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5

식이 2022. 2. 4. 23:38 Posted by 해양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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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라멘에는 메이저한 건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시오(소금), 쇼유(간장), 미소(된장). 그런데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도 일본 라멘과 뿌리는 같지요.

 

 우리나라의 맵지 않은 베스트셀러 인스턴트 라면도 위의 분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진라면 순한맛과 삼양라면은 소유라멘인데, 안성탕면은 미소라멘입니다.

 

 조금 풀어 이야기하면 진라면 순한맛은 쇠고기+소사골+간장+어간장 구성입니다. 안성탕면은 쇠고기+소사골+된장+우거지 구성이고요. 삼양라면은 역사적으로 몇 번 리뉴얼이 크게 있었지만 현재 나오는 건 햄+표고버섯+간장 구성입니다.

 

 진라면 순한맛은 꽤 티나는 쇼유라멘 스타일입니다. 간장맛이 제법 납니다. 안성탕면은 대조적이라 할 만큼 된장맛이고요. 삼양라면은 부대찌개맛 컨셉인데, 실제로 부대찌개 끓일 때 넣어도 위화감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간장이 좀 들어가있는 타입이지요.

 

 

 

 

 

 

 

2) 이전 4편에서 튀김기름 온도를 안 높이고 튀김을 시작하면 튀김이 느끼해지기 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낮은 온도부터 튀김재료를 넣어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서 튀기면 기름을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그냥 끝까지 낮은 온도 (140이하)로 튀겨서 마무리하면 기름을 많이 먹지 않습니다. 저온튀김은 고온튀김대비 기름을 덜 먹거든요. 대신 별로 바삭해지지도 않고, 마이야르도 충분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원리가 다른 조리법입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튀김의 정의와는 달라집니다.

 

 저온튀김이 기름을 덜 먹는 걸 응용할 수는 있습니다. 고온으로 기름을 달군 후 일단 튀김을 시작하고요. 튀김재가 들어가면 기름온도가 내려가는데 여기서 그냥 내려간 온도를 유지하면서 130전후에서 저온튀김을 합니다. 그 후 다 튀겨질때쯤 기름온도를 높여서 마무리합니다. 이러면 속까지 익히면서 그냥 고온에서 튀긴것 대비 기름을 덜 먹게, 그리고 더 촉촉하게 튀길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일본 현지의 돈까스집에서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낮은 온도부터 튀기기 시작해서, 온도를 올려가면서 튀기다가 150~160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해서 튀겨서 마무리하려면 어느 정도 완성된 레시피가 필요합니다.

 

 

 

 

 

 

 

3) 상기한 저온튀김의 온도 기준은 140이하입니다. 140이상의 온도는 식재료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결합되어있는 수분인 결합수가 이탈할 수 있는 온도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결합수는 140이하에서는 거의 이탈이 안됩니다. 식재료를 바싹 말려도 결합수는 분리되어 날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조리온도가 140가 넘느냐, 아니냐는 요리의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아예 100이하의 온도에서 기름에 저온으로 삶는조리법도 있습니다. 물이 끓는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름으로 익히는 건데요. 이 프랑스식 조리법을 콩피(Confit)라고 합니다. 콩피 드 카나드(오리 콩피)는 양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저온 조리라는 면에서 콩피는 수비드 또는 중탕과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 조리법입니다. 재료의 수분을 잘 보존하고, 장시간 익혀서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수비드나 중탕에 비하면 기름맛이 꽤 들어가지요. 만들 때는 오븐이나 수비드 기계를 주로 씁니다.

 

 콩피는 원래는 보존식입니다. 기름은 잘 상하지 않으니까, 기름에 식재료를 담가서 저온으로 익혀둔 채 굳히면 상온에서도 음식이 잘 상하지 않게 되거든요. 수분이 날아가지도 않고. 먹을 때 튀기거나 구워 먹으면 맛있고요. 보존식이니까 콩피는 병조림, 통조림으로도 팝니다.

 

 

 

 

 

 

 

4) 우리는 익히지 않은 전분은 먹지 않고, 익힌 전분만 먹습니다. 익히지 않은 전분은 사람이 소화를 잘 못 시키거든요. 맛도 없고.

 

 우리가 쌀이나 밀을 조리할 때는 물을 사용해 익힙니다. 이 과정에서 호화(糊化)가 일어나게 되지요. 호화가 잘 된 갓한 밥이나 갓구운 빵을 먹으면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상온에 두면 전분이 다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성되는 노화 과정이 일어납니다.

