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저장소 이야기

사회 2014. 9. 7. 15:32 Posted by 해양장미

 드디어 일베충들이 양지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건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그동안 일베에 대해 따로 이야기하는 걸 미루고 피해왔는데, 이제는 좀 언급해줘야 할 시각이 온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본 블로그의 글 중 일부가 불펌에 의해 일베에 오르기도 하고, 본 블로그에 일베유저들도 종종 다녀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쭉 일베는 법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입니다. 일베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반사회성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일베는 본 블로그에 집단적 공격성을 보인 사례가 있는 커뮤니티 3곳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내 반사회성 문제는 인터넷 초창기 대중화 과정 때부터 사회적 논의였던 문제입니다. 그 때부터 한참동안 규제가 필요하다 VS 자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사실 이 때 자정론을 내세운 쪽은 진보세력이었습니다. 국가의 월권과 폭력성에 대한 경계는 대체로 진보세력의 몫이니까요.

 

 이후 실제 한국 정부는 인터넷을 꽤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 한국은 국제적으로 인터넷 통제 국가에 해당합니다. - , 그것은 다분히 반쪽짜리여서 어느 쪽에는 과하지만 어느 쪽에는 방관이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저는 이러한 인터넷 규제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제멋대로인데다 국민들의 동의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동시에 저는 인터넷 세상에 대한 다소의 제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과 정도, 방식이 문제죠. 세상은 어느 정도의 공적인 규제가 있는 게 좋은 곳입니다. 그것은 치안과 정당한 행복 추구권의 문제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일베 문제를 좀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그 반사회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제어할 방안을 찾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일베를 싫어하는 사람들 중 일부조차도 일베를 폐쇄하는 것에 반대하였습니다. 제 생각엔 그것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일베를 정치 논리로 접근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베는 그 커뮤니티가 가진 강한 정치성 때문에 본질적인 반사회성 문제가 종종 은폐되었다는 게 제 사견입니다.

 

 사실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 문제만 본다면 일베를 최악의 커뮤니티라 하긴 어렵습니다. 저는 블로그 특성 상 온라인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일정 정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특히 일베는 본 블로그의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게 될 때가 있는데 저의 판단으로 일베는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 부문에서 독보적 최고는 아닙니다. 실제 노동이나 최저임금 논의에선 일베 회원 중 제법 다수가 꽤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일베의 주된 구성원이 저연령대저소득층인 것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다만 일베의 반사회성 문제는 심각합니다. 일베는 한때 논의되었던 인터넷 자정론 자체를 모두의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게 할 정도의 반사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반사회성이라는 것은 규범, 윤리, 도덕 등을 어떠한 정당성 및 대안 없이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불량배 집단이고, 불량배 양성소입니다. 이것은 일베의 일차적인 아이덴티티입니다. 그러니까 일베회원들이 일베충 소리를 듣는 거고요.

 

 가끔 이들을 파시스트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베는 파시즘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실제 한국에서 파시즘에 훨씬 가까운 쪽은 현재의 야권, 특히 깨시민들 쪽입니다. 물론 일베는 전체주의 및 권위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것이 파시즘은 아닙니다. 이것을 구분하려면 파시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현재 문제는 일베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한데, 어쩌다보니 일베 같은 F급 지향 커뮤니티가 한국 온라인 사회 내에서 새누리당-여당 및 과거의 이승만 정권, 군사정권, 기타 모든 우익 전체를 어느 정도 대변하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원래 일베 같은 곳은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지금 정도 규모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죠.

 

 그나마 최근까지 일베는 친목질을 금지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양지로 나서지는 않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세월호 정국이 길어지면서 결국 일베충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참 아름답지 못한 사태입니다.

 

 그러게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너무 첨예해지고 길어지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니까요.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든 새민련 비판 간단히만 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당신들 참 대단한 성과를 냈습니다.

