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민주당 하는 걸 보고 있자면 뭐라 형용할 말이 없다. 한심하고, 다시 봐도 한심하고, 또 보면 더 한심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심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그날그날의 소식을 보면 뭐라 형용을 못할 정도로 한심하니 그저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이번에는 추미애가 한 건 터뜨렸다. 사실 추미애가 이런 말을 한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는데,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국회로 들고 나올 셈인가보다. 참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소리를 다 하나 싶은데, 우선 추미애의 주장이 얼마나 뻘한 소리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유보금에 대해서 조금 정리해보도록 하자.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기업들은 대체로 다 주식회사이면서 법인이다. 법인이라는 것은 기업과 사람을 분리하는 체계인데,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가 운영하는 회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은 모두 그 개인 소유이지만, 법인은 그렇지 않고 독립적이다. 주식회사법인은 (명목상이건 실질적이건) 투자자의 증권 지분으로 소유를 결정하며, 그 증권(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이 소유한 만큼씩의 권리를 나눠 갖는다.


 즉 이 주식회사의 원칙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이건희 게 아니고,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게 아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리 단순하지는 않다. 대체로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이건희 거라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이건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순환출자라는 제도와 그 동안 쌓아온 지배가 그런 직관을 뒷받침한다. 물론 그런 현실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긴 한데, 주로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진보좌파들이다. 그렇지만 사실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건희가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게 좋다.


 본문에서 주로 다룰 문제의 유보금은 주식회사가 배당하지 않고 회계적으로 쌓아놓은 이익금을 의미한다. 즉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가 올해 장사를 잘 해서 법인세를 내고 나서도 30조의 이익을 얻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중 10%에 해당하는 3조를 배당했다고 치자. 그럼 27조가 남는다.


 기업은 주주의 것이기 때문에,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지 않은 돈은 원칙적으로 기업의 소유가 아니다. 이런 돈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재투자되거나 배당되어야 하는 것이 일차적인 원칙이다. 투자나 배당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즉 결정을 유보한 이익금을 유보금이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유보금을 배당하지 않고 쌓아 놓으면 그것은 주가에 반영된다. 더 확실한 반영을 위해서는 유보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익소각까지 시키는 법도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다른 형태의 배당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보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명목상 아무 것도 안 해도 주가는 오른다. 쌓인 이익이 증권의 시가총액에 반영되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2012년 말일 기준 주가는 1주당 152만 2천원이었다. (현재는 조금 내려가서 142만 4천원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증권의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이다. 액면가라는 것은 처음 삼성전자를 세우던 시기를 기준으로, 초기 투자금이 명목상 저 가격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런 차이가 날까?


 간단하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돈을 쌓아놓고 또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쌓아놓은 돈과, 앞으로 벌어들일 돈의 예상치가 현재의 주가를 만든다. 2012년 말일 기준 삼성전자가 쌓아놓은 유보금은 120조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년초보다 주가가 다소 떨어진 현재에도 200조가 넘는데, 이렇게 높은 시가총액을 막대한 유보금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위에도 이야기했듯, 원칙적으로만 보면 이런 유보금은 결국 투자되거나 배당되어야 하는 돈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업 투자를 유도하겠다.’라고 매번 하던 말은, 이런 유보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도록 해 고용도 늘리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식의 뜻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 기업이 쌓아놓은 유보금이 상당히 늘어났고, 이것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분명히 좋지 않다. 그래서 추미애는 작년부터 유보금 탓을 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유보금에 과세를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를 둘 첨부한다.


[대기업 투자안하면 과세하겠다고?]

[투자않고 쌓아둔 유보금 과세 추진... 재계 발칵]



 그럼 이제 상황을 설명했으니 한숨부터 한 번 더 쉬고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저런 어이없는 법안이 통과되지도 않겠지만, 이름 있는 민주당 의원이라는 사람이 저리도 무식하니 민주당이 맨날 그 모양 그 꼴이라는 생각 이상은 안 든다.


 우선 꼭 설명해야 할 것은 유보금은 이미 법인세를 낸 후의 금액이라는 것이다. 법인세를 낸 후의 이익금은 기업이 사실 어디에 쓰건, 위법한데 쓰는 게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자유다. 유보금을 쌓아두면 징벌하겠다는 말은 사실 민주주의적인 태도가 아니다. 쉽게 말해 그건 독재국가에서나 할 수 있는 발상이다.


 게다가 유보금은 절대로 현금이 아니다. 추미애는 무슨 삼성전자가 지폐로 120조를 쌓아놨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아니다. 세상에 돈이 있는데 그냥 쌓아놓고 놀릴 것 같은가? 기업인들은 멍청이들이 아니다. 유보금은 회계적으로는 쌓여있는 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그런 건 아니다. 이걸 착각하면 대단히 곤란하다.


