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으로 멍청한 짓을 저지른 브리튼

정치 2016. 6. 24. 18:25 Posted by 해양장미

 살면서 이정도로 멍청한 투표 결과는 처음 봤습니다. 이건 무슨 조지 부시 재선 때보다 더 황당합니다. 진짜 목 위에 얹고 다니는 게 콩나물대가리도 아니고, 축구만 못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판단도 안 되는 나라였군요.

 

 이번 사태, 브렉시트에 대해 잘 모를 분을 위해 아주아주 간단히 설명합니다. 브렉시트는 쉽게 말해 브리튼 연합 왕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겁니다. 국민투표로 오늘 탈퇴가 결정되었습니다.

 

 EU가 많은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EU에서 탈퇴가 공식화된 국가는 브리튼 연합 왕국이 처음입니다. 이제 일단 EU는 브리튼을 처절하게 응징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국가가 이탈할 수 있고, 불안정성이 높은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EU뿐만 아니라 일단 세계 GDP 1,2,3위인 미국과 중국, 일본도 이번 브렉시트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재고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선 EU를 브리튼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그 동안 영국과 주로 가깝게 지내며 EU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었는데, 브렉시트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과장 좀 보태 중국은 브리튼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응징을 다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브렉시트로 몇 년간 죽어라 조절해놓은 엔화 환율이 망가졌습니다. 오늘 100/원 환율이 하루만에 순간 85원, 최종 55원이나 올랐습니다. (85원 오를 걸 55원으로 막은 일본측에 애도.) 파운드가 불안해지니 엔으로 국제 투자자금이 몰린 겁니다.

 

 요약하자면? 멍청한 투표 한 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고생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는 겁니다. 특히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 문제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폭탄이 터진 거라, 이건 국제적인 응징이 불가피합니다. 가능한 본보기를 만들어야 앞으론 이런 일이 줄어들 테니까요. 전쟁 외의 가능한 모든 방식의 응징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브리튼 자체 상황도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코틀랜드와 북에이레 독립에 다시 불이 붙게 생겼습니다. 그 동안 이 문제를 봉합해왔던게 EU입니다. 그런데 브리튼이 EU에서 탈퇴하는 상황이니, 스코틀랜드와 북에이레가 잉글랜드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같이 국제 왕따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적극적으로 독립해야 하고, EU도 이젠 스코틀랜드나 북에이레의 독립 및 EU 재가입을 도와야 할 상황입니다. 그 외 UK령 지브롤터 같은 곳도 소속을 벗어나려 할 수 있겠습니다.

 

 과장 보태 결론지으면, 대영제국의 오랜 영광은 끝났습니다. 이제 잉글랜드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겁니다. 나는 북에이레 독립의 오랜 지지자였고,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겠다면 그 또한 지지합니다.

 

 아, 이딴 나라에서 못살겠다는 잉글랜드, 웨일즈인들은 한국 오세요. 한국은 이민자를 환영합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그래야 하거든요. 영어 잘 하면 살만 합니다. 브리튼에선 홍차 비슷한 것도 안 자라지만 한반도에선 잘 자라는 것도 장점이고요. 먹는 음식의 질도 개선될 겁니다.

 


로스쿨 문제에 대하여

사회 2016. 6. 21. 18:05 Posted by 해양장미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문제라 나도 따로 글을 써서 몇 마디 정도는 하겠습니다마침 법사위 의원으로 사시존치를 막았던 더민주 서영교 의원이 딸 로스쿨 문제로 또 구설수에 올랐네요. 관련 기사 링크합니다. 여담인데 서영교 의원은 문재인계로, 과거 김-안 체제 당시 1,2차 연판장 모두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합니다. 윤후덕 사건 당시 외압 의혹[각주:1]도 있었고요.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0/2016062090140.html

 

 로스쿨 옹호자와 사시존치론자들끼리의 다툼을 보면, 좀 느슨하게 봐서 각자의 주장에 나름대로의 일리는 있습니다. 물론 로스쿨 옹호자가 보기에 사시존치론자들의 주장엔 허점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로스쿨 옹호자들도, 현행 로스쿨 제도가 문제투성이이며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둡다는 데는 속으로라도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로스쿨 이미지는 이미 바닥을 뚫고 지옥으로 떨어질 정도라 사법 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까지 초래할 상황이고요.

 

 내 생각엔 로스쿨 제도는 설계단계부터 문제가 많았고, 비리나 비판요소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적어도 이런 식으로는 시행하지 않았어야 했을 제도 같습니다. 그리고 현행 로스쿨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확실하게, 너무나 많은 수의 로스쿨생을 사지로 떠밉니다.

 

 쉬운 말로 로스쿨 가는 사람은 딴 거해도 될 사람입니다. 로스쿨이 그래도 낫다고 생각하니까 가는 거지요. 지금 가 있는 사람들 다 그렇잖아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로스쿨 메리트는 추락하는 중입니다. 몇 년 지나면? 지방 로스쿨 정원 미달도 불가능한 이야기까진 아닐 겁니다. 로스쿨 가서 변시 못 붙으면 어쩌나요. 사시 계속 못 붙은 것보다 훨씬 심한 출혈입니다. 로스쿨 비용이 있으니까요. 붙어도 7급 공무원 채용이니 뭐니 말이 나오는 게 현실인데요.

 

 이제 상황은 변시 못 붙은 로스쿨 졸업생에게 사시 보게 해준다면, 과장 좀 보태 로스쿨생들이 사시존치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이런 상황이 아니지만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는 이상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변시 합격률을 높일 수 있을까요? 로스쿨 평가 권한이 있는 변협이 변호사 수 줄이려고 끊임없이 압박 중인데요.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나로서는 현행 로스쿨을 어떻게 하면 좀 고칠 수 있을지는 방법을 모르겠고요. 그냥 그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재원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졸업한 로스쿨생이면 변시를 거의 다 붙을 수 있게 하지 않는 이상 로스쿨은 기존 사시만 못한 제도로 남게 됩니다. 이대로는 지속이 안 되겠지요. 계속 문제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로스쿨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조차 아닙니다. 현 추세대로라면 로스쿨은 장기적으로 존속이 어렵고, 재학생들 문제만 아니면 차라리 빨리 갈아엎는 게 미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애초에 사시존치론 비판에 많이 나오는 연수원 기수 문제도 연수원을 없애면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그러니까 연수를 각자 알아서 법무사무소 같은 데서 받게끔 하면 될 문제였고, 실제 이런 내용의 사시제도 보완 법안이 로스쿨 통과 당시 법사위에 올라갔었습니다. 노무현이 다 말아먹었지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좀 문제가 있더라도 사시를 부활시키던가, 로스쿨을 아예 다른 방식이 되도록 갈아엎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로스쿨을 대학원으로 만든 시점부터 지금 터지는 모든 문제들은 예견되어 있었어요. 처음부터 로스쿨을 도입하려면 의대처럼 해야 했습니다.

 

 현행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의 여러 크나큰 과오 중 하나입니다. 이건 무조건 기존 사시가 로스쿨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시제도를 개혁할 기회도 있었고, 아니면 현행보다는 훨씬 나은 로스쿨 제도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사학법하고 딜을 하면서까지 이런 로스쿨 제도를 시행할 이유가 절대 없었지요. 지금은 로스쿨 문제가 터져도 교육부가 손을 못 댑니다. 애초에 구조가 꼬였기 때문입니다.


  1. 관련 기사 링크입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1866329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