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7

식이 2022. 3. 13. 20:04 Posted by 해양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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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화구이를 할 때 가스는 그다지 좋지 못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가스에 섞이는 부취제이고, 다른 하나는 가스의 화학식에 있습니다. 메탄(천연가스)CH4, 부탄은 C4H10, 프로판은 C3H8입니다. 공통점으로 수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가스는 연소 과정에서 수소와 산소와 만나 H2O, 즉 물을 만들어냅니다. 가스가 연소하면 수증기가 생겨난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가스불 위에 직화로 음식물을 구울 때, 음식물은 가스불의 열기와 함께 수증기를 같이 쬐게 됩니다. 수증기 때문에 음식물은 촉촉해지고, 젖기 때문에 덜 구워집니다. 음식물은 표면이 건조해야 잘 구워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스 화구에 음식물에서 기름이라도 떨어져서 오염되면 청소가 대단히 귀찮지요.

 

 대조적으로 숯은 탄소가 주성분입니다. 아무리 잘 건조된 숯도 자체적으로 수분을 약간 머금고 있긴 하지만, 주성분이 그냥 탄소고 수소 원자를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연소 시에 수증기를 많이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가스불과 달리 숯불은 건조한 열기가 올라옵니다. 무연탄이 주성분인 연탄도 마찬가지로 건조한 열기가 올라오고요. 숯불구이나 연탄구이가 가스불 직화와 다른 건 부취제와 함께 수증기의 비율에 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스불을 피우고, 그 위에 석쇠나 타공팬을 이용해서 충분히 마른 느낌으로 무언가를 굽는 건 숯불대비 어렵습니다. 잘못하면 부취제 냄새 배고요.

 

 그렇지만 숯이나 연탄 같은 고체 탄소연료는 가스에 비해 사용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일단 가정집 실내에서는 연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고, 원하는 만큼 착화시키고 소화시켜 재사용하기도 피곤하고, 재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수분이 적은 느낌으로, 직화로 구워진 걸 먹으려면 숯이나 연탄 같은 것에 굽는 게 더 좋습니다.

 

 

 

 

 

 

2) 현실적인 이유로 직화를 할 때 토치를 많이 쓰게 됩니다. 숯불을 쓰는 건 제약이 꽤 있으니까요. 토치는 위쪽에서 불꽃을 가져다댈 수 있기 때문에 가스의 단점인 수증기 생성으로 인한 문제는 현저하게 덜합니다. 수증기는 위로 날아가니까요. 물론 음식물 표면에서 증발하는 수분 또한 빠르게 날려보내기 유리합니다. 음식물의 상부를 직접 가열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토치 불꽃의 지나치게 높은 온도와 부취제 냄새인데요. 토치 겉불꽃 온도는 굉장히 높아서 무언가를 태우기 쉽고, 안쪽 화염을 가져다대면 부취제 냄새가 배기 쉽습니다.

 

 토치를 쓰는 데 익숙해지면 높은 온도의 겉불꽃으로도 그리 타지 않게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게 되긴 합니다. 다만 식재료의 수분함량이나 형상에 따라 좀 난감한 것들도 생기는데요. 어쨌든 토치 겉불꽃 온도는 1,300~1,500수준입니다. 요리엔 그런 온도가 필요없어요.

 

 개선책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시어잘(씨어잘)이라는 악세사리고, 다른 하나는 퍼지는 화염을 만들 수 있는 타입의 토치입니다.

 

 시어잘의 경우 원래는 미국에서 나온 상품명입니다. 오리지날 상품은 미국 상황에 맞춰 나온 거라 좀 사용에 성가신 제약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품이 나와있지요. 구조 자체는 단순하기 때문에 나는 유사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일반명사가 없는 물건이라 유사품도 최초의 상품명인 시어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시어잘의 원리는 스크린망이 있는 구조물을 토치 앞에 장착하여, 본래 직진성이 강하고 화력이 집중되는 토치의 불꽃을 넓게 퍼뜨리는 겁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불꽃의 위력이 많이 감소하고 퍼지게 되는데요. 토치 화력을 약하게 만드는 물건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원리상 토치에서 먼 쪽에서 불꽃을 흩뜨리기 때문에, 토치를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가스 부취제 냄새가 완화됩니다.

 

 단점은 시어잘의 가격과 무게, 불꽃이 퍼지는 모양, 그리고 철망의 연소인데요. 일단 시어잘의 가격은 토치보다 몇 배는 비쌉니다. 사용자가 많지 않으니까 단가가 높아져요. 그리고 시어잘 특성상 토치 앞쪽에 철제 구조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앞쪽에 집중되고 좀 무겁습니다. 토치질을 오래 해야 하는 상황이면 부담스러운 중량일 수 있고요.

 

철솜은 이렇게 탑니다

 시어잘을 사용하면 앞의 철망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타버립니다. 철은 덩어리 상태에서는 안 타지만, 망이나 솜 형태로 단면적을 넓혀놓으면 외부산소접촉량이 많아져 불에 탑니다. 철이 연소하면 검은 산화철이 되고 쉽게 부스러지는데요. 붉은 녹 정도는 아니지만 철망이나 철솜 같은 게 타버리면 겉면에서 철이 부서지며 가루가 잘 이탈합니다. 즉 시어잘의 철망에서도 철가루가 이탈하면서 망이 망가지게 되는데요.

 

 일단 철가루 자체는 좀 먹어도 별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실제 시리얼에는 철분섭취를 위해 소량 철가루를 넣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어잘을 사용할 때는 철가루를 털어주면서 쓰는 걸 일단 공식적으로 권장합니다. 그리고 철망이 너무 타버리면 교체해줘야 하고요. 잘 타기 때문에 덜 타는 합금 철망을 쓰기도 합니다. 덜 타도록 철망 대신 타공 철판을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시어잘에서 나오는 불꽃 모양이 섬세하게 사용하기 쉬운 타입은 아니라는 겁니다. 화력을 낮춰서 약한 화력을 쓸수록 컨트롤이 쉬운데, 이 경우 오븐 안의 열선처럼 정말로 약한 복사열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불꽃을 키우면 꽤 퍼지는 화염이 나오는데, 시어잘의 큰 화구와 무게 및 직진성이 약한 불꽃 특성은 사용하기 편하지는 않습니다.

 

 시어잘 대신 적용 가능한 방식이 불꽃 모양을 조절할 수 있는 토치입니다. 일부 토치에 그런 기능이 있는데요. 직진성이 약하고 약간 퍼뜨리는 불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시어잘 쓰는 것처럼 많이 퍼지지는 않고요. 그래도 직진성이 약간 줄어들기 때문에 조금 덜 타긴 합니다. 화력이 덜 집중되고요.

