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체계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의료체계다. 직장에서 4대보험이 가입되어있거나, 직장가입자의 부양가족이 대도시에서 외래진료를 이용한다고 가정해볼 때, 한국 의료는 이상적인 것에 가깝다.


 거의 그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예약도 없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외래진료를 이용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 의사들은 전반적으로 실력이 좋은 편이다.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나라들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무상의료 혜택을 받으려면 예약과 대기가 필수고, 급히 진료를 받으려면 한국보다 훨씬 비싼데다 의료수준도 한국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 의료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체로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겠지만 의사들이 불친절한 경우가 꽤 있고,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은 보통 더하고, 자세한 설명도 없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의료가 발생한 경우에도 거의 보상받기 어렵거나 그렇다. 게다가 과잉진료를 유도한다거나, 돈이 될 만한 미용진료 쪽을 강력 추천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에 적잖은 사람들은 한국의 의료 체계에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병원에 가는 걸 귀찮고 싫은 일로 여겨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병원에 가지 않는 경향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친절하고 잘 보는 병원을 찾아 가면 될 문제다.


 한국 의료가 이런 특성을 가지게 된 데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가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 건강보험 제도는 엄청나게 문제가 많으면서도 좋은 제도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장단점이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현행 건보제도의 단점에 해당하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모든 병원에 대한 당연지정제 및 횡포에 가까울 정도의 강력한 권한, 그리고 이원화된 보험료 징수 체계다. 실제 한국의 병원들은 공립이 거의 없고 대체로 영리병원에 해당하는데, 영리병원들에 대해 필수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하게 강제하고 있다.


 이런 강제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료가 극단적인 비즈니스로 흐를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는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당연지정제가 수가를 강제하고, 더 나아가 보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가를 강제한다는 것은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서비스 요금을 강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요금은 병원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렴하지 않게 느껴질 여지는 있지만, 사실 좋은 의료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은 게 현실이다. 더구나 병원에서 보험료를 청구할 때, 건보공단은 그 보험료를 제깍 다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결국 현 상황에서 의사들은 가급적 환자를 많이 보고, 비보험 진료를 하고, 과잉진료를 하는 방향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과에 따라 이것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기 있는 과와 인기 없는 과가 극단적으로 갈리게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이 주된 피해자가 된다. 의사 입장에서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병원 방문자들이 의사를 오래 볼 수 없는 이유? 그 역시 간단하다. 병ㆍ의원이 수익을 내려면, 각종 여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환자를 5분 이상 안 봐야 한다. 그 이상 보게 되면 대체로 손해다.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간동안에 의사가 제대로 된 진단을 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방문자에게 무언가 제대로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간호사 및 조무사가 차트를 보고 대신 설명해주고 하는데, 충분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간호사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있다 보니 환자들은 만족스러운 설명을 듣지 못하곤 한다. 이럴 땐 약 먹어서 잘 들으면 다행인데, 당장 체감 증상에 차도가 없으면 병원에 대해 불신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원화된 보험료 징수 체계다. 이건 정말 골치 아프고 불합리한 체계인데,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움을 겪어봤을 직장가입자 or 지역가입자의 이원화 체계 말이다.


 현행 체계에선 직장가입자가 거의 무조건 이익을 본다. 지역가입자는 돈을 벌건 못 벌건 보험료 폭탄을 맞을 때가 정말 많다. 실직당하고 돈도 없는데 건보료는 몇 배로 불었다거나, 사업도 안 되서 돈도 못 버는데 건보요금 때문에 못살겠다는 이야기는 정말 흔하다. 건보료는 정식 조세는 아니고 준조세지만, 서민이 체감하기엔 실제 세금보다 훨씬 무겁고 곤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종종 사채업자 수준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게 건보다. 한국은 저소득자에 대해서 거의 과세하지 않지만, 4대보험 같은 준조세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어디까지나 성별, 연령, 소유 부동산, 소유 차량에 대해서만 매겨진다. 그 사람이 수익이 얼마건, 어떻게 살고 있건 그건 안 본다. 소유 부동산이 빚더미 깡통이건 차량 상태가 어떻건 그것도 상관 안 한다. 실제 신용불량에 파산 직전인 사람한테도 월 20만원씩 나올 수 있는 게 건보다. 나 아파도 병원 안 간다는 식으로 회피도 불가하다.


 이 제도가 정말 골치 아픈 이유는 조세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야하고, 돈을 조금 버는 사람은 조금 내야 한다. 그런데 준조세인 건보요금은 이것에 정말 철저하게 어긋난다. 번듯한 직장 다니는 사람은 직장에서 반 내주고, 아무리 근사한 집과 땅과 차가 있어도 거의 영향 없이 자신이 받는 급료에 해당하는 건보요금만을 낸다.


