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경제는 새로운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여러 풍파를 이기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는 잘 순항해온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 덫은 종류가 좀 다르고, 대단히 치명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경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앞으로 가능한 한 열심히, 여러 차례 이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한번에 간추려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말할 이 덫을 세간에서 부르는 이름은 ‘경제민주화’다. 사실 소위 경제민주화론자들이 내놓는 법안이나 제안을 보면 난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본 포스트의 글은 종종 과격한 어조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나의 심정에 비하면 굉장히 순화한 어조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현재 알려진 경제민주화는 나라를 팔아먹고 또한 도태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그들에 비하면 이완용은 매국노는커녕 애국자에 가까울 거다.


 이런 말을 하면 소위 깨시민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보수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본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깨시민들이 지지하는 경제민주화론자들이 하는 말들은 월가 금융마피아들이 하는 말과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게 정말 많다. 물론 중간 중간 어이없이 사회주의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접합이 안 되는 걸 동시에 이야기하니 더 무식해보일 뿐이다.


 경제민주화론의 뿌리는 매우 깊다. 그리고 거기엔 재벌에 대한 질투와 증오심이 깃들어있다. 물론 재벌에 문제 많은 건 나도 안다. 그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론자들이 문제인 건, 그 증오 때문에 결국 선택한 방식이 신자유주의 중에서도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라는 데 있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별로 호응은 없다. 신자유주의 개념을 잡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무한테나 신자유주의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어느 정도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100명 중 1명이나 될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로 한정해서 물어봐도 10명중 1명이나 어느 정도 제대로 답할 거다. 의식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 경제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신자유주의적인 웃픈 사태가 너무 많이 보이기도 한다.


 일단 모든 설명을 위해 현대 자본주의의 재미있고도 웃기는 면 하나를 이야기해보겠다. 예를 들어서 애플. 내가 애플 주식을 사고 싶으면 당장 살 수 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주식은 그 회사의 지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 간편하게 애플의 일부를 사버릴 수 있다. 물론 1/N이지만.


 그런데 회사 주인 되긴 쉬운데, 회사 노동자 되긴 엄청 어렵다. 애플에 취직? 적어도 내가 이룰 만한 목표는 아니다. 실제론 취직은커녕 견학도 주식 사는 것보단 훨씬 어렵다. 애플 본사는 여기서 너무 머니까.


 이게 의미하는 건 간단하다. 회사와 노동자는 국적이 있고, 각 사회 현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지만 금융으로 분류되는 회사의 소유 권한은 그렇지 않다. 소유권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고, 이것이 파생 상품 등과 결합되면 훨씬 복잡해진다.


 현실적으로 이제 세계는 실물거래보다는 금융거래의 총액이 훨씬 많다. 특히 한국은 세계 제 1의 파생금융시장이다. 금융은 마법이고, 마법 같은 일을 해 내지만 그것은 매번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지만, 상대에게는 굉장히 파괴적일 수도 있는 게 금융이다. 우리는 금융자본주의 위에 살고 있다. 비록 사람들 대부분은 금융에 대해 거의 무지하지만 말이다.


 경제민주화 논의로 돌아가서,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경제민주화의 가장 큰 부분은 소위 재벌개혁에 관한 것이다. 대체로 경제민주화론자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재벌위주의 낙후된 체제 문제로 보며, 재벌권력을 해체함으로 한국 경제를 이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그것이 진실일까?


 간단한 반례를 들어보겠다. 우리는 IMF를 겪으면서 대우그룹을 잃었다. 대우 계열사들은 조각조각 찢어져서 대우자동차는 GM에, 대우가 인수했던 쌍용자동차는... 떠돌다가 얼마 전 마힌드라에, 대우인터네셔널은 포스코에 흡수되는 등 박살이 나버렸다. 그런데 그래서 우리가 좋았는가?


 나는 대우가 망하고 일어난 사태들 중 일부를 직접 눈으로 봤다. 그것은 전혀 좋은 게 아니었고, 끔찍했다. 망한 회사의 노동자는 정말 쉽게 실업자로 전락한다. 세계 2번째로 L6엔진을 개발했던 대우자동차는 글로벌기업 GM의 한국 공장으로 전락했고, 쌍용차는 제대로 된 주인을 못 만나서 얼마 전까지도 한참 이슈가 되었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벌어졌었다.


