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관하여

사회 2014. 8. 27. 20:06 Posted by 해양장미

 세월호 관련 논의를 보고 있자면 개인적으로 참 마음이 안 좋습니다. 이 사건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사회의 온갖 병폐가 다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로선 이 꼬여버린 사태가 어떻게든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이게 왜 이렇게 계속 꼬이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세월호 사건은 본질적으로 대중교통사고입니다. 버스나 철도, 비행기 교통사고과 그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세월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나 선장 및 선원들의 자질 문제, 또 구조과정의 문제가 크고 피해자 숫자가 많은 사건이기는 합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큰 규모로 일어나게 된 것은 복잡한 정치사회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며, 이 문제들은 그 해결에 있어 추가적인 갈등을 만들고 추가적인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연관되어 숨어있던 온갖 사회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보니 참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답답합니다.

 

 현재 이 사건을 둘러싼 단체는 기소된 사람들을 빼면 대략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청와대 및 행정부

2) 새누리당 세력과 그 지지자

3) 새정치민주연합 및 그 지지자

4) 단원고 피해학생 유가족들 및 생존 단원고 학생들

5) 세월호 피해자 중 단원고 학생이 아닌 사람들의 가족들 및 생존 피해 당사자들

6)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람들

 

 그리고 이 중 정리하자면 처음 사건이 터지고 수습이 제대로 안 되는 것까지의 주책임은 1)에 있고, 그 후 문제가 꼬일 대로 꼬이는 것의 주책임은 3)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6)입니다. 3)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이 사회에 끼치는 불이익과 피해를 간과해버리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현실 사회의 복잡성과 작동원리를 잘 모르거나 무시해서 빚어지는 문제입니다.

 

 이 사태의 문제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잡음들은 다 빼지요. 어지간하면 익히 들으셨을 수사권과 기소권이 첫째 문제, 그리고 둘째 문제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누가 얼마나 뽑느냐 입니다.

 

 관련 특별법이 필요하고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청와대와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상황입니다. 박근혜대통령도 특별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내용이 문제죠.

 

 사실 세월호 사태가 터진 이후, 새민련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그 사건의 주책임이 정부에게 있는 양 몰아갔고 정부가 큰 잘못을 해서 구조가 안 되는 양, 침몰한 사람들이 살아있기라도 한 양 언론 플레이를 했습니다. 또한 세월호가 그리 아주 오래된 배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 때 선박 사용연한이 길어져서 사고가 난 양 언론 플레이한 사람들도 많지요. 법 안 바꿨어도 세월호는 여전히 운행할 수 있는 연한의 배인데 말입니다.

 

 물론 정부가 멋진 활약을 했다는 것은 정말 아닙니다. 해경은 구조를 위해 24노트로 달려와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어민들과 함께 170명 이상을 구조했으나 애초에 대응 체계가 부실했고, 미심쩍게도 녹음 기록을 조작했습니다. 또 세월호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배가 침몰한 이후의 각종 기관들 대처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해경을 해체해버리는 초강수를 뒀고, 유병언 일가와 세모그룹도 박살을 내버립니다. 다만 유병언은 부패한 시체밖에 못 찾긴 했지요.

 

 무책임한 언론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전원 구조라고 먼저 발표한 것은 MBC였습니다. 또한 이후 구조 과정에서 무책임한 잡음을 낸 야권 지지 언론들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이 시민들의 정신적 충격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정부가 일부러 구조를 제대로 안 하는 것처럼 보이게까지 만들었지요. 그렇지만 미쳤다고 정부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음모론자들은 기본적인 손익계산도 못합니다. 무능과 악의는 구분을 해야죠. 천안함 침몰 때도 그리 음모론을 앞세우더니 여전합니다. 하긴 취향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새민련과 야권 지지자들의 공격은 처음부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닌 척해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심지어 새민련은 5)쪽에는 전화한통 없었습니다. 이런 행위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대립을 불러오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애초에 문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생산적 노력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병 환자들과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 그리고 시야가 좁고 혈기만 앞세우는 바보들이 벌여 놓은 판이라 그렇습니다. 이 과정에서 좀 진짜 책임을 져야 할 해수부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고요.