 

 넘어가서, 일단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이게 만든 일등 공신은 깨시민입니다. 오죽하면 일베충은 깨시민의 사생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있을 정도죠. 물론 깨시민도 일베충도 인정 못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노빠 깨시민이 없었다면 현재의 거대한 일베가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노빠 깨시민들이 온 인터넷 세상을 점령하고 반대자들을 낙인찍고 내 쫓으면서 그들 중 일부가 일베로 모였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베충 낙인을 찍어대고 있고요.

 

 만약 일베에 위와 같은 망명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면 일베는 그냥 반사회적 저질, 불량, 막장 중소규모 커뮤니티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안철수 지지자들까지도 배척하는 뺄셈의 달인집단 깨시민들에 의해 엄청난 인파가 결국 일베로 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친노 패권을 우려한 새누리당의 비호가 덧붙여지면서 - 아마도 뒤를 봐주고 거라는 의혹이 많이 나오는 게 현실이고,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 일베는 상당한 규모로 자라났고, 결국 극단화되어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치적 조직화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마 새누리당 지지자 - 느슨한 지지자를 포함 - 70% 이상은 일베를 막상 보면 기겁할 겁니다. 일베의 저열함과 불량함은 어떠한 변론 또는 옹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일베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일베가 사라지면 인터넷 여론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점령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런 시절을 겪었고요. 어쩌면 일베의 저열함 자체가 일련의 정치적 기획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열함에 끌릴 것이고, 누군가는 저열함을 혐오하게 된 나머지 비이성적으로 타자를 배척하게 될 테니까요. 깨시민들과 도그파이트를 벌일 수 있는 집단을 발굴양성하다 보니 결국 일베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이런 일베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현 정부는 이것에 협조적일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아마 일베도 사라지겠지만, 2의 일베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일베 같은 곳이 크게 자라날 수 없는 인터넷 토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 자정론을 다시 꺼내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보다 중립적이고 교양 있는, 그리고 재미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만, 최소한 깨시민들이 어딘가에서 내 쫓은 인물들이 자리 잡을 곳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게 없으면 설령 현재의 일베를 무너뜨리더라도 제2의 일베가 생깁니다.

 

 한편 더 나은, 그리고 온건한 정치 세력을 건설하고 발굴하고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극단화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극단화되고, 명백한 사회문제도 해결 및 개선이 안 되는 현실에서는 악이 추가적인 악을 불러옵니다.

 

 또 새누리당 및 그 지지자들은 좀 더 장기적으로 이미지 관리를 숙고해봐야 합니다. 일베 같은 걸 품고 가는 건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입니다. 좀 더 긍정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최소한 투트랙으로라도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게 현재의 새누리당 및 그 지지 세력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은 약점도 많고 갈 길도 먼 정당이고, 정치지형이 바뀌면 분당할 정당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현재의 야권을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야당 반대자들이 그에 대한 집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행위는 타인을 설득하고 나와 우리의 정당성을 드러내는 과정입니다. 일베가 새누리당과 정부의 이미지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면서 첨언합니다. 일베는 철저히 마이너리티를 지향하는 곳입니다. 그들이 양지로 나온다고 해서 그들이 메이져를 지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일베는 깨시민을 향한 소모성 돌격대이며, 결국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일베가 스스로 창출하는 명분이나 가치, 설득력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인터넷 세상에서 깨시민과 일베충이 양대 세력인 것은 한국의 양당이 새누리당과 새민련인 것보다 더 비극입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에 관하여

사회 2014. 8. 27. 20:06 Posted by 해양장미

 세월호 관련 논의를 보고 있자면 개인적으로 참 마음이 안 좋습니다. 이 사건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사회의 온갖 병폐가 다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로선 이 꼬여버린 사태가 어떻게든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이게 왜 이렇게 계속 꼬이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세월호 사건은 본질적으로 대중교통사고입니다. 버스나 철도, 비행기 교통사고과 그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세월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나 선장 및 선원들의 자질 문제, 또 구조과정의 문제가 크고 피해자 숫자가 많은 사건이기는 합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큰 규모로 일어나게 된 것은 복잡한 정치사회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며, 이 문제들은 그 해결에 있어 추가적인 갈등을 만들고 추가적인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연관되어 숨어있던 온갖 사회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보니 참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답답합니다.