 

 전분이 노화되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굳고, 맛이 없어지고, 소화가 다시 잘 안 되는데요.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전분의 노화는 온도가 차가울수록 빠르게 일어납니다.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온도가 4입니다. 밥이나 빵을 냉장 보관하면 상하지는 않지만 맛이 없어지는 게 그래서입니다. 전분이 노화되어 변성되어버리면 다시 데우는 정도로는 충분히 다시 호화되지 않습니다. 삼각김밥을 포함한 편의점 냉장김밥이 괜히 맛없는 게 아닙니다.

 

 전분의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얼립니다.

2. 말립니다.

3. 아예 60이상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밥은 식으면 그냥 용기에 넣어 얼려버리는 게 가장 좋은 보관법입니다. 아니면 누룽지로 구워서 말리거나요. 빵도 마찬가지로 얼리거나 말리는 게 좋고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일부러 밥을 냉장 보관했다가 먹기도 합니다. 그렇게 먹으면 맛은 떨어집니다만, 아예 못먹을 정도로 맛없어지는 건 아니기도 하고. 상기하였듯 소화가 잘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소화흡수율이 떨어져서 좀 다이어트 효과가 있단 말이지요.

 

 

 

 

 

 

 

5) 우리나라에서 튀김용 기름으로 많이 쓰는 기름은 콩기름, 쇼트닝, 카놀라유입니다. 쇼트닝은 식물성 고형유 중 가향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데, 향이 첨가된 건 잘 아시는 마가린입니다.

 

 통상적으로 시판되는 쇼트닝의 주성분은 팜유인데, 팜유는 원래 상온에서도 잘 고형화되기 때문에 쇼트닝을 만들기 적합하며, 무언가를 튀겼을 때 바삭한 느낌도 살고 산패도 잘 안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라면은 쇼트닝에 튀깁니다. 중식집에서도 쇼트닝을 많이 사용하고요. 조금 자극성이 있는 맛이 필요한 패스트푸드나 호프집 주방 등에서 쇼트닝을 애용하곤 합니다.

 

 콩기름은 쓰는 가정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고,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식용유 중 가장 저렴한데요. 대용량 기준으로 리터당 가격을 따져보면 2700원 정도 합니다. 현재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 정도 하니까, 먹지도 못하는 휘발유 가격에 비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 예전 00년대 휘발유 가격 리터당 2000원 넘던 시기에는, 앞으로 유전이 고갈되어서 기름이 부족해질테니 팜야자 농장에 투자하자는 투자상품 붐도 있었습니다. 바이오디젤이 앞으로 대세가 될 거라는 말들도 꽤 있었거든요.

 

 카놀라유는 콩기름에 비해 풍미가 좀 나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가격은 대용량 구매 시 콩기름보다는 약간 비싼 리터당 3000원 정도라 저렴한 기름에 속합니다. 요새는 튀김용으로 콩기름 대신 카놀라유를 쓰는 음식점도 많습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카놀라유가 콩기름보다 튀김이 맛있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기름은 무언가를 튀기거나 공기중에 노출되다보면 산도가 높아집니다. 그 산도는 산가측정지나 전자식 산도측정기로 측정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둘 다 비싸다는 겁니다.

 

 튀김을 많이 하는 업장에서는 측정지나 측정기를 씁니다. 쓰는 기름 양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가정에서 튀김을 하는 정도면 그냥 새 기름을 사용하는 게 차라리 쌉니다. 어차피 튀김기름은 리터당 3000원밖에 안하니까요. 측정지는 개당 300원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요. 산도측정기는 60만원 정도 합니다. 산도측정기 하나 살 돈이면 튀김기름을 200리터는 살 수 있습니다.

 

 

 

 

 

 

 

7) 조리도구나 식기, 식품보관용기등을 사다 보면 종종 붙어있는 라벨, 스티커, 테이프 등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깔끔하게 안 떼어지고 끈끈이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단 말이지요.

 

 접착제는 대체로 유기용매에 녹는 성질을 가진 물질로 되어있습니다. 무기용매로 녹는 접착제는 물로 쉽게 제거 가능하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유기용매에 녹는 물질은 물로는 제거가 잘 안 됩니다. 유기용매로 녹이거나 물리적으로 긁어내야지요.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라벨, 스티커, 끈끈이를 제거합니다. 일단 그냥 손톱으로 떼어지면 떼어버리고요. 남는 건 지우개질을 합니다. 끈적한 게 잘 제거되는 상태라면 지우개질만으로도 깔끔하게 끈끈이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일단 물티슈로 문지르면서 제거합니다. 시판 물티슈는 유기용매로 젖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끈끈이를 어느 정도 닦아낼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끈끈이는 드라이기로 온도를 높여주고 물티슈로 문지르고 지우개질을 하는 걸 번갈아 반복하면 지워집니다.

