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4

식이 2022. 1. 20. 19:34 Posted by 해양장미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1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2

요리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 3

 

 

 

 

 

1) 가스렌지의 불꽃은 본래 파란색입니다. 그런데 겨울철에 가스렌지를 쓰다 보면 가끔 노랗고 붉은 화염, 즉 황염이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스는 완전히 연소하면 청색 불꽃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LNG를 쓰는 설치형 가스렌지에서 황염이 나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황염이 나오는 요인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생각합니다.

 

a. 산소 부족

b. 공기 중에 섞인 작은 물방울 습도

c. 렌지에 문제 발생

 

 일단 가장 흔한 원인은 산소부족입니다. 겨울철 실내는 환기가 부족하기 쉽고, 이건 결국 산소가 부족해지기 쉽다는 겁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가스가 완전히 연소되기 어려워지지요. 특히 가스렌지를 쓰는 가정은, 가스가 연소하면 이산화탄소가 생기고 산소가 줄어든다는 걸 생각해야합니다. 가스가 완전연소되면 딱히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가 생기고 산소가 줄어드는 건 연소반응인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겨울철 실내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꽤 높습니다. 환기 게을리 하면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는 거 순식간입니다. 특히 실내에서 불을 써서 요리를 하면서 환기를 게을리하면 영락없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갑니다. 산소는 그만큼 줄어들고요. 인덕션, 하이라이트같은 전기렌지 계열은 단점이 많지만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 중에 섞인 작은 물방울이 황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 섞인 물방울은 수증기와는 다른데요. 수증기는 물이 기체로 상전이한거고 공기중에 섞인 물방울은 액체상태의 작은 물 입자가 공기와 혼합되어있는 것입니다. 공기 중에 액체 상태의 미세한 물방울이 섞인 건 쉽게 이야기하면 안개입니다. 이렇게 공기에 혼합된 물방울은 쉽게 기체로 상전이할 수 있긴 합니다만, 그건 수증기가 아닙니다. 수증기는 눈에 안 보입니다. 물을 끓였을 때 보이는 김의 경우 기체로 상전이한 수증기가, 공기중에 퍼지면서 온도가 낮아졌기에 다시 물로 상전이하는 것들이 보이는 겁니다. 이후 김은 공기중에 퍼지면서 다시 수증기로 상전이하게 되고, 그러면 보이지 않게 되지요.

 

 가습기 중 초음파가습기는 물을 증기로 직접 상전이시키는게 아니고, 물을 가느다란 입자로 쪼개 공기 중에 흩어놓는 겁니다. 상전이는 공기 중에 미세한 물방울이 흩어진 후에 일어나지요. 그러니까 초음파가습기는 황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개가 심한 날이나 지역도 한 원인이 될 수 있겠고요. 가열식 가습도 눈에 보이는 김을 꽤 만들어내긴 하니까 이론적으로 원인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초음파가습처럼 황염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초음파가습대비 고온의 김을 만들어내고, 주변 온도도 높이니까 김이 보다 쉽게 상전이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렌지에 문제가 생겨도 황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화구에 이물질이 끼었거나 해도 황염이 생길 수 있지요. 렌지가 원인인지 파악해보려면 다른 가스렌지를 켜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집에 부루스타나 캠핑용 버너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습니다.

 

 황염은 불완전연소라서 일산화탄소를 만듭니다. 실내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사람을 중독시키고 죽음까지 이르게 만듭니다. 연탄가스 중독이 일산화탄소 중독입니다. 가스불에서 황염이 보인다면 일단 황염의 원인을 제거하려 시도해보고, 만일 어쩔 수 없이 황염이 나오는 상황에서 렌지를 사용해야한다면 적극적인 환기가 필수입니다.

 

 

 

 

 

 

이 염소가 아닙니다

2) 요리를 하고 조리 도구를 다룰 때 신경 써야 하는 원소 중 하나가 염소(Cl)입니다. 일단 수도물에는 염소가 들어있습니다. 평소에는 이 염소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겨울철에는 실내 염소농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환기가 잘 안 되고, 가습도 하는데 가습에 수도물을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수도물 속 염소농도는 수도물을 쓰는 위치가 정수장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먼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적으로 수도물 내 염소농도는 기준치가 있어서, 정수장에서 가장 먼 곳에서도 기준치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요. 그러다보니까 정수장 가까운 곳에서는 염소농도가 좀 높습니다. 미량 섞인 거니까 그것 자체로는 별 문제가 없지만, 환기도 잘 안하고 살면서 수도물 계속 끓이고, 증발시키고, 초음파 가습기 같은 걸로 안개까지 계속 만들어버리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요.

 

 그런데 우리가 주방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염소 원소는 수도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소금에도 있지요.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의 화합물이잖습니까. 우리 몸은 소금을 먹으면 거기서 나트륨 성분만 사용하는 게 아니고, 염소 성분도 사용합니다. 위액은 펩신과 염산으로 되어 있는데, 이 염산의 화학적 합성을 위해 우리 몸은 소금 등으로 섭취하는 염소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소금에 포함된 염소의 높은 반응성은 주방에서는 곤혹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염소의 특성 중 하나가 산화피막을 돌파한다는 겁니다.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의 크롬피막이나 알루미늄의 산화알루미나 피막을 뚫어버리고, 부식을 일으키지요.

 

니켈

 그래서 내식성에 특화된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는 부식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기 위해 크롬뿐만 아니라 니켈, 망간, 몰리브덴 등을 추가로 합금합니다. 니켈은 스테인리스의 내식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몰리브덴은 염소이온에 대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니켈은 고가의 금속이라는 겁니다. 근래 대략적인 금속 가격은 구리가 알루미늄보다 4배 육박하게 비싸고, 구리보다 니켈이 2배 정도 비싸고, 주석은 니켈보다 2배 정도 비쌉니다. 그리고 은은 주석보다 18~19배 정도 비쌉니다.