 

 나는 수분이 일정 이상 있는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시어잘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타기 쉬운 걸 덜 태우고 시어링하고 싶을 때는 시어잘을 쓰는 게 좋습니다. 시어잘은 무겁고 불편한 점들이 있기 때문에, 좀 조심스럽게 요리를 할 때 쓰게 됩니다. 시어잘로도 답이 안 나올 정도로 잘 타는 거면, 광파오븐을 사용해서 굽습니다.

 

 토치로 음식물을 굽고 다양한 칼로 칼질을 하다 보면 요리라는 게 어릴 때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구나 싶습니다. 장난감 칼싸움, 불장난, 소꿉놀이가 합쳐지면 요리가 됩니다. 요새 애들은 그리 위험하게는 안 노는 것 같지만 말이지요.

 

 

 

 

 

 

 

3) 마이야르 반응은 175~180에서 가장 격렬하게 일어납니다. 단백질과 당이 반응해서 갈색으로 변하고, 맛있는 풍미가 생기는 현상이지요. 180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마이야르 반응은 덜 일어나고, 대신 당이 캐러멜이 되는 캐러멜라이징 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200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탑니다.

 

 그런데 마이야르는 더 낮은 온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냥 상온에서도 일어납니다. 그 결과물이 간장과 된장입니다. 발효될 때 느린 속도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요.

 

 아시아인은 간장에 설탕, 물엿, 꿀 등을 섞어 고기 등에 바르고 구웠을 때 나는 향기에 강하게 반응합니다. 그게 단적인 마이야르와 캐러멜라이징의 냄새입니다.

 

 한편으로 중화요리의 불맛은 굳이 풀어 이야기하자면 마이야르 + 캐러멜라이징 + 탄화물의 풍미입니다. 불맛이 너무 강한 건 어찌 보자면 탄 풍미가 강해진 겁니다. 사견으로 이상적인 볶음은 그다지 불맛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불맛 말고 선명한 향이 살아있는 게 진짜지요. 내가 먹어본 최고의 중화 볶음 요리들은 불맛이 강하지 않았었습니다. 물론 이런 지론에는 각자 주관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불맛을 더 좋아할 수도 있지요. 커피도 더 볶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풀시티 이상으로 볶은 커피는 탄화된 풍미가 들어갑니다.

 

 

 

 

 

 

 

4) 커피의 경우 볶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볶인 정도가 달라지고, 풍미도 많이 변합니다. 많은 커피 로스터들은 커피에 더 달콤한 풍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캐러멜라이징이 잘 일어나는 구간의 온도에서 커피가 볶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지요. 그런데 커피는 볶는 시간이 일정 시간 길어지면 본래의 풍미를 급격하게 잃기 때문에, 180~200에서 오랫동안 볶을 수는 없습니다.

 

 커피를 저온에서 장시간 볶게 되면 본래의 풍미를 많이 잃어버리고, 대신 자극이 적고 부드러운 커피가 됩니다. 어찌 보면 곡물차에 가까운 느낌이 되는데, 볶은 현미차나 메밀차 같은 것도 나름대로 인기가 있으니까 기호에 따라서는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합니다. 다만 나는 그런 기호라면 그냥 현미녹차나 메밀차를 마시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대로 다수의 로스터들은 최대한 고온에 강한 열풍을 이용해 단시간에 커피를 볶는 게 커피 생두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방식이라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방식에 꽤나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실제 시도 시 결과가 기대보다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을 찾아본 결과 과학적인 결과물을 찾을 수 있었는데, 본래 커피에는 클로로겐산(페놀산)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로스팅이 시작되면 이 클로로겐산이 락톤이라는 쓴 맛 성분을 만들어냅니다. 락톤은 로스팅을 지속하다보면 일단 파괴되었다가, 더 로스팅을 지속하면 또 다른 타입의 쓴 물질인 페닐 인단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까 커피를 너무 단시간에 볶으면 클로로겐산 락톤 때문에 맛이 없고, 너무 오래 볶으면 본래 생두가 가진 향이 사라지고 밋밋하며 쓸데없이 또 쓴맛이 나는 커피가 되는 것입니다.

 

 주관적으로 생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볶아 (소위 열풍식은 너무 빠르게 온도를 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식 기준 미디엄 후반 정도로 볶아낸 원두가 좋습니다. 하이 초반이 넘어가면 잃는 풍미가 생깁니다. 대신 미디엄 정도 로스트에서는 캐러멜라이징으로 생기는 달달함은 포기해야 합니다. 생두 품질이 떨어질수록 본래 생두가 가진 풍미가 별게 없기 때문에 더 볶아서 캐러멜라이징으로 풍미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저그런 생두는 시티 이상으로 볶아줘야 합니다. 일본식 명칭은 볶는 정도에 따라 라이트 -> 시나몬 -> 미디엄 -> 하이 -> 시티 -> 풀시티 > 프랜치 -> 이탈리안입니다.

 

 

 

 

 

5) 우리가 먹는 장어는 크게 네 종류가 있습니다. 붕장어(아나고/바다장어), 갯장어(하모), 뱀장어(우나기/민물장어), 꼼장어(먹장어).

 

 이 중 꼼장어는 실제로는 장어가 아닙니다. 캄브리아기에 등장한 원시적인 어류인 무악어류, 그러니까 턱이 없는 고대 원시 어류의 직계 후손입니다. 상어보다 더 오래된 원시적 진화 형태를 보존하고 아직도 살아남은 친구들이지요. 고생대 생물의 직계지만 잘 번식하고 있으니까 맛있게 먹어주면 됩니다.

 

 꼼장어는 워낙 비주얼이 파격적이고, 생선 본체도 그렇지만 알은 더더욱 못먹게 생겼기 때문에 (꼼장어 알 사진은 게시하지 않겠습니다. 찾아보지 않는 쪽을 권장.) 세계적으로 거의 먹는 나라가 없고,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잡는 양으로는 소비량 충당을 못 하고요. 우리가 먹는 꼼장어는 거의가 수입산입니다. 골뱅이처럼 지구촌에서 잡히는 걸 모두 수입해서 먹고 있지요.

 

 갯장어는 일본인이 좋아하고, 오랜 세월동안 우리나라에서 먹기엔 일본에서 비싸게 사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제법 잡힘에도 소비가 없던 생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경제력도 좋아지면서 이젠 갯장어도 먹는데요. 그래도 아직 비쌉니다.

 

 붕장어는 예전에는 흔한 생선이었습니다. 횟집에서 공짜 서비스로 붕장어 회를 줄 정도였고, 보통 회 입문하면 제일 먼저 먹어보는 생선이기도 했지요. 맛도 괜찮은 편이고요.

 

 장어는 피에 독이 있습니다. 그래서 붕장어를 회로 먹으려면 잘게 썰고 살을 완전히 빨아서 피를 확실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붕장어 회는 예쁘지 않고 뭉개진 모양인 겁니다. 구워 먹으면 괜찮기 때문에 구이용 장어는 비주얼이 멀쩡하고요.

