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흡연자에 의한 각종 피해가 없다면, 내 삶은 지금보다 10~20%는 더 행복해질 것 같다. 장기적으로 나는 각종 원하지 않는 간접흡연에서 최대한 벗어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내가 간접흡연에서 거의 완벽하게 벗어난다 해도, 흡연자들에 의한 내 피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가족이나 이웃들이 간접흡연에 피해를 입으면서 건강을 잃을 테고, 나는 흡연자들 때문에 결국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는 막대한 이권을 쥐고 있는 사업이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서 담배는 그 효능은 미약하고 그다지 좋은 감각을 불러오지 않는 편이지만, 그 중독성이나 폐해는 심각하다. 특히 다른 항정신성의약품에 비해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빠르고도 강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이권과 중독자들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담배는 너무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흡연자는 자신의 의지로는 담배를 끊을 수 없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금연에 여러 번 실패했다면, 당신의 의지력은 지극히 정상 범주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보편적인 인식과는 달리, 의지로 담배를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냥 스스로의 의지로 금연을 시도했을 경우, 6개월 금연 성공률은 겨우 3~5% 정도다. 이 정도면 그냥 못 끊는다고 봐도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향정신성의약품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편이지만, (나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독성이 너무 강하고 부작용이 심한 약물은 규제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약물 규제는 그 정도가 아니다.) 담배는 유달리 타인에게 피해를 광범위하고도 크게 끼치는 일종의 환경 오염원인데다, 이권에 의해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 있기에 이 사회가 얼른 담배를 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본다.


 흡연자는 아무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줄이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흡연은 무조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친다. 그나마 개념흡연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잘 안보이고, 적잖은 흡연자는 타인에게 매우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흡연이 다른 공기 오염원에 비해 차별화된 피해를 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에 의해서이다.


1) 담배 연기는 그 강력한 독성에 비해 너무나도 규제가 적고, 흡연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동하면서 담배를 피워댄다.

2) 담배 연기에 섞인 타르는 아무 데나 그대로 달라붙고, 잘 떨어지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독을 내뿜는다. 방사성 물질보다 해는 더 큰데, 흡착까지 잘 된다.

3) 담배는 연기뿐만 아니라 불꽃과 담뱃재를 동반한다. 담뱃불은 산불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이며, 보행 흡연자에 의한 불꽃, 재 피해도 많다. 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날엔 당연히 위험하지만,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그런 건 결코 고려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자동차 매연 등은 이미 디젤차의 경우 매연 저감 장치가 의무적으로 부착되어있고, 현재 발생하는 매연은 분진을 만들 뿐 그것이 담배 연기 같은 흡착성을 가지지도 않고, 그만큼의 악취를 만들지도 않는다. 독성 자체도 큰 차이가 있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보다 니코틴은 훨씬 강력한 맹독이다. 사석에서 이야기할 때 나는 ‘우리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독은 담배’ 라고 이야기한다. 농담이 아니고, 담배 한 갑엔 사람을 여러 명 죽이기에 충분한 독이 들어있다. 니코틴의 독성은 고독성농약에 준하며, 청산가리보다도 강한 맹독이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워도 한동안 멀쩡한 것은 어느 정도 이상 필터의 위력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필터를 통하지 않은 연기, 즉 부류연은 독초를 그대로 태우는 것과 동일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당장 치명적이지 않은 이유는 연소 과정에서 독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고, 다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흡연자들은 번화가에서도 우리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독초를 태우면서 지나다닌다. 만약 다른 독초를 그렇게 태우고 다니면 바로 경찰에 잡혀갈 것이다. 실제론 담배보다 더 심한 독을 가지고 있는 풀도 그리 많지가 않다. 농업에서는 실제로 담배나 니코틴 제제를 농약으로 쓰고 있다. 물론 담배에 들어있는 독은 니코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담배 연기는 온갖 심각한 독들의 집합체이다.


 담배 연기는 그대로 흩어져 사라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것은 눈의 착각일 뿐이다. 담배 연기는 타르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닿는 모든 것에 달라붙는다. 그리고는 그 곳에서 지속적인 악취와 독성을 뿜어낸다. 특히 주변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눈, 입 안의 점막에 잘 달라붙는다. 흡연자들은 잘 모르지만, 민감한 사람들은 그로 인해 큰 고통을 느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급성 증상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천식환자 등의 경우다.


