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식이 2021. 11. 17. 00:08 Posted by 해양장미

※ 원래 한식 관련 이야기 6편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까 점점 한식의 범주를 좀 벗어나는 기분이라 시리즈를 바꿉니다. 한식 관련 이야기에 비해 글이 길어져서 이 시리즈는 20개씩으로 하겠습니다. 이번 1편은 본래 한식 관련 이야기 6편으로 작성하던 거라 한식 주제가 많이 들어가는데, 다음 편부터는 한식 범주를 좀 더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1) 근래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앞으로 한식도 보다 쉽고 정확한 레시피가 보급되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인덕션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고, 중앙부에서 불이 안 나오는데다 과열방지기능도 있어 영 성능이 좋지 못한 신형 가스렌지를 보유한 세대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쿡탑은 성능으로 치면 업장에서 쓰는 간택기가 좋습니다. 가운데서부터 불이 나오고, 매우 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지만 가정에서 그런 걸 쓰기는 힘듭니다. 청소도 손이 많이 가고. 근래는 청소도 쉽고, 조리용기는 가리지만 최대화력도 높은 인덕션이 트렌드인데요. 인덕션이라는 물건은 일정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테크니컬한 조리에는 영 좋지 못합니다. 직화불가는 물론 온도를 빨리 떨어뜨리거나, 팬을 기울인 상태로 적당히 가열을 한다거나, 화력조절을 섬세하게 한다거나, 내부 음식물을 강하게 젓고 뒤집는다거나, 바닥이 둥근 용기를 쓰거나 하기가 힘들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요리는 끓이거나 찌거나 삶거나 하는 게 많아서 인덕션 보급에 유리한 것 같습니다. 에어프라이어가 보급된 것도 인덕션 보급에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요리를 할 때 소모되는 연료비는 대략 이소부탄 > 부탄 > 전기 > LPG > LNG입니다. 도시가스(LNG)가 가장 저렴합니다. 인덕션은 똑같은 요리를 해도 연료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특히 누진을 먹으면 많이 들어가지요. 가정용이라도 메인쿡탑에 사용하는 고화력 인덕션의 전력소모량은 가정용 스탠딩 에어컨을 한참 상회합니다. 오래 된 집에 메인쿡탑으로 인덕션을 놓으려면 차단기 업그레이드하고 전기공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인덕션은 전력소모를 많이 합니다. 특히 업소용이나 수입 인덕션을 쓰려면 공사가 필수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앞으로 곰탕을 끓이는 가정은 점점 더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사골이나 우족, 꼬리, 잡뼈 등을 끓인 뼈곰탕 계열은 90년대 이후 장기적으로 인기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쿡탑의 변화 트렌드가 인기 하락을 추가적으로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도시가스 업체들은 수익이 안정적인 게 장점이었는데, 앞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지역난방을 하면서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만 쓰는 가정은 LNG를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3) 인덕션을 사용하는 분들은 인덕션 전용 용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인덕션에 사용 가능한 스테인리스 용기들 중에는 바깥부분이 페라이트계 스테인리스로 된 것들이 있습니다. 원래 주방용품에 사용하는 스테인리스는 부식에 강한 오스테나이트계인데요.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는 자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그것과 알루미늄 등만 사용한 용기는 인덕션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덕션에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용기는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두는데, 그 중 한 방법이 안쪽은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로 만들고 바깥쪽은 페라이트계 스테인리스로 만드는 겁니다. 페라이트계 스테인리스는 자성을 띠기 때문에 인덕션에 사용 가능하거든요. 오스테나이트계보다 열전도율이 조금 더 높기도 하고.

 

 그런데 단점이, 페라이트계는 오스테나이트계에 비하면 녹이 잘 습니다. 저렴한 200번대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녹이 스는데, 페라이트계는 그보다 녹이 더 잘 습니다. 그러니까 팬/냄비 구매를 할 때 바깥쪽이 자성을 띠는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다는 팬/냄비 등은 녹이 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뤄야 합니다. 만약 붉은 녹이 슨 걸 확인하면 뭘 사용하건 그냥 녹을 벗겨주면 됩니다. 사포 등을 사용해도 무방. 그러면 스테인리스에 섞인 크롬이 새로운 산화피막을 만들어줄 겁니다.

 

 

 

 

 

 

4)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위 불맛을 좋아하는데, 실제 음식을 할 때 순수한 불맛을 내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불맛을 제대로 만들려면 음식을 볶을 때 음식물에서 나오는 수용액이 달궈진 기름에 닿아 생기는 유증기에 점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중식화구급 화력이 아닌 이상 이런 현상을 만드는 건 쉽지 않고요. 프랑스 요리처럼 고도수의 술을 써서 플람베를 하면 보다 만들기 쉽지만, 증류주 풍미가 무조건 배이기 때문에 아무 레시피에나 쓸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맛이라고 생각하는 걸 내기 위해 음식점에서 주로 쓰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목초액이나 불향 향유고, 다른 하나는 무언가를 한 번 튀긴 기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식이 가장 간편하고, 두 번째 방식은 실제 불맛은 아니지만 잘만 사용하면 결과물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파기름을 사용한다거나 탕수육을 튀긴 기름으로 밥을 볶는다거나, 간짜장을 볶는다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불향 향유는 아니라도 각각의 향미유라 할 수 있지요.

