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2023을 흘려보내며

정치 2024. 1. 9. 23:35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은 2023년에 30주년을 맞이한 (주관적으로) 가이낙스 최고의 작품 BGM입니다. 참고로 30주년 기념 리메이크 패키지는 올해 나온다고 합니다.

 

https://youtu.be/-qokwxr0HKQ?si=nu0pWHZC_7IISZoi

 

 

 

 

 

 

 

1) 2024년이 되었습니다. 본문은 본래 2023년 말에 올렸어야 했는데, 근래 본 식물의 시간이 너무나도 빈곤하여 제 때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견으로는 별 다른 변수가 없었던 2023년입니다. 2024년은 다이나믹하게 출발 중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몇 가지 예상과 어긋난 부분들을 정리하자면.

 

 첫째. 리재명 두목이 그럭저럭 무사합니다. 2024년 들어 칼을 맞긴 했지만.

첫째에 더해. 수령께서 리재명 두목 편을 들고 있고, 리락연 동지는 붕 떠버렸습니다.

 둘째. 이준석이 기어이 탈당해서 신당을 차렸습니다.

 셋째. 우크라이나가 기대보다 못 싸웠습니다.

 넷째. 하마스의 기습 침략으로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터졌습니다.

넷째에 더해. 미국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했습니다.

 다섯째. 미국이 우방에 대한 호혜적 태도를 더 이상 딱히 유지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중국이 페미니즘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2) 그 외에는 거의 예상대로입니다. 용궁은 파멸적인 폭주를 계속했고, 경제의 저공비행은 계속되고 있으며, AI는 발전을 계속했고, 디스토피아는 끝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코로나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들 마스크를 내던지고 놀러 나갔습니다. 물론 출산율은 더 떨어졌습니다.

 

 참으로 우스운 것은 사람들이 출산율의 반전을 기대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 디스토피아에서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디스토피아의 종식이 없으면 출산율도 반전되지 않습니다.

 

 

 

 

 

 

3) 국민의힘 비대위는 냄새는 김한길향인데, 포장은 한동훈입니다. 물론 김한길이나 한동훈이나 말종 전하나 별 차이는 없고요. 묻지마 국힘 지지자들은 한동훈이 무슨 거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던데, 검사하다가 전하 측근이라 낙하산으로 장관 달았고, 그러고도 리재명 두목 잡아넣지도 못하는 무능한 인물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 인식이 아닐까 싶어요.

 

 국민의힘쪽이 진짜로 큰일난 건 현재 한동훈 외에는 다른 대선지지율 높은 인물이 없다는 겁니다. 홍준표도 오세훈도 원희룡도 지지율이 높지 않아요. 저 셋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용궁과 여당이 조금이라도 정상이라면 절대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령님 시절의 민주당에는 대선 도전할 만한 인물이 많았습니다. 디스토피아의 역사를 서술할 때 반드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한 때 차기 대통령 자리를 예약했던 것 같은 안희정. 그리고 천국에서는 교사의 꿈을 이루셨을지 모를 시장님. 수십만 수호대를 이끌며 세상의 온갖 진리를 꿰뚫던 ‘Onion of Southriver’ 조국, 왕을 죽이고, 쿼터가디스도 죽이고, 새로운 왕을 만들기까지 한 ‘Slayer, and Mother’ 추미애, 그리고 리락연 동지와 리재명 두목까지.

 

 그랬던 그들의 몰락은 참으로 디스토피아스러웠으나, 그래도 그들에게는 추락할 높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것조차 없지요. 한동훈? 2020년 리락연 포스의 1/4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

 

 

 

 

 

 

 

 

 

 

4) 2023년은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쇠락하고 지연되는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감기처럼, 부상의 지독한 후유증 기간처럼 그렇게. 그리고 그런 기간 내내 우리 말종 전하는 분탕만 쳤지요.

 

 

 위대한 수령동지를 보면서 나는 동지께 어떤 깊은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수없이 의심했습니다. 고의트롤러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확률적으로, 나는 수령께서 대한민국에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수령께는 어떤 이상이 있을 것인데, 그 이상에 대한민국은 잘 맞지 않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그래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선택을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게 나의 추측입니다.

 

 

 대조적으로 나는 해돈성왕 말종 전하께는 그런 악의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전하는 순수하게 탐욕스럽고 철딱서니 없는 부류에 가깝습니다. 아마 많은 순간 전하는 오늘 저녁에 마실 술이라거나 미인 아내와 해외여행(순방을 가장한) 갈 생각을 하고 있을 거고, 귀찮은 건 대체로 갑질과 권력으로 넘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전하는 군주정 시대 암군의 전형인데, 어쩌다보니 대통령제인 대한민국에도 그런 권력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물론 역사가 알려주듯 얼른 폐위하는 게 답입니다.

 

 

 

 

 

 

 5) 어느 새 흔해진 AI그림은 2022년 늦가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상반기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타난 가장 단적인 변화는 수많은 일러레들이 활동을 하지 않거나 사라진 것 같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큰 불안을 느끼게 된 것 같거든요. AI 그림의 발전은 현대 기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2020년대 들어 나는 인류가 본격적인 기술적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세상은 디스토피아스러워졌고, 온갖 문제들을 기존의 방식 및 체제로는 푸는 게 불가능해져서 매우 카오틱한 세계가 펼쳐졌다는 기분입니다.

 

 

 이는 마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를 맞이한 것과 유사합니다. 기존의 면역 체계로는 해결이 잘 안 되는 증상이 생긴 것이지요. 나는 정치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부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고, 기존 툴들이 잘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6) 새해 들어 일어난 리재명 두목에 대한 피습과, 그 이후 리재명측과 민주당이 보인 대응은 단언컨대 이곳이 디스토피아구나 싶습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들을 볼 때 아마 이 사건의 배경에서 극우 유튜브를 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매스미디어는 퇴색하였고, 그에 시민들은 최소한의 연대를 잃고 파편화되었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정치 극단주의는 주로 시간 부유층에게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시간 빌게이츠, 시간 머스크, 시간 워런버핏들은 대체로 금전적으로는 부유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무직, 노인, 주부가 대체로 시간이 부유하지요.

 

 우리나라의 시간 빌게이츠들은 보통 나름대로는 배울 만큼 배웠거나 한 때 잘 나갔던 적이 있다거나, 아니면 꿈이라도 높거나 합니다. 정치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은 정치사회적인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라 봐야 할 거고요.

 

 

 극단주의적인 정치 유튜버들은 시간 빌게이츠들의 결핍된 부분에 도파민을 과도할 정도로 잘 채워줄 것입니다. 그 결과 시간 빌게이츠들은 망상 체계를 습득할 뿐이지만, 모든 종교적 인간들은 자신이 올바른 진실을 알고 있다고믿습니다.

 

 2010년대 이후의 디스토피아의 핵심 구성 요소는 광의의 페미니즘과 공동체 의식의 붕괴, 그리고 정치의 컬트화입니다. 이 셋은 서로 완전히 분리할 수 없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리재명 두목이 살아 남아서 다행입니다. 피습 시 공격이 리재명 두목의 셔츠 카라 밑으로 들어가서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후 헬기타고 서울대병원까지 바이든한 리재명 두목측과 민주당의 대응 및 거짓 변명은 극혐입니다만.

 

 

 

 

 

 

 

7) 나는 국민의힘에서 탈당했고 개혁신당에 가입했습니다. 개혁신당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으나, 이준석 대표가 바이든당한 이후 국민의힘 당원으로 남아있던 기간은 불명예스러웠습니다. 천아인의 패배 이후에는 그 당에 아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적을 유지했던 건 이준석 대표가 당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에 옥석이 가려집니다. 나는 천하람과 허은아, 그리고 이기인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천아인과 대조되는 인물도 있지요. 하태경이야 원래 좀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런가보다 하는데 나는 하태경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 , 언급해주기도 싫은 인물도 있고, 유승민은 이번에도 유승민 하고 있네요. 유승민이 그토록 유승민스럽지 않았다면 이미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정치적 커리어를 쌓고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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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 주류 감상문

식이 2023. 12. 15. 01:52 Posted by 해양장미

2023년 여름

 

 

 

 

구스아일랜드 IPA [-]

 

: 제대로 좀 마셔보고 싶어서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에 마셔봤는데, 엄청나게 씁니다. 5.9%의 알콜도 꽤 강하게 느껴지네요. 캔째 마시면 쓴맛이 다이렉트로 안 느껴지는데, 플루트 글라스를 써서 제대로 마시면 쓴맛이 앞서네요.

 

 구스아일랜드 IPAIBU55라고 합니다. 필스너 우르켈보다 IBU가 높습니다. (IBU가 높을수록 씁니다.) 홒을 충분히 우려내서 향은 괜찮은데 정말 쓰네요. 이건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마셔야 나에게는 마시기 편할 것 같습니다.

 

 

 

 

 

 

금계당 바랑 [★★]

 

: 금계당은 안동의 농업회사법인으로, 2019년부터 17.5%의 청주(주세법상 약주)별바랑15%의 탁주 바랑을 빚고 있습니다. 별바랑과 바랑은 본래 해주라 부르며 대구 서씨가문에서 빚던 삼양주 방식의 가양주였다고 하며, 안동에서 생산한 쌀, 밀가루, 누룩으로 술을 빚어 시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쌀은 직접 재배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별바랑과 바랑을 같이 구매했는데, 일단 바랑을 마셔봅니다. 바랑이라는 이름은 가문이 위치한 안동시 일직면 바랑골이라는 지명에서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동시에 승려들이 등에 지고 다니는 자루 모양의 주머니를 뜻한다고도 합니다. 레이블에는 안동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득담은 술주머니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바랑은 375ml들이로 시판합니다. 들이 대비 가격대가 꽤 있는 탁주입니다만, 알콜 15%의 희석하지 않은 탁주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생탁주로 병입한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유리병에 마개가 수지로 된 마개인데, 위스키 코르크 마개가 떠오릅니다. 따로 따개가 필요하지 않고 꽤 독특하고 좋습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위에 뜬 부분을 마셔보니 처음 느껴지는 건 강렬한 산미와 아름다운 향기입니다. 단 맛이 적당히 있어서 과일 향을 연상시킵니다. 탄산은 강하지 않습니다. 15%의 도수는 적당한 볼륨감과 충만함으로 다가옵니다. 가격이 와인같더니 품질도 와인같은데요. 다만 산도가 꽤 많이 높아서, 신 걸 잘 드시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 한 것 같습니다.

 

 침전물을 섞은 이후에도 느낌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맑은 느낌의 탁주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마셔 본 탁주 중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탁주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건가 싶은데요. 이건 탁주지만 제대로 된 술입니다. 어지간한 비싸기만 한 탁주들하고는 아예 다른 티어에 있습니다.

 

 술이 너무 양질이라 처음에는 백세주 잔으로 마시다가,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를 사용해 마셔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술이 진짜 괜찮지 않으면 제대로 된 와인 글라스로 와인 외의 술을 마셔보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미미한 과실 아로마. 알콜은 살짝 튑니다. 혀에 닿을 때의 느낌이 꽤 음성적입니다. 굉장히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줍니다. 산미는 어지간한 화이트 와인보다 강한데, 산의 종류가 시트르산이 주인것 같고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떼루아 느낌이 살짝 납니다. 희미하게나마 가을의 벼가 잘 익은 황금들판이 떠오릅니다. 피니쉬가 좀 더 있었으면 별 반 개 추가되었을 것 같습니다. 뒷맛에 약간의 누룩 향이 있는데,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하기 전에는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강하지 않은 편입니다. 맛을 잘 보면 꽤나 단맛이 있고 맛있습니다.

 

 나는 이 탁주를 마시는 데 와인 글라스를 사용하는 선택이 괜찮다고 판단합니다. 유니버셜 글라스나 화이트 와인용 글라스를 사용하는 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제품 편차에 의한 것인지, 본래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술은 어지간한 상파뉴보다 더 십니다. 사과산의 날카롭고 강렬한 신맛과는 다르지만, 단순 산도로 치면 마셔본 술 중 가장 신맛이 강한 것 같습니다. 별바랑이 기대됩니다.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Showdown X 술고래 []

 

: 알콜 4.5%. 충북 증평에서 생산하는 크래프트 밀맥주입니다. 내가 구매한 것은 Showdown X 술고래인데, 일반 술고래와 캔 디자인은 다르지만 내용물은 같다고 하네요. IBU15입니다. Light Ale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제조한지 9개월하고도 2주 정도 지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캔을 따서 마시니 시트러스향 탄산음료 수준으로 과일향이 확 강하게 다가옵니다. 알콜 도수도 높지 않고, IBU도 낮아서 정말 알콜이 든 탄산음료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가 싶어서 성분을 보니 천연향료와 합성향료가 들어가있네요. 가향 맥주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맛없는 정도는 아니네요.