 이뿐만이 아니다. 옷이나 머리카락, 피부 등에 달라붙은 담배 연기는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진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담배 연기는 본질적으로 ‘끈적이는 복합적 독성 물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 근처에 없던 사람들도 그로 인해 3차 피해를 입게 된다. 흡연자가 사는 집의 벽면이나 가구, 카펫 등이 오염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연구에 의하면, 흡연자가 집을 떠난 뒤 2개월 후에 측정해도 독성물질들이 검출된다. 실제 잔류농약검사에서 농약이 거의 안 나오는 농산물, 과학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은 미량의 방사성 물질들에는 과도할 만큼 신경 쓰면서, 훨씬 강하고 문제여지가 많은 담배의 독이 아무 데나 돌아다니는 데 신경 쓰지 않는 건 일종의 넌센스다.


 흡연의 광범위한 폐해를 보면 흡연은 결코 존중 받을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독극물을 살포하는 테러와 같은 행위다. 물론 옛날에는 연막소독차를 따라다니는 아이들도 많긴 했지만, 이제는 그런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가 없듯 무식한 행위는 개선되어야 한다. 사실 연막소독 자체도 매우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다 못해 해선 안 되는 짓에 가까운데, 시민들의 무지로 인해 아직까지 시행되고 있는 전시행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흡연을 규제하는 데 있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른 OECD 국가에 비교해보면 한국의 담배 가격은 가장 저렴한데, 흡연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0대 흡연율은 사회적으로 우려할만한 정도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국민의 제 1 사망원인은 암이다. 물론 이 높은 흡연율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따로 말할 가치조차 없다.


 한국의 금연 정책은 지난 몇 년간 금연 장소를 늘리는 수준에서 멈춰 왔다. 그보다 강력한 조치들은 이루어지지 않아왔고, 그로 인해 여성 흡연자와 10대 흡연자가 증가하였다. 10대 흡연의 증가는 참 곤혹스러운 일인데, 여기엔 지나치게 낮은 담배 가격이 크게 일조하고 있다.


 흡연을 비호하는 별 해괴한 멍멍이 소리들도 문제다. 특히 참 골치 아픈 비호는 흡연자가 대체로 서민이라는 이야기다. 담배라도 있어야 서민이 애환을 달랜다는 이야기 및 서민 주머니를 턴다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런 건 그야말로 멍청하고 비양심적인, 또는 그야말로 중독자들이나 할 법한 말이다. 일단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담배에 찌들어 건강을 망치면 진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딱 알맞다. 없는 집에서 암환자 잘못 나오면 집안 기둥뿌리가 뽑힌다. 더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른 서민에 대한 피해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돈이 없으면 간접흡연도 피하기 더 힘든 게 현실이다. 그리고 흡연자는 흡연으로 애환을 풀지 몰라도, 비흡연자는 흡연자들 때문에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 한국의 흡연자 문화는 문화랄 것도 없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최악이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이기주의 및 불결의 끝을 달린다.


 담배는 더 이상 사회에서 용인될 만한 것이 아니다. 물론 담배를 강력하게 금지시킬 필요는 없다. 위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나는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향정신성의약품을 규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담배보다 훨씬 덜 위험하고 효능도 좋은 향정신성의약품이 많이 있다. 쾌락이나 더 명료한 정신상태, 또는 특별한 고양감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고, 그것의 부작용이 잘 조절된다면 인생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담배같이 저효율-강한 중독-고부작용인 특정 향정신성의약품에는 과하게 관대하고, 매우 다양한 다른 향정신성의약품군에는 과하게 엄격하다.


 결코 담배가 지금처럼 편하게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담배를 너무 편하게 살 수 있는 여건부터 바꿔야 한다. 담배의 부작용이나 각종 폐해를 생각해보면, 적어도 담배는 의사 처방 후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가격이라도 대폭 올려야 할 것이다. 한국의 담배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사람들은 최저시급 1만원을 외칠 것이 아니라, 담배 1갑 1만원을 외쳐야 한다. 담배 가격 인상은 흡연율을 유의미하게 떨어뜨리고, 특히 신규 흡연자의 발생을 막는다. 그렇지만 찔끔 올려서는 효과가 없다. 한 갑에 만 원 정도는 해야 흡연자가 가시적으로 줄어든다.