 

 별 재료가 없는 중화 볶음밥의 경우, 사실 밥을 잘 볶는 것만으로는 흔히 생각하는 불맛이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쌀이 고온으로 마이야르와 카라멜라이징 반응이 일어날 경우 생기는 풍미는 잘들 아시는 누룽지 풍미입니다. 밥은 잘 볶아봐야 나오는 풍미가 그쪽이란 말이지요. 별 재료도 안 들어간 볶음밥에서 불맛이 난다면, 그건 대체로 향미유의 영향입니다. 밥 자체를 잘 볶았을 때의 장점은 불맛보다는 특유의 고슬고슬함과 풍부한 느낌 정도일까요.

 

 

 

 

 

 

5) 우리나라는 오븐을 사용하던 문화권이 아닙니다. 가스오븐렌지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오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근래 갑자기 오븐 보급이 많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오븐을 쓰면서도 그게 오븐이라고 의식을 잘 안합니다. 그렇지만 에어프라이어는 오븐입니다.

 

 오븐이 종류가 여럿 있는데, 오븐 중 컨벡션 오븐은 팬이 달려서 열풍을 적극적으로 대류시키는 방식입니다. 열풍을 만드니까 화력이 좋지요. 그리고 에어프라이어는 컨벡션 오븐의 일종입니다. 크기가 좀 작고 팬이 좀 세게 돌아가는 경향이 있지요.

 

 에어프라이어가 인기를 끌면서 요새는 대용량 오븐형 에어프라이어가 많이 보이는데, 그냥 컨벡션 오븐 아니야? 싶은 것들도 보입니다. 에어프라이어라고 이름 붙여 파는 게 더 잘 팔리니까 에어프라이어라고 네이밍해서 파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컨벡션 오븐의 장점은 화력이 좋다는 겁니다. 대류가 강하게 일어나니까요. 예열도 시간이 덜 걸리고요. 그렇지만 열풍의 단점도 있습니다. 팬이 돌아가는 오븐은 음식물이 건조하게 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촉촉하고 부드럽게는 굽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베이킹 같은 걸 할 때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팀 기능이 있는 컨벡션 오븐은 그래도 낫습니다만.

 

 

 

 

 

6) 한식 볶음밥은 유감스럽게도 전혀 높은 수준이 못 됩니다. 끔찍하게도 공장제 냉동 볶음밥을 꺼내 대충 볶아 서빙하는 음식점도 많은 게 현실이고요. 볶음밥에 대한 기본개념이 너무 없는 집이 많습니다. 중화요리집도 볶음밥 잘 하는 집은 드물지요.

 

 우리나라에서 맛있는 볶음밥 먹기 힘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쌀이고요. 두 번째는 밥 짓는 방식입니다. 일단 우리나라 쌀은 차진 자포니카입니다. 수입도 제약되고요. 인디카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금세기 들어 쌀이 고급화되면서 점점 차지고 단백질이 적은 쌀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냥 백미밥으로 맛있는 한식용 쌀은 볶음밥에 안 어울립니다. 쌀이 차질수록, 부드러울수록, 쌀알이 작을수록 볶음밥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쌀 품종 중 볶음밥에 어울리는 쌀은 신동진입니다. 음식점에서 많이 쓰고요. 저렴한 편이라 식비를 아끼려고 사드시는 가정도 있는데, 사실 신동진은 맛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 품종 중 그냥 백미밥 해 먹으면 제일 맛없는 품종이 신동진일 겁니다. 그 다음은 추청(아키바레)일 거고요. 추청은 옛날에는 맛있는 쌀이었지만 신품종 개발할 때 기본 목표를 ‘추청보다 맛있게’로 삼고 개발하다보니 이제는 추청이 신동진 다음으로 맛없는 쌀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한정식집에서 추청 쓰는 데가 많다는 건데, 추청 쓴 밥은 어떻게 해도 맛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추청도 볶음밥엔 그리 나쁜 편이 아니지요. 신동진 없으면 오대가 괜찮고, 오대도 없으면 추청도 쓸만한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동진으로 밥 지어도 일반 백미밥 짓듯 밥 지으면 볶음밥에 안 어울립니다. 특히 문제는 압력솥을 사용하는 겁니다. 압력솥 써서 고압조리하면 쌀이 푹 익고, 압력에 밥알끼리 눌려서 서로 붙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차지고 부드러워지고요. 요샌 전기솥도 거의 압력솥이다보니 볶음밥에 어울리는 밥이 안 나와요.

