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정부가 메르스 등으로 인해 인망을 심히 잃다 보니, 온갖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깨시민 파시스트들이 또 한 번의 준동을 일으키는 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메르스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진정되겠지만, 깨시즘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파시즘의 속성 상 대한민국의 깨시즘 역시 점차 나쁘게 진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근래엔 그 나쁜 정도가 점차 심각해지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고요.

 

 깨시즘, 즉 깨시민 파시즘은 쉽게 이야기해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와 그 지지세력의 생각 및 행동양식의 기반에 있는 ~ism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일종의 파시즘이기 때문에 깨시즘, 깨시스트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들은 태생이 반민주적이며 논리적으로 점차 반민주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민주정이라는 판도 위에서 항상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하지만, 단 한 번의 역전만으로도 체제의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깨시스트들이 민주정 자체를 전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파시즘은 본래 민주정에서 탄생하며, 자신이 옳다는 확신 및 현실 이상의 무언가에 대한 추구가 강화되면서 결국 자신들이 선택받지 못하게 될 민주정을 전복하려 들게 됩니다. 파시즘은 어떤 사람에게는 매력적이지만 과반 대중의 지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우익 정당들이 파시즘으로 치닫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한편으로 야권에 비판적이지만 야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파시즘에 대한 직시가 부족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순화된 싸가지 없는 진보정도의 표현으로 담화를 풀어나가지요. 그러나 그런 시각은 진보라는 어절에서 본질을 흐려버립니다. 저 탁월함이 깃든 표현을 창작한 강준만 교수는 상대적 진보라는 시각에서 봐달라.’고 하셨으나, 과연 그들을 진보라 부를 수 있는지 저는 의문스럽습니다. ‘싸가지 없는 파시스트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이 점을 조금 더 따져보지요.

 

 그들이 거시경제에서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을 인정하고, 케인즈식 처방을 따릅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이 면에서 청산주의적이며 극우적입니다.

 

 그들이 유럽식의 오너 기업 소유권을 인정하거나, 미국에서 현실적으로 보장받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합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이 면에서 소위 금융자본주의로 불리는 쪽을 열렬히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조세 구조를 북유럽 국가들처럼 바꾸는 데 찬성합니까? 아니지요. 그들은 정부가 조세 구조를 북유럽식으로 바꾸려 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였고 거리에 나가 시위까지 하였습니다.

 

 그럼 그들이 세계시민적, 다문화적 가치를 수용하고 개방적입니까? 이 역시 아닙니다. 이자스민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건 새누리당이고, 깨시스트들은 이 면에서 철저히 우익입니다.

 

 다음으로 그들이 낙태, 안락사, 향정신성의약품 등의 각종 진보적 의제에 대해 긍정적입니까? 물론 우리 모두는 이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 천하의 꼰대 마초들이 무슨.

 

 그렇다면 그들은 지역, 학력 등의 차별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이건 말할 가치도 없지요. 친노의 호남차별이니 영남패권주의니 운동권 내 학벌주의니 이런 이야기는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라서.

 

 마지막으로 그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긍정적입니까? 이 답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들은 그런 척은 하는데, 일정 이상 선을 그어버립니다. 실제로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및 조례를 제정한다거나 그런 데서 이들이 보이는 태도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더 나아가, 저는 만약 최초의 공개적인 성소수자 국회의원이 나온다면 그건 새누리당에서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그들은 어딜 봐도 진보가 아닙니다. 세수 확보에 대한 고찰 없이 복지부터 늘리자는 땡깡과, 부자 및 기업에 대한 증오심만 좌파적이지요. 더구나 그들은 익히 알려진 대로 싸가지가 없고, 위에 이야기했듯 철저히 반민주적입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에 대해 철저히 배타적일 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 그들의 판단 및 투표권마저 전혀 존중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는 물론 중도적인 사람들 또한 공격하지요. ‘중도는 비겁자다.’ ‘중도는 새누리 지지자일 뿐이다같은 정신 나간 어휘가 나오는 것도 일상다반사입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그들의 행동양식을 보면, 그들이야말로 군사독재세력의 정신적 후계자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상검증부터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하기엔 유권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주장까지 똑같습니다. 근래 표면적으로 보이는 강력한 정치 보복 의지와 나 아니면 안 된다같은 태도 또한 그들이 누구의 정신적 후계자인지를 너무나도 잘 증명해줍니다.

 

 그리고 근래 그들은 메르스 유행은 박근혜를 찍은 유권자들 탓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시대 들어 그들은 유권자를 공격하길 주저치 않는데,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는 사악하고 어리석어 올바른 표를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정당한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그들의 투표권을 제한할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주장까지는 사실 그리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의해 구국의 결단같은 식으로 포장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만일 대한민국의 87 자유민주정체가 붕괴되고, 민주정이 후퇴하게 된다면 그 가장 앞 선에는 깨시스트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민주정 지지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이후의 정치 지형에 관하여

정치 2015. 6. 7. 12:28 Posted by 해양장미

 의미가 좀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권)

 

 이번 사태에서 중앙 정부는 너무나도 무능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서서히 레임덕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청와대는 이미 성완종 사태에서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으며, 당청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메르스가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 지지자 중 많은 비율이 청와대보다는 당에 더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며, 후계구도가 약한 친박세력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기에 무난하지 않은 행동들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비박에 대한 비토가 강한 강성 우익세력들은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려 들 수도 있겠습니다.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는 잠재적으로 다소나마 내려갈 거라 판단합니다. 이런 사안에는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엄마세대는 본래 새누리당에 대한 비토가 강했기에 별 변수가 아니겠습니다만 근래는 할머니가 육아를 하는 경우도 많고, 메르스는 종편에서도 비판을 많이 했기에 영향이 없진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

 

 


야권)

 

 문재인이 하향세인 상황에서 박원순과 이재명이 포인트를 쌓았습니다. 이것이 총선에는 영향을 주기 어렵겠지만, 대선에는 영향이 있을 걸로 판단합니다. 이재명은 특히 포인트를 좀 많이 쌓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이재명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2010년의 문재인보다 현재의 이재명이 더 인지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재명을 좋게 생각하지 않지만, 만일 이재명이 대선에 나온다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중은 그와 같은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유형은 좀 다르지만 대중이 좋아한다는 면에서는 강용석 역시 대선에 나올 경우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박원순은 근래 지속적인 실책으로 인해 지지율을 까먹어왔고, 당대표가 된 문재인에게 추월당했었는데 재역전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정치인으로 가진 자질을 놓고 볼 때 박원순은 문재인과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니, 역전하게 된다면 그대로 쭉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아무래도 야권의 적통은 문재인에게 있다 보니 향후 갈등을 피하기란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여담)

 

 나라가 우울한데 메르스 사태 끝나고 나면 서울시청 광장에서 낙타 축제라도 하는 게 어떨까요? 밑 그림은 샘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