 한편으로 흡연자들은 자신들이 세금을 많이 낸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흡연자들 때문에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 또한 단순히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는 타인의 생명과 건강에 집계되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다만 강력한 금연 정책을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현재 담배를 구매할 때 돈을 버는 쪽과 흡연자로 인해 돈을 쓰는 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그것이다. 2500원짜리 담배를 사면 그 중 약 935원은 세금을 제외한 가격이고 대략적으로 담배소비세가 641원, 지방교육세가 321원, 부가가치세가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354원, 연초안정화부담금이 15원 정도 들어간다. 그런데 이 중 가장 큰 담배소비세가 전액 지방세로 들어간다. 지방교육세는 말할 것도 없고.


 실질적으로 현재 담배소비세는 가장 중요한 지방세원 중 하나다. 재정 문제가 만성적인 지방 정부들은 이 담배소비세에 어느 정도 이상 의존적인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 담배가 만들어내는 온갖 해악에 비하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너무 낮고,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보면 된다. 또한 담배에 관련된 정부 부처가 너무 많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조세 체계에서 각 지방 정부들은 결코 금연 정책에 열심일 수가 없다. 오히려 담배를 많이 피우라고 권장해야 할 상황이다. 불법 흡연을 단속해야 하는 것도 지방 정부 몫인데, 그런 걸 제대로 할 리가 없는 거다.


 금연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도 문제가 많다. 1년 동안 담배에서 얻는 총 세수는 7조원 정도다. 그러나 금연 정책에는 불과 200~300억 정도만 쓴다. 이러니 금연 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자기 관리 열심히 하고, 잘 살려 노력하는 더 바른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내 생각엔 담배에 관련된 조세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 담배에 관련된 세금 및 관리를 주도적으로 하는 부처가 명료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담배로 지방 세수를 충당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방 세수를 위해 다른 인센티브를 주고, 담배로 얻는 세금은 중앙 정부의 특정 부처에서 일원화하여 관리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리고 높아진 담배값으로 인해 들어오는 수익은 보다 강력한 금연 정책과 의료, 그리고 분리된 흡연 구역 설비 및 불법 흡연 단속 등에 쓰여야 한다고 본다.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으로 금연은 혼자, 스스로의 의지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담배의 중독성은 너무 강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끊기 위해서는 클리닉과 약품의 도움이 필요하다. 클리닉에 다니면서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3~5%에 불과한 금연 성공률을 40~60%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걸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흡연자들에게 꼭 말하고 다닌다. 그렇지만 문제는 현재 이런 금연 전문의약품이 비보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는 가급적 담배를 보기 힘든 사회일 것이다. 길거리에서 담배의 악취가 아닌, 보다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담배 가격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 싼 담배는 한국의 의료 재정을 파탄낼 뿐만 아니라, 사회 분위기도 망치고 있다. 그리고 흡연자들을 위해 금연 전문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보조를 해줄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격리된 흡연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담배 가격을 크게 높이면 그 돈으로 그런 흡연구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흡연구역 외에서의 흡연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그 경우 무거운 과태료를 물려 건강보험 재정에 보태자.




안철수가 가야할 길

정치 2013. 8. 19. 13:44 Posted by 해양장미


 안철수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모호함 자체가 어쩌면 그가 가진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가연성이 큰 사회, 그러니까 작은 갈등의 불씨로도 잘 폭발하는 사회에서는 모호함 자체가 주는 이익이 크긴 하다. 다만 모호함 속에서도 불빛은 있어야 시민들이 그 불빛을 따라 모여든다.


 이 면에서 볼 때 내 생각에 안철수는 아직까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줄 이념 체계를 찾지 못했거나,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것 같다. 태생적으로 너무 늦은 나이에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은데,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으니 그가 빠른 성숙을 이루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애초에 쉬운 일은 아니다.


 그의 대선 이후 근래까지의 행보는 ‘나쁘지는 않았다.’ 의원 자리도 얻었고, 이번 시위에 휘말리지도 않으면서 조용하게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최장집과 갈라선 건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다. 둘은 애초에 꽤 큰 이념 차이가 있었는데, 결국 그 갭을 메울 수 없었나보다.