 

 사실 냉정하게 말해 아무리 털어봐야 나올 게 별로 없습니다. 해경에 비리가 좀 있겠고, 또 관리감독을 해야할 해수부 누군가 잘못을 저질러서 선박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초에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안 짜여있고 훈련도 안 되어서 구조작업도 그리 엉망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그냥 일반수사만 해도 밝힐 수 있는 겁니다. 모자라면 이후에 특검하면 되고요.

 

 특검을 넘어 기소권 수사권 이야기를 하고 야권과 유가족이 위원회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속내는 간단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뭔가 그 이상이 있다는 음모론적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털어봐야 나올 건 없습니다. 박근혜가 몸이 안 좋아서 그 날 낮잠을 자고 있었을 수도 있고, 어디서 무슨 잘못을 해서 사건 보고가 제대로 안 되었을 수도 있고, 해경이 언딘과 유착관계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거기까지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잘못 수습될수록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정치적 타격이 오는 상황에서 일부러 구조를 게을리 했다는 게 말이 될 리가 없습니다. 솔직히 세월호 없었으면 6.4 지방선거도 새누리가 압승하는 결과였을 겁니다.

 

 물론 유가족이야 극단적인 생각을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의사자 지정해달라고 해도, 어떤 보상을 해 달라 해도 그 주장할 권리정도는 있습니다. 솔직히 그런 일 겪고도 제정신이고 냉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주장 내용이 영 아니면 안 들어주면 그만인 것이지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새민련 및 그 중력권 인물들이 무슨 유가족인 것처럼 굴고 있다는 겁니다. 이 시점부터 문제는 꼬일 대로 꼬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자연스레 정치판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고요.

 

 사실 애초에 수사권, 기소권 가진 위원회 이야기가 나오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별로 실세 고위직을 털 일이 없는 사건입니다. 아무리 올라가도 이미 끈 떨어진 사람들이나 국장급 털 일이죠. 국장급이나 퇴임관료 터는 건 그냥 검찰수사로도 충분합니다. 해경은 통째로 해체되어서 다 끈이 떨어졌다보니 샅샅이 파헤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어지간한 장관급이라도 이번 사건에 나쁘게 얽혔으면 보호받기 힘들 겁니다. 이런데 특검을 넘어 전에 없던 형태의 수사위원회를 꾸린다는 건 실질적으로 대통령을 털겠다는 건데 이건 박근혜가 본 사태의 주책임자라는 정치적 공세에서 나오는 발상 이상은 될 수 없습니다. 처음에 저런 발상을 꺼낸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요? 설마 유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처음부터 알았겠습니까? 누군가가 이 사건을 키워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기에 판이 이렇게 지저분해지고 커진 겁니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검찰의 수사권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소위 경찰수사권 문제 말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프로그램만 쭉 봐도 동감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경찰이 워낙 막무가내로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문제가 없는 조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사권을 따로 가지는 게 피해자를 줄이는 방안입니다.

 

 게다가 이 사안은 형평성 문제도 큽니다. 세상에 어디 억울한 사람이 세월호 유가족뿐인가요? 그나마 세월호는 스포트라이트라도 받고 많은 이들이 나서서 도움을 줄 만한 상황입니다. 세월호 못지않게 힘들고 억울한 상황인데 관심도 못 받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사람이 세상엔 정말 많습니다. 세월호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위원회를 따로 만드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 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면 절차적인 문제가 커질 뿐더러, 이 사회가 더 심한 투쟁 구도로 가게 됩니다.

 

 비교를 위해 세월호와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안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3월 말 있었던 소위 송파 버스 급발진 사고를 아시는지요? 이례적인 대중교통사고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성격이 같습니다. 피해자 숫자는 좀 차이가 납니다만, 보통 사람들에게 더 피부로 와 닿을 법한 위험은 버스급발진 사고 쪽이지요. 침몰하는 배에서는 어찌 탈출이라도 할 수 있는 반면 급발진 하는 차에서는 탈출할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이 사고의 사망자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아는 사람들입니다. 사건을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 기사를 하나 링크합니다.