 

망간

 니켈은 비싼 금속이기 때문에 저렴한 스테인리스에는 별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망간을 넣는데, 니켈 대신 망간으로 내식성을 보강한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는 실제 사용하다보면 그렇게까지 내식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렴한 스테인리스는 소금기가 닿는 걸 주의해야합니다. 제대로 니켈이 들어간 304같은 스테인리스는 평범하게 쓰면 이게 녹이 슬긴 스는건가 싶은 내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소금 알갱이가 닿은 상태로 가열하거나 하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고온에서는 염소이온이 산화피막을 돌파하기 쉬워집니다.

 

 

 

 

 

 

3) 주방칼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겁니다. 프로 요리사들도 칼질하다가 곧잘 다칩니다. 잘나가던 음식점이 몇 달 문 닫을 정도로 다치는 경우도 있지요. 그냥 손을 베는 거 말고도 칼을 떨어뜨려서 발을 다치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날을 세운 주방칼은 많이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피부는 도검에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냉병기로 전쟁하던 시절에 금속 갑옷을 못 입는 병사들은 천으로 된 누비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길렀습니다. 마른 머리카락은 같은 굵기의 쇠줄보다 질깁니다. 잘 길러서 목을 가리면 머리카락 덕에 목을 베이지 않을 수도 있었지요. 어쩌면 잘 기른 수염도 목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칼질할 게 많으면 손에 아무 거라도 끼면 낫습니다. 고무장갑이건 니트릴장갑이건 얇은 면장갑이건 맨살에 비하면 칼에 베였을 때 방어력이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물론 제대로 된 방어력을 가진 손보호용 장갑도 있습니다. 작업이 많으면 사용해볼만 하지요.

 

 한편으로 손톱은 의외로 손을 곧잘 보호해주는 편입니다. 칼을 사용하다가 조금 실수했을 때, 길러놓은 손톱은 손이 베이는 걸 막아주기도 합니다. 물론 제대로 실수하면 손톱까지 잘려버릴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손톱을 기르면 위생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4) 주방칼을 보관할 때 자성이 있는 칼꽂이나 거치대 등에 보관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석으로 고정을 시키면 아무래도 관리가 쉽긴 한데요. 대신 잃는 게 있습니다.

 

 자석에 붙는 강자성 물질은 자석에 붙여두다 보면 천천히 자석화가 됩니다. 그러니까 자석에 칼을 붙여두면 칼도 자석이 되어간단 말입니다. 그렇게 자성이 생긴 칼을 갈아서 날을 세우려고 하면, 갈린 금속 입자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자성에 의해 붙는 문제가 생깁니다. 잘못하면 쇳가루에 의해 날에 기스가 난다거나 날이 제대로 매끄럽게 서지 않는다거나 할 수 있지요. 또한 자석에 잘못 붙이거나 하면 칼날이 손상될 확률도 없지는 않습니다.

 

 자성이 생기면 탈자기(자성제거기)를 이용해 자성을 없앨 수 있긴 합니다. 다만 나는 조금 여유가 있다면, 자성이 생기지 않도록 칼을 관리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5) 스테이크를 어느 정도 드시게 된 분들은 대체로 레어에서 미디엄 정도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풍미나 질감의 스타일이 다르긴 합니다만, 잘 구운 웰던은 생각보다는 맛있습니다.

 

 웰던은 스테이크를 하기에는 정형이 얇게 된 고기를 굽다 보면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고기가 일정 두께 이하일 경우, 어지간해서는 (충분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잘 구워진 표면과 내부의 적절한 레어~미디엄 레어급 익힌 정도가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선택이 필요한데요. 고기가 신선하고 기름이 적어서 육회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으면 덜익히는게 좋은데, 기름이 있거나 덜 신선할 경우 미디엄 이상으로 굽는다 생각하고 마이야르를 충분히 일으켜 맛을 내는 게 낫습니다.

 

 그런데 미디엄 이상으로 구운 쇠고기는 보통 레스팅을 시키면 고기 표면에 핏물같은 붉은 육즙이 올라옵니다. 오히려 레어 정도에서는 육즙이 안 나오고요. 화력과 장비가 부족해서 고기를 오래 익힐 경우엔 굽는 도중에도 그럴 수 있습니다. 붉은 물이 올라오는 걸 보고 핏물을 구워버리겠다면서 계속 뒤집어가면서 육즙이 안 나올 때까지 익히면, 맛있는 웰던을 넘어서 오버쿡이 됩니다. 마르도록 너무 구운 고기가 된단 말이지요.

 

 웰던은 최대한 익힌 풍미를 내는 가운데 내부의 수분은 덜 잃는 게 포인트입니다. 웰던으로 구우면 내부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맛있는 육즙이기 때문에, 밥을 볶거나 하면 제법 좋은 맛이 납니다.

 

 고기는 웰던이 된 순간 익히면 익힐수록 어느 단계까지는 점점 더 질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정 두께 이상인 고기는 웰던으로 구우면 안 됩니다. 스테이크를 하기에는 다소 얇은 고기를 익힐 때 웰던을 고려해볼만 합니다.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스테이크를 하기에는 얇은 고기를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양고기는 쇠고기와 육질이 비슷하지만 실제 먹을 때는 돼지고기보다 더 익혀야 합니다. 레어스럽게 구워진 양고기는 먹을 만한 게 아닙니다. 고기는 완전히 익히면 육향이 줄어드는데, 양고기는 특유의 냄새를 잡아서 먹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다 구워야지요.