 

 현재 이 사건을 둘러싼 단체는 기소된 사람들을 빼면 대략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청와대 및 행정부

2) 새누리당 세력과 그 지지자

3) 새정치민주연합 및 그 지지자

4) 단원고 피해학생 유가족들 및 생존 단원고 학생들

5) 세월호 피해자 중 단원고 학생이 아닌 사람들의 가족들 및 생존 피해 당사자들

6)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람들

 

 그리고 이 중 정리하자면 처음 사건이 터지고 수습이 제대로 안 되는 것까지의 주책임은 1)에 있고, 그 후 문제가 꼬일 대로 꼬이는 것의 주책임은 3)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6)입니다. 3)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이 사회에 끼치는 불이익과 피해를 간과해버리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현실 사회의 복잡성과 작동원리를 잘 모르거나 무시해서 빚어지는 문제입니다.

 

 이 사태의 문제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잡음들은 다 빼지요. 어지간하면 익히 들으셨을 수사권과 기소권이 첫째 문제, 그리고 둘째 문제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누가 얼마나 뽑느냐 입니다.

 

 관련 특별법이 필요하고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청와대와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상황입니다. 박근혜대통령도 특별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내용이 문제죠.

 

 사실 세월호 사태가 터진 이후, 새민련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그 사건의 주책임이 정부에게 있는 양 몰아갔고 정부가 큰 잘못을 해서 구조가 안 되는 양, 침몰한 사람들이 살아있기라도 한 양 언론 플레이를 했습니다. 또한 세월호가 그리 아주 오래된 배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 때 선박 사용연한이 길어져서 사고가 난 양 언론 플레이한 사람들도 많지요. 법 안 바꿨어도 세월호는 여전히 운행할 수 있는 연한의 배인데 말입니다.

 

 물론 정부가 멋진 활약을 했다는 것은 정말 아닙니다. 해경은 구조를 위해 24노트로 달려와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어민들과 함께 170명 이상을 구조했으나 애초에 대응 체계가 부실했고, 미심쩍게도 녹음 기록을 조작했습니다. 또 세월호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배가 침몰한 이후의 각종 기관들 대처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해경을 해체해버리는 초강수를 뒀고, 유병언 일가와 세모그룹도 박살을 내버립니다. 다만 유병언은 부패한 시체밖에 못 찾긴 했지요.

 

 무책임한 언론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전원 구조라고 먼저 발표한 것은 MBC였습니다. 또한 이후 구조 과정에서 무책임한 잡음을 낸 야권 지지 언론들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이 시민들의 정신적 충격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정부가 일부러 구조를 제대로 안 하는 것처럼 보이게까지 만들었지요. 그렇지만 미쳤다고 정부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음모론자들은 기본적인 손익계산도 못합니다. 무능과 악의는 구분을 해야죠. 천안함 침몰 때도 그리 음모론을 앞세우더니 여전합니다. 하긴 취향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새민련과 야권 지지자들의 공격은 처음부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닌 척해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심지어 새민련은 5)쪽에는 전화한통 없었습니다. 이런 행위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대립을 불러오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애초에 문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생산적 노력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병 환자들과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 그리고 시야가 좁고 혈기만 앞세우는 바보들이 벌여 놓은 판이라 그렇습니다. 이 과정에서 좀 진짜 책임을 져야 할 해수부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고요.

 

 사실 냉정하게 말해 아무리 털어봐야 나올 게 별로 없습니다. 해경에 비리가 좀 있겠고, 또 관리감독을 해야할 해수부 누군가 잘못을 저질러서 선박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초에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안 짜여있고 훈련도 안 되어서 구조작업도 그리 엉망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그냥 일반수사만 해도 밝힐 수 있는 겁니다. 모자라면 이후에 특검하면 되고요.