 

<송파 버스사고 운전기사, 끝까지 운전대 놓지 않았다. (링크)>

 

그런데 이 사고의 수사결론은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경찰 "송파버스 사고, 급발진 등 기계적 결함 없어" (링크)>

 

 과연 누가 이 수사결과를 납득할 수 있습니까? 일단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이 사고의 피해당사자로 아들을 잃은 부모도 이해 못 한다고 합니다. 억울한 걸로 치면 이 쪽이 세월호보다 더합니다. 세월호는 선박의 무리한 개조나 평형수 문제, 과적 문제 등이 이미 인정되고 있습니다만 급발진은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짜 예외적 위원회를 만들려면 이런 데 만들어야죠.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고, 수사권과 기소권과 위원회 임명권을 가져오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그건 헌법적 문제는 없을지 몰라도 절차적, 관행적, 규범적 문제는 빚어집니다. 피해자가 수사권과 기소권에 관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은 법률적 공정성을 위한 것입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그 뜻을 관철하게 된다면, 그것은 일종의 특혜입니다. 특혜라는 표현이 거북스럽게 느껴질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다른 억울한 사건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그런 특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고, 정치적인 사건이 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미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고, 여론의 힘에 의해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으며 그 특별한 권력은 예외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법치에서 권력에 의해 하나만 예외가 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만일 현행 제도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라면, 특별법을 만들 게 아니라 제도 자체를 영구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이것은 세월호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억울한 사건들을 다룰 때의 기본자세입니다.

 

 저는 세월호에 흥분하고 몰입하여 특별법에 강력하게 찬성하는 사람들이 사실 대부분 이 사회의 각종 문제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양심이 없거나 철저히 정치적인 사람들이겠지요. 수많은 억울한 문제들을 익히 보고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라면 이 문제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 - 주로 새누리 지지층 - 은 야권 세력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압니다. 그 중엔 넓게 퍼진 시선의 오류들 - 음모론적 시각이나 해경, 청와대에 잘못을 떠넘기는 것 등 - 을 조금이나마 교정해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 대신 단식중인 김영오씨를 공격하지요.

 

 야권이 세월호 특별법을 가지고 국회 업무를 마비시키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7월까지 통과되지 못했던 법 중에는 - 현 시점에서 통과되었는지는 확인을 못 했습니다만 - 심지어 해양 안전에 대한 법률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가지고 그런 법률 통과를 막는 건 야당이 진짜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 건 법안 자체에 문제가 없는 한 1초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옳은 게 아닙니까. 세상에 복잡성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진짜 사회 문제에도 평소부터 별 관심이 없는 깨시민들이야 두 눈 감고 귀 막고 세월호에만 올인할 수 있겠습니다만, 보통 서민만 해도 그들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더 잘 압니다.

 

 김영오씨를 공격하는 것은 도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공학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좋은 전략입니다. 새민련 세력이 그냥 본인들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모르는 게 정부와 새누리측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새민련과 그 강성 지지자들 책임이 상당합니다만, 본인들은 모릅니다. 보고 있는 입장에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만약 김영오씨가 순수하다고 전제한다면, 과연 누가 김영오씨를 부추겨 사지로 몰아넣었을까요? 같이 옆에서 누군가 단식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본문을 정리하려 합니다. 김영오씨의 개인 신상을 캐내면서 공격하는 것은 품위 없는 행위입니다. 그저 제 사고방식에서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당신의 요구는 무리하다. 둘째 딸을 봐서라도 단식을 멈춰주셨으면 좋겠다.’ 정도입니다. 또한 동시에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야권과 그 강성 지지자 집단을 비판한다고 무조건 일베충으로 모는 파시스트들을 보고 있자면 참담한 심정입니다. 실제 미네르바 사건 때 누군가 그를 찾아가 자살하라고 권유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전 지금도 누군가는 김영오씨가 굶어 죽길 내심 기원하고 있으리라 추측합니다. 아무쪼록 별 추가적인 사고 없이 이 사건이 해결되길 기원합니다. 세월호 사건은 이미 추가적인 피해자를 다수 낳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