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긍정적으로 보는 국가 둘

정치 2019. 9. 18. 15:46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fIqNveNdkgU

 


 

 프랑스와 일본.


 

 두 나라 다 한 때 아주 잘 나가다가 고생을 많이 했지요. 양국은 서로에게 과도하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인 중에는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을 앓은 사람도 꽤 있었다 하고요. 파리 증후군은 실제로 파리에 가 본 외국인이, 상상 속의 파리와 현실 파리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충격을 받아 각종 증상을 나타내는 증후군을 뜻합니다. 일본인 중에 파리 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두 나라는 정말 나쁜 상황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베, 마크롱이라는 좋은 총리/대통령의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부터 이야기해볼까요. 나는 최근에 문재인 정권이 민족주의를 앞세우면서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중 다수가 일본에 대해 정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하였습니다.


 

 2010년대 내내 일본은 그 나라가 처한 쇠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쳐왔습니다. 일본 청년들이 아베를 지지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베는 일본을 살리기 위해 파격적이고도 진보적인 방식을 선택했고, 이상적이지는 않으나 분명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아베를 단순하게 극우적인 인물로 보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겁니다. 이제 세계 각국의 정부들과 중앙은행들이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고 고려 중에 있거든요.



 일본의 성공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우선 간 나오토 정권 칭찬을 잠깐 하지요. 나는 간 나오토가 정치적으로는 정말 무능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가 애국자였다고도 생각합니다. 간 나오토가 정치적 자멸을 각오하고 VAT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아베가 지금처럼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간 나오토는 일본의 성공을 자신과 일본 민주당의 성공보다 우선시하였고, 그렇기에 일본은 끝없는 어둠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간 나오토는 오늘만 사는 문재인과는 근본이 다른 선량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간 나오토의 대단한 점을 더 하나 이야기하자면, 그는 1세 연상의 외사촌과 결혼한 인물이었습니다.


 

 이제 아베 정권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베는 VAT를 한 번 더 올릴 생각이고요. 증세가 예견된 상황에서도 어쨌든 참의원 선거에서 이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수를 확보한 후, 법인세를 추가로 인하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베는 그 동안 어떻게든 법인세를 지속적으로 내려왔는데, VAT를 올리면 그만큼 법인세를 또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 VAT 올리고 법인세 내릴 정치인이 등장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있어야 할까요?


 

 근래 미국 경제가 좋았지요. 트럼프가 잘한 경제정책은 사실 하나밖에 없습니다.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인하한 거요. 나머지는 다 심하게 못했어요. 그런데도 법인세 인하가 너무 강력한 카드라,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호황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박근혜 후기부터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하면서 경기가 둔화되었었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명목세율까지 올리는 자해적인 선택을 하면서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 직전에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 모범답안도, 세계적인 트렌드도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간 두 독단적인 정권 탓에 국민들이 힘든 상황입니다.


 

 프랑스도 이야기해볼까요. 프랑스는 답이 없을 정도로 사회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인 마인드에 허덕이는 국가입니다. ‘유럽의 병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나 프랑스 국민들이 마크롱이라는 그나마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으면서 최악의 위기는 넘기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올 초만 하더라도 말실수 몇 번 하고 노란 조끼 시위 맞으면서 정치적 위기였는데요. 나는 마크롱이 침몰하면 프랑스는 아예 쓰러져서 한동안 못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마크롱은 부활했고, 노란 조끼 시위는 어떻게 진정된 것 같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간 나오토가 외사촌과 결혼한 대단한 남자인데, 마크롱은 더 대단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교사였던 24세 연상의 기혼 여성, 브리지트 트로뉴와 결혼했거든요. 심지어 브리지트는 당시 마크롱과 같은 반 학생의 어머니였고, 자식이 셋이었습니다. 확실한 건 마크롱은 비범하게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무척이나 강한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마크롱은 종종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발언을 일삼습니다. 답이 없이 국가주의적인 것 같을 때도 있고, PC함이 지나쳐 자유주의자가 맞나 싶을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그는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일관적으로 자유주의적이고, 이는 북유럽 제외 자유진영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국가였던 프랑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크롱은 프랑스 국민들이 보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던 것을 말하는 대통령입니다.