 

 볶음밥에 어울리는 밥을 지으려면 쌀을 잘 문대어 깔끔하게 씻고 충분히 불려준 다음 알루미늄 웍에 지으면 됩니다. 세라믹 코팅된 웍이면 됩니다. 웍의 둥근 바닥은 밥을 짓는 동안 쌀알이 잘 대류되도록 도와주고요. 얇고 열전도율이 좋은 알루미늄 웍의 특성상 뜸이 거의 제대로 안 듭니다. 누룽지 안 나오도록 조심해서 만들어야 하고요. 캠핑가서 코펠로 밥지을 때는 누룽지가 많이 생기더라도 잘 익히는 게 중요하지만 볶음밥용 밥은 그렇게 푹 익히지 않아도 됩니다. 약간 설익은 느낌의 엉기지 않는 밥을 지어두면 볶을 때 충분히 볶아 익혀도 됩니다.

 

 

 

 

 

7) 새송이버섯은 계열로 보면 느타리입니다. 원래 이름이 큰느타리버섯인데, 상품명이 새송이가 된 겁니다. 송이하고는 아~무 상관 없고 풍미도 전혀 다릅니다. 상품화된 버섯은 아무 데나 송이 이름 붙여놓아서 이름가지고는 맛을 연상할 수가 없습니다.

 

 새송이는 흔히 저작감으로 먹는 것 같지만, 신선한 걸 최대한 수분을 제거해주면 맛이 진해져서 맛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수분이 많은 게 버섯이라, 새송이의 수분을 충분히 제거한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가능한 얇게 슬라이스해서 타지 않게 장시간 익혀줘야 수분이 많이 제거됩니다.

 

 

 

 

 

8) 한식 이야기 3편에서 이야기했던 군산의 특산물 나라즈케는 울외 술지게미절임장아찌입니다. 그런데 울외는 참외의 친척이라 참외처럼 달달합니다. 맛은 있는데, 참외장아찌와 비슷한 계열의 달콤한 맛이라 밥반찬으로는 조금씩 먹게 되는 맛입니다.

 

 그런데 무를 술지게미로 절이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도 나라즈케라고도 합니다. 아예 다른 채소니까 울외절임과 무절임은 맛이 많이 다릅니다. 울외절임 쪽이 비싸지만 무절임 쪽도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다 일반적인 무 간장장아찌와는 맛이 좀 다르니, 술지게미 장아찌를 처음 드시는 분은 무 장아찌를 먼저 드셔보시는 것도 한 방법일 거라 생각합니다.

 

 

 

 

 

9) 똑같은 쌀로 밥을 지었는데 나와 다른 사람이 지은 밥이 맛이 꽤 다른 경험을 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관련하여 한식 이야기 5편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원인을 여러 모로 생각해본 결과 쌀을 불리고 짓느냐, 불리지 않고 짓느냐에 따른 차이가 가장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쌀을 불리면 그 순간부터 미생물이 증식합니다. 쌀 표면에 있으면서 맛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이라면 유산균일 겁니다. 실제 쌀뜨물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병에 넣은 후 밀폐해두면 유산균이 꽤 증식합니다. 쌀을 불리는 정도로 신맛이 분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산균이 증식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풍미의 뉘앙스가 변하는 것 같긴 합니다.

 

 쌀을 너무 오래 불리면 미생물이 너무 증식하고, 물을 너무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맛이 없는 밥이 됩니다. 대조적으로 쌀을 전혀 불리지 않고 바로 밥을 지을 경우, 불려서 지은 밥에 비해 쌀 맛은 분명하지만 풍부함이나 부드러움이 다소 부족한 것 같은 밥이 되기 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10) 쌀 중에 향기쌀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시판되는 품종으로는 골든퀸3호가 있지요. 반찰계 품종으로 팝콘 또는 누룽지맛사탕 향 정도로 부를 만한 향을 가지고 있는 품종입니다. 선호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품종이지요. 밥 지을 때 누룽지를 전혀 안 만들어도 누룽지맛사탕 향이 나는데, 실제 누룽지 향하고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대체로 한국인은 그런 냄새에 거부감이 없고, 식욕이 자극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기솥에 지어도 밥향이 강하고요. 대신 향기가 강하니까 다른 음식의 향과 조화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11) 햇반에서도 향이 난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향기쌀 같은 걸 써서 그런 게 아니고요. 향이 나도록 밥향을 가향하지요. 햇반에 쓰는 쌀은 품질이 좋은 게 아닙니다. 맛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가향을 하고, 즉석 도정하여 밥을 짓습니다. 미강유도 조금 넣고요.

 

 유감스럽게도 레토르트밥 시장은 좋은 쌀을 쓴다고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레토르트밥을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밥맛에 까다롭지 않은 편입니다. 마케팅이 중요한 시장이지요.