 

 흔히 민물장어로 부르는 뱀장어는 피에 독성이 더 강해서, 아예 회로는 못 먹습니다. 빨아도 소용없어요. 다행히 장어 피 독은 익히면 효력이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뱀장어는 구워 먹는 겁니다. 구워 먹기엔 붕장어보다 뱀장어 구이가 맛있지요.

 

호네키리를 한 갯장어

 한편으로 일본인은 장어를 좋아하고 많이 먹어서인지 장어칼은 따로 종류가 있습니다. 갯장어용은 하모키리, 뱀장어용은 우나기사키라고 부릅니다. 갯장어는 뼈가 많아서 칼집을 잘게 내서 먹는데, 하모키리는 그 칼집 내는 작업인 호네키리를 할 때 쓰는 칼입니다. 그리고 우나기사키는 뱀장어나 붕장어를 잡고 살을 발라낼 때 씁니다. 갯장어도 하모키리를 할 때가 아니고 잡을 때는 우나기사키를 쓰곤 합니다.

 

 

 

 

 

6) 돼지고기 부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가브리살입니다. 가브리살은 쇠고기로 치면 대략 살치살에 해당하는 부위입니다. 가브리살의 풍미는 돼지마다 편차가 매우 큰데, 경험적으로는 한돈이 수입산 돈육에 비해 가브리살은 유독 맛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 돼지는 외국 돼지들과는 달리 삼겹살을 가능한 맛있게, 그리고 많이 얻는 방향으로 육종되고 사육되는데, 그게 가브리살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가브리살 다음으로 좋아하는 부위는 꼬들살입니다. 꼬들살은 돼지머리 뒤쪽에 붙어 있는 뒷덜미살입니다. 그러니까 돼지머리에서 목살로 이어지는 부위란 말이지요.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서 이어지는 뒷목 결릴 때 그 뒷목살. 가브리살은 대략 (아마도 하부)승모근이고요. 목살은 꼬들살과 가브리살 사이입니다. 꼬들살은 강한 화력으로 잘 구워 먹으면 맛있습니다. 직화구이가 어울립니다.

 

 돼지머리 뒤쪽에는 꼬들살 말고 옆 목근육 살도 있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뒷목 옆에서 내려오는 양쪽 목근육이 있지요. 그 쪽이 항정살입니다. 그런데 항정살은 돼지를 분할하면 돼지머리 쪽에도 붙어있고, 돼지 몸통쪽에도 붙어있어요. 비싸게 파는 항정살은 돼지 몸통쪽 항정입니다. 머리쪽은 피하지방이 많이 붙어있거든요.

 

 돼지머리는 취급하기 나름이라 사실 편육 먹어도 꼬들살, 볼살, 항정살 같은 고급부위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편육이 잘만든 거 좋은 부위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잘만 걸리면 가성비 최고가 돼지머리 편육입니다. 맛없으면 대책없이 맛없습니다만. 그리고 순대국이나 돼지국밥에도 돼지머리 고기를 넣고, 어떤 순대국집에서는 삶은 돼지머리고기를 따로 주기도 하는데요. 운 좋으면 항정살이나 볼살 먹을 수 있습니다. 꼬들살은 구우면 맛있지만 삶아서 수분이 많은 상태로 먹으면 별로 특별하게 맛있진 않은 것 같고요. 볼살은 삶아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습니다. 구우면 꼬들살 못지 않게 맛있어요.

 

 돼지고기 무한리필집 같은데 항정살 있는 경우가 꽤 있는데, 보면 피하지방이 많이 붙고 고기부분은 작은 항정을 주곤 합니다. 그게 돼지머리쪽의 항정, 소위 두항정입니다. 그것도 돼지 품질만 괜찮으면 맛있지요.

 

 삶은 소대가리만 맛있는 게 아닙니다. 돼지 대가리도 맛있습니다. 소위 뒷고기집에서 파는 고기들, 그거 거의 돼지머리 고기입니다. 그걸 삶아서 눌러 만든 편육을 사먹으면 싼데, 뒷고기집에서 발라낸 걸 구워먹으면 훨씬 비싼 게 현실입니다. 물론 돼지 머리를 발라내는 게 노동이긴 한데, 편육 만드는 것도 쉬운 건 아니지요.

 

 

 

 

 

7) 라면은 흔히 강한 불로 끓여야 한다는 게 속설이고, 실제로도 강한 불로 끓이는 게 더 맛있습니다. 그런데 물이 끓는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강한 화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충분히 물이 끓을 정도면 되고, 화력을 더 세게 해봐야 물이 빨리 증발할 뿐이지요. 물 안에서 삶아지는 음식물은 화력하고 상관없이 1기압에서 100에 매우 근접한 온도로 조리됩니다. 즉 강한 화력이 라면에 끼치는 영향은 대략 세 가지 정도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면을 투입하면 면의 온도 때문에 끓던 라면 물의 온도가 내려가는데, 그 내려간 라면 물이 다시 끓기까지의 시간이 단축됨으로 생기는 변화

. 더 강한 화력을 사용할 경우 물의 대류가 격렬해지는데, 그로 인한 영향

. 최종적인 증발량의 차이. 즉 염도 등의 상승.

 

.은 아마 제법 영향을 줄 겁니다. 원래 어떤 면이건 면을 삶을 때는 충분한 양의 물에 삶는 게 정석입니다. 면을 넣으면 물온도가 떨어지는데, 물온도가 떨어질수록 맛없게 삶아진다는 게 통설입니다. 그런데 인스턴트 라면은 애초에 넣는 물 양이 정해져있고, 그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즉 강한 화력을 사용할수록 면 투입 이후 다시 금방 끓어오른다는 겁니다.

 

.은 아마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은 나름대로의 영향을 줄 겁니다. 물이 졸아드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8) 상기한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라면을 끓여봤습니다. 평소에 먹던 맛일수록 차이가 났을 때 이해가 쉬울 것 같아, 대량으로 사두고 평소에 많이 먹던 라면을 이용했습니다.

 

. 일반적으로 라면을 끓일 때보다 현저히 많은 양의 물에 면을 삶습니다. , ㄹ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있으므로 본래 레시피보다 삶는 시간을 살짝 줄여줍니다.

. 면을 삶으면서 동시에 다른 냄비에 계량한 물에 건더기스프와 분말스프를 넣고 끓여둡니다.

. 면을 다 삶으면, 면을 냉수에 씻어 전분기를 제거합니다.

. 스프를 끓여둔 물에 삶은 면을 넣고 충분히 끓을 때까지 가열합니다.