 

 양고기를 먹을 때는 대략 3가지 소스와 함께 먹습니다. 쯔란믹스, 민트젤리, 홀그레인머스타드. 이외에도 일반적인 스테이크소스나 다른 향신료 가루도 쓰긴 합니다만, 위에 이야기한 것들이 일반적입니다.

 

 쯔란믹스는 양꼬치집에서 먹는 붉은 가루입니다. 성분은 대략 쯔란가루, 흑후추, 고추가루, 참깨, 소금입니다. 보통 그냥 쯔란이라고 부르지만, 쯔란은 쿠민(커민/큐민/Cumin)시드고요. 실제 쯔란믹스의 쯔란함량은 보통 20% 정도입니다. 고추가루 함량이 더 높습니다. 나는 쯔란믹스를 좋아하는 편이라 양꼬치를 먹을 때는 쯔란믹스를 많이 먹습니다.

 

 민트젤리는 양고기를 먹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스입니다. 단맛이 나기 때문에 고기에 먹기엔 이상하고, 빵에 먹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양식에서는 과일 소스 계열처럼 단 걸 고기에 많이 씁니다. 익숙함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홀그레인머스타드는 겨자씨 알갱이가 남아있는 머스타드 소스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익숙할 겁니다. 파는 곳도 많고요. 홀그레인머스타드는 양고기뿐만 아니라 쇠고기에도 잘 어울립니다.

 

 요새 점점 양고기를 파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데, 양고기는 쇠고기와는 달리 소스를 곁들이지 않으면 충분히 맛있게 먹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구하기 쉬운 홀그레인머스타드라도 갖추고 드시는 쪽을 권장합니다.

 

 

 

 

 

 

 

7) 집에서 튀김을 했는데 너무 느끼하거나 하여 실패할 경우, 대체로 그 원인은 튀김기름의 온도에 있습니다. 보통은 튀김재료를 넣는 순간의 온도가 너무 낮은 겁니다.

 

 물 정도는 아니지만 식용유도 어느 정도 비열이 있습니다. 튀김솥/냄비/팬 등에 일정들이 이상을 붓고 가열을 하게 되면,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는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문제는 기름은 온도가 올라가도 발연점 이하에서는 티가 안 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발연점까지 올려서 튀김을 하면 그건 너무 온도가 높고요.

 

 기름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노하우가 있긴 합니다만, 가장 좋은 답은 온도계입니다. 튀김전용솥은 온도계가 부착되어 나오는데, 그런 걸 써도 되고요. 아니면 요리를 제대로 하려면 탐침형 온도계라도 있어야 합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딮프라잉을 자주 안하기 때문에 튀김에 대한 감을 잡아서 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온도계가 필요합니다.

 

 튀김 종류에 따라 기름 온도가 150~180는 되는 상태에서 튀김 재료를 넣어야 합니다. 너무 낮은 온도에서 튀김 재료를 넣으면 기름을 많이 흡수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느끼한 튀김이 되어버리지요.

 

 만약 온도계가 없다면, 튀김 반죽을 조금 넣어서 금방 익으면서 떠오르는가로 온도를 가늠해보는 게 편한데, 이런 식으로 할 때는 발연점이 낮은 기름으로 하면 의도치 않은 발연점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정제된 해바라기씨유, 콩기름, 카놀라유는 새 기름일 경우 발연점이 220이상이니까 그나마 발연점을 피하기 용이하긴 한데, 무언가를 튀길수록 산가가 높아져서 발연점이 낮아지니까 감안해야합니다.

 

 

 

 

 

 

 

8) 어떤 허브를 쓰느냐는 제법 요리의 지역적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요리에서 전천후로 사용하는 허브에는 파가 있습니다. 마늘 구근은 스파이스라 허브는 아닌데, 마늘싹이나 마늘종은 허브라 할 수 있습니다. 마늘싹을 마파두부에 넣으면 맛있습니다. 고수같은 경우 위쪽 풀 부분은 특유의 영 좋지 못한 냄새가 나는 통칭 실란트로라는 허브인데, 씨앗 부분은 통칭 코리엔더라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전혀 거부감을 못느끼는 스파이스입니다. 코리엔더는 시판 카레가루에도 거의 기본적으로 들어갑니다.

 

 부추, 경상도 말로 정구지를 많이 쓰면 우리나라 요리 중에서도 영남 요리 같아집니다. 다른 지역에서 안 먹는 건 아니지만, 영남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먹으니까요. 다른 나라 요리도 각 지역마다 쓰는 게 있습니다. 주관적으로 소엽(차조기/차즈기)은 우리나라에도 많지만, 잘 먹지 않으니까 소엽을 쓴 요리는 일본 요리 같다고 느낍니다.

 

 스위트 바질을 많이 쓰면 이탈리아 요리 같아집니다. 스위트 생바질을 쓰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레가노는 나에게는 주로 남미 요리에서 접했기 때문에, 남미 요리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스 요리나 터키 요리에도 많이 쓴다는데 나는 그쪽은 잘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요리는 타라곤을 쓰면 나에게 프랜치같다는 느낌이 있는 편입니다. 거기에 타임을 더하고 스파이스로 셜롯을 쓰면 더 프랜치같아집니다. 우리나라에서 타라곤은 예전에는 아예 구하기 힘들어서 키워서 썼었는데 요새는 말린 타라곤 정도는 그래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요리는 대략 맛이 잘 안 나는 거 같으면 파와 마늘을 넣으면 되고, 이탈리아 요리는 바질을 넣으면 되고, 프랑스 요리는 타라곤을 넣으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국 요리의 대표적인 향신료는 스피아민트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민트라도 페퍼민트와 스피아민트, 애플민트는 풍미가 꽤 다른데요. 영국 요리스러운 건 특히나 스피아민트라는 주관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9) 제조 과정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소비자가 구매해서 장기보관을 할 경우 질이 좋아지는 걸 기대할 수 있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장기 숙성형 와인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차와 같은 장기 숙성형 차입니다.