 

 그런데 가끔 강적이 있습니다. 물티슈로도 안 되는건 진짜 유기용매를 사용해서 녹여야 합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몸에 해롭지 않은 것들 중 유기용매로 사용 가능한 건 알콜, 오일, 그리고 아세톤이 있습니다. 그런데 물티슈로 가망이 없어보일 정도면 그냥 아세톤을 사용하는 게 낫습니다. 매니큐어 제거제로 쓰니까 아무 화장품 가게나 가면 살 수 있습니다. 다이소에서도 팔고요

 

 아세톤의 단점은 강력한 유기용매다보니 일부 플라스틱에도 대미지를 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플라스틱에 아세톤을 사용할 때는 아세톤이 접촉하는 플라스틱 표면이 손상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고요. 만져도 별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비닐장갑이나 니트릴장갑 등을 끼고 아세톤을 다루는 게 좋습니다. 보통 매니큐어 리무버로 파는 아세톤에는 합성향을 첨가해 두는데, 그게 손에 닿으면 배서 몇 시간은 안 없어집니다. 향 없는 순수 아세톤도 구하려면 약국에서 구할 수는 있는데, 또 그런 건 피부에 닿으면 좀 독해서 장갑 끼고 쓰는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피부 틉니다.

 

 

 

 

 

 

8) 많은 사람들이 각자 특정한 향을 싫어하곤 합니다. 나도 정말로 기피하는 향이 하나 있는데요. 캄포 냄새입니다. 캄포는 우리나라 말로 녹나무를 의미하는데요. 녹나무에는 장뇌가 들어있고, 장뇌 냄새가 납니다. 원래 정확하게 말하면 캄포는 장뇌를 뜻하는 말이고, 녹나무는 캄포라또는 캄포나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캄포라고 합니다.

 

 캄포는 호주에서 지나치게 많이 자라서 벌채해서 수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주에서도 자라지만 수입 목재를 도마로 많이 씁니다. 장뇌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는데, 그게 살균효과도 있다 보니 항균도마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독성도 있는 만큼 캄포도마가 몸에 나쁜지 아닌지는 논란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많이들 쓰고 있고 별 문제보고가 없는 거 보면 실사용시의 독성문제는 딱히 우려스러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나무 조각을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는 합니다만.

 

 그런데 진짜 문제는 냄새인데요. 캄포는 정말 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 향은 나에게는 좀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기호성이 강한 냄새라고 생각합니다. 장뇌 냄새인데요. 물파스에도 장뇌가 들어갑니다. dl-캄파라고 써있지요. 나는 물파스 냄새도 좀 기피하는 편인데, 물파스냄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캄포 향도 괜찮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장뇌는 녹나무에만 들어있는 건 아닙니다. 로즈마리에도 장뇌가 약간 들어있습니다. 캄포나무처럼 장뇌 냄새가 두드러지는 건 아닙니다만, 요리에 로즈마리를 잔뜩 넣어 익히거나 하면 장뇌 냄새가 확 풍기게 됩니다. 다행히 나에게 로즈마리의 장뇌 냄새는 견딜 만한 정도고, 로즈마리를 못 먹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너무 장뇌 냄새가 강해지면 좋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로즈마리도 독성이 있다 보니 임산부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로즈마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장뇌를 싫어해서 그럴 확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9) 고기를 팬에서 구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팬에 접촉하는 면만 제대로 구울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고기는 평평하게 잘라놔도 굽다 보면 수축을 하면서 표면이 떠버리곤 합니다. 돼지고기로 치면 이 현상은 지방질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운 삼겹살에서는 별로 없는데, 작은 근육 여럿이 붙어있는 목살이나 고기결이 좀 더 살아있는 다리살에서는 보다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이 유독 인기있어진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삼겹살은 기름이 많고, 수축하면서 모양이 변하는 게 덜하다보니 표면에 마이야르가 일어나게 굽기가 쉽거든요. 오버쿡을 해도 맛있고요. 마이야르를 덜 일으켜도 기름맛이 강해서 풍미가 있고요.

 

 표면이 떠버리면 팬에서 단순히 굽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마이야르가 일어나게 잘 굽기는 어렵습니다. 익기야 익습니다만, 팬에서 떨어진 부분은 온도가 충분히 안 올라간단 말이지요.

 

 돼지 목살을 구울 때는 조금 익힌 다음에 근간지방을 따라 각각의 근육들을 잘라 잘 뒤집어가며 구워주면 거의 해결됩니다. 돼지 목살도 지방이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팬을 쓰면 약간 뜬 정도는 지방질이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경사진 불판은 좀 덜 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름이 고이지 않으니까요.

