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9호선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한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각종 보도들이나 여론이 과도하게 편향되어있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근래 1심 판결이 나온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의 의미와 그 영향력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서울메트로 9호선(이하 9호선)과 서울시의 갈등은 사실 개통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기본 운임에 대해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갈등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가 승리했다. 맥쿼리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당분간 다른 지하철과 동일 요금을 받기로 하였었다. 그리고 1년 후 요금 협상을 다시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합의가 안 되었다는 데 있다. 박원순 시장으로 정권이 바뀐 서울시는 합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맥쿼리는 지난해 4월, 요금 인상을 통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협의에 응하지 않았던 서울시는 맥쿼리를 힘으로 제압하여 요금을 올리지 않게 한다. 맥쿼리는 여기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맥쿼리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이 나오게 되고, 결국 이명박과 커넥션이 있는 사악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낙인찍히게 되었다. 결국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와 맥쿼리가 패소하게 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운영권과 요금결정권을 되찾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상적인 보도와 여론만을 보면 맥쿼리가 정말 나쁜 기업이고, 이명박 시장 때 맥쿼리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당하게 시민의 권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진실일까? 맥쿼리는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처럼 더 욕심을 부리는 걸까?


 이 진실을 직접 찾아보려면 회계와 금융, 그리고 경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기자들이 성의 있게 기사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가능한 한 본 블로그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일단 박원순의 말부터 직접 보자.




 이 글만 보면 참으로 박원순이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장 같고, 맥쿼리가 사악한 금융자본인 것 같다. 실제 링크를 보면 반응도 좋다. 그러나 사실을 파 보면 박원순이 일부러 교묘하게 어감을 속여 시민을 기만하고 있는 면이 있다.


 일단 이 글만 보면 맥쿼리가 무려 15%나 되는 후순위채권 이율을 부당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맥쿼리가 2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맥쿼리는 9호선에 주식과 채권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 24.5%의 지분을 위해 맥쿼리가 투자한 금액은 418억이다. 그리고 15%의 후순위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335억이다.


 그런데 이 중 주식에 투자한 418억의 경우 9호선 운영이 이익이 나야만 순이익을 분배해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모두들 알다시피 - 박원순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 이미 9호선은 적자가 심해 서울시가 적자보존을 해주는 상황이다. 즉 418억의 투자에 대해 맥쿼리는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


 후순위채권 이율이 15%나 되는 건 애초에 주식에 418억을 투자하는 위험을 짊어졌기 때문에 얻은 특혜다. 그러나 실제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 부분을 손해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투자금액 대비 맥쿼리가 얻고 있는 연리는 세전 6.67%이다. 즉 후순위채권 이율이 15%라는 건 맥쿼리를 공격하기 위한 가쉽일 뿐, 실제 맥쿼리가 그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 이자지급까지 제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연체가 되고 있다. 맥쿼리는 그로 인한 추가손실도 보는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혹자는 6.67%도 높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BTO 투자의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말이다. BTO는 수익형 민자사업을 의미하는데, 메트로 9호선은 이 BTO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결과 완공 직후 9호선의 소유권은 서울시가 되었다. 즉 맥쿼리는 9호선에 대한 운영권과 운영회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지분 24.5%를 가지고 있을 뿐, 9호선의 소유주는 이미 서울시라는 것이다. BTO에 대한 설명은 링크를 참조하시라.


 그런데 이 운영기한은 30년이다. 그리고 이 30년 중 절반인 15년에 대해서는 정부가 MRG를 해준다. 이는 잘 알려진 최소운임수입보장이다. (역으로 운임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높은 경우 일정 이상은 서울시에 되돌려주도록 계약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도 예상 운임수익에 비해 100% 다 해주는 게 아니고, 9호선의 경우 첫 5년은 90%, 다음 5년은 80%, 마지막 5년은 70% 보장해주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이런 보장이 없을 경우 BTO는 너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참여하려는 투자자가 없어진다. 또한 애초에 예상운임수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일 이런 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당기순이익이 아닌 운임수익에 대한 MRG이기도 하다.