 

 일단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게, 시판하는 와인의 90% 정도는 장기 숙성형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장기숙성형으로 분류 가능한 와인도 대부분은 병입 후 5~10년 정도 지나면 마시기 가장 좋은 시기가 되고, 그 이상 보존하게 되면 품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다만 가끔 장기 숙성형으로 생각되지 않는 와인이, 지나치게 오래된 와인일 걸로 의심하고 개봉했는데 너무나도 근사하게 숙성되어있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와인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성분이 많을수록 병입 후 장기 숙성이 가능해집니다. 폴리페놀(탄닌), , 사과산/말릭산, 알콜. 본격적인 장기 숙성형 레드와인은 숙성이 되지 않았을 때 마시면 떫은 감을 먹었을 때처럼, 입안을 무두질하는 것 같은 강렬한 떫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와인은 전통적인 보르도 와인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근래에는 점점 생산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고요. 당과 산 또한 장기 숙성이 가능한가에 있어 꽤 중요합니다.

 

 나는 캘리포니아의 메를로(Merlot) 와인들이 생각보다 근사하게 병숙성되는 걸 몇 번 경험해봤습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메를로 와인들은 장기숙성을 하기에는 폴리페놀이 부족하고 산도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메를로는 아주 살짝 단맛이 남아있는 경우들이 있고, 알콜도수도 꽤 높은 편인데 그게 뜻밖의 장기숙성에 도움이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오래 병숙성 가능한 와인은 도수가 20% 이상인 포티파이드 와인과 보트리티스 시네리아라는 곰팡이에 감염된 포도로 만드는 귀부와인입니다. 와인을 오래 보관할 때는 반드시 눕혀서, 온도가 많이 올라가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서늘한 지하실이 가장 좋습니다. 다만 마개 소재가 코르크가 아닌 경우에는 세워서 보관해도 됩니다. 코르크 마개는 젖으면 팽창하고 마르면 수축하기 때문에 세워두면 수축해서 밀폐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10) 모든 건조식품은 건조가 되고 나면 미생물에 의한 발효나 효소에 의한 급격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렇지만 자연적인 산화는 일어나게 되는데, 이 자연적인 산화 때문에 건조식품도 오래 되면 본래의 맛을 잃어버리고 점차 먹을 수 없게 되는데요.

 

 차()의 경우 폴리페놀을 가지고 있고, 본래 효소로 인한 산화를 시켜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기보관에 매우 강한 편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차는 장기보관하면 산화도가 점점 올라가는데 그게 그리 꼭 나쁘지는 않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녹차를 장기 보관하면 점점 홍차화된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인 묵은 녹차는 맛이 없어질 뿐입니다만, 상기하였듯 이 원리로 인해 장기보관시 맛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명한 차로 운남보이차가 있지요. 분류하자면 보이차 중 생차는 그냥 녹차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녹차 품종과는 달리 야생차에 가까워서 폴리페놀 등이 많습니다. 그래서 녹차상태에서 그냥 우려먹기엔, 어린 차수의 잎으로 만든 건 (소위 관목형 밭차) 사실 어렵고요. 고지대 내륙 사람들 먹듯 한번 구워서 끓여먹거나 아니면 시간을 두고 산화시켜서 먹어야 합니다. 수십 수백 년 이상 오래 자란 재배형 (야생방목형) 교목 차수로 만든 건 상대적으로 순해서 만든 지 얼마 안 된 녹차 상태에서도 그냥도 마실 만한데, 그런 건 일반 녹차처럼 만들고 불기운이 좀 빠진 몇 개월 지난 후가 제일 맛있고, 그 다음부터는 점점 맛이 없어지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면 산화된 맛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인천 보관 기준 10년 정도 지나고 나면 익어서 다시 맛있게 먹을 만해집니다.

 

이 사진은 백차입니다.

 이러한 변화양상은 경험적으로 어떠한 차건 유사하게 일어납니다. 차를 장기보관하면 제다시 열건조하거나 굽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구운 풍미, 쓰고 떫은맛을 포함한 모든 맛의 요소가 일단 천천히 사라지고, 그 후 오랜 시간에 걸쳐 산화된 풍미가 생겨납니다.

 

 이 자연산화는 보관하는 장소의 평균기온과 습도 등에 의해 일어나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추운 편이라서, 우리나라에서 보관한 보이차는 홍콩이나 대만, 사천(스촨) 등에서 보관한 것에 비해서 산화 속도가 현저하게 느립니다. 물론 부울경남에서 보관한 차는 수도권에서 보관한 차보다는 빨리 산화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포인트라면 아무리 차를 오래 자연산화시켜도 카페인이 분해되거나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카페인은 쉽게 분해되는 화합물이 아닙니다. 화학적인 디카페인 처리방법을 제외하면, 차를 마실 때 카페인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뜨거운 물에 차를 살짝 우려서 첫물을 버리고(세차) 마시는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11) 흔히 보이차를 구매해서 마시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부정적인 풍미(그러나 소위 보이차 애호가는 좋아하기도 하는 풍미), 경험적으로는 내가 생차를 구매해서 15년을 보관했을 때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경기권의 실내에서는 그렇게 보이차가 격렬하게 산화될 일이 없단 말이지요. 소위 완전건창에서는 딱히 부정적인 풍미가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실제 흑차계열로 봐야 하는 숙차는 논외입니다. 그리고 완전건창에서 숙성한 차라도 사람에 따라 입에 안 맞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 굳이 보면 흙냄새에 가까워지는 면이 있거든요.

