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보는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

사회 2013. 6. 12. 14:28 Posted by 해양장미


 어제 저녁, 축구 대표팀이 우즈벡을 상대로 승리하였다. 최강희 감독의 명예도 어느 정도 지킨 것 같아 더욱 기쁘기도 하다.


 현재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1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조 1위이며, 본선 진출 확률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비록 전 경기를 이겨가면서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무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할 수 있다. 최강희 감독 부임 후 한국은 정식 경기에서는 무패다.


 그러나 만족을 모르는 한국인들은 이런 결과에도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이동국에 대한 욕은 도가 지나치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수위의 공격을 시도하는 이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과하게 욕하는 사람이 소수라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아무리 축구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 좋은 스포츠라 할지라도, 한국 사람들의 대표팀에 대한 불만은 정상이 아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수십 년 째 티켓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이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다. 본선에 나가보는 걸 소원으로 여기고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는 나라들이 많다. 그에 비해 한국은 예선과정에서는 대표팀보다 사실 리그가 우선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적잖은 실력 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코 쉽게 이길 만한 조건도 아니다.


 또한 축구란 기본적으로 이변이 곧잘 발생하는 종목이다. 강팀도 약팀한테 발목을 곧잘 잡히곤 하는 게 축구다. 그러나 대표팀에 대해 공격성을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분풀이를 대표팀에 터뜨린다. 문제는 이런 분풀이가 대표팀에게만 한정될 리가 없다는 데 있다.


 작은 것에 감사하거나 만족할 줄 모르고, 남과 매사를 비교하고, 무모하게 이상적인 것만을 남들이 해주길 바라고, 그것에 미달될 경우 화를 내는 모습은 한국인의 보편적인 자화상이다. 가까운 사이라고 예외가 결코 아니라서, 한국인들의 공격성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해치곤 한다.


 자식에게 과하게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도록 바보를 만드는 부모, 넘쳐나는 소위 블랙컨슈머 및 진상고객, 직원들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는 상사 등은 이 나라에 너무나도 흔하다. 혹자는 한국이 시민들은 수준이 높은데, 정치적 문제 때문에 선진국이 되는 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정치가 아닌 시민들이 문제다.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언제든 ‘甲질’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갑질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대표팀 축구를 보면서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것도 일종의 갑질이다. 나는 갑이고, 대표팀은 나를 만족시켜줘야만 하는 서비스 업종 을이라고 인지하면서 진상고객이 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인은 불행하다. 아시아의 수많은 축구팬들은 결코 왜 한국 사람들이 대표팀 때문에 불행한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너무 많은 갑돌이들, 갑순이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치 2013. 6. 10. 22:45 Posted by 해양장미

 대선이 끝난 지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이 정도 할 줄 알았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도 내 기대보단 잘 하고 있다. 실제 지지율도 60%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어쨌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잠시나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고, 한동안 패배의 이유를 추론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흘러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니 문재인은 그렇게 해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선거를 잘못 치른 것이다.


 만약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문재인이 온전히 흡수하였다면 문재인은 큰 표차이로 이겼을 것이다. 어차피 그사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20대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해외 부재자 투표도 문재인이 승리했다. 여기에 반 MB 정서 등, 여러 유리한 입장에서도 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문재인의 실수들을 꼽아보자.



1) 대선에 출마하면서 현충원을 찾았을 때, 이승만과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 대통령 후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수의 이승만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박정희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을 반영구적으로 멀리 밀어버린 사건이었다. 또한 시작부터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를 심음으로 평화적인 사람들의 지지 가능성도 멀어졌다. 박근혜는 김대중, 노무현 묘소 일부러 참배 안하는 것 같은 밴댕이짓은 안했다.



2) 어이없는 경선 모바일 투표 과반 전승


: 이 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과 손학규 지지자들이 다수 이탈했다. 탐욕스러운 친노세력의 바지사장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 시점부터 분열되었고, 문재인은 이 당 내분을 수습하는 데 실패하였다.



3) 안철수와의 관계


: 문재인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만 찾았다. 그 결과 안철수가 대선의 주역으로 비춰졌고, 문재인은 제 1 야당의 후보로 무게감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로 혼자 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안철수 쪽이 언제든 독자 출마도 가능하다는 듯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4) 이정희와의 관계


: 토론에서 비록 사실관계가 ‘옳을’지언정 충분히 ‘예의’를 갖추지 않은 이정희에 대해,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문재인이 여기서 이정희와 거리를 두지 못함으로 인해 도매급으로 묶여버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정희는 적잖은 국민들에게 ‘종북’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는데, 문재인까지 여기에 휘말려 버린 셈이다.