 흔히 가쉽성으로 MRG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이야기되곤 하지만, 비리가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또 좀 생각을 해 보자. 지하철 중 흑자를 내고 있는 지하철이 있는가? 없다. 지하철은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인 공공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적자를 쌓고 있는 중이다. 기존 서울지하철 1-8호선의 경우 사용인구도 워낙 많고 운영도 잘 하고 있기에 적자 누계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초기 투자비용이 이미 상쇄된 상황의 문제고 적자 자체의 발생은 현재 어쩔 수 없다. 요금을 좀 몇백원은 올려야 적자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이 또한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9호선에 MRG를 주건 다른 지하철 공사의 적자를 보존해주건 어차피 세금은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민자에 의해 운영되는 9호선은 애초에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요금을 받길 원했다. 그러나 요금을 적게 받도록 요구하여 적자를 내게 만든 쪽은 서울시였다. 처음엔 맥쿼리도 한 발 양보해서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의 태도는 막무가내였고, 계약을 위반한 것이었다.


 9호선 계약서를 보면 계약대로의 기준운임이 있다. 그 기준운임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9호선은 자율적으로 운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요금인상을 위해서는 1개월 전에 대중에게 공표해야 한다. 다만 기준운임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징수하려 한다면 서울시장과 합의를 하도록 되어있다.

 

 2013년 현재 계약상 9호선의 불변기본운임은 1446원이다. 그런데 여기엔 고려하도록 되어있는 물가상승분이 빠져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은 1955원이다. 즉 9호선은 계약대로라면 1955원 내로는 자유롭게 기본운임을 변동할 수 있다. 1개월 전에 대중에게 고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9호선이 현재 원하는 기본운임은 1550원이다. 계약상으로 아무 문제도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현재 9호선의 기본운임은 1050원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힘으로 기본운임을 올리는 걸 막고 있다. 다만 박원순은 그 후 개통시 서울시의 요구에 의해 9호선이 1년 후 서울시와 합의로 운임을 결정한다고 했던 걸 이유로 9호선은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서만 운임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9호선을 실제 이용하는 내가 봐도 억지다. 애초에 9호선이 한번 양보를 해 줬던 거고, 이후 서울시는 9호선의 운임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 시민의 입장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적 가치를 놓고 보면 서울시가 잘못하고 있는 게 맞다. 슈퍼 갑인 정권의 입장에서, 을인 일개 기업과의 계약을 힘으로 위반하고 있으니 자유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해야겠다. 이런 건 독재시대에 어울리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민간을 함부로 위협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다. 국가가 힘을 함부로 써서 포퓰리즘으로 시민들의 인기를 얻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 정치의 한 유형이다.


 애초에 계약된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별로 그렇지는 않다. 계약을 보면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운임상승률이 초기 10년에 해당하는 2018년까지 매해 3.41% 올라가고, 그 다음 10년 동안은 1.49% 오르고, 마지막 10년인 2038년까지는 아예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계약상 초기에 기본운임 가이드라인이 많이 올라가게 되어있고, 나중엔 부담이 적어진다.


 그래도 많이 올라가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장기적으로 보면 대중교통요금은 많이 올라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성인이라면 어릴 때 대중교통요금을 생각해보자. 원래 많이 오른다. 계산을 해 보면 9호선 가이드라인이 딱히 특별한 게 아니다.