 그런데 직장에 안 다니는 사람에겐 무조건 위에 언급한 것으로만 엄청난 보험료를 매긴다. 집도 차도 없으면 별로 안 나오는데, 일단 집이 있으면 상당한 요금이 나온다. 사실 이것은 직장이 없는 사람이 주택을 구매하는 데 있어 심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돈 있어도 전세로 사는 게 이익이 될 때가 많다.


 한국은 개인 사업자가 많은 나라다. 그런데 영세한 개인 사업자들에게 이 건강보험제도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제도다. 대체로 개인 사업자들은 당연히 차도 몰아야 하고,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업이 잘 되건 안 되건 많은 보험료가 나오다보니 그 부담이 크다. 실제 영세사업자들이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돈을 못 벌고, 망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 그래도 악착같이 보험료는 뜯어간다.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하기 때문에 얼른 고쳐져야 한다. 전체적인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너무 크다. 괜히 한국인들이 직장에 목매고, 사업 안하려 하고, 부동산 안 사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나마 집값 많이 오르던 시절, 자가용 모는 사람이 별로 없던 시절엔 이 제도의 모순이 덜 심각했지만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이에 이미 헌법소원도 여러 번 제기되었고, 정치권에 민원도 많이 들어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무시. 정치권도 무시로 일관 중이다. 특히 자칭 서민의 편이라는 민주당이 이 문제 제대로 해결하려고 하는 걸 내가 본 적이 없다. 항상 보면 그나마 손이라도 대볼까 궁리라도 조금이나마 하는 건 새누리당이다. 그러니까 내가 민주당이 중산층 정당이라 하는 거고, 서민들이 괜히 새누리당 뽑는 게 아니라는 거다. 솔직히 말해 내가 보기에 민주당은 이런 문제엔 거의 관심도 없고, 사태파악도 못하는 거 같다. 민주당이 관심 가지는 건 암만 봐도 보장성 강화니 이런 쪽뿐.


 본 블로그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한국이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국가임에도 실제 국민들의 삶이 체감 상 좋지 못한 첫 번째 원인으로 정치의 실패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정치의 실패엔 언제나 진보정당 문제가 따라온다. 우선적으로 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은 권력추구형 중산층 정당, 통진당은 종북 정당. 마지막으로 진신류는... 사실 진신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건 아예 상상조차 안 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건강보험이 과연 현행대로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사실 나는 회의적이다. 현행 건강보험 체제는 의사들과 지역가입자들의 희생 아래 세워져 있고, 당연지정제 완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지역가입자들의 실소득에 맞춘 공평한 체계를 도입하고, 부족분을 세금에서 더 충당하는 동시에 수가 및 실지급도 보다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영리병원이 아닌 공립병원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도무지 이런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세력이 있나 모르겠다. 복지국가 만들자는 사람들은 건강보험료 더 내고 보장율 100%으로 만들겠다는 뻘한 이야기나 하고 있고, - 이렇게 되면 병원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 사람 널렸다. 재정 펑크 난다. - 박근혜 대통령은 의료분야에서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없나 하는 생각이 우선인 것 같고...




김여사 이야기

사회 2014. 1. 24. 21:56 Posted by 해양장미

 김여사는 모든 드라이버와 라이더 및 보행자에게 언제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지 모르는 두려운 존재다. 그러나 어째서 김여사가 탄생하는지, 과연 김여사가 도로 위의 무법자를 대표할 수 있는지는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여자들이 운전에 있어 불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간인지능력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낮기 때문이다. 당황을 좀 더 쉽게 한다거나, 좀 더 겁이 많다거나 한 것 역시 유리한 면은 아니다. 실제로 이런 능력들은 선사시대엔 주로 사냥에 필요하던 능력들이라서, 보통 남자들이 많이 가지고 태어나고 또 개발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김여사를 만드는 주요인은 아니다. 차의 크기는 몰다 보면 외워지는 것이고, 주변 상황엔 좀 더 집중하면 되는 것이고 운전경력이 많은 것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여성의 공간 인지 능력도 사실 평균 크기의 차를 모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학습이 조금 느릴 수는 있지만, 숙달만 되면 얼마든지 여성이라도 버스 같은 대형차량을 몰고 다닐 수 있다. 이 면에서 여성 드라이버에게 진짜 불리한 건 사실 운전보다는 주차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기에 김여사를 만드는 것은 좀 다른 요인들이다. 경험과 학습, 그리고 문화 등의 요인에서 동양 여성 운전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서구에선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아시안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을 못한다.’ 라고 생각한다고 알고 있다. 이게 진짜라면 그럴 만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차이는 차량과 운전 자체에 대한 관심에 있을 것이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차를 ‘가’지점부터 ‘나’지점까지 효율적이고 편하게 이동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크고, 그것에 따른 온갖 부수적인 것들에는 관심이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특성이 나쁘게 발현될 경우 차량의 특성과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 편한 방식대로 운전을 해 버릴 위험도 있다.  이건 실제 교육의 문제가 있고, 자연스럽게 차량과 운전에 관심을 가지게끔 유도하지 못하는 탓이 크다.