 만약 지금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 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같이 된다면 그 사태는 상상을 초월하게 끔찍할 것이다. 재벌에 대한 증오심을 앞세우는 사람은 IMF에서 아무 것도 못 배운 사람이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민주화론자들은 IMF에 대해 꽤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존의 구시대적 질서가 무너지고, 한국 경제가 선진화된 계기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난 그런 관점은 황당할 따름이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선의 이야기이다. 진실을 바로 봐야 한다. 우선 몇 번이고 본 블로그에서 이야기했지만 IMF이후 한국의 대기업들은 더 이상 온전히 한국의 소유가 아니다. 특히 금산분리 이후, 한국의 은행들은 거의 전부 외국 자본에 넘어가버렸다. 만일 증권사나 보험사를 포함하는 좀 더 강력한 금산분리가 일어났다면, 어쩌면 한국의 금융 모두는 외국 자본의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우리 한국인이 제1금융권 은행에 내는 대부분의 대출금 이자가 가져다주는 이익의 과반은 외국인에게 넘어간다. 은행 쪽 빼도 외국인이 과반을 소유한 대기업 엄청 많다. 삼성전자? 의결권 빼면 과반이 외국인들 거다. 포스코, 네이버, 삼성화재, KT&G, 이마트, 신세계는 외국인이 과반을 소유하고 있는 이름난 대기업들이다. 굳이 과반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이 3할 이상을 소유한 대기업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다. 우리가 GDP가 많이 늘었는데도 실생활은 IMF전보다 못한 건, 외국자본에 의해 우리의 국부가 많이 유출되는 탓이 크다. 만약 외국인들이 가져가는 이익을 국내에 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투자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외국 자본이 경영권은 손 안 댈까? 그럴 리가. 이미 우리가 다 아는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시도가 두 번이나 있었다. 한번은 SK에, 한번은 KT&G(구 담배인삼공사)에 있었는데 두 번 다 경영권은 지켰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둘 다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일이다.


 이 중 SK-소버린의 갈등은 굉장히 심각했다. 당시 SK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의 지분 방어가 충분히 형성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적대적 M&A에 취약했는데, 당시 소버린이라는 모나코 국적의 자산운용회사에서 보름가량에 걸쳐 다량의 SK주식을 매입했었다. 그 당시 SK는 불법정치자금 등에 연루되어서 검찰조사를 받는 등의 사건이 터져 주가가 하락해 있었는데, 대주주 지분률도 낮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소버린은 1700억원 수준의 돈으로 SK의 주식 14.99%를 소유할 수 있었고, 2대주주가 되어 2년간 SK의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었다. 당시 SK가 경영권을 결국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펜텍&큐리텔 덕이었는데, 만일 소버린이 펜텍&큐리텔과 결탁하는 데 성공했다면 SK가 외국 금융자본에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소버린은 8000억~1조 수준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보고 떠났다. 참고로 소버린의 직원은 겨우 20명이다. 여기서 살짝 생각해볼 거. 이렇게 소버린이 번 돈을 누가 벌어다 줬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태가 있었는데도 무턱대고 순환출자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머릿속이 이해가 안 간다. 나는 그들이 온전한 선의를 가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한국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재벌을 키웠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부자 국가가 되었다. 재벌이 미워도 재벌이 버는 돈을 이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해야지, 재벌이 외국 금융자본의 공격에 팔려나갈 수 있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매국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건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말 그대로 엄청난 자금이 없으면 순환출자구조를 바꾸는 게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들이 삼성 순환출자를 해소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내 정신줄이 나갈 지경이니 말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만 요약해 말하자면 주식 잔뜩 팔아서 순환출자 해소하란다...


 순환출자 해소한다고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한국 경제가 나아질까? 개미 투자자들이 반길까? 주식시장의 큰 손 연기금이 이익이라도 볼까? 다 아니다. 순환출자 폐지론은 그냥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다. 순환출자는 일본, 프랑스, 도이칠란트, 캐나다에도 있는 방식이다. 미국은? 미국은 순환출자보다 훨씬 강력한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다. 일본은 순환출자보다 훨씬 강력한 상호출자도 허용된다.