 

 마크롱은 문재인과 동일하게 20175월에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경제를 망치는 동안, 마크롱은 실업률을 9.7%에서 8.5%, 청년실업률은 23%에서 19%로 낮췄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을 OECD에서 몇 안 되는 실업률 증가국으로 만든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또한 프랑스는 법인세도 계속 내리는 중입니다. 올랑드 초기 이후 인하 추세였지만 마크롱 취임 무렵에는 33% 정도였는데, 마크롱 임기 말에는 25%가 될 예정입니다.


 

 유럽의 병자는 병세가 완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병상에서 일어났다고 봐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조적으로 10년 전, OECD에서 가장 팔팔하고 생생하던 대한민국은 늙고 병들어 골골대고 있습니다. 문재인에게 빠른 레임덕이 오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아마 곧 병상에 눕게 될 겁니다.



 이런 질병을 앓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기를 막는 데는 백마 타고 온 초인 같은 것까지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런 국가적 위기는 없었으리라 확신합니다. 문재인이나 심상정만 아니면 됐습니다. 프랑스 국민들이 르펜이 아니라 마크롱을 선택할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문재인을 선택했습니다. 오늘의 고통은 그 차이로 인해 생겨났습니다.

아베가 왜 저러는지에 대하여

정치 2019. 7. 4. 16:14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VBltiYFO42c



 

 이 곳을 오래 지켜봐오셨으면 알겠지만, 나의 아베 신조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까 아베가 바보짓을 했다는 추측은 일단 제합니다. 아베가 감정적으로 일을 벌였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적수를 무시하는 교만일 것입니다.


 

 먼저 말해야 할 게 있다면 이번 일이 터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된 잘못을 저지른 쪽은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이 내셔널리스틱하고 파시스틱한 광기에 대해 나는 한탄하지 않을 수 없고, 관련하여 넌지시 여러 번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인들이 화를 내더라도 어쩔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여 만일 일본인이 본문을 본다면, 모든 한국인이 한국의 극우화된 반일 민족주의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본 사건 관련하여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최악을 넘은 곳에 있다고 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를 존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나는 바로 위에도 말했듯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 민주당이 잘못을 반복한 끝에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 시각은 확고하고, 관련하여 나는 문재인과 민주당을 극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본 문제에서 우리나라 정부를 먼저 규탄하면 안 되는 입장입니다. 외부의 적이 생긴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당은 그러면 안 됩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개념이 없습니다. 무개념 정당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나는 아베 신조가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주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시작하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기업들에 데미지를 주려는 것 또한 본의가 아닐 겁니다. 만약 아베가 제대로 싸움을 걸 생각이었다면 웨이퍼 수출을 막거나, 반도체 재고가 줄어든 시기에 공격을 가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별 데미지가 없는 방식의 공격을 택했지요. 데미지를 안 줄 생각이니까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더 큰 데미지를 줄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럴까요. 나는 아베의 가장 중요한 의도는 외교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참의원 선거용이겠고요. 그 다음으로는 어쩌면 메모리반도체 단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네요. 일단 나는 아베가 나쁜 한일관계를 방치할 생각이 없다는 쪽으로 추정합니다. 한일관계를 어떻게든 풀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아베가 왜 현 시점에서 한일관계를 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무언가 판단할 만한 근거라거나 소재 같은 게 좀 부족합니다. 이런저런 쪽으로 생각해볼 여지들은 있는데, 언급할만한 것들은 아직 별로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나는 아베의 본의는 외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악화시키기 위한 건 아닐겁니다.


 

 한편으로 만약 이 행동 이면에 메모리반도체의 단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그건 성공적일 수 있을 겁니다. 아베가 무역 규제를 하려고 말을 꺼냈다가 취소하는 것만으로도 반도체 수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여담인데 메모리반도체는 일본에서도 생산하는데요. 망하고 마이크론에 인수되긴 했지만 옛 엘피다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램값 폭락은 지금 많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안 되고 있고요. 인텔이 지지부진하면서 램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반전의 계기가 생겼지요.