. ㄷ의 과정에서 유분기가 줄어들었으므로 호두유를 약간 넣어줍니다.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면이 평소보다 더 익습니다. 본래 면을 넣었을 때 온도가 떨어져서 익는 정도가 줄어드는데, 충분한 양의 물에 면을 익혔기에 면이 받은 열이 더 많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익은 정도에 비해 면의 탄성이나 맛은 현저하게 개선됩니다. 전분기를 제거한 영향이 크게 느껴지고, 어떤 면이건 삶을 때는 역시나 충분한 양의 물에 끓이는 게 정석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면과 스프를 따로 끓인데다 면을 씻었기 때문에 (면을 찬물에 헹구면 양념이 덜 뱁니다. 파스타를 삶고 헹구지 않는 이유) 스프에 양념이 밴 느낌은 확실히 줄어듭니다만, 짬뽕이나 일본식 라멘을 먹어도 어차피 면에 국물양념 맛이 밴 상태가 아닌데 그런 비슷한 느낌이라 딱히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의 조리법은 기본적으로는 칼국수와 같습니다. 국물에 면을 넣고 끓여서 그대로 먹는 방식이지요. 칼국수는 의도적으로 국물의 점도를 올려서 먹는 요리입니다. 그러니까 Noodle Soup라는 표현도 씁니다. 그런데 인스턴트 라면은 대체로 그런 식의 레시피가 최적인 면 요리가 아니지요. 그냥 편의상 한 냄비에 넣고 끓일 뿐.

 

 한편으로 팜유 성분이 줄어들고 대신 호두유를 넣음으로 느껴지는 긍정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호두유는 딱히 향미유는 아닙니다만, 팜유는 포화도가 높아서 덩이지고 달라붙는 기름인 반면 호두유는 포화도가 낮고 가벼운 느낌의 기름입니다. 그래서 풍미가 선명하고 산뜻해집니다.

 

 따로 끓이는 방식의 단점은 번거롭다는 겁니다. 설거지할 냄비도 하나 더 생깁니다. 인스턴트 라면에 굳이 더 수고를 들여 맛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9) 가정용 가스렌지에 알루미늄 팬이나 웍, 또는 대형 솥 등을 사용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은 게, 바닥 열평형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하는 가정용 가스렌지는 바닥을 고루 가열하지 않고, 불꽃이 나오는 부분이 한정적인데요. 실제로 그 때문에 불꽃이 닿는 부분과 닿지 않는 부분의 온도차가 꽤 나게 됩니다. 그 현상을 눈으로 직접 보려면 가정용 가스렌지를 이용해 지름이 넓고 얇은 알루미늄 프라이팬에 물을 담은 다음에 물을 끓여보면 알 수 있는데요. 불꽃이 나오는 부분만 우선적으로 동그랗게 물이 끓는 기포가 올라옵니다. 팬의 특정 부분만 계속 불꽃이 닿으니까 나오는 현상인데요. 팬 바닥이 균일한 온도가 아니라는 거지요.

 

  이 현상은 팬이 얇을수록 심하게 일어납니다. 바닥이 달궈진 부분의 열기가 그대로 위로 올라오는 경향이 더 강해지거든요. 대조적으로 팬이 두껍고 무거울수록 열기가 바닥을 구성하는 금속에 더 많이 전도됩니다.

 

 상대적으로 바닥을 전체적으로 가열하는 화구 모양을 가진 가스렌지나 인덕션, 하이라이트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는 완화되거나 사라집니다. 문제는 201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시판하는 가정용 가스렌지는 무조건 화구 가운데 안전장치가 들어가고, 불꽃은 사이드에서만 나온다는 겁니다.

 

 이 현상으로 인해 바닥이 얇은 솥, 냄비에 무언가를 장시간 끓일 때는 대류가 불균일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용 가스렌지에서 무언가를 가열할 때는 바닥 전체가 가열되면서 대류가 순환하는 게 아니고요. 불꽃이 닿는 부분부터 가열되면서 대류가 올라옵니다. 가스렌지 쓰다 보면 감이 적응을 합니다만, 가끔 이해가 잘 안 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요리가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화구 모양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0) 상기한 이유들로 인해, 우리나라 가정용 가스렌지에서 라면을 끓일 때는 지름이 좀 큰 알루미늄(양은) 냄비를 쓰는 게 맛있습니다. 면 따로 끓이는 건 일단 논외로 하고요. 1개를 끓이더라도 조금 큰 냄비가 낫습니다. 우리나라 가정용 가스렌지는 불꽃이 작은 냄비를 사용하면 냄비 바깥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에, 좀 큰 냄비를 사용해야 가스렌지 화력을 강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작은 라면냄비로 라면을 끓이고 싶다면, 인덕션이나 가운데에서도 불꽃이 나오는 구형 또는 캠핑용 고화력 가스렌지를 쓰는 게 낫고요.

 

 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로도 이야기가 곧잘 나오곤 하는데, 스프를 먼저 넣는 쪽이 끓는점을 올려서 스프를 넣고 면을 넣어야 더 잘 익는다는 통설도 있습니다만, 사실 라면스프는 물의 끓는점을 그다지 의미있게 올리지 못합니다. 그 정도 끓는점은 날씨나 고도에 의해서도 변합니다. 끓는점을 올리고 싶으면 뚜껑을 덮으세요. 그보다 중요한 건 면을 넣었을 때 떨어지는 물온도를 얼마나 빨리 다시 올릴 수 있느냐인데요. 이 때문에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합니다.

 

 대체로 다들 경험해보셨을 텐데 강불에서 물이 펄펄 끓고 있을 때 라면스프를 넣으려 하면, 증기 때문에 뜨겁기도 하고 증기가 많이 올라와서 분말스프가 잘 안 넣어집니다. 수증기에 금방 젖어버리고, 깨끗하게 잘 넣어지지도 않지요. 그래서 라면을 좀 끓여보신 분들은 무의식적으로 불을 줄이고 스프를 넣곤 하는데요. 여기서 면을 먼저 넣고 스프를 털어넣으면 불을 줄인 상태이기 때문에, 면을 넣은 후 떨어진 온도가 회복되는 게 더 늦어집니다. 그러니까 불을 줄이고 스프를 넣고, 다시 불을 강하게 만들어서 펄펄 끓어오르면 그 때 면을 넣는 게 좋습니다.

 

 경험적으로 냄비 뚜껑을 덮고 끓였을 때보다 열고 끓이는 게 맛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냄비 뚜껑을 덮고 끓이면 내부 압력이 올라가서 끓는점이 높아지고, 수분은 덜 증발합니다. 그러니까 면이 더 익고, 염도는 낮아지는데요. 보통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면이 꼬들하고 염도가 좀 높은 라면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뚜껑을 덮는 게 손해가 될 수 있는 건데요. 일단 분명한 건 뚜껑을 덮는 쪽이 화력면에서는 이익이 있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뚜껑을 제한적으로 사용함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즉 물이 끓을 때까지 뚜껑을 덮었다가, 스프와 면을 넣고 다시 뚜껑을 덮고, 30초 정도 후에 뚜껑을 여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라면을 끓이는 도중 면을 계속 건졌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면 맛있어진다는 설도 있는데, 그건 그렇게 하면 그냥 덜익으니까 꼬들해지는 겁니다. 삶아야 하는 면을 끓는 물 바깥으로 계속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면 당연히 잘 안 익지요.