 

 

 

 

 

12) 쿡탑의 화구 숫자가 부족할 때, 또는 전기렌지밖에 없어서 직화를 할 수 없을 때 흔히 쓰는 게 부탄가스용 버너입니다. 부탄가스에는 길쭉한 원통형 모양의 일반 부탄과 지름이 보다 크고 위쪽이 둥그스름한 이소부탄이 있는데요. 이소부탄은 부탄의 이성질체로 일반 부탄보다 끓는 점이 10도 정도 낮습니다. 이소부탄 캔은 원래 야외에서 동절기에 쓰라고 나온 거고 더 비쌉니다.

 

 길쭉한 부탄을 쓰는 버너는 흔히 부루스타라고 하는 일체형 버너입니다. 그런데 이소부탄가스캔은 길쭉한 부탄 캔보다 세웠을 때 안정감이 있다 보니 좀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지요. 이소부탄가스캔 위에 직접 버너를 결합하거나, 아니면 아예 호스로 결합하는 형태로 제품이 나옵니다. 

 

 부루스타의 장점은 편하다는 겁니다. 구매할 때 가급적 화구의 중앙부에서도 화염이 나오는 걸 구매하는 게 좋고요. 화력이 좋은 걸 골라 사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부루스타는 일정 이상 지름이 큰 조리용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부탄가스가 들어가는 곳 위를 조리용기가 덮으면 안 됩니다. 가스가 과열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폭발합니다.

 

 부탄가스캔은 안에 고압으로 가스가 충전되어 액화된 상태입니다. 부탄이나 프로판은 고압으로 압축하면 액체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액화된 가스가 기화되면서 나오고, 사용자는 그 기화된 가스를 쓰게 되는데요. 액체가 기체가 될 때는 주변에서 열을 빼앗아갑니다. 그래서 부탄가스는 화기 근처에서 써도 차갑습니다. 겨울철에 부탄가스를 쓰기 어려운 건, 그리고 LPG 차량도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건 주변 온도가 차갑기에 상전이를 위해 가져올 열이 없어 액화된 가스가 잘 기화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스캔의 온도가 올라가면, 이미 캔 안에 고압으로 압축되어있는 가스가 팽창하게 됩니다. 그러면 캔이 내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루스타에 큰 불판, 팬, 냄비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고요.

 

 부탄가스를 이용해 큰 불판, 팬, 냄비를 사용하고 싶을 경우 화구와 가스캔을 호스로 연결하는 타입을 써야 합니다. 대체로 이런 타입은 이소부탄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커넥터를 사용하면 일반 길쭉 부탄을 사용해도 됩니다. 다만 액출에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액출이 되는 버너는 따로 있습니다. 안 되는 버너로는 액출시키면 안 됩니다.

 

 부루스타를 사용할 때는 부탄가스캔 입구 부분의 홈이 있는 부분이 위로 가도록 연결이 됩니다. 부탄가스를 눕혀 사용할 때는 홈이 있는 부분이 위쪽이어야 내부의 액화가스가 제대로 기화될 수 있습니다. 기화한 가스가 연소되어야 안정적인 불꽃 크기를 유지하고, 완전연소를 할 수 있는데요. 다른 방향으로 부탄가스를 눕히면 액화된 가스가 그대로 나와서 제대로 상전이되지 않은 채로 연소되게 됩니다. 이것을 액출이라고 하는데요. 액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버너에서 액출하는 건 위험하고요. 토치를 사용할 때 액출방지기능이 없는 토치에서 액출을 해버리면 토치가 화염방사기가 되어버리니 극히 주의해야 합니다.

 

 어처구니없게도 현재 우리나라는 가정용 버너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너무 심해서 중앙부에서 불꽃이 나오는 화구를 쓰고 싶거나, 일반 가정용보다 더 강한 화력의 가스렌지를 원할 경우 업소용 버너를 쓰거나 아니면 휴대용 버너를 써야 합니다. 업소용 버너 설치는 귀찮다보니 보통 가정에서 제대로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어쩔 수 없이 휴대용 버너를 쓰고 있지요. 현실이 그러한데도 보통 불만이 없는 게 우리나라의 이상한 규제문화와 낮은 요리수준을 드러내 줍니다.

 

 

 

 

 

13) 토치는 잘만 쓰면 꽤 좋은 조리도구입니다. 문제는 위험하고 다루기 좀 어렵다는 건데요. 일단 토치의 위험성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주방칼하고 비슷합니다. 잘못 다루면 큰 부상을 입기 쉽지만, 제대로 다루면 엄청나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토치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건 절대로 불이 분사되는 방향에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잘못하면 사람을 직화로 구워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연소 가능한 물질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겨울에 언 수도관 녹인다고 토치질하다가 보온재에 착화되는 사고가 가끔 일어납니다.

