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동지도 지났네요. 연말이라 와인 구매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작성합니다.
*) 오래 된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와인은 쉽게 말해서 병입 이후 기준으로 묵혀 마시는 와인과 신선할 때 마시는 와인이 따로 있습니다.
물론 중간형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묵혀 마시는 와인이지만, 덜 묵혀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와인은 묵혀 마셔야 더 좋긴 합니다. 그리고 묵혀 마실 와인이 아닌 것 같은데도 의외로 묵힐 때 감촉과 구조감이 놀라울 만큼 근사해지는 게 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대다수의 저렴한 와인은 묵혀 마시는 와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보통 한국에서 파는 5만원 이하의 와인 중 묵혀 마시는 와인은 소수입니다. 그리고 묵혀 마시는 와인이 아닌 경우, 와인은 제조된 날짜에서 가까울수록 신선한 느낌이 살아있어 맛있습니다.
특히 연말에 파티 분위기로 마시는 와인은 단순하고 청량한 맛이 나는 게 어울리는데, 이런 건 신선한 와인이 가지는 특성입니다. 물론 잘 병숙성된 와인이 그 가격과 무관하게 놀라운 만족감을 줄 때도 있습니다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와인 애호가한테나 좋은 겁니다.
*) 스크류캡을 쓴 와인은 별로다?
와인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게 저렴한 천연 코르크입니다. 코르크는 오염된 경우가 많고, 특히 유통과 보존이 잘못된 경우 와인을 잘 보호하지 못합니다. 스크류캡이 훨씬 좋습니다. 따기도 더 쉽고요.
다만 비싼 와인은 이미지 때문에 스크류캡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비싼 와인은 그나마 고급 코르크를 써서, 코르크로 인한 손상 문제는 덜한 편입니다. 싼 와인에 싼 천연 코르크를 쓸 때가 가장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고급 코르크라도 문제 확률은 항상 있습니다. 코르크 마개는 본래의 기능으로 보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물건입니다.
실제 코르크같이 생긴 거라도 플라스틱 수지로 된 마개나 가공 코르크로 된 게 더 안정적입니다. 문젠 이런 건 뭘 썼는지 따 봐야 안다는 겁니다. 스크류캡 추천하고 또 추천합니다.
*) 해산물엔 화이트 와인?
해산물도 해산물 나름입니다.
사실 보통 우리 한국인들 해산물 먹는 덴 화이트 와인이 거의 안 맞습니다. 해산물을 드시고 싶으면 청주 드세요. 구하기 쉬운 것 중엔 경주X주의 화X추천합니다. 와인을 마시고 싶으면 와인에 음식을 맞춰야 합니다.
*) 크리스마스에 근사한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요.
당신이 와인 애호가가 아니라면, 근사한 와인 마셔도 그게 근사한지 보통 잘 모릅니다.
그런 건 외국인에게 근사한 김치를 먹이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고급 와인 맛은 일반적인 음식에서 맛볼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걸 이해하려면, 당신이 타고난 와인 애호가가 아닌 이상 (물론 가끔 타고난 사람도 있긴 합니다.) 경험이 필요합니다.
일반인에게 근사한 와인은 따로 있습니다. 당신이 만일 단 맛을 좋아한다면, 백화점 와인 코너에 가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를 달라고 하세요. 이름이 어려우면 적어가세요. TBA라고 약어를 말해도 보통 직원이 이해합니다. 병당 10만원 밑으로 살 수 있는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지구에서 가장 훌륭하면서도 보통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가격의 달콤한 음료입니다. 괜히 캐나다산 아이스와인 사지 말고, 도이칠란트산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를 사세요. 참고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등급명이자 유형명이지 브랜드명이 아닙니다.
다만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농밀하고 개성적인 단 맛입니다. 그런 게 싫다면, 이탈리아산 브라케토 다퀴를 강력 추천합니다. 와인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않는 한 만인이 좋아할 맛이거든요. 가격도 저렴하고요.