 

 

 

 

 

Trapiche Tesoro Chardonnay 2019 [★★]

 

: 아르헨티나 멘도자의 Uco Valley에서 생산된 트라피체 테소로 샤르도네 2019를 마셔봅니다. 알콜 13.5%.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7.6도로 잡았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와 동사의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이 와인에 93점을 줬다고 하는데, 수입사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까 91점으로 적혀 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려 하니 유료가입을 해야 볼 수 있네요. 다만 93점으로 적혀있는 외국 와인 판매상을 하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93점으로 평가한 적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이후 재평가를 하면서 점수가 낮아졌을수도 있겠지만요.

 

 첫 모금을 마셨을 때 받은 첫인상은 온도가 너무 낮거나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한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보다 약간 큰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맞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양조 정보를 찾아보니 말로락틱 발효가 진행되었고 오크통 숙성도 거친 샤르도네였습니다. 정보를 보기 전에는 가격을 감안해서 언오크드 샤르도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크드 샤르도네였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을 사용하자 샤르도네 특유의 품종향과 레몬향같은 느낌, 그리고 미네랄 아로마가 올라옵니다. 언뜻 마셨을 때 코트 샬로네즈나 마콩같은 남부 부르고뉴가 떠오를 정도로 구세계스럽습니다.

 

 곧 온도가 살짝 올라가니 약간의 유질감이 느껴집니다. 말로락틱 발효를 거친 오크 샤르도네의 느낌이 점차 분명해집니다. 별로 복합성은 없고, 단순하고 맛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여리면서도 분명한, 양질의 오크 향이 느껴집니다.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가니까 굉장히 달달합니다. 뫼르소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뫼르소에 밭을 가지고 있는 생산자의 레지오날급 부르고뉴 블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와인은 뫼르소에 비하면 진짜 저렴한 와인인데, 뫼르소를 연상시킵니다.

 

 이 와인은 노트를 적을 것도 없이 마냥 맛있는, 프티 뫼르소 같은 와인입니다. 다만 노트는 매우 단순합니다. 바닐라, 흰 꽃, 크고 모난 자갈 정도를 노트라 할 수 있을까요. 오크향도 제법 나고요. 가성비 좋은 oaked chardonnay라는 인상입니다. 단점이라면 복합성이 없고 떼루아 느낌도 별로 없는데, 아마 단일클론 위주고 꽤 넓은 지역의 포도를 모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섹시한 와인입니다. 상당히 치고 들어와요. 그런데 정말 신세계 안 같습니다. 트라피체의 와인이 원래 좀 구세계 같긴 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와인은 너무 단순하고 떼루아 느낌이 정말 약하다는 걸 빼면 진짜로 부르고뉴, 그 중에서도 뫼르소 같습니다. 뫼르소만큼 좋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뫼르소스럽게 맛있긴 합니다. 이 가격에서 뫼르소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는 샤르도네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건 가성비가 좋다고 해도 되겠지요. 이 와인 가격은 요즘 뫼르소 빌라쥬급에 비하면 1/5도 안 돼요.

 

 온도가 좀 올라간 상태에서 마지막 잔을 마시면서, 나는 이 와인에 사용한 포도의 질이 충분히 양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와인이 잘 만든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Weihenstephaner Kristall Weissbier [★☆]

 

: 알콜 5.4%. 최고(最高)의 밀맥주를 만드는 최고(最古)의 브루어리, 바이엔슈테판을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이 크리스탈 바이스비어는 오래 전 내가 처음 마셔본 밀맥주였습니다. 마시면서 밀맥주라는 게 이렇게 맛있는건가 생각했었지만, 이후 이것저것 마셔보니 바이엔슈테판이 유독 아주 맛있는 밀맥주였던 것이었습니다.

 

 바이엔슈테판 전용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트라피스트 중 하나인 라 트라페의 전용잔을 대신 사용하여 마셔봅니다. 잔에 따르기 전 첫 서빙 온도가 3도로 낮은 상태부터 마셔봅니다.

 

 이 크리스탈바이스는 효모를 거른 바이스비어입니다. 그래서 색깔부터 라거와 흡사하고 맑습니다. 너무 온도가 낮아서 잘 올라오지 않는 아로마는 탁주를 연상시킵니다. 입에 넣으면 그저 맛있습니다. 맛이 제대로 느껴지기 전, 입에 닿는 감촉과 향기는 굉장히 라거스럽습니다. 입에 넣고 온도를 올리면 그제야 바이스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반적인 바이스비어와는 매우 다릅니다.

 

 온도가 올라오니 고소하고 바나나 같은 향이 조금씩 올라옵니다. 적정 서빙 온도가 10도 이상인 맥주로 생각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향이 제대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구조감이나 균형감이 모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바이스임에도 제법 몰티하고 새싹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홒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역시나 아주 좋은 홒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꽃향이 온도가 완전히 올라온 후에야 느껴집니다. 꽤나 생생한 클로버 꽃향이 난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 맥주는 향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편하게, 맛있게, 날카로움이나 씁쓸함 없이 마시기 좋은 맥주라 생각합니다. 차갑게 마실수록 마냥 단순하고 맛있는 맥주일 것입니다.

 

 

 

 

 

 

인천맥주 몽유병 DIPA [★☆]

 

: 개항로 맥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인천맥주의 몽유병을 마셔봅니다. 알콜 8%. IBU 40의 헤이지 더블 IPA입니다. 병입한 지 100일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사용 잔은 라 트라페 전용잔을 사용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측정 6.5도였습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홒 향이 작렬합니다. 이 맥주는 병에 사용 홒도 기술해 뒀습니다. 아이다호세븐, 모자익(핫사이드), 시트라, 아이다호세븐, 모자익(드라이호핑).

 

 일단 아주 맛있습니다. 더블 IPA라 쓰긴 한데, 좀 쓰면 어때요. 농축 과일주스를 믹스해 만든 것 같은 수준의 과일향이 폭발하는 맥주입니다. 자몽과 귤 같은 시트러스 향, 패션플룻과 망고가 연상되는 열대과일 향, 타라곤, 민트, 로즈마리 같은 허브 향에 달콤한 맛까지 감돕니다. 밀맥아도 사용한 맥주인데, 역시나 바이스비어같은 느낌도 좀 있습니다. 점성까지 높아서 진짜 과일 통조림 국물 수준의 과일농축주스가 떠오릅니다.

 

 단점이라면 너무나도 진한 점성과 너무나도 강한 풍미일까요. 점도나 농도가 거의 묽은 시럽수준이라 조금 마실때는 맛있는데 한 병을 마시려니 부담스럽습니다. 나는 품질이 충분히 좋지 못한 비달 아이스와인같은 걸 마실 때 그리 많이 마시게 되지 않는데, 이것도 좀 그런 느낌이에요. 이런 스타일이 요새 유행하는 크래프트 맥주 스타일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 정도 농도면 배럴 에이지드를 하거나 증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배혜정 농업회사법인 우곡 생주 []

 

: 알콜 10%. 배혜정도가의 플래그쉽 제품은 우곡주입니다. 그건 13도의 살균탁주고요. 이번에 마시는 우곡 생주는 우곡주의 보급형 버전 정도 됩니다. 미리 구매해뒀던 걸 유통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우곡은 고 배상면 옹의 호입니다. 우곡주는 배상면의 유작이고요. 잘 알려져있다시피 배상면 옹의 첫째 배중호가 국순당을, 둘째 배혜정이 배혜정도가를, 그리고 셋째 배영호가 배상면주가를 경영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회사는 누룩도 배혜정도가 것을 쓰고, 제법도 일정 이상 공유합니다.

 

 첫인상은 배상면 일가의 술 다운 풍미라는 것, 그리고 달달하다는 겁니다. 더 진하고 누룩향이 억제되어 있지만, 느린마을 막걸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탄산은 거의 없고 굉장히 진합니다. 뻑뻑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 농도와 도수 때문에 동사의 살균탁주인 부자가 생각납니다.

 

 뒷맛이 조금 쓰고, 전반적으로 조금 거친데 애초에 배혜정도가 스타일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시면서 온도가 올라오니까 뒷맛에 누룩 향이 조금 많이 남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제주맥주 아티장 에일 로제 []

 

: 제주맥주가 이번에 아티장 에일 로제라는 사워 에일을 데일리샷 론칭으로 출시했는데, 한 병 구매해서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알콜 6%. 마개고 병이고 스파클링 와인처럼 되어 있는데, 상파뉴나 스푸만테보다 코르크가 너무 작아서 따기 힘들었습니다. 다음에 이런 마개를 만나면 코크스크류를 사용해야 할까봐요.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해 마셨습니다.

 

 로제와인 같은 색깔. 로즈힙이 연상되는 향기. 맛은 포도가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한 와인과 맥주의 중간 정도입니다. 새콤한 첫맛에서는 순간 상파뉴가 연상되는데, 곧 신맛이 약해지면서 에일처럼 마무리됩니다. 새콤하지만 산의 종류는 상파뉴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시트르산이 주요 산인 것 같고, 어쩌면 아세트산도 좀 있을 거 같아요.

 

 나의 느낌에 이 맥주는 맛있다가 마는 느낌입니다. 첫맛이 너무나도 와인 같은데다 가격도 와인이라 와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까바와 비교하면 내 입엔 까바가 명백하게 더 맛있습니다. 알콜대비 가격으로 생각해봐도 도수도 까바가 훨씬 높고요.

 

 이 술의 장점이라면 아마 음식 맞춰서 먹기는 와인보다 쉬울 겁니다. 어쨌든 맥주니까요. 바게뜨나 소금빵 같은 것과 먹으면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페레티프로 소량을 마신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맛이 식욕을 돋구는데다 뒷맛이 별로 없어서, 이어 먹을 디쉬를 해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색깔도 예쁘고요. 다만 나는 식후에 술만 따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고, 이 맥주는 그런 방식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West+Wilder - Cabernet Sauvignon (N/V) []

 

: 알콜 13%. 리즈너블한 캔 와인입니다. 20218월 말일에 생산된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5도 정도로 다소 낮았습니다. 캔째 마시면 제맛을 못 볼 게 확실시되어 조세핀 No. 3를 사용해 마셨습니다.

 

 조세핀 글라스에 따라 놓으니 과일 향이 풍부하게 올라옵니다. 색이 진하고, 삼나무향도 느낄 수 있고, 피라진 느낌은 없습니다. 입에 넣으니 긍정적으로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고, 이내 까베르네 소비뇽다운 떫음이 느껴집니다. 약간의 잔당감이 있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맛은 있는 와인인데요. 다만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결국 장점이 숙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와인은 탄닌을 제어해서 비교적 마시기 쉽게 만들어놨지만, 결국 떫고 뻑뻑한 느낌이 없지는 않거든요. 문제는 캔이라는 포장 방식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숙성에 있어 그다지 좋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일단 입에서 느껴지는 구조감으로 볼 때 이 탄닌은 5년은 더 있어야 녹을 거 같은데, 문제는 이건 캔 와인이라는 거지요. 이 캔이 5년 더 지나면 아무도 안 마시려고 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일단 나는 사놓은 게 더 있어서 나중에 천천히 더 마셔볼 생각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내 인상은 어떻게든 맛있게 만든 와인에 가깝습니다. 블렌딩을 잘 하고 양조 테크닉을 살려서, 어쨌든 맛있고 리즈너블한 와인을 만들었다는 느낌인 것인데요. 문제는 어쨌든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겁니다. 이런 타입의 와인이라면 다른 품종을 사용했으면 더 맛있었을 건데요. 물론 이 좀 떫은, 강렬한 구조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내 최애 레드 품종은 피노 누아고, 그 다음으로 신뢰하는 품종은 템프라니요와 그라나슈에요.

 

 떫은 것만 빼면 맛있긴 한 와인이라서, 떫은 거 잘 마시고 잔당감, 과일향을 싫어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미국 까베르네 소비뇽입니다. 다만 내추럴한 느낌과는 거리가 멉니다.

 

 

 

 

 

 

 

Bodegas Olivares - Finca Hoya de Santa Ana Tinto 2020 [★☆]

 

: 알콜 14.5%. 에스파냐 남동쪽에 위치한 Jumilla D.O.P. 입니다. 품종은 2018년의 경우 모나스트렐(무드베르드) 75%, 가르나차(그라나슈) 15%, 시라 10%라고 하는데 2020년은 잘 모르겠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18. 사용 글라스는 조세핀 No. 3.

 

 모나스트렐이 주품종인데 향은 어째 전형적인 GSM 향 아닌가 싶습니다. 주품종이 그라나슈라고 해도 향만 맡으면 믿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입에 넣으면 역시 좀 다릅니다. 사실 모나스트렐이 들어간 와인은 많이 마셨어도 모나스트렐이 주품종인 와인은 마셔본 적이 있었나 싶은 수준인데, (마시면서 잘 생각해보니 있긴 있었네요.)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좀 묘한 시라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나는 에스파냐 틴토(레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도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동물계 향이 꽤 있고, 입에 넣으면 라즈베리 및 체리, 기타 야생 베리들을 연상시키는 과일 향과 가죽, 약간의 미네랄, 그리고 태운 오크의 느낌이 살짝 납니다. 이 와인은 6000리터와 10000리터의 프렌치 오크 통에서 3개월을 숙성시킨 후 출하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도 오크 느낌이 살짝 날 수 있나 봅니다. 그 외 요거트 향과 흑후추 향이 좀 있다고 느끼네요. 탄닌은 살짝 뻑뻑한데 조금 더 병숙성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니쉬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꽤 달달합니다. 스위트 와인이라는 건 아니고요. 고도수에 알콜 및 글리세린의 단맛이 꽤 느껴지네요. 마시면 마실수록 알콜이 굉장히 센 와인입니다.

