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차 개인 평가

정치 2013. 12. 31. 13:59 Posted by 해양장미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당시만 해도 지지하지 않던 나를 지지자로 만들었다. 적어도 어떤 면에선 정치를 상당히 잘 했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부의 전체적인 조직이나 권력을 파악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것이어서, 아주 피상적인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현 정부를 아직까지는 높이 평가한다. 박근혜정부는 국민의 권익을 위해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고, 하나하나 개선을 위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거기엔 철학의 부재도, 미숙함도 그다지 없다. 상대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너무 러프했고, 현장에서 다져온 감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이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면이 있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철학이 없었고, 손바닥 뒤집듯 너무 많이 말을 바꿨다. 박근혜정부는 현재까지는 아주 잘 하고 있고, 계속 이 흐름을 유지하면 87 체제 최고의 정부라 평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다만 이런 평은 현실적이고도 상대적인 관점이다. 박근혜정부가 이상적이라거나, 딱 내 스타일에 맞는다거나 나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정부 기관 내의 갈등이나 엇박자도 꽤 있다. 새누리당은 결코 콘크리트 덩어리도 아니고, 단일한 이념 체계로 뭉친 집단도 아니다. 블로그에 이야기할만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이 당 내부 이견을 정리하고 각 부처 간의 갈등을 조율하고 청와대의 철학과 의견을 통과시키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정치란 깨시민들의 피상적이고도 단순한 이해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훨씬 더 타인을 배려하거나 또는 이겨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 것들을 잘 할 수 있어야 성공적인 통치가 가능하다.


 도가 지나친 외부의 흔들기에 대해 박근혜는 비교적 무대응인 편이다. 대통령의 그런 선택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고, 깨시민과 대선불복세력은 온라인에서나 시끄럽지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지 않지만, 극심한 갈등과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정책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는 높은 지지도는 나처럼, 선거 때 박근혜를 뽑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잡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선거에선 부동층이다. 대체로 부동층은 정치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신 부동층은 콘크리트 세력에 비해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누가 더 그럴싸한 말을 하는지, 누가 더 부동층에 손을 내미는지를 본다. 내가 느끼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따뜻한 체온을 나눠주는 유형은 아니다. 대신 고뇌와 번민과 선택, 그리고 인내를 보여준다. 지난 대선에선 적어도 나에겐 그것이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집권 이후 대통령의 선택은 평균적으로 괜찮았다. 그것들 중 때때로 나에게 손해가 될 만한 것도 있고, 도저히 나로서는 찬성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의 선택은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고 탁월한 선택들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말하지 않는 자들을 어느 정도 살필 줄 아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여전히 부동층은 대통령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편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부동층 게임이다.


 대조적으로 깨시민들은, 친노세력은 부동층을 우습게 본다. 그들은 자신들을 부동층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며, 부동층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자들이기에 깨어나게 만들어서 친노세력을 지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런 접근은 부동층이 깨시민을 혐오하게 만들 뿐이다. 친노세력이 선거만 하면 지는 이유다. 그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그 누구보다도 민주주의에서 거리가 먼 부류다.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를 찍었던 이들에게 내비쳤던 저주와 폭언과 오만은 그들의 의식구조와 정신 상태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부동층의 취향과 정서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들의 대통령인 문재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내년엔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박근혜정부는 탄력을 받고 더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올해 박근혜정부는 너무나도 많은 반대에 이루고자 하는 걸 충분히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대체로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단점이 없지도 않다. 대통령의 통치방식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면들이 있다. 윤그랩 사건처럼 어이없는 일도 있었고, 새누리당 또는 산하 부처들과 의견조율이 잘 안 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고,  민주당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통령이 자신의 방식을 바꾸리라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한 의지를 가지지 못한 지점에서 언제든 약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한다. 성공적인 통치란 어려운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과 그 진압은 정당한가?