 현실적으로 추미애식의 주장은 암만 잘 봐줘도 유보금 쌓지 말고 배당하라는 말 이상은 안 된다. 추미애의 의도야 기업이 투자를 해서 돈을 풀어야 사회에 돈이 돈다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세금 물린다고 투자가 잘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멍청한 말이 나오는 이유는 추미애가 기업이 왜 유보금을 저리 쌓아놓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한국 기업들 한국 거 아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대기업들의 지분을 상당량 가지고 있다. 현실을 보여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외국인비율을 보시라. 저 비율만큼 저 기업들은 한국 게 아니다.





 유보금 안 쌓고 배당하면? 외국인 주주가 가진 지분은 100% 확실하게 바로 외국으로 다 빠져 나간다. 그렇지만 유보금을 쌓아두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쨌든 칼자루는 계속 쥐고 있게 되는 거다. 자본엔 국경이 없다. 있어도 아주 희박하다. 그러나 기업과 사람엔 국경이 있다. 이게 글로벌 금융의 위험한 점이다.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은 더 큰 문제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상당한 수준으로 개방되어있고, 언제든 외국 펀드가 주식을 매입하면서 기존 총수를 몰아내고 자신들의 바지사장을 앉히려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시도가 많았다. 이게 우리가 가진 IMF의 회복 못한 상처들이다.


 그나마 한국 조건에서 외인의 적대적 M&A에 보호막이 되어줬던 것이 순환출자였다. 그런데 별.. 참으로 다양한 멍청이들이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면서 순환출자 없앤다고 그래왔고, 그나마 박근혜가 되어서 그런 멍청한 흐름이 조금 진정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절대 기업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언제 법의 보호가 사라질지 모르고, 적대적 M&A가 들어올지 모른다.


 쉬운 말로 워런 버핏이 삼성전자 사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 생각해보자. 지금은? 순환출자때문에 아무리 버핏이 돈이 많아도 못 산다. 그렇지만 순환출자가 향후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는 뻘법안으로 사라져버리면, 버핏 정도 돈 있는 사람은 삼성전자를 진짜로 접수할 수 있다. 그러면 삼성전자는 미국기업 되고, 이건희 가문은 손 떼야 하는 거다. 한국 재벌들이 돈 많은 것 같은가? 세계에 돈 많은 사람들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이 펀드로 돈 모아서 쳐들어올 수 있다. 전투기 타고, 총 들고 오는 것만 침공이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벌 문어발 경영 막는다고 이런저런 규제하고, 그룹 간 내부거래도 못하게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식으로 옛날부터 막았으면 현재의 한국 대기업들은 없었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는 다들 잘 아실 텐데, 삼성전자와 밀접한 다른 삼성 계열사로 삼성 SDI가 있다. 삼성 SDI가 뭐하는 회사냐 하면, 쉽게 이야기해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를 만드는 회사다. 즉 삼성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는 삼성 SDI에서 만든다. 삼성전자는 삼성 SDI주식의 20%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인 상황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만약 삼성 SDI쪽 사업투자를 위해 유보금을 사용하려 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에 더 투자를 해야겠다... 라고 마음먹는다면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옛날엔 이런 문제가 딱히 없었다.


 정말 답답해서 요지를 좀 세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주주중심경영? 재벌 해체? 경제민주화? 사실 내 보기엔 강아지 풀 뜯는 소리들이다. 나도 뭣도 모를 땐 저런 풀 뜯는 소리가 진짜 맞는 줄 착각했던 적도 있지만, 좀 알고 나면 풀 뜯는 소리 이상은 아니다. 내가 이런 말 한다고 수꼴 취급하는 멍청이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멍청이들은 지들 하는 말이야말로 월가 신자유주의자들이 하는 말하고 완전 판박이라는 걸 꼭 알아야한다.


 그리고 또 엄중한 진실. 추미애 식으로 유보금에 세금 부과하면 확실하게 주가 폭락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 더 하라고 압력 넣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유보금이 세금으로 나가기 전에 뽑아먹으려 할 거다. 물론 재벌들은 적대적 M&A에 훨씬 취약해질 거다. 폭락한 주가와 줄어든 유보금. 그 다음 사태는?


 대기업의 유보금을 사회에 풀고 싶으면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각종 산업진흥 및 경기부양 법안들 얼른 처리하고, 뻘한 경제민주화 같은 거 접고, 그룹 내부거래 규제 완화하고, 어느 정도 경영권 보장해주면 된다. 그리고 주주중심경영 하지 말고, 기업의 미래를 위해 경영하라고 해야 한다. 주주들은 기업의 먼 미래엔 어차피 별 관심이 없다. 세상에 주주중심경영해서 잘 된 기업이 얼마나 있다고 주주중심경영 하라는 건지.


