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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가을 주류 감상문

식이 2025. 2. 1. 14:14 Posted by 해양장미

※ 지난 글

 

2023년 여름

2023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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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Saint Clair Vicar’s Choice Sauvignon Blanc Bubbles 2022 [★☆]

 

: 알콜 12.5%. Marlborough의 스파클링 소비뇽 블랑입니다. 마개가 독특한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데, 아래쪽에 돌돌 말린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잡아 힘으로 뜯고 나면 개봉 가능합니다. 조르크(Zork)라 불리는 유형의 마개입니다. 그런데 맨손으로 쥐어 뜯기엔 힘들고, 꽤 날카로운데다 뜯는데 시간과 힘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 스파클링 와인병보다 개봉이 어렵고 리스키한 느낌입니다. 리델 퍼포먼스 샴페인 글라스를 사용.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다운 풍미에 버블이 추가된 느낌입니다. 탄산을 주입한 타잎의 스파클링으로 잠정. 다소 마이야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앙금접촉으로 이 정도 느낌은 난다고 생각합니다. 뒷맛이 다소 씁쓸하고 미네랄리티가 약한데, 상당히 완숙된 포도를 땄고 말로락틱 발효된 비율이 높다고 추정합니다.

 

소비뇽 블랑답게 마시면서 점점 선명한 시트러스향이 올라옵니다. 거기에 탄산이 더해져 마시기 즐겁고요. 미네랄리티도 점점 올라와서  긍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아주 좋은 파티용 와인이라는 생각입니다. 개봉만 주의하면 됩니다.

 

 

 

 

Schöfferhofer Juicy Pineapple []

 

: 알콜 3.2%. 독일산 헤페바이스 + 파인애플 주스의 구성입니다. 나는 맥주에 주스를 탄 것들은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아주 맛없지도 않습니다.

 

 파인애플 주스와 헤페바이스 맛 각각은 맛있는데, 둘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장희도가 - 세종대왕어주 약주 [★★]

 

: 알콜 15%. 몇 개월 전에 탁주를 마셔봤던 세종대왕어주의 약주입니다. 소비기한을 꽤 넘겨서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쭉 냉장보관했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법 강한 누룩 향. 성질이 강한 술입니다. 미네랄 워터 맛이 많이 나고, 술 자체의 느낌이 센 편이라 위스키의 청주 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주류보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느낌입니다. 물론 오크 숙성된 느낌은 없습니다만

 

 

 

 

 

 

Troll·Brew Hefe Grapefruit []

 

: 알콜 2.6%. 트롤브루의 헤페바이스 + 자몽입니다. 헤페바이스와 자몽이 생각보다는 잘 어울리고, 더울 때 마시기 좋습니다.

 

 

 

 

 

 

 

롯데주류 Kloud Krush (Bottle) [-]

 

: 알콜 4.5%. 카리나가 광고하는 롯데의 신상품 맥주, 크러시를 유리병으로 마셔봅니다. 라 트라페 글라스를 이용했습니다. 코로나나 카프리처럼 병이 투명한 게 특이한 점이고, 보석처럼 각이 져있습니다. 병에 신경을 꽤 쓴 느낌. 다만 이런 투명 병은 보존성이 좀 나쁩니다.

 

 순수보리 맥주인것 치고는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떠오를 정도로 풍미가 약하고 드라이합니다. 물맛이 강하고요. 탄산이 매우 세고 홒 향은 거의 없습니다. 카스의 롯데주류 버전... 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한 술 더 뜹니다. 마셔본 맥주중에 맥주맛이 가장 약한 것 같습니다. 이쯤되면 맥주라기보다는 탄산수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4.5도는 되는 맥주라 알콜 느낌이 있긴 합니다. 알콜 느낌과 맛이 좀 있는 걸 빼면 무알콜맥주에 무척이나 가까운 맛입니다.

 

 더울 때 아주 차갑게 마시는 데 적합한 타잎입니다. 그렇게 마셔야 합니다.

 

 

 

 

 

 

카브루 비전브루어리 25 Days Beer []

 

: 4%. 생산 후 25일 동안만 판매하는 25일 맥주입니다.

 

 생산한지 얼마 안 된 맥주라 신선하긴 합니다. 다만 별로 특별한 맛은 없습니다. 애초에 도수가 4%라 낮아도 너무 낮고요. 보리만 쓴 맥주임에도 몰트향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물맛 많이 나고 뒷맛이 좀 달달합니다. 홒 향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신선한 게 장점인 맥주.

 

 제로슈거라는 표기도 되어있는데 요새 국산 맥주에 제로슈거 써있는거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설탕 들어가는 맥주는 거의 없어요. 트라피스트 및 애비 에일 정도에나 들어가지요. 그리고 발효되고 나면 어차피 당이 남지 않고 알콜 됩니다. 당이 남으면 단 맛이 나겠지요? 맥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노리는 제로슈거 마케팅은 무시해 주면 됩니다.

 

 

 

 

 

 

Les Fossiles Bourgogne Pinot Noir 2019 [★★]

 

: 알콜 13%. 리즈너블한 부르고뉴 피노누아입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이름도 화석이고 레이블에 암모나이트가 그려져 있는데, 이 와인이 나온 포도밭 흙에 암모나이트 화석이 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

 

 피노 누아다운 딸기 아로마. 석회 아로마. 셀러에서 꺼낸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운 상태로 입에 넣으니 부르고뉴다운, 보석같은 우아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적당히 가볍고 단정합니다. 새콤한 뒷맛. 전형적인 리즈너블 부르고뉴 루즈의 특성이 느껴집니다.

 

 석회, 쇄석, 자갈 등 다소의 미네랄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5년은 숙성된 피노누아라 부케를 가지고 있고요. 온도가 올라오면서 곧 제대로 숙성된 향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탄닌이 제법 있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스템이 조금 들어갔거나, 순수한 디스템 대비 탄닌이 많아질 만한 무언가를 한 것 같습니다. 그 방식은 이 와인의 보존성을 높였고, 아마도 그리 이상적인 환경에서 보존된 부르고뉴 루즈가 아님에도 아직 신선하고 짱짱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폭신하게 잘 익은 느낌 이면에 아직 뻣뻣하게 남아있는 탄닌이 있습니다. 대지의 축복을 받았지만, 떼루아가 선명하지는 않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부르고뉴라고 맛있고, 향도 좋습니다. 딸기 향. 가죽 향. 수박 향. 로돌라이트 같은 느낌. 묽긴 하지만, 물을 탄 느낌은 없습니다. 수박 향이 많이 납니다. 비싸지 않은 레지오날임을 부정할 수 없으면서도, 마시면서 맛있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역시 부르고뉴는 특별하며,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및 샤르도네를 마시지 않는 삶은 그 빛이 퇴색되기 마련입니다.

 

 

 

 

 

 

Tripel Karmeliet [★☆]

 

: 벨기에의 애비 에일 중 하나인 카르멜리엇을 마십니다. 이 카르멜리엇은 트리펠에 한정하여 최고의 트리펠이라는 찬사까지 듣곤 합니다. 알콜 8.4%.