 

 

 

 

 

 

 

11) 흔히 아로마 오일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거고, 다른 하나는 합성향인데요. 전자를 보통 에센셜 오일, 후자를 보통 프래그런스 오일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방향제, 향초, 아로마 선향/죽향, 화장품 등에는 합성향인 프래그런스 오일이 사용됩니다.

 

 합성향은 음식에도 사용됩니다. 음료, 제과, 빙과류 등에 폭넓게 쓰이는데요. 제품 성분표에 보면 합성착향료같은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합성향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음료로 꼽을 만한 게 환타입니다. 예를 들어 환타 오렌지맛의 오렌지향은 진짜 오렌지향과 다르지요. 합성 오렌지향입니다. 오렌지를 닮은 향이지만 오렌지향이 아니지요. 또 많이 쓰는 합성향으로 바닐라향이 있습니다. 꽤 흔하게 팔고, 많이 씁니다. 예전에는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합성 바닐라향 파우더를 팔았습니다. 대조적으로 훨씬 비싼 바닐라 오일도 대형마트 가면 살 수 있는데요. 그건 에센셜 오일입니다.

 

 향재로 사용할 때는 원물과 에센셜 오일도 꽤 차이가 나긴 합니다. 예를 들어 진짜 침향(沈香)과 침향의 에센셜 오일은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나는 진짜 침향을 태우는 향은 매우X10 좋아합니다만, 침향 에센셜 오일은 아무리 좋은 침향에서 뽑아낸 거라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침향 조각을 태우지 않고 아로마 램프 등에서 직접 가열할 경우, 그 향은 에센셜 오일의 향에 가깝긴 합니다. 그렇지만 진짜 침향의 가치는 태워봐야 알 수 있지요.

 

 여담인데 침향은 태워서 향을 즐기는 거지, 먹는 거 아닙니다. 침향은 몇 년 전만 해도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태우는 향재로 인식되었는데, 어째 몇 년 사이에 인기 있는 약재가 되어가지고 사람들이 침향을 먹고, 우려마시고 있는데요. 제발 그러지 좀 마세요. 옛날 사람들은 용골이라고 공룡 화석을 용의 뼈로 생각하고 탕약으로 끓여 먹었다는데, 침향을 먹느니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바닐라의 경우에도 바닐라 오일과 진짜 바닐라 씨앗은 좀 차이가 있습니다. 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원체 바닐라를 좋아함에도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좀 유감스럽습니다. 하겐다즈는 바닐라 오일을 쓰기 때문입니다. 진짜 고급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씨앗을 직접 쓰지요. 바닐라빈 가격은 같은 무게의 은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침향보다야 한참 쌉니다만.

 

 

 

 

 

 

 

12) 최고(最高)의 차()를 만드는 나라가 어디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녹차는 중국이고 오룡차와 홍차는 대만이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소위 육대다류 중 백, , 흑차는 거의 중국에서만 만드니까 따로 꼽을 의미가 없고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중공 사람들은 중국 본토 홍차가 어째 대만 홍차보다 못하냐고 발끈하실지도 모르겠는데, 그야 중국 본토 홍차가 대만홍차 빼면 전세계 다른 어떤 나라의 홍차보다도 압도적으로 좋은 건 맞는데요. 대만홍차는 중국 본토 홍차 이상으로 기술이 좋은 데다가, 나는 소록엽선(小绿叶蝉) 생긴 걸로 만든 걸 최고로 여긴다고 답해주고 싶습니다.

 

 소록엽선은 벌레입니다. 성충 몸길이가 3mm정도인 아주 작은 곤충으로, 대만에서는 저지대의 차밭에 주로 생깁니다. 이 벌레는 찻잎에 달라붙어서 대롱처럼 생긴 입으로 찻잎이나 찻잎 줄기의 즙을 빨아먹는데요. 그러니까 원래 충해를 입히는 벌레입니다. 우리나라 이름은 초록애매미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복숭아나 감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해충 취급받습니다.

 

 그런데 차나무는 소록엽선에 즙을 빨아먹히면 향기가 나는 물질을 매우 적극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사람들은 소록엽선같은 벌레를 포식할 수 있는 새 같은 걸 부르기 위해 향기를 만들어내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여하튼 소록엽선에 차나무가 심하게 당하면 당할수록 찻잎 향기가 근사해집니다. 다른 게 흉내낼 수 없는 향이 나는데, 설명을 하자면 꽃과 꿀, 또는 일종의 과일 비슷한 향이지만 실제 꽃, , 과일 중 어느 것도 정확히 그런 향이 나지는 않습니다.

 

동방미인

 소록엽선에 당한 잎으로는 주로 동방미인(東邦美人)이라는 차를 만듭니다. 일반적인 오룡차와는 꽤 거리가 있고, 오룡차와 홍차의 중간적인 차로 볼 수도 있지만 일단 오룡차로 분류하는데, 제대로 된 동방미인은 아주 많이 근사합니다. 그런데 소록엽선에 당한 잎으로 동방미인만 만드는 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산화시켜서 홍차를 만들기도 하는데, 내 입에는 수습 불가능하게 심하게 소록엽선에 충해를 당한 잎으로 만든 홍차가 최고의 홍차입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홍차의 풍미와는 꽤 다른 홍차입니다만. . 물론 동방미인이 더 좋긴 합니다. 어떤 홍차도 진짜 동방미인은 못 따라가요. 이름만 동방미인인 차는 논외.

 

 여담으로 초록애매미충에 의한 차수(茶樹)의 충해는 우리나라에도 보고가 있는데, 딱히 그걸 활용해서 차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소록엽선에 당한 차는 무농약이라는 게 보장된다는 면에서 인기가 있기도 합니다. 농약을 치면 소록엽선이 충분히 생길 리가 없잖습니까. 엄밀한 의미에서 유기농으로 뭘 재배한다는 건 벌레하고 친해진다는 겁니다.

 

 

 

 

 

 

 

13)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표준적인홍차 맛은 대략 스리랑카(실론)의 캔디(Kandy) 지역 BOP 급 차가 그나마 비슷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가장 접하기 쉬웠던 홍차는 그나마 립톤 옐로 라벨이었는데, 립톤 옐로 라벨은 다양한 지역의 홍차를 블렌드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나마 단일 지역 차 중 립톤 옐로 라벨 맛과 비슷한 게 실론티, 그 중에서도 캔디 지역 차를 꼽을 수 있습니다.