 

 보이차를 포함한 모든 차의 후숙성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그 속도와 양상이 달라집니다. 너무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썩어버리지요. 그런 건 습창이라 하는데, 실제 예전에는 그런 차도 많이 나돌았습니다.

 

 근래 나도는 소위 익은보이차는 아마도 보통 홍콩이나 대만 등지의 창고에 보관했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보관했다 해도 식품을 보관하기에는 너무 조건이 열악한 가건물 창고 같은 데 보관되어 때때로 지나치게 높은 온도와 습도에 노출된 것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익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부정적인 풍미가 더 섞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차에서 상한 것같은 부정적인 풍미가 난다면 대체로 진짜로 상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걸 먹어도 별 문제가 없는 건 독소를 만드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았기 때문일테지요. 실제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번식시키는 보이숙차나 흑차계열을 마시면 입에는 취향이 갈리지만 몸에는 별 문제가 없기도 하지요. 먹어도 몸에 별 문제없는 미생물은 많습니다.

 

 

 

 

 

 

 

 

12) 가스렌지의 화력은 화구의 생김새로 인한 변수를 제외하면, 거의 가스의 소모량 화력입니다. 어차피 모든 가스렌지는 가스가 완전연소되어야 정상작동하는 것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가스의 품질은 거의 동일합니다.

 

 가스렌지의 화력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위로 표시됩니다. kW, Kcal/h, BTU. 그리고 시판 가스렌지는 전체 가스소비량과 화구당 가스소비량을 표시하게 되어있으므로, 소비자는 화구당 화력을 봐야 합니다.

 

 변환식은 1kW 860Kcal/h입니다. 그리고 1BTU 0.252Kcal 입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어떤 가스렌지 화구의 가스 소비량이 4.2kW로 표기되어 있다면, 대략 3,612Kcal/h이고 14,333.3 BTU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가정용 LNG 가스렌지의 큰 화구가 이 정도 화력입니다. 그리고 부루스타 중 특별하게 강한 화력을 가진 일부 제품의 화력도 이 정도입니다.

 

 참고로 업소용 가스렌지는 화력이 더 좋아서, 대체로 풀사이즈 화구는 5,000Kcal/h를 상회합니다. 라면은 강한 불에 끓이는 게 맛있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끓인 라면이 맛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식화구의 경우 화력이 약한 것도 10,000Kcal/h에 육박합니다. 센 건 20,000Kcal/h이상 되고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버너로는 중식 레시피를 따라 해도 맛이 달라집니다.

 

 

 

 

 

 

 

13) 비타민C를 많이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말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고용량 섭취가 좋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비타민C를 아예 먹지 않으면 명백하게 문제가 되지요.

 

 비타민C는 새콤한 과일에 많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가성비와 함유량을 고려할 때는 풋고추를 먹는 게 비타민C를 가장 많이 섭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모든 고추 계열에 비타민C가 많이 들었으니까, 풋고추가 입에 안 맞으면 파프리카 드셔도 됩니다.

 

 시판하는 음료 중에 비타민 C를 함유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비타500이나 오로나민C처럼 비타민 드링크도 있고, 레몬워터 같이 비타민이 들어있을 것처럼 생긴 것도 있는데요. 그냥 일반적인 음료에 비타민을 넣어두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오란씨와 맥콜인데요. 오란씨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100ml당 비타민C 40~100mg이 함유되어 있고, 맥콜은 500ml당 비타민 120mg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비타민C는 하루 권장섭취량이 100mg이상이니까 오란씨 한 캔/한 컵이나 맥콜 500ml 마시면 충족됩니다. 비타500 대신 오란씨를 마셔도 된단 말이지요.

 

 물론 비타민음료나 비타민제 먹는다고 채소와 과일 등의 섭취를 게을리하면 안됩니다. 이런저런 연구를 보면 비타민제를 많이 먹는 것보다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압도적으로 몸에 좋거든요.

 

 차로 비타민C를 섭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녹차나 감잎차에는 비타민C가 들어있거든요. 찻잎을 산화하거나 하면 비타민C가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녹차를 마셔야 합니다. 감잎차는 호불호가 쉽게 갈릴 맛이긴 한데, 카페인도 없고 비타민C는 많아서 입에만 맞으면 즐겨 마시기 괜찮습니다.

 

 

 

 

 

 

 

14) 오븐이나 전자렌지는 클수록 활용도가 높아집니다만, 작을수록 동일 출력 대비 화력이 높아집니다. 원리상 특정 공간 안의 온도를 올리는 물건이라 그런데요. 오븐뿐만 아니라 전자렌지도 커지면 W대비 화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컨벡션 오븐의 일종인 바스켓형 에어프라이어의 경우 크기가 작은 대신 소모전력대비 화력이 대단히 좋습니다. 크기를 줄이고 바람은 강하게 만든 오븐이라 그런데요. 크기가 커지면 고성능 팬을 장착한 에어프라이어라도 화력이 떨어집니다.

 

 가정용 전기오븐은 사용 가능한 전력에 어느 정도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편입니다. 오븐 설치를 위해 전기공사가 필요한 스펙으로 가정용 오븐을 만들어 팔면 안되니까요.