 

 후미야 와인은 경험해본 기억이 딱히 없었는데, 이 지역의 주품종이 모나스트렐이라고 합니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하고, 실제로 마시면서 생각해봐도 구운 고기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걸로 스튜를 끓여도 좋을 것 같네요. 피노 누아 대신 요리에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열리고 온도가 올라오면서 꽃향이 좀 올라옵니다. 저렴한 와인이지만 병숙성 좀 제대로 했으면 어떤 와인이 되었을까 조금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디캔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일단 조세핀 No. 3를 믿고 그냥 천천히 마시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와인의 시음적기를 나는 2025~2026년부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4.5%의 알콜과 풍부한 글리세린, 모나스트렐의 풍부한 탄닌은 이 와인을 나름대로 장기 숙성 가능하게 해 줄 겁니다. (실제 약간 남은 걸 2주 정도 지나고 마셨는데도 아주 죽지는 않아서, 가격에 비해 어느 정도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리고 나니 좀 남부 론 와인 같아집니다. 동물계의 느낌에 더해 스파이시한 향신료 향이 올라와서 꽃망울처럼 터지고, 그에 달달함이 더해져 꿀을 품은 꽃잎처럼 느껴집니다. 맛은 그저 달달하고요. 부케나 복합성이 너무 없는 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제법 후미야의 모나스트렐은 어떤 건지 보여주는 느낌은 있네요.

 

 노트는 라즈베리, 체리, 멀베리(오디), 가죽, 실트(Silt), 커피, 요거트, 흑후추, 감초, 튤립.

 

 

 

 

 

 

 

배상면주가 느린마을막걸리 방울톡 []

 

 

: 여러 병 사뒀던 느린마을막걸리 방울톡을 소비기간을 넘겨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소비기한을 열흘 정도 넘긴 걸 개봉해 봅니다.

 

 침전물을 섞지 않은 첫 모금은 여전히 달달하고, 다소 누룩 향이 나면서 과일 같은 향이 살아있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좀 적네요. 이 제품은 성분표를 보면 처음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주입하는 것 같은데, PET병 특성상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맛이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병입한지 얼마 안 된 걸 받자마자 마셨을 때보다는 이게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비기한을 조금 남겨뒀을 때가 더 맛있었네요.

 

 마지막 병은 소비기한을 3주 정도 넘겨서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소비기한이 지난 후 아주 차갑게 보관했더니 열흘 정도 넘긴 상태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럭저럭 맛있습니다.

 

 

 

 

Duvel The Original Belgian Strong Blond [★★]

 

: 알콜 8.5%. 벨기에의 유명한 스트롱 골든 에일입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듀벨 전용 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서 최고의 애비 에일 메이커인 세인트 버나두스의 전용잔을 대신 사용해서 마셨습니다.

 

 나에게 정말 맛있는 맥주 또는 최고의 맥주를 하나 꼽으라고 이야기한다면 일단 가장 먼저 꼽는 맥주가 이 듀벨 오리지날입니다. 구하기 쉽고, 가격에 비해 맛있습니다. 이것보다 맛있는 맥주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 듀벨보다 비싸고 구하기 훨씬 힘듭니다.

 

 이 맥주는 IPA처럼 엄청난 홒향이 화려하게 만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떠한 부족함도 없이, 충만한 몰트향과 양질의 홒향을 드러냅니다. 또한 동시에 편하고 쉽게 마실 수 있습니다. 8.5%의 알콜은 부족함 없이 풍만합니다. 이 스타일은 트라피스트 중에는 발음이 비슷한 두벨보다는 트리펠에 가깝습니다.

 

 클래시컬한 벨기에 맥주답게 이 맥주는 좋은 홒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홒 향이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몰트 풍미가 주입니다. 이런 맥주가 마시기 편하고, 마냥 맛있지요. 언제든 함께하고픈 맥주입니다.

 

 

 

 

 

 

Kirin - 一番搾[]

 

: 알콜 5%.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정말 오래간만에 마셔보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사용했습니다.

 

 좀 묽고 단순하긴 한데 역시 맛이 괜찮습니다. 산토리가 더 맛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이것도 좋아요. 라거치고는 몰트향도 세고 홒향도 셉니다. 주관적으로 일본스러운장점이 있는 맥주고, 일본의 좋은 면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는 (맥주 중에는) 에비스와 이걸 꼽고 싶습니다.

 

 

 

 

 

 

세븐브로이 강서 Mild Ale []

 

: 세븐브로이의 강서 맥주는 처음 나왔던 무렵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무려 Clos de Vougeot를 마신 직후 마셨었음에도 꽤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마셔보게 되네요. 세인트 버나두스 잔으로 마셔봅니다.

 

 알콜 4.6%. 색깔은 꽤 진합니다. 마시자마자 굉장히 과일스럽게 선명한 홒 향이 작렬하는데, 스타일이 무척 밝으면서도 진하고, 동시에 알콜 도수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마셨을 때는 이 맥주의 스타일 때문에 클로 드 부조를 마신 직후의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안 등에 미량 남은 클로 드 부조 때문에 버프를 받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거 없이 마시니까 이 맥주도 평범하게 그럭저럭 잘 만든 크래프트 맥주네요.

 

 

 

La Trappe Dubbel [★★☆]

 

: 트라피스트 에일 중 하나인 라 트라페의 두벨을 마셔봅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가톨릭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이 수도원에서 양조한 에일을 의미합니다.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공인된 트라피스트 에일은 현재 11종이 있으나 그 중 메사추세츠의 스펜서 양조장이 문을 닫아 생산되는 건 10종입니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 로슈포르(Rochefort), 라 트라페(La Trappe), 베스트말러(Westmalle), 시메이(Chimay), 오르발(Orval), 준데르트(Zundert), 엥겔스첼(Engelszell), 트레 폰타네(Tre Fontane), 틴트 메도우(Tynt Meodow) 입니다. 한편으로 아헐(Achel)20211월까지 트라피스트였지만, 현재 자격을 박탈당해 맥주는 계속 생산하지만 트라피스트 에일은 아닙니다.

 

 트라피스트 에일과 유사한 방식으로 양조되지만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공인되지 못한 맥주는 애비(Abbey=수도원) 에일이라 부르는데, 애비 에일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레페(Leffe)가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라 트라페는 네덜란드에 양조장이 있습니다. 음용기간이 20252월까지지로 표기된 걸 20239월에 개봉했습니다.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Dubbel은 영어 더블과 같은 뜻으로 일반 맥주보다 몰트를 2배 썼다는 의미입니다. Duvel과 발음이 비슷하니까 구분이 필요합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 애비 에일, 레페 브라운이 Dubble 스타일입니다. 그건 옥수수도 써서 트라피스트-애비 에일 계열로는 맛이 좀 특이합니다만.

 

 알콜 7%. 잔에 따르니 색이 진하고 거품이 풍성합니다. 병숙성이 잘 진행되어 풍미가 살아있고, 거품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마셔보면 우수한 홉 향과 완성도 높은 몰트 풍미가 밀도감이 높습니다. 그리고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쌉쌀함이 없지 않은데, 그보다 달달합니다. 브라운 에일답게 몰티한 달달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홒을 과도할 정도로 넣은 IPA 타입과는 달리 균형감이 좋고 몰트 풍미를 앞세워서 참 맛이 괜찮습니다.

 

 330ml짜리를 마시긴 했지만 한 병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모금을 마시면서 아쉽다고 느꼈는데, 나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맥주가 참 드뭅니다. 아주 맛있는 맥주입니다. 가격이고 품질이고 와인같은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요.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에일의 정석 []

 

: 알콜 5.2%. 아메리칸 스타일 페일 에일이고 IBU 43이라고 합니다.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사용했습니다. 성분을 보니 이산화탄소가 첨가되었고요. 제조된 지 2개월하고도 3주 정도 된 걸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잔에 따라놓고 보니 강렬한 기포가 올라옵니다. 색은 어두운 오렌지-갈색. 한 모금 마셔보니 아메리칸 페일 에일답게 끝내주는 어택입니다. 시트러스향이 정말 신선합니다. 입안에 시트러스 으깬 걸 넣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면서도 IBU 높은 IPA 특유의 질감과 쌉쌀함이 있습니다.

 

 바디가 상당히 풀바디입니다. 이런 고 IBU IPA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데, 질감이 다소 미끈덕거릴 정도고 그 질감때문인지 들큰한 감각이 있습니다. 글리세린과는 느낌이 또 다른데, 내 느낌에는 통조림 국물의 그 바디감과 가장 흡사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은 내가 이런 타입의 맥주를 마실 때 너무나도 무거운 이 바디감과 질감에 청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향만으로 보면 이 에일은 꽤 좋습니다. 상세르가 떠오를 정도에요. 다만 나는 이런 타입 맥주의 무거움이 왜 트렌디한 상태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장점이라면 음... 간장을 찍은 만두에도 밀리지 않을 것 같네요. 음식과 페어링할 때.

 

 

 

 

 

 

 

M·A·N Family Wines Cellar Selection Chenin Blanc 2021 [★☆]

 

: 남아공의 슈냉 블랑을 오래간만에 마십니다. M·A·N Family Wines, 또는 M·A·N Vintners는 본래 양조장을 하던 Tyrrel Myburgh와 그의 형제 Philip, 그리고 마찬가지로 양조장을 하던 José Condeeveryday wine을 생산하기 위해 각자의 아내 이름(Marie, Anette and Nicky)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알콜 13%.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5.5도에서 첫 서빙. 잔은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이 와인은 디캔터에서 91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저온이었으나 기분 좋은 향기로 시작합니다. 첫인상은 랑그독의 블랑이 연상되는 향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에 넣으니 다소 묽지만 마시기 편하고 유쾌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남아공 와인은 신세계에 속하긴 하지만, 구세계와 신세계의 중간적인 맛이 나는 편입니다. 이 와인도 역시나 그러한데, 유럽 와인이라 생각하면 프루티하고 응축감이 적은 편이지만 프루티한 유럽 와인이라 해도 납득할 정도의 풍미입니다.

 

 온도가 올라오면서, 그리고 열리면서 상파뉴스러운 견과류 풍미가 슬슬 올라옵니다. 온도를 조금 올려보니 이 와인은 열대과일의 아로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뉘앙스는 신세계스럽지 않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이 열대과일 아로마를 가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약간의 상파뉴 뉘앙스, 그리고 약간의 오크 뉘앙스(?)가 있는데 언오크드 슈냉 블랑입니다. - 양조 정보를 볼 때는 앙금 접촉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도수는 높지만 전혀 어려운 맛이 아니고, 복합성이 없는 편이고, 과일 향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말 아무 생각없이 술술 마시게 되는 슈냉 블랑입니다.

 

 이 와인이 슈냉 블랑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는가? 라고 생각하면 아니오. 다만 5대 메이저 화이트 품종 치고 슈냉 블랑이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5대 메이저에 속하지 않는 피노 그리나 게뷔르츠트라미너 쪽이 더 접근성이 좋을 정도지요.

 

 어쨌든 슈냉 블랑으로 만든 와인은 맛있는 편입니다. 최고존엄 샤르도네에 비해 그리 성공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맛있냐 맛없냐의 이분법으로 보자면 맛있어요. 원천적으로 어느 정도 제대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맛없기도 힘들다고는 생각합니다.

 

 노트는 레몬, 멜론, 석회암, 점판암, 자갈, 구운 아몬드, ... 정도인데 미네랄리티의 강도가 결코 높은 편이 아니고, 빵 느낌도 상파뉴에 비하면 약합니다. 떼루아는 딱히 떠오르지 않고,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묽은 와인입니다.

 

 

 

 

St. Bernardus Prior 8 [★★]

 

: 트라피스트 에일 중 최고로 꼽히는 건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입니다. 트라피스트를 넘어서 일반적으로 세계 최고의 맥주로 꼽히는 게 베스트플레이터런 12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셔보는 세인트 버나두스는 베스트플레이터런을 한 때 위탁 생산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니까 베스트플레이터런을 1946년부터 1992년까지 실제로 만들던 회사가 세인트 버나두스입니다.