 

 원래 립톤은 스코틀랜드 출신 토마스 립톤이라는 사람이 세운 회사로, 식료품점을 해서 돈을 많이 번 후 실론 캔디, 우바 지역의 다원 다수를 매입합니다. 그래서 립톤 옐로라벨도 기본적인 풍미는 캔디 및 우바 지역 차인데요. 고지대인 우바 지역 차가 캔디 지역 차보다 맛있음에도 굳이 추천하지 않는 건, 우바 지역 차는 크게 2가지 스타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관적으로 근사한 우바 차는 쥬시하면서도 장미 향에 가까운 좋은 플로럴함이 있습니다. 이 타입의 우바 홍차는 캔디 홍차 이상으로 클래시컬하고, 익숙하면서도 품질이 좋습니다. 그런데 어떤 우바 차는 대만의 홍옥품종 홍차 비슷한 풍미를 가집니다. 나는 그 품종향을 민티하다고 느끼는데, 나는 민트차도 민트 종류 안 가리고 잘 마시지만 홍옥 품종의 향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향을 일부의 우바 차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스리랑카 차는 유통 체계가 매우 안좋습니다. 좋은 가격에 좋은 걸 사는 게 쉽지가 않은 편입니다. 스리랑카 정치와 상업 발달 정도가 안좋아서 그렇습니다.

 

 

 

 

 

 

14) 최고의 홍차 이야기를 했으니 최고의 커피도 이야기해볼까요. 이건 표준적인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나라는 파나마입니다. 파나마 운하 있는 파나마요.

 

 파나마의 일반적인 커피가 최고 품질은 아닙니다. 사실 스페셜티 레벨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사견으로는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의 다이아몬드 마운틴도 그저그런 스페셜티 커피라 생각하네요.) 그저 파나마의 고지대에서 나오는 게이샤 품종 커피만 아예 어나더 레벨입니다.

 

 파나마 보케테 지역에 위치한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에스메랄다 농장은 1999년에 심각한 커피녹병이 돌아 대다수의 커피나무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게이샤라는 한 품종만 병에 내성을 가진 걸 발견했고, 그래서 농장에 게이샤를 많이 심었습니다.

 

 원래 게이샤 품종은 1930년대에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어 1963년에 이미 파나마에도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재배하기 까다롭고 수확량이 나빠서 딱히 인기있지는 않았지요. 그러다가 곰팡이병에 강해서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에 많이 심었는데요. 이후 나무가 자라서 2004년에 수확을 했고요.

 

전설의 시작

 그게 커피 역사상 적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꼽힐 만한 사건이 됩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커피와는 아예 다른 수준의 커피가 나와 버렸거든요. 이후에 밝혀진 것에 의하면, 게이샤 품종은 일반적인 고도에서 키우면 평범한 수준의 커피가 됩니다. 수확량만 적고요. 그런데 고지대에서 키울수록 엄청나게 좋은 커피가 됩니다. 에스메랄다는 고지대에 걸쳐 있는 농장이었고, 기존 커피나무가 워낙 다 죽어서 게이샤를 많이 심었기에 대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위에 이야기한 다이아몬드 마운틴은 카투아이라는 품종입니다. 그 품종은 평범해요.

 

 이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무럭무럭 성장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파나마 게이샤는 어나더 레벨에 있고요.

 

에티오피아 게이샤

 게이샤 품종이 좋다는 게 알려져서 이후 원 게이샤 품종이 있던 에티오피아에서도 게이샤를 다시 찾아 번식시켰고, 다른 나라에도 심고 그랬는데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들도 충분히 좋긴 한데, 파나마 게이샤와는 뭔가 다릅니다. 게이샤 품종은 에티오피아 -> 탄자니아 -> 코스타리카 -> 파나마로 퍼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유전자가 뭔가 변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실제 각 나라에서 키워 파는 게이샤는 다 특성이 좀 다릅니다. 다 좋긴 한데요. 각 지역마다 변이가 일어난 건 아닌가 추정합니다. , 물론 이름만 게이샤고 수준은 게이샤로 볼 수 없는 것도 있긴 합니다. 진짜 게이샤는 어느 나라 것이나 좋은데, 이름은 같아도 사실 완전 동일한 품종으로 보긴 힘들 정도로 특성이 다릅니다. 파나마 게이샤라고 부르는 품종도 지역마다, 농장마다, 같은 농장 안에서도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게이샤 외의 질이 좋은 품종이 발굴되고, 육종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주관적으로는 원래 있던 부르봉(버번)과 티피카가 얼마나 좋은 품종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라는 인상이네요.

 

 한편으로 에스메랄다 게이샤의 충격이 가져온 큰 변화가 있는데요. 이후 커피를 볶는 정도가 약해졌다는 겁니다. 새콤한 맛이 남아있게 볶은 커피를 드셔보신 분들이 많을테고, 왜 커피를 그렇게 볶아먹는지 의아함을 가져보신 분들도 많을텐데요. 고급 커피는 생두에 가진 향기 성분이 풍부하고 다양한데, 많이 볶아버리면 그런 향이 많이 사라지고 평범한 볶은 커피향이 주가 됩니다. 생선은 찜쪄먹거나 조려 먹어도 맛있지만, 고급 생선 물 좋은 게 있으면 회로 먹잖아요? 비유하자면 그런 거지요. 참다랑어 익혀드셔본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회로 먹으면 최고존엄인 참다랑어도 익히면 평범한 익힌 참치가 됩니다.

 

 

 

 

 

 

15) 에스메랄다 게이샤가 가져온 혁명 이전, 세계 최고의 커피로 꼽히던 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입니다. 그 다음 정도로 꼽히던 게 하와이의 코나였지요. 여기에 예멘의 모카 마타리를 더해 3대 커피 같은 식으로 부르기도 했었는데요.

 

 게이샤의 등장 이후 커피 월드가 참 많이 변하긴 했습니다만, 지금 기준으로 봐도 블루마운틴은 좋은 커피긴 합니다. 아직도 명성이 높다보니 가성비가 전혀 안 나오긴 합니다만.

 

 블루마운틴이 왜 좋은 커피냐 하면, 일단 품종이 본래의 티피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좋은 자연환경에서, 고지대에서, 정성껏 잘 키우는 커피입니다. 그러니까 품질이 좋습니다.

 

 아라비카 커피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입니다. 에티오피아에는 다양한 커피 품종이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데, 대체로 품질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에티오피아 커피는 특별한데요. 비유하자면 에티오피아 커피는 자연산 생선에 가깝고, 다른 대부분의 나라 커피는 양식 생선에 가깝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커피 품종들을 원종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 원종들 중 이른 시기에, 세계에 널리 퍼져나간 두 품종이 있습니다. 티피카와 부르봉(버번)이 그것이지요.