 

 그리고 토치를 장시간 쓰면 과열되기 쉽습니다. 보통 요리에 쓰는 짧은 토치는 과열에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토치를 일정시간 이상 쓸 거면 토치를 2개 이상 준비해서, 과열이 될 것 같으면 다른 토치로 바꿔줘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 액출방지 기능이 있는 토치를 사세요. 액출방지 기능이 없는 토치는 가스캔이 일정 이상 기울어 액출이 되는 순간 화염방사기가 됩니다. 잘못하면 화상 입거나 불납니다.

 

 한편으로 토치로 직화할 때 음식물은 겉표면만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치의 불꽃은 매우 고온이지만, 그 열이 음식물 안쪽까지 전달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한식에서 토치를 사용하기 쉬운 요리는 수분이 있는 양념이 포함된 볶음, 또는 수분이 많은 채소 그 자체입니다. 수분이 있는 음식물은 물이 가진 어마어마한 기화열 때문에 토치의 불꽃이 닿아도 잘 타지 않습니다. 대조적으로 수분이 부족한 음식물은 불꽃이 닿자마자 닿은 부분이 탑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 대체로 불꽃이 다 그렇듯 토치 불꽃도 겉불꽃과 속불꽃이 있는데요. 속불꽃이 훨씬 잘 보이고 겉불꽃은 바깥쪽으로 갈수록 잘 안보입니다만, 실제 요리를 할 때는 가능한 겉불꽃 끝 쪽을 사용해야 합니다. 겉불꽃 끝쪽은 눈으로 보기에는 불이 아닌데 실제로는 불일 때가 많고요. 그 부분을 사용해야 하는 주 이유는, 가스에 포함되어있는 부취제 때문입니다.

 

 원래 가스는 메탄(천연)가스건 프로판가스건 부탄가스건 별 냄새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가스는 대형사고가 나기 쉽기 때문에, 일부러 영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물질을 섞습니다. 우리가 가스냄새라고 생각하는 건 이 부취제의 냄새입니다. 토치같이 가스로 직화를 하는 경우 잘못하면 이 부취제 냄새가 음식에 들어가는데요. 그렇게 되면 영 안 좋습니다. 가능한 겉불꽃 끝 쪽으로 구워줘야 부취제 냄새가 음식에 들어가는 불상사를 줄일 수 있고요. 속불꽃이 음식에 닿으면 부취제 냄새가 바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스냄새 나는 음식 드시고 싶으시면 속불꽃 쓰세요.

 

 

 

 

 

14) 나는 허브나 스파이스를 많이 가리는 편은 아닌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 초피(제피)입니다. 못 먹는 정도는 아닌데 화자오(화초. 중국산 초피)를 많이 쓰면 입에 안 맞습니다. 국산 초피를 조금 쓰면 괜찮은데요. 우리나라 초피는 좀 새콤한데 화자오는 별로 안시고 더 맵습니다. 사천(스촨)요리에서 마라의 ‘마’가 초피 계열의 얼얼한 맛을 의미하고, ‘라’는 고추의 매운맛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에 고추가 전래되기 이전에는 남부에서 초피를 이용해 매운 맛을 냈다고 합니다. 고추가 보급된 이후에는 초피 사용이 거의 없어졌지만.

 

위쪽 사진은 산초, 아래쪽 사진은 초피

 산초와 초피는 곧잘 혼동되곤 합니다. 열매 생긴 게 매우 유사하기도 한데, 또 일본어로는 초피를 산초라고 합니다. 일본 발음으로는 산쇼오. 우리나라 산초는 일본어로는 이누잔쇼오(개산초)고요.

 

 우리나라에서 초피는 남부지방에서 자라고, 산초는 더 북쪽에서 자랍니다. 인천지역 야산에서 산초는 흔한 식물입니다. 그렇지만 초피는 없지요. 그리고 생긴 건 유사해도 산초 열매 껍질은 초피와는 달리 아무 맛이 없습니다. 스파이스로 전혀 가치가 없어요. 일본에서 개산초라고 부르는 건 아마 스파이스로 무가치해서 그럴 겁니다. 대신 산초는 씨에서 기름 짜서 그걸 이용하긴 한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풋열매를 장아찌로는 먹을 수 있다는데, 나는 먹어본 적 없습니다.

 

 

 

 

 

15)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고추부각입니다. 만들기는 많이 귀찮고 사먹으면 비싸며 좀 잘못 튀긴 것도 많고, 먹다보면 살이 찌는... 매우 좋지 못한 면이 많은 요리입니다만, 맛은 좋지요. 시판하는 건 보통 설탕을 좀 뿌려놓는데, 나는 태우지만 않으면 설탕이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고추부각보다는 김부각이 흔해서 종종 김부각을 사먹고 있습니다만.