 

 한정된 에너지로 오븐의 실질적 화력을 올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람을 강하게 대류시키는 것. 습도를 높이는 것. 가압하는 것. 그리고 팟(Pot)이나 팬, 스톤(Stone)을 예열해 축적된 열을 활용하는 것. 조리할 음식물을 열원에 가까이 위치시키는 것.

 

 오븐 내에서 가압조리를 하려면 뚜껑이 무겁고 손잡이까지 금속이거나 내열 소재이며 공기 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팟 안에 음식을 넣고 익히면 됩니다. 그러면 팟 내부에서 가열되면서 팽창하는 증기와 공기가 압력솥처럼 압력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형태의 팟에는 대표적으로 더치오븐, 꼬꼬떼가 있습니다. 후술할 것이지만 더치오븐과 꼬꼬떼는 정확히 동일한 걸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략 같은 걸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꼬꼬떼를 캐서롤이라고도 하는데, 캐서롤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븐에 들어가는 소형 가마솥이 있으면 그걸 써도 됩니다.

 

 압력솥을 오븐에 통째로 넣으면 안 됩니다. 예외 없이 금속이 아닌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손잡이라거나 고무 패킹 같은 부분이요. 차라리 더치오븐이 없다면 뚝배기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다만 보통 뚝배기 뚜껑에는 구멍이 있으니까, 가압조리를 하고 싶다면 그건 어떻게든 막아줄 필요가 있지요. 막을 만한 게 딱히 없으면 밀가루 반죽이라도 쓰면 될 겁니다.

 

 

 

 

 

 

15) 더치오븐은 네덜란드에서 기원한 것도 아니고, 열원이 장착된 오븐도 아닙니다. 원래는 미국에서 개척자들이 사용하던 주철 냄비지요. 특징은 뚜껑에 구멍이 없고 밀폐된다는 것. 그리고 뚜껑 위쪽이 평평하다는 겁니다. 이게 더치오븐이라고 불리게 된 건 네덜란드 상인이 팔아서. 그리고 실제로 오븐처럼 썼기 때문입니다.

 

 미국 개척자들은 충분히 불을 피우고 더치오븐을 이용해 뚜껑 윗부분에도 숯 등을 올려 가열하는 방식으로 더치오븐을 진짜 오븐으로 활용했습니다. 더치오븐 하나로 빵도 굽고 고기도 굽고 수프도 끓였단 말이지요.

 

 그 유용성 때문에 더치오븐은 현대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캠핑용 조리도구로 인기있습니다. 물론 가정에서도 쓸만한데요. 전통적인 대형 더치오븐은 꽤 크고 무거운데다 무쇠로 되어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부들이 다루기 편하지는 않습니다.

 

 주철 더치오븐의 단점은 아무래도 녹과 시즈닝 관리입니다. 무쇠 제품은 시즈닝이 안정화되기 전에는 녹이 정말로 잘 습니다. 시즈닝 위에도 녹이 슬 정도입니다. 주조한 무쇠는 조직이 치밀하지 않기 때문인지 시즈닝이 더 강하게 결합하기도 하는데, 물이 스며들면 녹도 쉽게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토마토, 와인, 식초, 김치, 요거트 등이 들어가는 산성 소스가 접촉하면 시즈닝이 쉽게 파괴됩니다.

 

 그래서 법랑(에나멜)을 입힌 더치오븐이 많이 유통됩니다. 이런 더치오븐은 오븐 안에 넣어 조리하는 팟, 꼬꼬떼와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랑을 입힌 더치오븐 꼬꼬떼 입니다.

 

 다만 때때로 꼬꼬떼로 쓸 수는 있지만 더치오븐으로 쓰기는 어려워보이는 걸 더치오븐이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합니다. 꼬꼬떼는 열원을 가진 오븐이 있을 때 오븐용 조리도구로 사용하는 팟이고, 더치오븐은 열원이 없을 때 직화를 통해 오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리도구입니다. 그래서 꼬꼬떼는 일반적으로 더치오븐보다 사이즈가 작기도 합니다.

 

 법랑 더치오븐의 단점은 일반적인 강철압연판에 만드는 법랑과는 달리 무겁고, 주물조직의 표면이 완성도가 낮다보니 불량률도 높고 운반이나 사용 중에 법랑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사용을 기준으로 하면 깨진 부분만 녹슬기 전에 시즈닝을 입히면 되긴 합니다만, 법랑이 깨지면 보기가 안 좋지요.

 

 

 

 

 

 

16) 더치오븐을 오븐으로 사용할 때는, 바닥에 삼발이를 깔아서 음식물을 바닥에서 띄우고 익히게 됩니다. 삼발이가 없으면 돈까스용 체망 같은 걸 써도 됩니다. 사이즈만 맞으면 됩니다.

 

 즉 솥 안에 삼발이를 깔아서 음식물을 바닥에 접촉시키지 않고, 뚜껑을 덮고 한참 동안 고화력으로 가열해 익히는 게 더치오븐의 활용법입니다.

 

 활용법 자체는 특별한 게 없어보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솥이나 냄비는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데 다소 제한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냄비를 태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테인리스는 안에 물이 없는 상태에서 가열하게 되면 변색되면서 타버립니다. 타는 거야 감수한다고 쳐도 잘못하면 뒤틀릴 수도 있고요. 스테인리스 제품은 보통 안쪽에 알루미늄 등이 들어가있는 복합소재이기 때문에 열팽창계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고화력으로 직화해서 오븐처럼 사용하려면 법랑더치오븐은 손상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내부의 금속과 겉면 법랑의 열팽창계수가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찜솥과 더치오븐 조리법이 다른 건, 더치오븐은 보통 스팀이나 수분을 적게 사용한다는 겁니다. 찌기보다는 굽는 식으로, 더 고온으로 익히는 걸 목표로 조리할 수 있지요. 물론 수분을 충분히 활용해서 가압증기로 익히는 식의 조리도 가능합니다. 증기는 물하고는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 가압하면서 온도를 올리면 온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17) 쇠고기 스테이크를 해먹는 부위로 흔히 등심, 안심, 채끝을 꼽습니다만 그 부위만 스테이크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음식점에서도 많이 쓰는 부채살은 지난 번에 이야기했고요. 그밖에도 보섭살과 우둔은 스테이크로 해먹기 적합한 부위인데요.