 실제로 SK-소버린사태와 KT&G-칼아이칸 사태 이후 한국 기업들은 유보금을 쌓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 경영권이 위험한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저런 극단적인 위험 앞에서 다른 투자는 뒷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멍청이들이 증오심을 내세우고, 광신도들이 그들의 뒤를 뒷받침하고 여론을 장악하는 동안 민생이 어려워진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세상 그 어떤 멍청이도 제대로 된 국가 지도층이라면 국가의 존립기반이 되는 큰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 자본에게 그대로 넘겨주진 않는다. 그런데 이 나라 멍청이들은 정말 특별한 수준으로 멍청하다. 이 스페셜 멍청이들의 명단을 보자면 대략 민주당, 통합진보당, 참여연대, 경실련, 깨시민, 그리고 새누리당 내 소수파인 경실모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심지어 이 멍청이들은 나라 곳간을 날로 팔아먹으려 들면서 지들이 정의로운 척을 한다. 솔직히 보고 있으면 정신줄이 나갈 것 같다.


 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적대적 M&A는 나쁜 게 아니라고 한다. 시장에서 일종의 규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적대적 M&A가 무슨 규율을 잡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외국자본이 한국기업 산다고 덤벼오는 게 대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 무엇인가?


 기업 소유주가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상관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기업 인수되고 나면 보통 제일 먼저 하는 게 인력감축이고 업무효율향상이다. 외국자본은 돈 뽑아먹고, 봐서 팔고 나가면 그만이다. 그건 쌍용자동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사회적 압력? 한국 법? 그런 건 어지간한 외국인 투자자에겐 아무 의미도 없다. 재벌 총수들은 무슨 비리를 저지르건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기업에 애정을 가지고 대대손손 번영시키려 하지만, 외국 인수자들은 보통 안 그렇다. 100년 후를 바라보는 사람과 10년 안에 최대이익을 내려는 사람의 경영방식이 같을 수가 있겠는가? 어떤 방식의 기업이 한국에 있는 게 모두에게 이익일까?


 이들은 얼마 전 부도난 동양그룹이 순환출자 때문에 부실해져서 집단으로 망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진실왜곡이다. 동양그룹이 망한 건 핵심 사업인 동양시멘트가 이익을 못 내고, 추가로 그냥 경영을 잘못해서다. 순환출자는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거기에 많은 지출을 해서 망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주회사가 안정적인 지배에 돈이 더 많이 든다.


 이걸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경제민주화론자들은 대기업 집단에서 한 기업이 어려워질 때 다른 계열사가 도와주면서 (돈을 빌려주면서) 문제가 누적된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게 나쁜가? 예를 들어 삼성카드가 어려울 때 삼성전자에서 돈을 빌려주는 게 나쁜가? 내 생각에는 그게 아니다. 판단미스가 아니라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더 있는 게 경영상 훨씬 유리하다.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어떤 대기업 하나가 부실해지면 그게 바로 투명하게 드러나서, 투자자들도 발 빼고 주가도 바로 무너지고 채권자 찾아가고 그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경영자에게도 수많은 직원에게도 하청업체에도 안 좋은 것이다. 그저 투자자, 그것도 사모펀드같은 것에게 유리할 뿐이다.


 그러니까 현재 멍청이들이 주장하는 방안대로 기존 순환출자 폐지되어 버리면 진짜 좋아하는 건 펀드들뿐이다. 물론 펀드에 줄 대고 돈 받는 사람들도 웃긴 한다. 경제민주화 하자는 사람들 중 그런 사람도 당연히 있다고 들었다. 덤으로 금융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옆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걸 보면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현재 새누리당쪽에서는 신규순환출자만 막는 방향으로 타협하는 것 같은데, 막긴 왜 막나. 순환출자 괜찮은 제도다. 부실과 부실이 엮여서 더 어려워지면? 방관하지 말고 정부가 미리 좀 더 강력하게 개입하는 게 좋다. STX건 동양이건 위험 자체는 미리 감지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나는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규순환출자를 없애려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유사시 외국 자본한테 자꾸 국내기업이 팔리는 것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봐서 수익성이 있고 큰 기업이면, 특별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국유화를 시키는 게 낫다. 나중에 민영화시키더라도 그게 훨씬 이득이고, 노동자들에게도 그게 훨씬 낫다. 그러나 IMF 이후 멍청이들이 자꾸 설치면서 국부가 계속 유출되고 있고, 실업자들은 늘고 있다. 군사정권 하던 방식 싫다고, 소위 금융마피아들이 지들 돈 벌려고 하는 말을 그대로 외워서 앵무새처럼 따라하니 매국노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1주 1표의 원칙을 중시하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이상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미래에 큰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기업의 성장과정에선 각종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ELW(주식워런트증권)같은 걸로 조달이 이루어지곤 한다. 아직 대기업이 못 되어 신용이 모자란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경우 지불해야 금리는 엄청나게 높다. 그런데 경영권을 그나마 쉽게 보장해주던 순환출자가 금지되게 되면, BW등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부담을 더 느끼게 될 수 있다.