 

 물론 이는 마이야르를 잘 일으키려는기준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냥 구워익히는 것 자체는 어떤 불판에 굽건 잘 됩니다. 표면이 올록볼록한 그릴팬에 구워도 고기가 충분히 구워지긴 하지만, 접촉면적이 좁으니까 마이야르는 별로 일어나지 않지요.

 

 

 

 

 

 

 

10) 한우의 등급은 다른 여러 조건도 보지만 대략적으로는 알등심의 근내지방도를 보고 측정합니다.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있는데, 약어인 BMS로 표기합니다. 풀어 쓰면 Beef Marbling Score.

 

 흔히 유통되는 한우 등급에 적용하면 BMS 7+~9 = 1++ 등급입니다. BMS 6~7 = 1+ 등급이고요. BMS 4~51등급. BMS 2~32등급. BMS 1이면 3등급입니다.

 

 대략 BMS 4~51등급 정도면 미국산 프라임등급, BMS 2~3 정도의 2등급이면 초이스 등급에 해당합니다. BMS 6부터는 정말로 지방이 많은 거지요.

 

아랫등심 사진. 안쪽 하트 모양의 살코기 부위가 알등심입니다

 이 등급제는 잘 이해해야 합니다. 알등심은 원래 지방이 잘 생기는 부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한우 1+ 등급 이상이면 지방이 원래 별로 없는 부위에도 마블링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전신에 근내지방이 낀다는 거고요.

 

 알등심에 지방 많으면 다른 부위에도 근내지방이 많을 확률이 높긴 한데, 꼭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원래 지방이 많은 부위는 좀 등급이 낮아져도, BMS 3정도만 되어도 지방이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한우를 고를 때는 표기된 등급보다도 눈에 보이는 근내지방도를 잘 살펴서 고르는 게 좋습니다. 표기된 등급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부위는 알등심뿐입니다. 예를 들어 알등심보다 지방이 잘 끼는 살치살을 기준으로 하면, BMS 8인 개체가 9인 개체보다 지방이 더 많거나 한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11) 팬에 구울 때 특히 신경써야 하는 음식이 몇 종류 있습니다. 몇 개 예를 들어보자면 생선, 양고기, 그리고 떡갈비를 꼽겠습니다. 생선과 양고기는 냄새가 강하고, 떡갈비는 간장 소스가 타버리기 때문인데요. 셋 다 테플론 코팅팬 같은 데는 조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테플론 코팅은 물리적인 긁힘에는 강해서, 긁어도 잘 손상이 안되는데요. 그렇지만 테플론 자체의 물성을 어쩔 수는 없습니다. 오일은 테플론 입자 사이에 스며듭니다. 그렇기에 생선 기름이나 양고기 기름 같은 게 테플론 입자 사이에 스며들어버리면 답이 잘 안나옵니다. 좋은 테플론 코팅팬일수록 관리를 잘 해야 편하게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코팅이 없는 무쇠팬이나 연철, 강철팬 등에 입혀두는 시즈닝도 추가적으로 중합되는 오일과는 결합하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생선이나 양고기를 굽는 데는 별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즈닝을 다소 희생시킬 생각이 있다면, 냄새를 제거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시즈닝이야 얼마든지 벗겨내고 새로 만들면서 쓸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그래도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간장이 타서 시즈닝에 눌러붙어도 시즈닝의 일부 손상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시즈닝도 코팅도 없는 스테인리스 팬이 이럴 때 좋습니다. 세척에 강하다는 건 명백한 이점을 지닙니다. 그런데 스테인리스 팬이 없다면? 지름이 크고 낮은 스테인리스 전골냄비 같은 걸 써도 됩니다. 전골냄비와 소테팬은 어느 정도는 호환이 됩니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은 사봐야 어차피 별로 안 쓸 것 같아서 마련을 주저하시는 분들은, 전골냄비를 구매하셔서 주로 냄비로 쓰다가 스테인리스 팬이 필요할 때만 전골냄비를 팬으로 쓰셔도 됩니다.

 

 석쇠와 쿠킹호일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석쇠에 그냥 구우면 뒷수습이 어려우니까, 쿠킹호일을 고정하는 용도로만 석쇠를 쓰는 거지요. 특히 생선을 구울 때는 쿠킹호일이 괜찮습니다. 세척할 필요도 없이 버리면 되니까요. 또 생선은 대체로 본래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굳이 마이야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쿠킹호일로 싸서 찌듯이 낮은 온도에 구워도 됩니다. 다만 생선에 식초나 레몬즙 등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쿠킹호일을 피하세요. 알루미늄은 산에 매우 약해서, 산이 닿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알루미늄 성분이 녹아나옵니다.

