 밀은 중독성이 강하고, 유전적으로도 6배채로 대단히 복잡한데다 (밀의 DNA는 무려 170억쌍의 염기쌍을 가짐. 사람은 30.8억쌍 정도.) 개량이 워낙 많이 되면서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먹었을 때 면역이상(알레르기 등)을 일으키기도 쉽다. 밀을 즐겨 먹는 사람은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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