 

 상파뉴같은 병에 들어있습니다. 트라피스트 중 하나인 라 트라페 글라스로 마십니다. 색깔은 짙은 황금색에 가깝고, 버블이 풍부합니다.

 

 풍미는 달콤한 계열입니다. 잘 알려진 맥주 중에는 호가든과 유사합니다. 호가든을 많이 업그레이드한 것 같은 풍미입니다. 실제로 호가든처럼 고수씨앗(코리앤더)이 들어갑니다. 별로 몰티하지는 않은데, 밀과 밀맥아, 귀리가 사용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점도가 꽤 높습니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맛입니다. 적당히 높은 도수가 마음에 듭니다.

 

 

 

 

 

 

 

Deanston Virgin Oak (NAS) [★☆]

 

: 알콜 46.3%의 하이랜드 싱글몰트 스카치. NAS(None Aging Statement)입니다.

 

 빛나는 것 같은 향을 가지고 있고, 피트향은 딱히 나지 않네요. 이름은 버진 오크지만 처음부터 새 오크통에 숙성하는 게 아니라, 일단 버번 오크통에 숙성하다가 마지막에 9~12개월 정도 토스트가 강한 버진 오크통 숙성을 한 후 출하한다고 합니다.

 

 꽤 달달하고 맛있습니다. NAS치고는 가볍고 부드럽고,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풍미입니다. 46.3%의 알콜도 만족스럽습니다. 힘이 있고 순수합니다.

 

 이 위스키는 다소 아메리칸 위스키가 떠오릅니다. 다만 몰트 위스키라서 버번 계열과는 풍미가 좀 다른 거 같고요. 아메리칸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위스키도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조사에서는 이 위스키를 왁스 같은 질감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수긍이 갑니다. 이 위스키는 숙성년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몰트 맛이 살아있고, 그러면서도 버진 오크를 사용해서 바닐라 및 강하게 구워진 오크 향이 선명합니다. 스파이시함과 꿀 같은 느낌, 하이랜드 위스키다운 감귤류의 느낌도 다소 있습니다.

 

 이후 에어레이션이 제법 많이 된 상태에서 크리슨 TT6203 글라스를 이용해 마셔보니 꽤나 플라워리합니다. 가성비가 아주 좋은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라 생각합니다.

 

 

 

 

 

 

Tennessee Distilling Group - Heaven’s Door Double Barrel Whiskey [★★]

 

: 알콜 50%. 밥 딜런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어메리칸 위스키. 그의 곡,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6년씩 숙성시킨 버번(옥수수)과 라이(호밀) 위스키를 섞어 추가로 토스트 정도가 높은 오크통에 숙성시킨 위스키라고 합니다. 별 기대 안하고, 반쯤 콜렉션용으로 샀었는데 마셔보니 생각보다 많이 맛있습니다. 진짜로 천국의 문을 살짝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일단 꽤 화려합니다. 그리고 귀엽습니다. 빛나는 것 같은 아로마를 가지고 있고, 구운 오크가 굉장히 잘 우러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열적이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온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꽤나 남성스럽습니다. 첫맛은 마냥 달콤하고 부드러운데 맛을 보다보면 밀도가 높고, 뒷맛에 심지가 강하면서 떫고 쓰고 아린 느낌을 줍니다. 버번의 달콤함에 라이의 스파이시함이 함께 있습니다.

 

 매우 맛있는 위스키입니다. 천국에 살짝 걸쳐져 있는 것 같은 맛. 50도의 순수함. 이건 마시기 위한, 애주가를 위한 술입니다. 만약 마시다 죽으면 성 베드로가 열쇠를 들고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Troll·Brew Lemon Radler []

 

: 그냥 마실 때는 별로 맛이 없는데, 이런 라들러가 크리스피 프라이드 치킨에 매우 어울린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치맥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이 어울리네요.

 

 

 

 

 

 

Paulaner Münchner Hell []

 

: 통칭 파울라너 라거. 알콜 4.9%

 

 알콜 볼륨대비 상당히 묽습니다. 홒 향은 조금 있고요. 나름대로 평가가 좋은 라거인데, 나에게는 평균 이하의 라거로 느껴졌네요. 테라나 켈리가 더 맛있어요.

 

 원래 축구 보면서 물처럼 마시는 타잎의 뮌헨식 라거라는데 진짜 그렇게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Hacienda de Arínzano Chardonnay 2020 [★☆]

 

: 에스파냐 와인의 공식적인 최고 등급은 Vino de PAGO입니다. 그 중 하나인 아린자노의 2020아시엔다 드 아린자노샤르도네를 마셔봅니다. 이 샤르도네는 7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30%는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 12개월간 숙성했다고 합니다.

 

 아린자노는 에스파냐 북부 나바라에 위치해 있는데, 나바라의 샤르도네는 처음 접해보는 기분입니다. 알콜 14.5%. 천연 코르크 마개.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했고,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마시기 시작.

 

 아름다운 샤르도네의 품종향. 살짝 버터리한 아로마가 있는게, 아무래도 남부의 샤르도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넣으면 살짝 달콤하고, 생각보다 허브 향이 있고, 오일리합니다. 바틀의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고, 애초에 본래 장기 숙성형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라서 시음적기의 피크는 살짝 지난 상태로 잠정.

 

 미네랄리티가 별로 없고 그리 진한 타입이 아닙니다. 매우 잘 익은 포도를 사용한 느낌이고, 달달합니다. 열대과일 계열. 바닐라. 팔렛이 다소 비어있는데, 좀 더 신선한 상태에서는 좀 더 차있었을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샤르도네는 장기 숙성을 하기에는 충분한 산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산도가 부족한 샤르도네도 신선할 때는 충분히 맛있습니다만, 세월을 이겨내는 건 충분한 산과 미네랄리티를 지닌 샤르도네입니다. 이 와인은 그런 조건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늙었다 쳐도 과도하지 않고, 샤르도네는 샤르도네입니다.

 

 

 

 

 

 

Suntory The Premium Malt’s []

 

: 알콜 5.5%. 언제 마셔도 실망시키지 않는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츠입니다. 적당한 몰트 향. 고급스러운 홒 향. 괜찮은 균형감. 적절한 진함과 청량감.

 

 

 

 

 

 

Penfolds Koonunga Hill Shiraz 2021 [★☆]

 

: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회사인 펜폴즈는 최고급 와인부터 리즈너블한 와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쿠능가 힐 쉬라즈는 그런 펜폴즈의 대표적인 리즈너블 쉬라즈입니다.

 

 알콜 14.5%. 천연 코르크로 막혀있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조세핀 No. 3로 마십니다. 쿠능가 힐 쉬라즈는 물론 펜폴즈 자체를 오래간만에 마시는 기분이네요.