 

 이후 베스트플레이터런과 세인트 버나두스는 결별했습니다만, 세인트 버나두스는 최고의 애비 에일 메이커로 명성을 날리게 됩니다. 세인트 버나두스가 분류상 트라피스트 에일은 아니지만 트라피스트 스타일의 애비 에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마시는 프리오르(프라이어) 8은 두벨 스타일입니다. 알콜은 이름 그대로 8%. 전용잔으로 마셔봅니다. 소비기한이 202612월까지로 표기된 걸 20239월에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가 꽤 낮았으나 잘 구운 몰티한 향과 양질의 홒 향이 올라옵니다. 입에 넣으니 밀도높고 충만하면서도 홒 향이 잘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라 트라페의 두벨에 비하면 홒에서 기인한 과일 풍미가 좀 강한 것 같습니다. 효모 맛도 많이 납니다.

 

 얼마 전 마신 라 트라페의 두벨에 비해 병숙성도가 좀 낮은 것 같습니다. 이게 1도 더 높으니까 병숙성을 더 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비기한은 이게 22개월 정도 더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셨으니까 그럴 만 합니다. 조금 더 숙성해서 마셨으면 내 입에는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십니다.

 

 풍미가 꽤 특이합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니까 효모 맛이 많이 나는데, 다크 럼이나 수정과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흑설탕 풍미가 조금 나면서 꽤나 달달합니다. 맛 자체가 달콤한 건 아닌데요. 향이 달콤합니다. 이 정도면 아마 대다수는 달다고 착각할 겁니다.

 

 

 

 

 

 

네오아티잔브루어리 Ark Pale Ale Brown []

 

: 알콜 5%. 세인트 버나두스 잔에 마셔봅니다. IBU34라 홒이 꽤 들어간 타입이라 생각해 봅니다.

 

 맛을 보니 역시나 그냥 페일 에일이라기보다는 IPA라는 생각이 듭니다. 꽤 낮은 온도에서 서빙을 시작했음에도 마시자마자 과일스러운 홒 향이 작렬하는데, IBU 생각하니까 그냥 온도 낮을 때 많이 마셔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 맥주답게 탄산을 넣었고, 그래서 탄산이 셉니다. 맛은 일단 저온에서는 별로 안 쓰고, 과일 향 풍부하고, 맛이 괜찮습니다. IPA 계열은 내 생각에는 얼마나 적당히 하느냐가 마시기 편한 정도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적당합니다.

 

 온도가 좀 올라간 이후에도 별로 쓰지 않습니다. 균형감이 있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마시기 편하고 괜찮았어요.

 

 

 

 

 

주로 골목 막걸리 프리미엄 []

 

: 처음 이 막걸리를 구매할 때 3병을 구매했는데, 거의 구매하자마자 1병을 마셔봤었고 그 때는 너무 달기만 해서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익혀 먹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두 번째 병은 소비기한을 열흘 남겨두고, 세번째 병은 소비기한을 삼일정도 넘겨 마셨습니다.

 

 여전히 개봉이 힘듭니다. 돌려 여는 마개가 아주 강하게 잠겨있는데, 뚜껑은 또 미끄러워서 이번에는 고무밴드를 감아 마찰력을 높여 열었습니다. 내 생각엔 이정도면 제품 하자입니다. 저렴한 막걸리 뚜껑처럼 뚜껑에 세로홈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겁니다. 특히 세번째 병은 너무나도 개봉이 힘들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별점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잠시 사라졌을 정도였습니다.

 

 침전물을 섞지 않고 청주에 가까운 윗부분부터 마셔봅니다. 첫맛은 달고 뒷맛은 누룩향이 작렬합니다. 농도는 높고, 여전히 탄산은 별로 없습니다. 처음 마셔봤을 때는 나아진 것 같은데, 병숙성 과정에서 효모가 잘 활동한 거 같지 않습니다. 첫 병 인상이 생탁주라더니 효모가 죽은거 아냐?’ 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완전히 죽진 않아도 반쯤 잠든 상태쯤은 되는 거 같습니다.

 

 알콜 12%의 도수가 입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침전물을 섞어 맛을 보니 그나마 단맛이 덜 느껴지는데, 누룩향이 세도 너무 셉니다. 좋은 술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맛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백종원이 하는 음식점 가서 딱히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술도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누룩향이 강한 쪽을 전통느낌 난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할 건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괜찮을 겁니다. 단맛이 강하니까 그 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 거 같고요. 가격이 안 높고 마개라도 열기 편했으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막걸리는 저렴하지 않습니다.

 

 

 

 

Hoggy’s Apple Paradise Cider []

 

: 알콜 4.5%. 호기스는 시드르(사과주) 브랜드 중 하나로, 이 애플 파라다이스는 사과주스 48%, 시드르 39.88%, 천연사과향 0.2%에 정제수와 이산화탄소, 보존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셔봅니다.

 

 향은 사과주스 향이고 맛도 사과주스 맛입니다. 다만 그리 달지 않고, 시드르 특유의 담백하고 단정한 피니쉬가 좋습니다. 나는 시드르가 더울 때 마시기 참 좋은 주류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시드르라는 게 포도로 만든 와인처럼 맛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좀 마이너하고 주스 등으로 가미가 된 게 주로 팔리는 게 다소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가미된 시드르라도 언제든 유쾌하게 마실 수 있는 주류라 생각합니다.

 

 

 

 

화양 풍정사계 [★★]

 

: 알콜 12%. 화양은 청주시 청원구에서 풍정사계라는 전통주를 빚는 농업회사법인입니다. 생청주(주세법상 약주) , 과하주 , 생탁주 , 상압식 소주 4종류를 빚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중 탁주인 추를 마셔봅니다. 마침 가을이기도 하고요. 생산된 지 한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지난 것을 마십니다.

 

 마개가 돌려따는 플라스틱 마개인데 유감스럽게도 주로의 골목막걸리 프리미엄과 거의 동일한 마개입니다. 역시나 개봉이 좀 어려운데, 그래도 골목막걸리 프리미엄보다는 훨씬 쉽게 개봉되었습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맑은 부분을 마셔봅니다. 누룩 향이 좀 있고, 입에 넣으니 새콤해서 유쾌해집니다. 이후 아주 구수하고 그윽한 느낌의 누룩 향이 올라오는데, 좋은 술이구나. 라고 납득이 됩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탄산은 거의 없습니다. 마셔봤던 탁주 중 최고는 금계당의 바랑이었는데, 이것도 거의 그에 육박할 만큼 맛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침전물과 섞으니 산미가 줄어듭니다. 침전물이 많은 타입이 아닌데, 술 자체가 바디감이나 규모가 상당합니다. 백세주 잔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 잔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래스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에 따라 놓으니 새콤한 아로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입에 닿을 때의 알콜이 살짝 높습니다. 와인 기준에서 이야기하면 알콜이 좀 튀는 타입인건데, 생탁주나 생청주 같은 경우 대체로 병숙성을 오래 진행하지 않고 신선한 풍미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희석한 타입이 아닌 이상 알콜이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시기 부담스럽거나 불쾌할 정도의 알콜은 아닙니다.

 

 한편으로 이 주류의 규모는 이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지간한 언오크드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 데피니션 유니버셜이 살짝 과도하기 쉽다는 걸 감안할 때 화이트 와인 글라스에 비해 유니버셜 글라스는 더 큽니다 이건 탁주로는 정말 좋은 탁주인 겁니다.

 

 누룩 향이 꽤 납니다. 바랑같은 경우 극단적으로 누룩을 적게 사용한 탁주였는데, 그 바랑조차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는 누룩 향이 제법 났습니다. 이 풍정사계 추는 바랑같은 타입도 아니니까 누룩 향이 많이 날 수밖에 없고, 그 누룩 향의 구수함과 그윽함을 활용한 타입의 주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데피니션 유니버셜에서 누룩 향은 비단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결과적으로 이 탁주는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시면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느껴지고 상기하였듯 이 탁주가 가진 바디감에는 데피니션 유니버셜 정도가 어울리긴 합니다만 - , 단점이 과도하게 드러나는 방향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탁주는 청주 잔이 어울린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술을 백세주 잔에 마시는 것도 운치가 없는 것 같아 금칠이 들어간 수공예품 청주 잔을 써보니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 이 술은 맛은 있는데 가격대가 조금 높은 게 단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진짜로 맛있는 술입니다. 값만 비싼 술이 아니에요. 맛만 있는 게 아니라, 이쯤되면 운치도 있다고 해야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술을 보리굴비나 조기찜과 함께해보고 싶습니다.

 

 

 

 

Strongbow Rosè Apple [★☆]

 

: 시드르 브랜드 중 하나인 스트롱보우의 로제 애플 시드르를 마셔봅니다. 알콜 4.5%. Semi-Dry Cider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농축사과주스 함량이 41.6%입니다. 제조국은 벨기에.

 

 로제라고 해서 장미향을 첨가한건가? 라고 생각하고 한 입 마셔보니 그쪽이 아니고요. 이건 굳이 보면 로제와인 향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캔째 그냥 마시다가 색깔이 로제 색일거 같아서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해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잔에 따르니 색깔이 꽤 예쁩니다. 이건 유리잔을 사용해야 하는 시드르네요. 그리고 아로마나 첫맛이 제법 포도로 만든 와인 같습니다. 뒷맛은 명백한 시드르입니다만. 원래 로제와인도 시드르도 좋아하다보니 제법 마음에 드네요. 앞으로도 종종 마시고 싶은데요.

 

 시드르는 기본적으로 포도로 만든 와인수준으로 맛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드르의 장점은 무난함과 뒷맛의 담백함에 있습니다. 시드르의 뒷맛은 어떤 주류보다도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그 깔끔함이 일종의 청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시드르는 맥주의 일종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분류로 보면 시드르는 와인이에요.

 

 

 

 

 

Tsingtao 120 Years Anniversary Limited Edition []

 

: 칭따오 120주년 기념 캔을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마시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세인트 버나두스 잔을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알콜은 4.7% 입니다.

 

 칭따오를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데, 칭따오는 최고의 쌀맥주입니다. 맥주에 쌀을 쓰면 쓴맛이 적고 보리에 비해 좀 가벼운데요. 나는 쌀로 만든 술은 어지간해선 맛있고, 쌀을 쓴 맥주도 맛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쌀로 만든 술이 원래 그렇듯 아시아 음식에 전반적으로 잘 맞고요. 다만 칭따오처럼 맛있는 쌀맥주가 또 있느냐면 저는 마셔본 게 없네요.

 

 

 

 

 

 

La Trappe Quadrupel [★★]

 

: 알콜 10%. 상미기한이 202510월까지로 표기되어있는 것을 202310월에 마셨습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기본적으로 두벨, 트리펠, 쿼드루펠이 있습니다. 각기 2, 3, 4배의 몰트를 사용했다는 뜻이지요. 쿼드루펠이 트라피스트/애비 에일 스타일에서 가장 진하고 도수가 높은 겁니다. 현존 11종의 트라피스트 중 라 트라페의 쿼드루펠을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잔에 따른 후 측정한 첫 서빙 온도는 11.9도였습니다.

 

 아로마부터 진하고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넣으면 중량감과 규모, 볼륨이 상당합니다. 풍미는 꽤나 진하고 풍부합니다. 강하고 달콤하며 알콜 풍미와 몰트 풍미가 느껴집니다. 알콜이 좀 튄다 싶을 정도로 강합니다. 10도짜리 술 치고는 알콜이 정말 세네요.

 

 알콜 풍미 다음으로 강한 건 흑설탕같은 몰티한 달콤함입니다. 다만 그 달콤함은 알콜에서 기인한 풍미 뒤에 숨어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 이 술은 브리딩을 좀 해서 알콜을 날린 후에 더 진가를 드러낼 것 같고, 서빙온도도 레드와인 수준에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내가 구매한 쿼드루펠은 330ml짜리라 뭘 해볼 틈도 없이 다 마셔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같이 구매한 두벨이 더 맛있었는데, 나는 두벨이 더 충분히 숙성된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쿼드루펠이 도수가 더 높으니까 두벨보다 병숙성이 느리고, 더 숙성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쿼드루펠은 충분히 숙성된 이후에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Domaine Hoffmann-Jayer Bourgogne Hautes-Côtes de Beaune (Blanc) 2019 [★★★]

 

: 도멘 호프만 자이에는 과거 자이에 질(Jayer-Gille)로 알려졌던 도멘의 후예입니다. 질 자이에는 전설적인 앙리 자이에(Henry Jayer)의 친척(오촌)으로도 유명했지요.

 

 그런데 질 자이에는 2017, 건강이 악화되었던 것인지 스위스 사람인 앙드레 호프만(André Hoffmann)에게 도멘을 매각한 후 2018년에 타계했습니다. 이후 도멘 자이에 질은 도멘 호프만 자이에로 이름을 바꿔 와인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Alexandre Vernet라는 사람이 와인 제조 팀의 리더라고 합니다.

 

 알콜 14%. 보통 부르고뉴 블랑은 (부르고뉴 알리고떼를 제외하면) 100% 샤르도네로 만듭니다만, 이 오 코트 드 본은 독특하게도 피노 블랑이 30%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샤르도네 70%, 피노 블랑 30%의 구성입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두 품종 다 55년이라고 하며, 병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Les Vallerots라는 리외디에서 재배된 포도라고 합니다.