 

 특검을 넘어 기소권 수사권 이야기를 하고 야권과 유가족이 위원회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속내는 간단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뭔가 그 이상이 있다는 음모론적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털어봐야 나올 건 없습니다. 박근혜가 몸이 안 좋아서 그 날 낮잠을 자고 있었을 수도 있고, 어디서 무슨 잘못을 해서 사건 보고가 제대로 안 되었을 수도 있고, 해경이 언딘과 유착관계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거기까지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잘못 수습될수록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정치적 타격이 오는 상황에서 일부러 구조를 게을리 했다는 게 말이 될 리가 없습니다. 솔직히 세월호 없었으면 6.4 지방선거도 새누리가 압승하는 결과였을 겁니다.

 

 물론 유가족이야 극단적인 생각을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의사자 지정해달라고 해도, 어떤 보상을 해 달라 해도 그 주장할 권리정도는 있습니다. 솔직히 그런 일 겪고도 제정신이고 냉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주장 내용이 영 아니면 안 들어주면 그만인 것이지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새민련 및 그 중력권 인물들이 무슨 유가족인 것처럼 굴고 있다는 겁니다. 이 시점부터 문제는 꼬일 대로 꼬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자연스레 정치판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고요.

 

 사실 애초에 수사권, 기소권 가진 위원회 이야기가 나오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별로 실세 고위직을 털 일이 없는 사건입니다. 아무리 올라가도 이미 끈 떨어진 사람들이나 국장급 털 일이죠. 국장급이나 퇴임관료 터는 건 그냥 검찰수사로도 충분합니다. 해경은 통째로 해체되어서 다 끈이 떨어졌다보니 샅샅이 파헤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어지간한 장관급이라도 이번 사건에 나쁘게 얽혔으면 보호받기 힘들 겁니다. 이런데 특검을 넘어 전에 없던 형태의 수사위원회를 꾸린다는 건 실질적으로 대통령을 털겠다는 건데 이건 박근혜가 본 사태의 주책임자라는 정치적 공세에서 나오는 발상 이상은 될 수 없습니다. 처음에 저런 발상을 꺼낸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요? 설마 유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처음부터 알았겠습니까? 누군가가 이 사건을 키워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기에 판이 이렇게 지저분해지고 커진 겁니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검찰의 수사권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소위 경찰수사권 문제 말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만 쭉 봐도 동감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경찰이 워낙 막무가내로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문제가 없는 조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사권을 따로 가지는 게 피해자를 줄이는 방안입니다.

 

 게다가 이 사안은 형평성 문제도 큽니다. 세상에 어디 억울한 사람이 세월호 유가족뿐인가요? 그나마 세월호는 스포트라이트라도 받고 많은 이들이 나서서 도움을 줄 만한 상황입니다. 세월호 못지않게 힘들고 억울한 상황인데 관심도 못 받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사람이 세상엔 정말 많습니다. 세월호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위원회를 따로 만드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 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면 절차적인 문제가 커질 뿐더러, 이 사회가 더 심한 투쟁 구도로 가게 됩니다.

 

 비교를 위해 세월호와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안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3월 말 있었던 소위 송파 버스 급발진 사고를 아시는지요? 이례적인 대중교통사고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성격이 같습니다. 피해자 숫자는 좀 차이가 납니다만, 보통 사람들에게 더 피부로 와 닿을 법한 위험은 버스급발진 사고 쪽이지요. 침몰하는 배에서는 어찌 탈출이라도 할 수 있는 반면 급발진 하는 차에서는 탈출할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이 사고의 사망자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아는 사람들입니다. 사건을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 기사를 하나 링크합니다.