 

 

 

 

 

 

 

12) 고기를 냉동하는 것은 고기의 품질에 그렇게까지 큰 악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냉동육을 먹으면 맛없다고 느끼기 쉬운데요.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일단 품질이 좋은 고기는 가급적 냉장유통하고, 냉동유통하는 고기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냉동육을 사면 품질이 낮은 고기일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이건 냉장육이냐 냉동육이냐의 차이가 아니고, 그냥 고기 자체의 레벨 차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인. 보통 고기는 도축과 발골, 분할정형 이후 부위별로 크게 진공포장한 다음 유통되는데요. 냉장유통시에는 유통되는 동안 계속 숙성이 일어납니다. 진공포장한 고기는 냉장상태에서 쉽게 상하지 않고 꽤 오래 갑니다. 그런데 바로 얼려버리면 숙성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냉동육을 사면 숙성이 불충분한 고기일 수 있습니다. 숙성이 잘 안된 쇠고기는 그 이유로 질기거나 감칠맛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결정적인 이유는 냉동 과정에서의 조직파괴입니다. 물은 얼면 팽창합니다. 고기도 내부에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데, 얼리면 물이 팽창하면서 조직을 손상시킵니다. 그래서 냉동한 고기는 해동하거나 그대로 굽거나 하면 물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육즙도 손실되긴 하는데, 그건 사실 그렇게 중요하진 않고요.

 

 고기 표면의 육즙은 쉽게 오염되고 부패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상한 느낌이나 누린내 등의 부정적인 풍미를 가지곤 합니다. 그러니까 냉동육은 냉장육보다 수분제거가 중요한데요. 실제 고기를 접하다보면 이미 썰어놓은 상태로 냉동을 하거나, 냉동 후 썰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얇은 고기가 되면 육즙을 제거한 후 굽거나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냉동육을 그냥 굽게 되면, 고기온도 자체가 낮기도 하고 냉장육에 비해 수분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잘 안구워집니다. 이게 사실 사람들이 냉동육을 맛없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13) 베이킹소다 = 탄산수소나트륨 = 중탄산나트륨 = 중조 식소다 는 원래 과자나 뽑기 만들 때 조금씩 쓰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설거지, 청소에 쓰기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알음알음 쓰다가 어째 점점 청소용으로 유명해지고, 이제 본격 청소/설거지용 가루가 되었는데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근래 시판하는 탄산수소나트륨은 식용등급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원래 용도대로 식용으로 쓰려면 식용 등급을 쓰셔야 합니다.

 

 베이킹소다의 이미지가 좋다보니 주방세제에도 세탁세제에도 베이킹소다 넣었다고 표시해두고, 전천후로 많이 쓰는데요. 설거지할 때 베이킹소다의 특성은 분말 형태이고, 약한 연마력과 이물질 흡착능력과 녹였을 때 탈취효과를 가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맛은 없지만(씁니다) 식용 등급이면 소량 먹을 수도 있고요. 이 특성 때문에 쓰게 된 거고, 세척력이나 연마력으로 보면 딱히 강하지않습니다. 원래 약해서많이 썼던 물건입니다.

 

 설거지할 때 베이킹소다를 예전부터 많이 썼던 물건은 다구입니다. 차를 마시다보면 다구에 잘 지워지지 않는 찻물이 드는데요. 자사호같은 다구는 찻물을 들여 쓰도록 되어있습니다만, 유럽식 티포트나 찻잔은 찻물이 들면 영 보기가 안 좋거든요. 그런데 비싼 다구를 손상시킬 수 있는 강한 연마력이나 세척력 등이 있는 물건을 가져다대기는 싫고, 또 못먹는 물질을 쓰기도 싫으니까 베이킹소다를 써서 세척하는 게 룰이 된 겁니다. 베이킹소다로 닦으면 찻물이 잘 지워지거든요. 가루라 형상이 복잡한 도자기를 세척하기 좋고요.

 

 그러니까 베이킹소다의 장점은 흡착/연마/탈취기능이 있으면서도 설거지를 할 때 설거지감에 거의 대미지를 안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건 연마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pH도 약한 알칼리성이라 화학적인 손상을 일으킬 위험도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특성이 이렇기 때문에 강한 세척/연마 능력이 필요할 때는 베이킹소다 쓰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물에 완전히 녹인 베이킹소다는 연마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며, 세척능력도 별로 높지 않습니다. 베이킹소다가 흡착/연마/세척능력을 가지는 건 가루 상태이거나 소량의 물이 섞여서 반죽이 된 페이스트 상태일 때입니다. 물에 녹이면 입자가 용해되어서 그저 약알칼리성 물이 될 뿐이지요. 이 상태에서도 탈취효과나 약알칼리성에서 비롯되는 미미한 능력은 있습니다만.