 

 주로 육사시미나 육포로 먹는 이미지인 우둔은 실제 슈하스코(츄라스코)집에 가면 등심이라고 서빙해주는 그 부위입니다. 슈하스코집에서 등심을 드시면서 좀 의아함을 느낀 분들도 있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사실 우둔을 등심이라고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살덩이가 크고 살코기 부분에 지방질이 전혀 없고 조금 뻑뻑한 그건 우둔입니다.

 

 우둔은 육사시미로 파는 신선한 걸 블루로 먹으면 매우 맛있습니다. 스테이크를 해도 맛이 괜찮은데, 워낙 기름이 없는 부위라 헬스하는 사람들이 닭가슴살 대신 먹을 정도입니다. 기름이 좀 있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의 입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섭살은 설도의 한 부분입니다. 우둔의 아랫부분이 설도지요. 소의 엉덩이가 우둔이고, 궁둥이는 설도입니다. 보섭살은 채끝에서 이어지는 부분인데, 고급부위는 아니지만 스테이크용 부위로 손색이 없습니다. 채끝보다 지방이 더 없고 부드러운 부위기 때문에 미디엄 이하의 스테이크가 잘 어울립니다. 경험적으로 채끝 중 보섭살에 가까운 부위는 반쯤 보섭살스러운 맛이 나기도 하는데, 어쨌든 채끝이 보섭살보다 비싸기 때문에 그런 채끝을 먹으면 그냥 보섭살을 먹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합니다.

 

 

 

 

 

 

 

18) 안창살, 토시살은 소의 횡격막입니다. 돼지의 갈매기살에 해당하는데요. 부위 특성상 고기와 내장의 중간적인 맛을 냅니다. 염통처럼 쫄깃하면서 지방이 없고, 피맛이 꽤 나는 편이지요. 안창살보다 토시살이 좀 더 염통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 부위들의 특징은 신선할 때 맛있다는 겁니다. 특히 안창살은 맛있지요. 내장하고 비슷한 부위라 숙성이 필요없고, 도축해서 얼마 안 되었을 때 먹는 게 맛있고, 대신 부패가 좀 빠릅니다. 부패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품질이 확 떨어지고요.

 

 그래서 상태가 그저그런 안창살이나 토시살은 양념을 해서 먹게 됩니다. 양념을 해서 파는 경우도 많고요. 양념하지 않은 안창살, 토시살을 살 때는 무조건 신선한 걸 골라야 합니다. 고기 표면에 즙이 너무 올라왔다거나, 지나치게 촉촉해 보인다거나 하면 신선도가 떨어진 겁니다. 판매하는 고기에 괜히 핏물 흡수 시트를 깔아놓는 게 아닙니다. 고기 표면에 수분이 많다는 건 빠르게 부패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됩니다.

 

 

 

 

 

 

19) 후추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블랙, 화이트, 그린. 이외에 페퍼로 불리는 것들은 후추가 아닙니다. 핑크페퍼는 후추를 닮은 다른 스파이스인데, 통후추 믹스에 포함되어있는 붉은 것은 핑크페퍼입니다. 그리고 스촨페퍼라 불리는 건 초피입니다. 그 외 고추를 종류에 따라 레드 페퍼, 칠리 페퍼, 벨 페퍼(피망) 같은 식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건 흑후추입니다. 흑후추는 덜익은 후추 열매를 말려서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후추 향을 가지고 있는데, 통후추를 안 사용해보신 분들은 제대로 된 후추 향을 잘 모르고 계실 수 있습니다. 후추가루는 후추향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거든요.

 

 흑후추는 거의 전천후 스파이스로 사용 가능하며 대부분의 한식에도 잘 어울립니다. 한식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흑후추가루와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유독 안 어울리는 음식이라면 미역국 정도 있겠네요. 그런데 진짜 비프스테이크나 라구소스(쇠고기 토마토 소스)에 사용하기엔 후추가루로는 좀 약합니다. 통후추가 필요해지지요.

 

 후추가루를 많이 쓰는 것과 향이 강한 통후추를 쓰는 건 결과물이 꽤 다릅니다. 어떤 요리에는 후추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쪽이 통후추를 쓰는 것보다 어울리기도 합니다. 통 흑후추의 향은 어떤 요리에는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흑후추 다음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백후추는, 다 익은 후추 열매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기고 말린 겁니다. 그래서 흑후추와는 완전히 다른 스파이스입니다. 별로 맵지 않고 고급스러운 풍미를 가지고 있지만 흑후추처럼 쓰면 안 됩니다. 일단 한식에는 쓸 수 있는 용도가 제한적입니다. 서양 요리같은 풍미를 나게 하거든요.

 

 백후추 풍미가 두드러지는 음식으로 꼽을 만한 건 KFC의 오리지날 치킨입니다. KFC 오리지날의 메인 스파이스가 백후추거든요. 백후추를 좋아하는 사람은 KFC 오리지날 치킨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매우 좋아합니다.

