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유감

사회 2014. 2. 9. 16:40 Posted by 해양장미

 당장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제도로 ‘저탄소차 협력금제’ 라는 제도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안 협의는 되지 않은 제도인데, 시장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겨다줄 수 있는 제도다. 나는 이 제안에 문제가 많다고 보기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내년부터 신차에 대해 1회성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131~145 g/km를 기준으로 이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차에는 50~300만원의 보조금을,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에는 50~300만원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어쩌면 차를 안 몰고 환경에만 관심이 많은 분들은 ‘괜찮은 발상 아니야?’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런 건 정말 많은 것을 고려하여 책정되어야 하는 제도인데, 현재의 방안은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제도의 의의에 있다. 이미 승용차 구매자들은 대체로 다운사이징 / 고연비 / 고효율 등으로 대표되는 근래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비가 좋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은 몇 년 전보다 이미 두드러지게 현실화되어 있다. 중고 시장에서도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은 값을 많이 받고, 고배기량 휘발유 차량은 제값을 못 받는 경향이 생긴 지 오래다.


 그렇지만 아직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관련 기술은 독일이나 프랑스, 또는 일본 회사만 못하다. 쉽게 말해 외제차들이 더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다. 이미 사람들은 고연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 굳이 부작용을 감수해가면서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이 제도는 외제차를 사는 상대적 상류층에게 도움이 되고, 상대적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 사람들은 큰 차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것은 가족주의적인 한국 문화와 정체가 잦은 도로 사정에 기인한다. 중형 이상의 큰 세단이나 RV 등은 ‘아빠차’라는 별칭과 함께 팔리고 있다. 애를 키우기 위해서는 큰 차가 있는 게 좋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근래 한국 분위기나 여건 상 이런 인식이 빠르게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담금을 물린다 해서 큰 차량의 소비량이 줄어들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섣부른 규제가 가뜩이나 부족한 출산율 문제에 작게나마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제도 시행 시 오히려 세컨드카 구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큰 차 살 사람은 어차피 사지만, 작은 차 안 사도 될 만한 사람들이 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런 제도를 미리 도입한 프랑스에서 이미 있었던 일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한국과는 달리 고연비 디젤 기술이 일반화된 데다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동차량 운전자가 80%인 국가임에도 그렇다.


 특정 자동차 회사에 유난히 부담이 심해지는 것 또한 문제다. 예를 들어 저 제도가 실시될 경우 SUV 전문 기업인 쌍용차의 타격은 심각하게 클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면서 작은 차만 탈 수는 없다는 것과 기술개발 또한 여건이 되야 하는 거라는 걸 감안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근래 RV로 그나마 경제가 활성화되는 면이 많다는 것 또한 꼭 염두에 둬야 한다. 가족 단위의 여행과 레져활동이 경제 및 사회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내 생각엔 한국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이륜차에 대한 지원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게 낫다. 한국만큼 이륜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관리를 못 하는 나라도 또 없다.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이륜차를 보다 더 적극적이고 안전하게 타고 다닌다. 한국 교통의 문제 중 하나가 지나치게 사륜차량 위주의 교통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륜차량은 평균적으로 사륜차에 비해 연비도 훨씬 좋고, 탄소 배출량도 낮으며 도로 및 주차공간도 덜 차지한다.


 또한 CNG 차량에 대한 정책을 바꿔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셰일가스가 개발되고, 향후 통일 시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게 용이해질 걸 감안한다면 현재 버스, 택시 및 일부 개조차량에만 사용 중인 CNG를 보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사실 큰 차량은 이미 자동차세와 유류세를 더 내는 구조가 되어 있다. 여기에 하나의 부담을 더 얹어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한국은 과거에 비해 중형차 구매비율이 줄어드는 추세고, 경차는 매우 흔하다. 이미 경차를 탈 만한 사람들은 경차를 탄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충분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있는 회사 및 충분한 디젤엔진 기술이 있는 회사에만 유리한 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