 

 흔히 처음 냄비나 팬을 구매했거나, 태운 냄비를 닦는다거나 할 때 베이킹소다를 탄 물을 끓이라거나, 베이킹소다에 물과 식초 또는 구연산을 섞어서 끓이라거나 하는데요. 별 소용 없습니다. 일단 금속의 경우 가열하면 팽창을 하기 때문에 잘 세척해주려면 뜨거운 상태에서 세척해주는 게 좋긴 합니다. 그런데 물에 녹인 베이킹소다 자체는 별로 대단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베이킹 소다에 식초나 구연산을 넣으면? 부글부글 하는 비주얼이 보이니까 뭔가 있어보이지만 그냥 중화반응입니다. 알칼리와 산이 만나 중성화가 되는 거지요. 열을 좀 내면서. 그건 진짜로 아무 효과 없습니다.

 

 

 

 

 

 

 

14) 시판하는 소다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베이킹소다,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과탄산소다(과탄산나트륨), 탄산소다(탄산나트륨). 이 중 탄산소다가 굳이 보면 그냥 소다입니다.

 

 탄산소다는 시중에서는 워싱소다라는 이름으로 팝니다. 베이킹소다에 비해 pH가 꽤 높습니다. 즉 더 강한 알칼리성을 가집니다. 참고로 베이킹소다를 구우면 탄산소다가 됩니다. 탄산소다 못 구하면 베이킹소다를 구워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가열하면 이산화탄소가 분리되어 나오는데, 원래 그 원리로 과자를 부풀리는 겁니다.

 

 탄산소다는 베이킹소다보다 염기성이 많이 강하기 때문에 청소/빨래용으로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빨래할 때 많이 쓰는데요. 시판 가루비누에는 원래 탄산소다가 좀 들어있습니다. 시판 세제에 베이킹소다 넣었다고 하는 건 그냥 사람들이 베이킹소다를 좋아하니까 그리 적어놓는거고, 원래는 베이킹소다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세정력을 가지는 탄산소다가 들어갑니다. 탄산소다는 베이킹소다보다 염기성이 대략 500배는 강합니다.

 

 빨래용 액체세제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액체세제는 가루세제에 비해 세정력이 낮습니다. 그러니까 강한 세척능력이 필요할 때는 탄산소다를 좀 같이 넣어주면 좋습니다. 다만 염기성이 강해지니까 헹굴 때 충분히 중화를 시켜줘야 합니다. 섬유유연제는 산성이기 때문에 그걸 쓰면 기본적인 중화는 되는데, 유연제를 좀 넉넉하게 쓰거나 식초를 유연제 칸에 넣어서 중화를 시켜주고, 충분히 행궈주면 됩니다. 다만 드럼세탁기에는 쓸만하지 않습니다.

 

 설거지할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나는 탄산소다는 염기성이 강하고 식용도 아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설거지감에 쓰고 싶지 않은데요. 뭘해도 답이 없으면 탄산소다를 쓰는 게 다른 염기성 물질을 쓰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염소가 들어가있는 락스나 산소가 들어가있는 과탄산소다보다는 설거지감을 덜 상하게 합니다.

 

 과탄산소다는 탄산소다에 산소가 더 들어가있는 겁니다. 산소계 표백제의 주성분이기도 한데요. pH도 높고 산소까지 만들기 때문에 강한 세정, 표백, 살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찬물에는 잘 안녹습니다. 녹여 쓰려면 뜨거운 물에 녹여야하고요.

 

 과탄산소다는 설거지 같은 데는 쓰기 힘듭니다. 너무 셉니다. 식기건 조리도구건 망가지기 알맞습니다. 아주 강한 세척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웬만하면 안쓰는 게 좋습니다. 빨래할 때도 표백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탈색이나 이염을 피하려면 쓰면 안 되고요.

 

 마지막으로 가성소다는, 비누 만들 거 아니면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업장에서는 희석액을 오븐 청소에 쓰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위험하니까 아예 손대지 않는 게 좋은 물질입니다.

 

 

 

 

 

 

 

15) 중화면에는 대체로 소다가 들어갑니다. 중화요리는 물론이고 라멘도 일본식 중화요리기 때문에, 일본식 라멘이나 시판 인스턴트 라면에도 들어가지요. 알칼리를 넣어 반죽한 면은 단단하고 꼬들해집니다. 덜 퍼지고요. 대신 풍미가 좀 나빠지고 소화가 잘 안되는 게 문제지요.

 

탄산나트륨은 탄산소다고, 중탄산나트륨은 베이킹소다입니다

 몸이 별로 좋지 않을 때 라면이나 자장면, 짬뽕 먹으면 잘 소화가 안 될 수 있는데, 대략 세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기름이 많다는 것. 그리고 잘 안 씹기 쉽다는 것. 또 하나는 면이 알칼리성이라는 겁니다. 우리 위장은 염산을 분비해서 pH를 낮추는데, 알칼리성 음식을 먹으면 pH가 올라갑니다. 위장 내부의 pH가 올라가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됩니다.