 

 사용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과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버건디 글라스를 사용해보는 이유는 도멘에서 권장하는 게 의외로 버건디 글라스라서 과연 어울리나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개봉 전부터 보존상태가 살짝 의심스러웠는데, 캡실을 벗겨보니 유감스럽게도 와인이 살짝 끓어넘친 것 같은 흔적이 있습니다. 마개는 천연 코르크입니다. 가장 먼저 데피니션 유니버셜로 마셔봤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1.8도로 약간 높았습니다. 칠링을 더 하면서 첫 잔을 마셔보니 약간의 탄산감이 있습니다. 충분한 앙금 접촉이 있었던 것 같은 풍미. 그리고 한 입 마시자마자 순수한 샤르도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꼭 보존이 심각하게 잘못되어서 끓었다기보다는 병입 이후에도 약간의 발효가 더 진행되어 끓어올라온 면이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스타일이 무척 특이합니다.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상파뉴의 스틸와인 또는 도사쥬를 아직 하지 않은 상파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버건디 글라스에 마시라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에서 이 블랑은 풍부한 과일 및 미네랄 아로마를 느끼게 합니다. 입에 넣어보니 의외로 도멘의 추천대로 - 버건디 글라스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락틱 발효가 된 건지 사과산을 느끼기 어렵고, 질감은 오일리한데 탄산감이 있어서 무겁거나 느끼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레이어와 복합성을 가지고 있고, (어쨌든 레지오날 급이지만) 제법 체급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블랑은 발효단계에서부터 50~70%정도는 350L의 새 배럴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작비를 들여서 작정하고 만든 오크드 샤르도네+피노블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용법은 부르고뉴답게 우아한스타일입니다.

 

 나는 이 와인을 다소 일찍 개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병숙성을 시키면 더 맛있었을 겁니다. 다만 코르크가 살짝 올라온 게 보존상태가 의심스러워서 일찍 개봉했습니다. 나는 이 와인이 몇 년의 병숙성을 더 거치면 근사한 블랑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맛있습니다만, 내가 생각하기엔 4~5년 정도 더 숙성시켰으면 제법 환상적이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부르고뉴 와인을 최고라 느끼고, 최고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르고뉴 와인을 그렇게 자주 마시지도 않고, 부르고뉴 와인만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너무 비싸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의 관심은 더 넓은 범위를 향해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인은 그런 나에게 결국 최고는 부르고뉴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잘 알고 있는 건데요.

 

 조금 열린 상태에서 평가합니다. 이 와인의 아로마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느껴지는 건 부르고뉴 아니랄까봐 미네랄입니다. 쿼츠 원석이 연상되는 아로마가 나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쿼츠 원석에서는 아무 향도 나지 않습니다. 왜 내가 이 아로마를 맡고 쿼츠 원석을 떠올리는지는 나도 모르겠고요. 나는 와인의 미네랄리티 자체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잔을 기울여 입에 넣기 직전 느껴지는 감각은 열대과일 향에 가까운데, 어떤 열대과일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입에 넣으면 바로 특정되는 건 파인애플입니다. 이는 이 와인이 가진, 미세하고 강렬한 탄산이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와인은 명징한 견과류 향기와 오크-코르크향을 남깁니다. 새 오크통에서 발효시킨 와인이다보니 아마도 발효단계부터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견과류 향기는 상파뉴처럼 앙금 접촉에서 기인한 것 같고, 이후 고도주에서 느껴지는 묘한 과일향도 느껴지는데 알콜이 14%나 되는 와인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개봉할 때는 조금 마시고 말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습니다. 이 와인은 너무 맛있는데다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에 계속 마시게 됩니다. 잠시 이 와인으로 커다란 홍합을 찌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러기엔 와인이 너무 비쌉니다.

 

 아펠라시옹 오 코트 드 본에 대한 인상은 이 와인으로 역시나 꽤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본래 오 코트 드 뉘에 대해 좋게 생각해왔는데, 본도 역시나입니다. 분류상 레지오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빌라쥬급에 육박하는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은근슬쩍 가격도 빌라쥬급에 육박하는 게 문제긴 합니다만.

 

 아마 지구온난화는 이 와인에 양면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오 코트 드 뉘와 본은 본래 과히 고지대라 조생종인 피노누아조차 충분히 익는 게 보장이 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오 코트 드 뉘와 본을 어지간한 코트 도르 빌라쥬에 육박하는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더구나 오 코트 드 뉘 및 본은 단일 크뤼라도 레지오날급으로밖에 출시가 안 되지요. 이 블랑도 그렇고.

 

 다만 미미하게나마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그 결과 생겨나는, 아주 잘 익은 포도에서 기인하는 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4% 짜리 이 블랑은 알콜이 살짝이나마 튀긴 합니다. 나야 스피릿이 40도면 물타서 너무 묽다고 내심 불만 가지는 취향이라 14%짜리 와인도 좋게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부르고뉴잖아요. 14%에 알콜이 미미하게라도 튀면 덜 우아해져요. 부르고뉴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이상적인 정도보다는 조금 덜 우아해요. 알콜이 너무 높아서. 그게 맛없는 건 아닌데, 귀족 영애가 너무 들이대면 살짝이나마 당황스러울 수 있지요.

 

 그리고 와인을 좀 남겼다가 며칠 후에 마셔봤는데, 별점을 반 개 정도 더 올릴까 고민했습니다. 역시나 이 와인은 몇 년 더 숙성하고 개봉하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으면 별 네개도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와인이 처음에 가졌던 미세한 기포는 거의 사라져서 그 매력이 감퇴했지만, 며칠동안 진행된 빠른 산화가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어느 정도 드러내줬습니다. 다소 과한 듯했던 알콜은 아마 몇 년 병숙성을 거쳤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더 높은 숙성 포텐셜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열린 상태에서 이 와인은 아마도 피노 블랑이 꽤나 활약해준 것 같은, 커다란 흰 꽃과 같은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모금 한모금이 아주 맛있고, 사라지는 게 아쉬운, 그렇지만 매우 쉽게 넘어가서 계속 마시게 되는 와인입니다.

 

 필터링을 약하게 한 건지 마지막 잔에는 약간의 침전물이 있었습니다. 이 와인의 바닥은 화이트 와인임에도 안쪽으로 좀 들어가 있는데, 아주 마지막 부분은 따르지 않고 버리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미미한 침전물이 섞인 부분도 맛없지는 않네요.

 

 

 

 

 

좋은술 천비향 생주 [★★]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좋은술은 평택시 오성면에 위치해 있으며, 천비향이라는 오양주로 유명합니다. 술을 빚을 때 덧술을 밑술에 한 번 덧치면 이양주라고 하고, 덧술이 두 번 들어가면 삼양주라 하는데요. 천비향은 덧술을 네 번 덧치는 오양주입니다. 오양주는 현재 천비향 외에도 몇 종이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천비향이 가장 유명합니다. 천비향 약주는 2019년에 청와대 식전 만찬주로 선정된 적도 있습니다.

 

 천비향은 생청주(주세법상 약주)약주와 생탁주인 생주’, 상압식 소주인 화주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 중 이번에 생탁주인 생주를 마셔봅니다. 제조된 후 1개월하고도 보름정도 지난 걸 마십니다.

 

 알콜 14%. 침전물을 섞지 않고 일단 위에 뜬 부분부터 한 잔 마시려 하니 누룩향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입에 넣으니 느낌이 상당히 셉니다. 오양주라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농밀한 술입니다.

 

 침전물과 섞어 마셔봐도 느낌이 크게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술에 약간 이물질같은 게 떠다니는데, 보기에는 누룩에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술의 강도가 강한데, 이게 알콜이 튀거나 해서 센 게 아니고... 우롱차가 맛이 강렬하고 무거울 때와 유사한 느낌으로 센데, 철관음이나 대홍포 같은 게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그 느낌이 셉니다. 입에 넣는 순간 묵직한 게 느껴집니다.

 

 풍미 자체가 엄청나게 좋은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살짝 새콤하고 꽤 맛있긴 한데요. 이건 기본적으로 저렴한 술도 아니고, 저렴할 수도 없는 술이고, 이 가격대면 이 정도 맛있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맛이 평범하다는 게 아니고요. 이건 최상급 청주의 탁주 버전입니다. 애초에 최상급 청주(약주)의 탁주 버전은 처음부터 탁주로 만들어 시판하는 것들과는 레벨 자체가 아예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탁주로 만드는 것들은 좀 비싸더라도 적당한 시판용 술이지만, 최상급 청주의 탁주 라인업은 최고급 한국형 미주(米酒)의 보급형 버전이라고 할까요. 태생적으로 티어가 다릅니다.

 

 이 술은 중량감이 본질입니다. 바디감이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싶습니다. 풀바디 같은 걸로 표현할 수 있는 바디감이 아니에요. 고전 타입의 철관음을 몇 배로 농축한 것 같은 그런 바디감입니다. 다만 압각 자체를 크게 자극하는 게 아니라서, 이건 존재감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쏘테른 와인이 연상되는 면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 술은 존재감이 꽤 강한 한식과 함께해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조피볼락(우럭) 튀김이고요.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부세(조기)찜이네요. 사적으로 종종 즐기는 참돔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흰살생선 요리와 함께 마셔보고 싶은 좋은술입니다.

 

 다만 나는 안주없이 술만 마시는 게 습관이고, 이 탁주도 그냥 금방 다 마셔버렸습니다. 꽤 맛있어서 비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이렇게 맛있는 술들이 나오는 우리나라도 꽤 좋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Suntory The Premium Malt’s []

 

: 이번 가을도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함께 합니다. 알콜 5.5%의 이 맥주를 한 번 세인트 버나두스 잔으로 마셔 봤습니다.

 

 유리잔에 따라놓고 보니 굉장히 섬세한 기포가 올라옵니다. 새삼스럽게 느끼는데 꽤나 차분하고 조용한 맥주입니다. 라거임에도 몰티하고 규모가 있는 풍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세인트 버나두스 잔은 이 맥주에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닙니다. 어쨌든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라거라서 별로 안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캔째 다시 마셔보면서 나는 이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홒의 풍미가 꽤 강한 편에 속하는 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프리미엄 몰츠지만 라거로는 무척이나 호피한 라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IPA 계열처럼 홒이 강하지는 않지만, 벨기에나 독일의 에일에 비하면 더 호피합니다.

 

 

 

 

Tsingtao Pure Draft []

 

: 알콜 4.3%.

 

 특이한 맥주입니다. 본래의 칭따오와는 맛이 전혀 다릅니다. 이름을 순수 생맥주라 붙이고 비열처리 맥주라고 파는데, 어차피 대부분의 시중 맥주는 비열처리입니다. 하이트가 처음 나올 때도 비열처리 맥주라고 광고했었지요.

 

 이 맥주의 맛 계열은 뭐라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보면 우리나라 맥주 스타일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맥주는 보통 고도수의 맥주를 만든 후에 인공탄산수를 섞는 형태라 이것과는 또 꽤 달라집니다.

 

 칭따오답게 쌀이 들어가서 다소 가벼운 느낌도 있는데, 일반 칭따오에 비하면 캐릭터가 셉니다. 일반 칭따오를 마시면 마냥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그렇지는 않아요. 묘하게 아사히가 떠오르는 면도 있네요.

 

 

 

 

 

 

Strongbow Gold Apple []

 

: 알콜 4.5%. 로제 애플에 비해 스위트한 타입이라 표기되어 있고, 실제 마셔보면 꽤나 사과 주스에 가까운 맛입니다.

 

 꽤 맛있네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사과주스같지만 사과주스보다 맛있습니다. 얼마든지, 사과 주스처럼 마실 수 있는 시드르라는 생각입니다.

 

 

 

 

 

제주맥주 넷플릭스 제주라거 []

 

: 이 맥주는 페스티벌에서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맛있었고 제주맥주의 다른 맥주들이 대체로 에일이다보니 이것도 에일인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라거더라고요. 조금 제대로 마셔보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알콜 4.5%. 마시자마자 첫느낌부터 이게 라거라고?’ 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전에 마셨을 때 에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적혀있는 문구는 라거인데 입에서는 이게 에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달달한 느낌이라, 레페나 스텔라 아르투아처럼 옥수수를 쓴 맥주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성분을 보면 보리만 쓴 맥주네요.

 

 마셔도 마셔도 에일같습니다. 다만 탄산이 세고 (제주맥주 맥주들은 우리나라 맥주답게 대체로 탄산을 추가로 주입해서 탄산이 셉니다.) 도수가 낮아 묽긴 한데요.

 

 캔째 마시다가 보다 더 제대로 맛보고 싶어서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동원했습니다. 따라보니까 색깔부터 일반적인 라거 색깔이 아닙니다. 거의 헤페바이스 색깔입니다. 색깔 보자마자 생각한 게 에일을 라거라고 적어놓은거 아니야? 였습니다. 맛을 봐도 밀 비율이 낮은 헤페바이스에 탄산수를 조금 탔다고 해도 바로 믿을 정도입니다.