 

 경험적으로 풋고추를 키우고 수확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후 고추가 익기 전에 충해가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고추 자체는 꽤 늦게까지 열리는데, 늦게 열린 고추는 잘 익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처 익기 전에 서리가 내리면서 고추나무가 노지에서는 동사해 버리거든요. 고추는 원래 중미 열대지방이 원산이라 추위에 약합니다. 그래서 고추를 키우면 풋고추가 꽤 생기게 됩니다. 익은 고추는 말려서 가루를 내면 되고, 청양고추처럼 매운 고추는 얼렸다가 요리에 쓰면 되는데, 맵지 않은 풋고추 계열은 냉동하면 쓸데가 없고 말려서 뭘 할 것도 없으니 부각으로 만드는 게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다만 너무 매운 고추로 부각을 만들면 진짜로 맵습니다. 입맛에 따라서는 매운 부각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실제 키우다보면 풋고추는 생각보다 너무 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판하는 건 별로 매운 게 없지만요.

 

 부각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찹쌀풀을 발라 말린 다음 튀기는 겁니다. 마른 상태에서는 보존성이 좋습니다. 제대로 튀기지 않으면 엄청나게 딱딱하지만, 기름에 튀기면 부풀어 올라서 과자같이 됩니다. 튀길 때 약간이라도 타거나 재료가 쓴 맛이 있는 경우, 설탕을 좀 뿌려줘야 단맛이 쓴맛을 잡아줍니다. 그렇지만 고추부각을 적당히 잘 튀겨냈을 경우 약간의 소금만으로 충분합니다.

 

 

 

 

 

16) 우리나라에서 만두는 예전에는 일정 위도 이상 지역에서 먹던 음식입니다. 남부에서는 원래 만두를 거의 안 먹었었습니다. 이는 만두의 보존성 때문인데요. 현대에 사는 우리는 냉동만두에 익숙하지만, 냉동고가 보급된 역사가 그리 길지가 않습니다.

 

 가래떡 같은 건 썰어서 말려두면 남부에서도 동절기에 보존이 잘 됩니다. 그런데 소에 수분이 많아 부패가 쉬운 만두를 겨울에 보존하기엔 남부의 날씨는 애매했습니다. 잠시 따뜻해지면 부패할 수 있었지요. 대조적으로 확실히 겨울 내내 추운 한반도 중부나 이북 지역은 만두를 만들어두면 겨우내 보존해서 먹을 수 있었고요. 가정에서 그때그때 만들어먹기엔 만두는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만들 때 대량으로 만들어야 효율이 있지요. 아니면 상업적인 만두집이 있거나.

 

 그리고 떡은 쌀로 만든 음식이지만 (밀떡은 논외) 만두는 밀가루를 사용한 음식입니다. 전쟁 이전 우리나라에는 쌀도 밀도 귀했지만, 상대적으로 남부에 쌀이 더 많았고 북부에는 밀이 더 많았습니다. 이는 이모작의 영향입니다. 남부는 쌀 - 보리 - 쌀 이모작이 보다 잘 되는 편이고, 밀 대신 보리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북부로 갈수록 벼농사가 어렵고, 이모작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아예 북부로 가면 지역에 따라 벼농사를 포기하고 밀농사를 짓기도 합니다.

 

 물론 이제는 냉동고가 보급된 지도 오래고, 남부 지역에서도 만두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습니다. 전쟁때 남부에 가서 자리 잡은 사람들도 많고, 상업적인 만두의 발달도 빨랐지요. 다만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명절음식에는 영향이 남아있습니다. 설에 수도권에서는 떡만두국을 먹는데, 남부 지역에서는 떡만두국을 먹는 전통이 없습니다.

 

 

 

 

 

 

17) 김치찌개의 주류는 대략 두 종류입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참치캔 김치찌개. 각자 선호가 다르실 텐데요. 양측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일단 돼지고기의 살코기 부분에서 얻을 수 있는 풍미는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돈육은 별로 맛이 진한 고기가 아니거든요. 쇠고기로 고깃국을 끓이면 진한 풍미가 나오지만, 돼지고기로 곰탕을 끓이는 일은 없지요. 별 맛이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라드는 꽤 향기롭고 품질이 좋긴 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파는 돼지고기 중 라드 품질이 좋은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지요. 사견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드 풍미에 매우 둔감합니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해도 되겠지요. 라드 풍미가 좋은 돼지고기 브랜드들은 가격대비 인기가 없어서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질이 좋은 라드는 사실 김치찌개에 쓸 때 별로 장점이 있을 법한 것은 아닙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의 장점은 포화지방을 제법 함유한 돼지기름이 가미된다는 점. 그리고 삶아진 돼지고기를 건져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삶은 돼지고기는 맛있으니까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흔히 김치찌개용으로 파는 깍뚝썰기한 돼지 등심이나 다릿살을 그냥 넣어봐야 별로 김치찌개 자체의 맛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찌개 자체의 맛을 올려주는 쪽은 참치캔 쪽입니다. 국내에서 파는 참치캔 중 99%는 가다랑어입니다. 가다랑어는 좋은 국물 요리 재료지요. 참치캔 아니라 그냥 가다랑어 살코기로 찌개를 끓여도 맛있게 끓여집니다. 가격대비건 구하는 난이도건 참치캔을 쓰는 게 훨씬 낫긴 합니다만. 사실 가다랑어는 회로 먹기엔 맛이 없는 편이라 횟감용 가다랑어도 좀 익혀주는 게 맛있어집니다.