 더구나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에 불과할 뿐, 9호선도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경쟁을 해야 한다. 요금을 너무 올려버리면 다른 버스 등으로 승객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9호선 측에서 원하는 게 1550원인 건, 그보다 더 올릴 때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원래 대중은 가격에 민감하다. 그리고 맥쿼리는 사정상 9호선의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맥쿼리 등이 져야 할 또 하나의 리스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영기한이 30년이라는 건, 운영 30년 후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 자체가 사라진다는 (또는 강제로 인수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시간동안 9호선의 적자가 누적된다면, 채권자이자 주주인 맥쿼리는 투자 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 (서울시는 계약상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적자를 보존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어차피 MRG도 15년밖에 보장을 안 하는데다 차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맥쿼리 입장에서는 MRG를 받는 것보다는 운임을 계약대로 인상해서 흑자를 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위에 이야기한 6.67%이라는 이율이 높아보일지 몰라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6.67%이라는 점에서 지금처럼 서울시의 견제를 받으면 저 채권은 투기성 채권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실제로 15%의 후순위채권이다. 후순위채는 선순위채를 다 환급한 후에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고리스크 상품이다.) 그리고 투기성 채권은 실제 6.67%보다는 이율이 훨씬 높다. 나름 안전한 브라질 국채만 해도 이것보단 더 나온다.


 그런데 박원순이 말하고 있는 수입 보장률 8.9%가 뭘까? 이는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실시협약 때 실질사업수익률을 예측한 수치가 8.9%였고, 이것을 가이드라인으로 하여 현재 90%에 해당하는 MRG를 받고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9호선은 적자 운영 중이다. 9호선의 MRG는 당기순이익이 아닌 운수수입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8.9%라는 사업수익률 예측이 굉장히 높아 보일 수 있지만, 9호선에 투자했을 때 생각하는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는 그리 꼭 높은 게 아니다. 우선 30년 안에 수익을 내야하는데다 30년간 묶이는 돈이기도 해서 유동성도 없고, 받기로 한 돈도 제때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결과적으로 맥쿼리가 9호선 투자로 이익을 내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맥쿼리 입장에서 9호선은 골치 아프고 곤혹스러운 사업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맥쿼리와 같은 조건에서 9호선에 투자하겠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답은 절대 No. 다. 그나마도 지금 애초의 협약이 정치적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 중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편을 들어줬다. 그리고 박원순은 영웅 행세를 하며 맥쿼리에게서 9호선을 인수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계약 조건이 어떨까?


 MRG도 초기 15년만 보장이고, 그 후 15년은 맥쿼리가 알아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나마도 현재까지 보낸 시간은 MRG를 90% 보장해주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MRG 비율도 떨어지게 된다. 또한 모든 지하철은 적자다. 9호선만 적자가 아니고, 그 차액은 어차피 지자체가 세금으로 내고 있다. 9호선의 착공에 들어간 막대한 투자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만약 서울시가 민자유치를 안하고 지방채를 찍어서 사업을 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맥쿼리에 주는 높은 후순위채권 이율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막상 계산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민자로 유치한 전체 비용을 서울시가 지방채나 시 보증 채무로 확보할 경우, 결국 그 이율이 그 이율이다. 좀 뜻밖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맥쿼리 외에도 보다 저리의 선순위채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이 있었고 이 투자자들의 이율을 주식 지분까지 합쳐 계산하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이 면에서도 맥쿼리가 특혜가 아니냐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서로 돌아간 혜택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이런 BTO는 특수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리스크나 유동성 문제에 대한 보상책이 어떤 형태로든 주어지게 된다.