 

<송파 버스사고 운전기사, 끝까지 운전대 놓지 않았다. (링크)>

 

그런데 이 사고의 수사결론은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경찰 "송파버스 사고, 급발진 등 기계적 결함 없어" (링크)>

 

 과연 누가 이 수사결과를 납득할 수 있습니까? 일단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이 사고의 피해당사자로 아들을 잃은 부모도 이해 못 한다고 합니다. 억울한 걸로 치면 이 쪽이 세월호보다 더합니다. 세월호는 선박의 무리한 개조나 평형수 문제, 과적 문제 등이 이미 인정되고 있습니다만 급발진은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짜 예외적 위원회를 만들려면 이런 데 만들어야죠.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고, 수사권과 기소권과 위원회 임명권을 가져오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그건 헌법적 문제는 없을지 몰라도 절차적, 관행적, 규범적 문제는 빚어집니다. 피해자가 수사권과 기소권에 관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은 법률적 공정성을 위한 것입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그 뜻을 관철하게 된다면, 그것은 일종의 특혜입니다. 특혜라는 표현이 거북스럽게 느껴질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다른 억울한 사건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그런 특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고, 정치적인 사건이 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미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고, 여론의 힘에 의해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으며 그 특별한 권력은 예외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법치에서 권력에 의해 하나만 예외가 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만일 현행 제도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라면, 특별법을 만들 게 아니라 제도 자체를 영구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이것은 세월호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억울한 사건들을 다룰 때의 기본자세입니다.

 

 저는 세월호에 흥분하고 몰입하여 특별법에 강력하게 찬성하는 사람들이 사실 대부분 이 사회의 각종 문제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양심이 없거나 철저히 정치적인 사람들이겠지요. 수많은 억울한 문제들을 익히 보고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라면 이 문제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 - 주로 새누리 지지층 - 은 야권 세력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압니다. 그 중엔 넓게 퍼진 시선의 오류들 - 음모론적 시각이나 해경, 청와대에 잘못을 떠넘기는 것 등 - 을 조금이나마 교정해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 대신 단식중인 김영오씨를 공격하지요.

 

 야권이 세월호 특별법을 가지고 국회 업무를 마비시키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7월까지 통과되지 못했던 법 중에는 - 현 시점에서 통과되었는지는 확인을 못 했습니다만 - 심지어 해양 안전에 대한 법률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가지고 그런 법률 통과를 막는 건 야당이 진짜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 건 법안 자체에 문제가 없는 한 1초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옳은 게 아닙니까. 세상에 복잡성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진짜 사회 문제에도 평소부터 별 관심이 없는 깨시민들이야 두 눈 감고 귀 막고 세월호에만 올인할 수 있겠습니다만, 보통 서민만 해도 그들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더 잘 압니다.

 

 김영오씨를 공격하는 것은 도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공학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좋은 전략입니다. 새민련 세력이 그냥 본인들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모르는 게 정부와 새누리측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새민련과 그 강성 지지자들 책임이 상당합니다만, 본인들은 모릅니다. 보고 있는 입장에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만약 김영오씨가 순수하다고 전제한다면, 과연 누가 김영오씨를 부추겨 사지로 몰아넣었을까요? 같이 옆에서 누군가 단식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본문을 정리하려 합니다. 김영오씨의 개인 신상을 캐내면서 공격하는 것은 품위 없는 행위입니다. 그저 제 사고방식에서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당신의 요구는 무리하다. 둘째 딸을 봐서라도 단식을 멈춰주셨으면 좋겠다.’ 정도입니다. 또한 동시에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야권과 그 강성 지지자 집단을 비판한다고 무조건 일베충으로 모는 파시스트들을 보고 있자면 참담한 심정입니다. 실제 미네르바 사건 때 누군가 그를 찾아가 자살하라고 권유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전 지금도 누군가는 김영오씨가 굶어 죽길 내심 기원하고 있으리라 추측합니다. 아무쪼록 별 추가적인 사고 없이 이 사건이 해결되길 기원합니다. 세월호 사건은 이미 추가적인 피해자를 다수 낳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