 한국의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너무 쉽다. 도로교통의 이론적인 것들을 제대로 모르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 룰 자체의 애매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있는 룰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여자들은 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자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얻기 쉬운 차량 커뮤니티들의 심각한 마초적 분위기도 장벽이 되곤 한다.


 그러나 과연 여자들이 문제일까? 실제 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김여사들이 내는 사고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전체 사고 중 불과 16~17%만 여성 운전자들이 낸다. 여자들이 운전을 안 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남자들이 낸다. 운전자 100명당 남성 운전자가 1.3명이 사고를 낼 때, 여성 운전자는 0.3명만 사고를 낸다. 또 심각한 교통사고일수록 남자들이 낸다. 남자들은 본인들이 운전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여자들보다 한참 못한다. 스킬이나 유사시 대응에서는 나을지 모르지만, 신호 무시하고 규칙 무시해서 사고를 내는 건 대체로 남성 운전자들이다. 공도에서는 사고 내는 운전자가 제일 운전 못하는 운전자다. 실제로 봐도 면허취소 당해서 다시 면허 따려는 사람들은 거의 아저씨들이다. 어떤 객관적인 자료를 봐도, 김여사보다는 김기사가 문제다.


 이런 차이는 너무 현저하기 때문에 보험료에서도 남성 운전자가 현저하게 더 많은 보험료를 낸다. 전체 사고의 84%를 남자들이 내는데, 평균 사고율이 4배가 넘는데 어쩌겠는가. 어지간해선 도로 위의 무법자처럼 달리는 김여사는 없다. 도로 위의 무법자들인 음주운전자, 택시, 양카, 칼질 애호가, 클락션 애호가, 온갖 배달의 기수들은 99% 남자들이다. 그들이 여성 운전자나 경차 운전자, 초보운전자에게 쓸데없이 시비를 걸고 무시하는 것 또한 다분히 일상적인 일이다. 사실 싸그리 다 신고해줘야 한다.


 김여사들이 곧잘 놀림감이 되는 건 이따금 황당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건 위에 말했듯 차량과 운전에 대한 관심 및 이해 부족, 또는 각종 태만함에서 오는 게 많다. 예를 들면 순정페달에 하이힐을 신고 운전한다거나, 야간에 전조등을 안 킨다거나, 옆 신경 안 쓰고 문을 확 연다거나, 레이싱 게임도 아닌데 브레이크를 왼발로 밟는다거나... 일방통행로 역주행 사례도 좀 있긴 하다. 사실 김여사들이 일으키는 문제들과 사고들은 그 빈도는 낮을지 몰라도 워낙 창의적이고 기상천외한게 많아서 기억에 오래 남기 쉽다. 게다가 사고를 내도 많은 경우 자신이 뭘 잘못한지 모르는데다 곧잘 아줌마 스타일(...)의 뻔뻔함을 시전하니 더더욱 인상이 강해진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김여사들에겐 딱지를 날려주자. 딱지 잔뜩 받으면 알아서 고쳐진다.


 한편으로 수많은 남성 운전자들이 자신의 운전 실력을 실제 실력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평균적으로는 여성 운전자보다 더 많은 딱지를 끊고, 더 많은 사고를 낸다. 그렇다고 현저하게 빠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시내에선 어차피 추월해간 차가 같은 신호 걸려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간선도로를 주로 주행하는 게 아닌 이상 공도 운전은 안전이 최고다.


 그렇다면 왜 남성 운전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내는 걸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본인의 운전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급정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유형은 대체로 운전을 못 하는 거라고 본다. 그리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집중력이나 공간인지능력 및 성취의욕 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공격적으로 만드는 부작용도 있어서 사고율을 높인다. 또한 여성에 비해 남성은 태생적으로 멀티태스킹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편인데, 운전은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것이기에 이 면에서는 남성이 운전을 하기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여사들은 본인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딴 짓에 사용해서 종종 사고를 내기도 하니, 운전 시엔 반드시 집중해야한다는 기본을 지킬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