사회 2013. 12. 22. 18:36 Posted by 해양장미

 나는 지난 포스트, ‘코레일과 철도민영화 사이의 간략한 이야기(링크 클릭)’에서 철도노조의 파업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배제하였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노조의 파업은 본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는 법률로 보장받는 것이며, 노동자는 임금이나 근무요건 등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또한 법률적으로 노동자는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 경영에 대한 판단은 주주 및 사용자의 권리이며, 이는 대체적인 대중의 직관에는 위배될지언정 근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주식회사란 소유와 경영, 그리고 노동을 분리하는 체제다.


 그렇기에 원론적으로 철도노조는 ‘임금을 올려 달라!’라고 파업을 할 수는 있지만, ‘민영화 반대!’라고 파업을 할 수는 없다. 합법파업과 불법파업의 경계는 노조의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경찰에 의해 철도노조가 강제진압된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 명분이 민영화 반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들어갔을까?


 내가 보기에 철도노조가 진짜로 원하는 건 사실 임금인상 등의 처우개선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객관적으로 이번 수서발 KTX 법인 분리는 기껏해야 민영화 전 단계지, 본격적인 민영화 단계라 보긴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트에서 말했듯 이미 5개 자회사가 있는 코레일 그룹에 법인 하나 더 생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로 민영화가 목전에 닥쳐,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무릅쓰고 초법적인 판단을 해야만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철도노조가 원하는 임금인상 폭은 6.7~8.1% 정도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근래의 경제상황을 생각해볼 때 쉽게 수용할 만한 인상폭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임금인상을 전면에 주장하면서 파업을 하게 되면, 철도의 공공성 때문에 절대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은 파업의 명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결국 오늘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은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고, 이것은 현행법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한 조치라 보기에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철도노조가 충분히 좋은 방식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언젠가는 그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면서 보다 승객에게 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로 철도파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옛~날에 노무현 정부에서도 익히 있었던 일이다. 당시 노무현과 문재인이 뭐라고 했었는지 기사가 남아있으니, 링크를 해 드리겠다. (클릭)  보시다시피 각종 불법파업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정부에 비해 더 강경했고 더 과격하면 과격했지, 결코 덜 과격했던 적은 없었다. 실제 이명박 집권 이후엔 적어도 시위 진압 중 사망자는 없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지 않았다. 깨시민들에 의해 시민들의 태평성대처럼 포장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때의 참상을 기록하고 있는 기사를 하나 링크하려 한다. (클릭) 지금 와서 저랬던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위선적으로 착한 척 하는 것을 보면 연말에 입맛이 떨어질 지경이다. 이건 아마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일 거다.


 한편 지난 포스트에서 넌지시 이야기했지만, 코레일을 공사화시키고 적자를 떠넘긴 이후 철도인력은 계속 감축되어왔고, 그로 인해 철도노동자들의 부담 또한 커진 게 사실이기도 하다. 철도노조가 인력감축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힘들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것을 고임금으로 보상받고 싶어 할 거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이렇게 된 건 노무현 정부 때 근본적으로 잘못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파업이 불법이긴 하고, 정치적 의도성이 있는 발언을 하며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것에는 찬성할 수 없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구조에서 기관사는 한 번 전철을 운행하기 시작하면 긴 시간동안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이 때문에 사망한 기관사도 2007년에 있었다. 부기관사를 태울 인력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공황장애 등으로 지난 1년 반 새 자살한 지하철 기관사도 3명이나 된다.


 개인적으로는 다시금 역사와 객차에서 충분한 인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민영화엔 찬성하지 않는다. 통일호가 달리고, 철도청이 철도를 운영하던 시절엔 역에도 차량에도 충분한 인력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풍족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려면 모두들 약간의 낭비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덴 지혜와 냉정함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게 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를 처음 유발시킨 이들이 무책임하게 그들의 신도를 데리고 위선적인 정치적 발언을 해대는 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