 

 녹후추는 녹색 후추입니다. 영어로는 그냥 그린페퍼라고 하면 보통 청피망을 의미하고요. 그린페퍼콘(Green Peppercone)이라 해야 정확하게 통 녹후추입니다. 본래는 아마 말리지 않은 생 풋 후추열매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후추는 열대작물이다보니, 생 풋 후추열매는 열대지방 아니면 귀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녹후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풋후추 열매를 소금과 식초로 절인 겁니다. 병조림 형태로 팝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결건조공법을 통해 생후추 풍미를 최대한 유지시킨 채로 건조한 것입니다. 이러면 같은 풋후추 열매를 말린 것이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말린 흑후추와는 색도 다르고 풍미도 다른 게 됩니다.

 

 건조 녹후추는 흑후추 대비 허브 같은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녹후추만 갈아 뿌려도 후추와 건조 허브를 같이 쓰는 것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흑후추 대비 산뜻한 풍미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강렬한 후추 풍미가 필요할 때는 흑후추, 산뜻함이 필요할 때는 녹후추가 좋은 것 같습니다.

 

 모든 통후추는 페퍼밀에 소량씩 담아 쓰는 게 좋습니다. 페퍼밀에 후추를 갈아 쓰게 되면 후추의 일부분이 먼저 분쇄되어 나오는데요. 손상된 남은 부분은 비교적 빠르게 풍미가 약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현상을 줄이려면 페퍼밀에 후추를 소량씩 담아 쓰면 됩니다.

 

 

 

 

 

 

 

20) 백설탕은 가장 완벽한 감미료입니다. 완벽하게 안전하고 순수하고 강한 단맛을 가지고 있지요. 분말형태라 전천후로 사용 가능하고요. 물론 정제당이니까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됩니다만, 꿀 같은 건 설탕에 비해 훨씬 위험합니다. 육아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첫돌을 맞이하지 못한 영아는 꿀 섭취 금지지요. 석청같은거 잘못 먹으면 성인도 죽고요.

 

 백설탕이 맛없다는 분들도 꽤 있는데, 백설탕은 아무 냄새도 다른 맛도 없이 그저 단맛밖에 없으니까 완벽한 감미료인 것입니다. 요리를 하다 보면 때때로 백설탕의 이러한 특성이 필요해집니다. 음식 색깔을 탁하거나 진하게 만들지도 않고요. 건조한 물성 덕에 제과에도 유용합니다.

 

 물론 좀 더 풍부한 설탕 풍미를 내고 싶다면 다른 설탕을 써야하지요.

 

당밀

 각설탕이나 슈가파우더 같은 제형문제를 논외로 하면 설탕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백설탕, 정제 황설탕, 정제 흑설탕, 비정제 황설탕, 비정제 흑설탕입니다. 다 특성이 좀 다른데요. 일단 정제설탕의 특징은 당밀을 완전히 분리했다는 겁니다. 당밀을 분리한 순수한 설탕은 백설탕이지요.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식용 가능한 순수한 당밀은 소매용으로 수입이 안 되고요. 직구로 구매할 수는 있습니다. 당밀에도 당분은 꽤 남아있기 때문에 증류주의 주원료가 되기도 하는데, 당밀로 만든 증류주가 럼입니다. 럼을 즐겨 드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설탕 향이 나지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럼 브랜드로는 바카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황설탕은 백설탕으로 만듭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백설탕을 가열해서 카라멜 풍미가 나게 만든 거지요. 황설탕을 즐겨드시는 분들은 백설탕보다 황설탕이 맛있어서 드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백설탕과는 달리 풍미가 있습니다. 대신 단점은 덩어리가 진다는 건데요. 백설탕처럼 분말 형태로 깔끔하게 유지가 잘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판하는 흑설탕은 황설탕처럼 백설탕을 가열하고, 아예 검은 빛깔이 나게끔 캐러멜까지 넣어 가공한 것입니다. 그래서 진득하고, 진한 흑설탕향이 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흑설탕은 어디까지나 백설탕을 가공한 겁니다. 그러니까 가격도 백설탕하고 별 차이가 없고요.

 

 비정제설탕(마스코바도)은 일반 설탕보다 좀 비쌉니다. 당밀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은 설탕인데요. 당밀을 전혀 분리 안한 사탕수수 원액은 가공하기가 별로 안좋아서 공정이 복잡해집니다. 그러니까 그대로 가공할수록 비싸지고요. 당밀 성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복합성 있는 풍미입니다.

 

 비정제설탕의 경우 흑설탕은 당밀을 전혀 분리 안한거고, 황설탕은 원심분리기로 당밀을 약간 분리해낸 걸로 생각하면 됩니다. 백설탕을 만들려면 화학적인 정제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비정제설탕은 그런 공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몸에 좋으냐 나쁘냐를 이야기한다면, 대체로 설탕은 거기서 거깁니다. 당밀에 칼슘, 칼륨, 철이 꽤 들어있긴 한데요. 비정제설탕으로 무기질 보충하려 들다가는 무기질 보충으로 얻는 이익보다 설탕을 너무 먹어서 생길 손해가 클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요리의 풍미를 위해 비정제설탕이나 당밀을 쓰는 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비정제설탕은 꽤 복합성이 있는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리 풍미에 달콤한 풍부함을 줄 수 있지요.

 

 정제설탕과 비정제설탕의 중간형도 있습니다. 정제설탕으로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밀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고, 비정제설탕과 정제설탕으로 만든 흑설탕을 섞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사용할 때는 맛을 보고 사용하면 됩니다. 향과 맛이 어떠한가, 색은 어떠한가가 결국 요리의 결과물을 결정하니까요.