 

 이게 라거라면 떠올릴 수 있는 방식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구운 맥아를 사용하는 방식이요. 그리고 홒은 에일처럼 넣고요. 여하튼 묽은 정도만 라거고, 나머지는 완전히 에일인 맥주입니다. 블라인드로 마셨다면 100% 에일이라고 했을 맥주입니다.

 

 

 

 

 

 

 

 

 

 

 

Grove Mill Sauvignon Blanc 2022 [★☆]

 

: 알콜 12%. 말보로우(Marlborough)의 와이라우(Wairau) 밸리에 위치한, 유명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중 하나인 그로브 밀의 소비뇽 블랑을 마셔봅니다. 평론 점수는 이 2022년의 경우 제임스 서클링(JS) 91, 와인 스펙테이터(WS) 90인 것 같습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이고,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6.7도로 낮았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로마는 일반적인 화이트와인 아로마였고, 입에 넣으니 선명한 시트러스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미네랄 맛도 느껴져서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피니쉬는 길지 않고 복합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신세계 소비뇽 블랑답게 가볍게 마시기 좋은 느낌입니다.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보다는 루아르의 소비뇽 블랑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이런 타입의 소비뇽 블랑은 진짜로 시트러스를 짜넣은 것 같은 풍부한 과실 풍미를 느끼게 합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인데 포도보다는 라임이나 자몽이 떠오르는 게 신기한 점이지요. 온도가 올라가면 구아바나 구즈베리의 향도 조금 나고, 미네랄리티도 더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상큼하고 과일향이 두드러지는 소비뇽 블랑입니다. 입에 넣을 때 약간의 자극성이 있는데, 탄산감이라기보다는 산의 자극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니까 의외로 유()질감이 조금 있습니다. 산도가 꽤 있음에도 그다지 크리스피하지 않은데, 높은 산도에 비해 사과산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비율상?) 어느 정도는 말로락틱 발효를 진행한건가 싶습니다. 그리고 다소의 앙금 접촉 뉘앙스가 있습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견과류와 토스트된 풍미가 살짝 납니다. 저온일 때와 온도가 올라간 이후의 인상이 꽤 달라지는 와인입니다.

 

 단순한 상큼함을 원하신다면 이 와인을 아주 차갑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시트러스향이 아주 강한 와인이 됩니다. 다만 나에게는 온도를 조금 올려 마시는 쪽이 이 와인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온도가 꽤 올라온 상태에서는 신세계다운 잔당감이 좀 느껴집니다. 이런 단맛은 온도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만, 아마 이 와인을 덜 크리스피하게느끼게 만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와인을 얼마 안 드신 분들이 감지할 만한 당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이 와인의 미미한 달콤함이 다소의 매력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달콤한 게 아니라, 드라이한 가운데 일부분이 엣지있게 달콤합니다.

 

 앙금 접촉으로 생겨난 풍미 가운데 미네랄리티가 죽지 않습니다. 미네랄이 두드러지는 와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미네랄이 계속 자기 주장은 합니다.

 

 산도는 이 와인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온도가 올라가도 산도가 있는 이상, 그리고 신선한 시트러스를 짜넣은 것 같은 향이 있는 이상 이 와인은 상큼합니다. 이 와인의 산은 다소의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다고 느껴지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와인으로 판단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지드링킹을 위한 와인이고,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이런 와인을 마실 때마다 진토닉을 대신하기 좋은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나는 진토닉을 만들 때 라임 및 레몬 주스를 잔뜩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와인과 살짝 유사한 타입이 되어버리거든요.

 

 

 

 

 

 

Nine North Wine Company Chasing Lions California Pinot Noir 2019 [★☆]

 

: 알콜 13.5%.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를 오래간만에 마셔봅니다. 마개는 스크류캡입니다. 글라스 비교 겸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버건디, 쇼트즈위젤 비냐 버건디, 조세핀 No. 3를 사용해서 마셔봅니다. 15.3도에서 첫 서빙했습니다.

 

 조세핀 No. 3에서 첫 시음을 시작했습니다. 잘토가 독립해서 만들고 있는 조세핀은 No. 3레드와인 잔으로, 다른 브랜드와 달리 보르도와 부르고뉴 잔이 따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이 잔은 아래쪽이 꽤 와이드해서 공기에 접촉되는 면이 비냐 버건디만큼 넓습니다.

 

 피노 누아답게 딸기향이 나고, 새콤한 향기가 납니다. 입에 넣어보면 피노 누아 특유의 글리세린 느낌과 가벼움이 살아있고, 다소의 오크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산미도 살아있습니다. 응축감은 없다시피 하고, 약간의 잔당감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살짝 수줍어하는, 음성적인 와인입니다. 알콜이 살짝 세고 잔당감도 살짝 있고, 좀 태운 오크통 뉘앙스가 있는 점은 신세계 와인같고, 특히나 이 태운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이 프랑스 부르고뉴와는 다른 개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탄닌은 거의 없습니다. 로제와인과 레드와인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탄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약간의 부케가 형성되어 있는데,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부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쇼트즈위젤 비냐 버건디 글라스에서 이 와인은 보다 피노 누아스러운 개성적인 향을 드러냅니다. 역시나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비냐 버건디로 마실 때는 조세핀 No. 3에 비해 더 단순한 와인으로 느껴집니다. 석회질의 미네랄리티가 있는 건가? 싶고요.

 

 온도가 올라가고 열릴수록 오크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 묽고 여리디여린 피노누아에 구운 오크 뉘앙스가 더해져서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와인은 오크드 샤르도네처럼 오일리하지도 않거든요.

 

 데피니션 버건디 글라스에서, 온도가 올라가고 열린 이 와인은 비교적 진한 과일향을 드러냅니다. 혀에 닿을 때부터 달게 느껴지는데, 온도가 올라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데피니션 글라스에 따른 후 온도 측정을 해보니 19.7도였습니다. 나는 이 와인에 이 정도 온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요소가 분석적이지 않고 잘 융화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후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오크와 과일 뉘앙스가 강해져서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로 느껴졌습니다. 첫인상에서 느꼈던 음성적인 느낌은, 낮은 온도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인 것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소녀가 화장을 짙게 하고 자신감을 얻어서 적극적이 된 것 같은 와인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 오크드 샤르도네의 피노 누아 버전이라 하고 싶네요. 온도가 올라갈수록 아로마부터 오크 바닐라 향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이후 좀 더 테스트를 해보니 온도가 꽤 낮은 상태에서 가볍게 마시기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판단입니다. 온도가 올라간 상태에서도 가볍게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피노 누아라고 많은 것을 바라지만 않으면 됩니다. 피노 누아 품종의 가벼움과 낮은 탄닌은, 이 와인의 경우 오크의 바닐라스러움을 최대한 살려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르고뉴처럼 진지하게 접근하기엔 부적합하지만,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칠링해서 즐겁게 맥주나 시드르처럼 마시기에는 괜찮은 와인입니다.

 

 

 

 

Carlsberg Brooklin Pilsner Crisp Lager []

 

: 알콜 4.6%. 생산된지 좀 된 걸 여러 캔 입수했습니다. 신선한 상태는 아니라도 보관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봉해 마셔보니 홒향이 꽤 강한 라거입니다. ‘Crisp’ 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홒향이 강한 걸 그리 표현하는 기분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보다도 홒향이 강하고, 이게 라거가 맞나 싶은 제주맥주의 넷플릭스 라거가 생각날 정도의 호피함입니다. IPA의 라거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IBU가 높은 IPA를 마시면 향은 좋지만 즐겁게 마시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건 그래도 라거라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도 점성이 높습니다. 라거 특유의 청량함을 기대하고 마실 만한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IPA의 라거 버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분을 보면 순수한 보리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호피함과 높은 점성 이면에 달콤함이 있는데, 보리만 사용한 라거가 이렇게 달콤한 건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맛이 달콤하다기보다는 향이 달콤한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Font Salem Let’s Fresh Today []

 

: 알콜 4.5%. 제조국은 스페인이고, 신세계에서 수입한 맥주 계열의 발포주입니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로 취급되는데,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라 그렇습니다.

 

 이 발포주의 맛은 맥주지만 일반적인 맥주하고는 조금 다른데, 내가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원래 무알콜 맥주도 맛있게 잘 마시거든요. 무알콜 맥주에 비하면 훨씬 맥주같습니다.

 

 

 

 

 

 

화양 풍정사계 [★★☆]

 

: 풍정사계 를 구매할 때 생청주인(주세법상 약주) 도 같이 구매했었습니다. 어느 날 보유한 주류들의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다가 이 풍정사계의 명시 유통기한이 2달밖에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틀 지났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잘 만든 생주의 경우 유통기한과 무관하게 낮은 온도에서 보다 장기숙성을 한 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만, 나는 바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알콜 15%. 본래 찻잔으로 나온, 입수 후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던 조금 크기가 있는 수공 청자잔에 마셔봅니다. 가 그러하였듯 개봉에 힘이 좀 들어갔습니다.

 

 잔에 따라 향을 맡으니 청주 특유의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입에 넣으니 순정하게 맑고 아름답습니다. 역시 탁주()와는 또 다른 레벨을 보여줍니다. 아마 이 술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술 중 최고 수준에 이른 하나일 겁니다. 실제 수상 이력 등도 화려해서 2017년 우리술 품평회 약주ㆍ청주 부분 대상, 2021년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고요. 2017년 한미정상회담 청와대 만찬주, 2019년 한-벨기에 정상회담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이 술은 꽤 전통적인느낌을 줍니다. 봄꽃이 떠오르는 아름다움 이면에 전통 누룩에서 기인한 것 같은 잡스러움이 있습니다. 단정하고 세련되기보다는 풋풋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예쁜 술입니다. 자신을 꾸밀 수 있게 된 20대보다는 피부트러블도 생기고 꾸밀 줄도 모르는, 그렇지만 예쁜 10대 소녀를 연상시키는 그런 술입니다.

 

 중량감은 없지만 점도가 제법 있고, 다소의 거친 느낌도 남아있지만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순합니다. 준마이다이긴죠 같은 것과는 만들어진 방향이 아예 다릅니다. 좋은 면만 보여주려는 준마이다이긴죠와는 달리, 쌀과 누룩으로 만든 술의 모든 면을 보여주려는 느낌입니다.

 

 부드럽기 때문에 도수가 센 느낌이 입에는 별로 없는데, 마시다보면 취기가 강하게 올라옵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취하는 술이라, 어지간하면 1병을 2인 이상이 나눠 마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이건 술이 사람을 마시는 그런 술입니다. 여러 말이 필요없고, 일단 마시기 위한 술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이트진로 Kelly [-]

 

: 가을에 들어서도 켈리를 마십니다. 유리병에 든 켈리는 나름대로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한 번 PET 병에 담긴 것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병입 후 시간이 다소 지난 것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알콜 4.5%. 마침 얼마 전에 메종 루이 자도(Louis Jadot) 브랜드의 (아마도 증정용으로 만든) 버건디 글라스가 하나 생겼는데, 진짜 부르고뉴를 마시기에는 좀 부족한 퀄리티로 보이지만 맥주 등을 마시기엔 어떨까 싶어 이 켈리를 그것에 마셔보기로 하였습니다.

 

 PET 병에 담겨 한동안 보관된 이 켈리는 유감스럽게도 다소의 풍미와 탄산을 손실하였습니다. 캔에 담긴 것에 비해도 상당히 품질 손실이 심합니다. 그것이 부르고뉴 글라스에 마시니까 꽤 티가 많이 납니다. 이런 건 제대로 맛을 보면 안 됩니다. 부르고뉴 글라스에 마시면 맛이 너무 잘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글라스를 사용하는 건 바로 포기. (마셔보고 깨달은 건데, 트라피스트 에일 수준이 아닌 이상 부르고뉴 글라스에 맥주를 마시는 건 맥주한테 너무 가혹한 행위였습니다.)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잔을 찾다가 찬장 속에서 뚜껑 없는 텀블러처럼 생긴, 300cc짜리 시드르 서머스비(Somersby) 유리잔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바꿨습니다.

 

 서머스비 잔에서 이 켈리는 좀 더 마시기 편했습니다. 열화된 풍미의 부정적인 부분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고, 단순하고 별 맛이 없지만 이 상태에서는 그게 낫네요.

 

 

 

 

 

Stella Artois [★☆]

 

: 알콜 5%. 스텔라 아르투아를 오래간만에 마시는데, 그 사이 꽤 다른 맥주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원재료에 옥수수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일반 보리 맥주가 되었고요. 내가 이번에 마시는 캔은 오비맥주에서 국내 생산한 것입니다.

 

 일단 캔째 마셔봅니다. 무척 맛있습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필스너 우르켈처럼 노블 홒 중 하나인 자츠 홒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필스너 우르켈처럼 쓰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균형감과 풍미 모두가 좋네요.

 

 옥수수를 사용하던 기존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좀 더 개성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현재의 이것은 그냥 그저 맛있는, 그것도 라거로는 최고 레벨로 맛있는 라거입니다.