5) 친북성향


: 평창 올림픽을 북조선과 같이 치르겠다는 둥, 바로 북조선 요구를 들어주고 남북대화부터 하겠다는 둥 북조선에 적대적으로 변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친북 성향의 태도를 보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북조선에 대해 주도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6) 심각한 경제적 무지 및 좌파성향


: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둥, 각종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바로 폐지해야 한다는 둥의 어이없는 공약과 발언 등으로 주로 40대 이상 중산층, 자산가 및 투자자 계층의 폭발적인 이탈을 초래했다. 소위 기득권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좌파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부동산 소유가구가 소유하지 않은 가구보다 2배는 많으며, 순환출자를 폐지시킬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도 더 어려워진다.



7) 지역적 민심이반


: 평창 올림픽이나 북조선 문제 등 때문에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졌고, 대선의 주요 격전지인 충청권에도 전혀 어필하는 게 없었다. 역대 충청을 잃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은 이회창과 선진당을 흡수한 박근혜에게 충청권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경남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했지만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었다.



8) 명성의 부족


: 대선 2년 전, 박근혜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었지만 정 반대로 문재인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재인은 한명숙이나 안희정 정도의 인지도도 없는 인물이었고, 현직으로 정치를 하던 인물도 아니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는 시도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은 안철수만 불러댔고, 토론에서도 이정희가 더 두드러져 보였으며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이 문재인보다 더 어필될 정도였다.



9) 광적인 친노-노빠-깨시민들


: 몇몇 구역을 제외하면 온라인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이들은 대단히 편파적인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타 후보를 공격했으며, 그 결과 역효과를 냈다고 보인다. 친노세력은 이들을 이용해 민주당을 잠식하고 손학규를 떨어뜨리고 안철수까지 사퇴하게 했지만, 박근혜와의 본선 무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문성근-명계남-탁현민 등은 아예 광화문 유세 때 ‘무대 근처에 민주당 국회의원은 아예 오지도 말라’ 라는 식의 정신 나간 소리를 했고, 재야인사들은 단일화 당시 안철수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가했으며 기타 온갖 이중잣대와 만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10)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함


: 박근혜가 국회의원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비장한 모습을 보인 반면, 문재인은 초선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말에도 불구, 권력에 집착하는 듯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친노 인사들이 임명직 불참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문재인은 어차피 친노의 바지사장 또는 얼굴무슈[각주:1]였고, 권력에 대한 친노의 욕심은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48%이나 받았던 건 기본 구도 자체가 워낙 반 MB정서가 강했고, 박근혜 캠프가 말을 중간 중간 바꿔가면서 실수를 한 면이 있었던 데다 안철수의 인기를 흡수한 것도 커서였다. 물론 문재인 후보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문재인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결국 대체로 야권 후보를 찍었을 사람이었다 할 수 있다. 대선 1년 전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이 받은 득표율은 결코 문재인 후보가 가진 지분이었다 하기 어렵다.


 문재인이 선전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과 박근혜의 득표율 차이는 3.6%였다. 이는 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 2.3%이나 김대중과 이회창 사이의 1.6%보다 훨씬 큰 차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대통령감도 아니었고 - 그의 다른 면보다는 그의 정치 경력이나 명성,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 노력했던 세월이 그렇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안철수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는 후보도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굉장히 진보적인 편이다. 좌파적이라는 게 아니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대를 항상 추구하려 한다. 박근혜는 5년 전의 실패를 딛고, 박정희의 그늘조차 벗어나며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유신에 대한 사과도 했고,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제안 또한 내세웠다. 그러나 문재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지지하는 자들을 배격하고, 부동산 소유주들도 대기업도 평창도 투자자들도 모두 내치고, 편을 갈랐다. 참여정부 때의 사회혼란과 분열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민들은 그런 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었다.


 문재인이 당선되려면 위의 문제들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반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질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너무 많이 했기에 그와 친노세력은 결국 패배하였고, 역사의 뒤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1. 프랑스어에서 마담은 여성대명사, 무슈는 남성대명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