 더구나 민자를 유치하지 않고 서울시가 직접 사업을 벌였을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면이 있다. 우선 지방채를 더 찍으면 회계상 시의 부채 규모가 더욱 증가하게 되고, 이는 시의 재정을 가시적으로 악화시킨다. 또한 BTO 방식은 애초에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 규모를 정확하게 계약하고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 지출이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BTO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생기면 그건 계약대로 민간 사업자가 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맥쿼리가 30년간 맡아 운영해야 할 상황이니 공사에 대한 관리도 더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고, 부실공사 위험도 줄어든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달라지는 것이다. 만일 시가 지방채를 찍게 되면 이런 이점이 사라져 그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맥쿼리가 떠안고 있는 빚을 서울시가 떠안았어야 했을 걸 감안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9호선은 2012년까지 세전 당기순손실이 무려 1849억이나 발생했다. (특수손실이 많이 발생하였는지 결손금은 훨씬 더 높다. 이미 자본총계가 2011년에 -로 떨어졌다. 적자누적으로 자본잠식이 일어났다는 뜻.) 이게 MRG 받은 상태에서 그렇다. MRG 지급액은 불과 924억이다. 결국 현재의 양상은 서울시가 맥쿼리를 뜯어먹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주책임은 낮은 운임을 강요하고 있는 서울시에게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실패한 투자회사는 아니다. 9호선에 한정짓지 않는다면 맥쿼리의 투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9호선에 한정한다면 맥쿼리는 대실패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는 소송으로 치달았으나, 1심에서 재판부는 서울시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요금 인상을 서울시와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라는 식의 판결을 하였지, 요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판결을 한 것은 아니다. 이렇다면 결국 서울시도 요금 인상에 대한 협상을 계속 회피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실을 설명하려 애썼다. 박원순이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걸까? 일단 경실련, 참여연대 등 자칭 진보 단체들은 사태를 파악을 못하거나 일부러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마도 박원순도 거기에 넘어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정말 진실을 모를까? 이번에도 포퓰리즘 정치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9호선을 지금 서울시가 인수한다면, 계산적으로는 분명 서울시 손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박원순은 과거 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웅이 된다. 특히 시민에게 펀드를 모으고 사업수익률 예측도 5%로 떨어뜨리겠다는 식의 말은 그야말로 포퓰리즘 이상은 아니다.


 당장 9호선 운영권을 서울시가 인수한다면, MRG로 주던 돈이건 현재 나고 있는 적자건 간에 서울시가 다 떠맡아야 한다. 물론 운영권 양도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일거에 지출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2009년부터 서울시는 9호선 요금 인상을 막으면서 924억만을 지급했다. 그리고 맥쿼리는 잔뜩 투자를 해놓고도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만큼 맥쿼리 입장에선 사실 9호선 운영권을 서울시에게 팔아버린다면 나름 홀가분할 수도 있다. 물론 전동차 구입 등 막대한 초기투자로 인한 적자가 큰 시기이긴 하지만, 계약사항까지 위반하는 정도의 정치적 리스크를 진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정말 좋은 게 아니다. 어차피 수익도 불투명한 사업이니, 투자원금만 보존된다면 발을 빼서 나쁠 게 없을 거다. 오해와는 달리 실제 운임 좀 올린다고 맥쿼리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9호선 인수를 위해 시민 기금을 모으겠다는 것도 일종의 쇼일 가능성이 높다. 지방채 찍는 것보다 낮은 돈으로 펀드를 만들기 어렵기도 하고, 실제 9호선은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기금의 형태에 따라선 원금보존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박원순은 그런 뒷일보다는 당장의 이미지를 중시할 거라 나는 추측한다.


 그리고 현재의 이런 사태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향후 민자 사업을 유치하는데 있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에 투자할 때 정부가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 정치논리에 따라 계약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면, 자본은 그런 데 들어오지 않거나 그 리스크만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기 마련이다. 박원순의 정치쇼는 상도덕을 어기고 자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뢰를 망가뜨렸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민자 유치를 하지 않으면 사회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빚이 많은 건 그 자체로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이다. (빚을 너무 쌓은 일본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간단하다.) 비록 민영화 등의 말로 이미지가 나쁘긴 하지만, 실제 민자유치와 민영화는 다르고 국채나 지방채를 더 찍는 것보단 BTO가 (비리만 없다면) 더 좋은 방식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정권이 계약을 무시한다면, 그런 나라는 투자 위험 국가로 낙인찍히기 딱 알맞다. 그럼 자본을 유치하는 데 그만큼 더 많은 코스트가 들어간다. 본래 금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열심히 본문을 쓰긴 했지만 시민들은 아마 저런 박원순의 정치쇼를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9호선을 서울시가 인수하기라도 하면, 박원순은 나름 영웅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포퓰리즘이다. BTO 문제는 배경 지식이 모자란 기자들이 쉽게 요약할 만큼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본문도 가급적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어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시민들이 이런 걸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정치인은 책임을 가지고 사회의 신의를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시민 사회도 진실을 볼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참조 : 2013년 10월 24일, 2편 업데이트 (링크)

