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 K-180의 끔찍한 고사(枯死)

경제 2021. 9. 2. 23:18 Posted by 해양장미

 브금

 

https://youtu.be/hQydKm5IRSA

 

 

 

 

 

1) 왜 부동산이 아직도 폭등 중이냐 하면, 쉽게 말해서 공급은 적은데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임차인들은 임대인에게 오른 전세가를 빌려다 주고, 임대인들은 그렇게 받은 추가전세금으로 갭을 치거나 주식을 삽니다. 그게 지난 1년간 일어난 현상입니다. 집값만 폭등한 게 아니고, 주가지수가 폭등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계속 파는데도 개인 매수로 유지되는 기현상이 유지되는 이유지요.

 

 그러다가 근래 들어 매매건수가 줄어들고 임대차 건수가 매매건수 대비 치솟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카드가 전세금을 포함한 대출총량규제고요. 이러면 영끌전세까지는 못 막아도 결국 전세입자들이 월세입자로 떨어지면서 전세금으로 인한 가계부채-투기 뻥튀기는 그 속도가 감속하게 되긴 할 겁니다.

 

 

 

 

2)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가, 약한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로 LTV나 DTI를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규제하는데도 가계부채는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란 말입니다. 이게 이렇게 되는 이유 중 주요한 걸 꼽자면 후순위담보대출과 전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후순위담보대출을 잘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설명하자면, 일단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에는 선순위와 후순위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담보대출은 선순위 대출, 즉 다른 담보대출이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순위로 (임차인이 확정일자로 지역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증금 최저금액은 그보다 앞서는 0순위입니다.) 근저당권을 가지는 담보대출인데요. 후순위담보대출이라는 건 다른 선순위담보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대출을 받는 겁니다. 후순위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실질적으로 LTV 제약을 뚫을 수가 있습니다. 제약이 없는 건 아니지만 회피할 방법들이 있지요.

 

 그리고 전세는 주택에 얽힌 대출문제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전세시세가 오르는 현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할 것 없이 영혼을 끌어 모아 오른 전세자금을 마련하곤 합니다. 그러면 임대인은 그 전세금을 받아 갭투자를 하거나 동학개미가 되지요. 이자는 임차인이 부담하고 대출원금은 임대인이 사용하는 레버리지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이번 주택, 주식 상승장에서의 포인트는 생산성이나 잠재성장률의 개선이 없는 버블이라는 겁니다. 경제가 좋은 게 아니고, 앞으로 경제가 좋은 추세로 갈 상황도 아니거든요.

 

 이 끔찍한 재앙은 글로리 K-180의 임대차 3법 강행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 악법을 강행할 거라면, 최소한 진짜 공언만 하지 말고 전세를 없애버릴 각오로 전세자금대출을 전면중단했었어야 합니다. 애초에 임대차 3법 같은 걸 하면 안됐지만, 전세자금대출을 이제야 총량으로 막는 건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향후 끔찍한 고사가 있을 겁니다.

 

 

 

 

 

4) 우리나라의 특수한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가 주택공급을 해야 주택이 공급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어있다는 겁니다. 주거시장이 정상적이라면 어느 정도 알아서 멸실주택이 해결되고, 신축이 생겨나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위주로 부동산 정책이 계속되어 와서 그렇게 해결이 되지가 않습니다.

 

 원래 집은 살다 보면 낡는거고, 그럼 고치고 다시 짓기도 하고, 처음 지을 때부터 오래 쓸 걸 고려하고 그러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신축 아파트를 찾아 이동하고, 낡은 집은 보다 생활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살게 되는 현상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낡은 집은 제 때 고쳐지지 않고 계속 낡게 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재개발이나 단지 단위 재건축만 기다리게 됩니다. 재개발 희망이 있는 동네에서는 건물 단위의 재건축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기에 좌파들이 붓들고 가서 그림 그리고 도시재생을 선언하면 그대로 고사하게 됩니다.

 

 

 

 

 

5) 집값이 하락할 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일을 생각해볼까요. 갭투자에서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게 일단 문제가 됩니다. 이는 과거 사례들도 있지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대출해서 부은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전세금이 상환되어야 하는데, 그 상환이 펑크가 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위험을 알다 보니 근래에는 전세보증보험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결국 날아간 돈은 누군가가 메워야 합니다. 보증보험이 어디까지 보증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전세금으로 임대인들이 투자해 올린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경제위기가 오면 한국은행은 미국이나 일본, 유로에서 하듯 무제한 통화공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외국자금이 런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들이 그러하듯 금리를 올려 외인이 이탈하지 않을 이유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럴 때 올라가는 금리 수준은 평범한 범주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앓고 있는 경제적 병은 너무 깊어서, 비유하자면 절단 수술을 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절단을 빨리 할수록 그나마 조금만 자르고 살 수 있는데, 두면 둘수록 잘라야 하는 부위가 커지고 너무 늦으면 죽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조금만’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조차 실제 시행하게 될 경우 대규모의 끔찍한 고사로 보이게 될 겁니다.

 

 

 

 

 

6) 2008~2014 수도권 부동산 하락기를 버티게 해줬던 건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였습니다. 그런데 그건 출산율 급락에 일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1인 가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더 이상 가구수가 예전처럼 급속도로 늘어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보통 1인 가구는 자녀의 독립, 이혼, 사별 등으로 생겨나는데 이 중 독립할 만한 청년이 예전보다 적기도 하고, 너무 올라가버린 집값이 독립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향후 만일 경제위기가 오게 된다면, 경제위기는 독립가구를 합가하게 만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일정정도의 합가가 발생한다면, 미래에 있을 인구감소세를 고려하여 가구수 증가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사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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