 안철수가 아껴오던 이미지가 최장집의 이탈로 인해 어느 정도는 나쁜 식으로 규정되었다. 알 수 없었다는 건 좋은 식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포용력이 나쁘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대중들은 최장집의 이탈에 별 관심이 없고, 심지어 최장집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민주 정치란 정치에 가장 무관심한 대중을 잡는 일이어야 한다.


 다만 근래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정치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모호함으로 보호받고 있는 안철수가 거기에 대항할 무언가를 가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가 보여주는 워딩의 일관성이나 각종 논제 설정 등을 보면 민주당하고는 정치 실력 자체가 하늘과 땅도 넘어 우주와 심해 차이쯤 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노무현 탄핵정국 이후 자기 실력으로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0년의 승리는 MB가 인기를 잃었고, 보편적 무상급식 이슈에 이상할 정도로 불이 붙은데다가 때마침 DJ이후 민주당 역사상 유일하게 친노가 아닌 손학규가 리드한 선거가 되어 이긴 것이었다. 오히려 근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는 정치력을 보면, ‘사실 DJ의 정치력을 계승한 자는 박근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능한 진보좌파들은 박근혜가 왜 선거의 여왕인지 전혀 모르고, 시민들이 멍청해서 박정희만 그리워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니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안철수는 민주당의 백태클을 피하면서 새누리당이라는 키퍼를 상대로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 선수에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안철수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안철수가 이기려면


1) 민주당에 들어가서 친노를 물리치고 동교동계를 복권시키면서 새로운 민주당을 탄생시키던지

2) 쭉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박근혜의 레임덕을 기다리면서 차기 새누리당 주자를 견제하던지 - 박근혜는 이명박 재임 기간 동안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였다. -

3) 내가 잘 모르는, 숨겨왔던 정치적 천재성이 있어서 그걸 보여주던지


 해야 한다.


 사실 안철수가 가진 유일한 장점은 인지도다. 그 누구도 현재 차기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인지도가 없다. 5년 전의 박근혜와 같은 입지와 실력을 지닌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는 안철수이다.


 안철수는 그럴싸한 워딩을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이따금 툭툭, 일관성이 강하게 던지면서 민주당의 실수를 이용해야한다. 어차피 민주당은 자기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그가 성공하려면 먼저 현재의 민주당을 밟고 올라서야한다. 이것 자체는 그가 잘 이해하는 것 같다. 문재인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좋다. 그가 근래 보여주는 트위터 정치는, 한 정치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악의 태도다. 그의 모습은 전쟁에 패해 쫓긴 한 군주가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 사이에 둘러앉아, 그 좁은 세계에서만 - 현실에서는 트위터 깨시민들 - 열변을 토하고 만족감을 얻고 호응을 얻는 것과 같다. 지금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그를 잡지 않는 이유는, 그와 깨시민들의 어리석은 언행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어쨌든 그러지는 않으니 새누리당 안에서만 차기 대통령을 골라야 하는 불상사는 안 생길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그의 이념 자체를 선명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는 ‘이념’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 그가 하고 있는 생각 또한 하나의 이념이다. 다만 그에게 그런 걸 이야기해줄 사람은 없을 거고, 그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거다. 그의 곁에 현명한 조언자가 없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 그것을 선명하고 쉽게, 반복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언어가 시민들과 적의 머릿속에 틀어박힌다면, 그 정치인은 정말 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이걸 가장 잘 하는 정치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살면서 딱 한 번 패했다. 그 패배가 어째서 일어났는지를 안철수가 이해할 수 있다면, 차기 대통령은 그의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안철수 본인이 박근혜를 꺾을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성공적으로,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 안철수를 꺾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두 번 패하지 않았다.


 또 이미지 문제도 있다. 현재의 안철수는 너무 도도하고, 그래서 친근하지는 못한 반면 또 카리스마는 모자라 보인다. 여기에 포용력이 모자라다는 인상까지 생겨났다. 이미지가 상당히 나쁘게 흘러가고 있다. 이걸 극복하려면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간은 있지만, 처음 나왔을 때의 신선함은 이제 사라졌다. 10월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어느 정도는 관건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