 

 그러니까 중화면이나 라면을 먹을 때는 새콤한 걸 같이 먹는 게 좋습니다. 김치, 식초를 뿌린 단무지, 자차이(짜사이) 절임 등등 모두 신 음식입니다. 음료들 중에도 pH가 낮은 게 많습니다. 특히 탄산음료는 pH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콜라를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일단 pH가 낮은 게 한 이유입니다.

 

 

 

 

 

 

 

16) 우리가 먹는 생선에는 자연산이 많습니다. 자연산 생선의 특징은 체내 지방산의 기원이 곡물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선기름에는 오메가3가 많습니다.

 

 오메가3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신선할 때 먹으면 몸에 좋다고 알려져있는데요. 대신 쉽게 산패됩니다. 특히 자연산 생선기름은 진짜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산패가 쉽게 됩니다. 가정용 냉동실에 보관 중인 냉동된 생선의 기름도 천천히 산패가 일어나는 중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육류나 채소와는 달리, 냉동 생선은 냉동실에서도 제법 빠른 속도로 부패한단말이지요.

 

 이 부패를 억제하려면 일반 냉동고로는 안 되고요. -40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는 특별한 냉동고가 필요합니다. 참치 냉동고라는 이름으로 팔리는데요. 일단 유통중인 냉동 수산물은 저렇게 낮은 온도에서 보관됩니다. 그런 걸 집에 사와서 18수준의 가정용 냉동고에서 보관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부패가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수산물은 냉동실에 쟁여두는 거 아닙니다. 쟁여두고 싶으면 참치 냉동고를 사야 합니다. 문제는 참치 냉동고는 김치냉장고처럼 위쪽을 열어야 하는 타입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간활용하기가 매우 안좋습니다.

 

 

 

 

 

 

 

17) 대나무는 이름은 나무지만 나무가 아닙니다. 커다란 초본식물입니다. 그래 보여도 볏과 풀이란 말이지요.

 

 대나무는 활용도가 높은 식물입니다만, 여느 볏과 풀이 그렇듯 규사(석영=실리카)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반적인 볏과 풀을 맨손으로 만지다보면 베일 수 있는데, 풀의 가장자리에는 규사 성분이 있기 때문에 경도가 꽤 높고, 그렇기에 피부가 베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대나무도 규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나무로 만든 조리도구는 다른 나무로 만든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야합니다. 경도가 높은 입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나무 수저나 주걱으로 팬 같은 걸 긁으면 대나무만 닳는 게 아니고, 긁히는 팬의 코팅 등이 벗겨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도마를 쓰면 칼날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나는 마모가 현저하게 일어날 수 있는 영역에는 대나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8)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의 선호도는 각자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예전에는 양념치킨이 맛있었는데, 요새는 프라이드치킨이 더 맛있는 것 같다.’라고 느끼시는 분들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프라이드치킨이 양념치킨보다 대체로 맛있어지고, 양념치킨은 맛이 떨어진 게 맞습니다. 그게 왜 그렇냐면요.

 

 양념치킨은 프라이드치킨에 양념을 추가로 입힌 겁니다. 그러니까 프라이드치킨보다 간이 세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려면 양념치킨을 위한 프라이드치킨은 그냥 시판 프라이드치킨보다 밑간을 여리게 하고, 들어가는 스파이스나 허브도 고려를 해야하는데요. 대다수의 치킨집에서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프라이드치킨 위주로 개발을 하고, 거기에 추가로 양념을 바르게 되지요.

 

 옛날 양념치킨이 맛있었던 이유는 프라이드치킨의 염지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프라이드치킨은 소금을 찍어 먹기 적합한 수준으로 간이 낮았고, 허브/스파이스도 그리 많은 양을 사용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대조적으로 양념치킨은 추가적인 양념이 묻으니까 간이 적당해져서 맛있었던거지요.

 

 그런데 00년대 중후반 들어 BBQ, 네네 등이 유행하면서 우리나라 치킨업체들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결과 프라이드치킨들의 염지가 점점 강해집니다. 그에 맞춰 치킨양념 간은 약해지는 경향이 생기는데, 그렇게 만들다보니 양념치킨은 맛이 떨어지고 프라이드치킨은 맛있어졌습니다.