 

 셀러에서 칠링이 많이 되어서인지 첫잔에서는 아로마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잔을 입에 대고 기울이면 쉬라즈라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아로마가 납니다. 입에 넣으면 매끈하게 다듬어졌지만 본질적으로 거친 텍스쳐가 느껴집니다. 다소의 잔당감. 피라진. 여과가 완전히 안 된 느낌. 볼드한 스타일의 쉬라즈로, 대중적인 호주 쉬라즈에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것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온도가 좀 올라오고 난 이후에는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와인의 전반적인 수준에 비해 어택이 강하고, 오크에서 비롯된 향이 꽤 납니다. 바닐라스러움이 입에 넣자마자 꽤 볼드하게 전해져오고, 동시에 피니쉬도 가격대 고려하면 제법 있기 때문에 리즈너블 와인으로는 괜찮다 해야 할 겁니다. 다만 피네스는 전혀 없습니다. 와인에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따라 이 와인에 대한 만족감이 전혀 달라질 겁니다.

 

 

 

 

 

 

 

Deutz Brut Classic [★★☆]

 

: 오래간만의 상파뉴. 가수 마돈나가 좋아한다는 샴페인 하우스, 도츠의 기본급 Non Vintage입니다. 세파쥬는 대략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가 1/3씩 사용되었습니다.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NM 상파뉴.

 

 알콜 12%. 쇼트즈위젤 비냐 플루트 글라스를 사용합니다. 개봉이 매우 쉬웠고, 숙녀의 한숨소리가 꽤 컸습니다. 버블이 센 타잎이라는 느낌이네요.

 

 상파뉴다운 우아한 아로마. 입에 넣으니 버블버블하고, 피노 누아/뫼니에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도는 적당하고 마이야르도 적당히 일어나 있습니다. 도사쥬 이후 세월이 그리 오래 지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네요.

 

 일단 버블이 많아서 풍미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잔을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잔을 바꾸고 나니 보다 마이야르가 잘 느껴지고, 다소 오일리한 질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월링을 하니 허브 향이 납니다.

 

 온도가 올라가고 탄산이 줄어들면서 좀 달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잔당과 마이야르의 느낌이 합쳐져서 꽤나 잔당감이 있는 화이트 와인처럼 느껴집니다. 상파뉴로는 그다지 새콤하지 않고, 누아/뫼니에 비율이 높아서인지 살집이 있는 편이면서 다소 과일 느낌(특히 Pear)도 살아있습니다. 어쩌면 이 상파뉴는 브뤼보다는 섹(Sec)처럼 당도가 더 있었으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일정량을 샴페인 스토퍼로 막아 보관해두었다가 사흘 정도 지난 후 마셔보았습니다. 버블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비냐 플루트 글라스로 마셨고요. 다시 마셔 봐도 기본적으로 마시기 편하고 밸런스가 좋은 NM 상파뉴라는 생각입니다.

 

 아. 산도가 적당하다고 상기한 건 산도가 낮다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상파뉴라 꽤 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둥글둥글하고 뒤로 물러나 있는 산이에요. 그래서 마시기 편한데 팔렡에서 시트러스나 핵과는 찾기 어렵고, 우아하지만 너무 조용하게 물러나만 있네요. 그렇다고 쫓아가볼 정도로 아름다운 건 아니고. 다만 그저 즐기기 좋습니다.

 

 

 

 

 

 

 

좋은술 천비향 약주 [★★]

 

: 평택시 오산면의 좋은술에서 만드는 오양주, 천비향 약주를 가지고 있던 게 소비기한이 조금 지난 걸 발견하여 마십니다. 보존만 제대로 했으면 소비기한이 좀 지난다고 별 문제는 없습니다만.

 

 알콜 15%. 요변이 있는 흑유 찻잔을 사용. 작년에 마신 생주는 정말 힘이 넘쳤는데, 이건 만든 지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부드럽습니다. 의외로 병숙성이 잘 된 느낌입니다. 누룩향이 좀 있긴 한데, 현 시점에서 꽤 우아한 술입니다. 우리나라식 청주(주세법상 약주)를 마시면서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운데, 이건 우아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생생할 땐 아마 조금 다른 느낌의 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술은 포용적이고, 추상적이고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제법 근사한 느낌을 줍니다. 미미한 미네랄리티도 느껴집니다. 회사 이름 그대로 좋은 술입니다. 즐겁게 마셨습니다.

 

 

 

 

 

 

 

Vinos Del Viento - Garnacha Blanca 2021 [★☆]

 

: 에스파냐 아라곤의 DO, Campo de Borja. Vinos Del Viento라는 와인메이커(영역하면 Wines of the Wind라고 합니다)의 가르나차 블랑카 2021입니다. 가르나차는 그르나슈(Grenache/그르나슈)의 에스파냐어 이름인데, 실제 가르나차 품종의 고향은 (그르나슈 품종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남부 론이 아니라 이 와인의 생산지인 에스파냐 아라곤입니다.

 

 그냥 그르나슈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적포도인 그르나슈 누아를 뜻하는데 그르나슈 누아도 피노처럼 누아 외에 그리와 블랑이 존재합니다. 이 와인은 청포도인 가르나차 블랑카, 즉 그르나슈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알콜 13.5%.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할 생각이었는데 병목 및 코르크 타잎을 보고 날개형 오프너로 변경했고 무사히 개봉했습니다. 글라스는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그르나슈 블랑이 들어간 화이트와인 자체는 여러 번 마셔왔지만, 이렇게 그르나슈 블랑이 주품종인 화이트와인은 딱히 마셔본 기억이 없는 기분입니다. (잘 모르고 별 생각없이 마셔봤을수는 있습니다.) 세파쥬는 85% 가르나차 블랑카에 나머지는 마카베오와 모스카텔, 그리고 비오니에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평론가 점수가 검색되는데 제임스 서클링이 90점을, 와인 애드보케이트에서 91점을 줬나보네요.

 

 와인의 아로마 자체는 샤르도네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입에 넣어도 샤르도네와 꽤 비슷합니다. 첫인상은 좀 단순하긴 한데, 이렇게 단순한 샤르도네가 없지는 않습니다. 바디는 다소 오일리합니다.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데 둥글둥글한 가운데 희미한 날카로운 쇄석, 그리고 금속성이나 석영처럼 단단한 광물질이 환영처럼 느껴집니다. 뒷맛은 다소 씁쓸한 편. 셀러에서 그냥 꺼내서 마셨더니 적정서빙 온도보다 조금 높은 온도에서 마시고 있는 기분인데, 더 칠링하면 이 쓴맛이 덜하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약간 온도를 올려가면서 와인을 마시는 걸 좋아해서 이걸 더 칠링해봐야 만족감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열리면서 기대보다 다소의 복합성과 제법 큰 규모의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이건 품종의 특성같기도 한데, 블랑이라도 그르나슈같은 면은 있다 싶기도 합니다. 열대과일 및 미네랄리티가 아로마에서부터 드러난 이후 입에 넣으면 그 어떤 우아함도 발랄함도 없이 쫙 깔리면서 어스름하며 시골틱한 정경을 느끼게 합니다. 보드라운 밭흙과 같은 감촉, 막 해가 진 후 바람이 불어 풀소리가 나는 것 같은 기분. 얼핏 팔렡이 비어있기 때문에 아마 이 와인에 좋은 평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만 JSWA에서 점수를 받은 게 괜한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남프랑스의 블랑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릅니다. 가볍게 마실 생각으로 땄는데 생각보다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와인입니다. 더 봐달라고, 신경써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상기한 모든 특성이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별 신경 안쓰고 마시려고 하면 비밀을 숨긴 것 같은, 담백한 것 같기도 한 구세계 화이트와인입니다.