추가 참조 : 2013년 10월 25일, 3편 업데이트 (링크)

복지 담론의 불편한 진실

경제 2013. 5. 30. 17:42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 한국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대단한 일을 해낸 것 중 하나는, 복지를 곧 분배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배를 늘려야 한다.’라는 정치사회적 의미를 사회주의적이고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것처럼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분배와 복지는 정말 다른 것이다.


 분배란 쉽게 이야기해 경제적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 전체를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이 분배가 잘 될수록 사회는 보다 평등해지고, 가난하고 불만을 가지는 이들이 적어지게 된다. 그런데 복지, 특히 정치사회 쪽에서 말하는 공공복지는 정부가 개입하는 형태의, 분배의 한 방식을 의미할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칙적인 분배는 복지보다는 통화의 회전에 달려있다. 즉 노동자가 임금을 제 때 많이 받고, 보통 사람들이 돈에 대해 너무 불안감을 가지지 않고 쓸 만큼 쓰고, 소비에 의해 영세상인들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면 그게 분배가 잘 되고 있는 거다. 시장이 충분히 잘 작동한다면, 복지는 다분히 보조적 수단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충분히 잘 작동하는 시장은 정말 드물다는 데 있다.


 완벽한 시장이 일종의 유토피아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불완전함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다. 소위 메인스트림의 사고방식은 시장을 좀 더 잘 작동시키는 데 있다.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여 물가를 조율하고, 시장이 무난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선진국들은 이러한 면에서 잘 작동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많은 경우 그렇지는 않다. 호황은 모두를 평균적으로 부유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신용이 무너지거나 붐이 꺼질 때 발생하는 불황을 막을 방법 또한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마치 병에 걸렸을 때, 의료적 조치를 받는다 해도 전혀 아프지 않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의 말대로 복지를 늘려야 하는 것일까? 근래 보편적 복지 담론이 불이 붙었던 것처럼, 증세를 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 사회의 분배는 더 나아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분배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적으로 꼭 이야기해야 할 것들은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거다. 고의적인 누락이건, 몰라서 말하지 않는 것이건 근래 벌어지고 있는 사회주의적 담론의 확산은 사기성이 있다는 게 근래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일단 꼭 알아야 할 것은 모든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 사회는 이미 일부 측면에선 강도 높은 복지를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의 ‘아주 저렴하면서도 잘 관리되고 있는’ 대중교통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시행 중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복지이지만, 지속 가능성이 의심되는 복지다. 모두들 현재의 운임 체계에서 적자가 누적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다 하면 자칭 서민들은 모두들 죽는다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의 일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도,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복지 시스템이 잘 작동되기 어려운 이유는 정말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다거나 건강보험료를 더 걷겠다거나, 연금 지급액을 낮추겠다는 등의 조처를 반가워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대략 저런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4~5년짜리 정권들이 저런 일들을 벌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박원순처럼 초기 협정을 무시하고 대중교통요금을 올리는 걸 힘으로 눌러버리는 시장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지금 하고 있는 복지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나는 대단히 의문스럽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레일만 봐도 그렇게 인력감축을 하고 부실한 면을 많이 만들고 그래도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다. 그나마 근래는 적자액이 줄어 올해가 흑자원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원순이 부당하게 탄압하였다고 보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만 해도 지난해 540억의 적자가 났다고 시에 청구한 상황이다. 9호선과 맥쿼리의 진실 또한 자칭 진보언론과 박원순의 포퓰리즘에 의해 크게 왜곡되고 있다고 본다.