 더구나 연결회계가 도입된 이상, 주주들은 투자를 고려할 때 순환출자가 되어있는 기업의 재무 구조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신경이 쓰일 뿐이다.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털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고, 정부의 관리감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주회사 구조가 더 낫다는 근거가 불충분하기도 하다.


 물론 경제민주화론자들이 주장하는 건 순환출자 폐지뿐만이 아니다. 심각한 문제를 가진 게 정말 많다. 본문에서는 분량 상 그 중 문제가 크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만 다루려고 한다.


 출자총액 제한 제도라는 게 있다. 보통 줄여서 출총제라 부르는데,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이것의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작년 선거 때 문재인 공약으로도 나왔었다. 이 출총제는 기업의 신규법인 설립과 구주취득에 의한 계열사 편입을 제한하는 제도인데, 쉽게 이야기해 재벌의 신규투자 및 몸불리기를 막는 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당연하지만 이런 출총제는 대기업의 신규투자를 가로막게 된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할까? 지금도 대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많은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 오죽하면 추미애는 유보금에 과세까지 하려 드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출총제를 도입하자는 건, 결국 결론은 하나다. 괜히 일 더 벌이지 말고, 수익 고배당하고 주주중심 경영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출총제는 한국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국내법이기 때문에, 외국 회사는 자유롭게 국내 기업 지분을 매수할 수 있고 한국 기업은 그 경쟁에 마음껏 뛰어들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출총제 재도입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좋아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론자들이 사실 글로벌 금융자본의 편이라는 건, 그들과 민주당이 현재 국회에 올려놓고 매일같이 시위하며, 민생법안 막으면서 밀어붙이는 상법개정안만 봐도 알 수 있다. 본문에서 이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면 지면이 더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간단히만 소개하자면.


 집중투표제 의무화라거나 집행임원제도,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출 및 사외이사 비율 늘리기 등등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 법안들을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복잡하니 요약해 말하자면, 경제민주화론자들과 민주당이 강경 주장하고 있는 방식은 모두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더 많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이다.


 사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기가 찬다. 매국노들과 매국노에 속은 멍청이들이 정의의 탈을 쓰고, 자칭타칭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광신도들을 규합하여 글로벌 금융자본의 종으로 날뛰면서 당장 필요한 민생법안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설명하자면 저 소액주주가 말이 소액주주지, 의미가 있을 만한 지분을 가지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정 기업과 특수관계도 아닌 사람이 의미있는 소액주주가 되려면, 엄청난 부자거나 아니면 펀드여야 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번 상법개정안은 소버린같은 외국 사모펀드가 국내 대기업에 좀 더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기 쉽게 해주는 개정안이라는 소리다.


 결론적으로 본문을 요약해보겠다. 소위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것들은 대중이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평등주의가 아니다. 진실은 금융자본, 그것도 외국인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자본이 한국 대기업을 좀 더 접수하기 쉽고, 이용해서 이익을 얻기 쉽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들의 이론적 기틀이 되는 것이고, 저런 멍청한 소리가 계속 나오고 지지받는 이유는 사람들이 재벌에 대한 질투심이 있고, 금융과 경제를 사실 정말 모르며, 관용 없는 도덕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곤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취소하고, 경제민주화를 막고 있는 것은 정말 잘하고 있는 거다. 경제도 금융도 모르고 일자무식하게 그저 노무현 찬양, 이명박근혜 까기에 여념이 없는 깨시민들은 자신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경제민주화가 뭔지, 구체적으로 뭔 소리를 하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깨시민은 전체 깨시민 중 1%도 안 될 거다. 그러니까 깨시민은 안 되는 거고.