 

 이 두 품종은 원종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결과물이 좋고 맛있습니다. 문제는 두 품종 다 병충해에 취약하고 수확량이 별로 없는 편이라는 겁니다. 특히 티피카는 부르봉보다도 더 약하고 수확량도 더 적습니다. 두 품종 중에는 티피카가 먼저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는데,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르봉으로 교체되고, 이후 부르봉도 너무 약하고 수확량이 적으니까 더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고 수확도 쉬운 개량종으로 점차 바꿔나갑니다. 부르봉 계열의 유명한 개량종으로 카투라와 카투아이가 있는데, 품질은 대략 부르봉 > 카투라 > 카투아이고, 병충해에 강한 정도나 키우고 수확하기 쉬운 정도, 수확량 등은 그 반대입니다.

 

커피 품종 진화 트리, 티피카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본래의 티피카에 가까운 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에서 키우는 티피카 계열 품종명 또한 블루마운틴입니다. 대략 티피카 원종에 가까운 변종 취급받습니다.) 키우고 있는 블루마운틴, 코나는 좋은 커피입니다. 그냥 키우는 것도 아니고 잘 키우고 있고요.

 

커피 품종 진화 트리, 부르봉

 부르봉 같은 경우 그나마 티피카보다는 많이 키우는데, 부르봉도 좀 게이샤처럼 고지대에서 품질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고도의 부르봉은 평범한 커피인데, 아예 고지대에서 잘키운 부르봉은 게이샤가 살짝 연상되는 정도로 품질이 좋아집니다. 특히 부르봉은 평범한 건 색깔이 레드 또는 옐로우인데, 좀 특이하게 둘 사이의 교배종으로 추정되는 핑크나 오렌지도 있고, 그런 건 더 맛있습니다.

 

 

 

 

 

 

16)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하지요. 차례는 한자로 茶禮입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술이 아니라 차를 올리는 거였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에서 차를 마시지 않게 되면서 속칭 곡차, 즉 술을 올리게 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근대 시기에 차는 사치스러운 기호품 취급이었습니다. 실제로 차라는 게 좋은 걸로 챙겨 마시다 보면 쉽게 사치스러워지고, 수공으로 만들면 제다에 노동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에는 차를 많이 마셨고, 차례나 다반사(茶飯事)같은 말이 여전히 남아있을 정도로 일상적이었지만 조선시대에는 검약을 중시하는 문화였던데다 조선 후기 들어 경제적 어려움도 겪으면서 차문화가 사라졌었습니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숭늉을 끓여 먹는다거나, 무궁화로 차를 끓여먹거나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무궁화도 히비스커스의 친척이기 때문에, 일제 이전에는 곧잘 차로 마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선반도가 일본제국령이 되면서부터는 다시 우리나라에서도 차를 많이 재배했습니다. 일본인은 조선인에게 차 만드는 기술을 잘 가르쳐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보고 배운 사람도 있었지요. 그리고 광복 이후에도 한동안은 차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가짜 차가 유통되다가, 점차 우리나라는 커피 문화로 넘어가게 됩니다. 노무현 시기쯤에는 마지막 붐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 초기에 농약보이차 파동이 터지고, 스타벅스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카페가 널리 보급되면서 완전히 커피 문화로 넘어가고 맙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커피문화가 된 이유 중 하나로 차갑게 마실 때 커피가 차보다 맛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꼽습니다. 따뜻한 커피가 따뜻한 차보다 맛있다고 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차가운 것끼리 비교하면 아이스커피가 더 맛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게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냉면 등 차가운 면 요리가 세계적으로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지요.

 

 나의 경우 주로 동절기에는 차를, 하절기에는 커피를 소비합니다. 따스한 커피는 봄과 가을에 주로 마시고, 여름에는 아이스커피를 마시게 되니까 마시는 커피의 종류도 좀 달라집니다.

 

 

 

 

 

17) 새우를 좋아하는 분이 많은데, 새우는 상태에 따른 맛 차이가 심한 편입니다. 냉동한 적 없는 신선한 새우는 대체로 맛있습니다만, 삶아서 껍질을 벗겨 냉동한 것들은 거의 맛이 남아있지 않지요.

 

 새우를 먹는 일반적인 요리법 중 하나가 소금을 깔고 굽는 소금구이인데, 그 조리방식은 일단 테플론코팅팬 같은 데 하면 팬을 망치기 쉽다는 걸 염두에 둬야하고요. 그냥 팬에 굽는 것에 비해 새우가 잘 구워지긴 하는데, 삼투현상으로 새우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절여지는 효과가 있어 수분이 줄어들어 온도가 쉽게 올라가고, 달궈진 소금 알갱이가 둥그스름한 새우 표면을 감싸면서 보다 접촉면적이 많아지기도 하여 그렇습니다.

 

 그런데 새우를 익히는 데 그리 고온이 필요한 건 아니고, 딱히 새우 겉껍질에 마이야르 만들 일도 없기 때문에 굳이 소금을 많이 소비하고 팬에 부담을 줘가면서 소금구이를 하지 않아도 새우를 맛있게 익힐 수 있습니다.

 

 나는 새우는 머리 뒤쪽 내장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제거한 새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새우가 물이 나빠지면 내장이 먼저 썩기 때문에, 신선한 새우를 먹어야 그나마 내장을 먹을 수 있고요.

 

 새우를 취급할 때 주의할 건 새우 머리와 꼬리는 매우 뾰족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날것일때는 새우 표면에 비브리오균이 있어요. 비브리오균은 수온이 높을 때 잘 번식하기 때문에 6~10월이 위험합니다. 그래서 하절기에 새우를 다듬다가 뾰족한 새우 머리에 찔리거나 하면, 비브리오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비브리오균이 만들어내는 독성은 간에서 해독합니다. 그래서 간이 건강한 사람은 큰 질환이 안 생기는데, 간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패혈증까지 걸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새우를 다듬을 때는 고무장갑이건 니트릴장갑이건 비닐장갑이건 일단 방어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갑을 끼고 작업하고, 찔릴 경우 잘 씻고 소독하고 몸에 문제가 있으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비브리오균은 85이상에서 사멸하니 익혀 먹으면 괜찮습니다.

 

 

 

 

 

 

18) 시판 간장에는 TN 수치라는 게 있습니다. 총질소함량을 의미하는데요. TN 수치가 높을수록 고급간장입니다. 샘표에서 양조간장 701501을 시판하여 이 수치가 대중적으로 알려졌는데, 701TN 1.7%5011.5%입니다.

 

 KS규격으로 TN 수치는 1.0%이상은 표준, 1.3% 이상은 고급, 1.5% 이상은 특급입니다.