 

 가다랑어보다 훨씬 비싼 참다랑어로 찌개를 끓이면 맛있느냐 하면,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참다랑어로 김치찌개를 끓여보신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는데, 정말 기대보다 별로 맛이 없습니다. 참다랑어 살코기의 우아하고 고급진 맛은 김치찌개국물용으로는 내 생각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찌개용으로는 가다랑어를 추천합니다. 황다랑어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데 참치캔을 넣으면 별로 건져먹을 건 없지요. 참치캔 큰 거 하나 다 넣어봐야 그다지 건져먹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돼지고기하고 참치캔은 역할이 다릅니다. 참치캔이 입에 안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둘 다 넣는 쪽을 권장합니다. 그러면 너무 기름져진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기름이 적은 고기를 넣는다거나 참치캔 기름을 빼고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름은 얼마든지 조절 가능합니다.

 

 그리고 돼지고기김치찌개를 끓일 때 사실 고기를 그냥 넣으면 당연히 별 맛이 없습니다. 맛있게 끓이고 싶다면 돼지고기를 잘 구워서 넣으세요. 돼지고기는 마이야르가 잘 일어나도록 구우면 맛있습니다.

 

 

 

 

 

18) 떡갈비는 본래 소갈비살을 다져 만들던 겁니다. 다진 다음 다시 소갈비에 붙여서 굽기도 했었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만 떡갈비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다만 실제 그런 떡갈비를 먹어보면 맛있긴 한데, 굳이 현대에 갈비를 그렇게 먹어야 하는지 의문스럽긴 합니다.

 

 옛날엔 육우가 없었습니다. 일을 하던 소를 잡아먹었지요. 일소는 당연히 육우보다 고기가 질깁니다. 마블링도 적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옛날 쇠고기 조리법이 다져 굽거나 삶고 끓이는 방식인 겁니다. 옛날에는 그렇게 해먹어야했지요.

 

 그런데 현대 축산업이 키워낸 쇠고기는 그렇게까지 질기지 않습니다. 갈비살처럼 질기지도 않고 맛있는 부위를 굳이 다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만들려면 보다 질긴 부위가 어울리지요. 저렴하면서도 맛이 진한 부위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현대적인 떡갈비 레시피입니다. 유사한 요리인 햄버그 스테이크도 마찬가지고요.

 

 시중의 떡갈비는 대략 쇠고기 떡갈비, 돼지고기 떡갈비, 그리고 둘을 섞은 믹스 떡갈비가 있는데요. 믹스 떡갈비가 제일 일반적입니다. 두 고기의 장점이 잘 합쳐져 있지요. 적당한 가격에 식감과 맛이 모두 좋습니다. 물론 쇠고기 떡갈비도 맛있고, 좀처럼 실패하지 않습니다.

 

 쇠고기 떡갈비와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는 쇠고기를 갈아 만든다는 것과 크기, 두께 등에서 별 차이가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맛없는 떡갈비를 만나긴 어려운 것과 대조적으로 맛없는 햄버거 패티를 만나는 건 매우 쉽다고 생각합니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간장과 그 밖의 양념에 있습니다. 보통 떡갈비가 간장과 양념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갈은 쇠고기에 있기 쉬운 부정적인 풍미를 잘 잡아주고, 간장이 구워진 좋은 풍미가 납니다.

 

 

 

 

 

 

19) 숯불에 구운 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숯불구이가 왜 맛있는지,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지에 대해 제대로 언급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숯불에서 원적외선이 나와 음식물을 속까지 잘 익혀주기 때문에 맛있다... 같은 말이 예전부터 많이 나돌았는데, 전혀 신경쓸 이유가 없는 이상한 소리입니다. 적외선 조사기는 물리치료기입니다. 요리에 쓸 수준의 열이 안 나와요.

 

 간단히 이야기해서 숯불을 쓰는 이유는 음식물을 직화로 굽기 위함입니다. 숯불을 써서 석쇠 같은 데 음식물을 구우면, 팬에 굽는 것과는 달리 음식물의 표면이 쉽게 건조됩니다. 팬에 음식물을 구우면 음식물과 팬이 접촉하고 있는 부분의 수분이 물리적으로 달아날 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건조되는 효율이 낮아집니다. 그렇지만 석쇠에 구우면 증기가 날아가기 쉽지요.