 

 이 와인이 가진 희미한 단맛은 제법 매력적입니다. 전반적인 특성이 은은한 게 취향이 맞으면 즐겁게 즐길 수 있을 와인입니다.

 

 

 

 

 

늘샘농원 늘샘증류주 [★☆]

 

: 늘샘농원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포도농원이자 와이너리입니다. 와인뿐 아니라 포도 증류주도 자체 생산하는데, 소량 입수해서 마셔봅니다.

 

 알콜 40%. 일단 향이 모이지 않는 소형 글라스를 사용. 숙성이 되지 않는 화이트 스피릿입니다. 주종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기본적으로 많이 이상하기 때문에 농업회사법인이 국내 생산 재료를 활용하더라도 주종이 브랜디, 위스키, 맥주로 분류될 경우에 한해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증류주는 브랜디가 아닌 그냥 증류주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기한 세 종류가 아닌 와인, , 보드카, , 고량주 같은 경우는 문제없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과일증류주도 국내에서 적지않게 생산되는데 브랜디가 아닌 그냥 증류주로 취급하여 전통주로 인정받곤 합니다.)

 

 물 맛이 꽤 납니다. 그리고 혀의 점막을 무척이나 강하게 자극합니다. 맛은 달달한 편인데, 숙성되지 않은 생 알콜이 제법 있습니다. 맛 자체는 별로 안 센데, 향은 생 알콜향이 좀 나고 점막에 대한 자극성이 엄청납니다. 어지간한 50도대 술보다 자극성이 셉니다.

 

 포도 향을 제법 가지고 있는데, 폭시한 계열이고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촉각적 강렬함에 익숙해지고 나니 꽤 맛있고, 강렬함 자체도 재미있긴 합니다.

 

 이후 에어레이션을 몇 주 진행한 후 크리슨 TT6203 글라스로 마셔봤습니다. 자극적이고 아직 숙성이 안 된 아로마. 화이트럼같은 달콤한 아로마. 입에 넣으면 좀 바이주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에어레이션이 진행되어 그런지 자극성이 좀 약해진 인상인데, 처음에 거의 또는 완전 오드비 상태로 병입했구나 싶습니다.

 

 다시 마셔봐도 제법 와일드한 스피릿입니다.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크통 숙성된 브랜디보다는 바이주나 화이트럼에 차라리 가까운 특성입니다. 장향 계열의 바이주같은 풍미가 미미하게 있는데, 바이주처럼 노골적이고 진하고 강하지는 않습니다. 바이주는 맛은 있어도 너무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마시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데 이건 그렇지는 않습니다. 테이스팅 글라스인 TT6203을 사용해도 딱히 좋아지는 건 없는 게, 잔을 딱히 안 가리는 술이라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만약 가격이 화이트럼처럼 저렴하다면 칵테일 재료로 활용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라면 이 술은 가격이 꽤 비싼 술이라는 겁니다.

 

 

 

 

 

 

배상면주가 심술 10 []

 

: 본래 산사춘으로 유명했고, 근래는 느린마을 막걸리로 더 유명한 것 같은 배상면주가의 약주, 심술 시리즈 중 10입니다. 이름 그대로 알콜 10%.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술입니다.

 

 심술 시리즈는 과일이 들어간 약주인데, 이 심술 10은 깔라만시 착즙액과 자몽 농축액, 그리고 자몽 껍질이 들어갔습니다. 약간의 이산화탄소가 첨가된 제품.

 

 요변이 들어간 잔으로 마시기 시작. 풍미가 무척 묘합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 자체가 쌀 외에 옥수수전분과 설탕, 과당, 젖산은 물론이고 주정까지 들어간 혼합주인데요. 거기에 과일에 탄산까지 들어가서 정말 묘~한 맛이 납니다. 제대로 맛을 보면서 마실 술이 아니라고 판단. 그냥 음식하고 먹어야 할 술이었네요. 맛이 아주 없진 않은데 감각을 제대로 쓰면 안 됩니다. 센서를 좀 오프하고 가볍게 마셔야 해요.

 

 

 

 

 

 

태인합동주조장 전통술 담그기 무형문화재 송명섭이 직접 빚은 막걸리 []

 

: 예전부터 명성 높던 전북 정읍 송명섭 명인의 막걸리를 드디어 마셔봅니다. 담근지 12일 된 걸 마십니다. 알콜 6%. 요변이 있는 흑유 찻잔을 사용.

 

 담백한 맛입니다. 무첨가인 걸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일 정도로 단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탄산감도 거의 없고, 점도도 매우 낮습니다. 심지어 산미도 별로 없습니다. 입국이 아니라 밀누룩을 쓰긴 했지만, 워낙 깔끔해서 이건 오히려 일반적인 탁주보다는 긴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저렴한 긴조의 탁주 버전.

 

 가격이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습니다. 느린마을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인데요. 그 가격을 생각하면 결함이 없다는 점에서 질이 좋긴 합니다. 다만 딱히 맛있다거나 깊이가 있다거나 재미있는 맛은 아니고요. 아주 슴슴하다못해 무미(無味)에 가깝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맛이 없습니다.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 맛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결함이 없기 때문에 나쁜 술은 절대 아닌데요. 단언컨대 좋은 술도 아닙니다. 음식 페어링 시 아무 맛이 없는 술이 필요할 때 이걸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침햇살에서 단맛을 빼더라도 이것보다는 풍미가 더 있을 겁니다. 이건 진짜로 아무 맛이 없다에 가까워요.

 

 

 

 

 

 

금정산성토산주 금정산성 막걸리 []

 

: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셔봅니다. 소비기한이 보름 정도 남은 걸 마시게 되었습니다. 알콜 8%. 백세주 잔으로 마십니다.

 

 윗물부터 마시는데 산미가 꽤 있습니다. 묽긴 한데, 느린마을 막걸리 수준의 가격대에서 이렇게 새콤한 타잎은 처음 만나봅니다. 아스파탐으로 단맛을 내긴 했는데 그렇게 많이 넣지는 않았습니다. 탄산이 세진 않은데, 흔들면 거품이 많이 올라옵니다.

 

 점도가 높지 않고 침전물도 많지 않습니다. 침전물의 입자는 고운 편. 침전물과 함께 먹으니 새콤한 느낌이 줄어드는데, 내가 마셔봤던 탁주 중 최고였던 금계당 바랑이 조금 연상됩니다. 물론 이건 바랑보다 훨씬 저렴한 탁주고, 스타일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만 그래도 가격대비 퍼포먼스가 좋은 탁주로 느껴집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많이 묽게 느껴진다는 점. 8도짜리라 리즈너블한 탁주 중에는 그리 도수가 낮은 편이 아닌데, 스타일이 제대로 된 고급 탁주 흉내를 내서 그런지 물탄 느낌이 많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맛있다가 마는 느낌입니다.