 즉 민주주의 정권 하에서 복지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지 시스템을 처음 만드는 것 자체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예산을 증액하고 혜택을 축소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아무도 지고 싶어 하지 않아한다. 갑자기 대중교통비 기본요금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누군가 발표한다면, 그 사람이 과연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모든 복지 제도가 이런 면이 있다.


 또한 세율을 올린다고 결코 세금이 더 걷히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 ‘커지고 있는 지하경제와 그 문제 및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 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증세는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을 만들고 지하경제를 키우기 마련이며, 그 결과 현대의 금융자본주의 하에서 순환하지 않게 되는 돈은 모두에게 피해가 된다는 게 그 주된 내용이었다.


 실제 이명박 정권이 부자감세로 욕을 먹긴 했지만, 그것은 부당한 정치적 공격이었다. 우선 국세청에서 공개한 연도별 종합소득세율을 보자.


http://taxinfo.nts.go.kr/docs/customer/noted/noted_main.jsp?taxitem_str=%C1%BE%C7%D5%BC%D2%B5%E6%BC%BC&sub_title=%BC%BC%C0%B2&file_path=file%2FnotedInfo%2FU%BC%D2%B5%E6%BC%BC%C0%B2%282012%29.htm


 조금만 자세히 봐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종합소득세율을 감세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명박 정권 또한 마찬가지로 감세기조였지만, 정권 도중 3억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세율이 생겨났다. 무려 38%나 된다.


 1억 초과 법인세율 또한 마찬가지다. 노태우 정권 때 34%였던 법인세율은 김영삼 정권에서 28%까지 내려간 후, 김대중 정권에서 27%, 그리고 노무현 정권에서 25%로 감세한다. 그리고 이를 이명박 정권은 22%로 내렸다. 1억 미만 법인세율 흐름도 거의 동일하다.


 즉 감세는 이명박의 특이한 행동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쭉 이어져온 기조였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일단 자칭 진보 좌파 사회주의 세력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공격했다. 하나는 보수주의자와 연합하는 양상의 김대중부터 노무현까지 다 신자유주의였고, 그것이 양극화에 일조했다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 정권을 그래도 마음만은 서민을 위했던 정권처럼 포장하여 이명박 정권을 유독 부자 편을 드는 정권으로 낙인찍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부당한 공격이다.


 결과적으로 세수는 어땠을까? 세율을 꾸준히 내린 것과 반비례로 세수는 쭉 증가해 왔다. 김대중 정권 후기인 2001년에 걷힌 총 국세는 95.8조였던 반면, 많은 감세가 있는 이후인 2011년에 걷힌 총 국세는 192.4조원이다. GDP가 올라가서? 꼭 그렇지도 않다. 현재와 큰 GDP 차이가 없었던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의 총 국세는 161.5조원이었다. 국제경기는 노무현 정권 때가 훨씬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세율인하가 더 많은 세수를 불러온 것이다.


 실제 감세를 하면 일시적으로는 세금이 덜 걷힌다. 그러나 금방 회복되어 더 많은 세금이 걷히게 된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가?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일차원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증세가 지하경제와 불황을 불러온다면, 감세는 더욱 많은 경제활동으로 인한 호황을 불러온다. 세금은 돈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부과되기에 호황이어야 세수가 늘어난다. 실제 자유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잘 증명되어온 게 한국인 것이다.


 결국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하겠다는 방식은 불황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복지는 증세하지 않고, 적자를 누적시키지 않는 복지이다. 그런데 이미 한국은 적자를 누적시키는 양상의 복지를 하고 있다. 이런 면들에서 본다면 복지를 늘려 분배를 하자는 방식은 바람직하지가 않다.