 

 비트코인의 가격회복도 나는 조금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비트코인이 창출했던 GPU를 비롯한 각종 반도체 수요가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가상증표가 전반적으로 폭락하면서 수요가 줄었었지요. 요새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올랐는데,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반도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가격을 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비트코인이 일본에서 만든 거라는 걸 생각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근거라는 걸 잡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일말의 가능성 여지 정도만 염두에 조금 남겨두고 있네요.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윤곽이 드러납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켜보면서 판단을 해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내가 보는 시각은 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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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한일동맹 필요성 주장하기

정치 2017. 8. 15. 23:01 Posted by 해양장미

 경험적으로 일본과 동맹을 맺자라는 주장은 주변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여유가 없는 입장이라 생각합니다.

 

 근래의 북조선-미합중국 관련 정세에 대해 먼저 간단히 이야기해보지요.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어나가기 위함입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수많은 독재자들의 몰락을 봐 왔고, 한 때 친미쪽이었던 독재자들의 몰락에도 서구 사회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봐 왔을 것입니다. 그에 북측은 핵, 미사일개발을 강행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택하였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경제제제로 그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를 해온 세월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경제제제가 실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호박씨 때문인지 탈북자들의 송금과 밀수업자들의 대활약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문제에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은 이젠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론은 대략 두 가지입니다. 하난 미국이 북쪽과 교전을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 다른 하난 유엔과 미국이 북측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종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두 결론 모두 우리에겐 좋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장기적으로만 보면 이 중 전자가 그나마 낫습니다. 한미연합군이 전면전을 각오하고 북진하여 통일을 이룬다면, 한국은 지금보다 장기적으로는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겠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물론 이 글을 쓰는 나도, 나의 가족과 친인들도 죽을 확률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후자의 경우에도 평화는 없다는 겁니다. 종전한다고 북조선이 골칫거리가 아니냐 하면 그렇지 않고, 북측의 핵보유가 인정될 경우 여러 모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또한 북조선 쪽에서 종전의 대가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한국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다분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조선, 중국, 러시아는 우리가 진정한 우방으로 삼을 만한 국가가 되지 못합니다. 북조선을 신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며, 중국은 패권주의적인 동시에 너무나도 호전적입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생각하면, 미국만을 동맹으로 신뢰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우리와 미국의 이해관계도 더 이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주장해온 미국의 고립주의 노선이 앞으로 강화될 가능성도 생각은 해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의 유일한 민주국가이자 같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의 동맹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일본이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중국, 러시아, 북조선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까지 적대하게 되면 주변에 우방이 하나도 없는 고립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며, 일본 대신 중국이나 러시아와 가까이 지내는 건 적합한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중국과 가까이 지내보는 건 시도했으나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판명되었고, 러시아는 아직 너무 얽히지 않는 게 나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일본은 과거사가 어떻건, 감정이 어떻건 지리적 위치와 이해관계가 유사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북-중과 단독으로 싸워 이길 방법도 없습니다. 정치가 현실인 것 이상으로 군사외교는 더더욱 현실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은 국체를 넘어 우리 국민 전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한일관계에 감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면 중간은 갑니다.

사회 2015. 3. 1. 12:58 Posted by 해양장미

 31일은 봄맞이하는 좋은 날이지만, 이 날에 보이는 극우들의 준동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3.1절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되기보다는 한국인들을 극우적으로 만드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

 

 극우 민족주의는 사람들의 증오심을 부추기고, 분노를 일으키고, 공격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런 증오와 분노와 공격성은 대체로 특정 집단의 정치적 권익을 위해 이용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권익을 위해 역사를 날조하고, 상징을 왜곡하며 폭력을 합리화시킵니다.

 

 역사왜곡의 한 사례를 살펴보지요. 우리는 소양 없는 언론인들이나 네티즌, 심지어는 공무원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신채호같은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한심한 일이지요. 신채호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습니다. 조선상고사에서 신채호가 그런 말을 했다고 사람들은 그러지만, 대체로 그 사람들은 조선상고사 한 페이지도 안 봤을 겁니다.

 

 신채호는 그저 독사신론의 첫문단에서

 

國家(국가)歷史(역사)民族(민족) 消長盛衰(소장성쇠)狀態(상태)閱敍(열서)(). 民族(민족)()하면 歷史(역사)()할지며, 歷史(역사)()하면 民族(민족)其 國家(기 국가)()觀念(관념)不大(부대)할지니, 嗚呼(오호), 歷史家(역사가)責任(책임)其亦 重矣哉(기역 중의재)인저.’