 

 오비에서 만든 게 유럽에서 만든 것과 살짝 다르긴 한 것 같고, 원재료에도 이산화탄소가 표기되어있는 게 탄산을 약간 강화한 것 같은데요. 나쁘지 않습니다. 결과물이 맛있네요.

 

 

 

 

 

Tempt 1 Pêche [-]

 

: 알콜 4.0%. 시드르에 복숭아주스를 포함해 이것저것 들어간 시드르입니다. 나에게 템트는 약 10년 전에 즐겨 마시던 시드르 브랜드인데, 그 때 잠시 살았던 동네에서 템트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눈에 띠어 오래간만에 구매해보게 되었습니다.

 

 캔째 마시는데 첫맛은 거의 시드르라기보다는 복숭아 주스를 잔뜩 넣은 일종의 칵테일입니다. 끝맛에서 기주가 시드르라는 걸 알 수 있긴 한데, 복숭아 풍미가 워낙 강합니다. 마시면 취하는 주스나 다름없네요.

 

 

 

 

 

오비맥주 OMG OB MUlTI GRAIN [-]

 

: 알콜 4.5%. OMG는 현미, 보리, 호밀 등을 사용한 상급 발포주라고 합니다.

 

한 입 마시면 맥주와는 명백하게 다른 풍미입니다. 뻥튀기나 죠리퐁 같은 곡물 과자의 향이 납니다. 일종의 곡물 음료수 같은데 알콜을 가지고 있습니다.

 

 

 

 

 

 

Tiger Lager Beer []

 

: 알콜 5%. 타이거는 하이네켄이 만드는 싱가포르 맥주인데, 내가 이번에 마시는 캔은 원산지가 네덜란드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경향은 본래의 하이네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쓴맛이 있는 타입이라 느낍니다. 차갑게,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라거. 아시아의 더운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맥주입니다.

 

 

 

 

Asahi Super ‘Dry’ ヅョッキ[]

 

: 여름에 이어 꽤 많이 사뒀던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을 마십니다. 한동안 일상적으로 마셔도 될 만큼 사뒀는데, 마실 것도 많고 매일 술을 마시면서 살 수도 없다 보니 앞으로도 당분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마셔도 정말 놀라울 만큼 아무 맛도 없습니다. 이 무미에 가까운 게 아사히의 핵심이겠지요. 별 맛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과 마셔도 딱히 안 어울리지 않고, 그냥 탄산수 대신 마셔도 됩니다.

 

 

 

 

 

Carlsberg Brooklyn Pilsner Crisp Lager []

 

: 알콜 4.6%. 생산된지 좀 된 걸 여러 캔 입수했습니다. 신선한 상태는 아니라도 보관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봉해 마셔보니 홒향이 꽤 강한 라거입니다. ‘Crisp’ 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홒향이 강한 걸 그리 표현하는 기분입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보다도 홒향이 강하고, 이게 라거가 맞나 싶은 제주맥주의 넷플릭스 라거가 생각날 정도의 호피함입니다. IPA의 라거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IBU가 높은 IPA를 마시면 향은 좋지만 즐겁게 마시기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건 그래도 라거라서 마시기 편하고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도 점성이 높습니다. 라거 특유의 청량함을 기대하고 마실 만한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IPA의 라거 버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분을 보면 순수한 보리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호피함과 높은 점성 이면에 달콤함이 있는데, 보리만 사용한 라거가 이렇게 달콤한 건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맛이 달콤하다기보다는 향이 달콤한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후 다시 마셔봐도 맛이 풍부하고 맛있는 맥주입니다. 다만 역시나 라거같지는 않습니다. 라거와 에일의 중간적인 맥주... 라기보다도 에일에 가깝고, 넷플릭스 라거와 유사한 포지션이라 생각합니다.

 

 

 

 

 

 

Edelweiss Premium Wheat Beer []

 

: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들던 밀맥주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 하이네켄이 에델바이스를 인수했고, 네덜란드에서 맥주를 만들게 되었으며 제조법도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알콜 4.9%. 라 트라페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바이스비어치고는 색이 꽤 맑습니다. 본래 헤페바이스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이랬었나 싶습니다. 이 맥주는 성분을 보면 허브향과 시트러스향이 추가로 들어갔는데, 그래서인지 밀맥주치고는 좀 IPA 같은 아로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변화는 하이네켄 인수 이후에 일어났다고 압니다.

 

 입에 넣으면 역시나 밀맥주다운 풍미가 있는데, 동시에 순수한 맥주의 풍미도 아닙니다. 성분에 사과추출물도 들어가 있는데, 덕분에 좀 묘한 느낌의 밀맥주라고 느낍니다. 호가든이나 위트 에일처럼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에일의 느낌인데, 스파이스를 사용한 호가든에 비하면 이건 좀 더 허브 느낌이 강한 쪽이라 느낍니다.

 

 

 

 

 

하이트진로  폭탄맥주 [★]

 

: 알콜 6%. 지난 여름에 이어 가지고 있는게 좀 더 있어 가을에도 마십니다.

 

 역시나 맛은 하이트 라거 맛인데, 알콜이 좀 더 셉니다. 예전 카스레드가 생각나는 맛이고, 라거를 조금 천천히 마시는 걸 좋아한다면 즐길 만 합니다.

 

 여러 번 마시면서 나는 내가 이 맥주를 나름 마음에 들어한다고 깨달았는데, 도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Arion Moscato d’Asti 2022 [★☆]

 

: 알콜 5%.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로 마셔봅니다.

 

 마개는 프리잔떼답게 아래쪽이 넓은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는데, 원래 모스카토 다스티가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하기 어렵긴 하지만, 이 와인은 병 입구가 평평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얇아지는 타입이라 더 힘들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이 와인은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하시길 권장합니다. 나는 이 와인을 개봉하면서 저렴한 소믈리에 나이프 하나를 망가뜨렸습니다.

 

 모스카토 프리잔떼(약발포성)는 와인계의 사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 같은 와인의 대표격이지요. 그 중에서도 모스카토 다스티는 모스카토(=머스캣=모스카텔)로 만드는 프리잔떼 중 최고의 규격입니다. 대중적으로 매우(특히 여성들에게) 선호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은 매우 맛있습니다. 맛있는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특히 모스카토 특유의 머스캣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산도도 괜찮고요. 피니쉬가 긴 건 아니지만 뒷맛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역시나 매우 맛있는 포도 주스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알콜이 조금 섞인. 다만 별로 와인같지는 않아요.

 

 

 

 

 

 

Mazzei, Castello di Fonterutoli Ser Lapo Chianti Classico Riserva 2019 [★★]

 

: 산지오베제나 몬테풀치아노 와인이 마시고 싶어져서 조금 이른 것 같지만 개봉했습니다. 알콜 14%. 마개는 꽤 부드러운 느낌의 천연 코르크입니다.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측정 10.3도로 상당히 차가웠고, 조세핀 No. 3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마쩨이는 1435년에 시작된, 굉장히 오래 된 와이너리입니다. 이 비노(와인)의 이름인 Ser Lapo는 처음 키안티 비노를 문서로 기록한 (1398) 마쩨이 가문의 선조 이름입니다. 세르 라포 마쩨이의 손녀, 마돈나 스메랄라 마쩨이의 대에 마쩨이 와이너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르 라포는 90% 산지오베제, 10% 메를로를 사용했으며 2019년산의 평론가 점수는 제임스 서클링(JS) 94, 와인 스펙테이터(WS) 93, 와인 아드보케이트(WA=RP) 92, 팔스타프(Falstaff) 92입니다.

 

 개봉 후 따르면서 입구에 남은 한 방울을 입에 넣어보니 역시나 좀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라스에서 느껴지는 아로마는 고혹적이며 과실 향이 잘 살아있습니다. 입에 넣으면 너무 어린 걸 땄다는 생각이 바로 듭니다. 최소한 10년은 더 숙성시킬 수 있었던 와인입니다. 혀를 무두질하는 것 같은 뻑뻑한 탄닌이 느껴집니다. 탄닌 컨트롤이 안 된 와인은 아니라서 떫은 느낌을 무시하면 마시기 힘들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모습을 어느 정도나 엿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단 탄닌 뒤로 이 세르 라포는 강렬한 붉은 과일향과 계속 마시게 되는 유쾌한 산도, 그리고 장기적인 프랑스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바닐라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혀를 무두질하고 조이는 듯한 탄닌만 아니면 맛있는와인에 속합니다. 아주 맛있다는 감각이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와인이라, 일단 계속 마시게 되는 타입입니다. 복합성이 있거나 우아한 타입은 아닙니다. 강렬하고 맛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와인의 진가를 알 기회가 없었습니다. 금방 꽤나 마셔버리게 되었거든요. 겨우 조금 알게 된 건 이 와인이 풍부한 동물계 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마 숙성이 다 되고 나면 무척 섹시한 와인이 될 겁니다. 그런데 성숙하기 전에, 아직 어린 소녀일 때 마셔버리게 되었어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와인을 마시다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와인의 30% 정도는 개봉 후 일주일 정도 지나 마셨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 와인은 본래의 포텐셜을 꽤 잃어버리긴 했지만, 뻑뻑하던 탄닌이 나름 부드러워져 어느 정도 마시기 편하게 되었습니다. 시음적기에 이 와인을 개봉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탄닌이 좀 풀어졌다고 해도 풍미와 구조에는 아직 미숙함이 많이 있어 브리딩으로 진짜 숙성을 흉내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좀 마시다보니 혀를 무두질하는 감각이 올라옵니다. 제우스의 피, 산지오베제는 역시 꽤나 강건하다는 생각입니다.

 

 

 

 

 

 

 

Somersby Apple Sparkling Cider []

 

: 서머스비는 칼스버그에서 만드는 시드르 브랜드입니다. 이 서머스비 애플 스파클링 시드르는 사과 주스 + 시드르이며 알콜은 4.5%입니다. 전용잔에 마셔봅니다.

 

 맛은 사과주스 느낌이 강합니다. 시드르 특유의 깔끔한 느낌이 없는 건 아닌데, 맛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사과주스로 구성되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과 주스 같은 느낌으로 맛있게 마셨습니다.

 

 

 

 

 

 

 

Taittinger Prélude Brut Grands Crus (N/V) [★★★★]

 

: 떼땅져 프렐뤼드는 떼땅져의 그랑 크뤼 퀴베 N/V(nonvintage) 상파뉴입니다. 동사의 밀레짐 상파뉴와 거의 동급으로 취급되며, nonvintage 상파뉴로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입니다. 2000년에 처음 출시되었는데, 본래는 밀레니엄 기념 한정판으로(그래서 이름이 프렐뤼드=전주곡) 매그넘만 한 번 출시하고 말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너무 잘 만드는 바람에 정규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알콜 12.5%. 세파쥬는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입니다. nonvintage라 병입일을 알 수 없습니다만, 이번에 마시는 이 병은 출고 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와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해 마셔보기로 하고 마시기 시작합니다.

 

 일단 퍼포먼스에 따라놓으니 아로마가 근사하고 매력적입니다. 입에 넣으니 상파뉴답게 앙금 접촉이 많이 된 느낌입니다. 버블은 상당히 센 편. 샤르도네가 50% 들어갔는데도 강렬한 상파뉴입니다. 그리고 무척 맛있습니다. 버블이 세도 너무 세서 일단 따자 마자 마시려니 탄산 때문에 풍미가 좀 가려지는 느낌이 있는데, 탄산이 좀 날아가고 나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건 샴페인 글라스나 플루트 글라스가 안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에서 이 상파뉴는 보다 선명한 느낌입니다만, 여전히 너무나도 강하고 많은 버블이 맛을 가리고 있습니다. 참 맛있는데 버블이 너무 강하고 많아서 맛을 보기 힘든 것도 신기한 경험입니다. 버블보블버블보블 합니다.

 

 결국 슈피겔라우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로 마셔보기로 결정. 이런 상파뉴 때문에 이 시대에도 쿠페 글라스도 쓰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잔 중 쿠페 글라스에 가까운 건 라 트라페 전용잔과 세인트 버나두스 전용잔 뿐이고, 그것들은 이 떼땅져 프렐뤼드를 마시기 적합한 정도의 퀄리티가 아닙니다. 그래서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데피니션 유니버셜 글라스에서 이 와인이 다소의 환원취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니버셜 글라스에서 환원취는 단시간에 날아갔고, 이내 풍부한 과일 아로마를 풍깁니다. 그리고 이제야 진가를 드러내네요.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네랄리티. 경이적인 피네스. 충분한 앙금 접촉과 숙성에서 기인한 팔렡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리기 전에는 복합성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가 섞여있어서 그럴까요. 양립된 순수함이 완성된 균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복합성과 야성을 드러냅니다.

 

 이산화탄소의 베일을 벗은 이 상파뉴는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특히나 이런 미네랄리티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걸까 싶을 정도입니다. 열리기 전에는 단정했는데, 열리고 나서는 자갈 같은 미네랄리티에 더해 깊은 복합성을 느끼게 합니다.