 이건 좀 더 분명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으니 짚고 넘어가자. 주주중심경영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저건 당연히 미국에서 나온 말인데, 미국엔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다. 이건 한국엔 없는 제도다. 이걸 설명해 드리자면 원래 주식은 주식 1주당 의결권 1인데, 차등의결권을 가진 창업주는 주식 1주당 200의 의결권도 가질 수 있다. 이건 절대 권력이다.


 차등의결권 처음 들어본다고? 그러니까 순환출자 폐지논란이 웃기는 소리다. 미국 본토는 순환출자보다 더한 제도를 이미 가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하자는 사람들은 이런 진실은 안 말하지만 미국 기업은 차등의결권이 있다 보니, 창업주는 신과 같은 전권을 가지고 유보금도 잘 안 남기면서 경영할 수가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세르게이 브린, 레리 페이지, 마크 주커버그도 모두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잡스의 차등의결권은 후계자에게 넘어갔고.)


 월가 투자자들이 차등의결권을 별로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러니까 주주중심 경영하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차등의결권은 때때로 너무 창업주를 오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주를 신경 쓰는 건 그들의 독단적인 면을 감쇄시킬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저 위에 말한 모두도, 삼성도 현대도 차등의결권이나 순환출자로 인한 경영 안정성을 가지고 대성공을 이룩하였다.


 경제에 대한 말을 할 때, 일단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이 자기 돈 벌고 싶어서 하는 말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멍청이들은 이걸 못한다는 데 있다. 어리석음과 선의가 합쳐질 때가 최악이다. 안 좋은 방향으로 근면성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추미애의 어리석은 제안이 기각될 거라 믿는다. 그렇지만 이런 걸로 어이없는 딜을 시도하려 들 것을 우려한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어떤 게 사회와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인지를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



갈 데까지 가는 민주당 -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정치 2013. 11. 10. 15:30 Posted by 해양장미


 못나도 너무 못나서 이젠 뭐라 하기도 지칠 정도지만, 지난 총대선에서 민주당을 찍었던 죄로 근래 민주당의 한숨 나오는 스트리트 파이트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런 꼴을 앞으로 2016년까지 볼 생각을 하니 암담함이 절로 밀려올 정도다.


 지난 주 월요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8.28대책의 취득세영구인하를 해당 날짜로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당시 취득세영구인하엔 민주당도 동의하는 분위기였기에, 이 오래 지연된 민생법안의 통과가 목전에 있었다. 4.1대책이건 8.28대책이건 민주당의 반복되는 태클과 거리투쟁에 누더기가 되다 못해 제대로 통과되는 것 없이 잔뜩 계류된 게 현실이다. 물론 계류된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도무지 이번 국회는 제대로 처리하는 법안이 없다.


 당연히 사람들의 기대는 뜨거워졌고, 이번에야말로 통과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민주당이 깽판을 놨다. 목요일의 사건이었는데, 취득세영구인하에 의한 세수 감소 예상분에 대한 보전책으로 VAT중 지방소비세 전환비율을 높이자는 의견이 엇갈렸다.


 현행 VAT중 지방소비세로 전환되는 비율은 5%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이를 내년에 8%로 올리고, 이후 11%로 단계적 인상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내년에 당장 11%로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고작 이 의견을 못 모아서 목요일에 이 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답답하다. 이것에 대해 진짜 여러 번 말하는 것인데, 취득세가 높으면 거래 자체가 잘 안 된다. 그런데 거래가 안 되면 취득세율이 어떻건 간에 걷히는 세금은 0이다. 취득세는 거래가 되어야만 세수가 들어온다. 어차피 부동산 경기침체 이후 지금까지 거의 취득세 일시감면일 때나 거래가 되었지, 이게 적용 안 되던 기간엔 거의 거래가 마비되던 게 현실이었다. 중요한 건 세율이 아니라 세수다. 민주당은 죄다 돌대가리라 저러는 건지, 심보가 고약해서 작정하고 태클을 거는 게 목적인 건지...


 그래도 여기까진 엄청나게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협의해서 곧 통과가 되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취득세영구인하법안은 현재 쌓여있는 부동산 및 경제관련 법안 중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얼른 이것부터 통과시켜야 그 다음 엄청나게 쌓인 다른 법안들을 손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금요일부터 민주당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 시민들에게 빅엿을 선사했다.




[......]