 

 내가 추천을 아끼지 않는 소성주의 경우, 술 퀄리티 자체는 이 금정산성 막걸리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금정산성이 훨씬 위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성주는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천천히 즐겁게 마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금정산성보다 명백하게 저렴하고요. 대조적으로 이 금정산성 막걸리는 소성주보다 현저하게 좋은 술입니다만, 맛있다가 맙니다. 맛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맛있다가 마니까 참 유감입니다.

 

 맛을 충분히 보지 않고 빠르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어택이 좋은 술이고, 점도가 높지 않고 산뜻하며 적당한 탄산이 있어 청주잔보다 좀 더 큰 잔을 이용해 빠르게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판단. 마시는 잔을 트라피스트 에일 중 하나인 라 트라페 전용잔 (쿠페 글라스) 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음료수나 라거 마시듯 마시니까 괜찮습니다. 만족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큰 잔으로 원샷하듯 마셔야 하는 막걸리입니다. 그렇게 마시니 그래도 8도짜리라 빠르게 취하게 됩니다.

 

 시원하게 마시고 취하기 좋은 막걸리라는 인상이네요.

 

 

 

 

 

 

 

Gérard Bertrand Naturae Chardonnay 2020 []

 

: 제라드 베르트랑의 나뚜라에 샤르도네. Vin de Pays d’Oc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와인 생산지, 랑그독 루시용은 아비뇽 서쪽의 님(Nîmes)부터 지중해를 따라 카탈루냐와의 경계에까지 이어지는 지중해 연안 지역입니다. 프랑스 전체 와인 생산량의 1/3 정도가 이 지역에서 나옵니다.

 

 이 지역에서는 AOC 와인도 나오지만, Vin de Pays 등급 와인이 많이 나오는데요. 랑그독에서 생산하는 Vin de Pays 등급 와인을 Vin de Pays d’Oc로 표기합니다. OcLanguedocOc입니다. 이 등급은 이탈리아의 IGT에 해당하는데, 신세계 와인처럼 특정 포도 품종을 사용하여 포도 품종을 라벨에 표기할 수 있는 등급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프랑스에서 라벨에 품종명을 명시하곤 하는 지역은 알자스, 부르고뉴, 그리고 이 랑그독 루시용을 들 수 있는데 알자스는 문화권이 도이칠란트라 그렇고, 부르고뉴는 단일품종 와인을 주로 만들어서 그렇고, 랑그독 루시용은 Vin de Pays d’Oc를 많이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이 나뚜라에 샤르도네는 럭비 선수였던 랑그독의 큰 손, 제라드 베르트랑이 생산/판매하는 내추럴 샤르도네 와인입니다. 알콜 12.5%.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했습니다.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 칠링이 많이 되어서 병 내 온도가 7.2도까지 떨어져있는 상태라 천천히 온도를 올려가면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색이 꽤 진합니다. 갈변한 사과같은 느낌. 향도 달콤하고, 맛도 드라이 와인치고는 달콤합니다. 꽤 묽고, 산뜻한데 산미가 강하지 않고, 부담없이 들어갑니다. 질감은 오일리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습니다. 중간 정도입니다. 스월링을 하면 약간의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부담없이 가볍게 마시기 좋은 샤르도네라는 생각입니다.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은 내추럴와인이라 그런지 이 바틀은 과숙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꼭 맛없는 상태는 아닙니다. 제법 달달하고 (당도를 따지자면 어디까지나 Brut 수준입니다만) 산도도 살아있고, 마시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비싸디 비싼 퓔리니/사사뉴 몽라셰나 뫼르쏘 크뤼 블랑 같은 게 프리목스되어서 이러면야 안습하겠지만, 이건 저렴이 랑그독 블랑이라 이래도 이것대로 좋습니다. 내추럴와인이라는 게 원래 좀 제멋대로기도 하고요. 나는 원체 리오하 그랑 리제르바 같은 산화된 뉘앙스 강한 와인도 즐겁게 잘 마시기도 합니다. 마시기 쉬운 타잎이라 금방 비웠습니다. 이런 것도 꼭 나쁘지는 않아요.

 

 

 

 

 

Tiger Radler Pomelo []

 

: 알콜 2%. 오래간만에 마시는 포멜로향의 타이거 라들러. 다소의 알콜이 섞인 음료수. 그냥 마시면 맛이 없는데, 치킨 같은 거 먹을 때 음료수 대신 먹으면 맛있습니다.

 

 

 

 

 

 

 

 

Fattoria Le Pupille Poggio Valente 2020 [★★]

 

: 플래그쉽인 슈퍼투스칸 Saffredi로 유명한 파토리아 르 푸필레의 산지오베제 100% 로쏘, 포지오 발렌테 2020입니다. 토스카나 IGT고요. James Suckling에게 95, Wine AdvocateMonica Larner에게 94+, VinousAntonio Galloni에게 94점을 받는 등 고득점을 받은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 100%라도 슈퍼투스칸으로 분류되는 와인들이 있는데, 이 포지오 발렌테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콜 15%. 천연 코르크 마개입니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개봉. 글라스는 일단 조세핀 No. 3레드와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을 준비했습니다.

 

 아직 온도가 낮은 상태로 조세핀 No. 3부터 사용해 아로마를 맡아보니 달콤한 분유 같은 로쏘 향이 있을 뿐입니다. 산지오베제가 원래 좀 아로마가 약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입에 대고 잔을 기울이면 새콤한 과실 같은 향이 느껴집니다. 혀에 처음 닿는 느낌은 매끄럽고, 이내 복합성이 있는 편입니다. 멋진 텍스쳐. 탄닌은 강하지 않고, 조금 에스파냐 와인 같은 인상입니다. 첫 모금을 넘기니 맛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붉고 검은 베리향이 있긴 한데, 블라인드로 마셨으면 이거 첫인상을 산지오베제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꽤나 템프라니요 같아요. 물론 리오하 템프라기엔 산도도 있고, 맛도 좋고, 좀 고급스럽긴 한데요. 그래도 일단 잘 만든 템프라니요 와인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내 입안에 무두질하는 듯한 탄닌이 천천히 느껴집니다. 산지오베제는 산지오베제구나. 라는 생각이 좀 늦게 따라오는데요. 오크 향이 세서 2020년 테크시트를 보니까 이 빈티지는 무려 50% 뉴오크입니다. 500L 600L 토노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했다는데, 바닐라스러운 느낌에서부터 토스트된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까지 느껴집니다. 다소 Reserva스럽고요. 밝은 Tabacco, 참나무 그 자체의 향부터 다소 음습한 숲의 향, 조금은 장미 계열을 연상시키는 플라워리가 있습니다. 접근성이 나쁜 와인은 아닙니다만, 내 판단에는 아직 시음적기가 아닙니다. 일찍 따버렸습니다.