 

 라고 기술했을 뿐이지요. 이게 어딜 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가 됩니까?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저 말에 가장 가까운 말을 남긴 사람은 처칠입니다.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라고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nation을 민족이라고 해석하면 꽤 곤란합니다. 브리튼 특성 상 민족 운운할 수가 없어요. 굳이 해석하자면 저 말은 과거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 정도입니다. 어감이 완전히 다르지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당신들을 조종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낸 문구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저 말을 따라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역사를 정말 모릅니다. 편향적으로 추린 사실들과 거짓들에 의존하여 조작된 상징을 받아들이고, 폭력성을 발휘하기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역사를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면 중간은 갑니다. 이용당하고, 나쁜 사람이 되지 마세요.

 

 역시나 오늘도 폭력적인 말들이 3.1절 기사 베플마다 달려 있습니다.

 

친일파를 처단하자

아베 정수리에 태극기를 팍 꽂고 싶다.’

‘3.1절에 동반자라니 ..미쳤내’ - [대통령 "한일, 미래 50년 동반자로 새역사 써나가야"] 기사

덮고가긴 복수해야할 상대데’ - ['과거사는 덮고가자'..··일에 작심하고 촉구] 기사

 

 이 사람들은 이런 걸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당장 수천 명이 동의하고 있고요. 저런 게 나쁘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인 겁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극우성과 폭력성을 주의해야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를 진짜로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3.1절마다 사람들이 증오와 분노를 불태운다면, 그런 날은 없는 게 차라리 낫겠지요. 96년 전에 이러라고 독립운동 한 게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일본 경제는 언제든 망할 수 있다.

경제 2013. 5. 25. 02:04 Posted by 해양장미

 일본에 어느 날 갑자기 경제위기가 닥치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갑자기 IMF 구제금융을 받는다거나, 갑작스레 세수를 올려 폭동이 일어난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일본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경제 동력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감당 불가할 정도의 심각한 빚더미에 올라앉아있는 나라다. 그나마 부채의 대부분을 일본 자국민이 떠안고 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망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의 부채가 GDP 대비 30%정도인데, 이런데도 빚 많다고 우려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본의 부채는 GDP 대비 240%이다. 금액으로 치면 천조엔 수준. 엔화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현재 한화로 1경원이 훌쩍 넘는다.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이 저런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일본 국채 금리가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일본인은 국채 이율이나 금리가 낮아도 국채를 구매하고 은행에 예금을 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어지간히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았다. 금융에 대한 문화적 결함은 일본을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한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번에 아베가 엄청나게 엔화를 풀어내며 양적완화를 시작했다는 데 있다. 양적완화는 호황을 불러오는데, 그 결과 채권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채권 금리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이를 설명하자면 채권의 금리는 채권의 가격과 반비례다.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이 인기가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채권도 거래가 된다.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반대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감당 불가능한 부채를 지니고 있고, 그 부채는 국채로 이루어져 있다. 국채금리는 채권시장에서 변동한다. 그런데 양적완화로 인해 식었던 경기가 뜨거워지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게 되어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일본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이 감당 가능한 금리가 어디까지일까?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미 실질적으로는 돌려막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도 금리가 낮아서 버틸 수 있었던 거고, 그래도 버티기 힘들어서 부가가치세를 늘린다는 둥 증세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런데 금리가 더 올라가면? 당연히 더 돌려막거나 더 증세하거나 파산할 수밖에 없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채권 이율이 한국 국채만큼 올라간다면 일본은 그 이자를 지급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파산에 준하는 각종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우 일본이 혼자 죽지는 않는다는 데 있겠다. 일본은 GDP기준 아직 세계 제 3의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일본은 엄청난 미합중국 국채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돈이 없어져서 미합중국 국채를 일거에 매도하고,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GDP가 줄어들게 되면 세계 경제에 또 한 번의 심각한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아무리 바보라도 정말 일자무식할 리야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이 오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IMF도 일본이 망하게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본이 조만간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일본은 일종의 한계에 부딪쳤다고 할 수 있다. 기적적인 소생이 없는 한 어쨌든 고통스러운 몰락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