 이 일을 이야기하려면 지난 4일, 월요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 날 안철수가 나서서 특검을 제안했다. 개인적으로 시기적절한 특검제안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하니 나올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목요일에 취득세영구인하법안 합의를 실패한 후, 8일 금요일에 민주당은 갑자기 정말 뻘하게도 특검하자고 태도를 싹 바꾸면서 국회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 보도를 들은 나는 절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저놈들은 정말로 민생엔 아무런,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는 것들이다.


 사실 특검 이야기는 이미 8월부터 나왔었다. 그렇지만 당시엔 NLL문제로 특검 이야기가 덮였던 것 같고, 검찰 수사 중일 때는 원칙적으로 특검 대상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도 미진하면 그 때 특검 이야길 하면 된다. 게다가 처음부터 본격적인 특검 주장을 이런 식으로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기국회 도중이니까, 국회에서 토론을 하면서 특검 하자고 하면 되는 거다. 그게 정상적인 정당의 자세다. 그런데 민주당은 갑자기 일방적으로 특검하자면서 국회에 출석도 안했다. 도대체 이게 정당인가, 무슨 시위전문단체인가?


 그리고 민주당은 다음날인 토요일, 비를 맞으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번에도 국회에 계속 안 들어가겠다는 거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스트리트 파이터즈다. 한여름의 폭염도, 차가운 늦가을 비도 그들은 두렵지 않다. 하도 보다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냥 거기서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이건 무슨 4년 내내 국회를 무용지물로 만들 셈인가?


 민주주의 국가는 국회가 기본이다. 국회에서 토론을 하고, 협의를 해서 법을 고치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군주가 아닌, 시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법을 만들고 그 법이 통치권력을 가지는 제도가 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국회가 파행의 연속이니... 그러면서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운운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황당할 따름이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물론 저런 말도 안 되는 깽판이 가능한 것엔 새누리당도 큰 책임이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라 쓰고 국회시체화법이라 읽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법을 처음 발의한 건 멍청한 새누리당 쪽이었다. 국회식물화법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농담이 아니고 이번 국회보다는 식물이 훨씬 더 활동적이고 다이나믹하다. 이건 식물이 아니라 시체다.


 저걸 만든 바보들은 국회에서 좀 더 많은 이들이 찬성해야 하고, 날치기도 못하고, 폭력적으로 싸울 수도 없는 게 선진적이라 착각한 것 같은데 정말 멍청한 착각이었다. 국회는 다수결이 원칙이고, 원래 날치기하고 곧잘 싸우는 게 정상이다. 그나마 요즘 국회는 맨손으로 싸우지, 옛날 유럽에선 칼싸움까지 벌어지곤 했었던 곳이 국회다.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국회에서의 폭력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국회에서 제대로 제 때 법이 통과되지 않거나 악법이 통과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심한 고통을 겪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가장 나쁜 것은 통치의 부재다. 통치 없는 국가는 차라리 없는 게 낫고, 아무 일도 못하는 의회를 가진 민주국가보다는 차라리 좀 잘 돌아가는 왕정국가가 낫다.


 본질적으로 의회는 갈등과 다툼을 피할 수 없는 곳이다. 특히 한국 같은 단일국회에 양당제에서 다수당이 강한 힘을 얻을 경우, 무난하게 법안 처리를 하면 다수당 마음대로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고 그게 현실적으로 옳다.

 

 이름만 번지르르한 어리석은 법안부터 먼저 폐기시켜야 한다. 날치기가 저런 어이없는 거리투쟁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것이다. 정말 127석이나 가진 야당이 국회는 안 들어가고 뭐하는 것인가. 그들이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통치의 성공과 민생이다.

 

 저런 놈들이 입만 열면 민주주의의 위기고, 입만 열면 서민이고, 입만 열면 ... 굳이 더 말 안하련다. 이정도면 입에 담기도, 타자를 치기도 싫을 정도다.


 사태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깨시민들은 그저 좋단다. 그들은 구체적인 법안들이나 현재의 국내외적 상황들, 그리고 그런 상황들에 맞춘 필요한 정책과 법안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없다. 이런 어리석음과 사악함이 반복될수록 이 사회는 각박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오늘도 민주당은 천막당사를 해체하고, 범야권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태도다. 이것은 정당이 아니다. 적어도 잘나가는 자유민주주주의 국가의 제1야당으로 할 짓은 아니다. 물론 저들이 저래도 잘한다고 박수쳐주는 깨시민이 많이 보인다는 것도 문제. 그들은 절대적 숫자는 많지 않지만 존재감은 정말 크고, 각각의 사회 문제들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싸움과 권력에는 관심이 많다. 이 사회가 그들이 파는 함정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