 

 시도니오스 르 셉뗀뜨리오날로 마셔보니 이 와인은 부르고뉴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계 아로마. 농축미 있는 베리. 상당히 진합니다. 적극적으로 스월링을 하면 플라워리합니다. 아마 시간을 두고 익히면 섹시해질 것입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너무 어려요. 알콜도 지금은 좀 과합니다. 그래도 94점 정도 줄 만한 와인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내 입엔 10년쯤 더 익혔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멋진 응축감 때문에 점수를 주자면 낮게 주기가 어려운 와인입니다. 다만 응축감과 그것에서 비롯된 특성을 제외하면 좀 에스파냐 또는 신세계스럽고, 이 적극적인 오크 사용에서 비롯된 특성들이 포도에서 비롯된 특성과 혼연일체를 이루려면 꽤 세월이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디캔팅 에어레이션이나 브리딩 따위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한 방식으로 나는 반 병 정도를 마신 후, 스토퍼로 막고 반 병 정도를 냉장고에 방치했습니다. 그러다가 상온에서 좀 더 숙성한 후, 보름 정도를 에어레이션한 후 시도니오스 레스떼뜨와 지아코모 콘테르노&즈비젤 센소리로 마셔봅니다.

 

 환원취가 약간 생겼고, 다소 산화된 뉘앙스가 있습니다. 그래도 바닐라향이 남아있네요. 입에 넣으니 완전히 숙성된, 오크통에서 기인한 향이 정말 근사합니다. 물론 이건 이 와인이 완전히 병숙성되었을 때를 추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산화시켜서는 포텐셜을 즐길 수는 없습니다. 포텐셜을 어느 정도 검증은 할 수 있지만 맛있게 즐기기 위한 건 아닙니다.

 

 바나나같은 향. 에어레이션의 결과 탄닌이 거의 75~80% 이상 녹았고, 아주 맛있는 것 같은 요소가 생겼는데 완전히 병숙성했으면 아마 천상에서 훔쳐온 것 같은 맛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스월링으로 환원취를 최대한 날리고 본질을 살펴보면, 산지오베제 아니랄까봐 이 본질은 맛있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늙게 만들어서 마셔도 이 와인은 정말 템프라니요 와인같은 느낌이 꽤 납니다. 미각적인 부분에서 이렇게 맛있는템프를 마셔본 적은 없지만, 그 외엔 정말 템프를 닮았습니다.

 

 

 

 

 

주용 - 원주술인 19 []

 

: 원주의 주용에서 생산하는 증류주. 원주산 쌀과 고구마, 다래, 그리고 바닐라 빈과 엘더플라워가 들어간 술입니다. 크리슨 TT6203 글라스로 작은 샘플을 마십니다.

 

 이름 그대로 알콜 19%. 19도짜리 증류주라 상당히 묽습니다. 주니퍼베리 향이 안 나는 크래프트 진을 스틸워터에 희석해 마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맛없지는 않은데 주니퍼베리 향이 안 나서 뭔가 좀 빠진 것 같고, 일반적인 진에 비하면 너무 묽어요.

 

 가격을 고려하면 맛있는 술이긴 합니다. 어쨌든 꽤 괜찮은 크래프트 진에서 주니퍼베리 빼고 물탄 맛이거든요. 살짝 달콤하고 엘더플라워 향도 좋습니다. 좋다 만 술이라 아쉬울 뿐.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청명주 18.6 [★★]

 

: 한영석 청명주의 고도수 버전입니다. 배치 16하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고요. 이후 18.6도 배치 2가 출시되었습니다만, 이건 처음 나왔던 배치로 시판 당시에는 한정판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었습니다. 알콜 18.6%. 녹두국. 일단 요변이 있는 흑유 잔으로 마십니다. 도수를 보면 과하주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과하주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입 마셔보면 꽤 세고, 향이 여립니다. 누룩 향이 먼저 와닿고, 과일 풍미가 좀 늦게 찾아옵니다. 일반 청명주와는 달리 양조주로는 거의 한계에 달한 도수를 가지고 1년간 숙성을 거쳐 출시했다는데, 그래서 생주 느낌이 줄어들고 차분하면서 깊이가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몇 모금 마시고나서 이거 안되겠다고 판단.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로마는 거의 없습니다. 다소 유질감이 있는 바디. 상당히 숙성되었습니다. 와인으로 치면 좀 머츄어드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 와인보다 과일향이 워낙 적어서 그런 인상을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영석 청명주 치고는 산미가 약해져 있는데, 숙성 결과 완전히 순해져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흑유 잔으로 마시면서 좀 묘하다고 생각했던 게 글라스로 마셔보니 확연하게 느껴지는데, 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미네랄리티가 뚜렷하다고 느껴집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미네랄리티가 있다 정도 느낌이 아니고, 몇 개월 전에 마셨던 Domaine J.A. FerretPouilly-Fuisse 2019가 떠오를 정도로 규모가 커다란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굳이 보자면 이건 와인 올드빈 마시는 느낌이 좀 듭니다.

 

 이후 마시다보니 와인처럼 열리면서 어느 정도의 복합성을 느꼈습니다. 분명 한영석 청명주이긴 한데, 일반 한영석 청명주와는 좀 인상이 다른 술입니다. 도수보다는 1년 숙성이 더 큰 영향을 준 기분이고요. 일반 한영석 청명주와 스타일은 달라도 맛있는 술이긴 합니다. 다만 이건 미네랄리티를 이해해야 맛있을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도수 탓인지 스타일 탓인지 스월링을 해줘야 풍미가 더 살아납니다. 아로마 같은 게 없긴 하지만 화이트 와인 또는 스파클링 와인용 글라스에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시다 보면 묘하게 이런저런 향들을 느낍니다. 생나뭇가지 껍질을 벗겼을 때 나는 향. 아마도 환원취일 것 같은 플라스틱과 같은 향. 부싯돌을 핥는 것 같은 느낌. 아직 익지 않은 로즈힙 또는 핵과의 향. 미미하게 골드 럼이 연상되는 달콤함. 이상 묘사한 것들은 정말정말 약하게 나는 향이라, 감지하기 거의 어렵습니다.

 

 

 

 

 

Bridlewood - Pinot Noir Monterey County 2018 [★★★☆]

 

: 캘리포니아 Monterey 카운티의 리즈너블한 피노 누아. Wine EnthusiastMatt Kettmann에게 89점을 받았습니다.

 

 마개는 테크니컬 코르크입니다. 개봉 후 마개를 보니 조금 타고 올라와서 보존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알콜 14.5%. 볼륨이 꽤 높습니다.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첫 서빙 온도는 15.8도 정도로 좀 낮은 상태인데, 미국의 리즈너블한 피노누아는 좀 낮은 온도에서 맛있는 경향이 있어서 일단 낮은 온도로 마시기 시작합니다.