 물론 한국이 사회적 지출비용이 높은 편은 아니고, 세율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엔 중대한 맹점이 있다. 이것은 결코 사회주의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알려진다면 결코 지금처럼 시민들이 복지 담론에 열광할 수가 없을 테니까.


 일례로 스웨덴을 보자. 스웨덴은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스웨덴이 복지국가가 된 일차적인 이유는 워낙 부유해서였지만, - 2차 대전 직후 전쟁에 휩쓸리지 않은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 그런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세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실제 스웨덴의 세율과 한국의 세율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한국이 스웨덴에 비해 세금을 별로 안 내는 건 맞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은 소득수준을 4단계로 나눌 경우,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8.7배나 많은 소득세율을 부과 받고 있다. 이는 세율기준이기에 실제 세액으로 치면 까마득한 격차가 나게 된다. 실제 한국은 부자들만 세금내고, 서민들은 거의 세금 안 내는 나라다. 그런데 스웨덴은 소득격차 대비 1.44배 차이밖에 안 난다. 쉽게 말해 모두가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이다.


 한국만큼 고소득자가 저소득자에 비해 엄청난 세율을 부과 받는 나라는 소위 선진국 중 없다. 배수로 치면 브리튼이 1.43배, 미합중국이 1.57배, 일본이 1.82배, 도이칠란트가 2.16배, 프랑스가 좀 차이가 심해서 2.64배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극단적인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국이 세금을 많이 걷지 않는 건 맞는데, 특히 극단적으로 저소득층에 세금을 거의 안 걷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실제 경험으로 모두들 알겠지만, 한국은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커서 소득이 일정 이하면 실제 세금을 안 걷는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소득이 낮은 서민에게도 세금을 꽤 떼어간다. 소위 복지국가들은 다 그렇게 한다.


 소득세뿐만이 아니고, 모두들 공평하게 낼 수밖에 없는 VAT도 한국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한국의 VAT는 10%다. 그런데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20%전후의 높은 VAT를 걷는다. 스웨덴의 VAT는 25%다. 그나마도 한국 서민들은 현금거래를 통해 VAT를 내지 않는 데 능하다.


 결국 한국이 증세를 통해 복지국가가 되려면 서민들에게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엄청난 세금을 물려야 한다. 그런데 면세혜택에 익숙한 한국 서민들이 과연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한국은 사실 서민에게 실질적 면세혜택을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제법 복지국가였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 현실에서 ‘복지해줄게, 세금 왕창 내라.’ 라는 말은 사실 복지국가를 만들려 한다면 부자보다도 서민에게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결코 이 진실을 말하지 않아왔다. 그들은 부자를 털어 서민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양 말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중산층 이상만 세금을 내는 나라다. 부자들의 경우 그 불평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세율을 더 올린다 하면 조세저항도 강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세율 올려봐야 부작용만 심하고 딱히 더 걷히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실제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은 결국 서민들에게 보다 평등한 조세를 부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게 과연 서민들이 원하는 걸까?


 실제 우리 한국인들에게 다가와 있는 불평등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많은 좋은 일자리, 너무 길지 않은 노동시간, 강제적이지 않은 회식 및 유흥, 법 앞에서의 평등, 하도급 및 갑을관계에서의 정당함, 체불 없는 임금 지급, 출산 및 육아시의 경제적 안정 등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부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증세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부자가 돈을 잘 쓰도록 해야 한다. 그 돈이 시장에서 잘 돌고 돌면 결국 지급준비율의 원리로 점점 불어나면서 모두의 주머니로 돌아오는 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의 법칙이다. 사업자들이 돈을 벌어야 노동자도 안정적으로 임금을 받고, 사업하기 좋아야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노동자도 좀 더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주의를 억압해왔기에 실제 사회주의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린 왜 자본주의가 결국 사회주의를 이겼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