*) 와인하고 같이 먹을 안주 추천해주세요
와인이란 게요. 마리아쥬 어쩌고 하긴 합니다만...
와인은 정말 안주 맞추기가 힘든 주류입니다. 소믈리에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대부분의 음식은 와인의 풍미를 침해하다 못해 죽입니다. 치즈가 잘 어울릴 것 같지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치즈도 대부분의 와인 풍미를 저해합니다.
와인 안주로 제일 좋은 건 가급적 맛이 별거 없는 겁니다. 바게뜨나 치아바타, 토스트 드세요. 그 담백함이 평소보다 맛있게 느껴질 겁니다. 아니면 조리과정에서 해당 와인을 쓴 요리가 잘 어울립니다.
*) 와인 같은 거 꼭 마셔야 합니까?
취향에 따라 마시세요.
와인 말고도 맛있는 술은 많습니다. 술 아니라도 맛있는 음료는 많습니다. 건강 생각하면 술을 안 마시거나 아주 조금만 마시는 게 더 좋고요.
다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인류가 만들어낸 음료 중 와인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와인이 유독 비싼 이유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각자 입맛에 맞는 걸 마시면 됩니다.
*) 와인 마실 때 꼭 글라스 써야합니까?
실제로 비싼 글라스 쓰면 더 맛있습니다. 특히 납이 포함된 글라스를 쓰면 입술에 닿는 감촉도 좋고, 향도 더 잘 표현해주고, 혀의 민감한 부분에 와인을 먼저 닿게 해줍니다. 종잇장처럼 얇은 게 날카롭고 우아하기도 하지요. 하나에 대략 10만원 전후 합니다. 전문 와인 바 가시면 조심하세요. 하나 깨먹으면 뭐라 하진 못해도 쥔장이 몰래 피눈물 흘립니다.
글라스 아닌 거 쓸 때는, 큰 머그 같은 데 조금씩 따라 마시는 게 낫습니다. 와인은 향이 중요하거든요. 다만 이것은 10도 이상의 와인에만 해당됩니다. 저도수 와인은 잔이 별 상관이 없습니다.
*) 와인은 왜 그리 비쌉니까?
비싼 와인 빼면 별로 안 비쌉니다.
그냥 포도 주스도 농축액 안 쓰고, 와인처럼 순수 착즙해서, 유리병에 병입 하고 운송하면 꽤 비싸집니다. 실제 농축액 안 쓴 착즙 냉장유통 주스만 해도 꽤 비싸지요? 게다가 와인용 포도는 식용 포도보다 더 비쌀 만 합니다. 일단 한 송이 크기가 작아요.
델라웨어 사 드셔 본들은 아실 텐데요. 그게 양조용/식용 겸용 포도입니다. 보통 양조용 포도가 그렇게 작아요. 더구나 델라웨어는 양조용 포도로 쓰는 것 중엔 덜 단 편입니다. 그거 그냥 먹으면 엄청 달지요? 그 정도는 달아야 양조용으로 쓸 만 합니다. 괜히 포도 외의 다른 과일로는 술 잘 안 담그는 게 아닙니다.
*) 단 와인과 달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 구분법
스파클링 와인엔 대부분 다음과 같은 표기가 있습니다. Brut, Sec, Demi Sec, Doux 같은 표기 말입니다. 일단 Brut은 거의 하나도 안 달다는 뜻입니다. 특별히 더 안 달다는 뜻으로 Extra Brut니 Brut Zero 같은 표기를 쓴 것들도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Doux는 달다는 뜻이고요. 이탈리아어 Dolce와 같은 단어입니다. Sec은 Brut과 Doux의 중간형이고, Demi Sec은 Sec과 Doux의 중간형입니다.
이런 표기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Asti인데, 그건 달콤합니다. 잘 모르면 직원한테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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