 

 피노 누아다운 품종향. 입에 닿는 첫 감촉이 봄의 튤립 같습니다. 병숙성이 잘 되었네요. 알콜 볼륨이 높은 피노누아라 조금 탄탄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스템의 그것입니다. 홀 클러스터 비율이 있네요.

 

 기대보다 미네랄리티가 잘 느껴지는 피노 누아입니다. 홀 클러스터 피노 누아답게 스파이시하고, 구조감이 튼실하며 복합성과 다소의 풋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명한 떼루아를 느낄 레벨의 피노 누아는 아닙니다만, 몬테레이의 자연을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틀에 가해진 대미지는 크지 않다로 추정. 더 숙성할 수도 있었던 피노 누아 같다는 게 첫인상이었습니다만, 마시면서 시음적기의 피크로 판단. 지금이 이 바틀의 절정기입니다.

 

 열리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미국 피노누아다운 감성이 조금씩 피어납니다. 바닐라틱한 화장기. 화장을 다소 두껍게 한 젊은 여인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을 만한. 그리고 오크통을 토스트한 향도 느껴집니다. 이런 게 미국 감성이지요. 프랑스의 피노누아가 천상의 것을 속세의 병에 담은 것 같다면, 이런 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소위 7의 여자 같은 느낌인 것입니다.

 

 열리고 난 후엔 무척 달달한 느낌이고, 과일 향이 크리미함 뒤에 믹스됩니다. 날카롭게 쪼개졌거나 모난 결정이 생긴 느낌의 미네랄리티 위에 폭신함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어? 말도 안 되게 맛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건 이 바틀의 시음적기다 못해 그 피크라 그렇습니다.

 

 제대로 만든 레드와인이라는 건 진짜 시음적기가 되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것이라도 정말 맛있어지곤 합니다. 접하기가 영 어려운 게 문제인데, 그나마 피노누아나 메를로는 탄닌이 적어서 시음적기가 빨리 오는 편이긴 합니다.

 

 온도가 더 올라가고 더 열리면서 수박향이 피어납니다. 클러스터를 쓴 와인답게 시음적기의 피노누아임에도 제법 떫음이 남아있는데, 적절한 푸드와 함께했다면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금 해봅니다만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주는 바틀과 음식 맞추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긴 합니다. 오크가 좀 적극적인 거 빼면 스타일 자체는 부르고뉴를 연상시키는 타잎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미국 피노누아는 언제나 시음적기일 경우 맛있고, 대단한 가성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짭짤한 향. 동물과도 같은 부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환원취. 바이올렛. 섹시한 살결과도 같은 향, 다소의 대미지에서 기인한 잡내 같은 게 점점 나옵니다. 와인이라는 게 살짝 어려운 게, 이거보다 몇 배 비싼 와인을 사서 딴다고 꼭 이렇게 맛있지가 않습니다. 비싼 와인은 시음적기가 늦게 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거 일찍 잘못 따면 포텐셜을 이성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 감성적인 만족감은 낮습니다.

 

 이 와인이 받은 89점은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고, 심지어 이 와인은 대미지를 전혀 받지 않은 바틀이 아닙니다. 이상적인 보존환경에서 보존된 게 아니고, 비싼 와인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주 맛있습니다. 애초에 저렴한 편에 속하는 와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마시게끔 코스트를 아끼면서도 열심히 만든 와인 같고, 그런 피노누아가 마시기 즐겁게 숙성되었기 때문(바틀에 가해진 대미지는 이 와인의 숙성을 더 빠르게 만들었을 겁니다)입니다.

 

 이 와인은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맛있는 향과 맛없는 향. 빼어남과 결함. 그런 게 섞여 있는데요. 사람이 그러하여도 어울리기에 충분히 즐거울 수 있듯 와인 또한 그러합니다.

 

 워낙 피크에 있던 리즈너블한 와인이라 금방 죽어버리긴 하는데요. 죽은 후에도 아로마가 사그라들 뿐 맛있긴 합니다. 이 바틀은 시음적기의 피크에 개봉한 피노누아가 어느 정도까지 포텐셜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평범한 선수라도 한번쯤은 인생경기 펼치면서 최상위 팀을 상대로 이길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포의아침 맑은내일 Winery 단감명작 []

 

: 우포의아침은 경상남도 창녕군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입니다. 다양한 주류를 만들어 시판 중인데, 그 중 단감으로 만든 와인인 단감명작을 마셔봅니다.

 

 알콜 7%. 도수는 낮지만 보당되었습니다. 요변이 있는 작은 흑유 잔으로 마셔봅니다. 일견 약주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고, 생각보다는 단맛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다 발효시킨 와인이네요. 애초에 단감이 브릭스가 그렇게 높지 않긴 하지요. 조금 새콤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주종(酒種)은 와인인데 술 스타일은 약주에 가깝습니다. 물론 쌀로 만든 약주와는 좀 다르긴 하고, 과실주라는 걸 느낄 수는 있는데요. ~장히 약주같습니다. 나름대로 맛있긴 한데, 포도로 만든 와인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 글라스를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아로마는 그냥 고전적인 약주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사용한 효모 종류가 약주 만들때 쓰는 쪽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네랄리티는 두드러지지 않고, 바디나 전반적인 촉각적 부분이 묘하게 단감 껍질 같은 느낌입니다. 어쩌면 감껍질에서 기인한 탄닌이 약간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의 감지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도수도 좀 낮고 굉장히 잘 넘어가는 술입니다. 전반적인 풍미는 감보다는 사과에 가깝다는 느낌이고요. 좀 특이하게 이 단감명작은 300ml750ml 두가지 버전을 시판하고 있는데, 300ml 들이의 시판가격이 용량대비 더 저렴합니다. 그래서 다른 술인가 찾아봤지만 다른 술이라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기술해두자면 300ml짜리를 마셨습니다.

 

 와인으로 치면 사실 이건 평범한 수준도 못됩니다만, 300ml짜리 술로 널리 유통된다면 이야기가 다를 겁니다. 일반 음식점 같은 데서 파는 술로 치면 이건 최상급이 되거든요. 맛 자체는 있는 술입니다. 마시기 편하고.

 

 

 

 

 

 

Château La Nerthe Châteauneuf-du-Pape blanc 2019 [★★☆]

 

: 샤토 라 네르트는 1560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론의 와이너리입니다. 샤토 라 네르트의 샤토네프--파프 2019년 블랑을 마셔봅니다. 남부 론의 최고 아펠라시옹인 샤토네프--파프는 주로 루즈를 생산합니다만, 블랑도 소량 생산합니다.

 

 세파쥬는 40% Grenache Blanc, 34% Roussanne, 20% Clairette, 6% Bourboulenc. Jeb Dunnuck에게 93, Vinous에서 92, Wine Advocate에서 91점을 받은 와인입니다.

 

 알콜 14%.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콜렉션 화이트와 시도니오스 르 쎕뗀뜨리오날로 마십니다. 마개는 길이가 다소 긴 천연 코르크고, 소믈리에 나이프로 깔끔하게 개봉되었습니다. 첫 서빙 온도는 10.6도 정도였습니다.