 

 한편으로 이 상파뉴는 부정적인 향들을 품고 있습니다. 환원취, 과숙된 포도의 향, 퇴비와 같은 냄새 같은게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갑니다. 그러나 그런 향들이 결과적으로는 복합성과 생동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세계 와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요.

 

 이 상파뉴를 표현하자면 제우스와 헤라의 대리석상이 있는, 자갈이 깔린 정원에서 아몬드를 얹은 빵과 생포도를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역시나 부르고뉴와 상파뉴는 가산을 탕진하게 만듭니다.

 

 

 

 

 

롯데주류 백화 월화정인 []

 

: 백화 월하정인은 롯데주류에서 202210월에 출시한 청주입니다. 라벨에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이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청하의 상급 청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청하와는 달리 주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구연산,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은 들어갑니다. 백화수복과는 다른 술입니다.

 

 알콜 14%. 마셔보면 볼륨감이 조금 있는 타입입니다. 맛 계열은 롯데주류 청주가 어느 정도 유사한 것 같은데, 상급품인 설화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긴 하지만 가격 이상으로 품질차가 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건 좀 맛이 잡스럽고 향기가 부족해요. 문제는 설화는 이제 단종인지 구할 수 없다는 거네요.

 

 제대로 된 청주는 물론이고 리즈너블한 화랑에 비해도 좀 그저 그렇지 않나 싶지만, 이건 풍미 계열이 사케에 가까워서 데워마시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미 차게 마시고 있다는 거고요. 언제 데워먹는 걸 시도해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이트진로 Terra []

 

: 테라 일반 버전 PET를 마셔봅니다. 알콜 4.6%.

 

 테라는 켈리나 테라 한정판 싱글몰트와 달리 전분이 좀 들어갑니다. 그래서 살짝 가벼운데, 제법 좋은 홒을 사용해서 그런지 향이 좋고 잘 어울립니다. 맥스에 비하면 더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나는 테라가 켈리보다 맛있습니다.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너무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하이트진로 Terra Special Editon Single Malt from Tasmania 2023 []

 

: 하이트진로의 2023년 테라 한정판을 넉넉히 구매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실 생각입니다. 2023 테라 한정판은 올 몰트 비어로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의 몰트와 홒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용한 홒의 품종은 엘라(Ella)라고 하는데, 내가 익히 아는 품종은 아닙니다. 싱글 몰트라는 표현은 싱글 몰트 스카치의 인기를 빌려온 것 같습니다.

 

 알콜 4.6%. 일단 캔째 마셔봅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버블이 상당히 부드럽고 점도가 높습니다. 높은 점도 때문에 IPA나 브루클린 필스너가 떠오릅니다. 다만 홒 풍미가 브루클린처럼 강하지는 않습니다.

 

 첫인상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째 바다거품같은 거품 잔뜩에 점도만 높은 느낌이었거든요. 이정도면 맥스 한정판은 물론이고 초창기 맥스 프라임 일반판만도 못한거 아닌가 싶은데요. 제조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날이 추워진 이후에 유통된 맥주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납득이 잘 안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맛이 살아나는데, 포인트가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첫 서빙 온도가 매우 낮았는데, 이건 그렇게 마시면 안 되는 맥주 같습니다.

 

 그래서 라 트라펠 전용잔에 마시기로 했는데, 전에 이 잔에 라 트라페 쿼트라펠을 마시고 제대로 세척을 안 해뒀더니 쿼트라펠의 달달한 초콜렛 같은 향이 살짝 배어있는 상태가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나쁜 향은 아니기도 하고요.

 

 라 트라펠 전용잔에서 이 맥주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캔째 마시지 않는 게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이후 향이 두드러지지 않는 서머스비 전용잔에 마셨더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맛을 상세히 보려고 할 때 좋은 레벨은 아니고, 가볍게 마시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Indigo Eyes Chardonnay California 2020 [★☆]

 

: 인디고 아이즈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입니다. 다양한 품종의 리즈너블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중 2020년 샤르도네(미국식 발음으로는 샤도네이)를 마셔봅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는 병 내 6.9도였습니다. 마개는 길이가 짧은 테크니컬 코르크인데, 코르크에 아무런 인쇄도 없습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셨습니다.

 

 마시자마자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트 와인다운 산도와 신선함이 살아있는 선에서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바닐라, 시럽, 크림, 분유 같은 느낌이 꽤 있습니다. 맛 자체도 살짝 달달한 것 같은게 잔당감이 있다고 봐야겠고요. 오키드한 쓴맛도 살짝 가지고 있습니다. 온도가 워낙 낮은 영향도 있겠지만 미네랄리티나 복합성이 별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 정도만 되어도 꽤 맛있습니다. 어지간히 무능한 생산자가 아니고서는 샤르도네로 맛없는 와인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맛없는 샤르도네를 딱 한 번밖에 못 마셔봤습니다.)

 

 이렇게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달콤한 뉘앙스를 가진 미국식 오크드 샤르도네는 언제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그렇듯, 캘리포니아의 샤도네이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부르고뉴를 지향하지 않아요. 와인도 술일 뿐인데 부어라 마셔라 즐겨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느낌의 샤르도네를 만듭니다. 특히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는 더더욱 그런 느낌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예외적인 것도 나오긴 합니다.) 여담인데 마시기엔 언제나 적합하지만 요리에 쓰기엔 난이도가 높은 타입입니다. 요리용으로는 쓰기 매우 힘들어요.

 

 마시다보니 조금 열리면서 다소의 미네랄리티가 드러납니다. 입에 넣으면 순간 맑은 시냇물을 마시는 것 같은 청명함이 있다가, 이내 곧 분유-바닐라-오크 계열의 맛이 지배합니다. 역시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화장을 짙게 한 여자 같은 느낌이에요. 함께 파티를 즐기기에 즐거운. 실제 스탠딩 파티에서도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는 상파뉴 못지 않게 날아다닙니다.

 

 이후 열리면서 부케가르니 같은 허브 및 스파이스 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린페퍼, 세이지나 타라곤 같은.

 

 별점 결정은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감성적으로는 별 반 개 올리고 싶은데 이성적으로는 아니네요. 어쩔 수 없이 샤르도네는 나의 최애이자 진리입니다.

 

 

 

 

 

Pilsner Urquell [★☆]

 

: 이번 가을에도 필스너 우르켈을 마십니다. 알콜 4.4%. 언제 마셔도 고상한 맥주입니다. 좀 쓰긴 하지만. 실망시키지 않네요.

 

 

 

 

 

264청포도와인 절정 Medium Dry 2021 [★★]

 

: 264청포도와인은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의 고향인 안동시 도산면의 와이너리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하고, 청포도인 청수 품종으로 양조를 하고 있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의 그 곳에서 키운 청포도로 와인을 빚는 곳이지요. 안동시에서 지역특화사업으로 조성한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에 사용된 청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와인 양조용 품종으로,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품종입니다. 본래는 식용 포도로 육종했는데 맛이나 향은 좋았지만 수확기가 되면 알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실패한 품종으로 인식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조용으로 써보니까 좋아서 양조용 품종으로 보급에 성공했습니다.

 

 264청포도와인은 현재 이육사의 시 제목에서 따온 광야’, ‘절정’, ‘세 종류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광야는 Dry, 절정은 Medium Dry, 꽃은 Sweet라고 합니다. 그 중 이번에는 2021년산 절정을 마셔봅니다. 병에는 절정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부분이 적혀 있습니다.

 

 수상 경력이 꽤 있는 와인입니다. 2019 한국와인대상 실버상, 2020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1 한국와인베스트트로피 골드상, 2021 대한민국주류대상 우리술(한국와인 부문) 대상, 2021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1 아시아와인트로피 실버상, 2022 대한민국주류대상 우리술(한국와인 부문) 대상, 2022 베를린와인트로피 골드상, 2022 아시아와인트로피 골드상, 2022 한국와인대상 골드상, 2023 한국와인베스트트로피 그랑골드상 을 수상했습니다.

 

 알콜 13.5% 첫 서빙 온도 병 내 6.5.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코르크에 남은 흔적을 볼 때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와인에 대한 이해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있을 정도로 대미지 입지는 않았고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십니다.

 

 이 와인은 유감스럽게도 보당이 좀 된 와인인데, 성분 중 포도가 92%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아마 보당 없이 양조했으면 과거의 카비넷처럼 도수가 좀 더 낮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대체로 보당이 된 게 많은데, 유감스럽지만 이해는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도 그렇고, 우리나라 기후도 포도 키우기엔 진짜 안 좋거든요.

 

 굉장히 달달한 아로마. 먹어본 적 없는 품종의 생포도나 포도향 풍선껌같은 향. (이 와인에는 폭시-foxy-하다고 표현하는 향이 있는데, 와인 평가할 때는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향입니다.) 입에 넣어보니 일단 응축감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네요. 일단 와인으로는 좋은 평을 주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하게 맛있습니다. 살짝 달달한 걸 맛있게 느끼는 건가 의심하면서도, 그러기에는 이 술이 (저온에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단맛을 가진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향보다는 맛이 좋은 와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온도가 좀 올라가고 나니까 나름대로 미미한 달콤함을 가진 와인이긴 합니다.)

 

 설탕을 넣은 영향인지 다른 무언가가 영향인지 알콜 성분이 꽤나 자극성이 있습니다. 목 상태가 완전히 정상은 아닌 상태에서 마셨는데, 마실 때 목에 꽤 자극이 느껴집니다. 맛이 새콤하지는 않은데 산은 꽤 있고, 그렇다고 산도가 앞서지는 않네요.

 

 과일과일한 정도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같은데, 그 과일 뉘앙스가 굉장히 포도스럽습니다. 풍미가 좀 다르긴 하지만 샤인머스캣이나 어텀크리스피같은 식용 청포도를 액체화시켜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좀 듭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달지는 않고요.

 

 생각보다 떼루아 느낌이 제법 있습니다. 응축감은 미국 저렴이 메를로보다 더 나쁜데 맛은 묘하게 좋다보니 진짜 이건 본투더 작업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팝핑캔디마냥 튀는 알콜이 꽤 자극성이 있는데도 잘 넘어가는 편이고, 우리나라 사람 입맛을 고려할 때 어지간해서는 이 와인 맛있다고 할 것 같네요.

 

 마시면서 조금씩 깨닫는데 이거 아주 미세한 탄산이 좀 있습니다. 버블 크기가 작아도 너무 나노스럽게 작아서 감지하기 힘든데, 그 강도는 약하지 않습니다. 눈으로는 전혀 안보이는데 제법 있어서... 디캔팅해서 최대한 날려버리면 팔렡이 좀 변할 것도 같은데 디캔터 쓰기 번거로워서 포기. 온도가 올라오면서 미네랄리티가 조금씩 올라오는데 괜찮네요. 우리나라 기반암이 화강암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거 서빙 온도가 좀 높아야 해요. 10도 이상 추천. 그리고 디캔팅 추천입니다. 병숙성 잠재력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일단 병입 후 너무 오래되기 전에 마셔야 할 타입으로 추정합니다.

 

 열린 후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묵직해지면서 미네랄 느낌이 강해집니다. 열리기 전에는 액체화시킨 식용 포도를 입에 넣는 느낌이었는데요. 열리고 나니까 액체로 만든 화강암을 입에 넣는 기분입니다. 이건 비유하자면 석가여래상주설법탑... 통칭 석가탑입니다. 다만 그 위에 진흙을 한 겹 덮은.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변해서 생각해보니까 탄산이 문제였습니다. 탄산 날아가고 나니까(+온도가 올라가니까) 진가를 한순간에 보여줍니다.

 

 와인 자체의 포텐셜 감안 레벨은 (의외로) 별 두개 반입니다. 열리고 난 후 드러난 미네랄리티의 퀄리티가 기대보다 너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거 잠재 레벨에 비해 완성도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이 와인이 가진 폭시한 아로마는 전통주 애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테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다수가 고개를 가로저을 겁니다. (나는 와인 애호가 기준으로는 폭시함을 그리 싫어하는 편이 아니긴 할 겁니다.) 그래서 별 한개반에 가까운 두개로 평가하겠습니다. 아마 이 와이너리는 앞으로 점점 좋아질테지만, 지금은 아직 포텐셜이 다 발휘된 상태가 아닐 겁니다. 이번에 마신 바틀 병숙성 시킨다고 확 좋아진다는 게 아니고요. 264청포도와인에서 앞으로 점점 더 좋은 와인을 만들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일단 열심히 만든 건 알겠습니다. 이런 잠재 레벨은 무성의한 와인에서는 나올 수 없지요. 보당 안하면 더 좋을 거 같고요. 청수 자체도 아직 완성된 품종에서는 거리가 먼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감히 말하건데 이 와인은 이육사의 이름을 사용하는데 적어도 부끄러운 와인은 아닙니다. 강철로 된 무지개의 편린 정도는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다만 추천은 시음온도 11도 이상, 디캔팅, 그리고 부르고뉴 글라스입니다. 조건을 갖춘다면, 마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