 

 시판 간장들의 TN 수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기 수치 % 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1.7% 샘표 양조간장 701, 청정원 햇살담은 씨간장숙성 양조간장 골드

1.5% 샘표 양조간장 501, 샘표 다시마간장, 샘표 맛있게 염도낮은 양조간장, 샘표 국산콩 양조간장, 샘표 유기농 자연콩 양조간장, 샘표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 샘표 회간장, 청정원 햇살담은 씨간장숙성 양조간장, 신앙촌상회 양조 생명물간장, 사조대림 해표 양조간장, 삼화 진간장 플러스

1.3% 샘표 진간장 금F3, 샘표 조림간장, 청정원 햇살담은 두번달여 더 진한 진간장골드, 신앙촌상회 양조1급 진간장, 사조대림 해표 조림간장, 삼화 양조진간장, 삼화 맛간장

1.2% 샘표 맑은조선간장, 샘표 국간장

1.1% 샘표 진간장 금S, 청정원 햇살담은 두번달여 더 진한 진간장

1.02% CJ 이츠웰 참진한 진간장

1.0% 샘표 진간장 S, 몽고간장 순, 몽고간장 1, 몽고간장 송표, 몽고간장 진골드, 몽고간장 국, 오복 향이좋은 덕용국간장, 신앙촌상회 양조 깔끔한 국간장, 신앙촌상회 양조 골드간장, 하회마을 순간장, 사조대림 해표 진간장S, 사조대림 해표 국간장, 삼화 진간장, CJ 이츠웰 참진한 국간장, 신송 진간장, 신송 진간장 프리미엄

0.95% 오복간장 금표

0.9% 오복간장 청표, 하회마을 진간장, 하회마을 국간장, 하회마을 불간장, CJ 이츠웰 참진한 진간장 S

0.88% 삼화 맑은 국간장, 삼화 순간장, 삼화 불고기간장

0.85% 오복간장 진간장, 삼양식품 다참 삼양진간장

0.83% 오복 맛이좋은 덕용진간장, 오복 향이좋은 덕용진간장

0.82% 큐원 참진간장

0.81% 몽고간장 진

0.8% 샘표 맛간장 국ㆍ찌개용, 샘표 맛간장 조림ㆍ볶음용, 삼화 척척척 만능간장, 삼화 알뜰간장

 

몽고식품, 오복식품, 신송식품의 간장은 양조간장의 경우 TN표기가 없고, 혼합간장만 TN표기를 합니다.

청정원의 간장은 일부 간장에만 TN표기가 있습니다.

 

 보통 간장의 TN수치는 양조간장이 높고, 혼합간장은 낮습니다. TN 수치가 낮은 간장들은 산분해간장의 비율이 높고, 양조간장은 혼합간장이라 표기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들어간 게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순수 산분해간장 성분만 있는 상품은 시판되는 게 없는 걸로 압니다.

 

 일반적으로 진간장이라고 표기하는 건 혼합간장입니다. 예외적으로 청정원과 신앙촌상회의 진간장만 양조간장입니다. 이 두 회사는 산분해간장을 생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혼합간장이라고 TN이 꼭 낮은 건 아닙니다. 삼화식품의 진간장 플러스는 혼합간장임에도 TN 1.5%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샘표 진간장 금F31.3% 수준의 TN수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분해간장이 양조간장보다 꼭 맛없는 간장은 아닙니다. 높은 TN의 산분해간장은 장점이 있는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간장을 조리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먹을수록 고급 간장을 쓰는 게 좋습니다. 전이나 튀김 등을 찍어 먹는 용도의 간장으로는 TN 1.3%이상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밥을 비비거나 할 때는 가능한 좋은 걸, 가급적 TN 1.5% 이상을 사용하는 게 맛있습니다.

 

 

 

 

 

19) 우리나라 마켓에서 공장제 조미료는 세대를 나눕니다.

 

 1세대 조미료는 미원이나 미풍, 다미 같은 MSG입니다. 2세대 조미료는 다시다, 감치미같은 핵산계 위주 조미료고요.

 

 3세대 조미료는 화학조미료가 해롭거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나온 자연재료 위주의 분말형 조미료입니다. 산들애, 맛선생 등이 있지요. 그리고 이후 등장한 4세대는 첨가물을 최소화한 액상발효조미료입니다. 연두, 다시다 요리수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 근래 많이 사용하는 육수 만드는 코인이라거나, 서양 요리에 많이 쓰는 스톡. 실질적으로 조미료 역할을 하는 굴소스 등도 많이 쓰는 조미료라 할 수 있는데요.

 

 실사용을 할 때는 어떤 성분이 들어가있는지를 보는 게 좋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있을수록 다양한 맛이 나긴 하는데, 대신 컨트롤이 안 되고 난잡한 맛이 나기 쉽습니다. 특히 천연물을 많이 넣은 타입일수록 그러합니다. 그리고 MSG가 들어가있는 건 확 티가 납니다. MSG는 입에 오래 달라붙는맛을 냅니다. 조금만 들어가있어도 천연 글루탐산에 비해 농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완성된 요리 스타일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시판 조미료를 사용하는 건 여러 모로 요리를 편하게 만들어주긴 합니다. 예를 들어 직접 병아리뼈 육수를 만들어보면, 육수 자체는 굉장히 맛있게 나오긴 하는데요. 문제는 만드는 데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고, 잘 졸여놔도 보존성이 나쁘고, 꽤 농축한 것 같은 걸 요리에 사용해도 그리 강한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원재료부터 소스를 만들고 식재료를 조미해서 음식을 만들면 맛있긴 한데, 시간과 노동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일상적으로 먹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맛의 요소들이 여리고 섬세한 게 많아지기도 해서, 어쨌든 풍미의 강도가 시판 조미료를 사용한 것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글루탐산 농도가 너무 높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요리할 때 시판 조미료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20) 말고기는 제법 맛있는 고기입니다. 원래 소보다 말이 비싸고, 소처럼 살이 잘 찌지도 않고, 힘줄이나 근막이 소보다 훨씬 질겨서 다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말고기는 원래 소고기보다 비싼 고기인데요. 한우가 워낙 비싸지다보니 웃프게도 이제 제주산 말고기가 한우보다 쌉니다. 가격은 미국산 프라임등급 쇠고기나 호주산 와규보다는 조금 비싼 정도입니다.

 

 말고기는 지방이 적고, 냄새가 없는 편이고, 육회나 블루, 레어 정도로 익힌 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고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육회로는 소보다 말이 좋다는 개념이 자리잡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주장에는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말고기는 맛 자체는 소고기하고 많이 비슷합니다. 말고기인지 말 안 하고 사람들에게 시식을 시키면 소고기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주에서는 육용 말을 사육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대중화에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말고기 식용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꽤 됩니다.

 

 한우는 마블링이 아직 많이 생기지 않은 어린 개체를 도축하면 횟감으로도 맛있고 스테이크용으로도 맛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새는 그런 한우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마블링을 많이 만드는 쪽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고기는 블루 스테이크나 육회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육용 말의 사육, 도축, 유통 체계는 쇠고기에 비하면 완성도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