 

 첫인상은 열대과일 및 왁시함이 느껴지는 아로마에 과일과일해서 신세계스러웠는데, 입에 넣고 온도를 올리고 스월링을 하니 이내 고급와인다운 중량감을 드러냅니다. 제법 웅장한 와인이네요. 이게 샤토네프--파프였지. 라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대지의 떼루아가 잘 담겨있습니다.

 

 무척이나 둥글둥글한 미네랄리티. 블랑임에도 입을 다소 조이고, 입에 머금고 있으면 구강 조직을 콕콕 찌르는 것 같은 자극성이 있습니다. 둥근 자갈 느낌이 매우 강하고, 진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과일 풍미는 강합니다.

 

 파인애플, 복숭아, 모과, 둥근 조약돌, 흰 꽃, 아몬드,

 

 양질의 화이트와인입니다만, 단점이라면 하이노트가 별로 없습니다. 리즈너블한 와인이라면 그런 게 별 단점이 되지 않겠습니다만, 이건 저렴한 와인은 아닙니다. 소위 이국적인 매력이 있으나 표준적인 고급 화이트 와인과는 궤를 다소 달리합니다.

 

 

 

 

 

 

 

G. D. Vajra Barbera d’Alba Superiore 2020 [★★]

 

: 피에몬테 알바의 와이너리들은 대체로 다양한 토착품종들을 사용한 와인을 만듭니다. 보통 로쏘 품종으로는 네비올로 및 돌체토와 바르베라 정도는 챙겨 만드는데요. 피에몬테 최고의 품종은 물론 네비올로입니다만, 돌체토와 바르베라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이른 시기에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됩니다.

 

 G. D. 바이라에서 만든 바르베라 달바 슈페리오레 DOC 2020을 마셔봅니다. 이 와인은 Vinous에서 93+점을, Falstaff에서 93점을 받았습니다. 천연 코르크 마개. 병 입구 부분이 얇아서 날개형 오프너로 개봉. 글라스는 시도니오스 레스떼뜨 및 지아코모 콘테르노&즈비젤 센소리를 사용했습니다.

 

 알콜 15%. 병 내 첫 서빙 온도 15.3. 템프라니요를 연상시키는 아로마. 입에 닿는 첫 감촉은 아름답지만 이내 살짝 거친 텍스춰를 드러냅니다. 매우 가볍고 새콤합니다. 색도 진하고 도수도 높은데 입에 넣으면 바디가 정말 놀랍도록 가볍습니다. 가메 이상으로 가볍습니다. 목으로 아주 잘 넘어가는 로쏘입니다.

 

 탄닌이 많은 편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2020년에 산도 제법 있다보니 아직 숙성 잠재력은 좀 남은 상태인 것 같고, 약간의 떫음도 있습니다. 네비올로와는 달리 진지하게 접근할 스타일이 전혀 아니고, 무척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그야말로 이탈리아다운 와인. 피니쉬가 길다거나, 그윽하다거나, 피네스가 좋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저 플라워리하고 과일과일한게 맛 자체는 꽤 맛있습니다.

 

 오크를 꽤나 섬세하게,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지드링킹이 가능한 와인이지만 참 열심히 만들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탈리아 음식과 같이 마시기엔 이렇게 좋은 와인도 잘 없습니다.

 

 

 

 

 

인천탁주 1938 소성주 [★☆]

 

: 소성주의 새로운 시리즈가 보여 구매해서 마셔봅니다. 인천탁주의 전신인 대화주조의 창립년도인 1938년을 기념하여 1938 소성주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성주 및 소성주 플러스와는 달리 무감미 탁주고요. 가격은 소성주보다 2배 정도 됩니다.

 

 알콜 6%의 생탁주. 요변이 있는 흑유 잔으로 마십니다. 일단 침전물을 섞지 않고 마셨는데, 꽤 달달하고, 산미와 누룩 향이 있습니다. 첫인상 자체는 소성주보다는 소성주 플러스에 가까운데, 많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내가 소성주의 기본 버전인 소성주의 팬이고 그걸 홍보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좋은 술은 아닙니다. 저렴하고 매력적인 술일 뿐이지요. 소성주 플러스는 소성주보다 품질 자체는 조금 올라갔지만 매력이 줄어들어서 나로서는 비추천이고요. 그런데 이 1938 소성주는 제법 품질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술까지는 아닌데, 좋은 술 흉내는 냅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 이건 가성비가 좋습니다. 이 가격에 좋은 술 흉내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흉내라도 냅니다. 이런 건 꽤 드뭅니다.

 

 

 

 

 

 

Milan Nestarec Moje (MayBe 2018&2019) [★★☆]

 

: 밀란 네스타렉은 체코의 유명 내추럴와인 메이커입니다. Moje는 밀란 네스타렉이 만드는 펫낫(Pet-nat)인데, 두 번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마시는 바틀은 언제건진 정확히 모르겠는데 2018년과 2019년 빈티지가 합쳐진, 2020년 출시된 첫 번째 버전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레이블도 6종류가 있는데 이 바틀은 왼쪽에서 두 번째네요. 이름인 Moje는 원래 체코어로 모예에 가깝게 읽히지만 모조로 읽어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알콜 12%. 품종은 리슬링입니다. 펫낫은 내추럴 방식으로 만든 발포성 와인의 일종인데, 버블이 아주 강하지는 않아서 보통 왕관 병뚜껑을 씁니다. 이것도 크라운캡이고요. 쇼트즈비젤 비냐 샴페인 플루트 글라스와 크리슨 PRE06 롱칵테일 글라스로 일단 마셔봅니다.

 

 플루트 글라스에 따라놓으니 미세한 버블이 제법 많이 올라옵니다. 글라스에 따른 이후 온도를 재보니 10.5도 정도입니다. 아로마는 리슬링임에도 페트롤향이 없고 무난하게 사과향 같은 게 많이 납니다.

 

 입에 넣으니 제법 크리스피하고 무난한 인상입니다. 미네랄리티가 살아있는데 부드럽고, 복합성이 있습니다. 내추럴이라 그런지 산화가 많이 진행된 느낌은 있고, 산이 꽤 둥글둥글합니다.

 

 마이야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상파뉴 및 까바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대신 굉장히 복합적인 느낌이 있는데, 내추럴 양조법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룩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전통주처럼 다양한 미생물이 개입한 듯한 복합성인데, 산화가 많이 된데다 쓴맛을 동반한 다소 잡스럽기까지 한 복합성이 뒷맛에 이어져 묘한 개성을 가집니다.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펫낫인데 참 특이한 거 마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의 침전물 또는 부유물이 있고, 과하게 산화된 뉘앙스와 무슨 진짜 누룩이라도 쓴 것 같은 잡스러움, 그리고 제법 괜찮은 리슬링 스파클링 와인의 요소들이 복합되어 진짜 별세계다 싶습니다. 롱칵테일 글라스인 크리슨 PRE06이 잘 어울리는데, 기본적으로 별로 잔을 가리는 느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