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뭘 원하는 걸까요.

정치 2019. 7. 13. 00:18 Posted by 해양장미

 추천 브금

 

https://youtu.be/EbftqekNkVY 



 

 이런 저런 방향으로 생각해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작성합니다.

 

 아베는 왜 저랬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아베에게 뭐가 가장 필요한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참의원 선거의 승리가 당장은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그거 때문에 이런 일까지 벌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보진 않았습니다.



 나는 아베가 진짜 원하는 건 역사에 남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패전국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을 다시 보통국가로 만들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경제난에 신음하던 일본을 구한 역사적 위인으로 남는, 그런 거 말입니다.


 

 보통국가화는 일본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경제에 엄청난 버블이 생긴 후 무너졌다는 건, 여기 오시는 분들 쯤 되면 많이들 아실 건데요. 당시 일본이 플라자합의를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의 국방을 미국이 책임지고 있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았던 시기, 자체적인 충분한 무장이 불가했던 일본은 미국의 요구라면 좀 무리한 거라도 들어줘야만 했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일본이 다시는 그런 일을 안 겪으려면, 가장 먼저 보통국가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이 아직까지 보통국가화를 못 하고 있는 건 외교적인 이유가 아닙니다. 일본 국내에서 보통국가화에 대한 찬성 의견이 부족하기 때문에 못 하고 있습니다. 일본 청년들은 혹시 보통국가화가 되었다가 징병 대상이 될까봐 찬성하지 않고요. 전쟁과 빈곤의 기억이 남아있는 노년층은 그 기억을 끔찍하게 여기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일본 내에도 반전주의자가 있고,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각자의 이유도 반대합니다.


 

 그러면 아베 입장에선 어떤 수를 낼 수 있을까요? 일단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원래 아베는 지한파입니다. 한국을 잘 안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한국은 좋은 샘플이 됩니다.


 

 나는 아베가 원하는 건 반미감정, 특히 반트럼프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베는 한국은 북조선 같은 위험한 국가에 군수 지원을 하는 나라라는 식으로 되도 않는 언플을 하면서 은근슬쩍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는데요. 계속 이러면 미국이 개입을 하려 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베는 언론 플레이를 잘 해서 일본 내에 어찌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은 남조선, 북조선 편만 들고 일본 편이 아니라는 식의 언론 플레이가 가능하겠지요. 아베 입장에서 21세기 초에 있었던 한국의 강한 반미감정은 매우 부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이런 가설로 보면 현재 일본이 우리나라에 가하는 공격이 영 미적지근한 것도 설명이 어렵지 않습니다. 아베는 우리나라에 큰 데미지를 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고, 우리나라 기업과 일본 기업이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우리에게 좋을 게 없듯 남//미가 가까워지는 것도 일본에 좋을 게 없는데요. 아베는 이 기회에 남//미를 세트로 묶고 일본 국민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킴으로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식은 트럼프한테도 그다지 나쁠 게 없습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트럼프도 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최대한 드러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완전히 아베가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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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ddiver 2019.07.13 0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리수이고 정도에 벗어난 방법 같은데...과연 통할까요?
    확실히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아베 정치인생의 가장 오랜 숙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게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목적이라고 보면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아베 입장에서 이런 방법밖에 없었을까,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긴 하네요. 물론 제가 아베 입장에서의 다른 좋은 방법이 당장 생각 난다는건 아닙니다.

    • 해양장미 2019.07.13 0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베 입장에선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것도 안 하면 보통국가화는 힘들 상황이고요.

  2. roo ney 2019.07.13 0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어찌 보면 아베는 노짱을 부러워했을 수도 있겠군요.

    사린가스같은 무리수까지 두는 거 보면 역시 직접적 보복이 목적이 아니라 일단 일을 벌려서 미국을 개입시키려는 게 목적인 듯 합니다.

    • 해양장미 2019.07.13 0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미국이 조선 편을 들고, 일본은 버리는 것 같은 모양새를 연출해야 아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미국과 일본은 예견된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할 겁니다. 아베는 그것까지 계산에 넣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3. 1257 2019.07.13 0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까지의 '보통국가화' 및 집단적자위권 확보가 미국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는 대미 동맹정책의 발전적 보상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자주성과는 거리가 꽤 먼 형태였으며 딱히 커다란 노선 변화의 징조도 없었기 때문에, 좀 상상하기가 힘들군요. 물론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는지와 국내의 여론몰이용 공작은 거의 상관이 없긴 합니다.

    그럼에도 본문을 보고 약간 흥미로운 사실이 떠올랐는데 넷우익 계층의 반미감정은 상당히 심한 편이라는 겁니다.

