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2016/06/04에 대한 이야기

사회 2016. 6. 5. 00:49 Posted by 해양장미

 강남역 살인사건을 다룬 편입니다. 방송을 안 보시고, 차후 보실 분들은 일단 넘겨주세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 방송은 사건에 대한 여성주의 세력의 시선이 - 아마도 여성으로 구성된 작가진의 시선이 -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으로 인해 여성들이 거리에 나오게 된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습니다.

 

 주제를 압축시켜 이야기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이해하고 보았습니다만, 이런 방송은 여러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면

 

 

1) 집회를 주도한 남성혐오세력에 대한 문제제기나 언급은 전혀 없었고, 의도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세력만 모인 것처럼 방송했습니다.

 

2) 충분히 여성에게 성범죄를 당한 남성 피해자를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사례로 등장한 것은 동성에게 당한 피해자(그것도 증언에 대한 신뢰성이 매우 낮은)뿐입니다.

 

3) 남성들이 경우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부정했습니다.

 

4) 그알의 고정 패널인 이수정, 박지선은 공식적으로 혐오범죄가 아니라는 식의 의견을 밝혔는데, 항상 등장하던 분들이 예외적으로 안 나왔습니다.

 

 

 이런 식의 담화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보이게 하고, 불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여혐/남혐 논쟁에 불이 붙었다가 겨우 진정된 상황에서 2차로 불을 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안전 문제에 집중하더라도, 진짜로 문제를 개선하는 게 목표라면 좀 다른 방식의 담화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넷 반응을 보니 예상대로네요. 뭘 얻고 싶었던 건지 좀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남자들이 보고 뭘 좀 느껴야 문제가 조금이라도 개선될텐데요. 반응 보니 도발을 한 셈이 된 것 같습니다만.


 한편으로 핑크코끼리는 그 문구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싶긴 했는데, 역시나 더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게 방송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때린 건 한국 성문법상으로는 범죄지만 말 그대로 맞아도 쌌네요. 그럴 땐 좀 때려도 죄가 안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6월 9일 추가.


 핑크코끼리가 그알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그알을 고소한다고 합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608500246


 이에 핑크코끼리에 대한 판단은 원점으로 되돌려 보류하고 결과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미세먼지 이야기 두 번째

사회 2016. 6. 2. 18:13 Posted by 해양장미

 근래 미세먼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관계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진짜로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국내산인가?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더군요. 중국산 미세먼지의 비율이 30~50% 정도라는 건, 가장 많은 자료를 보고 정책을 판단하는 환경부 공무원들의 판단입니다.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은 왜 차도 없는 백령도나 서해안 시골 같은 데가 미세먼지가 많게 나오느냐고 하는데,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동차가 전체 미세먼지 배출 중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는 않고, 선박도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합니다. 또한 흔히 쉽게 볼 수 있는 도시별 미세먼지 평균지수나 그래프 같은 건 심하게 뭉뚱그린 거라, 막상 측정지점의 값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때도 많습니다. 에어코리아라는 곳에서 가까운 측정소의 관측값을 볼 수 있으니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한편으로 미세먼지는 로컬한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바로 근처에서 생기는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마시게 됩니다. 적어도 당신이 마시는 미세먼지 중 절대 다수는 국내산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 여담인데 겨울철 미세먼지엔 중국, 북조선이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경향은 있습니다. 북풍이 부는 상황에서 중국 동북부와 북조선에서 난방에 많이 쓰는 석탄, 장작이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그게 바람타고 내려오거든요. 겨울철 한정이지만요.

 

 

왜 경유차를 제제하려 하는가?

 

 2010년 기준 한국의 디젤차 비율은 18.5%밖에 안됐습니다. 그렇지만 2015년의 디젤차 비율은 무려 44.7%입니다. 클린디젤 지원 등 잘못된 정책이 원인이 되었지요.

 

 경유값을 바로 인상하는 방식은 반발과 부작용이 클 거라 예상합니다만, 클린디젤 사기극이 세계에 알려진 상황에서 디젤차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5인승 이하 디젤승용 신차에는 환경부담금을 물리고, 7인승 이상 디젤이 아닌 승용차량에는 약간의 지원을 해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번에도 여담입니다만 환경부는 쭉 디젤지원정책에 반대해 왔습니다. 디젤을 지원해준 건 환경부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가솔린에 비해 디젤이 세금 혜택을 받는 건 사실이라, 상황을 고려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긴 합니다.

 

 다만 승용디젤의 배기가스가 전체 미세먼지 중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 또한 짚고 넘어갈 점이지요. 예를 들면 타이어나 브레이크가 마찰로 분해되면서 생기는 분진에서도 미세먼지가 나옵니다. 이런 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지요. 타이어에도 세금 물리자는 이야기가 작년엔가 재작년엔가 나왔었는데, 정신 나간 소리라 실행 근처도 못간 사례도 있습니다.

 

 

중국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건가?

 

 이런 오해가 많던데, 그렇진 않습니다.

 

 한국 정부차원에서 중국에 황사,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중국 쪽에서도 줄이려는 생각은 있습니다. 당연한 건데 중국인이라고 더러운 공기 마시고 살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당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은 아직 한국보다 한참 못 사는 나라니까요. 중국 공기 질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도 경제 한참 성장한 후에야 공기질에 본격적으로 신경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중국은 공기 질을 개선시킬 의지는 있고, 그걸 장기적으로 달성해나갈 능력도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기대해도 됩니다. 오래 걸리겠지만요.

 

 

고등어?

 

 웃기지도 않는 이야긴데, 고등어 도매가격이 폭락했다고 합니다.

 

 고등어 같은 걸 구우면 당연히 미세한 입자들이 많이 생겨서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고등어를 구울 때는 뚜껑을 덮고, 후드를 켜거나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합니다. 이건 환기하면 15분이면 문제 해결됩니다.

 

 환경부가 이 문제로 고깃집에 세금 매기는 걸 이야기 꺼낸 것 같은데, 욕먹고 캔슬됐습니다. 사실 좀 웃기긴 한데, 사람들 반응을 보면 확실히 아직 한국 사람들은 환경 개선을 위해 돈을 쓸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환경부가 잘했다는 건 물론 아니고요.


 쌀 때 고등어 많이 사드세요.

 


서울에 경유버스 출입금지?

 

 강남역 문제하고 구의역 사고로 좀 묻히긴 했는데, 박원순이 인천, 경기의 경유버스를 서울에 출입금지시키겠다고 합니다. CNG로 바꿀 기한 1년 주고, 그 이후엔 경유 버스 들어오면 과태료 물리겠다네요.

 

 사실 작년 기준 경유버스가 늘긴 했습니다. 경유값 하락이나 보조금 문제 같은 것 때문이었지요. CNG 버스를 늘려야 할 상황에 경유버스가 늘어난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박원순의 저런 조처는... 원래 그런 인간이긴 하지만 진짜로 미쳤다는 표현 외에는 적합한 표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