 

 물이 가진 기화열은 매우 크기 때문에 촉촉한 표면은 좀처럼 잘 구워지지 않습니다. 복사열만 생각한다면 석쇠에 굽는 쪽이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구울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차이는 간장양념된 고기처럼 타기 쉽고, 수분은 많은 음식물을 구울 때 더 커집니다.

 

 그럼 왜 숯을 쓰느냐 하면, 일단 가스는 부취제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가스냄새가 배서 음식냄새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숯은 질이 좋은 숯을 쓰면, 숯냄새가 배는 걸 사람들이 보통 싫어하지 않는 편입니다. 내 생각에는 질이 좋고 섬세한 음식물을 구울 때가 아니면 숯냄새가 배는 건 괜찮은 편이지요. 숯불구이 닭바베큐 같은 경우 일부러 숯냄새가 배도록 굽는데, 닭에는 그런 게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다만 질이 나쁜 숯은 냄새가 나쁘기 때문에, 차라리 가스를 쓰는 게 낫다 싶고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직화할 때 좋은 숯 > 가스 > 나쁜 숯 순서로 좋습니다.

 

 그리고 숯이나 가스 외의 연료는 별로 쓰기 좋지 않습니다. 참나무나 장미과 과일나무 장작의 경우, 장작에 뭔가 구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불이 컨트롤하기 힘들게 크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장작인 상태로 유지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잠시 활활 타다가 금방 숯이 되지요. 그래서 실제 그런 장작으로 음식 구울 때는 일단 태워서 숯이 되게 만든 후, 숯이 된 이후에 음식물을 굽곤 합니다. 장작 상태로 음식 굽는 건 커다란 바베큐 같은 요리나 구울 수 있고요.

 

 소나무 같은 장작은 논외. 그것들은 송진이 타는데요. 화력은 세고 오래 안 가고 연기 많이 나고 송진 타는 냄새 상당히 많이 나서, 일부러 그런 냄새 밴 요리 만들 거 아니면 못씁니다.

 

 액상연료의 경우, 일단 석유 계열은 대부분 냄새가 나서 영 안 좋고요. 액상파라핀 같은 건 냄새도 독성도 없으니까 쓸 수는 있겠지만 인화성도 높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만한 장비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알콜같은 경우 사용할 수는 있는데, 직화구이를 하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못합니다. 비싸고, 열량이 낮고, 잘 보이지도 않는 불꽃이 활활 일거든요. 알콜스토브로 냄비 같은 데 물을 끓일 수는 있지만, 그 불에 무언가를 직화로 굽는 건 숯에 비해 딱히 좋을 게 없습니다.

 

 

 

 

20) 우리나라 음식은 다른나라 음식 대비 ‘단짠’에서는 좀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감칠맛이 있는 편인데다 매운 음식도 많으니까, 달고 짠 맛에 의존할 필요가 없거든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지방맛이지요. 여기에 향기, 압각, 저작감, 질감, 그리고 매운맛 등의 요소가 합쳐져 우리가 먹는 음식의 풍미가 결정됩니다.

 

 이 중 쓴맛과 신맛은 기호성이 강한 맛입니다. 예를 들어 설탕이나 시럽 등을 넣지 않은 커피의 맛은 주로 쓴맛과 신맛이지요. 그래서 대중적인 음식은 그 외의 4가지 맛과 향기, 저작감, 매운맛 등이 강조됩니다. 우리나라 음식은 맵고 감칠맛이 강한 편이니까 어택이 강한 맛을 구성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적당히 달고 짜고 맵고 감칠맛 강하고 지방맛 있으면 인기 있는 맛이 되기 쉽지요.

 

 대조적으로 일본 음식은 우리나라 음식보다 덜 맵기 때문인지, 다른 요소가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날씨가 우리나라보다 덥고 습한 경향도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음식이 우리나라 음식보다 달고 짜고 감칠맛도 더 강한 편입니다. 식초도 우리나라 음식보다 적극적으로 쓰고요.

 

 서양 요리는 아시아 요리보다 감칠맛이나 매운맛 의존도가 낮은 편입니다. 그나마 남유럽 요리는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상대적으로 더 있는 편인데, 프랑스 요리 같은 건 그쪽으로는 승부를 못 합니다. 그런데 그러니까 프랑스 요리는 다른 분야가 발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복합성이 있고, 허브나 스파이스를 섬세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요.

 

 요리 맛이 섬세해지려면 맛의 골조를 이루는 맛의 요소를 가늘게 만드는 게 좋습니다. 단-짠-감칠-지방맛이 두드러질수록 맛은 선이 굵어지고, 박력은 생기지만 섬세함은 줄어듭니다. 근래 우리나라 요리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무래도 쉽고 강하고 대중적인 방향입니다. 이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해서는 고급스러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