 사람들이 지금 민주당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잘 알 필요가 있다. 현재 민주당은 부동산 관련법안을 4월부터 계류시키고, 제대로 협의하지 않으면서 예산안 심의도 제대로 안 하고, 걸핏하면 국회에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특검수용과 위에서 설명한 경제민주화 법안 등이나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이것도 정당이냐고 그러는 거다. 정치인의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민주당에 너무 많다.




반(Half)자발적 정보통제

정치 2013. 11. 24. 17:38 Posted by 해양장미

 얼마 전 살짝 간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조금 했다. 나보다는 좀 더 감정적이고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친구인데, 전기 요금 인상안에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말해주었다. 이번엔 가정용 전기요금은 조금 오르고, 산업용 전기요금이 많이 오른다고. 덤으로 누진체계 변화가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도 했고.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2.7%, 농사용 3.0%, 가로등/심야전력 5.7%, 대형건물 5.8%, 산업용은 가장 많이 올라서 6.4% 오르게 된다.


 역시나 그 친구는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당연한 일이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한, 그 친구가 접하는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의 성향을 볼 때 그런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참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과거 조중동의 여론조작을 염려하던 사람들이 이젠 더 심한 여론조작 전문가들이 되어버렸다. 시대가 변해서 이젠 신문을 챙겨 보는 젊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심지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세대조차 종이 신문을 읽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은 공짜로 나눠주던 무가지까지 대폭 없애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들어가는 커뮤니티와 SNS등에서 많은 시사정보를 얻는다. 소위 조중동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되었고, 사람들이 각자 입맛에 맞는 미디어를 선택하게 된 지도 오래 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친노ㆍ깨시민 세력이 광범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는 데 있다. 물론 일베같은 반대 케이스도 있지만, 일베 등은 상식을 가진 누가 봐도 문제가 되는 커뮤니티이기에 그 폐해는 오히려 덜할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커뮤니티들이 가진 정치적 편향성이 과도하다는 데 있다.


 소위 깨시민이라 불리는 노무현교도들은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 퍼져 있다. 이들의 방식은 정말 단순한데, 철저하게 자신들이 지지하는 친노세력을 정의로운 세력이라 떠받들면서 방해가 되는 세력은 가차 없이 매도하고, 친노세력에 대한 비판을 하는 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알바’, ‘일베충’, ‘국정원 직원’등으로 낙인찍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의 빨갱이 낙인찍기를 벤치마킹한 듯한 이 전술은 굉장히 강력하여서, 노무현 사후 어지간한 커뮤니티들은 이들에게 거의 접수 당했다. 대체로 이들은 상세하고 논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상대를 부정하다 매도하고 낙인찍으며 분노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시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이 분노의 공감대에 휩쓸리기 쉽다. 심지어 그들은 같이 분노하지 않는 사람을 곧잘 악으로 매도하기까지 한다.


 사실 광신적인 노무현교도의 수는 매우 적다. 과거 국민참여당의 당세는 진보신당(현 정의당)만도 못했다. 그렇지만 그 소수가 만들어내는 여론은 엄청나다. 그들은 먼 과거로 돌아가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적도 있고, 근래엔 친노세력이 민주당을 하이재킹할 수 있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손학규와 안철수를 밀어내고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만들었다.


 물론 그들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매번 선거에서 패하는 걸 보면 그 정도가 그들의 한계다.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박근혜로 돌아선 건 노무현 정부에게 큰 실망을 했고, 그것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진영논리와 증오감, 광신, 그리고 정부 실패는 선거 결과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너무 큰 피해로 다가오고 있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세상은 모든 게 잘못되었고, 한국은 사람이 살 만한 나라가 아니며 부정한 자들이 권력을 잡은, 태어나서는 안 되었던 나라에 불과해진다. 마음속에 분노를 품게 만들고,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그들의 방식이다. 거기에 휘말려 포교를 당해버리면 그들과 함께 이 사악한 현세를 구원해줄 재림 메시아를 기다리게 된다.

 

 그들을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쪽에 증오심과 적대감을 품게 된다면 모든 사태를 바로 바라볼 수 없다. 나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라면, 증오심과 적대감을 내려놓는 게 우선이다. 모든 상황을 원점에서 다시 짚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진실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정부는 옛날처럼 정보를 검열할 수 없지만, 많은 시민들은 진영논리에 갇혀 맹신과 적대감으로 스스로 정보통제를 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