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서단의 흥미로움

사회 2016. 9. 18. 01:23 Posted by 해양장미



 

 서울특별시가 이렇게 생겼다는 건 어지간한 분들 다 알 겁니다. (사진이 작은 분들은 클릭 또는 터치하세요)

 

 이런 서울의 최남단은 양재2동 청계산에 위치합니다. 최북단은 도봉산 정상 근처고요. 최동단은 상일동으로, 상일 IC 동남쪽에 있습니다. 이 곳들은 비교적 무난하게 경계가 그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최서단은 좀 생긴 게 특이합니다.



 

 이 붉은 선 경계가 서울 최서단인 강서구 오곡동입니다. 김포공항 활주로를 포함하고 있는 법정동으로, 보시다시피 서쪽 경계가 실제 지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최서단은 굴포천을 통과해 넘어가 있지요. 서울 오곡동 남쪽은 부천 끝자락인 오정구 대장동이고, 서쪽은 인천광역시 계양구 동양동입니다.

 

 경계가 이렇게 지도와 관계없는 건 이 경계가 매우 오래 전에 생성되었기 때문인 걸로 추정합니다. 이곳이 지금은 오지라도 조선 시대 땐 꽤 번화한 곳이었고, 동일한 부평부였다고 하거든요. 그러다 공항이 생기면서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 되어버렸지만요.

 

 여하튼 실제 해당 장소를 가보면 서울의 경계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도를 안 보면 굴포천 서쪽까지 서울 경계일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39번 국도나 굴포천 자전거길을 타고 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시 서울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셈이 됩니다. 굴포천 서쪽의 서울 끝자락은 농지고 비닐하우스들이 있습니다.

 

 실제 서울시가 이 경계부를 얼마나 관리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동산 거래 시에는 해당 행정기관을 이용해야겠지만요. 그리고 이 김포평야 일대는 서울특별시에서 아직 쌀이 생산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서울시민 중 서울 내 농업 종사자들이 좀 있습니다. 서울 내에서 생산되는 쌀이 경복궁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유통되는데, 년 생산량은 마곡 개발 전에는 의외로 제주와 비슷했습니다. 근래는 마곡이 개발되면서 농지가 줄었고, 경복궁쌀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 같지만요.

 

 서울 최서단은 산악 지대를 제외하면 서울 유일의 오지입니다. 그럼에도 한때는 번영했던 지역인 만큼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좀 있습니다. 오곡동에 인접한 오쇠동은 2002년에 방화로 추정되는 다수의 화재와 함께, 불타죽은 사람들이 나왔음에도 조사는 심하게 미진하였고 마지막까지 살던 사람들이 결국 떠나고 지금은 거의 황폐화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한도전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었다지요.

 

 그 때 (아마도) 불까지 질러가며 사람들을 내 쫓은 이유는 골프장 건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환경단체들에 의해 골프장 건설은 지연됩니다. 물론 인근에 사는 사람들도 대체로 서울-인천-부천 세 대도시에 걸친 이 오지(김포습지)를 잘 모릅니다. 김포공항 때문에 오지가 된 곳이거든요. 이 곳 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단체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김포습지는 수많은 새들이 날아드는,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로 인해 김포공항에서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새를 쫓으려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곳으로 인해 인접지역에는 비교적 대도시치고는 야생생물이 흔하기도 합니다. 실제 몇 년 전 강서구 한강변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고라니가 목격된 사례가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유월비상 2016.09.18 0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로 전국적으로 저런 행정구역들이 여럿 있습니다. 서울만 해도 광명시- 서울 금천구 사이의 경계선이 뒥죽박죽으로 악명높죠. 안양천을 직선으로 준설했는데 경계를 안바꿔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https://www.google.co.kr/maps/place/%EA%B2%BD%EA%B8%B0%EB%8F%84+%EA%B4%91%EB%AA%85%EC%8B%9C/@37.4501416,126.8818283,13z/data=!4m5!3m4!1s0x357b63d479a35d91:0xd0d74160579db915!8m2!3d37.4784878!4d126.8642888

    아마 공항 옆에 있는 지역이라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항 주변에 거주하거나 사업을 할 부류는 소수니, 관심이 멀어지는 거겠죠. 실제로 김포평야에 있는 9호선 개화역은 수요가 적어서 9호선 역 중 유일하게 스크린도어가 없습니다.

    • 해양장미 2016.09.18 1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래도 자연하천이 경계이던 곳들이 저런가 보군요. 토지 거래 할 때 경계 걸치면 좀 귀찮을 것 같긴 합니다. 토목공사를 하면 경계를 수정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공항 때문에 사실 꽤 넓은 부지가 오지 또는 농지로 남아 있습니다. 개화역도 참 외진 곳이지요. 실질적으로 차량기지에 가깝습니다. 공항철도가 환승할인이 안 되던 때는 그래도 개화역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만, 환승할인 이후엔 이용객이 줄었어요.

  2. as 2016.09.18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63년에 서울특별시의 시역이 크게 확장되었는데 지금의 강남구, 김포공항, 그리고 이 포스팅에 나온 오쇠, 오곡동 등이 모두 그 대확장 때 서울에 편입된 곳들이지요.

  3. 알바생 2016.09.18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골프장 건설하겠다고 사람을 불태워 죽인 거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불지르라고 지시한 사람은 자기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지시를 내렸을까요. 아니면 그냥 대충 지시를 내리고 신경 꺼버렸을까요?

    솔직히 살인범이나 불태우라고 지시를 내린사람이나 별차이가 없지 않나요? 그런데도 세상은 저런사람들을 멀쩡하게 살게 내버려두고 있죠.

    실미도든 한강다리폭파든 광주사태든 위에서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한 사람들은 살인범 대우 받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갑니다.

    제가보기엔 직접 손을 썼느냐 아니냐의 차이밖에 없는데요. 저들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나 하고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자꾸드네요.

    • 해양장미 2016.09.18 1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화죄 자체가 중죄입니다. 방화를 저지르다 사람이 죽게 되면 법적으론 사형까지 가능하고요.

      지시한 사람에게 사람을 죽게 했다는 인식이야 있을 겁니다. 그것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진 모를 일이지만요.

      어쨌든 이런 사건이 김대중 정권 때, 서울에서 일어났음에도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