 

 예전 방식으로 양념을 만들면 여전히 양념 자체는 맛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나오는 염지가 강한 프라이드치킨에 그런 양념을 바르면 전체적인 간이 좀 세집니다. 간간한 걸 잘 먹는 사람한테는 맛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혀에 닿는 간이 센 걸 잘 못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는 잘 안팝니다. 물론 가끔 그냥 간이 세고 맛있는 양념치킨을 파는 곳도 있긴 한데요. 그런 양념치킨은 주관적으로는 치밥을 해야 맛있습니다. 밥하고 먹기 좋은 간이 되거든요.

 

 여담인데 치밥은 기본적으로 프라이드치킨보다 양념치킨이 맛있는 편입니다. 양념치킨쪽의 간이 더 세기 때문입니다. 보통 프라이드치킨의 간은 밥하고 먹기 좋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습니다. 맥주하고 먹기 좋은 정도의 간으로 맞춰놓지요.

 

 

 

 

 

 

19) 햄은 본래 돼지 뒷다리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걸 절여서 만드는 음식 전반을 햄이라고 부르는 거고요. 그러니까 원래는 하몽이나 프로슈토, 잠봉 같은 게 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프레스햄도 햄으로 부릅니다. 프레스햄은 원래 분류를 하자면 케이싱이 없는 소시지에 가까운 물건인데요. 맛이 좀 달라서 그렇지 만드는 방식은 쿡살라미 계열과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프레스햄으로 부르는 건 비닐팩에 넣어 파는, 스모크향이 나는 네모낳고 다소 단단한 걸 의미하고요. 캔에 넣은 프레스햄은 따로 구분해 취급합니다.

 

 관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캔햄 중 돈육 함량이 낮은 저급품은 상품명으로 런천미트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런천미트라고 파는 것들은 먹을 만한 맛이 못 됩니다. 대조적으로 돈육 함량이 높은 캔햄의 대표적인 상품은 스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스팸의 발음과 유사하게 고급 런천미트 이름을 짓곤 합니다. ‘로스팜’, ‘리챔’, ‘안심팜처럼 말이지요. 물론 으로 표기하기도 하고요. ‘튤립햄처럼.

 

 일단 설 선물로 캔햄을 받은 분들이 제법 있을거라 이야기하자면, 고급형 캔햄 340g 사이즈는 대체로 플라스틱 덮개가 있는데요. 그 덮개는 보기와는 달리 밀폐력이 거의 없습니다. 일단 개봉한 런천미트를 그 덮개만 덮어서 냉장고에 보관하게 되면, 밀폐력이 없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해 날아가 버리고, 맛이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개봉한 후 남은 캔햄은 따로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게 가장 좋고요. 그냥 플라스틱 덮개 덮어서 보관할 거면 최소한 비닐로라도 한 번 싸매는 게 낫습니다. 절충안은 지퍼백을 이용해 보관하는 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캔햄의 특성은 염도와 지방함량이 높고 물성이 부드럽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프레스햄이나 본레스햄, 쿡살라미와는 용도나 특성이 좀 달라집니다. 요리에 여기저기 쓰기에는 비닐팩 프레스햄 쪽이 낫습니다. 그렇지만 캔햄은 구워서 밥과 함께 상추쌈을 해먹으면 맛있습니다. 삼겹살을 대체할 수 있지요.

 

 

 

 

 

 

 

20) 우유에서 유지방만 분리해서 모으면 버터가 됩니다. 버터를 완전히 분리해낸 우유는 무지방우유고요. 버터를 어느 정도 분리한 우유는 저지방우유입니다.

 

 그럼 유지방을 많이 포함한 우유는? 그게 생크림입니다. 제과에는 생크림에 설탕을 넣고 휘핑해서 씁니다. 크림소스를 만들 때는 휘핑하지 않은 무가당 생크림을 그냥 쓰고요.

 

 그러니까 크림소스를 만들 때는 버터하고 우유만 있어도 됩니다. 물론 진짜 크림을 쓰는 게 더 좋긴 한데요. 문제는 우리나라 음식에는 크림을 넣는 게 거의 없어서, 크림 한 팩 사면 다 쓰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보존성도 나쁘고요.

 

 생크림을 베이킹에 사용할 경우, 진짜 생크림만으로 만들면 맛은 좋습니다. 그렇지만 경화제 없이 휘핑을 제대로 하려면 설탕을 많이 넣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달아집니다. 그리고 다수의 제과점에서는 우유 생크림이 아닌 식물성 휘핑크림이나 식물성 크림과의 혼합물을 씁니다.

 

 우유 생크림만으로 만든 생크림케잌은 식물성 휘핑크림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모양이 예쁘게 잘 안나옵니다. 작업성이 현저하게 나쁘기 때문입니다. 진짜 생크림 쇼트케잌은 모양은 수수하고 가격은 비쌉니다.

 

 맛있는 쇼트케잌을 먹고 싶다면, 잘하는 제과점에서 모양이 수수한 생크림 케잌을 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