    • 해양장미 2019.07.13 2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저는 아베가 미국과 진짜 멀어질 생각은 일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베는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크게 일었었지만 한미동맹에는 별 문제가 없는 걸 봤겠지요. 아베가 원하는 건 일단 보통국가화지 자주국방이 아닐겁니다. 일본이 그렇게 경제가 좋은 상황도 아니고요.

  4. 복서겸파이터 2019.07.13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베가 생각보다는 멍청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추가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더라도 장기화되면 결국 양비론이 되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 1257 2019.07.13 14: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멍청...보다는 선거가 정말 많이 급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사린가스 운운을 보고 관심전환이론에 부합하는 케이스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초계기 사건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을 국외로 화제를 돌려서 극복하려는 게 맞다면, 본문의 가정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좀 더 단기적 이유일 것 같아서 선거 문제가 생각보다 더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 해양장미 2019.07.13 2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껏 아베가 뭔가 할 때마다 그를 멍청하다고 본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그 사람들이 대체로 틀렸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베에 대해 방심하지 않는 게 기본적으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사태를 장기화할 생각이 별로 없을 겁니다. 장기화하면 일본도 데미지가 크거든요.

  5. 유월비상 2019.07.13 14: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우익들 입장에서 일본 안보정책은 제국 멸망 직후부터 단추를 잘못 뀄죠. 안 그래도 미일동맹으로 외교정책에서의 운신폭이 좁아졌는데,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니 독자적 여지가 더 줄었습니다. 덕에 일본은 경제력에 비해 국제정치 영향력이 매우 빈약한 나라가 되었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왜 우린 경제강국인데 영향력 없냐는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브레진스키가 쓴 '거대한 체스판' 보면 미국바라기인 일본 외교정책에 불만을 가진 정치인, 학자들의 이야기가 잔뜩 나옵니다. 최근이 아닌 90년대 쓰여진 책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베의 보통국가화는 그런 여론이 부상하면서 정치의제화된 거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이 보통국가화된다고 바로 한일전 날 것처럼 구는 건 오반데, 지금 일본 행보를 보면 보통국가화를 고분고분 받아줄 수도 없으니 그게 고민입니다. 뭔가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말씀하신 아베의 전략은 여러 사건들의 연쇄를 통한 빅픽처를 그리는 셈인데, 중간에 하나라도 수 틀리면 실패하는 계획이라 성공할지 회의적입니다. 안그래도 사린가스같은 무리수까지 둔 상황이라...

    • minddiver 2019.07.13 1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데 사실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한국이 허가안해줘서 못하고 있는게 아니라서 한국이 반대급부를 얻어낸다는건 보통상황에선 어렵지 않을까요?

    • 해양장미 2019.07.13 2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우리의 유일한 합리적인 선택은 보통국가화된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과거사를 좀 풀고요.

      우리는 일본의 보통국가화에 대해 그 어떤 반대급부를 청구하거나 요구할 입장이 못 됩니다. 기껏해봐야 우려를 표시하는 정도가 최대한 할 수 있는건데, 그러면 양국 사이만 나빠지고 긴장만 더해집니다. 그건 하책 중 하책입니다.

      사린가스에 대해서 일본 사람들은 옴진리교의 아주 나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베는 한국을 아주 나쁜 나라, 못믿을 위험한 나라라고 언론 플레이를 한 겁니다.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 2019.07.13 2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해양장미 2019.07.13 2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적어도 이 정부가 이런 상황을 미리 염두에 두고 대응시나리오를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일외교 최악으로 하면서 별 문제가 안 터질 거라고 방심하고 있었지요. 집권할 자격이 없는 정권입니다.

  7. 복서겸파이터 2019.07.14 1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s://m.huffingtonpost.kr/entry/eo_kr_5d2a904ae4b02a5a5d5bfdd7?fbclid=IwAR13q87vr6kRPevqjTWeORCS3bitSJSM0uDliK4acwGqaK5HJVuBoecHRPA&fbclid=IwAR19NxTfJMDJdS4ErXbLQ5x6iIGlU2Ji7jKM_p-jFu3R2H9krIgy7KH3w1k#cb

    선생님과 거의 분석이 비슷하신거 같아요. 흠.

    • 해양장미 2019.07.14 14: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제 판단과 공통점이 많네요.

      링크하신 글을 쓰신 분도 그렇고, 이번 사건에서 일본의 안보정책변경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로서는 아직 그에 대해 뭐라 판단을 내리고는 있지는 않지만 귀담아 들어보고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